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 화
병송의과대학 학장
쉽사리 알아볼 수 없는 혈뇨도 있다.
- 평소와는 달리 혈뇨가 나오면 금방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어떻습니까?
그렇다고 하고 싶습니다만, 오줌 속에 혈액이 어느 정도 섞여 있으면 붉게 보이는가 하는 점이 문제이지요. 혈뇨라고 해도 새빨간 오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섞인 피가 아주 적으면 육안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습니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조사해 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지요. 우리들은 이것 역시 혈뇨라고 부릅니다. 1L의 오줌 가운데 1cc나 2cc의 혈액이 섞여 있으면 붉은 빛을 띠어 풋나기도 알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보다 가벼운 정도의 혈뇨가 훨씬 많습니다. 이 점이 혈뇨를 지나쳐 버리기 쉬운 이유의 하나이겠지요.
그런데 자신의 오줌이 빛깔을 약간 띠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내과에 가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과로 가야 할까요? 조금이라도 의학의 지식이 있는 사람은 비뇨기과로 가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이 점차 불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의학적 지식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부랴부랴 내과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내과에서 수진해도 비뇨기계의 질병이 있는 것 같으면 비뇨기과를 소개해 줄 것이고 비뇨기과에서도 내과의사의 견해를 들을 필요가 있을테니까요.
- 그렇다면 혈뇨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 수없이 많은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실은 아주 건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세히 조사해 보면 오줌에 적혈구가 섞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세밀하게 조사해봐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오줌은 신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신장에는 대동맥에서 나온 혈관이 들어와 있고 그 혈관이 좁아져 있으므로 운반되어 온 혈액이 여과되어 몸에 불필요하게 된 물질이 포함된 액체가 생깁니다. 이것이 오줌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액체는 요관을 통하여 방광에 모이고 요도를 통하여 밖으로 나갑니다. 그러면 혈뇨 속의 적혈구는 어디서 나오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 신장에서 출구까지의 사이이면 어디서든 나올 수 있습니다. 신장 속의 혈관이 찢어져도 혈뇨가 나오고 신우에 병이 생겨도, 또 방광이나 요도에 병이 있어도 오줌이 붉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신장에도, 신우에도, 방광에도, 요관에도 모두 혈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혈관이 찢어졌기 때문에 피가 오줌 속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 어느 경우에나 똑같은 빛깔의 오줌이 나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역시 다소의 차이는 있습니다. 때로는 오줌의 빛깔을 보고 어디서 피가 나오고 있는지 대강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얼핏 보아도 새빨가서, 혈액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 때는 출구에 가까운 부분, 즉 요도의 아래쪽 부분에서 피가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피빛이 옅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신장처럼 위쪽에 있는 기관에서 나온 피의 경우는 보다 윗부분에서 오줌과 함께 섞인 상태로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밖으로 나올 때는 약간 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온 것은 중간 정도의 빛깔을 띠는 수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오줌의 빛깔은 혈뇨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알아내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혈관이 찢어지면 혈뇨가 나온다.
-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 신장이나 방광 등의 혈관이 찢어집니까?
찢어지는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외상입니다. 피부를 칼 따위로 자르면 혈관이 찢어져 피가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장이든 요관이든 직접 잘리지 않아도 몸을 무엇에 쾅하고 부딪친다거나 나무 위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치거나 하면 혈관이 찢어져 출혈을 일으키고 그것이 오줌 속에 섞여서 체외로 나오는 것입니다.
둘째는 염증입니다. 요컨대 이것은 혈관의 벽에 있는 작은 구멍이 커진 상태입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적혈구가 혈관 속에서 밖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염증이 있으면 혈관벽의 구멍이 커져서 밖으로 나와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도 어디에서든 일어납니다. 예컨대 신장에서 일어나면 신장염이라 하고 방광에서 일어나면 방광염, 요도에서 일어나면 요도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결핵도 일종의 염증이므로 결핵에 걸렸을 때도 오줌 속에 적혈구가 섞여 나옵니다.
세째는 암입니다. 암이 혈관의 벽을 파괴하기 때문에 혈관 속에서 혈액이 나와 오줌 속에 섞어나오는 것입니다. 이것도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주된 원인입니다.
- 혈뇨가 대단한 중병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도 좋겠군요.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고 봅니다. 육안으로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붉은 피가 나온다면, 역시 큰 병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원인으로는 어떤 병이 많습니까?
