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활성산소가 주범인 수많은 질병
활성산소가 문제
인간은 모두 나이를 먹고 늙어가며 결국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잠을 자고 깨며 밥을 먹고 하는 리듬을 반복하면서 자기 울타리 범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을 한다. 또 몇몇 사람과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사랑을 하면서 사는데, 이렇게 살 수 있는 최대 기간은 아주 길어야 110년에서 120년 정도 된다. 그런데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평균수명은 대략 70세 전후이다. 그 70년 동안을 항상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쳐나듯이 보내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마지막 5--10년은 허리가 아프고 팔다리가 쑤시고 숨이 차고 기억력도 떨어진 상태로 보내지 않는가? 거기에 적어도 2, 3개씩의 지병을 갖고 있으면서 약의 도움을 받고 지낸다. 그러니 우리 인간은 조물주로부터 120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 신체를 물려받았으면서도 그 절반도 제대로 못 써보고 죽는 셈이다. 인간을 이렇게 나약하게 만들고 천수르 f다 못 누리고 죽게하는 대표적인 사망 원인에는 중풍 같은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암, 사고사 등이 있다.
요즘 웬만한 병원이면 대부분 종합건강검진센터라는 것이 있다. 병이 있거나 여기저기 아픈 사람 말고도 건강하거나 질병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와서 정기적인 질병 체크를 받는 곳이다. 내가 있는 병원에도 이런 센터가 있다. 그런데 검사 결과들을 보면 아직 30--40대 밖에 안 되었는데도 미래의 뇌혈관, 심장질환, 암환자 후보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예방법과 치료에 대해서 처방을 해 준다. 하지만 아직 이상소견이 경미한 사람은 별 불편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예방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 의사 앞에서 고개만 끄덕거리는 그게 전부다. 이미 질병이 생긴 사람도 성가시다는 이유로 약을 잘 먹지 않는다. 그리고는 국적불명의 신비의.., 기적의.. 뭐뭐라고 선전되는 약을 사 먹는 데는 열심이다.
'한국 성인의 의식구조'에 대한 자료를 보면 재산, 자녀, 교육, 건강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다. 그 중에서도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성인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건강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국민들은 분명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40대 사망률이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분명히 건강하지 않은 나라이다.
40대 사망률 세계 1위의 국가, 하지만 건강을 가장 중시하는 나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반된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어째서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식을 가진 우리 나라가 40대에서 세계 1위의 사망률을 나타내는 것일까? 아마도 터무니없는 건강비법, 허무맹랑한 자가치료법, 종잡을 수 없는 의료 관행,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학적이 아닌 건강생활, 건강 미신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무엇무엇을 해라. 그러면 기적처럼 암이 낫고 풍이 치료되며 노화가 오지 않는다라는 식의 글이 나오면 앞뒤는 안 읽어보고 그냥 맹복적으로 따라한다. 심지어는 덜 과학적이고 신비스러운 표현이 들어 있을수록 우리 국민들은 이를 거의 광신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수염을 기른 노인네가 나와서 정월 대보름에 영롱하게 뜬 보름달의 정기를 받으며 대나무에 구운 무엇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선전하면 그것을 구해 먹으려고 장사진을 이룬다. TV에서는 유명한 장수촌의 소개와 더불어 어떤 식품을 선전하면 국민들은 그것을 먹으면 오래 사는 것으로 인식한다. 어쩌다 유력 일간지에 동물실험의 결과인 것을 전제로 소식을 하면 장수한다는 내용이 실리면 당장부터 무조건 식사량을 줄이느라고 법석이며, 심지어는 단식을 강행하기까지 한다.
주위에서 누가 그거 한번 먹어보니 참 좋더라. 아프던 게 싹 가셨다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왜 좋은지를 한번쯤 생각해 보지도 않고 받고 있던 치료도 중단해 버리면서 열심히 수십 만원씩 들여서 정성껏 사먹는 국민 - 외국에서 저술된 달콤하고 편견 투성이의 책들이 번역되어 대형서점 건강코너에 스테디셀러로 팔려 나간다. 또 대중 잡지들은 그 중에서도 특별히 흥미로운 것을 마구 베껴서 건강코너에 싣고 이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건강상식화되고...
