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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심령 과학

심령과학 9 (악령의 세계 하)

by FraisGout 2020. 5. 16.

      악령의 세계 제2부
    제1장 타력신앙의 공포

    원점으로 돌아가라
  앞뒤 어디로 보아도 우선 신앙의 형태는 그의 전부가 남에게 의존하는 모습이다. 불
교. 기독교. 회교, 그 밖의 신흥종교에 이르기까지 타력에 의존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어째서 이처럼 타력신앙이 유행하게 된 것일까?
  악을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정이며, 업의 수렁은 혼자의 힘
으로는 빠져 나올 수가 없다.
  자력으로서는 인간은 해탈할 수 없다고, 그렇게 확신한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승사상이 세상을 휩쓸게 됨에 따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되었고, 그 때문에 사람의 마음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조차도 알 수 없게 되어, 
신앙이라는 이름 밑에 수많은 종파가 난립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타력신앙으로는 구할 수 없으며, 성불도 가능하다고 본다, 석가나 예
수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는 않다, 지금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원점으로 되돌
아가서, 자기 자신까지 포함해서 사회의 혼란을 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참다운 평화는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를 반성할 필요가 있는 줄 안다.
  절이나 교회에서 독경을 하거나 아멘 하고 기도를 한다고 해도, 그 뜻이나 참뜻을 
이해하여 실천하지 않는 한, 우리들의 고뇌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남의 업을 떠맡다
  푸른빛이 눈 속에 스며드는 것 같다. 몇 대의 차들이 포장된 아스팔트의 산길을 달
려 올라간다. 길은 오른쪽 왼쪽으로 커어브를 틀며 끝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 여름이건만, 피부에 와 닿는 공기는 시원해 기분이 상쾌하며, 도시 생활에서 쌓
이고 쌓인 울적한 기분을 상쾌하게 풀어 준다. 역시 자연은 아름답다. 
  나는 차에 흔들리면서, 두로 지나가는 창 밖의 경치에 넋을 잃고 바라보며 깨끗한 
공기 속에 마음껏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1974년 8월 2일, 시가 공원 구마노유 온천에서의 하기연수회가 멀리 혹까이도.규슈.
오끼나와 방면에서도 참가자가 모여 열렸다.
  참가자는 각양각색이어서 그야말로 온갖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대학교수. 의사. 법관. 예술가. 상인. 공원. 학교 선생들. 사업가. 주부. 샐러리맨들
이었다. 
  물론 이들 가운데에는 여러 군데 종교단체를 거쳐 온 이들도 있고,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이나, 인생의 괴로움을 한 몸에 젊어지고 마음의 평안을 잃은 이들도 많이 있었
다.
  참가자들 가운데는 내가 주최하는 연수회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려고 온 이른바 스파
이와 같은 사명을 띄고 온 이도 있었고, 나에게 시비를 걸려고 온 사람도 있었다.
  하지마 나는 이러한 사람들을 간단하게 비나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현대종교의 
거의 전부가 현실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들이며, 살아 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까 정상이었던 인생이 크게 빗나가게 되어서 직장도 과정도 엉망이 되어 버리는 경우
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생불이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전당을 짓고 싶어한다. 신을 제사 지내는 제
단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제단이나 전당은 인간의 마음을 이상하게 경신하는 심정
을 갖게 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많은 무장들이 돈과 노동력을 동원하여 성곽을 지은 것도 알고 보면 단순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성 자체가 백성들을 말없이 위압하는 구실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란 눈에 보이는 것에 약하게 마련이다. 거대한 것에는 약하다. 생불로서 자
신의 욕망을 채우려면 우선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제단을 만들고, 그것을 수용할 수 있
는 대전당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도처에 대전당이 세워지게 되고, 신자는 더욱 더 그 위용에 마음을 빼앗기
고, 자기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마음도 몸도 상실했다는 비극이 뒤를 그치지 않는 것
이다.
  맹목적인 신앙만큼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것도 없으며, 따라서 속지 않겠다고 정신
을 바짝 차리고 확인하려고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한다. 
  나는 참가인의 심정을 잘 알 수 있었기에, 참가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연수회에 임하
든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인간이 진실한 모습을 하나 둘이라도 이해해 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호텔의 집회장은 복도까지 꽉 들어찰 정도로 초만원이었다. 사람들의 몸에서 품기는 
열기 때문에 시가 공원의 공기도 찌는 듯 덥혀질 지경이었다. 숲 속에서 들려오는 꾀
꼬리의 울음소리도 강연이 시작될 무렵에는 들리지 않았다.
  단 위에 서자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시선이 집중된다고 별다른 일은 없었
지만, 나는 육안과 제3이 눈으로 회장을 보는데, 이것으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의 조화 
상태를 보면 가지각색의 마음의 움직임을 알 수가 있으므로, 부조화를 이룬 사람들이 
많으면 솔직하게 말해서 우울해지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마음이 풍요한 사람들로부터는 그 풍요함에 비례한 엷은 금빛으로 둘러싸
여 있으며, 불평 불만이 많은 사람, 욕망이나 노여움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사람에
게서는 빛을 볼 수 없으며, 주위의 분위기를 더럽히고 있는 것이었다.
  이날, 나는 '인간은 어디서 왔는가, 어떤 목적과 사명을 지니고 있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주제가 거창했기에 강연 시간도 두 시간 반이나 걸려야 했다. 잠시 쉬었다가 질문 
받는 시간으로 들어갔다.
  50살이 조금 넘은 듯한 뚱뚱한 부인이 먼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신령님의 목소리를 듣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경
험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신불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마음의 원점>(필자의 저서)를 읽은 뒤로는 저를 지도하고 계시는 신령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매일 매일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괴롭습니
다. 저를 지도해 주시는 신령님을 믿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벌을 받게 된 것일까요? 
제발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시즈오까현의 하마마쓰에서 연수회에 참가한 스즈끼 기요꼬라는 여성은 약간 고개를 
숙인 채 떠듬떠듬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반대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이 연수회에 참가하는데 대해서 당신의 뒤에 있는 신령님이 몹시 반대를 하
여,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부조화를 이루어 간신히 찾아온 게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어제는 허리에서 발까지의 관절이 신경통에 걸려서 연수회에 참가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마음이 몹시 초조했었습니다. 참가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용기를 내어서 참가를 한 것입니다. 지금도 몸이 저리고 발의 관절이 
아파서 견딜 수 없습니다. 저를 구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나를 향해 두 손을 모으는 것이었다.
  안색도 나쁘고 몹시 괴로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붙
잡는 심정으로 간신히 이곳을 찾아 온 모양이었다.
  이 부인은 온갖 종교에 관계를 맺어서 마음속에 많은 독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당신은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집안에 있는 사당에다 절을 해온 것 같군요."
  "네, 그렇습니다."
  "사당에 모셔 놓은 신령님이 당신을 지켜 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어렸을 때부터 저의 귓가에서 '나는 이나리 대명신이다. 나는 너의 수호령이다'라
는 말씀을 듣곤 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는 아주 정성껏 믿고 계셨군요."
  "네, 아버님이 모신 것이었는데 아버님은 머지 않아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님이 뒤를 
이어서 신앙을 가지셨지요. 제가 네 살 때였기 때문에 아버님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
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모시고 계신 신령님 덕분에 저의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좋은 상담도 해 주고, 병을 고쳐주기도 하여, 정말 믿음이 두터운 분이었습
니다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짊어지고 있는 업장을 전부 물려받아서 오랫동안 앓으셨습
니다. 그러나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고 제가 열 여덟 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나셨습니
다."
  "응 과연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게 믿음이 두터운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째서 일찍 
돌아가신 걸까요."
  "신자의 나쁜 업장을 전부 떠맡았기 때문에 돌아가신 것이겠지요. 저를 지켜 주시고 
계신 신령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 당신의 신령님이요?"
  내가 이렇게 말한 순간, 회장에서는 웃음소리가 일어났다. 타인의 업장을 대신 짊어
진다는 것은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일이고, 하느님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그
것이 한낱 빈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교단의 교조도 오랫동안 천식 때문에 괴로움을 겪었고 연단 위에서는 것조차도 한 때
는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교조의 말에 의하면, 자기의 천식은 인류의 업장을 한 몸에 짊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이며, 신자들도 또한 그 말을 받아 들여서 업장을 짊어지고 괴로워하는 교조의 희생적
인 행위에 눈물을 흘리고 더욱 더 교조를 받들고, 맹신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무지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적인 문제는 여간해서는 섣불리 이
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각자의 업장은 각자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며, 남의 업을 떠맡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귀여운 내 아들이 병으로 괴로워할 때, 어머니가 그 괴로움을 대신 
겪으려고 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인류의 업장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해서 남의 탓으로 돌려서 신자를 속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 그 십자가는 인류의 죄를 속죄하는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예수를 믿는 자는 그로 말미암아 믿는 것만으로 업장인 죄가 소멸되어 
구해지게 되었다지만, 예수가 설파한 사람의 행위를 실천하는 것이어야 한다. 행동이 
없는 사랑, 행동이 따르지 않는 신심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아서 아무런 공덕도 나
타나지 않게 마련이다.
  십자가란 사랑의 상징이며, 행동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의해 인류의 죄나 
업장이 소멸되어진 것은 아니다.
  만일 인류의 업장이 예수에 의해 완전히 속죄되었다면, 예수 이후에는 조화에 찬 사
회의 건설이 완전히 이룩되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예수 이후의 인류의 역사는 어떠한가?
  죄장소멸은커녕, 전란이 그치지 않고 있었던 게 현실이었다. 
  사람들은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들어가 제멋대로 놀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아멘 이라고 말하고, 가슴에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들어가 제멋대로 놀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아멘 이라고 말하고, 가슴에 십자가를 긋기만 하면 매사가 잘 된다고 생각하
는 인간들이 지독스러운 욕망은 인류를 더욱 더 진흙 구덩이 속에 몰아넣어서 구원받
을 수 없는 상태를 이루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를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다.
  나는 부인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부인, 당신이 어머님은 감정의 기복이 심한 분이 아니었던가요. 이를테면 다른 사람
들로부터 예언이 맞지 않는다, 병이 고쳐지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게 되면 무섭게 화를 
내었지요? 당신에게 대해서도 엄격한 어머님이 아니었던가 생각합니다."
 "바로 맞았습니다. 신령님이 몸에 들어왔을 때는 말씀하는 목소리도 남자와 같았고 
여간 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이야기하신 것과 오늘 이야기가 전혀 반대
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신령님이 어머님 몸 속에 들어오면 인격이 전혀 달라지는군요."
  "그렇습니다. 저도 그럴 때는 어머니라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역시 신령님이 하시는 
말씀이라고 믿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부모님이 마구 야단을 치거나 어려운 일을 강요하거
나, 몸이 얼어붙는 폭포 속에 들어가 고해를 강요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런 일은 우선 없다고 보아야겠지요."
  "그렇지요. 캄캄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부모인 신령님이 억지를 부릴 까닭이 
없지요. 하물며 신령님께서 벌 같은 것을 내릴 까닭은 없는 것이지요. 만일 벌을 받았
다면 자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행하고 있는 것에 나쁜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
지요. 나쁜 원인은 자기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신불이 벌을 내린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역시 제가 믿고 있던 것은 악령이었던 것일까요?"
"그렇지요. 나쁜 영이었던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악령이 붙을 만한 원인은 있었던 것
입니다."
  "아무래도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40여 년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독
경을 하고 열심히 수행하였습니다. 나쁜 짓을 한 적은 없습니다."
  "당신은 나쁜 짓을 한 기억이 없다고 했습니다만, 선악의 기준은 어디다 두고 있나
요?"
  "글세, 그렇게 말씀하시니 난처합니다만,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되지 않습니
까?"
  "그것만으로는 올바른 기준을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데요."
  " 하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부인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무서운 어조로 나에게 대어 드는 것이었다. 얼굴빛은 
창백해지고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나는 부인의 감정을 흥분시켜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도 물론 올바른 일입니다."하고 앞서 했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수긍을 했다.
  부인은 자기의 뜻이 받아들여진 탓인지 미소를 띄우더니 먼저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부인은 마이크를 가슴께 들고 단 위에 서 있는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따라
서 나와의 대화는 회장 전체에 잘 들렸다.
  부인은 마이크를 잡고, "저를 지도하고 있는 신령님은 진짜일까요?"하고 또다시 같
은 질문을 해 왔다.
  나는 회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부인이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신령의 정체를 밝
히기 위해, "그것을 확인하고 싶거든 당신 자신이 확인하세요. 좋으시다면 이리로 올
라와 보십시오."
  하고 이야기했다. 스즈끼 기요꼬는 앞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단 위로 
올라왔다.

    흰 여우의 집념
  얼른 보기에 건강해 보이지만, 기요꼬 부인의 몸은 빙의령의 지배아래 놓여 있어 형
편이 없었다.
  기요꼬는 지정한 자리에 앉았으나, 마음속으로는 어떻게 하여 진짜 여부를 알 수 있
는가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4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서 영적인 현상이 나타나, 신령님의 사도로 자부해 온 그였
었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참아 온 그녀이기도 했다.
  일련종의 교단, 신흥종교인 M교단, S교단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영력이 있다는 사람
이면 찾아가 보지 않은 데라고는 없었다, 어디를 찾아가도 그녀의 배후에 잇는 신령님
이 누구라는 것을 알아내어서 납득시켜 준 이는 없었다고 했다.
  사람들 앞에 나와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채 창피를 당하고, 이번에는 또한 후회만 
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고 그녀는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런 데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어째서 오게 된 것일까 하고 후
회하는 생각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오서 뒤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될 
대로 되는 수밖에 없거니 했다.
  자기 마음속에 타인이 살고 있는 것 같기만 했다. 뜻이 정해지지를 않고 갈팡질팡하
게 된다. 
  회장 안은 어떤가 하고 살펴보니까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야기로는 들
었지만, 실제로 영적인 현상을 본 일은 없다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으므로 불안
과 기대를 가진 표정으로 사람들의 눈초리는 기요꼬와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앞에 섰다.
  "부인, 몸을 편하게 해 주세요. 당신을 지켜 주고 있는 신령님을 몸 안으로 들어오
게 해 주세요."하고 말하자 그녀는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저는 그런 짓은 절
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하고 거절을 했다. 나는 즉시 말했다.
  "스즈끼 부인, 당신은 언제나 신령님과 이야기하지 않았던가요? 그 신령님을 나타나
게 하는 게 어째서 싫습니까?"
  내가 다그쳐 묻자 그녀는 마지못해 그럴 생각을 갖게 되었다.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더니 떨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뒤에 새하얀 여우의 영이 그녀에게 덮어씌우듯이 그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
다. 푹신한 여우의 긴 꼬리가 그녀의 왼쪽 허리께 보였다.
  합장하고 있던 그녀의 손이 갑자기 상하운동을 시작하더니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 뜻과는 반대로 여우에게 지배당하게 된 것이었다.
  오랫동안 집안에서 항상 그렇게 해 왔으므로 그녀의 몸은 여우에게 지배당하기 쉬운 
상태가 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기 자신의 뜻이 강하게 작용하면 영에게 지배당하는 일은 없는 
법인데, 평상시의 버릇이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 낸 셈이었다.
  "호-호-호-"
  말을 이루지 못한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스즈끼 여사를 지배하고 계신 수호령님, 제발 분명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모
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꾀꼴 꾀꼴 꾀꼬르...."하고 꾀꼬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신은 꾀꼬리입니까?"하고 내가 물었다.
  그녀는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정말 꾀꼬리인가요?" 내가 다짐을 하니까 다시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현재 SK교의 신자이며, 꾀꼬리의 신령이 붙어 있다고 해서, 니이가다 방면의 
신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이름이 나 있는 모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자기가 경험한 영적인 체험을 발표하여 의기양양해 있다는 사실도 나는 알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분명히 그녀의 입을 통하여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연수회 참가자들이 타
력에만 의존하는 신앙생활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것인가를 알게 하는 좋은 기회하
고 나는 생각한 것이었다.
  "너는 꾀꼬리의 영이 아닌 게 분명하다. <법화경>의 경문을 조금 알고 있기에 이 여
인을 속였고, 게다가 이 여성의 입을 통하여 꾀꼬리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고 잇는 보통 
짐승의 영일 뿐이다. 거짓말을 아무리 해도 나는 속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라구! 사실
을 말이오."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 영은 갑자기 침묵을 지키고 만다.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 여성의 배후에 매달려 있는 동물령! 멋대로 이야기해도 소용없다. 너는 이제 내 
손아귀에서 피할 수는 없다.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너를 무서운 냉한지옥에 떨어뜨
릴 수도 있다. 어떠냐! 사실을 이야기하겠지."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 동물령은 떨고 있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드리겠어요."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네,네,네-----"
  "분명하게 말해."
  "나는....나는 이나리 대명신이다..."
  "너는 아직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어디의 이나리 대명신이냐?"
  "이 영자의 저택에 모셔졌던 신이라오."
  "너는 진짜 이나리 대명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틀림없이 이 여자 저택의 신령이다."
  "어째서 신으로 모셔진거지. 누구 명령을 받고 이 여성을 지켜 주고 있다는 건가?"  
"저택을 지키는 신으로서의 이 여자의 아버지가 모신거다. 이 여자의 부모들은 신앙심
이 두텁고, 그들의 소원에 의하여 수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자 그녀를 지배
하고 있는 여우는 갑자기 가슴을 펴며 으시대는 것이었다.
  "너는 눈먼 인간들로부터 제사를 받으면서 어째서 이 집안을 불행하게 만들었지?"
  "불행하게 만든 일은 없다. 이 여자의 어머니는 내가 도와서 많은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주었다. 나쁜 짓이라고는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현실에선 저택은 남이 손에 넘어가고, 이 여자의 부모들은 오랜 요양생활 
끝에 비참한 모습으로 일생을 끝내지 않았는가?"
  "이 여자의 어머니는 타인의 업장을 떠맡았기에 병에 걸린거다. 내 책임은 아니다."
  빙의하고 있는 동물령의 대답은 아주 그럴듯하여 여간해서는 꼬리를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함정은 있게 마련이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타인이 업장을 이어받는다는 것은 마음이 지니고 있는 올바
른 법칙을 알지 못하여, 자기 자신이 어두운 마음을 갖고, 성내고 불평을 말하고, 만
족할 줄 모르는 욕망대로 살고 있기 때문에, 빙이령이 본인의 몸에 붙기 쉬운 상황을 
만들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종류의 것들끼리 어울리게 된다는 뜻이다. 건드리
지 않으면 신령에게서 해는 입지 않는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통의 원인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며,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
다. 그 책임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괴로움을 넘어서려면, 괴로움의 원인을 없애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이나리 대명신
  악령의 대부분은 겉으로는 그럴듯한 말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욕망의 포로인 것
이며, 그 주위와 사람들 사이에 불신감을 조성하여, 원망. 질투. 노여움 등 나쁜 씨앗
을 뿌리는 경우가 많다.
  이나리 대명신임을 자처하는 스즈끼 기요꼬에게 붙은 동물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였
다. 
  "너는 아까부터 계속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너 자신은 이나리 대명신도 
아무 것도 아니다. 너는 여느 동물령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나는 너의 참 모습을 보고 
있는 거다. 이제 슬슬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좋지 않겠느냐?"
  동물령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너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골탕먹여 왔다. 이 여성의 마음을 지배하여,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을 주어 왔다.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정말 따분한데, 그러기에 처음부터 이런 데 오지 말라고 했지 않아. 그런데 이 여
자는 와 버렸거든. 바보 같으니라구...."
  드디어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네 본성을 나타내는구나."
  "그것이 어쨌다는 거냐? 정말 끈덕지구나. 이제 나는 돌아간다."
  "그렇게 간단하게 보낼 수는 없다. 돌려보내면 또 남의 마음을 지배하여 부동명왕이
니 이나리 대명신이니 사칭하여 많은 사람들을 망쳐 줄 게 아니겠느냐. 네 정체를 밝
혀라."
  "나는 이 저택 안에 살고 있는 여우였다. 그 옛날 내가 살던 숲이 불태워져서 집을 
잃어버린 데다가 이 집의 선조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 원한을 풀기 위하여 이렇
게 이 집의 자손들에게 붙어 있는 거다.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란 말이다. 나는 이 계
집을 평생 괴롭힐테다. 누가 뭐라고 하든 질대로 떨어지지 않을 테야....."
  선조가 범한 살생의 죄가 요즘과 같은 문명 사회 속에서도 자손에게 영향을 
끼쳐서 혼란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옥의 여우야. 네가 아무리 버둥거리며 이 사람(스즈끼여사)에게 매어달리려고 해
도, 나는 너를 떼어버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너희들도 하느님의 자녀
가 아니냐. 백 십여 년 동안이나 지상계 사람들에게 원한을 품고 불행을 심어 주었다
고 해서 그것으로 네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제는 더 이상 희생자를 
내어서는 안 된다. 너 자신이 범한 죄와 너 자신의 거짓 없는 올바른 마음을 반성해 
보도록 하라. 그래야만 네 마음  속의 어둠이 없어지고 편안하고 광명이 찬 네 자신의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게다."
  "나는 살해당했다. 어린 새끼들까지도 이 여자의 선조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이 원
한을 풀지 않고서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드의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한 치 벌레에도 오 푼의 혼이 있다고 했듯이 여우에게도 넋은 있는 법. 원한과 고통
을 사람처럼 강하게 느끼지는 않지만, 뱀이나 여우의 겨우는 지구 위에서의 생활 경험
이 길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보다는 사람에게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
  더구나 여우는 영리한 동물이고, 이 땅에서 저승으로 돌아가면, 땅 위의 사람보다는 
단순하지만, 교활한 지혜가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결국은 동물이며, 동물이 
지닌 본성은 지울 수 없다. 즉 동물은 본능적이며, 본능이 명령하는 대로 살게 된다.
  동물의 영혼이 빙의되는 경우는 대개 여우가 붙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과 똑같이 
이야기한다. 이것은 저승에 살고 있는 동물과는 틀려서 인간이 의식을 통하여 이야기
를 하기 때문에 마치 인간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말투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
다. 
  살아 있는 여우는 캥캥 하고 울 뿐 인간의 말을 할 수가 없지만, 인간의 의식에 들
어오면, 그 의식을 빌려서 이야기를 할 수가 있으므로, 여우인지 사람인지 이승의 사
람으로서는 구별할 길이 없다. 따라서 신령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일본의 영적인 현상에는 어째서 여우가 많은 것일까. 이것은 이나리 신앙이 많기 때
문이다. 이나리 대명신은 저승에 있는 천사의 역할이다. 오곡을 풍요하게 하는 신으로
서 땅 위의 착한 사람들을 돕기도 하고, 장사가 번창하도록 돕는다.
  물론 천사가 직접 도와준다고 하기보다는, 천사 밑에서 수족이 되어서 일하는 여우
들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나리신을 받들고, 소원이 이루어지면 사례를 
하여 천사 밑으로 돌아가게 하면 좋겠는데, 인간이란 욕심이 많기 때문에 신사를 만들
고 1년 내내 부탁을 하게 된다. 그것도 급한 경우가 지나면 그 은혜를 잊기가 쉬운 것
이 인간이며, 소홀히 취급하게 된다.
  여우는 본래 동물이며, 천사는 아닌 터이기에, 소홀하게 다루면 이윽고 동물의 본성
을 나타내기 시작, 화를 내게 되어 집안을 어지럽게 만들게 되는 것이다.
  환자가 연달아 생기고 부상자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임을 알아야 
한다.
  외국에 가면 이나리 신앙이라는 것은 없는 듯하다. 따라서 여우의 혼이 빙의되는 경
우는 적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욕심을 채우려는 신앙은 대개 여우가 뒤에서 작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앙의 형식은 달라도 여우가 붙어 있을지도 모른다.
  외국에는 뱀에 대한 신앙이 많으며, 또 뱀의 영혼이 기생하는 경우가 많으리라고 생
각된다.
  스즈끼 기요꼬에 붙어 있는 경우는 원한에 의한 빙의이며, 그가 가진 집념은 단순한 
신앙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집념을 불태울수록 여우 자신도 괴로울 것은 뻔한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인간의 악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잘못을 타일렀다.
  "자기 자신이 여우이면서 이나리 대명신이니 부동명왕이니 거짓말을 해서 인간의 마
음을 어지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 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살해당했다고 해
서 원망한다면 너희들도 또한 괴로울 게야. 상대를 용서하지 않는 한, 너는 언제까지
나 그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30년 40년 더 살았다고 해도 다른 
동물에게 먹혀서 죽는 일도 있지 않느냐. 백 수십 년에 걸쳐서 노여움의 집념을 갖는
다는 것은 어리석은 노릇이다. 그리고 또한 현실의 너는 죽지도 않았고 살아 있지 않
느냐. 용서하는 거야. 이제 용서해 주도록 해요. 용서하는 것 외에 네 자신이 구해질 
수 있는 길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
  "마음씨 고약한 인간은 오래 살고 있다. 자신의 집과 아이들까지도 앗아간 자를 용
서하라는 것은 너무나 심한 이야기다."
  흰여우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너의 심정은 잘 알겠다. 그러나 네 자신이 마음의 편안을 얻는 길은 용서하는 것밖
에 없지 않느냐. 사는 곳에서 쫓겨나고 자식들을 잃었다고 하지만, 너보다 약한 다른 
동물을 네가  그러지 않았다고 누가 잘라 말할 수 있겠느냐. 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
다. 무자비하게 살생한 죄는 분명히 나쁘지만, 용서하는 것에 의하여 너 자신도 구원
을 받고 상대로 자기 잘못을 뉘우치게 되리라. 용서하는 게야."
  내가 온 정성을 다해 이렇게 타이르자, 그녀의 등뒤에 매어 달려 있던 흰여우의 모
습은 안개가 걷히듯 그녀의 몸에서 떠나갔다.
  여우가 떠나자, 부인의 얼굴에는 다시 화색이 돌아오고 어깨가 저리던 것이며, 발의 
신경통도 깨끗이 없어져 버렸다.
  "어머, 이상도 하지. 몸이 가벼워졌네요. 가슴도 편안해지고, 감사합니다."
  두 눈을 뜬 그녀는 자기 몸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부인, 당신이 어려서부터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왔던, 집안에 모신 신령님은 동물
의 혼이지 신령님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가족들이 불행을 당한 것도 이 동물령 때문
이었던 겁니다."
  "어째서죠?"
  그녀는 멍청해진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울고 화내고 한 것은 부인이 아니고 여우였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까지의 자기 행동에 대해서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저승의 영혼이 완전히 지배를 
하게 되면, 그 기억은 하나도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녀 속에 있었던 것은 그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타인이었기에 이런 경우에는 아
무 기억이 없게 마련이다.
  "내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되거든 신령님의 이름을 불러 보세요."
  그녀는 자기 마음속에 있던 신령님에게 말을 걸어 보았으나, 이미 자취도 없이 사라
진 뒤라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있을 턱이 없었다.
  "어머나, 신령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요? 이상하네요
!"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의 당신은 매우 마음이 편안하고 지금까지처럼 초조한 느낌
은 들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붙어 있던 좋지 못한 파장을 보내오는 악령이 떠났기 
때문입니다."
  "좋지 않은 파장이란, 부인의 마음을 항상 화나게 하던 파장입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마음이 개운합니다. 역시 신령님은 아니었군요. 조금 전까지는 
추웠는데 지금은 몸이 따뜻해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당신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이나 행동했던 것들을 하나하
나 돌아다보고 자기만 좋으면 좋다는 생각을 완전히 수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네, 알았습니다."
  "정말 알았습니까?"
  "네...."
  "그렇다면 당신은 올바른 마음과 행동의 기준을 갖고 있습니까?"
  "아아뇨."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 삼아 반성을 해야 되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자기중심인 생각을 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긴 합니다만 아직 완전히 알고 계신 것 같지는 않군요."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다보는 것이었다.

    새로운 출발
  부조화를 이룬 영혼에게 지배를 당한다는 것은, 본인의 생각이나 행동이 중용이라고 
하는 올바른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벗어나서 자기중심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방향으로 
마음이 일그러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릇 행위는 마음의 자세에 따라서 정해지게 마련이다. 또한 행위에 의하여 마음의 
움직임도 영향을 받게 됨도 사실이다. 상념과 행위의 순환이라고 할 수가 있다. 조화
를 이루지 못한 방향으로 나가게 되면 더욱 더 조화가 깨지게된다.
  우리들의 마음은 항상 차원이 다른 세계와 통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바늘이 가리
키는 방향에 따라서 천상계에도, 지옥계에도 곧 연결이 되는 그런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조화된 세계와 통하고 있을 때는, 인류는 모두 형제라고 하는 생각을 갖게 되어 모
든 분야에 걸쳐서 안정된 상호관계가 유지되어 만족할 줄 아는 생활을 하게 된다. 반
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마음일 경우에는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혀서, 마음이 편
안함이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스즈끼 여사, 당신은 어렸을 때 신앙심이 두터운 부모님을 존경했었습니까?"
  "존경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집이 강한 편이어서 신령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
지만, 가정생활에서는 서로 다투기만 했으니까요. 부모에게 의논해 보았자 아무런 소
용이 없다는 생각이 어느덧 제 마음속에 싹터서 고독한 성격을 만들어 버린 모양입니
다."
  "그러나 당신이 현재 존재하는 것은 부모님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부모가 없어도 애는 자란다는 식으로, 부모가 없어도 저는 이렇게 자랐습니다."
  "그것은 이상한 이야긴데요. 현실에서 당신을 낳아 준 것은 부모가 아닙니까?" 
  "낳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만 있으면야..."
  "인생항로를 가는 육체를 준 것은 다름 아닌 부모입니다. 더욱이 당신을 낳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당신을 키운 것은 부모님의 무상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 아닙
니까? 육체라는 배에 타고 있는 지금의 당신은 말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존
경하든 안하든, 부모가 있었기에 지금 당신이 존경하게 된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 아닙
니까? 낳아 놓기만 하고 젖도 안 주고 옷도 안 입혀 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죠. 낳은 것이니까요."
  "당신은 자기 혼자의 힘으로 자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태어날 만한 이유가 반드
시 있는 법입니다. 병을 앓았을 때는 부모님은 당신에 대해 걱정을 하여 잠도 자지 않
고 간호를 했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도 남녀라면 누구나 낳을 수 있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소리죠?"
  나는 저으기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이 부인이 이야기하듯이, 가정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모가 좋아서 멋대로 
낳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부모의 육체가 건전하고 아기를 갖고 싶다
고 생각해도 어린애는 멋대로 태어나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곤란
해도 가난한 집에 애가 많다고 자꾸만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내아이가 필요하
다, 또는 계집애가 태어났으면 해도, 그것을 부모가 마음대로 가려서 낳을 수 없는 것
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아이는 태어나야 할 운명을 지녔기에 태어나게 된 것이며, 부모가 멋대
로 낳은 것은 아닌 것이다.
  성장함에 따라서, 부모가 엄격하여 자기를 귀여워하지 않으면 부모를 미워하게 되
어, 멋대로 좋아서 낳았다고 생각하게 되기 쉬운 법이지만, 본래 그 부모와 인연이 있
어서 태어나게 된 것이니까 이치야 어찌 되었든 부모야말로 가장 큰 은인이라고 해야 
될 줄 안다. 더욱이 완전히 건강체이면 그럴수록 부모를 비난함이 옳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스즈끼 여사, 당신의 형제자매들은 의좋게 지내고 있습니까?"
  "부모들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자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그다지 의좋은 사이라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우선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자기 중심으로 살려고 하면, 반
드시 충돌이 일어나게 마련이고, 또 자기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게 사실이 아닙니까? 
이 세상을 잘 보십시오. 그리고 옳게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악령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자기 자신을 잃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우선 먼저, 제가 쓴 책들을 쭉 읽어보십시오. 그리고 올바른 반성을 하는 생활을 
하도록 애쓰십시오.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십시오. 그러다 보면 당신
의 마음속의 어둠이 거치게 되어 하느님이 빛이 채워져서, 평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
게 됩니다. 우선 자기 자신을 굳건히 세우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평화스러운 마음
으로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
  "당신은 오랫동안 신앙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신이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신
앙의 길을 설교했습니다. 그러나 설교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려운 것은 그 
설교대로 옳게 살아가는 일입니다. 자기 자신의 거짓 아집을 이긴다는 것은 백만 천만
의 적군을 이기는 것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를 설교한다는 것은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선 자기 자신을 굳
건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를 이룩함으로써 안심이 있을 겁니다. 그 안심을 남에게 
전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안심을 향하여 올바르게 생활하게 되는 것입
니다. 백 가지 설법보다는 하나의 실행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녀의 두 눈에 무엇인가 번쩍 빛나는 게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알아들으셨지요. 참된 신앙이란 선아인 자기 마음에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고, 우뚝 서서 나에게 머리를 숙이고는 회장 안으로 사
라졌다.
  밝은 표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그녀를 맞은 회장 안에는 터질 듯한 박수소리가 한동
안 울려 퍼졌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맞은 사람이 또 하나 생긴 것이었다.

