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전
국립대장병원 원장
변의 상태를 관찰한다
- 설사는 많든 적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간단히 말해서 어떤 것이라고 보면 좋을까요?
설사를 한마디로 말하면 수분이 몹시 많은 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흙탕물 같은 것에서부터 완전히 물 같은 것까지 각양각색입니다.
- 설사라는 상태는 어째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설사는 평범한 증상의 하나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일어나는 메카니즘은 파악하기 어려워서 자세한 것은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적으로는 크게 나누어 다음과 같은 상태가 얽혀서 설사가 된다고 우리들은 믿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장관에서의 수분 흡수가 장해를 받는 경우이고, 다음은 그 반대로 장점막에서 장액의 분비가 많아지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변에 수분이 매우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에 덧붙여 장의 운동이 활발해져서 장의 내용물이 굳어질 틈도 없이 일찌김치 밀려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결과 대량의 수분과 함께 몸 속의 전해질도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이다.
- 전해질이란 어떤 것입니까?
우리들의 몸 속에는 나트륨이라든지, 칼륨 등 생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물질이있는데, 이것을 전해질이라고 합니다. 이 전해질과 수분이 없어지게 되면 우리들의 몸은 녹초가 되어 몹시 위험한 상태에 빠지는 수도 있습니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의 경우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 설사가 났을 때 그것이 염려해야 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는 기준이 있읍니까?
있지요. 그것은 설사가 났을 때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요. 우서 자기가 무엇을 먹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찬 것을 너무 많이 먹거나 마시지 않았는지, 오래 된 기름을 사용한 튀김류를 먹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짐작이 가는 데가 없고, 설사증상만 나타났으나 반나절쯤 가만히 있었더니 진정되는 듯하면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설사에 수반되는 어떤 증상이 있는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열이 난다든지 배가 심하게 아프다든지, 구토나 구역질이 나는가 등에 유의해야지요. 드물긴 합니다만 발진이 생기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수반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설사로 나온 변을 자기 눈으로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 속에 혈액이나 점액이 섞여 있지 않은가를 잘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것들은 의사가 진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정보로 이용됩니다.
- 특히 짐작할 만한 원인도 없는데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요?
그것을 설사증이라고 하지요. 그런 타입의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개중에는 신경성인 것도 꽤 많지요. 실제로는 나쁜 것을 먹지 않았는데 신경작용에 의하여 장의 운동이 활발해져 변이 굳어지기도 전에 나와 버립니다. 즉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신경성의 것을 포함하여 설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설사가 어떤 원인으로 일어나는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임상적으로 우리 의사들은 설사를 비감염성 설사와 감염성 설사, 그리고 그 밖의 설사 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비감염성 설사로는 우선 단순성 설사를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쁜 것(섞어 먹는 것이 나쁜 것, 몸에 맞지 않는 것)을 먹거나, 찬 것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맥주를 지나치게 마시거나 한 것이 원인이 됩니다. 물놀이가 지나쳤다든지, 찬데서 잤다든지, 혹은 피로해서 몸이 약해졌다든지 했을 때도 일어납니다. 단순성 설사는 이처럼 단순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이 앞에서 말한 신경성 설사, 이것은 성격적인 요소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정신적 갈등이 있고, 무엇인지 마음을 조리게 하는 일이 있다든지, 시험을 치르기 전이라든지, 대인관계나 사업에 불쾌한 일이 있다든지 여러 가지 원인이 되어, 그것이 장의 운동을 높여서 설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스트레스 요인이 많은 도시인들 가운데 흔한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알레르기성 설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음식물과 체질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은 먹지말아야 합니다. 이상의설사는 동반증상이 적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원래 무슨 질환을 가진 사람이 그 증상의 하나로서 설사를 계속하는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췌장이나 간장, 담낭 등이 나쁠 때, 소화액의 움직임이 나쁘기 때문에 소화불량으로 설사를 하게 됩니다. 또 화학물질에 의한 설사도 있지요. 이것은 여간해서는 없는 일이지만, 유독한 화학물질을 먹어 버렸거나, 독성이 있는 어패류나 버섯류와 접촉했을 때에도 설사를 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독소가 몸 속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설사 이외에 심한 두통, 구역질, 마비, 발열, 복통 등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감염성 설사
- 감염성 설사란 어떤 것입니까?
여러 가지 세균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 감염성 설사입니다. 이것은 갖가지 증상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집단적으로 발병하는 수도 있으므로 곧잘 신문기사 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살모넬라균이란 것도 이런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의 하나입니다. 이 세균은 고기나 유제품에 많이 기생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장염 비브리오. 아시는 바와 같이 콜레라균은 비브리오균인데, 장염 비브리오균은 그 형제쯤 되는 균으로 재미있는 균입니다. 염분이 없으면 자라지 못하지요. 따라서 해산물에 붙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열을 가하면 곧 죽어버리고 물로 잘 씻으면 떨어져 버립니다. 이것은 여름에 많고 심한 상복부 통증이나 열을 수반합니다. 그 다음은 병원성 대장균. 대장균이라고 하면 보통 뱃속에 한 종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실은 몇 십 종류나 됩니다. 설명이 좀 어렵긴 하지만 입으로 들어가면 장염을 일으키는 것도있다는 점을 알아 두십시오. 이 균은 어린이들에게도 많습니다.
