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간 일신
순천당대학 의학부 객원교수
걱정 없는 기침, 이비인후과 영역의 기침
- 기침이라 하면, 헛기침으로부터 곁에서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심한 기침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 원인도 가지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마는, 끈질기게 계속되는 기침은 역시 걱정거리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기침을 자주 한다고 해서 무슨 질병이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단한 병은 없는데도 가래가 끓거나 기침을 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이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기침과 어떤 원인이 있어서 치료를 해야 할 기침을 구별하는 것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물론 병이 우려되어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든지 검사를 받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입니다. 무슨 질병이든지 일찍 발견하면 그만큼 치료도 빨라지고, 어느 정도 이상으로 진척되면 만성화해서 고치기가 힘들게 되니까요.
그러나 반대로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그 때문에 이른바 심인성 기침이라는 것이 생길 염려가 있습니다. 기침은 보통 가래를 뱉어 내기 위해 나오는 법인데, 이 경우는 가래도 끓지 않는데 기침을 하는 일이 곧잘 있습니다.
- 공연히 가래가 자주 끓거나 기침을 자주 하는 현상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거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만, 우선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감기 끝에 계속 기침이 나고 가래가 끓어 고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상부기도와 기관, 또는 그 끝의 기관지에 생긴 염증이 가라앉은 다음 기관지 내부를 축축하게 적셔주는 점액을 내는 점액선이 과민해져서 좀처럼 회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과잉 분비물이 계속 나와 가래가 끓고 기침이 나오는 것입니다. 검사를 해 보아도 뚜렷한 질병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 기침이 버릇처럼 나오는 사람도 있지요?
특히 나이 많은 분에게 많은데, 검사를 해보아도 이상이 없어요. 그런 사람은 증기 흡입을 하거나 시판하는 사탕 같은 것을 빨아먹고 있으면 가라앉는 수가 있습니다. 기침이 나오지 않을까, 혹은 여기서는 기침을 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오히려 목안이 간질간질해져서 기침이 나오는 경우는 음악회장 같은 데서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기침, 그리고 오히려 걱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기침이 꽤 있는 모양이지요?
그렇습니다. 기침이 나온다고 하면 금방 폐의 질병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지만, 폐의 말초 영역에 있는 경우에는 신경 반사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기침이 나지 않습니다. 폐에 바늘이 찔려도 기침이 나지 않고 결핵이나 암의 조그마한 병소가 있다 하더라도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관이나 기관이 갈라지는곳, 혹은 그 위의 인두, 후두에 염증이 있을 때 기침이 나기 쉽습니다. 목감기 같은 병에 걸렸을 때는 기침이 심하게 나지요. 그러니까 기침이 난다고 해서 금방 폐의 질병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비인후과 영역의 만성 인두염, 만성 후두염을 먼저 체크해야 합니다.
- 기침을 오래 하면 내과로 갈 생각을 하기 쉬운데, 그전에 이비인후과를 먼저 찾아가 보라는 말씀이군요.
네. 그것은 조금만 주의해 보면 어느 정도 구별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목구멍이 답답하다든지 목이 쉬었다든지 하여 기침이 나는 것은 목 근처에 원인이 있는 것이지요. 기침이 나는 소리를 잘 들어 보아도 목에서 나는 기침 소리와 깊은 곳으로부터 가래가 올라와 그것을 토해 내려 하는 기침 소리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래와 곧잘 혼동되는 것으로서 코가 있습니다. 자고 있는 동안에 코가 목으로 내려오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만성 비염이나 만성 부비강염 같은 상기도의 원인입니다. 가래가 나온다고 호소해 오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실은 코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주의해서 관찰하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기침이 자꾸 나온다고 호소해오는 사람들을 진찰해 보면 담배가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기침과 가래가 어느 정도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하루 10개비 이내라면 그다지 대단한 증상은 없겠으나, 20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이라면 기침과 가래가 당연히 나올 것입니다. 감기가 든 뒤 도무지 기침과 가래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해 오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면 담배를 끊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먼저 담배를 끊고 나서 어느 정도로 기침과 가래가 줄어드는지 살펴봅시다" 하고 나는 말합니다. 그래도 그치지 않으면 다른 데에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또 본인이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감기에 걸리고 나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 이전 부터 증세가 있었을 것입니다. 또 감기 전후의 상태가 다른지 어떤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도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기침이 낮에만 나느냐, 아니면 기침 때문에 밤에 자다가 깨느냐 또는 아침 일찍 기침이 나느냐, 기침이 깊은 곳에서 나느냐 아니면 목에서 나느냐, 기침에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를 알아 보아야지요.
