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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증상

간질

by Healing New 2020. 6. 9.

    도원 안웅
    국립무장 요양소 소장
    불치의 병도, 유전병도 아니다.
- 간질, 즉 지랄병이라고 하면 아주 낫기 어렵고 숙명적인 병이라고 생각하는사람들이 많은 듯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간질이라고 하면 대단히 나쁜 병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이 숱하게 있지요. 치료를 받으러 오는 본인이나 가족들도 한결같이 병을 무척 숨기려고 하는 눈치지요.
  그러나 간질의 발작은 설사를 되풀이한다든가 배가 자꾸 아픈 것과 실질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어요. 한마디로, 그토록 나쁜 병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아직껏 간질을 꺼리며 싫어하는 풍조가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 그 발작이 전신에 경련이 일어난다든가, 거품을 내뿜으면서 쓰러지는 등 느닷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무서운 병이라는 선입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겠군요. 확실히 간질의 동작이 큰 발작을 처음 본 사람은 무섭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간질이라는 병은 모두 유전성의 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이 병을 특수한 병, 숙명적인 병으로 여기는 이유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고 간질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또 불치의 병도 아닌 것이 치료를 하면 좋아집니다. 이런 점을 잘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갑자기 의식을 잃는 발작은 간질의 특유한 증상인가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의식을 잃을 때는 경련을 하며 기타 여러 가지 증상이 있는데, 그런 것들 중에는 간질성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으로는 이른바 뇌빈혈이 있지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식을 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속이 거북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입니다. 혹은 갑자기 자세를 홱 틀었을 때 혈압관계로 의식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또 히스테리 같은 심리적인 원인으로 비슷한 발작을 일으키는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 급성인 뇌의 병, 이를테면 뇌염이나 뇌출혈에서 비롯되는 것과, 임신중독증의 하나인 자간이나 신장병으로 일어나는 요독증으로도 간질과 똑같은 발작을 일으키는 일이 있어요.
- 별안간 쓰러졌다고 해서 모두 간질의 발작은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간질이라고 간단히 한마디로 넘기기가 일쑤지만, 원인은 갖가지입니다. 첫째로 출산 때에 뇌가 상처를 입거나, 머리 부상으로 뇌 안에 변화가 남았을 때, 또 뇌의 염증이나 뇌졸중 등의 후유증이 있을 경우, 간질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간질과 똑같은 발작이 뇌에 종양에 생겼을 때도 일어나지요.
뇌종양이라도 비교적 양성인 경우에는 전혀 다른 증상은 없이 만성적인 간질의 발작만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수가 있습니다. 그 밖에도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병이 있는데 선천적으로 뇌에 장애가 있어서 다른 여러
증상과 더불어 간질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간질 중에서도 수효에 있어서 제일 많은 것은 일차성 간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일차성이라는 것은 특정한 원인이 없는데도 뇌가 발작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인 것을 가리키지요. 보통은 뇌를 전기 등으로 세게 자극하지 않은 한,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 경우는 아주 대수롭지 않은 자극, 혹은 유별난 자극이 없이도 발작이 일어납니다.
- 부상의 후유증으로서 일어나는 발작은 상처를 입은 때로부터 얼마쯤 지나서
나타납니까?
  가지각색이지요. 반년 후에 나타나기도 하고 더 있다가 나타는 수도 있지요.
  간질의 발병연령은 이를테면 출산 때의 장애로 일어나는 경우에는 십세 이전이 많고 이에 비해 일차성의 것은 십대가 가장 많지요. 그 이전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긴 있어요. 그리고 뇌종양이나 부상에서 오는 간질은 어느 연령층이나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오십오세 이상이 되면 뇌의 동맥경화로 말미암은 경우가 많아집니다.
