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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상식

피부

by Healing New 2020. 8. 21.

  조는 자기 피부인 나를 보기를 면도, 목욕, 긁기, 화장 등 요구하는 것은 많으면서도 주는 것은 별로 없는 힘없는 양피지나 별로 흥미를 끌 수 없는 소시지 포장지쯤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나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조가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을 하고 있다. 그는 나를 정교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는 존재라고는 생가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상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최소한 한가지 중요한 비타민 비타민D 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조의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키는 구실도 한다. 나는 혈압조절을 돕고 있으며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내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조는 곧 죽게 된다), 또 물이 몸 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조가 몇 시간 동안 수영을 해도 물먹은 통나무처럼 불지 않는 것은 이때문이다.) 나의 복잡한 신경계는 통증, 촉감, 열, 추위를 탐지하고, 그 결과를 즉각 조의 뇌에 전달한다. 흔히 나를 조의 신체의 전선이라 부르지만 차라리 '성벽'이라 부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표면에 살고 있거나 내려앉은 무서운 침략자의 대군 세균 을 막아내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있다. 조의 손톱과 발톱, 그의 머리카락, 그의 뒤꿈치 군살, 한때 그의 손가락에 났던 사마귀, 이 모두가 나의 변신이다. 나는 세 겹으로 이루어졌는데, 제일 위에 표피, 그 아래에 진피, 그리고 그 밑에 피하조직이 있다. 조의 몸주위 대부분에 있는 나의 겉껍질은 종이처럼 얇다. 혹시 조가 손가락을 볼에 데게 되면 조는 나의 표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집 위에 덮여 있는 투명한 조직이 나의 표피이다. 표피에는 피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뒤꿈치의 군살을 벗겨 내더라도 피가 나지 않는다. 그 세포들은 밑에서 확산되어 올라오는 영양분을 받아먹고 살아간다.
  뱀은 짧은 시간에 허물을 벗어버리지만 나의 겉껍질을 벗어버리는 작업은 느리게 오래 지속되는 과정이다. 나의 표피 가장 깊은 곳에서 날마다 수백만 개의 새로운 표피세포들이 형성되어 밖으로 밀고 나오기 시작하는데, 올라오는 동안에 그 세포들은 젤리 같은 세포질에서 점점 딱딱한 각질로 바뀌어 간다. 나의 각질층은 펑퍼짐한 널빤지 모양의 세포들 모두 생명이 없다 로 구성되어 있다. (연약한 세포들은 외부에 노출되면 살아남지 못한다.) 조가 샤워를 하거나 피부가 옷에 쓸릴 때 날마다 수백만 개의 세로가 떨어져 나간다. 그리하여 그는 세포들이 탄생해서 사망할 때까지의 기간인 27일마다 완전히 새로운 표피를 갖게 된다. 
  지방질로 이루어진 나의 피하조직의 기능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 않다. 그것은 내부기관을 보호하는 충격흡수장치의 역할을 하며, 체온을 보전하는 절연체로서 또 보기 좋은 육체의 고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도 중요하다 을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 피하조직층을 아예 나의 일보라고 생각지 않는다. 사실 피하란 말은 '피부의 밑'이라는 뜻으로서 피하조직은 피부의 일부로 볼 수 없다는 시사가 담겨 있다.
  그러면 이제 나의 질긴 '가죽' 즉 진피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것은 모든 것을 안에 담고 있는 튼튼하고 탄력성 있는 자루이다. 이 자루가 체내의 혈관이나 지방질 등이 불룩 불거져 나오거나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한다. 진피에는 신경, 혈관과 샘들이 복잡하게 모여 있다. 무엇이 얼마나 촘촘하게 있느냐는 몸의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1㎠의 표면 즉 조의 새끼손톱만한 크기에 두께 3mm인 진피에 약 100개의 땀샘, 3.6m의 신경, 수백 개의 신경종말, 10개의 털주머니, 피지샘 15개와 혈관 90cm 정도가 들어 있다!
  나의 복잡한 혈관망은 특히 흥미롭다. 조가 더운 날 운동을 하면, 이 혈관들이 팽창하여 그의 얼굴이 상기된다. 이는 내가 열을 밖으로 발산해 내보내려고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반면 추운 날에는 그와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나의 혈관들이 닫혀서 피를 조의 몸 안쪽으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얼굴이 창백해진다. 나의 혈관은 감정의 지배도 받는다. 화가 나면 조의 얼굴이 붉어진다. 내가 얼굴의 혈관을 활짝 열어놓기 때문이다. 공포를 느끼면 혈관이 닫히고 조의 몸은 싸늘해진다.
  땀이 증발하면서 몸을 식힌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나의 복잡한 온도조절체계를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정상체온인 37℃에서 상하로 몇 도만 변화해도 조는 죽어 버린다. 이것을 피하고자 나는 어마어마한 수의 땀샘 200만 개 을 가지고 있다. 이 많은 땀샘들이 1만 5,200㎠쯤 되는 조의 몸 표면에 퍼져 있다. 그 하나하나는 단단하게 감긴 작은 관으로서 진피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며 길이 12m의 도관이 피부 표면을 향해 솟아 있다. 비록 작기는 하지만, 내가 가진 이런 도관을 모두 합하면 그 길이가 10km에 이른다.
혈액에서 물과 소금, 그리고 그 밖의 몇 가지 노폐물을 걸러내기 위해서 나의 땀샘들은 거의 쉬지 않고 작동하고 있다. 조가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쾌적한 날씨일 때도 나의 땀샘들은 하루에 약 1/4ℓ의 땀을 만들어 낸다. 만일 조가 프로 미식축구의 전위로 더운 날에 경기를 한다면, 그는 7ℓ가량(무게로 치면 약 6.3kg)의 수분을 잃게 된다. 
