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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활성산소

제 3부 활성산소의 피해를 막아주는 항산화제의 비밀

by Healing New 2020. 6. 16.

  제 3부 활성산소의 피해를 막아주는 항산화제의 비밀
  제 1, 2부는 프리라디칼, 활성산소의 정의와 그것들이 몸 속 어디 어디에서 생기는가에 대한 것이고, 이번 장은 그런 활성산소를 처리하는 항산화제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내용이 좀 전문적이긴 하지만 알고 보면 별 게 아니다. 항산화제는 우리 몸의 세 군데(세포안, 세포막, 세포 바깥)에 존재하며 각각 위치하는 항산화제의 종류가 다르다.
  세포 안쪽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산화효소가 프리라디칼을 처리한다.
  1. 수퍼옥시드 디스뮤타제, 2. 카타라제, 3.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 4. 셀레니움
  세포막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산화효소가 프리라디칼을 처리한다.
  1. 비타민 E, 2. 비타민 C, 3. 조효소 큐
  세포 외부(예: 혈관 내)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산화효소가 프리라디칼을 처리한다.
  1. 비타민 E, 2. 비타민 C, 3. 구리나 철을 처리하는 트랜스훼린, 락토훼린, 세룰로플라스민, 알부민 등
  그리고 한가지 더!
  이미 프리라디칼에 의해 손상된 부분을 수리하는 장치도 있다.
  
  활성산소 피해를 최소화한다
  공장을 가동하고나서 생기는 폐수를 처리하지 못하고 내보내면 하천이 오염된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대기오염의 원인이지만, 만일 그 배기가스를 차 밖으로나마 내보내지 못한다면 엔진의 수명은 대푹 줄어들 것이다. 사람이 음식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들을 적절히 배설-처리하지 못한다면 몸 안에는 해로운 독물질들이 나날이 쌓여만 갈 것이다. 인간의 세포도 마찬가지이다. 에너지를 만들면서 생기는 해로운 프리라디칼을 제거하지 못하면 세포는 오래 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상에 처음으로 나타난 생물체는 산소가 없어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차차 대기 중에 산소량이 증가하면서부터는 산소의 독성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했다. 그 능력이 바로 항산화 방어능력이다. 여러분들은 이 말이 생소하겠지만 과학자들이 항산화제에 대해 연구를 해 온 것은 수십년이 넘는다. 그리고 해가 거듭될수록 노화와 질병의문제를 푸는 열쇠의 하나인 것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관심을 갖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대중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우리나라 일간지에도 간간이 소개되고 있다.
  과거에는 적당한 운동이 건강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몇 년 안에 항산화제란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항산화 방어벽이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건강상식이 될 것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차원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에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항산화제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 될 것이다. 여러분은 단지 조금 먼저 그에 대한 지식을 손에 넣는 것 뿐이다.
  항산화제란 무엇인가?
  단어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산화에 대항하는 물질이다. 조금 전문적으로 길게 풀어보면 산소를 사용하는 생명체에서 산소로부터 생기는 프리라디칼에 의한 손상과 프리라디칼이 아닌 산소(예: 단일산소, 오존)에 의한 지질, 단백질, 핵산, 탄수화물의 손상들을 차단, 억제하거나 지연시키는 물질로 정의할 수 있다. 여러분은 그저 간단하게 프리라디칼은 건강을 해치는데 이걸 막아주는 항산화제라고 한다더라,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된다.
  물론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보면 어제의 진리가 오늘의 진리가 아니며, 상식으로 알려진 것도 찬반양론이 존재하듯이 현재 항산화제의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알고 있는 지식 범위에서는 효과가 있는 쪽이 큰 흐름이며,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는 얼마든지 댈 수가 있다.
  'A라고 하는 어떤 물질이 훌륭한 항산화 효과가 있다'라고 하려면 프리라디칼에 의한 피해가 항산화제를 준 후에 줄어드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는 프리라디칼 피해 정도를 완벽하고 정확하게 잴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측정이 가능하다. 내가 있는 병원에서도 전문클리닉을 운영하는데, 실제로 찾아온 환자들의 혈액을 가지고 그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그리고나서 피해 정도에 따라 항산화제를 처방하는데, 만일 처방 후 다시 검사한 피해 정도가 줄어들었다면 이것이 하나의 객관적 증거가 되는 것이다.
  항산화제의 효과에 관한 증거는 동물 실험연구에서 훨씬 더 많다. 인위적으로 동물에게 항산화 영양소가 없는 먹이만 준 후에 조직이나 혈액을 가지고 프리라디칼 피해를 조사하면 손상이 증가된다. 항산화제를 풍부하게 먹인 동물은 훨씬 그 피해가 덜하다.
  사람을 동물처럼 인위적으로 틀에 맞추어 실험을 할 수는 없지만, 역시 동물의 경우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
  이제까지 알려진 사람에서의 항산화제의 효과를 정리해 보면
  첫째, 산소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생기는 해로운 프리라디칼이 덜생기도록 하고
  둘째, 이미 생긴 프리라디칼에 의해 망가진 부위를 수리하며
  셋째, 수리가 힘들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곳은 새로운 물질로 교체시키기도 한다.
  이제부터 우리 몸 안에서 단순히 프리라디칼 피해를 줄이는 역할뿐 아니라 이미 망가진 것을 고치기도 하는 항산화제의 종류를 하나씩 알아보기로 하자.
  
