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도 장
순천당대학 의학부 교수
정상적인 시야의 넓이
- 시야란 물체가 보인다거나 안 보인다는 시력과는 다른 것이지요?
시력이란 얼마만큼 자디잔 것이 보이느냐는 것이고, 시야란 눈을 움직이지 않고 보이는 범위지요. 그 밖에 예를 들자면 자디잔 신문의 활자 따위는 조금만 눈을 돌려도 몰라 보게 되지요. 그 자디잔 것이 보이는 범위를 시야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 우리는 흔히 보이는 범위 안에서는 어디든지 똑같이 보이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데도 있으며, 빛깔 따위는 어떤 범위 바깥에서는 구별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빨간 빛깔이 꺼무스름하게 보이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모르는 것뿐이지요.
우리는 보통 좌우 두개의 눈으로 물체를 보고 있습니다마는 정상적인 경우, 오른쪽 눈으로 오른편을 100도, 즉 정면에서 시선을 두고 팔을 바로 옆보다 조금 뒤로 올렸을 때 오른손 끝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곁눈질을 하면 150도가량까지는 보이지요. 그리고 코쪽, 즉 왼쪽은 60도 가량 보입니다. 왼쪽 눈은 그 반대이며, 중앙의 범위는 좌우 양눈이 함께 보고 있는 셈이지요. 다시 위쪽은 60도, 아래쪽은 70도, 이것이 정상적인 시야입니다.
그리고 맹점이라는 것이 있지요. 눈에서 뇌쪽으로 신경이 뻗는 곳에 시신경유두가 있는데 거기는 빛을 느끼지 않게 돼 있어요. 거기에 대응되는 곳이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지요. 이것을 발견자의 이름을 붙여서 '마리오트의 맹점' 이라고 부르는데, 자기의 시야 가운데에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보통 모르고 있지요.
- 맹점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인가요?
물론 누구에게나 있지요. 한쪽 눈을 감고 한 손가락 끝을 보고 있으면서 거기에 다른 손가락 끝을 가져 가면 어떤 곳에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누구든 해보면 알 수 있어요.
- 좌우 어느 쪽이든 그런가요?
네. 주시점의 조금 바깥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두 눈을 뜨고 물체를 보고 있으니까 두 눈이 서로 보완하기 때문에 맹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요.
그리고 왜 눈의 안쪽이 보이는 범위가 좁으냐 하면 얼굴의 생김새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코가 가로막아서 제한을 하고, 위쪽으로는 눈썹과 이마가 방해를 하고 있지요. 그래서 서구인은 코가 높은 만큼 시야가 좁은 셈입니다. 우리의 시야는 바깥쪽에서 아래쪽에 걸쳐서는 보다 넓지요.
- 시야가 넓거나 좁은 것과 시력이 좋거나 나쁜 것에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군요.
그렇지요.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은 시력이 나바지는 것에 비해 훨씬 빈도가 낮은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일이 이따금 있읍니다. 그러나 여러가지병의 전조나 초기증상으로서 시야가 좁아지는 수가 흔하기 때문에 역시 정상적인 시야의 범위를 각자가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안과의의 진찰을 받으십시오.
시야가 좁아지는 병
- 어떤 일로 시야에 이상이 생기는 것입니까?
시야의 이상은 그런데에 신경을 안 쓰면 모르는 경우와, 갑자기 보이지 않는 곳이 생겨서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읍니다. 그리고 이것은 눈이나 뇌의 병이 원인이지요. 시야의 검사는 뇌신경 진단의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그러면 시야가 변하는 병 가운데서 빈도가 높은 것을 몇몇 들어 볼까요? 우선 망막박리라고 하는 망막이 떨어져 나가는 병이 있지요. 이 경우는 시야의 일부가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눈 안에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역시 별안간 시야의 일부가 가려지지요. 이것이 안저출혈인데 급작스레 검은 것이 보이면서 시야가 좁아지게 됩니다. 또 서서히 오랫동안, 몇 십년에 걸쳐서 시야가 차츰차츰 침범당하는 병으로 망막색소변성과 만성 녹내장이 있어요. 이것은 처음에는 시야가 조금 좁아지지만 내버려 두면 점점 그 범위가 넓어져서 나중에는 시력도 약해지고 결국에는 실명하는 병입니다.
