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눈에 잘 띄는 여성다움의 징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나를 미용상의 한 부속물, 여성의 자아를 받쳐 주는 버팀목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그보다는 훨씬 중요한 존재이다. 나의 진정한 존재이유는 내가 불가사의한, 기적에 가까운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나는 혈액을 젖으로 바꾸어 놓는다.
나는 제인의 왼쪽 유방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의 경우, 왼쪽 유방이 오른쪽보다 약간 크다) 한때는 인류의 생존 그 자체가 나에게 달려 있었다. 원시시대에 살던 제인의 선조들에게 있어선 임신이란 빈번한 일이었다. 아기가 연달아 태어났다. 유방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간동안, 아니 그런 시기가 지난 후까지도, 거의 계속해서 젖을 만들어 냈다. 할머니가 어머니를 잃은 갓난애에게 자기의 젖을 무리면 곧 젖이 나오곤 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구조를 달리한, 그리고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일종의 한선에 지나지 않는다. 제인이 태어난 후 처음 며칠 동안 나는 기능을 발휘했다. 제인의 어머니가 분비한 호르몬이 나를 자극하여 몇 방울의 '마유'(생후 3∼4일경부터 신생아의 유방에서 나오는 초유 비슷한 액체 편집자주)를 만들어 내게 했던 것이다. (조의 유방 역시 조가 처음 태어났을 때 그랬다.) 그 후 호르몬의 효력은 사라졌고 그래서 나는 휴면상태에 들어갔던 것이다. 제인이 약 12세가 되기까지 나는 잠자고 있었다. 그런데 호르몬들이 마술지팡이를 휘두르자 제인의 난소가 성숙했고, 난소가 만들어 내는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나는 발달하기 시작했다. (제인의 친구들 중에는 8세에 벌써 유방이 발달하기 시작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18세가 되어서야 유방의 발달이 시작된 사람도 있다.) 지방질 나는 주로 지방질이다 이 축적되었고, 나는 부풀어올랐다. 나의 한가운데에 붙어 있는 젖꼭지가 자라났고, 그 둘레를 달무리처럼 둘러싼 젖꽃판(유륜)이 보다 짙은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선조직은 단연 가장 흥미있는 나의 구성요소이다. 나는 젖을 만들어 내는 17개의 독자적인 공장을 가지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여자도 있고, 이보다 덜 가지고 있는 여자도 있다. 개개의 공장은 딸기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딸기처럼 생긴 것들은 모두 수만 개나 되는 나의 미세한 유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선포들이 생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젖방울은 유관의 지맥으로 배어 들어가서, 마침내 유관 본줄기로 흘러 들어간다. 17개의 유관 본줄기의 종착점은 나의 젖꼭지이다. 나의 피하지방이 이들 섬세한 구조들을 보호 격리시켜 준다. 나는 또한 나를 한데 얽어매는 직물 같은 연결조직을 속에 가지고 있다. 이 연결조직의 가닥가닥이 제인의 흉벽에 부착되어 있다. 말하자면 체내에 있는 일종의 브라자다.
나는 거의 전적으로 호르몬의 지배를 받고 있다. 월경에 앞서, 호르몬은 나를 부풀게 하고, 또 나는 더욱 민감해진다. 제인의 첫 임신과 함께 나에게는 정말 극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태반 태아와 자궁을 연결시켜 준다 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나를 깨워주었다. 에스트로겐 호르몬은 나의 유관의 발달을 촉진시켰으며, 프로게스테론(황체 호르몬)은 딸기 비슷하게 생긴 젖샘(유선)들의 발달과 증식을 촉진시켰다. 나의 표면의 푸르스름한 정맥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해졌고 나의 무게는 두 배로 늘어났다. 분만일이 다가옴에 따라 나는 대청소를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의 젖샘들은 단단한 물질로 가득차 있었는데 이것을 용해시키고 젖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야 했던 것이다.
제인의 아기가 태어나자, 새로운 호르몬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제인의 뇌 아래쪽에 있는 뇌하수체에서 프로락틴이라는 놀라운 호르몬이 분비되었던 것이다. 이 호르몬은 젖이 흘러나오기 시작하게끔 하는 호르몬이다.
