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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버릇63

속과 겉이 다른 한국인 그것을 자제하지 못할 만큼 격양되면 싸울 생각을 뒤로 미루고 상대방의 입을 틀어막든지, 잠시 휴전을 하든지 하여 내부의 일을 철저히 외부로부터 안전보장을 한다. 1890년 상해에서 간행된 아서. H. 스미스의 "중국인성구조"에 중국 사람들의 부부싸움에 대해 흥미 있는 관찰을 하고 있음을 본다. 언성을 높여 싸우면서 서로가 집 밖에 오가는 행인이 있나 없나를 열심히 넘나 본다는 것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판정을 해줄 만한 어떤 아는 사람이 지나가고 있으면 달려나가 이 행인을 끌어들여 자기 입장을 구구히 설명하고서 누가 옳고 그르고를 판단해 줄 것을 요구한다. 비단 전혀 지면이 없는 행인일지라도 이 집안 싸움에 개입을 강요받으며, 또 개입해서 판단해 주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고 했다. 만약 아내에게 불리하고.. 2020. 9. 30.
변명 변명이란 말의 원뜻은 플러스 이미지의 말이지만 이 말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연후에는 한국인의 의식구조와 화학작용을 일으켜 마이너스 이미지를 지니게 된 것이다. 어느 한 회사의 입사 시험에 '변명'을 한문으로 표기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던 일이 있다. 그 결과 '변명'으로 옳게 쓴 수험자보다'변명'으로 쓴 수험자가 많았다 한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한글 세대의 한문에 대한 무식을 탓하려고 이 사례를 머리에 인용한 것은 아니다. 변명이라는 행위자체를 둔 한국인의 공통된 의식구조가 그 답안을 쓴 한국인으로 하여금 공통된 오답을 쓰게 한 것일 게다. 변명이란 말은 글이나 말로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는 뜻이다. 이 말뜻에 조금도 마이너스 이미지가 곁들여 있지 않다. "주역"에 보면 '아무리 조그만 일일지라도 변명이 있어.. 2020. 9. 30.
강한 주제의식 주제는 한국인을 도덕적으로 성숙시켜 법없이도 살아올 수 있게끔 한 좋은 면도 있지만 이처럼 창의력 있는 개체의 균등화 때문에 진보적인 면을 무디게 해온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여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여자인 주제에....' 하며 주제넘거나 주제없는 행위로 단정한다. 사내가 별나게 장발인 경우에도 '사내인 주제에....' 한다. 여자는 여자로서 지켜야 할 어떤 사회적 분이 있으며, 남자는 남자로서 지켜야 할 어떤 사회적 분이 있다. 비단 남자의 분, 여자의 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간이며 그 사회에 처한 신분역할, 곧 분이 있다. 선생이면 선생으로서의 분, 공무원이면 공무원으로서의 분이 있다. 곧 그 사람이 처한 사회적 역할에서 생성된 그 당위의 행동거지를 '주제'라고 한다. 그 주제에 맞.. 2020. 9. 30.
공공적 미성년 집안에서는 그토록 인간적으로 성숙하고 원숙했던 이 한국인들이 공공성 속에 노출되자마자 길잃은 고아처럼 불안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공공지대는 이방이며 낯이 설었다. 인간이란 낱말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일이 있다. 곧 주체인 사람은 어떤 객체와의 사이로 인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란 사람은 이성과의 사이, 가족과의 사이, 씨족과의 사이, 공동체와의 사이, 나라와의 사이 등 많은 객체와의 사이로 파악되고 존립할 수가 있다. 사람이나 민족에 따라서 어떤 객체와의 사이가 다른 객체와의 사이보다 한결 소중하고 덜하고 한다. 가령 아버지와의 사이를 나라와의 사이보다 수백 배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여자와의 사이, 아버지와의 사이보다 공동체와의 사이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그렇듯이 .. 2020. 9. 30.
외적변화보다 느린 한국인 더디게 변하는 의식구조가 급속히 변하는 사회조건에 걸맞지 않아 병패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사회조건에 걸맞게 빨리 변하여 잔존해 있는 기성의 의식구조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해방하던 해를 분계점으로 하여 단군이래 해방되기까지의 변천과 해방에서 현재까지의 변천을 비겨본다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거의 맞먹을 만큼 엄청난 변화를 보고 있다.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문물의 변화는 가치관이나 의식구조의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변화를 소화시킬 틈도 없이 쏟아부친 지난 45년의 의식구조 변화는 다양하기 그지없으며 한 권의 책으로는 그 대강만도 쓰지 못할 것이다. 다만 물질문화만큼은 정신문화가 따라서 변하지는 않으며 변천 속도도 느리고 더디기는 하다. 그래서 더디게 변하는 의식구조.. 2020. 9. 30.
한국형 개인주의 남 나름 이상의 개성이나 능력, 정신적 가치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이를 발휘하면 오히려 인심을 잃고 결속을 깨뜨린다 하여 소외당했던 것이다. 분단 40여 년 동안의 의식구조 변천을 가늠해 보려면 변천 이전의 의식 원형을 설정하고 그 변천을 있게 한 의식 인자를 설정함으로써 비교해 보지 않으면 그 변천상이 부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그 한국인의 의식 원형과 그 원형을 변천시킨 구미인의 의식 원형을 가려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유목, 상업 등 이동성 직업을 주된 생업으로 영위해 온 유럽 사람들의 밑뿌리에는 사람이란 제각기 서로 다른 이해, 의견,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잠재적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인간관이 가로놓여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각자가 책임지는 개와의 평등한 대립사상인 것이다. 인간끼리 .. 2020.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