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약, 이것만은 알고 먹읍시다
약이란 무엇인가
약의 일생-부작용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
약은 이러한 부작용을 준비하고 있다.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약과 음식물의 궁합
성공적인 약 복용 법
먹는 약과 주사약
기타 중요한 이야기들
제1장 약이란 무엇인가
약은 독이다
약국이 문을 닫는 밤이나 일요일이 지나고 약국 문을 여는 아침이면 기다렸다는 듯
이 약국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약국은 휴일 없이 영업하도록
법을 정했으면 좋겠다. 약국이 문을 닫았을 때 식구 중 누가 아프면 당황스럽고 답답
하기만 하다" 는 것이다. 이러한 말로써 사람들이 얼마나 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
아가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인간은 언제 어떻게 약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약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약의 정의를 살펴보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
학 물질'이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약이 언제부터 그리고 어떻게 사용되기 시작했는지
에 대해서는 다만 역사 이전의 선사시대부터 경험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원시시대로부터 고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우리 선조들은 질병을 (귀)신이 가져다
주는 것으로 생각하여, 주술적인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려고 했다. 그리고 병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굿이나 제사와 같은 무속의식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몸 속에 들어온
귀신을 내 쫓기 위해 쓴 물질을 먹였는데 이것을 약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아마도
쓴 물질을 먹고 환자가 괴로워하면 귀신도 괴로워하며 도망간다고 생각한 듯싶다.
그런데 원시시대의 무속의식에 쓰인 쓴 물질은 아마도 어떤 식물이었던 것 같다. 동
양의 약이라는 한자 '약'을 보면 풀과 즐거움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고, 서양의 드
럭 'drug'이라는 말도 마른 풀을 뜻하는 프랑스 말 'drogue'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
이다. 이처럼 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그 역사가 길다. 이
를 두고 헉슬리라는 사람은 "태초의 인간은 농부이기 이전에 약물학자였다"라고까지
했다.
이렇게 사용되기 시작한 식물성의 쓴 물질은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여 무속의식이
이 세상에서 많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인간의 질병을 극복하는 데 유용하게 이용되
었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적으로 사용되어 온 쓴 물질은 이제 그 화학적인 성분이 규
명되고, 또 생리적인 활성도(약물학 또는 약리학으로서) 규명되어, 막연한 기대 효과
가 아닌 과학으로서 자기 역할을 공인받게 되었다.
약학과 의학의 발전사는 인간의 건강 증진과 수명 연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중요한
약물이 발견될 때마다 인간은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
었다. 인간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이바지한 백신과 항생제의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
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약학 발전 의 역사는 약의
각종 부작용 발견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19세기초부터 본격화된 신약 개발의 역사는 그야말로 눈부신 것이었다. 세계의 수많
은 제약회사들은 앞을 다투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렸고 그들의 이익도 엄청났다. 그때
까지만 해도 약이 희귀해서 효과만 좋으면 약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감수
하는 풍토였 으며, 정부에서도 쉽게 허가해 주었다.
그런데 1957년 독일의 한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수면제인 '탈리도 마이드'라는 약을
임산부가 복용한 후에 양팔이 없고 손이 어깨에 붙은 기형아를 낳은 사건이 발생하였
다. 이 사건 이후 전세계적으로 약의 부작용에 대해 감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들끓었
다. 또 불행을 당한 사람들의 경험을 받아들여, 새로이 약을 개발할 경우에는 약의 효
과 외에 약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어야만 정부에서 허가하게 되었다. 또한 종래
의약품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 작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1937년 미국의약품공정서에 등록된 약품이 3,091개 품목
이었으나, 30년 후인 1967년에는 이들 가운데 약 80%인 2,470개 품목이 득보다는 실이
많고 가치 없는 약으로 지목되어 폐기되었다. 그렇게 사라진 약 속에는 한때 염증에
특효약이었던 '다이아진'이나, 매독 치료제였던 '606호'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약학 발전의 역사는 이처럼 약이 가진 두 얼굴을 확인해 오는 역사였다. 그래
서 현대의 보건의료인들과 약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약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가능한 한 약을 적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
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라는 불청객이 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약은 환자와 소비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리고 약이란
약사의 것도, 의사의 것도 아닌 환자와 소비자의 것이다. 따라서 환자나 소비자들은
약에 대해서 꼭 알아야 할 상식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약을 사용하는데 지켜야 할 원
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과 가족을 건강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약은 우리의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도와주는 조력자이다
우리가 약을 필요로 할 때는 선체에 어떤 이상이 생겨서 통증이나 피로감 또는 생리
작용에 이상이 느껴질 때이다. 그러한 이상들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보통 원인에 따
라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진다. 그러나 때로는 같은 원인으로 전혀 다른 증상이 나타나
기도 하 고, 때로는 전혀 다른 원인으로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약은 바로 이러한 이상이 발생할 때에 자신의 힘을 발휘한다. 우리 몸의 이상
을 바로잡아 주는 약을 알기 쉽게 구분해 보자면 이렇다.
#1 외부에서 들어와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약. 즉 병원균
의 침입으로 손상된 부위가 생겼을 때 그 병원균을 물리침으로써 몸을 정상으로 회복
시키는 약.
#2 심리적이거나 환경적인 원인으로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이 마비되거나 교란되
었을 때 그 기능이 회복되도록 도와주는 역할 을 하는 약(이러한 약들은 흥분 작용이
나 억제 작용을 하는 특징이 있다).
#3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 결핍되었을 때 그 물질을 보충시켜 주는 약(각종 영
양제류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약의 거의 모두는 이 세 가지 중의 하나에 속한다. 결국 우리 몸의
이상이란 대체로 위의 세 가지 사항 중에서 어느 하나 또는 두 가지 이상의 요인이 겹
쳐져서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할 때이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몸은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뛰어난
약사이자 의사라는 점이다. 우리의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우리의 몸은 보이지는 않지
만, 정상적인 기능을 찾기 위 헤서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외부에서 온 병원균에 대항
하기 위해 몸 속의 군대를 파견하기도 하고, 졸리게 하여 쉬도록 만들기도 하는 등 여
러 가지 노력을 한다. 그리로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을 몸의 이상으로 느끼게 된다. 약
이라는 원군을 청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의 몸이 주인이고 약은 어디까지나 손님이다. 우리 몸은 약의 도움을
받아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으면 나중에는 약의 도움 없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된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는데도 약을 계속 사용하면 우리 몸은 오히려 그 자체의 힘을 잃게
된다. 소화가 안 된다고 소화제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스스로의 소화력이 떨어져 나중
에는 소화제 없이는 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약에만 의지하려다가 손님에게 안방을
내 주게 되는 수도 있다.
현대 과학의 발전으로 아무리 좋은 약이 많이 개발된다고 해도 약에 의지해서 살아
갈 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 하더라도 주인인 몸 자체가 허약하
면 원군이 되지 못한다. 조력자는 어디까지나 조력자로 힘을 발휘하게 하는 자세가 필
요하다.
제2장 약의 일생 -부작용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
약이 가는 길 음식물이 가는 길
우리는 배탈이 났을 때만이 아니라 머리가 아프거나 심한 외상을 입거나, 심지어는
발에 생긴 무좀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약을 입으로 먹는다(물론 주사를 맞을 때도 있
다. 이것은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그래도 신기하게 약의 효과는 나타난다.
그러면 약이 어떻게 하여 그런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약이 어떤 과정을 거쳐 효
과를 나타내는지를 아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것을 전문 용어로 '작용기
전'이라고 하는데, 사실 아직까지도 그러한 작용기전이 완전히 해명되지 못한 채, 다
만 경험적으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용되는 약도 적지 않다.
여기서는 약이 어떤 과정을 통하여 대사되고 배설되는지 등에 대해서(그러한 과정들
을 통틀어 '약의 일생'이라 할 수 있다), 즉 약의 효력이 어떻게 시작하여 어떻게 끝
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약의 기전에 대해서도 약간의 지식을
갖게 될 것이다.
약이 우리 몸에 들어가서 '어떤 경로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게 되고, 어떻게 빠져
나오게 되는가'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약이 우리 몸에 들어가게 되는 형태를 알아보
자,
#1 입으로 먹는다(소화기 계통에 투여).
우리가 가장 흔히 사용하는 약의 형태는 소화관에 약을 투여하는 방법인데, 그 중
에서도 경구 투여(내복약)가 가장 많고, 그 밖에 설하 투여(혀 밑의 점막으로 통해 약
물 흡수), 직장내 투여(좌약이나 관장으로 점막 흡수) 등이 있다.
#2 주사약으로 투여한다.
주사약으로 투여할 때는 근육 주사(엉덩이 주사)가 가장 많고, 피하 주사(인슐린 주
사나 호르몬 주사 등), 정맥내 주사 (링게르액 주사, 영양수액 주사 등)등도 많이 이
용되며, 그 밖에 동맥내 주사, 뇌척수강내 주사, 복강내 주사, 관절내 주사, 피내 주
사, 심장내 주사 등이 있다.
#3 바른다.
또한 외용 연고, 소독약, 질좌약과 같이 아픈 부위에 외용적으로만 사용하는 예도
많다.
우선 약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내복약이기 때문에 그것을 중심으로 살펴 나가기로
하 자. 주사약은 약간씩 과정이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사이클에 합류한다.
우리가 어떠한 약을 먹었을 때 그 약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곳을 찾아가는 길은
다름 아닌 혈관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음식을 먹었을 때 그 음식이 소화되어서 영양
분으로 바뀌고 그 영양분이 필요한 곳으로 보내지는 길 역시 혈관이다.
음식물이 소장의 모세혈관을 통해서 흡수되듯이 약도 소장에서 비로소 혈관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혈관에 들어갔다고 해서 바로 혈관을 타고 필요한 곳으
로 보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심장을 거쳐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기 전에
약은 간을 거쳐야 한다.
해독 작용을 하는 간에 이르면 약으로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우선 간은, 약이 우리 몸을 위해 온 손님이지만 약을 손님으로 대접하지 않고 다른 물
질로 간주한다. 우리가 항상 먹는 음식과 비슷한 영양제라면 모르지만 항생제나 기타
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약은 여기서 독물로 간주된다. 간은 니코틴이나 알코올을 분해
하듯이 여러 종류의 효소를 동원하여 약을 여러 가지 다른 물질로 변화시키려고 한다.
이것을 대사 작용이라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각종 중간 대사 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 중간 대사 물질 중
에는 간의 조직을 파괴하고 암을 유발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도 있다. 여기서 약은 일
단 간에 부담을 주고, 나아가 몸에 치명적인 독물로 작용하기도 하는 셈이다. 물론 여
기에서 다 분 해(대사)되어 버리면 약의 효과가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에서 약을 만들
때 나름대로의 장치를 하여 약효가 나도록 만들기는 하지만 입으로 먹는 약은 거의 대
부분이 간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먹는 약일 경우 주사약보다 2배 가량 많은 양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에서 약이 대사
될 것을 예상해서이다. 주사약의 경우에는 약효를 발휘하기 전에 간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주사약은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약효의 지속성을 생각한
다면 먹는 약이 주사약보다 유리하다.
'흡수 과정'이라고 표현되는 이런 과정을 통해 미처 다 처리되지 못한 약이 심장을
거쳐 온몸을 돌게 되는 것이다.
약은 자기가 찾아갈 곳을 알고 있다
약은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동맥을 타고 온몸을 돌게 된다. 가야 할 곳을 찾아가서 약
효를 발휘하기까지는 일단 온몸을 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물이 담긴 컵에 잉
크를 한두 방을 떨어뜨리면 컵 전체가 파랗게 물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약이 이렇게 온몸을 돌지만 꼭 필요한 곳에서 효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은 우리 몸의
요구와 약이 만들어지는 방법에 그 비밀이 있다. 약이 혈관을 통해서 돌다가 필요한
곳에서 약효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약물 분자와 수용체의 결합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
다. 약물 분자와 수용체는 마치 자물쇠와 열쇠 같은 관계여서 우리가 약물을 사용하면
꼭 필요한 부분에 가서 약효를 나타내게 된다.
모든 약물은 특별한 선택성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에 특정 수용체와만 결합하고 다른
수용체와는 결합하지 않는다. 또한 수용체 역시 특이성이 있어서 특정 약물과만 결합
한다. 예를 들면 '디기탈리스' 라는 심장약은 내복약이나 주사약 등 어떤 형태로 투여
하더라도 심 근의 수용체에만 결합하여 심장을 강하게 수축시킨다.
약은 무효화된다
우리 몸에서 질병을 이기기 위하여 작용하는 모든 약물은 우리 몸의 관점으로 보면
그 역시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이다. 따라서 술이나 담배 또는 소량의 독성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해독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약도 그 효과가 점차 없어지게 된
다. 즉 체내에서 화학적 변화가 이루어져 불활성화되거나 체외로 배설됨으로써 약물의
작용이 없어지는 운명에 처하게 진다. 우리가 질병이 다 나을 때까지 시간 맞춰서 꼬
박꼬박 약을 투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약을 일정한 시간마다 복용함으
로써 (또는 주사를 맞음으로써) 약이 일정한 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
다.
우리 몸에 들어와서 혈관을 따라 돌다가 필요 부위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치료'라는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 약물은 체내에서 여러 가지 변화(대사 과정)를 거치고 무효화
되어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설된다. 이러한 작용은 생체의 '생리적 방어기전'의 한 종
류로 해독 작용이라고도 한다. 만약에 이러한 작용이 없다면 아마 우리의 몸은 약 창
고가 되어 버릴 것이다.
약이 본격적으로 약효를 발휘하기 전에 간에서 대사가 일어난다는 점은 앞에서 말한
대로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약물 대사기능은 동물의 진화에 따라 발전되
어 왔다는 것이다. 즉 어류보다는 조류나 포유류로 올수록 각종 대사기능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종류의 동물에서도 약물 대사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이는
특수약물 대사효소가 유전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에도 같은 약이라도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에 따라 효과가 각각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대체로 보자면 황인종이 백인종보다 약물 대사 속도가 느리다. 약물
대사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약이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황인종인 우리 나라사람들이 서양사람 체질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약을 그들에게 부작
용이 없다고 해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이, 성인보다는 노인과
어린이의 약물 대사 속도가 늦고 또한 약하다는 사실도 약을 사용하는 데 중요한 특성
이다. 또한 약물을 많이 사용 한 사람일수록 대사 속도가 빠르다. 그것은 너무 자주
너무 많이 복용하다 보면 어느새 그 약물을 무효화시키는 몸의 기능이 발달해서 약효
가 빨리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임무를 마친 약은 배설된다
모든 약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 후에 우리 몸 밖으로 배설된다. 대부분의 약물과
약물의 대사 산물은 주로 신장(소변)을 통해 배설되고, 그 다음으로는 대변. 호흡을
통해 배설되며, 소량은 땀, 젖, 침 눈물을 통해 배설되기도 한다.
그러면 여러 배설 경로 중 가장 중심적인 것을 알아보기로 하자.
#1 신장에서 걸려져 오줌으로 배설된다
우리가 비타민제를 먹고 난 뒤에 소변을 보면, 소변 색깔이 노랗고 약 냄새가 나는
것을 흔히 경험하는데, 이것은 바로 비타민이 신장을 통해 배설되었다는 증거이다. 이
것은 다른 모든 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잘 알다시피 신장은 혈액내에서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보다 작은 혈장에 포함된
모든 내용물을 밖으로 밀어내는 '사구체'와 이렇게 사구체 밖으로 빠져 나온 작은 내
용물 중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나 전해질 그리고 물을 다시 흡수하는 '세뇨
관'으로 이루어 져 있다.
우리 몸의 신장에서 사구체를 통하여 내보내는(이것을 여과라고 부른다) 혈장의 양
은 하루에 180리터지만, 그 대부분이 세뇨관에서 다시 흡수되어, 정작 소변으로 배출
되는 양은 하루에 1.5리터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약물 분자는 사구체 막의 체구멍보다
작기 때문에 사구체를 쉽게 통과하여 세뇨관으로 나가 소변과 함께 배설된다.
그런데 이러한 신장의 중요한 배설지능이 때로는 약물의 독성으로 인해 중대한 위기
에 처하기도 한다. 소변에 녹은 약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그 소변
을 담고 있는 세뇨관이나 방광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주로 얼굴이나 몸이
붓는다). 약 설명서에는 빨간 글씨로 '주의 -부작용' 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 들어 있
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신장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다. 이 런 신장에 대한 부작용은
바로 배설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2 소화기 계통을 따라가 대변과 함께 배설된다
우리가 먹은 약물이 완전히 흡수되지 않을 경우 그 약물은 대변으로 배설된다. 어떤
알약은 완전히 녹지 않은 상태 그대로 대변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그 약은 효과가 전
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물은 일단 흡수된 후 간장에서 대사된 다음, 담즙에 섞여 다시
장으로 배설되고 그 일부가 대변으로 배설되는 경로를 밟게 된다. 어떤 약물은 이러한
배설 경로를 이용하여 장내의 병원균을 죽이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한편 담즙에 섞여 배설된 약물은 대부분 소장에서 재흡수되어 신장으로 가서 소변으
로 배설되므로, 대변 배설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3 호흡을 통해 배설된다
가스 상태의 약물이나 휘발성 약물은 호흡기 계통을 통하여 흡입되고 또 배설도 당
연히 호흡기를 통하여 이루어지지만, 다른 방법으로 우리 몸에 들어온 약물 중에도 휘
발성인 것은 일부 호흡기로 배출되기도 하는데, 알코올이나 파라알데하이드 등이 있
다.
#4 젖, 땀, 침, 눈물, 기관지 분비선 등을 통해 배설된다
양은 적지만 젖 땀, 눈물, 침, 기관지 분비선 등을 통하여 배설되기도 한다. 이것은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일단 우리가 사용하는 약은 몸에 들어가면 우리가 원하든 원하
지 않든 몸의 모든 곳을 돌게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들 중 젖을 통한 약
물 배설은 비록 그 양은 적지만 젖먹이 어린이에게 예상치 않은 약리 작용이나 부작용
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변비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을 경우 그 어머니의 젖을 먹은 아이는 설사를 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사용한 약은 장을 통해 흡수되고, 수용체와 결합하여 효과를 나타내
고, 대사 작용으로 무효화된 후 배설됨으로써, 약의 일생은 그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
다.
약에도 궁합이 있다 -두 가지 약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전문가에게 물어라
혹자는 의아해할 것이다. 생년월일시도 없고 따라서 사주도 없는 무생물인 약물에 '
웬 궁합'이냐고. 그러나 약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투여되어 치료 효과뿐 아니라 부작
용과 독성을 함께 나타내는 특별한 물질이므로 약과 약 사이에 특별한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약의 궁합은 존재하며 또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특별한 반응을 '병용 효과'라고 말하는데, 우리가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사용하게 되는 이유는 첫째,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나 증상을 동시에 치료하기 위해,
둘째, 처방된 약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다른 약을 사용하여 억제하기 위해, 셋째,
두 종류의 약을 조합함으로써 약효를 증강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한 여러 약들이 원래 목적과는 다른 작용을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에 환자나 소비자 스스로 판단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
그러면 먼저 약과 약 사이의 궁합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살펴보자..
#1 상승 작용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약물을 어느 정도 용량내에서 동시에 투여했을 때 그 효과가
각각의 약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작용을 더한 것보다 강한 작용이 나타나
는 것을 말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궁합'이나 '찰떡 궁합' 이라고 할까. 이러한
상승적 작용의 예는 위염이 있을 때 위산을 억제시키는 약(시메티딘, 파모티딘)과 위
점막 보호제(상품명:겔포슨 미란타, 암포젤, 탈시드, 데놀, 아즈렌, 노엘 등)를 함께
사용하거나, 감염에 의한 염증이 발생하였을 때 병균을 죽이는 약(항생제)과 고름이나
진물을 제거시키는 약(소염제)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이다. 또한 여러 종류의 해열 진
통제들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상승 작용을 응용한 방법이다.
#2 상가 작용
서로 다른 두 가지 약물을 어느 정도 용량내에서 동시에 투여했을 때 그 효과가 각
각의 약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작용을 더한 것과 거의 같을 때를 말한다.
이러한 궁합은 '본전치기의 궁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가 작용의 예에는 고혈압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레제르 핀(상품명:레셀핀)
과 치아자이드(상품명:다이클로지드)의 병용이 있다.
#3 길항 작용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약물을 어느 정도 용량내에서 동시에 투여했을 때 그 효과가
각각의 약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작용을 더한 것보다 약한 작용이 나타나
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작용은 '밑지는 궁합'의 예가 될 것이다.
이렇게 약물의 궁합이 나쁜 이유에는 첫째 두 약물이 서로 같은 부위의 약물 수용체
에 작용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약하게 나타나는 것(약리학적 길항 작용), 둘째 두 약
물이 서로 반대의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약하게 나타나는 것(생리학적
길항 작용), 셋째 한 약물에 의해 다른 약물의 체내 유효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효
과가 약하게 나타나는 것(생화학적 길항 작용), 넷째 산성 약물과 알칼리성 약물을 함
께 사용하는 경우와 같이 두 약물의 화학적 성질이 반대이기 때문에 효과가 약하게 나
타나는 것(화학적 길항 작용) 등이 있다.
약리학적 길항 작용의 예는 아세틸콜린과 아트로펀의 병용이고, 생리학적 길항 작용
의 예는 에피네프린과 아세틸콜린의 병용이다. 또한 생화학적 길항 작용의 예는 테트
라사이클린과 위산 중화제(중조, 알미늄, 칼슘, 마그네슘을 함유하는 겔포스, 노루모
같은 약)의 병용이고, 화학적 길항 작용의 예는 비타민 C(아스코르브산)와 중조의 병
용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상과 같은 약물의 궁합들을 고려해서 약을 사용하도록 결정하
는 일은 소비자가 아니라 의사나 약사와 같은 전문가의 몫이다. 그리고 아직 약물들의
병용 관계가 모두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며, 특히 한약과 양약의 관계는 앞으로 계
속해서 연 구해야 할 과제들이다.
따라서 어떤 약들이 어떤 궁합을 가지는지에 대해서 모든 소비자들이 자세하게 알
필요도 또 알 수도 없지만, 모든 약물에는 좋은 궁합과 나쁜 궁합이 있음을 생각하여
약을 함부로 이것저것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적어도 2~3시간의 간
격을 두어 각각의 약들이 대사되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
다.
제3장 약은 이런 부작용을 준비하고 있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아플 때 초근목피의 생약을 사용해 왔다. 그러다
가 르네상스 시대에 자연 과학이 발달하면서 생약의 복합적이고 불확실한 문제점을 해
결하고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가 바로 현대 약물학의 시조라고 하는 '파리셀수스
(1493~1541)이다. 그는 수은, 황, 인 등을 질병 치료에 이용하기 시작하였는데, 그의
시도는 현대 의약품 발달의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데 약물학의 아버지인 파라셀수스는 "모든 약물은 바로 독물이며 다만 용량이
문제일 뿐 독성이 없는 약물은 없다."라는 말을 통해서 약물의 독성에 대해 우리의 주
의를 환기시켰다.
요즈음에는 약물의 효과가 얼마나 큰가를 따지기에 앞서,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따질 만큼 독성은 약의 중요한 특성이 되고 있다. 한편 독성이라는 말과 더불어
부작용이라는 말도 함께 사용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다르지만 거의 같은 의미로 사
용되고 있다.
부작용이라는 덫
그러면 우리가 알아야 할 약물의 대표적인 독성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1 간장 장애
간장 장애는 약에 의한 부작용으로서는 가장 주목되고 있고, 화제가 되고 있다. 실
제로 모든 약은 일종의 독물(화학 물질)이므로 우리 몸에 들어온 다른 모든 독물과 마
찬가지로 간장에서 해독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먹은 약이
라 할지라도 일단은 간장에 부담을 준다고 생각해야 한다.
약을 계속 복용하다가 황달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간세포 자체에 장애가 미친 경우이
다. 또한 담즙의 분비를 원활하지 못하게 하여 울체(빠져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는 상
태)가 일어나서 황달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항암제나 항결핵약 그리고 몇몇 항생제는 간세포 자체를 침범해서 황달을 일으키는
데, 이 경우 완전한 회복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한편 담즙 울체성 황달은 호르몬계 약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구피임약,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단백동화스테로이드(근력 강화제로서 올림픽 출전 선수들
이 성적 향상을 위해 사용하기도 하고, 마비의 회복에도 사용하는 약)등의 약을 지나
치게 사용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약 복용을 중지하면 차차 회복된다.
어떠한 간장 질환을 앓고 있든지 약을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 약이 꼭 필요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2 신장 장애
약을 사용한 후에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손이나 발이 붓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
한 부종은 약물에 신장 장애의 전형적인 예이다. 약물에 의한 신장 장애는 이미 신장
에 어떤 병이 있는 경우나 생리적으로 그 활동이 약해져 있거나 아직 발육이 충분하지
않은 단계(유아)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 장애의 정도가 커진다.
항생제, 설파제 같은 항균제, 일부 진통 해열제는 특히 신장 장애를 일으키기 쉬운
약물이므로 신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런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세심한 주의
가 필요하다.
#3 대사 장애
우리 몸의 각종 대사 중 약물에 의한 대사 장에는 주로 지방의 대사와 물의 대사에
관계된 것이 많다.
지방 대사 장애일 경우에는 지방이 쌓여서 얼굴이 둥글게 변하고, 물 대사 장애일
경우에는 온몸이 부어서 체중이 증가한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크게 유행했던
살찌는 약 '부신피질호르몬'은 그 부작용으로 얼굴이 둥글어지고(만월형 얼굴)살이 찌
는 현상을 보였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부작용을 효과로 믿었던 어처구니없는 시
대가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변화가 부신피질호르몬의 무서운 부작용으로 밝혀져 있고 그 외에도
부신피질호르몬에는 다른 무서운 부작용들도 많이 있음이 밝혀져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더구나 살찌는 약으로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아직도 신경통 치료제로 오이씨약으로 통하는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찾는 할머
니들을 가끔씩 만나게 된다. 약사가 그들에게 그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아무리 설명해
줘도 "나야 뭐 갈 데라고는 한 군데뿐이다. 계속 사용하다 갈 때 되면 가야지, 그 약
안 먹는다고 다시 젊어지는 것도 아니고......."라고 하는데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게
된다.
또한 가끔씩 한약 먹고 살쪘다는 불평을 하는 환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한약 속에
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앞으로 계속 연구되어야 할 것으로 생
각된다.
또 이와 달리 반대로 살 빼겠다고 젊은 아가씨들이 자주 사용하는 라식스 같은 이뇨
제(원래는 고혈압이나 부종에 사용하는 약이다)를 연속적으로 사용하면 각종 대사 장
애를 일으켜 혈액 속의 칼륨이 부족하게 되거나, 혈액 속의 당분이 높아지기도 하고
손변 중의 요산 농도가 높아지기도 하는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
#4 혈액 장애
약물에 의해 유발되는 혈액의 장애에는 클로람페니콜이라는 항생제 및 설파제에 의
한 백혈구 감소증, 과립세포 감소증, 재생불량성 빈혈, 출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 등
의 무서운 부작용이 있다.
이러한 약들의 사용이 외국에서는 엄격히 규제되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
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는 아직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거의 손을 못 대
고 있는 실정이다.
혈액 장애를 유발시키는 또 하나의 약은 항갑상선 계통의 약이다. 항갑상선약은 갑
상선 이상에 대한 치료제인데, 갑상선 질환은 95%이상이 여성에게 오는 병으로, 그 약
을 복용하면 백혈구의 감소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약물에 의한 혈액 장애는 한꺼번에 저항력이 저하되어 또 하나의 새로운 병을
불러들이게 되어 위험도가 증가되는 무서운 부작용도 있다.
#5 내분비 장애
내분비액은 침이나 위액, 췌액, 담즙 등의 소화액처럼 외부로 분비되는 것과는 달리
몸 안으로 분비되는 특수액으로 우리 몸의 각종 호르몬이 여기에 들어간다. 즉 남성호
르몬과 여성호르몬과 같은 성호르몬이 있고 또한 갑상선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인슐
린 등이 바로 내분비액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러한 여러 가지 내분비액 계통의 약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그
사용이 하루나 이틀 정도의 단기간으로 끝나면 별문제가 없지만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내분비 장애라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즉 내분비액을 분비하는 분비선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오랫동안 외부에서 계속해 주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분
비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그 기능을 잃게 되어, 분비기관 자체가 위축상태에 들어가
버린다. 따라서 그러한 내분비액을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사용 목적이 달성된 뒤에도
그것을 외부에서 계속적으로 투입시켜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
이미 대사 장애에서 언급한 바 있는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대사
장애에 의한 부작용 말고도 부신기능(몸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는 기능- 스트레스 대응기능)의 저하가 일어나 몸의 저항력 감퇴나 근무
력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약물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는 같거나 비슷한 약물이나 음식에 의해 이미 노출된 적이 있어서 다
시 노출되면 그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약물과 접촉한 일이
있는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난 다음(보통 7~14일 후)그 약물 또는 비슷한 약물에 다시
노출될 때 '항원-항체'반응이라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알레르기 반응은 그 정도가 미약한 피부염에서부터 혈액, 간장, 기관지, 신장 등에
서 나타나게 되는데, 심한 경우 치명적인 경우(아나필락시스라고 한다)도 있다. 약물
알레르기를 자주 일으키는 약으로는 페니실린계 항생제, 아스피린 등의 피린계 해열
진통제, 설파제, 프로카인과 같은 국소 마취제 등이 있다.
약물 알레르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약물을 피부에 소량 투입하여
미리 검사해 보는 피내 반응이나 결막 반응 등을 응용하기도 하지만 불확실하거나 그
자체로도 치명적인 경우가 있다.
따라서 알레르기가 쉽게 일어나는 체질인 사람은 모든 약을 사용 할 때 최소량부터
시작하고, 또한 한 번 사용으로 알레르기가 발생하면 즉시 그 약의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의하여야 한다.
#7 발암 작용
암이란 우리 몸의 정상 세포가 아닌 비정상 세포가 갑자기 많이 증식하는 병으로서,
우리 나라 사람의 주요 사망 원인 중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은 방사능, 바이러스,
또는 발암 물질 등에 의해서 생기는데, 발암 물질 가운데 약물도 포함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담배와 같은 기호품 외에도 벤조피렌, 나프탈아민, 니트로소아민, 우레탄 등이 발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 중의 일부도 발암 물질의 가능성
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하니 약을 사용하기 전에 발암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8 최기형 작용
약물에 의해서 기형아가 태어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사항에 대해서는 (임산부와
약)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9 약물 의존성
약물을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면 마침내는 그 약물이 있어야 정상 생활을 하는 상태
까지 나타나게 되는데, 이 현상을 약물 의존성이라고 한다. 그러한 약물 의존성을 일
으키는 약으로는 마약류, 진정제, 수면제, 알코올, 담배 등이 있다.
약물 의존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정신적으로만 약물을 갈망하는 상태
로서 이것을 '정신적 의존성-습관 작용'이라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정신적으로 그
약물을 갈망할 뿐 아니라, 그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구토, 경련, 혼수상태, 불면 등의
여러 가지 병적 증상, 즉 금단 증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이것을 '육체적 의존성-약물
탐닉'이라고 한다.
약물 의존성에는 대개 약물의 내성이 함께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내성은 어떤 약물
을 오랫동안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그 효력이 점차 약화되는 성질을 말하는데, 이러
한 경우 원하는 약효를 얻기 위하여 용량을 점차 늘여야만 한다.
한편 어떤 약물에 내성이 생겼을 때, 그 약과 구조나 작용이 비슷한 다른 약물에 대
해서도 내성이 형성되는 수가 있는데, 이를 교차내성이라고 한다. 교차내성의 예로는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마취약 '에테르'나 진정제 '바르비탈'에 대해서도 내성이 생긴
다.
#10 기타
신경 안정제를 계속해서 사용하면 파킨슨증후군(몸이 떨리고 가면을 쓴 것 같은 표
정과 근육의 강직 상태를 일으키는 병, 추체외로증이라고도 한다)을 일으키게 된다.
술을 장기간 많이 마시거나 부신피질호르몬제나 콜리스틴 일부 항생제를 장기간 또
는 다량 사용하면 신경성 근무력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정신질환자에게 많이 사용하게 되면 신경과민이나 성격 변화,
다행증(행복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고혈압이란 원래 장기간 계속되는 증상이기 때문에 한 가지 약이 선택되면 장기간
연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고혈압약의 장기간 사용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
면 그 가운데 약15%가 억제상태(만사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
타났다. 특히 '레제르핀(상품명: 레셀핀)'이 그러한 결과를 많이 가져오는 것으로 보
고되고 있다.
우울증이 심할 때 항우울약으로서 '이미푸라민'이나 '아미트립틸린'이 많이 사용되
는데, 이들의 과량 복용에 의해서 환각이나 착란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상과 같이 수많은 부작용의 덫에 걸리지 않고 우리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서는 먼저 평소에 몸을 튼튼히 유지하여 약 쓸 일을 없애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부득
이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가 발생했을 때는 여러 가지 규정을 잘 지키고 사용 도중에
불쾌감이 생기거나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약에 의한 부작용에 대한 문제는 자기 자신도 책임이 있음을 주목해서 적어도 자기
의 몸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전문가가 되도록 마음을 쓸 필요가 있다. 즉 '자기 자신
의 건강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약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병을 치료하거나 또는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종류의 약을 규정된 용량만큼 사용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작용이 일어난 것을 부작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부작용이라고 하는, 기대한 효과와는 다른 작용이 모든 약에 다양하게 따라다닌다.
물론 이러한 기대치 않은 작용이 모든 사람에게서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몸이 비명을 지르는 이 부작용은 왜 일어나는가 그 원인을 알아보자.
#1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적합한 용량은 없다.
똑같은 질병에 대해 똑같은 종류, 똑같은 용량의 약을 투여해도 그 효과나 민감한
정도가 크게 다를 때가 많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체질 즉 흡수 속도, 대사 속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콧물이나 피부병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나 진정
제, 진통제 계통의 약은 그러한 특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약이다.
콧물이 날 때 항히스타민제인 콘택 600 한 알을 복용하면 코는 금방 마르지만 그 후
유증으로 이틀 정도는 비몽사몽간을 헤매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체질도 있다. 그런
데 건장한 남자들은 콘택 600 두 알을 한꺼번에 먹고도 아무렇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
히려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
에 비해 약에 훨씬 민감한 편이다.
수면제 같은 약도 마찬가지이다. 잠이 안 온다고 수면제를 한 알 한 알씩 계속 집어
먹다가 사망하는 사건도 가끔씩 있지만, 반면에 자살할 목적으로 수면제를 100알 넘게
한꺼번에 먹었는데도 며칠동안 잠만 실컷 자다가 깨어난 사건도 전해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약물에 대한 신체 적응력의 차이는 사람에게만 있는 일은 아니다. 동물실험
에도 치사량(그만큼 사용하면 생명을 잃게 되는 양)을 투여하거나, 심지어 그 이상을
추가하여도 결코 죽지 않고 생생한 것이 있다. 반대로 안전량이라고 하는 양 또는 그
이하의, 도저히 효능을 얻을 수 없는 정도의 양에도 움직임이 둔해지고 결국에는 죽음
에 이르는 것도 있다.
따라서 약의 일반적인 안전역이라는 것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고 약을 사용할 필요
가 생겼을 때는 잘 듣는 약일수록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또한 약을 장기간에 걸쳐
서 사용하게 되면 처음에는 별 영향이 없지만, 약이 몸 안에 쌓이면서 어느 정도 시간
이 지나고 나서 좋지 못한 증상을 나타내는 종류도 있다.
약에 대해서 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 중에는 "나는 이 정도로 많이 먹지 않으면 효
력이 없다."고 하면서 정해진 용량을 훨씬 초과해서(때로는 2~3배 이상까지도)복용하
는 경우가 있는데, 우선 당장의 효과도 좋지만 많은 양의 약이 간장이나 신장 등 내장
에게 주는 부작용을 생각해서 고쳐야만 할 복약 습관이다. 이렇게 약에 대해 강한 사
람은 간장이나 신장 등의 내장을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나쁜 체질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평균 수명까지 건강하게 몸을 유지하겠다면 말이다.
또한 평소부터 약에 민감한 사람이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 규정량보다 약간 적은 양
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항히스타민제나 진통제와 같이 민감하게 반응이
나타나는 약은 적은 양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규정량으로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 많도록까지 늘려 나가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2 신생아나 조산아와 같이 체내 처리능력이 불충분한 사람은 요주의
보통 시판하는 어린이용 시럽제는 대부분 생후 3개월까지의 어린이에게 사용하지 못
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3개월 이후의 어린이라도 약을 사용할 때는 복용 후의 반응
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신생아나 조산아 그리고 일부 유아는 간장의
활동이 아직 불충분하고 또한 신장의 배출기능도 극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
생제 등을 사용하면 몇 할 정도는 대사도 되지 않은 채 배설도 되지 않고 체내에 잔류
해서 중독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한편 우리 몸의 혈액 속에는 빌리루빈(황색의 담즙으로 유독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상인의 경우 혈장의 알부민(단백질)과 단단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
에 인체에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신생아, 조산아에게는 혈장 알부민이 모자
라 항상 과포화상태(약간의 알부민에 많은 빌리루빈이 결합되어 있는 상태)에 있기 때
문에 다른 독물을 무독화시킬 혈장 알부민 양에 여유가 없거나 오히려 모자라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에 있을 때 약물 등 독물에 가까운 물질이 들어가면 빌리루빈과
결합하고 있던 알부민은 빌리루빈을 버리고(결합상의 경합현상이라고 부른다)밖에 들
어온 독물과 결합해 버리기 때문에 혈중에는 빌리루빈이 부족하게 되어 활달이 된다.
신생아나 조산아에 설파제 같은 화학 요법제가 들어간 감기약 또는 항균 작용약(박
트림 시럽)을 사용하면 '핵황달'을 일으키는 것은 그 때문이고, 빌리루빈이 뇌 속에
들어가 뇌의 기저핵을 노랗게 염색해서 중추신경에 반영구적인 장애를 남기는 경우까
지도 있다.
#3 특이체질은 약물 부작용을 준비하고 있다.
약국에서 두드러기(피부 알레르기)에 의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돼지고기와 생선을 먹었는데, 왜 남들은 멀쩡하고 나
만 혼자 두드러기가 납니까?"
쉽게 이야기하자면 선천적인 특이체질의 사람들은 특정 음식에 이상하게 강한 반응
을 나타내는데, 이 현상은 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르핀 등의 마약은 일반적으로 중추신경계의 활동을 억제하고 기분 좋은 가수면상
태(졸리운 정도)에 빠지게 만드는데 특이체질인 사람 중에는 이 약을 먹으면 거꾸로
이상흥분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진통 해열제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아스피린을 대량으로 쓸 때에는 이명(귀가 울
리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런데 특이체질의 경우에는 보통의 양에서
도 이명을 일으킨다.
특이체질의 사람에게 무슨 부작용이 생길지는 예측하기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과학
적 해명도 아직까지 정확히 이루어져 있지 않아 유감스럽다.
특이체질인 사람은 스스로 음식이나 약물 등 일상적인 생활에서 많으 주의가 필요하
다.
#4약물 알레르기(특정 약에 민감하게 반응)
병원이나 약국에서 의사와 약사에게 가장 두려운 대상 중 하나는 분명 약물 알레르
기일 것이다. 대부분의 약사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자신의 환자가 약물 알레르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약물 알레르기 반응에서 가장 흔한 증상에는 피부, 발진, 발열, 혈관 장애, 혈액 변
화, 아나필락시스 쇼크(알레르기가 강해진 것)등이 있다. 이러한 알레르기 증상 중에
서도 피부 발진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일시적인 발진을 보이다가 비교적 빨리 회복되
는 것으로부터 주기적으로까지 발전하는 자반(출혈반)이 일어나거나 피부가 벗겨지는
심각한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혈관 장애는 혈관염의 형태로, 혈액 변화는
골수에서 혈액이 생산되지 않게 되는 고도의 빈혈이나 황달을 일으키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후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약물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살아가면
서 우연히 어떤 항원(몸이 저항하는 어떤 물질-그것이 약일 수도 있고 그에 가까운 물
질일 수도 있다)이 체내에 1~2회 들어온 적이 있어서 그에 대한 항체(항원을 이기기
위해 몸 안에서 특별히 만들어진 물질)가 몸 안에 만들어진 뒤에, 그 항원과 닮은 약
을 사용하게 되면 항체는 그것이 항원인 줄로 착각하여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 곧
약물 알레르기 반응이다.
원래 약은 모두 흡수되기 쉽도록 분자량이 작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약 자체가 그
대로 항원이 되는 일은 없지만 체내의 단백분자와 강하게 결합하는 경우에는 항원으로
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한 번 알레르기를 일으킨 약물에 대해서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게 되는데, 그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약물에 대해서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등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약물 알레르기가 언제 발생될는지를 모르는 것이 의사와 약사에게 가장 두려
운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던 약에서 갑자기 알레르기를 일
으켜 위험에 빠지기도 해, 마치 약을 처방한 의사나 약을 판매한 약사의 실수로 그러
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오해받기 쉽다.
어떤 약물에 대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를 알면서도 부주의하게 처방이나 판매한
결과 알레르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몸에 특정 약물에 대한 항체가 갑자
기 만들어진 후에, 그 사실을 모르고(아무도 알 수 없다)처방했거나 판매한 후에 발생
된 알레르기에 대해서는 의사나 약사도 어쩔 수 없는 예방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약이든지 한 번 먹고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기면 즉시 약을 중단하고, 그
약을 준 의사나 약사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 '괜찮겠지' 하며 방심하고 그 약을 계
속 사용하면 위험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피린계 부작용이니, 페니실린계 부작용이니, 설파제 부작용이니 하는 알레르기들이
이러한 이유에서 발생한다.
제4장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아이들의 병은 밤에 잘 찾아온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때는 애들이 아플 때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애들에게 병이 생기면 부모는 당황하여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낮에는 잘 뛰어 놀고 잘 먹고 하다가도 잠을 자야 할 밤이 되어서,
또는 자다가 깨어서 아프다고 울고 보채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낮에는 노느라고 정
신이 팔려 아픈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놀이가 다 끝난 밤이 되면 그제서야
아픔을 느끼고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밤이 되면 기온과 습도가 변하기 때문에 기침이나 콧물 같은 호흡기 질
환이나, 체온이 높아지고 통증이 커지는 염증성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체 생리적으로도 혈액순환이나 기타 모든 기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낮에 비해 피로
가 쌓이는 밤에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병원균이 낮에 침입하더라도 그 증후와 증
상은 밤에 발생하기 쉽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노인들
은 야간 발병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밤에 가족들이 아플 때 위급한 경우는 당연히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되겠지
만, 그렇다고 콧물이나 기침 또는 근육통 정도로 응급실을 찾기는 어렵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집집마다 상비약통을 설치하고 그 속에 다음과 같은 약들을 항상 비치해 두
면, 갑자기 찾아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질병에 대비할 수 있다.
#1 발열시의 해열 진통제
#2 통증이 일어났을 때의 진통제
#3 복통이 일어났을 때의 진통제
#4구토증이 일어났을 때의 제토제
#5설사가 일어났을 때의 지사제
#6변비가 심한 경우의 완하제
#7감기가 들었을 때의 감기약
#8소화가 안 될 때의 소화 효소제
#9속이 쓰릴 때의 제산제
#1 0어깨결림이 심할 때의 근이완제
#1 1출혈이 있을 때의 지혈제
#1 2어지러울 때 진정시키는 안정제
#1 3잠들지 못할 경우의 수면제
#1 4협심증 등 흉통 동계에 쓰는 강심제
#1 5구내염에 대한 도포제
#1 6근육통 등 통증에 쓰는 파스제
#1 7피부 가려움증에 쓰는 연고제
욕심을 부리면 끝이 없겠지만 이 가운데에서 몇 가지 종류 정도를 선택해서 준비해
두면 일단 유사시에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외상이나 화상 등을 고려하여 소독약, 반창고, 밴드, 붕대, 탈지면,
바셀린 등과 여름에는 살충제 등을 준비하면 안심이 될 것이다. 또한 의료보조기구로
서 체온계, 핀셋, 가위 등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각종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는 영양제나 요즘 특히 많이들 사
용하고 있는 약물 유형의 건강보조식품도 상비약의 범주에 들어간다.
상비약을 잘 사용하는 법
좀 우습게 들리겠지만 상비약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그만큼 가족이 아프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니까. 즉 상비약은 반드시 사용하기 위
해서라기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유사시를 대비한 일종의 가벼운 질병 보험이라고 생
각하는 것이 좋겠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하물며 제 돈 들여 사다 놓은 상
비약은 얼마나 아깝겠는가마는, 상비약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사용법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약국에서 상비약으로 사 가는 의약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약 중
하나는 소화제이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집집마다 빠짐없이 준비해 놓
는데, 마시는 소화제를 사 가는 주부들의 한결같은 걱정은 '식구들이 마시는 소화제를
오며 가며 한 병씩 음료수 마시듯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상비약의 가장 큰 문제
점은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오.남용하기 쉽다는 것인데, 우리들
이 의약품의 오.남용에서 벗어나 상비약을 부작용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
은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1 설명서를 잘 읽자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입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그 자리에서 약 포장지와 함께 설명
서를 꺼내 읽지도 않고 휴지통에 넣어 버린다. 여러분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우리 나라 의약품의 설명서는 한마디로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따라서 웬만
한 사람들은 자세하게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도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자세하게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의약품 설명서가 전문가를 대
상으로 하여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 외국에서는 컬러 화보를 곁들여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의약 품 설명서가 선보이
고 있다고 하니, 외제 의약품 수입 잘 하는 우리 나라 제약회사들도 곧 시도하리라고
기대해 보지만, 그때까지 설명서가 어렵다고 내팽개칠 것이 아니라, 의약품을 구입한
약국에서 약 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 내용을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설명서를 보면 붉은 글씨로 많은 내용이 씌어 있는데, 그것은 모두 그 약품의 부작
용에 관한 내용이다. 부작용이 하도 많아 그것들 만 보면 의약품을 사용하기가 겁나지
만 자세히 읽어 보면 소수의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므로 자신에게 그 내용이 해당되
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이용하면, 그다지 두려워할 것은 없다.
자동차 사고가 겁난다고 걸어만 다닐 것인가, 전자파의 유해가 겁난다고 TV를 안 볼
것인가? 의약품은 인간 수명 연장에 가장 중요한 몫을 해 왔을 정도로 꼭 필요한 문명
의 이기이며 무조건 피할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사용할 것도 아닌, 의사와 약사의 올
바른 조 언과 환자나 소비자의 현명한 사용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되는 생활 필수품이
다.
설명서를 읽으면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적응증-한 가지 약이라도 그 적용 범위는 다양하므로,
사용량-약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고 나이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므로,
사용 간격 -최고의 효과를 위해서는 사용 간격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사용 규정 -식전이나 식후 또는 식간의 규정을 지키는 것은 효과를 높이므로,
유효 기간-유효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떨어지거나 독성이 생기므로,
보관 방법 -보관 방법에 따라 효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부작용-갑자기 발생하는 쇼크 등을 대비하여,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자, 설명서를... '이라는 노래라도 만들어 불러
야겠다.
#2 상비약 보관은 자물쇠로
일단 준비한 상비약은 구급약통에 넣고 반드시 자물쇠로 잠궈야 한다. 물론 상비약
이 아니라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계속 사용하고 있는 약도 함께 넣어야 한다. 특히 어
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훨씬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갓 기어다니거나 걸음마를 시
작 한 어린이들은 그들의 호기심을 발동한 물건에 대해서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재빠르게 다가가서 손에 쥐고, 일단은 입에 넣는다.
"우리 애가 시럽 반 병을 다 마셨는데 어떻게 해요?" 하면서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
로 약국에 전화를 한 엄마들에게 대처 방법을 일러 주면서도, 답답하기 짝이 없게 느
껴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3~6세의 유치원 다닐 나이의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인 소꼽장난 중 하
나가 병원이나 약국 놀이인데, 구급약통에 자물쇠가 잠궈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
이 별다른 참견을 하지 않는 다면 상비약은 소꼽장난의 소재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되지 않겠는가?
상비약은 사용할 때나 사용하지 않을 때나 항상 요주의 대상이다.
