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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상식

세포

by Healing New 2020. 8. 21.

  나는 대도시를 닮았다. 수십 개의 발전소, 하나의 수송망, 정교한 통신망이 갖춰져 있다. 나는 원자재를 수입하여 제품을 만들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과 능력도 있다. 내 안에는 능률적인 정부 실은 아주 엄격한 독재체제 가 있고, 나는 또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내 관할 구역을 순찰하기도 한다.
  나의 작은 덩치 안에 이 모두가 들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를 보려면 고성능 현미경이 있어야 하고, 나라는 대도시 안을 들여다보려면 초고성능 현미경이 있어야 한다. 나는 조의 몸 안에 60조 개나 있는 세포 가운데 하나이다. 세포를 흔히 생명의 기본요소라 부르지만 사실 우리들은 생명 그 자체이다. 나는 조의 오른쪽 눈에 있는 간상세포 가운데 하나인데 이제 세포 전체를 대변해서 종류도 많고 수도 많은 세포라는 것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기능을 하는지 설명을 해드리고자 한다.
  '전형적'인 세포란 없다. 우리는 기린과 생쥐가 다르듯 모양과 기능이 서로 다르다. 우리의 크기도 가지가지이다. 타조알만큼 큰 것이 있는가 하면 가장 작은 것은 바늘끝에 100만 개가 편안히 올라앉을 만큼 작다. 또 우리의 모양도 원반, 막대기, 공 모양 등 가지각색이다.
  우리들은 조가 하는 모든 일에 참여한다. 조는 가방을 들어올리면서 자기 팔이 가방을 들어올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근육세포가 수축하여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어느 넥타이를 맬까를 생각한다고 하자. 이때도 생각하는 것은 뇌세포 들이다. 면도를 할 적에도 역시 활동하는 것은 신경과 근육세포 들이다. 이때 잘라내는 얼굴의 털도 다른 세포들이 생산해 놓은 것들이다.
  눈의 간상세포인 내가 하는 일은 희미한 빛 이를테면 별의 반짝임 을 잡아 그것을 단순화시켜 전기신호로 바꾼 다음 조의 뇌로 전달하는 것이다. 충분한 신호들이 도달하면, 조는 그별을 '보게' 된다.
  조의 눈 안에 있는 우리들 2억 5,000만 개의 간상세포 하나하나에 각각 3,000만 개의 감광색소 분자들이 들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히 많은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 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나는 약 1,000개의 미토콘드리아 땔감(당분)을 태워 발전을 하고 '재'(물과 이산화탄소)를 남기는 미소한 소시지 모양의 발전소 를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이 복잡한 화학작용을 통해 아대노신삼인산염 약해서 ATP 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낸다. 이 물질은 대황초에서 대합조개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에게 힘의 근원이 되는 물질이다. 가령 심장을 뛰게 하거나, 숨쉬기 위해서 가슴을 확장하거나 눈까풀을 움직일 때와 같이 에너지가 필요할 때면, ATP는 한층 단순한 성분으로 분해되며,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된다. 조가 살아 있는 한, 이와 같은 에너지 및 ATP에 대한 수요는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가장 깊은 잠에 빠져 있어도 바쁜 활동은 계속된다. 몸을 따뜻이 하기 위해서 세포의 아궁이에 불을 때고, 뇌세포들에서 전기를 방출하여 꿈을 만들어 내고, 혈액순환을 지속시키기 위해 심장이 박동을 계속하는 등. 이처럼 ATP의 분해(그리고 생성)는 끊임없이 계속된다.
