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둘이며, 제인의 골반 양쪽에 인대로 매달려 있다. 희끄무레한 빛을 띠고 있으며, 대체로 갸름한 편도 모양이고, 길이는 7cm 정도이다. 둘을 합쳐도 우리의 무게는 7g밖에 안된다.
보잘것없는 생김새와 대수롭지 않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나의 짝과 나(나는 제인의 오른쪽 난소이다)는 제인의 몸을 구성하는 가장 여성적인 요소이다. 우리는 제인의 생활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제인의 기분, 성적 충동,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크게 좌우한다. 사실, 제인을 최초로 하나의 어엿한 여자로 바꾸어 놓은 것은 바로 나의 짝과 나이다.
제인은 12살쯤 그 이전 또는 이후였을지도 모른다 까지는 가슴이 납작했고, 말광량이였으며 성적으로 미숙했다. 그러다가 제인의 뇌하수체로부터 신호를 받고, 우리는 마술지팡이 같은 호르몬들을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이 호르몬들이 제인의 몸을 다시 조각하기 시작했다. 골반은 넓어졌고 엉덩이에는 지방층이 나타났으며, 유방이 부풀기 시작했다. 음모와 그 밖의 체모가 돋아났고 전반적인 성기관이 성숙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35년여에 걸쳐, 우리는 시계처럼 정확하게 제인의 월경주기의 조절에 개입함으로써, 다달이 제인에게 우리의 존재를 일깨워 주었다. 제인이 첫 아기를 가질 때,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형성하는 두 개의 기본원료 중의 하나. 즉 난자를 공급하였다. 앞으로 몇 년 지나면, 나의 짝과 나는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제인의 가임기는 끝나게 될 것이다.
제인이 어린 소녀였을 때는, 나는 미미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나의 짝과 나는 약 50만 개의 미세한 알세포, 즉 난모세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 개개의 난모세포에는 어린 제인이 후에 자라서 낳게 될 아기들에게 물려줄 유전적 특성을 간직한 수천 개의 인자들이 들어 있었다. 제인의 가임기 동안에 우리 난소들은 28일에 하나 꼴로 불과 400여 개의 수정이 가능한 성숙란을 생산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50만 개나 되는 알세포가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나도 모른다. 아마 자연의 낭비벽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 어느 특정한 알세포가 선택되어 완전히 성숙한, 수정이 가능한 난자로 자라나게 되는 것일까? 독자 여러분에게 설명할 수 있었으며 좋으려만, 나로서는 그럴 능력이 없다. 다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대충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월경주기 초에 뇌하수체는 미세한 양의 난포자극호르몬(FSH)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의 잠재력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대단하다. 하루 100만 분의 1온스(약 3,500분의 1g)미만으로도 놀라운 일련의 사건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
FSH의 자극을 받으면 몇 개의 휴면중인 난세포가 잠을 깬다. 이들 개개의 자라나는 세포 주위에 액체가 담긴 난포가 형성되고 그 결과로 생기는 기포들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나의 표면을 향하여 밀고 나오기 시작한다.
단지 하나의 기포만이 표면에 도달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제인이 일란성이 아닌 쌍둥이를 분만하지 않는 한.) 약 2주일이 경과하면, 그것은 공기돌만한 크기의 물집을 이루며 나의 표면으로부터 불거져 나오는데 그 부피는 나의 부피의 4분의 1쯤 된다. 이 시점에서 뇌하수체는 황체형성호르몬이라 불리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로 인해 난포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이 파열한다. 그러면 그 속의 액체가 새어 나오고, 완숙한 난자는 그 흐름에 휩쓸려 나간다. 난자는 자궁으로 운반되기 위해, 그리고 그 도중에 가능하면 수정이 도기 위해, 나팔관의 깔때기 주둥이 속으로 가볍게 떨어져 들어간다.
사실, 이 성숙한 난자는 이만저만한 존재가 아니다. 예를 들면, 제인의 첫 아기를 만들어 낸 난자는 생명창조의 드라마 속에서 자기의 역할을 해낼 기회를 얻기 위해 20여 년을 기다려야만 했었으며, 그동안 줄곧 자기가 간직하고 있는 유전인자 조의 정자에서 나오는 23개의 염색체와 결합하게 될 23개의 염색체 를 생생하게 지켜 왔던 것이다. 성숙한 난자는 제인의 몸에서 가장 큰 세포이다. 난자는 인간의 몸에서 가장 작은 세포인, 남성정자 머리의 25배나 된다. 그런데도 나의 난자는 지금 겨우 육안으로 보일까말까 한 정도이다. 골무 하나를 채우자면 그러한 번쩍이는 작은 알맹이가 200만 개는 있어야 할 것이다. 그처럼 작은 것이 어떻게 아기처럼 복잡한 생명체로 발전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가 만들어 내는 난자의 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제인이 15세가 되기까지는, 제인의 난자는 성숙하여 수정될 수 있는 능력이 보잘것없었다. 심지어 제인의 가임절정기 대충 20세에서 30세 에도 나의 난자가 모두 자라서 수정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가임기에 있는 정상적인 여성의 몸 속에 있는 난자의 10 내지 20%는 수정이 되어도 제대로 발육하지 못한다. 갖가지 결함으로 인해서 거부되어 몸에 다시 흡수되거나 유산되고 마는 것이다.
