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의사들이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와 이야기할 땐 좀 거북스럽고,
당황하기도 하며, 기분이 편하지 않다. 마치 외국사람이나 혹은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을 만난 것 같은 부자연스러움과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이 환자는 어딘가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정신병 환자는 정신적인 질환의 정도에 따라서
보통 사람들과 현저하게 다르기도 한데,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과의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정신병 환자는 노이로제 환자하고는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노이로제 환자는 보통 환자와 같은 방법으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정신병 환자는 그렇지가 않다.
그러나 정신병이라고 해서 그 환자의 정신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부분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 나머지 부분은 올바른
논리나 이성에 따른다. 정신병 환자와 대화를 할 때는 이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신병 화자의 병든 부분은 제한되어 있다. 그 정도는 물론 환자에 따라
다르고, 또 같은 환자라도 시간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이런 병적인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의 이야기는 정상인에게 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 그러나 정신병에 걸려 있는 국한된 부분에서 환자와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이야기를 해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느님이라고 믿고 있는 환자와의 종교적 토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 영역을 벗어나서 다른 이야기를 하면 그는 지극히 정상이다.
따라서 정신병 환자와의 대화는 환자의 어느 부위가 병적이며 또 어느
부위가 정상적인가를 구별할 수 있으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만약
의사가 환자의 정신적 이상관은 무관한 어떤 신체적 병만을 치료한다면
환자의 정신 치료에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증세가 심해 입원치료를 해야 할 경우임에도 환자 자신이
필요성을 인정하지 못할땐 문제가 달라진다. 이 경우 환자는 의사의 말을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받아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환자가
의사에게 하는 말에서 논리적 근거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이와
같이 만일 환자가 자신의 상태도 알지 못하고 또 무엇이 그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를 모르고 있을 때는 의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경우에 환자와의 긴 토론은 의미가 없다. 무어라 말해도 그를
이해시킬수는 없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정신적으로 안정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입원을 하는 것이 좋겠군요"라고 딱 잘라 말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화를 내거나 심하게 반대를 한다. 그러나
환자와는 그 이상의 시비가 필요없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의사의
지시가 분명하고 결정적이라는 생각이 들면 대개의 환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굽힌다. 만일 환자 스스로가 결정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영원히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의사들은 흔히 환자에게 정신병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너무 상심을 하면 어떻게 하나, 화를 내지 않을까, 혹은 싸우려 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빙빙
돌려가며 하는 말보다 오히려 의사의 그런 직선적인 판단을 환영한다.
자기도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완전한 망상
환자는 의사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망상의 내용을 믿고 있기 때문에
정신병이라해도 상처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의사의 걱정은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면 다른 심한 환자들
때문에 증세가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저하는 의사도
있고 또 입원을 시키되 환자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정신 병원에 간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건 모두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라도 환자를 속여가면서 입원을 시켜서는 안 된다.
정신병 환자는 병든 부위는 보통 사람들과 현저하게 다르지만, 병들지
않은 부위만큼은 정상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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