- 그러나 담배를 좀처럼 끊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그렇지요. 하지만 기침의 원인인 담배를 끊지 않으면서 기침을 억제하는 약을 내 놓으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기침의 상태로 병을 판단
- 기침은 밤이나 아침녘에 많이 나는 것 같은데요.
그것은 병에 따라 다릅니다.
천식의 경우는 한밤중이나 이른 아침에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중증이 되면 하루 종일 납니다만, 1년 내내 기침이 난다는 통년성 천식의 경우도 역시 기침이 많이 나는 것은 밤중이나 이른 아침입니다. 노인은 감기가 계기가 되어 천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감기가 도무지 낫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일이 많은데, 기침이 한밤중이나 새벽에 나는 경우, 천식 치료를 하면 금방 낫습니다. 천식 하면 얼핏 골골, 씩씩 하는 매우 강렬한 발작을 생각하기 쉬우나, 가벼운 경우에는 단순히 기침만 한다거나 가래만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 때에는 감기 치료만 해 가지고는 낫지 않습니다.
또 아침에 일어난 다음 기침과 가래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자는 동안에 괴어 있던 가래가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지요. 이 경우에는 기관지확장이라든지 만성기관지염, 폐화농증 같은 질병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잠들기가 무섭게 나오는 기침인데 이것은 폐의 울혈이나 고혈압, 심장의 약화 같은 것이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때는 동시에 숨이 가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전 내내 씩씩, 골골 하며 계속해서 가래가 나오다가, 오후가 되면 비교적 가벼워지는 병도 있습니다. 이것은 미만성세기관지염입니다. 또 허파에 암 등의 종양이 생겨 기침을 일으키기 쉬운 부위가 기계적인 자극을 받고 있는 경우에는 언제나 가래가 나오지 않는 매우 심한 기침의 발작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질환을 감별할 때는, 가래가 없는 마른 기침이냐, 아니면 가래가 많이 나오는 기침이냐 하는 것이 하나의 단서가 됩니다.
- 가래가 나오는 기침이 기침만 나오는 경우보다 병으로서는 더 걱정이 되는 경우가 아닙니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지금 말씀드린 것과 같이 암 같은 종양도 가래가 없이 자극성 기침을 일으킵니다. 폐병에 걸렸을 때뿐 아니라, 임파절이 부어도 그렇고, 흉부에 동맥류가 있어도 그렇습니다. 요는 기침을 유발하기 쉬운 곳에 무엇이건 생겨서 자극을 하면, 상당히 강한 기침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한 덩어리가 아니더라도 폐섬유증이라는 난치병에 걸리면 몸의 위치를 바꿀 때나 침대에서 일어날 때에도 마른 기침이 중요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가래가 없는 기침이라고 해서 꼭 가벼운 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감기가 들었을 때에도 처음에는 주로 기침만 나오고, 점차 세균 감염이 생겨 가래가 갑자기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점차 가래가 더러워지고, 열이 납니다. 이것은 세균 감염의 진행을 나타내는 것이며, 기관지염이나 기관지폐염이 발생했음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 기침의 원인은 호흡기 질환만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질병 이외에도 기침의 원인은 많습니다. 자극성 가스를 마시면 기침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그 일례입니다.
기침의 억제보다는 그 원인 제거를
- 아까도 말씀하신 것처럼, 담배를 끊는 등 기침이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것 같습니다만.