어린이들에게는 신장염, 방광염, 그리고 어린이 특유의 신장암이 있습니다. 어른의 신장염에서는 새빨간 혈뇨가 보이는 일은 좀처럼 없으나 어린이가 신장염에 걸린 경우는 종종 오줌이 새빨갛게 되기 때문에 약간 놀라게 됩니다. 이것은 수술을 해야 할 병은 아니지만 그리로 세균이 들어가거나 하면 방광염을 일으킬 위험이 많습니다. 어른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병이 있습니다. 첫째는 결석입니다. 결석은 신장에서도, 요관에서도, 방광에서도 일어나는데 그 돌이 혈관의 벽을 상하게 하여 혈뇨가 나오게 됩니다. 결석이 있을 때에는 통증이 나타나므로, 통증이 있고 혈뇨가 나오는 경우는 우선 결석이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방광염, 신장의 결핵이나 암, 그 밖에 상처가 있으면 혈뇨가 나타납니다. 결핵은 혈뇨의 원인으로서 옛날에는 많았으나 지금은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있는 것은 사실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암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되도록 일찍 발견하여 빨리 수술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신장은 두 개가 있으므로 한쪽에 암이 생겼을 경우 그것을 제거해 버리면 됩니다. 그 밖에 방광이나 전립선의 암도 있습니다. 또 하나 노인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남성 특유의 전립선비대증이란 병입니다. 이것 또한 혈뇨를 곧잘 일으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면 역시 암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게 되며 의사도 물론 암이 아닌가 확인하려고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 무시무시한 애기군요.
역시 혈뇨는 중대한 증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혈뇨가 나오거든 내버려두지 말고 꼭 정밀한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드립니다.
갑자기 오줌색이 달라지면
- 혈뇨는 반드시 어떤 질환과 관계가 있는 것이로군요.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렇게 말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습니다. 방금 말했듯이 어떤 병이 있지 않나 하고 조사를 해보아도 그것이 무슨 병인지 알아낼 수 없으면서도 혈뇨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는 특발성신장출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특발성이란 그 원인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즉 그 피가 신장에서 나온다는 것은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으나 신장염도 아니고, 결석도 아니고, 암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것도 최근에는 좋은 치료법이 개발되었으므로 옛날처럼 치료가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역시 성가신 병 중의 하나지요.
- 오줌에 빛깔이 있어도 혈뇨가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까?
오줌이 붉어지는 것은 적혈구가 섞일 때뿐만은 아닙니다. 다른 원인으로 붉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때로는 이것을 혈뇨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특히 하제등을 복용하면 오줌이 붉어지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복용한 약을 조사해 보면 금방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혈뇨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는 혈색소뇨라는 것이 있습니다. 혈색소란 적혈구 속에 있는 붉은 색소를 가리키는데, 이 색소가 오줌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짜 혈뇨와 비교하면 투명하다고 할 정도로 깨끗한 빛깔입니다. 또한 포르피린뇨라는 매우 희귀한 병도 있습니다. 일종의 선천적인 대사이상이라고 하는데, 체질적인 질환이 원인이 되어 오줌이 특유한 빛깔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추운 계절에 오줌을 눈 다음, 그것을 수세식 변기로 흘려보내지 않고 변기에 받아서 그대로 놓아 두면 잠시 후 밝은 침전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오줌이 따뜻한 동안에는 오줌 속에 녹아 있던 요산이 차가와지면서 붃은 빛을띤 다갈색의 결정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도 오줌이 붉어졌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요색은 건강의 척도
- 육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혈뇨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자신의 요색을 매일 관찰해 두는 것도 질병을 일찌감치 찾아내는 데 중요한 일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매일 같은 빛깔이라면 대개의 경우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때든 평소와는 몹시 다르게 변했다면 이것은 중대한 증상입니다. 그 때문에 평소의 오줌빛깔을 관찰해 두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변기에 담겨 있는 오줌을 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겠군요.옛부터 쓰던 방법으로 컵에 오줌을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약간 빛깔이 이상할때에는 컵을 2, 3개 준비하여 처음 나올 때의 오줌과 잠시 후에 나온 오줌을 나누어서 받아 봅니다. 2개로 나누든 3개로 나누든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해보고 모두가 같은 빛깔이면 신장 등의 훨씬 위쪽에서 피가 나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처음에는 별로 빛깔이 없다가 점점 붉은 빛이 짙어지는 경우는 전립선이나 방광의 출구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렇다면 유리와 같이 무색투명한 그릇에 담아 보고 스스로 빛깔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까요?
네. 그 방법으로 꽤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으므로 예전부터 무척 많이 써 온 검사법입니다. 매일 이렇게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역시 오줌은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으므로 평소부터 면밀히 관찰하는 습관을 몸에 붙이기 바랍니다.
건강 정보/증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