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은 왜 생기나? 이 말은 외래에서 가장 자주 대하게 되는 질문 중의 하나
다. 가장 당연한 질문인 듯하면서도 가만 생각해 보면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에게서는 잘 듣게 되지 않는 질문 중 하나이며 또한 오랫동안 경
련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았던 환자일수록 자주 묻는 질문으로 이 병을 가진 사
람들이 얼마나 심한 마음 고생을 해 왔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질문에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의사도, 들은 환자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3명 중 한
명 정도에 불과하여 그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으며 알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확실하게 치료되기를 바라는 환자들은 간질을 치료할 수 없는 병으
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원인을 제거하는 것만이 최선의 치료
는 아니다. 현대의학은 아직 간질이 왜 일어나는지를 완전히 규명하지는 못했지
만 뇌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많은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현상을 일정 기간 효과적으로 억제함으로써 만
족할 만한 치료효과를 얻고 있으며 따라서 간질은 치료될 수 있는 질병으로 인
식이 바뀌고 있다.
간질은 유전되는가?
우리가 흔히 쓰는 암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암, 즉 위암, 폐암, 자궁암, 유방암
등을 모두 통칭하는 말이듯이 간질이라는 말도 하나의 단일한 병을 지칭하는 것
은 아니다. 따라서 특성과 치료 방법, 예후 등에 따라 수십 가지로 분류(이를 증
후군으로 분류하기도 함)할 수 있는데, 그 중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인,
즉 5-6가지의 증후군만이 유전적인 성향을 보이며 이 경우에도 이들 환자에서
불과 6-15%의 자녀만이 간질을 갖게 되므로 '간질은 유전적 질환이다'라고 단정
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유전적 성향을 갖는다' 혹은 '유전적 소인을 갖고 있다'라
고 말하는 것이 옳다. 또한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유전적 소인을 갖는 몇
가지 유형의 증후군은 대부분 나이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것이 많아서 사춘기가
지나면 자연히 없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항경련제에 위해서 잘 조절되는 경
우가 많아서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전체 간질 환자들을 대사으로 보면 자녀가 간질로 나타날 확률은4∼
6%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그다지 높지 않ㄴ은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앞서
설명한 대로 유전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대부분 양성 경과를 취하며 또한 항경련
제에 의해 잘 조절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상생활이나 학습 등에 영향을 주지 않
는 경우가 많다.
경련발작의 응급조치?
이 병이 가진 가장 큰 특성 중의 하나는 다른 만성질환과는 달리 경련발작이
일어나지 않는 기간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건강하며 따라서 전혀 그
런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로는 보이지 않던 사람이 느닷없이 경련성 발작을 하게
되면서 그 당사자로 하여금 엄청난 낭패감을 느끼게 만들고 결국 스스로 사회적
으로 소외되게 만드는 아주 고약한 병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때로 환자 자신이 경련 직전 느끼는 경우도 있어 어느 정도 대비할 수도 있다)
경련발작이 일어났을 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해주어야 할 가장 필수적인 조
치로 다음과 같은 것에 유의하여야 한다.
1. 환자가 무의식 상태에서 쓰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위험한 물건이 없도록
주변을 치워준다던가 혹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 넥타이나 혁대, 웃옷의 단추를
풀어 주어 호흡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2. 이 때 환자가 호흡이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또는 혀를 깨문다고 하
여 필요 없는 이물질을 입 안에 넣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잘못 부러
진 이빨이나 이물질이 기도를 막거나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혹은 그 과정
에서 손가락을 다치는 등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로 금하여야 한다.
3. 대(大)발작시에 호흡이 거칠어지고 입술이 파래지는 등 위험한 것처럼 보이
더라도 의식이 회복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경련발작이 게속되는 경우(중첩 간질,
매우 드물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수분내에 회복이 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 경련발작 후 의식이 돌아오기까지 한참 동안 제 정신
이 아닌 상태에서 위험한 돌발적 행동을 할 수 있으므로 경련발작 후 완전히 주
변을 인지할 수 있을 때까지 면밀히 관찰한 후 환자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 중요
하다.
간질은 치료될 수 있는가?
간질의 치료는 내과적 치료가 원칙이며 일반적으로 일차진료 의사에 의해 10
명 중 반수의 환자가 경련발작이 잘 조절되며 나머지 반수의 환자만이 좀더 전
문적인 진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 경우 좀더 전문적인 진료에 의해 좋아질
수 있는 환자의 수는 나머지 반수의 환자 중 3명 정도로 따라서 10명 중 약 7명
이 적절한 항경련제만으로 일상생활이나 학습에 지장이 없이 건강한 사람들과
다름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생각과는 달리 항경련제에 의해 경련발작이 잘 조절되는 간질이
난치성으로만 생각되어 온 이유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차진료에서 적절히 조
절되지 못한 간질 환자들을 진료할 적절한 간질 전문 진료기관이 없으므로 해서
상당수 환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난치성으로 누적되어 왔던 것이 포함될 것으로
생각되며, 최근에는 의료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많은 의료기관에서 간질에
대한 전문적인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어 간질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간질의 수술적 치료
상기에 언급한 대로 10명 중 8명 정도는 항경련제에 의해 잘 조절되며 나머지
1∼2명은 항경련제로 잘 조절이 되지 않는 난치성 간질 환자로 남게 되는데 이
들 중 약 반이 수술적 치료의 적응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이 수술적 치료를 고려
하게 되는 경우는 충분한 기간 동안, 최대한의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행했음에도
간질서 발작의 조절에 실패한 경우로 무조건 처음부터 수술을 권유하는 것은 아
니다.
간질의 수술은 당연히 간질의 병소를 확인하여 제거하는 것이나 간질 병소의
확인은 어느 한 검사가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그 결과를 상호 보완하여 결정하게 되므로 수술 전 검사 과정이 다
른 어떤 수술보다도 복잡하고 때로는 여러 단계의 수술 전 검사가 필요하여 환
자나 의사가 갖는 부담이 대단히 크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검사결과에 따라 수
술을 포기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게 되므로 수술 전후 환자 및 보호자가 검사 과
정과 예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술의 예후는 수술 전 검사에 따라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열 명 중 7∼8명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되어 간질 환자의 내과적 치료까
지 고려할 때 10명 중 8∼9명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지장이 없이 사회에의 복귀
가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술을 해서 경련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었다 하더라도 어
느 정도의 일정 기간 이상 항경련제의 복용이 필수적이며 항경련제의 중단도 수
개월에 걸쳐 천천이 감량하여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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