  모든 세포는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는데, 한 가지 두드러진 예외가 적혈구이다. 적혈구는 제조작용을 하지 않고, 피의 흐름에 실려 다니기 때문에,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마도 세포 가운데서도 가장 경이로운 것은 조의 어머니의 몸에 있는 것과 같은 난자일 것이다. 단 한 개의 세포로 된 이 난자가 일단 수정을 하면 분열을 계속하여 마침내 2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 아기가 된다. 이러한 세포증식은 그 자체만도 놀랍지만, 더욱 경이로운 사실은 수정란 안에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자그마한 생명의 조각 속에는 복잡한 화학공장과도 같은 간의 설계도가 들어 있다. 그 안에는 또 앞으로 태어날 아기의 머리빛깔, 살결, 몸의 크기에 관한 암호화된 정보가 들어 있다. 그것은 새끼손가락의 성장을 중단시킬 정확한 시점도 알고 있다. 나아가서 장차 조가 어느 정도 머리가 좋을 것이며, 어떤 질병에 걸리기 쉬울 것이고, 그의 대체적인 모습이 어떠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 작은 알은 포유류의 경우는 그 크기가 거의 같다. 그런데도 그것이 자라서 어느 것은 고래가 되고, 어느 것은 토끼가 되고 또 어느 것은 조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이 의문을 풀려면 창조를 가능케 하는 기적의 물질 DNA 디옥시리보핵산 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리 모든 세포들의 독재자인 DNA는 우리들 세포들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만들며 무엇을 찾고 무엇을 피해야 할 것인가를 지시한다.
  나를 다스리는 DNA는 삶이라는 건축물의 대설계도를 작성하는 건축설계가에 비유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실제 건축작업은 청부업자들 RNA 즉 리보핵산  에게 넘겨준다. 건축에 필요한 모든 정보는 DNA의 서로 얽힌 쌍나선에 '인쇄'되어 있다. RNA중에서 메신저 노릇을 하는 '메신저' RNA가 DNA의 나선에 다가가 자기가 담당해야 할 일의 청사진을 찾아낸다. 그 다음 그 정보를 다른 모양의 RNA, 즉 '전환'RNA에게 전해 준다. 그러면 후자가 그 지시에 따라 작업을 시작하는데, 그것은 흔히 조의 몸 안에 있는 숱한 단백질 중 하나를 조립하는 일이 된다. 단백질의 원료가 되는 20여 가지의 아미노산을 특정한 형상으로 염주처럼 엮어 나간다. 그 결과 조의 심장을 뛰게 하는 근육세포, 걸어다닐 수 있게 하는 다리 근육, 그 밖에 DNA가 명령한 것이면 무엇이든 만들어진다.
  놀라운 사실은 조의 눈에 있는 간상세포에 간직된 DNA가 그 자체로서 완전한 아기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귀 세포내의 DNA가 발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세포 안의 DNA들은 각기 일종의 형판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와 같이 허황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의 DNA는 간상세포만을 만들어 낼 뿐, 다른 것은 일체 만들지 않는다.
  조를 탄생시킨 세포분열은 평생 계속된다. 1초마다 수백만의 세포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죽어가는 세포들이 두 개의 똑같은 세포로 갈라지는 과정을 통하여 수백만 개의 세포가 새로 태어나고 있다. 커다란 저장통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 세포들은 천천히 불어난다. 그와는 달리 피부 세포는 10시간마다 한번씩 불어난다. 세포는 이와 같이 끊임없이 재생되거니와 한 가지 두드러진 예외가 있는바 그것은 뇌세포이다. 조가 태어나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일생동안 필요한 최대한의 뇌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하여 살아가면서 노쇠하거나 상처를 입는 세포들은 그대로 죽어버리고 다시는 새 세포로 대체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는 애초부터 갖고 있던 뇌세포의 여분이 많기 때문에, 뇌세포가 줄어든다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들 세포는 효소라는 놀라운 물질을 600가지 이상이나 만들어 낸다.
  최고의 화학자와도 같은 이 효소들은 RNA의 주문에 따라 즉시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단백질을 가공해 낸다. 예를 들면, 생선 한 토막이 들어오면 거기서 단백질을 뽑아서, 그 구성물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들을 재배열함으로써 이를테면 조의 손톱에 필요한 인간용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효소들은 또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호르몬들과 질병과 싸우는 항체들을 만들어 내고, 그 밖에도 세계에서 제일 유능한 화학자들도 감히 해내지 못할 숱한 과제를 척척 해낸다.
