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성
고목순환기과진료소 소장
맥박이 건너뛴다 -- 기외수축
-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입니까?
보통 심장이 박동하는 데는 거의규칙적인 리듬이 있는데, 이것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의학용어로 부정맥이라고 합니다. 의사들은 보통 손목의 안쪽을 손가락으로 짚고 맥을 보는데, 이때 맥이 가끔 건너뛰거나 일정한 리듬이 없이 멋대로 뛰거나 빨라졌다 늦어졌다 하거나 하면 이것이 부정맥입니다. 불규칙하게 맥이 뛰고 있는 것이지요.
- 그것은 심장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심장병과 맥박의 불규칙성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심한 부정맥인데도 대단한 병이 아닐 때도 있고, 또 반대로 맥박은 정상적이거나, 혹은 스스로는 느끼지 못할 정도의 경미한 부정맥인데 뜻밖에 중증의 심장병인 경우도 있습니다.
- 부정맥은 어떤 원인으로 생기는걸까요?
심장은 규칙적으로 박동을 해서 온몸에 혈액을 보내주고 있읍니다. 심장에는 심방이라는 방과 심실이라는 방이 있으며 오른쪽 심방의 위쪽에 동결절이라는 것이 있읍니다. 이것이 규칙적인 리듬을 지배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이 동결절에서 내린 명령이 방실결절과 히스속을 거쳐 심실로 전해지고, 심실이 수축해서 혈액이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작용이 말초혈관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손목 안쪽과 관자놀이에서 맥을 짚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결절의 명령을 전달하는 경로인 방실결절 이하 부분에도 실은 잠재적으로 박동을 계속할 능력을 가진 세포가 있는데, 이것이 어쩌다가 동결절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박동을 개시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선 맥박이 불규칙하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또 하나는 동결절로부터 명령이 전달되어 갈때, 마치 전선의 중간이 끊어지듯이 이 명령이 단절되는 일이 있는데 그 때문에 다른 유형의 불규칙한 맥박이 나타나는 수도 있습니다.
-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되는 데도 여러 유형이 있다고 하셨는데, 우선 맥박이 건너뛴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부정맥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맥박이 건너뛰는 유형으로서, 전문용어로 기외수축 또는 조기수축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종종 환자가 스스로 맥을 짚어보고 느끼기도 합니다. 심장의 박동을 심전도로 보면, 맥이 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정상적인 심장에서는 심장이 수축할 때마다 R,QRS,T라고 불리는 일정한 모양을 한 파동이 연속적으로 그리고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외수축의 경우에는 원래 고동을 쳐야 할 시간 이전에 미리 쳐 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외수축을 가리켜 미리 수축한다는 뜻으로 조기수축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이때 맥박이 한번 거르고 건너뛰는 것처럼 느껴지는가에 대해 설명하지요.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심실은 수축해서 혈액을 내보내는 수축기와 혈액을 받아들여 크게 부푸는 확장기가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 수축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것이 기외추축입니다. 그래서 그 바로 앞의 확장기가 매우 짧아 심실에는 아직 충분한 양의 혈액이 들어 있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기외후축 때도 심장은 수축을 하기는 하나 이 때 내보내는 혈액의 양이 평소보다 적기 때문에 맥박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즉 한 박자 건너뛰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이때 환자는 가슴이 덜컹하거나 심장이 어디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하여튼 가슴에 이상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 맥박이 건너뛴다고 해서 심장이 그 순간 정지하는 것은 아니군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기외수축은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으로서, 대개의 경우 이렇다 할 병도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볼 수 있읍니다.
그 유인으로서는 수면부족이나 과로, 스트레스, 커피와 술의 과음, 지나친 끽연등이 있습니다. 이 기외수축을 걱정한 나머지 지나친 걱정이 스트레스가 되어 기외수축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읍니다. 그런 사람들은 먼저 기외수축이란 그리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유인이 될 만한 것을 피해 섭생에 신경을 좀 쓰면 대개 자연히 고쳐집니다.
그러나 기외수축이 관상동맥경화증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읍니다. 특히 40세 이상 된 사람으로서 기외수축이 있음을 알았을때에는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맥박의 흐트러짐 -- 심방세동
- 맥박이 완전히 불규칙하게 흐트러지는 일도 있지요?