도대체 침을 튀기며 목청이 쉬도록 얘기해도 고쳐질 줄 모르는 이 건강미신의 원흉이 무엇일까? 의사의 잘못이나 현대의학의 한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아마 20--30년이 지나면 과학적으로 증명된 예방법이나 치료법을 지키지 않던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환자가 되어 다시 병원신세를 지게 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의사의 지시를 잘 지키도록 만들지 못하는 능력의 한계를 나는 매일같이 느낀다. 사망원인 중 급작스런 사고사는 막기가 어렵겠지만, 앞의 다른 병들은 안 생기도록 예방할 수 있다. 좀 늦게 생기도록 늦출 수도 있으며,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평균 수명이 길어질테고, 사는 동안에는 건강하게 지낼 수가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무병장수한다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이런 의미의 무병장수를 하도록 해주는 과학적이고 새로운 방법 중에 한가지가 프리라디칼 처치법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동기부여가 잘 된다. 별 증상이 없는 사람도 프리라디칼의 피해가 위험 수준에 왔다는 것을 단순한 말이 아닌 검사 수치로 객관적으로 보여주면서 처방을 해주면 꼬박꼬박 잘 지키는 사람이 많다.
미래의 의학은 훨씬 더 진보된 예방의학의 시대이다. 어느 정도 이상이 생기고 난 후에야 발견이 되는 지금 같은 검사법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생긴 이상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질병과 노화의 싹이 이미 생기기 훨씬 전에 감지해 내어 없애버리는 것이다. 프리라디칼 손상도 세포 수준에서 생기는 이상에 속한다. 지금의 의사들은 심장병, 중풍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이나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현재는 콜레스테롤이 정상이지만 앞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지를 알아내는 검사 방법이 나올 것이다. 또한 현재는 혈압이 정상이지만 앞으로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 주는 검사도 사용될 것이다. 젊은 사람에게 당신은 노화 속도가 빨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검사도 가능해진다. 현재처럼 아무런 검사 이상이 없는 사람에게 생활습관이 나빠서 병에 걸릴지 모르니 운동을 하고 담배를 끊으라고 하는 게 고작인 처방시대는 곧 끝날 것이다.
왜 어떻게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를 세포의 미세한 이상을 찾아내는 검사 방법으로 찾아내어 그것을 수치로 보여 주게 된다. 동시에 지키기 쉬운 처방을 손에 쥐어 쥘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동네 병-의원에는 감기나 복통 환자보다는 첨단 예방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법 중의 하나가 프리라디칼의 처리능력과 그 피해 정도를 측정하고 항산화벽 구축법을 처방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방법으로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제 노화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도 인간의 노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을 프리라디칼 이론으로 꼽는다.
인간의 노화에서 가장 중요한 프리라디칼 이론
아직도 순수한 의미의 노화 메커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때문에 프리라디칼이 노화의 주범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더구나 엄밀한 학문적 관점에서 볼 때 프리라디칼 제거법이 인간의 노화예방에 얼마나 관여하는지에 대해 아직은 불확실한 면도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노화에 관한 얘기를 할 때에는 '무슨무슨 이론에 의하면'이라든가, '무슨 학설에 의하면' 같은 말을 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프리라디칼을 처리하는 항산화제가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더 우세하다. 그리고 노화에 관한 가장 유력한 이론중의 하나가 프리라디칼 노화이론이다.
오래 전에 휴식 상태의 동물에서 그 세포가 활동하는 정도가 클수록 그 동물의 수명이 짧다는 프리라디칼 이론이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이후에 많은 학자들이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를 보고하였다. 이 이론을 풀어 설명하면, 세포활동이 많다는 것은 산소를 이용한 대사가 많다는 것이고, 산소대사가 많다는 것은 산소를 많이 소모한다는 뜻이며, 이는 곧 더 많은 프리라디칼이 생긴다는 뜻이므로, 결국 수명이 짧다는 것은 프리라디칼이 많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도 프리라디칼이 노화를 진행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확실한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즉 나이를 먹을수록 프리라디칼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혹은 활성산소에 의한 조직손상이 나이를 먹을수록 많아진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아직은 부족한 것이다. 또 프리라디칼을 처치하는 항산화제를 투여하면 순수히 그 효과로 인해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각종 경로로 들어서 알고 있고, 많은 학자들이 효과가 있다고 보고한 항산화제를 포함한 수많은 장수법들은 인간의 사망원인이 되는 질병에 걸릴 확률을 감소시켜 주고 노화를 천천히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일 뿐이다. 아직은 그 어느 것도 노화 자체를 예방하는 효과로 인해 당신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
노화와 장수를 공부하는 필자도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해 보라. 그러면 분명히 장수한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냉정하고 엄밀한 학문적 입장에서 말하라고 한다면 아직까지는 만병통치나 불로초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앞으로 언젠가는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결실을 맺을 날이 있겠지만 말이다.
이제 정리를 해 보자.
첫째, 프리라디칼이 여러 질병의생성과 진행에 관여한다는 것은 인정되고 있다.
둘째, 하지만 노화 그 자체에 관여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하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먹음에 따라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에서 프리라디칼의 생성이 증가되며, 그에 따른 조직손상의 정도가 수명을 결정한다는 프리라디칼 이론은 여전히 노화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론이다.