  우리의 내부구조에 못지 않게 바깥 가죽도 아주 훌륭하게 되어 있다. 우리의 피막은 두께가 겨우 0.0000001mm 밖에 되지 않는다. 아주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이 비단거미줄 같은 껍질을 일종의 단단한 셀로판 주머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자현미경 덕택으로 이제 그들은 그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의 하나임을 깨닫게 되었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우리의 세포막은 우리 안에 들여보낼 것과, 들여보내지 않을 것을 결정하는 구실을 한다. 그것은 말하자면 세포의 내부환경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즉 우리 세포 내부에 염분, 유기물질, 물과 그 밖의 다른 성분의 정확한 균형을 유지해 준다. 이 균형이 유지되느냐 않느냐는 조의 생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단백질 제조에는 어떤 원료가 필요할까? 우리의 세포막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하여 필요한 원료는 받아들이고, 필요치 않은 것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세포막에는 필요한 물질을 가려내는 정밀한 인지장치가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 세포들은 각자 다른 세포들의 세포막이 알아볼 수 있는 팻말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낯선 자나 침입자가 들어오려 하면 당장 쫓겨난다. 만약 외부침입자를 들어오도록 허용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상상해 보라. 가령 털 세포 하나가 내구역으로 빈들빈들 들어왔다면, 조의 눈에는 느닷없이 털이 돋아날 것이다. 우리들이 자기 구역을 잘 지키지 못하면 신장에 사마귀가 나고, 눈두덩에 간장세포가 달라붙는 등 별의별 이변이 다 일어날 것이다.
  세포막은 또한 다른 세포들과 말을 할 수 있는 통신수단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세포막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내는지는 나도 모른다. 효소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심장을 떼내어, 세포를 모두 따로따로 떼어놓는다면, 그 세포들은 각기 제멋대로 맥박칠 것이다. 그러나 곧 그들은 다시 장단을 맞추어 일제히 맥박치게 될 것이다. 어떤 방법을 쓰는지는 모르지만 서로 말이 통하는 것은 분명하다.
  호르몬 역시 통신체계의 일부로서 화학적 메신저의 구실을 한다. 예컨대, 조의 혈당이 올라 가기 시작하면 그의 췌장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생산을 가속화시키는데 그 호르몬은 "빨리 당분을 연소시켜라"고 지시한다. 그러면 혈액이 이 작업지시를 사방에 전달하고, 세포들이 그 지시를 따른다. 또 조가 장작을 패기로 했다고 치자. 그는 가외의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그의 갑상선이 세포들에게 작업지시를 내린다. "ATP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고.
  우리들의 무서운 적은 바이러스들이다. 이 성가신 꼬마 기생생물들은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므로, 자기 힘으로 살아갈 능력이 없다. 이따금 우리들의 세포막 경비병들이 임무를 다하지 못하여,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수가 있다. 일단 세포 속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우리의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하여 증식을 시작한다. 불어난 바이러스들의 등쌀 때문에 불운한 그 세포는 죽어버린다. 그러면 거기서 풀려나온 바이러스들이 다른 세포들을 공격한다. 제일 가벼운 바이러스 감염에도 수백만 개의 세포들이 파괴되곤 한다. 만일 조의 신체내에 갖가지 방어 체제가 없다면, 바이러스들이 온 몸을 차지하여, 조는 오래지 않아 죽고 말 것이다.
  아마도 우리 세포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적절한 설명은 조라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가 하는 모든 일에 우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60조에 달하는 우리들이 어떻게 그처럼 조화롭게 살 수 있느냐, 어떻게 그렇게 각자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능률적으로 자기 과업을 수행하느냐 하는 것은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요, 아마도 인간이 풀 수 없는 최고의 신비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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