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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상식

인후

by Healing New 2020. 8. 21.


  조가 아침식탁에서 "잘 잤니" 하고 아침 인사를 할 때 그 소리를 내는 데 필요한 기계적 및 전기적 작용과 복잡한 통제기능은 우주선의 복잡성을 무색하게 한다. 조가 음식물을 한 숟갈 삼킬 때에도 정확한 시간에 맞춰 또 다른 일련의 작용이 일어나면 그 정확성 여하에 따라 조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이러한 경이로운 일을 맡아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는 나를 코와 폐, 입과 위를 연결하는 불그스레하고 짤막한 호스쯤으로 생각한다. 대개 그는 내가 아플 때에나 나를 의식한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써서 나를 그저 조의 인후라고 부르기로 하자. 정원에 물이나 주는 호스라고? 천만의 말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화물의 기체, 액체, 고체로 분류하고 그 분류에 따라 화물을 운반하도록 설계된 정교한 전철장치를 갖춘 극히 복잡한 수송시스템이다.
  나는 조가 태어날 때에 이미 하나의 완성된 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었다. 내가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 세상에 나와 처음 마신 우유 한 모금에 질식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지금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내가 언제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덕분이다. 만약 무언가가 나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기라도 한다면, 그는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예컨대 조가 고기 한 점을 삼키려고 할 때, 누가 웃기면 나는 그것을 위로 운반하지 않고 기관속에 빠뜨려 숨통을 막아 버리고 만다. 조는 마치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처럼 쓰러질 것이며 누가 재빨리 그 고기덩어리를 빼내 주지 않는다면, 생명을 잃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대체로 나는 모범적인 행동을 한다.
  나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는 나의 구조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풀어가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조의 목은 신경조직, 혈관, 척추 및 기타의 여러 부분들로 그야말로 교통혼잡을 빚고 있는데, 나의 관들이 바로 그 속에 자리잡고 있다. 첫째번 관은 코의 뒷부분에서 후두융기 뒷부분까지 연결되어 있는 13cm 길이의 인두인데, 윗부분이 넓어서 깔대기 모양과 흡사하다. 다음 관이 나의 주전철 지점인 후두인데, 이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교통정리를 할 뿐 아니라 조의 발성기관의 주요 부분으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위에서 보면 야구배트를 약간 닮은 4.4cm 정도 길이의, 끝이 좁은 실린더 모양을 하고 있는데 복잡하게 배열된 9개의 연골이 점막으로 덮여 있으며 인대에 의해 한데 묶여 있다. 조의 목에 그것의 일부가 튀어나와 있다. 이것을 후두융기 또는 결후라고 부른다. 그 밑으로 또 두개의 관이 있는데 위로 연결되는 식도와 폐로 연결되는 기관이다. 둘 다 직경이 2.5cm 정도이다.
  내가 어떻게 일을 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선 조가 음식 삼키는 것을 살펴보기로 하자. 음식을 다 씹고 나면 조의 혀가 그것을 입 안 뒤편으로 옮겨 준다. 이때 목젖 입천정 위쪽에 매달려 있는 작고 붉은, 손가락처럼 생긴 것 이 일어서서 콧구멍으로 통하는 통로를 막아 준다. (이렇게 목젖이 막아주지 않으면 조의 코로 수프가 뚝뚝 떨어질 것이다.) 그 다음에는 혀가 둥글게 구부러지면서 음식을 밀어붙여 아래로 내려보낸다.
  나는 조가 음식을 삼킬 때 그것이 기관으로 들어가지 않게 막아주는 특별한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 음식을 삼킬 때 후두 융기를 만져 보면, 조는 그것이 위로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기관 위에 정확히 덮여 있는, 아래 위로 여닫히는 밸브(후두개)가 닫히는 신호이다. 따라서 입안 가득한 음식은 안전하게 기관 옆을 통과, 25cm 길이의 음식용 통로, 즉 식도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근육이 잘 발달 되어 있는 식도는 꿈틀꿈틀하는 율동적인 운동을 하면서 그 음식을 밀어서 위까지 운반한다.
  음식물은 위 속으로 직접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떨어진다면 조는 심한 소화불량에 시달릴 것이다. 조가 음식을 먹으면 나는 식도와 위가 연결된 곳에 있는 밸브 모양의 근육을 닫았다 열었다 하면서 위가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을 만큼의 음식만 적당한 간격으로 통과시킨다. 만약 조가 게걸스럽게 너무 먹으면 많은 음식이 쌓이므로 일싲거으로 그는 약간 답답한 만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때로는 밸브의 작동이 갑자기 멈춰 위산이 위쪽으로 새어 올라와 식도의 섬세한 피막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정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백 번씩 조는 음식이나 음료수, 그리고 침을 아무런 문제 없이 삼키고 있다.
