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 치강
북리대학 의학부 교수
복통은 어째서 일어나는가
- 한마디로 복통이라고 하지만 갑자기 배가 찌르는 듯이 아프거나, 식사를 전후하여 배가 아프거나 운동을 하면 옆구리가 아파 오는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갖가지 복통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대답에 앞서 복통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복통을 일으키는 메카니즘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지요. 원래 배에는 공복감과 배변, 배뇨시의 이른바 변의, 요의란 두가지 감각 이외에는 어떤 감각도 있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배에 아프다는 감각이 있는 경우에는 기능적 혹은 기질적으로 무슨 이상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경제신호입니다. 따라서 문진을 포함하는 자세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복통이란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우리 병원 외래, 특히 소화기 외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복통을 호소해 옵니다. 그 가운데 3분의 2가 뱃속에는 병이 없고 갖가지 신경의 긴장상태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바꾸어 말하면 장기의 기능이상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3분의 1은 배의 질환을 갖고 있는 셈이 되는데 이것을 기질적질환이라고 부릅니다. 이 두가지를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복통이 어째서 일어나는가 하는 점부터 알아보기로 합시다. 아픔이란 것은, 그것이 어떤 형태의 아픔이든, 무언가 그곳에 자극을 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생깁니다. 그 자극은 지각(통각)신경에 의하여 뇌로 전해지고, 거기서 비로소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복통도 물론 예외는 아닙니다.
갖가지 아픔의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이 지각신경에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피부나 그 밑에 있는 근육에 분포한 지각신경, 이것은 척수에서 비롯되어 내장의 장기 이외 부분에만 분포되어 있으므로 척수신경 혹은 체성신경이라고 부릅니다. 또 하나는 내장의 장기에 분포 되어 있는 내장지각신경입니다. 이것은 자율신경과 연결되어 있으며 체성신경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최종적으로 척수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와 같이 지각신경은 체성지각신경과 내장지각신경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신경은 저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성지각신경은, 예컨대 칼로 자른다, 꼬집는다, 침으로 찌른다, 화상을 입는다는 등의 자극을 받아 국소성이 확실한 강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내장장기에 들어 있는 내장지각신경은, 체성지각신경이 감지할 수 있는, 위에서 말한 자극으로는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대신, 예컨대 위나 장 등 내강장기의 내압이 상승하여 위나 장의 근육이 급격하게 팽창하면, 그것이 자극이 되어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와 같이 맨처음 일어나는 통증의 특징은 아픈 곳, 즉 국소성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상복부의 중심선을 따라 몸 속 깊숙한 부분이 쑤시는 듯, 부풀어 오른 듯 몹시 불쾌한 통증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내장통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혈액의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 격심한 통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것은 몹시 격렬한 내장통입니다.
그런데 내압항진의 자극이 점점 거세지면 내장지각신경이 들어가 있는 척수 부분에 강한 자극을 줍니다. 그러면 같은 척수 부분에 있는 피부로 연결되는 척수지각신경(체성지각신경)을 자극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극의 원인이 되어 있는 질병은 뱃속에 있지만 뇌쪽은 피부를 통해 아픔을 느끼게 되고, 통증이 있는 부분도 확실해집니다. 이와 같은 통증을 체성지각신경에 의한 통증이란 뜻에서 체성통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내장에 대한 자극에 인해 피부 쪽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므로 관련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강장기의 병변이 가장 심해진 경우, 예컨대 깊은 궤양이나 염증이 있어서 이에 따른 자극이 복막 쪽을 자극하여 국소에 복막염을 일으켰다고 칩시다. 그렇게 되면 피부와 마찬가지로 거기에도 체성지각신경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자극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 때문에 병변부에는 몹시 날카롭고 격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체성통입니다.
- 지금 설명하신 대로 뱃속에 무슨 이상이 있을 때 말고도 걱정스로운 일이 있으면 쿡쿡 쑤시듯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역시 복통의 원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예컨대 흉부질환으로 복통을 일으키는 수도 있지요.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몹시 격렬한 복통이 일어나 병원으로 업혀왔기 때문에 당황한 나머지 수술을 했더니 배 부근은 아무렇지도 않고 폐렴이었다는 이야기도 예전에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다른 장기의 질병이 복통으로 나타나는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 지금 말한 바와 같이 무슨 걱정스러운 일이 있어서 위가 아프다는 식으로 신경성 기능이상이 원인인 복통도 있습니다. 또한 전신성 질환이나 척수신경질환이 복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 진단의 결정적 수단
- 그렇다면 뱃속 어느 부분이 어떤 식으로 아픈지 그 호소방법에 따라 의사의 진단도 달라지겠군요.
