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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이야기

최고의 선물

by Healing New 2020. 4. 28.

우리는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물건의 가격은 중요한 게 아니며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버지가 비싼 새 물건에는 신나하면서 작은
손과 큰 가슴으로 정성들여 만든 사랑의 근원적인 징표를 무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비싼 새 자전거나 CD플레이어를 사주는 손보다 오히려 그 작은 손이 아버지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 준다면 아이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문제에 직면한 것은 크리스마스가 되었을 때였다. 우리집 아이들은 학교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선물을 사기로 했다. 벼룩시장에는 일반 가게에서도 구할 수 없는
독특한 상품들이 많다. 그리고 물건들이 값이 싸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은 나를 위해 선물을 샀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 특히 여섯 살짜리 아들은 내가 받을 선물이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나를 계속 괴롭혔다. 선물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창조적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스스로도 참을 수 없는지 날마다 그것이 무엇일 것 같으냐고
내게 묻곤 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자, 그것도 매우 이른 시각에 아이는 흥분과 기대에 찬 얼굴로
첫 번째로 내게 선물상자를 내밀었다. 자기가 주는 선물을 맨 먼저 열어 보라고
아이는 졸라댔다. 아이는 흥분이 되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마치 내가 이런 굉장한
선물은 두 번 다시 못 받게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나 역시 기대에 차서 포장를 뜯고 상자를 열었다. 거기 그 선물이 있었다. 정말로
내가 여태껏 받은 것들 중에서 가장 멋진 선물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서른다섯살
어른의 눈을 통해서 그것을 바라 보지 않았다. '최첨단 기술'이 생산해내는 물건들에
닳아 빠진, 그리고 '더 빠르고, 더 간편하고 더 경제적인' 것들에만 가치를 두는 어른의
눈을 버리고, 그대신 흥분된 여섯살짜리의 눈으로 그 선물을 바라 보았다.
  그것은 2센티미터 크기의 초록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모양이 다른 여러 개가 세트로 들어 있었다. 하지만 아들은
재빨리 그 중 가장 멋지게 생긴 것을 가리켰다. 그것의 앞 발톱에는 항상 옷에 꽂고
다닐 수 있도록 클립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날 크리스마스 아침에 본 아들의 눈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눈은
기대와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눈빛이었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그 작은 파란 눈이 나에게 여러 해 전에 내가 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정말로 중요한 건 마음이냐고? 나는 아이가 온갖
자질구레한 물건들 속에서 하나의 보석을 발견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며 벼룩시장을
뒤졌을까를 상상했다. 아빠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할 그런 물건을 찾아서.
  나는 아이가 던지는 무언의 질문에 답하기라도 하듯 그 자리서 그것을 옷깃에
꽂고는 매우 근사하다고 환성을 질렀다. 그럼으로써 아이의 생각이 옳음을 증명해
보였다.
  난 그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 후 몇 주일 동안 나는 말 그대로 어느 곳엘
가든지 그 플라스틱 공룡을 내 윗옷 옷깃에 꽂고 다녔다. 이상하게도 아무도 그것의
가치를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아들밖에는 아무도 그것을 알아 주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특별히 마음의 선물을 주고 받는 아이들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은 비싼
보석이나 음반을 선물하는 어른들의 얼굴 표정과는 다르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에는 이웃집에 사는 두 아이가 우리집 아이들에게 종이로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양말을 선물했다. 양말 안에는 여러 가지 보물들이 들어 있고, 바느질
대신 수십 개의 호치키스가 양말 둘레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양말 속에는 이상한 모양의 크리스마스 캔디와 자기들이 갖고 놀던 아끼는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그 아이들의 집안은 결손 가정이어서 돈이 별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과 진심어린 마음이 그 물건들 속에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들이 바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었다.
  언제 우리는 마음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가? 나는 이 질문을 내 자신에게 거듭 묻곤
한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위해서 하는 가장 소중한 행동들을 물질적인 가치로
평가할 때이다. 그때 마음의 소중함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내 아들이 내게 선물한 물건의 실제 값어치는 몇 푼밖에 안 되지만 내게는 그것이
황금만큼이나 가치가 있다. 따라서 이 다음에 만일 누군가 존경받는 어른의 옷차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잡한 종이 넥타이나 판박이로 된 5센트짜리 '근사한' 나비
문신을 하고 다닌다면 그를 안 됐다고 여기지 말라. 만일 그에게 그것들이 약간
우스꽝스럽게 보인다고 말하면 그는 단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내 여섯살짜리 아들은 내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물로 받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재무성이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해도 내게서 이것을 사 갈 순 없지요."
  이것이 내가 플라스틱 공룡을 양복 옷깃에 꽂고 다니는 이유이다.

 <댄 셰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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