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준행
국가공무원공제호문병원 피부과 부장
통증이나 뻐근함이 발진에 선행한다.
- 생소한 병명입니다만 대상포진이라는 피부병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듯합니다. 이 병은 몸에 띠 모양으로 도톨도톨 돋아나는 병인가요?
처음부터 오톨도톨 돋아는 경우도 있으나, 오히려 신경증상이라고 할까요, 통증이나 뻐근한 느낌, 또는 가려운 느낌가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그리고 나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다음 피부에 도톨도톨 돋아나는 경우가 많은 것같습니다,.
그 통증은 때로는 아주 심해서 발진이 나타나기 전에는 내장의 병이 아닌가 하고 당황하여 내과나 외과로 달려가는 환자도 더러 있습니다. 필자 자신도 이 병에 걸린 적이 있는데, 몹시 아파서 외과에 가 진찰을 받아보았더니 아무 병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상히 여기고 있는데 몸에 도톨도톨 돋아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아, 이것이었구나"하고 알아차렸지요.
또 환자들 중에는 어깨가 뻐근하여 거기에 붙이는 약을 사용했더니 접촉성피부염이 생겼다고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접촉성피부염이 아니고 실은 대상포진의 발진인 경우도 많습니다.
- 통증은 꽤 오래 계속되는지요?
여러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발작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시름시름 오래 계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통증 등 신경증상이 나타나고 발진이 생기기까지 어느 정도 걸리는지요?
신경증상이 나타나고부터 2일에서 1주일쯤, 평균 4일째쯤에 발진이 생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 포진은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요?
먼저 어디에 나타나는가 하는 점인데, 어느 병원에서 뽑은 통계에 의하면 몸통 부분이 약 40%, 어깨에서 팔, 손에 걸쳐서가 약 30%, 얼굴이나 머리가 15% 정도라고 합니다. 즉 상반신이 약 85%를 차지하는 셈이고 따라서 하반신은 15% 정도가 된다는 얘기지요. 또한 몸의 한쪽에 나타나는 것이 하나의 특징입니다. 양쪽에 나타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 그렇다면 아픈 것도 좌우 어느 한쪽만 아픈가요?
그렇습니다. 아픈 것도 대체로 어느 한쪽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다만 배 같은 곳은 어디가 아픈지 모를 정도로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포진이 나나나는 방식을 구체적인 예로 설명하면, 어떤 환자는 허리 부분에서 옆구리를 지나 배꼽 부근까지 몸을 반바퀴 두르는 띠처럼 나타납니다. 그 주위의 피부가 몹시 붉은 빛을 띠고 작은 물집(수포)이 띠 모양으로 돋아나지요. 사진 1은 젊은이의 경우이지만, 또 다른 노인의 예(사진2)를 보면 왼쪽 가슴 있는 곳에서 겨드랑이 아래에 걸쳐서, 그리고 등의 어깨뼈에서 팔의 뒤쪽에 걸쳐서 마치 띠처럼 나타나 있습니다. 이것은 대상포진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 이 병의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까?
네. 이것도 어느 한 병원의 통계입니다단, 1958--1965년에는 연간 64건 정도였는데 1976--1978년에는 연간 110건으로 2배 가까이 발생건수가 증가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느 한 병원에서 진찰받은 환자의 숫자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전체 환자수가 많이 늘어났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피부과 수진자 가운데 이 병으로 찾아온 사람이 10년 전에는 약 1.5%였던 것이 최근에는 2% 정도라는 수치도 나와 있으므로 다소 늘어난 것만은 분명합니다.
- 연령적으로 어느 층의 환자가 많은지요?
이것 또한 어느 병원의 통계입니다만, 역시 50세를 넘은 사람이 많습니다.100명의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7--8명이나 되어 이 병은 노인의 병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젊은 사람은 드물고 어린이에겐 거의 없습니다.
원인은 바이러스, 예방은 어렵다.
- 그러면 이병의 원인은 무엇인지요?
대상포진이라는 병은 일종의 바이러스 감염증입니다.그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실은 수두 즉 수포창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와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자면, 이것이 아기에게 침입할 경우 일부 아기는 수포창에 걸려서 대개는 2--3주일이면 낫습니다. 그러나 어떤 아기는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병은 일으키지 않습니다. (잠복감염) 수포창에 걸리든 잠복감염이 되든 그 뒤에는 일종의 보균자의 상태가 됩니다.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 숨어있는가 하면, 등뼈의 양옆에 신경세포가 모여 척수지각신경질을 이루고 있는데 그 속에 숨어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보균자의 상태가 쭉 계속되다가 어느 시기에 어떤 원인으로 바이러스가 갑자기 힘을 얻어 불어나면,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 대상포진이라는 병이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그 계기가 되는지는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의 어떤 부위를 강하게 쳤다든가, 보균상태에서 다시 한번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든가 하는 것도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설명한 것처럼, 신경 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활성화하여 신경을 타고 피부로 와서 병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고 대상포진의 작은 물집 속에는 이 바이러스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아기에게 옮겨지면 수포창의 원인이 됩니다.
