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목 충웅
신라천현립 성인병센터 부인과 부장
부정출혈을 일으키는 조건
- 월경과는 관계없는 시기에 출혈이 있기라도 하면 무척 걱정되기 마련입니다. 월경 이외의 출혈은 모두 이상에 속하겠지요?
보통의 월경, 이것은 물론 정상출혈이지만, 월경과 월경의 중간에 있는 배란기에 난포호르몬이 일단 줄어들고 황체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할 때 사람에 따라서는 극히 소량의 출혈이 일어나는 수가 있습니다. 또한 본격적인 월경이 시작되기 이전에 역시 극히 적은 양이지만 출혈을 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 정도까지는 정상출혈의 범주에 든다고 해도 좋겠지요.
- 그것 말고 또 다른 출혈이 있으면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좋겠군요. 단지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월경불순 환자도 비교적 많다고 생각되는데요.
월경이란 것은 보통 28일 주기로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그 정도의 사람이 비교적 많다, 혹은 여러 사람의 평균치를 내 보면 그 정도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22--23일, 또는 35일이 넘는 주기를 가진 사람도 많으나 그 나름대로 주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또한 양도 적당하고 통증이나 빈혈이 거의 없으며 일상의 행동이 보통과 같다면 정상으로 보아도 좋습니다.
- 양이 적당하지 않은지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좋을까요?
좀처럼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할 수도 없는 터이므로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상식적으로 말하면 내프킨 2장을 겹쳐서 사용해도 곧 젖어버린다든지, 덩어리가 많이 나오는 경우는 양이 정상보다 많다고 해야 할 것이고 자궁근종 등의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심한 통증이나 설사 등이 동반될 때는 자궁내막증이 아닌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면 문제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월경과 월경의 중간기에 빈혈검사를 받아 보고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정상이라는 것이 더욱 더 확실합니다.
- 부정출혈이 일어나는 것은 몸이 어떤 상태가 되었을 때입니까?
대체로 출혈이란 것은 점막이나 모세혈관이 찢어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암이라든지 폴리프 등 특별출혈을 일으키기 쉬운 질병이 없어도 점막이 약하든지 어떤 원인으로 심하게 충혈이 되었든지 하면 출혈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출혈하기 쉬운 상태 몇가지를 살펴 보기로 합시다. 우선 월경 개시전이 문제가 되겠습니다. 월경이 시작되기 직전이라는 것은 자궁이 가장 심하게 충혈되어 점막이 부드러워져 있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점막이 얇아져 터지기 쉬운 곳, 예컨대 진무른 곳이라도 있으면 평소에는 출혈하지 않다가도 출혈을 일으키기 쉬운 것입니다. 미란성출혈이 늘 일어날 때는 동결요법이나 고주파응고법등을 써서 통원치료로 고칠수 있습니다.
다음은 임신 초기. 이 경우는 월경이 시작되기 직전과 비슷한 상태이거나 오히려 그때보다 약간 더 심한 상태가 되어 있으므로 출혈을 일으킬 조건은 갖추어져 있습니다.
세번째는 골반이 충혈되었을 때. 하루 중 가장 피곤해져 있을 때라든지, 화장실에서 배에 힘을 주거나 할 때, 버스여행 등을 하느라고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바람에 하복부가 충혈되었을 때도 출혈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또한 성교시에도 그 자극으로 점막에 상처를 입어 출혈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 밖에 세균성감염에 의한 염증이 있으면 점막도 약해지고 충혈이 되기도하므로 특히 출혈하기 쉽습니다. 이상이 일반적으로 출혈하기 쉬운 상태입니다.
- 그러나 이처럼 출혈하기 쉬운 상태이더라도 누구든지, 또 언제든지 출혈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 상태가 다른 사람보다 심하다든지, 2개 이상의 조건이 겹쳤다든지, 혹은 그 밖에 병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보통 출혈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출혈이란 것은 어떤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요.
갱년기 탓으로 돌리지 말고 검사를 받도록
- 병적인 출혈로서는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임신중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시기로 나누어 생각해 봅시다.
임신중일 때, 특히 임신초기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출혈은 유산입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좀처럼 멈추기 어려운 출혈입니다. 그리고 흔치는 않지만 태아의 이상으로 일어나는 포상기태, 이것은 유산과 같은 출혈이지만 상당히 많은 출혈을 합니다. 그 밖에 보통 상태에서도 일어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미란이나 폴리프가 있으면 임신중에는 더욱더 출혈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임신중에는 대부분의 부인들이 정기검진을 받고 의사의 지시를 받고 있을 터이므로 그렇게 염려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유산과 같은 것은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수가 있습니다. 어제 검사해 보니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오늘은 괜찮겠지 하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곧바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임신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출혈인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호르몬의 이상에 의한 출혈이 있습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의 젊은이들, 혹은 갱년기 전후의 장년층인 경우 난소의 움직임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월경의 변화가 순조롭게 일어나지 않고 주기가 흐트러지거나 출혈이 오래 지속되는 수가 있습니다. 빈혈이라든지, 나른하다든지, 늘 출혈을 하고 있다는 등 건강에 지장이 있을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겠지만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면 너무 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좋겠지요.
폐경 후의 출혈, 이것도 여러 종류가 있으나 어쨌든 월경이 다 끝난 다음에 출혈을 한다는 것은 분명히 이상증상입니다. 양의 다소를 불문하고 의사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갱년기에 다다른 사람의 경우 어떤 증상이 있든 갱년기 탓으로 돌려 버리고 의사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갱년기 이후의 사람이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 암 등 악성 질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멋대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진찰을 받아 보아야 합니다.
