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막성일랑
병고의과대학 교수
나타나는 형태는 여러 가지
- 몸에 빨갛게 도톨도톨 돋아나는 습진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과연 어떤 것이 습진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정말 그렇습니다. 습진이라고 하는 것은 학문적으로도 분명히 구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임상적으로는 피부에 빨갛게 돋아나고 물집, 침윤이나 부종, 얼룩점, 부스럼, 피부의 비후 등 여러 가지 병적 변화가 있어서 그러한 것들이 겹치고, 게다가 아주 심하게 가려운 염증으로서 감염성이 없는 것을 습진이라 일컫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염증의 시초에는 세균이나 곰팡이 또는 바이러스 등이 직접 관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 한가지, 접촉성피부염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접촉성피부염은 외부로부터의 화확적인 자극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피부의 염증인 반면, 습진은 그 원인이 몸의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습진과 접촉성피부염은 전혀 다른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습진이나 접촉성피부염이나 같은 피부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습진도 접촉성피부염도 같은 메카니즘으로 일어나는 피부의 염증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 습진에는 여러 가지 증상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급성인 경우와 만성인 경우는 다른 피부병처럼 보입니다. 급성 습진 또는 접촉성피부염은 피부가 빨개지고 그 위에 작은 수포와 구진, 즉 좁쌀처럼 도톨도톨 돋아난 것이 함께 나타납니다. 그리고 주변과 경계가 뚜렷하고 축축하게 물기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이 만성이 되면 피부의 붉은 기운은 물론, 갈색의 얼룩점도 더욱 짙어지는 반면, 물집이나 도톨도톨 돋아난 것은 적어지고, 주위와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게 되며, 피부는 두터워지고 딱지가 생겨 때로는 까칠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습진을 두어 가지 형태로 나누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습진의 한 가지 형태로 아토피성피부염이 있습니다. 이것은 체질이나 유전성 소인과 관계가 있는 습진으로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의 가족 가운데서 천식이나 고초열,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아토피성의 질환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습진이 있는 사람의 피부는 까칠까칠하고 툭하면 가려우며 세균이나 바이러스, 직사일광이나 기온의 변화, 피부에 닿는 사소한 것 등이 유인이 되어 간단히 염증이 일어나고 맙니다. 염증이 처음 시작될 때는 급성이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빨갛게 도톨도톨 돋아나는데, 체질이 원인이므로 낫기 어렵고 몇 년 염증이 계속되어 만성화합니다. 그렇게 되면 피부는 딱딱해져서 못이 박인 것처럼 되고 갈색 얼룩점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게 됩니다. 이런 피부의 변화가 이마, 오금, 팔오금, 목에 나타나 아주 가렵고 잘 낫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체질에 의한 내인성습진인 아토피성피부염이나, 세제의 접촉에 의한 주부습진 등 외인성 습진이나 장기간 지속되면 만성화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축축한 물기가 없는 만성 습진도 있습니다. 국한성신경피부염이 그렇습니다.
한편 병의 시초부터 끝까지 축축한 물기가 있는 습진도 있습니다. 아기에게 생기는 습진은 접촉성피부염이든 내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든 같은 증상이 나타나 축축한 상태가 오래 갑니다. 아기의 피부는 물기가 많은데다가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고 땀이 나기 쉽기 때문에,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그다지 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고 항상 축축한 겉모양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아기에게 생기는 습진을 모두 통틀어서 유아습진으로 진단해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습진이 잘 생기는 사람, 잘 생기지 않는 사람
- 그런데 습진은 어째서 생기는 것일까요? 체질적인 요인도 있고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비록 그것이 내인성이든 외인성이든 습진은 대개 알레르기성 반응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습진이 잘 생기느냐 잘 생기지 않느냐는 결국 감작되기 쉬운가 어려운가에 달려 있습니다. 감작된다고 하는 것은 항체(레아긴)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감작원이 되는 것으로는 달걀이나 생선, 야채, 옻, 화장품, 먼지, 꽃가루 등이 있으며 이러한 것을 먹거나 흡입하거나 또는 피부에 접촉시키거나 하면, 몸 속에 있는 항체생산계(단구, 임파구)의 작용에 의해 레아긴이 만들어져 알레르기성 반응이 일어나 습진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토피성피부염이 생기는 과정입니다. 한편 접촉성피부염의 경우에는 피부에 들어간 것이 단구를 통해서 임파구를 직접적으로 감작합니다.그러면 임파구는 항체를 만들지 않고 림포카인을 분비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항체생산계의 기능이 나쁜 사람은 알레르기성 병에 잘 걸리지 않고, 따라서 습진도 잘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에는 앞에서 말씀하신 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어떠한 것이라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알레르겐이라 일컫고 있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알레르겐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전연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 그와 같이 여러 가지 원인이 되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처 피부에 습진이라는 증상을 일으키는 것일까요?
