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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상식

by Healing New 2020. 8. 22.

  나는 조의 몸 속에 있는 미운 오리새끼이다. 다른 기관들은 아주 겸손하게 처신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꾸르륵꾸르륵 소리를 내서 그를 당황케 하는가 하면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너무 과도하게 활동하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활동을 너무 안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방법으로 조에게 나의 존재를 끊임없이 인식시킨다. 나는 길이가 8m인 조의 장관이다.
  조는 나를 그의 몸 속에 코일처럼 감겨 있는 관쯤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간단한 존재는 아니다. 정교한 식품가공공장이라고 하는 것이 나에 대한 가장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조는 자기가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그를 먹여 살리고 있다. 그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물들은 그의 혈류 속으로 직접 섭취되면 방울뱀의 독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것을 혈류에 섭취되어도 괜찮은 성분으로 바꾸어 몇 조 개에 달하는 그의 세포에는 식량을, 그의 근육에는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것이 바로 나이다. 나는 조가 아침식사 때 먹은 베이컨에 들어 있는 지방질을 지방산과 그리세롤(그리세린의 학명 편집자주)로 변화시킨다. 또 그가 저녁식사 때 먹은 양고기 속의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이긴 감자요리 속의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바꾼다. 나의 이런 화학적인 재주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먹더라도 조는 굶어 죽고 말 것이다.
  밤 껍질이나 셀러리 섬유 같은 셀룰로스를 빼고는 사실상 나는 조가 먹는 모든 것을 소화시키며, 소화시킨 다음에는 그것을 그의 혈액 속 또는 임파계로 보낸다. 나한테 남는 최종적인 폐기물의 반은 수백만 개에 달하는 죽은 박테리아이며 나머지 반은 내가 분비한 끈적끈적한 점액이다. 물론 내가 흡수하지 못하고 남긴 허섭스레기도 폐기물 중의 하나이다.
  나의 구조는 소화작용을 하는 데 아주 적합하게 되어 있다. 맨 앞이 소장인데 이것은 위와 인접해 있는 25cm 길이의 십이지장, 직경 3.8cm, 길이 2.4m인 공장, 이보다 약간 가는 3.6m 길이의 회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에 길이가 1.5m인 대장이 이어진다. 나의 윗부분은 거의 세균의 침입을 받지 않는데, 그 이유는 강력한 위산이 세균을 죽여 없애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아랫부분은 영락없는 세균배양소이다. 50종이 넘는 몇 조 마리가 우글거린다. 
  소화는 물론 조의 입과 위에서 시작된다. 입은 음식물을 갈고, 위는 그것을 휘저어 섞는다. 이렇게 해서 크림수프 정도로 반죽이 된 음식물은 수문장인 밸브를 통해 나에게로 분출되어 들어온다. 조가 마신 물은 10분 후면 나한테 도착하지만, 돼지고기는 4시간쯤 걸려야 나에게 닿는다. 위가 나한테 전달해 주는 음식은 강한 산성이다. 만약 내가 그것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받으면, 산이 나의 안쪽 벽에 상처를 입힐 뿐만 아니라 아주 중요한 나의 소화효소의 활동을 멈추게 한다.
  나는 그 산을 제법 솜씨있게 처리한다. 나의 십이지장은 세크레틴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조의 혈류 속으로 흘러 들어가서 조의 췌장을 자극, 즉각 알칼리성 소화액을 분비케 한다. 이 소화액 하루에 1퀴트(1.14ℓ) 정도가 분비된다 이 십이지장 속으로 흘러 들어와 산을 중화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중단되면 조는, 그가 '위'궤양이라고 부르는 것에 걸리기 쉽다. (실제로 이런 궤양은 거의 75%가 십이지장에 발생한다.) 췌장액에도 역시 단백질, 지방질 및 탄수화물을 기본적인 인체구성물질로 분해하는 세 가지 주요 효소가 들어 있다.
  나에게는 여러 곳에서 갖가지 액체가 끊임없이 흘러 들어온다. 하루 2.28의ℓ 침(음식을 적셔 쉽게 삼킬 수 있게 하고 전분의 소화를 돕는다)을 비롯, 위에서 3.4ℓ의  위액(음식물 속의 박테리아를 파괴하고 우유를 엉기게 하며 단백질을 분해한다)이, 간에서는 담즙(분자수가 큰 지방질을 작게 분해해서 췌장효소가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이, 그리고 수많은 선에서 2.28ℓ 이상의 장액이 흘러 들어온다. 이것들을 모두 합하면 대략 2갈론 (7.6ℓ) 이나 된다!
  구경이 작은 나의 세 가족, 즉 십이지장, 공장, 회장의 안쪽 벽은 육안으로 보면 벨벳천처럼 생겼다. 그러나 현미경으로 보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멍과 주름이 보인다. 만약 나의 안쪽 벽이 주름이나 구멍이 없는 반반한 상태라면 흡수표면은 5,400cm²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안쪽 벽의 흡수표면은 실제로는 8,100cm²나 된다. 아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나의 벽에 수백만 개나 돋아 있는, 미세한 손가락처럼 생긴 융모일 것이다. 이들 융모가 하는 일은 나의 내용물에서 가공된 식품을 뽑아내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혈류를 통해서, 지방질은 임파계를 통해서 조의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것이다.