    아명관음
  스즈끼 기요꼬가 무사히 회장으로 돌아감으로써 회장 안에는 평온한 분위기가 감돌
았다. 사람들 얼굴마다 무엇인가 마음을 놓은 것과 같은 해방감이 차 있는 듯 했다.
  나는 땀을 씻고 이어서 다음 질문자를 구했다.
  "질문이 있으신 분은 서슴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회장 안은 그지없이 조용했다. 아무도 손을 드는 이가 없다. 스즈끼 기요꼬가 일으
킨 영적인 현상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들떠 있는 듯 했다.
  "자아 여러분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문제라도 좋으니까 마음놓고 질문해 주
십시오.'
  "나는 회장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미소를 띄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바로 그때였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30대쯤 되어 보이는 매서운 얼굴을 한 젊은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의 신령님을 보아주십시오. 지금 부인은 사꾸라가 아닐까요? 나를 실험해 주십시
오."
  이 젊은이는 이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시비만 걸고 있었다. 신이니 부처니 하는
데, 나야말로 진짜다. 도대체 저 강사는 엉터리다. 내가 녀석의 본색을 탄로시켜 보이
겠다고 여러 사람들에게 떠들어 왔던 터였다.
  회사에는 총회꾼 이라는 게 이런 법인데, 이 젊은이는 교단 파괴꾼 이라고나 할까.
  이 교단, 저 교단에 가서 교단을 마구 흔들어 놓는 억센 사나이인 게 분명했다. 
  젊은이는 회장 사람들을 비집고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등뒤에는 커다란 마왕이 붙어 있었다.
  나는 이 사나이는 매우 좋은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되어 단위에 올라오자 곧 실험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을 향하여 앉아 주십시오,"
  이 사나이의 이름은 하야시 하루이찌라고 했다. 그는 퉁명스러운 태도로 내가 말하
는 대로 정좌를 했다. 
  "하야시군, 자네를 지도하고 있는 신령님을 나오게 해 보게나."
  내가 웃음 띈 얼굴로 재촉하자, 그는 두 눈을 감고 합장을 했다. 그리고는 험악한 
느낌을 주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자 한데 모은 두 
손이 갑자기 머리 위로 높이 올라갔다.
  그의 얼굴을 보니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가 믿고 있는 신이 지배하기 시작한 게 
분명했다.
  좌우의 손이 차례로 여덟팔자를 그리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오른손의 엄지와 인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왼손도 똑같이 동그라미를 만
들더니, 왼손은 무릎 위에, 오른손은 머리 위에서 멎었다. 흔히 말하는 여래인이라는 
인이 두 손으로 만들어진 셈이었다.
  회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은 하야시 청년에게 집중이 되어 있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고, 기침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시오?"
  내가 질문했다.
  하야시 청년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나는 천상계에서 온 신이다."
  위에서부터 덮어씌우려는 듯한 강한 말투였다.
  저승의 마왕에게는 자비도 사랑도 없으며,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고 한다. 그들
의 세계는 힘이 전부이니까 이런 태도로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하야시 청년에게서 흘러나오는 영적인 파동은 매우 거칠어서 보통 사람이라면 그의 
곁에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게 마련이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기 마련이다. 돈도 또한 마찬가지다."
  그럴듯한 말을 했다. 왼손은 먼저대로이나 오른손이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천천히 움
직인다.
  "지금까지는, 이 사람은 이와 같이 좌우로 돈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모이는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제는 이 사람 주머니 속으로 모이게 되었다."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던 오른쪽 손이 그의 가슴에 빨려 들어가듯이 매끄럽게 이동을 
하며, 돈이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시늉을 한다. 여래인은 알고 보니 돈을 뜻하는 것임
이 분명했다.
  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이것을 보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
는가 했더니, 갑자기 속계로 되돌아 와서 돈이 흐르느니 모이느니 하는 이야기로 그치
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회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웃어서는 안 된다고 눈짓을 해보였다.
  섣불리 웃으면, 하야시 청년을 지배하고 있는 마왕이 화를 내어서 하야시 청년의 마
음을 혼란시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하야시 청년은 인을 풀고, 합장을 시작했다. 이어서 합장한 채 두 손을 높이 
쳐들더니 마왕은 하야시 청년의 몸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단신은 떠나서는 안 된다. 되돌아 들어가시오."
  이렇게 내가 말하자, 마왕은 또다시 하야시 청년을 지배하려 합장하는 모습으로 돌
아갔다.
  "마왕이여, 당신은 어째서 여기에 왔는가?"
  내가 스스로의 마음을 올바르게 하여 감정을 내는 일없이 엄격하게 이야기했다.
  "또 다른 이름을 가르쳐 주리라. 나는 야명관음이다."
  그의 두 손은 또다시 인을 만들어, 그 인이 쇠사슬처럼 연결이 되었다.
  영시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과연 신령이 옮겨 온 것과 같은 느낌을 주지만, 야명관
음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배후령은 몸이 크고, 빛이 없는 마왕이어서, 마왕의 뒤에는 
용이니 여우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천사가 만일 지배한다면, 이런 투의 연극조의 태도나 말은 하지 않게 마련이다. 용
이나 여우도 오지 않는다, 주위는 광명에 가득차 밝아지는 법이다.
  하야시 청년 자신의 감정이 격렬하여 사나운 파동을 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마왕이 
가까이 오게 되어, 마음이 마왕의 지배아래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천사를 부른
다고 해도 마음의 파동이 다르기 때문에 천사는 가까이 올 수가 없는 것이다.
  용이나 여우는 마왕의 심부름꾼이다.
  "이곳은 무엇인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로구나.'
  자기가 평소에 있던 곳과는 다른 곳에 온 마왕은 마침내 실토를 했다. 그들의 세계
와 지금의 이 장소는 굉장한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회장의 영역은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길을 배우려고 모여든 정묘한 마음의 파동을 내
고 있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정묘한 파동에 지워져서 영역은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본관은 빛의 천사로서의 사명을 지니고 육체를 가진 적도 있으며.... 한때는 염라
대왕으로서 많은 부하들을 거느린 일도 있었느니라. 그러나 지금은..."
  나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고 말없이 듣고 있었다. 마치 만물상처럼 이것도 저것
도 자기와 연결을 시켜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자기는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려고 하고 있는 듯 했다.
  "에잇! 에잇!"
  마왕은 이번에는 아홉 구자를 긋기 시작했다.
  그 기압과 하는 모습은 아주 그럴 듯 했다. 그리고는 그 수도를 나를 향해 기압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집착이 없기 때문에 마왕이 법력을 써도 조금도 두려울 바가 없었다.
  9자란 일종의 주술인데, 재해를 물리치고 승리를 얻기 위한 염력의 일종이다. 그 옛
날, 도가. 병가에서 이를 사용하였고, 뒤에는 진언종에서 쓰여진 듯하다.
  9자란 글자 그대로 아홉 글자가 있어서, 그것을 공중에 사념으로서 그리고, 가로 세
로 배열시켜서 수도로 가로 세로 쳐가는 것을 뜻함이다.
  9자를 그으면서 마왕은 반대로 자신이 숨이 참을 호소했다.
  "마왕, 어떠냐. 그대의 법력으로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왕의 법력 
따위로 나의 빛을 벽을 부술 수는 없다.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도록 하라.'
  나는 마왕을 향해, 마왕이 한 것처럼 9자를 그었다. 그러자 마왕은 괴로운  듯, "
워, 워"
  하고 고함을 지르더니 말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올바른 사람은 마지막에는 승리를 
거두게 마련이다.
  와까야마시의 노동회관에서 강연했을 때에도, 청중 가운데 하야시 청년과 똑같은 사
람이 있어서 소동을 피운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이 연단 근처까지 온 순간 두 손을 꼼짝할 수가 없게 되어서 몸이 그 자리에 
묶이고 말았었다.
  이것은 지옥의 악마에게 지배되고 있는 자가 올바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했을 때 일어나는 반작용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법을 밝히는 사
람들을 지켜 주는 빛의 천사들이 그들의 행동에 봉인을 함으로써 이런 현상이 일어나
는 것이다. 
  나의 직업은 전기회사의 한 기술자이며, 경영자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컴퓨터 부
속품을 만들고 있으며, 종교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인연이 없기는 하지만, 영적인 세계, 마음의 세계, 올바른 생활이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며,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하여 알게 된 진실은, 그 누구도 이를 범할 수 
없는 부동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는 많은 체험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설자리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고, 
이 땅 위를 덮고 있는 그릇된 타력신앙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고, 자각을 촉구해 온 
터였다.
  하야시 청년에게 빙의되어 있는 마왕은 그릇된 신앙에 의하여 길을 그르친 자임이 
분명했다.
  "마왕이여, 그대도 신의 아들로서 언제까지나 무서운 지옥계에 떨어져 뻐기고 있어
도 괴로움은 더해 갈 뿐일 게다. 정법이 무엇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
여 바로 잡고 신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반성을 해라."
  "뭐, 반성이라고? 그런 것은 옛날에 다 잊어버렸어. 자비니 사랑이니 그런 것으로 
살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리석은 소리..."
  "그대는 마음이 평온한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힘으로 남을 정복하
면. 힘으로 정복당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도리라는 것이다. 완력이나 권력이 아무리 
있어도 그대 이상의 힘을 지닌 자가 나타나면 그대는 그에게 지배받게 되어 있다. 이
제는 그만 힘에 의거하는 세계에서 빠져 나오도록 하라.
  그대의 마음속에도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 착한 마음이 있을 게다. 
그 마음이야말로 신의 아들이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지위와 명예. 권력. 돈, 그런 
것들은 모두 버려라. 그런 것에 집착을 갖기 때문에 괴로운 거야. 일체의 집착심을 깨
끗이 버렸을 때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대에게도 부모가 있었을 게다. 자기를 키워 준 부모가 있었겠지. 키워 준 부모의 
마음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그대는 자기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 땅에서 사는 이상, 
그대 혼자서는 살아 갈 수 없는 거야. 서로의 도움이 있음으로서 조화가 이루어져서 
모두가 즐겁게 살아 갈 수가 있는 게야. 거짓 나를 버리고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착한 그대 자신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마왕은 말없이 듣고 있더니 이윽고 하야시 청년의 몸에서 안개가 흩어지듯 나가 버
리고 말았다.

    목을 매다
  하야시 청년의 얼굴을 보니 아까와는 달리 혈색이 돌아오고 순수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야시군, 자네는 그릇된 신앙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았겠지?"
  그는 다소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만, 아까와는 달리 마음
속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때처럼 상쾌합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기울이고 방금 일어났던 현상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반성하고 
있는 듯 했다.
  "자네는 마왕에게 지배당하고 있을 때에 마음이 평온했었나?"
  "아니 전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저는 중학시절부터 입이 무거운 내향적 성격으로 
매우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이 고독에서 빠져 나와야겠다고 생각하여 
여러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어디서 수행을 했죠?"
  "불교, 신도, 또 어떤 때는 미노브에 가서 육체수행도 했습니다. 폭포에서 수행을 
하고 있을 때에 신령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셈인지 그 뒤로는 
몸의 상태가 나빠져서 의사 신세를 져야만 했습니다. 위도 좋지가 않습니다. 단식도 
해 보았습니다. 밀교의 수행도 해 보았습니다만 실제의 생활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수
행이기 때문에 의문을 갖게 되었고, 무엇인가 올바른 길이 없는가 하고 그 뒤로는 여
러 가지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찾아 냈나요?"
  "발견하기 위해서 종교의 문을 두드린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진짜라고 생각하고 '생
명의 실상'이라는 책을 읽고 신상관을 해 보았습니다. 또한 '질병이란 본래 없는 거
다' '칠생 선을 생각한다'는 데 열중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어떠했지요?"
  "신상관을 하고 있는데 마음속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파동이 일어나 아무리 애를 써
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어서 괴로워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무렵부터 각별
히 영적인 파동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바깥에 나다니는 것이 무서워
지고, 타인을 보면 제 욕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고, 피해의식이 강해져서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이런 괴로움을 어째서 나만이 받아야 하는가 하고 괴로워
했습니다. 한편 어느덧 신령님의 목소리가 언제든지 들리게 되었습니다. '너는 이 방 
안에서 나가서는 안 된다. 이 곳에서 신상관을 하는 게야. 식사도 해서는 안 된다. 너
는 내 말을 믿어야 한다.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식사를 들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라는 말을 듣고, 완전히 그 신령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수행을 하면 돈 때문에 걱정할 일도 없으며, 일생의 생활보장조차도 받게 되리라. 
네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지위. 명예. 돈. 여자, 무엇이든 주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쩐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때는 완전히 믿어 버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속의 불안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차차 몸의 마디마디가   아파 오고, 어
깨도 저리고, 밤에는 신령님의 통신이 들어와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신령님께서, '너는 이제 불사신이 되었다. 그 대들보에 목을 매어 달아라. 
절대로 죽지는 않는다'고 해서 목을 매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가족들이 저를 병원으
로 데리고 와서 저는 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보니 또다시 신령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는 가족들을 믿
어서는 안 된다.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화를 내어라.'
  저는 시키는 대로 어머니와 형제에 대하여 . '어째서 이런 곳에 데려왔죠? 나는 돌
아가겠어요.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마세요!' 하고 큰 소리로 야단을 쳤습니다. 그러자 
신령님은. '너를 죽이려고 가족들이 병원에 입원시킨 것이다. 주사를 맞아서는 안 된
다. 주사를 맞으면 죽는다."
  저는 신령님이 일러주신 대로 의사와 간호원에게 마구 고함을 질렀습니다. 저의 언
동이 너무나 괴상해서 저는 정신병원에 넣어지고 말았습니다. 병원생활은 한 달 정도 
했고, 퇴원  한 뒤에는 장사를 해 보았습니다만 잘 되지 않아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자 또 어떤 책이 눈에 띄어서 읽어보니까, 일체의 고통은 모두가 자기가 지난날 
저지른 업이 표면에 나타났다가는 사라져 가는 모습이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사람은 
신에게 기도를 드림으로써 구해질 수 있다.
  업장이 표면에 나타날 때는 괴롭지만, 그러나 그때는 업장이 사라져 가는 모습이니
까, 기도에 의해 자기 자신을 빛으로 바꿔 가면 업장이 두터워지는 일이 없어져서 점
점 행복이 얻어지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은 진짜라고 생각하여 이 교단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 뒤에 야명관음
이라고 자칭하는 수호령이 나타나서 저를 지도해 준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사는 
잘 되지 않고 갈등에 싸인 매일 매일이었습니다.
  잘 되지 않는 장사를 해 나가면서 이것은 사라져 가는 모습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해 
왔습니다만, 차차 제 자신이 이 사회에서 밀려나는 것 같아서 끝없이 마음이 불행해졌
습니다. 초조해지는 마음은 더해 갈 뿐이고, 의사는 정신안정제와 위장약을 주었습니
다만, 밤에는 신령님의 목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지요. 신령님과 교단의 가르
침에는 그냥 난처해지기만 했습니다."
  "하야시군, 자네는 새빨갛게 녹슨 것을 깨끗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하
나?"
  "녹을 벗겨야지요."
  "그리고서 어떻게 하죠?"
  "녹을 막은 페인트칠을 하죠."
  "그렇지. 그러나 자네는 녹슨 쇠에다가 페인트를 칠하곤 했기 때문에 뒤에서 연달아 
녹이 나와서 곧 페인트가 벗겨져 버린 것이야."
  "무슨 뜻이죠?"
  "자네는 녹을 벗기는 방법을 몰랐던걸세."
  "몰랐다니요?"
  그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다보는 것이었다.
  "쇠의 표면에 붙은 녹을 완전히 화학처리를 한 뒤에 페인트를 칠하는 걸세.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만 녹이 슬기 마련이지. 철의 분자와 산소의 분자가 화합해서 산화철
이라는 녹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거든. 그러니까 완전히 녹을 땐 뒤에 쇠의 표면이 닿
지 않도록 하는걸세. 자네 마음에 슨 녹도 마찬가지여서, 어렸을 때 생긴 마음의 녹이 
하나 가득차 있으니까 아무리 페인트칠을 해도 곧 먼저 상태로 되돌아가곤 했던 것이
야."
  "아 그렇군요"
  "그 마음에 슬은 녹을 떨어버리지 않는 한, 아무리 신상관이라는 것을 해도 마음의 
녹을 떨어지지 않게 되고,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가 생겨 버리는 걸세."
  "그렇다면 녹을 제거하는 것은 태어났을 때부터 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래요."
  "그건 큰일인데요. 그러니까 아무리 표면만 꾸며도 알맹이가 고쳐지지 않으면 안되
는 것이로군요."
  "바로 맞았어요."
  "아주 엄격하군요."
  "괴로움은 욕망을 채우려고 할 때부터 시작이 되는 거라네. 마치 쇠가 생겼을 때 산
소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처럼 녹슬 요소는 누구나 갖고 있게 마련이지."
  "그렇다면 태어난 환경과 교육. 사상. 습관이라고 하는 것을 정법이라는 척도로 재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셈이군요.'
  "바로 그렇다네. 정법이란 중용, 곧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대자연의 법칙을 척
도 삼아 자기 마음속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각, 그리고 그 생각으로 말미암은 행위
에 대해서, 그 법칙에 맞는가 아닌가를 검토해 보는 것이지. 대체로 보아서, 하나에서 
열까지는 법칙에서 벗어난 상념과 행위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괴로워하
게 되는 걸세. 자네는 우선 급한 성격부터 수정해야겠네. 왜 성질이 급해지는가. 자기
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성사가 되지 않으니까 성급해지는 거지. 성급한 마음은 노여움
으로 변하고 노여움은 마음을 흐리게 만들지. 따라서 노여워하는 마음이 심하면 심할
수록 그 얼룩은 넓어지고, 넓어진 분량만큼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지. 분노에 마음이 
흔들리게 되면 자네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에도 그 분노의 독을 마구 뿌리게 되
어 주위 사람들에게 하야시라는 사나이는 기분 나쁜 녀석이라고 배척을 당하게 되지. 
점점 자네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고독해지게 되지. 노여워하게 되면 육체적으로
도 장해가 생기게 되지. 피는 산성이 되고, 몸은 저항력이 없어져서 질병에 걸리기 쉽
게 된다. 위나 장에는 이 분노의 정신 작용이 민감하게 울려오지. 자네는 바싹 야위었
네. 위나 장이 좋지가 않네. 그것은 불끈하기 잘하는 분노의 감정이 마음에 슨 녹이 
되어 빠지지 않고, 어렸을 때부터 줄곧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네, 우선 화나는 마음
이 생기거든. 어째서 화가 나는지, 그것을 냉정하게 반성해 보는 거야. 그러면 그 원
인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게 되기 마련이네. 또한 만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언동에 마
음이 어지려워지거든.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성의 힘을 빌리는 거야. 이성이라
고 하는 것은 마음이 편안할 때에 양심이라고 하는 형태로 작용하게 마련인 거지. 사
물의 이치를 판단하는 능력이니까, 이 능력을 발동시켜서 어째서 지금의 나는 감정이 
심하게 흔들리는가를 생각하라는 것이야. 우리들의 감정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는 자
기중심으로 흔들리게 마련인 것. 자기중심이란, 자기보존을 말하는 거야. 제3자의 입
장에 서서 이성의 힘으로 판단을 하게 되면 자기중심이 돌 수는 없는 것이지. 만일 상
대가 지적한 만큼의 잘못이 자기에게 있다면 솔직하게 사과를 해야지. 아니면 화를 내
지 말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든지. 자기 자신에게 하나도 잘못이 없고, 비난받을 이
유가 없는데 시비를 받았을 때는 그렇고 그렇다는 사유를 설명해 주어도 상대가 귀담
아 들으려고 하지 않을 때는, 그래도 절대로 화내지 말고, 상대의 마음이 냉정해지도
록 그야말로 기도를 해 주어야 하네. 어떤 모욕을 당하더라도 화를 내서는 안돼요.
  인욕 즉, 참고 견딘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며, 그런 태도는 주위를 밝게 할 뿐
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도 어지럽히지 않을 수 있어. 언젠가는 반드시 이쪽의 마
음이 통하여 화해를 하게 마련이요, 흔히 말해지는 일이지만, 덮어놓고 참는 것과 인
욕은 다른 거예요. 덮어놓고 참는 것은 분노의 감정을 마음속에 억지로 쑤셔 넣는 것
이요. 쑤셔 넣은 것은 언젠가는 밖으로 나오게 돼. 그때는 쌍방에 상처가 나게 되지, 
인욕이란 덮어놓고 참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냉정한 마음으로 사물을 마음에 담
아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의 양식을 삼기 위하여 체크(유념)해 두는 거
야.
  상대편을 원망하지 말고, 오히려 상대를 용서하여, 자기에게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
각되는 것은 타산지석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자기 외의 것은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있
어서 마음의 양식, 마음의 재료임을 알아야 하겠지. 이런 원칙을 지켜 나가면 남과 다
투는 일도 없게 되고, 하물며 노여움에 마음이 흔들리는 일도 없게 돼요. 분노는 투쟁
과 연결되고 파괴와 연결되는 것.
  반성이란 눈먼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주어진 신의 자비라고 생각해 주시오. 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죠. 그러니까 인간은 우주와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반성을 게을리 하면 마왕과 같이 되어 지옥에서 괴로워하게 되는 거요. 마음속
으로 가려 보면 거짓 자기와 착한 자기로 나누어져 있으며, 거짓 자기가 강해지면 괴
로워하게 되고, 착한 내 자신이 극복하면 마음은 편안해지는 거예요."
  "당신은 자동차를 쓰고 계시죠?"
  "네, 10년 이상 타고 있습니다."
  "성능은 어떻죠?"
  "요즘은 좋아졌습니다."
  "교통사고는 어떻습니까?"
  "저는 아직 다행히도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습니다만 사고는 다발로 발생하고 있더
군요."    "어째서 사고가 많은 것일까요?"
  "차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하야시군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그것은 교통법규가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바로 맞았어요. 교통법규를 지킨다면 사고는 좀더 적어지겠지요."
  "법규를 무시하기 때문에 사고가 그치지 않겠지요?"
  "무시한다는 것은...?"
  "실행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인생항로라는 길에 있어서도 꼭 지켜야 할 교통법규가 있습니다. 하지
만 사람들은, 그 인생항로라는 길에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고 멋
대로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라의 법률은 사회질서를 지켜나가기 위하여 인
간의 지혜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만, 인생항로에는 대자연이라고 하는 영원히 떨어
질 수 없는 법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도의 석가는 그것을 가르친 겁니다. 이스라엘의 예수도 그것을 가르친 겁니다. 석
가도 예수도 대자연의 조화라는 법을 누구에게나 알기 쉽게 가르쳐 주신 겁니다. 그 
법이 어느덧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져서, 신에게는 기도하는 것, 제사를 받들어야 하는 
존재로 바뀌게 되어, 타력신앙으로 변해버린 겁니다. 법이 지켜짐으로써만이 질서가 
유지되고, 조화가 유지되는 겁니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실행되지 않고 기도만 올리
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데에, 모든 혼란과 불행의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나무아비타불의 유래
  "염불을 외우는 것이 어째서 나쁘다는 거죠?"
  "경은 인간이 취해야 할 올바른 생활방법을 가르친 겁니다. 입으로 부르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신은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까? 불상이나 만다라를 향해, 그 가
르침을 이야기하는 게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습니까?
  부처님 앞에서 <반야심경>이나<법화경>을 낭송해 드린다면 부처님은 어떻게 생각하
시겠습니까? 이상하지 않아요? 반야심경이나 법화경은 부처님이 가르치신 인간으로서
의 올바른 생활방식이 쓰여진 것입니다. 그 가르침을 부처님 앞에서 낭송한다. 만일 
부처님이 살아 계시다면 '경을 읽는 것보다 그 속에 쓰여진 진리를 실행하라'고 말씀
하실 겁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경은 불상 앞에서 낭송하게 
되어 버리고 말았지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만다라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무지
한 행위하고 할 수 있죠."
  "역시 타력에 의해서는 일그러진 마음을 수정할 수가 없는 것이로군요."
  "공해인 스모그만 해도 사람들이 욕망 중심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이것을 깨끗하게 하려고 하면 스모그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욕망 중심인 경제의 
톱니바퀴를 수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옛날과 같이, 하늘도 하천도 옛대로의 아
름다운 자연으로 돌아갈 수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이것과 똑같습니다. 아무리 독
경을 해도 행복해질 수는 없습니다. 남을 원망하거나 불평. 질투. 교만. 허영심, 이러
한 마음을 중용으로 돌아오게 해야합니다. 그러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반성해야 합
니다. 나무아비타불 이라는 염불이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
가하고 계십니까?
 나무란 인도의 고대어로 '나아모'라는 말입니다. 나아모란 귀의한다는 뜻입니다. 아
미란 지금부터 4천 수 백년 전, 아프리카에서 인간의 올바른 길을 설파한 빛의 대지도
령의 이름으로 그 당시에는 아아몬이라고 불리던 파라오를 가리킨 말입니다.
 아아몬은 대자연의 규칙이야말로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이며, 태양과 같이 만물에게 평
등하게 열과 빛을 주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신의 마음이 나타남이며,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이라고 가르쳤던 것입니다. 태양의 무의 행위에 감사하여, 그 감사하는 마음은 보은
이라는 행위에 의하여 올바르게 순환이 됩니다. 올바른 순환, 즉 정법이야말로 우리들
이 살아야 할 생활방식이라고 설파했던 것입니다. 그 뒤, 이집트에서는 아아멘이라고 
불리어지고, 솔로몬 시대에 들어와서 아미이의 신이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그 뒤 
그리이스에 전해지고, 인도에 와서 바라문교의 신으로 변하여 베다나 우파니샤아드의 
교전에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인도에서는 타불을 '다보오'라고 하며 깨달은 분을 가
리킨 말입니다. 이상을 직면하면, '아미이를 깨달은 부처님에게 귀의한다'는 뜻이 됩
니다.
  부처님은 빈비사라 부인이 왕에게 갇히었을 때, 서방정토에 아미이라고 불리우는 부
처님이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인도에서 본 서방이란, 이집트나 이스라엘 쪽의 차원이 
다른 세계의 천국을 가리킨 것입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도 서방정토라고 말하고 있습
니다. 아미타는 가공의 부처는 아니며 현재의 여래라는 것입니다. 염불이란 이 아미타
의 법에 귀의한다는 신앙며, 되풀이하여 외운다고 해서 별 뜻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 귀의한다는 것은 법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정법을 실천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조화를 잃고 있던 생활에서 빠져 나와 편
안한 인생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우선 반성에 의해 마음속의 공해를 제거하시오."
  "이제 마왕은 찾아들지 않을까요?"
  "당신이 지금의 상태라면 마왕은 언제든지 찾아들겠지만, 마음속이 법에 의해 바로
잡혀진다면 마왕은 가까이 올 수가 없지요. 마왕과 의좋게 지내는 것은 그만두십시오.
'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야시 청년은 회장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단에서 내려갔다.
  스즈끼 기요꼬 때도 그러했듯이 회장 안에서는 박수가 일어났다.
  현재 그는 마왕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장사도 잘 되어 건전한 나날을 보내고 있
다.
@ff
      제2장 일본의 엑소시스트
    요괴들
  요괴에 대한 이야기나 전선은 너무나도 많다. 일본은 물론이고, 이웃 한국이나 중국
으로 건너가면 역사가 오래 된 나라인 만큼 그런 이야기나 전설이 많이 남아 있다.
  현대는 과학의 시대이며 요괴니 도깨비 따위와는 아주 인연이 먼 것과 같이 생각이 
되지만, 사실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그런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요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과학을 무시하고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이 조화를 
잃은 상념을 지닌 채 이 세상에서 생활하는 한, 사라져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다.
  그럼 어디에 있느냐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요괴를 창조, 변화시켜서 움직이
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보통은 알 수가 없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일 뿐, 차원이 틀리는 
마음의 세계에서는 매일 밤, 그들의 암약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의식불명이 된 교조
  1975년 3월 9일, 나는 매달 행해지고 있는 정기 강연회 때문에 동경역을 떠났다.
  신간선 히까리호는 빌딩의 골짜기 사이를 기어가듯이 하다 차차 속도를 높여 갔다.
  하꼬네가 유리창 너머로 보이기 시작했다. 숲은 흰 눈에 덮여 있었다. 천지가 새하
얀 눈 경치는 무엇이고 형용키 어려운 마음의 편안을 안겨 준다. 차창을 통해 보는 경
치는, 마을과 도시가 환등사진이라도 보는 것처럼 차례차례 변해 갔다.
  가까운 곳을 보면, 사람의 마음의 변화를 연상시켜 주지만, 먼 곳의 경치는 여간해
서 바뀌지를 않는다. 자연의 마음을 짐작할 수가 있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기압의 변화로 귓속이 찡해진다. 하까리호는 터널 속을 달리고 있었다. 이윽고 아다미
를 지나 미시마를 지날 무렵이 되면, 웅대한 후지산이 눈 화장을 하고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눈 덮인 후지산은 확실히 아름답다. 그림을 그린 것처럼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한
층 더 돋보인다. 그 모습의 아름다움은 근처에 비슷한 산이 없기 때문에 더욱 더 아름
답게 보인다.
  사람은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후지산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으나 자연이 만들어 
낸 후지의 조형미는 그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이
런 자연의 아름다움은 만들어 낼 수가 없으리라.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스럽게 머리가 
숙여지는 느낌이다.
  그 후지산은 천공의 한 구석에서 하계의 여러 가지 변천을 바라보아 온 터이다. 사
람들이 이러고 저러고 하는데는 골치가 아팠을 게다. 사람들은 물질적인 신앙의 대상
을 만들어 낸 그 순간부터 혼란과 고뇌의 길을 걷게 된다고 할 수 있으리라.
  후지는 어째서 아름다운가? 그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드러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치장을 해서 돋보이게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
나, 흔들려서 움직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고야를 지나자, 큰 눈 때문에 서행운전이 불가피했다. 이 근처는 기후 변화가 심
하여 특수한 지역을 이루고 있다. 비와 눈 오는 곳이 이곳에 이르면 명확하게 선을 긋
듯 구분되어 기류도 역시 살아 있다는 느낌이 짙어진다.  이윽고 화석화된 불교의 도
시인 교또로 들어갔다.
  화려하게 단장한 교또 시내의 모습이 역 건물의 창문 너머로 바라다 보인다. 이제는 
교또에는 불교의 마음은 없다. 오직 있는 것은 불상을 모시고 있는 절이 있을 뿐, 오
래된 건조물들만을 구경할 수 있을 따름이다.
  히까리호는 이곳에서 10여분만에 목적지인 신오오사가에 도착했다.
  나는 여기서 기차를 내려서 마중 나온 자동차를 타고 동호오사까의 회장으로 향했
다.
  회장에는 이미 몇 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날 나는 강연은 <사람이 걸어야 할 길>에 대해서였다.
타력신앙의 잘못과 인간이 취해야 할 진실한 생활태도에 대하여 약 한 시간 반에 걸쳐
서 강연을 했다. 이어서 질의 응답을 했는데 이것이 두 시간 반 가량 걸렸고, 합해서 
4시간 동안이나 쉴새없이 계속되었다.
  강연을 끝내고 대기실로 돌아오니까 한 면회인이 찾아왔다. 몸이 깡마른 쉰 살 가까
운 사나이였다.
  "저는 가나가와에서 온 고바야시라는 사람입니다. 제 동생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느
님의 길'을 설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서 현재 시나가와의 어떤 
병원에 입원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진단에 의하면 뇌내출혈이라는 것입니다. 의사는 
뇌수술을 내일이라도 해야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가르쳐 주십시오." 
  고바야시씨는 동경에 있는 나의 사무실 사람의 소개를 받아 이곳을 찾아온 것이었
다. 30여 매의 동생의 사진을 갖고 와서 나에게 펴 보였다.
  사진을 보고 나도 놀랐지만,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바야시씨가 내어놓은 동생의 사진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초점이 흐려져 있고 이
중으로 찍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진 속에는 마왕과 동물령들의 모
습이 뚜렷이 나타나 있는 게 아닌가.
  "아우님은 수술은 잠시 기다려보는 게 좋겠습니다. 내일 우리가 병원에 가겠습니다. 
동물령이 아우님이 의식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은 이들을 제령시킨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고바야시씨는 내가 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받아 들여 주었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동
생집에서 일어나는 영적인 현상을 자주 보아오는 가운데 많은 의문을 가졌었기 때문이
었다.
  나는 다음 날, 고바야시의 안내를 받아서 그의 동생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
  병실의 문에는 <절대 안정, 면회사절>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당번인 간호부에게 찾아온 뜻을 말하니까, 
  "절대 안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하고 차갑게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강력히 이야기를 하니까 집안 식구라면 할 수 없다면서, 그것도 들어가서 용태를 살
펴보기만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 안을 한 발자욱 들어가 본 순간, 머리에서 허리에 걸쳐서 완전히 동물령이 빙
의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환자는 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 있었는데 몸의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상태로서 가끔가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동행한 승려인 무라가미 스님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빙의되어 있는 동물령을 제령시
키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환자 곁에 있는 마왕에게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걸어야 할 길을 설
득했다.
  30분 가량 지났을 무렵이었다. 의식불명이었던 환자에게 의식이 차차 돌아오더니 자
기 혼자의 힘으로 일어나 변소에 갔다.
  환자는 우리들을 의아한 눈초리로 보았다. 우리들은 의식이 돌아 온 환자를 보고 우
선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뒤, 나는 자주 병원에 갔었다.
  그러는 동안, 환자의 용태는 점차 회복되어 갔다. 재기불능이라고 말해진 중병이 날
이 갈수록 좋아졌기 때문에,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병원 쪽에서도 나를 아주 이상하
게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육체에 생긴 결함은 의학이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마음에 그 원인이 
있는 질병에 대해서는 현대의학은 아직 무력에 가깝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타인의 업
  환자였던 스즈므는 날이 갈수록 몸이 좋아져서, 자기 의식이 되돌아 와 퇴원을 했
다. 퇴원을 한 지 얼마 뒤에 나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나는 그에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자기 생각으로는 신에게 봉사하는 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신 것 같은데, 당
신 자신이 스스로를 알고 계신가요?"
  이 질문은 환자에게 있어서 좀 심한 말인 듯 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본성을 아는
바 없이, 남을 지도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을 설교하고 있는 이상은 자기 자신이 우선 생활 속에서 그 길
을 실천에 옮겨서 자기 자신의 본성이 무엇인가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실행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지도할 수 있단 말인가.
  "저는 집에 모시고 있는 신령님을 믿고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 자신도 신령님의 사도로서의 자각은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 집에 모시고 있는 신령님의 모습을 당신은 두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
까? 그리고 신령님과 이야기를 할 수가 있습니까?"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또다시 질문을 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신앙심이 깊어서 영감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예언을 해서 
맞추곤 했습니다. 신령님의 목소리는 제 가슴 있는 데서 들려오고, 제 입을 통해서 이
야기를 하고 귀로는 목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신령님을 직접 본 일은 없습니까?"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들려옵니다."
하고 그는 자기의 가슴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스즈므가 겪은 일들은, 흔히 말하는 영
매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그런 현상인 게 분명했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배후령은 틀
림없이 신이나 부처님이나 보살로서 또는 이나리 대명신이나 용신의 이름을 자칭하게 
마련이다.
  특히 귀 곁에서 또는 가슴에서 목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그것을 신령이니 부처니 하
고 믿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인 것이다. 백이면 백, 악령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은 평소에 마음이 초조하고 화가 나는 일은 없습니까?"
  "네, 자기 자신이면서 아닌 것 같은, 언제나 불평. 불만을 하게 되고, 초조해지고 
화가 나는 일이 많습니다."
  "초조해지고 화가 나는 원인은 어디에서 오는 거죠."
  "신자나 가족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속에서 화가 나는 상태에서, 마음속이 평온하고 평화로울 수 있습니까?"
  "아니, 괴롭습니다."
  "괴로운 상태에서 신령님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입니까?"
  "기도하고 있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니요?"
  "..."
  "라디오나 텔레비젼은 발신되고 있는 방송국의 주파수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다른 방송국의 주파와 혼선이 되어서 정확하게 수신하는 게 곤란합니다. 마음이 초조
하여 거친 파동을 내고 있으면 역시 거친 파동밖에 수신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초조
하고 불안한 상태에서는 올바른 세계와 통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겠지요."
  "그러니까 마음과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폭포수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냉수
를 뒤집어쓰기도 하여 육신을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찬물을 뒤집어쓴다는 것은 마음과 몸을 분명히 깨끗해지겠지요. 그러나 마음은 어
떨까요?"
 이 말에는 나도 저으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신앙
을 가지고 있다니, 어이없는 일이 아닌가.
  "당신은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신령님을 믿고 있는 건가요?"
  "..."
  스즈므는 육체수행을 통해 신주가 되어 있었다. 신주로서의 학식을 갖추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는 축사를 읽고, 불교의 <반야심경>을 독경하는, 신자를 갖고 있
는 타력신앙의 교조였다.
  한동안 그는 생각에 잠겨 있더니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했다.
  "마음을 깨끗이 하려면 당신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것, 행하고 있는 것을 올바른 
기준에 비추어서 생활을 고쳐나가면 됩니다."
  "초조하고 화를 내는 것은 깨끗한 게 못되는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당신에게는 감정적인 말이나 교만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깨끗하
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들의 몸이 아무리 더럽더라도 마음이 자비심과 사랑에 가득 차 
있다면 그야말로 깨끗한 마음, 깨끗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
다. 자기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덮어놓고 믿는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좋다 든가, 
싫다 든가 하는 감정에 좌우되어 믿기도 하고 안 믿기도 하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지
요. 당신은 인간으로서 우선 올바른 마음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이 기준을 척도로 삼아서, 태어났을 때부터 오늘날까지 해온 생활을 돌아다보고, 잘
못된 생각, 그리고 잘못된 생각에 바탕을 둔 행동에 대해서 반성을 하여, 그 잘못의 
원인을 제거해 가는 게 중요합니다. 잘못이 있으면 하느님께 사과를 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노력이 참다운 신앙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하는 것에 의하여, 현재까지의 자기 자신이 성격형성을 분명히 알게 되어, 
업의 윤회에서 자기 자신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것은 그렇다 치고, 현재 받는 고통은 신자에게 붙었던 악령이 저
의 몸에 현상화 된 것입니까?..."
  "원 당치도 않는 일입니다. 당신은 반사식으로 된 석유 난로를 알고 계시겠지요. 스
토오브의 뒤쪽은 거의 더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토오브의 앞쪽은 복사열과 반사열
로 굉장히 뜨거워지게 마련입니다. 복사열이란 반대로 열을 흡수해 가는 것이죠.
  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타인의 업을 뒤집어쓰는 일이 없습니다. 하
지만 자기 자신의 마음이 깨끗하기 않으면 여러 가지 조악한 파동을 물리치지를 못해 
받아 들임으로써 괴로워하게 되는데, 그것은 보시 자기 자신 안에 원망이나 질투. 불
평. 정욕. 명예욕이 불타고 있기 때문에, 악령의 지배를 받기 쉬운 상태를 만들고 있
기 때문인 것입니다.
  만일 신자의 악업을 교조가 모두 뒤집어 써야 한다면 신령님들은 모두 환자가 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야말로 부처님도 예수님도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석
가나 예수님은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요. 신자의 악업을 받는다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 
그러한 스모그를 잔뜩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스즈므는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의 그이 성격 같으면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타인의 말은 말할 것도 없
고 종교적인 충고에 대해서 전혀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으리라.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마음속을 살펴보니까, 겉으로는 순수하게 듣고 있었지만, 감
정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는 내향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를 쉽사리 받아들이
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악령이 제거되어서 몸의 상태가 눈에 띄게 회복이 되어 가고 있음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이 엄연한 사실은 그가 아무리 부인하려
고 해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의사는 뇌수술을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갑자기 의식이 회복되어 보행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수술은 잠시 보류되고 사태를 지켜보기로 하여, 아직 수술은 하지 않
고 있었다.
  스즈므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지금의 그는 머리로서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몸이 증명하고 있으므로 이 공간을 어떻게 메꾸어 가느냐가 그에게 남겨
진 이제부터의 과제이며, 재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된
다.

