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 관
일본대학 의학부 교수
뜻밖의 곳에 원인이
- 누구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식생활을 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먹는 즐거움, 맛의 즐거움을 잃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지요?
네. 그렇습니다. 몰아서 그저 맛을 모른다고 합니다만 전혀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다 하면 미각이 약간 둔해진 정도의 사람도 있고, 단맛이나 짠맛 같은 특별한 맛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것도 먹고 있지 않으면서도 입안이 짜다고 혹은 쓰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조금도 맛을 느낄 수가 없게 되면 스스로도 알아차리겠지만, 그저 둔해진 정도라면 자기가 만든 음식의 맛이 이상하다는 지적을 받고서야 비로소 깨닫는 경우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가정주부가 남편과 아이들한데서 요즘 간을 잘 못 맞춘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아온 일이 있고, 주방장이 손님에게 지적을 받고 깜짝 놀라서 찾아온 일도 있습니다.
- 이 맛을 모르는 상태는 치료가 됩니까?
전부 다 치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이 치유됩니다. 왜 그러냐하면, 전에는 도무지 원인을 규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쪽에서도 난처해서 '기분 탓'이라는 말을 곧잘 했었습니다만 최근에 와서 원인을 좀 알게 되었으므로 대책도 세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음식물의 맛이라는 것은 혀뿐만 아니라 시각과 향기, 씹히는 정도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성립되는 것이므로 원인을 규명하기도 어렵겠군요.
그렇습니다. 미각은 맛 그 자체뿐만 아니라, 말씀하신 대로 종합적인 감각입니다. 그 밖에 식욕의 유무, 마음에 걸리는 일이 유무 등 음식물을 먹을 때의 정신상태도 영향을 미칩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게 마련이라 우리는 그 원인을 캐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혀와 입안에 병이 있으면 맛이 이상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겁니다. 그리고 감기나 위턱의 염증, 여러 가지 약의 부작용 때문에 맛을 모르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또 당뇨병이라든지 신장질환 혹은 음식물의 맛을 뇌에 전달하는 신경계의 장해, 이런 것들이 있으면 당연히 입맛이 변합니다. 그리고 심인성 반응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음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많았으나, 현재는 극히 일부에 국한시키고 있습니다. 그 밖에 후각이 나빠져 있는 것을 본인은 맛을 모른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것은 특발성으로서 언뜻 보기에는 혀에 아무런 이상도 없고 원인다운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 반드시 혀 그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군요.
우리는 혀 위에 빨갛게 오톨도톨 돋은 것, 이것을 유두(용상유두, 엽상유도, 유곽유두)라고 부릅니다. 그 속에 미뢰하고 해서 꽃봉우리처럼 생긴 것이 있는데, 그것으로 맛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 미뢰는 혀의 유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턱 안쪽 깊은 곳에도 있고, 또 볼 내부의 점막, 목구멍 속 같은 데에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위에 맛을 내는 물질이 와 닿으면 여덟 가닥으로 된 신경이 그것을 뇌로 전달합니다. 맛이라는 것은 몸을 유지해 가는데 중요한 것이므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여덟 가닥의 신경 중 한두 가닥쯤 끊어져도 별불편이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미뢰 역시 뜨거운 것을 먹다 데거나 해도 신경만 건재하면 10일쯤 후에 재상됩니다.
- 약의 부작용이 원인이 된느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어떤 종류의 약입니까?
의외로 많은 것이 혈압강하제, 그중에서도 이노작용으로 혈압을 낮추는 약입니다. 그리고, 아스피린 같은 해열진통제, 간장을 치료하기 위한 해독제, 심장이나 갑상선 치료제, 위장병 치료약 같은 약을 복용해도 그런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어느 경우나 장기간 복용할 때 많습니다.
- 전신의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어떤 병이 많습니까?
미각이 이상해졌다고 하면 의사도 위장을 조사하는 일이 많으나, 실제로는 간장병, 당노병 그리고 네프로제 같은 콩팝의 병이 많습니다. 그것도 질병 그 자체보다도 오히려 복용하고 있는 약과 관계가 깊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고혈압 및 동맥경화, 부신과 갑상선의 활동이 시원치 않게 되는 내분비 질환 등도 원인이 됩니다. 감기가 들면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일시적으로 입맛이 이상해지는 일이 있지요. 그러나 감시가 계기가 되어 감기가 나은 후에도 후각과 미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다음으로는 신경에 장해가 일어난 경우인데, 그중에는 중이염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의외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맛의 신경은 귓속을 통과하기 때문에 만성 진주종성중이염 같은 것이 발생하면 미각에 이상을 가져오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안면신경마비가 있는데, 이 병에 걸렸을 때 역시 얼굴에는 안면신경과 함께 미각신경이 뻗어 있으므로 미각장해를 일으키는 일이 있습니다. 또 뇌속을 미각신경이 달리고 있는데 그 중간에 뇌종양이 생기거나 하면 역시 이상이 옵니다. 이때는 한쪽 또는 한 부분만 그런 경우가 있으므로 검사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압도적으로 많다는 특발성 미각이상에 대해 알고 싶은데요.
