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외 정보/상식

대퇴골

by FraisGout 2020. 8. 22.

  조는 우리들 뼈를 죽은 물질, 자기의 살아 있는 몸을 지탱해 주는, 활성이 없는 받침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의 생각은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없다면 그는 젤리처럼 흐물흐물해질테고 걸을 수도, 말 할 수도, 먹을 수도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목숨 없는 물질은 결코 아니다. 사실 우리는 단순히 조의 신체를 지탱하고 있는 것 이상의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이다. 우리는 신체에 공급되는 광물질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칼슘의 99%, 인의88%, 그보다는 양이 적은 구리, 코발트, 그리고 중요한 다른 미량의 원소들을 함유하고 있다. 물품의 출입이 잦은 창고인 우리는 하루 24시간 작동하면서 물품을 반출하고 반입한다.
  우리는 또한 분주한 제조공장 골수 을 갖고 있다. 단 1분 동안에 1억 8,000만 개나 되는 조의 적혈구가 늙어서 죽어 간다. 조의 지라와 간이 대체될 적혈구 약간을 공급하지만 그 대부분은 우리가 만들어 낸다. 골수에 있는 방들의 스폰지 같은 내부에서 우리는 또한 조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백혈구의 대부분을 만들어 낸다.
  나는 조의 오른쪽 대퇴골이다. 나는 뼈 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길고 가장 튼튼하기 때문에 실제로 소형자동차의 무게를 견딜만큼 튼튼하다 뼈들을 대표해서 이야기하겠다. 우리 뼈들은 하나의 대가족이다. 조의 몸에는 206개의 뼈가 있는데 이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더 적게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실상 조는 어렸을 때 지금보다 더 많은 뼈를 갖고 있었다. 그는 태어났을 때 33개의 척추뼈를 갖고 있었다. 자라면서 맨 아래쪽 4개는 서로 융합되어 미골로 변했고 그 위의 5개도 붙어서 천골이 되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11쌍 혹은 13쌍의 갈비뼈를 갖고 있는 수도 있다. 그러나 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로 12쌍을 갖고 있다.
  우리 뼈들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조의 중이 있는 자그마한 등골(듣는 것을 가능케 함)이 있는가 하면 나같이 큰 뼈도 있다. 조의 왼쪽 다리에 있는 나의 짝과 내가 맡고 있는 일은 그의 몸무게를 지탱해 주는 것이다. 우리 뼈들은 인대로 연결되어 있다. 힘줄들은 꼭두각시에 달린 끈처럼 우리를 근육에 붙들어 매서 몸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형의 조직 가볍고 다공질인 망상 조직과 조밀하고 매우 강한 밀집조직 으로 되어 있다. 조의 척추와 골반은 주로 망상조직으로 되어 있고 나는 다른 팔다리 뼈들과 마찬가지로 밀집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오늘날의 건축의 천재들이 우리를 따라잡기 수백만년 전에 벌써 무게가 같을 경우 막대보다 속이 빈 관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원리에 따라 나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더 튼튼하다.
  조가 태어났을 때는 그의 뼈들은 지금보다 훨씬 연했다. 물론 이것은 출산을 용이하게 했다. 석회화라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뼈들은 더욱 단단해진다. 우리 뼈들은 골아세포라고 불리는 수백만 개의 세포를 갖고 있는데 골아세포는 교원질이라 부르는 섬유성 단백질 단단하나 유연한 을 만들어 낸다. 섬유질 속에는 기초물질이라 불리는 아교 같은 혼합물이 들어 있는 아주 작은 공간들이 있다. 이 공간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광물 입자들(주로 칼슘, 인, 탄산염 등)로 채워짐에 따라 뼈가 형성된다. 이 일이 완성되면 조의 다리는 그를 지탱할 만큼 강해지게 된다.
  조의 소년시절에 우리 뼈들은 그의 신체를 지탱하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을 성장시켜야 했는데 이것은 마치 거주자들을 방해하지 않고 주택을 증축하는 작업처럼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 기간에는 긴 뼈들의 양쪽 끝에 있는 특정부분들은 부드러운 연골로 구성되어 있었다. 새로운 연골이 계속 형성되어 가는 동안 오래된 안쪽의 부분은 경골로 굳어져 갔다. 그러나 조가 완전히 성숙했을 때 연골 부분들은 경화되고 성장은 중단되었다.
  우리는 이제 길이로는 성장할 수가 없지만 근육처럼 그 부피가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고, 또 보다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다. 조에게 역기를 들게 하면 나는 보다 강하고 견고해질 것이며 그를 수개월 동안 침대에 눕혀 놓는다면 나는 약해질 것이다.
  칼슘을 저장하거나 방출하는 나의 역할은 중요하다. 나의 모든 기능은 혈액을 통해서 수행된다. 물론 나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혈관들이 있다. 나는 흐르는 혈액에 나의 광물 결정체들을 노출시켜 혈액으로부터 과잉의 칼슘을 흡수하고 또 혈액에 칼슘이 부족할 때는 칼슘을 혈액에 공급한다. 우리 뼈들이 혈류에 노출시키는 결정체의 표면은 방대하다. 표면에 전부 놓으면 약 40만m²의 토지를 덮을 수 있다.
  우리의 칼슘 저장량은 꽤 많아서 1Kg에 달한다. 그러나 평상시 조의 혈류 속에 흐르는 칼슘의 분량은 0.7Kg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소량의 칼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칼슘이 없다면 어떤 충격도 신경을 따라 전달되지 않을 것이며 혈액은 응고하지 않을 것이다. 근육도 수축하지 않게 되고 심장의 박동도 그치고 만다. 칼슘이 너무 많을 경우에도 똑같이 중대한 사태가 발생한다. 과잉 칼슘은 신장에 결석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신장결석의 다음 단계는 요독증과 죽음이다.