  제 1의 항산화벽
  세포 안을 지키는 항산화 근위병들
  세포 안에는 에너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임금같은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라는 공장이 있다. 또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도록 하는 유전자 공장이라는 중앙통제 센터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가동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프리라디칼과 산소생성물이 같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당연히 프리라디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항산화 방어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체의 항산화 방어벽 중 가장 1단계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성안의 궁궐을 지키는 근위부대 같은 역할을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이러한 항산화제들을 피를 뽑아서 측정할 수가 있다.
  근위병들이라고 해서 전부 같은 자리를 지키고 똑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기 임무가 조금씩 다르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이름도 서로 다르다. 내 몸을 지켜 주는 믿음직하고 충성스러운 다음의 4인방 항산화제들만큼은 주인 입장에서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제 1근위병: 수퍼옥시드 디스뮤타제
  제 2근위병: 카타라제
  제 3근위병: 환원형글루타치온과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
  제 4근위병: 셀레니움
  
  제 1근위병, 수퍼옥시드 디스뮤타제(SOD)
  세포 깊은 곳에서 방어벽 역할을 하는 수퍼옥시드 디스뮤타제(SuperOxide Dismutase, 이후부터는 SOD로 표시함)라는 하산화제가 처음 기술된 것은 1968년이다. 그리고 이후 많은 연구에서 산소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생명체들이 SOD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인간을 포함한 일부 고등식물과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두 SOD를 가지고 있으며, 만일 이것이 없으면 제대로 성장이 안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장균에 SOD가 없으면 세포 손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여, 돌연변이도 잘 일어나게 된다. 인체에서도 SOD가 매우 중요한 하산화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학적 연구들은 매우 많다. 
  SOD들은 세포 안에서 세포를 지키는 항산화제이지만 종류가 여러 가지이다. SOD가 항산화작용을 제대로 하려면 철이나 구리, 아연같은 금속이온이 필요하며, 어떤 금속이온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근무 장소가 조금씩 다르다. 즉 어떤 SOD는 미토콘드리아내에서 생긴 프리라디칼을 제거한다. 또 다른 SOD는 세포질의 내형질망(대부분의 세포에 존재하는 막으로 이루어진 연결 통로로, 이를 통해 세포에서 만들어진 각종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이동되며, 또 세포 바깥에서 들어온 각종 이물질을 해독하는 일을 하는 기관 이름)에서 생긴 프리라디칼을 제거한다.
  또 일부 SOD는 세포내의 핵속과 페록시좀(단일막에 둘러싸인 세포 내 작은 기관으로 여러 산화 효소와 인체 내에서 지방산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여러 효소들을 가지고 있음) 소기관에도 존재하여 여기서 생기는 프리라디칼을 제거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SOD를 외래어 식으로 표기하면 수퍼옥시드 디스뮤타제이다.
  산소로부터 생긴 대표적인 프리라디칼 중에 수퍼옥시드라디칼이라는 게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수퍼옥시드 디스뮤타제는 모든 프리라디칼을 제거하는 게 아니고, 그 중 수퍼옥시드 라디칼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대체 SOD는 어떻게 해서 이 프리라디칼을 제거하는 것일까? 다름 아닌 2개의 수퍼옥시드라디칼을 붙잡아서 프리라디칼이 아닌 과산화수소라는 물질로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2개의 수퍼옥시드 라디칼이 1개의 과산화수소로 바뀌는 반응속도는 SOD가 있을 때 무려 1만배 정도로 빨라지게 된다.
  세계사나 우리 역사를 보면 한 시대의 정권을 바꾸는 혁명을 최고 권력자를 가까이 보좌하는 친위 집단에서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절대 권력자라 하더라도 직계 부하들간에 세력이 균형되도록 잘 다스리지 않으면 내부 갈등과 암투가 싹트는 것이다.
  SOD는 세포의 핵심기관을 가까이서 지키는 항산화근위병의 하나이다. 그러나 SOD의 힘이 너무 강해도 문제가 된다. 사람에서 흔한 염색체이상 질환 중 다운증후군은 대표적인 선천성 기형질환이다. 이 환자의 염색체에는 SOD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더 많이 있어서 정상적인 경우보다 SOD의 활동이 50%정도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의 SOD를 쥐에게 주입한 후 거기서 태어난 새끼들을 관찰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이 새끼쥐들은 다른 쥐보다 산소나 여러 독소에 더 잘 견딘다. 아마 항산화제인 SOD가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쥐에서는 안 생기는 혀와 신경, 근육의 이상이 나타났다. 이것 역시 SOD 기능이 너무 강해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결과를 보건대 우리 몸에 이롭다는 항산화제도 서로 적당히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좋은 것이지, 너무 과하게 많으면 좋지 않은 것이다.
  