#3 갑자기 찾아온 두 가지 증상-가장 괴로운 증상에 대한 약부터 사용하자
예를 들어 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고 기침이 심해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열제와
진해제를 한꺼번에 먹어도 될 것인가? 아니면 하나씩 따로따로 먹어야 할 것인가?
이럴 때의 원칙은 약을 사용해야 하는 증상과 괴로움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확인해서
가장 괴로움이 큰 증상에 대한 약을 우선 사용하고, 증상의 개선상태를 확인한 다음에
(적어도 30분에서 한 시간의 간격을 둔 후에) 또 하나의 증상에 대응하는 약을 사용하
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이다.
상비약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약을 사용할 때 한꺼번에 또 중복하여 종류가 다른 두
가지의 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 원칙이다.
#4 용도가 상반되는 약은 동시에 복용하지 말자
부득이하게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구역질이 나면서 배
가 아플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는지? 아마도 대부분 제토제와 진경제를 한꺼번에 복
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제토제는 위장의 움직임을 왕성하게 하는 성질의 약이고, 진경제는 위장의
과열된 움직임을 막고자 하는 약이므로 이 둘을 동시에 복용하게 되면 서로 효과가 상
실되어 효과가 작아지게 된다. 즉 제토제의 영향이 크면 진경의 목적은 충분히 이루지
못하게 되어 계속해서 복통으로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원래 복통을 가라앉힌다는 것은 아픔 그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그렇게 할 수
있는 약은 없다), 복부장기의 부조화를 어떻게든 정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움직임을 활성화시키는 약 (유동을 촉진하는 진토제)이 함께 사용되어 긴장감을 더하
게 되면 고통을 가중시킨다.
이와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
다. 왜냐하면 용도가 서로 상반되는 약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가장 괴로운 증상부터 먼저 해결할 수 있도록 약을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5유효 기간이 지난 약을 아까워하지 말자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무엇이든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였다. 구멍 난 양말은 전구를
끼워서 기워 신었고, 어른 옷은 아이 옷으로, 아이 옷은 행주나 걸레로 이용하는 등
입을거리에 대한 절약 정신과 이에 못지않게 먹을거리에 대한 애착도 강하였다. 먹다
남은 밥은 쪄 먹고, 볶아 먹고, 죽 끓여 먹고 그러다가 상한 밥마저도 물에 몇 번이고
씻어서 먹고, 도저히 먹지 못할 정도로 상한 밥은 풀 쑤어서 옷에다 입혔다.
지난 3~40년 동안 우리 나라의 경제는 많이 발전하였고 생활도 풍요로워져서 그러한
옛날 어머니들의 절약 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아직도 약국을 찾는 환자 중 주
부들의 소화불량이나 식중독 등은 식구들이 남긴 음식이 아까워서 다 먹어 치운 후유
증으로 인한 경우가 더러 있다(대부분 약간 이상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냥 먹었다고들
한다).
그런데 아무리 절약 정신도 좋지만 상한 음식 버리지 않고 아끼려다 탈이 나서, 몸
축나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보게 된다면 절약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낭비가 아니겠는
가? 유효 기간이 지난 약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유효 기간이 지난 약은 두 가지로 나
뉜다. 마치 음식이 시간이 지나면 상하지는 않고 말라 버려 못 먹게 되는 것이 있는
것처럼 약에도 상하지는 않고 효력만 떨어지는 것이 있다.
또한 음식이 상하면 독성이 생기는 것처럼 변질되는 약도 있어서 예기치 않는 부작
용을 일으키는 것도 있다(오래 되어 변질된 테트라 사이클린으로 파코니증후군이라는
병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은 약사와 같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
으므로 유효 기간을 넘긴 약은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유효 기한이 다가온 약이나 눈으로 보아 변질이 명백한 경우는
일찌감치 교환해 두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상비약에 대한 여러 규칙을 잘 지킨다면 여러분은 상비약에 대해서 이
미 반 약사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5장 약과 음식물의 궁합
약과 술
요즘 신문의 기사 중에는 청소년의 탈선을 심각한 문제로 다루고 있는 경우를 심심
찮게 볼 수 있다. 청소년의 탈선은 여러 가지 형태 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환각 작용
이 있는 약물복용이 심각하다. 환각 작용이 있는 약물을 복용할 때는 으레 술과 함께
복용한다는데, 그렇게 술과 함께 복용하면 효과가 훨씬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체내의 모든 대사기능을 저해하는 작용이 있다. 물론 체내 대사기능에는
약물을 무효화시키는 기능도 포함된다. 따라서 알코올이 이 기능을 저해시키는 상태에
서 약을 먹게 되면 약의 효과가 매우 강해지는 것이다.
특히 알코올에 의해 그 효과가 강해지는 약에는 아세트아미노펜 (해열 진통제), 디
아제팜(수면제), 메프로바메이트(정신 안정제), 톨부타마이드(혈당 강하제), 페니토인
(간질 치료제), 포수클로랄(마취제) 등이 있으며 기타 항히스타민제, 혈압 강하제, 현
기증 치료제, 혈관 수축제, 혈관 확장제, 항생제 등도 포함된다.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술과 수면제를 함께 사용하다가 영원히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가끔씩 생기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일반적인 알코올의 영향과는 반대로 만성 알코올중독자의 경우는
약효가 없어지게 된다. 술을 매일 많이 마시는 술고래들은 소위 약발이 잘 안 받는다
(약의 효과가 잘 안 난다)든가 마취가 잘 안 된다든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그
말은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다. 즉 술을 매일 많이 마시면 술을 분해하기 위하여 대사
가 증가하게 되어, 그 대사기능이 약도 빨리 무효화시켜 버리므로 약의 효과가 없어져
버린다.
신체는 매우 정교한 화학 공장과도 같아서 밖에서 독물이 끊임없이 들어오면 그 독
물의 파수꾼인 간장이 단련되어 점점 커진다. 그래서 간장가능은 점점 발달하고, 윗배
도 점점 불러진다. 술꾼들이 스스로 배가 나온 것을 '술배' 라고 지칭하는 것도 일리
가 있는 말이 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보아
왔다.
약국에서 아세트아미노펜(해열 진통제)을 사 먹은 환자가 달려와 서 "이 약국은 참
엉터리야. 약 먹어도 하나도 안 낫는다"라고 투정하면 약사는 일단 그 사람이 평소에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인지 의심해 본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약은 아세트아미노펜뿐 아니라 신경 안정제 같은 종류도 마찬가
지이며 아이나(결핵약)와 쿠마린(혈액응고 방지제) 그리고 페니토인 (전간 치료제)의
효과도 없어진다.
이렇게 술이 약에 미치는 영향과는 대조적으로 약이 술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경우
도 있다. 항생제 편에서 언급할 세펨계 항생제 중 주사약의 일부는 체내에 들어가서
알코올의 대사를 억제시켜 취기(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토하게 되며 숨이 차는 등의 현상)를 강하게 해 준다.
또한 '시안아마이드'라고 하는 약은 알코올을 혈액 중에 축적시키는 작용을 한다.
물론 소위 '술 끊는 약'이라고 알려진 디설피람 (상품명: 알코올스톱, 알코올빙)을 복
용하고 술을 마시면 이들과 유사한 작용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이상과 같은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술을 먹고 약을 먹어서도 안 되고 또한 약을 먹고 술을 먹어서도 안 된다
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물론 한약 중에는 간혹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처방의 약도 있기는 하다.
그러한 처방이 만들어진 것은 이미 천 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 당시에 술과 약과의
화학적 작용을 알았을 리 없으며 경험적으로 그러한 처방의 효과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이럴 때는 물론 소량의 술로 제한해야 될 것이다.
약과 담배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 약을 복용했을 때 약의 효력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것은 약을 준 의사나 약사의 책임이 아니라 담배를 평소에 많이 피운 사람 자신의 책
임이다. 왜냐하면 담배는 우리 몸에서 볼 때 전형적인 독물이므로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니코틴의 독성을 해소하기 위해 간장에서 대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평소에 간장
의 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약을 복용해도 빨리 대사가 진행되어 약효가 빨리 없어지
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과 안티피린(해열 진통약), 프로프라놀올(부 정맥 치료제), 디
아제팜(신경 안정제), 페나세틴(해열 진통제), 테오필린(천식 치료제), 이미프라민(항
우울제), 와파린(혈액응고방지 제) 등의 약은 끽연으로 인해 효력이 감소하는 종류이
다.
한편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끽연가에게는 간장의 대사로
여성호르몬이 적어져서 불임의 원인으로 작용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임신
중인 여성이 흡연을 하였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도 많지만, 임신하지 않았더라도 앞으
로 임신할 계획이라면 흡연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약과 커피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하루에 몇 잔씩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또한 가정
주부들도 커피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는 문화가 정착하게 된 것
은 매스컴 덕분인 것 같다. TV 드라마나 라디오의 음악 프로그램을 보거나 듣고 있으
면 분위기가 그럴 듯할 때마다 '커피 한 잔의 유혹'이 등장한다.
여러분은 약을 사용하는 도중에 커피 마신 경험이 있는지? 또 커피를 마시면서 약과
혹시 무슨 상관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
커피나 코코아 같은 차 속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한 잔의 커피 속에는 카페인이 1
00一150mg 들어 있고, 콜라에도 소량 포함되어 있다). 카페인은 대뇌를 자극하여 졸음
을 쫓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 때문에 다른 국산 차보다 커피가 애용되기는 하지만.
카페인은 이러한 각성 효과뿐 아니라 심장 박동을 증가시켜 가슴이 두근거리며 이뇨
작용을 증가시켜 소변이 자주 마렵게 한다.
이러한 카페인의 여러 작용 중 각성 효과를 이용하기 위해 대부분의 복합 진통제(예
를 들어 게보린, 펜잘, 암씨롱, 진알지 등)에는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강심제
의 종류 중에도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중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복용하게 되는데, 갑자기 가슴이 마구 뛰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증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항히스타민제(콧물약이나 두드러기약에 들어 있다) 등과 같이 졸음이 오는
약을 먹었을 때 커피를 마시면 그 현상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 드링크류(박카스, 원비, 구론산 등)에도 대부분
카페인이 들어 있다. 따라서 드링크와 카페인이 함유된 약을 복용하거나, 드링크 마시
고 커피 마시고 하면 카페인 과잉상태가 된다.
약을 사용하고 있을 때는 그 속에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지, 함유되어 있다면 그
양이 얼마인지 아는 것이 좋다.
약과 식욕
체중조절을 위한 소위 살 빼는 약의 작용기전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식
욕억제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춘기의 소녀나 미혼여성과 같이 한참 외모
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요즘의 사람들은 대부분 '날씬병'에 걸
려 있는 것 이 아닌가 할 정도로 체중조절에 관심이 많다.
하기야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전국민이 '비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니 납득이 가
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살 빼기 위해서 식욕억제제를 이용하는데, 식욕억제
제의 대부분은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약들의 부작용을 이용한 약이다.
니코틴을 복용하는 일은 드물지만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니코틴이 흡수되면 위액의
분비가 감퇴하여 식욕이 없어진다. 또한 위액의 분비가 억제되어 식욕이 감퇴되는 약
에는 각성제도 포함된다.
나이 든 남성이 걸리는 전립선비대라는 병을 치료하는 약 중에는 윗입술과 잇몸 사
이에 넣어 구강점막을 통해 약이 흡수되도록 한 제형이 있는데, 이것은 혀에 있는 맛
을 느끼는 기관을 변화시켜 음식 맛을 못 느끼도록 만든다.
반대로 식용 증진 작용이 있는 약도 있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밥 맛 좋아지는 약들
은 물론 그러한 범주에 포함된다. 그런데 원래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였는데, 부작용
으로 식욕이 증진되어 살이 찌게 되는 약으로는 정신 안정제가 있다.
특별한 관계에 있는 약과 음식
홍차나 녹차 같은 떫은 맛을 내는 차 속에는 탄닌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 탄닌
은 철분과 결합하면 철분의 성격을 변화시킨다. 따라서 빈혈등으로 철분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차를 함께 또는 비슷한 시간대에 마시지 않아야 한다. 차를 마시려면
빈혈약을 복용하고, 한 시간 이상 지난 후가 좋다.
또 다음에 나을 항생제편에서도 말하겠지만, 테트라사이클린과 우유(우유 속의 칼슘
과 결합한다)도 비슷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예는 약효를 무효화시키는 종류들이다.
청어나 바나나, 맥주, 치즈, 누에콩, 와인, 간, 효모제품 등과 같이 '티라민'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 음식물은 MAO저해제가 주성분인 고혈압 치료제 파르길린(유토닐)의
작용을 억제시켜 고혈압이나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파른길린을 복용하는 고혈압
환자는 이러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당뇨에 걸려서 혈당치를 낮추기 위해 혈당 강하제를 열심히 사용하면서 단것을 먹으
면 그 작용이 상쇄된다. 또한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이뇨 혈압 강하제를 복용한 경
우, 이 약이 염분을 체외로 배설함으로써 혈압이 낮아지기 때문에 음식을 짜게 먹는다
면 약의 효과는 없어진다.
간질(전간) 환자가 항전간제인 '페니토인'을 복용하고 있을 때에 조미료의 성분인 '
글루타민산 나트륨'을 섭취하면 급격한 흡수로 인해 중독을 일으키고, 전신이 나른해
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시금치 등의 푸른잎 야채는 지혈 작용을 가지고 있는 비타민 K를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쿠마린계의 항응고제인 '와르파린'의 효과를 약화시킨다.
결핵 치료제인 '아이나'를 복용하고 있을 때, 치즈나 정어리를 먹으면 얼굴이 화끈
거리거나 오한, 두통 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치즈 속에 있는 '티라민'이나 생
선 속에 있는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효소가 아이나에 의해서 억제되기 때문이다.
천식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테오필린'을 복용하고 있을 때 석탄으로 구운 고기를
먹으면, 테오필린의 대사가 빨라져서 약효가 없어진다. 왜냐하면 고기를 석탄으로 구
울 때 생기는 '폴리사이클릭 하이드로카본'이라는 물질이 테오필린을 분해하는 간장의
대사 효소를 활발하게 하기 때문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에 사용하는 '티록신'이나 '리오티로닌'은 화학적으로 '요드'를 함
유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양배추와 같이 '치오옥사졸리딘'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
는 야채를 함께 먹게 되면 요드의 흡수가 방해된다.
오렌지 주스 같은 산성 음료는 항생제 암피실린, 클록사실린, 에리스로마이신 등과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들 약은 산성에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제6장 성공적인 악 복용법
배고픔과 약고픔-복용 시간 엄수!
식사 시간이 가까워 오거나 식사 시간을 놓치고 한 끼를 굶으면 우리 몸은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배고픔이란 무엇인가? 음식을 먹고 싶도록 만드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빨리 채워 달라는 아주 효능 좋은 감응기이다.
식사를 거르면 단순히 배만 고픈 것이 아니라 기운이 없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체질의 사람도 있는데,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혈액 속의 에너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라고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낮은 것은 높이고 높은 것은
내리고 또한 많은 것은 버리고 모자라는 것은 채워서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데,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항상성에서 우리 몸에 가장 필요한
조건인 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한 신호 체계인 것이다.
이러한 배고픔에 비유하여 우리 몸의 아픈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이 정
기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치료에 차질이 생기는 현상은 약고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다. 환자가 약을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사용하지 않으면 약고픔으로 인해 혈액 속
의 병과 싸울 수 있는 약물이 유효농도 이하로 떨어져 다 죽어 가던 병원균이나 독물
이 전세를 가다듬어 다시 극성을 부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 몸의 신호 체계는 배고픈 것과는 달리 약 고픈 것에 대해서 민첩하게
작동하지는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정해진 시간을 챙겨서 약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 다. 왜냐하면 먹는 것은 이 지구 위에 생존하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
는 본능인 반면, 약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소산이기 때문이
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의 방어력만을 이용할 뿐이다.
물론 우리 인간도 원래는 고유한 방어력으로만 질병을 이겨 왔다. 즉 병원균이나 독물
의 침입을 받았을 때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조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체내 방어력이 그것을 이기도록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고도로 발달한 첨단 과학의 시대이므로 우리가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
는 방어력이 빨리 병원균을 이기고 원래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의약품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그 사용을 적당히 그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시간을 엄수하여 약고프지 않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빨리 약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약과 물-한 잔 가득 마시자
우리들이 약을 사용하는 가장 흔한 형태는 먹는 약이다. 약을 먹을 때는 반드시 물
로 복용하게 되는데, 이때 물은 단순히 약을 삼키기 위한 존재만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이 약을 삼키는 데 이용될 뿐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가끔씩 물 없이 약 먹는 것을 무슨 묘기라도 되는 듯이 자랑하면서 맨 입에 알
약을 넣고는 꼴깍 하고 삼키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묘기'를 보는 사람도
그것을 별로 제지하는 경우가 없으니, 약에게 있어서 물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약이 원래 목적한 치료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복용한 약이 예정된 도착 부위(대
부분은 소장이고 드물게 위나 대장)에서 잘 녹아서, 혈액 속으로 빨리 흡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흡수된 약은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화학 반응을 통해서 치료에 꼭 필요한
형태로 변하게 된다. 이때 물은 복용한 약이 체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여러 단계를 목적한 바대로 통과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작용
한다.
먼저, 약의 용해는 우리가 설탕물 녹일 때와 마찬가지이다. 즉 똑 같은 설탕이라도
적은 양의 물에서보다 많은 양의 물에서 잘 녹는 것처럼 같은 약을 먹더라도 겨우 삼
킬 수 있을 정도의 물보다는 한 잔 가득히 물을 마시는 것이 뱃속에 들어간 약이 잘
녹도록 하는 비결인 것이다.
둘째, 흡수를 생각해 보면 마치 우리가 좁은 문이나 외나무 다리를 통과할 때와 같
은 이치로 작용한다. 즉 좁은 문이나 외나무 다리를 쉽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함께 가
던 사람과 붙잡고 있는 손이나 팔장을 풀어야 되는 것처럼, 약도 소화관에 나 있는 좁
은 구멍과 혈관으로 들어갈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크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최소한의 크기는 농도가 낮을수록, 다시 말해 같은 약이라도 많은 물
과 함께 복용한 쪽이 훨씬 잘게 나누어져 약이 소화관이나 혈관에 난 미세한 구멍으로
스며들기 쉽다(분자형으로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되어 있다).
물을 조금만 마시면 녹기도 어렵지만 녹은 약 분자가 두세 개씩 아니면 그 이상씩
뭉쳐 있기 때문에 흡수가 원활하지 않다. 따라서 같은 약을 먹더라도 겨우 삼킬 수 있
을 정도의 물보다는 한 잔 가득히 물을 마시는 것이 뱃속에 들어간 약이 잘 녹고 잘
흡수되도록 하는 비결인 것이다.
셋째, 화학 반응을 생각해 보자. 복용한 약은 용해되고 흡수되고 난 뒤에 그대로 질
병 치료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화학 변화를 일으켜 몸에 맞는 형태로 다
시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때 물은 또 한 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약이 체
내에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화학 반응이나 대사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과정에는 반드시 물이 관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의 역할은 비단 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모든 화학 반응에
도 적용된다. 설사가 심하게 일어났거나 사막 같은 곳에서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들에
게 탈수현상이 나타나면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게 되는 이유는 우리 몸 속에서 꼭 필요
한 각종 대사 반응이 물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약에게 물은 없어서는 안 되는 동반자이며 물이 함께 함으로써 비로소 고유
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약을 내복하는 형태로 투여하는 경우에는 그 효
능이 약 30% 정도로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정해진 대로 물을 많이 보충해서 소화관에
서 확실히 녹이고 흡수를 빨리 하고 또한 효력을 높이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물의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가 좋고, 같은 약이라도 규정량을 한 번에
다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약과 음식
#1 식사 시간과 약 복용 시간의 함수관계
많은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의 유형이 있다. 하나는 자신이 사
용해야 하는 약을 아주 정성 들여, 시간을 꼭꼭 맞추고, 사용량을 엄격하게 지키고,
효과에 대한 점검도 아주 세심하게 하는 유형이다. 또 하나는 아마도 대부분 이 유형
에 들어갈 것 같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건망증 때문에 약 먹는 것을 깜박 잊어
버리기 일쑤이며, 더구나 식사를 제때에 하지 못하여 약을 못 먹었다고 변명하는 경우
도 있다. 여러분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우리가 병원이나 약국을 통해서 구입한 약에는 복용 시간에 대한 규정이 있다. 일반
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시기는 식후 30분의 규정이 가장 많다 또한 약에 따라서는 식전
이나 식간(이것은 식사와 식사사이 즉 공복시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등의 복
용 규정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식사를 기준으로 복용 시간을 규정하는 이유는 아주
바빠서 또는 체중조절을 위해 또는 종교적인 문제로 식사를 거르는 사람을 제외한 대
부분의 사람에게 식사 간격이 대략 5~6시간으로 일정한데, 그 시간 간격은 약물이 우
리 몸 안에 들어가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이 되는 혈중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
킬 수 있는 간격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후 30분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우선 식사와 약 복용을 연관시
켜 잊어버리지 않도록 한다는 점이 있고(식전이나 식간의 규정은 잊어 버려서 잘 지켜
지지 않는다), 또 식사 후 30분 경에 소화액이 가장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수하게 약의 흡수라는 측면만을 생각한다면 이 식후 30 분의 규정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복용하는 대부분의 약은 우리의 뱃속이 비어 있을
때 혈관으로 훨씬 빨리 그리고 많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즉 약이 녹아서 분자가 되었
을 때 당시의 소화관내에 음식물이 많이 있으면 그 중의 단백질과 결합하게 되는데,
그렇게 된 약은 무효화되어서 배설되어 버리기 때문에 결합할 단백질이 없는 공복의
상태가 약의 흡수에 유리하다.
#2 뱃속의 음식량이 약의 흡수를 좌우한다
공복상태가 흡수에 유리한 약은 약물이 음식물의 흡수율을 떨어뜨리는 것과 음식물
의 흡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있다.
먼저 흡수율에 관계된 약의 예를 들어 보면 항생제인 페니실린, 암피실린, 테트라사
이클린, 리팜피신과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 등이 있다. 이러한 약들을 식사한 후 배
부른 상태에서 복용하면 공복시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했을 때보다 훨씬 적은 양(약 5
0% 정도) 밖에 흡수되지 않는다.
또한 흡수 속도에 관계된 약의 예를 들어보면 항생제인 아목시실린, 세팔렉신, 설파
제,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이뇨제인 푸로세미드(상품명:라식스),
그리고 칼륨 등이 있다. 이러 한 약들은 배부른 상태에서 복용하면 공복시에 복용했을
때에 비해 흡수율이 그리 낮지는 않지만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2 시간 가
량 늦어진다. 즉 서서히 흡수되어 서서히 배설되는 약이다. 이렇게 흡수 속도가 늦어
지면 효과가 떨어지는 약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약도 있다.
이상과 같이 음식이 흡수에 방해가 되는 약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음식과 함께 복용
하는 것이 흡수에 도움이 되는 약도 있다.
무좀약으로 쓰이는 그리세오풀빈과 이트라코나졸, 그리고 비타민 B2, 우울증치료제
인 리튬 등의 약은 공복시에 복용하는 것보다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
러한 약들은 다른 대부분의 약이 물에 잘 녹는 것(수용성)과는 달리 지방에 잘 녹는다
(지용성). 따라서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음식 중의 지방분에 녹아들어서 흡수되기 때
문에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좋아진다. 또한 물로 삼키는 것보다 지방이 많은
우유로 삼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
한편 비타민 B2(혈액 중에 지방이 많을 때 그 대사를 개선시키는 작용을 하고, 결핍
되면 각종 피부병을 일으키는 비타민)는 수용성이 지만 공복일 때보다 식사와 함께 복
용하는 것이 흡수가 잘 된다. 이 비타민 B2는 뱃속에 들어가서 용해된 후 소장 전체를
통해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소장의 어느 한정된 장소에서만 흡수된다. 따라서 음식
물과 함께 복용하면 음식물 때문에 흡수 부위를 천천히 통과하게 되어서 흡수가 잘 된
다.
이렇게 소화관내에 음식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흡수가 달라지는 약과는 달리 음식
물로 인해 흡수가 변하지 않는 약도 있다. 소위 오이씨약이라고 하면서 신경통약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프레드니솔론(상품명 루비코트), 천식약 테오필린,
심장약 디곡신 등이 그러한 약들이다.
전체적으로 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음식물과 같이 복용하면 흡수에 불리한 약이 가
장 많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들이 흔히 취하고 있는 식후 30분의 규정은 언뜻 불합리한 것
도 같다. 그러나 약은 흡수를 따지기 이전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한 요건이
된다. 따라서 흡수에 좀 불리하더라도 소화액이 가장 많이 분비되고 또한 약이 통과하
는 부위 즉 위장이나 소장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음식물과 섞여서 직접 소화관 벽을
자극하기 힘들다) 식후 30분의 규정은 계속 지켜질 것이다.
아스피린 한 알을 공복에 복용한 후 위협착증을 일으켜 평생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여러분 중에도 소화제 없이 항생제나 진통제 같은 약을 복용한
후 소화불량이나 위염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소화관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유산균제제나 한방 과립제 그리고 위액을 제
거시키기 위해 복용하는 제산제 같은 약은 공복시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뱃속의 음식량에 의해 흡수가 좌우되지 않는 인체공학적 제형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와 연구소가 지금 한창 땀을 흘리고 있다. 일명 'drug deli
very systein' 즉 '약 배달 체계'라고 일컬어지는 연구이다. 그러한 연구가 훌륭한 결
실을 맺는 날을 기대해 보자.
제7장 먹는 약과 주사약
먹는 약과 주사약의 차이
주사 맞는 일은 보통 공포의 대상이다. 가는 주사침이 팔이나 엉덩이에 꽂히는 것은
생각만 해도 소름인 끼친다. 그래서 아이들은 병원 문턱만 넘어서도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고, 횐 옷 입은 사람만 봐도 간호사인줄 알고 숨이 꼴깍 넣어갈 정도로 울어
대기도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아플 때는 먹는 약만으로는 성이 안 차 주사
를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원에 가서 진찰받은 후 주사를 맞지 않고 약만
받아 오는 경우에는 괜히 약국만 가도 될 것을 병원까지 왔다고 후회하기 일쑤이다.
또 기왕 맞을 거라면 독한 주사 한 대로 단번에 병이 나아 버리는 기적을 바라기조차
한다든가?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잘 낫는 것' 이라고 생각
들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우리의 병을 기적과 같이 치료해 준다고 오해를 받고 있는 주사가 어떤 약인
지, 그리고 먹는 약과 주사약이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알아보자.
주사약에는 정맥 주사, 피하 주사, 근육 주사등이 있다. 주사제는 소화관을 통과하
지 않고 혈관으로 가기 때문에 위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또 위장 장애를 일으키는 일이
없다.
원래 우리들의 몸은 매우 정교해서 소화관에서 흡수된 것은 지방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 일단 간장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여 간장에서 몸에 이롭지 않은 것은 분해해 버린다.
약이란 신체에서 보면 많은 경우 이물로서 본래 몸이 요구하고 있는 영양분이 아니
므로, 약은 간장을 지나는 동안에 대사되어 양이 줄어든다. 내복하는 약은 대부분 여
기에서 분해되어 효능이 떨어진다. 그런데 주사제는 위장뿐 아니라 간장도 통과하지
않고 직접 혈액 중에 들어가므로 내복약에 비해 작용이 신속하여 효과가 빠르다. 그렇
기 때문에 효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의 부작용(유해 작용)도 일어나기 훨씬 쉽다. 예를 들
면 페니실린 등에 의한 쇼크도 내복으로는 극히 드물지만 주사로는 자주 나타난다. 따
라서 주사제는 내복으로 사용 할 수 없거나 긴급할 때 외에는 될 수 있는 한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사가 필요한 경우와 주사 부작용
주사가 필요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서 다음과 같다. 먼저 약물 쪽에서 보면 당뇨
병 치료약인 인슐린처럼 하복에 의해 위장에서 파괴되어 효과가 없어지는 약물, 또는
결핵약인 스트렙토마이신처럼 내복으로는 흡수되지 않거나 흡수가 아주 나쁜 약물을
사용할 때는 주사가 아니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주사를 이용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환자 쪽에서 보면 약물을 내복할 수 없는 경우나 병의 상태로 보아 신속한
효과가 요구될 때에는 주사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사는 속효성이라고 하는
이점이 있는 반면 지속성이 없는 결점이 있다. 즉 내복약보다 신속하게 혈액 중의 약
물농도가 상승하지만 그 반면 신장에서 신속하게 배설되어 금방 효과가 소실된다. 특
히 정맥 주사에서는 이 현상이 현저하고 피하 주사에서는 비교적 느리며 근육 주사는
그 중간이다.
더욱이 내복하는 것으로도 유효한 약물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면 집에 도착할
때에는 이미 효과가 많이 없어져 버린다. 그러므로 특히 지속성이 없는 항생제 주사
등을 하루에 한 번씩만 맞으면 거의 효과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중증인 입원 환자에게는 점적 주사(소위 링게르라고 통하는 수액제 주사)를 사용한
다. 이것은 지속적 효과를 나타내는 외에 대량의 액체를 보급할 수 있다. 이는 탈수
증, 쇼크 증상의 회복에 매우 유용하다. 또 영양 보급도 어느 정도 가능하고 혈액 전
해질의 균형조 절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음식물 섭취가 가능한 사람에게는 점적 정
맥 주사로.영양을 보급할 필요는 없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피하, 근육, 정맥의 어느 것으로도 주사할 수 있는 것과 특정한
주사 방법만을 이용해야 하는 것도 있다. 또 일주일 또는 그 이상의 간격으로 근육 주
사를 하면 되는 효력이 늦게 나타나는 것도 있다. 이것은 아주 서서히 흡수되도록 만
들어져 있다.
내복약으로 소화관 장애가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사에 의해서도 예기치 않은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피하 주사, 근육 주사로는 주사 부위의 출혈, 근육의 위축, 신경 장애 등을 일으키
는 일이 있다. 정맥 주사로서는 혈관염이 일어나는 일도 있고 또 급속한 주사로는 순
환계, 호흡계의 장애가 일어나는 일도 있다(정맥 주사를 맞으면서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각종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에 내복하는
것보다는 정맥 주사가 증상이 급격하고 강한 경향이 있다. 그 외 각종 주사액의 혼합
은 효과에 변화를 미치는 일이 적지 않다.
주사에 대한 결론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내복으로 잘 흡수되는 약물은 원칙적으로
주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신속한 효과를 바랄 때에는 주사한다. 위장에 직접
적인 작용을 기대하는 약물은 주사하지 않는다. 또 동일한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의 내
복과 주사의 병용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지금 제약업계에서는 주사와 동일하게 '효과가 감소하지 않으면서 효율이 좋은 제
형'의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날을 기대해도 좋다.
제8장 기타 중요한 이야기들
한약도 과학화되어야 한다
약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한약 중에서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것은 '쌍화탕'과 '우황
청심환'이다. 여기에서 한약이라고 하는 말은 흔히 화학적인 합성약이 아니라 생약을
달이거나, 가루로 만들거나, 알코올에 녹이거나 하여 유효 성분을 물약, 가루약 또는
환약으로 만들어 놓을 것을 말한다. 물론 첩약이라고 하는, 생약을 종이에 싸 놓은 형
태의 전통적인 한약도 있다.
그러면 우리들이 보통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들 중에서 한약은 어느 정도의 비
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쌍화탕과 우황청심환이 한약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그 외에도 갈근탕, 용각산, 고약, 은단, 기응환, 구심, 포룡액, 백초, 위청
수, 활명 수, 총명탕, 청간탕, 편자환, 경옥고, 키디, 아토실, 정로환, 여성모, 고호
환, 만금고, 진사나, 홍삼원, 생위단, 안중산, 자모 ... 등 우리가 광고를 통해 한번
쯤은 들어 본 적이 있는 이와 같은 약들은 모두 한약이다.
그리고 이렇게 명맥히 한약이라고 할 수 있는 약 외에 원비, 삼정톤, 젠, 브론치쿰,
아스마, 사포날, 지미코프, 치선액, 영비천, 속청, 사루비아, 맥생, 생단액, 화콜 ...
등의 약은 한약과 양약이 섞여 있는 종류들이다. 사실 약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약 중
에서 한 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데, 다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서양
에서 들어온 양약 중에도 생약을 추출한 형태의 약이 상당히 많은데, 아락실, 네프리
스, 싸이피놀, 파로돈탁스, 징코민, 비코 사이드, 다이어트라, 홀스, 레가론, 인사돌,
마데카솔, 오제나, 알로에 ... 등이 바로 그러한 종류들이다).
그런데 이렇듯 우리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서 한약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
음에도 불구하고, 한약이 우리 몸에서 어떠한 원리로 약효를 나타내는지가 아직도 과
학적으로 확실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한약 대중화의 시대에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시대는 첨단 과학의 시대가 아닌가? 우리 몸의 생존(생리적
인 현상)과 질병(병리적인 현상)은 대부분 과학적으로 밝혀졌으며, 우리가 아플 때 사
용하는 약들도 과학적인 판단 하에 처방된다. 그런데 유독 한의학과 한약만이 아직도
그 이론이나
효과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다.
따라서 한의학과 한약의 이론과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내는 일은 이 시대를 살
아가는 우리 민족의 공통 과제가 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모든 보건의료 전문
가와 과학자들이 힘을 합해 '한의학이란 무엇인지, 한약의 약효는 어떤 것인지'를 과
학적으로 해명하고, 세계 만방에 우리 한약의 우수성을 증명해 보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한편 한의학과 한약의 이론과 효과가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환자나 소비자들
은 한약과 양약을 마음대로 섞어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산형과 식물(대표적으로
당귀, 백지, 지실, 강활 등의 약제가 있다)은 간장의 약물대사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서
울대학교 생약연구소(신국현 박사)의 연구결과만 보더라도 그러한 주의가 반드시 필요
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더욱 바람직스럽기는 양의학 체계와 한의학 체계가 합리적으로 접목되고, 또한 의와
약이 완전하게 분업되어서(의약분업이 제도화되면, 의사의 처방이 공개되고 약사의 진
단과 처방이 없어지기 때문에 양질의 투약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국민들이 양약이나
한약을 안 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길이다.
한약 이야기-한약은 우리의 유산, 발전시켜야 한다
한약의 역사는 줄잡아 오천 년이다. 전설에 의하면 오천 년 전 중국의 세 황제 중
신농씨는 평생을 약초를 발견하고 구분하다가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때 신농씨에 의해 구분된 약초는 상약(보약)의 120종, 중약(강장약)의 120종, 하약
(치료약)의 125종으로 나뉘어졌다. 요즈음 신비의 영약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지버
섯은 신농에 의해 상약으로 구분된 약이었다.
물론 신농씨 이후에 수많은 한의학자들에 의해 약물도 많이 발견되고 분류되었고,
그 약물들의 배합 방법도 다양하게 분류, 복합되어 왔다. 그러나 한의학과 한약은 한
가지로 공통되어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만들고 약물을 사용한사람의 독자적인
학설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통일된 한의학 이론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설명해 내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서
양의 의학이나 의약품이 세계 모든 사람에게 합리적으로 설명되고 과학적으로 입증되
는 것과 비교한다면 바로 이 부분이 한의학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약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가슴에 심한 통증이 자
주 일어나서 병원의 진찰을 많이 받아 보았지만 신경성이라는 진단만을 받았을 뿐 아
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다가 하도 답답해서 한약을 먹었더니 깨끗하게 나았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소화기능이 약해서 병원에서 위내시경과 초음파 검사를 받고 약을 몇
년 동안 사용했는데, 약을 먹을 때만 괜찮다가 안 먹으면 다시 병이 재발하는 고생을
면해 보려고 노력하던 중 한약을 먹고 거의 회복되었다고 한다.
한 초로의 부인은 신장염으로 온몸이 부어올라 병원에서 포기한 상태였는데, 속는
셈 치고 한약을 사용한 후 건강해져서 10년간이 나 재발 없이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는 불임으로 고민하던 부인이 시험관 아기를 시도하려다가 그 전에 한약
부터 시험 삼아 먹었는데, 한약 한두제로 임신을 하게 된 경우이다. 그러한 경우 중에
는 여의사도 있었고, 심지어는 산부인과 여전문의도 들어 있었다.
우리가 경험한 사실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그 효과를 무조건 무시하는 것은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 또한 그 가설이 옳지 않다고 구체적인 현상을 검증하지 않는
것도 과학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면 삼가야 할 자세이다. 과학은 자유로운 상상력 속에
서 발전해 왔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문명은 과학의 산물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
마 없을 것이다.
따라서 동양의 한국에서 사는 우리들은 우리의 훌륭한 유산인 한의학과 한약을 올바
르게 발전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것이 지금 이론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과학적
이지 못한 점이 많다고 하더라도 가능성 있는 부분에서부터 시작하여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해야 될 일이다.
또한 한약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주의를 통해 한약이 과학화될 때
까지 자중하여야 한다. 먼저 한약은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하여 함부로 이 약 저 약(특
히 양약과 함께) 섞어서 사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요즘에 갑자기 술 깨는 약이라고 오
해를 받고 있는 우황청심환과 같은 약을 술 마시고 계속적으로 복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약 중에서도 환약이라고 하여 팥알이나 녹두알만하게 빛은 알약이 있는데, 이 환
약은 생산하고 보급하는 곳이 한의원이나 제약회사가 아닌 정체불명일 경우가 많다.
약국에 이러한 환약을 문의하러 오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특히 신경통에 특효약이라
고 하는 꾐에 넘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쌈짓돈을 털어, 경로원이나 노인대학 같은
곳으로 다니는 약장사에게 속아서 환약을 사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환약을 오랫
동안 복용하고 난 후 얼굴에 살이 찌고 속이 쓰리다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볼 때, 그 속
에 부신피질호르몬과 같은 위험한 약이 섞여 있지 않을까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약을
사용할 때는 생산 출처가 확실한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전염병이 거의 없어지고 성인병, 만성병이 더욱 보편화되
어 갈 전망인데, 우리의 한약이 과학화되고 효능이 확실해져서 질병 치료에 한몫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광고를 믿지 말자
'약을 사는 사람이 약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나라에서 약 광고가 시작된 이
래 광고하는 약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절대적으로 커져, 제약회사들의 광고 경쟁
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광고의 문구에 나오는 '00 병에는 xx약이 좋다'라는 말
을 절대적으로 신뢰한 소비자들이 병원 의사의 처방을 받거나 약국 약사의 조언을 듣
지 않고 광고에서 듣고 본 대로 스스로 처방을 내리고 약을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다.
의약품의 대중 광고가 약에 대한 오,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상
당히 오래되었다. 이에 대해 보건사회부는 지난 1985년 자양 강장 변질제 가운데 오,
남용의 우려가 있는 일부 제품의 광고를 금지시켰다. 이어 1990년 6월부터는 의사의
처방에 의 해서만 투약하도록 정해진 6천8백여 품목의 전문 의약품과 일반 의약품 중
25개 약효군-9백여 품목에 대해서도 대중 광고를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그리고 의약품
대중 광고에는 사용상 주의사항과 부작용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표시토록 했다. 즉 '
이 약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의사-약사에게 상의하고 사용상 주의사항을 잘 읽은 다음
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구를 삽입토록 한 것이다.
이렇게 법으로 제한할 뿐만 아니라 제약협회 내에도 사전자율심 의위원회가 설치되
어 일간지, TV에 내는 광고를 사전에 조사하고 있고 사후관리위원회를 병설해 광고에
대한 사후심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의 실제적인 효과는 그다지 없는 것
같다. 우리 의 현실 속에서 의약품 대중 광고는 더욱더 깊숙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다.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를 할 수 있는 약품수는 1만여 개에 달하는데 실제로 광고를
하고 있는 약품수는 약 1백~2백 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각 제약회사의 주력
상품들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 의약품 판매 순위의 상위에 올라 있는 약들 중에서 광
고를 하지 않는 약은 얼마되지 않는다. 특히 갑자기'판매량이 급증한 약은 거의가 틀
림없이 집중적인 대중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파고든 약들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보건의료계 일각에서는 약 광고는 그 자체가 약물남용으로 이
어지므로 하루 속히 의약분업을 실시하고 약품 광고를 아예 금지하자는 의견마저 제시
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보건사회부와 제약업계에서는 광고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
이고 있다. 그들은 "약품 정보 전달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소비자에게 선택
의 폭을 넓혀 주는 한편 국내 제약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본력 축적에 긴
요하다"며 의약품 대중 광고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렇게 광고에 대한 규제와
지지의 상반된 입장 사이에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제약회사나 의약품
수입업자들 가운데는 허위, 과장, 과대 광고를 하거나 부작용 경고 문구를 쓰지 않는
약품수가 갈수록 늘고 있어 약화사고(약에 의한 부작용으로 일어나는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1991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부작용 경고문안을 삭제한 광고는 22%에
이르고 있다. 이외에도 교묘하게 '기술 적인 과대 광고로 규제의 손길을 빠져 나간 광
고'까지 합치면 문제 있는 광고의 수는 매우 많다. 특히 수입 외제 의약품 가운데 발
모나 체중감량 심지어는 태아성별 선택 등에 특효가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하는 사례
까지도 많은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더구나 얼마 전 자양 강장 드링크제에 대한 광고 규제가 풀려서 아침 저녁으로 드링
크 광고를 볼 수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드링크를 좋아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의약
품 판매고 1위에서 3위까지 드링크제가 차지하고 있다) 광고를 통해 더 많이 마셔 댈
것이 우려된다. 드링크제는 음료수가 아니라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독성이
있는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시판되지 않는 약이 시판되고 있다
항생제 이야기 편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항생제 클로람페니콜 이나 에리스로마이
신 등은 혈액이나 간에 대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밝혀져 외국에서는 시판이 금지
되고 있다. 항생제 뿐 아니라 해열 진통제 설피린(상품명:바랄긴, 노발긴 등)은 백혈
구 손상, 쇼 크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전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은 것으로 알
려져 유엔에서 정식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미 수십 개 나라에서 시판이 금지되고 있
다.
한편 수면제인 할시온이라는 약은 정신착란, 우울증, 환상 등의 부작용으로 영국,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에서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수면제 할시온의 안전성 문제가 최
초로 제기된 것은 1991년 그룬트버그라는 한 미국 여성변호사가 이 수면제를 먹고 정
신착란상태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 때문이다. 당시 미국 법원은 할시온의
과용을 인정해서 그룬트버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렇게 외국에서 시판이 금지되는 약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탈리도마이드'사건
이후라는 사실을 이 책의 서두에서 밝힌 바 있다. 즉 1957년 독일의 한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수면제인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을 임산부가 복용한 후에 양팔이 없고 손이 어
깨에 붙은 기형아가 태어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 이후 전세계적으로 들끓는 비
판과 불행을 당한 사람들의 경험을 받아들여, 새로 약을 개발할 경우에는 약의 효과
외에 약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어야만 정부에서 허가하게 되었다.
또한 의약품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 작업을 실시하게 되어, 미국의 경우를 예를 들
면, 1937년 미국의약품공정서에 수록된 약품이 3,091개 품목이었으나 30년 후인 1967
년에는 이 중 80%인 2,470개 품목이 부작용이 많거나 가치 없는 약으로 지목되어 폐기
될 정도로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정성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경우 보건의료계나 국민 모두가 이러한 약물 부작용에 대해서
대단히 둔감하다. 먼저 보건의료계 쪽을 보면 약을 생산하거나 처방, 조제하는 전문가
들이 약의 독성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보다는 눈에 당장 나타나는 효과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 금지된 여러 의약품에 대한 정보에 접하고도 대체 약물을 찾기
보다는 습관적으로 생산, 투약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도 약을 사용하기 전에 그 약
의 부작용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병으로 당하는 고통을 제거하기에 급급하여, 사용상
의 주의사항에 대해 알지 못한 채 함부로 약을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의약분업이 어
루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의 약에 대한 상식과 주의가 매우 필요함에도 불구
하고, 그에 대한 보건교육은 실시되고 있지 않다. 보건사회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교약
사제도가 하나의 대안이라고는 하지만 그나마 제대로 실시되려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
되어 약에 대한 보건 교육의 앞날은 아직도 밝지 않다.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의 약물 대사능력이 유전적으로 서구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서양인에게는 한
알이 부작용을 낳는 기준치라면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그 절반 정도인 반 알이 기준
치가 되는 셈이다. 우리 나라 제약회사들이 외국의 신약을 도입할 때는 통상 2개의 종
합병원에서 30명씩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 효능에 대해서만 임상실험을 실시한 후
보사부의 허가를 받아 약품의 시판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외국의 임상실험
을 그대로 답습할 뿐 인종 차이에서 올 수 있는 부작용과 투여 용량 차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영국과 서로 인종이 비슷해도 2년 정도의 임상연구를 거쳐 약품 판매 허가를
내 주고 있으며, 일본도 이미 15~6년 전부터 미국에서 신약을 도입할 경우 철저한 임
상실험을 거쳐 적정 용량을 조정해 시판을 허용하고 있다니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
다. 우리는 아직도 외국에서는 시판이 금지된 약을 그대로 복용하고 있을 정도이니 소
비자의 목숨을 저당 잡히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비싼 약이 좋은 약은 아니다
서울의 강남 지역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들이 하는 말이 있다. "비싼 약이 아니
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여 아예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 많은 부자 동네 사람들
은 약의 효과는 약의 가격과 비례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원래 약값은 연구 개발에 드는 비용이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된다. 그 다음으로 원
료나 생산 시설에 드는 비용도 중요한 요건이다.
한편 약의 효력은 약값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기존의
약에 존재하는 한계(부작용, 효과미약-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현재의 약으로 얻지 못할
경우-등)를 극복한 더 효력이 좋은 약에 대한 요구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 개발
되는 약이 비싸지만 여러 모로 좋은 약일 것이라는 통념이 있을 뿐이다.
실제로 항생제의 예를 들어 보면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성인기준 1회분의 약
값은 60원인데 비해 페니실린 이후에 개발된 약 값은 훨씬 비싸, 세펨계 항생제인 세
파드록실(상품명:듀리세프)의 성인기준 1회분의 약값은 그의 약 20배엔 달하는 1,200
원으로 시판되고 있다. 물론 페니실린은 1일 4~6회 복용해야 하는데 비하여 세파드록
실은 1일 2회 복용하므로 1일 총액으로 따지면 10배 가량의 차이로 줄어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페니실린보다 세파드록실의 효과가 10배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폐렴
구균 등의 감수성균에 대해서는 페니실린의 효과가 더욱 좋은 경우도 있다.
이렇게 약의 효력과 약값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문제 외에도 제약회사에서 상
품을 조금 바꾼 후 약값을 대폭 인상하는 문제도 있다. 실례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아
주 오랫동안 소화제로 사용해 온 '노루모 산'이라는 가루약이 있는데 이제까지는 12회
분들이 한 포장의 가격이 400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노루모A(산)'이라는 새로운
상품명으로 내용상에 약간의 변화와 함께 그 포장을 바꾸었는데 그 가격을 6회분들이
한 포장에 1,000원으로 대폭 인상하였다. 5배나 인상된 것이다. 약 뒤에 F니, A니, 5
니, 포르테니, 골드니 하며 붙은 꼬리들은 약값의 인상을 증명하고는 있는데, 그 약값
이 2~3배 오른 만큼 효력도 인상되었는지 곰곰히 따져 볼 일이다.
@ff
제2부 증상별 약 이야기
감기약 이야기
위장약 이야기
피부약 이야기
항생제 이야기
진통제 이야기
영양제 이야기
임신과 약에 대한 이야기
제9장 감기약 이야기
감기란 어떤 병인가
'감기란 만병의 근원이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 '감기에는 고춧가루 탄
소주 한 잔 마시고 땀 내는 것이 제일이다' 우리 생활 속에는 감기에 대한 이야기가
알게 모르게 많이 섞여 있다. 옛날에는 고뿔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감기로 한두 번 고
생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의 통계를 보더라도 사람들이
의료기관을 찾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호흡기 질환 즉 감기와 그에 의한 복합증상 때
문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먼저 코가 간질간질해서 재채기
를 하게 되고 콧물이 끊임없이 줄줄 흘러 나온다. 콧물이 나오다가 약간 멈추면 그 다
음에는 코막힘이 기다리고 있다. 콧물이 나오는 것도 귀찮지만 코가 막히는 것은 더욱
참기 어렵다.