-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예방은 아주 곤란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걸리지 않고 지나가는가 하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없습니다. 바이러스가 몸 속에 들어가더라도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언제 누가 걸릴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대상포진에 걸려서 2--3주일 된 사람의 혈액은 아주 귀중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수두포진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가 수두가 되면,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서 혈액 속에 항체라는 저항력을 지닌 성분이 만들어 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때 생긴 항체는 강한 항체는 아니고 1개월쯤 지나면 힘이 빠져 버립니다. 이런 상태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그 항체의 가치가 급격하게 높아집니다. 즉 대상포진의 환자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하여 아주 강한 저항력을 지닌 혈액을 갖는다는 얘기입니다. 이 혈액은 아기가 수포창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소아암이나 네프로제와 같은 병으로 부신피질호르몬을 자만 사용하여 저항력이 떨어진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러한 어린이의 체내에 수포창의 바이러스가 들어가면 그것은 이미 생명과 관계되는 문제가 됩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상포진에 걸려서 2--3주 지난 사람의 혈액을 주사하면 좋다는 얘기입니다. 아주 귀중한 혈액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뜻에서지요. 대상포진에 걸린 사람이 발병 후 2--3주쯤 되었을 때, 혈액센터 등에 혈액을 제공한다면 저항력이 없는 어린이의 목숨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신경통이 남는 경우도
- 예방이 어렵다니 일단 걸리면 불운하다고 단념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만,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
원인이 바이러스기 때문에 치료할 수 있는 약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환자가 지니고 있는 자연의 저항력으로 자연히 낫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재의 실정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 특히 젊은이라면 문제를 남기지 않고 2주일이나 3주일쯤 지나면 낫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다만 환자로서는 아픈 것을 견디기가 힘들므로, 통증을 멈추게 하는 약을 주거나 주사를 놓지요. 발진에 대해서는 다른 세균이 침입하면 병이 심해지므로, 항생물질이 든 연고를 발라서 그 위에 두텁게 가제를 대고 덮어 두면 될 것입니다. 일상생활 면에서 절대 안정을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너무 과로하지는 말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통증을 달래는 데는 따뜻이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기 떄문에 목욕은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집에서 어린이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물집의 내용물이 직접 닿지만 않으면 전염은 되지 않습니다.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환부에 카바를 씌워도 좋겠지만, 목욕탕에서 옮았다는 확실한 사례는 아직 없으니까 안심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잘 낫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까?
네. 병의 정도나 나이등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병세도 심하고 오래 갑니다. 1개월 이상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다른 병의 치료 때문에 부신피질호르몬과 같은 약을 사용하는 사람도 오래 갑니다. 그러나 1개월 내지 1개월 반쯤 지나면 발진 자체는 예외 없이 났습니다.
문제는 신경통이 뒤에 남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사들의 고민거리인데, 연령적으로 60대는 대체로 3분의 1 정도의 사람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신경통이 남습니다. 70대의 경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신경통이 남습니다. 하지만 대개 2, 3개월, 길어도 반년 내지 1년쯤 지나면 신경통도 낫습니다. 그러나 운이 나쁜 사람은 이 신경통이 몇 년 동안 남아서 몹시 고생을 합니다.
유감스렵게도 이 병에 꼭 들어맞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상태가 더 나빠지지는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아픔이 차츰 덜해 갑니다. 그러니까 통증을 멈추게 하는 약이나 사용하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 통증을 없애기 위하여 신경에 손을 대는 치료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것은 신경블록이라 해서 신경에 마취제를 주사하여 신경을 마비시켜 버리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픈 것을 느끼지 않게 되니까 환자로서는 아주 편한 방법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효과도 일시적이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아픔을 멈추게 하는 주사를 놓으려 하다가는 지각신경을 전부 다치는 수가 있으므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 그대로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낫는 병이라 하더라도 역시 노인의 경우에는 아픔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불안이 크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관절이 굳어져 버려 오히려 관절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상태가 더 나빠지지는 않으니까 희망을 가지고 참을성있게 치료를 게속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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