    병의 성질을 확인하는 검사
- 간질의 발작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발작이 시작됐을 때의 응급처치로서 옆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흔히 책자에는 발작이 시작되면 입에 무엇이든 재갈을 물리라고 쓰여 있지요. 또 우스갯소리 같지만 실지로 이따금 일어나는 일인데, 집안식구가 혼비백산해서 환자를 내버려 둔 채, 병원으로 달려오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간질의 발작은 아무리 큰 경련이 일어나더라도 내버려 두면 보통 이삼분으로 끝나 버려요. 그러니까 허둥대지 말고 환자를 그 자리에 가만히 뉘어 놓고 상태를 잘 관찰해 둘 필요가 있읍니다. 이것은 나중에 의사에게 상황을 보고할 때에 귀중한 자료가 되지요. 다만 발작이 두서너 번 되풀이돼서 좀처럼 그치지 않을 때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의사에게 보여서 발작을 멈추게 할 필요가 있어요.
-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벌렁 쓰러지거나 했을때, 그것이 단순한 빈혈인지, 혹은 간질의 발작인지 문외한이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뭐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문제지요. 왜냐하면 간질의
발작이라고 하면 곧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거품을 내뿜는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지만 실은 갖가지 형태가 있어요. 아주 짧은 시간 의식을 잃는 수도 있고 그저 멍하니 있다든가, 어지럽기만 한 경우 등등 십인십색입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간질 발작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 없지요. 만약 무엇이든 평소와 다른 상태가 되풀이해서 나타나면 우선 전문의를 찾아 진찰을 받고 그것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읍니다. 병원에 가면 진찰 외에 반드시 여러 종류의 검사를 하지요. 그런 검사 중에서도 뇌파검사가 중요한 것의 하나로 꼽힙니다.
  그림 1의 A는 건강한 성인의 뇌파로서 일초에 십회쯤 흔들리는 파동, 이것을 알파파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런 파동이 머리의 후반부에 세차게 잘나와 있어요. 비는 간질 환자의 뇌파로서 흔들림이 아주 느린 파동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 2도 간질병 환자의 뇌파인데, A에서는 왼쪽 측두부에 크게 아주 뾰족한 파동(극파)을 볼 수 있고 , B와 C에서는 이 극파와 서파가 섞여 있어요. C와 같은 모양의 파동이 나와 있을 때 환자는 한때 의식을 잃게 됩니다. 뇌파검사 외에 요사이 널리 실시되고 있는 것은 CT스캐너(컴퓨터단층촬영 장치)라는 기계를 쓰는 검사입니다. 뇌의 여러 단면을 브라운관에 비춰서 상처가 있다든가, 뇌종양이 어디에 생겨 났다든가 하면 분명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요. 이 장치의 장점은, 뇌파검사도 마찬가지이지만, 검사를 받는 환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검사만 받고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이밖에 뢴트겐으로 뇌속의 혈관상태를 검사하기도 하지요.
    발작을 억제하는 약
- 간질이 불치의 병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현재는 어떤 치료방법이 있는지요?
  치료는 약이 중심이 됩니다. 현재로서는 십수 종류의 약이 쓰이고 있지요. 환자의 증상이나 발작의 형태에 따라 약을 가려서 쓰는데, 사용하면서 그 경과를 보아 양을 증감시키는 것입니다.
  치료의 실례를 하나 들까요? 십팔세의 남자인데, 전신의 경련발작과 좀 가벼운 발작을 겸해서 하고 있었읍니다. 첫 주일에 삼회 발작이 가벼워졌으나 다음 주일에는이회, 그 다음 주일에는 오회 발작이 일어났지요. 그 시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해서 우선 어떤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래서 발작이 가벼워졌으나 아직도 일주일에 이회쯤 일어났지요. 약의 복용을 계속했더니 한때 발작아 사라졌지요. 그러나 그 뒤, 다시 일주에 일회의 비율로 발작이 나타났읍니다. 그래서 약의 양을 좀더 늘렸으나 아직 발작이 계속된다고 해서, 다른 약을 덧붙여 쓰면서 경과를 살폈더니 상태가 대단히 좋아져서 이제는 발작이 전혀 일어나지 않게됐지요.