숨 쉬기도 힘들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파 오기 시작한다. 코 막힌 것을 좀 면해 보려고
코를 힘껏 풀면 끈적끈적한 가래코가 나오면서 귀까지 멍멍해진다. 이렇게 코감기 증
상이 나타나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가 콧속에 많이 붙었을 때 우리 몸이 그것을 이겨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감기 바이러스가 목 속에 많이 붙게 되면 목이 간질간질해지고 기침이 나
며, 목이 아프고 가래가 많이 나오게 되는 기침감기와 목감기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
다. 기침감기에 걸려 본 사람이면 다 알겠지만 기침을 하루에 몇 번씩 하는 가벼운 단
계를 지나 몇 분마다 한 번씩 해 대기 시작하면 머리가 멍멍하고, 목이 칼칼하고, 속
이 뒤집어질 것 같고, 숨이 차고, 배가 정기고, 나중에는 하늘이 다 노랗게 보일 정도
가 된다.
목감기는 또 어떤가? 목이 간질간질할 때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러다가 편도
선이 부어오르면 음식을 삼키기는커녕 침이나 물을 삼키기도 힘들어진다. 편도선이 부
으면서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발열이다. 처음에 미열이 오르면 머리가
전체적으로 아프지만 열이 점점 더 심해져서 38도와 39도를 오르내리게 되면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목이 마르며, 온몸의 힘이 빠져 나른해지고, 마치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며,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러다가 39도를 넘어 40도가 되면 그때부터는 생사를 넘
나들게 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가벼운 감기에서 곧바로 고열로 발전해 부모를 당황하게 한다.
고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경기이다. 눈이 돌아가고 사지가 비틀리는 경기를 하게 되
면 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우리 나라를 방문한 세계
적인 천문학 박사인 스티븐 호킹도 고열을 앓고 난 뒤에 (감기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뇌에 손상을 입어 전신마비의 장애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감기가 다양한 증상으로 발전하게 되면 어깨가 결리고 머리가 무겁고 등
이 아프거나 복부팽만, 설사 등의 증상까지도 나타나게 된다. 특히 감기에 의한 소화
기 이상은 감기가 몸의 조화를 흐트러뜨려서 일어나는 것으로, 장의 흡수력에 감기가
영향을 미치거나 감기의 균이 장의 균형을 깼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장내에 이상 발효가 일어났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 생활에 흔히 끼여들어 오는 감기는 언뜻 가벼운 질병 같지만 그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귀찮고, 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무서운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감기는 추워서 걸리는가-감기는 세 박자가 맞아야 걸린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추위나 바람 같은 날씨의 악조건 때문에 걸린다고 생각하기 쉽
다. 그러나 그런 날씨의 조건들은 감기의 간접적인 원인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
은 아니라는 사실이 다음과 같은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다.
감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추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는 북극에 가까운 '스
피츠베르겐제도'라고 하는 섬에서 이루어졌다. 이 섬은 10월에 마지막 선편이 섬을 떠
나면 주위의 바다는 얼어붙고, 다음해 5월에 선편이 올 때까지는 육지와의 교통은 완
전히 끊겨 버린다. 섬의 주민들은 그 동안 영하 20도 이하의 혹한 속에서 생활하는데,
감기에 걸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해 5월이 되어 그 해 첫 배가 들
어오면, 그 승무원 가운데 감기에 걸린 사람으로부터 섬의 누군가 감기가 옮고, 주민
들 사이에 유행한다고 한 다.
이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아무리 추워도 추위만으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감기는 추운 계절에 발병하기 쉽고, 유행된다. 그러면 그 이유
는 무엇일까? 그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추위에 강해서 가을, 겨울 같은 추운 계
절에 활동하기 쉽다. 또한 감기 바이러스는 추위에 강할 뿐 아니라, 건조하여 습도가
낮은 곳에서 가장 잘 생존한다. 따라서 춥고 건조한 겨울에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것이
다.
이와는 반대로 여름감기라고 화여 고온 다습한 여름에도 감기에 걸리는 수가 있는
데, 이때의 감기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활동하기 쉽고 오랫동
안 병에 걸려 있도록 하는 종류들로, 아데노 바이러스, 콕사키 바이러스, 에코 바이러
스 등이다.
둘째, 추운 계절은 감염 경로로 보아 감기를 일으키는 병균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감기의 원인균은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전염되는데, 추운 계절에는 방의
창문이나 문을 닫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요즘에 여 름감기가 많은 이유도 에어컨을 가동한 실내에 창문이나 문을 꼭꼭 닫아 놓
기 때문이다.
셋째, 여름에 비하여 추운 계절에는 호흡기의 기능이 약간 저하된다. 따라서 감기의
원인균에 대한 호흡기의 저항력도 저하되고,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로 보아서 추위는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 그 자체는 아니지만 감
기에 걸리기 쉽게 하는 요인이 되므로 추운 계절에는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요즘에는 추운 겨울보다는 가을이나 봄과 같은 환절기에 감기에 걸리는 사
람들이 더욱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환절기에는 밤과 낮의 기온 차이가
심해서 우리 몸이 그러한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이에 감기 바이러스가
침입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감기는 추위 그 자체 때문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감기 바이러스 때문에
걸린다. 추위는 감기에 걸리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추위 이외에도 건
조한 날씨도 추위와 함께 감기에 걸리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점은 추울 때나 건조할 때 그리고 환절기에는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의
몸의 저항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의 존재, 감기 바이러
스가 활동하리 좋은 환경(날씨), 저항력이 떨어진 우리의 몸 이 세 박자가 갖추어졌을
때 발생한다.
코감기를 해부한다
사람이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을 때 제일 처음 하는 일이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
는 것이다. 갓난아기가 이때 우는 것은 숨을 한꺼번에 많이 들이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숨쉬기는 사람의 생명이 시작되면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지속되는 가장 본능적인 생명 운동이다.
우리 인체에서 숨쉬기를 하는 첫 관문은 바로 코이며, 코로 들어온 공기는 기관과
기관지를 거쳐 폐에 도착하게 되고, 거기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이루어진 뒤
에 다시 반대의 순서를 밟아 코 밖으로 내보내진다. 이것을 통틀어 호흡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몸 밖에 있는 공기는 매우 건조하고 때로는 온도가 낮으며 먼지 같은
이물질도 많다. 그래서 원래의 상태로는 우리 몸에서 산소를 받아들이기에 적당하지
않아서 코와 기관 그리고 기관지(기도)를 거치는 사이에 우리 몸에서 요구하는 습도(1
00%)와 온 도(37도) 그리고 청정도를 조절받게 되어 있다(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
는 공기를 마시게 되면 폐렴이나 기관지염, 인후염, 후두염 등의 질병을 일으키게 된
다). 즉 코는 호흡을 위한 처음과 마지막의 관문이나 통로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
라 공기를 우리 몸에 알맞은 조건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코의 점막은 점액에 의해 항상 축축한 상태로 젖어 있어
서 감기에 걸리지 않더라도 뜨거운 국물 같은 것을 먹으면 점액의 점도가 낮아져서 콧
물이 흘러 나오게 된다.
우리 몸에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들어온다고 모두 감기가 걸리는 것
은 아니다. 평소 체력관리를 잘하여 면역력을 키워 놓으면 웬만한 바이러스도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거나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매우 추운 곳이라
든가 공기가 매우 탁한 곳에서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접하게 되면 그 추위나 탁한 공기
에 대응하기 위해 몸이 안간힘을 쓰게 되는데(스트레스 대응 반응), 그 사이에 바이러
스의 공략에는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게 되어 감기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공격이 코에 집중되어 발생하는 감기를 코감기라고 한다. 코감기
를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바이러스가 코 점막에 대량으로 침입하게 되면 점막
을 손상시켜 코점막에 있던 히스타민을 밖으로 방출시키게 되는데, 이 히스타민은 우
리 몸에서 두드러기등을 일으키는 물질로서 코점막에 두드러기가 난 것처럼 만 든다.
그런데 피부에 비해서 콧속 점막은 들이마시는 공기에 습기를 넣어 주기 위해 평소에
축축하기 때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서 부어 오르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점막 세포 속에 있는 물기가 부어서 넓어진 구멍을 통해 물기가 밖으로 흘러나오게 된
다. 마치 콧속에 콧물 만드는 공장을 차려 놓은 것처럼 말이다.
콧물이 계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코점막이 바이러스에 의해 작은 상처를 입으면 그곳
은 박테리아 즉 세균이 자라기에 아주 좋은 서식처가 된다. 그렇게 세균의 좋은 서식
처가 되어 세균에 감염된 것을 2차감염이라고 하는데, 그때부터 코 색깔이 맑은 것에
서 누렇고 빡빡한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처음에 바이러스만 침입했을 때는 가렵기도 하고, 또 물기가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
한 생체 반응으로 재채기(평소에 먼지가 들어가도 재채기를 하는 것은 몸의 방어 반응
때문이다)를 연거푸 해 댄다. 그러다가 2차감염으로 바이러스와 세균이 총공격을 감행
하면 콧물, 코막힘, 재채기, 두통의 복합증세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코감기는 비염과 축농증으로 악화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코감기는 처음에 재채기와 맑은 콧물에서 시작되다가 코 색
깔이 누렇게 되고 또 코가 막히는 증상으로 발전된다. 이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
으면 만성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발전하여 고생하는데, '일년 내내 감기를 앓고 있다'
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감기를 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만성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고생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바이러스에 의한 코감기와는 상관없이 재채기, 콧물, 코막힘의 증상으로 고생
하는 알레르기성 비염도 요즘 흔한 질병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먼지나 화학 물질이
코점막에 있는 단백질과 결합해 항원을 형성하게 되어 발생하는데, 이러한 항원에 대
해서 우리 몸의 항체가 싸우는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한다. 우리
가 음식을 잘못 먹었을 때 일어나는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콧속에서 일어났다고 생각
하면 된다.
먼저 코감기가 만성 비염으로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코감기를 오랫동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코감기에 반복적으로 걸려 있을 때 그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외에도 코감기에 걸린 사랑의 코에 이상이 있는 경우, 즉 콧속의 구조가 바르지 못하
거나(코뼈가 한 쪽으로 휜 경우), 콧구멍이 갑자기 좁아지는 구조이거나, 체력이 매우
쇠약해진 상태에서 코감기에 걸렸을 때 만성 비염이 되기 쉽다.
이러한 원인들에 의해 점막의 염증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로 있으면, 점막 밑의
조직에 살이 붙어서(결합 반응) 점막이 두꺼워져 콧속으로 공기가 통과하기 힘들어지
고, 또 콧물등이 고이기 쉬워진다. 그렇게 되면 그 영향으로 점막이 울퉁불퉁해지거나
혹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만성 비염이 되면 코가 막히고, 콧물도 많이 나오는데, 코
막힘이 심하면 정신집중이 안 되고 끈기가 없어지기도 한다.
한편 코감기에 걸려 코점막에 급성 염증이 생기고 점막이 부으면, 콧속의 구멍(비
강)과 구멍을 에워싸고 있는 눈과 뺨 주위의 구멍들(부비강)은 공기가 잘 통과하기 어
렵게 된다. 코감기가 빨리 낫지 않고 오래 끌게 되면, 이렇게 막혀 있는 비강과 부비
강의 점막에 콧속의 염증 증상(부종, 충혈, 가려움 등)이 퍼져 콧물이 부비강에도 고
이게 된다. 이렇게 콧물이 부비강에 고여 있는 상태에 세균이 침입하여 감염되면 부비
강 안의 콧물은 고름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것이 축농증이다. 일단 부비강 내부에 고
름이 고이는 축농증이 발생하게 되면 그 고름은 좀처럼 밖으로 빠져 나오기가 어렵게
되어 코가 막혀서 코로 숨을 못 쉬고 입으로 호흡하며, 코를 골고, 머리가 아프고, 끈
적거리는 콧물(냄새가 심하게 날 때도 있다)이 목구멍으로 넘어오고, 냄새 맡기가 힘
들어지고, 끈기가 없어지고, 기억력이 감퇴되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앞에서 말한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은 초기에는 코감기나 만성 비염의 증세가 비슷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하면 축농증이나 만성 편도선염으로 악화되기도 하므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이상과 같은 비염과 축농증은 과거에는 '웃풍'이 심한 가옥에 거주하는 사람(심한
기온 차이 때문에)이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사람(코점막에는 침입한 바이러스와 세
균을 무독화시키는 '리소짐'이라는 단백 효소가 있는데, 리소짐은 단백질을 많이 섭취
한 사람에게 서 많이 분비된다)에게 많았으나, 1970년 이후에는 대기 오염 때문에 도
시에 거주하는 사람, 특히 도로 주변에 사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되고 있다.
코감기를 이기기 위해
이렇게 코감기는 다양한 증상과 단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코감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각각의 단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처음에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들어오지 못
하게 감기가 유행하는 철에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곳에는 감
기균을 잔뜩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 가야 할 때는 마스크를 쓰거나 외출
에서 돌아온 후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를 하는데, 특히 콧속 양치도 하는 것이 좋다.
콧속 양치란 따듯한 물(37도)에 깨끗한 소금을 적당히(약 5%) 타서 콧속을 씻어 주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은 평소에 하면 감기를 예방하는 데 좋다. 그러나 코의 점막은
매우 약하므로 너무 강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1 항히스타민제
그래도 코감기에 걸려서 재채기와 콧물의 단계에 들어서면 '항히스타민'이라는 물질
이 들어 있는 코감기약을 사용해야 한다. 항히스타민을 알기 위해서 먼저 히스타민에
대해서 알아보자. 히스타민이란 우리 몸의 피부나 점막에 존재하는 비만 세포에 들어
있는 과립 속의 물질인데, 우리가 자극을 받거나 우리 몸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어떤
원인 물질-알레르겐이라고 한다-의 침입을 받으면 비만 세포(통통하게 생긴 세포)로부
터 빠져 나와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혈관내의 물이나 진물 등의 성분을 밖으로 내보내
는 역할을 하여 그 부위를 붓거나 가렵게 만드는 물질이다.
항히스타민이란 이러한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을 가리킨다. 즉 콘택 600
이나 액티피드 같이 우리가 콧물약이라고 사용하는 종류의 약들은 감기 바이러스를 직
접 죽이는 성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된 알레르기 증상을 억제하
는 약에 불과하다. 이러한 약들을 사용하면 대부분 졸리거나 어지러워지므로 공부하는
학생이나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불편하거나 위험하기까지 하다. 요즘에는 항히스
타민이라도 졸리지 않는 제품(상품명: 지미코, 세나딘 등)이 개발되어 이러한 사람들
의 코감기약 선택 폭이 넓어졌다.
#2 코막힘 두통 때의 약
콧물 증세를 나타내는 단계에서 바이러스를 막아 내지 못하여 코막힘이나 두통의 상
태까지 가면, 그때부터는 만성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해
야 한다. 코막힘이 심하여 숨쉬기가 곤란할 때 사용하는 코 뚫는 약일 분무 형태로 시
판되고 있는데(상품명:오트리빈, 나리스타), 이런 종류의 약들은 사용하였을 당시에는
효과적이지만 자주 사용하게 되면 코막힘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심
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3 축농증 비염으로 발전했을 때의 약
코감기가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발전하였을 때는 항생제나 염증 배출약(상품명:스카
이나)을 사용하는 등의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며 코감기가 완전히 나을 때까지 휴
식을 취하고, 코가 건조해 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4 생활요법
코가 막혀서 고생할 때, 병원이나 약국에서 구입한 약을 사용하면서 보조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요법으로는 무즙 이용법이 있다.
무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효소가 들어 있는데 이 효소가 코 안에 가득 들어 있는 끈
끈한 코(이것의 성분은 점액질이라는 일종의 단백질이다)를 분해시키는 성질이 있다.
무를 갈아 즙을 내서 직접 코에 넣거나, 그것이 싫으면 작은 주전자에 반쯤 담고 술을
약간 넣어 데워서 마신다. 이 방법은 단순히 코막힘 뿐 아니라 편두통이 동반된 코막
힘에도 보조요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침감기를 해부한다
'꼴록콜록' '쿨렁쿨렁' '캑캑' '그렁그렁' '컹컹' '쌕쌕'... 이 소리에 미루어 짐
작이 가겠지만 기침을 하는 부위도 다양하고, 기침에 수반되는 증상도 다양하다. 또한
기침을 일으키게 되는 원인도 다양하다. 여기에서는 감기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기침에 관해 서 자세히 살펴보자.
코감기와 마찬가지로 기침감기도 감기 바이러스를 목 안에서 대량으로 접하게 되면
발생한다. 우리가 목 안이라고 부르는 인후두 부위에는 기도와 식도의 입구가 있다.
이곳은 목소리를 내는 성대도 겸하고 있다. 식도는 원래 음식물등이 직접 내려가는 관
이므로 웬만 한 자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 기도가 문
제이다.
기도는 음식물을 삼키기 위해 식도가 목구멍과 연결되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
분 코와 바로 연결되도록 되어 있다. 코감기에서도 언급했던 일이지만 우리의 폐는 대
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특별히 조절된 공기가 아니면 당장 문제가 생긴다. 약간의 이물
질이 들어오거나, 들이마신 공기가 약간만 차거나 건조해도 그것을 조절하기 위해 기
도에서 하는 일이 매우 많아진다. 따라서 코에서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고 어느 정도
먼지도 거르지만 기도에서는 그 공기를 좀더 좋은 상태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세
심한 노력을 하게 된다.
우리가 음식을 먹다가 잘못 호흡하는 바람에 음식이 기도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벌
어지면 당장에 얼굴이 벌게지고 숨이 막힐 정도로 기침을 하게 된다. 그것은 모두 우
리의 폐를 지키기 위한 기도의 자연스러운 방어 반응이다. 먼지가 많은 곳에서 오래
있을 때 콧물 뿐 아니라 가래가 많이 나오는 것도 기도에서 그 먼지를 걸러 밖으로 배
출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그렇게 걸러 낸 먼지를 점액으로 녹여 몸 속에서
직접 배설해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목에 대량의 바이러스가 들어와 기도를 직접 자극하여 기도에 아주
작은 상처라도 생기게 되면 그 자극이 우리 뇌에 있는 기침중추에 전달되어 그곳을 자
극하여 기침을 하게 된다. 그때의 기침은 목 안이 간질간질하면서, 목구멍의 얕은 곳
에서 나는 '콜록콜록'하는 소리의 가래가 없는 기침소리를 내게 된다. 기침감기의 시
초이다.
이때 적절한 조치 (휴식을 취하고, 몸을 따뜻이 하는 등)를 취하지 않고 계속 바이
러스에 노출되거나 체력을 소모하게 되면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 작은 상처를 통해 세
균이 침입하게 된다. 기도에 세균이 침입하게 되면 기도 안의 섬모상피세포를 감염시
켜 원래 들이마시는 공기를 깨끗이 만들기 위해 분비되고 있는 투명하고 약간의 점도
가 있는 점액질의 양(평소에는 하루에 100m1 정도 분비되고 있다)을 엄청나게 증가시
키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끈적끈적하고 누런색의 가래를 만들어 내게 된다.
그리고 기도가 세균에 감염되면 가래가 많이 만들어질 뿐 아니라 그것이 기도에 얽
혀서 기도는 좁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가래가 기관지 속에 가득찬 것 같이 느껴지
고 숨쉴 때마다 피리소리가 들릴 정도로 공기가 드나들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럴
때의 기침소리는 '그렁그렁' '컹컹' '쌕쌕' 등 남이 듣기에도 민망한 정도의 괴상한
소리가 나게 된다.
이렇게 기침이 심각해지면 아울러 목소리도 탁하게 변한다. 흔히 쉰 목소리로 표현
되는 증상은 기침을 심하게 하면 성대 전체와 기도가 손상을 입는데, 그 위에 또다시
세균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특히 성대의 염증 반응(붓고 고름이 잡히는 반응)이
많이 진행된 결과이다.
기침감기를 이기기 위하여
기침감기가 이렇게 기침소리부터 다양할 정도로 복잡한 단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침감기에 대응하는 약도 매우 다양하다.
기침에 듣는 감기약은 각 증상별로 네 종류로 나뉘어진다.
#1 목구멍의 자극을 부드럽게 하는 약
이러한 약은 기침감기의 초기에, 막 바이러스가 목구멍에 들어와서 목구멍을 자극하
여 간질간질할 때 사용하는 약으로 목을 헹구는 가글약(상품명:가그린, 베타가글)이나
사탕처럼 빨아먹는 트로치 (상품명:흘스, 오돌, 미놀, 세파콜)등이 있다. 이러한 형태
의 약으 로 기침감기가 낫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경우 몸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
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서, 더 이상 감염이 진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목에 들어온 바이
러스를 직접 처치해 버리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2 뇌의 기침중추에 작용하는 약
이 약은 기침이 나을 수 있는 자극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뇌의 기침중추가 그 자극
을 자극으로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약이다. 이러한 약은 바이러스가 기도로 들어가 기
도에 작은 상처를 내고 그 자극이 기침중추를 자극하여 '콜록콜록' 계속 기침을 할 때
사용된다.
이러한 약을 통틀어 진해약이라고 부른다. 진해약의 가장 대표적인 약에는 아편에서
추출된 마약성의 '코데인'이라는 물질이 있다.
코데인의 마약성은 역시 아편에서 추출되는 마약인 '모르핀'보다 중독성이 매우 미
약하기 때문에 한외마약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한외마약이라고 하더라도 마약성
이나, 중독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해제가 많이 개발
되어 있는데, 덱스트로메드로판, 나르코틴 등이 그것이다.
#3 기도를 넓혀 가래를 내보내는 약
그렁그렁 소리를 내며 쿵쿵 울리는 기침은 기관지 속의 가래를 내보내기 위한 기침
이다. 이때는 대개 기관지가 좁아져 있는데, 가래를 보다 쉽게 배출시키기 위해 기도
를 넓히는 약이 사용된다. 즉 기도에 침입한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 작은 상처에 세균
이 침입하여 2차감염이 일어나면 맑은 점액은 끈적끈적한 가래로 변하고 그 양도 엄청
나게 많아지게 되고 그것이 쉽게 배출되기 어려울 정도로 얽혀 기도가 좁아지는데, 이
때 기도를 넓혀 가래가 조금씩 계속하여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약이 사용되는 것이
다.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에는 에페드린, 살부타몰, 테오필린 이라는 약이 있다.
이렇게 기도를 넓히는 약을 사용할 때 2차감염을 일으키고 있는 세균을 처치하기 위해
항생제를 병용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정도 증세를 보이게 되면 아마추어
의 판단으로, 또 약 광고에만 의존해서 스스로 약을 판단해서 사용하면 안 되고 전문
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4 가래의 점도를 옅게 하거나 삭이는 약
가래의 점도가 짙어서 아주 끈적끈적하면 아무리 뱉으려 해도 뱉어지지 않으면서 기
도를 자극하여 기침을 유발하게 되는데, 그러한 상태를 완화하는 약이다. 이러한 약을
사용할 때의 기침소리는 '컹컹' 하면서 마치 개 짓는 것 같은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이때의 감기는 기침의 정도를 넘어서 기관지염의 정도로까지 발전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기관지가 가늘고 벽도 얇으며 조그마한 자극으로도 분비과
잉현상이 일어나 가래가 생기기 쉽고 체온이 급격히 높아져서 가래가 쉽게 끈끈해지므
로 이럴 때 가래를 옅게 만들고 수용성으로 만드는 약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다.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으로는 브롬헥신(상품명:비졸본), 소브레롤, 에스카복
시메틸시스테인(상품명:리나치올) 등이 있다. 약 이외의 요법으로는 기관지 안에 물기
를 많게 해서 가래를 끈적거리지 않게 녹이는 방법도 이용할 수 있는데, 증기홉입기등
은 그러한 목적에 알맞다.
#5 생활요법
기침이나 가래에도 생활요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는데, 기침에는 무
와 엿의 혼합발효물이나 은행 열매를, 가래에는 파인애플 날것 그대로 또는 주스로 만
든 것이나 도라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먼저 기침에 쓰는 무와 엿의 혼합물은 병 속에 엿과 무를 가득 채워 둔 후 1개월이
지나 무가 쭈글쭈글해지면 무를 내버리고 그대로 저장해 두었다가 기침이 날 때 이용
한다. 이것이 기침에 잘 듣는 이유는 엿이 목을 부드럽게 하여 주고, 무에 비타민 C가
풍부하며 항균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 열매에는 하스트진, 팩신 등 진해 거담성
분이 들어 있는데, 단 하루에 너무 많은 양을 먹는 것은 좋지 않아 10~20개로 제한하
는 것이 좋다(익혀서 먹는다). 또 가래가 심할 때 파인애플을 이용하는 이유는 그
속에 '브로멜라인'이라는 가래단백 분해효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을 뿐 아니라 비타민
C도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인애플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날것을 써야 하는
데 설탕에 절인 것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도라지에는 '사포닌' '푸라티고딘' 등 가래
를 없애는 성분이 들어 있다.
그러나 기침에 이 약 저 약, 이 음식 저 음식이 좋다고 마구 사용하기 전에 먼저 양
치를 자주 한다든지, 담배를 끊는다든지, 방안의 습도를 조절한다든지 하는 예방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목감기-편도선염과 그 대응책
어린이가 감기에 걸려 소아과 병원에 데리고 가면 제일 먼저 입을 '아' 하고 벌리게
한 다음 목을 살펴본다. 우리들이 감기에 걸려 목이 아플 때 혼자서도 목이 부었는지
어떤지를 거울로 볼 수 있다.
사람의 목구멍 양 옆에는 복숭아같이 생긴 임파선이 붙어 있는데, 그것이 편도선이
다. 사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임파관과 임파선이 있어서 온갖 세균의 감염을 막고 동
시에 면역항체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몸의 양쪽에 붙어 있는 편도선이 왜 그리 툭하
면 말썽을 일으키는지 알아보자.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 침투하면 증식을 하면서 차례로 세포를 파괴해 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감기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들어오면 숨관의 표면에 있는 점막 세
포가 탈락하여 문드러진 상태(미란상태)가 된다. 이렇게 미란상태가 되면 원래 그곳에
붙어서 살고 있는 균도 증식 속도가 빨라져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거기에다 폐렴구
균이 나 화농성연쇄구균등 병원성이 강한 세균이 붙으면 매우 강한 염증 증상이 나타
나게 된 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는 그 부위의 세균을 어떻게든지 처리하려고 혈관에서 백혈구가
자꾸 나와서는 그 세균을 포위한 뒤 먹고는 소화해 버린다. 그리고 백혈구 자신도 그
일에 지쳐서 죽게 되는데, 그것이 고름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일부 세균이 임파의 흐
름을 따라 몸의 중앙으로 파고들려고 하는데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 임파선이다.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 임파선 안에서는 임파구(백혈구)가 자꾸 증식되어 임파선이 대
단히 커지는데, 특히 목에 있는 편도선은 그 위치상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을 자주
받게 되므로 자주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이렇게 해서 세균에 대한 면역성이 생긴다),
이러한 편도선 염증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예방 주사가 없는 폐렴구균과 화
농성연쇄구균이다. 이 중 폐렴구균 쪽이 감염률이 높아서, 어린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3명 중 1명은 이 세균에 감염된다. 특히 고열이 동반되는 경우는 그 가능성이 높아진
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폐렴구균은 예전만큼 독성이 강하지 않아 목이 답답하고, 음
식물을 삼키기 힘들어지는 증상 정도만 나타내게 되었고 또 항생제가 잘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편도선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폐렴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 화농성연쇄구균이 있는데, 이것은 성홍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그것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류머티즘과 신장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목이 붓고 아
프면 충분히 주의해야 한다. 겨울감기의 12~13%는 이 균이 관계되어 있다.
목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균을 검사하는 방법은 목 안 쪽을 면봉으로 문질러 묻은
것을 길러 검사하는데, 48시간 정도면 결과가 나온다. 이때의 결과에 따라 항생제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이 치료의 정석이다. 그리고 항생제를 사용할 때는 이미 생긴 고
름을 완화시키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진통 소염제를 병용하는 것도 좋은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러 한 치료는 반드시 전문적인 과정을 밟아야 한다.
생활요법
우리가 생활요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목감기 치료법은 양파를 사용하는 것이다. 소
련의 H.B. 티틴이라는 학자의 보고에 의해 양파의 결정 물질에는 살균 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목의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양파의 생즙에 물을 5배 가량 넣어
묽게 한 다음 수시로 목을 씻어 내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양파를 썰어 가
제에 싸서 목에 감아 두면 목이 가라앉는다고 알려져 있다.
앞장에서 이미 항생제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했듯이 항생제를 무턱대고 오랫동안 쓰
기보다는 이러한 생활요법의 도움을 받아 완치의 기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열감기란 무엇인가
사실 열감기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온 순간부터
체온이 높아진다. 따라서 어떤 감기를 앓고 있다 하더라도 열감기는 같이 앓는 것이
다.
열은 뇌에 있는 체온조절중추의 기준 온도(set point)가 높아져서 체온이 상승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열은 체온조절기능이 상실된 것이 아니라 높아진 기준 온도에 우리
몸이 따라가는 현상이다. 기준 온도의 상승은 모든 종류의 감염(세균, 바이러스, 곰팡
이 등)에서 나타나는데, 미열일 경우는 0.1도, 고열일 경우는 4도까지 올라간다.
기준 온도가 올라가면 우리 몸은 마치 추운 곳에 오래 있는 것과 같은 반응을 나타
낸다. 즉 소름이 끼치고 말초혈관이 수축되며 땀구멍이 닫혀서 체열을 빼앗기지 않도
록 하고, 몸을 떠는 현상을 일으켜 열 생산을 증가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체온이 높아 진 기준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된다.
이렇게 발열 반응이 계속되다가 병원균이 우리 몸에서 모두 없어지거나, 아스피린
등의 해열제를 복용한 후에는 기준 온도가 원상태로 돌아오는데, 이때는 아까와는 반
대로 마치 더운 곳에 노출되었을 때와 같이 말초혈관 확장이 일어나고 땀이 나서 몸에
서 만들어진 열 을 발산시켜 체온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이 병균으로 감염되었을 때 열이 발생하는 현상은 병을 이겨 내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열은 생물의 진화 과정을 통해 '숙주
방어기전(host defense mechanism)'으로 개발되어 온 일종의 적응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즉 열에 의해 체온이 약간 상승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면역
반응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첫째, 병원균에 감염된 부위로 백혈구의 이동이 촉진되고, 이동한 백혈구가 병원균
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식작용과 효소 분비 작용이 촉진된다.
둘째, 인터페론 생성이 촉진되고, 또 인터페론에 의한 항세균, 항 바이러스, 항암
작용이 촉진된다.
셋째, 면역 반응에 필요한 T임파구의 증식이 촉진되어 항 바이러스 및 항암 작용이
활발해진다.
이러한 발열현상은 우리 사람뿐 아니라 물고기 이상의 모든 척추 동물에게 있어서
병균 감염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열이 난다고 해서 무
턱대고 해열제를 사용하는 습관이 들어 버리면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작동되기 어려
워지므로 원래 타고난 면역력은 퇴화된다. 그래서 해열제나 진통제는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열감기에 대한 대응책
그러나 열이 너무 높아지면 그 자체로 새로운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또 열과 함께
동반되는 통증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래서 무턱대고 참기보다는 체온이 몇
도인가를 측정하여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렇게 적절한
대응을 할 때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우리 몸의 발열단계는 3단계로 나눈다. 보통 37도 이상 38도 미만을 미열, 38도를
넘으면 중등열, 39도 이상을 고열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른 감기 증상이 없으면서 체
온이 미열이나 중등열일 때(몸이 약간 찌뿌드드한 상태)는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
펜, 이부프로펜 같은 해열 진통제를 사용하고 안정하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열일 때는 그 자체로도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고열은 어른보다 생후 1년
이내의 어린이에게서 특히 자주 발생된다. 생후 1년 이내의 어린이는 살이 포동포동하
여 보기에도 매우 부드러운데, 이는 피하지방의 지방질 비율이 매우 높게 포함되어 있
기 때문 이다. 이렇게 피하에 지방이 많은 이유는 어린이의 왕성한 발육을 위해(어린
이는 생후 1년 동안 체중은 200%, 신장은 50% 가량 증가한다) 체표면을 통한 열의 발
산을 막아 섭취한 열량이 낭비 없이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이 시기의 어린
이는 외투를 한 겹 입고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체표면이 지방에 의해 감싸져 있기 때
문에 약간의 발열 물질에 의해서도 고열에 도달하게 된다. 이렇게 될 때 부모들이 당
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어린이가 있는 집에는 항상 해열제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요즘에는 항문
에 넣어 주는 좌약 형태의 해열제(상품명:써스펜 좌약)나 시럽 (상품명:부루펜 시럽),
그리고 맛있는 과자 같은 해열 진통제(상품명: 아이잘 츄정)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
다.
고열이 날 때는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물을 많이 먹여야 하며, 폐렴 등 급성 감염증
의 염려가 있으므로 병원으로 빨리 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해열 진통 효과가 있는 약은 감기균에 의하여 발열 물질, 통증 물질, 혈
액응고 물질(프로스타그란딘)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주기능이다. 따라서 발열
을 진정시키는 대증요법으로 해열 진통제를 사용하지만, 어떤 해열제를 사용하더라도
병원균이 너무 독해서 발열 물질이 만들어지는 효소 반응이 보다 강하게 일어난다면,
기대한 만큼의 해열 효과를 얻기 힘들다.
그러나 열이 너무 많이 올라가면 병을 이겨 나갈 기력을 잃게 되는 일도 있고 고열
그 자체도 매우 위험하므로 해열 진통제는 사용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
한 것처럼 발열 반응이란 병원균과 싸우는 몸의 중요한 반응이니까 그를 완전히 억제
할 정도의 약은 우리 몸에 부작용을 남긴다. 따라서 그다지 강력하지 않은, 또는 적당
히 반응할 수 있는 약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미열 정도에서는 해열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열 진통제라고 하면 아스피린으로
통해 왔는데, 최근에는 이 약이 어린이에게 '라이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것들을
각각 한 종류씩 쓰는 것이 아니고, 서로의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상승 작용) 두 종
류를 동시에 배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라이증후군은 감기나 수두 등의 치료에 아스
피린 등을 사용했을 때, 뇌압이 높아지고 간 장애가 일어나서 갑자기 구토와 혼수상태
에 빠져 생명이 위험해지기도 하는 증후군으로 어린아이에게만 일어난다.
비타민 C와 감기 예방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약을 들라면 단연 비타민 C를 꼽을 수 있다. 새콤달콤
한 알약을 빨아먹거나, 가루약으로 입에 털어 넣으면, 새콤한 맛이 입 안에 가득해지
고 기분이 산뜻해진다. 비타민 C는 약의 형태로가 아니라 음식이나 과일로 섭취하는
것이 더욱 좋 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신선한 채소나 특히 귤에 많이 들어 있어
서 하루에 두 개만 먹어도 하루 필요량인 50mg이 충족된다고 하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이 비타민 C가 감기에도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사람은
미국의 화학자 폴링 박사인데(폴링 박사는 노벨상을 개인적으로 화학과 평화 2개 부분
에서 수상한 사람이다), 그가 새로이 밝힌 감기에 대한 비타민 C의 효과는 다음과 같
다.
#1 비타민 C는 바이러스를 약화시킨다
비타민 C는 바이러스의 핵산에 직접 작용하여 바이러스의 힘을 약화시킨다. 사실 이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약이 아직도 많이 개발되어 있지 못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용은
더 깊이 연구되고 이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비타민 C 는 바이러스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감기뿐 아니라 구내염, 헤르페스, 간염 등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2 비타민 C는 생체의 방어 기능을 강화시킨다
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병원균이 체내에 들어오면 그것들을 막아내기 위하여 백혈
구(임파구)와 매큰로파아지라는 식균 세포가 활동을 하는데, 비타민 C는 그 활동을 강
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인체의 자연 치유력을 증가시킨다. 그 때문에 감기에 대
한 저향력이 생기고 기타 암과 같은 질병의 발생을 막아 준다.
#3 비타민 C는 콜라겐의 합성을 활발하게 만든다
우리 인체 단백질의 1/3이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이며, 이는 세포와 세포를 단단히 연
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콜라겐이 많이 생성되면 바이러스 및 병원균의 세포간
이동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이들에 감염되어도 콜라겐에 의해 방해를 받아 활동을 못
하게 된다.
#4 비타민 C는 인터페론의 생성을 촉진시킨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저지할 뿐 아니라 종양 세포에 대해서도 저지 작용이
있는데, 비타민 C는 체내에서 인터페론이 생기는 것을 촉진시킨다.
#5 기타 작용
이 밖에도 비타민 C는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의 생성을 억제하고, 혈중 콜레
스테롤의 양을 낮추며,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척추 물렁뼈(콜라겐)를 단단하게 만들
어 디스크에도 효과가 있으며, 노화의 원인이 되는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막고, 간장의
해독력을 증진시키는 작용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영양제 편에서 자세히 이
야기하겠다. 비타민 C는 보통 다른 동물의 경우 체내에서 생성되는데 반해, 모르모트
와 원숭이 그리고 사람만이 몸 속에서 만들지 못하여 전적으로 밖에서 받아들여야만
된다.
#6 얼마나 먹어야 하나 어떻게 먹어야 하나
그러면 이렇게 감기나 기타 질병에도 예방의 효과가 있는 비타민 C를 얼마나 섭취하
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 폴링 박사는 비타민 C 대량요법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수
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C는 예전에는 필요량 이상을 섭취하면 소변으로 모두 배출된다
고 알려져 있었고, 한편으로는 이를 대량으로 섭취하면 체내에서 수산이 되는데 그것
이 칼슘과 결합되어 신장결석을 일으킨다는 염려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1일 4g까지의 복용으로는 소변의 수산량에는 전혀
영향이 없으며, 일본 후생성에서도 1일 2g까지는 안전량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타민 C를 글과 같은 과일이나 채소로 섭취하려면 많은 양을 먹어야
하는데, 글의 경우 두 개에 50mg 들어 있으므로 2g이면 2,000mg 이니까 80개에 해당한
다. 따라서 충분한 양의 비타민C를 보급하기 위해서 정제로 된 형태를 섭취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항간에는 정제 비타민C는 먹어도 체내에서 이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가 들려오는데, 그 말은 근거 있는 것이 아니다.
감기에 대한 일반적인 주의점
요즘은 환절기마다 무슨 무슨 A형이니, B형이니 하는 이름의 독감주의보를 흔히 듣
게 된다. 그럴 때마다 병원이나 약국에 감기 환자가 줄을 잇는다. 또 독감주의보가 발
효되어 있지 않더라도 대기 오염이 워낙 심각한데다, 개도 감기에 안 걸린다는 소위
오뉴월 여 름에도 선풍기, 에어컨, 냉장고의 보급으로 몸을 차게 할 경우가 많아서 일
년 내내 감기 환자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또 예전에는 감기를 치료받으나 안 받으나 대략 일 주일 정도면 낫는 병이라고 생각
했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감기 한번 걸리면 열흘씩 병원에 다녀도 잘 안 낫는다고
불평을 늘어 놓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는 우리의 환경이 그만큼 나빠
졌다는 얘기다. 요즘에도 시골의 공기 맑은 곳에서는 약을 먹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감기가 낫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실 감기의 치료나 회복이라는 것은 감기의 원인균을 우리 몸에서 완전히 쫓아 내
고 또 감기균이 우리 몸에 들어왔다가 나간 후에 남겨 놓은 흔적(콧물, 발열, 기침,
편도선염 등)마저 말끔이 없애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감기의 증세는 원래 우리 몸에
서 스스로 이겨 낼 수 있는 면역 체계가 작동되어 치료되고 회복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감기 약이라고 사용하는 수많은 종류들은 모두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돕는 정
도로만 투여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감기는 우리 몸 스스로 이겨 낼 수 있도록 단련
시켜야 한다.
우리 몸이 스스로 감기를 이겨 내기 위해서 우리는 일단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되면,
체내의 면역 체계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에너지와 수분을 공급하고, 면역
체계에 방해가 되는 행동(음주, 흡연, 과로, 수면부족 등)을 삼가여 우리 몸이 빨리
감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체내 대사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약으로만 해결한다든지, 무리한 활동을 계속하게 되면 '감기는 만병
의 근원이다'라는 충고처럼 다른 감기의 합병증을 얻어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감기는 가능한 한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고 감기에 일단 걸리면 초기
에 재빨리 치료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먼저 감기에 안 걸리는 방법을 알아보자.
감기에 안 걸리려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키워 놓아야 한다.
또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담배나 술과 같은 영양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기호품은 멀
리하여야 한다. 한편 스트레스가 감기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 생활
에 임해야 한다. 모든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꿈을 가지며, 작은 일이라도 꿈을 성
취하기 위해 실천해 나가자.
감기의 원인균(라이노 바이러스)은 주로 손에 붙어 있으므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
면 자주 손을 씻는 것이 좋은 예방책이다. 또 몸을 오랫동안 차게 하지 말고, 바람이
심한 날은 몸을 잘 방어하여야 한다. 비를 맞은 채 오랫동안 돌아다니지 말고, 목욕
후 머리나 몸은 잘 말려야 한다. 평소에 양치를 자주 하고, 소금물로도 양치하는 것이
좋으며, 건포마찰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물론 생활 요법으로 앞에서 언급
했던 무나 양파 등의 이용법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유익할 것이다. 또한 독감이 유행
하기 전에 어린이와 노인은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한다. 사살감기 바이러스를 적절
하게 처치할 수 있는 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이노플릭스, 아시클로버 등), 아직 본
격적으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감기에 사용한 약은 그 증세만을 가라앉히는
대증요법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병원균 자체는 처치하지 못하고 병원균
에 의한 신체증상 만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방법이다. 따라서 그렇게 치료 방법이
아직 불확실한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
하고 싶다.
한편 감기에 걸렸을 때는 초기에 재빨리 치료하여야 하는데, 요즘은 특히 바이러스
의 잠복기가 매우 짧아져서 증세가 갑자기 심해 질 경우가 많으므로 감기 치료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한이 나거나, 재채기를 하거나, 코나 눈 또는 목이
간질간질 할 때 몸을 따뜻이 하고 충분히 자며, 땀을 푹 낸다. 그럴 때 항히스타민제
나 종합감기약 정도를 가볍게 사용하고, 보리차를 충분히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고 할 수 있다. 이럴 때 '내가 이까짓 감기쯤... ' 하면서 몸을 함부로 하면 바이러스
가 침입한 상태를 지나 세균등에 의한 2차감염이 일어나서 본격적인 감기를 앓게 되므
로 쓸데없는 객기를 부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주의했는데도 감기 증세가 심해져서 편도선염증이 심해지고 고열과 기침이
심해지면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일 주일 이상 편도선염증이 가라
앉지 않을 때는 균검사를 통하여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해야만 감기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 또한 설사나 복부팽만 같은 소화기 이상의 증상이 있을 때에는 감기약과 소화기
개선약을 함께 복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약을 복합해서 사용하는 경우 큰 문제를 일으
키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별로 걱정할 필 요는 없을 것이다. 만약 설사 등의 증상을
그대로 두게 되면 피로를 유발하고 저항력을 저하시켜 증상이 더 악화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나이 드신 노인 가운데 똑바로 누워서 잠들지 못할 정도로 천식이나 해소 때문에 고
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다른 신체적 결함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수가 젊었을 때 감기를 오래 끌어서 기관지가 상해 버린 후유증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하소연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평소에 감기 조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야기
하고 싶다. 그러한 당부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시판되는 감기약의 성분과 효과
이제까지 우리는 감기의 다양한 증상과 그에 대한 대책들을 알아보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흔히 사용하는 시판 감기약 속에 들어 있는 성분과 그 효과
를 살펴보기로 하자.
#1 코감기약
콘택 600
말레인산 클로르페닐아민-항히스타민제
염산 페닐프로파놀-교감신경흥분으로 코점막 주위를 흐르는 말초혈관을 수축하여 콧
물 생성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한다.
벨라돈나 알칼로이드-부교감신경억제로 기관지 분비 작용을 억제한다.
액티피드
염산 트리프로리딘-항히스타민제
염산 슈도에페드린-교감신경흥분으로 말초혈관 수축작용을 한다.
지미코
디펙사마이드 메치요다이드-기관지분비 억제작용
염산 클로르신나진-졸리지 않은 항히스타민제
염산 페닐프로파놀아민-비충혈 제거, 코막힘 증상의 개선 작용
스카이나
염화 리소짐-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와 세균을 억제시키는 효소로서 염증을 직접 제
거하는 작용을 한다.
아스피린 알미늄-위장 장애를 개선한 해열 진통 소염제
염산 디페닐피랄린-항히스타민제
#2 기침, 가래 감기 시럽약
지미콜 시럽
브롬화수소산 덱스트로메토르판-뇌의 기침중추를 억제하여 기침을 진정시키는 작용
을 한다.
염산 슈도에페드린-교감신경흥분으로 기관지를 확장시키고 코 점막 주위의 말초혈관
수축작용을 한다.
구아이페네신-기관지 점막 세포의 점액 분비를 촉진시켜 가래와 기관지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한다.
브론덱 시럽
브롬화수소산 덱스트로메토르판-중추성 진해제
염산 슈도에페드린-기관지 확장 및 말초혈관 수축작용
말레인산 카르비녹사민-항히스타민제
토푸렉실 시럽
옥소메마진 -항히스타민제
구아이페네신-가래 제거제
아세트아미노펜-해열 진통제
안식향산 나트륨-방부제
아스마 에취 시럽
브롬화수소산 덱스트로메토르판-중추성 진해제
말레인산 클로르페닐아민-항히스타민제
염산 메틸에페드린-기관지 확장 및 말초혈관 수축작용
구아야콜 설폰산 칼륨-기관지 점액 분비 증가로 객담 배출 작용
길경 유동 엑스-객담 배출 작용
차전초 유동 엑스-중추성 진해제
암브로콜 시럽
암브록솔-기관지분비 촉진작용과 기관지 상피 세포의 섬모 운동을 항진시키는 작용
이 있어 객담 배출 작용이 강하다.
클렌부테롤-기관지 확장 작용
#3 종합 감기약
판피린, 판콜
아세트아미노펜-해열 진통제
염산 메틸에페드린-기관지 확장 및 말초혈관 수축작용
무수 카페인-각성 작용
구아이페네신-가래 제거제
말레인산 클로르페닐아민-항히스타민제
화이투벤 캅셀
아세트아미노펜-해열 진통제
말레인산클로르페닐아민 -항히스타민제
염산 클로페라스친-중추성 진해제
염산 메틸에페드린-기관지 확장 및 말초혈관 수축작용
카페인-각성 작용
세라치오펩티다제-단백분해 소염효소제로서 가래와 콧속의 염증을 묽게 하여 배출시
키는 작용을 한다.
화이투벤 시럽
아세트아미노펜, 말레인산 클로르페니라민, 염산 메틸에페드린, 구아이페네신, 브롬
화수소산 덱스트로메토르판, 무수 카페인
화콜 캅셀
아세트아미노펜-해열 진통제
브롬화수소산 덱스트로메토르판一중추성 진해제
염산 메틸에페드린-기관지 확장 및 말초혈관 수축작용
말레인산클로르리닐아민 -항히스타민제
무수 카페인-각성 작용
감초 엑스-인후통 완화, 가래 제거
길경 엑스-가래 제거
질산 티아민-발열시 소모되기 쉬운 티아민 보급
메타규산 알루민산나트륨-위장 보호제
화콜시럽
아세트아미노펜, 말레인산 클로르페니라민, 염산 메틸에페드린, 구아이페네신, 브롬
화수소산 덱스트로메토르판, 무수 카페인, 감초 엑스, 길경 엑스
코리투살 시럽
덱스트로메토르판 레지네이트-중추성 진해제
카르비녹사민 - 항히스타민제
페닐프로판올아민 레지네이트-비충혈 제거, 코막힘 증상 개선 작용
아이 코코 시럽
아세트아미노펜-해열 진통제
말레인산클로르페닐아민 -항히스타민제
브롬화수소산 덱스트로메토르판-중추성 진해제
염산 메틸에페드린-기관지 확장 및 말초혈관 수축작용
세네가 엑스-기관지액 분비 촉진으로 가래 제거 작용
지룡 엑스-체온조절중추에 작용하는 해열 진통제
제10장 위장약 이야기
밥통의 형편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 선조들은 배고픈 설움을 한평생 벗어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고개 중에 가장
높은 고개는 보릿고개이고, 흥부의 아이들에게 가장 큰 소원은 '횐 쌀밥에 고깃국'이
었다. 그러다 보니 배, 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위가 비었을 때 느끼는 괴로움은 무척
컸으리라는 사실은 밥통에 관한 표현이 많다는 것으로도 짐작이 간다. '밥통이 크다'
'밥통이 비었다' '밥통이 아프다'라는 표현 외에도 '밥통' 그 자체가 밥만 축내고 제
구실도 못 하는 사람을 비난조로 이르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니 말이다.