    현이녀란 요괴
  "저는 조상님에 대한 공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만,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
시나요?"
  그는 또다시 질문을 걸어왔다.
  그리하여 나는, 
  "어째서 공양을 해야 하는 거지요?"
  하고 반대로 물어보았다.
  "지금 우리가 살아 있음은 조상님이 계셨기 때문이 아닙니까? 공양을 해야만 깨닫지 
못한 조상님도 성불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라고 말한다.
  나는 그 동안 많은 종교인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보았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선조 공양을 이야기하곤 했었다. 왜냐하면 선조 공양은 타력신앙의 첫 번째 조건이 되
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조건은 신앙생활에는 반드시 따르게 마련인 것이어서, 이 때문에 종교는 관
념적인 것이라느니, 한 번 그 길에 들어서면 여간해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되어서 종교
는 아편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선조 공양에 대해서는 앞서 출판한 <악령의 세계 제1부>속이 '마음이 발견'에 대강 
썼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에게는 종전의 생각의 잘못된 점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또한 불단에 향을 피
우는 습관에 대해서도, 그 당시의 인도사람들은 목욕을 하는 일이 없어서 몸에서 악취
가 심하게 났기 때문에, 그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향을 피웠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
었다.
  또한 등불을 밝히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그 무렵에는 요즘과 같이 전기가 없었다. 
밤에 설법을 듣게 되면 부처님의 얼굴을 뵈올 수 없기 때문에 청문자들은 등유를 준비
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던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것이 어느덧 촛불을 밝히는 게 
의식에서 빠뜨릴 수 없는 습관이 되어서 제단에는 반드시 촛불이 밝혀지게 된 것이 아
닌가 생각된다.
  촛불을 밝히는 데 의미를 부여코져 하면 얼마든지 이유야 나오겠지만, 불교에서 촛
불을 밝히는 시초는 본시 소박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물이나 소금을 쓰는 것도, 물도 더러움을 씻어 주는 것이고, 소금은 조화의 결
정이기 때문에 차차 불교 안에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스즈므의 생각도 차츰 바뀌어지는 듯 했다.
  우선 얼굴빛이 밝아지고 혈색이 좋아졌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잘못을 깨닫게 되자, 
그는 지나간 자기의 인생을 반성해 보려고 결심하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 2월초 집에서 졸도했었다.
  구급차가 의식불명이 된 그를 병원으로 운반해 갔었다. 의식불명이 된 원인은 커다
란 뱀이 그의 심장을 칭칭 감고 조여서 괴로워진 나머지 아무 것도 모르게 되었기 때
문이었다.
  그로부터 아직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는 죽음의 바로 문턱 앞에서 목숨
을 건진 것만은 분명했다.
  그는 반성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몇 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신자 세 사람이 죽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신에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제단 앞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아득히 먼 곳에서 흰 것이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보니까 뼈와 가죽만 있는 해골과 같은 인간이 여럿이서 가마를 메고, 가마 위에는 이 
역시 커다란 해골과 같은 사나이의 엷은 검정빛 장삼을 걸치고 앉아 있었습니다. 자세
히 그 행렬을 바라보니까, 그 해골사나이가 제 눈앞에 다가왔고, 가까이 왔을 때는 저
의 키 정도의 크기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 해골은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사신
이다. 너는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아라. 가만히 보고만 있는 거야. 저 녀석들은 이제 
수명이 다 되었어. 연명기원은 그만두기 바란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눈은 
푹 꺼지고 그 몰골의 무서움이란 이루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사신은 그 뒤 2,3일 동안 저의 제단을 점령
한 채 떠나려고 하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어찌했으면 좋을지 정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흘째가 되어도 아직 돌아가지 않으므로 저는 단념을 하고, '죽음은 천명에 맡기겠
습니다.'하고 말한 순간, 그들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또한 작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제단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노라니까 한 명의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
나서, '저를 구해 주십시오.'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지옥에 떨어진 여자구
나, 어떻게든 구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여 <반야심경>을 독송하여 기도를 해 주었습니
다. 그러나 어떻게 괸 셈인지,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여자는 나타나서 구해 달라
고 애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습
니다만 거기에는 대답이 없고 '저를 도와주십시오, 구해주십시오.'하고 말할 뿐이었습
니다.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오직 경을 읽고 공양을 계속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
녀의 이름을 알 수가 없기에 제멋대로 현이녀라고 이름을 지어서 부르기로 했습니다. 
  현이녀는 얼굴빛이 하얀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너무 자주 나타나므로 저는 어느
덧 그녀에게 매혹되어 그녀를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현이녀를 구하기 위하여 
기도하고 있노라니까 잿빛의 어두운 세계가 눈앞에 전개되었습니다. 주위는 거친 사구
와 같았는데 그 모래 언덕에 가느다란 길이 길게 나 있었고, 길 양쪽에는 마른 고목들
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현이녀가 그 가느다란 길을 똑바로 뛰어 갔습니
다. 저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한참 가다 보니까 초라한 집이 서 있었습니다. 
형편없이 초라한 집이로구나 생각하면서 집안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처럼 젊고 아름답던 현이녀가 주름살 투성이의 여자로 변해 있었고, 뿐만 아니라 
입이 길게 찢어지고, 길고 더러운 백발이 어깨에서 가슴까지 늘어져 있었습니다. 두 
눈은 고상하게 빛나고 날카로웠으며, 마귀할멈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무서워진 나머지 꼼짝을 못하고 서 있노라니까 현이녀는, '감히 내 모습을 엿보다니!'
하면서 저에게 덤벼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주문을 외우면서 정신없이 도망갔습니다. 이윽고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저
는 제단 앞에서 완전히 지쳐 쓰러져 있었습니다. 젊은 처녀와 같이 아름답던 여인이 
삽시간에 마귀 할멈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에 많이 나옵니다만, 직접 체
험해 보고 역시 사실이로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더니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다음 날이었습니다. 제단 
앞에서 명상에 잠겨 있노라니까 이번에는 많은 무사들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육중한 
체격의 대장인 듯 싶은 사나이가, '현이녀를 찾아라, 어디에 갔는지 꼭 찾아내야만 한
다'하고 큰 소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었습니다. 대장이, '너희를 모두 활을 겨누어 하늘을 향해 쏘아라!'하고 이번에는 
호령을 했습니다. 무사들은 활을 잿빛 하늘을 향해 당겼습니다.
  휭휭 하고 화살 날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에게는 화살 날으는 소리까지도 명확
하게 잘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잿빛 하늘 한 귀퉁이에서 흰 구슬과 같은 이상
한 것이 가까이 오는 게 보였습니다. 그 구슬과 같은 탈 것 위에는 현이녀가 있었습니
다. 그런데 화살이 당겨지자 현이녀의 모습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장은, '이번에는 활을 땅을 향해서 쏘아라, 현이녀는 땅속으로 숨었다' 하고 땅을 
향하여 일제히 화살이 꽂혔습니다. 마치 중국의 요술 연극을 보는 것 같아서, 아무래
도 제 자신 정신이 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요? 어째서 이런 경험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는 자기의 체험담을 끝내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현이녀는 뱀의 요정입니다. 미녀로 둔갑을 해서 당신의 마음을 지배하기 이해 유혹
하려고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구해 주려고 열심히 기도를 했기 때문에 그 
사랑의 벽을 뚫고 들어올 수가 없어서 마침내 본성을 드러내 놓고만 것입니다. 장소는 
아수라계라고 하는 깊은 지옥입니다. 무사 대장은 마왕이며 변화무쌍한 현이녀를 죽이
려고 쫓고 있는 아수라의 대장입니다.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지옥에 있으면서 여전히 
싸우면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머지 않아 신의 아들이라는 자각을 갖게 
되어 지금 있는 세계에서 떠나가게 된 것입니다. 현상계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거칠
어져서 다투는 일과 파괴하는 행동이 일상생활이 되면 지옥계의 악령들이 사람들의 마
음을 지배하여, 혼란이 더욱 심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현이녀에게 지배당하게 되
었더라면, 당신은 틀림없이 미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사람들을 구하
고 싶다는 사랑의 마음이 있었기에 어떤 악령도 침범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작년 7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내가 쓴 책을 읽은 어느 분이 그 전까지 자주 찾아가
서 점도 치고 굿도 했던 교또의 박수무당을 다시는 찾아가지 않게 되자 그 무당은 어
떻게든 자기에게 돌아오게 하려고 법력을 써서 기도를 하고 있으니까 박수무당은 크다
란 빛과 같은 것에 부딪쳐서 쓰러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밤중에 전화가 걸려와서 받
아 보니까 그 박수무당에게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선생님, 저는 죽습니다. 살려 주
세요! 선생님을 해치려고 기도를 했더니 커다란 빛에 얻어맞았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
십시오. 용서해 주세요'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법을 알고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
에게는 어떤 법력도 작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스즈므는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승의 결사행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지금까지 들려준 것과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1972년 6월에 <인간 석가><마음의 원점><마음의 발견><마음이 지침>을 읽고 
저는 종교가로서 이 책에 쓰여져 있는 것은 모두가 진실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
고 책을 지으신 분을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갑자기 몸의 상태가 이상
해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책도 읽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집에서 찍은 사진
은 저만은 제대로 찍혀지지 않고, 나중에는 제 모습은 반쯤 녹아버린 것 같이 찍혀지
거나 뱀이나 용의 모습까지 함께 찍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올해 2월 들어 의식불명이 되어 병원에 오게 된 것입니다. 다시 여쭈어 
보겠습니다만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이 이상해지는데, 글을 읽을 수 없는 것은 무
슨 까닭일까요?"
  나는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역시 1973년 3월, 어느 오랜 절에서 수행하던 여승이 내가 쓴 책들을 읽고 이것이
야말로 진짜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자기의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던 것은, 자기의 생가가 아무미의 유서 깊은 제일 오래된 절인데, 자기가 거기에 
빠져 자신이 마음을 잊어버리고, 절에 살고 있는 악령에게 지배되었기 때문이라고 생
각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자와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여승은 
가슴이 압박을 당하고 지박령의 방해를 받게 되어 순간 순간이 사투의 연속이었던 모
양입니다.
  기분이 좋아져서 또다시 책을 읽으면 이번에는 머리가 조여들어 괴로워지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그때 이 책은 악마의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입니다만, 
아니다 지박령에게 빙의되어 있으니까 이 책을 읽지 못하게끔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
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 머리가 아파질 뿐만 아니라, 눈이 잘 안 보이게 되기도 하고 잠이 쏟아
져 오는 것은 역시 지박령이 방해를 하기 때문이라고 느꼈다는 이야기지요. 그리하여 
여승은 자기가 겪는 이런 현상은 지박령 때문이다, 내 몸에 지박령이 빙의 되어 있다, 
어떻게 해서든 저자와 만나고 싶다고 마음속에서 열심히 버티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병 인이기 때문에 외출은커녕 걸을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매달 관서지방에서 두 번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정기 강연회가 있다고 누구에게 선
가 이야기를 듣고 4월이 되면 꼭 만나리라고 생각했었으나 5월도 지났는데 몸은 더욱 
쇠약해져서 몸을 기동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죠. 오랜 된 절이기 때문에, 악령
이 그 환경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시켜 부조화를 이룬 생활을 하게끔 
했던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녀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어머니, 저
는 죽어도 좋으니까, 동오오사까의 강연회에 좀 데려다 주세요. 그곳에서 죽어도 좋습
니다. 한마디라도 저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죽고 싶습니다. 어차피 의사에게도 버림
받은 몸이니까요.'
  어머니도 딸의 이야기에 동정을 하여 6월에 있었던 강연회에 자동차에 태워서 회장
까지 찾아왔습니다. 몇 사람의 부축을 받아가면서 그녀는 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걷
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한 중환자가 나의 강연을 똑바로 앉은 채 들었던 
것입니다. 강연이 끝난 뒤, 개인면접을 했습니다. 스물 두어서너살 되는 젊은 여승으
로, 어머니와 두 서너명의 부축을 받으며 내 방에 나타났습니다.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나는 이야기하고 만년필과 종이를 주었습니다만 손이 떨려서 
글씨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다시 한 번 이름을 쓰세요! 하고 강하게 
말하고,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 지박령을 제령을 했더니 이번에는 이름을 적을 수가 있
었습니다. 여승과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뒤에는, 역시 옛날 승려였던 지박령들이 
그녀를 지배하며 서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말했습니다. 불교는 타력에 의존하는 게 
아니고, 법을 마음과 행의 저울로 삼아서 자기 자신의 사념과 행위를 수정하는 것이 
참다운 신앙이며 승려가 아니냐구요...
  지박령은 한때 제령할 수는 있어도 본인의 마음이 고쳐지지 않는 한 또다시 그 지배
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점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했습니다. 그 뒤의 그녀는 
혼자의 힘으로 보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지박령의 방해를 받는 일이 적어진 모양입
니다.
 본인이 깨닫는다는 것은 지박령에게 있어서는 자기가 사는 장소를 잃어버리는 게 되
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안 나가려고 버티게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수단 방법을 
다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욕망을 갖게 하려고 작용을 해오는 것입니다. 정법이 펴질 
때에는 악령은 오히려 그 힘을 떨치게 됩니다. 그리고 온갖 현상이 표면에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올바르게 사느냐, 악에 빠지느냐 그것을 결정짓는 것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마음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여승과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연회에 참
가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악령들도 그녀의 마음을 지배할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당
신도 이와 똑같은 일을 당했습니다만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하고 스즈므는 깊이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부동명왕
  곁에 앉아 있던 스즈므의 어머니는 우리들이 주고받은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자기 
자신이 겪은 체험에 대해서 내게 질문을 해 왔다.
  "저는 아들의 제단 앞에서 부동명왕의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지금은 그 모습을 
다시 뵙고자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하는 질문이었다.
  나이 일흔이 넘는 노모였다. 외골수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그 노모의 눈은 진지하
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할머니가 보신 부동명왕은 엷은 초록으로 빛나는 부동명왕이었지요. 얼굴이 몇 번
이나 변하는 것 같았지요. 그렇습니까?"
  "네, 그랬습니다."
  저의 집안은 진언종이기 때문에 고마운 부동명왕님의 모습을 직접 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습니다. 정말 저는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모는 부동명왕임을 굳게 믿고 있는 태도였다.
  나는 이야기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주저하고 말았다.
  "부동명왕은 악마를 물리치는 신령님이라고 해서 저의 집안에는 마가 없다고 생각했
습니다만, 아들이 앓게 되자 걱정이 되어 부동명왕님에게 매달려 부탁을 드려 보았습
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노모의 이야기를 도중에 가로막았다. 이 이상 부동명왕을 믿게 했다가는 위험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음의 세계가 존재함을 알게 되기 전에 나 같으면, 비
록 거짓이라도 본인이 진짜라고 믿고 있다면 그것도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랐을 게다. 그러나 거짓인 것을 믿고 있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나는 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분명하게 바로 잡아 놓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하면 실현이 되는 것이다. 마음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스즈므
가 붙여 준 현이녀라는 이름만 보더라도, 저승에서의 이름이라기보다는 스즈므가 이승
에서 자기 멋대로 생각한 이름이다. 그것이 저승에서는 현이녀로서 그대로 통용이 되
어 악마는 현이녀라고 부르면서 그 마귀할멈을 쫓고 있었던 것이다. 가짜 부동명왕이
라도 그것을 믿고 구하면 가짜 부동명왕이 그 사람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뒤에 후
회해도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세상 일반의 행자 사이에서는 부동명왕을 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여간해서 모습을 나타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노모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더욱 고마워하고 그에 매어 달리고 의지하려
고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할머니, 할머니가 보신 부동명왕은 진짜가 아닙니다. 동물령 입니다. 얼굴이 이상
스럽게 변하곤 했죠. 그런 것을 믿어서는 안됩니다. 순경이 서 있는 곳에서 도적이 사
람의 물건을 훔칠 수 있겠습니까? 와까야마시의 노동회관에서의 강연을 했을 때, 어떤 
중년의 남자가 갑자기 나를 보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사나이는 두 손
을 가슴께로 가져 갔는 데 갑자기 몸의 자유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연단에서 
내려와 그 사나이 앞에 가서, 강연중이니까 조용히 해주시오! 하고 손을 펴 보았습니
다. 그랬더니 그는 방바닥에 엎드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들에게 해를 끼치고자 했을 때
는 빛의 천사가 빛의 굴레를 던져서 상대방의 자유를 뺏어 버립니다. 부동명왕이란 본
시 마음의 세계에서만 작용한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노모에게는 안되었다고 생각했으나 부동명왕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이야기해 주었던 
것이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원고용지가 스미다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서 방
안에 흩어졌다. 스즈므가 그 한 장 한 장을 마음 가볍게 주어 모아 주었다.
  이제는 그의 어디에서도 교조인체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한낱 상식
인으로 되돌아 와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 모자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우리 방에서 
나갔다.
  방에서 나갈 때, 마흔살이 넘는 아들을 뒤에서 부축하듯이, 아들을 앞장세우고 노모
는 방에서 나갔다. 몇살이 되어도 부모의 눈으로 보면 자식은 자식이다. 내 아들을 생
각하는 어머니의 아낌없는 사랑에 진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ff
      제3장 위쟈반
    심령현상의 여러 가지 형태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위쟈반이라는 것이 유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어떤 학교의 
여학생 몇 명이 이것을 가지고 놀다가 그 중 한 학생이 의식을 잃게 되어 사흘 동안이
나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아 있는 사람이, 가령 저승의 존재를 부정하고 영혼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영혼
을 부르면 그 나름대로의 결과는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그리고 불리워져서 나온 영혼
과 의식 구조가 서로 비슷해지게 되면, 그 사람은 그 영혼에게 지배당하게 되어 불행
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일반 사회에서는 환각이니 착각이니 하는 말로 영 현상을 간단하게 부정해 버리는 
경향들이 있는데, 이런 생각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며, 함부로 행해서는 안 되는 것이
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살아 있는 실례가 있으므로 악령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라는 것
을 충분히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유부 3개
  꽁꽁 얼어붙은 밤하늘에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겨울 하늘의 별은 아름답게 빛난다. 
그 밤하늘 아래를 하까다 쓰까사는 오우버의 깃을 세우고 집을 향해 급하게 걸음을 재
촉하고 있었다.
  시내의 가로등도 꺼지고 죠우슈 명물인 찬바람이 그의 얼굴을 차갑게 스치고 지나갔
다.
  기분 좋게 술에 취한 스까사에게는 찬바람도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밤하늘에 빛나
는 별의 반짝임처럼, 마음은 사뭇 들떠 있어 인생이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 줄은 이
제까지 몰랐었다는 그런 발걸음이었다.
  경륜이 제2, 제5 레이스에 운수가 대통해서였다. 그것은 아내가 지시한 대로 돈을 
건 걸고 그대로 들어맞아 60만엔에 가까운 돈 다발을 쥐게 되었으니까 환성이 터져 나
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구마다니역에 도착한 것은 마지막 전차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그 60만엔을 그
대로 송두리째 집으로 갖고 돌아온 것이었다. 60만엔이나 당첨금을 땄으니까 특급주라
도 한 잔 했으면 싶었지만 아내인 도미꼬를 기쁘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평소에 
늘 마시던 싸구려 술에 기분이 얼큰하게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지금 돌아왔어. 이봐 문 열어 쥐!"
  남편이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던 도미꼬가 곧 얼굴을 나타냈다.
  "여보 굉장히 늦었군요. 어떻게 된 거죠?"
  스까사는 아내의 얼굴을 힐끗 곁눈질해 보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안에 펴 
놓은 따뜻한 이불 속으로 발을 집어넣고는.
  "차를 좀 줘요, 차를."
  하고 말하면서 서 있는 아내의 얼굴을 밑에서 올려다보았다.
  둘은 연애결혼으로 맺어진 사이였다. 결혼한 지 이미 3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새 
집을 마련하기까지는 어린애는 낳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오늘날까지 맞벌이 부부생활
을 해온터였다.
  스까사는 노름을 좋아했었다.
  아파트 생활에서 빨리 빠져 나와 작아도 좋으니까 자기 소유의 집을 갖고 싶다고 아
내에게도 늘 말해 왔지만, 수중에 돈푼이나 생기면 그때마다 경마에 쓸어 넣어서 빈 
손이 되어 돌아오곤 했기에 부부 사이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때때로 헤어지느니 마느니 하고 다투곤 하지만, 하룻밤이 지나고 보면 또다시 결혼 
당시의 부부로 되돌아가곤 했었다.
  차를 따르자 도미꼬는 얼굴을 찌푸리며 남편의 곁에 도사리고 앉았다.
  "여보 참 다행이오. 당신이 말한 그대로였어. 오늘은 크게 수지가 맞아서 60만엔이
나 벌었지 뭐요."
  그는 주머니에서 돈 다발을 꺼내어 이불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아내가 기뻐하는 말을 기다렸다.
  "당신 또 노름하러 갔었군요. 지금까지 노름에 없앤 돈에 비하면 60만엔이 어쨌다는 
거죠?"
  그녀는 불만이었다. 도미꼬가 말하는 대로 지나간 3년 동안에 없앤 돈을 계산하면 
몇백만엔이 되고도 남을 것이었다. 
  도미꼬가 벌어온 돈까지 집어내다가 노름에 없앴으니까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입
는 것 먹는 것까지 절약해서 저금해 놓은 집의 건축자금까지 저금하기가 무섭게 노름
에 없애 버리곤 했으니까 도미꼬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단신의 위쟈반은 굉장하다고, 잘 맞거든. 위쟈반에게 부탁해서 지금까지 잃어버린 
돈을 몽땅 다시 찾아서 빨리 집을 세워야지. 오늘밤도 부탁하오. 내일 경기가 어떻게 
될지."
  도미꼬는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60만엔의 돈 다발을 눈앞에 보니
까 위쟈반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당신 아직도 혼이 덜 났군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남편의 저녁상을 마련하는 한편 위쟈반을 쓸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시계의 바늘은 이미 밤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위쟈반으로 일이 잘 되면 어린애도 낳을 수 있고, 새 집도 마련이 된다.
  도미꼬의 마음은 남편이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여보 준비 다 되었어요."
  도미꼬의 목소리는 생기가 넘쳐 있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텔레비젼의 스위치를 껐다. 전기불도 껐다. 그리고 도미꼬는 열심
히 마음 속으로 위쟈반의 영을 불렀다.
  "여보 영이 왔나 봐요. 전기 불을 켜 주세요."
  "오늘밤은 굉장히 일찍 나타나셨구먼."
  남편은 일어서서 전등불을 켰다. 도미꼬는 세 개의 젓가락을 쓰러지지 않게 세 방향
으로 뻗치게 비틀어매고 그 위에 젓가락이 쓰러지지 않도록 가볍게 오른쪽 손을 올려
놓았다.
  젓가락 밑에는 약간 두꺼운 종이가 놓이고 그 종이 위에는 여러 가지 글씨들이 적혀 
있다. 1.2.3의 숫자도 있는가 하면 좋다 또는 나쁘다 라는 간단한 말이 적혀져 있다.
  위쟈반의 영이 도미꼬에게 실리면 위쟈반 밑에 자락으로 놓여진 젓가락이 기울어지
면서 글씨가 쓰여져 있는 방향으로 미끄러져 가는 식이다. 얼른 보아 으시시하지만 익
숙해지면 아무렇지도 않게 되니까 이상한 일이다.
  도미꼬의 오른손에 힘이 가해져 왔으므로 남편은,
  "오늘은 아주 고마윘습니다. 덕분에 크게 돈을 벌었습니다. 무엇인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제발 서슴치 마시고 지시해 주십시오."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위쟈반을 향해 말했다.
  도미꼬의 오른손은 그 말에 대답하는 듯이 움직이더니, 세 개의 대젓가락이 종이 위
에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고는 히라가나 위에 멎었다.
  '유부를 석 장 부탁한다.'
  남편은 깜짝 놀랐다. 유부라니, 참 묘하기도 하다고 생각했으나 곧 고쳐 생각하고
는,
  "여보, 유부 석 장 있소? 위쟈반에서 유부를 원한다는 전갈이 왔구료."
  "있어요, 냉장고 안에요."
  도미꼬는 곧 대답했다.
  도미꼬는 눈을 감고 있으므로 위쟈반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이렇게 좋지 못한 것으로 괜찮을는지 모르겠네."
  '그것으로 족하다....'
  위쟈반에서도 또한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
  남편은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정말 고마운 일이군. 이젠 내일 일도 틀림없이 잘 될 거야. 그런데 위쟈반이시여, 
내일의 마쓰섬에서 열릴 경주는 몇 번째에 걸면 좋겠습니까? 한 번 더 가르쳐 주십시
오."
  하고 부탁을 했다.
  도미꼬의 오른손에 힘이 쥐어졌다.
  남편은 눈을 크게 뜨고 젓가락의 행방을 쫓았다.
  젓가락은 우선 3을 가리켰다.
  남편은 다그쳐 물었다.
  "그렇다면 5레이스의 돌아올 때는 어떻겠습니까?"
  젓가락은 종이 위를 슥슥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더니 3과 6의 숫자를 가리켰다.
  남편은 다짐을 두었다.
  "위쟈반이시여, 3과 6이죠? 만약에 틀림이 없다면 그렇다고 지시해 주십시오."
  젓가락은 그렇다고 가리켰다.
  남편은 미소를 띄고,
  "위쟈반님, 정말 감사합니다. 부디 쉬시고 가십시오."
  하고 인사를 했다.
  남편은 도미꼬의 어깨를 끌어안고 정말 다행이요, 정말 다행이요, 하면서 마음속에
서 울어나는 기쁨을 웃음으로 어린애처럼 발신시켰다.
  두 사람은 이윽고, 경마에서 번 돈으로 신축할 집의 설계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
하며, 꿈을 키워 나갔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날이 밝았다.
  남편은 회사를 쉬고는 어제 번 60만엔의 돈을 몽땅 들고 집을 나섰다.
  도미꼬도 오늘 아침만은 잔소리도 하지 않고 남편을 웃는 낯으로 보냈다.

    예수의 사도
  남편을 보낸 도미꼬는 도시락을 싸들고 회사에 출근했다.
  하지만 어제 밤뿐만 아니라, 요 며칠 동안 수면부족이 계속되어 회사에 출근해도 일
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리가 개운치 못하고 몸도 노곤했다. 몸이 이상한 것은 임신 중절수술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받았으므로 그녀는 그 탓이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건망증은 최근에 들어 
특히 더 심했다. 회사의 중역으로부터, 도미꼬는 아직 신혼상태가 계속중이라는 놀림
인지 야유인지 모를 말을 듣고, 은근히 불안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늘도 다리가 휘청거렸으나, 어제 밤의 위쟈반의 지시대로 큰돈이 들어오면, 집도 
짓고 회사를 그만두어도 된다는 생각조차 하였다. 모든 것은 집을 짓기 위한 근무였
다. 그 목적만 이룬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혼자 미소지으며 조금만 더 견디면 괸다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는 것이었다.
  "도미꼬, 오늘은 유난히 즐거워 보이는구나. 무슨 일이 있었어"
  친하게 지내는 유미꼬가 도미꼬의 얼굴 표정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유미꼬 내일은 너한테 한턱 내게 될지도 몰라, 기대하시라!"
  도미꼬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어머,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일이다. 신랑이, 이제 경륜을 그만둔 게로구나!"
  "글세."
  급소를 찔리자 도미꼬는 대답이 궁해졌다. 그녀는 늘 남편이 경륜에 미치는 일을 유
미꼬에게 하소연하고 푸념을 털어놓던 터였으므로, 자기의 웃는 얼굴은 남편이 마음을 
고쳐먹은 걸로 유미꼬에게 판단을 내리게 한 것 같았다.
  "잘 됐구나. 그렇다면 내일의 한턱을 기대하겠습니다."
  유미꼬는 그렇게 말하자, 꾸벅 머리를 숙이고 웃었다.
  회사가 끝나자, 도미꼬는 남편이 좋아하는 팥밥을 사들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쩐지 불안했다. 그 불안감이란 예언이 적중할 것만은 틀
림없으나, 큰돈을 손에 쥔 남편이 집을 잊고, 어디로 숨어 버리지나 않았으면 좋으련
만 하는 생각은 없었지만, 큰돈이 굴러들어오면 하고 싶은 일을 자기 멋대로 할는지도 
모르고, 다른 여자들을 넘볼지도 모른다. 어제처럼 막차로 돌아오면, 마음껏 바가지를 
긁어야만 속이 시원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이 평온하지 못했다.
  도미꼬는 텔레비젼의 스위치를 켰다. 무심히 보고 있으려니까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나이가 강도짓을 하고, 게다가 사람까지 죽이고 빗속을 형사에게 쫓기며, 도망 다니
는 불쌍한 젊은 사나이가 나타났다. 아파트에는 혼자 남겨진 젊은 아내가 남편이 돌아
오기를 쓸쓸히 기다리고 있는 드라마로써 보고 있으려니까 남편이 일이 생각나서 견딜 
수 없이 외로워졌다.
  시계가 밤 9시를 쳤다.
  그러자 문 밖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문을 열자, 남편이 기운 없이 축 늘어져서 서 있었다.
  "오늘은 위쟈반에게 당하고 말았어. 어제 번 돈도 날려 버렸어. 도미꼬, 이렇게 빌
게...."
  그는 도미꼬에게 싹싹 빌었다.
  "괜찮아요, 하는 수 없죠. 자아 저녁식사나 듭시다."
  밥상 위에는 크게 돈을 딸 경우를 생각한 축하하는 팥밥과 반찬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그는 밥상 앞에 앉자 다시 한번 아내에게 사과를 했다.
  "저는 노름은 질색이니까요. 다시는 절대로 하지 마세요. 부탁이예요. 다시 한다면 
이번에는 정말 집을 나가겠어요. 좋죠?"
  "내 탓으로만 돌리지 말라구, 당신한테도 책임이 있지 않아? 우리들은 위쟈반에게 
속은 거야. 어디 두고보자. 당신이 그 젓가락을 누르고 있었으니까 그 젓가락의 움직
임은 당신뜻이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아요. 그런 장난을 할 까닭이 없지 않아요."
  "그렇지 않다면 틀릴 까닭이 없어. 나는 너의 나쁜 성격을 알고 있어. 너는 걸핏하
면 헤어지겠다, 집에서 나가겠다고 한단 말이야. 나도 이젠 듣기가 싫단 말야."
  쓰까사는 화가 치미는 대로 밥상을 뒤집어엎고 말았다.
  "당신 이게 무슨 짓 이예요! 저는 아직 식사도 안 했단 말이예요."
  도미꼬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는 방바닥에 흩어진 팥밥을 접시 위에 주어 담으면서 
분해라, 분해라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심통이 난 남편은 따뜻한 이불 속에 발을 집어넣은 채, "분하거든 위쟈반을 불러서 
물어보지 그래. 속임수를 쓴 것이 곧 들통이 날 테니까."
  하고 남편은 위쟈반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늘 실패한 까닭은 위쟈반에 있는 게 
아니라 분명히 노름을 못하게 만들려는 아내의 농간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제 60만엔을 땄을 까닭이 없다는 게 그이 생각이었다.
  도미꼬는 도미꼬대로 방바닥에 흘어진 팥밥을 주어 담으면서,
  "위쟈반님, 제발 저를 구해 주세요. 남편이 올바른 사람이 되도록 인도해 주세요."
  하고 그녀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위쟈반을 믿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것도 위쟈반이오, 이 두 사람을 믿게 만들고 있는 것
도 또한 위쟈반이라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도깨비가 무엇인지 알 까닭이 없었다.
  남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은 위쟈반을 이용한 이상한 점괘가 집에서 해보니까 남편
의 노름광이며 자기의 고집이 그대로 맞으므로 어느덧 이들 부부는 위쟈반을 믿게 되
었던 것이었다.
  그녀가 열심히 위쟈반에게 애원을 하고 있노라니까 그녀의 인상이 바뀌었다.
  이윽고 팥밥 주어 담던 것을 멈추더니 그녀의 정좌를 하고 남편을 보고 앉았다.
  "나는 위쟈반의 신이다. 비록 남편이자만 신의 사도인 아내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너는 사흘 안에 교통사고로 죽으리라. 꿇어앉아라!"
  아내에게 욕을 퍼붓고 있던 쓰까사도 이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미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남자 목소리 같았고 또 위엄이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이불에서 발을 빼고 아내 앞에 손을 짚고 머리를 조아렸다.
  "쓰까사,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이다. 오늘 경마에서 손해를 보게 만든 것은 바
로 나다. 할 말이 있느냐? 돈이 필요하냐? 목숨이 필요하냐? 네가 노름에서 돈을 땄으
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죽어야 했던 것이다. 아직 너를 죽여서는 불쌍
하다고 여러 신령님들과 의논해서 일부러 실패하게 만든 것이다. 고마운 줄 알아라!"
  쓰까사는 두번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신령님이 하신 일인 줄 알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신령님, 죽음에서 살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지켜 주십시오,"
  하고 넙죽 절을 했다.
  도미꼬에게 옮겨 붙은 그리스도의 사도는 또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스까사, 너는 도꼬의 헤이와 섬에서 열리는 보오트 레이스에 가 볼 생각이 없느냐? 
있다면 내일의 첫번째 레이스와 네번째 레이스에 마음껏 걸어 보도록 해라."   
  "하지만 신령님, 걸 수 있는 돈이 없습니다."
  "이 계집이 숨겨 놓은 돈이 있다. 그 돈을 쓰면 된다. 그리고 네 친구를 한 명 데리
고 가는 게 좋을 게다." 
  "저 근무처의 고오노군 말씀인가요?"
  "그렇다, 고오노는 일찍이 전생에서 너와는 형제였었다.
  형제의 돈은 써도 별로 문제될 것은 없지 않느냐?"
  "네, 네, 그렇습니다? 고오노가 저하고 형제였습니까? 어쩐지 사이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알았지. 바로 그거다. 내일은 아내에게 집에 남게 하고 근무처는 쉬게 해라. 신령
님으로부터의 통신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 알았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하겠습니다."
  도미꼬가 다시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스까사는 급히 아내를 일으켜 앉히고 등을 만져 주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그
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제정신이 든 도미꼬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여우에게라도 흘린 것 같고, 아
직도 정신이 또렷하지 않아 남편의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슬퍼하고 있는 동안에 갑자기 자기 정신이 없어지고 어두운 
세계로 끌려 들어가는 것같이 되었다고 도미꼬는 이야기했다.
  남편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위쟈반이 아닌 그리스도의 사도인 게 분명하여 어쩐지 
갑자기 훌륭한 인물이 된 것같이 느껴지는 도미꼬였다.
  스까사와 도미꼬는 전날 밤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흥분이 되어 새벽이 되
기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스까사는 지난 밤 신령님이 말한 대로 아내가 숨겨 두었던 돈을 갖고 아파트에서 나
왔다. 그리고 친구인 고오노에게 전화를 하니까 고오노도 그 말을 믿고, 둘이서 구마
다니역에서 만나 용기를 내어 헤이와 섬으로 달려갔다.
  경마와는 달리, 모우터의 엔진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서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
다. 둘은 마음을 합심하여, 이것이구나 생각되는 것에 돈을 걸었다. 그러나 첫 번째 
레이스도 네번째 레이스도 영 형편이 없이 틀어지고 말았다.
  스까사는 당황했다. 사람이 좋은 고오노는 곧 단념을 했지만 그는 단념을 할 수가 
없었다.
  스까사는 친구를 데리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아내의 모습이 이상했다.
  두 사람이 방에 들어가 보니까, 도미꼬는 합장을 하고, 무엇인가 중얼거리면서 두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었다. 스까사가 돌아왔는데도 아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문을 열어 보니까 이 지경이었다.
  "여보, 어떻게 된 거요? 나 지금 돌아왔오!"
  하고 그녀 뒤 곁에 대고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도미꼬는,
  "알고 있다. 큰 소리를 치지 않아도 네가 돌아온 것쯤은 알고 있다. 거기 앉도록 해
라."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어젯밤의 신령님의 목소리였다.
  스까사는 옷깃을 바로 하고 꿇어앉았다. 고오노도 놀라서 그의 뒤에 앉았다.
  "스까사, 오늘의 시합은 레이스를 잘못 골랐어. 어째서 두 번째와 다섯 번째 것에 
걸지 않았지? 너는 첫 번째 것과 네 번째 것에 걸었지? 이 바보 같으니라구! 그렇게도 
일렀는데 어째서 내가 시키는 대로하지 않았지?"
  "신령님, 그렇게 말씀을 하시지만 어젯밤에는 분명히 첫 번째와 네 번째라고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그렇지 않다. 그것은 네가 잘못 들은 게다. 나는 두 번째와 다섯 번째라고 했었다. 
지금 당장 잘못을 수정하도록 해라!"
  도미꼬의 신령은 무서운 기세로 마구 고함을 지르므로, "네, 네, 제가 잘못 생각했
습니다.  두 번째와 다섯 번째였습니다."
  "이제 되었다."
  스까사의 등 뒤에서 듣고 있던 고오노도 이 말에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스까사로부터 전차 안에서 신령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지금 바로 눈
앞에서 이렇게 분명하게, 더구나 위엄이 있는 목소리로 도미꼬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역시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오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부인은 도미꼬씨가 레이스의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까닭이 없다. 그리고 레
이스는 스까사의 지시에 따라서 첫 번째와 네 번째에 걸었었다. 그 레이스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스까사가 이야기하기 전에 알고 있다. 가령 어젯밤에 그런 지시가 있었
다고 하더라도, 상대편의 마음을 시험하느라고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닐까? 도미꼬씨가 
적당히 아무렇게나 한 소리라면 그 말을 이처럼 신념을 갖고 부인할 까닭이 없다. 역
시 신령님인 게 분명하다. 도미꼬시 뒤에는 신령님이 계시다. 오늘의 승부는 손해를 
보았지만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고오노는 도미꼬에게 씌운 신령님을 스까사 이상으로 믿게 되고 말았다.
  바로 그때였다. 이번에는 도미꼬의 입에서 
  "고오노, 그대는 순진한 청년이야. 지금 네가 생가하고 있는 것은 옳은 생각이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고오노는 세 번째로 놀라서 머리를 조아렸다.

