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두 가지의 조합으로 형성된다. 성에 대한 기본 욕구와 성에 대한 인식이다. 성에 대
한 기본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성에 대한 인식은 학습된 것이다. 성에 대한 기본 욕구
는 선천적인 것이지만 성에 대한 인식은 후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욕구와 인식은 서로 지
배하고 영향을 미치므로 부부는 실제 성생활을 통해 이들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성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다. '성'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생리적으로 서로 좋아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야만 종족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자연의섭리이다. 먹고 자고 배설하고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성과 즐기는 것
도 인간이나 동물의 기본 속성이다. 성에 대한 욕구는 기본적이므로 욕구가 강렬하고, 욕구
충족 후의 만족감도 크다.
우리 몸에는 주기적으로 호르몬이 분비되어 이성과의 접촉을 바라게 하는 생리적 기전이
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하여 수시로 욕구를 느끼지만, 여성은 한 달에 한번 난자가 배출되는
시기에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이성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나타난다.
종족이 보존되려면 호르몬 생성에 따라 이성과의 신체적 접촉에 대한 욕구와 이성을 좋아
하는 강렬한 감정이 생겨나야 한다. 따라서 성적 욕구나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은 생체계의
자연스러운 섭리이다.
생리적 욕구는 이성을 그리워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성이면 누구나 좋아지도록 하
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면 사랑의 감정이 촉발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은 정서적 욕구는 생리적 욕구와는 구분되면서도, 이에 긴밀히 연
결된 인간의 기본 욕구이다. 이것이 이성간의 사랑이다.
인간의 성에 대한 기본 욕구는 변하지 않지만 인식은 바뀐다. 성에 대한 욕구나 인식에는
모두 개인차가 있지만 욕구보다는 인식의 차이가 훨씬 큰 편이다. 이에 따라 성은 천한 것,
성스러운 것, 부끄러운 것, 야한 것, 대단히 즐거운 것 등으로 다양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성에 대한 인식은 학습된 성에 대한 지식,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성에 대한 제
도, 성에 대한 가치체계에 의하여 형성된다. 따라서 성에 대한 인식은 성의 정신적. 사회적.
영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성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했고, 지금도 바뀌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
타난다. 사회 변화에 따라 성에 대한 정신적. 사회적. 도덕적 시각이 달라지고, 지역에 따라
독자적인 문화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인식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으며, 그것
이 개인의 인식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수용하는 것도 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즐기는 데에
중요하다. 성의 개별성·역사성·사회성에 대한 이해라고 하겠다. 성에 대한 다양한 인식은
사회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단면적인 인식은 모두가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성이란 부끄럽고, 야하고, 천한 면이 있는가 하면, 자연스럽고, 즐거울 뿐만 아
니라 신비하고 성스럽기까지 한 측면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것이 성이다.
사람에 따라 이중 한 측면만을 강하게 느낄 수 있고, 같은 사람이라도 정황에 따라서 다
르게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성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거나,
마지못해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즐겁게 향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이라는 말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거나, 약간은 불편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성을 부끄럽다거나 흥미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성에 대한 성숙하지 못한 반응이다. 성과 성적 욕구는 생리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필수
적인 요소이다. 생리적 욕구만으로 성생화을 한다면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충동적인 행위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사회의 최소한의 질서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자신의 정서적·정신