예전에는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매우 설득력이 있었지만, 요즈음은 체중을 관리
하려고 금식이나 절식하는 사람도 많아진 것으로 보아 그 말의 설득력은 이제 없는 듯
하다. 그만큼 먹을 것이 풍부해 졌다는 말이다.
그런데 풍요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해진 이러한 현상이 밥통 즉 위라는 입장에서
볼 때 반드시 좋아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위가 제일 편한 상
태는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의 음식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먹을 것은
흔치 않고 할 일은 많았던 옛날 사람들은 보릿고개 같은 때에 식량이 없다면 모를까,
먹기 싫다고 끼니를 거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먹고 싶다고 한껏 먹을 식량이 없으
니 위에 부담이 될 만큼 많이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위의 입장'에서는
풍족하지 못했던 옛날이 더 그리울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소수의 양반이나 왕족을
제외하고 말이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위를 너무 혹사시킨다. 기분이 너무 좋아도 너무 나빠도 식사를
거르기 일쑤이다. 반대로 아무 때나 닥치는 대로 먹어대는 사람도 있다. 먹을 것이 풍
부하다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을 골라 먹는 편식 습관이 형성된 사람도 많은데,
특히 육 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의 위는 늘 과로에 시달리게 된다. 밤에는 자야
함에도 불구하고 야간 작업이니, 나이트 클럽이니 하면서 수면을 취하지 않아 그 자체
만으로도 위가 쉴 수 없어 괴로운데, 거기에다 커피나 술, 담배 등 온갖 자극적인 음
식으로 고문까지 해 댄다. 더구나 입맛이 없다고 매일같이 맵고 짠 음식으로만 식단을
채우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위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다.
사람의 얼굴 표정은 위의 표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 사람들의 얼굴 표정으로 보아
위의 표정이 좋은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사정이 이러니 위장을 비롯한 소화기계 질환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보건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병원 방문 환자 중 20% 이상이 소화기 계통의 질환을 치료하려는
사람이라 한다. 아마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가스명수니 훼스탈이니 하는 시판 소화제
로 밥통에 탈난 것을 해결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이 크게 늘 것이다.
그러면 옛날에는 고파서 괴로웠고 요즘은 아파서 괴롭게 된 밥통, 즉 위장의 병과
그 약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위장의 구조와 역할
우리 몸의 위는 내장이므로 웬만큼 아파서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이것은 진통제
의 통증 항목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나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고 입에서 대충 우물우
물하다가 꿀꺽 삼키면 위에서 다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루 이
틀만 그렇게 대충 꿀꺽 삼켜 대면 위는 당장 SOS를 요청하는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고
만다. 물론 싸이렌 소리는 한 가지가 아니고 매우 복잡하게 나지만, 어쨌든 윗배가 매
우 불편하고 아프기까지 하다.
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소화 작용을 하는 내강 장기(안이 비어 있는 장기)이
다. 위의 소화 작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로 맷돌처럼 음식물을 가
는 기계적 작용이 있고, 또 하나는 염산과 펩신으로 음식물을 분해하는 화학적 작용이
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옛날에 콩 같은 것을 갈 때 쓰던 맷돌이 투박하고
튼튼하게 생긴 것처럼 우리의 위도 매우 질기고 튼튼한 근육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
고 그 근육은 한 겹이 아니라 가로 세로 경사를 이루며 뻗어 있는 3층의 근육으로 되
어 있어 연동 작업을 한다. 또 음식이 식도에서 들어오는 곳과 십이지장으로 나가는
곳에 수도꼭지의 역할을 하는 괄약근이 있는데, 이것은 음식물의 출입만 통제하는 것
이 아니라 맷돌과 같이 강력하게 음식을 가는 작용도 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합쳐
져서 우리가 먹은 음식은 분해 되기 쉽게 잘린다.
이렇게 기계적으로 잘린 음식은 다음으로 분해되는 과정 즉, 위의 화학적 소화 작용
의 과정을 밟게 된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이고, 구미가 당기
는 것처럼 위에서도 위액이 분비된다. 제일 처음 생각할 수 있는 위액은 염산이라는
매우 강한 산이다.
가끔씩 위액이 거꾸로 올라와 목이나 입에 닿는 것을 경험한 한 사람이 많을 터인
데, 이럴 때 매우 신맛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바로 위에서 분비되는 염산이 강한 산이
기 때문이다. 위에서 분비되는 위액 중 또 하나의 성분은 펩시노겐인데, 펩시노겐은
염산에 의해 펩신이라는 효소로 바뀌어 우리가 먹은 음식 중의 단백질을 분해한다. 즉
위에서는 염산과 펩신으로 음식물을 화학적으로 삭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몸
의 위도 역시 단백질이 주성분인 근육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위 자체를
삭혀 버릴 수가 있다. 따라서 그렇게 강력한 화학 작용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기 위해
위점막에서는 중성점액이라는 생체방어액을 분비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기계적 분절 작용과 화학적 분해 작용 그리고 자신을 위한 방어 작용이
위가 가지고 있는 기능인데, 이러한 기능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이상이 있으며 우리는
'아이고 배야' 하면서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우리들이 겪을 수 있는 위장병은 이러한 세 가지 기능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대
로 작동되지 않으면 발생되게 된다. 그러면 그렇게 발생되는 위장의 여러 가지 고장
즉 위장병도 그러한 세 가지의 기능에 따라 분류하고 그에 맞는 위장약을 알아보자.
물리적 위장병과 위장약
음식물을 기계적으로 잘게 부수는 위장의 기능은 위장의 근육 자체가 튼튼한가 그렇
지 못한가에 따라 '좋다, 나쁘다'로 구분된다. 위장의 근육은 연동 운동 즉 파상 수축
을 통하여 음식을 잘게 부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맷돌도 돌 자체가 튼튼하고 빈틈이
없으면 그렇지 못한 것보다 녹두나 콩 같은 음식물을 더욱 잘 갈 수 있듯이 우리의 위
도 원래 튼튼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어 소화력의 차이가 생긴다.
또한 원래 생긴 모양의 차이와는 별도로, 지방질이 많은 음식이나 소화가 잘 안 되
는 음식을 많이 먹는 등 위장을 너무 혹사시키게 되면 위장의 근육이 약해지기도 한
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위가 아래로 처지는 위하수증이나 위아토니
증까지 발생하게 된다. 어떤 음식을 먹든지 늘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사람의 경우 대부
분 이러한 위장 근육의 힘이 절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한편 위장 근육의 힘과는 별도로 위장의 근육이 얼마나 원활히 움직이는가에 또한
소화력이 좌우되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이 조절하고 있다. 특히 교감신
경(흥분신경, 긴장신경)이 우세하게 되면 위장 근육은 바싹 죄어들어 마비상태에 이르
게 된다. 따라서 즐거운 기분으로 하는 식사와 불쾌한 기분으로 하는 식사의 소화는
엄청난 차이가 있게 된다. 충격을 받았다든가 밥 먹다가 꾸중을 잔뜩 듣게 되면 위장
이 굳어져서 소화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위장의 물리적인 힘에 관계되는 또 다른 요소는 괄약근에 있다. 괄약근은 위장의 출
입구를 구성하고 있는데, 특히 위장의 출구에 있는 유문부의 괄약근은 수레바퀴같이
생겨 연동 운동과는 다른 방향의 운동(회전 운동)으로 음식물을 간다. 즉 괄약근의 이
러한 움직임이 원활한가에 위장의 소화력이 영향을 받고 있다.
한편 위장의 괄약근은 맷돌과 같은 작용 말고도 또 하나의 중요한 물리적 기능을 가
지 고 있는데, 이는 음식물 출입 통제의 기능이다. 즉 괄약근은 마치 수도꼭지의 잠금
과 풀림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위장에 들어오는 음식과 나가는 음식을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괄약근의 여닫이를 조절하고 있는 것은 갖가지 호르몬과 신경이라는 것
이 최근 밝혀졌다.
그런데 괄약근의 조임과 풀림 특히 수축력은 위장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왜냐하
면 위장의 입구 쪽 괄약근(분문이라고 한다)이 제대로 수축되지 않으면 위장 속에 들
어 있는 음식이나 강한 산이 식도 쪽으로 거꾸로 역류해 들어가 고장이 나게 되고, 출
구 쪽 괄약근 (유문이라고 한다)이 제대로 수축되지 않으면 아직 완전히 소화되지 않
은 음식물이 십이지장 쪽으로 흘러 나가 고장을 일으키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슴
이 쓰리고 아픈 증상이나(역류성 식도염), 배가 고플 때 속이 쓰린 증상(십이지장궤
양)의 많은 부분은 위장의 출입구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서 발생되기도 한다.
이러한 위장의 물리적 장애에 대한 위장약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위장약이라고 존재
하는 종류들에는 별로 없다. 따라서 우리의 식사 습관이 매우 중요해지는데, 그 중에
서도 꼭꼭 씹어 천천히 먹는 것이 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약국에 소화제 사
러 오는 사람 들에게 급하게 먹는지의 여부를 물어 보면, 10명 중 9명은 음식이 다 씹
히기도 전에 꿀떡꿀떡 삼켜 버리는 습관이 있다고 대답한다.
또한 위장의 근육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위를 혹사시키는 과식이나 과음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며, 특히 근육의 구성 요소인 단백질을 풍부히 섭취해 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위 근육이 상당히 약해져 있어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는 시판되는 소화 효소제(상품명:훼스탈, 제스탄 등)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
다.
그런데 물리적 위장 장애의 더욱 큰 열쇠는 자율신경을 비롯한 각종 신경 물질과 호
르몬들이 쥐고 있으므로 우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위장약이다.
따라서 소화불량으로 소화 효소제를 사용할 때에 비교적 안전한 신경 안정제(상품명:
트리민, 제르다실 등)나 자율신경 조절약인, 감마 오리자놀(상품명:오리자놀, 오리놀
등)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물리적 작용이 지나치게 왕성한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경우의 증상은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먹고 나서 돌아서면 배가 고픈 소위 속이 허하다고 표
현하는 상태가 된다. 이런 사람을 보고 우리는 뱃속에 거지가 들어 있다고 놀려 대기
도 한다. 이 러한 증상은 대부분 부교감신경의 과잉 분비나, 정신적 이상 즉 욕구불만
에서 비롯되기 쉽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
서 온몸의 긴장이 지나치게 풀려 있거나, 모든 일을 적당히 해결하려는 성격인 경우가
많다. 비만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데, 이럴 때 식욕억제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화학적 위장병과 위장약
우리가 삼킨 음식은 위장의 물리적 힘에 의해서 잘리고 그와 동시에 강한 산성인 염
산이라는 화학 물질 (염산은 하수도가 막혔을 때나, 화장실 청소할 때 사용하는 매우
독한 산성 물질이다)에 의해서 우리 몸에 흡수되어, 몸이 이용할 수 있는 영양소의 형
태로 분해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사실 가장 최초의 물리적 그리고 화학적 작용은 이
미 입에서 침에 의해 시작되고 있으므로 입에서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키라는 얘기를
앞에서 한 적이 있다.
화학적 위장병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위장의 염산이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너무
작게 분비되거나 또는 염산의 산도가 너무 강하거나 너무 옅거나 해서 발생되는 이상
이다.
염산이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염산의 산도가 너무 강하게 되면 음식물의 소화는 잘
되지만, 위벽 자체마저 소화시켜 위벽을 손상시킬 수 있다. 우리가 속이 쓰리다고 표
현하는 통증은 위벽이 상했기 때문에 일어나며, 이러한 위벽의 손상으로 위궤양이나
위염 등이 발생한다.
염산 즉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될 경우에는 위산의 분비를 억제시키는 약(시메티딘,
라니티딘, 파모티딘 등)이 사용되고, 산도가 너무 강할 경우에는 산성을 중화시키는
약으로 강알칼리제인 탄산 수소나트륨(중조라고 불리는 성분, 상품명:노루모, 건위정
등)이나 약알칼리제인 인산알미늄, 수산화마그네슘, 하이도로탈사이드 등 (상품명:겔
포수 미란타, 암포젤, 탈시드 등)이 사용된다.
옛날부터 소다 또는 중조로 불리며 중화제로 사용되어 왔던 강알칼리제는 산반동 작
용과 몸 전체 체액의 균형을 깨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면 유해하다.
산반동 작용이란 알칼리에 의해서 중화되면 그 전보다 더욱 강한 산성의 위액이 분비
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의 위는 강한 산성이 정상적인 상태라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
에 알칼리제를 복용하여 중성으로 변화되면, 우리 몸은 위액을 정상 상태 즉 산성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욱 강한 산성의 위액을 분비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위산의 산도는
더욱 강해진다.
반대로 염산이 너무 작게 분비되거나, 염산의 산도가 너무 옅으면 음식물의 분해 작
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소화불량증에 걸리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위장
을 자극하여 분비가 원활해질 수 있는 고추 성분이나 생강 성분이 들어 있는 약(상품
명:활명수, 가스명수 등)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성분들의 약은 위벽을 손상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복해서는 안 된다. 또 소화 효소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
다.
그러면 어째서 이렇게 위산이 적당한 양과 적당한 산도를 유지할 수 없는가? 그것을
알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하면 화학적 위장병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되어 있어 서로 반대 작용을 하면
서 가장 기본적인 생명 운동을 조절하고 있는데, 위장 기능의 조절도 그 범주에 속한
다. 앞절의 물리적 위장병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교감신경은 위를 긴장시키고 또 위액
의 분비도 억제시킨다. 그와는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위산을 많이 그리고 강
하게 분비하고 또 위장의 움직임도 왕성하게 한다.
따라서 자율신경을 균형 있게 조절해 나가면 화학적 위장병은 근절할 수도 있기 때
문에 자율신경 조절약이나 또한 부교감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항콜린약-스코폴
라민'이 복합되어 있는 소화제(상품명:가스파파, 가스베린 등)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
러나 이러한 약들은 자율신경이 조절하는 다른 기능에 대해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에 환자 스스로 판단해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자율신경 조절에 무엇보다 좋은 약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고 규칙적인 생
활을 해 나가는 것이다. 인간이 즐거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가장 좋은 조건은 남을 사
랑한다든가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을 때이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늘 속
이 쓰리고 아픈 사람이 있다면, 남을 사랑하려는 노력을 하고 또 자신이 이루 기에 너
무 벅차지 않은 적당한 목표를 만들고 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를 권한다.
점막 방어 작용의 약화에 의한 위장병과 위장약
우리가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서 위벽 표면의 점막에서 매우 강한 산성인 염
산이 분비되고 있는데, 이것은 위벽 자체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위벽 자극
의 현상에 대해 우리 몸에서는 몇 가지 방어인자를 가지고 위를 보호하고 있다. 이미
앞에서 말했던 중성점액과 이외에도 점막 자체의 저항성, 점막혈류, 십이지장에 의한
위액분비 억제작용들이 위를 보호하기 위해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 저항성이 떨어지거나 점액 분비가 감소하거나 점막혈류
의 장애 등이 발생하면 염산이나 펩신 등 공격인자와의 균형이 깨어져 위벽의 손상 즉
궤양이 발생한다. 공격인자 (염산)의 과잉 분비도 위궤양을 일으키지만, 상대적으로
방어인자의 기능이 저하되어도 위궤양이 발생되는 것이다. 결국 균형의 문제이다. 위
액의 염산이 정상적인 산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산도가 옅어도 위궤양이 잘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방어 작용이 평상시 보다 약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생
한 궤양은 위산과다에 의한 궤양보다 치료하기가 힘들다.
그러면 방어인자는 어떤 이유로 약화되는가? 그것이 위장병의 중요한 열쇠 중의 하
나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위점막 방어인자의 약화는 중장년자나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된다. 즉 나
이가 들면서 신체 모든 저항력이 떨어지는데, 위를 보호하기 위한 저항력의 형태인 방
어인자들도 역시 정상적인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육체적 스트레스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방어인자를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으로부터 '카테콜아민'이라는 물질이 많
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카테콜아민이라는 물질은 위벽에 있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
액 순환이 원 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그러면 위점막에 영양이 공급되지 못하고 산
소 부족이 생긴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점막의 방어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위벽이 헐고 문드러져 '속이 쓰리고 아픔'을 느끼게 된다.
한편 술이나 담배 그리고 커피 같은 자극적인 기호식품이나, 고춧가루 같은 자극적
인 음식, 그리고 항생제나 해열 진통제와 같은 약들도 방어인자을 약화시키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 중에는 약간의 미생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나 위점막은 위협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위에 자극성
의 물질까지 더해진다면 위에게는 중대한 위협이 된다.
이렇게 위점막 방어 체계가 약화되거나 무너져서 발생되는 손상 즉 위궤양에는 위점
막 보호제 또는 점막조직 수복약이 사용될 수 있다. 그러한 의약품에는 비스무스제제
(상품명:데놀), 설피리드(상품명:다루마틸), 프로글루마이드(상품명:프로리드), 염산
세트락세 이트(상품명:노엘)등이 있고, 겔(GEL-끈끈한 액)형태의 제산제 (겔포스, 미
란타, 암포젤, 탈시드 등)도 점막조직 수복작용이 있다.
그러나 약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위점막 방어 체
계가 무너진 것을 원상태로 회복시키고 또다시 그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
해서는 먼저 나이가 들수록 소화되기 쉬운 음식을 먹고, 또 신체의 저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생활의 여유를 가지
도록 하며, 가능하면 금연 금주하고, 약을 먹어야 할 사정이 생겼을 때는 위장 장애
여부를 가려서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보다 좋은 치료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타 위장병과 위장약
#1 식욕부진
요즈음 사람들은 비만을 무척이나 두려워해서 식사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반대로 밥맛이 완전히 떨어져 빼빼 마른 사람의 입
장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일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밥맛이 떨어지면
살맛도 떨어진
다'라는 옛말처럼 식욕은 인간의 생명력을 지탱해 주는 하나의 유쾌한 감정이기 때문
이다.
그러면 식욕부진은 어떻게 오는지 알아보자. 식욕이라는 것은 미각, 취각, 시각 등
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생리적인 욕구이다. 식욕을 느끼게 되는 것은 뇌의 시상
하부에 있는 식욕중추의 자극에 의해서인데, 최종적으로 대뇌에서 조절된다.
흔히 배고프면 식욕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공복감이 식욕과 일치하지 않은 경
우도 있다.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마음이 없다'거나, '배는 부른데 계속해서 먹고
싶은' 상태를 경험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느낌이 동행되기 쉽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 식욕이 공복감에 뒤따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바로 식욕부진이라는 상태이다. 사실 식욕부진은 그 자체가 병은 아
니고 신체의 다른 여러 가지 병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유발된다. 그러한 병 중에서 가
장 많은 것은 위나 장 (특히 췌장) 등의 병과 그 외 전신의 병 특히 발열이 있을 때와
정신, 신경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식욕부진은 그 원인이 되는 질병을 고치
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 여기서 식욕부진의 원인이 되는 질병과 그를 치료하는 약을 연결지어서 알아
보자. 위염이 있을 때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수용성 아즈렌(상품명: 아즈렌)이 좋다.
위운동 기능저하에는 위운동 촉진제이자 위액분비 증가제인 염화 카프로늄이 좋다. 구
역질이 나 면서 식욕이 없을 때에는 구토제인 메토클로프라미드(상품명:맥소롱)도 위
내용 배출을 촉진하여 식욕을 증가시킨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소화 효소제들은 위
보다는 소장에서 소화 작용을 돕는데, 소화불량에 의한 식욕부진에 좋다. 과산성위염
이나 궤양으로 인한 식 욕부진에는 알칼리제가 좋다. 신경성 식욕부진에는 염산 사이
프로 헵타딘(상품명:사이푸로딘)이나 기타의 신경 안정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여러 가
지 원인이 복합되어 있는 고질적인 식욕부진에는 남성 호르몬의 일종으로서 신진대사
를 왕성하게 해 주는 단백동화호르몬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식욕부진을 예방하기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식사하는 습관과 즐겁게 식사하는 습관
을 들이는 것이 좋다.
#2 토기와 구토증
토기란 속이 메슥메슥한 증세이고 구토증이란 위의 음식이 거꾸로 올라와 입에서 토
해 나오는 상태이다. 보통 토기가 먼저 오고 나중에 구토가 온다. 토기와 구토가 일어
나는 것은 뇌의 연수에 있는 구토중추가 자극되었을 때인데,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하
다.
약국에 와서 자신의 토기(보통 구역질이라고 표현한다)가 왜 일어나는지 묻는 사람
이 적지 않은데, 그에 대한 대답도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토기와 구토에 관계되어
있는 질병이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구토를 가장 흔하게 일으키는 질병은 역시 위장의 고장이다. 위염이 발생하면 이 자
극이 중추에 전달되어 메슥거리게 된다. 또 췌장이나 간장 그리고 장과 복막의 병에서
도 그러한 과정을 밟는다.
내장의 질병 이외에 뇌의 병으로 구토중추가 직접적으로 자극되면 구토가 일어난다.
그래서 두통이나 현기증이 심할 때도 구토가 일어난다. 빈혈이 심할 때도 구토가 일어
나며 어린아이들 중에는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심하게 울기만 하여도 구토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각종 약이 원인이 될 때도 있는데, 약이 혈액을 통해 직접 구토중
추를 자극하거나(디기탈리스중독), 위 또는 간을 해치고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경우(항
생 물질등)도 있다. 멀미와 구토가 동반되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외에 폭음이나 폭식, 식중독과 유독 물질을 섭취했을 때도 구토가 일어나는데,
이럴 때는 위의 내부에 유해물이 존재하는 것이 원인이 되므로 무리하게 멈추지 말고
그것을 전부 토해 버리는 것이 오히려 좋다. 그리고 나서 토기만 남았을 때 약을 써야
한다.
토기와 구토 치료의 원칙은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편으로 그
원인을 제거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약(제토제)을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
하는 제토제에는 중추성 제토제와 말초성 제토제가 있다.
중추성 제토제란 뇌의 연수에 있는 구토중추가 받은 자극을 가라앉히는 약인데, 그
러한 약의 종류에는 페르페나진(상품명:트리민), 메토클로프라미드(상품명:멕소롱),
돔페리돈(상품명:돔페리돈) 등이 있는데 돔페리돈은 졸리거나 어지럽지 않은 제토제이
다.
차멀미, 배멀미에 사용되는 제토제는 항히스타민제의 일종인 염산메클리진(상품명:
보미롱)과 디멘하이드리네이트(상품명 피크니에프껌) 등이 있다.
구토중추보다 상위인 대뇌피질에 작용해서 제토 작용을 하는 약으로는 진정제와 수
면제 등이 있다. 진정제나 수면제는 대뇌피질을 심하게 억제하는데, 대뇌피질이 억제
되면 구토중추의 예민성이 떨어진다.
말초성 제토제에는 위점막을 마비시켜 위의 자극이 뇌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작용
의 약(에치아민벤조에이트와 옥세타자인)과 부교감신경에 작용하여 위의 자극이 구토
중추에 전달되는 것을 차단 시켜서 제토 작용을 나타내는 항콜린 작용의 약(스코폴라
민, 상품 명:가스파파, 가스베린)이 있는데, 특히 항콜린약은 복통이 함에 있을 때 사
용된다.
이상과 같이 토기와 구토에는 원인도 많고 약도 많기 때문에, 원 인을 정확하게 알
아 내고, 적절하게 선택하여 사용해야 하며 어떨 때는 몇 가지를 함께 사용해야 될 경
우도 있다.
#3 위염
(가) 급성 위염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위장병에 많이 걸리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위염이다. 그런데 위염이 어떤 병인가 하는 정의는 사실 애매한 점이
많다. 특히 검사법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웬만한 위장 질환에 모두 위염이
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내시경 검사와 같은 발달된 검사법에 의해 위 내부를 직접 관찰하여
점막의 염증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위장병과 구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형의 위염인가까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염은 위의 내벽을 덮고 있는 점막에 염증이 일어나는 병인데, 그 경과나 상태에
따라서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어지며, 급성의 경우는 보통 분명한 원인이 있어 발생하
는 것으로 외인성과 내인성으로 또다시 나눌 수 있다.
외인성 급성 위염은 음식물이나 약물 등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데, 폭음과 폭식이
주범이다. 특히 출혈성 위염은 대부분 과음이 원인이다. 또한 커피나 홍차, 고추, 겨
자, 후추 등의 자극적인 식품이나 뜨거운 음식 그리고 식중독도 원인이 된다. 아스피
린이나 항생제 와 같이 위벽을 직접 자극하는 약과 농약이나 독극물을 먹었을 때에도
일어난다.
내인성 급성 위염은 외인성처럼 음식물이 원인이 아니라 급성 감염증에 합병하여 일
어난다. 즉 폐렴이나 디프테리아에 감염되었을 때나 간장병 등에서 2차적으로 일어나
는데, 그 원인은 혈액 속의 세균이나 독소 등이라는 보고도 있지만 확실하지 않은 경
우도 있다.
이러한 급성 위염에 걸리게 되면 배가 불쾌하고 기분이 나쁘고 속이 메슥거리며 식
욕이 떨어지고 구토가 심하여 물도 마실 수 없을 때도 있다. 윗배가 탱탱하게 차올라
오는 느낌이 들며 온몸이 나른하고 두통에 설사를 할 때도 있다. 급성 위염의 치료는
위점막의 손상을 회복하기 위해 항궤양작용 약과 위점막을 자극하는 위산을 중화시키
기 위해 제산제 그리고 위 근육의 긴장을 풀기 위해 진경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약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했으므로 참고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폭음 폭식
을 피하고 식사 습관을 올바르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만성 위염
음식을 먹어도 불편하고 안 먹어도 불편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를 흔히
만성 위염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실제로 위 내부를 들여다보면 위점막에 오랫동안 지
속되어 온 염증이 있다고 한다. 대개 급성 위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체질적으
로 위가 약한 사람에게서 잘 발생하는 만성 위염은 독자적인 질병이라기보다 위의 다
른 질병 즉 위궤양이나 위암 등에 수반되는 수반성 만성 위염과 위에 다른 병은 없고
염증만 발생하는 특발성 만성 위염의 두 가지로 나뉜다.
만성 위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반성 만성 위염이다. 우리 주변에 만성 소
화불량에 시달리다가 병원에 가 진찰을 해 보니 진단결과가 위암 말기로 나와 얼마 못
살고 죽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위험성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만
성적으로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내시경 검
사를 받고, 만약 다 나았다고 생각되더라도 병원에서 검사는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만성 위염의 치료는 반드시 식이요법과 약물요법 이 두 가지를 겸해서 실시해야 한
다. 식이요법도 위염의 원인에 따라 나뉘는데, 위산이 많은 사람은 자극적인 식품과
다량의 육식은 피해야 하며 우유, 계란, 생선, 두부, 식물성 기름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위산이 모자라는 사람은 약간은 자극적인 식품을 소화하기 좋게 조리하여 각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1회 식사량을 적게 하는 것도 좋다.
어떠한 경우에도 술이나 담배는 완전히 끊어야 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실제로 위장 병 때문에 약국을 찾는 남성 중에는 담
배를 입에 물고서, 자신의 증상에 맞는 약을 달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한 자신의
위장병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계속 술을 마시는 남자들도 적지 않다. 그들의 미
래는 어떤 모습일까? 또한 외식을 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치료약으로는 항궤양약과 제산제 그리고 소화제를 함께 사용하는데, 병의 경과가 길
기 때문에 약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적어도 3~4개월 동안은 지속해야 한다.
#4 십이지장궤양
위나 십이지장의 내부 표면을 덮고 있는 점막의 일부가 진무르거나 헐어서 상처가
생기는 병을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라고 한다.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은 상처가 생기
는 장소만 다를 뿐이고, 내용 적으로는 같은 병이라고 보기 때문에 보통 위, 십이지장
궤양이라는 하나의 병명으로 부르고 있다. 위궤양에 대해서는 이미 자세하게 언급하였
으므로 여기에서는 십이지장궤양이 위궤양과 다른 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일반적으로 위궤양은 위산의 분비량은 정상이지만 방어인자인 점막의 저항력이 약하
기 때문이 생기기 쉬운데 반하여, 십이지장궤양은 위산이나 펩신의 분비량이 많아서
생기는 질병이다.
따라서 위궤양이 점막의 저항력이 약해지는 중, 노년기에 많이 발생하는 데 비해,
십이지장궤양은 젊은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또 위궤양은 식후 20~30분 즉 음식이
위에 도착했을 때에 복통이 오는 데 반해, 십이지장궤양은 식후 2~3시간 즉 음식물이
소화되어 위를 빠져나가 십이지장에 도착했을 때 복통이 온다.
위, 십이지장궤양의 증세와 치료는 거의 비슷한데, 특히 증세는 세 가지(복통, 출산
과산) 로서 특징을 띠고 있다.
#5 식도염
식도는 원래 음식물을 입에서 위로 보내 주는 통로이다. 따라서 식도 그 자체에서는
소화기능이 없기 때문에, 위 내부에 강한 산성의 위액이 존재하고, 위가 그로부터 스
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식도에는 특별한 방어 체계가 존재하
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먹은 음식이 매우 뜨겁거나, 맵거나 해서 식도벽을 자극한다든가,
위액이나 담즙이 어떤 원인 때문에 거꾸로 올라가 식도에 닿게 되면 식도에 상처가 생
기고 식토염이 발생된다.
그러면 어떤 이유 때문에 위액이나 담즙이 거꾸로 올라가는 일이 발생할까? 비만이
나 임신 등으로 배 전체의 압력이 높아지면 위의 위치가 식도보다 높아지는 일이 생기
는데, 위의 위치가 식도보다 높아지면 식도와 위의 경계에서 수도꼭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분문의 힘보다 위의 내용물이 내려 누르는 힘이 더 커지므로 위액이나 담즙
이 거꾸로 올라갈 수 있게 된다.
또한 나이를 먹으면 식도 주위에 살이 붙어서 그 무게가 증가하게 되어 위를 누르게
되는데, 이때 뚱뚱해서 배 전체의 압력이 높으면 위는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오히
려 위로 올라가서 식도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식도염은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
서 많이 볼 수 있다.
한편 분문 가까이에 병이 있어 분물을 잘라 내는 수술을 받은 사람의 경우는 대부분
역류성 식도염을 앓게 될 가능성이 많다.
식도염에 걸리면 주로 가슴이 쓰리고, 흉골 뒤쪽이 아프며, 오목 가슴에 통증이 느
껴진다. 식도염을 치료하는 약은 위염의 치료약과 거의 유사하여, 점막 보호제(데놀,
다루마틸, 프로리드, 겔포스액, 미란타액, 암포젤액, 탈시드액)와 중화제(노루모, 건
위정, 미란타 정, 암포젤정, 탈시드정)가사용된다.
#6 췌장염
췌장은 소화액을 분비하는 장기인데, 음식을 굶다가 갑자기 많이 먹거나 급하게 먹
는 습관이 있으면, 췌장은 소화액을 언제, 어느 때, 얼마만큼 분비해야 하는지를 잘
조절하지 못하고, 급기야 췌장 스스로를 소화시켜 버리는 췌장염이 발생하게 된다. 실
제로 췌장염이 발생되는 직접적인 계기는 불규칙한 음식 습관으로 쓸개에 돌(담 석)이
생긴 후 그 담석이 십이지장 안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또한 췌장염은 음식보다는 과음
에 의해서 더 잘 발생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췌장염이 발생하면 상복부 특히 왼쪽 배가 뜨끔거리면서 아프고 등쪽이 아프기도 하
며,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췌장염의 치로는 무엇보다 술을 끊고, 식사량을 줄여 췌장을 쉬게 해야 한다. 급성
췌장염일 경우에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트립신의 분비를 억제하는 약인 항트립신제가
사용되는데, 이는 매우 위독한 증세이므로 왼쪽 갈비뼈 아랫부분에 심한 통증이 오면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또한 만성 췌장염일 경우에는 식후에 췌장의 부담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소화 효소제를 복용하고, 수분과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도록 보충해 주어
야 한다. 췌장에 염증이 있으면 당뇨병이 생기기 쉬우므로, 당뇨병의 여부도 진단 받
아야 한다.
#7 과민성대장증상
밥만 먹으면 배가 아파서 화장실로 뛰어가고, 설사나 변비가 번갈아 계속되고, 트림
이나 구역질 그리고 변을 보고 나와도 뱃속에 아직 변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장에 가스가 차서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배가 꾸르륵거리거나, 배가 팽팽하게 느
껴지다 못 해 아프기까지 하는 증세를 통틀어 과민성대장증상이라고 부른다.
이 병은 소화기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2/3 이상이나 차지 할 정도로 빈번하
게 발생되고 있다. 또한 이 병은 원래 대장의 이상(염증)으로 발생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정신적으로 예민한 사람이 폭음, 폭식, 딱딱한 음식, 차가운 음식으로 대장을
혹사하거나, 몸 을 차게 했을 때나 감기에 걸렸을 때 발생하기 쉬운 질병이다.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잘 일어난다.
이러한 과민성대장증상에 걸리게 되면 두근거림, 불면, 땀이 많고, 얼굴이 붉어지
고, 어깨결림, 피로감, 집중력의 저하, 불안감, 초조감 등 여러 가지 증세가 동반되는
경우 가 많은데, 이러한 현상으로 미루어 보아 과민성대장증상은 자율신경의 이상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에서 그 원인을 진단받고 (비슷한 증상의 질병
이 많다), 과민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다음과 같은 약을 사용할 수 있다.
염산 메버베린(상품명:듀스파타린)-대장근육의 세포내에 작용하여 수축을 막는 약으
로 대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피나베리움(상품명:디세텔)-염산 메버베린의 작용과 같다.
이소프로프라미드+트리플로페라진 (상품명: 스콜론) -부교감 신경을 억제하여 대장
이 과잉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고, 정신신경 을 안정시켜 외부의 스트레스에 이겨 낼
수 있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위장약의 종류별 사용법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위장병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이와 마찬가지로 위장약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소화가 조금 안 될 때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마시는 드링크 타
입의 활명수나 가스명수와 같은 물약과 훼스탈, 베스타제, 제스탄 같은 알약은 어느
집이나 비상약 통에 들어 있을 만큼 우리의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다.
그러나 위장병의 상태가 삼각한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화제만으로 그때그때 거북함
을 가라앉히는 습관을 들인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위장병을 키우는 결과가 된다. 따
라서 아무리 작은 알약 하나의 소화제이더라도 그 약이 적절한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본 후에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위장병에 걸려서 사용할 수 있는 위장약에 대해서는 앞에서 산발적으로 대부
분 언급했지만 다시 한번 계통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위장약을 사용함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리해 본다.
#1 소화 효소제(상품명:훼스탈, 베스타제, 제스탄, 판크레온-F등)
소화 효소는 음식물의 당질, 단백질, 지방 등을 분해하여 소장에서의 흡수를 촉진하
는 작용을 갖는 물질이다. 원래 소화 효소는 위액과 장액 중에서 분비되는데, 가장 강
력한 것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췌액의 소화 효소이다.
우리 몸의 어떤 이상으로 인해 소화 효소의 분비가 감소하면 소화 장애가 일어난다.
보통 소화불량으로 소화 효소제를 사용할 때는 위장에서 소화가 안 된 채로 가득 담겨
있는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소화 효소제는
위에 작 용하는 약이 아니고 오히려 소장 그 중에서도 췌장의 병에 사용하는 것이 원
칙이다. 또한 소화액이 충분히 분비되어 있는 경우에는 소화 효소제를 먹어 봤자 의미
도 없고 효과도 없다.
따라서 배가 불편하다고 무턱대고 소화 효소제를 사용하면 안 되며, 소화 효소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여전히 불편할 때 계속해서 소화 효소제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복약 습관이다.
한편 활명수나 가스명수 같은 물약으로 된 소화제는 위장을 자극하여 소화력을 높이
고, 위산을 제거하는 작용이 있는 생약을 추출한 약으로 소화 효소제와는 그 작용기전
이 다르다.
#2 위점막 보호제(상품명 겔포스, 미란타, 암포젤 탈시드, 데놀, 아즈렌, 노엘 등 )
폭음, 폭식, 커피, 고추 같은 자극적인 음식이나 위산과다 등으로 위점막이 손상을
입었을 때, 제일 먼저 위점막을 보호하는 보호제를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이러한 위점막 보호제는 위액이나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부터 위점막을 지킨다. 이 위
액은 음식물을 먹어서 그것을 소화시킬 때 많이 분비되고, 음식물도 식사와 동시에 위
내에 들어오므로 위가 자극받는 것은 거의 식사와 함께 발생한다.
따라서 위점막 보호제는 식사하기 전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격인자가 나타나
기 전에 방어벽을 쌓아 그 공격을 막아 내려면 반드시 식전 복용의 원칙을 지켜야 한
다.
#3 위산분비 억제제(상품명:타가메트 잔탁, 큐란 등)
음식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기 위해 분비되는 염산등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그 산도가 너무 강해서 위에 손상을 입히게 되었을 때 사용되는 약이 위산분비 억제제
이다. 사실 위산분비 억제제는 속이 쓰리거나 아프다고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
이다. 왜 냐하면 그러한 증상은 위산이 과다해서만 발생되는 것은 아니고 방어 체계에
이상이 있어도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약은 병원에서 위산과다라는
진단을 받은 후에만 사용해야 한다. 자 체 방어 체계의 이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러한 약을 오래 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소화불량에 걸리고 만다.
그 대신 위산분비 억제제를 사용하라는 병원의 처방이 있을 때는 적어도 3개월 정도
는 꾸준하게 사용해야 손상된 위점막을 복구하고 치료할 수 있다. 만약 이 기간을 지
키지 않고 증상만 없어졌다고 약을 중단하면 또 다시 위궤양에 걸릴 뿐 아니라, 이때
부터는 만성 위 염으로 들어가게 되기 쉬운데, 만성 위염은 위암의 온상이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4 기타 위장약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위장약을 제외한 제토제, 신경성 위장약, 자율신경조
절약, 항콜린작용약 등은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 과정을 통해서 사용해야 하므로 여기
에서 언급하지는 않겠다. 또한 십이지장궤양, 식도염, 췌장염에 대한 약도 위장약과
비슷한 약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진단을 병원에서 정확하게 받고 그에 따른 처방대
로 약을 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어떤 위장약이든 복용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완전히 나을 때까지 사용해야 하
며, 복용 중 위장을 해치는 행동(폭음, 폭식, 흡연, 자극적인 음식 섭취, 과로, 불안
감 등)은 절대금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위장병의 생활요법
앞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위장병은 폭음 폭식 등 식사 습관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위장병을 치료할 때에는 반드시 식사를 조심하고 생활을 규칙
적으로 하여 위장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위장병 환자들은 위장을 '신주 단지
모시듯이' 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배가 아파서 못 먹는 고통이란 이
세상 살아가는 즐거움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을 잃어 버리는 것 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다행히 원래 타고나기를 돌도 소화시킬 수 있을 것같이 튼튼한 위장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만 많이 먹거나 조금만 매운 음식을 먹어도 속이 쓰리
거나 위가 꽉 막혀 버릴 정도로 약한 위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다. 이러한 경향
은 유전적 요인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래 튼튼한 위를 가진 사람도 스스로를 너무
나 믿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어대는 등의 식사
습관을 가지게 되면 위에 탈이 나게 되고, 약한 위의 소유자라도 조심조심 생활하면
수십 년 동안 그 기능을 잘 보존할 수 있게 된다.
요즈음은 장수시대라 불의의 사고만 아니면 평균 70년은 살 수 있는데, 그때까지 위
장이 튼튼해야 먹고 싶은 음식 먹어가면서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따라서 우리
의 위장을 튼튼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부작용 없는 생환요법을 몸에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 각각의 증상에 해당되는 사람은 반드시 실천해 보기 바란다.
#1 위산이 많은 사람
갑오징어 뼈를 곱게 갈아서 2스푼씩을 보리차 반 컵에 타서 하루에 세 번씩 식후에
마신다. 갑오징어에는 칼슘이 풍부한데 위산이 많은 사람에게는 위산을 중화시켜 주므
로 옛날부터 자주 쓰던 요법이다.
#2 헛배 부르고 가스
찰 때 별다른 원인 없이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로 인해 헛배 부르고 가스 찰 때
는 파 10뿌리에 물 2대접을 부어 팔팔 한번 끓으면 은근한 불로 조절해서 물이 반으로
줄 때까지 달여, 아침 저녁으로 복용한다. 파 뿌리에는 능금산, 당인산, 휘발성 정유
가 들어 있어서 소화에도 도움을 주고 가스를 없애는 역할을 하는데, 식곤증에도 이용
할 수 있다.
#3 소화불량
무 반 개, 사과 1개, 귤 2개를 생즙기에 갈아서 그대로 마시면 되는데, 매 식후에
복용하도록 한다. 무에는 원래 디아스타제라는 효소가 들어 있고, 사과나 글에는 산이
들어 있어 위를 자극한다.
#4 위궤양
양배추 속에는 위의 점막을 수복시키는 작용을 하는 '메틸 메치오닌 설포니움 크로
라이'와 '엘 -글루타민'과 '제파네이' 등이 들어 있는데 생즙을 갈아 마시면 이러한
궤양 치료 효과를 가진 성분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 복용 방법은 생즙을 아침 식전과
자기 전의 빈 속에 마신다. 또한 양배추에는 비타민 A, B₁B₂ C, K, U그리고 칼슘,
인, 철, 엽록소 등이 들어 있어 궤양뿐 아니라 평소에도 권장하고 싶은 야채이다.
#5 위산이 모자라는 사람
위에 산이 모자라면 소화가 잘 안 되는데, 이럴 때는 볶은 소금을 사용한다. 큰 숟
가락 하나 분량의 굵은 소금을 후라이팬으로 약한 불에 볶는다. 약 5분 정도 볶은 후
작은 숟가락 2개 분량을 물에 타서 마시면 된다. 소금을 볶으면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나트륨의 양이 증가되는데, 나트륨은 알칼리제로서 소화 효소의 분비를 자극하는 작용
이 있다.
#6 식욕부진
사과를 이용한다. 독일에는 '사과를 먹으면 의사가 안달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사과의 위장에 대한 기능은 널리 인정받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사과주를 가정상비약으
로 준비해 둔다고 한다.
사과의 탁월한 작용과 좋은 맛을 살리는 방법으로 사과주가 있다. 재료는 굵은 사과
5개, 과실용 소주 1.8리터, 얼음 설탕 800g 이다. 사과를 자른 후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한 달 지난 후 먹을 수 있다. 식전에 한 잔씩 마시면 식욕이 촉진되는데, 술을
못 마시는 여성의 경우에는 저녁 식전에만 사용해도 된다. 식욕부진뿐 아니라 위하수
나 위축성 위염에도 효과적이다.
제11장 피부약 이야기
피부는 우리 몸의 파수꾼
우리가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지만 잠시라도 공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듯
이, 피부도 우리의 몸과 생명에 있어서 상상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기능이 우리의 생명유지에 직결되고 있지만 그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부의 기능은 체온조절기능 정도이다. 그러나 피부가 떠맡고 있
는 아주 중요한 기능은 외부의 온갖 병원균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내는 일이다. 우리는
병균과 각종 독성 물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우리 주변은 해로운 물질들
이 범람하고 있다. 만약 피부가 이러한 것을 막아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루도 살아
갈 수 없을 것이다. 심한 화상을 입은 사람이 생명을 건지기 힘든 이유는 화상 그 자
체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피부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
기도 하다.
이렇게 피부는 마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있으면서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건강한 피부일 경우의
이야기이다. 피부는 경미한 상처나 화상을 입게 되면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그
것은 바로 피부라는 파수꾼이 우리 몸에 비상사태를 너무나도 충실하게 알리는 신호라
고도 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제일선에서 각종 외적을 막아내는 피부는 이처럼 거의 항상 공기나 여타
의 물질 속에 존재하는 각종 병균이나 독성 물질 등에 닿기 쉽다. 그런데 건강한 상태
에서는 이러한 물질에 대해 훌륭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피부 질환에 걸리지 않지만, 우
리 몸이 전체적으로 약해져 있다거나, 피부가 지저분한 상태에서 병균의 침입을 받았
다거나, 피부를 다칠 만큼 독한 물질에 접촉했다거나, 외상을 입었을 경우 등에는 피
부 자체가 병을 앓게 된다.
우리가 쉽게 걸리는 피부 질환은 언뜻 떠올리기에도 습진, 피부염, 땀띠, 태열, 비
듬, 무좀, 버짐, 두드러기, 여드름, 화상, 동상, 티눈, 사마귀 등등 쉽게 구별되지 않
을 정도로 종류가 복잡하고 다양하다. 또한 치료제도 엄청나게 많아서 집집마다 상비
약통에 연고제 몇 가지씩은 굴러다니고, 그게 그거 같아서 아무거나 발랐다가 고생하
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면 이제 우리의 피부병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으며, 치료제는 어떻게 선택해서
사용해야 되는지, 그리고 그 중 특히 피부 연고제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습진이란 어떤 병인가
피부는 인체의 가장 표면에 있어서 직접 외부 세계와 접하기 때문에, 몸의 바깥으로
부터 여러 가지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러한 공격 중에 병균이 아닌 자극성 물질이나 피
부를 상하게 하기 쉬운 물질에 의해 피부가 빨갛게 돋아나고 물집, 짓무름, 부종, 얼
룩점, 부스럼, 피부가 두꺼워지는 증상 등이 나타나며, 게다가 아주 심한 가려움까지
겹치는 피부병이 습진이다.
습진을 때로는 피부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과거에는 그 둘을 구분해서 습진은
체질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또한 피부염은 외부의 자극에 의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요즘은 그 둘의 기전이 같다고 판명되어서 구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습진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습진은 피부과 환자의 1/3을 차지할 만큼 흔한 병이지
만 습진이 생기기 쉬운 사람이 있고 반대로 좀처럼 잘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각 사람들의 피부상태에 따라서 습진이 생기기도 하고 잘 안 생기기도 하기 때
문이다.
그러면 어떤 상태의 피부에 습진이 잘 생길까?
첫째, 습진은 원래 타고난 체질이 유전적인 알레르기 체질이어서 아토피성인 사람과
유전적이지는 않지만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의 피부에서 잘 생긴다. 아기들의 피부가
빨갛고 얼룩덜룩한 상태를 흔히 '태열'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것이 아토피성 피부이
다.
둘째, 피부는 피지라고 불리는 지방을 분비하여 피지막을 형성함으로써 외부로부터
해로운 물질이 침입하거나 우리 몸의 수분이 달아나는 것을 막고 있는데, 이 피지의
분비가 겨울철에 감소되거나, 노화로 쇠퇴되어 부족하면 습진이 일어난다. 또 이와는
반대로 피지 의 분비가 많아도 습진이 일어날 수 있다.
셋째, 땀이 많은 사람에게서 습진이 잘 생긴다. 원래 땀은 피지와 화학 반응을 하여
산성의 물질로 변해서 외부의 여러 가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병원균의 번
식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땀이 너무 많이 나오면 피부가 습해져서 땀띠를
일으키기도 하고, 세균의 공격을 받기 쉽게 만들며, 기왕에 습진을 앓고 있는 경우에
는 가려움이 심해지도록 만들어 2차적으로 악화된다.
이외에도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다거나, 장시간 물이나 독한 물질에 피부를 노출시킨
다거나, 건조한 곳에서 오래 있다거나, 햇빛을 오래 쬐었다거나, 자주 씻지 않았다거
나, 피부를 꽉 끼는 상태로 오래 두었다거나, 피부를 심하게 긁었다거나, 벌레에 물렸
다거나 하는 이유에 의해서 피부에 습진이 생기게 된다.