기본적인 예비 지식으로서 중요한 것은, 기침은 일반적으로 말해 신체의 자연스러운 방어반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턱대고 기침을 억제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어떤 종류의 것이든 이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그것을 내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침은 먼지 등 더러운 이물질을 들여 마셨을 때, 우리 몸이 그것을 대단한 기세로 뿜어내는 것으로 우리 신체가 지닌 여러 가지 기계적인 방어반응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입니다. 소중한 폐를 지키기 위한 반사운동이지요. 그러므로, 기침이 나면 무턱대고 억제할 것이 아니라 먼저 기침의 원인을 제거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침은 무척 격렬한 운동이어서 체력을 소모시킵니다. 기침을 할 때 복근을 사용하기 때문에, 노화현상으로 뼈가 약해진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의 경우에도 늑골에 금이가는 일이 있을 정도입니다. 어린이는 기침이 계속되면 토하기도 하지요. 노인의 경우는 더합니다. 기침을 계속하게 되면 지치게 마련이고, 숨도 가빠지고 식욕도 없어지며 온몸이 나른해집니다. 이처럼 기침의 폐해가 이익보다 클 때에는 진해제를 사용하여 기침을 약간 누그려뜨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강력한 진해제를 쓰면 배가 팽팽해지기도 하고 변비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일찍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끊거나 줄이고, 동시에 감염이 있으면 감염을 치료해야 합니다.
-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중에 많은 것 같습니다만, 기침이 난다고 시판되는 기침약을 노상 빨아먹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트로치 같은 것 말이지요? 그런 약은 인두와 후두의 염증, 만성 인두염, 후두염 등으로 인한 기침을 방지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예전부터 곧잘 행해지고 있는 증기 흡입과 양치질은 부작용도 없고 효과가 꽤 있습니다. 목에 원인이 있는 기침이라면 즉시 진해제를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 것도 좋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증기 흡입은 요즈음은 별로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으나, 목에 염증이 생겼을 때나 목이 쉬었을 때 사용하면 대다히 효과가 좋습니다.
체력 소모가 덜 되도록 기침을 요령있게
- 나이가 많은 사람들 중에는 젊었을 때 폐결핵에 걸렸던 사람이 꽤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런 경우, 역시 기침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일도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1940년대에 젋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 중에는 결핵을 앓은 사람이 많고, 폐에 그 자국이 남아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로해지거나 신체의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 옛날에 앓은 결핵이 다시 도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 있을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기침과 결핵은 그렇게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독하게 기침을 한다고 해서 꼭 결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심한 기침과 가래가 나오는 것은 상당히 광범한 활동성 결핵인 경우뿐입니다. 결핵은 오히려 별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병입니다. 그래서 2차대전 후 건강진단이 급속히 보급된 것입니다.
- 그렇다면 기침을 증상으로 하는 여러 가지 병 중에서 가장 조심을 해야 할 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노인이라면 암연령이므로 암 같은 병이 되겠지요. 그리고 가래가 나오는 만성기관지염이나 천식도 들 수 있겠군요.
- 암의 경우, 기침만이 증상으로서 먼저 나타나는 일도 있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기관지의 표면에 종양이 부풀어 올라 이물질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기침의 원인이 됩니다. 거기에서 더 진행되어 그 주변에 궤양과 염증이 생기면 그 반응으로서 가래와 혈담이 나오지요. 이런 순서이므로 가래가 먼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감염증의 경우, 기침은 가래라는 이물질을 몸 밖으로 몰아내기 위한 반사작용이지요. 폐 내부의 깊은 곳으로부터 폐문근처까지 내보내진 가래를 밀어내는 것이 기침입니다.
- 기침이란 폐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반응이니까 무턱되고 억제하면 안되다고 하셨는데, 끊임없이 기침이 계속되다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요령있게 기침을 하는 일도 중요하겠군요.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만, 기침을 할 기력이 없어진 노인이나 중증의 환자는 폐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또 복부나 가슴을 수술한 자국 등은 기침을 할 때 울려서 아프기 때문에 환자들은 기침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면 폐염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한 다음날 당장 기침을 하게 합니다. 가래가 폐 안에 괴어 있지 않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침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해서 합병증을 막는거지요.
체력 소모가 적은 효과적인 기침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겠지요. 가래를 한번 내보내는 데 다섯 번 기침을 하는 것보다는 한번의 기침으로 뱉어내는 것이 좋을테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래가 나오기 쉬운 자세, 예를 들면 다소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를 취한다든지, 무릎을 약간 굽힌다든지, 배의 근육을 이완시켜 횡경막의 움직임을 좋게 해준다든지 또는 옆을 보고 눕는다든지, 머리를 약간 숙인다든지 하는 것도 좋겠지요. 그리고 실내의 습도를 약간 높게 하여 수분을 충븐히 취하게 하는(몸이 탈수상태가 되면 가래가 굳어져 나오기가 힘드니까) 것도 주위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할 일입니다. 아까 말한 증기흡입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건강 정보/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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