습진이 피부에 나타나는 과정을 얘기하겠습니다. 우리들의 몸은 피부로 덮여있는데, 가장 표면에 있는 것이 각질층을 지니고 있는 표피라는 부분이고, 그 아래가 진피라는 부분으로 혈관이나 신경 등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접촉성피부염에 관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그 원인이 되는 것(옻--알레르겐이라고도 하고 불완전항원이라고도 한다)이 표피 속으로 들어가 표피의 단백질과 결합되면 완전한 항원이 됩니다. 이 항원(옻과 표피 단백질과의 결합물)을 항원이라고 판정하는 일을 표피내의 랑게르한스세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랑게르스한스세포가 항원이라고 판정하고 이어서 임파구에 항체를 만들어라, 또는 그 항원에 대하여 반응하라고 정보를 전합니다. 그리하여 임파절 안에서 항체가 만들어지든가 혹은 감작된 임파구가 만들어지면 그 사람은 감작되었다, 또는 그 항원에 대하여 알레르기의 상태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감작임파구에 의한 알레르기를 지연형이라고 하며, 접촉성피부염이나 습진은 이렇게 해서 생깁니다.
- 항원이 몸 안에 들어가 항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립니까?
그것을 감작의 잠복기간이라고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수일간이 될 수도 있고 5년, 10년씩 걸리는 수도 있습니다. 왜 그처럼 차이가 있는가 하면 우선 각질층의 문제가 있습니다. 각질층에는 항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장치 즉 방어작용이 있기 때문에, 방어작용이 강한 사람은 항원(옻)이 피부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어 접촉성피부염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또 표피의 랑게르한스세포가 적은 사람이나 그 세포가 둔감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사일광에 의해 이 세포는 둔감하게 되므로, 일광욕을 해서 피부를 단련하면 접촉성피부염에 걸리지 않게 됩니다.
또 임파절에서 항체나 감작임파구가 만들어지지 않을 때에는 알레르기성 습진은 생기지 않습니다. 즉 임파절의 작용이 둔감하여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알레르기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임파절이나 랑게르한스세포(단구)의 작용이 민감한가 둔감한가는 태어날 때부터의 체질과 나이, 그리고 그때그때의 상태에 따라 결정됩니다.
급성기에 치료할 것
- 습진의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근본적 치료법은 우선 지금까지 얘기한 원인이나 유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되도록 빨리 완전히 제거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피부를 깨끗이 건조하게 해두는 것입니다. 습기가 있으면 피부는 하원이 되는 것을 투과시키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내인성 습진도 습기가 있으면 나빠집니다.
그리고 알레르겐에 의해서 생긴 항체를 되도록 빨리 제거해 주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감감작요법이라는 치료법이 있습니다. 몸 속에 있는 항체를 되도록 적게 해주기 위해서, 일례로 옻에 의한 접촉성피부염이면 옻의 묽은 액을 종종 묻혀서 피부에 작고 가벼운 접촉성피부염을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하면 몸 속의 감작임파구가 점점 소비되어 없어집니다. 또 임파구에는 항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과 항체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후자를 억제형 T 임파구라고 하는데 감감작요법으로 후자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목 속의 항체를 적게 합니다. 이상 말씀드린 것이 원인요법이며, 대중요법으로는 해독작용이 이쓴 약이나 히스타민제 등을 사용합니다. 부신 스테로이드의 외용이나 내복치료도 대중요법의 하나입니다.
-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주의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습진은 만성화하면 무척 낫기 어려운 병입니다. 그러므로 급성기에 되도록 빨리 고치도록 하느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것은 예방이 되기도 합니다만, 우선 피부를 건조시키고 깨끗이함으로써 원인이 되는 것을 멀리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옻이 오르기 쉬운 사람은 되도록 옻나무 곁에 가지 말고 옻칠한 집기류도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크림 속에는 세제에 들어 있는 것과 같은 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니 이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밖에 심신의 안정과 국소의 안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긁거나 문지르거나 해서는 안됩니다.또한 적극적으로 피부를 단련시켜야 합니다. 건포마찰이나 햇볕에 그을리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접촉성피부염을 방지하는 일이 됩니다.
- 목욕할 때에도 국소를 씻거나 문지르거나 해서는 안됩니까?
목욕할 때 비누로 보통 씻는 것은 괜찮지만 뿌드득뿌드득 문지르거나 속돌로 문지르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리고 칠한 비누는 완전히 씻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B2가 결핍되어도 피부에 도톨도톨 돋아나는 일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와 같이 편식은 습진의 유인이 됩니다. 다음으로 염증을 억제하기 위하여 적절히 외용약을 바르는 것도 필요합니다. 습진 치료를 위한 약은 여러 가지가 시판되고 있지만, 그것을 발라도 낫지 않는다든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오랫동안 같은 약을 계속 사용하지 말고 진찰을 통해 적절한 처방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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