넷째, 따라서 아직까지는 프리라디칼 이론에 입각한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구축법이 과학적인 노화예방법이라 할 수 있으며 실천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멀쩡한데 암이라니... 혹시 오진 아닙니까?"
나는 오늘도 나를 찾아온 환자들 중 한사람에게 폐암선고를 했다.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흉칙한 덩어리가 비웃듯이 폐 한가운데를 먹어가고 있었다. 그 환자는 대뜸 담배 끊은 지도 꽤 되었고, 피곤한 것 말고는 불편한 데도 별로 없으며 그저 한번 검사받아 본 것 뿐인데 어떻게 폐암에 걸릴 수 있느냐, 혹시 오진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다가 곧 얼마나 살 수 있냐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40대 후반의 한 중소업체 사장...
옆에 같이 따라 들어온 그의 부인은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느냐. 진작에 미리미리 검사 좀 받아 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건강에 신경 좀 쓰라고 할 때마다 듣기 싫어하더니'하면서 절규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나의 얘기를 다 듣고도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아마도 주치의의 입에서 단 한마디라도 더 희망적인 말을 듣고 싶어서일 게다. 그러다가 마지못해 힘없이 일어서서 진료실을 나가던 뒷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게 남의 일로 보이는가? 여러분은 암에 안 걸릴 것이라고 자신하는가?
40대에 들어서 자기 분야에서 성공은 거두었지만, 그 담보로 건강과 생명을 잃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생활방식에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 우선 애매모호한 성공의 첫 번째 담보가 건강이라는 것이다. 막말로 남보다 잘 먹고 잘 살고 좀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가장 덜 투자가 되고 등한시 되는 것이 건강이다. 결국 건강을 잃은 빈 껍데기 풍요가 생기는 모순이 초래된다. 두 번째로 희생되는 것이 개인적인 삶과 가정이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으며,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자투리 시간까지 활용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항상 머리 속은 일로 가득 차 있고 압박감을 받고 살며 더 이상 행복하지도 않고 더 이상 가정과 부모, 부부, 자식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자기 자신에게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 자문해 봐도 답은 안 나오는 상태이다. 그런데도 직장에서는 본보기가 되는 상사로 존경을 받기까지 한다.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이 가치있길 바라고 내 가정이 행복하길 바라고 또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손에 쥐어진 것은 전부 바라던 바와는 반대이다.
언제부터가 시작인지 모르지만 자신이 조절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주위에는 온통 다른 사람에 의해서 좌우되는 일거리들만 쌓이게 된다. 차차 잘 안 되는 일들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하고 자기 통제력과 주체성을 잃어가며 회의에 빠져든다. 어느 날 문득 건강이 나빠진 것을 깨닫지만 여전히 자기가 주체가 되어서 건강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남에게 의존하고 손쉬운 방법, 어처구니없는 방법에 희망을 걸고 매달린다.
매일 접하는 각종 매스컴, 잡지, 책에는 무슨 비법, 비결, 기적, 100%보장 등등의 앞뒤가 잘려서 혹하는 문구만을 내세운 건강광고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마치 첨단 건강상식인 양 세뇌를 시킨다. 신문의 건강면에는 눈부신 최첨단 의학이 소개되며 사람들은 의사만이 그들의 병을 일으킨 원인을 알고 있다고 믿게 되고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치료법에 희망을 걸고 병원을 찾아간다. 의사는 환자의 몸을 몇 mm단위까지 쪼개 볼 수 있는 첨단 기계를 사용하여 검사를 한 후 그 측정 결과에 의거해서 건강과 질병을 구분한다. 모든 인간의 병이 정신, 육체,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진리가 과학논리에 의해 무시된다. 의사가 그런 진리를 설득하기 위해 주사와 약을 쥐어 주면서 동시에 환자 자신이 해야 할 일들-예를 들면 건강을 해친 잘못된 생활태도나 습관과의 전쟁-을 교육해도 환자가 이를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다. 또 의사는 환자가 아무리 불편해 해도 기계적인 수치가 정상이라는 것만을 강조한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환자는 또 다른 병원을 전전하지만 결국 같은 말만 되풀이해 듣는다. 건강 미신을 찾아 발길을 돌려서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 거기서도 별 효험을 못 보면 이제 그냥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나 문득 건강체크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는 의사로부터 절망적인 얘기를 듣는다. 오늘 내가 폐암선고를 한 환자도 이런 식으로 10여년 정도를 보냈으리라.