그렇습니다. 뱃속의 내장이란 것은 몸 속 깊숙이 보호되고 있는 장기이므로 이것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 본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복통이 어떤 것인가를 진단하는 데에는, 많은 경우, 환자와 의사 사이의 정보교환밖에 달리 의존할 데가 없습니다. 우리 의사들은 환자들의 호소를 될 수 있는대로 많이 수집하고 체계를 세워서 분석한 다음 정확한 진단을 내리려고 애씁니다. 환자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입수해서 분석하면 흔히 있는 복통 가운데 약 80%는 짐작이 간다고 합니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의사들도 공부를 해야겠지요. 나머지 20%는 단순한 정보분석만으로는 알 수 없는 복통입니다. 그러면 질병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되겠지요. 우선 통증의 위치가 문제입니다. 통증이 일어났을 때 어디가 아프다고 느꼈는지, 지금 진찰받고 있는 부위가 아픈지, 아니면 아픈 부위가 바뀌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통증은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그 다음은 통증이 어느 정도 계속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여러 시간, 며칠간 계속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몇 주일, 몇 달, 몇 해 계속되는 경우도 있지요. 또한 통증이 일어나는 시간적 간격도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있고 전혀 무질서하게 갑자기 일어나서 며칠간 계속되고 나서는 1년이나 2년쯤은 나타나지 않다가 돌연히 똑같은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 등 가지가지입니다. 병의 성질에 따라 통증이 일어나는 시간적 특성이 다르므로 이것이 병을 짐작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통증이 일어나는 양식인데, 급격히 일어나는 것과 어느 틈엔가 모르게 일어나서 계속되고 있는 경우가 있지요. 또한 똑같이 급격하게 일어났지만 일어나는 도중에 가장 격심한 통증이 있었던 경우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나서 10분이나 30분 정도가 지나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통증이 온 경우와는 다르지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통증이 갑자기 일어났으면서도 극심한 경우는 혈관이 갑작스레 막혀 버린 때도 있으나 그중 대부분은 복막의 자극증상, 이른바 체성통입니다. 이것은 이미 내과적 치료단계를 벗어나 긴급수술이라는 외과적 처치가 필요한 단계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리고 통증이 일어나는 양식과도 관련이 있지만, 통증의 유형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이것도 질병에 따라 특징이 있습니다. 발작적으로 전혀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통증도 있고 또 일어나기만 하면 지속적으로 아픈 것과, 진통처럼 리드미컬하게 규칙적으로 일어났다 없어졌다 하는 통증이 있는데, 전자를 지속통이라 하고 후자를 율동성 통증, 의학적으로는 산통이라고 부릅니다. 지속통은 간장이나 췌장과 같은 실질장기의 질환이고, 산통은 위나 장등 내강장기의 통증입니다.
다음으로 하루 가운데 식사와 시간적으로 관계가 깊은 통증이 있습니다. 예컨대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아침밥을 먹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온다, 약을 먹든지 무엇을 좀 먹으면 통증이 멎는다, 점심을 먹고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파 온다, 우유 같은 것을 먹든지 식사를 하면 또 멎는다, 이렇게 식사와 시간적으로 관계가 있는 통증은 소화성궤양으로 인한 통증입니다.
그리고 어떤 통증이냐도 중요합니다. 찌르는 듯이 아프다,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다, 쿡쿡 쑤시듯 아프다, 왠지 모르게 배가 부풀어서 괴롭다, 전기가 통하듯이 아프다는 등 질병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그 밖에 통증의 강도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에는 꽤 큰 차이가있습니다. 저는 환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의 강도를 10으로 보았을 때 지금 느끼고 있는 통증이 10입니까, 아니면 1 정도의 강도입니까 하고 묻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돌연히 엄습해 오는 격심한 복통
- 자기가 느끼고 있는 통증이 걱정할 만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환자 스스로 분간 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우리 의사들로서도 어려운 일이므로 일반인들에게 판단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이겠지요.