폐경 후 일어나는 양성출혈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노인성질염이라 하여 점막이 지나치게 쭈그러들어 출혈을 일으키는 병이 있는데 일찍 치료하면 호르몬 주사 한 대만으로 거뜬해집니다.
- 자궁근종도 흔한 병입니까?
근종은 극히 적은 것까지 얘기한다면, 네 사람에 한 사람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그 가운데 어떤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는 근종을 가진 사람 열 사람에 한 사람, 또는 스무 사람에 한 사람 정도로 아주 적은 편입니다. 그 밖에 대다수는 평생 근종을 가지고 있어도 해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근종은 그것이 생긴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집니다. 자궁의 표면과 가까운 부위에 생긴 근종은 상당히 커질 때까지 자각증상이 별로 없고 출혈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방광이 압박을 받게 됨에 따라 오줌이 조금씩 자주 나온다든지 허리가 아프다는 등 오히려 다른 증상이 나타남으로써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궁 안쪽 부근에 생긴 근종, 이것은 별로 크지 않아도 그 위의 점막이 땅기기 때문에 상처가 나기 쉬울 뿐 아니라 낫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월경의 양이 무척 많아지고 또 출혈이 오래 계속됩니다. 그 때문에 1회의 월경으로 출혈한 양을 다음달 월경 때까지 보충하지 못해 점점 빈혈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건강상 분명히 해로운 것이므로 수술로 치료해야 합니다.
- 이상이 일어난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군요.
그렇습니다. 근종 이외의 출혈을 보면 자궁의 입구 부분(경부)과 안쪽(체부)의 출혈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입구 부분에서의 출혈은 대개 이 부분의 점막에 어떤 상처가 생겨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폴리프가 있습니다. 이것은 점막에 생기는 혹입니다. 그 혹 자체가 대단한 병은 아닙니다만 수술로 혹을 제거해도 반년이나 1년만 지나면 같은 상태가 다시 되풀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몹시 불안한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무제한 생기는 것은 아니고 몇 차례 제거하면 생기지 않게 되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도려낸 폴리프를 현미경으로 검사를 해보고 다른 병이 없는지 확인해 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미란에 의한 출혈도 있습니다. 미란은 질병의 범주에까지는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경관의 원주상피가 외자궁입구 바깥쪽, 원래대로라면 편평상피가 있는 부분까지 튀어나온 상태를 말합니다. 이와 같이 되어 있으면 세균의 영향을 받거나 성교 등으로 상처를 입기 쉬워서 쉽사리 출혈을 일으킵니다. 또한 이와 같은 미란에 염증이 겹쳐 오래 계속되면 점막이 점점 딱딱해지고 약해져서 출혈을 일으키기 쉬워집니다. 그러나 미란 자체는 원래 대단한 병이 아니므로 출혈이 있었다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미란으로 인한 출혈이냐, 보다 나쁜 질병에 의한 출혈이냐는 진찰을 해보아야 알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찰을 받을 필요는 있겠지요. 자궁 안쪽에서의 출혈은 상처 이외에 임신과 관련된 것, 예컨대 자신도 모르게 유산한 다음 남은 찌꺼기라든지,호르몬의 이상에 의한 내막증식증등이 원인이 되겠지요. 피임링이 몸에 맞지 않아서 출혈을 일으키거나 월경의 양이 불어날 때에는 빼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양과 빛깔이 반드시 병상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 별로 걱정없는 출혈도 많은 것 같습니다만, 긴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는 어떤 때입니까?
임신과 관련된 유산이나 포상기태는 물론이겠고, 임신 이외의 경우로는 암이 있겠지요. 자궁암에는 입구에 생기는 경부암과 깊숙한 안쪽에 생기는 체암이 있는데, 체암은 특히 폐경 후에 많은 질병입니다. 경부암도 나이를 먹으면 자궁 입구의 바로 안쪽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 젊은이들의 암보다도 알아내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단지 암의 경우 극히 초기에는 출혈이 없으므로 암진단은 출혈과는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출혈량이 많고 적음은 암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습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출혈량이 적어도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요. 출혈의 양이나 빛깔이 질환의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씩 밖에 출혈을 하지 않거나 어느 정도 커져도 전혀 출혈이 없는 암도 있습니다. 그러나 암은 아니라도 출혈을 일으키는 상처가 있으면 일찌감치 검사를 받는 편이 환자 스스로도 안심할 수 있고 병을 치료하기도 쉽지요. 어쨌든 진찰을 받음으로써 자궁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먼저 의사를 찾아가야겠지요. 그리고 출혈시에 통증이나 가려움증이 있거나 냉(대하)이 불어나는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기 전에 어떤 점을 스스로 확인해 두어야 할까요?
부인과 의사가 가장 알고 싶은 정보는 가장 최근의 월경이 언제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현미경으로 자궁의 내막조직을 검사하는 경우에, 그 조직의 구조가 월경이 시작된 날로부터 10일째에 정상이었다 하더라도 20일째에도 그것과 같은 모양이라면, 이것은 호르몬이상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많은데, 그래 가지고는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밖에 양의 다소, 통증의 유무, 최근 호르몬제를 사용한 적이 있는가의 여부 등도 대단히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증상이 언제쯤부터 일어났는지,어떤 때 출혈하기 쉬운지, 젊은 여성이라면 가장 최근의 임신을 언제 했었는지 등 자궁의 변화에 관한 정보를 분명하게 설명해 주면 진찰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도 쉬워집니다.
그리고 혈액의 빛깔 문제인데, 빛깔은 출혈의 양이나 출혈하고 나서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시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화합니다. 핑크, 빨강, 갈색 등으로 나오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그 빛깔과 질병이 중하냐 경하냐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빛깔에는 구애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부정출혈이 있었다고 해서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병이 있는 경우는 별로 흔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일만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건강 정보/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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