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미 양헌
삼락병원 명예고문
여러 가지 타입의 변비
- 한마디로 변비라고 하는데 그것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뜻하는 것입니까?
대변의 회수와 양이 적은 것이 변비입니다. 따라서 매일 대변이 나와도 아주 조금밖에 나오지 않으면 이것도 변비입니다. 또한 변비인 경우는 대변이 딱딱해지는데 언제나 딱딱한 것은 아니고 부드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설사를 한다면 그것은 변비라고 할 수 없습니다.
- 그렇다면 흔히들 하루에 한번 변을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좋은가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매일 대변이 나오지 않으면 곤란하다, 오늘은 안 나왔으니 큰일이다 하는 식의 이야기를 줄곧 해왔습니다. 그래서 하룻동안 대변이 나오지 않았기 대문에 변비가 되고 말았다고 생각하기 쉽겠지요. 그러나 하루 걸러 한번, 사흘에 한번이라도 충분한 양이 배설되면 상관없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간격이 더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대변을 보고 싶다는 기분, 즉 변의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우리들은 위가 텅빈시간인 아침에 밥을 먹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것이 자극제가 되어 결장이 큰 운동(대연동)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위결장반사입니다. 그러면 장 속에 괴어 있던 내용물이 곧장 직장까지 이동합니다. 그렇게 되면 직장의 자극으로 대변을 보고 싶다는 감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자극이 뇌에 전해져 변의로 나타나면서 화장실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배변반사가 일어나고 항문이괄약근이 열리면서 대변이 나오는 것입니다.
- 지금 아침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침은 위가 비어 있으므로 위결장반사가 가장 일어나기 쉬운 시간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점심식사 후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녁을 먹은 뒤에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밤중에 변의가 일어난다는 것은 이상상태이며 무슨 질환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 그럼, 변비라는 것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 것입니까?
변비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오래 계속되는 상습변비가 있는가 하면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가벼운 변비도 있습니다.
이것은 일과성단순성변비라고 부르는 것인데 여행중일 때에도 곧잘 일어나지요. 물을 갈아먹었으니까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데 실제로는 먹는 양이 적어졌거나, 여행하느라고 바빴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변의를 억제한 것입니다. 또 화장실이 평소와는 다르거나, 혹은 불결하기 때문에 들어가면 변의가 사라져 버려서 배변을 할 수 없게 돼버린 것이지요. 이처럼 며칠 동안의 변비라면 치료대상이 못됩니다. 우유를 약간 많이 마시면 배변이 가능하게 됩니다.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오래 계속되는 상습변비이지요. 상습변비에는 단순성인 것과 경련성인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성상습변비입니다. 그중에는 결장성인 것과 직장성인 것이 있습니다.
결장성변비란 것은 직장보다 위쪽의 결장에 대변이 모이기 쉽고 대연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직장성인 것은 변이 직장까지는 와 있으므로 평상시 같으면 변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데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변의를 억제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일어나기 쉬운 증세입니다. 이 결장성변비와 직장성변비는 겸해서 나타나기도 하며 결장성변비는 젊은 사람에게 비교적 많고, 직장성변비는 나이를 먹은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지요.
경련성변비는 결장이 경련을 일으키는 바람에 내용물이 앞으로 나가지 않아서 일어나는 변비입니다. 그리고 경련이 좀 진정되면 설사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결장의 운동이 몹시 심해지고 대연동도 활발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결장이 과민한 상태에 있습니다 이것을 과민성결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 화장실에 가기는 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증상은 배가 아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성인 경우는 아프지는 않습니다만 배가 부풀어 오르는 수는 있습니다.
그 밖에 중후성변비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무슨 질환이 있어서 그 때문에 일어나는 변비입니다. 이를테면 장이 유착되어 있다든지, 암과 같은 병이 생겼다든지, 혹은 전신성 질환이 있어서 일어나는 증상입니다.
- 최근에는 젊은 여성에게 변비가 많다고 하던데요.
변비를 호소해 오는 환자들 가운데 20대 여성이 가장 많지요. 여자는 변의가 일어나도 곧바로 화장실로 가지 못할 때가 많고 또 아침에 집안일이 바빠서 변의를 억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나이가 든 사람 중에는 병원에 오는 사람이 드문데, 실제로는 하제를 쓰거나 해서 혼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특히 20대들은 변비 때문에 괴로우면 의사를 찾게 되지만 나이를 먹으면 변비에도 익숙해져서 스스로 처리하게 되는 것이지요.
변의를 억제하지말고 식사에 주의한다
- 변비가 어떤 타입이냐에 따라 치료방법도 다른가요?
다르기 마련입니다.