  제 2근위병, 카타라제
  SOD는 2개의 수퍼옥시드라디칼을 과산화수소로 변화시킴으로써 항산화기능을 나타낸다고 했다. 이 반응에서 해로운 수퍼옥시드라디칼을 제거하는 것가지는 좋지만, 그 결과 생긴 과산화수소를 그대로 놔 두어도 아무 해가 없을까?
  혹시 1부에서 설명한 반응산소종이란 물질을 기억하는가? 프리라디칼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여건만 되면 프리라디칼로 변하는 물질말이다. 과산화수소는 대표적인 반응산소종이다. 만일 그대로 방치하면 그 자체로 SOD에 손상을 주므로 결국 SOD가 무력화될 수가 있다. 과산화수소가 다른 데로 이동하다가 철이나 구리이온과 접촉이 되면 더욱 해로운 히드록시라디칼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수퍼옥시드라디칼을 제거하는 SOD의 반응은 그 결과 생긴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반응과 균형을 이루도록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카타라제라고 하는 물질이 바로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세포방어 제 2근위병이다. 카타라제는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시켜 버리는 강력한 물질이다. 처리해야 할 과산화수소의 농도가 낮을 때에는 매우 느리게, 반대로 농도가 높을 때에는 매우 빠르게 제거해 준다.
  제 1근위병인 SOD와 제 2근위병인 카타라제는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상호 협력한다. 이 균형이 깨져서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카타라제에 비해 과산화수소를 만드는 SOD작용이 더 크면 세포 손상이 커진다. 또 이들간의 불규형이 여러 질병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 3근위병, 의무병 역할까지 하는 환원형글루타치온과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
  세포질 안과 미토콘드리아 속에 자리를 잡고서 세포를 지키는 항산화제 중에 아주 독특한 작용을 하는 근위병이 있다.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와 환원형 글루타치온이라는 항산화제가 그것이다.
  우선 이 항산화제는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주된 물질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이미 손상된 세포를 원래 상태로 수리하는 일도 한다. 게다가 해독작용도 하는 등 아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리라디칼 중에서도 가장 독성이 강한 히드록시라디칼의 공격을 받아 손상된 DNA를 복구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환경 유해물질인 벤젠은 환원형글루타치온과 만나면 좀 더 안전한 물질로 바뀌게 된다.
  