분만 후의 첫 나흘 동안, 나는 노르스름한 묽은 액체, 즉 초유를 분비했다. 이 초유에는 제인의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거의 없었다. 아기는 체중이 줄었고, 그래서 제인은 애를 태웠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할 일을 알고 있었다. 초유는 아기의 소화기관에서 점액과 그 밖의 찌꺼기들을 말끔히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더욱이 초유에는 신생아를 홍역, 백일해, 성홍열 등과 같은, 제인이 어렸을 때 앓은 치명적일 수도 있는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항체가 풍부하게 들어 있었다. 닷새째 되던 날에는 제인의 아기의 체내는 말끔히 씻겨졌고, 진짜 영양분을 받아들일 준비가 갖추어졌다. 그리고 나는 영양분이 고루 갖춰진 젖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처음에, 나의 짝과 나는 하루 약 0.5ℓ의 젖을 만들어 냈다. 이 정도의 젖을 우리가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여러 갈론의 혈액이 우리를 순환해야 했다. 나의 젖샘들은 혈액으로부터 글루코스, 즉 혈당을 뽑아냈으며, 재주가 가장 뛰어난 화학자들인 나의 효소들은 그것을 갓난아이가 흡수할 수 있는 락토제와 그 밖의 당분으로 바꾸었다. 아미노산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아기의 성장 및 조직 재생에 필요한 카세인 및 그 밖의 복잡한 젖 단백질들로 바뀌었다. 지방은 다른 변화과정을 거쳤다. 나의 젖샘들은 순환하는 혈액으로부터 미네랄, 특히 뼈를 만드는 데 필요한 칼슘과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을 뽑아냈다.
제인은 아기가 빨면 나의 외형이 '일그러지지'않을까 걱정했다. 그 걱정은 근거없는 것이었다. 수유 때문에 나의 체내브라자의 인대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제인은 나의 젖꽃판(유륜)이 짙어지고 두터워졌음을 주목했다. 젖꼭지의 고통스러운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윤활제 구실을 하는 새로운 지방선이 이곳에 자리잡았던 것이다. 나의 젖꼭지는 발기성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 이 조직이 빳빳해져서 허기진 조그만 입이 보다 잘 물고 있을 수 있게 해준다. 나의 재미있는 생리적 구조 덕분에, 아기가 젖을 빨면 즉각 젖이 나온다. 나의 젖꼭지 바로 아래에서 나의 젖나무의 줄기가 굵어져 조그만 저장탱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아기가 빨면 배고픔의 고통을 달래줄 젖이 바로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저장되어 있는 양이 얼마 안되므로 젖은 곧 바닥이 난다. 그러나 나의 젖꼭지는 감각신경들과 빈틈없이 얽혀 있다. 이들을 통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제인의 뇌하수체에 신호가 전달된다. 30초 이내에 뇌하수체는 반응을 보이고 옥시토신 호르몬(뇌하수체 후엽 호르몬의 일종으로 모유분비를 촉진함 편집자주)을 제인의 혈류 속으로 흘러 들어가게 한다. 일단 이 호르몬이 나의 젖샘에 도달하면, 얇은 근육층이 죄어짐으로써 젖을 밀어내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아기는 사실상 빨 필요가 없다. 그저 마시기만 하면 된다.
내가 만들어 낸 젖은 갓난아기의 생리적 요구에 딱 맞는다. 그래서 우리 유방들은, 여성들이 가능한 한 아기들에게 모유를 먹였으면 하는 것이다. 우유를 수유기의 아기에게 필요한 모유와 비슷하게 가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모유를 먹이면 또 다른 이익이 있다. 모유를 먹임으로써 제인의 자궁은 율동적인 수축작용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율동적인 수축작용은 자궁을 아기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자루 크기로부터 원래의 배만한 크기로 오므라들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수축작용은 또한 출혈의 위험을 감소시켰고, 또 제인에게 가벼운 성적 쾌감을 안겨 주었다.