경련성변비는 어느 정도 중후성변비와 비슷하므로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의사의 진찰과 함께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으나 단순성변비는 스스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단순성변비를 치료하려면 우선 아침밥을 충분히 먹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연동을 일으키기 쉽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침밥을 거르고 직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상습화되면 변의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되도록 일찍 일어나 밥을 먹도록 해야 합니다. 밥을 먹자마자 허둥지둥 집을 나섬으로써 전차나 버스에서 변의를 느껴도 참게 되기 때문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변의를 억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변소에 들어가면 변의가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변비증이 있는 사람 가운데에는 변의가 2, 3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럴 때는 왼쪽 아랫배를 문질러 바깥에서 기계적으로 자극을 줌으로써 변의를 일으키도록 합니다. 변의가 전혀 일어나지 않을 때에는 화장실로 가서 용을 써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그만 변의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오늘 아침에 변의를 참아 버리면 내일 아침이 있을 뿐 기회가 없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또 참아버리면 모레가 되고 결국 변비는 더 오래 계속됩니다. 물론 점심식사 후에도 대연동이 일어나는 사람은 있습니다만. 그러므로 어디서 변의가 일어나든 곧바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 음식물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역시 섬유질이 많은 음식물을 많이 먹어야겠지요. 섬유질이 많으면 결장의 내용물이 많아져 장을 자극함으로써 대변의 배출이 쉬워지는 것입니다. 육류나 계란 등 영양가가 높은 음식물이나 소화가 잘 되는 것만 먹으면 결장의 내용물이 적어지기 때문에 자극도 적어지고 맙니다. 특히 이가 나쁜 사람이나 노인네들은 부드러운 것만 먹기 쉬운데, 이래서는 아무래도 변비가 되고 맙니다. 내용물이 충분치 않으니까요.
다만 경련성인 경우는 이와는 반대로 섬유질이 많은 것을 먹으면 자극이 강해지므로 배가 아파옵니다. 증후성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 우유를 마시면 변비가 없어진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아침에 우유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장내에는 우유 속의 유당을 분해하는 작용을 하는 효소가 있는데, 이것이 적은 사람은 설사를 하기 쉽지요. 우유는 특히 우유를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변비에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시는 양은 어느 정도가 좋으냐 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가 있으므로 조금만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사람도 있고 한 홉이나 두 홉쯤 마셔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밖에 식염수도 위에 자극을 주는데는 좋습니다만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는 해롭습니다.
- 전에는 우유를 마셔서 배변이 잘 되었지만 설사를 심하게 해서 이제 우유라면 지긋지긋하다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효과가 있다는 뜻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가 나는 사람은 양을 줄이면 됩니다.
하제를 상용하면 안된다
- 변비가 있으면 하제를 사용하는 수도 있는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하제가 매우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것이 습관성으로 굳어지면 문제가 됩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다시피 변비의 원인 가운데 하나의 변의의 감퇴인데 하제를 상용하다 보면 하제를 복용해도 직장을 제대로 자극하지 못해 변의가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하제가 없으면 대연동도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요컨대 장이 게으름뱅이가 되어서 무슨 자극이든 강한 자극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제의 복용을 중단할 수 없게 됩니다.
하제를 복용하는 사람, 특히 젊은 사람은 가급적 이것을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하제가 없으면 안될 경우에는 간격을 두고 복용하고 양도 차츰 줄이도록 하십시오. 조금이라도 좋으니 스스로 변의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 하제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평생 하제를 복용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고 맙니다.
하제는 적당량을 복용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제를 복용하고 설사를 하는 것은 복용량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배변은 하루에 한두 번 하는것이 이상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알만 먹고도 설사를 하는 경우라면 이 약은 부적당한 것입니다. 한 알로는 효과가 없고 두 알을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경우도 안됩니다. 양을 조금씩 조절할 수 있는 하제가 적당합니다. 하제 때문에 설사가 계속되면 습관성이 될 뿐만 아니라 하제성대장증후군이라는 증세가 나타납니다. 하제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복용하고 아침밥을 충분히 먹음으로써 그 대연동을 이용, 정상적으로 변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하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연의 사이클로 배변이 되돌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 그림1 : 하제와 배변의 관계
- 노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나이가 지긋하면서도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까?
그런 경우에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생깁니다. 노인은 몸과 정신의 양면에서 영향을 받으니까요. 예컨대 병이 들어 자리에 눕기라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영양이 부족할 뿐만아니라 식욕도 떨어지므로 별로 먹지도 못합니다. 먹지 못하면 변비가 생깁니다.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뇌에도 장애가 일어나기 때문에 변의가 일어나도 의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변비가 생겨 안달을 하거나 불안해하게 됩니다. 혹시 노인에게 치질이라도 있으며 변을 본다는 일 자체가 귀찮아지게 되지요. 이것도 악순환이 됩니다. 이와 같이 두 가지 악순환이 겹쳐서 일어나므로 이런 노인에게 하제를 그만 끊으십시오 하고 말하기란 무척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병환이 없어도 이가 나빠진 상태이므로 부드러운 것을 먹습니다. 따라서 변비가 되기 쉽지요. 이러한 모든 문제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률적으로 하제가 좋지 않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하제를 써서 설사를 일으키게 하면 안됩니다.
- 정말 그렇겠군요. 젊은 사람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하제를 중단하도록 노력해야겠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쭈어 보고 싶은데요. 증후성변비는 어떤 것입니까?
증후성변비인 경우는 앞에서도 말씀드린 대로 경련성변비와 아주 흡사합니다. 배가 아픈 경우가 많고 변이 딱딱하면서 피가 비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하십시오. 검사도 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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