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좌 청윤
자치의과대학 교수
활동적인 남성에게 많은 통풍
- 통풍은 제왕의 병 또는 사치병으로 일컬어져 서양의 캐리커처 등에도 흔히 풍자적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자가 꽤 증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10여 년 전 어떤 배우가 겪었던 일입니다만, 어느 날 갑자기 엄지발가락의 뿌리 부분에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는 심한 통증이 생기면서 발이 부어 올랐습니다. 다음날은 로케이션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냥 아프다고 말해도 다른 사람들이 믿어 주질 않아서 붕대를 칭칭 감고 갔답니다. 아뭏든 촬영을 마치긴 했으나 몹시 아팠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무척 놀랐지요. 실은 미리 조짐이 나타났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던거지요. 오랫동안 이 병을 앓아 오는 동안에 이젠 베테랑이 되어서 통증의 발작을 미리 알 수 있게 됐답니다. 이상하구나 하는 느낌으로 예고가 온답니다. 이젠 발작은 일어나지 않지만.
- 아주 심한 통증이 갑자기 찾아오는 모양이군요.
네. 첫번째 발작이 있을 때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두번째부터는 발작에 앞서 대부분의 환자가 뭔가 이상하다는 예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맛있는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 음식에 까다로운 사람에게 이 병이 많다고 합니다만, 앞에서 말한 환자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그다지 사치스러운 편은 아니지만, 이병에 나쁘다고 하는 음식은 대개 좋아했었지요. 특히 기름진 것을 좋아해서 돼지고기의 기름이 절반쯤 붙어있는 틀렛(고기를 얇게 썰어 빵가루를 묻혀 튀긴 요리--편집자주)을 먹어 보기도 하고, 쇠고기의 기름만 가지고 전골을 해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비교적 식사는 균형있게 하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이 병에 걸리고 나서부터는 조심을 했지요.
- 통풍이 어째서 제왕의 병 이라고 일컬어지는지요?
제왕의 병 이라고 일컫는 것은 옳은 일면도 있지만 조금은 오해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에서 예로 든 환자의 경우처럼 음식물에서도 극단적으로 편식을 하면 그렇게 될는지 알 수 없으나, 통풍과 식사의 관계란 그다지 밀접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식도 원인의 일부라는 정도입니다.
다만 제왕의 병 으로 일컬어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통풍에 걸린 사람은 매우 활동적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정치가라든가 회사의 사장, 대학교수, 운동선수 등 지능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혹은 사회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활동적인 사람에게 많습니다. 옛날에는 그런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면 제왕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제왕의 병이라 일컬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 근래 우리 나라에서도 이 병이 증가하고 있는 듯합니다만, 식생활이 향상된 것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을까요?
통풍이란 병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혈중의 요산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수준에 거의 다다른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이 식생활이 향상됨으로써 그 수준을 넘어 버려 통풍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래 대사성질환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환자가 늘어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요산치가 8mg을 넘으면 위험하다
- 통풍의 원인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습니까?
사람의 체내에는 일정량의 요산이 있습니다. 그것은 들어가는 쪽이 있고 나가는 쪽이 있어서 일정량을 유지하게 되지요. 그 들어가는 쪽의 하나가 식사입니다. 또 사람은 수많은 세포로 되어 있는데, 세포의 핵 속에서 푸린체라는 물질이 생겨 요산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나가는 쪽은 장으로 나가는 것과 소변으로 나가는 것 두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동위원소를 사용한 연구결과, 식사는 그다지 관계가 깊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습니다. 아무리 비정상적인 식사를 해도 요산이 이상치까지 증가하지는 않으며, 장에서 배설되는 요산의 양도 거의 일정합니다.
그렇다면 원인은 푸린체와 요에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는 유전적인 것과 병으로 말미암은 것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신장이 나쁘면 나가는 길이 막혀서 요산이 모이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와 같이 체내에서 일정량을 초과한 요산이 관절 속과 같은 곳에 모여서 결정을 만들고, 거기에 염증이 생기면 통풍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이 병은 여성에게는 아주 드물어 환자 전체의 1%이하이므로 남성의 병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 요산이 일정량을 초과하면 병이 된다는 것은, 비록 통증의 발작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위험한 경우가 있다는 얘기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반 사람의 혈액 중의 요산량은 혈액 1dl당 4--8mg으로 개인차가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서 다소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8mg을 초과하면 조금 위험하지요.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또 심장이나 신장, 뇌의 혈관장해를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어서 10mg이 되면 발작이 일어나 "너는 요산치가 높다"고 경고를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심장, 신장, 뇌에 위험신호가 나타나는 데서 무슨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 8mg이라는 수치가 기준이 되는군요. 이같은 수치는 혈액검사를 하면 나을테지요. 그런데 큰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정기 건강진단으로 그러한 검사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밖의 사람들은 그런 기회가 없는데요.
