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 유
향천 의과대학 부학장
통증은 어떻게 해서 느껴지는가
- 우리는 몸의 어딘가가 아프면 의사의 진찰을 받기도 하고, 시판되는 진통제를 사서 먹으며 통증을 달래려고 하는데 인류는 역시 태고적부터 통증에 시달려 왔지요?
그렇지요. 옛날 사람들은 몸이 쑤시고 아프면 술을 마시며 우물쩍 넘긴다든가, 벌에 쏘였을 때는 얼음으로 식히곤 했지요. 남아메리카의 인디오는 배가 아프면 코카나무의 잎사귀를 씹는다고 합니다. 그것이 대단히 잘 듣는다고 해서 추출, 정제한 것이 현재 쓰이고 있는 코카인이지요. 또 양귀비를 태운 연기를 마시며 아픔을 달랬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것이 현재의 모르핀이 된 셈입니다. 이렇게 옛날의 진통의 지혜는 모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픈 부위를 쓰다듬곤 하는데 이것은 진통의 원리에 들어맞는 것입니다. 즉 쓰다듬거나 안마하면서 자극을 주어 아픔을 솜씨있게 우물쩍 속여 넘기는 것입니다.
- 그런데 진통제는 통증에 대해서 어떻게 작용하는 것입니까?
우선 통증을 느끼는 메카니즘부터 설명을 해야겠군요. 예를 들어 벌에 쏘였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자극은 신경을 거쳐 대뇌까지 전해지는데, 여러분이 약국에서 사먹는 진통제는 주로 신경의 말초부위에 작용하는 약입니다. 즉 벌에 쏘인 부위라든가 부딪힌 곳이 한마디로 자극의 어귀지요. 그러나 우리 의사들이 쓰는 약 중에는 척수나 대뇌에서 느끼고 있는 아픔을 멈추게 하는 약도 있지요.
- 아픔을 느끼는 말단에 작용하는 약과 중추에 작용하는 약이 있는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통증에도 여러 가지 분류법이 있습니다마는, 간단하고 알기 쉬운 것은 통증 부위에 따른 분류이지요.
우선, 몸의 표면에 가장 가까운 부위의 아픔이 있습니다. 이 통증의 톡징은 이를테면 벌레 쏘였다면 어디를 쏘였는지 단번에 분명히 알 수 있다는 점이지요. 역시 몸의 표면이란 사람의 자기방어를 위한 제 일선을 형성하고 있는 곳 이니까, 어디가 아프다는 것이 분명치 않으면 곤란하므로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이지요. 몸의 표면에서 좀더 깊은 곳이라고 하면 근육이라든가 결체조직 섬유인 인대 등의 부위가 됩니다. 여기서 느끼는 아픔의 특징은 몸의 표면에 비해서 신경의 분포가 적기 때문에 헷갈리는 수가 있다는 점이지요. 이를테면 허리가 나쁜데 무릎이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경험했겠지만 허리가 아프다, 어깨가 쑤신다고는 하지만, 허리의 어디가 아픈지 분명치 않고 막연히 허리가 쑤신다고밖에는 느껴지지 않는 수가 있지요.
또 하나는 내장의 아픔인데 이것 역시 부위가 분명치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맹장염이라도 이 아픔이 맹장에서 온 것이라고 집어내 말하기 어렵지요. 대충 왼쪽 아랫배가 쑤신다는 정도로서 때로는 배 전체, 명치나 위가 아프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검사를 하거나 수술을 해보았더니 맹장염이었더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요. 그리고 위천공이라고 위에 구멍이 뚫리는 병이 있는데 이것도 위에 구멍이 났다는 것을 환자가 알아차린다면 우리 의사가 할 일이 거의 없어지겠지요. 이와같이 내장의 아픔이란 배가 아프다는 정도로 뱃 속의 어디가 아픈지는 잘 모르는 게 보통입니다.
진통제는 가려 쓸 것
- 아픈 부위가 분명하건 분명치 않건간에 우리는 아프다고 느끼면 진통제를 쓰기 마련인데, 실제로 진통제가 듣는다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요?