  이렇게 어떤 약으로는 발작을 완전히 억누르지 못하더라도 약을 바꾸어서 발작을 눌러 버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또 요사이는, 좀처럼 발작을 억누를 수 없는 경우 혈액 안에 퍼진 약의 농도를 측정해서 조절하는 방법이 쓰이고 있어요.
  다만, 대단히 중요한 일은 설사 앞서의 예처럼 잘 조절되더라도 그것으로 나았다고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감기약처럼 이제는 증상이 없어졌다고 약을 그만 먹으면 안됩니다.
- 간질의 치료약은 발작이 일어나지 않게 되더라도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것입니까?
  한평생 복용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발작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당장 복용을 그만 두어서는 안된다는 말이지요. 모처럼 발작이 그쳤으니까 마음을 느긋이 먹고 계속 약을 복용하면서 뇌파검사를 받기도 하고 전문의와 의논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는 발작도 그치고 몸의 상태도 좋아지면 약의 양을 조금
줄여 보고, 계속 몸의 컨디션이 좋으면 다시 양을 더 감소시키는 식으로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약의 양을 줄여 가다가 아주 끊어 버릴 수도 있지요.
- 오랜 기간 약을 계속 들어도 부작용이 일어날 염려가 없나요?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역시 쭉 같은 약을 계속 드는 것이니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혈액 속의 성분입니다. 이를테면 백혈구의 양이 달라지거나 성질이 변하는 것이지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때때로 검사를 합니다.
  그 밖에도 몇몇 부작용을 생각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이 흔히 염려하는 것은 이런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가 임신했을 때, 태어날 아기에게 영향이 없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전혀 장애가 없다, 위험성이 절대로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장애가 그리 흔하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발작을 겨우 억제해 왔던 것을 약을 먹지 않음으로써 다시 발작이 일어나게 되는 편을 의사들은 두려워합니다. 발작이 일단 일어나면 도져서 좀처럼 멈추게 할 수 없는 위험한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되도록 약을 끊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의사들은 원칙으로 삼고 있읍니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갖가지 상황이 있으므로 상황에 맞춰 대처합니다만.
    주위에서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않도록
- 임신하고 있는 사람은 부작용도 걱정되겠지만 아기에게 간질이 유전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도 있지 않겠어요?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간질병이라는 것은 본디 분명한 유전병은 아닌데 그것을 무척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모처럼 아기를 가졌으니까 낳아서 키우고 싶은 것은 인간의 상정이겠지요. 우리 의사들은 어서 아기를 낳으세요 하고 말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간질이라고 해도 여러 종류가 있고 정도도 갖가지이므로 그때그때 전문의와 의논하면 좋겠지요.
- 끝으로 간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가진 어머니에게 평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으면 합니다.
  간질 치료에서 물론 약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읍니다마는 동시에 일상생활에 신경을 쓰는 일도 중요하지요. 이것은 어린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섭생을 잘해야 합니다. 밤샘을 한다든가 과식, 과음은 좋지 않아요.
  한편 부모가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써도 이 역시 역효과를 냅니다. 예를 들어서 아이가  학교의 행사로서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간다, 또는 풀장에 간다고 모처럼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너에게는 병이 있으니까 그만두라고 부모가 말리는 것은 다른 면에서 해가 되지요. 어린 아이의 심리를 무시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우리 어른들에게 있어서는 아이들의 심신이 모두 건전하게 자라는 것이 제일의 목적이므로 너무 과민해져서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는 태도는 금물이지요. 부모로서 걱정이 되겠지만 여유있는 태도로 아이를 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 간질병이라는 것은 결코 불치의 병이 아니고 약으로 충분히 다스릴 수 있는 병이니까, 안심하고 전문의의 치료를 받으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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