  나의 안쪽 벽은 복잡하게 뒤얽힌 근육 무더기들로 되어 있다. 한 무더기의 근육은 흔드는 운동을 해서(나는 복벽에 느슨하게 붙어 있다) 음식과 소화액을 섞는다. 내가 일을 하는 동안에는 이런 운동이 1분에 10∼15번 일어난다. 다른 무더기의 근육은 파도같이 움직이는데, 이 파동은 나의 내용물을 몇 cm 밀어내린 다음 사라진다. 길이 6m가 넘는 나의 소장이 완전히 휴식하는 경우는 결코 없다.
  나의 소장이 한끼 식사를 처리하는 데는 3∼8시간이 걸린다. 그 다음 나는 남은 묽은 죽을 대장으로 보낸다. 대장은 거기서 수분을 뽑아 혈액 속으로 되돌려 보낸다. 이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조가 소화액을 생산하느라고 하루에 2갈론씩 액체를 상실한다면, 그는 곧 바싹 마른 미이라가 되고 말 것이다. 수분이 추출되고 난 다음에는 반고체 상태의 찌꺼기가 남는데, 나는 그것을 직장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결장에 저장한다.
  정상적인 경우, 수분을 추출하는 과정은 12∼24시간이나 걸리는 더딘 과정이다. 긴장, 약품, 박테리아의 침입 등과 같은 요인은 음식물을 빨리 통과하게 하고, 그러면 수분이 충분히 추출되지 모해 조는 설사를 하게 된다. 근심 걱정이 많거나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활동이 거의 멈춰 버려 조는 변비에 걸리게 된다. 이 둘 중 설사는 심한 탈수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더 위험하다. 설사를 하게 되면 조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나로 인해 조는 갖가지 고통을 겪기는 하지만 다행히도 그러한 고통의 대부분은 대단치 않은 것들이다. 조가 가끔 듣고 당황해하는 꾸르륵거리는 소리는 나의 관 속으로 공기방울이 지나가는 소리에 불과하다. 이 공기는 대개 조가 삼킨 것이다. 그러나 내 스스로 가스를 생산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주로 메탄과 수소이다. 나는 하루에 1.1ℓ가 조금 넘는 양의 가스를 생산하는데 이 가스는 대부분 밖으로 방출해 버린다. 내 속에 가스가 찼을 때 조는 답답한 느낌의 복통을 일으킨다.
  몸 속의 여러 다른 기관들이 그렇듯 나도 조의 기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격렬한 감정은 나의 규칙적인 운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화가 났을 때 조가 식욕을 잃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만을 생각한다면, 조는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 나이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조도 비록 스스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게실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나의 벽이 약해져서 건포도 또는 포도 크기의 작은 방울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증세이다. 감염이 되지 않는다면,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감염이 되면 게실염이 된다. 게실염은 흔히 생기지는 않지만, 아주 위험할 수도 있다.
  장염은 나의 안쪽 벽에 생긴 염증을 말하는데, 그것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화학약품 등에 의해서 생기며 경련, 메스꺼움,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인다. 조는 대장염을 여러 차례 앓았는데 조는 이 병을 '장 인플루엔자'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경우 하루이틀 쉬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면 염증은 가라앉는다.
  궤양성 대장염 나의 대장 내벽에 생기는 궤양 도 나에게 생기는 많은 질병 중의 하나다. 나는 무엇이 그 병을 일으키는지 모른다. 만약 증상이 경미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내 스스로 고칠 수 있지만 심한 경우 궤양으로 나의 결장 벽이 뚫려 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조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다. 만약 그런 경우 그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결장경련도 내게 생기는 병 중 하나다. 이것은 주로 긴장이나 불안에서 온다. 나는 조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며칠 전 그가 큰 계약을 놓칠까봐 전전긍긍할 때도 나는 반응을 나타냈다. 나의 결장은 뻣뻣해졌고, 가벼운 마비를 일으켰으며, 음식을 정상적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의 기분이 진정되자 나는 정상적인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조 역시 자신을 가끔 생기는 변비를 다루는 데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나를 혼자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다. 그는 내가 기분파 기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며칠간 뿌루퉁해 있다고 해서 크게 해로울 것은 없다. 조는 불쾌한 팽만감을 느끼겠지만 나의 폐기물이 그의 신체기관에 해독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나도 중년이 되었으므로 조도 마찬가지지만 예전처럼 효율적으로 음식을 처리하지는 못한다. 한때 나는 그가 무슨 음식을 먹든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도 내가 그에게 바라는 것은 식사습관을 조절해 달라는 것뿐이다.
  솔직이 말해 조가 몇 가지 상식적인 규칙만 지켜 준다면, 우리들은 훨씬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양파, 양배추, 콩 등과 같이 가스를 많이 만들어 내는 음식은 조심해야 하고 부담을 주는 식사, 지방질이 많은 식사는 피해야 한다. 과일, 잎이 많은 야채, 현미 등은 충분히 먹어야 한다. 이들 '부피가 큰' 식품은 나를 자극해서 내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물도 전보다 많이 마셔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큰 피해를 주는 긴장을 피하는 일이다.
  꽤 만은 주문을 한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불평을 적게 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나한테 치러야 할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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