특발성이란 확실한 원인을 알수 없다는 뜻입니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간에 그 태반은 몸 안에서 아연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최근의 연구로 알아냈습니다.
더욱이, 이미 말씀드린 여러 가지 원인, 예를 들면 간장의 병 때문에 미각 장해가 일어나는 경우, 간장을 앓은 사람 모두에게 미각장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도 아연결핍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만 미각장해가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혈청 중의 아연 함유량을 조사해 보면, 입안의질병만이 원인이 되어 미각장해가 일어난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에는 그중의 70% 가까이가 역시 아연 농도의 저하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아연은 몸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합니까? 그리고 어째서 그 함유량이 줄어들까요?
최근에 밝혀진 것인데, 아연이라는 물질은 동물의 성장에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뼈의 발육에 중요합니다. 살갖과 머리털, 생식기의 발육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연은 신체내의 신진대사가 활발한 부위에 특히 많습니다. 따라서 혀의 미뢰 같은 것도 10일쯤 지나면 새 것으로 바뀔 정도로 신진대사가 활발하므로 아연이 많은 부위입니다.
- 그렇다면 아연 결핍은 미각의 이상만이 아니라 다른 장해도 일으키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아연이 감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알아야겠는데, 역시 편식을 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질병 때문에, 음식물에 들어 있는 아연을 흡수하는 장의 작용이 둔화된 경우 또는 네프로제를 앓기 때문에 소변을 통해 아연이 계속 배설되어 버리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악에 의한 미각장해도 약이 아연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식품 첨가물 가운데도 식품 속의 아연을 빼앗아 가는 것이 있으므로, 가공식품만 먹는 것도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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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 미각이상과 혈청 중의 아연농도
(저하 경계 정상)
특발성 22 10 9
약의 부작용 5 4 6
전신의 질병 8 3 2
구강 안의 질병 5 5 5
아연을 보충하고 침이 잘 나오게 해야
- 원인만 밝혀지면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요. 맨 먼저, 원인이 되고 있는 질병을 치료해야 합니다. 따라서 병이 발견되면 우리는 각 전문과로 환자를 옮겨서 그것을 치료합니다. 이때 곤란한 것은 예를 들면 고혈압 같은 경우,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그것 때문에 미각장해가 일어난다 해도 약의 복용을 중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는, 혈압을 낮추는 약은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아연과 관계가 없는 약으로 바꾸게 하거나, 그래도 별도리가 없는 경우라면 아연을 복용시킵니다.
- 아연 그 자체를 말입니까?
네, 황산아연을 복용시켜 보충합니다.
- 그렇게 하면 입맛이 살아납니까?
특별성인 경우, 25명의 환자 가운데서 완전히 나은 사람이 13명, 상당히 효과를 본 사람이 5명, 꽤 효과가 있었다는 사람이 3명, 전혀 효험이 없었다는 사람이 4명이 있었습니다. 장해가 일어나자마자 즉시 치료를 시작한 사람은 쉽게 고쳐지는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몇 년이 지난 경우에는 좀처럼 효과가 없습니다.
- 실제로 어떤 환자들이 있습니까?
우리 병원 미각 외래를 찾아온 환자 가운데는 맛을 모르겠다, 혀가 아프다, 머리카락이 끊어진다 등의 증상으로 5년간이나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갖가지 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낫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환자의 혀를 보니, 혀는 벌겋고 평평하게 되어 있었고, 진무른 곳도 있었습니다. 확대해서 보니 유도도 건조해서 납작해져 있었고, 혈관도 매우 성겨서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사진1) 그 환자가 반년 동안 황산아연을 복용한 결과 사진2와 같이 되었습니다. 침도 많이 나오게 되고 미각도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 침도 문제가 됩니까?
음식물은 미뢰에 도달할 때까지 물이나 기름에 녹아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침이 잘 나오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자면 침이 잘 나오게 하는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 미각 외래란 말이 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신설된 분야인 모양이지요?
그렇습니다. 미각 치료 같은 것은 아직 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아직 전문의료기관이 적습니다.
우리 대학에서는 2개 부속병원에 전문 외래를 두고 진료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연간 100명 가양의 새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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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 아연을 많이 함유한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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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혹사하지 말고 소중하게
- 미각을 언제까지나 잃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의 건강관리가 중요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원인이 될 만한 갖가지 병을 예방도 하고 치료도 하면서 식생활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혀라는 것도 오랜 세월 사용하는 동안에 아무래도 둔해지게 마련입니다.
여기에 그 실례가 있습니다. 사진 3은 20세 여성의 혀입니다. 혈관도 깨끗하고 용상유두도 물고기의 알처럼 깨끗하지요. 그런데 사진 4에 보이는 61세 남성의 혀는 오래 된 양배추 껍질처럼 딱딱해져 있습니다. 이 사람은 술을 좋아하고 게다가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합니다. 사진 5는 22세 된 젊은 사람의 혀인데 이 사람 역시 독한 술 같은 자극성이 있는 음식을 즐깁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 많은 사람과 똑같은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이쯤 되면, 맛을 제대로 알기 어려워질 것은 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혀를 혹사하지 말고 소중히 하여, 먹는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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