바로 그 점이 문제입니다. 직장에서 건강진단을 받는 경우 요산을 측정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작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이나 예술인들처럼 일반적인 건강진단의 기회가 거의 없는 사람은 좀처럼 검사할 수가 없을겁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역시 병원을 찾아가 1년에 한 번이라도 요산치를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격통의 발작 이상으로 무서운 혈관장해
- 요산치를 측정해서 8mg을 초과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어떠한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고요산이라고 해도 이것은 조절하기가 아주 쉬워서 제대로 약만 복용하면 됩니다. 그밖에 비만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소변의 양을 어느 정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왜 비만과 소변의 양에 신경을 써야 하느냐 하면, 통풍 자체가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통풍을 가지고 죽은 사람들의 통계를 보면 1600명 가운데 124명의 사인이 심부전, 신부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장의 혈관장해가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요산치가 높다는 것은 심장이나 뇌의 혈관장해를 일으키는 원인중의 하나가 되기 때문에 위험인자를 한 가지라도 제거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작도 완전히 없애 버리자는 것이지요.
- 발작의 괴로움보다도 더 무서운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군요.
통풍이 있으면 아픈 것에만 정신이 팔려서 통증만 나으면 된다고 흔히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요산을 조절하는 일이 건강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 앞에서 말씀하신 환자의 경우는 그러한 장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네. 그 환자는 의사의 말을 고분고분 받아들여서 1년에 두 번씩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를 할 때는 심장에서부터 위까지 모두 조사했습니다. 혹시 관련이 있을까 해서지요. 그리고 약을 정해진 양대로 먹고 있습니다. 그러니 발작은 일어나지 않지요. 지금은 요산치가 5mg선에서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염려할 게 못됩니다. 반면에 의사들이 귀찮을 만큼 충고를 해줘도 제대로 약을 먹지 않아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앞에 예로든 환자처럼 모범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낫기는 어려워도 조절하기는 쉬운 병
- 통풍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의 복용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약으로 어떻게 고치는 것입니까?
통풍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것은 발작대책, 요산의 억제, 요의 알칼리화 세 가지입니다.
우선 발작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발작이 일어날 때 콜히친이라는 약을 흔히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사용하고는 있으나 이약은 부작용이 아주 심하기 때문에 소염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문제는 요산의 억제와 요의 알칼리화입니다. 요산은 알칼리성일 때 용해되기 쉽고 산성일 때는 용해되기 어려워 요의 알칼리화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중탄산소다 등을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통풍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산의 억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요산이뇨제와 요산합성억제제가 사용되고 있는데, 어느 쪽이 좋은가 하는 것은 환자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지정된 약을 정확하게 시간에 맞춰 평생토록 복용해야 합니다. 약을 복용하면 요산치가 바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내려갔다고 해서 약의 복용량을 마음대로 줄이거나 복용을 멈추거니 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당뇨병도 그렇지만, 대사성 질환이라고 하는 것은 한평생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것입니다. 의학이 더 발달하면 달라질는지도 모르지만 현시점에서는 그 길밖에 없습니다.
- 그렇다면, 일단 이병에 걸리면 낫지 않는다는 얘기입니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되풀이해서 말씀드리지만, 제어하기는 아주 쉬운 병이지요. 제어가 되면 심장이나 신장, 뇌의 장해를 그만큼 줄일 수 있겠지요.
- 예전에는 식사요법이 통풍 대책의 하나였던 것 같은데,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은 음식물이 있습니까?
특정한 음식물보다는 역시 비만이 좋지 않습니다. 내장류, 단백질, 지방이 과다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것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언제나 그런 것만을 먹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균형있는 식사를 해서 비만해지지 않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소변은 하루에 2L는 배출하도록 해야 하는데, 일상생활 가운데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요.
지나친 운동은 삼가한다.
- 이병의 예방책은 고요산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일까요?
발작은 요산을 제대로 조절하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고요산이 되지 않느냐 하면, 거기엔 좀 문제가 있군요. 왜냐하면 유전적인 인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운동같은 것을 극단적으로 지나치게 해서 요산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젊은 층에 통풍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40--50세의 사람에게 많이 나타났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20--39세의 환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의 하나로 지나친 운동을 들 수 있습니다. 물도 마시지 않고 땀을 많이 흘리며 무리를 하면 요산이나 그 밖의 것이 체내에 모여서 통풍이 되는 일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포츠에 대해서도 다소 생각할 점이 없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조깅도 역시 지나치게 하지 않도록 유의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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