  제 4근위병, 셀레니움
  셀레니움은 우리 몸에 필요한 광물질의 일종이다. 이것은 제 3근위병인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따라서 셀레니움이 없으면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셀레니움은 중요한 물질이고, 우리가 매일 음식으로부터 필요량을 반드시 섭취해야 하므로 뒤에 다기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자.
  
  제 2의 항산화벽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제들인 SOD, 카타라제, 환원형글루타치온,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들은 세포 내부를 지키는 근위병들이다. 그러므로 세포를 빙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에는 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프리라디칼은 성벽을 부수듯이 세포막도 공격을 한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리들의 세포막에는 다음과 같은 용맹무쌍한 수비대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으니까. 하지만 용감한 성벽수비대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사기가 왕성한 것은 아니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와르르 세포 벽이 무너질 소지가 항상 있다. 때문에 이들의 주인인 우리는 매일같이 보급품을 열심히 대 주고 격려해 주어야만 한다. 성벽 수비대의 면면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세포막의 구조를 간단히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인체의 세포막은 두겹으로 된 성벽 구조를 하고 있다. 성벽 자체는 인지질이라는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고, 막 사이에는 세포 안팎을 감시하는 단백질이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려면 성벽이 부드럽고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 세포막을 성벽에 비유하다 보니까 여러분들이 돌벽같이 단단한 모습을 생각할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고 매우 부드럽고 유연한 보호막이다. 이런 유동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다가불포화지방산이라 부르는 지방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한가지 있다.
  다가불포화지방산은 프리라디칼 공격에 예민해서 다치기가 쉬운 것이다. 다가불포화지방산은 간단히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몸에 좋다고 알고 있는 식물성기름을 생각하면 된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다시 다루기로 한다.
  축대를 아무리 잘 쌓아도 중간중간 취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취약한 부분이 위험 한계를 넘을 정도가 되면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세포막에서 프리라디칼의 공격에 취약한 부분이 바로 다가불포화지방산이 있는 부분이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식물성기름인 다가불포화지방산의 문제점이 바로 이 점이다. 반면에 몸에 나쁘다고 해서 되도록 안 먹으려고 하는 동물성기름 성분인 포화지방산은 프리라디칼의 공격에 강하다.
  프리라디칼이 세포막의 다가불포화지방산을 손상시키면 그것으로 공격이 끝나는 게 아니다. 한번의 공격으로 생긴 파편들이 산소와 결합하여 연속적으로 또 다른 프리라디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중막 안의 단백질까지도 손상을 준다.
  세포막의 지질이 연속적인 프리라디칼의 공격을 받으면 그 성분이 변한다. 마치 관리를 잘 안한 쇠파이프가 녹이 슬어 부식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프리라디칼에 의해 변질된 세포막 지질을 과산화지질이라고 한다. 과산화지질로 된 세포막은 여기저기 금이 가고 갈라진 축대와 같다.
  이 과산화지질은 원래의 지질에 비해 물에 더 작 녹는 성질이 있어서 세포막이 아주 약해지게 된다. 물에 적시면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휴지처럼 말이다. 바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항산화 성벽수비대의 임무인 것이다. 이 수비대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2가지 방어 기구(프리라디칼 제거, 손상된 지질 수리와 교체)를 작동시켜서 세포막이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 작전을 펴는 것이다.
  이제부터, 세포막 보호 작전을 수행하는 항산화제에 대해 알아보자.
  
