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 준
대판대학 명예교수
살아 있다는 증표라 할 귀울림
- 사람들이 모두 잠든 한밤중에 윙 하는 소리가 들리는 일이 있는데, 이것도 귀울림의 일종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귀울림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도 완전히 조용한 방으로 데려가서 무슨 소리가 나지 않느냐고 질문하면 100명 가운데 70명 가량은 윙- 또는 식-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합니다. 이런 것은 말하자면 살아 있다는 증표라 할 현사으로서 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학문적으로는 그런 것까지도 모두 포함시켜서 귀울림이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이 방치해 두어도 괜찮은 귀울림도 있지만, 심각한 병의 시작일 수도 있으므로, 오래 끌거나 고통을 느낄 때는 역시 의사를 찾아야 합니다. 학문적인 분류법은 제쳐 놓고 귀울림을 알기 쉽게 분류해 보면 타각적인 귀울림과 자각적인 귀울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남의 귀에도 들리는 귀울림과 자기 자신에게만 들리는 귀울림이 되겠지요.
타각적인 귀울림에는 귀 부근의 근육이나 혈관, 이관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것, 혹은 이관이 지나치게 벌어진 경우나 귀에지에 의한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각각 소리에 특징이 있는데 예를 들면 불불, 벌걱벌걱, 바스락바스락, 윙윙, 딸각딸각, 똑똑, 찰랑찰랑, 쉭쉭 등 여러 가지 소리를 느낍니다.
자각적인 귀울림(이 경우가 많습니다만)에는 전음성인 것과 감음성인 것이 있는데, 전음성인 것은 윙 혹은 좍- 소리가 나며 대체로 낮은 소리입니다. 피아노 건반으로 말씀드리면 왼쪽에 가까운 소리입니다. 이에 비해 감음성인 것은 높은 소리로서 매미 소리라든지, 삑- 혹은 찍- 하는 소리, 피아노 건반으로 치면 오른쪽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이와 같이 들리는 소리도 가지각색입니다.
- 타각적인 귀울림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들리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들린다고는 하지마는 마주않아 얘기하는 상대방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고무관 양 끝에 단자가 달린 것을 사용하여, 그 한 끝은 귀가 울리는 본인의 귀에 꽂고, 다른 한 끝은 상대방의 귀에 꽂고 들어 보면, 귀울림을 느끼고 있는 본인과 똑같은 소리를 상대방도 작은 소리로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것입니다. 그중 근육에서 들려 오는 것은 음식을 꿀꺽 삼킬 때 사용되는 목 근육의 경련 등이 주된 원인이 됩니다. 또는 귓속의 작은 근육이 경련을 하고 그 때문에 고막이 흔들려 뽈록뽈록 혹은 부르르 하는 소리를 내는 일이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고무관을 귀에 꽂고 들으면 정말로 부르르 소리가 들리는구나 하고 상대방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근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귀 가까이 있는 혈관의 소리가 들려 올 때가 있는데, 좍좍 소리가 맥박의 리듬과 일치해서 들립니다. 그 밖에 귀에지나 이물질이 귓속에서 구르거나 바스락거리기도 하고 벌레 다위가 들어가서 버석버석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병이 아닌데도 일반 사람들이 병인 줄 알고 의사를 찾아오는 귀울림으로는 이관에서 들려 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이관이란 콧속과 중이(고막 안의 공기가 들어 있는 공간으로서 고실이라고도 부른다)를 연결하는 가느다란 관인데, 이것은 중이의 공기압을 조절하는 구실을 합니다. 이 이관은 평소에는 조직의 탄력에 의해서 닫혀 있으나, 침이나 음식물을 삼킬 때 일과성으로 잠깐 벌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벌어질 때 풀쩍 하는 소리 혹은 찌그럭 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납니다. 이것을 몹시 심각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큰 소리가 났다고 해서 귀울림이 아닌가 하여 이비인후과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 아까 이관이 너무 벌어져서 들리는 귀울림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것도 그것과 관계가 있습니까?
이것은 양상이 다릅니다. 이관은 조직의 탄력으로 평소에는 자연적으로 닫혀 있습니다. 그런데 몸이 몹시 지쳐 있거나 수면 부족이거나, 많이 야위었거나, 혹은 큰 병을 잃고 나서 쇠약해졌을 때, 이것이 벌어져 있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숨쉬는 소리가 고막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자신이 하는 이야기 소리가 이관을 통해 고막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자신이 하는 이야기 소리가 이관을 통해 고막 안쪽으로 들어와서 왕왕 울리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큰소리를 낼 수도 없고 불쾌해서 견딜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체력이 회복되면 금방 낫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꽤 많을 겁니다.