암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주목받는 활성산소 이론
사람에게 생기는 암의 종류는 무려 270여 종이나 된다. 발생 빈도로 보면 전 인류의 약 1/4이 일생에 한번은 암에 걸리는 꼴이다. 암의 원인은 종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유전적 요인, 잘못된 생활 습관의 축적, 특정한 질병에의 감염 결과 등 여러 가지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수많은 요인들의 복합작용이 누적되어 생긴 미세세포 환경 변화의 결과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런 암발생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보면,
첫째, DNA의 돌연변이가 시작되는 시기
둘째, 성장이 촉진되는 시기
셋째, 돌연변이된 세포가 악성화 되는 진행 시기가 있다.
그런데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활성산소가 이 3단계에 다 작용하여 암의 주요한 유발 요인이 됨을 시사하고 있다(시사한다는 말이지 실제로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활성산소의 발생은 내적, 외적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내적으로 활성산소가 과다 축적되는 주요 원인으로 만성염증이 있다. 몸 내부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 이를 물리칙 위하여 백혈구라는 세포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백혈구에서는 수퍼옥시드라디칼과 염소화합물 같은 활성산소가 계속 생성된다. 이 활성산소들이 다시 만성염증의 다른 요인들과 같이 작용하여 암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장점막에 궤양이 생기고 염증이 일어나서 만성적인 설사를 하는 질병을 궤양대장염이라고 부른다. 대장에 심한 염증이 생긴 것이므로 백혈구가 활성화되어 보통 때보다 장에 활성산소가 많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대장암이 생기는 위험률이 보통사람보다 훨씬 더 높다. 석면에 오래 노출된 사람에서는 폐암의 일종인 악성중피종이 잘 생기며 특정 기생충 감염시 방광암이 잘 생길 수가 있는 것도 비슷한 이치이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B형, C형에 의한 만성간염이 있으면 적어도 6개월마다 간기능 검사와 간암검사를 하는 게 좋다. 만성적으로 간에 염증이 있는 사람에서는 간암의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외적인 요인에 의하여 활성산소가 축적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면 흡연이다. 흡연을 하면 산화질소라디칼이나 히드록시라디칼 같은 프리라디칼이 생성된다. 그리고 흡연양과 횟수가 많을수록 프리라디칼의 피해가 축적되어서 폐암을 유발하게 된다. 방사능 노출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각종 암으로 비참하게 죽어간다는 외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 피부암 예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자외선을 덜 쬐는 것이다. 자외선이나 전리방사선을 많이 쬔 결과로 생긴 프리라디칼이 그 요인인 것이다.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한 식사 습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바로 동물성지방을 덜먹는 것이다. 동물성지방을 많이 먹으면 고기 안의 철이온이 촉매작용을 하여 생긴 히드록시라디칼이 대장암, 직장암의 유발 요인이 된다. 또 유방조직액 안에 있는 지질이 산화되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된다. 소화기 내 지질도 활성산소로 인해 과산화변질되어 대장암, 직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서 술의 대사과정으로 생긴 프리라디칼의 축적도 간암 발생위험 증가의 요인이 된다.
인간의 사망 원인으로 항상 경계를 요하는 주요 암들은 거의가 이와 같이 활성산소의 축적 피해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대장암, 폐암, 방광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식도암, 구강암, 두경부암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암들이 활성산소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상당히 관련이 된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 게다.
우리는 체내에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방어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방어벽이 아무런 신경을 안 쓰는데도 불구하고 영원히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방어벽은 약해지는데 활성산소가 계속 생기면 신체 구석구석에서 손상이 계속 일어난다. 또 DNA와 단백질의 변형도 점점 누적이 되어간다. 이런 식으로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된 DNA의 도연변이화가 인간에서 암의 유발요인이라는 것이 활성산소 이론이다.
현재 암의 원인과 해결 방법으로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은 유전요인과 유전자 치료이다. 태어날 때부터 암이 생길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며, 언젠가부터 이 유전자가 활동하여 암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후천적으로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쇠퇴하고 암 촉발 유전자가 강해져서 암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때의 치료는 암유발 유전자를 없애거나 암억제 유전자를 강하게 해 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일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몫이다.
유전요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환경요인에 의한 암유발이다. 어떤 학자는 식사 습관을 고치고 환경을 정화하는 것만으로도 70--80% 이상의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바로 이 환경 요인에 의한 암 유발 기전이 활성산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활성산소의 생성을 줄이거나 항산화제를 사용하여 피해를 막음으로써 암이 안 생기도록 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당연하다. 이는 유전자 치료의 경우처럼 의사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 각자의 몫이다. 현재로서 어느 날 갑자기 암선고를 받지 않기 위한 최선책도 바로 이것이다.