적·영적 세계를 황폐화시킨다.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애정을 표현하는 차원에 머무는 성생활도 불완전하기는 마찬가
지이다. 인간은 신체의 생리와 감정만으로는 최대의 만족을 누리지 못할 뿐 아니라. 생리
적·감정적 욕구는 한번 충족되면 금방 싫어지기 때문이다. 성적 충동은 정신적으로 교육되
고, 사회적으로 제도화되며,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가치체계, 즉 신념과 도덕의 영향으로 다
듬어져 표현된다. 해부생리적 욕구, 감성의 작용에 의한 좋아하는 감정, 지성의 작용인 학습,
삶의 과정에서 추구하는 가치, 사회질서를 위한 제도와 도덕의 영향을 받아서 성에 대한 욕
구와 만족감의 정도도 이런 요소들에 의해 다르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성은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측면이 있으며, 이들의 총체적 표현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신적. 영적 차원의 건강성을 지니고 사회적으로 건강성을 인
정받아야 비로소 성생활을 바르게 즐긴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생리 및 감성적 욕구
를 지성과 도덕 및 사회적 통념이나 제도에 걸맞게 표현하는 것을 배워야 하며, 이를 통해
성적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성생활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선 성생활이 건강해야 한다. 성생활도 신체-생리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측면을 갖는다. 각 측면이 상호보완되면서 총체적으로 성생활의 건강
과 그 징표가 되는 성생활의 즐거움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성의 범주를 이 다섯 가지 영역
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생리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영역으로서, 이들 각각의 영역
들은<그림 4>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그림 4> 성의 범주
성 : - 신체적 신체생리(육성)
- 정서적 사랑(감성)
- 정신적 자긍심(지성)
- 영적 양심(덕성)
- 사회적 제도(사회성)
(1) 신체-생리적 영역
성의 신체-생리적 영역은 성의 다섯 가지 영역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
하는 부분이다. 성에 대한 해부구조와 성적 자극에 대한 생리적 반응, 생식, 임신에 따르는
변화, 사춘기와 같은 일반적인 성장과 발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생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생리적 만족을 충분히 얻으려면 이 영역을 잘 이해하고 관리해야 한다.
(2) 정서적 영역
성에 대한 정서적 영역은 인간의 기본욕구인 사랑의 욕구에 관련된 부분으로 성에 대한
감정과 느낌의 변화 등을 의미한다. 이성을 좋아하고, 같이 있고 싶어하고, 접촉을 원하는
등의 감정이 생성되는 것은 생리적 현상이라고 할만큼 본능에 가깝다. 이로부터 좋아하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고 좋은 기분이 느껴지게 된다. 성생활을 통한 만족
감도 정서적 영역이다. 이 영역은 성생활의 감성적 만족도를 결정한다.
(3) 정신적 영역
성의 정신적 영역은 성에 대한 자긍심 부분이다. 이는 성을 자연스럽고 즐거운 주제로 수
용하는 정서적 영역을 넘어서 부부간의 성생활에 정신적으로 자신 있게 임하게 하는 것이
다. 성에 대한 진정한 자긍심은 학습을 통하여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 기술. 태도를 갖게
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4) 영적 영역
성의 영적 영역은 성의 옳고 그름, 성에 대한 긍정 또는 부정, 어떤 성행위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와 같은 가치판단의 영역이다. 이 영역은 종교 및 인도주의적 철학과 관련된
다. 우리는 자주 성과 관련하여 윤리적 또는 도덕적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성
생활에 있어서도 도덕적 만족감이 확보될 때에 만족의 극치를 이룰 수 있다.
(5) 사회적 영역
성의 사회적 영역은 성에 관한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요인들의 총체이다. 여
기에는 역사적 배경, 인간관계, 사회로부터 배우는 성과 관련된 모든 통념과 행태들이 포함
된다. 동시에 이들 사회적 요인들은 가족 및 학교와 종교단체 등의 전통적인 관습과 더불어
라디오, 텔레비젼 등 각종 매스컴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양상에
깊은 영향을 주며, 따라서 성과 관련된 사람들의 개념은 사회적 요인에 노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영역을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줄 알아야 성생활을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 마치 본능적 욕구는 순수한 것이고, 제도라는 학습된 인식은 불순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인식이 욕구를 억제하는 것을 위선이라고 하고, 본능
대로 행동하는 것을 순수하다고 한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은 아닐지 모르지만 제도를 뛰어
넘는 행동은 현실적 행복과는 거리가 멀기 쉽다.
더욱이 자기만의 순수를 고집하여 타인의 순수를 짓밟는다면, 이야말로 자기의 욕구 충족
을 위한 위선으로서 사회적 응징을 받아 마땅하다. 충동에 대한 절제야말로 한 차원 높은
순수일 것이다.
