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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의 대화/어린이 환자를 위하여

37.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걱정거리

by FraisGout 2020. 6. 3.

사춘기에 이른 10대 청소년들과 대화를 할 때는 어린이들과는 또 다른 
반응을 생각해야 한다. 우선 10대 청소년들은 그들끼리만 통하는 어휘가 
따로 있어서, 어른들이 그들의 최신은어들을 올바로 해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10대 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사춘기를 겪는 시기이므로 안정감이 결여되어 있어 함께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다. 이들은 어른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또 아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하루는 어른처럼 행동하지만 그 다음 날은 아이처럼 
행동하고, 또 그 다음 날이 되면 아이와 어른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이렇게 청소년기에 있는 환자들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만약 
의사가 대화를 할 때 이들을 마치 어른처럼 대하면, 이들의 어른 부분은 
만족시킬 수 있어도 어린이 부분은 상처를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어떤 
부분이 어른이고 또 어떤 때가 어른의 상태인가를 미리 짐작한다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대화는 혼란스러워지고 어려워진다. 
의사가 10대 청소년을 아이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경우에도 똑같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청소년과의 대화가 쉽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아무리 
좋은 대화 방법이라 하더라도 한쪽으로만 접근하며 10대 청소년을 
만족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청소년은 한가지 방법으로 접근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접근이 적중하더라도 다른 많은 
것들을 놓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의사가 청소년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한다면 대화에서 마주치게 될 어려운 상황을 예견할 수 있고 대화의 
상대인 10대 환자가 기분이 상해 보이거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과의 대화에서 
솔직히 이런 난점이 있다는 걸 미리 이야기해 두는 것도 좋다. "네 나이 
또래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널 아이로 
생각하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른스러운 데가 너무 많고, 그렇다고 어른 
취급을 하기엔 넌 성인들의 생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잖니?"
  이런 솔직한 이야기는 의사와 청소년 환자의 대화를 훨씬 부드럽도 
효과있게 한다.
  청소년과 대화를 할 때 흔히 범하는 실수는 그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발생한다. 청소년의 생각은 다원적이고 
다변적이어서 의사는 물론 그들 스스로도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사는 청소년들이 어른 같은 인내심과 지혜와 자제력을 지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내심, 지혜, 자제력 등은 청소년들이 열망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어른들처럼 나도 해낼 자신이 있어요", "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닙니다", "나도 알 것은 다 알아요"라고 하는 청소년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바로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청소년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의 뼈아픈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무엇이든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강력한 심리적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흔히 10대의 청소년들은 완전한 자유와 독립을 외치면서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자제력을 잃고 아주 엉뚱한 짓을 하지나 
않을 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른의 간섭을 싫어하면서도 
누군가가 엄격한 규칙에 따라 자기를 강력히 통제해 주고 규제해 주기를 
바라며, 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느낄 때 그들은 비로소 안심한다.
  10대와 대화를 할 때 있을 수 있는 또 한 가지 어려움은 - 어린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것인데 - 감정을 말로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말은 하지 않고 관심없다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한다든지, 
당황한 것처럼 히죽히죽 웃는다든지, 대답을 한다 해도 모든 것에 "그저 
그렇지요, 뭐"라는 식이다.
  청소년을 이해하고 그들과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이 시기의 청소년들의 모든 문제점들이 제 2 성징 
및 갑작스런 신체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녀인 
경우 월경이 시작되고 유방이 커지는 등 갑작스러운 신체적 변화들이 
새롭고 두려운 현상으로 한꺼번에 시작되어 혼란스러운 감정을 일으킨다. 
때로는 자신이 어엿한 여성으로 성장한 것에 대한 긍지를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변화를 창피스럽게 생각하거나 당황해 하고, 
심한 경우는 자신의 이러한 변화를 혐오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 10대의 
여학생을 진찰하고 치료를 해 보면, 무슨 병이든 자신의 성징에 대한 
감정으로 채색되어 있거나 악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춘기의 여학생이나 사춘기를 갓 지낸 여학생들은 대체로 남자 의사와 
이야기 하기를 꺼린다. 이런 경우는, 의사를 단순히 병을 고쳐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한 남자로 보기 때문에 여의사가 진료하는 것이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남학생들도 신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자라고, 키도 갑자기 커지고, 몸무게도 많이 늘게 된다. 
소년들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말 
어른이 되는 것인가 의심도 한다. 특히 사정을 경험한 남학생의 경우는 
자신의 성적인 변화를 실감하고 당황하며, 이러한 신체적 변화와 함께 
여성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여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남학생이나 여학생 모두에게 자위행위는 중요한 문제이면 큰 
고민거리다. 특히 학생들은, "자위행위는 해로운 것일까?" "어떻게 하면 
자제할 수 있지?" 등 자위행위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의사에게 
그런 것을 이야기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의사가 청소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가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10대 환자들이 얼마나 혼돈의 상태에 있고 갈등하고 있으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으며, 자신이 억제할 수 없는 충동 때문에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이해한다면, 청소년과의 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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