  세포막 수비대장, 토코페롤
  수비대장이라고 하니까 마치 신기하고 막강한 새로운 물질이 있나 보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널리 알려진 낯익은 물질인 토코페롤이 그것이다. 아마 한번쯤 복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랫동안 장복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토코페롤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십수년 전, 미국 유수 매스컴에 심장병을 획기적으로 줄여 준다는 보도가 되고서부터이다. 이후에도 토코페롤의 항암효과, 심장병 예방효과, 노화방지 효과, 면역증강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었다. 그 결과 토코페롤은 젊음을 가져다 주는 회춘제처럼 알려져서 아직도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중들에게 선전되고 애용되는 '장수식품'들이 유난히 많다. 그런데 왜 셀 수 없이 많은 장수식품들이 그 이름처럼 장수하지 못하고 있을까?
  첫째 이유는 검증되어질 가치조차 없는 허무맹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연구 가치는 있지만, 실험 및 검증 단계에서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막말로, 한때 유행처럼 그걸 파는 사람들의 주머니만 불룩하게 해 주고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 중 그나마 사용해 볼 가치도 있고 연구 가치도 인정되어 있는 것들은 아직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정도이다.
  토코페롤은 이런 허무맹랑한 약들과는 격이 다른 물질이다. 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동물실험은 물론 많은 임상실험에서 증명이 되었다. 게다가 안전성까지도 검증을 받은 물질인 것이다. 그러니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이 복용을 하는 거이 아닌가? 그리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많은 임상연구의 결과에 힘입어 더욱 증가될 것이다. 토코페롤이라는 뜻은 그리스어로 '아이를 분만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비타민 E와 같은 말이다. 자연계에는 비타민 E 기능을 가진 물질이 8종류가 있는데, 이 중에는 디-알파-토코페롤(참고로 자연형이 아닌 합성형은 디엘-알파-토코페롤이라 함)이 세포막에 존재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항산화물질이며 다른 말로 RRR-알파-토코페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외의 다른 토코페롤도 항산화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장에서 잘 흡수가 안되고 우리 몸에도 양이 많지 않아서 인체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알약으로 복용하는 합성 토코페롤에는 약 12.5% 정도의 디-알파-토코페롤이 있으며, 나머지는 좀 활성이 적은 토코페롤로 만들어져 있다.
  토코페롤이 어떻게 해서 세포막을 지킬 수 있을까?
  세포막이 무너지는 것은 프리라디칼 공격에 의해 지질성분이 과산화지질로 산화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번의 공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허물어질 때까지 계속 말이다. 그런데 토코페롤은 프리라디칼이 이런 연속적인 공격을 못하도록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우리는 토코페롤이 세포막짖질의 과산화 연쇄반응을 억제한다고 해서 이를 연쇄사슬반응 분쇄 항산화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프리라디칼의 공격을 막아낸 토코페롤 자신도 상처를 입고 탈진된다.
  수비대장인 토코페롤이 세포막에 무한정을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탈진이 된 상태에서 또 다른 프리라디칼이 공격을 해오면 막아내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코페롤은 자신을 받쳐 주는 보좌관들을 데리고 있다.
  
  토코페롤의 보좌관, 비타민C와 조효소 큐
  프리라디칼이 공격하는 세포막지질 성분은 다가불포화지방산이다. 그런데 우리 세포막에는 1천개 정도의 다가불포화 지방산마다 이를 지켜 주는 토코페롤은 1개밖에 없다. 때문에 1천개의 다가불포화지방산이 프리라디칼의 융단폭격을 받는 것을 막으려면 다른 항산화제가 또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비타민C와 조효소 큐이다.
  비타민C는 한번 써 먹은 토코페롤을 다시 재생시켜서 세포막의 항산화 방어벽이 계속 유지되도록 한다. 탈진된 토코페 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수비대장에게 원기를 불어넣어 주고난 후에 비타민C는 자기들끼리 만나서 다시 원기를 회복하기도 한다.
  세포막에서 연쇄사슬반응 분쇄작용을 하는 또 다른 항산화제가 조효소 큐라는 물질이다. 이것은 원래 세포내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에너지를 만들 때 필요한 단계인 전자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이외에 또 항산화제 작용도 한다.
  아직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지만 조효소 큐는 두가지 방법, 즉 세포막에서 생긴 프리라디칼을 직접 제거하는 일을 하든가 아니면 그런 일을 하는 토코페롤을 도와 줌으로써 항산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조효소 큐가 풍부한 식품에는 대두기름, 정어리, 고등어, 밀배아, 시금치, 양파 등이다.
  