피부노화의 주범은 자외선
피부는 표면에 위치하므로 무슨 변화가 와도 쉽게 맨눈으로 금방 쉽게 알 수가 있다. 노화현상이 온 것도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조직이다. 무슨 변화가 오면 굳이 병원에까지 안가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으므로 악화되지 않도록 닦고 바르고 영양분을 주면서 조심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대접을 받는 곳이다.
만일 폐나 간도 피부처럼 곁에 나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담배나 술에 절어서 거무튀튀하게 변하는 것을 금방 볼 수 있게 될 것이므로 의사가 굳이 말을 안해도 금연, 금주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내부 장기는 몸 속에 있으므로 겉에서 볼 수가 없다. 노화현상이 와도 피부처럼 금방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피부에 쏟는 정성의 절반만 들여도 속병이 많이 없어질 것이다. 최소한 1년에 한번씩은 정기검진을 해서 자기 속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피부는 겉에 있어서 이렇게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 내부 장기와는 달리 또 다른 것에 의해 시달림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노화가 빨리 된다. 예를 들면 탄력성이 없어지고 얇아지며 멍이 잘든다. 피부 밑의 모세혈관이 넓어져서 겉에서 눈으로도 빨간 실핏줄이 보이기도 한다. 머리가 빠지고 하얗게 되고 건조해지고 주름이 생기는 것도 노화의 증거이다. 물론 이렇게 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피부를 제일 빨리 노화시키는 것은 자외선이다.
피부 중에서도 제일 자외선을 많이 받는 곳이 어딘가? 얼굴과 목부위, 손처럼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곳이다. 그럼, 이제 옷을 벗고 거울을 한번 보라. 어디가 제일 주름이 많고 노화되어 보이는가? 바로 자외선에 제일 많이 시달린 얼굴, 목, 손일 것이다. 간혹 건강 잡지의 표지모델로 꾸준히 운동을 하고 단련을 해 온 노인의 사진이 실리기도 한다. 단단한 근육과 탄력있어 보이는 몸을 자랑하며 미소를 짓는 사진말이다. 몸매만 떼어놓고 보면 20--30대 같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나이를 속일 수가 없다. 자외선을 쪼인 햇수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뜨거운 햇빛 아래서 매일같이 땀흘리는 농부나 어부들을 보라. 얼굴이 하도 자외선에 시달려서 실제 나이보다 10--20살은 더 늙어 보이는 사람이 많다.
자외선은 이렇게 피부 노화현상을 빠르게 만들 뿐만 아니라 조그만 반점을 만들기도 하고, 두꺼운 각질을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피부암이 생기게 한다.
자외선(실내선탠 포함)을 쪼이면 피부에 프리라디칼이 만들어진다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3가지로 나눈다.
가장 긴 파장을 가진 것이 A형으로 320--420나노미터(1나노미터(nm)는 10억 분의 1미터)정도 된다. 그 다음이 B형으로 290--320나노미터, 가장 짧은 것이 C형으로 290나노미터 이하이다. C형은 지구 상층권의 오존층에서 흡수가 되어 걸러진다. 하지만 A형과 B형은 지표면까지 도달하여 인체에 영향을 준다. 이 중에서도 파장이 긴 A형 자외선은 피부층으로 침투하여 피부를 검게 만든다. 또 탄력섬유에 손상을 주어 피부노화의 요인이 된다. 그리고 피부조직에서 프리라디칼 생성을 촉진시킨다. 반면에 B형 자외선은 직접적으로 피부조직의 DNA성분을 변형시켜서 피부를 벌겋게 만들고 염증이나 수포를 만드는 자외선이다. 실제 임상연구에서도 자외선을 쪼인 피부조직에서 히드록시라디칼에 의한 손상 흔적이나 지질의 산화 변질을 관찰할 수 있다. 프리라디칼이 만들어지는 것 외에도 자외선을 쪼이면 반응산소종들이 만들어진다.
이런 자외선의 피부 손상은 실내 선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실내선탠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건강상식인 것이다. 오히려 인공자외선은 자연적인 태양광선보다도 자외선 방출량이 더 많아 유해성이 더 크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선탠의 적정 시간, 노출량, 위험 사항 등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서 더 문제이다.
피부를 오래도록 건강하고 탄력있게 유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구리빛 피부를 자랑하고 다니지도 말고 부러워 하지도 말아야 한다.
프리라디칼이 일으키는 질병들
백내장을 유발하는 프리라디칼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2가지 시력장애의 원인이 혹시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백내장과 황반퇴화란 병이다. 젊은 사람들은 이 병의 중요성을 아직 잘 모르겠지만, 노인들은 이 병들이 얼마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멀쩡하던 눈이 흐리멍텅하고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빠른 경우는 40대부터도 생기기 시작한다.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2가지 병은 아직 예방법이 없으며, 치료법도 단점이 있다.