  소리는 어떻게 내는 것일까? 조는 나의 성대를 폐에서 나오는 바람에 의해 진동하는 바이올린 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는 성대는 조가 휘파람을 불 때의 입술처럼 조의 소리의 높이가 변하는 데 따라 닫혔다 열렸다 하는, 번쩍번쩍 빛나고 희끄므레한 입술 모양에 더 가깝다. 성대는 복잡미묘한 근육시스템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서 낮은 소리를 낼 때는 넓게 열리고 높은 소리를 낼 때는 좁게 닫한다. 조가 음식을 삼킬 때는 성대는 완전히 막힌다. 음식을 먹을 때 조가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의 성대가 알맞게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것 폴립, 종양, 염증 등 이 있으면 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조가 축구장에서 소리를 질렀을 때 목이 쉬는 것은 성대가 지쳐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너무 맹렬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정치인이나 너무 많이 출연하는 가수에게도 쪽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나의 음성기관은 또한 감정을 반영하기도 한다. 격노한 상태에서는 조는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성대의 마비현상은 졸업생 답사를 해야하는 중학생들에게도 종종 일어난다.
  후두에서 입술까지, 18cm 정도의 길이인 나의 소리 관은 소형 파이프오르간과 같은 기능을 한다. 폐에서 나오는 공기가 나의 성대를 통과하면서 내는 소리는 성대가 열려 있는 정도와 성대 가장자리에 있는 질긴 섬유질의 진동대가 얼마나 팽팽하게 펼쳐져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조가 중얼거리는 낮은 소리에서 비명소리와 같이 높은 소리로 목청을 높여 갈 때, 진동대는 0.6cm 정도 더 펴진다. (훈련을 쌓은 오페라 가수의 진동대는 거의 1.3cm까지 펴질 수 있다.) 내가 내는 소리는 거칠고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이며, 마무리작업은 입술, 혀, 비관, 구개등이 한다.
  내가 갖추고 있는 또 다른 장비인 편도선을 소개해야겠다. 이들 작은 임파선을 나는 4개 갖고 있고, 또 다른 하나 즉 아데노이드는 조의 비관속에 들어 있다. 쌍을 이루고 있는 나의 인문 편도선은 조의 목구멍 입구에 보인다. 이 편도선들을 절제해 버리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그보다 훨씬 아래쪽에 있는 설편도선은 보통 때는 크기가 녹색 완두콩만하지만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
  실제로 편도선절제수술은 포경수술 다음으로 많이 행해지는 수술이다. 의사들은 한때 편도선을 아무 쓸모없느 진화과정의 잔존물로 생각했고, 부작용에 대한 아무런 걱정없이 그것을 잘라냈다. 요즘에 와서는 편도선을 절제하면 절제하기 전보다 상기도에 더 많은 이상이 생긴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의사들도 단순히 편도선이 붓는다고 수술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데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나는 나의 편도선이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소낭 속에 자리잡고 있는 편도선들이 침입하는 박테리아를 덫으로 잡으면, 마치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파리를 잡아먹듯 혈액 속의 식세포가 이들 박테리아를 잡아먹어 버린다. 편도선이 감염되면 염증이 생기고 붓지만 그것은 편도선이 중과부적으로 병균들에게 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작지만 용감한 이들 수비병을 제거해 버리는 것보다는 잘 보살펴서 건강을 되찾게 해주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 질벼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의 4분의 1이 인후에 고장이 생긴 사람들이라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공기나 음식물을 통해서 나는 항상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에 노출되어 있다. 나의 편도선들이 그들을 파괴해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나의 관을 덮고 있는 점액도 그것들을 잡아 쓸어 버리려고 애쓰고 있다. 그것은 끝없는 전쟁이다. 어쩌다 침략자들이 이기면 조는 인후염을 앓게 된다.
  나의 후두는 이들 침략자들의 주공격 목표이다. 후두를 자극시키는 것으로는 유독한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담배연기 등 수없이 많다. 그러한 자극을 받으면 흔히 후두염이 생긴다. 조의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속삭이듯이 작아지며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기도 한다.
  기침은 조의 가장 중요한 반사작용 중 하나이다. 기침을 '인후를 지키는 개' 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아주 정확한 표현이다. 기침은 나를 자극하는 것들 그것은 '길을 잘못든' 콧물일 수도 있고 음식물이나 음료수 또는 담배연기일 수도 있다 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주요 장치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나는 공기를 모아 그것을 시속 320km로 내보냄으로써 그 골칫거리를 쫓아 내려고 한다.
  나의 후두는 암이 좋아하는 목표물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진행속도가 느린 이 암은 가장 쉽게 탐지되고, 코발트치료나 수술을 통해 가장 쉽게 치료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만약 2주일 동안 계속해서 목이 쉰 채로 있으면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만약 암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어면 후두를 제거해야 한다. 조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식도가 꽉 찰 때까지 공기를 들이마셧다가 그것을 조절해 가면서 토해 내야 할 것이다. 혀와 입술, 치아와 후두등이 그러한 공기의 흐름을 적당히 조정해서 정상적인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전자후두를 붙이는 방법도 있다. 생각하기에도 그렇게 즐거운 일이 못되고 또 여간해서 생기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 나는 이렇게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훌륭하게 일을 해내기 때문에 조는 나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를 정원에 물이나 주는 호스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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