  내가 이 무서운 사실들을 거론하는 이유는 내가 언제나 칼슘을 준비하고 있고 또 그것을 조의 혈액 속에 정확한 분량만큼 넣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알리기 위해서일 뿐이다. 이 과정을 주로 통제하는 것은 조의 목에 있는 선이다. 혈액 속의 칼슘량이 떨어지면 부갑상선이 호르몬을 분비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나보고 조치를 취하라는 신호이다. 칼슘이 너무 많을 경우에는 그의 갑상선에서 나온 호르몬이 나로 하여금 칼슘을 흡수하게 한다.
  조는 우리 뼈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골절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뼈가 부러진다는 것은 대개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골절에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 유형이 잇다. 첫째, 폐합 골절은 뼈가 딱 부러진 채 피부 밖으로 불거져 나오지는 않는 것이다. 둘째, 개방성 골절은 뼈가 불거져 나오는 경우이며 세째, 생목골절은 뼈가 완전히 부러지지는 않고 세로로 갈라지는 것이며 네째, 분쇄골절은 뼈가 작은 조각들로 부서지는 것이다.
  아주 최근까지 골절은 주로 석고와 시간으로 치료했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엉덩이뼈가 부러져 6개월간 침대에 누워 있으면 건강이 전반적으로 악화돼 폐렴에 걸리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죽기까지 했다. 오늘날의 정형외과 의사들은 환자들을 가능한 한 빨리 침대에서 벗어나게 하려 하고 있다. 뼈의 접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그들은 핀과 나사, 판 등을 사용한다. 굳어진 팔굽이나 손가락, 무릎 등을 치료하는 데는 인공관절을 이용한다. 부서진 엉덩이뼈에는 주로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만든 공이나 구멍을 설치한다. 어떤 소녀가 자신의 키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대퇴골을 8cm가량 잘라 내서 키를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리 뼈를 잘라 내는 것은 좋은 일이 못된다. 너무 키가 작다고 생각할 때는 뼈들을 늘일 수 있긴 하나 그 과정은 매우 어렵다.
  정형외과 의사들이 하는 일이 대단해 보이긴 하지만, 진짜 치료는 내가 하는 것이다. 나의 골아세포들이 생산을 가속화하여 교원질을 뿜어내면 이 교원질이 석회화되어 뼈가 된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흥미로운 수리공들을 거느리고 있다. 나의 파골세포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 세포들은 뼈를 '파괴'한다. 즉 거친 끝부분들은 다듬어서 원래의 뼈 모양으로 조각하는 일을 돕는다.
 우리 뼈들에게도 갖가지 병이 생길 수 있다. 가장 고약한 병 중 하나가 재생불능성 빈혈인데 이것은 우리의 골수가 혈액을 만드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과도한 방사선이나 갖가지 독물이 이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원인불명으로 생기는 수도 있다. 의사들은 단지 수혈을 하거나 골수이식을 할 수 있을 뿐이고 또 우리 뼈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스스로 치유되기를 빌 수 있을 뿐이다.
  관절염 관절에 염증이 생기거나 관절이 굳어지는 것 은 또 다른 골칫거리다. 굳어진 관절을 대체하는 수술이 결정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테니스 선수의 팔굽이나 바텐더의 어깨, 하녀들의 무릎 등에 생기는 활액낭염은 뼈의 병으로 볼 수도 있을지 모르나 엄밀히 말해서 그것은 뼈의 병이 아니다. 관절은 쿠션 및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작은 주머니 활액낭 들을 가지고 있다. 때때로 이 주머니들에 염증이 생긴다. 조는 어깨가 뻣뻣해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것은 가벼운 활액낭염이었다.
  우리 뼈들은 또한 암에 걸리기도 한다. 감염도 걱정거리다. 세균은 혈류를 타고 우리에게 침범하는데 부근의 상처로부터 들어오거나 골절이 생기 때 우리를 침범한다. 그러한 침범은 골수염이라 부리는 뼈의 염증을 가져오는데 이 역시 매우 고약한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의사들이 우선 세울 수 있는 방비책은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조는 아직 들어 본 적이 없을지 모르지만, 그 증세가 어느 정도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뼈의 질병이 있다. 골다공증이라는 병이다. 조가 20대가 되었을 때 우리 뼈들은 그 밀도와 강도가 절정에 달했었다. 그 후 천천히 칼슘과 저장된 다른 광물질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저장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의 광물질을 혈액 속으로 흘려 보냈고 콩팥은 그것들을 다시 밖으로 내보냈다. 우리는 밀도와 강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는 47살인 지금도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훗날 그가 골다공증으로 고통을 받게 될 가능성은 열 가운데 하나 정도가 된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정이 그의 부인 제인의 경우에 있어서는 훨씬 심각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폐경기가 되어 난소의 기능이 정지되면 광물질의 유출이 가속되기 쉽다. 제인이 65살쯤 되면 척추, 엉덩이, 손목 등이 약해지기 때문에 낙상을 할 경우 그전 같으면 타박상에 머무를 것이 골절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화석의 뼈들은 수천만년이나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인류의 뼈조각들이 지금도 발굴되고 있다. 이것을 우리의 공적으로 돌려주기 바란다. 우리 뼈들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조의 신체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 더 오래도록 원형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그외 정보 >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0.08.22
  (0) 2020.08.22
척주  (0) 2020.08.22
전립선  (0) 2020.08.22
방광  (0) 2020.08.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