진통제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마는 진통제라고 이름이 붙은 이상은 모두 통증에 대해서는 다소간 듣는 약입니다. 그러나 진통제의 종류에 따라 각기 쓰이는 곳이 다르지요. 이를테면, 감기가 들어서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면 해열진통제가 제격인데 아스피린 계통의 것이 곧잘 쓰입니다. 그리고 관절염 같이 염증이 있고 아프기도 하다고 할 때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아픔도 멈추게 하는 진통제가 쓰이지요. 진정작용을 주로 하는 진통제도 있지요. 왜냐하면 통증에는 심리적인 영향이 적지 않게 작용해서, 아픔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증폭하거나 적게 받아들이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요소가 밀접히 관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제와 진통제를 섞은 약도 많이 쓰이고 있지요. 그밖에 목이나 어깨가 뻐근할 때 쓰는 진경진통제도 있습니다. 경련을 멈추게 하고 아픔을 가라앉히는 약이지요. 이렇게 진통제마다 각기 들어맞는 분야가 있습니다.
- 그렇지만, 문외한으로서는 가려서 쓰기가 어렵지요. 특히 정신적인 영향 같은 것은 본인은 알기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지요. 그러나 여러분이 사서 쓰는 진통제는 해열을 주로 하는 진통제나, 목에 염증이 있어서 아픈 데에 쓰는 진통제로서, 내장의 통증에 대한 진통제같은 것은 시판되고 있질 않으니까 한정돼 있는 셈이지요.
-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쓸 수 있는 진통제는 말초신경 쪽의 원인으로 생긴 아픔에는 꽤 듣는 셈인가요?
그렇습니다. 아픔이라는 것은 말초신경에 대해 어떤 화학적인 물질이 작용해서 일어나는 수가 많습니다. 요즘은 이런 작용을 억누르는 대단히 효험이 좋은 약이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약의 연용은 피한다.
- 흔히 부작용을 걱정하는데요, 부작용이 전혀 없는 진통제도 있습니까?
그에 대해서는 약을 만드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걸쳐서 열심히 연구해 왔으나, 완전히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분명히 무척 적어지긴 했어도 역시 조금은 부작용이 있지요. 실은 약을 하나하나 들어서 설명해야겠지만, 부작용을 크게 나누어 말한다면 제일 많은 것이 소화가 잘 안된다, 위가 나빠진다는 부작용입니다. 이것은 약의 복용을 그치면 당장 낫지요. 이런 부작용이 있는데도 오랫동안 약을 계속 복용하면 위나 장에서 출혈하는 경우도 생기지요.
그리고 무턱대고 많이 복용하면 이른바 급성 중독이 일어난다는 것은 당연한 얘깁니다. 또 약에 대해 아주 과민해서 약을 먹기만 하면 피부에 발진이 돋는 사람도 있어요. 그 밖에 아주 장기간에 걸쳐서 약을 먹으면 혈액의 병에 걸리거나, 신장에 장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여기서 좀 주의해 두고 싶은 것이 있는데, 시판되는 진통제는 거의 정제로 돼 있는데 이것을 2--3세 어린 아이나 노인네가 무심코 삼키면 목이나 기관이 막혀서 질식하는 수가 있어요. 약은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아 두어야 하며 동시에 정제는 반드시 물과 함께 들도록 하십시오. 가루약은 누구나 물과 함께 삼키지만 정제는 물 없이 드는 사람이 있지요. 그러나 물로 삼키는 편이 효과도 좋습니다. 이것은 진통제에 한한 것이 아니라 정제인 약 전반에 관해 알아 두어야 될 상식입니다.
- 임신하고 있는 사람도 조심해야 하겠지요?
현재, 어쩌면 임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람과 임신 이 내지 삼개월쯤 된
부인은 태아에 대한 영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으므로 진통제를 드는 것을 되도록 피해야 합니다.
