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낮은 환자와의 대화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있다. 그 중 가장
어렵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저능 정도를 진단하는 일이다.
증세가 심한 경우에는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증세가 아주 가벼운 경우에는
세심한 관찰을 하지 않는 이상 정상인과 구별하기 어렵다.
저능 정도를 측정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추상적인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능이 낮은 환자일수록 그
행동이 더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의 직업이나 하는 일부터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의의 진료 기록부에 적힌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환자가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거나 공무원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대개 지능이 낮을수록 그의 직업도 따르지 않은 일일 경우가 많다. 주로
반복적이고 멋없는 직업일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이런 특수한 진단
목적이 없는 경우라면, 이런 질문은 환자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때로 치료 과정에서 의사의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따르지 못할
때도 저능을 의심해 볼 수 잇다. 자기 증세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으며,
의사의 처방을 그대로 잘 따르고 있는가도 진단적 가치가 있다. 물론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데는 다른 이유들도 많겠지만 , 진단이나
치료과정에서 이상한 반응을 보일 땐 저능을 의심할 수 있다.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거나 비협조적일 때 의사가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환자의 지적 수준이다.
또 한 가지는 어휘 구사 능력이다. 지능 측정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어휘력 평가에 있는 것을 보면 알수 있듯이, 지능이
제한되어 있을수록 사용하는 어휘의 수도 적고 또 추상적이거나 복잡한
내용의 어휘는 쓰질 못한다. 환자가 저능이 아닌지 의심이 생길 땐 의사가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써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가 어느
정도나 알아듣는지를 알면 그것으로 그의 지능을 대략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주의할 것은 환자가 사용하는 말이 문법에서 벗어나고
저급한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저능이라고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교육을 받지 못한 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하는 어휘가 제한되어 있어 같은 말들을 반복한다면 저능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기술적으로 잘 물을 수만 있다면 계산이나 암기력을 시험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지능과 비례하진 안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또 환자가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사람들도 숫자를 이용할 때 신경성 불능, 즉 기본
지능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산하는 능력은
저능 환자를 구별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환자가 손가락을
사용한다든지, 또는 무엇을 사용해서라도 정확한 계산을 해낼 수만 있다면
저능 환자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12×12=144라는 것을 재빨리 풀 수
있다면, 그의 지능이 평균 이하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환자의 지능 정도를 아는 것이 치료상 중요하다는 것은 만일 저능인지
모르고 치료 지시를 했다가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저능
환자는 일반 환자와 다르게 다루어 wu야 한다. 더 단순한 어휘를
사용해야 하고, 복잡한 설명과 어려운 지시는 피해야 하며, 철저한 관찰이
요구된다. 또 가족이나 친지들로 하여금 그가 의사의 지시대로 하고
있는지 잘 지켜보도록 지시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서 환자가 저능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하면, 의사는 이러한 도움을
얻거나 예방책들을 마련할 수 없게 되므로 일단은 환자의 지능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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