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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상식

자궁

by Healing New 2020. 8. 22.

  나는 아랫배의 인대로 매달려 있는 연분홍빛 근육질 주머니이다. 나는 대충 조그마한 배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무게는 약 60g이다. 나를 아기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가정 적절한 표현이기는 하나 그것은 나의 진가를 제대로 평가한 명칭이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우주의 신비의 극치라고 할 만한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몇 개의 세포 송이를, 그것이 수조 개의 세포 복합체 즉, 새로운 한 인간이 될 때까지 보살핀다. 나는 제인의 자궁이다.
  새 생명이 자랄 아늑한 방 구실을 하는 일쯤 대단치 않은 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그 일은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일이며 또 대단히 짜증스러운 작업이다, 사춘기로부터 폐경기에 이르기까지, 매달 나는 임신을 준비하는 정교한 의식을 치른다. 이러한 의식은 400회 이상 치러졌다. 또는 치러질 것이다. 그렇지만 제인의 경우, 임신은 불과 세 번밖에 없었다. 이것은 초대해도 좀처럼 오지 않는 손님들을 위해 화려한 연회를 계속 준비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400번이나 초대했는데 초대에 응한 것은 겨우 세 번뿐이었으니까!
  월 1회의 이 준비작업에는 요란한 화학작용이 따른다. 새 혈관, 새 분비선, 새 조직의 얽히고 설킨 망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인의 난소에서 나오는 에스크로겐 호르몬의 자극으로 나의 속살 피처럼 붉고 벨벳처럼 보드라운 자궁내막 은 두꺼워지고, 나의 분비선들은 세 생명에게 필수적인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확장된다. 주기의 중간에 또 하나의 극히 중요한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나는 속이 빈, 근육질의 기관인데 나의 내부 공간은 찻숟가락 하나 정도의 액체가 들어갈 만하다. 나의 근육은 규칙적으로 수축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축작용은 수정란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나의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서, 제인의 난소는 주기 중간에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임신중 자궁의 발육 성장을 지배하는 난소황체 호르몬의 일종 편집자주)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프로게스테론은 두 가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 호르몬은 나의 내막이 수정란이 착상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는 것을 돕고, 또 이미 에스트로겐에 의해서 자극을 받은 나의 분비선들로 하여금 성장 초기단계에 있는 수정란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분비해 공급하도록 한다.
  나에게는 세 개의 통로가 있다. 두 개의 나팔관이 나의 윗부분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들은 제인의 난소에서 매달 한 개씩 배출되는 난자가 들어오는 통로이다. 나의 또 하나의 통로는 나의 경부 즉 목을 통과하는 밀짚 모양의 터널이다. 이것은 남성의 정자를 받아들이는 나의 입구이자 아기를 내보내는 출구이다. 제인의 난소에서 난자가 배출될 때, 나의 경부는 남성의 정자가 난자를 향하여 헤엄쳐 올 수 있는 '강물' 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점액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렇게 되면 나는 이제 수정란을 받아서, 새 생명을 양육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셈이다. 그러나 수정란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내가 마련해 놓은 새로운 조직, 분비선, 혈관 등은 모두 폐기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제인은 월경을 하게 되는데 월경을 하면 모든 것이 정상상태로 돌아간다.
  나의 극적인 순간은 제인의 첫 아이와 함께 찾아왔다. 마침내 나의 기량을 보일 기회가 왔던 것이다. 난자가 수정되어 세포분열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나팔관 속을 유유히 떠내려오는 동안, 불어나는 세포들은 하나의 식량공급원 알의 노른자위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수정된 난자가 도달할 무렵에는 바닥이 나게 되어 있었다. 든든한 영양 공급원이 신속히 발견되지 않는 한, 이 미세한 생명이 살아남을 전망은 어두워 보였다. 그러나 전에도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죽음이 임박했을 무렵, 수정란은 미세한 촉모를 펴서 나의 내막에 붙었다. 이제 수정란은 안전하고, 따뜻하고, 먹을 것 걱정이 필요 없는 보금자리를 갖게 된 것이다.
  까다로운 나의 새 손님을 먹이기 위해서 이것은 하루 24시간씩, 9개월 동안 계속되는 작업이었다 나는 인체의 모든 조직 중에서 가장 신비롭고 복잡한 것 중의 하나인 나의 태반의 도움을 받게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아주 미세한 티끌처럼 수정란에서 돋아난 태반은 마침내는 직경 약 18cm, 무게 900g 정도의 불그스름한 팬케이크만하게 커졌다. 볼품은 없지만 이것이 제인의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그 아기의  허파, 간, 콩팥 및 소화관 구실을 했던 것이다.
  아기의 생명선은 탯줄이었다. 탯줄의 길이는 짧을 경우에는 15cm밖에 안되지만 길 경우에는 120cm나 된다. 탯줄에는 2개의 동맥과 1개의 정맥이 있었다. 동맥은 아기의 노폐물을 태반으로 실어 갔고, 노폐물은 그곳에서 제인의 혈액 속으로 번져 들어갔다. 제인의 혈액 속으로 들어간 노폐물은 제인의 간, 신장, 및 폐에서 처리되었다. 정맥은 제인의 혈액으로부터 태아가 필요로 하는 것들 비타민, 산소, 미네랄, 탄수화물, 아미노산 등 을 실어왔다. 엷은 막으로 되어 있는 태반의 여과 장치는 제인의 혈액과 아기의 혈액을 완벽하게 따로 분리시킨 채 이러한 복잡한 교환작용을 해냈던 것이다. 제인의 혈액과 태아의 혈액은 섞일 수 없는 형이었기 때문에 만약 서로 섞였다면 재난이 초래되었을 것이다. 
