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성반응의 생리적 이벤트인 발기, 누정(漏精:emission),
사정(ejaculation), 극치감(orgasm)은 상호 밀접한 연관성이 있지만
병적 상황에서는 각각 독립적인 현상이다. 한때 누정과 사정 그리고
오르가즘은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해 왔으나 실제론 각각 별개의
현상이다.
누정이란 부고환과 정관의 수축으로 시작되며 이 수축성 파동이
성숙된 정자를 후부요도로 밀어짜내는 현상이며 사정은 전립선의
율동적 수축과 사정근육의 강력한 수축으로 정액 덩어리가 체외로
힘차게 사출되는 현상이다.
오르가즘은 대뇌에서 감지되는 독특하고 강렬한 경험이며 개인차가
많다. 그러나 그 생리적 메카니즘은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심리적 상황이나 성욕(libido), 삶의 스타일(life style)이 정액 방출과
사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남자가 정액을 사출하기 직전에 요도 뒤쪽에서 액체가 모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감지하면서 사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사정
절박감을 갖게 되는데 이 시점이 바로 누정의 순간이다. 누정의
순간에는 정액과 소변이 섞이지 않도록 방광의 출구가 자동으로
닫히고 요도괄약근까지 순간적으로 폐쇄되어 후부 요도내로 밀려나온
정자가 일종의 압력실 효과(pressure chamber effect)를 나타내어
금방이라도 곧 사정할 것 같은 급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즉시 요도 괄약근이 열려 전립선, 정낭, 요도 주위의 모든 근육들이
일시에 리드미컬하게 수축되어 정액 덩어리가 몸 밖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이때 정액의 사출력은 요도 끄트머리에서 30∼60cm 정도의
세기이며 오르가즘시 느끼는 쾌감의 일부는 바로 이 사출되는 정액의
양(semen bolus)과 요도를 확장시키는 정도와 관련이 있다.
이와같은 누정과 사정은 일차적으로 교감 신경에 의해 저절로
콘트롤되며 누정 센터는 열 번째 흉수와 두 번째 요수 사이에 있고
사정 센터는 두 번째 천수와 네 번째 천수 사이에 존재한다.
<1> 다접하되 쏘지말라! 접이불루의 허실
남자는 사정하기 위해 섹스를 한다. 사정에 수반되는 극치감이
섹스의 목적이며 지향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정과
극치감은 결코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귀중한 성생리 현상이다.
성적 쾌감이 누적되어 더 이상 체내에서 감당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면 극도로 고조된 성적 긴장을 일시에 폭발시키며 무아의 발작을
일으키는 현상이 바로 사정이다.
동양의 성서(性書)라는 "소녀경"은 접이불루(接而不漏)를 장생의
수단으로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이 생략된 성행위는 진정한
의미의 섹스가 아니다.
여성과 자주 접촉하되 사정하지 않는 행위는 본능을 거역해야만
하는 고통을 요구하며 인간성이 결여된 성놀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접이불루를 실행하는 남자들은 사정을 하게 되면 곧 상대
여성의 몸에서 떨어지고 싶지만 사정을 억제한 상태에서
성행위를 그만두면 상대 여성이 항상 새롭게 느껴지고 마음만
먹으면 몇 번이라도 연달아 섹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건 그렇다. 생명의 존재를 실감하는 극도의 쾌감을 분출해 내는
사정쇼가 지나면 축제 뒤의 허전함처럼 일정시간 동안 성적으로 전혀
반응하지 않는 불감응기(不感應期)라는 생리현상으로 이어 진다. 이
시기에는 성욕이나 성 실행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되기 때문에 여성의
나신이 더 이상 성적 자극원이 되지 못한다.
사정 직후의 남성은 오히려 여성의 몸에서 떨어지고 싶어한다.
여성이 지겨워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필연적
현상이다. 밀착되어 몸부림치며 쥐어짜내는 사정 직전의 상황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마치 산정(山頂)을 정복한 후 성취감의
희열을 느끼는 순간 낭떠러지로 굴러 추락하는 꼴이다. 추락한
남성이 어찌 정상 정복의 쾌감에만 계속 젖어 있을 수 있겠는가?
사정하지 아니한 채 그냥 철수한 음경은 목적을 이루지 못한
미수상태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한 제시도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산정을 조망하면서 휴식을 취하며 느긋하게 쉬엄쉬엄
등반하는 산행의 여유와 비슷하다.
그러나 접이불루는 인간성이 결여된 성행위라는 것이다. 오히려 성적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성기 및 그 부속기관의 울혈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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