여성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난자의 질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만약 이제 42세의 나이로 제인이 또다시 아기를 갖게 된다면, 결함있는 아이를 낳게 될 공산이 30세 미만일 때에 비해서 상당히 커질 것이다. 그러나 물론 정상적인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난자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 해두기로 하자. 나는 난자를 생산하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즉 나는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일종의 선 구실도 하고 있다. 생명 자체는 내가 만들어 내는 호르몬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상적인 생활을 해 나가자면 내가 만들어 내는 호르몬이 있어야 한다. 먼저 내가 만들어 내는 몇 가지 에스트로건 모두 화학적 구조가 유산한 것들이다 을 생각해 보자. 이 에스트로겐이 없었더라면 제인은 여전히 키가 작고 가슴은 절벽이었을 것이다. 또 제인의 성기관은 아직도 왜소하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기이하게도, 가장 여성적인 기관인 우리 난소들은 또한 테스트스테론 조의 고환에서 생산되는 것과 똑같은 남성 호르몬 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호르몬의 생산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제인은 음성이 굵어지고 턱수염이 돋아나게 될 것이다. 우리 난소들은 이 문제를 제법 멋지게 해결하고 있다. 즉 우리는 남성 호르몬을 에스트로겐으로 바꿔 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두드러진 활동이 또 하나 있다. 사실상 우리는 매달 복잡한 새 호르몬 공장을 건조하는 것이다. 일단 난자가 배출되면, 황체형성호르몬(난포를 파열시키는 바로 그 호르몬)은 내 속에 남은 분화구처럼 푹 파인 자리를 자극하여 지방질이 섞인 노르스름한 물질을 지닌 세포들로 메꾼다. 이것은 하나의 새로운 선, 즉 황체이다. 황체는 제인의 혈류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새로운 호르몬을 만들어 낸다. 이 호르몬을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럴듯한 이름이다. 이 호르몬은 잉태(gestation)를 돕기(pro) 때문이다. 이 호르몬의 활동대상은 자궁이다.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으로 자궁의 율동적인 수축작용은 완화되고, 자궁 내벽은 두꺼워지며, 새로운 혈관망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정란을 위한 보금자리와 그리고 영양분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임신이 되지 않으면, 황체는 오그라들어 죽어 버린다.
나는 나의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의 생산을 세심하게 조절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이러한 호르몬의 생산이 조절되지 않으면 제인은 여러 가지 혼란 때로는 신체적인, 그리고 때로는 정신적인 에 휩싸이는 수가 있다. 체액이 축적되어 발이 붓기도 하고 월경때가 되면 짜증을 잘 내며, 신경질을 부리고, 우울해지는가 하면, 보통 사람보다 사고를 잘 일으킬 수도 있다. 다행히 호르몬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약이 나와 있다.
제인이 45∼50세쯤 되어 폐경기에 접어들면, 우리 난소들은 사춘기 이전의 크기로 오그라들고, 호르몬 생산도 크게 줄어든다. 우리의 에스트로겐 공급이 줄어듦에 따라,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 날 수도 있다. 중년부인에게 흔히 있는 군살이 생길 수도 있고, 또 유방이 축 늘어질 수도 있다. 수십년간에 걸쳐, 우리가 생산하는 에스트로겐은 제인을 동맥의 지방 축적으로부터, 그리고 동년배의 남성들에게는 여성들에 비해 40배나 더 빈번하게 찾아오는 심장의 관상동맥 질환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 같다. 폐경 후, 제인은 남성이나 거의 마찬기지로 이러한 병에 걸리기 쉽게 될 것이다. 피부는 까칠까칠해지고, 근육이 굳어질 수도 있다. 또 제인은 골다공증, 즉 뼈가 부서지기 쉽게 되는 병에 잘 걸릴 수도 있다. 전에는 융단 위에 미끄러지면 멍이 드는게 고작이었지만, 이제는 엉덩뼈가 부서질지도 모른다.
제인은 물론 이러한 부작용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피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폐경기에 접어든 후에도 아무 탈없이 잘 지낸다. 설사 그러한 부작용이 생긴다 해도, 의사들이 우리가 생산을 중단한 호르몬을 대신할 약을 처방해 줄 수 있다.
내게 가장 심각한 위협은 항상 암이다. 난소암은 초기에는 흔히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며, 보통의 골반검사로는 알아낼 수 없는 병이다. 그것이 발견되었을 때 골반 부위에 만져질 정도의 멍울이 생겼을 때 에는 대개 이미 때가 너무 늦은 것이다. 난소암은 어느 때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만, 45∼60세까지의 연령층에서 발생률이 제일 높다.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제인에게 겁을 주고 싶지는 않다. 금년에도 약 100만 명의 미국 여성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망하겠지만 이 중에서 난소암으로 죽는 사람은 100명에 하나 꼴밖에 안될 것이다.
이제 나의 이야기는 거의 끝났다. 나는 제인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제인에게 자기가 원하는 자녀들을 갖게 해준 것은 내가 만들어 낸 난자였고, 제인으로 하여금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 준 것도 내가 분비한 호르몬이었다. 이제 몇 년 후면 나는 물러난다. 다음 세대를 만들어 내는 나의 임무가 완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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