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전 아준
황구대학 의학부 교수
겉보기에 변화는 없다
- 안저출혈이란 무엇이며,또 그것이 어떤병과 관련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실제로는 눈의 내부에 출혈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글자 그대로 눈의 바닥에서 출혈이 일어나는데, 가장 많은 것은 안구의 제일 안쪽에 있는 망막이라고 부르는, 빛을 느끼는 아주 엷은 막 안에서 일어나는 출혈이지요. 망막은 해부학적으로는 뇌의 일부로 생각해도 좋은 부위로서 뇌로 가는 혈관에서 가지쳐 나온 혈관을 통해 혈액의 공급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그 혈관이 터져서 피가 나오는 것이지요.
- 핏발선 눈이라고 해서 곧잘 눈알의 횐자가 발갛게 충혈되는 수가 있지요. 그런것도 안저출혈입니까?
아니지요. 전혀 다릅니다. 횐자가 발갛게 보이는 것은 안구의 맨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공막과 그 위에 덮인 결막과의 사이에서 출혈했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흔적도 없이 낫게 되고 장해도 남지 않으므로 보기보다는 걱정할 것이 못되지요. 안저출혈의 경우는 눈이 발개진다든지 하는 외견상의 변화는 없습니다.
-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요?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처럼 바깥 세상의 물체상이 비치는 곳이지요. 거기에 출혈이 있게 되므로 당연히 물건을 보는 데에 장애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자각증상으로 우선 시야의 장애가 생기지요. 우리가 물체를 보고 있을때, 그 보이는 범위를 시야라고 합니다마는 그 시야의 일부에 보이지 않는 곳이 생깁니다. 그리고 망막에 피가 널리 달라붙는 출혈이 아니라, 초자체 눈알 내부의 큰 공간에 들어 있는 반유동체 ( 편집자주) 속에 점점이 튀겨진 출혈인 경우에는 눈앞을 모기 같은 것이 얼핏얼핏 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이것을 비문증이라고 합니다.
- 시력도 떨어지나요?
안저의 옆쪽에서 출혈했을 때는 그다지 떨어지지 않지만, 제일 감도가 좋은 황반부 중심와(시야의 중심) 근처에서 조금이라도 출혈이 있으면 급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집니다. 출혈부위에 따라 시력이 떨어지는 정도가 달라요.
- 출혈량과도 관련이 있읍니까?
몸의 어느 부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출혈의 양이 적으면 깨끗이 빠져서 흔적도 없이 낫지요. 그러나 어느 정도 양이 많아지면 비문증의 원인이 되는 혼탁이 눈 안에 남기도 하고, 망막 자체에도 변화가 일어나서 잘 보이질 않게 돼요. 다시 초자체의 안에서 출혈이 된 경우에는 거기에 세게 당겨서 오그라진 것 같은 새로운 조직이 생겨나면서 망막박리라는 치료하기가 고약한 병이 일어나는 수가 있읍니다. 또 병의 종류에 따라서는 출혈과 합병증이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수도 있지요.
- 진단은 곧 내려질 수 있나요?
네. 검안경으로 검사해서 어디서 출혈이 되고 있는지, 또 그 출혈의 바탕인 망막혈관에 생긴 변화의 종류와 정도도 알 수 있지요. 만일 눈 안이 피로 가득차 있어서 그 변화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반대쪽의 정상적인 눈을 참고로 해서 상정할 수도 있습니다. 또 출혈의 원인의 하나로 신경의 병이 있는데, 그런 때는 시신경의 머리 부분인 시신경유두를 살펴서 거기에 변화가 있는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안압을 재는 일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이런 출혈이 일어나는 경우, 눈 속은 심한 울혈상태가 되고 눈알의 내압이 무척 올라가서 안구가 딱딱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다지 흔치는 않지만 고약한 합병증으로 녹내장에 걸리는 수가 있어요.
그 밖에 형광 안저 조영검사라고 해서 플루오레세인이라는 일종의 조영제(형광색소)를 주사하고는 눈밑을 살피는 검사를 하면 검안경으로는 잡히지 않는 변화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나 고협압도 원인
- 어떤 병이 안저출혈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까?
흔히 눈은 건강의 창문이라고 하는데 전신병에서 오는 수가 많습니다. 출혈의 원인을 몇 개 들어 보지요. 우선 망막의 혈액순환 장애가 있어요. 혈액이 정상적으로 흘러 주면 좋겠는데, 혈관이 막히거나 혹은 강한 압력으로 밀려서 흐르거나 해서 출혈이 일어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망막에 와 있는 정맥이 막힌 경우입니다. 그러면 강한 울혈상태가 되고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되지요. 이것은 동맥경화나 고혈압인 사람에게 많은 증상입니다.