    도박을 좋아하는 악령
  도미꼬는 이미 닷새 동안이나 잠을 자지 않았다.
  그녀는 위쟈반의 신령님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고 있었던 것이다.
  스까사는 아내가 겪고 있는 너무나도 격렬한 영적 현상에 놀람과 동시에 갈피를 잡
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부부생활도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누구에게 의논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고오노를 돌려보낸 다음 날, 아내를 방안에 남겨 놓은 채 시내로 들어갔다. 어
느 시점에 자기도 모르게 들어간 순간 눈에 띈 것이 내가 쓴<악령의 세계 제1부> 였
다.
  그는 그 책을 사서 돌아와 방 한쪽 구석에 앉아서 몰래 읽었다. 읽어 본 그는 나를 
찾아오면 아내를 지배하고 있는 신령의 정체가 분명히 밝혀지라라고 생각을 했다.
  이들 부부가 나를 찾아온 것은 얼마 뒤의 일이었다.
  내가 두 사람을 보니까 도미꼬가 악령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음을 곧 바로 알 수 
있었다.
  "부인,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하셨군요. 신령님하고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습니까
?"
  그녀는 맥이 풀린 눈초리로 나의 얼굴을 지켜보면서, "신령님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시는 외국 분이십니다."
  "그렇습니까? 저한테 오실 때까지 상당히 방해를 받았을 텐데요."
  "네, 아사쿠사의 사무실로 찾아가서는 안 된다. 가면 죽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아무래도 찾아가야 한다고 우겨서 찾아왔노라고 했다.
  "주인어른께서도 신령님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령님과 직접 만나기는 처음이기 때문에 
이를 자상한 분에게서 듣고 싶어서 찾아온 것입니다.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선생님이 
쓰신 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가 그 신령님과 만나보도록 하지요. 신령님을 나오게 해 주세요."
  "어쩐지 몸이 저려오고 입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셈일까요?"
  하고 그녀가 말하므로, 나는 도미꼬에게 붙어 있는 영혼에게 강한 어조로 말을 걸었
다.
  "이 여인에게 붙어 있는 영혼이여! 이 부인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하시오. 예수 그리
스도라는 영이여, 나오시오."
  도미꼬의 몸에 가벼운 진동이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은 빳빳해지더니 인상이 
바뀌는 것이었다.
  "나는 신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이시다."
  나는 도미꼬에게 붙어 있는 신에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일본인이군요. 외국인은 아니지 않소? 예수님의 사도가 아닌데요. 예수님은 
이스라엘 분이십니다. 당신이 예수님의 사도라면 어떤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전했는지 
이야기해 보시오."
  예수를 지칭하는 영혼은 대답이 없었다.
  "어째서 대답을 하지 않죠? 그럼 제가 질문을 하겠습니다. 사람이란 어떤 것을 말하
는 것입니까?"
  그래도 대답이 없었다.
  "당신은 예수의 그리스도의 사도이죠? 어째서 말이 없는 거죠?"
  "시끄럽다. 나는 돌아간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라는 영이여, 당신은 감정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사랑이 무
엇인지 설명할 수 없게 된 것이 언제부터죠? 이스라엘의 말도 잊어버린 모양이군요. 
감정적이 되지 말고 나의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너는 귀찮은 녀석이다. 가만히 있지 못하겠나?"
  나는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너는 악령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니다. 지옥계에 떨어진 일본인 청년이다. 너는 
생전에 부모로부터 의절 당하고 깡패가 되었다가 노름으로 신세를 망치고 살해당한 사
나이일게다. 거짓말을 말해서는 안 된다. 사실을 말하라. 어째서 너는 이 여자에게 빙
의한 거냐?"
  "나는 말이오, 좋아서 온 게 아니오. 매일 밤 나를 불러서 위쟈반님, 위쟈반님, 하
고 이용한 것은 이 녀석들이오. 지금에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들의 세계에
서는 사랑이니 뭐니 해가지고는 살아갈 수가 없단 말이오. 이 계집을 괴롭혀 주겠어. 
우리들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게요."
  "악령이여, 잘 들어요. 이 여성에게 빙의해서 무슨 기쁨이 있다는 거요. 이 사람들
은 너희들의 세계를 모르고 부른 거요. 용서해 주도록 하시오."
  "제기럴, 혼자 성인인체 하지 말아요. 우리들을 불러 놓고 악령이라고 하지 말란 말
이오! 사람들에게는 의리라는 게 있는 법이오."
  "알았소, 알았소. 잠깐이면 되니까 이 여성에게서 밖으로 나가시오. 나는 이 여성과 
이야기를 하고 싶소.'
  이렇게 말하니까 악령은 순순히 밖으로 나갔다.
  악령을 내어 보낸 도미꼬는 어느 정도 제정신이 들었다.
  "부인, 당신네들은 욕망 때문에 장난 삼아 위쟈반 놀이를 한거로군요."
  "네, 그렇습니다. 신령님은 아니었군요, 역시... 무섭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당신은 무서워해서는 안됩니다. 오늘까지는 신령님이라고 생각하고 대해 온 게 아
닙니까? 몰랐습니다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우선 당신은, 자기 마음속의 욕망이나 불평
을 생각하거나, 이야기하거나 하는 것을 버리십시오. 또한 남편을 원망하여 헤어져야
겠다는 생각도 했었겠지만 연애하던 시절을 생각하여 의좋게 살아가도록 하십시오. 마
음속의 일그러진 것을 수정해야 합니다. 17일에 저의 강연회가 다까다마장에서 열리니
까 마음과 행동을 어떻게 취해야 되는가에 대해서 잘 배워 가도록 하십시오. 악령이 
당신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요. 그러나 절대로 대답을 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마음속을 점령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간단하게 당신을 재배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을 믿어 주십시오. 그리고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자가 이야기를 
걸어와도 결코 이야기를 나누어서는 안됩니다. 육체를 갖고 있는 사람하고만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다음에 지금의 당신은 육체적 진동이 아주 거칠어져 있어서 악령과 곧 통하게끔 되
어 있습니다. 그래서 악령에게 지배당하기 쉽게 되어 있으니까 우선 의사의 지시를 받
아서 충분히 잠을 자도록 할 것과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인어른
은 부인의 모습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결코 부인의 언동에 말려 들어가거나, 감정을 흥
분시켜서 마음속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하십시오.
  나는 어째서 이런 여자와 함께 살게 된 것일까. 이런 여자하고는 헤어지는 게 좋겠
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주인어른이 자기 마음속에 독물을 먹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부인이 이렇게 된 것도 주인어른의 책임이 큽니다. 어린애를 갖고 싶어하는 부인이 몇 
번이나 자연유산을 한 것도 원인을 따지고 보면 당신이 노름에 열중해서 부인을 걱정
시켰기 때문입니다. 부인의 내향적 성격은 지금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내향적인 
성격을 더욱 심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주인어른입니다. 이 점을 잘 생각해 보십시
오. 위쟈반이라는 불장난은 두 번 다시 해서는 안됩니다."
  나는 남편에게 강하게 힘을 주어서 이야기했다. 스까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악령이 사람의 육체를 지배하는 과정은 반드시 수면부족에서부터 시작되게끔 되어 
있다. 수면부족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은 어떻게 하여 생기는 것일까. 극도의 노동을 한 뒤라
든가, 환경이 달라졌을 경우,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는 가끔 가다 겪는 일이다. 그러
나 이런 경우는 고작해서 하루 이틀이고 그 뒤에는 곤하게 잠을 자게된다. 아주 영역
이 나쁜 곳이라면 몰라도 보통의 마음의 상태라면 장소에 관계없이 머지 않아 잠은 오
게 마련이다.
  그러나 걱정이나 불평, 노여움이나 질투로 마음이 쉴새없이 들떠 있을 때는 장소를 
바꾸어도 잠은 오지 않게 마련이다. 오히려 반대로 이러한 불안정한 마음의 상태에서
는 밤이 되면 머리가 더 맑아져서 잠은 점점 잘 수 없게 되고 육체는 약해지게 된다.
  잠이 부족하니까 낮에는 정신이 몽롱해져서 악령이 지배하기 쉬운 상태를 더욱 조장
시켜 간다.
  악령이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심장에 고르지 못한 맥박이 뛰기 시작하
고, 육체의 여기저기가 굳어지거나, 또는 근육이 빳빳해지거나 한다. 또한 몸 전체가 
으슬으슬 추워지거나 반대로 더워지기도 한다. 한편 정신에도 혼란이 일어나서, 기억
력이 아주 나빠지거나, 주의력이 산만해지거나 하게 된다.
  깊은 잠은 잘 수 없지만, 육체가 피곤을 느낀 나머지 깜박 깜박 졸게 되면 나쁜 꿈
을 꾼다든가 초조감에 사로잡히게 되어서 곤하게 잠을 잘 수가 없게 된다. 오늘밤에는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껴지면 가슴 있는 데가 압박을 당해서 숨이 답답해지거
나 몸이 들뜨는 것 같아서 이 역시 잠을 잘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육체에도 
또 정신에도 피로가 겹치게 되어 이상한 소리를 하게 된다. 이리하여 악령이 완전히 
지배를 하게 되는 것이다.
  도미꼬의 예에서 이미 보아 온 바와 같이, 이러한 상황 속으로 몰리게 된 애당초의 
이유는 내향적인 자기중심에 의한 분노. 욕망. 불만 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남
편인 스까사에게도 책임은 있지만, 도미꼬 자신의 생활태도에 이렇다 할 뚜렷한 주관
이 없는 데다가, 어둡고 내향적인 성격이 본인의 마음을 스스로의 손으로 조인 것이라
고 할 수가 있다.
  노이로제나 자살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일까? 그들은 얼른 보기에 진실한 것같이 보
이고 또 사회적으로 보아 진실한 편이겠지만, 당사자들의 마음의 안쪽을 보면, 여러 
가지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 말려 들어가서 현실과 자기 자신이 간직한 욕망의 격차가 
심한 데서 생기는 현상인 것이다.
  정신이 돌게 된 도미꼬의 경우에도, 자기 집을 갖고 싶다, 어린애를 낳고 싶다는 욕
망이 강했건만, 현실은 남편의 노름광 때문에 현실과 소망과의 심한 격차가 이러한 사
태를 초래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인간의 마음의 올바른 자세를 깨달아서, 일념삼천인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더
라면, 도미꼬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자기 자신을 상실하게 만들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도미꼬에게 있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잠을 자는 것이다. 일주일 정도는 곤하게 
잠자는 게 선결문제인 것이다. 그리하여 우선 육체적으로 건전한 상태로 돌아가게하여 
 현재의식을 안정시킨다.
  본인의 육체적인 건강상태가 회복되면, 어째서 이와 같은 질병을 앓게 되었는가를 
반성해 볼 수 있으리라, 즉 반성함으로써 질병의 원인(실패를...)을 바로 잡을 수 있
다는 이야기이다.
  원인을 없애지 않으면 또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리라. 사업(일)이건, 
시험이건, 연구이건 결과에 대한 원인을 조사함으로써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좋게 되는 것이며 일을 성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마음에 대한 문제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특히 도미꼬의 경우에는 그렇게 된 원인은 
물질에 대한 집착심과 독점욕, 불평 불만이 있었던 것이니까 이들에 대해서 어째서 그
와 같은 여러 가지 욕망과 거짓 자아가 강하게 마음에 작용한 것인지 이것들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 
  도미꼬가 앓고 있는 질병은 심인성에 의한 정신병이므로 의약으로는 고칠 수가 없
다. 약품을 쓴다고 한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정신을 안정시키는 수면제의 힘을 빌
려서 일주일 정도 잘 자도록 하여, 자기 자신의 사고력을 육체면 에서 회복시키는 정
도에 지나지 않는다.
  육체가 회복하여 사고력이 살아나면 그 힘을 갖고 반성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말하면, 육체의 불안정한 상태가 정신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기가 쉽다. 사실 육체와 정신은 보통 경우 밀접하여 서로 나눌 수 없는 연결을 짓고 
있어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뇌나 신경조직은 육체세포로서 작용하고 있지만 한편 현재의식의 일부로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의식이 어떤 사실에 집착하여 사로잡혀 있게 되면 수면이
라고 하는 생리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서, 가슴이나 신경조직도 그에 따라서 정
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식(필자는 이것을 표면의식이라고 부르고 있다)을 충분히 활동하게 하
려면, 정신안정제의 힘을 빌어서 마음과 뇌의 활동에 휴식을 주는 것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리하여 수면을 통하여 마음의 안정이 이루어진다면, 두 번 다시 똑같
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올바른 마음의 활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스스
로가 노력하는 게 필요하게 된다.
  마음의 작용이 올바르게 회복하지 않으면, 정신병은 항상 재발을 되풀이하게 되어 
마침내는 완전한 폐인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정법이라고 하는 대자연의 중화된 법칙, 이것을 저울 삼아서 생활을 해나가게 되면 
마음에 낀 검정(스모그)이 자연히 지워지게 되어서 하느님으로부터 광명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빛의 커버(덮개)가 마음과 육체를 감싸게 되어서 조악한 진
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마치 전파의 발신회로에 든 전파자기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시일드(방패) 장채를 하
는데 그 시일드가 자기차단을 해 버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마음의 세계도 이와 완전히 똑같은 것이며, 그것은 우리들의 마음이 상념이라고 하
는 전파의 발신자인 동시에 수신작용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항상 조화된 마음
의 상태를 간직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마음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하느님의 시일드가 이루어져, 더욱 더 마음이 안정되
어, 외계의 여러 가지 작용에 마음이 사로잡히는 일이 없어지게 된다.
  스까사와 도미꼬는 나의 설명을 듣고 돌아갔다. 돌아간 뒤에도 혼란은 자주 일어났
다. 그 영적 현상에는 스까사도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지만, 아내에게 일어나는 영
적 현상은 신에 의한 것이 아니고, 악령이 일으키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는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도미꼬의 정신이상은 자기 자신이 노름을 좋아한 것이 원인이며, 노름을 그만두는 
것 외에는 아내를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도미꼬의 정신이상은 남편의 이해 있는 태도로 서서히 회복이 되어 지금은 보통 부
인과 다름없는 상태로 거의 회복될 수가 있었다.
@ff
      제 4장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여자 p(113)
    자기 도취에 빠지지 말라
  문명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 의식을 갈라놓아서 고독한 인간을 만들어 놓는
다. 특히 노인의 경우에는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져서 그 때문에 여러 가지 불행이 생
겨나게 된다.
  우리들은 사회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항상 또 한 사람의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갖고 
생활을 해 나가는 법인데, 마음이 바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변화가 자기 자
신의 변화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문명병의 가장 큰 악은 에고이다. 즉 남의 일에 신경을 쓰다가는 살아 갈 수 없다는 
자기 보존의 에고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를 끊어 놓아, 차차 망상으로 사람을 몰
아간다.
  여기 보는 어떤 늙은 여자의 이야기는 이 사회에서 얼마든지 굴러다니는 실제이며 
어째서 이 늙은 여자가 그런 망상에 사로잡히게 되었는가 하는 그 원인에 대하여 이해
를 하고, 당신 자신의 몸과 비교하여 올바르게 사는 방향으로 나가 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개가 깔긴 소변
  "나처럼 불행한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나를 노리고 있다."
  "남들이 부럽다."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은 뜻밖에도 많은 모양이다.
  집안에서 혼자 괴로워하고 있기 때문에 뜻밖에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일찍부터 집의 전화벨이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70세 가량 된 노
부인이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접니다. 와까야마입니다. 살려 주십시오. 어제 밤부터 한잠도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를 살려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당신 외에는 저를 살려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비통한 외침이 수화기를 통해서 나의 귀에 울려오고 있었다.
  이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의 마음까지 슬퍼진다. 새벽 3시이건, 낮이건 
밤이건 가리지 않고 노부인은 전화를 걸어온다. 상대의 입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다.
  자기 자신의 불행을 없애 주는 사람이라면 아무라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와까야마 하쓰의 남편과는 지난 30년 동안 사귀어 온 사이였다. 사귀어 왔다고는 하
지만 내가 경영하는 회사의 단골이었다는 것뿐이고, 지금은 그 회사도 아주 기울어지
고 집도 손질 하나 하지 못한 채로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와까야마 하쓰는 옛날의 경기가 좋던 시절을 잊지 못하여, 예전 기분 그대로 전화를 
걸어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그것이 더욱 심해졌다.
  "와까야마씨, 어쩐 일이십니까?"
  "저의 집밖의 길에 외제 자동차가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주차하고 있는데 그 차가 저
의 정원 나무에다가 독약을 뿌리고 갑니다. 현관의 문은 덜컹거리고 언제 도적이 침입
하여 살해당할지 걱정입니다. 정말 무서워요. 어떻게 손을 써 주십시오. 될 수 있으면 
단서를 잡아서 경찰이 잡게 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만 여간해서 단서가 잡히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부탁드리는 것은, 그런 나쁜 놈이 오지 않도록 하느님에게 부탁 
들여 달라는 것입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부탁입니다."
  아무래도 나를 무슨 신흥종교의 교조 쯤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네, 네, 잘 알았습니다. 날이 밝거든 곧 찾아가 뵐 테니까 잠시 참고 계십시오. 전
혀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정신을 차려 주십시오."
  하쓰의 피해망상은 경찰에서도 이름이 나 있었다. 몇 번이나 전화가 걸려 와서 경찰
이 가보면 범죄가 행해진 흔적은 하나도 찾을 길이 없었다. 그 뒤로도 자주 전화가 걸
려 오지만, 전화를 건 주인공이 정신병 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로는 경찰에서도 적
당히 대답을 하고 그다지 상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하쓰는 경찰을 의지할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나의 집에 전화를 걸어오게 된 
것이었다.
  아침 8시가 되었으므로 차로 우마고메에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았다.
  이 근처는 옛날부터 고급 주택지로 커다란 저택들이 쭉 늘어서 있다. 그녀의 집도 
바깥문은 크고 훌륭하지만, 집은 낡았고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집안 내용을 잘 아는 나는 곧 안으로 들어가 노부인과 만났다. 노부인은 밤새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두 눈을 껌벅거리면서 나를 맞아 주었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어젯밤에는 주무시지 못하신 것 같군요."
  내가 인사를 하자,
  "정말 경찰은 아무 것도 도와주지를 않는군요. 경찰에서는 지금 경관들이 당신 집 
근처를 순찰하고 있으니까 걱정할 것 없다고 하기에 나가 보니까 아무도 없지 않아요. 
경찰이란 정말 믿을게 되지 못합니다."
  나의 얼굴을 보기가 무섭게 경찰의 흉부터 늘어놓는 것이었다.
  "아닙니다. 경찰에서는 분명히 지켜 주고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너무 지나치게 걱정
을 하시는 겁니다. 그것의 좋은 증거로 어젯밤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그렇게 말하지만 만일 사건이 일어난 뒤는 늦지 않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야 그렇겠지만요.."
  나는 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래서야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소동을 피워도 좋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 사람에게는 자기일밖에 생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
  "자아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세요. 제 귀에는 어젯밤 쓰-쓰 하는 통신의 소리가 들
려 오고 저 외제차에 타고 있는 사나이가 저를 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경
계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요, 너를 노리기 전에 정원의 나무들을 말라죽게 하기 위
해 독약을 나무 밑둥에 뿌리고 간다. 오늘밤에는 자지 말고 그 단서를 잡으라는 것입
니다. 그 통신은 분명히 신령님이 보내신 겁니다. 오늘 아침 벗나무 밑둥을 보니까 글
세 놀랍게도 젖어 있습니다 그려."
  노부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마루에서 마당으로 내려서서 벗나무 밑둥을 좀 보아 달라
고 손으로 가리키는 것이었다.
  나는 샌들을 발에 걸치고 마당에 내려서서 벗나무를 살펴보니 과연 땅 위20센티 되
는 데서부터 땅 위까지가 젖어 있었다.
  "할머니, 이것은 독약은 아닌데요."
  "그럼 뭐죠?"
  "개가 깔긴 소변입니다."
  "어머, 그런 심한 말씀이 어디 있어요? 당신까지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좋습니
다. 경찰에 전화하는 수밖에 없군요."
  노부인은 몹시 초조해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그렇게 떠들썩하게 일을 꾸미는 게 아닙니다."
  나는 노부인을 말렸다. 노부인은 내가 사뭇 마땅치 못하다는 그런 눈초리로 집안으
로 들어가더니, 
  "자아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 잔 나누실까요?"
  하고 차를 내어놓을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노부인은 혼자 살고 있었다. 병 때문에 청소를 하지 못해 방안은 형편없이 어지럽혀
져 있었다.
  지금부터 20여년 전에는 사업도 번창하여 몇 사람이나 하인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초
라하기가 이를 데 없다.
  커다란 낡은 집에서 혼자 산다는 것,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여
자 혼자서는 쓸쓸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녀를 이 지경으로 몰아 넣은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에도시대의 지박령
  지금부터 20년 전 3월 무렵이었다.
  일에 대한 상의차 와까야마씨 댁을 찾은 일이 있었다.
  와까야마 부부는 아직 50대의 한창 일할 나이여서 기운이 넘쳐 있었다.
  내가 찾아온 지 얼마 뒤, 내 앞에서 부부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당신에게 속았어요, 그럴듯한 소리만 해서... 결혼했는데 뭐예요 이 꼴이! 당
신에게 얻어맞아서 머리가 깨진 뒤로 나는 이런 바보가 되어 버렸어요. 나는 말이에
요. 야마나시의 명문 출신이에요. 전문학교까지 졸업했어요. 당신과 같은 무식한 남자
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바보가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니, 당신, 새삼스럽게 그게 무슨 소리요? 손님이 와 계시지 않소. 알았으니 적당
히 해 두구려."
  부인하고는 달라서 주인은 얌전한 편이었고, 말없이 일만 하는 진실한 남자였다.
  주인인 와까야마 도시스께는 나의 얼굴을 부끄러운 듯이 바라다보더니,
  "이 일에 대해서는 제 처와 의논해 주십시오."
  하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나는 엉뚱한 곳을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뛰쳐나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주인과 작별 인사를 했다.
  부인이 차를 들고 응접실로 들어왔다. 나는 면담을 한시바삐 끝내고 작별 인사를 하
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오는 것이었다.
  "정말 주인이 무식해서 난처합니다. 일에 두서가 없고 수금하는 것도 잊기가 일쑤이
고 그저 일하는 데에서만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으니... 어리석은 남자란 여자 바보보
다도 더 못한 겁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할 바를 몰라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하여간 처음 만난 낯선 사람 앞에서 자기 남편의 욕을 태연하게 말하는 둔한 신경에
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도 멍청해서 잘못만 저지르고 있습니다. 저도 공부를 못해서요."
  "어머, 선생님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나이도 젊으시고 그만한 일을 해 나가고 계신
데요."
  하며 생과자를 내어놓은 것이었다.
  나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언제 꺼낼까 하고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그녀가 재빨리 
이야기를 계속하는 바람에 말문을 열 틈이 없었다.
  "저는 말씀이에요... 젊었을 때 좋아하던 분이 있었는데 그 분과 결혼했더라면 지금
쯤 일류 사장 부인이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님께 강요당해서 지금의 남편
과 결혼하게 되는 바람에 이런 작은 회사의 사장 부인이 되고만 거랍니다. 더구나 교
양이 없는 주인 때문에 사소한 일로 머리가 깨지게 얻어맞은 뒤로는 지금은 사고력도 
없어져서, 무엇 때문에 전문학교까지 나왔는지 영문을 모르게 되었지 뭡니까. 저는 주
인을 원망하고 원망하여 저주해 버릴 생각입니다."
  원망이 극도에 달한 남편과의 사이에 여섯 명이나 자녀를 두고 있노라고 했다. '이 
여자는 정신분열증 증세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짐마차를 끄는 말처
럼 혹사당하고 있는 남편만 불쌍한 존재였다.
  이야기는 끝없이 계속되어 드디어 한 시간 가량, 하쓰의 불만이 섞인 신상 이야기를 
들은 끝에 나는 도망치듯이 와까야마씨 댁에서 떠났다.
  그 뒤로도 일 때문에 자주 들르곤 했으나, 부부 사이에는 말다툼이 그치지 않았고, 
일 관계가 아니라면 두 번 다시 찾아가고 싶지 않은 집이었다.
  여섯 명의 자녀들 가운데, 둘째딸과 둘째아들, 셋째 아들이 정신병에 걸렸고, 지금
도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처지였다. 나머지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교통사고로 죽었고, 
건강한 사람은 둘뿐인데 그들도 집에서 멀어져서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는 처지였다.
  그리고는 남편과도 사별한 처지인데다 결국 하쓰는 자식들과 인연이 없어서 집에 혼
자 남게 되었다. 4년 전부터 내가 쓴 책을 읽게 되어 책이 인연이 되어 끊어져 있던 
교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주인어른이 안 계셔서 쓸쓸하시지요?"
  내가 주인 생각이 나서 말하니까,
  "저를 남겨 두고 죽어 버렸어요. 그렇게 원망한 남편이었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
요."
  하쓰는 눈물을 흘리면서 죽은 남편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좋은 분이셨지요. 진실하고 얌전한 분이었습니다."
  내가 남편을 칭찬하기 시작하니까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더니 이번에
는 두 눈을 곤두세우면서 화를 내는 것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 그 바보 때문에 일생을 망쳐 버린 거예요. 그 녀석 
때문에 말이지, 그런 녀석은 죽기를 잘했어. 꼴 좋지!"
  하쓰의 태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고 말았다. 얼굴은 마귀할멈과 같은 모습이었
다.
  자신이 냉정할 때에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 있지만, 조그만 동기가 나타나면 갑자
기 태도가 바뀐다. 빙의령에 기생 당한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타입니다.
  하쓰의 등뒤에는 머리를 풀어헤친 악령이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그 악령에게 말했다.
  "너는 누군가? 와까야마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 는 그래도 하느님의 
자식인가? 이 노부인을 아직도 더 괴롭힐 생각인가? 너는 누구냐? 이름을 대라!"
  육체는 나이 많은 노파이지만, 그 육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악령이었다.
  "이 계집이 너한테 전화를 걸다니. 이 바보 같은 계집이!"
  하쓰이 두 손은 자기 가슴을 자꾸만 두드리고 있었다. 분하다는 뜻이리라.
  "당신은 이 노부인의 귀와 마음속에서 있는 것 없는 것을 마구 고자질을 해서 이 노
부인의 마음에 혼란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너는 그것이 재미있겠지만 이 노부인은 어
떻게 된다고 생각하나? 어째서 그와 같은 거짓말을 해서 이 노부인을 괴롭히는 건가? 
분명히 그 까닭을 밝혀라."
  "나는 이 여자와 사귀게 된 지 오래 되었소. 당신 따위가 간섭하고 나설 때가 아니
라 말이오. 물러서 있어요. 나는 말이오, 이 여자의 남편이 미웠었소. 그래서 이 여자
에게 있는 일없는 일을 귀에 속삭여서 남편을 미워하게 만든 것이었지. 이 여자도 밉
단 말이오."
  "당신은 남을 괴롭혀서 무엇이 즐거운가?"
  "그런 쑥스러운 소리는 하지 말아. 즐거워서 하고 있는 거다. 이 여자를 더 괴롭혀 
줄 테다."
  하쓰의 몸은 자기 몸이면서 자기 몸이 아니었다. 마귀할멈과 똑같은 모습의 악령이 
들러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하쓰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조금 전까지의 얌전한 노부인의 모습은 터
럭만큼도 찾을 길이 없고, 그녀의 무시무시한 형상을 보고 있노라면 소름이 끼칠 지경
이었다. 더구나 이 집안에는 나 외는 아무도 없는 터였다.
  정원도 집안에 헐 대로 헐어서 마치 도깨비 집에서 마귀할멈과 마주 대하고 있는 것
과 마찬가지였다.
  하쓰의 지금 이 모습은 어디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일까? 하쓰의 허영심, 교만한 태
도, 불평 불만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 버리고만 것이었다. 몸에서 나온 녹과 마음의 때
가 하쓰이 신상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강한 어조를 바꾸어 부드럽게 말했다.
  "자아, 자아, 그렇게 감정을 흥분시키면 몸에 해로워요. 더이상 화를 내지 말도록 
합시다. 화를 내면 낼수록 마음 속이 타게 돼요. 당신은 어디서 왔죠?"
  악령은 나의 이야기에 끌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말씀이야. 이 땅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오. 내가 살고 있는 땅 위에 집 따위
를 짓다니 정말 터무니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요."
  "아, 그랬었군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니겠소. 용서
해 주세요. 당신이 화를 내는 건 알 수 있지만 가족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으니까."
  "용서하다니, 원 당치도 않은 소리. 생각해 보라구. 남의 땅에 말없이 들어와서 집
을 지어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나? 화를 내지 않는 편이 이상하지 않을까?"
  "나 같으면 서로 이야기를 해서 해결을 짓겠소."
  "거짓말하지 말아. 이곳은 나의 소중한 땅이다. 이야기를 해서 해결하다니, 그런 달
콤한 생각은 할 수가 없어."
  "알았어, 알았다구.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알았다구. 그런데 지금 몇 년인지 알고 
있소?"
  "지금이 언제냐고? 문구 2년이지."
  악령은 죽은 그 순간부터 시간이 정지되고 만다. 그것은 지옥의 주민들이 지닌 특징
이다.
  "이름은 뭐라고 하지?"
  "그런 것은 다 잊어버렸어."
  "당신이 죽은 지 벌써 백 수십 년이 지났소. 지금은 에도 시대가 아니오. 소화시대
라고 해서 아주 편리한 시대요. 집밖에 나가면 걷지 않아도 자동차라고 하는 타는 것
이 있어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가 있소. 에도 시대에는 가마가 있었지. 이제 
그런 것은 없소."
  "흥, 나는 잘 모르겠는걸, 그런 것보다 내가 죽었다고 말했지?"
  "그렇게 말 해소."
  "원 당치도 않는 소리야. 보다시피 나는 이렇게 싱싱하게 살아 있지 않느냐 말씀이
야. 너는 이께가미 절의 불상처럼 번쩍번쩍 빛나고 있군. 기분 나쁜 사나이인데 그래.
"
  "당신은 언제까지 헛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생각이오? 당신이 살던 집은 
이미 없고, 와까야마씨가 이 땅을 사서 살고 있는 거요. 당신이 살 곳은 이 땅은 아닐 
텐데 그러는군 그래. 밝은 빛이 가득찬 따뜻하고 평화스러운 세계인 거요. 당신은 살
아 있을 때 혼자 살았고, 이 산 속에 정주 하게 된 것이지요. 살아 있을 때는 이께가
미의 주막거리에서 나쁜 짓만 하다가 이 산 속으로 도망쳐 들어온 게 아니었던가요?"
  "아아니, 어떻게 나에게 대해서 알고 있지? 너는 포도청 포졸이냐?"
  "아니, 당신의 마음속을 알 수가 있기 때문이오."
  "어메, 무서운 인간도 다 있구먼."
  나의 수호령이 악령의 과거를 가르쳐 주었으므로 그 사실을 그대로 전한 셈이었다.
  악령은 순간 기가 질린 눈치였다.
  "나는 말이오. 노예 상인에게 팔려서 어께가미의 주막거리에 왔었소. 남편도 악당이
었지만 나는 그보다 한 수 더 뜬 나쁜 짓을 많이 했었지. 그렇게 않고서는 살아 갈 수 
없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여기 있기는 해도 언제 관가에서 잡으러 올지 무서워서 무
서워서-."
  악령에게도 무서운 것은 있었다. 그들의 세계는 힘의 세계인 것이며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골탕먹이며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악령이라고는 하지만 애당초부터 악령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므로 이야기하는 가운데 
힐끗 인간의 마음을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제 당신의 죄는 용서되었소. 백 수십년 동안이나 괴로워했으니까."
  "이께가미의 관가에서 잡으러 오지 않을까?"
  "오지 않아요. 안심해요."
  "정말이오?"
  "시대가 바뀌어서 관가도 포졸도 모두 없어져 버린거요."
  "네, 그게 정말 인가요?"
  "거짓이라고 생각하거든 가보면 되지 않겠소."
  "캄캄해서 아무 것도 안 보여요."
  "당신은 자기가 저지른 죄를 하나하나 돌이켜보고 잘못된 것은 전부 하느님께 사과
를 하세요. 그러면 당신의 마음은 평화스러워지고 포졸도 아무 것도 무섭지 않게 될 
테니까. 자아, 여기서 하느님께 사과를 하세요."
  악령은 말없이 살아 있었을 때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노부인의 두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악령은 순수해져서 정말로 자기의 지난날
을 돌이켜보면서 괴로운 추억을 하나하나 반성하고 있는 듯 했다.
  악령이 흘리는 눈물은 참회의 눈물이었다.
  "나는 어디로 돌아가면 좋지요? 이곳에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까? 갈 데가 없답
니다."
  악령에게는 돌아 갈 집이 없었다.
  스스로 이곳이 자기의 집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자기 주위 외는 어둡고 무서
워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만일, 집이나 토지에 대해서 집착심이 없고, 또 돈이나 물건이나 명예나 지
위, 그 밖의 땅 위의 온갖 것에 대한 집착심을 버리고 사랑과 평화가 가득찬 마음이 
되면 천상계의 천사들이 그 사람을 빛으로 비추어 주시어 본인이 마땅히 가야 할 곳을 
분명하게 안내해 주는 것이다.
  마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만다. 그것이 차원이 다른 의식의 세계인 것이다. 이 여
자는 생전에 그의 아무런 반성 없이 악착같이 살면서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하면서 
죽음의 세계를 부정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마지막 방패인 자기 땅에 매어 달려서 
죽어 갔기 때문에 그대로 그 토지의 지박령이 되어서 백 수십년 동안이나 그곳에 머물
러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자기의 마음에 대하여, 자기 자신이 살아 있었을 때 
무엇을 생각했고 무슨 행동을 해 왔는가, 또한 죽은 뒤에는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해서 
행한 일들을 하나 하나 돌아다보고 그것이 잘못이었다고 깨달은 사실을 진심으로 하나
님께 사과하십시오.
  또한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심을 버리고 마음을 벌거벗게 하는 것입니다. 마
음이 가벼워진 것만큼 당신은 밝은 세계로 갈 수가 있습니다. 천국도 지옥도 당신 마
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악령은 하쓰의 몸에서 조용히 빠져나갔다.