이런 유형도 비교적 많은 부정맥입니다. 맥박의 리듬 자체가 가지런하지 않고, 하나하나의 맥박의 강도도 제각각입니다. 이러한 부정맥을 의학적으로 심방세동이라고 합니다. 심전도로 보면 심장이 수축할 때 볼 수 있는 QRS라고 불리는 파동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심방세동이라도 1분간에 심장이 수축하는 회수가 비교적 많은 경우와 적은 경우가 있읍니다. 심방세동에는 발작적으로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것과 만성적으로 항시 있는 경우가 있읍니다만 어느 경우이건 심박수가 적은 때는 자각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심박 수가 많은 경우에는 가끔 울렁거리거나 숨이 찬 느낌 혹은 때때로 가슴이 아프거나 욱죄이는 것 같은 느낌이 생깁니다.
어쨌든 심방세동은 심부전이라 해서 호흡곤란이나 숨가쁨을 수반하고 때로는 손발까지 붓게 하는, 심장 펌프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이거나 심장병과 대단히 관계 깊은 부정맥이므로 경계를 해야 합니다. 심방세동을 일으키기 쉬운 병으로서는 고혈압증, 관상동맥경화증, 그리고 심장판막증이 있습니다. 판막증 가운데서도 특히 승모판협착증이라고 불리는 것이 가장 관계가 깊은 병입니다. 또 갑상선기능항진증에 걸렸을 경우에도 심방세동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 심방세동을 방치해 두면 심부전을 일으키거나, 때로는 심장내부에 혈전이라는 피의 덩어리를 만드는데, 그것이 뇌 같은 신체의 다른 부분에 가서 막히면 색전증이라는 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의사의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치명적인 부정맥도 있다
- 맥박이 빨라졌다 느려졌다하는 유형의 부정맥도 있지요?
예를 들면, 운동회 때 100m달리기 스타트 직전이라든지, 남의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누구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집니다. 이런 현상은 모두 생리적인 것으로서, 긴장이 풀리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심장의 박동이 갑자기 1분간에 160--180으로 빨라지고, 그것이 몇 초 동안, 몇 분 동안, 때로는 며칠 동안 계속되다가 갑자기 원상으로 되돌아 오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을 발작성빈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교적 젊은 층, 중학생, 고등학생 등에게 많은데 그리 무서운 부정맥은 아닙니다. 그러나 너무 자주 일어나거나 너무 오래 계속되는 경우에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므로 역시 의사와 한번 의논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와는 반대로 맥박이 느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1분간에 40--35로 느려지더라도 일단 안정되어 있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맥박이 느리면서도 그 정도의 변화가 심하고, 갑자기 심장이 수초 동안 멎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담스스토크스중후군이라는 무서운 발작입니다. 심장이 멈추는 시간이 6, 7초 이상이 되면 혈액을 뇌로 보낼 수 없게 되므로 실신, 극단적인 경우에는 경련이 따릅니다. 심장이 멎는 시간이 4, 5초 이내라면 실신까지는 가지 않고 아찔하고 정신이 아물거리는 듯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환자는 이때 현기증이 난다고 호소합니다. 방안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현기증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뇌빈혈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지요. 그러나 이 병은 방치해 두었다가는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게 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때때로 실신한다든지, 현기증이 나는 경우에는 심장병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일단 의심해 보도록 권합니다. 이 아담스스토크스증후군은 비교적 고령인 사람에게 많습니다.
- 그러면, 이에 대한 치료법은 있습니까?
페이스메이커(심장박동기)를 사용해서 거의 원상태와 같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꼭 한번 전문의의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전극을 심장에 장치하여 단속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심장이 멎었을 때 자동적으로 고동을 계속하게 해주는 기계입니다. 이것은 부피가 작아서 간단한 수술로 몸안에 장치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의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부정맥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부터 생명을 빼앗아 가는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가 있군요.
그렇습니다. 극히 일부의 부정맥은 치명적인 사태를 초래하는 수도 있습니다. 말씀드린 유형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부정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심실세동이라 해서 심장의 근육이 갑자기 반란을 일으켜 제멋대로 움직이는 바람에 심장이 제대로 수축을 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치명적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 심실세동이 일어나더라도 전기제세동기라는 기계를 써서 환자를 살릴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환자의 가슴 위로부터 강한 전기충격을 가해, 그 충격으로 심실세동을 없애고 심장의 박동을 정상적인 리듬으로 되돌려 놓는 기제입니다.
이런 위험한 부정맥은 급성심근경색 같은 병에 걸렸을 때에도 나타나기 쉽습니다. 따라서 초기단계에 있는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은 특수한 병동에 수용해서 심전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합니다. 위험한 부정맥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이른바 CCU(콜로너리 캐어 유니트)라고 부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CCU 설비라든지 지역 단위의 구명구급체 같은 것이 점차로 갖추어지게 될 것입니다.
건강 정보/증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