성의 다섯가지 영역들은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신적 자극은 월경주기의 생리적 기
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도덕적 감정은 정서적 반응에 영향을 주며, 생리적 충동이 사회적
돌출 행동을 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느 한 가지 영역이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
각할 수도 있으나, 성의 다섯가지 영역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므로 중요도를 가늠하는 게
부질없는 일이다.
결국 신체-생리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영역들은 개인의 총체적 성을 구성한다.
성에 대한 분석을 위해 편의상 개인의 성을 각 영역들로 구분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분리
할 수 없는 전체이다. 그러므로 여러 측면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성생활에 대한 불만족은 신체-생리적인 요소보다는 정서적, 정신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하여 성적 불만을 정신과 의사들이 치료하기도 한다. 성생활을 즐기려면 성에
작용하는 이상의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받아즐여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강화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성을 천한 것으로 생각하여 왔다면, 생각을 바로잡아 성생활을 즐겁게 수용
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부는 도덕적으로 떳떳한 마음으로 생리적으로 만족스럽고 애정이 넘치는 성생활과 함께
성에 대한 학습을 마음놓고 하도록 사회적으로 공인 받은 관계이다. 즉 신체적으로 접촉하
여 해부생리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뿐아니라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감성적인 욕구도 충
만된 상태에서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더욱이 사회가 부부간의 성관계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으며, 정신적. 도덕적으로 아주 떳떳하다. 그러므로 부부 이외의 다른 어떤 사람과의 성적
관계보다도 훨씬 큰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관계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에 대한 생리적 기본 욕구와 감성적 기본 욕구를 충족하는 정도로
부부간의 성생활을 유지하면서 성에 대한 지적 및 영적 측면의 개발을 위한 노력은 별로 하
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생리적. 정서적 욕구가 저하되면 부부의 성생활도 만족감이 감퇴되
면서 권태로워진다.
심지어 생리적 욕구의 차원에서조차 해부생리에 대한 이해가 없어 성생활의 즐거움을 얻
지 못하거나 얻어들은 엉뚱한 지식을 활용하다가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부는 성지식을 습득하여 자신들의 성적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만족스러운 성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성생활을 늘 즐겁게 하려면 이에 관한 해부생리를 알아둠과 동시에,
성에 대한 지적. 영적 측면의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은 부부간의 관계에 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성생활이 아이들의 성교육에 무언
의 표본이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성이 단순한 신체-생리적 현상이 아니고 동시에 정신적. 사회적 현상이라는 복합적 성격
이라면 성교육도 단순히 성에 관련된 해부구조와 생리 기능의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제측면을 포괄해야 제대로 될 것이다 교육이란 학습자의 지적
영역, 정의적 영역. 심동적 영역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성교육이란 다시 말하
면 성에 대한 지식. 태도. 행위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에 대한 지식의 학습은 인간의 해부구조와 생리 기능, 성에대한 신체적인 반응, 성의 복
합성 등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넓혀서 성을 삶의 활력소로 활용할 수 있는 자신감을 길
러준다. 성에 대한 태도의 학습은 성 그 자체를 자연스럽고 인간에 꼭 필요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이를 긍정적으로 이해하여 좋아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에 대한 행위의 학습은 바른
지식과 태도로 만족스러운 성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은 긍정적인 태도와 행위를 발달시키는 데에 필수적이다. 성과 관
련한 편견의 주요 원인이 되는 공포와 불안감은 특수한 경험에 기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
개는 무지와 관련이 깊다. 일반적으로 모르는 것은 두려운 법인데, 성의 경우에는 통상 은밀
하다는 점에서 불안이 증폭되는 것이다.
한편 무지와 은밀함이 겹치면 엉뚱한 호기심을 발동하기도 한다. 성에 대한 호기심은 자
연스러운 일이지만, 성이 엉뚱한 장난일 수는 없다. 성생활의 즐거움을 향유하는 일을 비유
해서 말한다면 예술을 대하는 예술가의 '진지한 열정'과도 같은 것이다. 진지한 자세로 자신
과 이성인 배우자의 성적 태도에 대하여 이해를 넓히는 것은 성생활을 제대로 즐기는 첫 관
문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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