    불운에서 벗어나다
  "아, 제가 어떻게 된 것이지요? 무엇인가 무겁게 느껴지더니 아무 것도 모르게 되었
습니다. 지금까지도 자주 그런 일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손님 앞에서는 처음 겪는 일입
니다. 정말 실례했습니다."
  조금 전의 화가 나서 펄펄 뛰던 하쓰하고는 달리 몰라볼 정도로 얌전해진 하쓰가 되
어 있었다. 나이도 열 살쯤 젊어져 있었다.
  "와까야마 여사, 기분은 어떻습니까?"
  "네, 갑자기 옛날의 제 자신으로 돌아 온 것 같습니다. 마치 별세계에 있는 것 같습
니다."
  하면서 자기 가슴을 어루만졌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면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아마도 혼자 살 수 없
게 될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지박령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입밖에 내지 않았지만 그
러나 그 때문에 다음 이야기가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하쓰 부인은 차 주전자에서 찻잔에다 뜨거운 차를 따르고 있었다.
  나는 하쓰 부인의 얼굴을 보면서 지금 있었던 일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았다.
  사람의 육체 속에 저승의 영혼이 침입해 들어왔을 때의 상태는 천사라면 모르지만, 
악령의 경우에는 인격이 완전히 바뀌고 만다. 그러나 인격이 변한다고 해도 본시 살아 
있는 사람의 속마음에 숨겨진 면이 악령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악령도 본인도 
같은 의식이라고 할 수가 있다.
  육체를 가진 인간은 마음과 육체를 아울러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그리는 
것, 생각하는 것은 육체가 발산하는 거치른 파동에 지워져서 감출 수가 있다. 그러나 
악령이 옮겨와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육체의 파동을 어느 정도 뛰어 넘은 작용이 
생겨서 평소에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생각이 악령의 입을 통해서 나오기 때문에, 그 
현상은 매우 강렬한 것이 되게 된다.
  보통 때 이야기하지 않던 것을 말하게 되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을 받
게 된다. 왜냐하면 그 말은 마음속에서 이야기해 온 것이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표면
에 나타나는 일이 적었기 때문에 뜻밖의 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음속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생각하는 것은 저승에 즉시 연결이 된
다. 분노에 불타면 노여움의 세계에, 사랑을 그리면 사랑의 세계에.
  와까야마 하쓰의 경우도 바로 그랬다.
  노여움과 불만이 오랫동안 계속되어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부조화를 만들어 
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괴로움은 자기 아닌 남에게 원인이 있다고 굳게 믿어 왔던 
것이었다. 괴로워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인데, 그 점이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넓은 저택에서 혼자 사시는 것은 쓸쓸하시겠어요."
  ""네, 한때는 일곱 명의 가족이 있어서 괜찮았지만 주인과 큰아들이 교통사고로 죽
고 나머지 세 명은 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두 아이는 집에 얼씬도 하지 않고 따
로 살고 있습니다. 정말 저의 자식들은 어째서 이렇게 불효자들일까요?"
  "와까야마씨, 불행의 시초부터 생각해 봅시다. 결혼 때는 어땠습니까?"
  "저는 싫어하면서 마지못해 결혼했습니다."
  "어째서 싫어하면서 결혼을 했죠?"
  "남편은 무식한 전기 회사의 전공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동창회에도 부끄러워
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전공이었으니까요. 부모들끼리 정해 버린 결혼이었기
에 싫다고 버틸 수도 없었던 것이지요. 자식들에게만은 제가 겪은 고통을 맛보지 않게 
하기 위해 자유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편에 대해서는 애정은 전혀 느끼지 않았겠군요."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애정이 생기겠습니까."
  "이상스러운 부부였군요. 그렇게 다정하고 부지런한 일군이었던 주인어른에게 애정
을 느끼지 않으시다니, 그래도 여섯 명이나 자식을 두신 것은 어떻게 된 것이지요?"
  "그런 말씀을 하지만 부부였으니까요. 갖고 싶지 않아도 자식은 태어나게 마련입니
다."
  나는 좋지 않은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쓰의 불행은 결혼 생활에 있는 게 아니
라 그 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남편에 대한 불만은 이상으로 그리는 생활과 현실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
이며, 그것은 남편의 무식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의 허영심이 불만의 원인을 
만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서 그것이 집착의 원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하쓰의 이런 자아가 아이들의 성격까지도 빗나가게 하여 점차 자식들은 그녀에게서 
멀어져 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어머니의 손으로 키워진 자식들의 불효의 원인은 어머니 자신에
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쓰가 지금 그대로의 상태로 저승으로 돌아가면 조금 전의 악령과 마찬가지로 이 
땅에 머물러서 악령 제2대째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
녀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이 노부인이 정법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이미 내가 쓴 책을 읽고 있으니까 조금은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으나, 이야
기를 나누어 보니 조금도 이해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인간의 착한 마음과 악한 마음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하쓰는 하나하
나 납득이 되었으나 중요한 대목에 이르면,
  "조는 하나도 나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혼만 나다니 저는 운이 나
쁩니다. 저는 바깥에 나가지 않습니다. 혼자서 살고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노인의 통례로서 한 번 이렇다고 믿게 되면 여간해서 그 생각을 버리지 않는 완고함
이 있다.
  하쓰의 경우도 이야기가 일단 자기 문제가 되니까 악착같이 받아들이려고 하지를 않
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해보았다.
  "괴로워하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당신이지요? 원인이 무엇이든 당신이 지금 괴로
워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 괴로움은 당신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일 겁니다. 당신
이 아무리 불운을 한탄해도 당신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그 마음에서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요? 마음이 비뚤어진 것을 우선 바로 잡아야 합니다. 지금 당신에게 
독이 든 호떡을 제가 주고 만일 당신이 그것을 먹는다면 괴로워하는 것은 당신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먹지 않는다면 하나도 괴로워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지금 당
신이 괴로워하는 것은 지금까지 그런 독을 당신이 먹어 왔기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괴로움에서 피해 나오려면 그 독을 밖으로 뱉어 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군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군요. 제가 괴로워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에게 
독을 먹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이죠?"
  "이제 와서 별수 없지 않습니까? 용서해 주는 것입니다. 남에게 독을 먹게 한 상대
는 그 때문에 또 자기가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인과는 돌고 돌게 마련이어서 이승
에서도 또 저승에 가서도 괴로워하게 됩니다. 그 사람이 그 마음에 짊어진 무거운 짐
을 제거하지 않는 한... 그러나 당신 자신은 독을 준 사람을 용서함으로써 당신의 마
음은 편안해질 것입니다. 그렇지요?"
  "그렇게 될까요?"
  "태양은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빛을 주고 있지요. 이 세상은 얼른 보면 불공평
한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나는 운이 없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니까 불행
하게 되고 또 불운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남을 용서함으로써 자기도 또한 용서를 받
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편해지고 넓어집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에 기뻐하고 슬퍼하
지 말고, 마음에 맺혀 있는 원한을 없애 버리도록 합시다. 그렇게 하면 마음도 차차 
밝아져서 몸의 건강도 좋아지게 됩니다. 당신이 변하면 아이들도 달라져서 어머니, 어
머니, 하고 틀림없이 자주 이곳을 찾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불평 불만만 늘어놓으니
까 아이들도 오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정말 그렇군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 불운만 탓해 온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책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보겠습니
다. 이래 봐도 제 눈은 다행히 아직 잘 보이니까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처럼 굳어졌던 하쓰의 마음이 겨우 풀어지기 시
작했기 때문이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4시간 가까이 있었던 셈이다.
  나는 근처의 음식점에서 하쓰 여사가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오게 해서 둘이서 식사를 
끝낸 뒤에 이 집에서 떠났다.
  그녀는 이날 이후, 피해망상의 전화를 걸어오지 않게 되었다.
  한 달쯤 지나서 조금 마음에 걸리기에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그녀의 집에 들렀
더니 노부인은 신바람이 나서 정원을 다듬고 있었다. 놀랄 정도로 평화스럽게 살고 있
었다.
  고독한 생활의 탓도 있었던지, 하쓰 여사는 자기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눈물
겨운 노력을 했다.
  만일 이 노부인에게 몇 사람의 가족이 있어서 뒤를 돌보는 이가 있었다면 오히려 그
에 기대어 이렇게 평화스러운 마음을 되찾는 게 어쩌면 가능치 못했으리라.
  혼자 사는 자립의 생활이 한 사람의 노파를 불운에서 건져 줄 수가 있었던 게 아닌
가 한다.
@ff
      제 5장 거미줄에 걸린 곤충
    무상의 바람
  사람은 누구나 내일도 또한 오늘의 연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죽음을 평소에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고, 설사 생각한다고 해도 그 죽음이 당장 자기 
자신에게 닥쳐올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없다. 몸이 건강하면 건강할수록 삶에 대한 집
착이 모르는 사이에 사람의 마음을 독하게 물들게 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누구도 죽음을 모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무상의 바람은 그 누구의 차별 없이 불어닥쳐 오게 마련인 
것이다.
  인과의 순환은 어디까지나 평등한 것이며, 그리고 또한 그것은 자연이 만든 율법이
기도 하다.
  제한된 목숨을 사는 인생에서 고뇌라고 하는 무거운 짐을 어째서 사람들은 내려놓을 
수가 없는 것일까, 역시 육체라고 하는 무거운 옷을 걸치고 있는가?

    살아 있는 신념
  나는 지금 교또의 이조성에 있다. 호화찬란한 대서원도 지금은 단순한 관광을 위한 
구경거리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봉건시대의 유물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삶을 누렸던 교또 쇼시다이의 영화의 자
취가 엿보인다. 그 당시라면, 나와 같은 한낱 시민은 멀리서 바라다볼 뿐, 한치라도 
성안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들 권력자는 지금은 없다. 권력과 지위와 명예를 마음껏 누렸던 그들도 죽음이 찾
아옴과 동시에 흙으로 돌아들 갔다.
  흙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지만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그들이 깨닫게 되기까지는 
사라지는 일이 없지 않으리라.
  권력이나 무력 속에서 단 하루도 평안함을 누릴 수 없었던 그들이었으니까, 그들은 
그대로 산채로 지옥 속을 헤맸을 테고,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집착의 염은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성을 이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낙성하기까지는 처자식
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지나친 노동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 사람들도 많았으리라고 생각된다.
  권력자는 서민의 고통을 희생으로 해서 살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죽음에서 모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땅 위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없었지만, 죽음만큼
은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높이 쌓아 올린 성도 막대한 금은 보화도 죽은 뒤의 세상으로 갖고 갈 수는 없었다.
  그들이 가져 간 것은 서민이 겪은 괴로움과 삶에 대한 집착뿐이었다.
  교또에는 또 하나의 얼굴이 있었다. 권력과 나란히 신앙이 융성했던 도시였다.
  가는 곳마다 사원과 불각이 세워져서 각 사문의 전당이 서 있다.  시대가 지남에 따
라서 권력자들은 사라져 갔으나 신앙의 전당만큼은 지금도 살아 남아서 서로 패권을 
다투고 있다.
  불교의 시조였던 석가여래는 사원이나 불 각을 갖고 계시지 않았지만, 때가 지나고 
장소가 바뀜에 따라서 큰절들이 세워져서 패권을 다투게 되었던 것이다.
  신앙이라는 이름에 의해, 새로운 권력이 생겨나고 종파의 내부의 싸움은 보다 심각
해져서 술책의 난무장으로 변하고 만 것이다.
  현재의 신앙은 바야흐로 완전히 화석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온갖 사념만이 절과 불 
각을 지탱하고 있다. 그것도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사원을 풍화로부터 방지하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현재의 생활이 앞서게 된다. 불상이나 절은 내일의 운명을 가
르쳐 주지는 않는다.
  인생의 한 치 앞이 캄캄하므로,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덧 살아 있는 신령님, 생불이
라고 자칭하는 사람들 밑으로 달려가게 된다.
  교또에는 살아 있는 신령님들이 도처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있다. 신앙
의 성도인 만큼 옛 신앙은 뒤로 돌리고 새로운 종교가 한창 번창하고 있으니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조성에서 나와 어떤 살아 있는 신령님의 집을 찾기로 했다. 현관문을 여니까 
향냄새가 코를 쿡 찌른다. 친구의 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을 지나니 약간 넓은 홀이 있다. 그 홀 안에는 스무 명 가까운 신자들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잘 살펴보니까 홀에는 제단이 만들어져 있고, 그 제단 주위에는 과실이며 과자들이 
놓여 있었다. 한가운데 손길이 닿는 곳에 수북하게 시주 돈이 든 봉투가 쌓여 있었다.
  제단의 신불은 어떤가 하고 보니까, 여의윤관음.부동명왕.아미타여래.애염명왕, 게
다가 흥법대사의 상까지 안치되어 있었다. 이렇다할 만한 불상은 모두 제단중앙에 놓
여져 있으니 이곳의 살아 있는 신령님들 가운데 으뜸 가는 신령인 모양이다.
  등불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방안이 어두운 탓인지, 부동명왕의 눈초리가 유난
히 날카롭게 빛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현관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 집의 이상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집도 작고 신자의 수효도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평일이기 때문에 신자의 모
임이 적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는 이곳 선생님의 덕분에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신령님의 덕분입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중념의 얼굴이 흰 부인이 필자 옆에 앉아 있는 염주를 가진 초로의 부인에게 이야기
를 걸었다.
  "저는 오오사까에서 왔습니다. 오늘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
서 당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부탁을 드리면 좋겠습니까?"
  "저희 선생님은 무엇이나 내다보시고 계십니다. 당신이 가장 걱정하고 계신 것을 물
어보시면 대답해 드립니다."
  이 부인은 신자일까? 아니면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살아 있는 신령님의 제자인 것일
까? 얼굴이나 옷 입은 모양을 보면 유한마담 같은 그런 타입이었다.
  무엇이고 내다보시는 살아 있는 신령님에게 제일 걱정하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한다
는 것은 어떻게 된 영문일까? 내다보신다면 그 걱정하고 있는 일을 알아 맞추어서 해
결해 주는 게 원칙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곳의 신령님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을 찾아 온 이유는 그들이 어떻게 해서 
맹신자나 관신자를 만들어 가는 것인지 그것을 알고 싶어서 구경하러 온 것이었다.
  알아 맞추는 것이라면 동물령도 마왕도 할 수 있다. 모인 신자의 거의 전부가 중년
의 부인들이었다. 얼굴빛도 좋지 않고 고집 센 인상들이었다.
  지금 여기 모여 있는 몇 명의 신자들의 모습만 보아도 이승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하나에서 열까지 살아 있는 신령님을 의지하고 있는 타력신앙이 분명했다.
  교조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제단 바로 옆의 장지문이 열리고 여성에게 손을 잡혀 인
도를 받아 제단 앞에 조용히 앉는다. 나이는 45세 가량, 머리를 빡빡 깎았으며 머리카
락은 희끗희끗하고 옷은 흰옷을 입은 행자차림이다.
  제단을 향하여 손뼉을 친다.
  작은 소리로 주문을 외우고는 두 눈을 감은 채 우리들을 향해서 앉았다. 검은 안경
을 끼고 있었다. 교조는 아마 장님인 모양이었다.
  오오사까에서 찾아온 초로의 부인이 제단 앞에 나가 우선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올해 열 여덟 살이 되는 큰아들은 야마다 미찌아끼라고 합니다만 노이로제에 걸려
서 자기 방에서 한 걸음 밖으로 나오지를 않습니다. 낮에는 축 늘어져 있습니다만 밤
이 되면 기운이 나서 혼자서 떠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부인은 살아 있는 신령님에게 두 손 모아 이렇게 호소했다.
  살아 있는 신령님은 그 말을 듣자 또다시 제단을 보고 돌아앉더니 기도하기 시작했
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야심경>을 낭송하는 것이었다.
  조금 전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는데 때와 장소에 따라서 경문이 
입에서 술술 나오는 모양이었다.
  제단에는 가지가지 신불을 모셔 놓았기 때문에 기도하는 말도 가지가지인 모양이다. 
살아 있는 신령님은 우리들을 향해 다시 돌아앉았다. 얼굴은 붉은 빛을 띄고, 새빨갛
다.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염주를 두 손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그 순간, 줄이 뚝 끊
어져서 방바닥 위에 염주가 굴러 떨어졌다.
  부인은 이 모습에 놀라서 얼굴을 방바닥에 붙이고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었다.
  살아 있는 신령님의 몸을 수호령이 지배한 것이었다.
  "으르릉 으르릉..."
  마치 사자나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 같았다.
  처음 보는 사람으로서는 무엇이 무엇인지 통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살아 있는 신령님은 손에 든 염주를 하늘높이 집어던졌다.
  신령님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주위에 있던 신자는 신령님이 화를 내는 것이 두려워서, "신령님, 제발 우리들을 용
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방바닥에 이마를 붙이고 사과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에 대해서 화를 내고 있는 모양 같았다. 내가 이곳 신을 믿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신령님이 입을 열었다.
  "나는 부동명왕이다. 너희들 하나 하나를 지켜 주려고 해도 열심히 기도를 올리지 
않는다. 이 못된 것들 같으니라구. 나를 믿지 않는 자는 여기에서 떠나라. 여기에서 
떠나라."
  방안이 떠나갈 듯한 큰 소리였다.
  신자는 울면서 사과를 하고 있었다.
  오오사까에서 찾아온 부인은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을 따름이다.
  살아 있는 신령님의 몸은 새하얀 여우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보이
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
  친구가 나의 무릎을 오른손으로 쿡쿡 찌른다. 그리고는 오른쪽에 있는 부인을 손으
로 가리켰다.
  부인을 보니 몸이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 부인은 앉은 채로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마치 기계장치를 한 장난감처럼 마구 뛴다. 보통 경우 믿을 
수 없는 일이 이곳에서는 아무런 이상한 느낌이 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부인은 오래 된 신자로서 이곳에서는 이미 간부의 한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깡충깡
충 뛰면서, 
  "아 고마워요, 고마워!"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신령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부인의 
뒤에는 이 역시 여우가 지배하고 있었다.
  여우의 영이 사람의 몸을 지배하면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
진다.
  요즘에는 텔레비젼에서 행자나 수험자들이 시청자가 눈길을 돌릴 것 같은 아슬아슬
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대개는 이러한 동물령이 등뒤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계속하고 있노라면 머지 않아 몸이 엉망이 되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마련
이다.
  "고마워라, 고마워!"
  여기저기에서 합장한 신자의 손이 위 아래로 움직이며 고함소리가 일어난다. 이 세
상일 같지 않은 무시무시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오오사까에서 온 부인은 조심스레 얼굴을 들고 이 광경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의 유한마담이 부인의 귀 곁에 입을 대고, 
  "자아 부동명왕님에게 한 번 여쭈어 보는 게 어떻습니까?
 틀림없이 좋은 대답이 있을 겁니다."
  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부인은 또다시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신령님은,
  "응, 알았다. 너의 조상이 천도가 되지 않아서 아들에게 영장이 생긴 거다. 공양이 
모자란다. 공양을 해야 한다."
  "공양이라고 하시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 것입니까?"
  부인은 아직도 떨고 있었다.
  "공양이 무엇이냐고 그런 것을 나에게 묻는가? 경을 읽어 드리는 거다."
  부인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생각에 잠겨 있으니까,
  "모르겠느냐? 공양을 하란 말이다. 조상에게 독경을 해 드리란 말이다."
  하고 신령님은 더욱 큰 목소리로 마구 고함을 지른다.
  "네, 네, 알았습니다. 공양하겠습니다."
  신령님이 사나운 어조에 놀라서 부인은 이렇게 대답을 했다.
  "정말 알아들은 거겠지 응?"
  "네, 잘 알았습니다. 알기는 알았습니다만, 아직 조금 모르는 게 있는데요."
  "뭐? 모른다고? 모르는데 어째서 알았다고 대답했지? 나를 우롱할 생각이냐? 너에게 
벌이 내린다. 그래도 좋으냐?" 부인은 당황하여,
  "아니 그것은 곤란합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하고 이마를 방바닥에 바싹 갖다 붙
이고 엎드린다.
  "자식은 구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공양은 내가 해주겠다. 다만 믿음을 잃어
서는 안 된다. 믿는 마음만 갖는다면 너의 아들은 좋아진다. 알았느냐?"
  신령님의 태도는 갑자기 얌전해지면서 사뭇 만족해하는 태도였다.
  화도 내고 타이르기도 하고 아주 자유자재였다. 설사 신령님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화만 내고 있다면 누구나 두려워 할뿐 따르지는 아니하리라.
  우선 두려움을 상대에게 갖게 하고 그 뒤에 이번에는 신자를 붙잡아 두는 회유책으
로 나온다.
  신자에게 있어서는 이치보다는 자식의 병을 고쳐 받으면 그것으로 되는 것이니까 고
쳐지면 마음이 편안해지게 마련이다.
  이곳 신령님도 그런 요령이 아주 좋은 게 분명했다.
  "검사합니다.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
  부인은 핸드백에서 종이에 싼 것을 살그머니 신령님 앞에 내어놓았다.
  신령님 곁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이 종이뭉치를 받자,
  "신령님 받았습니다." 라고 절을 하고 제단 앞에 올려놓았다. 이것으로 한 건은 해
결이 된 것이었다. 이어서 35세쯤 되어 보이는 양장한 부인이 제단 앞에 나왔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고 싶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신령님은 말했다.
  "너희 집 하수도가 막혀서 더러워져 있다. 터줏대감이 화를 내고 있다."
  "하수도라지만 어느 하수도인가요?"
  "너는 하수도가 뭔지도 모르느냐? 나는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터줏대감
이다. 어째서 그렇게 더럽게 하고 있지. 너의 어머니는 무신론자군. 그래서 벌이 내린 
거다. 이곳으로 데리고 오너라. 잘 가르쳐 줄 테니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까의 흰여우이다.
   "네 알았습니다. 곧 어머니에게 말씀드려서 모시고 오겠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병을 고쳐 주십시오."
  "응 너는 온순해서 좋다. 마음에 들었다. 꼭 데리고 오너라. 오면 병은 곧 낫는다."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두 가지 일이 끝난 셈이다
  이어서 오오쓰에서 왔다는 50세 가량 되는 부인이 나왔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뵙고 싶습니다.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
  깊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청원을 했다.
  산신령님은 제단을 향하여 무엇인가 기도를 드리고 있다. 합장한 손이 위 아래로 움
직이자, 흰여우가 나가고 나이 막은 주름살 투성이의 사나이가 산신령님으로 옮겨와 
지배를 했다. 악령이다.
  "나는 아라오다. 응 괴롭다. 괴로워. 물을 다오. 물을 한 잔 다오."
  부인은 급히 일어나서 젊은 여성으로부터 컵의 물을 받자, "할아버지, 물 여기 있습
니다." 하고 신령님에게 주었다.
  산신령님은 단숨에 물을 마셔 버린다.
  "할아버지, 천국에서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천국이라고? 얘야 그렇게 간단하게 천국에는 갈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어두운 잿빛 
세계에 있다.
  뱀이니 여우니 오소리가 잔득 있는 기분 나쁜 곳이다. 도깨비도 있고 어디를 둘러보
아도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곳은 없다. 여기서 수행을 하지 않는 한 천국에는 가지 
못한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스님으로서 일생동안 도를 닦으셨는데 어떻게 그런 어두운 
세계에 계십니까?"
  "그것은 너희들도 마찬가지여서 여기서도 수행이 필요한 게야. 나는 말이다. 매일 
닦는 엄한 수행도 견디어 왔기 때문에 여기서도 견디고 있는 게다. 너희들도 엄한 수
행을 견딜 수 있도록 수행을 닦아 두어라. 알겠느냐?"
  하고 기침을 하고 있다.
  부인은 산신령님의 등뒤로 돌아가서 어깨 근처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아직 몸이 좋지 않으십니까? 꽤 기침을 하시는 모양인데요."
  "응, 아직 몸이 좋지가 않다. 빨리 몸을 고쳐서 건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여간
해서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할아버지, 빨리 몸을 고치셔서 저희들을 지켜 주십시오."
  "지켜 주고 싶지만 나야말로 큰 일이다. 괴롭구나!"
  "할아버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무엇이건 말씀해 주십시오."
  "응, 괴롭구나. <반야심경>을 읽어다오. <반야심경>을 읽어다오."
  "알았습니다. 반야심경을 열심히 낭송해 드릴 테니 빨리 건강해지십시오." 이렇게 
말을 끝내자 기침이 심해졌다.
  육체를 빌려주고 있는 산신령의 몸이 앞뒤로 흔들리면서 몹시 괴로워하는 태도다. 
기침이 더 한층 심해지더니 악령은 산신령의 몸에서 떠나갔다.
  산신령님은 제단 앞에서 모로 쓰러졌으나 아직도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
다. 동물령과 악령이 몸에 계속 들어오는 것이니까 몸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란다. 산신
령님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얼굴과 이마에는 구슬땀이 돋아 있었다.
  산신령님은 의식을 빼앗긴 듯, 여간해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신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심해졌다.
 이마의 땀을 닦는 사람, 허리와 다리를 주무르는 사람, 그 주위에서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는 사람 등 소동은 커져 갔다.
  "당신이 그런 악령을 부탁드린 게 잘못이예요. 선생님을 이렇게 만들어 버리다니!"
  오오쓰에서 온 부인에게 유한마담이 시비를 걸어왔다.
  10분쯤 지났을까 할 무렵, 산신령은 간신히 일어나더니,
  "아, 아주 혼이 났는걸. 몸이 아주 무거워지고 숨이 막힐 뻔했다."
  하며 목덜미에 손을 가져가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생님 면목없습니다. 이제부터 조심하겠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오오쓰에서 온 부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맹신의 무서움
  선생님이라고 불리운 산신령님은 이미 이때에는 여우도 악령도 빙의되어 있지 않았
다. 다시 말해서 그 자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선생님은 자기 자신을 되찾자, 뭔지 즐거운 듯이 방에서 나갔다.
  그가 나가자 넓은 방에는 길고 좁은 테이블이 놓여지고, 과자니 과일이니 진수성찬
이 그 위에 놓여졌다.
  선생님은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자, 모든 사람 앞에 다시 나타나서 제단 앞에 앉
았다.
   부인 신자들이 선생님을 중심으로 하여 테이블을 앞에 놓고 앉았으나, 아무래도 선
생님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만 같았다.
  "오늘은 재미없다. 너희들 가운데 나를 원망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업신여기고 있는 놈들이 있다. 믿지 않는 자들은 이 자리에서 나가라!"
  오래 된 신자가 나의 얼굴을 돌아다보았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
다. 그녀들의 대부분은 산신령님과 같은 족속이라고나 할까, 새로 들어온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누구냐? 나가라. 믿지 않는 놈은 썩 나가지 못할까!"
  다시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더니 테이블 끝을 쳐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음식을 
뒤엎고 말았다.
  신자들은 놀라서,
  "선생님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그 자리에 엎드렸다.
  교조는 눈을 치뜨고, 노기 띈 얼굴로 다른 방으로 가 버렸다. 그러자 바로 유한마담
이 나의 옆으로 다가왔다.
  "당신, 처음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죠? 선생님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게 아닌가요? 
선생님을 화나게 만든 건 바로 당신이예요..."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단정하고는 흥분하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저는 별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산신령님
을 만나러 온 것만으로, 나 때문에 화를 내다니 이상하군요. 당신은 사람의 마음속을 
알 수 있습니까?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죄인 취급하고, 그래 가지고 무슨 신앙생활을 
하고 계신 겁니까?"
  유한마담은,
  "하지만 당신이 없다면, 선생님은 저렇게 화를 내시는 일이 없었거든요."
  라고 말하면서 다시금 흥분하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히 말했다.
  "여러분이 정성껏 만드신 음식을 뒤엎어 버리는 게 하느님의 사랑입니까? 그것을 가
르쳐 주십시오. 여러분은 자기 자식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이 없다고 뒤엎어 버립니
까?"
  "선생님은 화가 나시면 옆에 있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던져버리십니다. 신령님이 하
시는 겁니다."
  아무래도 이 분은 사물을 분별할 줄 모르는 사람 같았다.
  "저는 당신에게 묻고 있는 겁니다. 당신 집에서도 이곳의 신령님이 하시듯 행동을 
하십니까?"
  "아니오, 집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그럴 테죠. 신령님이 노하다니 우습지 않습니까? 사람은 모두 장님입니다. 내일의 
생명조차도 알 수 없으면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장님인 인간에게, 신이 무자비
하게 마구 화를 낸다면 그 신령님은 진정한 신령님이라고 할 수 없군요."
  "당신은 이곳에 무엇 때문에 온 겁니까? 이제 돌아가세요. 이론만 떠벌리고..."
  나는 이 이상 이곳에 머물면, 그들을 흥분시킬 뿐이며, 혼란을 더하게 할 따름이라
는 걸 알자, 친구와 둘이서 그곳을 떠났다.
  이미 보아온 것처럼, 이곳의 신령님은 대단한 신령님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그야말로 선생님이라고 부리는 산신령님도 신자도 그 실태를 알
고 있지 못하다. 이와 같은 종교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지금은 갖가지 종교가 난립하고 있다. 그 수는 몇십만이나 될 것이다.
  그들 가운데에는, 조상을 공양해 주는 비용이니, 사례금 또는 페인트를 신자에게 억
지로 사게 하여,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긁어내고 있다. 하느님이 사례금을 강요하게 
된다면 이미 끝장이다.
  이곳의 교조의 배후에는 마왕이나, 여우가 빙의 되어 있고, 신자를 먹는 콩으로 여
기고 있다. 머지 않아서 선생님으로 불리는 산신령님도 신자를 제물로 삼듯이, 마왕이
나 여우의 제물이 되고 말 것이다. 가엾게 여겨지지만 하는 수 없다.
  이곳에서 교조의 빙의령을 제령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 까닭은 교조 자신이 자기
에게 빙의 되어 있는 영이나, 혹은 자기 자신은 신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내 사무실을 찾아오는 교조 후보자(?)는 이렇게 일가를 이루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
다.
  교조로 앉아서 기반을 닦은 사람을 강제로 제령 시키면, 본인의 몸이 지탱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의식이 되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되기 때문이다.
 믿는다는 건 그렇듯이 강한 것이며, 잘못된 신앙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더구나 신앙
이라고 하면 대개는 하느님을 믿는 신앙심을 연상하지만 권력이나, 지위. 명예. 재력. 
사상이나 주의만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도 이와 같은 신앙인과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

    지옥으로 직행
  한편 나는 산신령님의 사람됨에 대해서 조사를 해 보았다.
  어떻게 해서 그가 이와 같은 살아 있는 신령님으로 둔갑하게 되었는가를.... 교조인 
오까무라 다까모도는 교또 출신이었다. 네 형제 가운데 둘째 아들로서 가난한 환경 속
에서 자라났다.
  부모는 생활에 쫓겼다. 부부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아서 항상 말다툼이 그치지 않았
다.
  다까모도가 네 살이 되던 해, 감기가 원인이 되어서 고열로 인해 의식불명이 되었
다. 모친은 정성껏 치료를 해 주었지만, 이 병으로 해서 다까모도의 시력이 약해져서 
결국은 장님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두 눈은 보이지 않아도, 치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나 부엌에서 일하는 
모습을 마음에 비춰 볼 수 있었다.
  "어머니, 나 참 이상해요. 눈이 보이지 않아도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어요. 
어머니 이상해요."
  어머니 미쓰요는 자기의 부주의로 아들의 두 눈이 멀게 된 것을 깊이 뉘우치고 있었
기 때문에 아들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정말이냐? 정말 보여? 그렇다면 얼마나 좋으냐."
  그녀는 아들의 감겨진 두 눈을 보면서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길이 없어 눈물
을 떨구었다.
  "어머니 정말이예요. 정말 잘 알 수 있어요. 신령님으로부터 새로운 눈을 받았나 봐
요."
  미쓰요는 아직 어린 아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신불에게 기도를 했다. 제발 아들의 두 눈이 먼저와 같이 보여지게 하여주십
사 하고.
  다까모도는 아무리 보인다고 해도 변소에조차 혼자서는 갈 수가 없었다. 이래 가지
고서는 보인다고 할 수가 없었다.
  미쓰요는 아들의 장래가 걱정이었다.
  "여보, 다까모도를 훌륭한 의사에게 보여서 수술이건 무엇이건 해 주고 싶은데 어떻
게 안될까요? 대학병원은 어떨까요?"
  아버지인 야쓰오는 싸구려 담배를 피우면서,
  "응 어떻게 해 주고는 싶지만 문제는 돈이야. 당신도 알고 있지 않소. 더 이상은 나
를 괴롭히지 말아요."
  하고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미쓰요는 남편에게 의논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아버지, 눈만 좋아진다면 그 애의 장래는 걱정할 게 없습니다. 어떻게 도와주세요.
"
  하고 친정 식구들에게 의논을 했다. 그리하여 어떻게 돈은 마련이 되었다.
  아들을 데리고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이미 손을 쓰기에는 늦었
다고 했고 선천성의 것이라고 치료를 중지하고 말았다.
  미쓰요는 단념을 하지 않고, 명의라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아들을 데리고 가서 눈
을 보이곤 했다. 그러나 어디에 가도 치료는 되지 않았다.
  다까모도의 두 눈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뜰 수가 없었다.
  미쓰요는 다까모도의 누이동생을 낳자 눈에 띄게 몸이 쇠약해져서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아들을 남겨 놓은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다까모도가 열 살 되던 해의 일이었
다. 
  오직 어머니에게만 의지하고 있던 다까모도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마른하늘의 벼락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꾸 흐느껴 울기만 했다.
  이 무렵부터 그의 마음속에 신앙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집안에 아무도 없으면 불단의 위패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한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
아 있었다. 그러한 그였지만, 성장함에 따라서 그 성격이 점점 난폭해졌다. 형이나 누
이를 괴롭히기가 일쑤였다. 형이나 누이들은,
  "장님인 주제에 왜 그리 건방져! 좀 얌전해지라구."
  "흥,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눈은 보이지 않지만 형들이 무얼 하는지 다 알고 
있단 말야. 나를 괴롭히면 그냥 두지 않을 테야."
  맹아중학교 학생 시절의 일이다. 
  친구들과 나쁜 짓을 자주 해서 학교에서도 그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 안마와 침술을 배우는 학교에 다녔다.
그리하여 마침내 국가시험에도 합격해서 시술사가 되었는데, 그의 입장으로서는 시술
만으로는 마음에 차지 않았다.
영감을 얻으면 치료 효과는 보다 올라간다.
  그는 교회에도 다녀보았다. 그러나 불만은 여전했다. 잘 맞춘다는 신흥종교의 교조
들도 찾아가 보았다.
  여기저기 헤매는 동안에 기무라 야예라는 여자행자의 제자가 되어서 그곳에서 지도
를 받게 되었다.
  야예는 젊어서부터 산 속에 들어가서 수도를 하여 영능력을 얻었다는 보기 드문 행
자였다. 이미 나이는 지긋했다.
  다까모도는 필사적이었다. 어떻게든 영감을 얻고 싶었다.
  야예가 얻은 영능력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경문이며 기도하는 방법을 점자로 고쳐
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갔다.
 그는 스승 앞에서는 저자세였으나 스승이 없으면 거만한 태도를 취하곤 했다.
 한 번은 야예가 다까모도에게 이야기했다.
  "다까모도, 너에게는 예의라는 게 없다. 장님이면서 선배의 흉을 볼 뿐만 아니라,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른다. 너는 오늘로서 파문이다.
  야예는 강한 말투로 다까모도를 꾸짖었다.
  "흥, 나는 너를 스승이라고 생각지 않고 있다. 저자세로 나가니까 건방지게 구는구
나. 신자들로부터 돈이나 긁어내고, 뭐가 신령이고 부처냐! 오늘로서 나는 나가겠어!"
  스승도 지지 않았다.
  "뭐야, 이 장님녀석이. 너 따위는 벌을 받아서 뒈져야 한다. 어서 나가거라!"
  이리하여 다까모도는 스승인 기무라 야예에게서 뛰쳐나왔다. 뛰쳐나오긴 했으나 스
승과 같이 영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안마와 침을 놓으면서 세월을 보내야 
했다.
  다까모도도 야예도 과연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인 인물들이다.
  신자들이 모이면 불평과 욕망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마음속의 평화라는 것은 아
예 약에 쓰려고 해도 그들에게는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마음의 평화보다도 영능력을 통하여 자기의 욕망만 채워지면 되
는 것이었다. 신도 부처도, 그 욕망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신도들 사이에 노여움이나, 권력이 판을 치고 신자들끼리의 싸움이 끊이지 않
는 자가 있을 경우, 그것은 악령의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교단이
나 도인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악령이 그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하느님의 이름으로 불가능한 약속을 하거나, 부적이니, 교단에서 발생한 잡지
를 신자들에게 강매시키고 있는 사람도 올바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지도자의 
언어와 행동이 늘 변하기 쉽고, 자기에게만 편리한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경우도 조심을 
해야 할 일이다.
  교의를 해석하는 게, 그때 그때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도 이상하다. 지도자에게 
일관된 지도이념이 없다는 것이며, 지도이념이 기분이 따라 변한다면, 그것은 이미 종
교라고 말할 수 없다.
  종교의 종이란 글씨는    <  >에다 <  >라고 쓴다. <   > 는 대우주 바로 그것이며 
자연계가 시대와 더불어 자꾸자꾸 변화한다면, 지상에서의 생물의 존재는 불가능할 것
이며, 인류는 오래 살아 갈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대자연의 변함없는 순환, 조화의 
중도야말로 우리 인류 생활의 본연의 자세이며, 대자연은 그것을 보여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종교란 대자연의 조화된 모습이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 생
활방법은 인도의 석가나 사랑을 말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통하는 것이다.
  다까모도는 이런 것을 알 까닭도 없으며 그의 마음은 오직 영능력을 얻어서 사람들 
위에 서 보겠다는 야망으로 가득하였다. 그는 안마와 침을 놓으면서 인생상담을 해 주
었다.
  이상하게도 끼리끼리 모인다는 속담처럼, 그에게도 한 사람, 두 사람씩 신자가 모여
드니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사람을 모으기 위해 그는 굽신 거리고 비위를 맞췄
다. 다섯 사람, 열 사람, 서른 사람, 쉰 사람 모여드는데 따라 어렸을 때부터의 고집
과 사람을 사람으로 알지 않는 교만 방자한 생각이 머리를 쳐들고 일어나서 자기의 뜻
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신자들을 협박하게 되었다.
  떨어져 나가는 신자들도 있었으나, 벌을 두려워하여 그에게 매달리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또한 영감은 열이면 일곱 정도는 맞았었다. 그에게 빙의 되어 있는 악령이 뒤
에 버티고 있고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바라다보고 있는 것이니까, 맞지 않는 편이 오
히려 이상하다.
  이와 같은 일이 신자를 매어 두는 요소가 되어 있었다. 원래 그의 신자는 타력신앙
의 전형 같은 것으로서 그 대부분이 여성이며, 그것도 중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었
다.
  남편과 사별한 사람이나 시어머니와의 불화, 남편의 외도, 가정 불화가 그치지 않는
다는, 말하자면 고집이 센 여성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불행한 원인이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그녀들은 자기의 불행만을 슬퍼하고 항상 그 
책임을 남에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다까모도에게 붙어서 신령님의 말씀만 들을 수 있다면 임의적이나마 마음이 편안해
지는 모양이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이라도 칭찬을 받는다면 마음이 흔들리는 그
녀들에게는 다까모도는 다시없는 의논상대이며 장님이긴 하지만 얼핏보아서 사나이다
운 기골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다까모도는 이리하여 살아 있는 신령님이 되었고, 교조가 된 뒤로는 안마나 침 놓는 
일은 뚝 그치고 말았다.
  주로 인생상담과 신령님의 계시만으로 충분히 살아 갈 수 있었고, 자아를 만족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불만은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지식을 얻을 기회가 
없었으므로 이치를 따지는 남자들 가운데서는 신자가 적었다.  이것이 그를 초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내가 그의 집을 찾았을 때는 더 이상 구제할 수 없는 악령의 포로가 되어 거미줄에 
걸린 곤충 신세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ff
      제6장 피의 바다, 지옥의 고문 정욕