이상과 같은 피부에 생기는 습진의 종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접촉성 피부염
자극적인 물질에 닿았을 때 생기는 습진이다. 예를 들어 향수, 화장품, 비누, 합성
세제, 염색약, 귀걸이나 목걸이, 고무, 나일론, 시멘트, 가죽, 햇빛, 약가루, 나방 등
이 피부에 닿으면 습진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2 아토피성 피부염
유전에 와해 선천적으로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에게 일어나는 습진이다. 아토피성 습
진은 나이에 따라 증세가 변하는데, 생후 2개월에서 3세 사이에는 머리에서 얼굴에 걸
쳐 질척거리는 습진이 발생하여 전신으로 퍼진다. 흔히 태열이라고 부르는 이 시기의
아토피성 습진은 좀처럼 낫기 힘들다. 그러다가 4세에서 10세 사이에는 피부가 두꺼워
져서 꺼칠꺼칠해지며 매우 가련다. 그런데 아토피성 피부염은 12세 이후 사춘기가 되
면 건조한 형태의 습진이 되었다가 나이가 들면서 사라진다.
#3 지루성 피부염
피부에 지방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에게 생기기 쉬운 습진이다. 즉 피부에 지방이 많
으면 피부 호흡도 어려워지고, 지방 그 자체가 염증의 원인이 되어서 습진이 쉽게 생
기는 것이다. 대부분 머리(비듬)나 얼굴(여드름), 겨드랑이, 등, 앞가슴에 잘 생기는
데, 붉은기가 있고 경계가 뚜렷하며 피부가 비듬처럼 잘게 벗겨지는 특징이 있다.
#4 주부습진
물을 많이 만지는 여성의 손에 많은 습진이다. 손은 여러 가지 물질에 가장 잘 닿는
부위이기 때문에 습진이 생기거나 헐기 쉽다. 특히 주부는 가사와 육아를 통해 물에
손을 담글 기회가 많은데, 따라서 합성세제나 물, 야채, 그 밖의 자극물에 항상 노출
되기 쉽다. 그 러한 자극물 특히 합성세제는 피부를 보호하고 있는 피지막을 벗기는
작용이 강하고 또한 피부를 건조시켜 피부의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이 있다. 이렇
게 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갈라져서 몹시 가렵고 따끔거리게 된다. 주부습진은 손끝
이 까칠까칠해지기 시작해서 차츰차츰 손 전체에 퍼진다고 하여 진행성 지장각피증이
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부습진이 심한 사람들은 지문이 다 지워지는 경우도 있는데,
한번 걸리면 좀처럼 낫기 힘들다.
#5 벌레에 물린 피부병 (곤충자상)
사람의 피부를 무는 벌레는 크게 두 종류로 모기, 벼룩, 이, 진드기처럼 사람의 피
를 빨아먹는 흡혈성 벌레와 방어를 위해 독침을 쏘는 벌 등이 그것이다. 흡혈성 벌레
에 물리면 그 벌레가 분비하는 혈액응고방지의 기능이 있는 물질이 우리 피부에 침투
하게 되는데, 그 러한 물질을 무독화시키기 위하여 우리 몸이 대응하는 현상으로 가려
움증, 부어오름과 빨갛게 되는 습진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한편 벌에 쏘이면 독침에
서 나온 독이 쏘인 부위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로 퍼져, 피부 습진보다
훨씬 심각한 증세가 되기도 한 다.
습진을 치료하는 약
습진은 원인도 다양하고 증상도 다양하지만 치료하는 약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치료하는 약은 먼저 가려움증을 없애 주고, 염증을 없애 주며, 원상회복될 수
있도록 영양을 보급해 준다.
피부 습진이 생겼을 때 가려운 이유는 손상된 피부에서 '히스타민'이라는 가려움을
유발하는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히스타민 외에도 '세로토닌'이나 '아세틸콜린'도
가려움을 유발하지만 대부분 히스타민이 주범이다. 따라서 습진의 가려움증을 가라앉
히기 위해서는 항히스타민제가 사용된다.
우리 몸에서 히스타민이 나오면 히스타민 그 자체로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세포 중 히스타민을 받아들이도록 되어 있는 부분(히스타민 수용채이 결
합하여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는데,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이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
하도록 스스로 히스타민 수용체와 결합해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가려움을 느낄 수 없
게 된다. 그러나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의 근원 물질인 히스타민을 없애지는 못하는
데, 최근에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약(항알레르기제)이 개
발되어 만성이거나 재발성 습진을 앓는 사람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한편 가려움증을 없애는데 한 몫 단단히 하는 약물 중에 '부신피질호르몬'이 있다.
원래 부신피질 호르몬이란 우리 몸의 부신(신장에 붙어 있는 조그만 분비 기관)의 껍
질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말하는데,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질이다. 한마디로 부신피질호르몬은 우리 몸의 각종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여기에서는 피부에 일어난 스트레스를 어떻게 완화시키는지에 대해서
만 알아보려 고 한다(부신피질호르몬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두 '스테로이드'라는
화학적인 고리 모양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제라고 부르기도 한
다).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외부의 자극성 물질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항체로 형성되는 것을 억제하고, '히스티딘'이 히스타민으로 변화, 생성되는 것을 감
소시킨다. 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염증을 없애 주는 작용도 한다. 피부에 습진이 생기면 혈판
에서 맑은 물 같은 것이 빠져 나와 피부가 부어 오르고 진물이 나는 등 염증 증상이
나타나는데,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사용하면 혈관에서 맑은 물 같은 것이 빠져 나오지
못하게 막아내기 때문에 붓거나 진물이 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또한 외부 자극 물
질의 독을 없애기 위해 백혈구나 임파구가 옮겨와서 독물질을 삼켜 버리면 누런 고름
같은 것이 만들어지는데, 부신피질호르몬 제는 백혈구와 임파구가 습진 부위로 옳겨
오는 것을 막기 때문에 염증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부신피질이 염증을 없애는 작용을 하는 것은 임시 작업일 뿐이다. 즉
어떤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당장 우리 몸의 고통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부신
피질호르몬 제만을 믿고 사용하게 되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사이에 병은 낫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깊어지게 될 뿐이다.
부신피질호르몬제가 임시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사이에 항생제 (피부에 침투한 세균
을 박멸시키기 위하여)나 소염제(습진 부위에 만들어진 고름과 부종을 제거하기 위하
여), 그리고 피부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 등을 사용해서, 원인적인 염증 치료가 진행
되어 부신피질 호르몬의 사용을 중단했을 때 또다시 습진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된다.
피부가 자체의 면역 능력을 제대로 유지하고 정상적인 상태로 기능하기 위해서 비타
민 B, 그 중에서도 B2와 B7가 많이 필요해지므로 충분하게 보충해 주어야 하고, 기타
다른 영양분도 균형 있게 섭취하여야 한다.
시판되는 습진 연고와 부작용
습진을 치료하는 약은 이상과 같이 항히스타민제, 부신피질호르몬제, 항생제와 소염
제, 그리고 비타민제 등으로 구성되며, 그 증상에 따라 적절히 가감해서 사용한다. 그
리고 습진은 피부병이므로 피부에 바르는 연고제의 형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대
부분의 연고
제에는 부신피질호르몬제가 함유되어 있다.
그러면 시판되는 습진 연고제에 어떤 성분의 약들이 들어 있는지 알아보자.
세레스톤지: 베타메타손(부신피질호르몬제), 겐타마이신 (항생제)
캄비손: 프레드니솔론(부신피질호르몬제), 네오마이신 (항생제), 아미노퀸카바마이
드 (방부제)
더모베이트: 클로베타솔(강력 부신피질호르몬제)
울트라란: 프루오코트론(강력 부신피질호르몬제)
더마톱: 프레드니카르베이트(특수제제화한 부신피질호르몬제로서 몸 전체로 퍼져 나
가는 작용이 적다)
아빌 연고: 말레인산 페니라민 (항히스타민제)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습진의 원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증상
만을 없애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면 오히려 병을 심하게 만들 뿐 아니라 부작용도 심각
하다. 피부에 대한 부신피질호르몬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피부의 2차감염과 모세혈관
확장 그리 고 피부위축 등이다.
피부의 2차감염은 부신피질호르몬에 의해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저지되는 사이에
세균이나 곰팡이 또는 바이러스 등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되면, 이들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없어지기 때문에 습진과는 다른 피부병이 새롭게 발생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세
균과 곰팡이의 공격을 받게 되면 치료가 대단히 힘들어진다.
또 피부의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빨갛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한번 생기면 다시는 돌
이킬 수 없는 작용이다 부신피질호르몬이 들어 있는 연고를 바르면 처음에는 피부염도
잘 낫고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화장을 잘 받아 계속해서 바르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되
는데, 예뻐 지려고 발라 대다가 피부가 종이처럼 얇아지고 얼굴에 알록달록한 실핏줄
이 얽혀 있는 딸기 같은 흥한 모습이 되지 않으려면, 잘 듣는다고 해서 오랫동안 발라
서는 절대로 안 된다.
피부가 위축되는 부작용은 달리 표현하면 땀구멍이 넓어지는 부작용이다. 사춘기 때
얼굴에 난 여드름을 이러한 연고제로 해결하려고 마구 발라 대다가 땀구멍이 넓어져,
결국은 마치 곰보 자국처럼 되어 버린 경우도 우리 주변에는 적지 않다. 이상과 같은
부작용들은 약을 중단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지고 다녀야 할 흉이 되므로
습진 연고제는 함부로 그리고 장기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습진 비슷해 보이는 피부병 중에는 뒤에서 얘기할 바이러스가 원인인 헤르페
스, 대상포진 등이 있는데, 이러한 바이러스성 피부병에 습진 연고제를 바르면 습진은
낫지 않고 오히려 병 부위가 더욱 넓어지고 증세가 더욱 심해지므로 연고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 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주의는 곰팡이에 의한 피부
병에서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특별히 피부가 건조해지고 딱딱해지는 주부습진에는 보습력이 있는 요소 연고(상품
명:반질 연고)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 습진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 예를 들어 합성세
제나 물이 습진 부위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연고는 완전히 나을 때까지
끈기 있게 사용해야 한다. 고무 장갑을 사용할 때는 고무 장갑을 뒤집어서 씻어 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고무 장갑 안 쪽에 습진의 원인 물질들(합성세제,
땀, 물, 때 등)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좀은 어떤 병인가
위에서 살펴본 습진의 원인이 매우 다양한 것과는 달리 무좀은 곰팡이라는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되는 피부병이다. 다만 무좀이 발생하는 피부의 부위에 따라 그리고 원
인이 되는 곰팡이의 종류에 따 라 그 병명을 달리하고 있다.
그러면 곰팡이는 왜 우리의 피부에 붙어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일까? 곰팡이가 우리
의 피부를 좋아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적당한 온도, 둘째 적당한 영양분, 셋
째 적당한 수분이다. 여름에 무좀이 더욱 극성을 피우는 이유는 온도가 올라가서 번식
하기에 적당 하고, 또한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 땀을 잘 닦지 않으면 땀에서
각종 영양분과 수분이 공급되어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주거환경이 많이 바뀌어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게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일년 내내 곰
팡이에게 좋을 주거환경 을 제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곰팡이는 우리의 피부뿐 아니라 이 세 가지 조건만 갖추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곳도
다 좋아한다. 그리고 곰팡이라고 해서 모두 우리를 괴롭히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종류도 많이 있는데, 음식이나 술을 발효시키는 곰팡이나 항
생제를 만들어 내는 곰팡이들이 그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곰팡이 중에 우리 몸에 붙어서 질환을 일으키는 종류는
크게 사상균류와 칸디다균류의 두 가지이다. 사상균류는 백선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이것은 피부에만 질환을 일으키며, 칸디다균류는 피부와 소화기 그리고 기관지 등
에도 질환을 일으킨다.
이들 곰팡이가 우리 몸에 기생해서 발생되는 피부병 중 가장 흔한 것이 발가락 사이
에 생기는 무좀인데, 피부가 벗겨지고 진물이 나오며 부어오르고 몹시 가렵다. 발바닥
이나 가장자리에 생기는 무좀은 물집이 잡히고 몹시 가려우며 각질층이 두꺼워지기도
한다.
발에 생기는 무좀 못지않게 우리를 괴롭히는 무좀에는 손바닥이나 손가락에 생기는
손무좀, 비듬과 비슷하게 머리에 생기는 두부백선, 얼굴에 생기는 버짐, 어깨나 가슴
이나 등 같은 부위에 쌀알만한 물집 같은 것이 차츰 퍼져 나가는 체부백선, 남자들의
넓적다리 안 쪽에 쉽게 발생하는 완선, 손톱이나 발톱을 울퉁불퉁하고 두껍게 만드는
손톱 발톱 무좀, 또한 몸이 얼룩덜룩해지는 어루러기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백선
균에 의해서 발생한다.
한편 칸디다에 의한 피부병도 적지 않다. 칸디다균은 여성의 질 점막에서 끈적끈적
한 우유 찌꺼기 같은 분비물을 많이 분비시키고 대단히 가려운 질염을 일으키는데, 이
러한 질염은 항생제의 남용으로 인한 균교대현상의 결과로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고
(항생제편 참 조), 또 꽉 끼는 청바지나 팬티스타핑을 자주 입는 여성에게서 많이 발
생한다. 또한 젖먹이 어린이의 기저귀 발진이나 살이 겹치는 목이 나 넓적다리에 일어
나는 습진 모양의 피부병을 검사해 보면 칸디다가 원인일 때가 많다. 젖먹이의 입 안
에 우유 찌꺼기 같은 하얀 곱이 끼는 아구창도 구강칸디다가 그 원인이다. 손톱 무좀
과는 달리 손톱 주위의 피부에 칸디다가 기생하여 피부가 뻘겋게 붓고 누르면 아프고
때로 고름이 나오기도 하며 손톱이 울퉁불퉁하게 나오기도 하는 칸디다성 조주위염도
있다.
이렇게 무좀은 생기는 부위도 다양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무좀 의 증세도 그 종류
에 따라 매우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본다면 물집이 잡히거나 껍질이 갈라진다. 또
짓무르고 붉어지며 붓기도 한다. 대부분 몹시 가려운데, 그 증상이 습진과 비슷하여
전문의라도 잘 구별해 내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피부가 가렵고 물집이 잡히면 먼
저 병원에서 균검사를 통해 원인균이 무엇이지 밝혀 내고 치료해야 한다.
모든 무좀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처음에 발생했던 부위에서 차츰 그 범위가 넓
어져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그러면 무좀의 치료는 어떻게 하며
치료약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무좀의 치료약
무좀은 온도, 습도, 영양의 조건이 맞으면 굉장히 왕성한 번식 속도로 우리 몸에 기
생하게 된다. 따라서 무좀을 치료하려면 그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우리 몸에 존재
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 습도와 영양의 조절이 쉽다. 왜냐하면 온도
는 정상 체온이 36.5도인 사람에게는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습도와 영양의 보급원은 땀과 먼지, 기름이다. 이런 것들이 피부에 존재하지 않도록
늘 청결하고 건조하게 간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약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
이다. 만약 피부가 청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좀 연고만을 발라 대면 오히려 피부에
습진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청결하게 한다고 알코올이나 과
산화수소 같은 소독약을 발라서는 안 되며 (무좀균이 죽지는 않으면서도 자극만 너무
심하다), 비누로 깨끗이 씻으면 된다.
#1 외용 무좀약
무좀균은 보통 피부의 표면에서 0.2~0.3mm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얕은 곳에 있다.
따라서 무좀 치료제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피부에 직접 바르는 연고제나 액제이다.
또한 소독약에 환부를 일정 시간 담그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먼저 연고제의 종류부터 알아보자. 요즘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무좀 연고의
성분은 클로트리마졸(상품명:카네스텐 연고, 카네스텐은 연고뿐 아니라 가루약과 질정
의 형태로도 시판되고 있다)과 염산 클로코나졸(상품명: 조단 연고), 그리고 질산에
코나졸(상품명: 에코론 연고, 이 연고에는 트리암시 놀론이라는 부신피질호르몬이 소
량 포함되어 있다) 등인데 이들은 모두 백선균과 칸디다균에 사용 할 수 있다. 식카닌
(상품명: 식카린 연고)은 칸디다에는 듣지 않고 백선균에만 듣는 연고이다.
그런데 무좀은 습진과 염증이 혼합, 감염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습진에 효과적인
부신피질호르몬제와 염증에 효과적인 항생제를 복합, 처방하여 무좀뿐 아니라 습진과
염증이 혼재된 경우에도 사용 할 수 있도록 만든 광범위 연고제도 많이 시판되고 있
다.
대부분 '클로트리마졸+트리암시놀론+겐타마이신' 성분으로 되어 있는 광범위 연고제
(상품명:트리덤)는 가려움증과 짓무름이 수반되는 습진과 무좀에 잘 듣는 장점은 있지
만, 무좀이 확실할 경우 오래 사용하면 부신피질호르몬제와 항생제의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치료가 어려워진다. 가능한 한 균검사를 통하여 무좀인지를 밝혀 낸 후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여 완전히 치료될 때까지 사용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한편 외용 무좀약에는 물약의 형태가 있는데, 살리실산과 안식향산의 각질 용해 작
용을 이용한 제제(상품명:피엠정, 치선액)들이다. 이러한 약을 사용하다 보면 약을 바
른 부위의 피부가 벗겨져서 사람을 깝짝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껍질이
벗겨지는 이유는 약의 성분인 안식향산과 살리실산 등이 각질이나 피부를 건조시켜 탈
락시키는 기전으로 피부 표면에 붙어 있는 무좀균도 함께 탈락시키게 되는 데 있다.
이러한 각질 용해 작용이 있는 물약은 피부 표면7에 있는 무좀균을 박멸시키기에 유리
하도록 만들어졌다.
치료할 때 환부를 담그는 소독액을 욕제라고 하는데, 무좀의 욕제로는 과망간산칼륨
을 이용할 수 있다. 한 번에 약 30분간 담그는 것이 좋고 하루에 한 번 정도 실시한
다.
분무식 제제로 만들어진 질산미코나졸(상품명:토오졸)은 옷을 입은 채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내복 무좀약
무좀균 중에는 피부의 표면뿐 아니라 진피나 피하조직까지 침투하여 기생하고 있는
종류도 있다. 이러한 무좀균을 치료할 때에 연고제나 액제만을 사용하면 무좀균의 뿌
리까지 없애 버리기는 힘들다. 따라서 좀처럼 낫기 힘들고 재발이 되기 쉬운 무좀은
먹는 무좀 약을 사용해야 된다.
내복 무좀약에는 얼마 전 간에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보도해서 사용이 문제되고 있는
그리세오풀빈(상품명:훌비신)과 요즈음 비듬과 두부백선 치료용 샴푸 광고에 열을 올
리고 있는 궤토코나졸(상품 명:니조랄), 백선균과 칸디다의 모든 증상에 대해서 강력
한 효과를 지닌 이트라코나졸(상품명: 스포라녹스) 등이 있다.
내복 무좀약은 오래 전부터 인체에 대한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문제가 되어 왔으므
로, 그것을 선택하기 전에 외용 무좀약을 정성들여 충분한 기간 동안 사용해 보고, 그
래도 잘 낫지 않을 때는 균검사를 통하여 적절한 내복 무좀약을 선택하여 완전히 치료
될 때까지 사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완전히 치료될 때까지란 그 증상이 소실된
후 적어도 2주에서 4주는 치료를 계속하였을 때를 말한다. 곰팡이처럼 강한 생명력을
지닌 미생물도 드물다는 사실을 명심해 야 한다.
#3 주의사항
무좀약을 사용하기에 앞서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무좀균의 전염을 피
하기 위해서이다. 즉 무좀이 생긴 부위를 만진 다음에 손과 손톱을 잘 씻어야 한다.
무좀이 생긴 부위를 닦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 얼굴에도 균이 스며들어 버짐이 생
긴다. 따라서 무좀이 생긴 부위에만 사용하는 수건을 따로 만들어 놓아야 자신뿐 아니
라 가족에게 옮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건 외에도 양말이나 속옷도 주의해야 하는 요주의 대상인데, 무좀균이 있는 사람
이 사용하는 물품에 무좀균이 존재할 가능성이 20~30% 정도나 된다. 따라서 양말과 속
옷은 매일 바꾸고, 가능한 한 삶아 빨아야 하며,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
야 한다.
발의 무좀이 심한 사람은 양말의 올 사이를 통해 구두에도 균이 새어 나가므로 구두도
잘 소독해야 한다.
이러한 주의점들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무좀균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을
청결히 그리고 보송보송하게 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좀을 앓았던 경력이 있는 사람은 특히 여름에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되
는데, 날씨가 더워지기 전인 5월과 6월에는 무좀균이 주로 피부 표면에 있으므로 그
무렵부터 치료를 시작하면 여름에 심해지지 않는다.
세균과 피부약
세균 즉 박테리아는 우리 몸에 들어와서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원균이다. 지
금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지만 급성 법정전염병들은 대부분 박테리아에 의한 질환들이
었다. 이렇게 무서운 박테리아 에 의한 질환은 파스퇴르와 고흐가 백신을 만들어 예방
의 길을 열어 놓았고 또다시 플레밍이 항생제를 만들어 치료의 길이 열었기 때문에 이
제 더 이상 우리에게 두려운 존재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박테리아균은 우리 주변에
득시글거리고 있다.
우리 주변 어디에든 살고 있으면서 호시탐탐 우리 몸에 침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박테리아는 우리가 다쳤다든가, 땀구멍 같은 살기 좋은 부위에 방어기능이 약화되기만
을 기다리고 있다가 재빨리 덤벼든다.
따라서 상처가 나면 상처 부위에 묻어 있을 박테리아를 죽여 버리는 소독약을 바르
고, 그래도 살아 남은 균에 의해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항생제 연고(상품
명:후시딘 연고, 테라마이신 연고, 푸레마이신 연고 등)를 발라 먼지나 이물질이 묻지
않도록 붕 대로 감싸 주어야 한다. 이럴 때 내복용 항생제(암피실린, 테트라사 이클린
등)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상처가 나지 않았는데도 피부에 박테리아가 침입할 기회는 많이 있다. 우리 몸
전신에 나 있는 털구멍이 바로 박테리아의 표적이다. 털이나 있는 구멍 즉 모공은 지
방을 분비하는 피지선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공에서 피지가 분비되어 피부에 윤
기를 주고 있다. 그런데 박테리아는 지방을 무척 좋아해서 피지가 좀 많이 분비되면
즉각 공격을 하게 된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지방이 많아서 피지가 많이 분비되거나, 먼지를 많이 뒤집어쓰고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씻지 않으면 털이 나 있는 구멍에 박테리아가 번식하여 피부염
을 일으키게 된다.
피부에 기생하는 박테리아의 종류는 대부분 포도상구균인데, 포도상구균이 모공에
감염되어 곯는 피부 질환에는 모낭염, 옹, 모창, 심상성좌창(여드름) 등이 있으며, 이
들의 증세는 털구멍에 노란 고름이 생기고 주위가 빨갛게 부어오르며 통증이 매우 심
하다. 가렵지 않은 것이 습진과의 차이이다.
털구멍 외에도 포도상구균 은 땀구멍에 감염되기 쉽고, 특히 땀구멍이 짓무른 땀띠
에 감염되기 쉬워 화농성한선염을 발생시킨다. 또한 포도상 구균이 표피내에 감염되어
물집이 잡히는 수포성 농가진은 습진이나 수두 또는 무좀 등과 구별하기 어려운 세균
성 피부염이다.
이러한 세균의 감염이 원인인 피부염은 환부를 깨끗이 한 다음 항생제 연고를 바르
고 심할 경우 내복용 항생제를 병용하면 잘 낫는다. 그러나 환부를 육안으로만 보아서
쉽게 원인균이 세균인지를 알기가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균검사나 소변단백검사를 통
해 원인을 밝힌 후에 치료를 해야 완전히 나을 수 있다.
특히 세균성 피부염을 습진이나 무좀으로 착각하여 부신피질호르몬제등을 바르면 치
료는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습진 치료를 위해 부신피질호르몬제 연고를 사용하는 동안 피부의 면역력이 약
해져서 세균성 피부염에 2중감염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습진이 오랫동안 낫지 않고 상
처에 진물이 나면 치료를 중단하고 2차감염 여부를 검사하여야 한다.
바이러스와 피부약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거나, 매우 힘든 일을 했다거나, 며칠간 계속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근심 걱정에 시달렸다거나... ... 등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
았을 때, 혀나 입 천장이나 입술 주위에 물집이 잡히면서 헐어 매우 고통스러웠던 경
험이 있을 것이다. 소위 혓바늘이라고도 하고 입가에 부스럼이 났다고도 하는 이러한
증상은 바로 바이러스가 우리의 입 안이나 입 주위를 공격해서 염증을 일으켜 발생되
는 병이다.
이렇게 입 안이나 입술이나 입술 주위에 물집이 잡히면서 따갑고 작열감 느껴지는
병의 이름은 단순성포진(흔히 헤르페스라고 불린다)인데, 이러한 증세는 입 주위 뿐아
니라 성기에도 일어날 수 있다. 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되는 헤르페스는 전염성이 강
하여 헤르 페스균을 가진 사람과 뽀뽀를 하거나, 성적 접촉을 하였을 때 쉽게 감염되
어 우리 몸에 잠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몸이 스트레스로 지쳐 있을때, 입 주변이나 성
기에 물집이나 궤양을 일으킨다.
보건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약 50% 가량이 헤르페스균을 보균하고 있다
고 하니, 이러한 혓바늘이나 입술에 물집이 잡히는 증상을 쉽게만 생각할 일도 아닌
것이다.
인체에 침입하여 질병을 발생시키는 병원균 중 곰팡이와 세균을 비롯한 대다수의 병
원균은 예방, 치료하는 방법이 이미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지만, 바이러스만은 아직도
예방이나 치료가 완전하지 못하여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물론 천연두나 홍역 그리고
소아마비, 간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이미 정복했거나 정복하고 있는
중이지만, AIDS 즉 후천성면역결핍증은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병으로서 지금 의료계의
최대 정복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여전히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고, 여름
만 되면 극성을 부리는 아폴로 눈병도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되는 질병인데, 아직도
그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한다.
피부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생기는 질병에는 앞에서 말한 헤르페스 외에도 몸의 오
른쪽이나 왼쪽 어느 한 부분의 신경을 따라 띠 모양(대상)으로 물집이 생기면서 몹시
아픈 대상포진, 그리고 손등이나 몸에 둥글넓적한 돌기가 형성되는 사마귀와 무사마귀
등이 있다. 어린이들 사이에 유행되는 수두도 바이러스성 질환이며, 특히 여성이 성기
헤르페스에 반복해서 감염되는 경우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
져 헤르페스의 심각성은 문제가 되고 있다.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도 마찬가지일 경우가 많지만,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되는 피부
병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치료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체내의 면역
력으로 나을 수도 있지만, 통증이 심한 경우도 많고 상처 부위가 차츰 넓어지기도 하
므로 적절한 치료를 해 주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성 피부병에 사용되는 외용 연고에는 광범위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상품
명:바이라미드 연고), 헤르페스에 대해 억제 작용이 있는 카르베녹솔론(상품명:헬페
연고), 바이러스의 효소에 작용하여 헤르페스와 수두 그리고 대상포진에 치료 효과가
있는 아시 클로버(상품명:조비락스 연고, 바크로비 연고)등이 있다.
한편 입 안이 헐었을 때 바르는 연고제로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오라! 오라메
디 연고'는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있는 약이 아니라, 트리암시놀론이라는 부신
피질호르몬제가 주성분으로서, 이미 생겨 있는 궤양의 염증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약이다. 그리고 특수한 연고 기제를 이용하여 궤양 부위를 보호하는 작용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오라메디는 입 안의 염증이나 궤양을 완화하는 목적 이외의 다른 바이러
스성 피부병에는 사용할 수 없다.
요즘은 오라메디와 같이 부신피질호르몬제가 주성분인 약이 사탕 형태로 만들어져,
빨아먹으면서 궤양을 복구시키는 타입의 약(상품명: 이반 트로키)도 시판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사람에게 꼭 알려 주고 싶은 말은 '가급적 초기에
치료하는 것 이 좋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고생할 때 비타민 C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는 것은
감기약 이야기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음을 아울러 기억해 주기 바란다.
피부약을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피부는 말없이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는 파수꾼인데, 파수꾼이 쓰러지고 파수대가
함락되면 적군이 십시간에 몰려들듯이 피부 방어 체계가 무너지면 각종 병원균은 기다
렸다는 듯이 쳐들어오게 된다. 한번 병원균에 감염되었던 피부는 여러 가지 처치를 통
해 치료되었다 하더라도 항상 또다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또 감염 당시 햇빛을 쬔
다거나 상처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흉터가 남아 특히 여성의 경우 몹시 신경에 거
슬리게 된다.
따라서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항상 피부를 청결히 유지하고, 피부 건강에 필요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여 면역 체계를 확고히 세워 놓아야 한
다. 만약 부득이한 사정으로 피부병에 걸리게 되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주위점을 잘
지키면서 피부약을 사용해야 한다.
#1 피부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하자
피부병은 검사를 통해서 원인균을 밝혀 내기 전에는 대부분 유사한 증상을 보이므로
그 원인을 확실하게 알아 내기 힘들다. 특히 어린이의 피부는 연약할 뿐 아니라 땀과
지방이 많이 분비되므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 제일보는 원인의 규명에 있
다.
#2 치료 원칙을 잘 지키자
피부병의 원인이 밝혀져 치료 방법을 처방 받았을 경우, 그 원칙을 철저히 지켜 나
가야 한다. 육안으로 보아 회복이 되었다거나 가려움과 통증 같은 증세가 없어졌다고
치료를 중단하거나, 치료 간격을 무시하거나 하면 병은 재발될 뿐 아니라 그 전보다
더욱 악화된 다.
#3 환부를 철저히 보호하자
환부의 보호는 먼지, 물, 햇빛, 물리적인 충격 등으로부터의 보호를 말하는데, 이러
한 것들이 환부에 닿으면 치료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제2, 제3의 질병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4 담배와 술을 삼가자
특히 담배는 피부병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이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보도에
의하면 담배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피부의 충분한 영양공급과 노폐물 제거를 막는다.
또 술을 마시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5 충분한 영양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이것은 피부 스스로의 저항력을 키워 주는 일이다. 앞에서도 여러 번 치료약을 장기
적으로 사용했을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우리 몸의 저항력을 키우지 않고
치료약에만 의존한다면, 피부병은 점점 악화될 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증상으로
악화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피부와 관련이 있는 영양소는 비타민 A와 B군 그리고
비타민 E 등이므로 이들의 충분한 섭취가 필요하다. 또 한 정신적인 불안으로 인해 피
부병이 발생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럴 때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방법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6 연고제의 포장을 보관하자
한편 피부 연고제를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다 놓으면 나중에는 혼동이 일어나 어떤
질병에 사용해야 하는지 그 효능을 잘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따라서 피부 연고제는
반드시 원래의 포장을 설명서와 함께 보관하여 다음에 사용하게 되었을 때 그 원인에
적절한 연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피부병에 대한 생활요법
피부병에 걸려 본 사람이면 누구나 그 가려움이나 통증 그리고 불쾌한 느낌으로 인
한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알게 된다. 그리고 피부약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낫는 약이 별로 없다는 것에 다시 한번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피부 연고를
바르고 있는 사이에 병이 낫기는커녕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 원인은 피부약자
체의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부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가 다 나았을 경우에 치료를 보조할 수 있는 생활
요법을 이용하여 건강한 피부를 간직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의 생활
요법을 이용해 보자.
#1 주부습진에 국화 잎
국화 잎에는 '유카리토'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유카리토는 진통, 소염, 방수의
작용을 한다. 국화 잎의 즙을 내어 식초를 적당히 탄 다음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취침
전에 그리고 외출시 등에 수시로 발라 주면, 재발되기 쉬운 주부 습진에 아주 좋다.
올리브유도 훌륭한 치료제이다.
#2 무좀에 정로환과 식초
정로환에는 크레오소트라와 타르라는 살균 물질이 들어 있는데, 설사할 때 복용하여
장내의 나쁜 균을 죽여서 설사를 멎게 하는 성분이다. 그런데 이 정로환을 식초와 함
께 물에 녹인 다음 무좀이 걸린 환부를 담그면 무좀균도 죽는다. 정로환 한 병에 양조
식초 3병의 비율로 타서 발로 정로환을 으깨면서 30분에서 1시간 담그고 있으면 효과
가 나타나는데, 하루에 한 번씩 3~7일이면 낫는다.
#3 땀띠에 가지즙
가지과 식물에는 여러 가지 알카로이드가 들어 있어서 예로부터 약용 식물로 많이
이 용되어 왔다. 생가지를 먹으면 아린 맛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알카로이드의 작용
이다. 여름철에 땀띠가 났을 때 싱싱한 가지의 즙을 내어 땀띠가 난 부분에 붓이나 솜
으로 잘 발라 주면 하루 이틀 만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지즙은 땀띠뿐 아니라 사마귀나 티눈 그리고 주근깨에도 효과가 있으며, 삶은 가
지즙은 비듬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지에는 독성도 있기 때문에, 연약한
피부를 가진 어린이나 여성은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4 두드러기에 탱자
탱자에는 이소사쿠라닌, 포니실린과 비타민 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소화불량이나 위
무력증에 많이 쓰이지만 알레르기에도 효과적이다. 생선이나 돼지고기 같은 음식을 먹
고 두드러기가 나서 몹시 가려울 때, 물 한 대접에 탱자 한 줌을 넣고 30분 동안 달이
면 냄새는 향긋하지만 맛 은 좀 쓴 추출액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하루에 2~3숟가락
먹고 또 두드러기가 난 부위에 발라 주어도 좋다. 탱자 삶은 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알
레르기성 체질을 고칠 수도 있다.
예뻐지는 약도 알고 사용합시다
예뻐지려는 인간의 마음은 타고날 때부터 이미 잠재되어 있는 본능이다. 특히 요즈
음 여성들은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많은 정성을 쏟는 것 같다. 사실 예뻐지는 것
자체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예뻐지려는 여성의 심리를 이용한 상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
다. 여기서는 특히 의약품의 형태로 시판되고 있는 예뻐지는 약도 많이 있는데 그 허
실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1 주름살 펴는 약
화장품 가게를 지나다 보면, '주름살 펴는 약 입하' 라는 광고 문구가 출입문 옆에
붙어 있는 것을 볼 때가 많다.
화장품 가게에서 팔고 있는 주름살 펴는 약은 전부 외국에서 수입해 들어온 약인데,
'아 큐탄'과 '레틴A'가 주성분인 이 약은 원래 여드름 치료제로 시판되던 약이었다.
국제소비 자연맹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1982년 9월부터 86년까지 이러한 성분의 약
들이 여드름 치료제로 시판된 후, 그 약을 사용한 사람이 낳은 기형아 수는700~1,300
명에 달하고, 또 5,000~7,000여 명의 태아가 낙태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판매를 금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러한 성분의 약이 국내에
서는 주름살 펴는 약으로 둔갑하여 팔리고 있으므로, '주름살이 펴진다'라는 말에 솔
깃하여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사 발라서는 안 될 것이다.
#2 머리 염색약
옛날부터 내려온 우리 나라의 미인은 무엇보다 먼저 검은 머리카락이 치렁치렁 허리
까지 내려오는 것을 꼽았다. 그러다가 해방 후 미군정이 들어서면서부터 모든 문물이
서양의 기준에 의해 재구성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여성의 머리 색깔에 대한 기준이 가
장 많이 바뀐 것 같다.
'아름다운 갈색 머리'라는 광고 문구는 이미 20년 가까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우
리에게 익숙해졌다. 바로 염색약 광고 문구인 것이다.
물론 흰머리가 날 나이도 되기 전에 흰 머리카락이 드문드문 난 새치인 경우야 머리
염색이 몸에 해롭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고, 노인들은 젊음을 되찾기 위해 흰머
리를 염색하게 되지만, 요즈음은 멀쩡한 머리카락도 노랗게 염색시키는 여성이 적지
않다.
염색약의 주성분은 '파라'로서, 산화력이 매우 강해 부작용이 쉽게 일어난다. 염색
약을 사용해서 일어나는 부작용을 보면, 접촉성 피부염, 자극성 피부염, 머리가 빠지
는 현상, 전신 두드러기, 발진 등이 있고 또한 동물실험에서는 피부암이 유발되기도
한다.
한편 염색약을 사용하면 피부 부작용뿐 아니라 눈이 가렵고, 붓고, 이물감이 느껴지
는 눈병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염색약을 사용할 때는 다음의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켜
는 것이 좋다(파마약도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첫째, 염색약을 사용하기 전에 귀 뒤나 팔 안쪽에 염색약을 조금 바른 후, 48시간이
지날 때까지 아무 이상이 없을 때 사용한다. 상처가 있거나 임신, 생리중일 때는 사용
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염색 시간은 20~30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색깔이 잘 안 든다고 너무 오랫동
안 기다리면 머리 색깔이 이상하게 될 수도 있다.
셋째, 여름철 자외선에 상한 머리에는 염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3 살 빼는 약
요즘 여성들의 예쁜 조건 중에는 날씬한 몸매가 얼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
는 것 같다. 하기야 매일 들여다보는 TV에서 마주치는 모든 여성들이 날씬하니까, 한
참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나이의 아가씨들이 자신에게도 그러한 기준을 적용시키기 위해
몸매가꾸기에 열을 올리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날씬해지기 위해 적게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노력은 외모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음식이나 운동으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여성들은 여러 가지 살
빼는 약을 사용하게 된다. 일명 비만 치료제라고 불리는 이러한 약은 크게 약품류와
식품류로 구분되어지는데, 식품류는 차나 효소 제품 혹은 단백질 제품이 그 주류를 이
루고 있다.
또한 약품류는 이뇨제, 설사제, 식욕억제제, 지방분해제, 섬유질이 함유된 제제 등
이 있다. 이들 중 이뇨제와 설사제는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비만 치료제로 오해되고
있고, 또 그러한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부기 빠지는 약으로 통용되는 이뇨제 (상품명: 라식스)는 몸 안에 쌓인 수분을 소변
으로 배설시키는 작용을 가지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체중감소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
만, 약 기운이 떨어지면 그 전보다 더 많이 붓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뇨제를 많이 복용하면 몸이 피로하고 힘이 없으며, 구토증, 장기능마비, 심
장마비, 소변기능마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한편 변비 치료제인 설사약(상품명:둘코락스)은 이뇨제를 복용하는 여성이 함께 사
용하는 약인데, 이러한 설사약을 복용하게 되면 대변 속에 수분량을 늘려 설사를 일으
키기는 하지만 실제로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원리도 모른 채 살을 빼기 위해서 이뇨제와 변비 치료제를 과다하게 사용하
다가 꽃다운 19살의 나이에 사망한 여성도 있으니, 살 빼기 위해서 이런 약들을 사용
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그 밖에 살 빼는 약도 어느 정도 효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부작용이 무
척 많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한 후에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사용하여야 한다(한
달에 3~4㎏ 이상씩 몸무게를 줄이면, 빈혈이나 심장 이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
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은 일단 한 번 살찌면 빠지기 매우 힘들게 되어 있으
므로, 처음부터 아예 정상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갑자기 체중이 급격히
늘면 병원에 가서 몸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검사받는 것이 좋다.
#4안약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쾌한 감정을 자아낸다. 그런데
그러한 눈망울이 원래 타고날 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안약을 사용해서 일시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눈은 지금 매우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눈은 우리 몸의 다른 부위와는 달리 매우 민감해서 일반적으로 피부에서는 아무란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자극에도 쉽게 반응을 나타낸다. 눈에 티끌이라도 하나 들어가
면 당장 눈이 따갑고 눈물이 줄줄 흘러 나오게 된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연고 중에서
안연고라고 따로 분류하여 사용하는 의약품이 존재하는 사실만 보아도, 눈이 매우 예
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약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미용용 안약과 안질환용 안약으로 나누어진다.
눈곱이 긴다거나, 충혈되었을 때 사용하는 안질 환용 안약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사
용해야 한다.
그러나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위해 혈관수축제제가 함유되어 있는 미용용 안약
을 사용하게 되면, 안약을 넣은 당장에는 시원한 느낌과 함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시야가 뚜렷해지지만, 쉽게 습관성이 된다. 그렇게 해서 안약을 자주 사용하면 결막에
색소가 침착 되어 흰자위가 누렇게 변하는 결막색소침착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수정체
부근이 혼탁해지는 백내장이나, 시신경 손상, 녹내장 등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눈을
아름답게 보존하기 위해서 안약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안약을 사용하지 않고 눈을 아름답게 보존하려면 비타민 A나 베타-카로틴(어두운 곳
에서 시력을 유지시킨다)과 비타민 B군(시신경대사를 활발하게 한다)을 많이 섭취하고
(영양제편 참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12장 항생제 이야기
우리 나라는 항생제의 천국
최근에는 외국에 장기적으로 출장을 나가거나 여행을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졌다.
그런데 그렇게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준비해 가는 물건들 중에는 으레 상
비약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외국에 나가면 말이 잘 통하지 않는데,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곤란해질 것이
분명하므로 현명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는 말도 잘 통하고 그 쪽 물정을 잘 아는 사람이면서도 꼭
준비해 가는 약이 있으니, 바로 항생제이다. 선진국에서는 의약분업이라는 제도 아래
약의 처방은 반드시 의사가 하고, 약의 조제나 판매는 반드시 약사가 하도록 역할을
분리하고 있다. 따라서 상처가 나서 곪아 터져도 병원에서 의사에게 처방 받지 않고는
약국에 가서 아무리 사정하여도 항생제를 구입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항생제는 치료의
약품으로 구분되어 판매에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약분업이 되어
있지 않은 일본 같은 나라에도 항생제만큼은 판매에 제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열이 조금 올라도 항생제, 배가 아파도 항생
제, 이가 아파도 항생제, 머리가 아파도 항생제, 기침만 해도 항생제, 콧물, 재채기에
도 항생제, 벌레에 물려도 항생제, 피부습진에도 항생제, 신경통이 심해져서 붓고 아
파도 항생제 ... 이런 식이다.
약사들은 약국에서 환자를 대하다가 무슨 병이든지 무턱대고 항생제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한다. 더구나 환자 스스로 '몇백 원짜리' 또는 '몇 밀리짜
리'라고 지정해서, 그것도 본인이나 다른 어른을 통하지 않고 어린이에게 심부름을 시
키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하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나라는 의약분업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고 있기 때
문에 항생제를 아무나, 언제나, 어디서나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 그러한 의미에
서 항생제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를 선진국에서는 왜 철저히 규제하는지, 우리가 알고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
까?
그러한 의미에서 먼저 항생제는 무엇인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항생제의 정의와 종류
항생제라는 용어의 뜻은 '미생물이 만들어 낸 물질로서 미생물의 발육을 저지하는
물질'이다. 여기서 미생물이라고 말할 때, 앞의 미생물은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고 뒤
의 미생물은 사람에게 해로운 것이다.
사람의 몸에 들어와서 유해한 작용을 하는, 즉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세균, 리
케치아, 바이러스, 곰팡이, 원충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이렇게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균(미생물)에 대해서 치료 효과가 있는 의약품을
'항균성 화학요법제'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범주에는 '항생제' 말고도 '화학적 합성유
기항균제'가 있으며, 보통 화학요법제라고 하는 이 의약품의 예에는 결핵약 '아이나'
와 주로 방광염에 쓰이는 '설파제(상품명:박트림)' 등이 있다.
질병을 유발시키는 미생물 중에서 항생제가 가장 자주 그리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대
상은 세균이다. 항생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여러 원인들 중에서도 특히 세균을 죽임으
로써 염증을 치료하는 약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우리에게 염
증이라는 병을 가져다 주는 세균이란 놈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자.
이 세균(박테리아)이라고 하는 미생물은 생긴 모양에 따라 우선 분류된다. 길다란
막대처럼 생긴 세균은 간균, 둥근 공처럼 생긴 균은 구균, 둥근 공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생긴 균은 연쇄상구균, 둥근 공이 포도송이처럼 모여 있는 균은 포도상구균이
라고 한다. 물 론 이 균의 종류에 따라 발생되는 질병도 각각 달라진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여름에 상한 단팥빵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배탈 나고 열이나 고생한 경험이 있
다면 그것은 포도상구균에 의해 발병한 것이다.
한편 세균은 '그람'이라는 사람이 만든 염색액에 의해 염색되는 세균과 염색되지 않
는 세균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분법을 그람 염색법이라고 하는데, 염색되는
것은 '그람 양성균', 염색되지 않는 것은 '그람 음성균'으로 나누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방법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생긴 모양에 의해서는 각각 다른 질병
이 발생하곤 염색여부에 의해서는 유효한 항생제의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생물의 종류와 유효한 항생제를 연결지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그람 양성균(일반 화농증, 폐렴, 기관지염, 임질균, 가스괴저균, 녹농균)에만 작
용하는 항생제:페니실린, 바시트라신, 린코 마이신, 조사마이신.
#2 그람 음성균(이질, 설사, 장티푸스, 식중독, 백일해 등)에만 작용하는 항생제:
폴리믹신, 콜리스틴
#3 그람 음, 양성균에만 작용하는 항생제: 세팔로친, 세팔로리딘, 스펙티노마이신
#4 그람 음, 양성균과 항산성균(결핵성 질환)에만 작용하는 항생제:스트렙토마이신,
가나마이신, 네오마이신, 사이클로세린
#5 주로 그람 양성균, 리케치아,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생제:에리스로마이신, 로이
고마이신
#6 주로 그람 음, 양성균, 리케치아,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생제:클로람페니콜, 테
트라사이클린, 겐타마이신, 메타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
#7 곰팡이, 원충에 작용하는 항생제:트리코마이신, 나이스타틴, 그리세오풀빈, 암포
테리신
#8 항암 작용이 있는 항생제:사르코마이신, 마이토마이신, 크로모마이신, 불레오마
아신
이렇게 항생제의 종류가 많은 것은 바로 사람의 몸 안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의 종류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항생제의 종류는 이와 같이 복잡다양하기 때문에 병
원균의 종류, 내성, 감수성, 부작용에 대한 예민성 등을 과학적으로 시험하는 균검사
를 통하지 않고 항생제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시판되고있는 내복 항생제의 종류는 약 50가지이며(성분으로만 나누
어서), 1포장 단위도 50mg, 100mg, 150mg, 250mg, 300mg, 400mg, 500mg 등 매우 다
양하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항생제가 시판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병원균도 다
양하고 그에 대한 항생제의 효과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항생제와 인간의 수명
항생제의 숫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다양하게 기여하는
것임을 말해 주고 있기도 하다. 먼저 항생제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약인지 인간의
수명 연장의 역사를 통해 알아보기로 하자.
1991년의 우리 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남자 68세, 여자 76세라는 통계가 일전에
보고되었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 산다는 일본의 평균 수명을 보면 남자 79세, 여자 86
세를 근접하고 있다고 한다.
1905년~1910년 사이에 실시된 인구조사에 의하면 당시의 평균 수명이 남자 22.4세,
여자 24.2세로 나타났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22여 년밖에 못 살았다는 말은 아니다.
영유아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평균 수명을 많이 단축시킨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연장된 수명과 증가된 삶의 기회는 어디에서 비롯 되었을까?
이 수명 연장의 역사를 뒷받침해 주는 요소들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그 많은
요소들 중에서 항생제와 그의 선조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망요인이 정부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조사되기 시작한 것은 전
쟁이 끝나던 해인 1953년부터였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얼마되지 않아서 발발한 전쟁
때문에 그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사망이나 출생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던 것
이다.
1953년 처음으로 실시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망요인 조사에서 가장 큰 요인으로
드러난 것은 결핵이었다. 그리고 폐렴과 기관지염이 4위로, 감염 및 기생충성 질환이
8위로 드러났다. 그리고 당시의 평균 수명은 남자 48세, 여자 53세 정도였다.
1958년~1959년 사이의 주요 사망요인 중 1위는 폐렴 및 기관지염이었고 2위는 결핵
으로 드러났다. 이때는 폐렴 및 기관지염으로 인구 10만 명에 73.8명이 사망하였고,
결핵으로 인구 10만 명에 39.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66년~1967년 사이의 주
요 사망요인 1위는 역시 폐렴 및 기관지염이었고 2위는 결핵으로 드러났다.