  제인의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1개월이 경과하자 나의 손님(태아)은 수정란의 크기의 1만 배가 되었다 나의 수용능력도 증가하여, 종당에는 본래 크기의 500배가 되었다. 나의 모양 역시 배에서 공으로, 공에서 알로 변하고 있었다. 아마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내가 나날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지고 있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나의 근육의 섬유조직은 크기와 무게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렇게 내가 커지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속의 아기가 커지는 바람에, 특히 아기가 도리깨질과 발길질을 배운 후에는 터져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나의 힘이 이렇게 늘어난 까닭에 나는 후에 초인이라 할지라도 녹초가 될 만한 고역, 즉 산고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이다.
  대개 7개월까지는, 제인의 아기는 위치를 자주 바꾸었지만, 그후로는 중력이 생겨서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가 다른 부분보다 유난히 무거워졌다. 따라서 대부분의 태아처럼(모든 태아의 96%가 그렇다) 제인의 아기는 머리를 아래로 향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것은 분만을 위한 최상의 자세였다. 내 속에서 먹고 자는 아기의 크기와 힘이 늘어남에 따라, 나는 내게 가로거치는 것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밀어냈다. 나는 제인의 방광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빈번한 화장실 출입을 불가피하게 했다. 또 내가 위와 장을 밀어붙임으로써 소화장애가 생기기도 했다.
  9개월쯤 됐을 때 나는 복강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제 나의 임무가 거의 완료될 단계에 와 있었다. 나는 미소한 수서성기생체를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무게 3kg의 아기로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드디어 어느 날 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나는 9개월간의 무기력상태에서 깨어나 내 속에서 자란 아기를 몰아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감격적인 분만의 드라마에 참여할 준비를 갖춘 것이었다. 최초의 힘겨운 목표는 아기의 머리를 통과시킬 수 있도록 나의 경부의 통로를 손가락끝이 들어갈 만한 넓이로부터 직경 13cm쯤이 넓이로 확대시키는 일이었다. 지루한 작업이었지만, 나는 점차 수축운동의 빈도를 높였다. 마침내 수축운동의 간격은 2,3분으로 좁혀졌고 지속시간은 1분으로 늘어났다. 물론 나는 이렇게 하는 동안 통로를 확대시키는 데 아기의 머리를 쐐기로 이용하고 있었다. 나의 근육들은 6.4kg의 추력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11.3kg의 추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제인의 복근과 횡경막이 나를 거들어 주었다. 마침내 아기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내게는 꽤나 많은 청소작업이 남아 있었다. 이제 태반이 필요 없게 되었으므로, 나는 그것을 몰아냈다. 그리고 또 노출된 혈관에 압력을 가하여 피가 흘러나오지 못하게 해야 했다.
  임신 초기에, 나의 무게는 60g이었다. 그러나 아기를 내보내고 났을 때, 나의 무게는 약 16배나 늘어나서 900g이 넘었다. 1,2개월내에, 나는 운동을 해서 무게를 정상수준으로 줄여야 했다.
  나는 제인의 두번째 및 세번째 아기를 위해 이러한 과정을 두번 더 겪었다. 그러나 제인의 나이는 이제 42세, 얼마 안 있으면 폐경기에 접어든다. 그때가 되면 나의 임무는 끝날 것이고, 나는 원래의 크기로 오그라들어 어린 소녀의 자궁만하게 될 것이다.
  제인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나는 갖가지 말썽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제인의 몸에서 가장 말썽이 많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겪는 가장 흔한 고통은 물론 월경불순, 즉 월경 때에 오는 경련성 고통이다. 유섬유종 나의 근육 벽에 종종 생기는 여러 가지 형태의 흐끄무레한 종양 은 나를 우울하게 하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이다. 많은 다른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제인도 이러한 유섬유종을 암이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개 불필요한 걱정이다. 유섬유종이 암으로 발전할 확률은 1/200도 되지 않는다.
  나의 내부조직이 매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과대한 또는 불규칙한 출혈이 생긴다. 이러한 증세는 가장 널리 시행되는 수술, 즉 나의 경부를 확장시켜 조직을 긁어내는 소파수술에 의해서 치료될 수 있다. 이 수술에서는 나의 경부 통로를 스푼처럼 생긴, 긁어내는 기구를 집어넣을 수 있을 만큼 확장시킨다. 이렇게 해서 필요없는 조직을 긁어내면 출혈증세는 보통 없어진다.
  나는 제인의 몸에서 유방 다음으로 암의 침공을 받기 쉬운 부위이다. 다행히 나에게 생기는 두 종류의 암(자궁경암과 자궁체암)은 대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또 조기에 발견만 된다면, 90% 이상은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출혈, 특히 40세 이후의 이상출혈은 가장 흔히 나타나는 자궁체암의 징후이다. 그런 출혈은 다른 원인으로 생길 수도 있지만, 일단 출혈이 있게 되면, 제인은 지체없이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제인은 현명한 여자인지라 매년 자궁경암 조기발견을 위한 검사인 '팸(Pap)테스트'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나를 생각할 때, 내가 가져다줄 수 있는 혜택보다는 나로 인해 생기는 말썽에 더 치중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내가 없었다면, 그들은 태어나지도 못했으리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 점에 있어서는 사람이면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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