  세포막의 수리공들
  스리라디칼에 의해 망가지기 시작하는 세포막은 영영 원상 복구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 몸은 망가진 세포막을 고치고 새것으로 바꾸는 일을 할 수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과산화지질로 변질, 손상된 세포막 부분을 수리하는 것이다. 프리라디칼의 공격에 의해 이미 변질이 되어 버린 부분은 썩은 환부와도 같다. 때문에 완전히 도려내어 없애야 한다. 세포막에서는 지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이용하여 과산화변질이 된 부분을 도려낸다. 동시에 제거가 되어 떨어져 나온 과산화지질을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의 작용으로 분해시킨다. 그 후 도려낸 환부 부위를 정상적인 물질로 메꾸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손상된 부분을 복구하는 것이다. 인체의 세포는 한번 생기고 난 뒤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헌 것은 끊임없이 제거되고 새것으로 교체되므로 이런 과정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과산화지질을 제거하게 된다.
  
  제 3의 항산화벽
  우리 몸을 크게 2부분으로 나누면 하나가 세포 안부분이고 다른 하나가 세포 바깥부분이다. 예를 들어 혈액은 세포 바깥쪽이다. 뇌나 척수를 흐르는 뇌척수액, 관절 내의 관절액도 전부 세포바깥에 위치한다. 이곳 역시 프리라디칼의 공격 대상이다. 세포 내부에는 프리라디칼에 의해 공격당하는 것을 막아 주는 SOD, 카타라제,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 같은 막강한 항산화 방어벽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세포 바깥에서는 큰 작용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첫째, 세포 밖에서의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의 활동력은 매우 약하며 둘째, 카타라제는 세포 밖에 존재하질 않고 셋째, SOD 역시 아주 미미한 정도의 양밖에 되질 않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세포 안에는 많지만 세포 바깥에는 거의 없거나 적은 양만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포 외부에는 다른 항산화 방어기전이 있다. 이들은 세포 바깥 곳곳에 항산화벽을 치고 그 지역을 방위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이 녹슬지 않게 하는 지역방위군, 토코페롤과 비타민 C
  상수원에서 물이 수도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가듯이 음식에서부터 흡수되거나 체내에서 만들어진 지방질들이 필요한 조직 세포로 이동되기 위해서는 혈액을 통해 운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름 성분인 지방질이 혈액을 타고 잘 흐르도록 하기 위해 단백질이 붙어 운반하게 된다. 지방에 단백질이 붙은 형태라서 지질단백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혈액 속에는 여러 가지 혈중 지질단백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음식으로부터 섭취되어 소장에서 조직으로 운반되는 카이로마이크론(음식으로 섭취한 지방질을 장에서부터 정맥으로 운반하는 지질단백), 간에서 만들어 낸 지방을 지방 조직으로 운반하는 초저밀도 지질단백(VLDL, 밀도가 아주 낮은 지질단백), 간에서 만든 콜레스테롤을 조직으로 운반하는 저밀도지질단백(LDL, 밀도가 낮은 지질단백으로 동맥경화증의 주원인), LDL과는 반대로 조직의 지질을 간으로 운반하는 고밀도지질단백(HDL, 밀도가 높은 지질단백으로 동맥경화증의 주원인), LDL과는 반대로 조직의 지질을 간으로 운반하는 고밀도지질단백(HDL, 밀도가 높은 지질단백으로 동맥경화증이 안 생기도록 하는 물질)등이다.
  지질단백 중에서 지질 부분은 프리라디칼의 공격을 받아 과산화지질로 변질이 잘된다. 특히 다가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액 속의 다가불포화지방산의 양이 증가되므로 과산화 변질이 더 잘 일어난다. 지질단백 중에서도 LDL은 나쁜 지방이다. LDL이 과산화 변질되면 동맥경화증이나 심장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LDL의 과산화변질을 막을 수 있나, 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에 속한다. 현재는 이 분야에 대해서 상당 부분이 연구 규명이 되어 실제 치료에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혈액 속에 있는 항산화제들 중에서는 어느 물질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까?
  혈액이 녹슬지 않도록 하는 지역방위군은 곧 LDL이 프리라디칼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항산화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것은 LDL에 붙어다니면서 보호를 하고 어떤 것은 혈액을 흐르면서 LDL을 보호한다. 이들은 LDL이 프리라디칼의 공격을 받을 때 자기 몸을 던져서 방어를 하므로 공격 횟수가 많을수록 점점 그 양이 줄어들게 된다.