  현대인은 지옥이 있다는 것을 굳이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지옥을 부정하는 이유로
서 굳이 설명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이와 같은 세계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한 것이며 이승에야말로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옥의 그림이란 화가나 불교 신자들의 상상에서 빚어진 것이며, 사람은 죽으면 없
어지고 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틀림없이 지옥의 그림은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본보기이며, 사람에게 올바르게 사
는 일이 중요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정말 그와 같은 세계가 있다고 말한다면 대부
분의 사람은 웃을지도 모른다. 웃어도 아랑곳이 없다. 웃건 웃지 않건 저승은 엄연히 
존재하며, 그와 같은 세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다.
  실제로 나는 어떤 여성을 통하여 피의 바다인 지옥의 실태를 확인한 것이다. 그때까
지의 나는 냉한 무간 아귀 연옥 불길 같은 지옥계를 보아 왔으나 피의 바다인 지옥에 
대해서는 처음이었다.
  어째서 그들은 그와 같은 세계에 있는 것일까? 그들은 생존 중에 정욕으로 마음이 
불타고, 인생의 대부분을 그 속에서만 살아 왔던 탓이었다.
  그들은 피의 바다 지옥에 빠져서 낮이고 밤이고 고문당하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정
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죽음을 각오한 상경
  오오쓰끼 미쓰꼬는 어두운 자기 방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신문이나 잡지를 들여
다보는 일은 거의 없었으나 이날은 기분도 좋고, 심심해서 견딜 수 없었으므로 그날 
일어난 사건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미쓰꼬는 광고란에 시선을 멈추었다. 크게 난 그 광고에는 <마음의 시리이즈>라고 
하고, <마음의 원점> <마음의 지침> <마음의 발견> <원설 반야심경> <인간 석가> 따위
의 내가 쓴 저서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실려 있었다.
  미쓰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과거세를 말해 준다는 이상한 현상이었다.
  격식 있는 불교 신자의 자손으로 태어나 스물 다섯 살이 되는 오늘까지 가정을 통하
여 보는 불교신자 가문의 내부 사정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저주스러운 사건의 연속이
었다. 이런 사건이 어째서 일어나는지 실제로 몸소 경험한 이상한 사건과 사람의 마음
의 유대, 그리고 이와 같은 것은 사람을 구원하는 재래식인 불교로서는 불가능하며 현
재 자기의 가정이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 하고 미쓰꼬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과거세의 말이라고 하지만 도대체 알 수 없고, 사람의 재생에 저촉되는 불교의 가르
침에 비춰 본다면 현재 자기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어떤 해결책이 주어지
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미쓰꼬는 곧 <인간 석가 2부작>을 서점에서 구했다. 저자는 무명작가이지만 일류 작
가가 추천하고 있어서 우선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이어서 <마음의 발견>을 사서 읽었다. 악의 여러 가지 형상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지금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현상과 딱 일치가 되었다. 자기를 괴롭히고 
있는 병약한 몸과 정신적인 부담은 분명히 악령의 짓이라고 확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쩐 셈인지 자기가 그렇게 느낀 뒤로는 이 책들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책
을 잡으면 손이 떨리고 머리 속이 공기가 빠지는 것처럼 텅 비고, 쓰여 있는 뜻을 이
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눈앞이 부옇게 되고, 활자가 희미해지고 만다.
  미쓰꼬는 생각했다.
  '이것은 틀림없이 저 못된 악령의 짓이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더 몸은 말을 듣지 않게 되고 전신이 마비 상태가 되
어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곤란을 느끼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미쓰꼬의 마음은 이번에는 반대쪽을 향하여 저 책
이 있기 때문에 몸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거다. 저 책을 태워 버리면 몸은 편안해지
고 마비 현상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미쓰꼬는 망설였다. 식사도 목을 넘어가지 않게 되었다.
  며칠 뒤, 지방 신문에 저자의 강연회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어머니인 스미꼬에 의
논하여 회장에 데려다 달라고 하려 하였으나 보행조차 곤란한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했
다.
  달이 바뀌고 4월의 따뜻한 봄날씨인 어느 날 아침, 미쓰꼬는 어머니인 스미꼬에게 
죽어도 좋으니 나의 사무실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도 딸의 모처럼의 부탁이라 하는 수 없다고 승낙하고, 교또를 떠났다.
  이렇게 미쓰꼬는 그 무거운 몸을 끌 듯이 하고, 나의 사무실을 찾아온 것이었다.
  "교또에서 그런 몸으로 용케 오셨습니다."
  나는 미쓰꼬의 야윈 몸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눈이 부신 듯이 나를 보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어머니에게 부축을 
받으며 의자에 앉았다.
  나는 모녀를 번갈아 바라다보며 말을 이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온 거군요. 그러나 걱정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의 몸은 아무 
곳도 나쁜 곳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의사의 진찰을 받아 본 모양이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것 같군요. 나쁜 곳은 몸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일이나, 행하고 있는 
잘못된 생활 태도에 있는 셈입니다. 운전면허증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과 같
은 일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이래서야 냇물에도 떨어지고, 전주에도 부딪치고는 할 
것입니다. 하여튼 매우 위험한 인생을 걸어온 것이군요."
  미쓰꼬는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나이는 스물 다섯이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병약한 생활을 한 탓인지 마흔살 쯤 되어 
보일 정도였다. 그녀의 몸은 완전히 빙의령의 소굴이었다.
  "괴로워서 견딜 수 없어요. 저를 살려 주십시오. 교또에서 간신히 온 것입니다. 만
약 안되면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괴로움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이렇게 말했다.
  "바로 말해서 저로서는 당신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도울 수 있는 건 당신 자신뿐이
랍니다."
  냉정한 것 같지만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기를 구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제외하곤 달리 없기 때문이다.
  "저는 일부러 교또에서 왔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미쓰꼬는 눈물짓고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딸을 살려 주실 분은 선생님 외에 안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어머니인 스미꼬도 두 손을 모아 애원하는 것이었다.
  "저는 당신들에게 도움말을 해주는 사람일뿐입니다. 당신들이 저의 충고를 이해하고 
실행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알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미쓰꼬는 필사적이었다. 어머니인 스미꼬도 머리를 천천히 앞뒤로 흔들고 알아들었
다는 표시를 했다. 
  "잠깐만, 잘 알았습니다고 말했지만 당신의 마음이 아직 알고 있지 않군요. 뜻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을 텐데 말예요."
  미쓰꼬는 잠시 당황해 하고 있었다. 내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얼굴
을 붉히더니 아래를 보고 말았다. 
  "당신의 육체는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받은 인생 항로를 가는 배이며, 그 배의 사공
은 영원히 바꾸지 않는 당신 자신인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인 혼의 중심에 있는 것이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육체의 배는 영원한 것이 아닌 것이어서 언젠가는 낡아서 
썩고 맙니다.
  당신은 무상한 그 육체의 배에 사로잡혀서 그 눈으로 보는 것을 가지고 욕망을 만들
고 다른 것과 비교하여 허영심이 강한 성격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또한 그 귀로, 여러 가지 어머니에게 대한 일, 아버지에 대한 일을 남이나 집안 식
구에게서 듣고 그것이 자기에게 불리한 나쁜 말이라 당신은 자기 주위의 사람 모두를 
원망하였습니다 그려.
  당신은 원망하는 마음, 헐뜯는 마음, 노여워하는 마음, 정욕의 마음, 허영된 마음, 
이와 같은 마음으로 마음속에 온통 매연을 쳐 놓았습니다. 그 어두운 마음속이란, 당
신이 지금 살고 있는 절의 지박령으로서 완전히 마음과 육체를 지배당하고만 것입니
다.
  내가 쓴 저서를 다시는 읽을 수 없게 된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마음속의 악령이 내
가 쓴 책을 읽지 못하게 한 탓입니다."
  미쓰꼬는 전곡을 찔리자 아연실색해졌으나, 곧 생각을 고쳐먹고 이렇게 말했다.
  "예, 바로 그렇습니다. 저는 허영심의 덩어리와 같은 여자여서 사람을 철저하게 원
망했습니다. 온갖 불교 서적, 철학 서적을 읽었습니다만 진심으로 이해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는 진실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럴 무렵에 손에 넣은 선생님의 저서는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악령이 이을 알자 반발해 왔습니다만 마음의 깊은 속에서 
도꾜의 저자 선생님께 가라는 부르짖음이 들렸습니다. 저도 그 외에는 제가 살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상경한 셈입니다. 모든 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
로이며 제 마음속은 매연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렇군요.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마음속에 가득 독을 먹어 왔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는 체면만 차려 왔었구요. 당신의 마음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일을 자기 자신의 일 
뿐이었구요. 우선 부모를 원망하는 일부터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당신은 부모
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인생 항로를 타고 갈 수 있는 배를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
으로 저 태양의 열이나 빛과 마찬가지로 아무 보수도 받지 않고 당신을 키우고, 교육
시키고, 병약한 당신을 지켜 온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을 키울 때까지의 육체적, 
정신적인 봉사는 돈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입니까? 할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은 도대체 어머니께서 봉사하신 것에 대하여 얼마나 보답하였습니까? 당신이 보
답한 것은 봉사가 아니라 오히려 원망 불평 비방뿐이었고, 그 밖의 것은 무엇하나 없
었지 않습니까? 당신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조차 없어요. 당신은 자기가 생각하는 일과 
행위에 대하여 반성한 일이 있었습니까? 당신은 반성하는 기준조차도 지니고 있지 않
습니다. 자기에게 편리하게만 살아 온 것이군요. 지금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은 남이 
아니라 당신 자신입니다. 독을 가득 채우고 그 독으로 인해서 괴로워하고 있는 겁니
다. 반성을 하는 것으로서 우선 마음의 독을 없애야 합니다. 매연을 없애는 일입니다. 
당신은 학교 친구조차도 원망하였습니다. 허영심을 우선 버리십시오."
  미쓰꼬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인 스미꼬도 울고 있었다.
  "당신은 죽기를 무릅쓰고 내게로 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독을 전부 생각해 
내고 반성을 하시오. 창피하다든가 꼴 보기 싫다든가, 그렇게 생각해도 안됩니다..."
  미쓰꼬는 한참이나 울더니 마음이 가라앉자, 25년 동안의 사건들을 하나씩 이야기하
기 시작했다.

    비운에 우는 모녀
  미쓰꼬는 교토의 어느 산부인과 병원의 한 방에서 태어났다. 
  "건강하고 귀여운 여자 아기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스미꼬의 머리맡에 방금 목욕을 마친 미쓰꼬를 안은 간호원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
다.
  아기를 낳는 고통은 이미 몇 차례나 경험한 스미꼬였으나, 늘 초산과 같은 기분으로 
이번에도 미쓰꼬를 낳았다. 또한 아이를 낳을 때마다 아이를 위하여 굳세게 살아야겠
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것이었다.
  이번 아이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게 생각했다. 정남이나 장녀의 경우는 그다지 강렬
하게 느끼지를 않았으나 미스꼬를 낳았을 때는 사회의 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사정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949년 3월 21일은 미쓰꼬가 태어난 생년월일이다.
  식량 사정도 좋지 못하고 누구나 살아가기 위하여 필사적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는 살기가 등등했다. 남의 일을 생각하다가는 먹고 살 수가 없으며, 몸 하나가 자본이
라는 절박한 기분이 온 일본 안을 뒤덮고 있었다.
  3월 22일은 피안 회의 중간 날이었다.
  미쓰꼬는 불교와 인연이 있는 아이라고 스미꼬는 생각했다. 절의 딸로서 피안날에 
태어나다니 부처님이 점지하신 아이가 아니라고 어찌 말할 수 있으리요.
  스미꼬는 간호원이 내보이는 자기 딸을 바라다보며 감개가 무량했다.
  스미꼬는 미쓰꼬를 낳자 굳세게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남편인 이찌로오의 
일을 생각하면 앞날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었다.
  미쓰꼬가 태어났다고 하는데 남편인 이찌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령 보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아버지로서의 자격조차 없는 처지였다. 미쓰꼬의 장래를 생각하면 오히
려 아버지가 없는 편이 낫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이찌로는 어느 큰 실업가의 장남으로 태어났고, 스미꼬 또한 예절 있는 절의 주지의 
딸로 자라서 두 사람의 결혼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화려한 것이었다.
  그런 남편이 스미꼬의 친정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성격이 아주 변하고 말았다. 
전쟁이 심해지고, 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소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산 속에 
둘러싸인 스미꼬의 친정인 절로 일가족 네 사람이 이사와서부터 이상해진 것이었다.
  전통 있는 사원은 크고 넓었다. 자연 속에 파묻혀있는 절에서의 생활은 도회지와는 
달리 차분했으나, 남편은 자연 환경과는 반대로 엉망이었다.
  스미꼬는 외롭기만 했다. 외로운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미쓰꼬를 뱃속에 잉태했을 
때는 곧 임신중절을 할까 하고 생각했으나, 그것도 할 수 없어서 미쓰꼬를 낳게 된 것
이다. 그것도 3월 21일이라는 날에 태어났으니 지금까지 잘못 생각 한일을 마음속에서 
사과하는 것이었다.
  출산 후에는 모녀가 모두 건강하여 스미꼬는 예정대로 퇴원하고 미쓰꼬를 데리고 친
정으로 돌아왔다. 
  절의 마당에는 복숭아꽃이 딸의 탄생을 축하라도 해 주는 듯이 피어 있었다.
  울창하게 우거진 경내의 초록빛도 두 사람을 맞아 주었다.
  남편인 이찌로는 같은 집안에는 있었으나, 절의 한 구석에 있는 방에 갇혀서 생활하
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혼자서 사는 것이었다. 자기의 자식이 태어났는 데도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내인 스미꼬를 보고도 남처럼 대했었다. 스미꼬가 축하하는 뜻의 팥밥을 내밀자 
마치 굶주린 사람처럼 손으로 움켜쥐고 허겁지겁 먹는 것이었다.
  스미꼬는 이때 생각했다. 집은 넓고 미쓰꼬에게 이찌로의 일을 가르쳐 주지 않은 다
면 만약에 남편을 보아도 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미쓰꼬가 태어나자 이미 
죽었다고 말하리라. 만약 정신병이 낫는다면 그때는 또 그때대로 알아듣게 말해 주리
라고 혼자 마음속으로 정했다.
  스미꼬는 젊었을 때 다까라즈까의 여배우를 동경했었으므로 갓 태어난 미쓰꼬에게 
꿈을 이루게 하려는 것이었다. 생활은 남편의 재산을 팔아 꾸려 나가고 어린 세 아이
들을 키워 나갔다.
  절이 넓어서 일도 거들고, 남편의 일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런 대로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스미꼬의 양친은 손녀딸인 미쓰꼬를 특히 귀여워했다. 미쓰꼬 또한 조부모를 따르고 
스미꼬로서는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 아이였다.
  오오쓰끼 집안은 절의 주지들 중에서도 명문으로 알려져 있었다. 전후에는 크게 변
하였으나 그래도 명문으로서의 격식은 집안에서 지켜지고 있었다. 예의범절이나 말씨
는 특히 엄격했다.
  어린 미쓰꼬가 할머니 무릎 위에 아무렇게나 올라앉으려고 하면 할머니는 으레 이렇
게 말했다.
  "미쓰꼬는 여늬 집안의 아이하고는 다르다. 훌륭하신 어른을 조상으로 모신, 훌륭한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이야. 예의 바르게 단정히 앉아야만 돼. 미쓰꼬는 공주님이야. 
다른 아이들과는 신분이 다르다는 걸 명심해야 돼."
  미쓰꼬가 절의 창문에서 밖을 내다볼 때 즐겁고 다정하게 부모와 아이들이 손을 맞
잡고 가는 것을 가끔 보는 일이 있었다. 그럴 때 어째서 내게는 아버지가 없는 것일
까, 우리 아버지는 정말 돌아가신 것일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어머니, 미쓰꼬의 아버지는 어데 계신 거야? 아버지를 만나고 싶단 말야."
  스미꼬는 이런 때가 가장 슬펐다.
  "미쓰꼬야, 아버님은 멀리 가신 거다. 미쓰꼬에게는 할아버님이나 할머님이 계시잖
아. 누구보다도 귀여워해 주시잖니..."
  어린 미쓰꼬는 어머니인 스미꼬의 말을 그저 별 수 없이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없는, 아버지가 놀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미쓰꼬의 오빠나 언니도 마
찬가지였다. 
  절에 의식이 있을 때 마을이나 인근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부모들과 애들이 
함께 사이좋게 즐기다가 돌아가는 모양을 볼 때 미쓰꼬뿐만 아니라 오빠나 언니도 역
시 외로웠다.
  오빠나 언니는 아버지 이찌로가 미친 것을 알고 있었다. 어두운 기분에 싸인 그날 
그날을 보내고 있었다.
  할아버지인 아사노는 대승정으로서 절을 지켰고, 인망도 두터웠다. 그다지 잔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범하기 어려운 기품이 있었다.
  미쓰꼬가 가면 손을 내밀고 이리 온 하고 손짓을 하지만 할머니가 곁에 있으면 아무
래도 그쪽으로 가고 만다. 할아버지는 보통 때에는 다정했으나 무슨 일이 있을 경우에 
호되게 꾸중을 하시므로 그것이 어린 미쓰꼬의 마음에까지 전해져서 가까이 가기가 거
북했다.
  미쓰꼬가 여섯 살 되던 봄을 맞이한 무렵이었다.
  엄격한 할아버지도 미쓰꼬를 소중히 아껴 주었고, 생활은 평탄하기만 했다.
  그럴 무렵, 스미꼬의 동생이 아이 둘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동생인 아끼꼬는 자기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오오쓰끼 가문보다 더 높은 어
느 명문의 집안으로 출가했다. 하지만 타산과 허영은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게 아니었
다. 원래 남편은 병든 몸이었고 부부 사이는 날이 감에 따라 차가워졌다. 아끼꼬는 별
거 생활을 이유로 친정인 절로 돌아온 것이었다. 사실상의 이혼이었다.
  두 아이는 미쓰꼬보다 나이가 어렸다. 세 살과 다섯 살이었다.
  조부모의 관심은 두 아이에게 향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미쓰꼬의 마음에 명랑한 
순진성이 사라지고 나이 어린 두 아이보다 조부모에게 귀여움을 받으려는 생각으로 소
극적이 되어 갔다. 또한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촌 동생에게 지지 않으려고 했다. 
  미쓰꼬의 마음은 갑자기 사촌 동생들이 나타남으로써 크게 변해 가지만 이때를 계기
로 마음속에 두 개의 자기가 같이 살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그때까지의 미쓰꼬는 순
진하고 명랑한 아이였으나 두 동생이 나타남으로써 여지껏처럼 조부모를 독점할 수 없
게 되었고 조부모의 관심을 모으기 위하여 사랑 받는 자기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었다.
  정직하고 순진한 자기와 체면을 차리려는 또 한 사람의 자기가 마음속에 이루어졌
다. 이것을 나는 위아라고 부르고 있다. 미쓰꼬의 마음에 위아가 싹튼 것이다.
  이모인 아끼꼬는 미쓰꼬가 있는 앞에서도 어머니 스미꼬의 욕을 할머니에게 하는 것
이었다. 어린 미쓰꼬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이모가 말하는 것처럼, 어머니는 
나쁜 사람일까? 있는 일, 없는 일을 언변 좋게 말하는 아끼꼬가 밉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린 미쓰꼬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스미꼬와 할머니의 사이는 차츰 차가워졌다. 사치를 즐기는 할머니와 허영심 덩어리
와도 같은 이모는 툭하면 같이 외출을 했다. 이러는 사이에 스미꼬와 아끼꼬는 서로 
대립이 되어서 마침내는 서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까지 하게 되었다.
  어린 미쓰꼬의 마음은 차츰 어두워 가기만 했다. 마음은 소심해지고, 남의 눈치만 
보게 되었다.
  미쓰꼬는 툭하면 잔병을 앓게 되었다. 어머니의 등에 업히기만 해도 몸에 전기가 통
하는 것 같은 이상한 현상이 자꾸 일어나는 것이었다.
  집안은 참바람이 불고 쓸쓸했다. 다른 아이들과 놀아서는 안 된다고 할머니가 말했
으나 외로운 나머지 밖으로 나가면,
  "미치광이의 딸, 저 애하고 놀지 말아라. 저 애하고 놀지마..."
  바깥의 바람은 의뢰로 차가웠다.
  미쓰꼬는 오빠나 언니와 놀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나이가 열 살이나 차이가 있었
으므로 상대도 해 주지 않았다.
  "어머니, 날보고 미치광이 딸, 미치광이 딸, 그러면서 돌을 던졌어요. 그래서 발이 
아파요. 발이 아파!"
  어머니 스미꼬는 어린 미쓰꼬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자 와락 끌어안고 눈물에 젖는 
것이었다.
  "어머니, 미치광이 딸이라는 게 뭐예요? 가르쳐 주세요... 어머니 가르쳐 주세요!"
  언젠가 미스꼬는 절 마당에서 미쓰꼬와 놀고 있으려니까, 미쓰꼬가 그렇게 물어 왔
다. 그녀는 대답에 궁했으나, 그런 애하고는 놀지 않아도 된다. 할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셨지? 미쓰꼬는 훌륭한 아이니까 그런 일들은 잊어버리는 거야 하고 말하고 그 자리
를 모면했다. 스미꼬는 자기가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의 미쓰꼬에게는 이찌로의 병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고 자신에게 타이르는 것이었
다.
  미쓰꼬에게는 남처럼 즐겁게 놀아 줄 친구가 필요했다. 조부모도 미쓰꼬에게서 멀어
졌고, 어머니 스미꼬는 절의 일들이 많아서 미쓰꼬와 놀아 줄 틈이 그다지 없었다.
  미쓰꼬는 차츰 고독해졌다. 그와 함께 몸도 차츰 약해져서 어머니 손을 만지기만 해
도 몸이 이상하게 말을 듣지 않았다.
  어느 날 미쓰꼬의 일로 스미꼬는 할머니께 의논을 했다.
  "미쓰꼬의 몸이 요즈음 이상해요.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지만 잘 모른다고 합니다. 
선병질 체질인 듯하니까, 되도록 밖에 나가서 친구와 놀게 하는 게 좋을 겁니다. 하고 
이런 정도로 말하고 약도 제대로 주지 않는군요.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
  "네가 변변치 못한 여자니까, 애까지 이상해지는 거다. 네 남편이 미친 것도 네 심
보가 고약해서 그런 거야. 집안에 너는 먹칠을 해 놓았다. 더 이상 집안에 먹칠을 하
지 말아 다오."
  할머니는 핏대를 올리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스미꼬는 대꾸할 말도 없이 자기 방으로 서둘러 돌아왔다.
  할머니는 좋을 때는 살이라도 베어 줄 정도였으나 기분이 언짢을 때는 그지없이 냉
혹해지는 것이었다. 성격도 격렬하고 그때 그때의 형편에 따라 마음이 수시로 변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근래에 와서 아끼꼬와 비교하여 스미꼬를 욕하고 눈의 
가시처럼 취급하고 '너 따위는 꼴도 보기 싫다'는 말까지 했다.
  스미꼬는 헛간 구석에서 혼자 울었다. 아끼꼬가 온 뒤로 할머니의 태도는 싹 변하고 
이제는 의논을 할 수 있는 형편도 못되었다. 미쓰꼬가 할머니에게 무얼 조르기라도 할
라치면 남보다 더 야단을 쳤다. 미쓰꼬는 자연히 할머니와 멀어져 갔다.
  스미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할아버지뿐이었으나 할아버지는 이것저것 바쁘고, 하루 
종일 얼굴을 볼 수 없는 날조차 있었다. 이따금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마음의 일부
를 고백해 보아도 다만 음,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으로 조금도 해결이 되지 않았
다. 어른이 되면 남자에게는 알 수 없는 여자만의 고민이 있었으나 의논을 해도 남자
로서는 역시 절실하지 못했다.
  미쓰꼬는 더욱 더 고독해졌다.
  어느 날 밤, 스미꼬는 미쓰꼬를 끌어안고 이렇게 말했다. 
  "미쓰꼬야, 엄마와 함께 죽자. 엄마는 더 이상 살아 갈 수 없단다. 미쓰꼬야, 난 어
떻게 하면 좋으냐? 부탁이니까 함께 죽자."
  미쓰꼬는 스미꼬의 품안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다보았다. 눈물이 스미꼬의 얼굴
을 적시고 이상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기분은 어린 미쓰꼬에게도 알 것만 
같았으나 죽는다는 건 싫었다.
  "엄마, 울지 마, 울면 싫어. 죽는 건 싫단 말야..."
  미쓰꼬는 스미꼬의 품안에서 몸부림을 쳤다. 그녀는 미쓰꼬를 꼭 끌어안자, 미쓰꼬
의 가련함을 참지 못하여 소리를 내어 울었다.
  스미꼬로서도 미쓰꼬를 죽는 길에 데리고 갈 생각은 없었다. 미쓰꼬 위의 오빠와 언
니는 이미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내버려두어도 혼자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다. 하지만 미쓰꼬는 아직 어린데다 몸도 약하다. 장래를 생각하니 단숨에 함께 
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째서 이다지도 성격이 약한 걸까? 아끼꼬와 같이 친정살이를 해도 자기 집에
서 사는 것처럼 왜 할 수 없단 말인가. 아끼꼬가 부럽다. 아끼꼬처럼 되고 싶다."
  미쓰꼬를 안으며 스미꼬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분부로 스미꼬 모녀의 식사는 따로 하도록 되어 있다. 절에는 후원자나 신
도들의 집에서 보내 오는 선물이 매일같이 빼놓지 않고 들어와 늘 진귀한 음식이 식탁
을 장식하였으나 식사를 따로 하게 된 뒤에는 스미꼬 모녀의 식탁은 갈수록 형편없게 
되었다. 때로는 밖에   나가서 찬거리를 사 와야만 할 형편이었다.
  절의 머슴들은 스미꼬의 생활을 걱정하여 편리를 봐 주는 일도 있었으나, 할머니에
게 들킨 뒤로는 스미꼬가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나 아끼꼬의 소행은 냉담하고 남보다도 못했으나, 애들끼리는 구애를 받지 않
아 미쓰꼬는 아끼꼬의 애들과 곧잘 절의 마당에서 놀았다. 미쓰꼬를 구해 주는 유일한 
존재는 아끼꼬의 애들이었다. 또한 아끼꼬나 할머니도 거기까지는 간섭하지 않았다.
  스미꼬는 절에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났으나, 남편인 이찌로가 절에 가져 
온 재산을 할머니가 모두 가로채서 밖에   나가서 살고 싶어도 살수가 없었다. 더구나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애들을 데리고 있고, 스미꼬 자신도 이렇다 할 기술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게 아니어서 생활할 자신이 전혀 없었다.
  절에 있으면 교육비와 생활만은 할아버지가 돌봐 주므로 검소하게만 산다면 그럭저
럭 살아 갈 수 있었다.
  스미꼬는 미쓰꼬를 위해서도 살 수 있을 때까지 살아가려고 결심했다. 자기만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길은 열릴 거라고 생각했다.
  미쓰꼬는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유치원에서 국민학교, 중학교로 진학했다.
  학교에 가게 되면 친구도 생기고 미쓰꼬의 어두운 환경도 조금쯤은 바꿔지리라 하고 
스미꼬는 기대했으나, 이찌로의 일이 학교 안에 알려지자, 미치광이 딸과 놀지 말아라 
하면서 모두 미쓰꼬에게서 멀어져 갔다.
  미쓰꼬는 슬펐으나, 이런 때 그녀는,
  "뭐야, 평민인 주제에... 나는 평민의 친구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다. 너희들하고는 
신분이 다르단 말야."
  하고 자신을 위로했다. 할머니에게서 들은 신분의 차이가, 미쓰꼬의 마음을 지탱해 
주었으니 야릇한 일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대학에 다니는 오빠가 휴가여서 절에 돌아와 있었다.
  오빠인 게이이찌는 자못 귀공자 티가 흘렀다. 창백한 피부에 얌전한 성격으로 미쓰
꼬는 별로 말을 주고받은 일이 없었으나 1년에 몇 차례인가 집에 돌아오면 으레 무엇
인가를 미쓰꼬에게 사다 주었다.
  이때도 싸구려지만 목걸이를 사다 주었다. 미쓰꼬는 오빠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아
무렇지도 않게 아버지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오빠 우리 아버님은 어디에 계셔?"
  미쓰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게이이찌의 대답을 기다렸다.
  "너 아직도 모르고 있었니?"
  "그럼 모르는 걸."
  "아버님은 말야, 정신이 도셨단 말야. 외딴 곳의 오두막에 있지. 그곳에 아버님이 
계신다."
  듣고 보니 미쓰꼬도 그럴싸한 사람을 본 일이 있다. 노느라고 정신이 팔려서 무덤 
근처까지 간 일이 있었다. 그러자 작은 오두막인지 광인지 구별할 수 없는 집이 한 채 
서 있었다.
  대낮에도 덧문이 닫혀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미쓰꼬는 덧문의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앞쪽은 복도로 되어 있고 방과 복도 사이는 장지문으로 칸을 막았으나 창호지는 다 
찢어지고 방안에는 신문지와 종이가 흩어져 있었다. 자리 위에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무엇인가 생각하고 자세히 보니 사람이었다. 머리카락은 자랄 대로 자랐고 유난히 툭 
튀어나온 큰 눈이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따금 머리털을 쥐어뜯고 중얼중얼하고 있었다. 거지인지 미치광이인지 미쓰꼬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미쓰꼬는 무서워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쳐 돌아왔다.
  "아버님의 얼굴이 그런 사람이라고?"
  미쓰꼬는 생각해 내면서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그렇다. 그것이 아버님이셔."
  미쓰꼬는 정신이 아찔했다. 그런 사람의 피가 자기 몸에도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미쓰꼬 웬 일이냐? 미쓰꼬, 미쓰꼬..."
  얼굴에서 핏기를 잃은 미쓰꼬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어머니. 미쓰꼬가 큰일났어요. 미쓰꼬가 큰일이에요."
  게이이찌는 큰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를 불렀다.
  "왜 그러니? 무슨 일이 있었니?"
  스미꼬는 급히 미쓰꼬를 안아 올려서 얼굴이니 목덜미 께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미쓰
꼬가 깨어나기를 기도했다.
  "아버님에 관해서 말해 달라고 하길래, 그만 지껄이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이렇게 까무라치지 않아요."
  게이이찌는 버티고 선 채로 그렇게 변명을 했다.
  스미꼬는 슬펐다. 아버지인 이찌로만 건강했다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쓰꼬야, 미쓰꼬야..."
  스미꼬는 자기 팔 속에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는 미쓰꼬를 자꾸 불렀다.
  게이이찌는 의사를 불러오겠다고 말했으나 스미꼬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손을 가로 
젖고 요를 깔게 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미쓰꼬는 겨우 정신이 들어서 어머니와 게이이찌의 얼굴을 바라다
보았다.
  "엄마, 엄마는 나빠, 오두막에 갇혀 있는 거지같은 사람이 아빠라니! 왜 진작 가르
쳐 주지 않았어? 난 몰라, 그런 사람 모른다 말야!"
  "네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건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 미쓰꼬야, 아버님이라고는 
하여도 아버님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란다. 미쓰꼬는 이제 와서 아무 것도 생각할 필요 
없다. 그런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니까 말이다. 나나 너희들을 괴롭히고 있는 사람인 
걸, 제발 더 이상 슬퍼하지 말아라."
  미쓰꼬는 홱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어머니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아버지는 어디
까지나 아버지이며 육친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떤 이유로 그런 병에 걸렸는지는 모
르나 지금의 그 말은 어머니의 고독한 마음을 엿본 것 같아서, 또 다른 슬픔이 미쓰꼬
의 마음을 스쳐 가는 것이었다.
  미쓰꼬의 빈혈 증상은 그 뒤에도 자주 일어났다. 잠시 누워 있으면 회복되지만 차츰 
심해졌다.
  그대로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자 미쓰꼬의 몸은 크고 여자다워졌
다.
  "오빠, 난 시집은 못 갈테죠? 오빠도 장가들지 않겠죠? 그렇지 않으면 오빠는 장가
들건 가요?"
  "글세 나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미쓰꼬가 가엾단 말이다. 하지만 이해를 하는 사
람이 있다면 시집도 갈 수 있고 말고. 그런 것보다도 몸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오빠의 말은 피가 통해 있는 육친의 말이었다. 미쓰꼬는 오빠 게이이찌에게라면 무
슨 일이건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다고 생각되니 믿음직스러웠다.
  그렇더라도 가까운 이모나 친척처럼 믿지 못할 사람들도 있었다. 반드시 복수를 하
고야 말테다. 어디 두고 보라지, 하고 생각했다.
  나는 시집 같은 것 안 갈테야. 여러 가지 기술을 배워서 꼭 혼자서 자립할 테야, 하
고 결심하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과외활동으로 주산을 배우는 외에 미쓰꼬는 춤 차 꽃꽂이 같은 여자의 예
능방면에는 무엇에나 손을 대었다. 또한 그런 방면에서 생계를 유지하여 일가를 이루
리라고 생각했다. 모든 일은 집안 친척에 대한 복수의 염에 불탄 결과였다.

