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는 그의 몸 속에 있는 어떤 기관에 대해서보다 나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쓴다. 그는 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나는 하나의 편리한 도구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나는 내가 없으면 조가 하루에 여섯 번 또는 그 이상 식사를 해야 할 것을 세 번으로 지낼 수 있게 해주는 음식 저장고에 지나지 않으며 소화에 관한 한 소장이 진짜일꾼이다. 나는 조의 위이다. 나는 단백질에 작용해서 그것을 폴리펩타이드로 분해한다. 그러나 이 일마저도 최종 마무리작업은 장이 해낸다. 장은 탄수화물과 지방질, 그리고 그 밖의 음식물들도 처리한다.
유감스럽지만 나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생기지는 못한 것 같다. 나의 겉모양은 번들번들한 핑크색이고 안쪽은 미끈미끈한 벨벳천을 구겨 놓은 것처럼 생겼다. 갈빗대 아래쪽 복부에 구겨 넣어져있는 나는 속이 비어 있을 때는 흡사 바람 빠진 풍선 모양이다. 속이 차 있을 때는 나는 조의 몸통을 가로질러 비스듬히 놓여 있는데 위쪽은 크고 아래쪽은 작아서 대충 구근을 닮은 J자 모양과 비슷하다. 나의 용량은 2ℓ 가량 된다. 조의 뉴파운드랜드산 개는 나보다 세 배나 큰 위를 갖고 있다.
조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나는 많은 일을 해서 그가 즐거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나의 대면에는 3,500만 개의 선이 있어서 하루에 약 3ℓ의 위액 주로 염산 을 분비한다. 그산은 나의 또 다른 분비물인 펩신이라는 효소의 활동을 촉진시키며, 이 펩신이 단백질은 소화시키기 시작한다. 펩신이 없다면 조는 그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소화시키느라 애를 먹을 것이다. 나의 선은 다른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또 다른 효소도 분비한다.
사람들은 모두 나를 조가 삼키는 모든 것을 맹렬히 휘저어 섞는 기관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조가 만찬을 들면 음식은 들어오는 순서대로 층층이 쌓인다. 새우 전채요리가 먼저 쌓이고, 다음에 고기, 감자, 야채가, 그 위에 애플파이가 쌓인다. 나는 나의 벽에 닿아 있는 새우부터 처리하기 시작한다. 나의 근욱은 위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파도가 치듯 수축작용을 하여 새우를 소화액과 완전히 섞는다. 새우는 곧 진한 죽이 된다. 나는 이 죽을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는 유문밸브 쪽으로 밀어 내린다. 길이 30cm쯤 되는 십이지장은 소장의 맨 앞부분이다.
여기가 위험한 곳이다. 만약 위액이 십이지장 속으로 많이 흘러 들어가며 그것이 십이지장 멱을 갉아 먹는다. 이 때문에 이곳에 궤양이 가장 많아 생긴다. 그러나 조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나의 우문밸브는 음긱을 조금씩만 내려보내며, 보통 알칼리성인 십이지장인 금방 중화시킬 수 있는 양 이상은 통과시키지 않는다.
이긴 감자요리를 내가 처리하는 데는 2,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고기를 처분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리고 잎이 많은 야채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린다. 정확한 시간은 경우에 따라 큰차이가 나며 조의 기분에도 크게 좌우된다. 앞에서 말한 음식이라면 아마 평균 4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시금치가 들어 잇다면 아마 24시간은 걸릴 것이다.
지방질 음식은 나에게 특별한 문제들을 일으킨다. 조가 아침 7시에 버터와 크림을 섞어 익힌 달걀, 베이컨과 버터 바른 토스트로 아침식사를 했다고 하자. 이와 같이 지방질이 많이 들어오면 십이지장은 나의 근육운동을 더디게 하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 십이지장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십이지장이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양의 지방질을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가 점심식탁에 앉을 때까지도 나는 아직 그가 아침식사 때 먹은 것의 4분의 1쯤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활동을 더디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냉기이다. 만약 조가 아이스크림을 작뜩 먹는다면 나의 체온은 정상적일 때의 37℃보다 섭씨로 11°나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30분간은 모든 활동이 정지된다. 그렇다고 무슨 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내가 특별히 서두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꽤 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간, 심장, 폐 및 신장은 하루 24시간 계속 근무해야 하지만 나는 보통 저녁에 조가 잠자리에 들 때쯤에는 나의 일을 끝낼 수 있다. 따라서 그가 잠들 때면 나도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의문이 생길 것이다. 즉 내가 다른 단백질은 소화시키면서 왜 나 자신은 소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나는 소의 위는 얼마든지 소화시킬 수 있다.) 그 이유는 나의 안쪽 벽이 보호 점액으로 덮여 있지 때문이다. 만약 그 점액을 씻어내 버리면 나는 나 자신을 잡아 먹는 잔인한 짓을 하고 말 것이다.
나에게는 또 다른 놀라운 속성이 있다. 그것은 조의 기분을 반영하는 속성이다. 그가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개지면 나도 시뻘개진다. 그가 놀라서 창백해지면 나도 창백해진다. 그가 축구경기를 보면서 흥분하면 나도 격력한 수축운동을 하며 나의 위액 분비가 3배로 늘어나기도 한다. 또 조가 고기 굽는 냄새를 맡거나 빵가게에서 맛있어 보이는 과자를 보면, 나는 활동을 시작한다. 조는 이것을 배가 고파 속이 쓰린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그의 생각이 맞을는지도 모른다.