- 알레르기성 체질인 사람은 평소 조심하고 있겠지만 역시 약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그런데 습관이 돼 있다든지, 그럴 필요가 있어서 오랫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조금 부작용이 있더라도 복용하게 될텐데, 그런 경우 조심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통증이 만성이 돼 버린 경우도 역시 있을 수 있지요. 이런 경우에 아무래도 약을 쓰고 싶을 때가 있겠으나, 이주일이나 삼주일씩 같은 약을 계속 복용한다는 것은 절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에 의존하기에 앞서 우선 원인치료부터
- 월경통처럼 정기적인 통증이 오는 경우, 통증이 강하면 무심코라도 진통제를 쓰고 싶어지겠지요.
여성으로서 월경통이 있다든지 두통이 있다는 사람이 많은 듯싶어요. 남성에게는 어깨나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게 줄곧 계속되는 통증의 경우라도 역시 진통제를 상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러느니보다는 우선 의사를 찾아 원인을 분명히 확인하고 원인인 병을 고치는 일이 긴요합니다.
특히 허리의 통증 같은 것은 대개의 경우 기계적인 것으로서 신경이 말초에서 척수로 가는 도중의 어딘가에서, 즉 근육과 근육, 근육과 근막, 근막과 건 사이에서 압박되어 그 때문에 아픈 것이지요. 뒤에서 갑자기 자동차의 추돌을 받았을 때 목에 받은 충격으로 일어나는 후유증, 목에 원인이 있는 두통, 손의 통증, 추간판 헤르니이 따위도 마찬가지로 신경이 어디에선가 압박을 받아 아픈것이니까 그것을 그저 약으로만 고치려고 한다면 무리지요. 그 압박을 받고 있는 곳을 찾아 고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 그런 물리적인 원인을 모를 경우라도 몸의 자세를 바르게 하면 얼마쯤 아픔을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긴, 신경이 어디서 압박되고 있느냐를 좀처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규명하기 위해 가능한 한 손을 쓰고, 모를 때는 모르는 대로 대처해야지요. 삭히고 따뜻하게 하고, 자세에 조심하고 근육도 강하게 하는 등으로 아픔을 되도록 가볍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아픔이란 중요한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것을 무시하고 진통제만으로 무턱대고 아픔을 가시게 하려는 것은 찬성할 수 없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픔
- 아픔 가운데는 정말 참지 못할 만큼 심한 경우가 있겠지요?
그래요. 그 가장 심한 것이 암으로 말미암은 아픔입니다. 이것은 암이 신경에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데 정말 아파요. 그리고 신경 자체가 병에 걸려 있는 경우, 이를테면 삼차 신경퉁은 얼굴이 몹시 아픈 병인데, 이런 때는 그 신경이 아픔을 전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법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요. 이 방법은 신경을 파괴하는 약이나, 알콜 따위를 넣어서 신경을 파괴해서 아픔을 멎게 하는 것이지요. 암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지요.
- 무엇이 원인인지 생각해도 분명치 않은 통증도 흔히 있지요. 그런데, 진통제를 쓰는 것은 어떨까요?
역시 아플 때는 진통제를 쓰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겠지만 우리 의사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같은 종류의 진통제를 장기간 연속적으로 복용하는 것만은 피해주십사 하는겁니다.
- 고질적인 두통을 앓는 여성이 진통제를 계속 먹고 있는 수가 많은데 그런 여자는 일찍 늙는다고 하더군요.
그것은 당연하겠지요. 약을 연거푸 들고 있으면 위장장애가 일어나기 때문에 소화흡수가 충분치 못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노화도 빨리 올겁니다.
- 그러나 어딘가에 아픔을 느꼈을 때는 우선 아픔부터 멈추게 싶은 것이 인간의 상정이 아니겠어요?
글쎄올시다. 그러나 지금은 연구가 날로 진보돼서 아픔을 일으키거나, 혹은 멎게 하는 몸 속의 장치나 물질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몸안의 아픔을 멈추는 물질이나 장치를 잘만 이용할 수 있다면 멀지 않아 인류는 안전하게, 장해도 없이 아픔에서 해방되는 날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별 수가 없으므로 아픔과 진통제를 잘 이해하시고 제한된 기간 동안 제한된 약을 쓰시도록 명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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