수유 초기에는, 나의 짝과 나는 하루에 0.5ℓ미만의 젖 체중 3.2kg의 아기를 먹이기에는 충분하다 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아기가 커감에 따라, 우리가 생산하는 젖의 양도 늘어났다. 하루 3ℓ이상의 젖이 나오는 여자도 있다. 내가 만들어 내는 젖의 성분도 또한 변하였다. 골격형성과 조혈을 위해 더 많은 칼슘이 필요해짐에 따라 젖 속의 칼슘성분이 급증하였다.
2개월쯤 지나자 마침내 제인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일에 싫증이 났다. 약간의 비타민과 철분만 공급해 준다면, 아기에게 구태여 다른 음식물을 먹이지 않고도 나 혼자서 6개월간은 버텨 갈 수 있었는데도 허기진 조그만 입으로부터의 자극이 없어지자 나의 유선은 다시금 서서히 휴면상태에 들어갔고, 그리하여 나는 평상시의 무게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이제 내가 주로 걸리는 병들을 알아보자. 많지는 않다. 아마 가장 보편적인 걱정거리는 유방이 너무 크다든가, 또는 너무 작다는 것일 것이다. 다행히 제인은 이런 문제로는 속을 썩이지 않는다. 나의 정상적인 무게는 180g이다. 제인은 금년 42세이지만, 나는 아직 단단하고 팽팽하다. 이같은 복을 타고나지 않았더라면, 제인은 성형외과 의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록 내가 비정상적으로 작다 할지라도, 양식이 있는 의사라면 제인도 들어서 알고 있는 시리콘액을 주입하기를 거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채질적으로 맞는 환자들에게는 유방을 크게 하기 위해, 실리콘액 주입법이 사용되고 있다. 보기 흉한 정도로 큰 유방의 교정은 어려운 대수술이다. 과잉 지방과 피부를 도려내는데 때로는 몇kg이나 도려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다음 유방의 모양을 다시 만들고, 젖꼭지는 네번째 늑골 위의 적당한 위치에 이식된다.
나에게 가장 큰 위험은 암이다. 나는 제인의 몸의 다른 어느 기관보다도 이 병에 더 잘 걸린다. 그래서 암으로 죽어가는 여성 중에 유암으로 죽는 사람이 가장 많다. 다행히 제인은 이 재난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제인은 유방의 자기진단에 대해서 많이 들어 왔다. 약간의 연습으로 제인은 이러한 진단의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너무 작아서 대부분의 의사들이 놓치기 쉬운 멍울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제인은 똑바로 누워 왼쪽 어깨를 베개로 받치고, 오른쪽 손의 세 손가락 끝으로 자기의 왼쪽 유방을 철저하게 검사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오른쪽 어깨를 베개로 받치고, 왼쪽 손의 세 손가락 끝으로 자기의 왼쪽 유방을 철저하게 검사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오른쪽 어깨를 베개로 받치고, 왼쪽 손으로 오른쪽 유방을 검사한다. 이러한 검사는, 한 달에 한번 정해진 날 예를 들면 월경 후 이틀째 되는 날 에 시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인은 유방에 움푹 들어간 곳이 생기지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암조직은 유방의 다른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표면이 약간 들어가는 수가 있다. 나의 젖꼭지가 정상적인 위치로부커 약간 뒤틀리는 것도 또한 눈여겨보아야 할 징후이다. 또 젖꼭지로부터 어떤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오면 역시 검사해 보아야 한다. 어떤 멍울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것이 암일 확률은 3분의 1미만이다. 그러나 어떤 여자들처럼 지체하지 말고 즉각 의사를 찾아가야만 한다. 암이 생겼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환자의 85%에게 최소한 5년간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몇 가지 수술이 가능하다.
제인은 머지않아 폐경기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춘기에 내게 일어났던 일들이 거꾸로 발생할 것이다. 나는 피하지방을 어느 정도 잃게 되겠지만, 전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의 유선은 점차 쇠퇴하여 거의 없어질 것이며 나는 오그라들 것이다.
이제 나의 이야기를 마루리지을 때인 것 같다. 나는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게끔 되어 있다. 사람들이 나를 일종의 장식물로 생각할 때면 아무리 나를 찬양한다 하더라도 나는 서글퍼진다. 따라서 나는, 오늘날 많은 젊은 어머니들 사이에서 아이들에게 모유를 먹이는 데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쁨을 금할 수 없다. 그런 어머니들이 보다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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