우선 백내장의 경우는 수술 방법이 매우 발달되어 있으며 안전하고 효과도 있다. 하지만 수술받기 전까지는 상당 기간을 불편한 상태로 지내야 한다. 황반퇴화는 레이저치료법이 있지만,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몇몇 소수에서만 할 수 있다. 레이저치료가 있지만 시력감소 시기를 늦추어 주는 것에 불과한 실정이다. 물론 치료법이 점점 발달할 것만은 틀림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2가지 병은 앞으로도 점점 증가할 것이므로 그 예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프리라디칼의 피해를 막는 항산화제 투여에 의한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 빛이 강할 때에는 렌즈를 좁게 해서 빛이 조금만 들어오게 하고, 반대로 실내에서는 렌즈를 활짝 열어서 찍어야 빛이 제대로 들어와 사진이 잘 나온다. 눈에서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수정체이다. 즉 수정체는 투명해서 눈으로 들어온 빛이 잘 통과하도록 하면서 그 강도와 굴절 정도를 조절해 준다. 탄력성이 좋은 조직으로 되어 있어서 두께가 자유자재로 조절되기 때문이다.
백내장이란 수정체가 뿌옇게 탁해지는 병이다. 마치 눈앞에 창호지 같은 종이를 대고 보는 것처럼 시력이 떨어진다. 백내장이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엄마가 풍진에 걸리면 태어난 아이에서 선천성 백내장이 생긴다. 또 염증이나 눈의 상처, 당뇨의 합병증으로도 올 수 있다. 하지만 노화에 의한 노인성 백내장이 가장 많다. 이 노인성 백내장의 원인으로 꼽는 것이 프리라디칼 손상에 의한 수정체의 노화이다. 자외선을 쪼이면 수정체에 산화가 일어나며 그 과정에서 생긴 과산화수소, 히드록시라디칼, 수퍼옥시드라디칼들이 수정체 조직에 손상을 주는 것이다.
가장 흔한 시력장애의 두 번째 원인질환, 황반변성과 프리라디칼
어린아이와 젊은이의 맑고 투명한 눈과 노인의 눈을 비교해 보라. 탄력이 없고 거칠어 보이며 탁해 보인다. 40세 전후부터 눈의 노화가 빨리 진행된 결과이다. 이런 눈의 노화 중에 황반부변성증이란 병이 있다. 카메라로 찍은 물체를 사진으로 보려면 필름에 상이 맺혀져야 한다. 눈에서 필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망막이며, 눈으로 들어온 빛이 수정체를 지나 이곳에서 상이 맺혀진다. 망막의 중심부에는 다른 부분에 비해서 황색으로 보이는 황반부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추상체라는 시각세포가 밀집되어 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황반부에 퇴화가 일어나게 되어 시각 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상이 맺히는 망막의 중심부에 이상이 온 것이므로 중심 시야가 어둡게 보이며, 물체가 작아 보이기도 하고 구부러져 보이기도 한다. 황반부의 퇴화가 오는 이유도 프리라디칼과 관련이 있다. 동물에게 자외선이나 방사선을 쬐어 주면 프리라디칼이 생기고,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광수용체막의 지질에 과산화변질이 생기는데, 이런 변화가 인간에서 생기는 황반퇴화라는 병에서도 관찰되는 것이다.
프리라디칼을 처리 못하면 면역기능이 약해진다
외부로부터 해로운 물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체내로 들어와도 우리 몸은 이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면역기능이라는 방어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왔다고 치자. 그러면 가장 1차로 식세포(이물질을 잡아먹는 작용을 하는 세포)라는 방어기능이 발동하여 세균들과 전쟁을 벌인다. 이때 식세포가 사용하는 무기 중의 하나가 활성산소이다. 활성산소를 대량으로 만들어서 인체조직이 아닌 세균들을 죽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 경우는 활성산소가 이로운 역할을 하게 된다. 식세포 작용만으로 방어기능이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임파구라는 2차 방어 세포가 후방에서 자체 살상기능과 항체를 만들어 확실하게 세균들을 제압하게 된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정상세포가 어떤 원인에 의해 암세포로 일단 바뀌게 되면 빨리 이를 알아차려서 암세포를 초기에 무력화시켜야 한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바로 임파구라는 세포이다. 그런데 2차 면역기능을 하는 임파구라는 세포는 활성산소 처리능력이 약한 사람에서는 그 기능도 약해진다. 반대로 활성산소 처리능력이 강한 사람에서는 그 면역기능도 강해지게 된다. 흡연을 하면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며 또한 활성산소 방어벽도 약해진다. 이런 사람의 임파구 기능을 측정해 보면 정상시보다 감소되어 있다.