1974년의 주요사망요인에서는 큰 변동이 일어났는데 악성신생물 즉 암이 제1위로 부
상되었고, 폐렴 및 기관지염은 4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1980년에는 결핵이 제8위가 되었을 뿐 폐렴은 10위에도 들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큰 변화의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즉 영양상태의 개선, 주거환경
의 개선, 교육수준의 향상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
을 끼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항생제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위의 사망
원인에서도
보았듯이 수명 연장의 역사 이면에는 각종 균을 정복한 역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초의 평균 연령을 22~3세로 묶어 놓았던 것은 다름아닌 '염병' '괴질' '역질'과
같이 각종 균에 의한 질병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항생제의 사촌 맏형, 천연두 백신
이렇게 항생제가 우리들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러면 이러한 항생제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발전되어 왔는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 항생제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주의할 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항생제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그의 사촌 형뻘 되는 백신에 대
해 잠깐 언급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백신은 주로 우리들에게 왠지 두렵고 아픈 불주사 같은 예방 주사로만 인식되어 있
지만, 요즘은 소아마비나 장티푸스 백신과 같이 먹는 형태로 개발되어 있기도 하다.
백신이 처음으로 이용된 것은 천연두를 퇴치하기 위해 이용된 인두법으로, 500년경
중국에서였다. 즉 천연두를 앓고 있는 환자의 상처에서 고름을 약간 채취하여 천연두
를 앓지 않은 건강인에게 상처를 내고 발라 주는 이독제독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
러한 이독제독의 인두법이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마도 '이열치열'의 방법을 응용한 '우연한 경험적 발견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이와 같은 인두법은 중국에서 아랍을 거쳐 아프리카와 유럽(1700 년경)으로 전해졌
으며, 또다시 미국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인두법이 전해지면서 인두법이 법적으로 제도화되기도 했으나(1760 년경 워
싱턴 장군은 모든 미국 군인에게 접종을 받도록 명령), 그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적
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두를 통해 천연두가 오히려 악화되어 죽는 일이 벌어졌을 뿐
아니라, 천연두를 앓는 환자에게 천연두가 아닌 다른 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천연두를
피하려다 다른 질환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영국의 시골 의사였던 에드워드 제너가 사람이 아닌 소에서 고름을 채취
하는 방법 즉 '우두법'을 1798년에 발견해 냄으로써 천연두와 인간의 싸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우두법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 수많은 사람을 죽음과 흉한 반흔으로부터 구해 냈
다. 우두법은 인두법이 전달된 경로를 반대로 밟아 중국으로 유입되었으며, 마침내는
우리 나라에도 정약용과 지석영에 의해 우두가 시술되었다. 우두종두가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널리 실시되었는가는 1911년 6월 당시 전국의 종두업자 수가 1,135명에 달했다
는 사실만 가지고도 넉넉하게 알 수 있다.
1798년 시행되기 시작한 우두법 이래로 180년이 지난 1977년, 드디어 이 지구상에서
천연두는 사라졌고 국제보건기구에서는 천연두가 퇴치되었음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요즘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우두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곰보 자국을 지닌 아이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천연두 백신인 우두법이 시행되면서 다른 전염병의 백신도 함께 개발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오해이다. 천연두 백신에 이어 두번째로 백신
이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90 년이나 지난 1881년이었다.
백신과 항생제
1880년 당시 미생물이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 낸 파스퇴르와 동료 과학자들은
드디어 한 세기 전 1789년에 그들의 선배인 제너가 발견한 종두법에서 힌트를 얻어 탄
저병 병원체의 시체(사균)를 이용해 탄저병 백신을 만들었다. 그 후에 다른 전염병의
백신들은 빠른 속도로 개발되어 나갔고, 당시 만연하던 각종 전염병도 퇴치되기 시작
하였다.
그러면 우두에 이어 두번째의 탄저병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파스퇴르와 동료 과학자들이 전염병은 병원균이라는 미생물에 의해서 발생, 전염된
다는 '전염설'을 확립하기 전, 유럽에서는 상당히 우랫동안 '장기설'이 유력한 전염병
발병이론으로 일반화되어 있었다. 즉 전염병이 썩은 공기에서 발생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장기설은 식민지와의 무역으로 돈을 번 당시 권력층에 의해 강력히 지지되고
있었다. 만약 전염설이 확립될 경우 모든 항구에서 검역과 격리가 실시되어야 하는데,
무역을 하는 자신들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 확실하였으므로 전염설이 확
립되지 못하도록 모든 압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이 전염설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현미경을 통해서 균의 존재를 밝히
고, 한천배양액에 균을 배양시키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서 세균의 존재를 확실히 증명
하고, 또한 그 세균이 질병을 일으키는 감염원이라는 사실을 밝혀 내야만 했다.
진실과 권력 사이에서 파스퇴르나 코흐 같은 과학자들은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어,
드 디어 세균의 존재와 세균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된다는 사실을 밝혀 내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과학자들의 노력에 무려 300년이나 앞서 1590년경 폴란드의 얀센이라는
사람이 현미경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제너가 우두법을 개
발할 때는 현미경을 통한 실험은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단 전염설을 입증시킨 과학자들은 그에 만족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연구
와 노력의 목적이 인간을 질병에서 구해 내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실험과
관찰 그리고 천연두 백신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통해, 인류를 각종 전염병으로부터 구
출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던 백신도 개발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백신 개발의 시대로 접어들 당시에는 아직 백신이 어떤 기전으로
면역을 형성하게 되는지 정확하게 규명하지는 못한 상태였고, 다만 경험적으로 우두의
방법을 빌려 와서 이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백신이 면역을 형성하는 기전은 생리학과
병리학이 더 발전한 후에 밝혀졌는데, 병원균의 시체나 생균을 약화시킨 것(항원이라
고 부른다)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그것을 무독화시킬 수 있는 항체가 생성되는 기전
으로 면역이 형성된다.
백신이 개발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예방 주사를 통해 전염병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전염병과 세균의 감염을 백신으로
막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전염병에 대한 백신이 개발된 것은 아니었고, 예방 주사를 접종하고도 감염되
는 예도 많았으며, 또한 모든 사람이 모든 예방 주사를 맞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백신이 개발되고 나서도 전염병의 유행은 계속되었고, 사망자수가 상당히 줄
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다. 물론 '606호' 같은 화학요법제가 이미 개
발되어 사용되기는 했지만 부작용이 많았고 치료 효과도 화실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이 개발된 것인 항생제이다.
최초의 항생제는 1928년 플레밍 박사가 푸른곰팡이에서 개발한 페니실린으로, 후에
2차대전 당시 수상이었던 처어칠 경을 폐렴에서 극적으로 구출해 낸 사건은 많은 사람
들이 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백신과 항생제가 사촌뻘이라는 이유는, 모두 전염설이 확립된 후 그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병원균과 전염병의 관계, 병원균의 증식 과정, 병원균의 약점 등을 연
구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산물이라는 점에서이다.
플레밍 박사와 페니실린
1881년 영국의 농촌에서 가난한 농부의 9남매 중 여덟번째로 태어난 알렉산더 플레
밍은 고향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런던으로 나와 공예학교 상업과를 졸업했다. 그
리고는 5년간 상선회사에 다니다가,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여 의과대학 시험에 전국에
서 1등으로 합격하고 1901년 10월 런던 세인트 메어리즈 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플레밍이 가장 흥미를 느낀 과목은 세균학이었다. 그
무렵 프랑스에서는 파스퇴른 독일에서는 코흐 등의 위대한 세균학자가 나와서 여러 가
지 전염병의 병원체를 발견해 내는 동시에 예방 접종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하여 의약
학 연구에 모범이 되고 있던 터였다. 또한 세인트 메어리즈 의과대학 교수 중에는 유
병한 세균학자인 암로드 라이트 박사가 있었다.
라이트 교수의 연구실인 예방접종연구실에 드나드는 가운데 플레밍은 '나도 세균학
을 연구하여 파스퇴르처럼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법을 발견하자!'라고 결심하게 되
었고, 강의시간이 끝나면 언제나 라이트 교수의 연구실에서 현미경과 씨름하게 되었
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1928년 어느 날, 플레밍은 세인트 메어리즈 대학병원의 연
구실에서 포도상구균을 연구하고 있었다. 포도상구균을 연구하기 위해 그 균을 한천이
담긴 유리접시에 배양하던 중, 유리접시에 푸른곰팡이(학명:페니실리움 노타툼)가 번
식되 어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플레밍이 그 유리접시를 쓰레기통에 버리려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푸른곰팡이가 생긴 곳에는 포도상구균의 무더기가 말
끔히 없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거참 이상한 일이다. 푸른곰팡이가 있는 곳에 포도상
구균이 없다면, 혹시 푸른곰팡이에서 생긴 물질이 포도상구균을 없애 버리는 힘을 가
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 플레밍은 그때부터 자나깨나 푸른곰팡이와 씨름
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플레밍은 마침내 푸른곰팡이로부터 포도상구균이나 폐렴균을 없애는 물질
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고 그 물질을 '페니실린'이라고 이름지었다. 항생 물질 제1호이
자 의약연구에 혁명적 변화를 초래한 페니실린은 이렇게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
었다.
그러나 플레밍 박사가 분리하여 사용한 균주는 배양액 1ml당 1~2단위의 페니실린밖
에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그 실용성은 대단히 미약했다(페니실린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보통 1회에 30 ~60만 단위가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페니실린이 태어난 후에도 10여 년간은 그다지 큰 각광을 받지 못하였다. 그
런데 1939년 2차대전이 일어나자 병사들의 부상으로 인해 페니실린의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또한 1941년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게 되자 미국 정부는 미국의 한 제약회
사에게 거액의 자본은 투자하면서 페니실린을 대려 생산할 것을 요구하게 되었고, 마
침내 몇 톤이나 되는 커다란 탱크에서 페니실린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작업 과정도 단순화되고 그만큼 노동력도 덜 들게 되었으며 따라서 생
산비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2차대전 동안 수많은 군인과 일반인들이 페니실린으로
목숨을 건지고 감염증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페니실린의 형제들
페니실린이 생산되기 시작한 초기의 형태는 주사제였다. 먹을 경우에는 위산 때문에
파괴되어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페니실린은 독성이 극히 적은 항생제이며 치료
효과가 아주 강하여 그야말로 이상적인 영약으로 전세계에 보급되었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페니실린 쇼크' 라는 무서운 부작용(페니실린 사용 후 발열, 피부감각 이상,
호흡곤란, 두드러기, 혈압저하, 의식상실, 무기력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10분 이내에
사망하기도 한다)이 발생했다. 또 페니실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내성'을 가진 포도상
구균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내성균의 비율은 점점 높아져 갔다.
따라서 이러한 페니실린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
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페니실린이 개량되기 위해서는 그
의 구조를 알아야만 되는데, 미국과 영국이 합동으로 연구하여 페니실린의 구조가 확
정되고 마침내 여러 가지 신페니실린(페니실린의 동생들)이 개발되었다.
더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는 가운데 강력한 효과를 가진 페
니 실린 G가 태어났다. 또 주사약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
력하는 가운데 페니실린 G가 태어났다. 그러나 페니실린 G도 페니실린 V도 내성균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찌할 수가 없어서 약 50여 가지의 페니실린의 동생들은 더 생
겨나야만 했다.
항생제의 족보-항생제의 세대교체
항생제 중 가장 먼저 세상에 태어난 페니실린은 주로 그람 양성 구균에 대한 효과가
뛰어났는데 점차로 효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세균이 페니실린에 대한 저항력을 가
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포도상구균이 쉽게 내성을 갖게 되어 페니실린으로 치료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성 포도상구균은 페니실린 분해 효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내성 포도상구균용 페니
실린은 페니실린 분해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힘든 성질을 가지도록 개발한 것이었다.
이렇게 개발된 내성 포도상구균 페니실린에는 메치실린(주사약), 옥사실린(내복약, 주
사약), 클 록사실린(내복약, 주사약) 등이 있는데, 이들을 신페니실린이라고 통칭한
다.
페니실린이나 신페니실린은 주로 그람 양성구균에 작용하는 사용 범위가 좁은 항생
제였다. 따라서 그람 음성간균에 대해서도 유효한 페니실린을 만들어 내게 되었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암피실린(내복약, 주사약), 아목시실린(내복약), 탈암피실
린(내복약), 바캄파실린(내복약) 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사용범위가 넓은 페니실 린으
로 반합성 페니실린 또는 스펙트럼 페니실린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더욱 사용범위가 넓은 페니실린들도 많이 개발되어 페니실린계 항생제는
현저한 진보를 이루어 왔지만 연쇄구균이나 폐염구균과 같은 그람 양성구균에는 처음
개발된 페니실린이 가장 효력이 크다. 이러한 효력의 차이는 항생제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균검사를 통하여 적절한 항생제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이렇게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계 항생제를 생산하면서, 또 다른 곰팡이에서도 항
생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는데, 방선균(학명:스트렙토마이세스), 사
상균(학명:세파로스포리 움)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방선균에서 산출한 스트렙토마이신은 1945년에 등장하여, 그 이전에 사용되고 있던
화학요법제와 함께 결핵치료에 특효약으로 수많은 사람을 구제하였다. 또한 일반적으
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에리스로마이신이나 테트라사이클린 같은 항생제도 같은 종류
의 균에서 생산되는 종류이다.
사상균에서 산출하기 시작한 '세펨계 항생제'는 광범위 페니실린계 항생제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항생제로서 페니실린계 항생제보다 매우 유리한 장점이 있는데, 즉 내성
균에 대해서도 강한 살균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매우 독한 항생제로 알려져 있
는 세펨계 항생제는 세프라딘(상품명:브로드세프), 세파드록실(상품명: 듀리세프)과
같이 내복약으로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현재 병, 의원에서 주사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항생 물질이다.
특히 세펨계 항생제는 세대 구분이 있어 제1세대, 제2세대, 제3세대에 이어 지금은
제4세대의 제품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세대의 차이는 항생제의 유효범위를 점
점 넓혀 나가려는 노력의 결과로 형성되었는데, 세대수가 높을수록 항균범위도 넓고
항균효과도 강력한 것이다. 따라서 원인으로 되는 균이 불명인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
는 항생제는 많아져서 일면 의약학의 발전을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원인균을 조사하여 그에 대해서만 가장 효과가 좋은 항생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
이다. 우선 편리하다고 처음부터 제3세대에 속하는 광범위 항생제(이는 모두 주사제인
데, 세포탁 심등이 있다)를 안이하게 사용하다가 내성균이 생기게 되면, 결국에는 치
료할 약이 없어지는 불행을 당하게 된다. 항생제 사용을 잘못한 결핵 환자 중에는 돈
을 쌓아 놓고도 치료할 약이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병원에 가서 무턱대고 빨리 낫게 독한 주사를 놓아 달라고 말하면 제3세대 항생
제 주사의 사용을 자청하는 것이 되니, 이런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면 이렇게 내성을 비롯한 항생제의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왜 존재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1-내성균의 조성
1942년 미국의 제약회사에서 페니실린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백신과 항생제
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인류를 세균의 무서운 위협 속에서 구해 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인류에게 소중한 존재인 백신과 항생제에도 예기치 않은 현상이 발생하
게 되었으니, 그것은 곧 쇼크를 비롯한 부작용이다.
외국의 경우 백신과 항생제를 비교해 볼 때 백신은 대부분 예방 주사의 형태로 병원
이나 보건소 등에서만 제한하여 접종하며 경구 투여(먹는 약)의 형태라도 마찬가지이
다. 따라서 일반 환자나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도 없을 뿐더러 발생되는 부작용에 대
해서도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항생제는 약국을 통해 특별한 제한 없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
에,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어, 항생제로 인해 발생되는 부작용에 대해서 적절한 대
처를 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의약분업이 되지 않은 우리의 상황에서는 항생제에 대
해서 이해하고 항생제로 인한 분작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환자와 소비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항생제를 오, 남용했을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쇼크, 내성균의 조성, 균
교대현상,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혈액 장애, 간 장애, 위장관출혈, 청각 장애
등이 있다. 또한 최근의 새로운 항생제 주사 중에는 술과 함께 복용했을 때 심각한 장
애를 일으키는 것도 있다. 이렇게 많은 부작용은 비단 항생제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
지만 그 중에서 내성균의 조성, 균교대현상,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등은 항생제에만
존재하는 심각한 부작용이다.
내성균이라는 것은 특정한 항생 물질에 반응하지 않고 질병을 일으키게 되는 균을
말한다. 특정 항생 물질에 반응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세균이 그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획득하였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어떤 특별한 상황, 예
를 들어 춥다든 가, 배고프다든가, 권투선수의 경우처럼 많이 얻어 맞는다든가 했을
때, 그에 대해 적응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과도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성균이 생기는 이유는 첫째 감염원이 된 세균을 정확하게 파괴시킬 수 있는 항생
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세균에 감염되면 아무 항생제나 사용하기 이전에 먼
저 감염된 세균이 어떤 종류인지, 어떤 항생제에 의해서 파괴될 수 있는지 균검사를
먼저 해 보고 선택해야 하는데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사용하게 되면
쓸데없이 많은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고, 그렇게 많이 사용한 항생제를 이길 수 있는
내성균이 또 발생된다는 것이다.
둘째 항생제의 사용량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항생제의 사용량은 세균을
죽일 만큼만 사용되어야 한다. 6시간마다 1알씩 복용하게 되어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빨리 낫고 싶다고 4~5시간마다 2~3알씩 복용한다고 해서 세균이 깡그리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흙에 비료를 준다고 생각해 보자. 식물이 빨리 자라는 것을 소원한
나머지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식물은 빨리 자라기는커녕 오히려 죽어 버리고, 땅마저
썩어 버리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항생제의 주어진 사용량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고
많이 사용하게 되면 병은 낫지 않고 오히려 그 항생제를 이길 수 있는 내성균이 발생
된다.
셋째 항생제의 사용 시간 및 사용 기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 시
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핏속의 항생제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핏
속의 항생제 농도가 유효치 이하로 떨어지면 죽어 가던 세균은 전세를 가다듬어 새로
이 인체를 공략 한다. 그렇게 세균으로 하여 인체를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질병
이 호전되지 않으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약을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질병이 다
나은 후에 또 다른 질병에 감염되면 처음부터 높은 단위의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게 되
는 것이다. 또한 세균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사용해야 하는 기간을 지키지 않고 증
상만 호전되었다고 사용을 중지하게 되면, 마치 꺼져 가던 불씨도 조심하지 않으면 불
이 나는 것처럼 죽어 가던 세균이 다시 살아나 질병은 또다시 기승을 부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약을 사용하게 되어 내성균
이 생성되는 것이다.
내성균이 생기게 되면 환자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경우가 생기
는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내성균에 감염된 사람은 처음부터 고칠 약이 없어 고생하게
되니 소위 '약공해'라고 말할 수 있다. 성병이나 결핵균의 경우는 그러한 내성균이 특
히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가령 매독은 옛날에는 코의 연골을 침범하여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었는
데, 요즈음은 그런 사람은 볼 수 없기 때문에 매독이 없어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요즘의 매독 병원체는 내성이 생기고 변질되어 옛날처럼 코를 떼지는 않지만,
주로 신경에
들러붙어 신경매독(뇌와 척수의 장애 유발)을 만드니 더욱 치료하기 힘들고 무서운 질
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교차내성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교차내성이란 특정 약제에 대해
서 내성이 생겼을 때 그 약제와 화학적 구조나 작용기전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약제에
대해서도 공통적인 내성을 나타내는 성질을 말한다. 예를 들면 테트라사이클린과 오레
오마이신, 애클로마이신, 클로로마이세틴은 서로 교차내성의 가능성을 가진 항생제이
다.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2-균교대현상
우리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의 방어력이다. 신
체의 방어력을 유지하는 요소로는 병균이나 독소 등의 항원이 꼼짝하지 못하게 결합해
버리는 항체와, 병균을 먹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백혈구, 그리고 신체가 외부와
접촉되는 부위에서 세균을 직접 죽이는 각종 물질이 있다. 눈에는 눈물이, 코에는 콧
물이 액체의 상태로 세균의 침입을 막아내고 있다. 또한 귓속이나 기관지와 같은 부위
에서는 털이 세균을 막아내기도 하고 위에서는 강한 산성의 소화액이 세균을 죽이기도
한다.
또한 우리 몸에 나쁜 세균을 잡아먹는 유익한 균이 항상 존재하여 우리 몸이 나쁜
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 주는 부위도 있는데, 바로 입 속과 창자 특히 대장, 그리
고 여성의 질이 대표적인 곳이다.
그런데 항생제를 많이 오래 사용하게 되면 무차별 폭격으로 우리 몸에서 일종의 파
수병 노릇을 하고 있는 유익한 균까지 깡그리 죽여 우리의 몸은 완전한 무균상태에 이
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평상시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던 바이러스나 대장균 또는
곰팡이균 같은 것들이 덤벼들어 고치기 힘든 질병을 일으킨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균
교대현상이라고 한다.
항생제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구내염과 같은 입 안의 염증이나, 설사나
변비와 같은 대장 이상 증세, 여성의 경우 세균성 질염이나 다른 염증을 치료하려다가
질 속에 칸디다라는 곰팡이가 번식하여 매우 가렵고 끈적끈적한 분비물이 많아지는
등, 완치가 어 려운 증세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바로 균교대현상으로 인한 질병이다.
구내염은 그 자체로는 위험한 질병은 아니지만 입 안이 헐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말하기도 어렵고 음식을 먹기도 어려운 매우 귀찮은 증세이다. 또한 대장균
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매일매일 섭취되므로 일단 균교대증에 의해 대장 이상이 발
생하게 되 면 치료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특히 여성의 질에서 발생되는 균교대증은 성
접촉이 없는 미혼 여성에게서도 발생되기 쉬운데, 이는 본인에게도 당혹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치료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이 따르는 불행한 일이다.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3-유전자에 대한 작용
항생제는 유전자에도 작용을 한다. 특히 그러한 작용은 사상균류로부터 만들어지는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 클로람페니콜 등인데, 이러한 항생제는 세균의 단백질 합성
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세균에 의한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이 이러한 항생제를 사용하면 세균의 단백질
합성만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핵의 유전자를 변질시키는데, 임신한 부인이 항생
제를 사용하면 기형아를 낳고, 보통사람의 경우에는 암세포로 발전하기도 한다.
물론 임신한 부인은 모든 약을 섭취할 때 매우 신중해야만 한다. 특히 항생제의 경
우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데, 임신중에 가나마이신을 사용하면 태아의 제8뇌신경을 손
상시켜 청각 장애아를 낳게 된다. 또한 임신중에 테라마이신을 복용하면 태아의 이가
황색, 회색, 갈색 등으로 변색되는데 이러한 변색은 영구적이다. 그 밖의 항생제들도
많은 양을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기형이 발생했다는 실험결과가 나와 있다.
임신한 부인에 대한 항생제의 부작용은 이제 모자보건교육이 확산되면서 상당히 줄
어들고 있다. 그러나 보통사람의 항생제에 의한 암세포 유발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부
각되어야 한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의 가장 큰 사망요인은 결핵이나 폐렴 같은 감염성 질
병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와서는 가장 큰 사망요인으로 암이 부상되었다. 이와 같
은 변화와 더불어 사망률도 현저히 낮아졌고 평균 수명도 연장되었는데, 이러한 변화
를 긍정적인 것으로 본다면 항생제는 수훈갑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렇게 고마운 항생제가 발암 물질이 될 수 있다니 그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2차대전이 한창일 무렵에 새로이 개발된 두 가지 위력적인 물질이 있다는 소문이 항
간에 떠돌았다고 한다. 그 하나는 원자폭탄으로, 성냥갑만한 것이 인간의 상상을 넘는
폭발력을 통해 결국 일본을 패망시켰다. 나머지 하나는 항생제로서 폐렴등으로 죽어
가던 사람을 살려 놓는 위력 때문에 '약의 원자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원자폭탄이 예기치 못했던 방사능으로 인해 수많은 후유증을 낳았고 그 중에
서도 특히 발암성이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항생제에도 쇼크나 위장관
출혈 등과 같이 사용 후 바로 나타나는 부작용보다는 발암성이 이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항생제 사용에 있어서 명심할 점들
우리 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항생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적용범위도 다르다.
더구나 1회에 사용하는 단위는 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0mg에서부터 1,000mg까지로
10배 가량 차이가 있으며, 1일 사용 횟수도 1일 1회에서부터 1일 6회까지로 사용법이
다양하다.
이렇게 항생제의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단위를
나타내는 수치가 크면 독한 항생제라는 통념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통념은
옳지 않다. 더구나 비싼 항생제가 독한 항생제는 더더욱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병
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가 바로 가장 독한 항생제이다.
따라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먼저 균검사를 통하여 적절한 항생제를 찾
아야 내성균이 생기지 않고 최단 시간에 치료를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성병이
나 피부병이 부끄럽다고 병원에 가기를 주저하여 아무 항생제나 사용하면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병, 의원에서 염증을 치료할 때에도 균검사를 하지 않고 항생제를 처방하
지 않도록 균검사를 요구하자. 균검사는 귀찮고 쑥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는 의식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자가 요구하는 균검사를 거절할 권리를 가진 의사
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처방된 항생제는 사용 횟수와 사용 간격을 정확하게 지켜야 함을 명심해야 한
다. 만약 바쁘다든가 실수로 횟수와 간격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아서 염증의 치료가 정
상적 과정을 밟지 않게 되면,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항생제의 단위가 점점 높아져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유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치료가 완전하게 끝날 때까지 항생제를 사용하여야 한다. 치료가 덜 끝난 상
태에서 증상만 없어졌다고 투약을 중단하면 병균이 잠복해 있다가 그 전보다 더욱 심
하게 발병할 가능성도 있고, 아울러 다른 장기에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시판이 중지되었거나 신중히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가 처방되었을 경우에는
다른 항생제로 바꾸어 처방할 것을 요구해 보자. 왜냐하면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 모
두가 의약 정보에 신속하지는 않고, 무엇보다 내 건강과 내 생명은 내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시판이 중지되었거나 신중히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
플루클록사실린(상품명: 플록신)
플루클록사실린을 사용하면 황달을 비롯한 간손상을 일으킬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사
실이 호주의 임상연구팀에 의해 발표되었다. 특히 노인 환자나 2주 이상 장기 복용자
에게는 이런 위험이 월등히 높은데, 클록사실린이나 디클록사실린도 비슷한 부류이므
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였다.
린코마이신(상품명:린코마이신, 린코신), 클린다마이신(상품명: 클레오신, 클린다마
이신)
린코마이신과 클린다마이신을 사용하면 클로스트리디움균과 그 세포독의 내성균이 자
라나서 생기는 위막성 대장염을 유발시켜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꼭 필
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클로람페니콜(상품명:신도마이세틴, 헤로세친, 네오세친-비) 클로람페니콜은 세균성
장염인 이질에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으나 부작용으로 조혈기관인 골수기능이 저하되어
치명적인 재생불량성 빈혈을 일으키므로 선진국에서는 뇌수막염, 장티푸스, 로키산 반
점열 등 부작용의 위험보다 그 효과가 뚜렷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즉
폐렴, 이질, 성병의 치료와 특히 예방의 목적으로는 절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
으며 거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에리스로마이신(상품명:에리신, 에리스로-피, 아이로손, 스테판, 프로마이신, 이 -
마이신 좌약) 에리스로마이신은 간에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
서는 등록이 취소되어 생산이 금지되었다.
테트라사이클린은 우유 및 유제품과 킬레이트 화합물을 만드는 성질이 있어, 이들을
함께 섭취하면 항생제의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밥 대신 우유와 빵으로 간단하게 요기
하고 항생제를 복용하려고 한다면 그 항생제가 테트라사이클린이 아닌지 먼저 확인해
보자. 대부분의 항생제는 위벽을 직접 공격하는 성격이 있다. 위장병을 앓고
있거나 평소 위기능이 나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항생제와 더불어 위보호제를 함께
복용하고, 위기능이 나쁘지 않더라도 가급적 식후 30분이나 식직후의 규정을 지키도록
하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항생제를 발견하기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였던
제너, 파스퇴르, 코흐, 플레밍 등과 같은 선각자들의 뜻을 이어가는 데는 두 가지 길
이 있다.
그 하나는 과학자나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몫으로, 그들 선각자들이 살았을 당시에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던 전염병과 용감하게 싸웠던 것처럼, AIDS와 암 그리고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질병 등 현재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몫이다. 항생제는 땅에서 솟아난 것
도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다. 항생제는 전염병이나 감염증에 걸려 있거나 걸릴 가
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장기설을 신봉하던 동료과학자들의 질시나 상
업자본가들의 위협 속에도 굴하지 않은 용기 있는 과학자들의 땀의 결실이다. 따라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정화하게, 신중하게,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항
생제의 오,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하는 일이야말로 그들의 뜻
을 이어 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들도 무덤 속에서 우리가 그런 노력을 해 주기를 기원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항생제의 짝꿍 소염제
항생제에게는 소염제라는 협조자가 존재한다. 항생제가 병균을 직접 죽이는 작용을 한
다면 소염제는 병균과 체내 방어 체계가 투쟁하면서 만들어 낸 고름이나 체액, 찌꺼기
같은 것을 없애는 작용을 하여 치료가 신속하고 완전하게 되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다래끼가 났을 때 항생제만 사용하면, 고름이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서 부은 것이
없어지지 않아 고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소염제를 같이 사용
해야 한다.
소염제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효소로서 단백질과 섬유소 등을 분해하
는 작용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해열 진통 소염제로서 열을 일으키고, 통증을 일으
키며, 충혈과 부종 즉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프로스타그란딘'이 합성되는 것을 막
는 작용이 있다.
먼저 소염 효소제를 살펴 보면 '세라치오펩티다제'(상품명:단젠)와 '브로멜라인'과
'결정트립신'의 혼합제제(상품명:기모타부) 등이 있다. 병균이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항체나 백혈구 또는 리소짐과 같은 우리 몸 안에 있는 방어 체계들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되는데, 이러한 싸움의 결과 죽은 시체들이나 부러진 무기들이 바로 고름이나
진물의 형태로 우리 몸 안에 고여 통증이나 부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불편한 감각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름이나 진물의 성분을 좀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그것들은 대부분 단백질이 변성된 변성단백이거나 섬유소의 괴사 물질 그리고 그러한
물질 주변에 갇혀 있는 물 등이다.
만약 그러한 병균과 우리 몸의 싸움이 경미하게 일어나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 싸움의 결과 만들어진 고름이나 진물도 소염 효소제의 도움 없이 자체적
으로 청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몸에 침입한 병균이 아주 많고 또한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른 독한 균이
라면 우리는 항생제의 도움을 받아 그것들을 처치해야 하는데, 항생제의 도움으로 독
한 균이 모두 죽게 되었다면, 세균과 항생제와 백혈구들의 싸움의 잔해를 청소하는 것
도 소염 효소 제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병을 빨리 낫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왜냐하
면 아무리 병균이 다 죽었다 하더라도 고름이나 진물이 남아 있으면, 우리 몸은 계속
통증이나 갑갑함으로 고통을 느끼게 되고, 치료가 덜 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염증을 치료하고 병균을 죽이기 위해서 항생제를 사용할 때 함께 소염 효소제도 사
용하게 되면, 항생제가 죽인 병균의 시체를 소염제가 바로바로 청소하기 때문에, 통증
도 줄 뿐 아니라 항생제의 공급도 원활해져서 병균을 죽이는 데 드는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소염 효소제의 작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1 병균이 있는 장소(병소)와 그 주변의 섬유소가 망가진 물질(괴사 물질) 및 고름
을 분해, 청소시켜 회복을 촉진한다.
#2 세균이 침입하여 염증이 생겼을 때, 염증 부위에 나타나서 발열과 통증을 일으키
는 물질인 '브레드키닌' '프로스타그란딘' 등을 분해시킨다.
#3 우리 몸에 원래 존재하는 단백 분해 효소를 생성시킨다.
#4 항생제가 병소조직에 침투하기 쉽게 만든다.
#5 병소 주위의 체액 순환을 촉진하여 부종을 가라앉히고, 혈종을 응해, 제거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작용들이 있기 때문에, 소염제는 항생제의 짝꿍으로서 염증치료에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한편 우리가 해열 진통제로 사용하는 약들도 소염 작용이 있는 종류가 많은데, 아스
피린이나 부루펜 그리고 폰탈과 같은 해열 진통 소염제들은 앞에서 말한 소염 효소제
와는 달리 프로스타그란딘의 합성을 저해함으로써 소염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해열 진통 소염제들은 세균의 침입이 원인이 되는 염증에 대해서보다는 외상이
나 충격을 받았거나 독물 등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 몸에서 방어적
으로 일어나는 염증의 소염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이들
해열 진통 소염제는 세균의 시체나 찌꺼기를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균이 침입하여 고열이 나고, 통증이 심할 때는 해열 진통 소염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항생제, 가축에게 사용하는 항생제
약국에서 항생제를 사 가는 사람들 가운데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르
는 애완용 개나 고양이 또는 물고기에게 사용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떨 때는 직
접 강아지를 약국에 데리고 와서 "이 강아지가 눈곱이 끼고 밥을 잘 안 먹으니, 적당
한 항생제 좀 주세요" 하며 애처러운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봄이 되면 길가에서
파는 노란 병아리를 몇 마리 사 와서 하룻밤 자고 나서 시들시들해 졌다고 항생제를
먹이는 꼬마들도 적지 않다. 또 어항에서 키우는 물고기를 위해서 항생제를 사는 사람
도 무척 많다.
일반적으로 약국은 사람을 위한 약을 파는 곳이지 가축이나 동물용 약을 파는 곳이
아니므로 약사로서도 곤란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아주 위독해서 가축병원으
로 보낼 정도가 아니면 대개 항생제를 사용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집에서 기르는 애완용일 때는 키워서 잡아먹지 않기 때문에
괜찮지만, 애완용이 아닌 식용일 경우 문제는 심각해지는 것이다.
원래 미생물에 의한 전염병이나 감염증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파스
퇴르가 1868년에 처음으로 병원균의 존재를 확인한 것도 인간의 질병이 아니라 누에고
치에게 병을 일으키는 연쇄 상세균이었다. 또한 코흐도 1876년에 소에게 탄저병을 발
생시키는 간균을 확인함으로써, 전염병의 원인으로서 장기설을 타파하고 미생물설을
결정적으로 확립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미생물에 의해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백
신을 사용하고 이미 감염되었을 때는 항생제를 사용하여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다.
그러나 식용으로 키우는 동물에게 항생제를 사용하였을 경우에는 간접적으로 사람이
항생제를 사용한 결과가 되기 때문에, 동물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면 장차 사람에게 어떤 부작용을 안겨줄지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
지 않은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는 최근 10~20년 사이에 식단이 많이 바뀌어 육류 소비의 증가가 두
드러지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을 많이 먹게 되어 소, 돼지, 닭이
식용을 위해 대량 사육되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민물고기나 바다생선의
양어장이 대규모화되면서 이들이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은 도저히 추적할 수 없을 정도
의 엄청나게 늘었다.
그러나 식용동물에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을 알 수 있고 그 양이 엄청나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그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규제 방법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항생제를 다
량 사용한 동물을 사람이 섭취하였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 연구된 적이 별로 없기 때
문이다.
1986년에 농수산부가 제정, 고시한 '동물약품규격규정서'에 기재된 동물약품 371개
품목 중에 항생제는 독시사이클린, 린코마이신 등 사람에게 사용하는 거의 모든 종류
가 다 망라되어 있다. 그런데 그러한 항생제의 설명에서 동물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적당한 용량 과 용법에 관한 언급만 있을 뿐, 그 항생제를 사용한 후 식용으로 사용했
을 때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몇몇 약에 대해서 가
축을 도살하기 며칠 전에 투약을 중지해야 한다는 경고만이 있을 뿐이다(그러나 그 경
고가 잘 지켜진다는 보장 은 없다).
일전에 유방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한 젖소의 분유가 말썽이 된 적이 있다.
그리고 요즈음의 계란은 쉽게 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많은 주부들이 깨닫고 있다. 실
제로 산란용의 닭에게 독시사이클린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투약을 중지한 후 11일~19일
동안이나 독시사이클린이 계란 속에 g당 0.05㎍보다 많은 농도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
혀진 바 있다. 또한 염산린코마이신은 질병 치료용으로 사용 될 뿐 아니라 사료 첨가
제의 형태로 병아리, 브로일러 등의 성장 촉진, 체중 증가, 사료 효율 개선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며, 그 밖에 많은 항생제가 사료 첨가제로 사용된다니 더욱 놀랍다.
더구나 수입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외국산 육류가 더 많이 밀려들어 오게 되면, 그렇
잖아도 병든 소 수입으로 국민을 경악시킨 적이 있었는데 항생제를 잔뜩 사용한 육류
가 수입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보사당국은 가축의 항생제 사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역학조사하며
모든 사람들이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
@ff
제13장 진통제 이야기
통증에도 종류가 있다
옛날에 우리 선조들은 머리가 아프면 머리에 횐 끈을 질끈 동여매고 자리에 누워서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요즘도 TV 사극을 보면 그러한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머리에
횐 끈을 동여매는 것은 혈관 확장으로 인한 두통이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매우 과학적
처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장면을 보면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특히 흰 끈을 많이
애용했던 것 같다. 세상 살다 보면 남자고 여자고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생기겠지만 여
자들에게 머리 아픈 일이 더 많이 생기는 모양이다.
이렇게 '아프다' 하면 우리가 제일 쉽게 떠올리는 부위는 머리인데, 머리말고도 이
아픈 것, 그리고 여성의 생리통이 또한 포함된다. 우리가 '통증'에 대해서 두통, 치
통, 생리통을 한족속쯤으로 엮어서 생각하게 된 것은 순전히 진통제 광고 덕분이다. '
두통. 치통. 생리통 ... 이라는 선전을 워낙 많이 듣다 보니 이제는 자연히 그 세 가
지 통증이 무근 연관성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리라. 또한 아픈 증세에 있
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종류 중 하나에 배 아픈 복통이 있다. 우리는 배 아플 때 '내
손이 약 손이다' 하시면서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나 할머니의 손길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가지 통증들이 모두 같은 원리로 발생되고 느껴지는 것은 아니
다. 우리 몸의 피부나 근육 등이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기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느
끼는 통증과 뱃속이 아픈 통증은 그 아픔을 느끼는 신경의 구조에 있어서 상당히 다르
다. 특히 배가 아픈 것을 느끼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전자를 체성통이라고 하는데,
체성통과는 다르게 우리 몸의 내장에서 일어나는 이상을 느끼는 내장통도 있다. 복통
은 이 두 가지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배아픔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먼저 체성통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의 피부나 그 밑에 있는 근육에는 체성신경(체
성지각신경)이라는 것이 있다. 이 신경은 '칼에 베이거나, 꼬집히거나, 침에 찔리거
나, 화상을 입거나' 하였을 때 상처에서 나온 통증 물질(프로스타그란딘, 브레디키닌
등)을 지각하여 그것을 등뼈 속에 있는 척수를 통해 대뇌로 전달한다. 이때 느끼는 아
픔이 체성통이다.
이러한 체성통은 국소성이 확실한 통증으로 아픈 부위를 쉽게 판별할 수 있는데, 우
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해열 진통제로서 그 아픔이 가라앉게 된다.
다음으로 복통을 보면 체성통이 느끼는 통증 감지 과정과는 다른 과정을 밟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분 중에 혹시 맹장염에 걸려 본 사람이 있다면 잘 알 수 있을
것인데, 소위 맹장염이라고 부르는 충수염에 걸렸을 때는 충수가 있는 오른쪽 아랫배
가 아픈 것이 아니라 배 전체에 아픔을 느끼게 된다(물론 아픈 부위를 누르면 격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따라서 맹장염에 걸린 사람들은 처음에는 소화불량 때문에 배가 아
픈 것으로 착각하기 쉽고, 병원에서도 오진하기 쉽다.
이렇게 고장난 내장 부위가 아니라 배 전체가 아픈 이유는 바로 내장통과 체성통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위나 폐 그리고 장 같은 내장에는 내장지각신경이 분포
되어 있다. 이 신경은 '위나 장의 근육이 뒤틀린다든가, 팽창한다든가, 염증이 생겼다
든가, 피가 안 통한다든가,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든가' 하였을 때 일어나는 내장의 압
력 변화등을 지각하여 척수를 자극하고 그 자극은 자율신경에 의해서 뇌로 전달된다.
사실 복통의 원인이 되는 내장의 이상 그 자체로 인해서 느끼는 통증은 둔하며 지속
적이지 못하지만, 내장 주변에 분포되어 있는 체성지각신경이 간접적으로 자극되어 통
증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내장에서 비롯된 자극으로 인해 피부 쪽에서 통증을 느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복통의 원인은 이와 같이 굉장히 복잡하다.
한편 두통은 위에서 말한 체성통과 내장통과는 또 다르게 그 원인이 복잡하다. 이
두통은 머리 자체의 이상에 의한 것도 있지만, 몸 속 여러 기관의 이상을 머리에서 호
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 몸의 어딘가에 통증 원인이나 통증 물질로 인해 느끼는 통증과는 달리 신경 자체
의 이상에 의해서 통증이 유발되는 신경통도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통증은 우리에게는 매우 귀찮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감각이기도 하다. 통증이란 이상을 방지하
거나 줄일 수 있게 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몸이 통증이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병소의 위치나 종류를 알아 낼 수 없을 것이다. 그 통증이 느껴지는 곳, 통증
의 종류, 통증의 강도, 통증의 시간 등으로 병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은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한 스트레스를 일으키기도 하므로 병의 치료와
더불어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단 통증이 있을 때 그 자세한 원인을 알
지 못한 상태에서 아프다고 무조건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통제의 종류와 진통 원리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진통제에는 해열 진통 소염제라고 분류되는 모든
약이 포함되는데, 두통, 근육의 통증, 치통, 관절통, 외상통, 요통, 어깨결림, 테니스
엘보(관절염), 무릎관절염, 생리통 등에 폭넓게 쓸 수 있다.
진통제로 사용하는 약들은 발열감기에 해열제로 쓰는 약과 거의 유사한데(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디클로페낙, 피록시캄, 메페남산 등이 있다), 이러한 약
을 해열제로도 진통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발열을 일으키는 물질과 통증을 일
으키는 물 질이 같기 때문이다.
즉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겼거나, 외부의 충격을 받았거나, 병균의 침입을
받았을 때, 그러한 비상사태를 통증이라는 확실한 감각으로 뇌에 전달하기 위한 '척후
병'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물질은 '프로스타그란딘' '브레디키닌' '히스타민' '세
로토닌'등이다.(이들을 국소호르몬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물질들이 발생되면 통증
과 발열이 일어나고, 또한 염증도 함께 따라온다.
특히 일반적인 발열과 통증에는 프로스타그란딘과 브레디키닌이 가장 많이 관여하고
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진통제들은 대부분 이 프로스타그란딘의 합성을 억제하거나
브레디키닌의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진통제의 대부분이 진통 작용과
더불어 해열 작용 그리고 소염 작용도 함께 가지게 되는 것이다.
두통, 치통, 생리통에 쓰이는 진통제라고 광고하는 약들은 대부분 이러한 약에다 각
성 효과를 위해서 카페인이 첨가되어 있다. 카페인은 대뇌피질에 작용하여 명석한 사
고, 신속한 연상, 기억력 증진, 반응 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나타내고 피로감과 졸음
을 없애 주는데,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 속에는 100~150mg이 들어 있다.
또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돕기 위해서 신경 안정제 같은 약물을 쓰기도 하며, 근육
이 아플 때는 긴장된 근육을 풀기 위한 근육 이완제 '클로로메자논(상품명: 도랑코팔)
'도 쓴다.
그런데 이러한 진통제나 이완제들을 계속해서 사용하게 되면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
면 우리 몸에 통증이 생겼을 때 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되고 또 치료되는 것이 가
장 중요한데, 진통제를 사용해서 통증이 없어지면 마치 병인이 제거된 것처럼 착각을
해서 병의 치료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약들은 대부분 소화관 장
애나 신장 장애 그리고 간장 장애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이상과 같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진통제와는 달리 통증에 대해 매우 강
력한 효과를 지닌 마약성 진통제도 있다. 의약품 역사상 추출 제1호로 기록되어 있는
모르핀(양귀비에서 추출)은 가장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일반 해열 진통제의 작용기전과는 매우 다른데, 마약성 진통제는
통증을 가장 최종적으로 느끼는 뇌를 직접 마비시킴으로써(수용체와 결합한다고 표현
된다), 통증을 아예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마약성 진통제는 한때 매우 유익한 약으로 인식된 적도 있었으나, 약물 의존
성과 남용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어, 지금은 그 사용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
으며, 우리가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약이 되었다.
우리 몸은 원래 어느 정도의 이상은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방어력과 면역력을 가지
고 있기 때문에, 통증이 있을 때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능한 한 그러한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는 요즈음 조금만 아파도 참지 못하고 진통제를 사용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통증을 느끼는 감수성이 점점 더 예민해지고, 진통제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며, 더욱더 많은 약을 사용해야 만족한 효과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한 알의 진통제를 사용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통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내
가 사용하는 진통제는 적절한 것인가?' '나는 얼마나 자주 진통제를 사용하고 있는가
?'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봐야 할 것이다.
두통과 진통제
두통이라고 하면 '쪽골이 아프다, 뒷골이 땡긴다, 머리가 멍멍하다, 골이 앞으로 쏠
린다, 골이 지끈지끈 아프다' 등과 같이 표현만 다양한게 아니라, 그 원인도 다양하다
(흔히 뒷골이 땡기는 경우에 고혈압이라고 스스로 판단하여 약국에서 우황청심환 같은
약을 사 먹는 사람이 많은데, 물론 고혈압으로 그러한 두통이 오기도 하지만 근육수축
성 두통에 의한 두통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므로 무조건 고혈압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크게 잘못된 일이다).
그러면 두통의 원인별 증상과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사용 가능한 약에 대해서 알
아보자. 우선 두통은 급성 두통과 만성 두통으로 나뉜다.
급성 두통을 유발하는 질병을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산
화탄소중독(소위 연탄가스중독)이 있고, 뇌의 동맥에 생긴 혹 같은 것이 터져서 생긴
출혈(거미막하출혈)이나 기타 뇌 부분의 출혈(뇌출혈로서 소위 중풍의 원인이 된다),
또 혈압이 높아서 뇌에 부종이 생겼을 때, 뇌에 염증이 생겼을 때(수막염, 뇌염 등),
고열이 날 때나 과음 후, 그리고 이, 귀, 코나 눈의 염증이 생겼을 때, 교통사고와 같
은 외부충격을 받았을 때와 같이 상당히 심각한 질병이나 증상에 의해 2차적으로 통증
을 느끼는 경우가 대 부분이다. 이럴 때의 두통은 그 질병이나 증상의 자극이 직접적
으로 뇌의 통증을 느끼는 중추로 전달되어서 발생한다.
다음으로 만성 두통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두통으로서 지속성인 근육수축
성 두통과 발작적이면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편두통이 있다. 보통 병원의 신경내과에서
치료를 받는 외래환자의 두통 비율을 알아보면 근육수축성 두통이 약 60%, 편두통이
약 25%, 양쪽이 혼합된 두통이 약 5% 가량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이 두 가지 요
인에 의한 두통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두통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두통 증상이나 타나면, 급성 두통은
되도록 빠른 시간에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급성 두
통에 대한 약은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만성 두통의 경우 우리는 흔히 진통
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근육수축성 두통을 알아보면 전에 긴장성 두통이라고 부르던 것으로 그 이름대
로 정신적인 긴장이 어깨나 몸의 근육을 수축시켜서 어깨와 목의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아프고 그것이 머리로 와서 두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통증은 앞머리나 뒷머리,
또는 머리 전체에서 느끼게 되는데, 아픔의 성질을 말하면 비교적 둔탁한, 눌리는 것
같은 통증이다.
이러한 고통을 흔히 머리를 죄는 듯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특별한
다른 질병이 없이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거나 신경증이 있는 사람에게 많다. 따라서 이
러한 증 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진통제(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와
신경 안정제, 근육 이완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에 앞서 정신적, 육체적 긴장을 풀기
위한 심리적 요법을 최우선으로 써야 한다.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생활요법으로는 어깨나 목을 맛사지 하거나 따뜻이 하여 긴
장을 풀고 목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목 체조를 꾸준하게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다.