  한편 나의 땀샘들은 정서적인 자극에도 반응을 보인다. 불안할 때 조는 이른바 '식은 땀'을 흘리게 된다. 이때는 많은 땀이 나서 급속히 증발하기 때문에 찬 기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공포를 느낄 때에는 조의 손바닥이 축축해지는데, 역시 많은 땀이 난다는 증거다.
  그 가치가 보다 의심스러운 존재가 나의 피지선들이다. 이것들은 수십만 개에 이르고 있으며 반액체형의 기름을 만들어낸다. 그 대다수는 모낭(털주머니
)에 붙어 있고 털과 그 둘레에 있는 피부에 기름을 공급해 준다. 털가죽을 가지고 있었던 조의 원시시대 조상들에게는 이 기름샘들이 보다 쓸모 있었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들의 털에 방수처리를 하여 주고 열보유능력을 높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기름샘들이 말썽을 일으키곤 한다. 이들 때문에 나의 털주머니가 막히면, 세포 찌꺼기들이 모여서 젊은이들의 특별한 고민거리인 여드름과 구진 등이 생긴다. 
  이제 내가 털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로 한다. 나는 1㎠에 약 10개의 모낭을 가지고 있으며, 그 하나하나가 깊숙이 박혀 있는 구군 모양의 모근과 위로 뻗어올라가 밖으로 솟아 있는 모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의 아내 제인도 거의 같은 수의 모낭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인의 모낭들은 대체로 아주 섬세하고 옅은 색깔의 털을 만들어내므로 그 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 나의 모낭들은 쉬지 않고 털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죽은 세포들을 표면 위로 밀어낸다. 나는 또한 멜라닌이라는 색소를 생산해 내는 흑색세포(melanocyte) 수백만 개를 가지고 있다. 멜라닌은 조의 털과 눈, 피부의 빛깔을 결정하는 물질이다. (이 색소가 모자라면 조는 백자환자 [백자는 피부, 모발,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는 병 편집자주] 가 된다. ) 멜라닌은 주로 보호적인 성격을 지닌 물질로 태양광선 중 인체에 위험한 요소인 자외선을 막아낸다. 조가 하루쯤 햇빛에 나가 있으면 나의 색소입자들이 나의 표피 밑바닥에서 표면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하여 피부를 갈색으로 변화시켜 그를 보호해 준다. 죽은깨는 이 멜라닌 색소가 뭉쳐 생긴 것이다.
  나의 신경조직은 정말 놀랍다. 조의 손가락 끝에는 1㎠당 1천개가 넘는 감각신경종말이 있다. 그가 발가락을 돌에 부딪치거나, 손가락에 화상을 입거나, 면도칼에 베이면, 나는 즉각 경고를 발한다. 그의 몸이 차가워지면, 나의 추위 감지가가 그의 뇌에 그를 통보한다. 그러면 조의 근육들은 곧 작업에 착수한다. 즉 그는 몸을 떨어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소름 나의 모낭에 있는 작은 근육들이 피부에 이와 같은 돌출현상을 일으킨다 이 돋아난다. 소름이 당초에 가지고 있던 목적은 털을 곤두세우는 데 있었다. 털을 곤두세움으로써 싸울 때에는 보호기능을 더해 주었고, 추울 때에는 한층 따뜻하게 해주었다. 이것은 지금도 조의 개한테는 유용하지만, 조 자신에게는 아무 수용이 없다. 
  조는 47세이고, 그래서 나에게도 노화의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 나는 으레 보다 얇아지고 한층 투명해진다. (나이든 사람의 손에는 혈관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나의 지방질층이 점점 없어지고 따라서 살갗에 주름이 생긴다. 탄력있던 피부섬유가 활기를 잃기 때문에 눈 아래 주름이 잡히기 시작하며, 뺨이 늘어지기 시작한다.
  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암이다. 대체로 그 원인은 햇빛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데 있다. (햇빛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은 피부를 늙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마, 코, 귀가 암이 좋아하는 부위다. 다행히 나에게 걸리는 암들은 치료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때로는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으므로 피부에 이상 특히 출혈이 멎지 않는 증세 이 생기면 조심해야 한다.
  조가 나를 위해서 해줄 일이 있을까? 햇빛에 과다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마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골프를 칠 때에는 꼭 모자를 쓰는 것도 그가 지켜야 할 일이다. 또 피부에 지나치게 기름기가 많으면 몰라도, 겨울철에 욕조에 지나치게 오래 몸을 담그는 것은 좋지 않다. 나를 메마르게 하기 때문이다. 
  조가 아무리 나를 잘 돌본다 하더라도 내게 아무 탈이 없을 수는 없다. 나는 몸의 안과 밖을 갈라놓고 있는 방파제로서 안과 밖 양편에서 오는 질병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2,000가지가 넘는 숱한 질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건선이 나의 중요한 질병이다. 그 비늘 같은 빨간 반점은 표피세포들이 너무 빨리 27일 걸려야 정상인데 5일 가량 형성되어 벗겨져 나가기 때문에 생긴다. 그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 대상포진이 나를 파멸시키는 또 다른 원흉이다. 이것은 수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처음에 통증이 오는데 흔히 그 통증이 매우 심하다. 그 뒤 대체로 몸통에 물집이 생긴다. 물집이 사라진 후에도 얼마 동안 통증이 지속되는 수도 있는데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경우가 많다. 
  위에 든 병이나 그 밖의 갖가지 병에 걸렸을 경우, 조는 의사의 충고를 따라야 할 것이지만 내가 그래도 이만큼 일을 잘 해내고 있는 데 대해서 감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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