난청과 현기증이 따르는 경우
- 지금까지 타각적인 귀울림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자각적인 귀울림이란 어떤 것입니까?
여기에는 전음성인 것과 감음성인 것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여기서 우선 귀의 구조에 약간 설명하겠습니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귓바퀴와 외이도가 외이, 고실 부분이 중이인데, 외이와 중이 사이에 고막이 있습니다. 외이와 중이는 소리의 진동을 이끌어 들이는 장치, 즉 전음기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귀울림을 전음성 귀울림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낮은 소리가 들려 옵니다.
그림1: 귀울림 (그림생략)
다음으로 중이의 안쪽으로는 달팽이 모양의 기관이 있습니다. 이곳이 내이인데, 소리의 진동을 느끼는 장치, 즉 마이크로폰 같은 것이지요. 이곳으로부터 신경이 뇌속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달팽이 모양의 와우각으로부터 신경을 지나 뇌의 속까지를 감음기라고 부릅니다. 이 부분에 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귀울림을 감음성 귀울림이라고 합니다. 이때는 높은 소리가 들립니다.
- 어떤 종류 가운데서 가장 많은 귀울림은 어떤 것입니까?
감음성 귀울림이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다루기가 가장 까다로운 것도 이 감음성 귀울림입니다. 원인은 세 가지쯤 됩니다.
첫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달팽이 모양의 내이에 원인이 있는 경우로서 그 원인이 되는 병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또 귀울림뿐만 아니라 잘 들리지 않는다거나 현기증 같은 다른 증상이 뒤따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메니에르증후군이라는 병입니다. 이 메니에르증후군은 문명병의 하나로 치고 있는데, 최근 환자가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비교적 많은 것이 약물 중독입니다. 가장 많은 것이 다른 병을 치료하느라고 스트렙토마이신이나 카나마이신을 사용한 사람들이 난청이 되거나, 동시에 귀울림을 일으킨 경우입니다. 그 밖에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일어나기도 하고, 소음성 난청(이 난청은 큰 소리가 울리는 공장 같은 데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발생하며 옆에서 갑자기 큰 폭발이 일어났을 때도 생긴다)에 따라 일어나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메니에르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최근 부쩍 늘어나는 병으로 돌연성 난청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인데, 동시에 귀울림이 뒤따르는 수도 있습니다.
둘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중추신경의이상으로 생기는 것인데, 내이로부터 안쪽 깉은 곳, 그리고 뇌까지의 사이에서 출혈이나 동백경화, 종양 따위가 생긴 경우입니다.
셋째로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전신 질병으로서, 고혈압이나 저혈압, 심장병, 그 밖에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내이나 중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귀울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귀울림이 계속될 때는 전문의의 진찰을
- 감음성 귀울림은 다루기가 까다롭다고 하셨는데, 치료에는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감음성 귀울림, 혹은 신경성 귀울림(이 두 가지는 같은 것으로 생각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은 원인이 다양하므로 그 치료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한가지 치료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고혈압인 사람은 그 치료도 병행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증상에 맞춰서 여러 가지 방법을 아울러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 특히 최근에 많이 쓰이는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고압산소요법이라는 치료법이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내이는 대단히 많은 양의 산소를 소비하는 기관이어서 산소가 모자라게 되면 상태가 나빠지므로, 내이의 피의 흐름 속에 산소를 많이 넣어 주자는 것입니다. 환자는 고압산소실 안에 들어가서 한참 있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귀울림이 멎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극초단파요법도 아주 최근 들어 사용되기 시작했스브니다. 일종의 전자파를 사용하는데, 전자 레인지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은 내이를 따뜻하게 하여 피의 흐름을 활발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귀 경화증이라 해서 베토벤이 난청과 심한 귀울림으로 고생한 것도 바로 이 병 때문인데 이제는 수술로 고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귀울림이 있를 때, 병의 원인만 알면 그 병을 다스리는 것은 그만큼 쉬워 집니다만, 좀처럼 귀울림이 멎지 않는다거나 점점 소리가 커지는 경우, 이비인후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어떤 때는 이비인후과 의사와 의논해서 내과나 신경과에서도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끈기있게 치료를 계속해야 합니다.
또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귀울림은 본인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겠습니다만 지나치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겠지요?
밤에 고요한 때문 들린다든지 그리고 정신을 집중해야 비로소 희미하게 들릴 정도라든지, 혹은 몇 초만에 사라져 버리는 짧은 것이라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또 앞에서 말할 것처럼 병 축에 들지 못하는 귀울림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일반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조그마한 귀울림이라 하더라도 좋지 않은 질병이 원인으로 도사리고 있는 수가 있으니까 오래 지속되는 귀울림이 있는 사람은 한번 이비인후과 의사와 의논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와 의논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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