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청보
공고 의과대학 교수
임파선이 부었을 때
- 목 옆이나 겨드랑이에 멍울이 져서 임파선이 붓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역시 몸에 무슨 이상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습니다. 아주 건강한 상태일 때도 임파선은 있지만 그것은 무척 작아서 손으로는 거의 만질 수 없지요. 그런데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 이를테면 세균에 감염됐거나 질이 나쁜 종기가 생기거나 하면 임파선이 부어서 만져 보면 멍울멍울합니다.
임파선이 붓는 병 가운데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연쇄상구균이나 포도상구균 등으로 인해 걸리는 감염증입니다. 몸의 어떤 부위가 곪았을 때 그 바탕에 있는 임파선이 부어 오르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충치가 있어서 잇몸이 곪았을 경우, 중이염이 생기거나, 목 옆의 임파선이 붓게 되지만 다른 부위의 임파선은 별로 붓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열이라든가, 홍역처럼 바이러스로 일어나는 병인 경우에는 계통적으로 임파선이 붓습니다. 즉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그리고 몸의 여러 부위의 임파선이 부어 오르는 것이지요.
그 밖에 결핵에서 오는 연주창이 있어요. 요즘은 결핵에 효험이 좋은 치료약이 많이 나와서 거의 볼 수 없게 됐지만 몸의 여러 곳에 있는 임파선이 부어서, 특히 목의 임파선이 여기저기 부어서 원상회복이 안되는 병입니다. 결핵뿐 아니라 매독이나 진균성의 만성병으로도 붓게 되지요.
지금까지 예를 든 것처럼 감염증으로 인해 붓는 경우가 대단히 많은데, 비교적 드문 것으로는 종양성인 임파선종이 있습니다.이것에는 악성 임파종이라고 하는 병 외에 백혈병, 다시 말해서 다른 부위에서 생긴 암이 전이되어 임파선에 암성인 종기덩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염으로 빚어지는 병에는 감염에 대한 처방이 충분하면 약간 비대해진 임파선이 남기는 하지만 완전히 낫습니다. 그러나 악성 임파종이나 백혈병, 암의 전의 등으로 임파선이 붓는 경우는 목숨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세균감염을 막고 면역을 만드는 활동
- 임파선이 붓는 것을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임파선이라는 것은 우리 몸의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피부 위에서 만질 수 있는 임파선은 목 부위나 팔꿈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이 있지요.
- 팔꿈치에도 임파선이 있나요?
이 임파선은 옛날부터 매독에 걸릴 경우 이따금 붓는다고들 하지요.
이 밖에 기관지의 둘레에 있는 폐문에도 임파선이 있는데, 이것은 결핵에 걸릴 경우 붓습니다. 또 대동맥 옆에도 임파선이 많이 있으나 이것은 만져볼 수가 없어요. 악성 임파종의 경우는 이러한 임파선이 모두 부어 있지요. 그렇다면 왜 임파선이 붓느냐가 문제인데 우리 몸안에는 심장에서 펌프질된 혈액이 동맥을 통해 몸 구석구석까지 가고, 다시 정맥을 거쳐 심장에 돌아오는데, 이 정맥의 흐름처럼 임파의 흐름도 발끝에서부터 몸의 중심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임파관과 임파선은 온갖 세균의 감염을 막고, 동시에 면역항체를 만든다는 두 가지 큰 일을 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상처를 입어 피부가 곪았다고 칩시다. 그런 때, 그 부위에서 세균을 어떻게든지 처리하려고 혈관에서 백혈구가 자꾸 나와서는 그 세균을 포위한 뒤 소화해 버리지요. 그리고 백혈구 자신도 그 일에 지쳐서 죽게 되는데, 그것이 고름입니다. 그런데 일부 세균은 임파의 흐름을 따라 몸의 중추로 파고 들려고 하는데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 임파선이지요.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 임파선 안에서는 임파구가 자꾸 증식돼서 임파선이 대단히 커집니다. 이렇게 해서 세균에 대한 면역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또, 이를테면 우리가 결핵균을 들이마셨다고 칩시다. 그러나 그 균이 폐로 들어간다면 난처한 일이지요. 이런 경우 폐문의 임파선이 그 결핵균을 포위하고 스스로 면역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러면 투베르쿨린반응이 양성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 그러니까 임파선이 붓는다는 것은 오히려 병을 막는 일을 해주고 있다. 면역성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군요.