    마오리 공주의 원령
  몸은 약했으나, 학교의 성적은 계속 우등이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2학년 때에 
병만 앓지 않았던들 우등생으로 내내 나갔을 것이다. 원래 머리가 좋은 아이여서 스미
꼬는 미스꼬를 대학에 진학시켰다.
  미쓰꼬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학교를 졸업하면 열심히 일해서 반드시 효도를 하겠습니
다. 그때는 이 절을 나가도록 해요. 그때까지 참고 견뎌 주셔요."
  "고맙다. 네가 그렇게 말해 주니 나도 살아 온 바람이 있구나. 조금만 참으면 된다. 
용기를 내자꾸나."
  미쓰꼬의 마음속은 하루하루가 시련의 연속이었다. 겉으로는 늙은 할머니나 이모인 
아끼꼬의 비위를 맞추고 아침저녁 문안에는 웃는 낮을 지어 보였으나 두고 보라지, 하
는 의지만 날로 더 해 갈 뿐이었다.
  마음의 갈등에 비해, 몸의 건강 상태는 차츰 이상해 갔다. 머리가 늘 아프고 가슴이 
심하게 조여들었다. 머리께에 무슨 접시 같은 것이 덮이고 고개를 옆으로 흔들어도 없
어지지 않는 일이 있었다. 두 손으로 톡톡 목뒤를 치면, 괜찮아지지만 조금만 지나면 
다시 접시를 쓴 것같이 되었다.
  밤에 자리에 누으면 가슴 있는 데가 꽉 조여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아질 때도 있었
다. 괴로워서 아찔해지면 머리 속이 텅 빈 것같이 되고 자기의 몸이 어딘 가로 사라지
고 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곤 했다.
  너무 건강이 좋지 않았으므로 의사에게 가서 뇌파의 측정과 심전도 맥박 혈압 같은 
것도 검사를 받았으나 아무 곳에도 이상은 없었다.
  의사는 미쓰꼬의 빈혈 증상을 알고 있으므로 그에 해당하는 치료 외에는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았다.
  "어머님 저는 늘 기분이 좋지 않아요.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지만 지금까지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어요."
  "미쓰꼬야, 자고 있을 때 발이 쇠사슬 같은 것으로 묶여서 마음대로 돌아누울 수 없
던 일이 있었지?"
  "그래요, 요사이 매일 밤 그래요. 정말 기분이 나빠요."
  "아끼꼬 이모도, 네 나이만 때, 흔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구나. 몸이 공중에 뜬것같
이 되고, 몽유병자처럼 본당쪽으로 나간 일이 있었지. 또한 미쓰꼬가 말했듯이 발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몸의 자유를 잃고 누군가가 위에서 덮치는 것 같은 이상한 기
분이 된 일이 가끔 있었다는 구나."
  미쓰꼬는 어머니에게서 같은 말을 듣고 이 집에는 무엇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
하는 것이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면 나이 많은 옛날 사람의 얼굴이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스님의 얼굴이 떠오르는 일도 있어서 깜짝 놀라는 일이 자주 있
었어요. 그럴라치면 남과 이야기하는 것도 만나는 것도 싫어지거든요. 아침에 일어나
도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없어요. 저 혹시 아버지와 같은 병에 걸리는 게 아닌지 모
르겠네요... 어쩐지 무서워요."
  "할아버님도, 할머님도 같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저렇게 건강하게 계시지 
않니. 미쓰꼬도 신경 쓰지 말아라."
  미쓰꼬는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께도 그런 일이 있었나요? 어떤 일인데요?"
  "모셔 놓은 부동명왕이나 이나리님이 위쪽에서 내려온단다."
  "내려오다니요?"
  "할아버님 몸에서 신령님이 나온단다."
  "그게 정말일까?"
  미쓰꼬는 혹은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어머니에게 더 자세히 
들어보려고 생각하고 전부 부정적인 태도는 취하지 않았다.
  "정말이란다. 이모도 우리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듯한 투로 '나는 부동명왕이다, 더 부동명왕을 믿어야 하느니라' 하고 마치 남자 목소
리처럼 변하고 만단다. 절에 살고 있으니까 신령님이 나타나는 거겠지. 미쓰꼬야, 너
무 걱정하지 말아라."
  "이모님까지 신령님이... 어렵쇼. 그거 정말이예요?"
  듣고 보니 아끼꼬의 인품이 갑자기 변하고 미쓰꼬를 심하게 꾸중하는 일이 흔히 있
었으나 그때는 신령님이 빙의되어 말을 하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신령님이 나타나는 그런 사람이 어째서 남의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일까? 이모는 곧 감정적이 되어서 어머니인 스미꼬에게 곧잘 대들곤 했다. 미쓰꼬에
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미쓰꼬는 절의 복도에서 아끼꼬와 딱 마주쳤다. 미쓰꼬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침침한 불빛이 아끼꼬의 얼굴을 야릇하게 비췄다. 보기
에도 무시무시한 마귀할멈이 미쓰꼬의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미쓰꼬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으나 이모인 아끼꼬라는 걸 알자, 그대로 자리
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밤새도록 본당 쪽에서 사람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복도에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미쓰꼬는 너무나 무서워서 밤새 뜬눈으
로 새로운 일도 있었다.
  "어머님, 저 이모님께 더 자세히 알아봐도 좋을까요?"
  얼굴을 보는 일조차 싫었으나 이 일과 아끼꼬와는 다른 문제라고 미쓰꼬는 잘라 생
각했다.
  "이모에게 알아보면 된다. 여러 가지 일을 더 알 수 있을 거다."
  어머니인 스미꼬도 아끼꼬는 미웠으나 역시 육친이니만큼, 원한이야 뼈에 사뭇 쳤겠
으나 신불에 대한 일은 아끼꼬에게 너그럽게 양보했다.
  평상시에는 제멋대로 생활하고 있었으나 일이 신불에 관한 한 자매의 이야기는 일치
되고 의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미쓰꼬는 아끼꼬가 한가한 틈을 타서 이야기를 꺼냈다.
  "이모님, 신불에 관해서 여쭤 보고 싶은데 괜찮겠어요?"
  "아 미쓰꼬야, 괜찮아, 어떤 일인데?"
  "이모님은 신불의 존재를 정말 믿고 계십니까?"
  "얘 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절에서 자랐으면서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다니..."
  미쓰꼬는 아끼꼬의 성격을 알고 있으므로 일부러 의문점을 안겨 주었다. 아끼꼬는 
허영심이 강한 여자이며, 남에게 무슨 질문을 받으면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는 성격이
었다. 섣불리 거역을 할라치면 모처럼의 이야기도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아끼꼬와 이
야기를 할 때에는 상대방을 치켜세우고, 우월감에 잠기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일이 있었나요?"
  아끼꼬는 신바람이 났다.
  "난 말이다. 네 나이만 했을 때는 날마다 신령님이 나타나서 여러 가지 일을 말해 
주셨단다. 이건 정말이다. 그게 열 일곱 살 때 였지. 9월의 피안 때에 법당에서 불경
을 외우고 있었다. 더운 날이었어. 새가 가을의 마지막을 알리는 듯 울고 있었다. 어
쩐지 외로운 생각이 들었단다. 새가 울면 역시 쓸쓸하지... 그러는 사이에 내 눈앞이 
갑자기 잿빛으로 변하고, 보살님이 나타나셨다. 파르스름한 빛이 몸에서 나와 있었다. 
난 정신없이 그것을 바라다보고 있었지. 정말 기뻤었다. 난 보살님께 반야심경을 올리
고 있었다. 이어서 관음경을 올렸지. 보살님은 물끄러미 나를 보고 계셨다. 관음경을 
정신없이 올리고 있으려니까 그 보살님이 '조상을 공양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 
마음씨를 잊지 말아라.' 하고 말하시지 않겠니. 내가 마음속으로 '예, 알겠습니다. 열
심히 공양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칭찬해 주셨지. 한참 있으려니까, 잿빛으로 변
했던 방이 촛불 빛으로 먼저와 같아졌어. 그 순간에 어쩐지 전기에라도 닿은 듯이 저
리고, 굳어졌었다. 그러더니 쏴--하고 찬바람이 내 몸을 감싸 버렸어. 난 어쩐지 그때
만은 기분이 나빴었다. 그래도 나중에 생각해 보고 보살님이 영감을 점지해 주셨다고 
생각되어 기쁘기만 했단다."
  "그때 이모님은 조금도 무섭지 않으셨어요?"
  "보살님이 보였는데, 왜 무섭다는 거냐?"
  아끼꼬는 의기양양했다. 미쓰꼬의 의문을 간단하게 부정하고 만다.
  잿빛 세계는 지옥이건만 아끼꼬는 모르고 있다. 또한 파란빛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른다. 오직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영적인 현상에 부딪쳤으므로 그 이상한 현상을 
모두 선의로 해석한 것이었다. 자기의 평상시의 정신 상태를 본다면 자기가 본 세계가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곧 판단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미쓰꼬도 물론 그것은 알 
수 없었다.
  "이모님, 내가 잠자고 있는 방의 복도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는 일이 
흔히 있어요. 그럴 때 늘 몸서리가 쳐져서 잠을 이룰 수 없어요. 이건 어찌 된 셈이죠
?"
  "미쓰꼬도 영적인 힘이 있구나. 죽은 사람의 목소리나 복도를 걸어다니는 소리를 보
통 사람은 듣는 일이 없단다. 얼마나 멋있는 일이냐? 장래가 촉망된다 얘."
  아끼꼬는 웃는 얼굴로 미쓰꼬를 칭찬했으나 마음속은 질투심으로 이글거리고 있었
다.
  "하지만 이모님, 전 무서워요. 무서운 건 어째서일까요?"
  "미쓰꼬야, 넌 정말 이상한 애구나. 부처님을 무서워하다니... 너 뭔가 잘못 생각하
고 있는 게 아니냐?"
  "잘못 생각하다니요?"
  "뭔가 이상한 유령이 나타난다는 말이지?"
  "그래요. 제게는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된단 말예요. 글세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복
도를 걷는 소리나 음성은 구제 받지 못한 영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바보 같으니라구! 할아버님이나 우리는 날마다 불공을 드리고 공양하고 있단 말이
야. 이 절은 말야... 구제되지 못한 영이란 있을 까닭이 없잖아?"
  아끼꼬는 발끈해서 미쓰꼬를 나무랬던 것이다.
  "하지만 이모님, 제 머리는 항상 무엇을 쓰고 있는 것 같아서 무거운 느낌이예요. 
건강도 좋지 않고 어떻게 된 걸까요. 전..."
  "그건 말이다. 미쓰꼬 아버지의 조상들의 영이 저승으로 제대로 가지를 못했다는 증
거란다. 그러니까, 네 몸에 해가 닥친 거야. 틀림없이 조상님을 공양해야 한다. 언니
(스미꼬를 말함) 역시 시댁의 조상을 공양하지 않으니까 고생만 직사하게 하고 있잖
아. 내 말이 잘못되었니?"
  아끼꼬는 마치 무엇이나 알고 있듯이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또한 평상시에 별로 합
장하지 않는 미쓰꼬의 행동을 은근히 비난하는 것이었다.
  미쓰꼬는 아끼꼬에게 더 이상 물어 보았자 소용이 없음을 느꼈다. 무엇이나 신불과 
연결을 짓는 아끼꼬의 사고방식에는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아끼꼬가 합장하고 눈을 감았다. 입 속에서 불경 비슷한말을 외우기 시작했
다. 이윽고 아끼꼬의 합장하고 있는 두 손이 그대로 위 아래로 크게 움직이기 시작하
는 것이었다. 미쓰꼬는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또한 아끼꼬를 무서워하며 바라
다보았다.
  그러자 정말 남의 목소리가 아끼꼬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나는 너의 아버지 쪽의 조상이다. 더 큰 불단이 필요하다. 우리들 조상을 소중하게 
받들면 네 몸은 먼저대로 낫는다. 어머니인 스미꼬에게 잘 전해 주어라."
  미쓰꼬는 너무나 돌연한 사건에 당장에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고쳐 생
각하고,
  "예, 어머니께 전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어머니인 스미꼬가 이모에게는 곧잘 신령님이 빙의된다고 말하곤 하였으나 사실이 
그랬었구나 하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무엇이건 물어 보아라. 지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걸 모두 꿰뚫어 볼 수 있단 말이
다..."
  미쓰꼬는 대답할 바를 몰랐다. 무엇이나 물어 보라고 하였지만 갑자기 생각날 까닭
이 없었다. 한참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버지의 일이 머리 속에 떠 올라왔으므로 그것을 
물어 보았다.
  그러자 남자의 음성이 이렇게 말을 했다.
  "네 아버지는 가엾은 놈이다. 아버지의 집은 원래 마오리 공주의 무덤 자리였었다. 
무덤에 제사를 지내지 않고 내 내버려두어서 고오베의 집안은 몰락한 것이다. 마오리 
공주의 원령이 해를 끼치고 있다. 그러니까 공양을 해야 하느니라. 아버지를 구할 길
은 그 길밖에 없다. 알았느냐?"
  미쓰꼬에게는 알 수 없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들린 것도 이상하거니와 마
오리 공주의 이야기도 너무 당돌했다. 미쓰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이모인 
아끼꼬의 손이 거듭 크게 아래위로 흔들렸다고 생각되자, 아끼꼬의 얼굴이 변했다. 입
께가 크게 찢어지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는 것이었다.
  "나는 마오리 공주이니라! 먼 옛날부터 편히 쉴 자리로 정해 놓고 대대로 살고 있었
으나 네 조상이 우리 땅을 가로채고 말았다. 아비 이찌로는 그 벌로 인한 것이니라. 
조상의 죄는 자손이 치러야 하느니... 이것이 도리이니라. 더 괴로워하라. 더 슬퍼하
라. 네 집안을 쑥밭을 만들어 주리라..."
  큰일 날 말을 듣고 말았다고 미쓰꼬는 후회하였다. 조상이 한 일을 자손이 그 벌을 
받는다니 연극이나 전설이라면 또 모르거니와 현재와 같이 발달된 세상에도 이런 일이 
있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아끼꼬의 입을 통하여 나오는 말은 아끼꼬로서도 알 까닭이 
없는 것이며 어쩌면 사람의 원령이란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며,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너희들이 구원을 받고싶거든 우리 제사를 모셔라. 이 마오리 공주를 제사 드려야 
하느니라. 모셔서 공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노여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벌 받
는 게 두렵다면 제사를 모셔라. 꼭 모셔야 하느니라."
  아끼꼬가 아닌 마오리 공주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흥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끼꼬는 목을 앞으로 힘없이 떨구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한참만에 자기의 의식
으로 돌아오자 자꾸 눈을 깜박이면서,
  "아아, 괴롭다... 왜 이리 괴로울까. 몸이 무겁다. 아아 피곤하다. 지쳐 버렸다..."
  이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 눕고 말았다.
  미쓰꼬는 컵에 물을 담아 와서는 '이모님 물 좀 잡수세요,' 하면서 내밀었다. 아끼
꼬는 누워서 맛있는 듯이 물을 다 마셨다.
  "이모님, 괜찮으세요? 지금 마오리 공주에게 몹시 꾸중을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모님."
  아끼꼬는 몽롱한 눈빛이었으나 그 자리에서 잠들고 말았다.
  미쓰꼬는 방금 일어나 사건을 마음속으로 되새겨 보는 것이었다. 몰골이 완전히 바
뀐 이모의 얼굴, 조상을 공양하라는 말, 마오리 공주, 원령, 이것과 신불과의 관계, 
자기의 병과 아버지의 병, 아무래도 이런 것들이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모
를 통해 일어난 현상은 현실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 수 없게 
되었다.
미친 미쓰꼬

  밤이 되어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전했다.
  "어머니, 이모님에게서 조상 유령이 나타나서 무서운 이야기를 했답니다. 저의 집은 
저주받고 있다는 군요. 아버지의 정신병은 마오리 공주라는 원령 때문이라고 하지 않
겠어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스미꼬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미쓰꼬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일이 
없었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내밀며,
  "얘야 그게 정말이냐?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려무나. 그리고 뭐라고 했지?"
  하고 스미꼬까지 흥분이 되었다.
  그날 밤에는 두 사람은 이야기로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스미꼬는 처음부
터 끝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스미꼬가 겪은 체험담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미쓰꼬에게는 마오리 공주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과연 그 원령 때문에 아
버지가 정신병이 든 것인지 알쏭달쏭 하기만 했다.
  하지만 자기 몸이 병약한 것, 그리고 그 병약한 것의 원인을 의사도 알 수가 없다면 
아끼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실일지 모른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스미꼬는 다음 날, 사람들에게서 들은 바 있는 아라시산 근처에 있는 신흥종교의 교
주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원령이라고 하는 게 정말 있는지 어떤지, 가정의 불행이 어
디에 원인이 있는가를 물어 보았다.
  결과는 아끼꼬가 한 이야기와 별로 다들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곳의 교주는 나에게 
맡기시오. 내가 그 원령을 쫓아 버리죠, 하고 약속을 해 주었다.
  그 뒤로 스미꼬는 절에서 시간이 나는 틈을 이용해서 그 교주를 자주 찾곤 했다. 원
령보다 교주를 만나는 게 앞서곤 했다. 스미꼬가 교주를 찾게 된 뒤로는 스미꼬는 얼
굴에 생기가 넘치게 되었다. 그리고 여자다워지기도 했다.
  미쓰꼬는 어머니가 변하는 모습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일이 어머니의 신변에 일어났는
지 처음에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때로는 집을 비우는 일도 있었다.
  아침에 문득 어머니와 얼굴이 마주치게 되면 어머니는 왜 그런지 부끄러운 듯이 두 
눈을 아래로 내려 깔면서 미쓰꼬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면서 빨리 학교에 가라고 등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미쓰꼬는 슬펐다. 원령에 대한 이야기가 계기가 되어서 어머니의 생활이 완전히 바
뀌고 말았다. 무엇인가 의논을 해도 어머니는 건성으로 들을 뿐 잘 상대가 되어 주려
고 하지 않았다. 미쓰꼬는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느꼈다.
  곁에서 잠자고 있어야 할 어머니가 안 계신 밤이면 신흥종교 교주에게 어머니를 빼
앗기고만 분함이 치밀어 올라와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미쓰꼬의 마음은 노여움
과 미움으로 불타곤 했다. 어머니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는 날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새벽 스미꼬가 교주에게서 돌아와서 살그머니 문을 열었다. 문을 열어 보고 
스미꼬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고 있을 줄 알았던 미쓰꼬가 이불 위에 앉아서 무시무시한 모양으로 스미꼬를 노
려보았기 때문이었다. 기름기 없는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있었다.
  치켜 뜬 눈초리는 공허한 것 같으면서도 번들번들 빛나고 있어서 당장 그 이상한 눈
알이 튀어 나와 스미꼬에게 덤벼들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스미꼬는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다시피 되었다. 새하얗게 빛
나는 망령 때문에 스미꼬의 몸은 하마터면 자유를 잃을 뻔했다. 그녀는 두 다리를 버
티고,
  "얘야 어떻게 된 거냐?"
  스미꼬는 이렇게 말하고 간신히 자기 몸을 지탱했다. 숨막히는 순간이 지나갔다.
  미쓰꼬의 입에서 나온 것은 지금까지의 미쓰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당신... 당신은 살아 있는 신령님이 그렇게도 좋은가? 그렇게 좋거든 이 집에서 나
가! 너 같은 것은 부모도 아니고 자식도 아니다. 자아 어서 꺼져 버려!"
  마치 남자와 같았다. 남편인 이찌로오가 미쓰꼬의 입을 빌려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기만 했다.
  스미꼬는 아연해졌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와들와들 몸이 떨려 오자 두 다리에서 
갑자기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복바쳐 올라오
자 스미꼬는 그 자리에 쓰러지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얘야 잘못했다. 내가 나빴어. 혼자서 쓸쓸하게 지내게 한 내가 나빴다. 용서해 다
오. 아버지와 너의 몸만 좋아진다면 하고 그것만을 생각하고 수행을 하고 있었던 거란
다. 미안하다, 엄마를 용서해 다오. 용서해 다오."
  그녀는 얼굴을 숙인 채 딸에게 애원했다. 용서를 청하면서 자기의 잘못을 마음속으
로 인정하고 있었다.
  딸인 미쓰꼬에게 지적 받을 것도 없이 맹목적인 수행에 매혹된 최근의 스미꼬의 행
동은 확실히 이상했었다. 
  거의 매일 밤과 같이 아라시산에 다니면서 집을 잊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남편과 
딸의 병을 고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으나 어느덧 그 마음은 사라지고 처녀 시절로 돌아
간 것과 같은 가슴두군거림을 느끼게 되었다.
  욕망과 이득의 두 줄기 길에서 마침내는 몸도 마음도 바치는 여자로 변해 가고 있었
다.
  길 아닌 길을 헤매어 들어가 그늘진 행동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대하여 스미꼬
는 때로는 자책하는 마음이 일기도 했었다. 그럴 때면 스미꼬는 나도 사람인데 나에게
도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는 있다, 하고 스스로 위로하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 미친 딸의 모습을 보니 어머니로서 책임이 절실하게 느껴져서 지금까지 
나는 무얼 해 왔는가, 꿈이라도 꾸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가 하고 자기의 처지에 소
름이 끼쳤다.
  스미꼬가 일어나서 미쓰꼬의 손을 잡으려고 하니까,
  '당신은 누구죠? 내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아요! 지금부터 굿이 시작된다. 바쁘니
까 저리 가요. 자아 나가요!"
  하고 외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입은 붉게 불타고, 머리를 풀어헤친 미쓰꼬의 태도는 지금까지의 그의 모습과는 너
무나 달랐다.
  "미쓰꼬, 미쓰꼬!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너까지 미쳤느냐? 이 어미까지 잊었느냐? 
굿을 하다니 어디서 말이냐? 절에서 올리는 제사는 이미 끝났어. 얘야 정신차려야 한
다."
  스미꼬는 필사적이었다.
  미쓰꼬의 두 어깨를 부여잡고 정신을 차리라고 잡아 흔들었다. 그러나 미쓰꼬는 무
시무시한 힘으로 스미꼬를 떠다밀어 붙이고는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스미꼬가 필사적으로 따라가 붙잡으려 했으나 그 자리에서 내어 던져지고 말았다. 
내어 던지는 순간, 허리를 창문 모서리에 세게 부딪쳐서 스미꼬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스미꼬의 비명 소리에 달려온 절의 일군들은 미쓰꼬의 형상에 기가 질려서 한동안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둘이 덤벼들어서 미쓰꼬를 쓰러뜨리고 방으로 끌고 들어왔
다.
  곧 구급차를 불러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켰으나 부녀가 다 같이 미치는 것을 보고 스
미꼬는 인생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미쓰꼬는 한 달만에 겨우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을 되찾아서 절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 번 미친 미쓰꼬의 태도는 역시 전과는 달랐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적어졌고, 행동도 느려졌다.
  어머니인 스미꼬에 대해서도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대하게 되었다. 스미꼬
가 미쓰꼬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면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책상을 
향해 돌아앉고 만다.
  잠자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혼자 멋대로 한다.
  밥을 먹는 것만 해도 전에는 모녀가 함께 식사를 했었는데 퇴원한 뒤로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으니 어머니 먼저 드세요, 하고 나중에 혼자서 식사를 하곤 했다.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있어도 말이 통 없어서 스미꼬는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느
낌이 들지 않았다.
  스미꼬는 슬펐다. 드디어 딸에게도 버림받았구나 생각했다.
  학교는 두 달 정도 휴학을 했으나 다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괴로운 나날
  미쓰꼬의 학교는 부잣집 자녀들이 다니는 곳으로 유명해서 옷은 제복이 있지만, 갖
고 다니는 물건에 대해서는 까다롭지가 않아서 그 때문에 소지품을 서로 다투어 좋은 
것을 지니려는 경향이 있었다.
  미쓰꼬는 언제나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흔해빠진 싸구려 물건밖에 가질 수가 없
어서 친구들이 의기양양해서 등교하는 것을 보면 미쓰꼬는 언제나 적개심에 불타곤 했
었다.
  아프지만 않으면... 소지품은 뒤떨어져도 공부에서만은 지지 않아야겠다고 그녀는 
버티었다. 그러나 앓고 난 뒤의 미쓰꼬는 아무래도 공부가 잘 되지 않아서 마음이 늘 
초조해져 있었다. 그래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대학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오빠인 게이이찌는 도꾜의 일류 대학을 졸업하자, 곧 취직이 결정되어서 집으로 돌
아오는 일없이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스미꼬는 그러는 편이 아들에게 좋다고 생각하여 아들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모인 아끼꼬는 먼저 남편과 정식으로 이혼하고 얼마 후에 재혼을 해서 미쓰꼬의 
옆방에서 사생활을 시작했다.
  아끼꼬는 방을 셋이나 쓰고 있었는데 침실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쓰꼬의 방과 
이웃하고 있었기 때문에 밤이 깊어지면 이야기 소리가 미쓰꼬의 귀에까지 들려 오곤 
했다.
  어느 날 밤일이었다.
  미쓰꼬는 밤 12시가 지나도록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 들었으나 영 잠이 오지 
않았다. 방안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차가웠다. 그러자 무엇인가 이야기 소리와는 다
른 신음하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물론 아끼꼬의 방에서 들여오는 소리였
다.
  미쓰꼬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옆방에서 들려 오는 여자의 소리에 모든 신경을 기
울였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여자의 신음 소리였다.
  미쓰꼬는 무엇인가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 몸을 빳빳하게 
했다.
  돌아눕는 것조차 마음에 걸렸다.
  그와 동시에 미쓰꼬는 이제 다 큰 처녀였기에 이웃 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연상
하니 몸이 짜릿해 오는 것이었다.
  옆방은 조용해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절의 수목들도 조용해진 듯 싶었다. 미쓰꼬가 
가믈가믈 잠이 들려는데 누군가가 미쓰꼬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미쓰꼬의 몸을 덮어 누르는 것이었다.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입은 무엇인
가에 의하여 틀어 막혀지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사나이의 숨결이 미쓰꼬의 귓
바퀴를 간지럽힌다.
  손과 발은 무엇이 꽁꽁 묶어 놓은 듯이 역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마음만은 정신없
이 뒤설레이고 있었으나 차차 자기 정신이 멀어져 가고, 달콤한 꽃밭 속에 잠겨 있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
  30분쯤 지나서 먼저의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 왔다. 그때는 이미 사나이는 없었다. 
그러나 곰팡이 냄새 같은 냄새만이 이불에 스며들어 있어서 무엇이라고 표현하기 어려
울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미쓰꼬는 꿈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정교를 나눈 경험만큼은 현실이었다.
  가위에 눌린 듯한 미쓰꼬의 신음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잠에서 깨어나,
  "얘야 웬일이냐?"
  응 별로... 지금 꿈을 꾸었어요. 무서웠어요."
  하고 미쓰꼬는 대답을 했지만, 돌이켜 보면 쾌감만이 몸에 남아 있고, 말과 몸이 정
반대인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이 떠서도 머리는 무겁고 몸은 노곤했다. 일어나도 현기증이 나고 
아주 괴로웠다. 학교를 쉬고 그날은 하루 종일 방안에서 누웠다 일어났다 하기만 했
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 미쓰꼬는 밤이 기다려지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영인이 
방문해 오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어느 날 밤에는 60대 가량 되어 보이는 승려가 소리도 없이 방안으로 들어와서 자고 
있는 미쓰꼬에게 덮쳐 왔다. 미쓰꼬는 이에 답하여 격렬하게 불타올랐다.
  불타고 난 뒤의 미쓰꼬의 몸은 이상하게 무겁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그러나 자
신을 위로해 주고 애무해 주는 사람이라면, 비록 저승의 사람이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순간이 미쓰꼬의 일생이며 삶의 보람이었다.
  미쓰꼬의 몸은 점점 약해져서 여위어 갔다.
  "얘야, 요즘 네 몸에서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난다. 향수라도 뿌리고 학교에 가는 게 
어떻겠느냐."
  어머니인 스미꼬는 적정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미쓰꼬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가정 형편으로서는 정당한 결혼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대
수롭지 않게 여길 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좋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머니, 제 몸에서 그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요?"
  "그래. 무슨 곰팡이 냄새 같구나. 무엇 때문일까?"
  스미꼬는 진지한 표정으로 미쓰꼬의 얼굴을 보았다.
  "흐흥..."
  어깨를 으쓱해 보이면서 미쓰꼬는 웃을 따름이었다.
  이런 일이 있는 뒤로 미쓰꼬에게 찾아오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생리 때는 말못할 괴
로움을 겪어야만 했다.
  꼭 열흘 동안은 생지옥에 사는 고통이 계속되었다.
  자궁 속이 뒤틀리는 것과 같이 되어서 그 격렬한 고통은 불에 달군 쇠꼬챙이가 배에 
꽂힌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미쓰꼬가 소리를 내면서 괴로워하는 얼굴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의사를 찾아가도 무슨 짓을 해도 고쳐지지가 않았다.
  "어머니, 주사를 놓아서 죽여주세요."
  미쓰꼬는 몇 번이고 이 같은 소리를 되뇌이곤 했다. 그러나 괴로운 열흘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몸은 깨끗해져서 본래의 미쓰꼬로 되돌아 왔고, 밤마다 찾아 드는 영인들
에게 몸을 맡기는 밤이 계속되는 것이었다.
  미쓰꼬는 어쨌든 대학을 졸업했다.
  벌써 나이가 스물 넷이었다. 중학 시절부터 꽃꽂이 다도 춤 등, 예능에 관한 것은 
무엇이나 했으나 사범의 면허는 어느 것도 받지를 못했다.
  학교를 졸업해도 취직할 수가 없었고, 화장하지 않으면 처녀인지 마흔이 가까운 주
부인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조부모는 세상을 떠났고 아끼꼬의 두 번째 남편이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조부와는 
달리 매사에 대해 스미꼬 모녀의 일에 간섭을 했다.
  입이 가볍고 게다가 변덕이 죽 끓듯 했다.
  그 이모부가 미쓰꼬의 모습을 보고 여승이 되라고 권유했다. 그런 몸으로서는 결혼
도 할 수 없을 테고 절에서 살면서 자기를 거들어 주다가 장자는 네가 내 뒤를 잇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였다.
  이모부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미쓰꼬는 건성으로 
귓등으로 들어 넘기기만 했으나 지금의 자기의 입장을 생각해 보니 이모부가 말하는 
것도 그럴듯한 방법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미쓰꼬는 마침내 여승이 될 결심을 하고는 고야산에 올라갔다. 수행은 1년이 조금 
더 걸렸는데 승려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절에 돌아와서 이모부에게 보고를 했다. 이모부는 잘 했다고 입으로는 말했지만 시
간이 흘러도 절의 일을 시키려고 들지를 않았다.
  어머니인 스미꼬는 동생의 남편에 대해서 불만이었지만 본시 마음이 약한 그녀는 혼
자서 딸의 심중을 생각하여 괴로워할 뿐 동생의 남편에게 자기 불만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얘야, 이모부 때문에 큰일이구나. 모처럼 여승될 자격을 따 놓았는데 말이다."
  "괜찮아요. 제 일은 제가 해 나가겠어요."
  미쓰꼬는 초연한 척 이렇게 말하고 최근에 바싹 이름이 나기 시작한 동문인 밀교교
단에 다녀 볼까 생각을 했다.
  미쓰꼬는 그 교단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절은 자기의 집보다도 적지만 신자들
은 많이 모여들었다.
  이곳은 기적이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신자들을 모으고 있었는데, 차차 내용을 알고 
보니까 다니는 게 싫어졌다.
  교조는 홍차를 좋아해서 강연하는 동안에 한 모금씩 마시곤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겨 놓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마시다 만 홍차를 연단 근처에 자리잡고 있던 여자 신도들이 서로 다투어 
뺏어 마시곤 했다. 교조가 손을 댄 것은 모두 빛이 가득하므로 마시다 만 홍차를 마시
면 자기도 빛에 싸이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교조의 주위는 갖가지 추문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이모부도 그렇고 이곳 교조도 그렇고, 미쓰꼬가 보기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사회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위선과 욕망이 사람들의 마음을 앗아가고 
있는 것같기만 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생리 때의 고통은 고야산에 올랐을 때 가벼워졌는데 또다시 미
쓰꼬를 괴롭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용하다는 의사는 아무리 먼 곳이라도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무 효과도 없어서 미쓰
꼬를 괴롭혔다. 최근에는 그 괴로움이 원인이 되어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 있어 생사 
사이를 헤매는 생활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 무렵에 미쓰꼬는 내가 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피의 바다, 지옥의 고문