다만 처음에 말한 대로 배가 아프다고 진찰을 받는 사람 가운데 3분의 2는 병이 아니라 기능적인 것이 원인인 것으로 판명됩니다. 이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이런 통증의 특징은 오랜 세월에 걸쳐 똑같은 느낌의 통증이 있고 그것이 언제나 변함이 없는 것이지요. 통증이 가볍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심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통증은 별로 문제가 안됩니다.
통증이 느껴지니까 환자는 자신이 만성맹장염(충수염)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고 의사에게 진찰을 받습니다. 통증을 실제로 느끼고 있으니까 의사는 맹장을 잘라내지요. 그런데 통증이 멎는 것은 잠시일 뿐 다시 아파집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담석이 아닌가 하고 담낭을 잘라냅니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가 없지요. 그럼 위궤양일지도 모르겠다면서 이번에는 위를 잘라 봅니다. 이런 경우가 옛날에는 흔히 있었지요. 요즈음은 검사를 통해 확인하지 않고 그렇게 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파서 견딜 수 없으니 제발 좀 잘라 주시오 하고 말하는 이른바 수술다경험증환자가 우리 의사들에게는 가장 골치 아픈 사람들이지요.
이와는 반대로 본래 건강한 사람, 위장병 따위는 생각해 보지도 않던 사람이 40세를 넘어서, 이른바 암연령이 되어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통증을 며칠간 계속 느낀다면 이 경우는 꽤 중대한 위험신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심한 통증은 아니더라도 약간 이상한 느낌이 있으면 되도록 빨리 의사의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갑자기 일어나서 긴급을 요하는 통증에는 어떤 것이 있읍니까?
여러 가지 질환이 있습니다만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지요.
통증이 돌발적으로 일어나 곧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이경우 통증이 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위궤양, 십이장궤양이 터진 경우, 즉 천공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폐색이 있습니다.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병입니다만 대장의 게실(소화기의 벽면 일부에 오목꼴로 팬 곳)이라 하여 대장 안에 포케트가 생기는 질환이 있는데 이것이 터진 경우도 긴급을 요합니다.
가장 많은 궤양의 경우 일반적인 증상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통증에 리듬이 있다는 점입니다. 공복시에는 아프지 않다가 무엇을 먹으면, 위궤양의 경우는 1시간쯤 지나서, 십이지장궤양의 경우는 3시간쯤 있다가 통증이 옵니다. 그리고 무엇을 먹거나 약을 복용하면 통증이 멎습니다. 이러한 타입의 통증은 궤양의 전형이므로 신경이 쓰이면 곧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밖에 여성이면서 임신이 가능한 연령층이라면 자궁외임신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해보아야 합니다. 나팔관이 파열되면 갑자기 출혈이 심해지고 이와 동시에 몹시 극렬한 통증이 엄습해 옵니다.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는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합니다. 그밖에 대동맥류가 터진 경우, 요관결석, 담관결석 등이 있습니다.
담석증은 대단히 흔한 질환입니다. 심한 통증이 일어나면 비교적 진단이 용이하지만 아프지 않으면서 왠지 모르게 늘 소화가 안되는 것 같고 기름진 것을 먹으면 더욱 증세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더욱 악화되기 전에 꼭 검사를 받아 보아야 합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담석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췌장염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담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대주가, 오랜세월에 걸쳐 술을 마셔온 사람이 급성췌장염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런 사람 가운데서 왼쪽 복부에 심한 통증이 일어나 등이 땅기는 듯한 증세가 며칠 계속되는 경우는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 평소에 경험한 적이 없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거든 더 심한 통증이 일어나기전에 의사를 찾아가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군요.
그렇겠지요. 너무 신경과민이 되어서도 안되겠지만, 통증이란 것은 역시 중요한 위험신호이므로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의사가 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 그것을 믿는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걱정할 필요 없는 복통도 많기 때문이지요. 다만 기능적 통증이라 하더라도 복강의 내압항진이라든지 위장의 운동기능 이상이 원인이므로 그것을 가라앉게 하는 치료나 지도는 받는 편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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