  재미있는 한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사람의 혈액을 뽑아서 그 성분을 모두 분석하고 양을 잰다. 물론 이 안에는 LDL도 들어 있다. 그 다음, 혈액 안의 LDL이 과산화변질이 되도록 조작을 가하고 나서 다시 혈액 성분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지질의 과산화변질 속도가 증가되면서 눈에 띄게 줄어드는 물질이 있었는데, 토코페롤, 베타카로텐, 라이코펜 등이 그들이다.
  이 실험의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가? 토코페롤, 베타 카로텐, 라이코펜등이 LDL을 보호하는 물질이라는 의미가 된다. 즉 이들은 처음에는 LDL의 과산화변질을 억제하는 데 쓰이면서 소모가 되므로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예 다 소모가 되어 바닥이 나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LDL의 과산화변질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토코페롤, 베타카로텐, 라이코펜 등은 세포 밖 혈액 내에서 지질이 변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항산화 방위대이다. 이들 중에서도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까? LDL 덩어리를 분서갷 보면 그 안에는 프리라디칼의 공격에 약한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다. 동시에 지질을 보호하는 항산화제들도 같이 들어 있다. LDL 한 분자당 토코페롤은 7개인데 비해 베타카로텐, 라이코펜, 조효소 큐 등은 1개도 안되리만큼 적은 양이다. 양이 많으면 당연히 항산화 역할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니 베타카로텐, 라이코펜도 중요하지만 혈액 내 LDL이 과산화변질이 안되도록 해 주는 실질적인 항산화제는 토코페롤이라고 할 수가 있다. 따라서 혈액 내 항산화 방위력을 증강시키는 방법도 이들을 투여하는 것이다. 하루에 얼마큼을 어떤 식으로 투여하는지는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한다.
  토코페롤이 LDL에 붙어다니면서 보호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어떤 것은 혈액 내를 흐르면서 프리라디칼을 감시하고 제거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 C이다. 혈액 안의 비타민 C가 거의 바닥나 있는 사람은 프리라디칼에 의한 과산화변질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런 사람에게 비타민 C를 투여하면 즉시 과산화변질 속도가 억제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비타민 C는 항산화제 작용을 하는 동시에 또 다른 독특한 성질이 있다. 화학적으로 볼 때 비타민 C는 환원제(다른 물질로부터 산소를 빼앗거나 혹은 전자를 건네 주는 성질)이므로 구리, 철이온을 환원시킬 수가 있다. 비타민 C에 의해 전자를 건네받은 철은 흡수가 더 잘 된다. 이런 이유로 비타민 C가 부족한 사람은 철의 흡수가 잘 안되어서 철분결핍 빈혈이 더 잘 생기게 된다. 만일 빈혈이 잘 낫지 않는 사람은 비타민 C를 같이 복용해 보라.
  비타민 C에 의해 혈액 속의 철이나 구리 성분이 전자를 건네받게 되고, 만일 이때 과산화수소가 존재한다면 새로운 반응이 일어나 아주 해로운 활성산소인 히드록시라디칼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실험실에서는 철과 비타민 C의 혼합물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지질의 과산화반응에 유도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타민 C의 해로움은 인체 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포 바깥의 조직액에는 혼자 떠 다니는 자유 상태의 구리, 철이 대부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리나 철이 말썽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항상 꼭 붙들어 잡고 있는 다음 물질들 역시 항산하제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지역 방위군들
  혈액 속에 자유롭게 떠 다니는 철분이나 구리 등은 여건만 되면 프리라디칼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말썽을 일으키지 못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 속에는 철을 꼭 붙잡아서 운반하는 트랜스훼린이라는 단백질이 있기 때문에 자유 상태의 철의 양은 그의 제로에 가깝다. 트랜스훼린에 붙은 철은 프리라디칼을 만드는 반응에 참여하지 못하므로 혈액 속에 있는 자유철을 잡아들이는 트랜스훼린의 능력은 일종의 항산하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트랜스훼린과 유사한 것이 사람의 눈물이나 콧물에 있는 락토훼린이다. 락토훼린은 1개당 2개의 철과 결합할 수 있어서 자유철에 의한 피랄디칼 생성 반응을 억제한다. 또 세균의 성장에 필요한 철분을 빼앗기 때문에 그 결과 세균이 자라지 못하게 도는 감염방어 기능도 할 수가 있다.