다음으로 편두통에 대해서 알아보자. 편두통은 혈관의 확장으로 일어난 두통이기 때
문에 맥박이 칠 때마다 한쪽 관자놀이에 지끈지끈 쑤시는 통증이 느껴지며 심할 때는
구토가 뒤따르기도 한다. 편두통은 뇌의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긴 울혈
(피가 고여 있는 현상)에서 비롯된 두통으로 특히 젊은 여성에게 많다.
울혈이 생기는 이유는 혈관이 부드러워서 쉽게 확장되기 때문이며, 월경 전후에 오
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완전주의자이며 야심적인 사람이 욕구불만
이 있을 때 두통이 시작된다고도 한다.
편두통은 보통의 진통제가 잘 듣지 않을 때가 많은데, 그 특효약으로는 '에르고타
민' 이라는 약이 있다. 그런데 에르고타민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편두통이 본격
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적당량을 재빨리 먹어야 한다. 또 이 약은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는 위험한 약으로 분류되어 시중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약이
다. 에르고타민의 부작용을 완화시킨 약이 시중에 나와 있는데 디클로랄페나존(상품명
:마이드린, 미가펜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약은 치료약이 아니라 발작만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역할을 할 뿐
이므로 발작의 예방을 위해서 정신 신경 안정제나 항세로토닌제 등의 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편두통의 통증과 관계 있으므로 항세로토닌이 사용
되는 것이 다).
치통과 진통제
머리가 아픈 두통 못지 않게 우리를 자주 괴롭히는 통증으로 치통이 있다. 옛말에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하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만큼 이가 아픈 것은
참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어른뿐 아니라
3~4세의 어린이들도 충치로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탕이나 초콜릿 그리고
콜라 같이 충치를 잘 발생시키는 간식류가 넘쳐 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치통을 일으키는 이와 잇몸의 병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그러한 병에서 치
통은 왜 일어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치통의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치태와 치석이다. 치태란 이와 이 사이에 남아 있는
음식 찌꺼기에 세균이 번식한 것을 말한다. 치태에는 여러 종류의 세균이 포함되어 있
는데, 그 중 '스트렙토코카스뮤탄'라는 세균은 이를 녹여 버린다. 이렇게 이가 녹은
상태를 충치라고 한다.
흔히 우리는 식사 후에 물로 몇 번 헹구는 것으로 음식 찌꺼기가 없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그 정도로는 이에 붙은 음식 찌꺼기는 없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치
약을 사용하지 않고 가볍게 칫솔질만 한다고 해도 치태는 제거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긴 치태에 침 속의 칼슘이나 인이 결합하여 잇몸과 이 사이에 눌어붙은 것
을 치석이라고 한다. 치석은 한번 생기면 이를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없어지지 않는
다.
치태와 치석은 이렇게 쉽게 생기는데, 치태와 치석이 이를 상하게 하면 먼저 충치가
되고, 충치가 심해지면 이의 신경(치수)에 염증을 일으키는 치수염이 되며, 치수염이
심해지면 이와 이를 받치고 있는 치조골의 사이에 있는 치근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치
근막염이 된다.
한편 치태와 치석이 잇몸을 상하게 하면 잇몸에 염증이 생겨 치은염이 발생하고, 치
은염이 심해지면 치주에 염증이 생겨 잇몸이 부어오르고 이가 흔들리는 풍치 즉 치주
염이 되며, 치주염이 심해지면 고름이 잇몸에 고이게 되는 치주농양이 된다.
이러한 이와 잇몸의 병이 있을 때 이나 잇몸을 자극한다든가 양치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치통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 피로가 치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원인으로 인한 치통 중에서도 가장 통증이 격렬한 경우는 치수염에 의
한 발작으로 치수 속을 지나고 있는 혈관이 확장, 충혈되어 혈액량이 증가될 때이다.
치수는 단단한 상아질로 에워싸여 있기 때문에 혈액량이 증가하면 치수의 내압이 높아
지고, 신 경섬유가 강하게 압박되어 통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급성 화농성치수염인 경우에는 치수가 부패하여 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이 가스
가 빠져 나가지 못해 치수의 압력이 매우 높아져서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몹시 심한
통증을 느낀다.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이 통증은 진통제로도 멈추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치통의 원인이 되는 질환과 통증을 연결시켜 보면, 충치는 찬물이나 공기가
이에 닿으면 아프고, 치근막염은 치아가 들뜬 듯한 느낌이 들며 원인이 되는 이를 두
드리면 아프다. 치은염은 아프지는 않고 사과를 먹거나 양치할 때 피가 나고, 치주염
은 이가 흔
틀거리며, 치주농양은 잇몸을 누르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인사돌이나 파로돈탁스 같은
약들은 잇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약인데, 이런 약들을 사용해야 할 때에는 먼저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그 효과를 보다 확실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는 비결이다)
. 한편 흔히 사랑니라고 하는 지치가 날 때 염증을 일으키는 지치주위염도 있는데,
심한 경우에는 입을 열기 힘들 정도로 염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사랑니가 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난 경우에는 모두 빼 버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되는 치통은 단것을 적게 먹고 음식을 먹은 후에 양치
질을 깨끗이 하는 등 평소에 관리를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통이 일어나면 일반적인 해열 진통 소염제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임시방
편이며 진통제로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해서 그 원인이 나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
시 치과로 가서 완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지금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에서는 '80세까지 20개의 이빨을 유지하자'라는 목표하에
구강보호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80세까지 20개의 이를 유지하려면 치
통이 전달하는 이와 잇몸의 이상에 세심하게 주의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
다.
복통과 진통제
그러면 우리가 복통으로 느끼는 통증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지 먼저 알아보자.
#1 내장성 복통
우리 몸의 내장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서 내장이란 식도,
위장, 소장, 대장, 담낭, 요관, 자궁 등을 지칭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내장의 움
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손이나 팔, 발이나 다리의 움직임이나 자극을 쉽게 알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만약 잠시도 쉬지 않고 우리의 신진대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내
장의 움직임을 우리가 일일이 다 알고 지낸다면 아마 정신이 매우 혼란스러워 돌아 버
릴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건강한 상태에 있는 경우, 우리는 뱃속에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편안하다. 그리고 밥을 매우 많이 먹었다든가 조금 상한 음식을 먹었다든가 하
는 정도의 이상에는 실제 그 상태의 심각함보다는 경미한 자극을 받을 뿐이다. 실제로
뜨겁거나 차가운 음료수를 마신다고 생각할 때 입에서 강하게 느끼는 자극이 라도 그
것을 삼키고 나면 느끼지 못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게 내장이 다른 신체 근육이 느끼는 아픔을 민감하게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내장
지각신경에 있다. 즉 내장지각신경은 일반적인 자극으로는 통증을 느낄 수 없으며 위,
장, 폐 등의 내장에 이상이 있어서 내장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늘어나거나, 확장되거
나, 염증을 일으키거나 하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면 내장성 복통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통증은 아픔이 더했다 덜했다 하고 불쾌한 둔통이나 욱신 거리는 산통, 간헐
적으로 아픈 동통 등이 있으며 주로 복부의 정중 선을 경계로 하여 좌우가 아프다. 이
러한 내장성 복통을 일으키는 병으로는 위, 십이지장궤양, 식중독등의 급성 위장염,
요로결석, 협심증, 어린이 폐렴, 급성 납중독, 히스테리 등이 있다.
이러한 통증이 있을 때는 진통제를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며 빨리 진단과 치료를 받
아야 한다. 저절로 통증이 가라앉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병원에서 그 원
인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다 만 단순히 경련에 의한 통증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을 경
우에는 소화관의 꼬임이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진정시키는 '항콜린'작용약(스코폴라
민, 상품명:가스파파, 가스베린 등)을 사용하여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2 체성 복통 내장에서 일어난 이상이 점점 더 심해지면 그 자극이 복막이나 장간
막, 횡격막 등의 내장을 싸고 있는 막에 전달되어 느껴지는 통증이다. 우리 몸의 내장
과는 달리 이러한 막들에는 통증을 지각하는 신경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브레디키닌'
이나 '프로스타그란딘' '혈구 성분' 등과 같은 통증 물질이 발생되면 동통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통증의 증상으로는 쉴새없이 아프고 또한 찌르는 듯이 아프거나 욱신욱신 쑤
신다. 복부의 정중선을 끼고 좌우의 같은 부위는 아프지 않으며 일부만이 아프다. 체
성 통증이 발생한 경우의 질병은 긴급 개복수술이 필요한 위, 십이지장의 천공, 충수
염으로 인한 복 막염, 자궁외임신에 의한 파열, 어린이의 장중첩 등이 있고, 경과를
보아 가면서 수술이 필요한 담석증, 간농양, 맹장주위농양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진통
제로 해결할 수 없는 위험한 질병이므로 통증이 나타나면 곧바로 전문적인 처치가 필
요하다.
#3 관련통
앞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내장의 통증지각신경의 특징은 경미한 증상에서는 쉽게
그 감각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런데 내장의 질병 증상이 점점 커지면 그 자극이 내장지
각신경이 들어 있는 척수 부분 에 강한 자극을 준다. 그렇게 되면 척수 부분에 있는
체성지각신경 (피부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이 자극되어 뇌로 전달된다. 즉 자극의 원
인이 되는 질병은 뱃속에 있지만 뇌는 피부를 통해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
한 통증을 내장의 자극으로 인해 피부의 통증으로 느껴진다고 하여 관련통, 또는 방산
통이라고 부른다.
이 관련통이 나타난 부위에 따라 병이 일어나고 있는 장기를 대강 추정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담낭에 관계된 병일 때는 오른쪽 어깨 쪽에, 급성 취장염일 경우에는 왼쪽
상복부에서 왼쪽 늑골을 따라, 요로계의 병이나 여성의 내생식기의 병일 때는 아랫배
쪽에 각 각 관련통이 생긴다. 따라서 관련통에 의해 어떤 질병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며, 섣불리 진통제로 아픔을 가라앉혀서 안 된다. 통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세 가지의 복통 외에도 신경성 기능 이상이 원인인 복통도 있고, 척수
신경의 질환이 복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와 같이 신체의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는 복통
이 가끔씩 발생된다. 따라서 급성 투통과 마찬가지로 복통이 발생하면 진통제로 해결
할 생각을 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함을 다시 한번 명심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복통들의 원인이 밝혀진 후에 통증을 완화시키는 정도로 진통제를 사용
할 수는 있다. 왜냐하면 통증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해열 진통제보다 마약성 진통제가 많이 사용된다.
생리통과 진통제
우리 주변의 아가씨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배가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경우를 가
끔씩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는데, '결혼해서 시집가면 다 낫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리통은 여자가 소녀에서 성숙한 여성으로 변해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인 생리현상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 여성이면 누
구나 겪는 생리통은 왜 일어날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먼저 생리현상이란 어떤 것인
지 먼저 알아보자.
여성의 생리현상은 쉽게 이야기해서 자궁에서 임신을 준비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을 때, 미리 준비했던 장치들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현상이다. 성숙한 여성의
생식기는 임신을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데, 난자를 성숙하게 만들어 난소에서
배출시키는 일과 동시에 수정된 난자가 자궁에 붙어서(착상) 자랄 수 있도록 자궁내막
을 두텁고도 울창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런데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
고 난자가 수정되지 않으면 난자는 죽고, 두터워진 자궁내막은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생리혈이며 이러한 일은 약 28일을 주기로 반복된다.
생리통은 이 두터워진 자궁내막이 생리혈로 떨어질 때 느끼는 통증을 말한다. 이 생
리통은 신체가 정상적인 경우에라도 약간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신체의
다른 부위에 생긴 상처가 아물어서 딱지가 떨어질 때나 허물이 벗겨질 때 아픔을 느끼
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리현상의 조건이 완전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자궁내막의
탈락은 원래 통증이 거의 없다.
따라서 생리통이 느껴질 때는 이미 정상적으로 자궁내막이 떨어지는 정도의 아픔은
아니다. 아주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즉 별다른 질병
이 없는 원발성과 자궁내막에 이상이 생겼거나 혹이 생긴 여파로 인한 속발성으로 나
눌 수 있다.
원발성 생리통은 대부분 출산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
다. 즉 출산을 한 번 하게 되면 아기가 지나갔기 때문에 자궁의 입구가 느슨해져서 생
리혈이 수월하게 배설되어 통증도 일어나지 않는 데 반해, 미산부는 자궁경관이 좁아
서 생리혈이 지나가기 어렵다. 이렇게 자궁의 내부에 생리혈이 가득차게 되면 그 압박
으로 인해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생리 첫날과 둘째날 통증이 심하다). 이렇게 특
별한 질병이 없으면서 생리통이 심한 경우에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 그리고 이
부프로펜 등을 비롯한 시판 진통제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해롭
지는 않다(이러한 해열 진통제들은 자궁을 강하게 수축시키는 '프로스타그란딘'의 생
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발성 생리통으로 고생하던 여성도 결혼
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면 거의가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속발성 생리통이다. 즉 출산을 경험한 중년 여성에게 자궁
의 질병으로 인해 생리통이 유발되는 것이다. 생리통을 유발하는 자궁의 질환으로는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이 있다.
자궁근종이란 자궁 속에 혹이 생겨서 그 때문에 근육의 긴장이 커지고 생리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혹이 암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생리기간 내내 통증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자궁 바깥쪽에 생기는 근종은 상
당히 크게 자라도 전혀 통증이 없으며 자궁내막의 바로 아래나 뒤쪽에 근종이 생기면
생리혈의 양은 무척 많아지지만 통증은 별로 없는 등 예외적인 현상을 보일 때도 있
다.
다음으로 자궁내막증이란 자궁 안쪽을 싸고 있어 생리 때마다 탈락되어 배출되는 자
궁내막이 원래 자궁 속에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난소 속에 섞
여 들어갔거나 '더글라스와'라고 하는 자궁과 직장 사이, 즉 뱃속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경우가 있어 생리 때마다 그곳에서 출혈을 일으키고 통증이 일어 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증이 일어날 뿐 아니라 특히 난소 속에 내막이 섞여 있으면 생리 때
출혈이 나올 곳이 없기 때문에 조금씩 난소 속에 괴어, 1~2년 지나는 사이에 묵은 혈
액이 마치 초콜릿같이 응고되어 난소 속에 쌓이게 되는 경우까지도 있다. 이러한 자궁
내막증이 있는 경우 생리기간뿐 아니라 생리가 끝나도 통증이 계속되고 요통이 나타나
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에 의한 속발성 생리통은 이미 말했던 것처럼 중
년기 이후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해열 진통제로 덮어 놓으려고
하지 말고 산부인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진통제를 사용하여야 한다.
여성의 생리에 관계된 통증에는 생리혈이 배출될 때가 아니라 배란이 될 때 나타나
는 배란통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경구 피임약(상품명: 미니보라, 마이보라)을 사
용하여 배란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이용되기도 한다.
신경통과 진통제
"얘야, 비올 것 같다. 빨래 걷어라"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일기예보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약국에서 유난히 파스류를 찾는 환자가 많은 날은
비가 올 확률이 크다고 한다. 이렇게 비가 올 때나 날씨가 흐릴 때 할머니의 허리나
무릎 그리고 온몸의 뼈 마디마디가 아픈 것을 우리는 신경통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면
이러한 신경통이 왜 생기며, 어떤 종류가 있는지, 그리고 신경통에 사용하는 진통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신경통이 발생되는 이유를 알아보면,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신경통과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신경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
반적으로 후자의 것을 본태성 신경통이라고, 전자는 속발성 신경통 혹은 2차성신경통
이라고 부른다.
원래 신경통이란 구체적인 병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호칭일 뿐이다. 우리
몸 안에는 숱한 신경이 사통팔달 달리고 있는데, 우리 몸이 외부의 충격을 받거나 내
부에서 이상이 생기면 그 부위의 신경이 자극을 받아서 아픔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분명한 자극에 의한 통증을 신경통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에 선
지 구체적인 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경이 달리고 있는 길을 따라 통증이 일어날
때 그것을 신경통이라고 한다.
신경통의 전형적인 증상은 갑자기 찌르르 하는 무척 강한 전기의 충격과 같은 통증
을 느끼게 되는 것인데,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아팠다가 좀 덜했다가 하는
특징을 보인다.
본태성 신경통의 경우 현대의학도 아직 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
즉 신경통 환자가 숨진 뒤에 해부도 해 보고, 그 신경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도 전
혀 이상한 곳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그 뚜렷
한 치료법도 없는 단계이다.
속발성 신경통은 여러 가지 병으로 신경이 압박당해서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원인이 되는 병들을 살펴보면 당뇨병, 납중독, 알코올중독, 뼈의 변형과 암세포에
신경이 침윤되거나 압박을 받았을 때, 그리고 대상포진이라는 헤르페스성 질환을 앓고
난 뒤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신경통은 본태성과 속발성을 막론하고 40~50대 이후의 사람에게 많고, 여성
이 남성보다 1.5배 가량 많이 발생한다.
다음으로 신경통이 일어나는 부위별로 살펴보면, 3차신경통(주로 아랫입술이나 아랫
턱 그리고 콧등이 아프다), 설인신경통(혀의 안쪽에서 귀에 걸쳐 날카로운 통증이 퍼
진다), 늑간신경통(갈비뼈에 붙어 있는 신경에 발작적으로 심한 통증이 온다), 좌골신
경통(허리에 서 엉덩이와 넓적다리 그리고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통증이 온다) 등이 있
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좌골신경통의 경우는 그 90%가 척추의 변형이나 디
스크 등으로 신경이 짓눌려서 생기며 그 외에 척수의 종양, 납중독 등으로 유발되기도
하므로 좌골신경통을 노인네의 고질병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
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요추에 이상이 있어서 좌골신경통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
지로, 무거운 것을 머리에 이는 습관이 있다든지 하여 목뼈의 이상이 온 경우 어깨에
서 팔꿈치 그리고 팔목까지 통증이 이어 지기도 한다. 이렇게 통증의 부위나 원인의
진단에 따라 치료를 받고도 계속되는 신경통으로 시달리는 환자가 우리 주변에는 무척
많다. 그러한 사람들은 많은 경우 진통제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신경통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사용되는 진통제도 앞에서 언급했던 다른 통증의 진통
제와는 크게 차이가 없다. 물론 이럴 때는 해열 작용이 강한 것은 필요없으므로 진통
작용의 효력에 초점이 맞춰진다. 따라서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보다는 이부프로
펜이나 디클로페낙 그리고 메페남산, 피록시캄, 설린닥 같은 진통제가 더욱 많이 사용
되며 대부분 시판하므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진통제들은 앞에서도 이미 말했던 것처럼 원인 치료제가 아니며 오래 사용하
면 위장, 간장, 신장 등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때에 적량
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약들로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에는 마약성 진
통제인 모르핀을 쓰기도 하는데 그것은 마약이므로 엄격한 제제 속에 의사의 판단으로
만 사용하게 되어 있다.
진통제는 복용하는 약뿐 아니라 파스류와 같이 외용제제도 많이 있다. 이러한 파스
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만성 신경통에는 혈행 효과를 좋게 하는 후끈후끈한
파스(온파스)가 좋으며 반대로 삐었다거나 외부 충격으로 염증이 생겨 부었을 경우에
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이 있는 시원한 파스(냉파스)가 좋다.
그런데 온파스는 피부에 대한 자극이 너무 강하여 여성의 피부나 남성이라도 피부가
약한 사람은 사용하기에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무자극성 파스도 새로이 시판되고 있
다. 또한 침술의 원리를 응용하여 경혈 자리에 붙이는 자석파스류도 시판되고 있다.
신경통의 생활요법
신경통은 원인이 불확실하고 치료가 불가능할 때도 많아 진통제를 사용하기보다는
물리적인 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경우도 많다. 즉 냉, 온찜질을 하 거나, 온천
에 들어가서 몸을 따뜻이 하거나, 안마같이 주무르는 방법들을 사용 할 수 있다. 또한
통증은 불안한 상태에 있을 때 더 심하게 느껴지므로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잠을 푹 자
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경통이 찾아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도 좋겠지만 평
소에 신경통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시 그런 통증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사
용할 수 있는 생활요법을 두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1 마늘을 으깨 먹는다
마늘은 우리 민족에게 매우 사연이 많은 식품이다. 단군 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
가 여인이 되는 시험을 쑥과 마늘로 거쳤다지 않는가? 우리 민족의 역사를 5천 년이라
고 보는데, 아마도 마늘은 5천년의 역사 동안 우리 민족의 저력을 키워 온 요인 중 하
나이다.
이렇게 우리 민족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마늘 속에는 '알리 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알리신이 신경통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즉 알리신은 통증
이 일어나고 있는 신경에 자극을 주어 통증을 제거한다.
한편 알리신은 마늘을 통째로 먹거나 익혀서 먹으면 그 효과가 많이 떨어지며 마늘
이 파괴되어 효소가 밖으로 나와야만 알리신이 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즉 마늘은 잘
으깨 날것으로 먹어야 효소의 반응이 활발해져서 많은 양의 알리신이 만들어진다는 것
이다.
또한 이 마늘을 으깰 때 생기는 알리신은 비타민 Bl과 쉽게 결합하여 '아리사이아
민' 이라는 합성물을 만드는데, 신경통에 대한 효과는 알리신이 단독으로 사용되었을
때보다 아리사이아민 쪽이 더 크다. 신경에 대한 자극이 훨씬 더 강력하고 지속 시간
도 길다.
그리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신경통에 매우 좋은 효과를 주므로 비타민 B
l과 단백질이 듬뿍 함유되어 있는 식품-콩이나 간 등-을 마늘 으깬 것과 함께 오랫동
안 먹으면 신경통의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단 생미역을 한 조각 먹어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을 막는 예절도 몸에 익히면 더 좋겠다.
#2 표고버섯 우린 물은 마신다
표고버섯을 요리할 때 표고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물에 담갔다가 쓰는데 이때 나온
떫은 맛이 나는 물은 대부분 버린다. 그런데 그 표고버섯 우린 물(표고 엑스)이 무릎
과 허리가 아픈 신경통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표고 엑스는 특히 혈중 콜레스
테롤이 높은 환자의 신경통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표고 엑스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말
린 표고에는 비타민 D의 모체인 '에르고스테롤' 이란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비타민 D는 골격의 형성에 가장 중요한 비타민이므로 이 성분이 뼈를 강하게 하여 주
변의 신경에 통증을 유발하지 않도록 억제하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또한 관절 주변
의 힘줄이나 물렁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어떤 성분이 있다는 추정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표고 엑스를 만드는 방법은 말린 표고 중에서도 동고라 불리는 작은 알맹이 30g을
14~20도의 물 1리터에 담가 하룻밤 우린다. 이 물을 하루에 한 컵씩 계속해서 마신다.
비위에 맞지 않아서 마시기 힘든 사람은 한 번 끓였다가 식힌 후에 마셔도 좋다.
진통제를 사용하기 전에
아스피린을 비롯한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메페남산, 피록시캄 등의 진통제를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거부감 없이 사용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사실
아스피린이 처음으로 시판된 때는 1899년이고 그 이전에는 아편에서 추출한 모르핀이
진통제로서 주로 사용되었다. 모르핀이 처음으로 추출된 것은 1801년이며 그 이전에는
아편이나 버드나무 가지를 삶아서 사용했다. 한편 동양 권에서는 진통제로 수많은 생
약의 한약제가 이용되고 있는데 지금 까지도 계속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모르핀의 마약성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아스피린으로 대치해 왔
지만 아스피린 역시 약100년간 사용해 오면서 많은 부작용이 밝혀졌다. 현재는 그것을
대신하고 더 우수한 효과를 내기 위한 해열 진통제가 계속 개발,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해열 진통제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무단히 노력해 왔지만 개발한 후 상당
시간이 지나면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나 사용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해열 진통제를 사용하려는 사람은 그에 앞서 다음과 같은
주의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1 통증의 원인을 분명히 파악한 후에 진통제를 사용한다
우리 몸이 느낄 수 있는 통증의 원인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누구에게 맞았
다든가, 칼에 베었다든가, 곪았다든가' 하는 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는 통증에서부터
암 말기에 이르러 생명이 다해 가는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통증까지 있다. 또한
그 원인을 알기 어려운 통증도 많아 전문가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질병이 원인인 경
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우리 몸의 일부에 통증이 나타나면 그 원인을 반드시 밝혀 내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과 함께 진통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진통제는 결
코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들 중에는 '누가 어떤 약을 쓰니까 잘 낫더
라' 하는 말에 매우 솔깃해져서 원인 질환을 찾기 전에 우선 당장 따라하는 경향이 있
다. 물론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서 그렇겠지만 결코 그러한 행동이 몸에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 진통제는 가려 써야 한다
물론 진통제는 어떤 종류의 통증에든 다소 효과가 있지만, 효과의 측면에서 몇 가지
로 나눌 수 있다. 몸에서 열이 나고 통증이 있을 때는 해열 작용이 있는 진통제를 사
용해야 한다. 해열 작용이 있는 진통제로는 아직도 아스피린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아
세트아미 노펜과 이부프로펜의 사용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 모두는 발열 물
질이나 통증 물질을 억누름으로써 아픔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진정 작용을 주로 하는 진통제도 있는데, 이런 진통제는 아픔으로 적게 받아들이도
록 마음을 변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진통제이다. 그리고 진통제와 진정제를 혼합한 약
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 밖에 목이나 어깨가 뻐근할 때와 같이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막아 주는 진경 진
통제도 있는데, 경련을 멈추고 아픔을 가라앉히는 종류이다.
이렇게 진통제에는 효력면에서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보통 시판되는 약은 해열
진통 소염제라고 생각하면 별다른 무리가 없다.
#3 같은 약의 계속적인 사용은 피한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지만 특히 진통제에는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위와 장이 나빠
지기도 하고 적혈구나 백혈구 등의 혈액의 구성 성분이나 신장에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한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통제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면
같은 약의 연용은 피해야 한다. 즉 진통제의 부작용은 각각의 약마다 다르므로, 효과
가 좋다고 한 가지 약을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 장기가 심하게 손상되기 때문
이다.
#4생활요법을 실천한다
우리 나라 속담에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을 때 다르다' 라는 말처럼, 몸이 아
파서 진통제를 사용할 때 '이 통증이 가라앉으면 운동도 좀 하고 휴식도 좀 취해서 다
시는 진통제 신세를 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라고 다짐하다가도 진통제 몇 알로 통
증이 가라앉으면 그때의 다짐을 까맣게 잊어 버린다.
실제로 별다른 질병 없이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에는 진통제를 사용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살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알약 하나의 편리함에 길들여져서 자신의 몸
을 단련시키는 사람이 드문데, 지금부터라도 평소에 몸을 가꾸는 습관을 들여 나가는
것이 현 명할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맨손체조라도 꾸준히 하고, 되도록이면 많이 걷
고, 틈나는 대로 등산도 하고, 영양소를 고루고루 섭취하도록 습관을 들이자.
또한 한 알의 진통제를 찾기 전에 칡차(칡 속에는 '다이제인'이라는 진통, 진경 작
용을 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나 유자차(유자에 들어 있는 '구연산'은 우리 몸의 신진
대사를 촉진시켜 오랫동안 복용하면 각종 통증을 해소하는 작용이 있다)등 적절한 자
연식품을 이 용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자.
제14장 영양제 이야기
피로를 회복시키는 영양제
현대인들은 피로 타령을 많이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툭하면 외치는 소리가 '아
이고, 피곤해 죽겠다'라는 말이다. 그러니 자연히 약국에 와서 피로 회복을 위해 약을
찾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피로 회복제라는 의학적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칙적으
로 따지자면 피로란 신체적, 정신적, 환경적으로 복합된 증상이므로 간단하게 알약 몇
알이나 물약 한두 병을 마신다고 풀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약국에서 피로 회복제라는 알약과 물약을 복용하면 소위 '반짝'
하고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도는 회복을 경험한 사람이 매우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런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원칙적으로 체력을 키우려는 노력은 등한히 한 채 약국에서
피로 회 복제만을 찾는다.
그러면 피로를 풀어 준다는 영양제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 의문을 풀기 전에 먼저 피로의 정체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피로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종류가 있다.
첫째 병리적인 피로이다.
몸 어딘가의 중요 기관에 병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는 초기 증상으로 피로감이 생긴
다. 간기능 저하, 당뇨병, 위장병, 폐결핵, 빈혈, 기생충, 만성 알코올중독 등은 제일
먼저 피로를 앞세우는 질병들이다. 이러한 경우는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점점 더 심해
지므로 병원에서 진찰받는 것이 급선무가 된다.
둘째 생리적인 피로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적당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혈액 속에 피로 물질이 축적되어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셋째 심리적인 피로이다.
감정의 갈등, 불안 또는 권태감에서 생기는 피로인데, 같은 일이 라도 좋아서 하는
일에는 피로가 생기지 않는다. 직업이나 대인 관계 또는 목표 달성 등에 문제가 있어
서 생기는 피로인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된 피로들 가운데 영양제가 가장 효과를 보이는 피로는 생리
적인 피로이다. 영양제는 혈액 속에 쌓인 피로 물질을 분해 해독, 배설시키는 각종 신
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앞으로 이러한 영양제들의 종류와 각각의 효과를 검정해 보
기로 하겠다.
그러나 그러한 생리적인 피로에 관계되는 영양제를 알아보기에 앞서 피로의 더 근본
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병리적인 피로와 심리 적인 피로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 다. 즉 '내 몸에 어떤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심리적인 갈등이 지나친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에 먼저 명확한 답을 얻어야 할 것이
다.
따라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특별한 질병이 없는가를 항상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자신이 처한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잘못된 것은 고쳐 나가는 등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여서는 안 된다.
피로를 만들지 않는 삶에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적당한 휴식(음
악 포함)과 운동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피로 회복제의 왕좌는 비타민 B군에게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며,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거나 물에 적신 솜
처럼 무거워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원래 술 즉 알코올은 우리 몸에 들어가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
출된다. 그런데 알코올은 몸에서 저절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지는 않는다. 몸에
들어간 알코올은 먼저 '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바뀐 후에 이 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작용하여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뀌게 된다. 우리가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
지고,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프고, 몸이 무거워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대부분 알
데하이드에 의해서이다.
따라서 알데하이드가 몸에서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는 정도에 의해 알코올 후유증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 알데하이드는 분해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 분해 효
소를 움직이게 만드는 데에 바로 비타민 B군이 작용하고 있다. 비타민 B군이 알코올의
후유증을 해소시키고 피로를 푸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원리 때문이다.
알코올 분해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신진 대사를 작동시키는
각종 효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물질-이것을 보조 효소라고 한다-의 구성 성분이 바로
비타민 B군이므로 비타민 B군이 피로 회복제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사실 비타민은 1900년 이전까지 그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처음으로 영양
소라는 화학적 존재를 발견했던 1800년경에는 동물과 인간의 영양소를 단백질, 당질,
그리고 지방질로만 분류해 내고, 그에 의한 에너지량만을 중요하게 여겼다. 물론 지금
도 그 세 영양소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식량이 풍부해지면서 에너지의 양보다는
에너지를 활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
각되고 있는 것이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전의 영양학자들은 오늘날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식품을 불량식품으로 단정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수프나 야
채는 단백질이나 열량도 적어서 좋은 식품이 될 수 없으며, 토마토 통조림도 단백질이
나 열량이 적어서 좋지 않은 식품이라고 했다. 단지 야채가 필요한 것은 섬유질과 무
기염을 공급해서 맛을 좋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1907년에 롱워시라는 영양학자는 가난한 집안에서 비싼 오렌지를 먹지 않아도 그 영
양가에는 실제로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며, 단지 오렌지는 식사에 식욕을 돋구
고 야채도 음식을 맛있게 하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선원의 괴혈병이나 해군의 각기병 그리고 어린이의 구루병(곱추병)을 연구하
던 과학자들에 의해서 이러한 질병들은 병원균이나 독소 같은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되
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 중에 어떤 미량의 물질이 결핍되면 생긴다는 사
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연구 결과는 마침내 1912년 폴란드의 화학자 푼크에 의해서
제기된 '우리 몸에서 결핍되면 질병을 일으키는 미량의 물질을 비타민이라고 부르자'
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비타민 B군은 1916년 미국의 영양화학자인 맥컬럼이 지용성인 비
타민과 수용성인 비타민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지용성을A로, 수용성을B로 나누는 과정
에서 공식화되었다.
이렇게 비타민이 우리에게 인식되고 이용되기 시작한 초기에 이미 비타민 B군이 발
견되었는데, 그러면 좀 더 자세히 비타민 B군의 종류와 성질과 효과를 알아보기로 하
자.
비타민 B군의 종류와 효과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B군에는 사실 별다른 유사성이나 관련성이 없는 십수 가지
의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다. 즉 그 하나하나는 별로 닮지 않은 것들이지만 발견할 당
시 비타민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또 하나의 화합물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에서 각각을
분리하는 과정에 의해 발견되었으므로 하나의 군으로 엮어 놓게 되었다.
비타민 B군에는 다음과 같은 비타민과 각각의 효과가 있다.
#1 티아민 (비타민 B1)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 즉 당질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발생
시키는 효소 반응에 보조 효소로서 작용한다. 우리가 당질을 먹으면 포도당으로 변했
다가 근육에서 또다시 분해되어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때 비타민 Bl이 없으면 아무
리 밥을 많이 먹어도 에너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진다. 특히 뇌는 포도당
이외의 영양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비타민 Bl이 모자라면 두뇌 활
동이 둔해진다.
봄철에 전신이 나른하고 피로하기 쉬우며 졸음이 오는 춘곤증은 바로 비타민 Bl 결
핍증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변을 통해 비타민 Bl의 배설이 많아
져 결국 결핍되어 피로해지며, 밤을 새워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신경질이 많은 사
람에게도 비타민 Bl 결핍증이 생기기 쉽다.
물론 비타민 Bl이 모자라면 다리가 붓고 맥박이 빨라지며 피로해지는 각기병이 생긴
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피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비타민은 비타민 B중에서도
B1이다. 따라서 비타민 B1은 신체의 활동력을 증강시키고 신경통을 없애는 데 없어서
는 안 될 영양분이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10mg인 티아민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100g에 들어 있는 mg
수) 효모(2.5), 근대(0.5), 냉이(0.5), 참깨(0.5), 콩(0.7), 땅콩 (1.1), 양미리(1.
7), 돼지고기(1.0), 돼지 콩팥(2.40), 싸리버섯 (0.9), 마늘장아찌 (0.96)
#2 리보플라빈(비타민 B2)
과산화지질을 분해하여 동맥경화증삐나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소 반응에 보조 효소로
작용하고 있다. 즉 과산화지질이 혈액 속에 존재하면 혈관내벽에 상처를 내게 되고,
그 상처에 콜레스테롤이 달라붙어 동맥경화증이 생기며, 그 동맥경화증이 고혈을 유발
시키는데, 비타민 B2가 그런 작용을 막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 B2를 많이
섭취하면 비만증과 당뇨병도 예방할 수 있다.
한편 비타민 B2는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비타민 B2가 모자라면 성장이 멎을 뿐 아
니라 피부병이 생기고 입이 자주 헐게 된다. 또한 비타민 B2는 식욕을 증진시키고 감
기 같은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10mg인 리보플라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마늘(0.5), 버섯(0.5), 김(1.5), 돼지 간(2.3), 소 간(2.1), 메뚜기(5.6), 달걀 노
른자(0.4), 굴(0.4), 도미(0.5), 양미리(1.3), 피조개(2.12), 효묘(2.60)
#3 나이아신 (비타민 B3) 탄수화물과 지방 그리고 단백질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반
응에 보 조 효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우리가 먹은 모든 음식이 제대로 이용 되도록 작
용하고 있는 중요한 비타민이며 또한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도 있다. 특히 말초혈관
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심장이나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데 꼭 필요하다.
나이아신이 결핍되면 '펠라그라'라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설염, 피부염, 뇌질환이
유발되며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옥수수에는 나이아신
의 재료가 되는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을 억제하는 인자가 있기 때문에 나이아신 결핍
증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100mg인 나이아신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완두(45.0), 갓(13.0), 무청(10.0), 바지락(57.6), 돼지 염통 (38.7), 소 위(22.3),
돼지 콩팥(51.4), 굴비(13.2), 넙치 (13.6), 도미(12.2), 소 피(13.4), 파래(12.2)
#4 피리독신 (비타민 B6)
단백질 즉 아미노산의 합성과 이용을 원활하게 하는 효소 반응에 보조 효소로서 작
용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아미노산을 세포막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작용으로 세포막이 튼튼해지고 특히 혈관의 탄력성을 높아진다. 피리독신이 모자라면
단백질대사가 불완전하여 동맥의 핏줄을 이루는 탄력성 단백질의 생성이 저해되기 때
문에 동맥의 탄력성이 저해되어 동맥경화증에 걸리기 쉬워 진다. 뿐만 아니라 피리독
신 결핍증으로 피부염, 경련성 발작, 빈혈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피리독신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10mg이며, 피리독신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에는 육
류, 정미하지 알은 곡류, 그리고 효모 등이 있다.
#5 시아노코발라민(비타민 Bl2)
우리 몸에서 피가 만들어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자로서 DNA 합성에 관여하고 있
다. 따라서 비타민 Bl2가 모자라면 빈혈이 생긴다.
빈혈이 생기면 어지러움과 피로를 느끼게 되며, 피부가 거칠어지고, 구역질을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서 철분을 많이 섭취하는데도 차도가
없으면 비타민 Bl2가 결핍되어 일어나는 악성 빈혈이 아닌가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비타민 Bl2가 흡수되기 위해서는 위점막에서 분비되는 '내인자'라는 일종
의 단백 물질과 결합되어야 한다. 위를 떼어 낸 수술 후의 환자나 내인자가 결핍된 사
람은 반드시 주사로 비타민 Bl2를 공급받아야 한다.
또한 비타민 Bl2는 신경기능을 유지하고 성장을 촉진하며 체중이 감소되는 것을 막
는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6mcg(mcg=1/1000mg)인 시아노코발라민은 거의 모든 음식에 골고
루 들어 있는데, 물고기, 유제품, 육류 및 그의 내장, 달걀 등에 특히 많이 들어 있
다.
#6판토텐산
당질, 지방, 아미노산의 대사에 관계되는 효소 반응의 보조 효소 A의 구성성분으로
서 작용하며, 체내 점막의 결합조직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판토텐산이 부족
하면 소화성궤양, 위하수, 빈혈, 저혈압 등이 생기기 쉬우며, 비타민 B2의 작용을 돕
기도 한다.
또한 당뇨병 치료에 보조 작용이 있으며 피로감, 권태, 두통, 불안, 구토증, 근육경
련을 개선시키는 작용이 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50mg인 판토텐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에는 육류의 내장, 달
걀, 정미하지 않은 곡류 등이 있다.
이상과 같은 여섯 가지의 비타민을 통틀어 비타민 B군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언급
한 것처럼 비타민 B군은 모두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신진대사
를 원활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작용들 때문에 우리가 비타민제를 복용하면
'반짝' 하는 효과를 느끼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비타민 B군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 속에 골고루 들어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 '편식을 하거나 술이나 담배 같은
특정 영양분 소모 물질을 많이 소비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일상 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그다지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한편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항생제에 의해서 비타민 B2 비타민 B6 등의 이용에 장
애가 일어나 결핍될 수 있으므로 이의 보충이 필요하다. 특히 결핵약 '아이나'를 복용
하는 사람은 비타민 B6 이용에 장애를 받으므로 반드시 함께 섭취해야 한다. 또 당뇨
병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비타민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비타민의 에이스 A, C, E
서양에서는 명인 또는 정예 선수를 에이스 ACE라고 하는데, 비타민에도 정예 즉 ACE
가 존재하니 곧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E이다. 이 비타민 ACE는 우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뇌졸중 즉 중풍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비타민 A는 세포점막을 부드럽고 탄력있게 해 주고, 비타민 C 는 혈관내벽의 세
포를 강화시켜 줄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 중에서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되는 성분(LDL)
의 양을 감소시켜 주며, 비타민 E는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방지함으로써 동맥경화증이
되지 않게 하 여 뇌졸중을 막는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점막, 세포, 조직 등의 발암성
물질의 침입에 대한 저항력을 크게 하기도 한다.
그러면 여기서 비타민의 정예 비타민 A, C, E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앞
에서 비타민 C가 감기를 막아내는 성질이 있음을 이미 언급했기 때문에 비타민 C에 대
해서는 그 나머지 효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1 비타민 A(레티놀)
우리는 비타민 A가 결핍되면 야맹증에 걸린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데 비타민 A에는 밤눈을 밝게 하는 작용보다 더 중요한 작용이 있는데 바로 우리 몸의
모든 점막이 변성, 각화,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또한 피부 밑에 있으면서
우리 몸을 지탱하고 있는 뼈나 이의 생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비타민 A가 결핍되면 제일 먼저 피부가 거칠어지고 각화 되는 증상이 나타나
는데, 특히 털이 난 부위가 심하다. 또 안구 건조가 일어나서 각막과 결막의 이상을
일으켜 눈알이 뻑뻑하고 따갑게 느껴진다. 물론 야맹증도 빼놓을 수 없는 결핍증이다.
한편 비타민 A 결핍증으로서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사실은 피부나 점막에 암이 발생
될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즉 비타민 A는 항암제나 예방제로서의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그렇지만 지용성인 비타민 A를 과량 섭취하면 체내에 축적되어 식욕부진, 구토, 두
통, 복시, 가려움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비타민 A의 하루 요구량은 5,O00IU이다. IU란 International Unit즉 국제 단위란 뜻
으로서 미량 영양소의 양이 mg으로 표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을 경우에 사용한다. 그
리고 그 단위의 절대량은 영양소마다 차이가 난다. 비타민 A 1IU는 0.3mcg이며, 다음
에 나을 베타 -카로틴 lIU는 0.6 mc9이다.
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100g에 들어 있는 lU 수) 돼지 간(3,835), 소 간(1
1,850), 뱀장어(1,140), 소 허파(575), 호박(558), 버터(720) ,달걀(500), 돼지고기(2
50)
#2 비타민 A의 전구 물질: 베타- 카로틴
당근이나 감자 및 여러 채소와 과일에 포함되어 있는 노란색의 물질인 베 타 -카로
틴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비타민 A로 바뀌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베 타
-카로틴이 비타민 A보다 우리의 관심을 더욱 많이 끄는 이유는 비타민 A의 과잉증이
베타-카로 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섭취한 베 타 -카
로틴 중에서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로 바뀌기 때문이다.
베 타~카로틴을 충분히(매일 500,0001U) 섭취하여도 비타민 A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은 나타나지 않으며,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베 타-카로틴이 우리 몸 속에서 암을
일으키는 단선수소라는 이중 산소를 붙잡는 기능으로 강력한 항암 작용을 한다는 것이
다.
또한 베 타-카로틴은 상처치유를 촉진시키고 면역성을 증가시키며 그 밖에 비타민 A
의 작용을 독성 없이 발휘하는 영양소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20,000IU인 베타-카로틴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김(27,000), 파래(21,000), 들깻잎(12,000), 고춧잎(9,000), 풋고추(8,1000), 당근
(7,200), 무청(5,226), 시금치(4,992), 갓 (3,589), 아욱(3,316), 쑥(4764), 쑥갓(2,9
70), 부추(2,435), 소 간(2,635), 근대(1,560), 냉이(1,389), 깍두기(568)
#3 비타민 C(아스코르브산)
비타민 C가 우리 몸에서 모자라게 되면 괴혈병이 생긴다는 사실은 비타민 C의 존재
가 밝혀진 1930년대보다 무려 수백 년 전부터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다. 특히 장기간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서 많이 발생했던 괴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1536년 카티에는 솔
잎의 침출 액을 사용했으며, 1747년 린드는 라임 주스를 이용했다.
요즘은 비타민 C가 모자라면 괴혈병이 걸린다는 사실을 거의 모두가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구하기도 쉬워져서 그리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노벨상을
두 개나 받은 폴링 박사에 의해 이 비타민 C의 효과가 새롭게 대두되었고 많은 양을
사용하는 대량 요법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비타민 C는 새콤한 맛을 내는 산성의 물질로서 체내에서는 산화되어 있는 각종 효소
를 환원시킴으로써 그 효소들의 활동을 원활하게 재생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작
용으로 앞에서 언급했던 감기를 치료하고 예방하게 되는데, 비타민 C에는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중요한 작용이 있다.
첫째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의 생성을 억제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물
가운데 아질산과 2급아민이라는 것이 들어 있는 경우 그것이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
아민으로 전환되는데, 비타민 C는 그 생성을 막으며, 니트로소아민의 발암성을 약화시
킨다. 생선이나 고기가 타게 되면 니트로소아민이 많이 생성되므로 그런 음식을 먹을
때는 비타민 C를 특히 많이 섭취해야 한다.
둘째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준다. 비타민 C는 콜레스테롤을 용해시키기도 하고
또 생성을 억제하며, 콜레스테롤이 생겼다 하더라도 동맥경화증에 관여하지 않는 성분
(HDL)으로 바꾸는 작용을 한다.
셋째 스트레소를 해소시켜 준다. 현대병의 약 70%는 스트레스의 축적으로 생긴다고
까지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우리 몸은 추위나 더위 또는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
면 부신피질이라는 장기에서 호르몬을 분비시켜 위기를 넘기도록 되어 있다. 요즈음
사람들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다 보니 부신피질에서 웬만큼 호르몬이 분비되
어서는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그런데 비타민 C가 부신피질의 기능을 활발히 하여 호
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만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
로, 담배, 술등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사람은 특별히 비타민 C의 섭취에 유의해
야 한다.
넷째 디스크에 효과가 있다. 언뜻 비타민 C가 디스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생각
이 들겠지만 분명히 디스크에 효과가 있다.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것은 척추뼈 사이의 물렁뼈가 둥글다고 해서 묘사된 것이고
정 식 명칭은 추간판이다. 추간판의 물렁뼈는 콜라겐이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비타민 C는 이 콜라겐 합성을 활발히 한다. 그런데 비타민 C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
련 물렁뼈가 약해져서 조그만 충격에도 견디지 못하고 비뚤어져 디스크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비타민 C를 충분히 공급하면 졸라겐이 원활하게 생성되어 물렁뼈가 튼
튼해지고 디스크도 치료, 예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모든 뼈와 뼈를
연결하는 물렁뼈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비타민 C가 모자라면 다른 뼈들도 약해진다.
이 밖에도 비타민 C에는 노화의 원인이 되는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막으며, 간장의
해독력을 증진시키고,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생기는 것을 억제해 주기 때문에 피부를
희게 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500mg인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
고춧잎(230), 피조개(100), 쑥(75), 시금치(65), 무청(50), 무 (44), 딸기(52), 글
(40), 연근(45), 쑥갓(45), 부추(40), 냉이 (36), 소 간(30), 자두(30), 오이(30), 아
욱(30), 비름(30), 김(28), 근대(26), 마늘종(22), 호박(20), 당근(12)
#4 비타민 E (토코페롤)
토코페롤이 우리에게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는 주로 임신과 관계된 효과만이 주
목을 받았다. 토코페롤의 명칭도 토코는 아기를, 그리고 페르는 임신이라는 어원을 가
지고 있다. 사실 토코페롤을 불임의 남성이 사용하면 정자수가 10배 가량 증가하고,
불임이나 습관성 유산 증세가 있는 여성이 사용하면 정상적인 분만을 하게 되는 효과
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환경이 변화한 것처럼 토코페롤의 이러한 효과도 많
이 퇴색되었다. 백신이나 항생제 등의 발달로 전염병이 퇴치되기 전에는 인간 생활의
가장 큰 덕목은 다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국가에서 인구를 억제하는 보건 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한때 토코페롤의 역할은 축소된 듯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오래 살게 되었고, 전염병보다는 성인병을 두려워하게 되었으
며, 성인병 중에서도 심장병, 뇌졸중, 동맥경화증 등을 가장 겁내게 되었는데, 여기서
토코페롤은 또 다른 면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의 관심을 끌
게 되었다.
그러면 요즈음 들어 우리의 성인병 예방에 희소식이 되고 있는 비타민 E의 효과를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 혈액의 응고를 막아 뇌혈전을 예방한다.
둘째 폐의 세포기능을 강화시켜 숨이 차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아 준다.
셋째 간장기능을 활성화시켜 해독기능을 증가시킨다.
넷째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막아 동맥경화증, 지방간, 혈전의 발생을 막는다.