임파구라는 세포가 활발히 움직여 주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면역기능이 감소하면 우리 몸은 항상 외부 침입자와의 힘겨운 전쟁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가 아예 그 기능이 없어지면 각종 잡균이나 세균들은 우리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지 않기 때문에 마구 들어와서는 활개를 치며 살게 된다.
또한 암세포가 자라고 있는데도 그 활동을 저지하지 못하게 된다. 한번 걸렸다 하면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에이즈란 병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병이 왜 무서운가?
에이즈균은 면역기능에 중요한 임파구의 천적이다. 임파구는 다른 때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면서도 에이즈균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파괴된다. 바로 이런 면역세포들이 제 기능을 하려면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프리라디칼과 그것을 처리하는 항산화 방어벽간에 적절한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즉, 어린이건 젊은이건 노인이건간에 항산화 방어벽을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만 면역기능 장치가 제대로 가동된다는 말이다.
동맥경화증의 출발점에 프리라디칼이 있다
꽤 전문적인 의학용어 중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널리 알려진 용어 중의 하나가 동맥경화증일 게다. 동맥이 탄력성을 잃으면서 좁아지는 것을 말하는데, 쉬운 말로 혈액순환이 안된다는 뜻이 된다. 만일 심장을 먹여 살리는 심장동맥이 동맥경화증으로 좁아지고 혈액 성분이 엉겨서 생긴 혈전증으로 혈관이 막히면 협심증,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 질환이 된다. 마찬가지로 뇌로 가는 뇌혈관에 이런 일이 생기면 중풍이라 부르는 뇌혈관 질환이 생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질환은 현대인들의 으뜸가는 사망 원인이다. 따라서 튼튼한 혈관과 맑은 피를 유지하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삶의 질도 동맥경화증 환자에 비해 훨씬 좋다.
그러면 어떤 과정으로 해서 멀쩡하던 혈관이 막히게 될까?
첫째, 동맥경화증의 초기에는 혈관벽에 지방반이라고 부르는 황색의 조그마한 융기가 생긴다. 그리고 지방반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지질덩어리를 갖고 있는 포말세포라는 것들이 존재한다.
둘째, 지방반이 점점 커지면 이를 섬유반이라 하고, 또 여기에 여러 물질들이 침착이 되면 차차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셋째, 이 섬유반이 갈라지거나 혹은 다른 원인으로 혈관에 손상이 오면 물에 안 녹는 단백질 덩어리인 섬유소라는 물질이 생긴다. 그리고 여기에 혈소판, 적혈구 등이 같이 엉겨 붙으면서 소위 혈전이라는 응고체가 생기고 결국은 혈관이 아에 막히게 되는 것이다.
동맥경화증을 근원적으로 예방하려면 그 출발점을 알아야 한다. 거기가 어딘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된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내피세포란 혈액과 혈관벽 사이에 위치한 세포를 말한다. 바로 이 내피세포에 손상이 오면 그때부터 동맥경화증의 싹이 생긴다는 것이다.
무엇이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을 일으킬까?
고혈압은 혈관 내의 압력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수압이 높으면 둑이나 관이 터지듯이 혈관 내의 압력이 높으면 혈관이 상할 수 있다. 또 수도관에 오염물질이 들어오면 파이프가 잘 부식되듯이 혈액 속의 여러 독소(담배 성분, 당뇨병 때의 고혈당)가 많아도 혈관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혈관내피세포에 손상이 오면 피 속을 흐르던 세포들이 손상 부위로 몰려서 들러붙게 된다. 그런데 얌전히 들러붙고마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프리라디칼을 마구 만들어낸다. 이 프리라디칼이 피 속에 있는 물질들을 산화시키고 해를 입힌다. 피 속에 있는 물질 중에서 저밀도 지질단백(밀도가 낮은 지질과 단백질의 결합체로 영어로는 Low Density Lipoporotein이라 함 이후부터는 LDL이라는 약자로 쓰기로 함) 안에 들어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이 프리라디칼의 공격을 잘 받는다. 만일 좋은 콜레스테롤을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프리라디칼에 대한 방어벽이 약한 사람이면 더욱 그 피해 정도가 크다. 결국 동맥경화증이 진행하고 혈전증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동맥경화증의 프리라디칼 이론이다.
동맥경화증 발생의 프리라디칼 이론에 의하면 혈전증이 생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LDL이 프리라디칼에 의해 과산화변질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론은 이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DL이 과산화변질되면 어떤 과정으로 혈전증이 생기게 될까?
첫째, LDL의 과산화변질이 생기면 혈관내피세포에 더 손상을 주고 이어서 더 많은 식세포들이 들러붙고, 그럼 또 더 많은 활성산소들이 만들어지고 하는 악순환 고리가 생긴다.