포도상구균도 설사의 원인이 되는 균입니다. 이것은 어디든지 있습니다. 번식을 할 때에는 독소를 만들어 내는데 그 독소에 접하면 중독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것이 붙어 있는 음식물을 끓여서 균을 죽일 수는 있으나 그래도 독소는 남아 있게 됩니다. 이 밖에 엔테로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감기 바이러스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봅니다. 이들 감염성 설사는 비감염성 설사와 비교해서 두통, 복통, 발열, 구토 등 수반되는 증상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 밖에 세균교대성 설사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귀에 익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항생물질을 복용하면 몸 안에 늘 있던 세균이 죽는 대신 그 항생물질에 대해 저항성이 매우 강한 포도상구균 등이 불어납니다. 이러한 포도상구균 때문에 일어나는 설사가 세균교대성 설사입니다. 이것은 구토 등 몹시 심한 상태에 이르지만 비교적 열은 높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항생물질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좀 귀한 병명이라고 생각되는데, 비특이성장염으로 인한 설사가 있습니다. 비특이성이란 것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말로서 난치병의 하나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궤양성대장염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질환의 하나인데, 제2차세계대전 이전에는 동양에서는 적었기 때문에 서양의 질환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전후에 동양에서 이 병이 왜 불어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음식이 서양의 패턴에 가까와진 것도 이유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은 대장의 점막에 원인불명의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궤양이나 염증이 있으므로 변속에 반드시 혈액이 섞여 나온다는 점이 주된 증상입니다. 다만 초기의 가벼운 증세라면 혈액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치질이 아닌가 하고 내버려 두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변에 혈액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러한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사제를 복용하기 전에
- 설사를 일으켰을 때 어떤 처치를 하느냐 하는 점이 문제인데, 부랴부랴 가정에 상비해 둔 지사제를 쓰거나 아니면 부근의 약국으로 달려가서 약을 사먹고 설사를 멎게 하는 일이 보통이지요. 이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사가 나면 어떻게든 멎게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저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설사를 했을 때는 먼저 식사내용을 냉정하게 돌이켜보거나 변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첫번째 할 일입니다. 우리 몸 쪽에서 본다면, 설사란 것은 나쁜 것을 먹었을 경우 그것을 빨리 배출해 버리려는 작용인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를 한다고 해서 속히 멈추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당황하지 말고 원인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래도 짐작이 가는 것이 없거나 수반증상이 강하지 않거든 조용히 쉬면서 증세를 관망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설사가 계속되어 몹시 위험한 상태란 어떤 경우를 가리킵니까?
엄밀히 말하면 원인이 되는 질환에 따라 처치가 각각 다르지만 단순히 설사만을 두고 대충 이야기한다면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설사의 양이 많아지면 체내의 수분이나 염분의 양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입이나 피부가 건조해지고 전신의 힘이 빠져서 녹초가 됩니다. 의사 쪽에서 보면 그 분량만큼 정맥점적주사로 보충해 주면 그만이겠지만 가정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옛부터 환자식으로 알려져 있는 죽 등은 수분과 염분이 주종이지요. 처음에 물을 많이 마시면 장을 자극하여 설사를 악화시키므로 시간적 여유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젊은 사람인 경우 반나절이나 하루쯤 상태를 관찰해도 좋겠지만 노인이나 젖먹이, 어린이의 경우는 심장이 약하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저항력을 기른다
-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는 설사를 예방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예컨대 가정에서 식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주의를 하면 좋을까요?
식중독에 의한 설사는 감염성 설사의 하나라고 생각되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각종 세균이 입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만 항상 부엌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지요.
다음에는 음식물을 취급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예컨대 살모넬라균은 열에 약하므로 육류에 대해서는 충분히 열을 가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장염 비브리오균은 염분이 없으면 자라지 못하므로 해산물은 물로 씻으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병원성대장균이라든지 포도상구균과 같은 것은 어디든지 있으므로 이런 균이 번식했을 가능성이 있는 오래 된 식품이나 불결하게 취급된 식품을 들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꼭 말씀해 두고 싶은 것은 냉장고를 과신하지 말라는 점입니다. 어느 가정이든 냉장고가 있어서 음식물을 보존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것은 냉장고에 넣어두었으니까 안심이다"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냉장고의 온도가 섭씨 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균은 조금씩 불어나고있습니다. 더군다나 물건을 꺼내거나 집어넣거나 할 때마다 균은 불어나게 마련입니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이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에 대해 주의할 점입니다.
그 밖에 일상생활에서 유의할 점으로는 몸의 컨디션을 조절한다는 의미에서도 여름에 냉방장치 사용방법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늘해서 기분이 좋다고 생각되어도 인공적인 냉방장치로 말미암아 다리와 허리가 차가와지고 찬데서 자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므로 설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덧붙여 두고 싶은 말은, 아주 평범한 얘기지만, 설사를 해도, 혹은 세균이 체내로 들어와도 이겨낼 수 있도록 평소에 몸에 저항력을 붙여 두라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도 만약 설사를 하게 됐을 때는 식사내용, 수반되는 증상, 변의 상태 등 세 가지를 냉정히 검토해 보고 손을 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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