다섯째 피부염, 불임증에 효과적이며, 최근에는 항암 작용이 있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여섯째 근육의 순발력을 강화시켜 운동력을 강화시키고 요통도 방지하고 치료한다.
일곱째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완화시키는 작용이 있다.
여덟째 세포막의 투과성을 높여 근육이 아플 때 근육 속에 축적된 젖산을 배출시킴
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킨다.
아홉째 뇌하수체, 부신피질, 난소 등의 호르몬 분비를 정상화시키기 때문에 원인불
명의 두통, 생리통, 갱년기 장애에도 효과적이다.
열째 말초혈관을 확대시켜 주므로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동상과 같은 냉증, 치질 등
에도 효과적이다.
이상과 같은 효과가 모두 토코페롤에 있다니 토코페롤은 우리 몸에 좋은 물질임은
분명한데, 그러면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섭취를 하면 좋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토코페롤의 발견 초기에는 하루에 50~100mg ,즉 100~200IU 정도가 권장 섭취량이었
다. 그런데 토코페롤은 지용성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밝
혀지지 않아, 최근권장량 보다는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토코페롤
은 비타민 C와 더불어 비타민 대량 섭취 건강법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우리들 대부분은 미정맥 곡물, 달걀, 식물성 기름, 밀가루, 채소 류, 건과류 등의
음식을 통해 하루에 약 15IU 정도의 비타민 E를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비타민 E
가 결핍된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영양제의 형태로 비타민 E를 보강하는 것이 유리한
사람도 많다.
제5의 영양소 무기질-미네랄
무기질이라는 말은 탄소와 결합하지 않는 물질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탄수화
물과 단백질, 지질, 비타민은 모두 유기 성분으로서 탄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무기질 중에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생화학 및 생리학적 대사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많다.
인간의 건강에 필요한 무기질에는 뼈와 이를 구성하고 있는 칼슘을 비롯하여 마그네
슘, 인산, 나트륨, 칼륨, 염소, 유황과 같은 성분이 있고, 미량 성분 중에는 철, 요
드, 구리, 망간, 아연, 몰리브덴, 셀레늄, 크롬이 있다.
무기질 중에서도 미량 성분의 역할에 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데, 미량 성분
을 보강함으로써 암과 심장병 및 다른 퇴행성 질병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실
험결과가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미량 성분이 우리 몸에서 제대론 효과를 발휘하려면 탄소를 함유한 분자(유
기물)와 결합되어야 한다. 그래서 직접 쇳덩이를 먹는다든가, 석회석을 먹는 식으로
무기질을 그대로 섭취하는 방법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험하다. 우리가 이
러한 무기질을 음식물을 통해서 섭취해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1 칼슘
예로부터 뼈째 먹는 생선이나 우유 및 유제품에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칼슘
은 우리 몸의 뼈와 이의 중심적인 구성 성분이라는 사실 말고도 신경의 전달 및 신경
의 안정, 근육수축, 심장박동, 혈액응고, 에너지 생산, 면역기능계 유지에 중요한 역
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 몸에서 칼슘이 부족하면 뼈와 이가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박동의 이상
과 치매(노망) 그리고 근육경련 및 경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 즉 인간의 수많은 세포
들의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각종 반응을 조정, 조절하는 매개체가 꼭 필요한
데, 칼슘은 가 장 훌륭한 매개체로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폐경기의 여성은 여성호르몬의 분비 감소로 인해 칼슘의 흡수가 줄어드는데,
그 결과 배에서 칼슘이 빠져 나와 골다공증이 유발되기도 하므로 칼슘이 결핍되지 않
도록 적절한 보강책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임산부들도 칼슘이 결핍되지
않도록 주 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칼슘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핵산과 단백질 합성과 같은 반응에서 반드시 필
요한 마그네슘의 작용을 억제시켜 마그네슘 결핍을 일으키고, 신결석등의 부작용이 일
어나므로 반드시 적절한 양만을 보강해야 한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1,000mg인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멸치(1,860), 우렁이(1,202), 문어(1,197), 참깨(1,100), 양미리(1,091), 뱅어포(1,
056), 마른 미역(870), 어리굴젓(491), 파래(403)
#2 철분
철분이 우리 몸 속에서 피를 만들어 빈혈을 치료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철분은 인체 구석구석에 산소를 공급하여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헤모글로
빈이 적혈구 안에서 만들어지고 기능을 수행하는 데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빈혈이 되면 쉽게 피로해지고 기운이 없어진다. 빈혈을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아래쪽 눈 밑을 뒤집어 색깔이 선명한가를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철분은 우리 몸에서 세포와 세포가 튼튼하게 결합되어 있도록 작용하고 면역계
를 유지시키며, 여러 신경 전달 물질을 생산, 조절하고 산화제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기도 한다.
철분이 부족하면 신생아, 청소년, 임신부에게 잘 나타나는 빈혈증은 물론 피곤, 주
의력 산만, 민첩성 감소, 근육 허약, 감염성 증대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철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유전적 돌연변이나 동맥경화증 및 암을 유발하는
유리기를 생성할 가능성도 있으며, 비타민 E를 파괴하는 부작용도 있으므로 적절한 양
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철분 결핍이라는 진단을 받고 빈혈약을 복용할 경우에는, 핏속의 결핍분만 채
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철분 결핍 상태도 함께 해소해야 하는데, 몸에 여분의 저
장 철분을 충분히 보충해 주기 위해서는, 약 6개월 정도 철분제를 계속 복용해야 된
다.
평소부터 철분 부족의 기미가 있는 사람이 임신했을 경우에는, 음식을 통해 철분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임신한 날부터 철분제를 복용하기 시작해도 좋다
(임신부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60mg다).
일반 여성의 하루 권장 섭취량이 18mg인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들깻잎(37.5), 파래(29.5), 김(17.6)7대추(24.0), 어리굴젖(20.0), 조갯살(20.3),
돼지 간(16.4), 소 퍼(12.2), 소 간(10.1), 참깨 (16), 풋고추(10.6), 콩(7.5)
#3 셀레늄
최근 인간의 노화를 방지하고 암을 예방한다고 각광을 받기 시작한 물질 중에서 비
타민 C와 베타-카로틴 다음으로 과학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셀레늄이다. 셀레늄
은 우리 몸에서 아주 적은 양만이 필요한 필수 미량 무기질인데, 한때는 셀레늄을 발
암 물질이라고 위험하게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셀레늄이 인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어 그 섭취가 권장되고 있다. 셀레늄의 작용
을 살펴보면 관상동맥 질병, 뇌혈관 질병, 말초혈관 질병, 암, 퇴행성 관절염, 간경
변, 만성 폐기종 등을 예방한다고 한다.
이러한 노화방지, 만성 질환 억제 이외에도 정자의 생성과 정자 운동에 기여함으로
써 남성의 정력 및 성기능을 증대시킨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그러나 셀레늄은 여러 가지 독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과잉 섭취는 주의해야 하며,
특별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셀레늄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으로는 브로콜리,
버섯, 양배추, 셀러리, 오이, 양파, 당근, 양조용 효모, 곡류, 생선, 동물의 내장등이
있다.
셀레늄은 비타민 E와 함께 섭취하면 서로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 을 알아두자.
#4 아연
우리 몸에서 아연은 100여 개 이상의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데 관여하고 있으며, 특
히 생물학적 소질을 결정하는 요인인 핵산 즉 DNA와 RNA생성에 관련된 효소의 활성화
에 없어서는 안 될 무기질이다. 또한 아연은 세포막의 구조와 기능에 작용한다.
이 아연은 노화지연(우리 몸의 산화 방지), 면역성 증진, 암 예방 효과를 가진다.
또 남성의 정력강화, 남성불임 치료, 전립선 이상 예방, 소염 작용을 통한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와 여드름 및 원형 탈모증의 치료, 예방에 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연이 결핍되면 성장저조, 식욕부진, 성기능 저하, 정신적 혼수, 상처치유
지연, 감각 이상, 피부 변색 및 감염성 증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아연을 장기적으로 과다 섭취하면 구토, 구역질, 설사, 복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유의하여야 한다. 아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물로는 해산물과 육
류 그리고 콩 등이 있으며 일반적 인 식품들에 널리 포함되어 있다. 또 아연을 약으로
섭취할 때는 구리와 셀레늄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아연은 장내 흡수되는 과정
에서 구리와 경쟁하므로 많은 양의 아연을 섭취하면 구리가 결핍되기 때문이다. 아연
과 구리의 비율은 약 10:1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 밖의 영양제
과학의 발전은 우리가 무심코 섭취하던 각종 음식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가고 있
다. 앞에서 예를 든 비타민과 무기질들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도 많지만,
연구가 거듭됨에 따라 과거에는 알지 못하였던 새로운 작용들이 계속 밝혀지는 종류이
다. 여기에 서 다루는 그 밖의 영양제도 과거에는 그저 에너지를 내거나 맛을 돋구기
위해 사용되었던 종류였지만 이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그 약리 작용이 새롭게 조명
되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아직까지 연구가 완전히 진행되지 않아 100% 그 효과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 무턱대고 배를 채우려고만 할 것이 아니
라, 과학적으로 건강을 도모하면서 맛도 즐긴다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1 레시틴
레시틴은 인지질로서 세포막을 구성하고, 세포막에서 물질을 세포 안으로 통과시키
는 교량 역할을 하며, '아세틸콜린' 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의 원료가 된다. 우리 몸에
아세틸콜린이 결핍되면 노망이라고 불리는 치매(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건강한 정신을 위한 레시틴의 역할은 중요하다.
레시틴은 심장혈관의 질병을 막고, 기억상실과 신경계 질환을 막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으나, 그 확실한 근거를 밝히기 위해 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콩, 간, 양배추 등 레시틴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을 즐겨 먹는 것은 정신 건강을 위해 매우 유익하다(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은 사
람은 달걀 노른자도 좋다).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높아서 나이아신(비타민 B3)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레
시틴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레시틴으로서 약 10g). 왜냐하면 니코틴산
은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작용을 하는데, 레시틴이 그를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2 어류와 해산물의 지질
지방에 관한 우리의 상식은 될 수 있으면 적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이다. 실제로 우리 몸에 지방이 너무 많으면 과산화지질이 형성되어 노화와 발암의 원
인이 되는 유리기가 많이 발생되므로 가능한 한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방의 성분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콜레스테롤은 원래 우리 몸의 간과
내장에서 만들어져서(전체 양의 4/5 정도) 세포의 대사 과정, 성호르몬 및 스테로이드
성 물질(부신피질호르몬등) 생성 등에 작용하는, 생명유지를 위한 필수 물질이다. 그
런데 체내 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난 후에도 혈액 안에 너무 많은 양이 남아
있으면 문제를 일으킨다. 핏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심장마비나 뇌졸중과 같은 심
장순환계에 이상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로서 밝혀졌다.
그런데 어류와 해산물의 지질인 '에코사-펜테노익산' 즉 EPA는 문제의 콜레스테롤을
상쇄시키거나 그 양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높은 혈중 콜레스테
롤치 때문에 육식을 제한하는 사람이라도 생선이나 해산물을 통해 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은 일본인이나 에스키모인과 같이 생선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
에게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EPA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그 속에 소량 들어 있는 세톨레산에 의해 출혈이
나타날 수도 있고, 오히려 면역 기능이 감소되거나 발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
서 우리는 특별히 EPA제품 을 이용하기보다는 생선이나 해산물을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어류와 해산물의 지질에는 '도코사헥사노익산' 즉 DHA라는 고도불포화지방산도
함께 들어 있다. DHA는 신경 세포의 기능, 특히 기억 형성에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D
HA를 많이 섭취하면 기억력 회복에 효과적이며, 노망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요즘 갑자
기 기억력이 뚝 떨어진 사람이 있다면 DHA가 많이 들어 있는 생선(다랑어, 정어리, 가
다랭이 등)을 좀 많이 먹는 것이 좋다.
#3 섬유질
원래 섬유질은 영양가가 없는 음식물의 성분으로 알려져 왔다. '소화되지 않는 탄수
화물' '영양가는 없이 배만 부른 음식'으로 알려져 왔던 섬유질이 최근에 와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결장암이나 직장암 등의 질병을 예방한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 중에는 발암
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창자 속에 오래 머무를 수록 더 많은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
런데 섬유질은 그러한 발암 물질이 창자의 벽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 줄 뿐 아니라,
배변을 쉽게 해 주는 작용을 한다.
둘째 당뇨병에 효과적이다. 어떤 이유로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 당뇨병 환자에게 유
익한지에 대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가 섬유질을 많이 섭
취하면 인슐린 요구도가 25~3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현재 미국, 캐나
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국립당뇨병협회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섬유질이 많은 음식
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셋째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저하시킨다. 섬유질은 동맥경화증 등 을 방지하는 고밀도
콜레스테롤(HDI)은 증가시키는 반면 성인병을 일으키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은 저
하시켜, 전체적으로는 콜레스테롤의 양을 줄이는 작용과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넷째 체중감소를 위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섬유질은 뱃속에서 그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 조금만 먹어도 섬유질이 덜 포함된 음식에 비해 포만감은 더하고 공복감은 덜
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익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섬유질은 뱃속에 가스를 차게 하고, 설
사를 유발시키며, 소장의 활동을 방해하고, 무기질을 부족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으
므로 매일 40~60g의 섬유질 섭취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4 마늘
우리 나라 사람의 고유한 냄새가 마늘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우리는 매일 마늘을
많이 먹는다. 사실 마늘은 세계 도처에서 양념 식품으로 사용되는 일반 식물인데 요즘
에는 마늘이 콜레스테롤 함량을 감소시키고, 동맥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예방하는 작용
이 있다고 해서 더욱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일제시대 때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늘 냄새를 지독히도 구박했던 일본 사람들도 이
제는 마늘의 효과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섭취를 권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일
본사람들이 마늘 냄새를 싫어하는 것은 여전해서 그들은 마늘을 숙성, 발효시켜 먹는
다. 이렇게 해도 효과는 있지만 생마늘의 유효 성분이 고스란히 보장되지는 않는다.
천연의 마늘, 즉 냄새를 제거하지 않은 싱싱한 마늘을 찧어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
과적이다.
첫째 마늘은 심장병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마늘에는 지
방산, 콜레스테롤, 지방, 인지질의 생합성을 방해하는 함황 물질(황 성분을 포함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고 추측되고 있는데, 이러한 물질의 작용으로 동맥경화증과 심장혈
관 질병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 항생 효과가 있다. 옛날부터 상처가 생기면 마늘을 빻아 붙이거나 무좀에 마늘
을 빻아 붙였던 우리의 생활요법이 이제는 세계 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특히
캐나다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른 항생제보다 더 싸고 안전하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셋째 항암 효과가 있다. 현재 미국국립암연구소는 항암 물질 연구에 마늘을 포함시
키고 있다. 지금까지 암을 치료하기 위해 마늘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마늘
이 피부암의 전단계에서 상태를 정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어 주목되고 있다.
넷째 정력을 증강시킨다. 원래 동양의 불승은 마늘을 먹지 않는 데, 그 이유는 마늘
이 정력을 증강시키기 때문이라는 속설도 있다. 사실 여러 동물실험에서 마늘은 확실
히 근력과 심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람의 정력이 얼마나 증강되
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고 있지 않다.
한편 파와 양파는 거의 모든 면에서 마늘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
다. 또한 고추에는 치명적인 혈액응고(혈전색전증)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섬유소 용해 작용에서 기인하며, 고추에 진통 작용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5 유산균
요구르트로 더 많이 알려진 유산균은 우유를 발효시킨 제품이다. 유산균 제품이 콜
레스테롤 양을 낮추고 피부를 깨끗하게 해 주며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등의 얘기가 뚜
렷한 증거자료 없이 전해지고 있지만, 확실한 사실은 유산균이 장과 여성의 질에 있는
미생물들의 생태적 균형을 유지시키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다.
항생제를 설명하면서도 이미 언급하였지만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설사나
칸디다를 예방하기 위하여 경구용 유산균이나 질내용 유산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김치라는 훌륭한 유산균 제품을 늘 먹기, 때문에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인스턴트 식품과 잦은 외식으로 김치를 옛날만큼 먹지 않
게 되었으므로 유산균 제품의 소비를 막을 이유는 없다. 특히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어
린이나 매운 음식이 좋지 않은 위장관련 질환자는 유산균 제품의 섭취가 필요하다.
#6 기타 건강식품
요즘은 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건강식품을 애용하는 사람이 많다. 알로에, 스쿠알
렌, 로얄제리, 화분, 효소 제품, 클로렐라 등 외국에서부터 인기를 얻고 우리 나라에
들어온 건강식품은 굉장히 많다. 또 흑염소 중탕, 개소주를 비롯한 49종류의 건강식품
은 우리 나라 한약재에서 부작용이 별로 없는 특징이 있는 것들로서 널리 애용되고 있
다.
의약품이 특정 질병을 겨냥하여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건강식품은 특별
한 질병이 없는 사람이라도 과로나 스트레스로 지친 사람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 부작
용이나 독성의 염려 없이 사용 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따라서 자칫 마치 만병통
치약인 것 같 이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건강식품이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간 부작
용이나 독성이 있으므로 건강식품을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는 것
이 좋다.
또한 비싼 건강식품을 이용하기보다는 주변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
하는 생활요법을 실천하는 것이 경제적인 손실과 건강식품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유명 영양제의 효과 분석
여기에서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몇 가지 영양제의 성분과 효과에 대
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1 아로나민 골드
아로나민 골드는 비타민 Bl, B2, B7, Bl2 활성형이 주성분으로 각각 50mg, 2.5mg,
2.5mg, 5.22㎕씩 함유되어 있고, 거기에 비타민 C(70mg)와 비타민 E(20mg)가 첨가되어
있다. 활성형 비타민이 아로나민 골드의 장점인데, 활성형이란 비타민이 간장에서 변
화된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흡수가 잘 되고, 조직 친화력이 높고, 체내에 오래 머물면
서 지속적으로 작용하며, 체내 이용율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비타민 B군들은 체내에서 보조 효소로서의 역할을 한다. 각종 효소 반응을 원활하게
만들어 젖산과 같은 피로 물질을 체외로 배출시켜 피로를 회복시키고, 신경과 근육의
대사를 촉진하고 상한 신경의 재생을 도와주어 신경통이나 근육통에 효과를 발휘한다.
아로나민 골드는 성인 1일 2회, 1회 1정씩 복용한다.
#2 우루사
우루사는 웅담에 들어 있다는 '우루소데속시콜린산'을 주성분으로 하고, 거기에 비
타민 Bl과 B2가 첨가되어 있다. 웅담이란 동양에서 오랫동안 귀하게 여겨 오던 약재인
데, 이의 성분을 규명하고 또 합성시켜 제제화하게 된 것이 우루사이다.
따라서 우루사는 담즙 분비가 잘 안 되는 간질환과 담낭, 담도의 이상, 담석증, 고
지혈증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라고 비타민의 보강으로 피로회복의 효과도 있다. 그런데 우루사를 간장의 기능이
나쁘지 않는 사람이 자주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루사는 1일 3회, 1회 1~2캅셀씩
복용한다.
#3 쓸기담
쓸기담은 우루사의 주성분인 '우루소데속시콜린산'이 우루사의 2배 들어 있고 비타
민은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쓸기담은 우루사를 이용하는 목적과 유사하게 사용할 수
있다.
#4 헬민
헬민에는 '아르기닌 티디아시케이트'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간세포 보
호 작용과 해독 작용 그리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영양소 대사를 촉진하는 보
조 효소 A의 합성 작용이 있다. 따라서 헬민은 간기능부전과 중독성 간장애, 간경변증
초기에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헬민은 1일 2회, 1회 1캅셀씩 복용한다.
#5 프로헤파룸 골드
프로헤파룸 골드는 소간장의 가수분해물이 주성분이며, 거기에 간장 재생에 필요한
성분들인 '엘 -시스테인' '콜린산' '이노시톨' '토코페롤' '치옥토산아마이드' 등이
첨가되어 있다.
따라서 프로헤파룸 골드는 만성 간염, 간경변, 중독성 간질환의 개선을 위하여 사용
할 수 있다.
이상의 5종류의 유명 영양제를 살펴보면 아로나민 골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간장
질환에 사용되는 약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간장 질환 치료제가 영양제나 피로 회복
제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우리 나라 사람들(특히 남성)의 술이나 담배 소비량이 세
계적인 만큼, 사람들이 간장 이상을 우려하는 탓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들은 간장에 이상이 있는지의 여부를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한 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간장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먹는 모든 약이 간
장을 통해 대사되므로 약 그 자체가 간장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사용하여야
한다.
정력제라는 이름의 환상
사람이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은 소원이
다. 그런데 일부 남성들은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을 성적인 능력과 비례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인간의 성적인 능력이란 원래 종족보존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인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산아제한이 정책으로 정착되어 오면서 그러한 종족보존의
의미보다는 쾌락의 의미로 더욱 많이 인식이 되고 있다.
특히 갱년기에 접어들고 자식을 더 이상 생산할 필요가 없어진 나이가 되면 정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정력제라고 이름이 붙은 동, 식물을 닥치
는 대로 섭취하여 정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젊은 사람보다 더 정력을
발휘하려는 남성들이 간혹 있다는 보도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물론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 중에도 정력 증진 작용이 있다고 보고된 종류들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약들도 오랫동안 사용하면 오히려 정력이 그 전보다 더욱 약해지게 되
는 것들이 적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뱀, 도마뱀, 개구리, 까마귀, 곰 쓸개, 불개미, 구룡충,
생쥐 새끼, 사내아이 오줌, 해구신, 요힘빈, 칸타리스, 부자 같은 것을 정확한 약리적
규명도 없이 정력에 좋다는 소리에 솔깃해서 함부로 먹어 대는 데 있다.
실제로 어떤 정력제가 효과적인지를 규명하려면 한두 사람의 개인적 체험담 정도로
는 안 되며 정확한 약리 작용이나 통계적인 측정을 통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떠
도는 소문 내지는 풍문에 불과 한데도 사람들이 거기에 집착한다.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정력제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들어 있는 경우
가 많은데, 이러한 호르몬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그 호르몬이 체내에 과도하게 남
아 있으면서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 혈액 중에 호르몬이 많아지면 그것을 분비하는 기
관의 작 용이 감퇴되어 그 약의 사용을 중단해도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가 되지 않아
약중독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정상적인 정력이 훨씬 더 약해지는 것이
다.
사실 정력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불임 부부의 원인이 남성에게 있을 때 정력제를
사용하여 임신을 유도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예를 제외하고는 정력제를 사
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별히 정력이 떨어지는 남성의 경우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당
뇨병과 같은 질병이 있거나, 매우 격심한 노동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심신이 피
로해졌을 때가 많다. 이때는 질병의 진단을 받아 보거나, 운동, 독서, 취미 활동, 음
악 감상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 증진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처사이다.
굳이 지금까지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정력제를 추천한다면 비타민 E와 아연 등
을 꼽을 수 있다.
제15장 임신과 약에 대한 이야기
임신의 시작一약은 언제부터 주의해야 하는가
우리는 좀 모자라는 듯한 사람을 보고 "너는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다 못 채우고
나왔냐?"라며 놀려 댄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자라면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의 열 달이란 날로 쳐서 280일, 그러니까 한 달을 30 일로 잡으면 9개월
하고 10일이다. 28일을 한 달로 생각하는 이유는 여성의 생리 주기가 28일인 것과 밀
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사실 280일이란 수정된 날로부터의 기간이 아니라 수정에 필요한 난자가 배
란을 위해 난소에서 준비될 때부터의 기간이다. 여성의 난소는 배꼽의 양쪽 아랫배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난자를 배출하고 있는데, 한 쪽에서 배란하는 기간은 2개월마다이
고 그것이 좌우 교대로 배란하기 때문에 배란이라는 현상은 한 달에 한 번꼴이 된다.
배란된 난자가 수정되지 못하면 배란된 지 24~48시간 이내에 변질되어 대하(냉)와
섞여 자신도 모르게 질을 통해 배출된다. 한편 난자가 수정되어 수정란이 되었을 때를
그것이 착상할 수 있도록 자궁내막은 증식하여 두터워지는데, 만약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난 자가 배출되어 버리면 증식된 자궁내막은 떨어져 나가게 되어 생리 현상이 일
어난다.
이렇게 한쪽에서 배란된 난자가 배출된 후 자궁 내막이 떨어져 나가는 생리현상(월
경)이 시작되면, 나머지 한 쪽의 난소에서는 새롭게 임신을 위해서 또 하나의 난자를
성숙시키려고 원시난포가 준비된다. 우리가 임신 기간을 280일로 잡는 첫 기준은 원시
난포가 준비되는 날, 즉 그 전 달에 증식된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으로서의
생리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래서 임신여부를 알기 위해서 산부인과를 방문하면 간호사
가 제일 먼저 물어 보는 것이 마지막 생리의 시작일이다.
원시난포가 준비되기 시작하여 14일이 지나면 난포와 그 속에 있는 난자는 성숙해져
서 난자가 난소에서부터 배출되는데, 이때 난자가 정자를 만나게 되면(보통 나팔관에
서 만난다) 수정란이 되어 사실상 임신에 돌입하게 된다. 따라서 엄밀하게 임신의 기
간을 따진다면 280일에서 14일을 뺀 266일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9개월이 약간 모자
라는 기간이다.
전자현미경을 통해서 수정란을 보면 '천천히 자전하면서 나팔관을 빠져 나와 수정된
지 6~7일 사이에 착상하기에 적당한 자리를 골라서 가장 좋은 곳에 안착'하게 된다(이
때 자궁의 어떤 사정으로 인해 나팔관을 제대로 빠져 나오지 못해서 수정란이 나팔관
에 착상되면, 모체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자궁외임신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수정란이 착상된 상태를 '정식으로 임신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때가 바로 '임신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
체에서 태아가 자라는 기간은 약 260일이 되는데,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 즉 약을 주의
해서 사용 해야 하는 기간도 260일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수정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 임신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수정란이 착상을 하지 못하여 불임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공 수정의 경우는 착상의 여부가 성공과 실패를 가름짓고
있다.
태아와 모체의 연결-어린 생명에게 독한 약을 먹이지 말자
예로부터 탯줄은 인간의 질긴 생명력으로 비유되어 왔다. 그만큼 탯줄은 우리 인간
의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되어 오고 있으며, 사실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정란이 수정된 지 6~7일이 지난 후에 자궁내막에 착상하여 탯줄이 형성되면, 그때
부터 259~260일 동안 탯줄을 통해 태아와 모체는 연결된다. 태아와 모체를 연결시키고
있는 탯줄은 엄밀히 말하자면 혈관 즉 핏줄이다. 탯줄은 착상된 곳에 있는 모세혈관이
점점 굵어져 태아에게 영양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된 것이다. 이 세상
의 어떤 사람도 어머니 뱃속에서 자랄 때 탯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호흡마저도 전
적으로 어머니에게 의지하는데, 그 증거인 배꼽은 죽을 때까지 남는다.
탯줄에는 한 가닥의 정맥과 두 가닥의 동맥이 통하고 있어, 어머니로부터의 유용한
혈액은 정맥을 타고 들어오고, 태아에게서 배출되는 노폐물이 포함된 혈액은 동맥을
통해 내보내게 된다.
어머니 뱃속의 태아는 어머니의 핏속에 들어 있는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어머니가
과일을 많이 먹으면 태아도 과일을 많이 먹은 것과 같게 된다. 어머니가 단백질을 많
이 섭취하면 태아도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과 똑같아서 그렇지 못한 태아보다 체
력면에서 유리해진다. 어머니가 술을 마시면 태아도 술을 마시는 것과 같게 되고, 담
배를 피우면 태아도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게 된다. 다른 음식들과 달리 술이나 담배
는 해독 작용을 하는 간을 거치면서 당장 인체에 큰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태
아의 간은 이제 막 생기 기 시작했거나 이미 생겼다 하더라도 모양만 갖춰져 있을 뿐
그 기능은 전혀 없기 때문에, 태아는 어머니에 의한 술이나 담배의 독을 피할 길이 없
어진다.
특히 어머니가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담배의 작용에 의해 탯줄 속의 혈관이 긴장되어
태아에게로 가는 영양의 유통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술이나 담배는 마시고 피우는 어
머니보다는 태아에게 그 위험이 훨씬 복합적이고 크게 나타난다.
그리고 약은 술이나 담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아무리 약을 모체에게 적당한 양만
큼 사용했다 하더라도 태아에게는 과잉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할 가능성
이 있는 여성이 피임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언제나 임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아
야 하며, 약, 술, 담배, 그리고 X-선 검사 등은 항상 임신을 고려한 후에 행동으로 옮
겨야 한다.
그러나 만약 생리 예정일 전에 약을 복용했는데, 생리가 없어서 임신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약 때문에 유산을 한다든지, 약 때문에 기형아가 태어날까를 염려하여 지나
친 걱정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만약에 임신을 했다 하더라도 생리 예정일 1
주일 전까지는 아직 수정란이 착상되지 않았고, 생리 예정일을 앞둔 1주일 동안은 수
정란이 착상은 되었어도 모체로부터 본격적으로 영양이 공급되지는 못하고 수정란의
자체 분열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어머니가 약을 먹었다 하더라도
태아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실제로 어머니가 사용한 약이 태아에게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임신
후 27~67일 가량이다. 따라서 생리 예정일 지났는데도 임신의 가능성을 고려치 않고
약을 복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니 그 이전에 임신을 준비하면서 피임을 하지 않
는 여성이라면 자신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몸가짐을 조심하고 약이 필요없도록 주의해
야 할 것이며, 부득이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라면 의사나 약사와 반드시 의논을 해야
한다.
어머니가 먹은 약이 태아에게 치명적인 예들
1961년 11월 서독 함부르크 대학의 소아과 과장이었던 렌츠 박사는 끔찍하고 놀라운
사건을 발표하였다. 임신중에 탈리도마이드라는 새로 발명된 수면 진통제를 먹은 산모
가 양팔이 없고 손이 어깨에 붙은 기형아를 낳았다는 것이다.
산모들이 탈리도마이드를 먹은 이유는 입덧이었는데, 입덧이 너무 심해서 괴로울 때
아예 수면 작용이 있는 탈리도마이드를 먹고 푹 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다. 탈리도마이드를 생산한 제약회사가 '부작용이 없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약'
이라고 과대 광고를 해서 믿고 복용했음은 물론이다.
이것이 이른바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생각만 하여도 끔찍한 양팔이 없는 기형아
(의학 전문 용어로 '포코멜리아'라고 한다)가 서독에서만 10만 명이 태어났고, 이 약
을 수입해서 사용하던 영국, 프랑스, 일본 등 20여개 국에서도 숫자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기형아가 태어났다. 다행히도 우리 나라에는 그 약을 들여오기 전이어서 아무 피
해도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먼저 약의 안전성
을 요구하게 되었다. 더욱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산모일 경우에 태아에 미치는 영
향, 즉 기형아를 낳게 하는 성질인 최기성이 있는가에 대해서 철저하게 연구하게 되었
다.
연구결과 태아에 나쁜 영향을 주는 약은 탈리도마이드말고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
이 점차 알려져서 임신중인 어머니들은 함부로 약을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사
실이 확실해졌다.
약은 특수한 용도를 위해 먹게 되므로 약이 몸에서 가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질병이 발생한 부분에서 통증과 같은 강한 신호를 보내 약이 그 부분
에 더 많이 집합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러한 원리는 약의 성분이 목표하는 부분에
모이기 쉽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을 먹은 임신중인 어머니의 아픈 부위의 조직과 태아의 신체 조직중 어느
부분이 닳아 있다면 자연히 태아에게도 많은 양의 약이 이동해서 병이 든 부분이 아니
어도 강한 작용이 미치는 결과가 나타난다.
태아에게 나쁜 약의 종류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약에는 진
정제, 진통제, 항생제 등이 있다. 특히 탈리도마이드 같은 진정제 계통은 그 구성상
태아에게 치명적으로 제조되어 있다.
진정제는 대개 뇌조직 안에 쉽게 들어가고 오래 잔류하여 진정 효과를 장시간 유지
하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사람의 뇌조직은 인지질등 지방이 많은 조직이므로 진정제는
지방조직에 오랫동안 체류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태아의 몸을 구성하는
조직에도 지방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임신한 어머니가 진정제를 복용하면 태아
에게도 진정제가 유입되고 계속 쌓여 기형아를 낳게 되는 것이다. 즉 태아는 진정제에
의해서 오랫동안 취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통제 중에도 통증을 지각하는 뇌를 마비시키도록 작용하는 종류들(마
약성 진통제)은 진정제와 같은 기전으로 태아에게 매우 위험하다. 또한 감기약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제 역시 뇌에 작용하는 약으로 태아에게 위험하다.
한편 입덧이 심할 때 사용하는 진토제는 진정제와 마찬가지로 뇌의 구토중추를 억제
하고 소화관의 역류를 조종하는 작용이 있는데,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된 진토제는 때
때로 태반에 강한 자극을 주어 출혈을 유발하거나 자극에 의한 유산 같은 부작용을 일
으키기도 한 다.
항생제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항생제 편에서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항생제는
임신중에 사용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특히 단백질 합성을 저
해하는 작용이 있는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면 태아가 기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신을 하게 되면 변비가 심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 무심코 사용한 변비 치
료약 중에는 대장을 자극하여 배변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변비약
은 모체의 골반내장기에 울혈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변비라고 해서 함부로 약을
먹을 것이 아니라 우유나 물, 과일을 많이 먹고 변을 보는 습관을 형성하도록 노력해
야 한다.
특히 평소에 약을 사용하는 습관이 있는 여성의 경우, 자신이 임신 연령이면서도 임
신이 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임신 초기 즉 임신 3개월까지의 기간은 태아의 세포분열
이 왕성히 일어나고 주요 장기가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약의 종류에 따라서는 사소한
부작용이 원인이 되어 유산이 되거나 선천적인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임신 연령의 여성은 언제나 약을 조심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이 더 치명적이다
앞에서 임신중에 어머니가 약을 복용했을 때 태아에게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서 언
급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임신한 어머니 가 매우 심한 증상의 질병으로 앓고
있는데도 태아만을 생각해서 약을 먹지 않은 채 무턱대고 견뎌 내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좋지 않다. 그러면 어머니뿐 아니라 태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
게 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모체가 감기에 걸리면 태아에게 영향을 주는데, 심한 경우 심장판막증등
을 일으켜 선천적으로 심장에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모체뿐
아니라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질병에는 감기 외에도 신우신염과 같은 요
로감염증, 양수감염, 풍진 등의 급성 전염병, 폐결핵, 담낭염 등이 있다.
이상과 같은 질병들은 모두 어머니에게 발열을 일으키므로, 임신했을 때 몸에서 열
이 있으면 참고 기다리기보다는 빨리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럴
때 치료제를 제대로 쓰기만 한다면 약의 부작용을 너무 겁내지는 않아도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태아에 영향이 있기 때문에 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약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생활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에 시달리
고 있는 모체는 할 수 없이 약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그것마저도 거부하겠다는 단
순한 생각으로 약의 부작용을 막으려고 한다면, 병의 증상만 더욱 악화되거나 아니면
병이 길어지거나 해서 모체의 질병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되어 더욱 나쁠 수도
있다.
그러면 임신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을 알아보자. 임신중에 사용
할 수 있는 약과 사용할 수 없는 약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A, B, C, D, E 효능군 분류
방법이 있다. 이들 중에서 A 나 B군은 임신중에 사용할 수도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약들
이고 C, D, E군은 임신 중에 절대로 사용할 수 없는 약들이다.
그렇다고 어떤 약들이 A나 B군에 들어 있는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지만 A, B군중에
서 임신했을 때 가장 걸리기 쉬운 질병에 사용되는 약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소화불량: 소화 효소제(상품명:훼스탈, 베스타제, 제스탄)
설사, 변비:유산균제제(상품명:락테올, 미아리산, 메디락)
두통, 치통, 근육통: 아세트아미노펜(상품명: 타이레놀, 스파맥)
콧물: 졸리지 않는 항히스타민제 (상품명: 지미코 )
가래: 브롬헥신 (상품명: 비졸본)
염증: 페니실린계 항생제(상품명: 펜브렉스, 아모넥스, 펜그로브 등)
물론 임신했을 때는 이상의 약들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병이 들었는데도 무턱대고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여기서 말한 약들은 우
리들이 접할 수 있는 약들 중에서 비교적 안전한 성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임신했더
라도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되면 사용할 수도 있게 분류되어 있는 것이다.
입덧과 이에 사용되는 약
그러면 임신한 거의 모든 어머니가 겪게 되는 입덧과 임신중독증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에 대한 올바른 대책도 함께 찾아보자. 입덧과 임신중독증은 임신이라고 하는 양성
의 신생물에 대해서 모체가 반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신이 계속되는 한
이 반응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된다. 그러나 양성의 신생물이기 때문에, 또한 자기 자
신의 몸에 잘 합치하는 성격을 지닌 신생물이므로 임신이 진행되어 가면서 익숙해져
차츰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임신 5~6주경부터 나타나는 메슥거움, 구역질, 식욕부진, 입맛의 변화, 타액증
가 등을 통틀어 입덧이라고 하는데, 입덧은 전체 임산부의 50~80% 정도에서 나타나고
처음 임신한 어머니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또 쌍둥이를 임신하였을 때 특히 심하
다.
입덧의 증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날 때는 이른 새벽등 공복시이며 모체가 임신이라는
이상의 상태에 익숙해져 가는 임신 14~16주가 되면 대개는 멎게 된다. 그런데 입덧이
너무 심하여 소변 속에서 '케톤체'가 검출될 때도 있고, 입덧이 일어나는 기간이 너무
길어 태아를 출산할 패까지 입덧으로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소변에서 케톤체가 검출
되면 그
치료를 위해 포도당 주사(흔히 링게르라고 한다)를 맞거나 비타민을 먹기도 한다. 입
원해서 치료받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입덧이 발생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자궁 벽에 붙어 있으면서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
는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태반'의 융모 조직에서 분비되는 '고나도트로핀'과 같은 물
질 때문이다
이러한 입덧의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진토 제나 진정제를 사
용하기도 했었으나, 그에 의한 부작용이 계속 밝혀지면서 지금은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최악의 경우에 포도당 주사, 비타민 공급(특히 비타민 B6가 효과적임이 밝혀졌
다), 그리고 영양수액 주사를 이용하여 모체와 태아를 보호하기도 한다.
한편 일본의 의사들(일본에는 한의사가 없다)은 입덧에 한약을 처방하기도 하는데,
물론 한약에도 부작용이 있지만 양약의 A, B군에 해당될 정도로 순한 약들을 여기에서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1 증상이 매우 가볍고 건구역질 정도에는 계지탕
#2 구역질이 있으면서 목이 마르면 오령산
#3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구토가 심할 때는 소반하가복령탕
#4 체력이 떨어지고 구토가 심하고 배의 힘은 약한데 명치가 단단 할 때는 건강인삼
한하환
#5 명치가 답답하고 식사 후에 체한 것 같지도 않은데 토하며 목구멍에 무엇이 걸려
있는 것 같을 때는 복령음합반하후박탕
일본에서 이상과 같은 한약을 쓰는 것과는 달리 우리의 전통적인 민간요법에서는 연
근을 이용한다. 연근에는 '네룸빈' '누훼린' '로투신' '알메타빈' '당분'과 같은 성분
이 들어 있어 식용으로도 많이 이용되어 왔는데, 입덧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용할 때는
연근을 갈아 즙을 내어 하루에 반 컵씩 마시는 것이 좋다.
임신중독증과 이에 사용되는 약
임신중독증은 입덧과 마찬가지로 임신이라는 양성의 신생물에 대한 모체의 반응이라
고 볼 수 있다는 것을 앞에서 이미 말하였다. 그런데 입덧이 임신 초기에 일어났다가
차차 적응해 가는 것과는 달리 임신중독증은 임신 말기 즉 임신 8개월에서 10개월 사
이에(임신 28주 이후) 많이 발생한다.
임신 초기에 임신이라는 신체의 변화에 대해서 몸이 적응해 가더라도 임신 말기에
이르면 태아가 점점 커지고, 달걀만하던 자궁이 박덩이같이 커진다. 그 결과 신장이나
혈관이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여 임신중독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신중독증의 뚜렷한 증상에는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고, 소변을 통해 단백질이
빠져 나오는 등의 세 가지가 나타난다. 이러한 임신중독증의 위험이 높은 여성은 특히
쌍둥이를 임신하였을 때, 유전적으로 고혈압의 가능성이 높을 때, 만성신장염이나 당
뇨병 등의 합병증이 있을 때 등의 경우이다.
우리가 쉽게 임신중독증을 판단할 수 있는 증세는 임신한 어머니의 정강이 앞을 손
가락으로 누르면 움푹 들어가서 잘 복귀되지 않는 것이며, 그 밖에 손이 뻣뻣해지고
저리며 1주일에 500g 이상이나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 등인데, 이럴 때는 빨리 병원에
서 임신중독증 여부를 진단 받아야 한다.
임신중독증을 치료하는 약으로는 고혈압 치료제, 이뇨제, 강심제, 경련 예방제 등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약들은 태아에게 미칠지도 모르는 나쁜 영향을 고려하여 신
중히 투여하게 된다. 전문의의 판단 없이 사용할 수 없는 약들이다.
임신중독증에 걸렸을 때 임신한 어머니가 취해야 할 행동은 몸과 마음을 안정하고
가급적 똑바로 누워서 지낸다. 식이요법으로는 소금을 조금만 섭취하고 고단백, 저칼
로리 음식을 먹어야 하며 동물성 지방은 먹지 말아야 한다. 또 당분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임신중독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태아 발육 지연, 태아 가사, 태아 사망 등 태
아에게 치명적인 상태를 초래할 뿐 아니라, 임산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위험한 질병으
로 이어진다. 또한 무사히 태아를 출산하게 되더라도 모체의 신장에 오랫동안 해를 끼
치게 된다.
이렇게 위험한 임신중독증은 특히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평소에 혈압
이 높거나 신장에 병이 있는 여성은 임신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며, 일단 임신하
게 되면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음식물 섭취에 유의하고 심신의 안정과 휴양을 충분히 취하여 임신 이외의 스트레스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일본의 의사들이 임신중독증에 처방하는 한약을 참고로 소개하겠다.
#1 빈혈과 냉증 그리고 어지러움과 두통이 있으면서 배꼽의 양쪽 아랫배가 단단하고
또한 통증이 있을 때는 당귀작약산
#2 목이 마르고 물을 많이 먹는데도 오줌은 잘 안 나오며 땀을 잘 흘리고 구토가 있
을 때는 오령산
#3 땀이 국고 허리 아래가 무거우며 부종이 심할 때는 방기황련탕
건강한 어머니에 건강한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는 어머니가 우주요, 자궁이 환경이요, 탯줄이 생명줄
이다. 즉 태아가 정상적이고 건강하게 자라나서 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가 어
떤가는 어머니의 모든 조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유전적으로 특히
아버지의 유전자 이상으로 이미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부모도 어찌할 수 없는 유전적 소인으로 이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 예를 들어
대머리, 혈우병, 주근깨, 색맹, 간질과 같은 이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현대 의학기술
로 개선이 불가능한데, 그러한 종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태아 이상은 어머니의 건강
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앞에서 임신한 어머니가 약을 복용하면 태아에게 어떻게 위험을 초래시키는가
에 대해서 언급하였지만, 가장 좋은 것은 임신했을 때 병이 들어도 태아를 위해 참고
약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아프지 않아서 약이 필요없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
요한 생활 태도이다.
평소에 감기, 신경통, 불면증 같은 증상에 시달리는 여성이 임신을 하여 약이 태아
에게 나쁘다고 약을 먹지 않고 견뎌 낸다고 하더라도, 평소에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치
통 한번 앓아 보지 않은 여성이 임신했을 경우와 비교하여 '어느 쪽의 태아가 좋은 영
양을 공급받고 어머니의 면역체를 많이 받아서 세상의 각종 병균들을 잘 막아 낼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답은 분명하다.
따라서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여성은 아들인지 딸인지, 몇 월 며칠에 낳아야
좋은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자신의 몸에
더 많은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이에게 평생 간직될 재산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임신한 어머니가 임신 3개월 이내에 풍진에 걸리면 기형아, 특히 심장병,
신장병, 백내장, 난청 등 선천성 기형아가 태어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임신하기 전의
모든 여성은 자신이 풍진에 면역성이 있는지를 검사하여 면역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예방 주사를 맞아서 임신했을 경우에 걸릴지도 모르는 풍진을 미리 막아야 한다.
한편 생후 6개월까지의 아기는 스스로 면역력을 키울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 뱃
속에서 받은 면역력으로만 각종 병균과 싸워야 한다. 이러할 사실로 미루어 보더라도
임신한 어머니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약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아예 병
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많은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한 노력이 선행된 후에 태교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어머니에게 갖추어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일본 속담에 '가을 가지는 며느리에게 먹이지 말라'라는 속담이 있
다. 이 말은 가을 가지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알칼로이드'라는 약의 성분이 몸에 자
극을 줄 수 있고, 더욱이 며느리는 임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태중의 아이를
생각해서 전해져 내려오는 속담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옛부터 임신중에는 약을 써서는 아니될 뿐 아니라 음식도 가려 먹
어야 한다는 금기사항이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현대 의학적으로 보면 근거 없는 금기사항도 많지만(예를 들어 임산부가 닭고기를
먹으면 닭살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는 등의 금기사항), 하나하나씩의 근거를 따지기
전에 그에 담긴 어머니와 태아에 대한 존중 사상을 우리가 계승하는 데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피임약에 대한 오해
약국을 찾는 젊은 주부들 가운데는 '지난 달 생리가 없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임신
한 것 같은데, 피임약을 먹고 생리를 하면 임신이 중단되는 거 아니냐?'며 피임약을
찾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아마도 피임약을 사용하면 임신이 안 된다는 사실이 언제나
적용된다고 오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행동인 것 같다.
먹는 피임약은 임신을 위해서는 가장 기본 조건인 '난자가 배란' 되는 것을 억제하
여 임신을 막는다. 먹는 피임약 속에는 모체가 임신을 하게 되면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이 들어 있다. 그래서 피임약을 먹게 되면 임신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
신했을 때와 같이 임신호르몬이 몸 속에 존재하게 된다. 그러면 난소에서는 모체가 임
신한 것으로 착각하고 난자를 성숙시키지도 않고 또한 배란시키지도 않게 되는 것이
다.
따라서 만약 임신이 된 다음에 임신호르몬이 들어 있는 피임약을 먹으면 임신이 중
단되지는 않는다. 만약 생리가 없어 임신인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임신진단시약으로 확
인하여 임신 여부를 가려 볼 수는 있지만, 임신이 확인되었을 때 먹는 약으로 임신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 나라의 여성 가운데는 이렇게 피임약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
다. 그러한 잘못된 지식이 사전 피임을 철저히 하지 않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피임약 먹으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나라가 낙
태의 천국이라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특히 모성보호를 위해서도
그러한 잘못된 현상을 고쳐야 한다.
그런데, 혹시 그렇게 낙태가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잘못된 피임 상식 때문은 아닌
지? 그러면 여기서 먹는 피임약을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먹는 피임약은 한
단위의 분량이 21정으로 되어 있다. 피임약을 먹기 시작하는 날은 생리 첫 날이다(이
날은 제품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도 있으므로 각 제품의 설명서를 잘 읽고 사용해야
한다) 복용 방법은 매일 1정씩 21일 동안(3주 동안) 복용하고 7일 동안(1주 동안) 쉬
었다가 다시 21일 동안 복용하는 것을 반복한다. 생리는 약을 쉬는 시기에 시작되어
그 사이에 마치게 된다. 복용 날짜 세는 방법은 주 단위이므로 복용하기 쉽게 되어 있
다. 복용 시간은 취침 전인데, 만일 잊어 버렸을 때는 늦어도 다음날 아침에 전날분을
복용하고 그 날 밤에 또다시 1정을 복용하면 피임에 실패하는 일이 드물다.
그러나 먹는 피임약은 사람에 따라서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특히 호
르몬 분비에 이상이 있거나 간장병이 있거나 자궁암, 유방암 등이 있을 것으로 의심스
러울 때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피임약을 먹으면 마치 임신했을 때와 같
은 입덧 증상의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비타민 B6를 다량 복용하면 그
런 증상이 없어지므로 이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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