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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상식

전립선

by Healing New 2020. 8. 22.

  나는 조의 신체 중에서 가장 말썽 많은 기관 중의 하나이다. 말하자면 조물주가 책임을 통감해야 할 실패작이다. 나는 크기는 조그만 밤톨만하고 적갈색을 띠고 있으며 갖가지 말썽을 일으킨다. 나는 매일 밤, 몇 번이고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하여 조로 하여금 밤잠을 설치게 하는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요독증으로 그를 죽일 수도 있다. 만약 조가 늙도록 오래 산다면 나는 암에 걸릴 위험이 폐보다 훨씬 높은 기관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몇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나는 조가 원만한 성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다분히 내 덕분이다. 나는 조의 정액을 저장하는 주된 창고인 전립선이다. 내가 없으면 임신이 될 확률은 0에 가까워질 것이다. 한번 사정할 때마다, 조의 고환에서는 2억 개 이상의 정충세포가 쏟아져 나온다. 내가 맡은 일은 그들 정충들을 수천 배로 희석시킬 액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 내는 액체는 대단히 특별한 것으로 그 안에는 연약한 정충에게 영양으로 공급될 단백질, 효소, 지방, 당분과 여성의 나팔관의 극심한 산성을 중화시킬 알칼리성분, 그리고 정자가 난자를 향해 헤엄쳐 갈 수 있게 하는 액체성 매개물질이 들어 있다.
  나는 조의 하복부, 바로 방광의 목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조가 사춘기에 이르기까지, 나는 아먼드만했다. 그러다가 신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나도 조를 소년에서 성인 남자로 변화시키라는 호르몬의 신호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크기로 자라났고 작은 포도송이처럼 생긴 분비선에서는 정액을 생산해서 나의 근육이 잘 발달된 작은 주머니에 비축하기 시작했다.
  성적인 흥분을 느낄 때, 나는 저장된 정액을 언제 비워야 하는지를 어떻게 아는가?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조의 척수의 맨 아래쪽 끝 부분에서 내리는 명령에 따를 뿐이다. 명령이 전달되면 내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일어난다. 우선 방광 목 부분의 괄약근 판막이 꽉 닫혀서 오줌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그리고 파도와 같은 근육수축이 나에게 일어난다. 이같은 수축현상은 나와 바로 이웃해 있으며 땅콩 두 개가 연결된 것과 같은 형상을 한, 정충의 저장고인 두 개의 정낭에서도 일어난다. 정낭은 찻숟가락 하나 정도의 정액 중 20%를 공급하며 그 나머지는 내가 분비한다. 그 혼합액은 조의 요도(요관)를 통해 사출되어 제 운명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구조적으로 상당히 잘못되어 있다. 나는 세 개의 엽, 다시 말해 한 개의 캡슐 속에 나란히 싸인 세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앙 부분을 작은 요관이 지나고 있다. 조는 이 요관을 통해 그의 방광에 가득 차 있는 오줌을 배설하는 데 이 부근에 어떤 고장 감염, 염증, 암 따위 이 발생하여 정립선이 부어 오르면 이 엽들이 비대해져서 오줌의 흐름을 막아 갖가지 고통을 일으킨다. 부분적인 장애만 있어도 오줌이 방광으로 되돌아가 고이는데 때때로 세균이 침입, 번식하여 심한 감염을 일으키게 된다. 더욱 심한 경우에는 요관이 완전히 막혀 버린다. 오줌이 신장으로까지 역류하여 혈류로 흘러 들어가 요독증을 유발시킨다. 서서히 죽게 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다.
  조가 늙어 갈수록 고환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의 분비량은 감소한다. 그렇게 되면 나도 소년의것만한 크기로 오그라들어야 마땅할텐데 이상하게도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나는 점점 더 커져서 심할 때는 그레이프프루트(귤 비슷한 과실로 직경이 10 15cm됨 편집자주)만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비대증은 암성과 '양성' 두 종류가 있는데 양성이라 할지라도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아직까지 조는 운이 좋은 편이다. 내가 여전히 정상적인 크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지 않아, 거의 틀림없이 나는 서서히 커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머지 않아, 거의 틀림없이 나는 서서히 커지기 시작할 것이다. 50세에 조의 전립선이 확대될 확률은 20%, 70세가 되면 50%, 80세가 되면 80%까지 올라간다. 비대증세는 왜 새길까? 나도 모른다. 그러나 고자나 거세된 남자들에게는 비대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점으로 보아 성호르몬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전립선의 비대 그 자체만으로 조가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간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가 요도를 압박할 만큼 비대해지면 조의 오줌 줄기가 가늘고 약해질 것이다. 감염이 되기 시작하면 타는 듯한 감을 느낀다. 또 오줌이 자주 마렵고 방광이 깨끗이 비워지지 않은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나는 그로 하여금 즉시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독촉한다. 그가 나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20에 하나꼴에 불과하다. 의사는 염증이 있는지, 감염이 되었는지부터 확인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거의 틀림없이 술, 후추가루, 커피, 차등을 금하라고 권할 것이다. 이 금기 식품들은 오줌에 자극성 물질을 흘려보내 요도가 아주 막혀 버릴 수 있다.