둘째, 식세포 외에 피 속의 임파구들까지도 손상 부위로 모이며
셋째, LDL의 과산화변질이 오면 성장물질이 분비되어 세포 증식이 되고 섬유조직의 성장이 촉진된다.
넷째, 과산화변질 부위가 분해되면서 지지라디칼 등 같은 독소들이 생성되며 이들은 LDL 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까지 공격을 하게 된다.
다섯째, 이런 식으로 LDL의 단백질이 프리라디칼의 공격으로 상하게 되면, 식세포들이 이를 알아차리고는 변질된 LDL들을 빠른 속도로 잡아먹는다. 왜냐하면 변질되어 상해 버린 LDL을 처리해 주지 않으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세포 안에는 전과 달리 손상된 지질들로 차게 되는데, 이렇게 된 식세포들을 포말세포라고 부른다.
결국에는 점점 혈관내피세포 손상 부위에 지질덩어리가 가득 찬 포말세포들이 늘어나면서 덩어리가 차차 커지는데, 이것이 앞서 말한 지방반이라고 부르는 황색의 융기이다. 그리고 더 진행되면 결국 혈관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 중에는 한번쯤 병원에서 피검사를 한 결과, 의사들이 콜레스테롤이 높으니 주의하라든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전체 콜레스테롤 수치만을 갖고 그러는 게 아니라, 실은 LDL수치가 높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아두라. 혈액 내 콜레스테롤치가 높다는 것은 결국 과산화변질될 수 있는 LDL의 양도 많다는 의미이며, 동맥경화증의 후보자라는 의미인 것이다.
금연 없이 도맥경화증 치료를 바라지 말라고 하는 이유도 흡연을 하면 LDL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렇다. 또 흡연 성분 자체가 피 속으로 들어가서 LDL을 산화시키기도 하며, 동시에 프리라디칼의 공격을 막아내는 물질을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왜 의사들과 영양학자들이 매일같이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잘 먹으라고 그토록 강조하는가? 이런 식급관을 가진 사람은 LDL의 산화변질이 덜 되기 때문인 것이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활성산소가 이로움을 주는 유일한 경우
활성산소들이 인체에 해를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 상처에 균이 들어와 덧나서 곪다가 나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이 균들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백혈구에서 만드는 활성산소인 것이다. 혈액 내에는 백혈구라는 세포가 흐르고 있는데, 이들은 외부에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들이 들어오면 혈액 속에 그 숫자가 증가되면서 균들을 찾아내고 잡아 먹으며 죽이는 일을 한다. 그래서 이런 작용을 식균작용이라 하며, 식균작용을 한다 해서 식세포라고 부른다. 병원에서 하는 염증이 있나 없나 보는 혈액검사의 하나도 바로 백혈구 숫자를 조사해서 정상보다 증가되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식균작용은 다음과 같은 대단히 정교한 메커니즘에 의해 일어나게 된다.
우선 이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이물질이 들어온 곳으로 백혈구가 출동한다. 이어서 이물질을 찾아내면 그 안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는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낸다. 세균 안으로 침입한 과산화수소는 세균 안에서 강력한 활성산소인 히드록시라디칼을 만들어 세균 안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또 백혈구는 세균을 단번에 죽일 수 있을만큼 강력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페록시다제라는 효소다 갖고 있다. 외부에서 침입한 균을 죽였지만 백혈구는 자기가 만들어낸 독물질로 인해 역시 못 견디고 같이 죽게 된다. 결국 상처가 덧나서 생기는 고름은 죽은 외부 침입균과 이들과 함께 전사한 백혈구들의 전쟁 흔적이며, 백혈구가 갖고 있는 효소로 인해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다.
침입자와의 전쟁에서 백혈구가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독성이 아주 강한 어떤 균은 백혈구가 만든 활성산소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러면 균들이 방어벽들을 깨고 온몸으로 퍼져 우리 생명을 위협한다. 결국 병원에 입원해서 그 균을 죽이는 강력한 항생제의 투입이 필요하게 된다. 선천적으로 백혈구 기능이 떨어진 경우나 혹은 후천적으로 프리라디칼 방어벽이 약한 사람은 면역기능이 약해진다. 이 때는 약한 균이 들어와도 이를 못 이겨내고 감기나 폐렴같은 염증이 아주 잘 걸리게 된다.
이와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프리라디칼은 세균을 죽이기는 하지만 위험한 살상무기이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몸이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을 죽이게 되는 메커니즘에는 활성산소가 관여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만들어지거나 하면 세균만 죽이는 게 아니라 멀쩡한 주위 인체조직까지도 해를 입히게 된다. 이 상태가 너무 지나치거나 오래가면 주위 정상 조직에도 손상을 입힐 수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되어 생기는 대표적인 질병이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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