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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의 대화/성인 환자를 위하여27

26. 성, 그 쉽지 않은 이야기 이 책의 초판에서는 성에 관해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었다. 책 전체에 걸쳐 자유롭게 언급이 되어 있으므로 특별히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현대 섹스 혁명과 진료실에까지 찾아든 성 개방의 물결을 고려하여, 성에 관한 내용을 따로 마련하여 몇 가지를 덧붙였다. 섹스 혁명의 가장 충격적인 면은 그것이 가히 혁명이라는데 있다. 그것은 점진적인 성의 해방, 개방, 자유가 아니다. 성에 대한 새로운 태도나 해방은 성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좋던 싫던 간에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고, 변화가 계속됨에 따라 우리 역시 계속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섹스 혁명은 진료실에서라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오늘의 환자는 어제의 환자와 다르다. 그들은 성에 대해.. 2020. 6. 3.
25. 치료비는 당당하게 치료에 대해 의사가 환자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다. 대개 이런 일은 비서나 간호사에게 맡기고 자신은 바쁘다며 슬쩍 피한다, 혹은 월말이나 연말에 청구서를 보내기 때문에 환자로서는 진료비가 얼마나 되는지를 전혀 알 길이 없다. 어떤 의사들은 아예 청구서도 보내지 않고 환자가 알아서 결재해 주길 기다리기도 한다. 특히 환자 친척이거나 병원 관계에 종사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진료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힘들어 아예 무료봉사를 해 버린다. 어떤 의사는 그와는 반대로 지나치게 과다한 진료비를 환자에게 청구하기도 한다. 또는 환자의 재산 능력에 따라 진료비를 조절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환자마다 얼마의 진료비를 청구해야 할 것인가를 항상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에겐 정신적으.. 2020. 6. 3.
24.수술 환자의 상실 반응 수술은 대개 우리 신체의 일부를 떼어 내는 처치이기 때문에, 특히 신체 중 크고, 중요하고, 쉽게 눈에 띄는 부위가 절단되면 그 상실에 대한 여러 가지 심리적 반응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령 팔, 다리, 위장, 눈, 유방 등의 수술로 절제되면 환자는 여러 가지 상실 반응을 보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절단지증(phantom limb)'을 들 수 있다. 이것은 팔이나 다리를 절단당한 환자가 수술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아직도 그 부위가 그대로 있는 것처럼 느끼는 증세이다. 없어진 다리가 계속 아프기도 하고 가렵기도 해서 때로는 실제로 긁기까지 한다. 이런 현상은 상처받은 신경 섬유가 계속 자극이 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없어진 다리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어떤 .. 2020. 6. 3.
23.수술 후 찾아오는 우울 수술 후의 우울증은 흔히 있는 일이다. 사실 너무 흔하기 때문에 때론 아무 처치없이 그냥 지나쳐 버리거나,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가볍게 넘겨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기술적인 치로를 해야만 회복되는 환자도 있다. 내가 외과팀과 함께 병실 회진을 하던 때의 일이다. 유방암 수술 후 상처가 너무 커서 다시 피부를 이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40대의 여인이 있었다. 열흘이 되었는데도 그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녀는 약간 뚱뚱했으며 침대를 끝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열흘이 되었는데도 그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녀는 약간 뚱뚱했으며 침대 끝에 힘없이 안자 있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옷도 아무렇게나 여며져 있었다. 병실에는 읽을 만한 책이 한권도 없었고 라디오도 보이지 않았다. .. 2020. 6. 2.
22.환자가 의사에게 화를 낸다 한번은 중오한 수술을 받고 몇 주가 지난 뒤 처음으로 재조사(follow-up)를 받아야 하는 다섯 살 난 소년과 함께 주치의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어린이는 장난감 총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무엇 때문에 총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 총으로 의사 선생님을 쏠 것이라고 했다. 내가 놀라고 다소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을 때, 그는 주머니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의사 선생님에게 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많은 환자들은 의사에 대해서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의사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이 두 감정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후자가 더 의식적인 반응이긴 하지만. 그러나 이런 반응을 보이는 .. 2020. 6. 2.
21.수술불안을 외면하는 환자도 있다 수술 환자들은 그들의 불안이나 공포를 감추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억제한다. 그래서 때로는 감정을 너무 억제한 나머지 아주 무감각하게 되거나 냉담하게 된다. 가벼운 경우에는 별로 말도 없고 불평도 없으며, 특별한 감정의 표현도 없이 멍한 상태로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는 정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좀 심해지면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거의 없어진다.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고, 웃지도 않으며, 심지어는 불평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무력증은 수술 전에도 올 수 있다. 특히 위급한 수술인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며칠 동안을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던 환자들에게서 가끔 볼 수 있는 증세들이다. 그러나 수술 직후 이러한 증세가 대개 4, 5일 정도 계속되는 게 보통이다. 흔히 볼 수 있는.. 2020.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