  폐색현상이 일어나면 정말 큰일이다. 우선 요관을 뚫어 배뇨를 시켜 주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고무관을 요도를 통해 방광까지 밀어 넣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의사는 몇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다. 내가 너무 비대해 있으면 외과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또는 더 간단한 치료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는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의사는 연필만한 크기의 기구를 요도를 통해 몸 속으로 집어넣는다. 이 기구에는 불이 켜져 있어 속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전기에 의하여 작동되는 조그만 절단루프가 부착되어 있어 요관을 막고 있는 조직을 파내다. 또 다른 방법은 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조직을 애화질소로 얼리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얼었던 조직은 죽어서 떨어져 오줌에 섞여 배설된다. 조는 이러한 치료법이 남자로서의 기능을 상실케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양성 전립선비대증으로 외과수술을 받은 5명중 4명은 성능력을 변함없이 유지한다. 물론 대개의 경우 임신시킬 능력은 없어지지만.
  그러나 양성 비대증이 내게 생기는 가장 위험한 병은 아니다. 나에게 생기는 암은 특히 위험하고 조기발견이 어렵다. 전립선암으로 의사를 찾는 20명 중 19명은 이미 수술로 고치지 못할 정도로 암세포가 퍼져 있다. 또 전립선암은 드물게 일어나는 병이 아니다. 조가 50대가 되면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은 5%가 되고 70대엔 50%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보기만큼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 나에게 발생하는 암은 보통 서서히 자라며 몇 주 혹은 몇 달만에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급히 퍼지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조는,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치명적이 아닌 전립선암에 걸린 채, 다른 질병 즉 심장질환이나 동맥경화, 당뇨병 등으로 사망하여 무덤에 묻힐 가능성도 크다.
  또한 나에게 생긴 암이 수술시기를 놓쳐 버렸을 경우에도 비외과적 치료법으로 생명을 건지는 수도 종종 있다. 나에게 생긴 암이 자라려면 남성 성호르몬의 자극이 필요한 것 같다. 따라서 일단 이 자극이 제거되면 거세에 의해서건 여성호르몬의 투여에 의해서건 간혹 고통이 사라지고 정력이 회복되며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 방사선 치료로도 암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호르몬치료와 병행하면 효과가 크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의학적 치료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만도 매년 1만 700여 명의 남자가 전립선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조가 이 희생자 대열에 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도 방법은 많다. 조는 신체검사를 받을 때. 혈청산성포스파타제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정상적인 경우, 이 테스트에 의해 검출되는 효소는 대체로 전립선에만 있다. 만약 혈액에서 이 효소(산성포스파타제)가 다량 검출된다면 나의 세 엽을 싸고 있는 캡슐이 찢어져서 효소가 혈류 속으로 섞여  들어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것은 암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매년 한두 차례씩 직장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검사는 신체검사 도중에 단 1분만 할애하면 되는데 전립선암을 외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게끔 조기진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의사가 촉진을 할 때, 손가락에 부드럽고 탄력있는 나의 원래의 조직과는 달리 딱딱하고 단추만한 크기의 작은 혹이 만져지면 다른 방법으로 진단하여 암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기 전까지는 일단 암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사실 5명 중 3명은 암이다.) 좀더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의사는 조의 하복부를 절개하거나 속이 빈 바늘을 이용해서 조직의 중심부를 조금 떼어낸다. 암일 경우에는 나를 통째로 제거해야 한다.
  나로 인해 야기되는 불행을 피하기 위해 조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을까? 유감스럽게도 이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오줌이 자주 마렵거나 타는 듯한 감을 느끼거나 오줌이 잘 나오지 않거나 하면 조는 하루 빨리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직장검사를 1년에 최소한 1회, 가능하면 3회쯤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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