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야 정언
동경대학 의학부 교수
대하의 원인이 되는 질병
- 부인과를 찾는 환자 가운데 냉 즉 대하가 있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이것은 어떤 증세입니까?
한마디로 냉이라고 하지만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양이 불어났다든지 색깔이 비친다는 호소와, 젊은 여성들에게 흔한 것으로는 냄새가 난다는 것이지요. 또한 냉이 많아서 국부가 가렵다는 사람, 혹은 오줌을 눌 때 쓰리거나 아프다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년 이후가 되면 암과 연관시켜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 냉이 많아졌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꼭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것입니까?
냉이 생리적인 것인가 이상인가를 스스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것 같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겠지요. 물론 개중에는 생리적인 냉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모두가 병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판단은 의사에게 맡겨야겠지요.
생리적인 대하란 자궁점막, 자궁경관, 질 등에서 분비되는 것인데, 특히 자궁경관이란 부분은 난소호르몬과 반응하여 냉을 많이 분비하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월경과 월경의 중간기인 배란기에는 냉이 상당히 불어나는 것이 예사입니다. 이것은 무색투명하고 비교적 물기가 많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생리적인 것도 많습니다.
- 그럼 병적인 냉의 원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크게 나누어 다섯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습나다. 우선 칸디다, 트리코모나스 등의 병원체에 의한 냉이 있지요. 칸디다라는 것은 곰팡이의 일종인데 이것이 번식하여 질염을 일으키고 그 때문에 냉이 불어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트리코모나스라는 것은 원충류인데, 이것은 편모를 가지고 있어서 혼자서 움직입니다. 이것이 질 속에서 움직여 염증을 일으킵니다.
다음은 성병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요즈음은 이것이 줄어들었으나 아직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임질균에 의한 질염은 냉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대장균이라든지 포도상구균이란 이른바 잡균에 의한 냉이 있습니다. 이런 균들은 어느 부위에나 흔히 있기 마련인데 평소에는 별탈을 일으키지 않다가도 어떤 경우에는 병을 일으킵니다.
네번째 원인으로는 피임기구나 피임약제 등 기계적, 화학적 자극에 의한 질염입니다. 또한 월경 때 탐폰 등을 사용하다 그 일부가 질내에 남아서 질염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화학적 기계적 자극에 의하여 질염이 일어나고 그것이 냉의 원인이 됩니다.
끝으로 자궁암이나 외음부암이란 악성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대하입니다.
이처럼 냉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설프게 판단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연령층에 따라 갖가지 이상이
- 냉이 생기기 쉬운 연령이 있습니까?
있지요. 여성의 일생을 난소의 활동에 따라 구별해 보면 우선 소녀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난소가 아직 활동하지 않고 있는 시기이지요. 다음은 난소가 활동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그 다음이 성숙기. 이 시기는 난소가 제대로 활동해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갱년기는 난소의 작용이 점점 없어져 가는 시기이고, 노년기는 난소가 전혀 활동하지 않는 시기. 각각의 시기에 따라 냉의 종류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소녀기는 노년기와는 의미가 다릅니다만, 역시 난소의 활동이 없는 시기이고 질의 저항력(자정작용)이 약해서 약한 병원체에 의해서도 감염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감염의 가능성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는 난소가 활동하기 시작하여 난소호르몬이 생리적으로 불어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호르몬의 자극으로 생리적인 대하도 불어나는데, 그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성숙기에는 출산과 관련하여 질이나 성기가 여러 가지 자극을 받아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더러워지기 쉬운 시기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항하는 저항력도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상당히 강력한 병원체가 아니면 감염을 일으킬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트리코모나스나 칸디다와 같은 것이라든지 임질균 같은 것이 침입해야 감염이 됩니다.
갱년기나 노년기가 되면 감염의 기회는 별로 없다고 하겠으나 질내의 저항력은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트리코모나스, 칸디다는 물론 그 밖에 전 같으면 병을 일으키지도 못하던 약한 잡균에 의한 질염도 꽤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때문에 이 시기의 냉에 대해서는 노인성질염이라는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암으로 인한 질염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 성숙기가 저항력이 강한 시기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뜻합니까?
성숙기에는 난소호르몬이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즉 난소호르몬이 질 점막에 작용하여 글리코겐이란 물질을 많이 만들어내고, 이 글리코겐을 이용하여 평소에는 질 속에 숨어 있는 질한균이라는 균이 불어나고, 이 균이 글리코겐을 젖산으로 바꿉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 속은 이 젖산에 의하여 항상 산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병원체는 알칼리성 환경속에서 불어나고 산성의 환경은 싫어합니다. 따라서 산성이 유지되고 있는 한 질의 저항력은 강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소 호르몬이 적으면 산성도가 낮아져서 저항력이 떨어지고 병적인 냉이 불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원인에 맞는 대책을
- 냉의 상태를 보고 병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예컨대 토리코모나스가 원인인 경우 냉이 노랗고 물기가 많이 섞여 있습니다. 또한 양도 많고 쓰리거나 아픈 느낌도 꽤 강합니다. 이에 대해 칸디다로 인한 냉은 양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빛깔은 하얗고 국부에 달라붙는 특징이 있으며 달라붙은 부위가 몹시 가렵습니다. 다만 양쪽에 함께 감염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증상만 가지고는 분명히 구별할 수 없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러나 달리 증상은 없고 단지 냉이 많다는 정도일 때는 맨 처음 이야기한 생리적 냉이 아닌지, 중년이 되어 냉에 희미하게나마 피가 섞여 있다면 암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자신의 느낌으로 어느 정도 원인을 추정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월경 때 탐폰을 쓰는 사춘기 아이들이 냉이 많다고 하는 경우 그것은 탐폰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자극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혹은 그보다 좀더 나이가 어린 아이들의 경우라면 국부를 손으로 만지작거려서 그것이 자극이 되어 일어나는 질염도 있으므로, 아이들의 경우는 이런 버릇에도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원인이 밝혀지면 치료는 간단한 것이겠지요?
10년 전쯤까지만 해도 트리코모나스나 칸디다는 치료하기가 무척 까다로왔습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양쪽 모두 치료하기가 퍽 쉬워졌습니다. 직접 질 속에 넣는 좌약과 경구약을 사용하면 보통의 경우 1주일쯤이면 병원체가 검출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일정 기간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치료된 듯해도 재발의 예방을 위해 2주일 정도는 약을 쓰는 편이 좋겠지요.
2주일 이상 사용해도 낫지 않을 때는 다른 원인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냉의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고 복합감염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악성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점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도 있겠지요.
냉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원인에 맞는 대책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속히 부인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 후 1주일이나 2주일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는 복합감염이나 악성질환도 의심해 보고 원인을 찾아내어 고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치료하기도 쉽지만 재발하기도 쉬우므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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