그렇습니다. 감염이나 염증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켜 주고 있지요.
통증과 열이 겹치면 걱정 없다
- 악성인 임파종은 치명적이라는 말씀이었는데요.
악성 임파종에는 호지킨병, 임파육종,세망육종 따위가 있는데, 모두가 임파선에 종양이 생깁니다. 이런 병들의 초기에는 국소의 임파선만이 붓지만, 차츰 계통적으로 자꾸 진전돼서 온몸의 임파선이 붓게 됩니다. 감염성의 경우에는 아프기도 하고 벌겋게 붓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도 할 수 있으나 악성인 경우에는 거의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백혈병의 경우에도, 특히 임파성 백혈병의 경우 몸안의 임파선이 그리 크게는 붓지 않지만 여러 곳에 서 부기가 나타나게 되지요.
또, 암이 임파선으로 전이됐기 때문에 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위암이 점점 진행돼 가며 암세포가 목 부위나 다른 곳의 임파선으로 퍼지는 현상이지요. 특히 왼쪽 앞목의 임파선이 붓게 되면, 의사들은 피르호(Rudolf Ludwig Karl Virchow)의 임파선 부종이라 부르면서 암의 진행상태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경우도 통증은 없지요.
염증으로 임파선이 부을 때는, 그 크기는 비교적 작고 수효가 많습니다. 발갛게 붓고 만져 보면 열기가 있고 누르면 아프지요. 그리고 곪아 있으니까 고름이 생기면 물렁물렁 연해집니다. 그러나 종양성의 경우는 발개지지도 않고 열이나 통증이 전혀 없으며 다만 임파선이 크고 딱딱하게 부을 뿐이지요. 그러니까 임파선이 부었다고 했을 때 차라리 아프고 열기가 있으면 그리 걱정을 안해도 좋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평소부터 임파선을 만지는 습관을
- 통증이나 열이 없다면 좀처럼 알 수 없겠군요.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습니까?
초기에는 전연 이상이 나타나질 않아요. 몸안의 임파선 가운데에서 제일 만지기 쉬운 것이 목부위의 임파선인데, 여기에 비교적 큰 덩어리가 생기고 더구나 딱딱하며 수효가 적을 경우에는 악성 종양의 초기 증상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목임파선의 한쪽만이 부은 경우를 1기, 양쪽이 부은 경우를 2기, 다시 횡경막의 위아래로 퍼져 있는 경우를 3기, 이렇게 증상의 단계를 나누고 있습니다. 3기가 되면 어지간히 먼 곳까지 임파관이나 혈관을 통해 악성 종양세포가 퍼져 있는 셈이지요. 그 다음 단계인 4기가 되면 몸속의 모든 임파선이 붓고, 그 외에도 골수나 다른 장기에도 종양세포가 퍼지게 됩니다.
- 역시 1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1기의 경우면 외과수술로 문제의 임파조직을 싹 도려내기 때문에 완전치유가 가능합니다. 2기에서는 강력한 방사선치료법을 실시해서 완전히 낫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3기, 4기가 되면 1--2기처럼 효과가 있는 치료법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화학요법으로 연명을 꾀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화학요법으로 빚어지는 부작용을 막는 방법이 발견돼서 꽤 강력한 화학요법을 쓸 수 있지요. 암이 골수에 전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자기의 골수를 냉동보전하고 강력한 항종양요법을 쓴 다음 다시 골수를 원상복귀시키는 방법 등이 개발돼 있습니다. 단지, 4기에서는 완전치유란 없다고 생각됩니다. 역시 조기발견을 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완전히 고칠 수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 평소부터 임파선을 만져 보며 크고 딱딱한 부종이 없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그렇지요. 수염을 깎거나 세수를 할 때 목의 임파선을 만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 정보/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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