조가 의기소침해 있을 때도 나는 그와 기분을 같이 한다. 나의 근육운동은 거의 정지되고 위액도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는 습관적으로 계속 식사를 할 것이다. 그러면 먹은 것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되고 그는 팽만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이런 때 조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스트레스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긴장된 생활은 위산의 분비를 촉진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궤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조가 긴장된 생활을 하고 있을 경우 식사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다. 소화 잘 되는 음식을 조금씩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먹는 것이 위산과다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실 조는 경미한 퀘양을 앓은 적이 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넘어갔다. 이런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조가 대학에 다닐 때, 그는 시험 걱정을 했다. 이로 인해 나의 위산 생산량이 갑자기 늘어났고, 위산은 결국 점막 가운데 약한 부분을 찾아내고 말았다. 조는 몇 차례 쑤시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음식을 잘못 먹어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다. 시험이 끝나면 그의 마음이 가라앉았고 위산의 분비량도 줄어들었다. 그러면 나는 점액을 흘려 내보내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궤양과 암을 제외하면 나에게 어떤 대단한 탈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나는 생선뼈에 긁힌 자국 같은 것은 24시간내에 치료할 수 있다. 피부에 그런 상처가 생겼다면 치료하는 데 1주일은 걸릴 것이다. 오염된 고기를 증류수에 한 조각 넣어 보면 세균들이 맹렬하게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고기 조각을 나의 위액 속에 넣으면 대부분의 세균들은 금방 죽어 버린다. 조가 조심해야 할 대상은 나의 위액 속에서도 죽지 않는 세균들이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을 여행할 때, 조가 음식 조심을 해야 하는 거도 바로 그런 세균들 때문이다.
어떤 것들은 나를 자극시킨다. 후추가 특히 그렇고 그보다는 좀 덜하지만 겨자나 고추도 나를 자극시키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나의 안쪽 벽에 닿으면 나는 새빨갛게 충혈이 된다. 커피, 니코틴, 알콜 등도 나의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며 마티나라도 몇잔 마시면 위산 분비는 배로 늘어난다. 따라서 궤양 환자들은 이런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조에게 그런 음식물을 먹지 말라는 애기는 아니다. 다만 그가 음주나 흡연을 절제해 준다면 나의 생활이 좀더 유쾌할 수 있고, 그러면 나도 그를 위해 좀더 열심히 일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을 따름이다. 그리고 커피가 그렇게도 마시고 싶으면, 크림을 타서 자극성을 완화시켜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약품도 문제거리다. 조는 내가 필요로 하든 않든간에 약 먹기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실상 약이라는 약은 모두 나를 자극시킨다. 나처럼 비교적 건강한 위조차도 예를 들어 아스피린을 과량 복용하면 미량의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나지만 않으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위산과다를 치료하는 조의 특효약 중 하나는 중탄산소다이다. 그러나 그것을 과용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소다는 금방 혈액 속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복용하면 그것은 신장에 큰 부담을 주는 알칼로시스(알칼리과다) 위산과다보다 훨씬 더 두려운 병이다 를 유발시킬수 있다. 마그네시아나 알루미늄화합물 같은 흡수되지 않는 산중화제를 복용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나는 결백한데도 조는 많은 일들의 책임을 나에게로 돌린다. 예를 들면 그의 뱃속에서 꾸르륵꾸르륵라는 소리가 날 때도 그는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린다. 그 소리는 장에서 나는 소리다. 나는 그런 소리를 내는 가스발생기가 아니다. 조가 트림을 하는 것은, 그가 탄산가스가 든 음료를 마셨거나 음식을 급히 먹으면서 공기를 마셨기 때문이다. 만약 천천히 잘 씹어 먹었더라면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가 분별없는 식사를 하거나 술을 과음하면 나는 구토라는 잘알려진 수단을 동원하여 집안 청소를 한다. 기묘하게도 그 기분 나쁜 음식물을 치워 버리라는 신호는 나한테서 나오지 않는다. 그 신호는 뇌에서 오며 신호와 동시에 일련의 격렬한 사건이 벌어진다. 복부와 가슴의 근육이 나를 죄어 짜고 식도 아래쪽 끝에 있는 분문밸브가 넓게 열린다.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흉골 근방이 타는 듯 아픈 통증은 성격이 좀 다르다. 이것은 조가 일례로 맥주를 좀 과하게 마셨는데 유문밸브가 제대로 여리지 않아 내 속을 비울 수가 없는 경우이다. 조는 트림을 해서 가스방울을 일으키는데 나를 자극하는 염산의 일부가 이 가스방울을 타고 식도 아랫부분까지 올라온다. 이것이 가슴의 통증이다. 대단한 병은 아니다.
조는 식후에 운동을 하면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 왔지만 그중 대부분은 잊어버려도 괜찮은 말들이다. 격렬한 운동이 소화작용을 중단시켜 나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벼운 운동은 유익하다. 식사 후 천천히 걸으면 실상 나는 더욱 일을 잘 할 수 있다.
누구나 지켜야 할 하나의 볍칙이 있다. 만약 나한테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이는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한 시간 이상 계속되면 의사를 불러야 한다! 단순한 배탈이라고 생각했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이 아주 많다. 실제로 담낭의 통증을 비롯한 많은 통증의 원천은 바로 나인 것 같다. 그러니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상적인 위에 생긴 탈은 대개 금방 사라진다.
나는 신체기관 중 가장 혹사당하는 기관으로 일컬어져 왔고 아마 실제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구조적으로 혹사되도록 되어 있다. 조가 조금만 나에게 신경을 써 준다면 나는 그에게 평생 동안 탈없이 봉사해 주겠다고 약속을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말고 어떤 기관이 이런 약속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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