힘에는 직접적인 힘과 간접적인 힘, 물리적인 힘과 인간적인 힘, 능력적인 힘과 무력의 힘
이 있어서 각각 서로 대비된다. 디들 힘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서로가 편안하고 건강하
며 행복하도록 작용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이 가운데 어떤 힘이 가장 효과적인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가정을 행복하고 건강
하게 이끌어 가는 데는 통상 직접적인 힘, 실제적인 힘, 능력적인 힘보다는 간접적인 힘, 인
간적인 힘, 무력의 힘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직접적이고 실제적이며, 능력이 있는 것같이 보이는 힘으로 상대방을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다. 따라서 부부간의 힘은 외유내강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부부사이에는 지고 들어가서 이기는 지혜, 이기려고 져주는 것이 아니라 져주려다
보니 이기는 지혜가 소중한 것이다.
어떤 종류의 힘을 누가 사용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쉽게 말할 수 없다. 상황에 따
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부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종류를 이해하고, 상황을 보아 부부
가 만족하게 힘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어떤 때는 남편이 무력의 힘으로 자기의 의도를 관철시킬 수 있고, 또 어떤 때는 부인이
직접적인 힘으로 남편을 움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종류의 힘을 사용했는가
가 아니라 그 힘이 작용함에 따라 부부사이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하는 것이다. 부부 사이가
더욱 친밀해졌다면 좋겠으나 만약 가정의 안정과 건강이 흔들리게 되었다면 힘의 작용에 문
제가 있는 것이다.
남편은 직접적인 힘, 물리적인 힘, 능력적인 힘을 갖기를 사회와 가족이 기대하고, 부인은
간접적인 힘, 인간적인 힘, 무력의 힘을 갖기를 바라는 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도 바뀌었고, 그 영향으로 가정에서의 남편과
부인의 역할분담 및 힘의 분담도 바뀌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틀에 의한 힘의 분담보다는 자기 부부만의 특수한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힘을 분담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합리적인 분담을 바탕으로 힘의 균형을 유
지하고 건강을 증진하여 부부관계를 편안하게 이끌어 갈 책임이 부부에게 있다.
그런데 힘의 균형이나 역할분담과 관련하여 특히 유념할 사항이 있다. 우리 사회는 지극
히 남성 중심, 남성 우위의 사회에서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남녀평등이 완전히 실천되는 사회는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여성의 권리가 많이 신장되었고,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노출 되었다.
남성우위 시대의 '허풍선이' 기질을 버리지 못한 남성들이 변회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그 배우자 마저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다. 부부관계와 가정생활에
막심한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남성도 여성도 '허풍선이' 망령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슬기를 모아야 한다. 사람은 시대를 뛰어 살 수 없고,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음을 알
아야 한다.
과거에는 남편이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졌다. 이에 따라 남편은
모든 일의 최종적인 결정권을 가졌다. 그것은 권한임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었다. 힘의 균
형 역시 남편의 일방적. 절대적 힘에 의해서 유지되었다. 그런데 이 힘이 무너지면서 균형이
여러 가지 형태로 다양해졌다. 그 와중에 균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부부가 많이 생겼다.
'남잔대 뭘......,' '남자가 어떻게......,' '사내라면 그까짓것쯤......,' '남자가 째째하게......,' '여자가
감히 남자한테......' 따위의 말놀음에 정신을 빼앗겨버린 경우는 생각보다는 방황이 심하다.
이러한 현상은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들에게도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변화가 심한 때일수록 원칙을 확인하고 균형을 잡을 줄 알아야 한다. 의무와 책임은 예전
처럼 남편에게 지우면서 이에 상응하는 권위는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곤란한 일이다.
남편의 정신적. 경제적인 짐을 덜어주는 지혜가 아내에게 필요하다. 남편 역시 허풍으로 권
위를 유지하려고 버둥대기보다는 부인에게 도움을 청하고, 감사하는 솔직한 태도가 필요하
다. 그럼으로써 함께 사는 훈훈함을 즐길 줄 아는 지혜사 필요한 시대이다.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과 힘의 분담을 본받아서 자기들의 가정을 꾸려나간다는
점을 생각할 때도 부부의 힘의 분담은 자녀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그들은 오늘
을 사는 부부들보다 미래 시대를 살 것이고, 그 시대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사회일 것이므
로 현대의 부모들은 전향적인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남편의 권위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던 부부가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여자끼리 놀러 다니는 것이다. 남편은 바깥일만 했지 집안 일은 해본 적이 없다. 부
인의 손길이 없으면 자기관리마저 못한다. 그래서 부인이 늘 곁에 있어야 하고, 여행도 같이
다니며 여생을 즐겼으면 한다.
그런데 부인의 입장에서는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평생토록 남편의 권위에
눌러 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남편에게 힘이 없으니 더 이상 눌릴 이유도 없다. 그
래서 부인은 부인들끼리 놀러 다니고, 남편은 다 늙어서 가사에 자기관리까지 애를 먹는다.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바뀐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서글픈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변화를 슬기롭게 수용할 줄 알아야 힘의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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