그리고 물체를 보는 데 아주 중요한 주시점 근처에 병이 있게 되면 주시점에 보이지 않는 곳이 생기거나, 또는 그곳의 빛깔이 변해서 보이는 일도 있지요. 중심성 망막염의 경우 이런 일이 생깁니다. 이 밖에도 시야의 변화를 일으키는 병이 많이 있지요.
- 처음에 말씀이 계셨던 망막박리의 경우,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망막은 안구벽의 제일 안쪽을 둘러 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그 안쪽에는 걸쭉한 젤리와 같은 초자체가 차 있지요. 망막에 찢어진 구멍이 생긴다든가, 아니면 안구의 중앙을 향해 땅기는 것이 있으면 망막이 벗겨지게 됩니다. 그러면 흔히 마치 막이 쳐진 것 같다고 하소연하게 되며 바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망막의 위쪽이 벗겨지면 아래쪽에서 검은 것이 시야를 가려 오므로 거기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경우는 그런 일이 비교적 급작스레 일어나기 때문에 깨닫기가 쉽지만, 한쪽 눈의 시야만이 변화하므로 때로는 깨닫지 못하는 수도 있지요. 이병은 되도록 빨리 수술을 해서 떨어져 나간 망막을 안구벽에 붙에 주면 구할 이상이 낫지요. 그러나 벗겨진 망막을 얼마 동안 그래도 내버려 두면 벗겨진 데가 오그라져서 병인 낫더라도 기능은 원상회복이 되질 않습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시야가 좁아졌다고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긴급을 요하는 일이지요.
이상을 빨리 알아내려면
-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시야가 좁아지는 것도 무섭군요.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 병 가운데 제일 흔한 것이 망막색소변성인데, 이것은 유전병으로서 고약한 난치병이지요. 어릴 적부터 야맹증이 있어 어두워지기만 하면 곧잘 시궁창에 빠지곤 하는데 국민학교 때까지는 시야가 그다지 많이 침범당하지 않지요. 그러는 중에 보려는 곳과 그 주변의 중간쯤에 둥근 바퀴모양, 즉 도너츠형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기고 그것이 복판과 바깥쪽으로 점점 퍼져 갑니다. 오십세나 육십세가 될 무렵에는 마치 갈대 줄기의 구멍으로 세상을 내다보듯이 시야가 좁아지고 마침내 실명하지요. 또 시력이 먼저 침범당하는 수도 있어요. 이 병은 좋은 치료법이 없어서 난치병으로 꼽히지만 진행이 대단히 완만해서 육십세쯤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또 하나 녹내장이란 병이 있지요. 녹내장은 크게 나누어서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하룻밤 사이에 시력이 나빠져서 눈동자가 커지고 눈앞이 희미해지며 아프지요. 내버려 두면 소경이 되는 이른바 발작성 녹내장입니다. 또 하나는 눈의 내압이 차츰차츰 높아지면서 눈이 딱딱해지고 신경을 압박해서 그 때문에 신경이 차츰 죽어 가는 것으로서 몹시 느리게 진행되는 녹내장이지요. 후자의 경우, 처음에는 마리오트의 맹점 둘레에 보이지 않는 곳이 생기는데, 다시 코의 옆과 아래쪽에 시야가 점점 가려지다가 나중에는 아주 좁은 시야밖에 남지 않게 되고 마침내는 실명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녹내장은 시야가 아주 좁아졌을 때, 알아채기만 하면 치료로써 그 상태에 머물게 할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조기진단이 아주 중요한데, 유감스럽게도 이렇다 할 분명한 다른 자각증상이 뒤따르지 않는 탓으로 뒤늦게 손을 쓰는 수가 많습니다.
- 시야에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를 간단하게 아는 방법은 없을까요?
두눈이 서로 보완하기 때문에 좀처럼 변화를 깨닫기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아침에 세수를 할 때라도 눈을 한쪽씩 감고 보이는 범위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이때 바로 옆쪽이 보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정면을 향했을 때 코끝이 보인다는 것도 중요해요. 다시 상하의 범위를 확인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어느 날 아침 어쩐지 코끝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채게 되지요. 남과 서로 마주 서서 상대의 시야와 비교하며 자기의 시야를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이상이 생기더라도 시기를 잃지 않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 꼭 알아 두어야 할 자기진단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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