그리고 정맥의 염증이 도져서 일어나는 출혈이라든가 망막혈관 자체의 장애로 빚어지는 출혈도 있지요. 이것에도 동맥경화나 고혈압이 관련되는데,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당뇨병이 있어요.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으면 온몸의 혈관이 몹시 상하게 마련인데 망막의 혈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옛날에는 안저출혈은 결핵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돼 있었으나, 요사이는 당뇨병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대단히 많아져서 일본만 하더라도 십만 명 이상이 안저출혈에 시달리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읍니다. 이 밖에, 백혈병이라든가 빈혈 등 혈액 자체의 병, 교통사고나 눈을 세게 맞아서 생긴 외상, 혹은 눈안의 종양, 신장병, 임신중독 따위도 안저출혈의 원인이 됩니다.
- 전신병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경우는 우선 그 방부터 치료해야 되겠군요.
그렇지요. 전신병을 고치지 않으면 아무리 눈의 치료를 해도 출혈이 그치지 않을 뿐 아니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안저출혈이 일어나면,우선 원인이 되고 있는 병의 치료에 힘쓰면서 동시에 병행해서 지혈제나 출혈의 흡수를 촉진하는 약물을 씁니다.
그리고 요즈음 부쩍 성행하게 된 수술로 망막광응고요법이라는 것이 있지요. 강한 광선으로 혈관의 상처 부위를 지져 태우는 치료법이지요. 출혈의 재발을 예방하고 눈 안의 출혈에 뒤따르는 부종과 순환장애를 빨리 없애려는 것이지요. 이것은 원래 망막박리의 치료법으로 개발된 치료법인데 그것을 차츰 여러 병의 치료에 응용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원인요법이 아니라 일시적인 치료법이라는 것을 알아 두십시요. 그리고 망막박리나 녹내장 등 합병증이 있으면 그에 대한 치료도 필요하지요.
심신의 안정과 금주, 금연
- 안저출혈은 방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원인이 되는 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중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의 경우는 날마다 식사, 운동 ,약의 복용을 의사의 지시대로 조절하고, 고혈압의 경우는 혈압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것이 안저출혈의 예방도 됩니다. 다시 당뇨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혈당치가 내려갔을 때나 거꾸로 무척 올라갔을 때, 또는 감기에 걸리거나 설사를 했을 때에 안저출혈이 일어나기 쉬우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요. 초기에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으니까 내버려 두는 사람이 많지만 심해지고 난 뒤에는 이미 손쓸 길이 없어집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의 관리가 대단히 중요하지요.
- 만일 안저출혈이 시작되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몸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흔히 안저출혈이 일어난 듯하다고 병원에 달려오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의학적으로 별로 좋은 일이 못돼요. 출혈이 있게 되면 얼마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그러는 것이 출혈의 재발을 예방하고 출혈의 흡수를 잘하기 위해서도 좋아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누워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삼 사일간만 누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진찰을 받으러 와도 늦지 않습니다.
- 안정이라는 것은 반듯이 누워서 꼼짝 않고 있는 것을 말하나요?
방금 출혈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두 세시간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 이후에는 의자에 앉는 등 상반신을 일으킨 자세로 안정을 취해 주세요. 왜냐하면 위를 보고 누워 있으면 물체를 보는 데에 제일 중요한 중심부가 맨밑이 되므로 거기에 피가 괴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시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요. 따라서 반나절쯤 지나면 식사나 화장실에는 가도 괜찮습니다.
일반적인 주의사항으로는 금주, 금연을 권합니다. 혈관의 병에는 술과 담배가 좋지 않아요. 목욕은 미지근한 물에 짧은 시간 들어가는 것이라면 출혈 당일은 제쳐 놓고 이 삼일째부터는 해도 좋겠지요. 그리고 정신적인 안정도 대단히 중요해요. 늘 걱정에 시달리는 사람은 상태가 악화되기 일쑤지요.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아들의 대학입시로 속을 끓였더니 안저출혈이 일어났는데 합격하자 출혈이 멎더라는 애기도 있읍니다. 주위의 사람들도 신경을 써서 불안의 씨나 지글지글 속을 끓이는 일이 없도록 해주어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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