  "잘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당신의 지금까지의 잘못된 생활을 <마음의 원점> <인간석
가 1 2부작> <마음의 지침> 등에 쓰여져 있는 올바른 척도로 수정해 간다면, 당신은 
훌륭하게 건강해져서 본래의 당신 자신으로 돌아갈 수가 있습니다. 죽을 각오로 나의 
사무실을 찾아오셨으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죠."
  나는 진심으로부터 기도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미쓰꼬의 얼굴은 이곳에 처음 왔을 때와 달리 지금은 창백한 얼굴에 혈색이 돌고 있
었다.
  이 모녀와 만난지 벌써 8시간 이상이나 경과했다.
  나는 미쓰꼬에게 이야기했다.
  "당신의 자궁 속은 사실은 지옥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사에게 보여 
주어도 고칠 수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피의 못, 지옥이라는 것입니다."
  순간 미쓰꼬는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나의 입가
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당신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이니까 할 수 없습니다. 생리 때
에는 자궁의 내부에 피가 고입니다. 악령들은 괴롭기 때문에 소동을 피우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궁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입니까?"
  "거짓말을 할 까닭이 없습니다. 당신이 이야기하기 전부터 저는 당신의 몸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악령들이 당신의 자궁 안 가득히 살고 있습니
다.
  우리들 사람의 몸은 작은 우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위와 폐와 심장은 저마다 의식이 
있습니다.
  세포의 하나 하나도 모두 살아 있는 것이며, 그들의 의식에서 위나 장을 본다는 것
은 우리들이 우주를 우러러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당신의 자궁 안에는 그러한 세포
의 의식과는 별도로 다른 의식이 있어서 욕망의 소용돌이에 말려 들어가서 욕망에 희
롱되었던 사람들이 살게 되어 생활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래는 그러한 영혼들이 당신의 몸 안에서 살 까닭이 없는 것이지만 당신이 지옥에 
사는 영혼들과 정교를 함으로써 자궁 안에 지옥의 세계를 만들어 버린 셈입니다. 나에
게는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인 스미꼬가 질문을 해 왔다.
  "실례지만 조금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미쓰꼬나 미쓰꼬의 아버지가 불행한 것은 조
상의 탓이라고 해서 공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어떻게 된 셈입니
까?"
  "그럼 제가 묻겠습니다. 미쓰꼬양의 오빠나 언니도 같은 병을 앓고 있습니까? 미쓰
꼬의 이야기 속에는 언니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는데 건강하게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현재의 순간 순간의 마음의 상태가 밝고 올바르게 생활하고 있
느냐 않느냐는 데 달려 있는 것입니다. 조상 공양은 후손들이 건강하게 조화 있는 생
활을 하고 있으면 훌륭하게 그 구실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악령들은 분명히 있습니
다. 하지만 이쪽의 마음이 굳건하여 허영이나 남의 눈치, 욕망에 마음이 희롱 당하고 
있지 않다면 그 악령의 염파는 받아들이지 않는 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입니다.
  신불을 섬겨라, 조상을 공양하라고 하는 것은 모두가 악령들의 소행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빛의 천사는 그런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캄캄한 인생을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게 하려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보다도 지금하고 있는 현실 생활을 옳고 밝게 중용이라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생활을 하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악령도 병을 고치는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약한 악령이 붙어 있으면 그 이상의 강한 
악령이 그 사람을 지배하게 되어서 그 이상의 무서운 병을 앓게 할 것입니다. 이러한 
악령들에게 자기 마음을 팔아 넘기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행복은 언제가 되어도 찾아
오지 않게 마련입니다. 남의 힘을 빌려서는 사람은 절대로 구해질 수 없는 것입니다. 
현재 당신네 절은 타력신앙의 본거지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병은 점점 더 나빠 가고 
있지를 않습니까? 그것이 확실한 증거입니다. 우선 발 밑을 잘 내려다보아 주십시오. 
지금부터라도 늦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을 조상을 탓이나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 것이
며, 원인은 남에게 있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
  "잘 알았습니다. 저희들은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믿음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어째서 신앙(믿음)이 없으면서 행복한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지금 이야기를 듣고 잘 알았습니다. 믿는 자는 구해진다
고, 지금까지는 의심을 해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여 보이지 않는 세계를 덮어
놓고 믿고만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보이는 세계에서 밝고 옳게 살아가고 싶다고 생
각합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인만큼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됩니다. 
보이지 않는 것,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우선 의문을 갖고 정말일까, 틀림이 없을
까 하고 추궁해 가는 노력을 아껴서는 안됩니다."
  스미꼬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쓰꼬도 자기 마음속에서 지금까지의 잘못된 생활
에 대하여 반성을 하고 있었다.
  나는 미쓰꼬의 배에 빛을 비추었다.
  그녀의 자궁 안은 피의 연못, 바로 지옥이었다.
  악령들은 기슭을 붙잡고 어깨로 숨을 몰아쉬거나, 피 못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 그 수효는 수백 수천이었다.
  내가 빛을 비쳐 주고 있노라니까 그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너무 밝아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또 어떤 악령은,
  "거인 귀신이 나왔다."
  하고 외쳤다. 그 외침과 함께 피의 못, 지옥 속의 소동은 더 한층 커졌다. 그들이 
소동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미쓰꼬의 배는 아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쓰꼬는 신음 소리를 낼 뿐 가만히 있었다.
  "너희들은 잘 듣도록 해라. 너희들은 어째서 그와 같은 곳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너희들은 이승에 살아 있을 때에 정욕에 빠져서 남의 일을 돌봄이 없이 제멋대로 살아 
왔기 때문이다. 지금 그 죄를 속죄하기 위하여 괴로워하고 있는 게다. 아직도 더 괴로
워하고 싶은가? 아니면 피의 바다, 지옥에서 구원을 받고 싶은가? 어느 쪽인가? 만일 
구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면 빛의 다리를 건너서 피의 못에서 나오도록 하라. 한 명도 
빠짐없이 나오도록 하라. 자아 빨리 나와라."
  그들은 피의 못 위에 무지개처럼 걸려 있는 빛의 다리를 건너서 하나 하나 사라져 
갔다.
  미쓰꼬의 자궁 안은 밝아졌다.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아프기만 했던 배가 편안해지고 그녀의 얼굴에는 한층 화색이 
돌았다.
  "어머 이상하네요. 제 뱃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였었는데 따뜻해졌어요. 기뻐요! 어머
니."
  미쓰꼬는 감격하여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인 스미꼬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정말 잘 되었군요. 정말 다행이군요."
  하고 딸과 얼싸안고 흐느껴 울었다.
  미쓰꼬는 이제 겨우 잘못된 생각에서 빠져 나온 것이었다. 자아와 이기심의 덩어리
와 같은 자기 자신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주마등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져 가는 기억의 그림 모양을 미쓰꼬는 하나 하나 
회상하고 있었다.
  이윽고 미쓰꼬가 말했다.
  "악령과의 육체 교섭은 어디에 원인이 있었던 것일까?"
  미쓰꼬는 완전히 마음을 털어놓고 있었다.
  "미쓰꼬양은 본능적인 상상을 하면서 잤을 겁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절에는 지박령
들이 우글우글하고 있으니까, 그 지박령이 당신의 마음을 알고 당신의 육체를 지배해 
온 것입니다.
  마음은 일념삼천이라고 해서 자기가 상상한 바늘의 방향이 정욕에 집중되게 되면 지
옥계에 통하게 되어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지상 세계는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본시 지옥이라고 하는 세계는 없는 것입니다
만 인간이 지난 오랜 역사 속에서 그러한 세계를 만들어 내어서 마음가짐 여하에 따라
서 그 어느 쪽하고도 통하게끔 되어 버린 것입니다.
  당신은 어려서부터 외로웠습니다. 그 때문에 몸이 약했고 항상 어두운 마음을 간직
하고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본능만은 건재했습니다. 그것이 나이와 더불어 눈을 뜨게 
되어 정욕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 것입니다. 악령에게 있어서는 다시없는 좋은 기회가 
주어진 셈이지요. 당신에게 남겨진 건강한 곳은 본능의 기능뿐이었기에 그들은 그곳을 
향하여 덤벼들었던 것입니다. 정신병은 마음의 병입니다만 처녀가 되어서 여성이 이 
병에 걸리면 대개는 정욕이 강해지는 모양입니다. 쾌락만을 추구하는 경향을 갖게 됩
니다. 그러나 정욕이란 본래 허무한 것이어서 이것에 빠지게 되면 진실한 사랑이란 것
이 무엇인지 모르게 됩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 악령에게 사과를 해야 하나요?"
  "사과할 것은 없습니다. 그러한 생각은 안 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빨리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서 결혼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생각해 버리게 되면 어쩌지요?"
  "마음을 바깥으로 향하게 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해서 
건전한 마음이 무엇인지 알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시거든 다시 한 번 제가 쓴 책을 잘 읽어 주십시오. 당신이 구
제되는 길은, 용기와 노력과 지혜, 결단입니다. 평소의 노력이 필요한 거예요. 그런데 
기분은 어떻지요?"
  "오늘 아침과는 전혀 틀립니다. 깨끗해졌습니다. 절에 돌아가면 또 악령에게 당하게 
되겠군요."
  "글쎄올시다. 당신이 정법을 이해하여 그것을 실행에 옮기게 되면 가까이 덤벼들 수 
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죽을 것과 같은 고통은 없을 겁니다. 어쨌든 두려워해
서는 안됩니다. 용기를 갖고 살아가 주세요."
  "잘 알았습니다."
  미쓰꼬와 어머니인 스미꼬는 인사를 하고 나의 사무실에서 나갔다.
  그로부터 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미쓰꼬는 생리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밝은 청춘을 
되찾았다.
  이번에 이 기록을 적음에 있어서 이들 모녀는 나에게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 주었다.
@ff
     제7장 방황하는 영혼

    각자의 반성 계기로
  사람들에게는 각기 다른 생활방법이 있다. 가난이라는 제비만은 누구라도 뽑기 싫다
고 생각하고 있다.
  옛부터 병보다도 가난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고 하여, 가난만큼 사람을 괴롭히는 것
은 없었던 것만 같다. 가난은 말하자면 불행의 대명사처럼 생각되었다.
  하지만 돈을 가지고 재물을 드높이 쌓고 있더라도 마음이 비열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면 가난뱅이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가난한가, 부자인가 하는 차이는 돈이 많고 적은 차이가 아니라, 마음에 달린 것 같
다.
  여기에 어느 어머니와 자식간의 갖가지 교훈적인 인생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잇는가? 각자의 반성 재료로 삼아 준다면 
다행이겠다.

    중풍에 걸린 부자
  마당은 그다지 넓지 않으나 값비싼 나무들이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대낮은 
햇살이 마루까지 스며들고 가을이 찾아온 것을 알리는 듯 했다.
  동남향으로 세워진 이 집은 겨울이 되면 햇빛이 밝게 스며들어 추위를 모르게 만들
어 준다.
  두 사람의 사나이가 마루 너머로 마당을 보면서 말없이 마주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보기 좋게 턱수염을 그른 노인으로 등의자에 기대면서 오른쪽 손등을 왼
손으로 단정히 빗겨져 있었고 윤기가 흘렀다. 자못 어른다운 품위를 갖추고 있었다.
  마주앉아 있는 또 한 사람은 아직 젊은 사람인 것 같다. 나이를 묻지 않는다면 서른 
너덧쯤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머리는 새까맣고, 청년의 머리카락을 연상시킨
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볼은 야위고 안경 속의 눈만이 번들번들 분주히 움직이고 오
른손이 무료하다는 걸 호소하듯이 이것 또한 곧잘 움직이고 있었다.
  왼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로였다. 두 손은 창백하고, 손가락은 뼈가 보일 만큼 
가늘고 뾰족하다. 나이는 이미 쉰 네살이나 되었다. 
  작은 의자에 앉아서 그 또한 노인처럼 말없이 마당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방에 뚱뚱한 여자가 들어왔다.
  눈은 동그랗고 여자다우나 이미 지긋한 나이였다. 배는 튀어나오고, 동작이 느리다.
  "선생님 차를 끓여 왔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사각 테이블 위에 두 잔의 차가 놓였다.
  노인은 말없이 찻잔으로 시선을 옮겼으나, 또 마당을 바라다보았다. 입을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다. 입 속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으나, 할 일이 없는 노인의 버릇으
로 입을 오무렸다. 쩍쩍 입맛을 다시곤 했다.
  여인은 차를 노인의 입가로 가져갔다. 노인은 잠자코 입을 벌이자 꿀꺽하고 한 모금 
마셨다. 잘못 삼켰는지 사채가 들려 기침을 몹시 하고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여인은 '죄송합니다' 하고 곧 타월을 손에 들고는, 노인의 입 언저리를 닦아주었다.
  늘 있는 일이다.
  젊은 쪽의 사나이는 오른손으로 찻잔을 움켜쥐더니 마시고 있는 건지, 마시지 않고 
있는 건지 찻잔을 입에 댔다 떼었다 하고 있었다. 또한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고오지 괜찮겠어요? 마실 수 있겠어요?'
  여인은 잠시 손을 멈추더니 고오지라고 불리 우는 젊은 사나이에게 말했다.
  "으,으... 으,으..."
  신음소리를 낼 뿐 대답이 없다.
  하지만 여인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마셔요. 이제 혼자서 마시지 않으면 안돼요. 언제까지나 남
에게 의지해선 안돼요..."
  하며 마치 어린애를 타이르듯 말했다.
  노인과 이 사나이는 부자지간이었다.
  노인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져서 처음에는 가벼웠으나 2년째 되던 
해에 다시 쓰러진 뒤로는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노인이 53세가 되던 때의 일이었다. 그런 뒤로 35년이 지나 88세를 맞이한 것이다.
  노인은 병으로 쓰러진 뒤로는 오로지 재기할 것만을 꾀했다. 집안에서는 하루에 두 
번씩 왕진을 오는 주치의의 충고를 충실히 지켜 왔다. 하지만 육체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차츰 노화되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오지라고 불리운 이 노인의 둘째 아들은 2년 전에 뇌연화증에 걸려 1년 반이나 이
즈의 요양소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으나, 집이 그리워져서 가정요양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부자 두 사람이 같은 병에 걸려서, 한 집에서 마주보고 요양을 한다는 일은 역시 무
슨 인연이 아닌가 하고 이웃 사람들은 넌즈시 수군댔다.
  노인의 이름은 야마무로 오쓰야라고 부르고, 세 아이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장남인 
고오이찌는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고, 장녀 하마꼬는 학교선생이 되어 아버지와는 
일찍부터 따로 살았고, 결혼한 뒤로는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따로 살게 된 동기는 표면상으로는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나 오쓰야가 아버
지로서 할 수 없는 짓을 한 탓이었다. 
  오쓰야는 자시 뜻에 맞지 않으면 아내건 자식이건 용서하지 않았다. 장녀인 하마꼬
는 대학을 졸업하자, 곧 그 장방의 선생이 되었으나, 어느 날 밤, 아버지인 오쓰야가 
하마꼬를 범하려고 하므로 필사적으로 빠져 나와 집을 뛰쳐나가 그대로 집에 돌아오지 
않고 결혼했다.
  둘째 아들인 고오지는, 아버지를 어려서부터 잘 따라서 계속 함께 살아 왔었다. 대
학도 도쿄에서 마쳤다.
  고오지는 결혼한 후, 한동안 집을 나갔다. 상식으로 생각하면 후계자이니까 함께 살
아야 할텐데, 아버지의 성격을 알고 있으므로 2년 정도 별거했을 따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것은 아내가 자궁암이어서, 결혼하자 곧 발병하여 2년만에 죽었기 때
문이다. 고오지는 그 뒤로 계속 독신으로 살았다. 독신이 오히려 하고싶은 일을 마음
대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편리했다.
  오쓰야는 도오후꾸의 어느 한적한 농가에서 태어난 젊어서부터 도쿄로 나와 마부 노
릇을 하기도 하고 서생 노릇도 하며, 고학을 했다.
  1년에 두 번 정도 시골에 내려갔던 그는 소꼽 친구였던 동갑내기 우라꼬와 스무 살 
때 결혼하여 다음 해에는 자살한 장남이 태어났다.
  오쓰야는 곧 도쿄에 훌륭한 집을 짓겠으니 그때까지 참아달라고 말하고 우라꼬와 애
를 집에 맡기고는 다시 도쿄로 돌아와 이렇게 1년에 몇 차례 도쿄와 도오후꾸의 우라
꼬의 친정을 왕복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는 스물 세 살부터 서른 너댓살까지 돈을 모으자 돈놀이를 시작했다, 월 3할에서 
4할이라는 폭리로 남을 울리면서 돈을 만들었다. 원래 타고난 강한 성격과 독불장군의 
두둑한 배짱이 맞아 들어가서 돈이 논을 낳고, 재미있게 재물이 만들어졌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그것을 인연으로 어느 정치가와 친해지고 그것을 인연으로 하여 
경찰이나 경시청에 얼굴이 통하게 되어 웬만한 정보는 다 입수하게 되었다.
  그는 그 정보의 특기를 살리려고, 통신사를 창설했다. 언제까지나 돈놀이를 하고, 
남이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는 출세해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었다.
  정치와 통신사, 이 두 가지를 잘만 운용한다면 오쓰야의 인생은 장미 빛으로 빛나고 
마침내는 최고 무대인 정치가로서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1924년에서 중일전쟁이 시작되던 1936년 무렵까지는 통신사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지
나친 말은 아니었다. 큰 신문사의 사회면은 이와 같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의
지하는 바가 컸다.
  그 당시는 조직의 힘보다도 개인의 얼굴이 통하는 시대였고, 관청이나 국회의 취재
는 신문사라 할지라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고 자본주의, 민주주의 세상으로 크게 시대가 
바뀜에 따라 자본력을 가진 큰 신문사의 취재망은 남의 추적을 용서치 않게 되었으나, 
하지만 그 당시의 개인의 얼굴이 크게 통하고, 중요한 길만 잘 잡으면 재미있는 인생
살이를 할 수 있었다.
  오쓰야는 이 점에 눈독을 들이고, 통신사를 우선 창립하여 신바시에 자그마한 빌딩
을 세웠다. 또한 정치가는 말할 것도 없고, 신문사, 개인 기업체에까지도 그날의 뉴스
를 제공했다. 
  그의 생각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통신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물론 지면의 내용
도 그렇거니와, 타고난 성격으로 강제로 사게끔 만든 상대도 많이 있었다.
  그는 이다바시의 자택에서 신바시까지 그 무렵 일본에서도 몇 대안되는 로올스 로이
스차를 타고 왕복했다. 아직 30대이건만 신식 모자를 쓰고 단장을 들고, 천하가 넓다
한들 두려울 자 없노라 는 태도였었다.
  그의 사무실과 자택에는 원외단이라고 일컫는 정치광들이 항상 우글거리고 있었다. 
또한 입방아를 찧으며 천하와 국가를 서로 논했다.
  오쓰야는 돈에는 궁하지 않으므로 머리를 숙이고 오는 사람에게는 기분 좋게 잔돈을 
뿌렸다. 그가 돈을 쓰는데 비례하여 더욱 더 그들은 많이 모여들었고 마침내는 국회의
원까지 그를 찾아오게 되었다.
  그가 정치가들 사이에 알려지게 된 것은 돈의 힘만은 아니었다. 그로 하여금 정치가
들에게 그의 이름을 날리게 한 것은 당시의 수상이었던 다나까 요시이찌와 도쿄 역에
서 맞섰던 일이었다.
  장작림 모살 사건이 있기 조금 전 다나까 총리는 급히 간 사이로 여행을 하게 되었
다. 도쿄 역전은 갑작스러운 여행이어서 총리를 호위하는 관헌은 적었으나, 그래도 삼
엄한 경계태세였다. 그런 줄은 조금도 모르는 오쓰야는 특급 열차의 전망차에 단장을 
들고 앉아 있었다. 총리의 호위 몇 사람이 차안으로 들어왔다. 그중 한 사람이 외치듯
이 말했다.
  "지금부터 다나까 총리께서 이 차를 타십니다. 여러분들은 다른 차로 바꿔 타 주시
기 바라오."
  오쓰야 외에 몇 사람인가가 타고 있었으나 모두 하라는 대로 자리를 바꿨다. 오쓰야
는 잠자코 듣고 있었으나,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담배를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뻐끔뻐끔 피우기 시작했다. 화가 난 사람
은 경호원이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 빨리 자리를 떠나."
  하고 소리쳤다.
  오쓰야도지지 않았다. 그는 앉은 채로, 
  "뭐라고? 이 놈, 난 차표를 사서 타고 있는 거야. 누구건 차표를 사서 타고 있는 이
상 남의 지시는 받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는 경호원을 압도했다.
  호위와 오쓰야가 옥신각신하고 있는 사이에 다나까 총리가 나타났다.
  이윽고 오쓰야를 보자,
  "아니, 당신만 좋다면 상관없소. 상관없소."
  이렇게 말하고 오쓰야가 앉아 있는 반대쪽 창가에 가서 앉았다.
  상식으로 따지면 이 정도에서 모든 게 원만히 해결될 터였다. 다나까 총리의 관대한 
태도로 차안의 험악한 공기도 부드러워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쓰야는 천천히 일어섰다. 이윽고 그는 뚜벅뚜벅 총리 앞에 가서 서더니, 
한층 더 큰 소리로 총리에게 항변했다.
  "당신만 좋다면 상관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요. 나는 차표를 사서 먼저 타고 있지 
않소. 네 놈은 예의도 모르는 모양이구나!"
  이 말에는 그 자리에 있던 호위나 총리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의 수상을 상
대로 예의를 모른다고 하니 말하자면 시비를 걸겠다는 것이었다.
  호위 한 사람이 반대당의 첩자가 아닌가 생각하여 오쓰야의 멱살을 잡더니 강제로 
차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이 놈, 무슨 짓이야' 가지고 있던 단장을 힘껏 내 휘둘렀다. 단장 끝
이 호위의 얼굴에 부딪쳤다. 이 광경을 본 4,5명이 한꺼번에 그를 에워싸고 꼼짝못하
게 하려고 했으나, 오쓰야의 힘이 워낙 세어서 차안은 큰 혼란이 일어났다.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오쓰야는 몇 사람의 경관에게 체포되어 그대로 마루노우
찌서로 연행시켰다.
  경시청에서 총리 암살에 대하여 의심스럽다는 이류로 담당경관이 급히 달려왔으나 
오쓰야의 얼굴을 보자, 누군가 했더니 당신이었군, 하고 그는 곧 석방되었다.
  다나까 요시이찌는 차안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사나이가 있는 법이다. 저만큼 배짱이 있다면 무슨 일이나 할 
수 있을 꺼야. 내 내각이 조금만 더 계속된다면 저 사나이를 쓰고 싶은 걸."
  하지만 그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장작림 사건이 일어나 내각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해산되고 말았다.
  오쓰야의 무용은 입을 통하여 전해졌고, 그것이 또한 그로 하여금, 정치에 한층 더 
관심을 쏟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고향의 한적한 곳에 땅을 사서 훌륭한 집을 지었다. 친정에 남겨 둔 우라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선거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우라꼬는 시골의 밭일로 이미 이 무렵에는 허리가 구부러지고, 훌륭한 집과는 어울
리지도 않는 자신을 알고 있었다. 큰집으로 이사를 해도 우라꼬는 응접실에 얼굴을 내
미는 일은 별로 없었고, 모두 가정부에게 맡겨 놓고, 부엌에서 일을 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들일을 하러 나가 있었다.
  남편인 오쓰야는 이미 그 무렵에는 어데다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여자가 도쿄에 
있었다. 유곽에 다니게 되면서 단골이 된 기미꼬를 집에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그는 41세 때, 고향에서 처음으로 대의원으로 출마를 했다. 하지만 선거에서 보기 
좋게 낙선했다. 패배를 모르는 그의 인생에 비로소 위험신호가 깜박이기 시작한 것이
다.
  선거가 있던 다음 해에 우라꼬가 갑자기 죽었다. 심장발작이었다. 오쓰야는 우라꼬
와 결혼하고 단 1개월도 함께 산 일이 없었다.
  도쿄에 집을 짓고도 우라꼬를 부르지 않았다. 이미 이 무렵에는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었으므로 돈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우라꼬는 남편이 남기고 간 아이들을 키우는 일과들에 나가서 밭일을 하는데 삶의 
보람을 느꼈다. 그런 탓으로 남편이 도쿄에 있어도 조금도 불만을 느끼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골로 돌아오면 오쓰야의 횡포가 눈에 띄어, 집에 없는 편이 낫다는 생각조차 
들었었다.
  고향에서 선거가 시작되어도 부부가 함께 거리에 나가는 일은 없었다. 남편인 오쓰
야는 형식적이나마 거리에 나오라고 말하고 나들이옷을 입혀서 자동차로 종일 남편과 
행동을 함께 했으나 그런 일에 익숙지 못한 탓에 집에 돌아오자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
고 말았다.
  원래 이런 일에는 흥미가 없는 우라꼬였고, 갑작스런 남편의 선거운동에 그녀는 다
만 쩔쩔맬 따름이었다.
  그는 우라꼬의 머리맡으로 오자, 너 같은 계집은 내 아내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
다. 이런 중요한 때에 이러다니, 아주 뻗어 버려라 하면서 누워 있는 우라꼬의 얼굴을 
호되게 때렸다. 우라꼬는 코피를 흘리고, 입이 찢어졌으나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남편이 하라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이런 일이 마을과 동네에 자연히 소문이 나서 그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거
에서 지고 말았다.
  선거가 끝나자 곧 우라꼬는 죽었다. 선거운동으로 인해 정신적인 과로가 원인이 된 
것이었다. 그가 도쿄로 돌아온 뒤였다. 갑자기 죽었다는 전보를 받았으나 그는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유는 바빠서 떠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머지 않아 으리
으리한 장례식을 치러 주겠다고 말했지만 밤샘을 할 때에도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았
다. 나중에 자살한 장남이 사실상의 상주가 되어 장례식을 마쳤다. 이렇게 우라꼬는 
쓸쓸히 41세로 세상을 떠났다.
  오쓰야는 정치에 미쳐 고향의 대의원 선거에 떨어지고도 단념하지 않고 다시 손을 
대었다. 고향에서의 낙방은 우라꼬의 책임으로 돌리고 이번에는 도쿄로 손을 뻗어 도
쿄시장 선거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참패를 당했다.
  선거운동이 서툴러서가 아니었다. 타고난 강한 성격이 사람들에게 반발심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의 실패로 넌저리가 난 그였으면서도 그 고장의 인기를 얻기 위하여 설령 상
대가 헌병이건 정부의 고관이건 무슨 일이 생기면 중계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언젠가 그의 집에 노파가 찾아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현관에 나가 보니 자기 아들
이 헌병대에 끌려갔다는 것이었다. 사정을 듣고 보니 그의 외아들은 군수공장에서 직
공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오쓰야도 그 청년을 잘 알고 있었고 진실하고 좋은 청년이었
다.
  그런데 그 종장에 최근 자주 도난사고가 있었고 그것도 군의 기밀 서류를 도난  당
했다는 것이었다.
  서류를 도난 당한 그날, 그 외아들인 그가 사무실에서 나가는 뒷모습을 본 사람이 
있어서 틀림없이 도모다가 훔쳤다고 혐의를 받고 연행을 당한 처지가 되었다. 노파의 
말을 듣고 오쓰야는 그 자리에서 해결하러 갈 것을 승낙했다.
  도모다를 연행한 이다바시의 헌병대로 그는 급히 갔다. 건물 안으로 불쑥 들어가려
고 하자 헌병에게 팔을 잡혔으나 국회도 무상 출입하는 통신사 사장의 명함을 내 놓자 
대장 실로 안내되었다. 이곳의 헌병대장은 아직 젊은 중위였다.
  오쓰야는 이미 이 무렵부터 턱수염을 기르고 풍채도 좋았다. 더욱이 눈에서 광채가 
나서 그의 눈만 보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뒷걸음질을 쳤다. 허술한 사무용 책상을 사
이에 놓고 대장과 마주 않자 오쓰야는,
  "대장, 오늘 아침 이곳에 연행된 도모다 가쓰히꼬의 신병을 내게 맡겨 주기 바라오. 
이 사람은 나도 잘 알고 있고 군의 기밀서류를 훔칠 만한 인간이 아니오. 사상적으로
도 건전하고, 어딘가 잘못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오. 잘 부탁하오."
  라고 말하고 가슴을 폈다.
  젊은 중위는 군도에 몸을 기대며,
  "그건 안되겠습니다. 아직 취조도 끝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내 줄 수 있습니까?"
  취조가 끝난 뒤라면 언제든지 석방 시키겠노라면서 그도 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묻겠는데, 당신 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 저 사람을 연행한 것이오? 만
약 그렇지 않고, 단순히 남의 소문만 듣고 그것도 뒷모습만 보았다는 것만으로 연행했
다면 나중에 혐의가 풀린 날에는 당신은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게 되지 않소?"
  중위의 얼굴이 삽시간에 변했다.
  "당신은 나를 협박할 셈이오?"
  "협박이 아니오. 증거도 아무 것도 없는데 다만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연
행하여 전도가 유망한 아까운 청년의 앞날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은 단연코 용서할 수 
없소. 만약 당신이 도저히 내게 청년을 맡길 수 없다면 육군대신하고도 잘 아는 처지
니까 그 쪽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도 좋소?"
  중위는 오쓰야의 위세에 진땀을 뺐다. 이 교섭은 오쓰야가 승리를 거두어 그는 돈 
한푼 쓰지 않고 도모다를 인수하여 노파에게 넘겼다.
  이 일이 또한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의 시회 선거는 고향과는 달리 절대로 자신이 있다고 여기고 출마했으나 
세 번째에도 역시 낙선되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한층 낮춰서 구회 선거에 나와 겨우 
당선되어 , 그 이상은 끝내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이와 같은 무용은 그 뒤에도 여전하여 전시에는 국회의 뒷 켠에서 도오
죠오 수사를 탄핵하는 연설까지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검거 당하는 일도 없었고, 자기의 의지는 정치를 제외하고는 무
엇이든지 반드시 통과시키고야마는 사나이였다.

    힘의 세계에서 헤매다
  53세의 젊음으로 두 번씩이나 뇌출혈로 쓰러지지만 않았던들 그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뒤로는 집에 틀어박혀 세월이 흐르는 것과 더불어 사람
들의 출입도 차츰 적어져 갔다.
  통신사 쪽도 종전을 계기로 하여 망하고, 이제는 간판만 달아 놓은 상태가 되었다.
  그는 집에서 미인인 기미꼬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기미꼬가 술장사하던 여자임은 
예로부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 사귄 사람들은 정실인줄 
알고 그녀를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당사자도 또한 그렇게 불리는 게 좋아서 손님 접대에서부터 오쓰야의 병간호까지 집
안 일은 모두 그녀가 처리하고 있었다. 전처는 오래 전에 죽었고, 호적에 입적은 안되
었지만, 이미 사실상의 오쓰야의 부인이었다.
  그런 기미꼬에게 딸이 하나 있었다. 마리꼬라고 했다. 오쓰야의 딸은 아니고 그 전
에 안 남자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였다.
  이미 나이는 열 여덟이 되어 여자 티를 내고 있었다.
  오쓰야의 집에 며칠이나 묵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모녀가 함께 이 집에 눌러앉게 되
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오쓰야가 발병한 지 1년째였다.
  기미꼬가 밖으로 물건을 사러 나간 뒤 오쓰야는 딸 마리꼬에게 어깨를 주물러 달라
고 했다. 처음에는 세상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나 갑자기 
오쓰야의 왼손이 쑥 뻗치더니 마리꼬의 오른쪽 팔을 꽉 잡았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자
기 앞에 마리꼬를 완력으로 쓰러뜨렸다. 깜짝 놀란 마리꼬에게 오쓰야는 그 자유롭지 
못한 몸인데도 그녀를 범하려고 하였다.
  마리꼬는 사태가 갑자기 바뀌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오쓰야의 밑에서 몸이 빳빳해
졌는데 오쓰야는 갑자기 으윽, 소리를 지르며 마리꼬의 왼쪽으로 쿵 소리를 내며 쓰러
졌다.
  마리꼬는 차례로 변하는 오쓰야의 상황의 변화에 그저 당황할 뿐이었다. 하지만 오
쓰야의 괴로워하는 얼굴을 보니 내버려 둘 수도 없어서 곧 단골 의사에게 알렸다. 뇌
출혈이 재발된 것이었다.
  그의 몸은 이때를 계기로 다시 일어나기가 불가능해졌다.
  기미꼬는 오쓰야가 안정이 된 뒤, 자초지종을 마리꼬에게서 들었다. 그녀는 기겁을 
하고 놀랬다. 십 몇년 씩이나 오쓰야를 받들고 전처인 우라꼬도 죽어서 없는데 아직 
입적 수속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뿐이랴, 자기 딸에게까지 손을 대려고 
한 것이다. 이런 사나이에게 언제까지나 붙어있다가는 큰일나겠다고 생각되어, 짐을 
꾸려서 마치 밤도망이라도 치듯 오쓰야의 집을 나가고 말았다.
  두 번째로 재발했을 때에는 상처한 고오지가 집으로 돌아와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그런 탓에 오쓰야의 시중은 싫든 좋든 고오지가 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통신
사의 간판은 아직 내리지 않았으므로, 그는 그 뒤를 잇고 오쓰야의 시중은 조카딸인 
사다꼬에게 와서 해 달라고 했다.
  오쓰야의 인생은 18세에 도쿄에서 마부로 출발해서 뇌출혈로 쓰러질 때까지의 35년 
동안이었다. 파란만장한 그 생활태도는 보기에 따라서는 화려하다고 하겠지만, 하지만 
많은 사람을 울리고 그 모래 위에 이룩하려던 그의 야심은 그렇게 언제까지나 계속될 
까닭이 없었다.
  사람에게 남자와 여자가 있듯이, 한낱 인간에게 하늘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줄 리가 
없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고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육체를 지닌 인간 사회는 자연의 조리에서 한 걸음이라도 헛딛는 생활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 엄격한 자연의 변호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오쓰야는 그 엄격함을 알려고 
하지 않았으며, 힘이 전부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은 일찍부터 마왕의 마음이었다. 남과 타협은 절대로 하지 않았으며 힘으
로 밀고 오는 사람에게는 힘으로 대했다. 어떠한 권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그 야심을 
관철시키려고 하였다. 하지만 마왕의 마음으로 어떻게 무엇이나 관철시킬 수가 있으리
오.
  그는 53세의 젊음으로 그의 인생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88세가 되는 35
년 동안을 기이하게도 그이 인생에서 이룩한 행위에 대하여 보상을 해야만 될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아들 고오지도 오쓰야 만큼 심하지는 않았으나 범의 권세에 편승한 여우와 같이 고
오지의 경우는 남의 불행을 비웃고 마음을 비꼬면서 세상을 살아 왔다.
  오쓰야의 평판이 좋은 것은 그 계통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 한 사람 모르는 이가 
없었으므로 고오지는 그것을 이용하여 남을 협박하거나 금품을 우려내며 소일했다.
  고오지는 뇌연화증으로 쓰러지기 2년쯤 전에 트럭에 치여,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뇌파측정으로는 이상이 없었고 후유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고가 원인이 
되어 오슬오슬 춥다고 하면서 누워 있는 동안에 반신이 마비가 되고 오쓰야보다 심한 
증상이 되었다.
  문병하는 손님이 두어 마디 이야기라도 시킬라치면 고오지는 참지 못하고 목이 메여 
울기 시작했다. 발병하기 전의 그를 아는 사람에게는 정말 전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변해버렸다.
  오쓰야는 그래도 말을 할 수 있고 외모도 좋았다. 하지만 고오지는 전혀 말을 못하
고, 몸도 비쩍 마르고 턱이 뾰족하여 살아 있는 해골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완
전히 식물인간으로 바뀌고만 것이다.
  조카딸인 사다꼬가 오쓰야의 입가를 타올로 다 닦고 나자 고오지 쪽으로 다가가서 
오쓰야에게 했듯이 차를 입에 넣어 주었다. 흘려 넣은 분량만큼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반대로 모두 밖으로 내 뱉고 말았다.
  사다꼬는 같은 타올로 저런, 저런... 하면서 그의 젖은 무릎을 닦아주었다.
  사다꼬가 이 집에 없었다면 두 사람은 오래 전에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 사다꼬의 
덕분에 어떻게든 그날 그날을 보낼 수 있었고, 부자가 마주 앉아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마당을 바라다 볼 수 있었다.
  친정살이를 하는 조카딸이라고는 하나 정성껏 오쓰야의 시중을 들고 고오지를 보살
펴 주고 있다고 남들은 생각할지 모르나 그녀에게 있어 삶의 보람은 남은 집과 땅에 
있었다.
  변호사와 짜고 명의는 이미 그녀의 것으로 해 놓았다. 시가로 따져서 1억엔 보다 덜
하지는 않았다. 현금은 이미 다 써버렸고, 남은 것은 허수룩한 집 한 채와 3백평 남짓
한 토지뿐이었다.
  그녀는 오늘도 두 사람의 시중을 들면서, 자기의 노후를 상상하며 하루를 끝마쳤다.
  오쓰야의 죽음은 가을도 깊어 가는 11월말에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는 추워, 추워, 하면서 자리에 누웠다. 그러면서 그는,
  "눅고 싶지 않다.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죽지 않아..."
  사다꼬는 머리맡에 앉아서,
  "괜찮아요, 정신 차리세요..."
  하고 용기를 주었으나, 차츰 핏기를 잃으며 천장을 바라다본 채, 숨을 거두었다.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서 장례식 준비는 성대하게 치르도록 계획이 짜여졌다. 35년 
동안의 투병생활이라고는 하지만 아는 사람이 많아서 참석할 사람이 많으리라고 예상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당하고 보니 이웃 사람들조차 얼굴도 나타내지 않았고, 장례식은 
근친들과 극히 친한 몇 사람만이 모였을 따름이었다. 아들인 고오지는, 그가 죽은 지 
10일 뒤에 아버지의 뒤를 쫓듯이 짧은 그의 일생의 막을 내렸다.
  장례식은 대문을 닫은 채 집안 식구만이 쓸쓸하게 치렀다.
  이 부자에게서 보는 일생은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이란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를 가르
쳐 주고 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후회 없이 산 일생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산 인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자의 매일 매일은 투쟁과 야심에 지고 
새고,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던 날은 헤아릴 수 있을 정도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른
쪽을 보아도 왼쪽을 보아도 부자에게 있어서는 모든 사람이 적이었고 기력만이 유일한 
믿음이었다. 아무리 화려한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한마디로 고독, 그것
이었다.
  오쓰야는 죽기 1년 전까지 조카딸을 통해 남과 다투고 있었다. 이 부자는 살아 있으
면서 지옥의 세계를 만들었고, 그것이 죽는 순간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그들의 죽은 
뒤의 세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몇 번이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부자
는 받아들이기는 커녕 코방귀만 뀔 뿐이었다.
  고오지만이라도 구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기분이 좋을 때에 순리적으로 이야기
를 해 보았으나 다음 날에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본래의 그 자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행불행은 누가 만드는 것인가? 운명을 만드는 상념의 상태는 사람들 하나 하나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운명은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행운을 바라고, 마음의 평온을 얻고 싶다고 생각하면 우선 자신의 상념을 밝게 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다.
  남의 불행을 비웃고 투쟁과 이기심의 덩어리가 되면 그곳에 어떤 이유가 있든 그것
은 자신의 불행을 만들고 스스로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집에 불이 나면 분수가 솟는 집에 사는 게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고 마음이 악귀라
면 끝없는 암흑 계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마음의 평온을 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임종할 대에도 '그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 라고 말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삶에 
집착하고 조카딸에 대해서 수고했다는 말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의 영혼은 무서우리만큼 강한 집념의 덩어리여서 지금도 여전히 힘의 세계를 헤매
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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