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아이들은 의사에 대해 낯선 사람 이상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의사를 무서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주시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어린이에게 의사는 단지 낯선 사람이기보다는, 무섭고 아픈 주사를 놓는
나쁜 사람이다. 불행히도 어린이의 이런 공포증은 부모들의 태도에서도
비롯된다. 말 안 듣는 아이를 꾸짖거나 우는 아이를 달래는 방법으로 흔히
엄마들은, "순경이 잡으러 온다", "도깨비한테 혼난다", 혹은 "의사
선생님이 아픈 주사를 놓으러 온다"고 위협한다. 이런 말들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그 아이가 자라 꼭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의사가 무섭다는 이유로 그 자리를 피해 버리는 일을 만들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이 의사를 무서워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부모 자신이 병원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괜히 아이들에게 자신의 편견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나쁜 경우는 아이들을 안심시킨다고 거짓말을 하는 부모다.
병원에 가도 조금도 아프지 않게 치료를 한다거나 또는 약이 맛있다고
아이를 속이는 일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사실이라면야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부모의 태도야 어떻든, 그리고 어린이의 반응이 어떻든,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어린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미리 설명해 주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들이 성인 환자에게는 이런 설명을 많이
하지만 어린 환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어린이의 이해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어릴수록 이해 범위는 더 좁다.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다. 아이가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서 괜히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되어도 반드시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자기는 이런 것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아이에게도 그런 말은 무시해 버리고 처음부터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에게도 아주 천천히,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가면서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너무 큰 소리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에게도, 이 아이가 과연 내 이야기를 듣기나 할까 의심하지 말고,
뭔가가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손해보는 건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끝으로, 아이들이 의사를 무서워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의사가 신비한
마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즉, 의사 앞에서 자신의
깊숙한 비밀이 탄로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청진기를 가슴에 대는
것도 자신의 나쁜 짓을 다 알아내는 것으로 알고 겁을 먹는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의사를 피하려고 한다고 해서 너무 나무랄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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