  구리도 역시 혈액 속에서는 세룰로플라스민이라는 단백질에 안전하게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세룰로플라스민 역시 지질의 과산화변질을 막는 항산화제이다.
  그외 비슷한 작용을 하는 혈액 속의 황산화제로는 알부민과 요산이 있다. 알부민은 자신을 희생사면서 항산화작용을 한다. 인체 조깆액 내에 있는 요산이라는 물질도 항산화기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정확한 역할을 잘 모른다.
  대략 지금까지 알려진 요산의 기능을 보면 1) 핵산을 만드는 염기의 원료, 2)활성산소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3)철이온과 결합하여 활성산소의 손상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또 특별히 요산은 인체의 기관지 조직에서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화성 대기오염물(오존이나 산화질소물)을 제거하는 항산화 역할을 하는 물질로 생각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한 항산화제 효과에 관한 5,000여편의 연구 결과들
  지난 1년간 전세계의 의학, 화학, 분자생물학, 유전과학, 영양학등 건강 관련 유명 전문잡지만 해도 항산화제에 관한 연구 논문이 수천 편이 넘는다. 아마 1개의 주제로 프리라디칼이나 항산화제만큼 감초처럼 각 분야별로 안 끼는 데가 없는 것도 드물 것이다. 이런 연구 성과에 힘입어 항산화제는 몇 년 안에 인류의 건강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 시점에서 항산화제는 아직 별 볼일 없는 물질인가? 그렇지 않다. 단지 빛을 보고 있지 못할 뿐이다. 수많은 국내외 학자들이 연구해서 발굴한 항산화제가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연히 그것이 갖고 있는 가치만큼 대접을 받아서 항산화 건강법이 빛을 보게 하려는 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쓰는 가장 큰 목적이다.
  지금 당장 책방에 가서 건강코너에 꽂혀 있는 책들 중 아무거나 하나 꺼내서 잘 살펴보라. 항산화제나 프리라디칼, 활성산소 등에 대한 내용이 단 몇 줄이라도 안 써 있는 책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꽤나 잘 팔린다는 건강보조 식품 광고난을 잘 보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적불명의 장수깅 약품 선전난을 봐도 같다. 미용관련 제품, 피부노화를 막는다고 선전하는 화장품까지도 항산화제 성분제품임을 표방한다. 장수를 보장하고, 노화를 예방하고, 암을 안 생기게 하고, 활력을 가져다 주는 열쇠라고 선전되는 항산화제-도대체 어디까지가 과장이고, 얼마만큼이 사실이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제부터 필자는 지난 5년간 동물실험이 아닌 인체를 대상으로 한 항산화제 관련 5천여 편의 연구 결과들을 요약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을 읽고 나면 여러분들은 우리 주변에 가까이 널려 있는 항산화제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당장 이 순간부터 항산화건강법을 실천하는 사람도 생기게 될 것이다.
  
  노화예방 효과
  노화예방에는 유전, 식습관, 운동, 항산화제, 호르몬 등이 관련되지만, 이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어떤 한가지만이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리라디칼이 노화의주요 요인의 하나인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또한 항산화제가 노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많다. 주로 동물실험 결과이긴 하지만 노화학, 영양학자들이 가장 근거있는 항노화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방법은 소식이다. 소식은 항산화작용에 의해 수명연장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조효소 큐는 항산화작용과 세포막 안정작용이 있는데, 일부 노화관련 질환에 투여할 때 부분적인 효과가 관찰된다.
  최근에 각광을 받았던 멜라토닌은 다른 항산화제보다 프리라디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효과가 있으며 멜라토닌의 분비 감소는 노화나 노화관련 질환과 연관이 있다. 미 국립 암연구학회지에 의하면 베타카로텐, 비타민E, 셀레니움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들은 사망률이 4--10% 감소한다고 한다.
  
  심혈관 질환에서의 효과
  1995년 국제생화학 심포지움에 의하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프리라디칼에 의한 지질의 변질성분, 일부 포화지방산, 콜레스테롤을 들었다. 반대로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성분으로 항산화제, 생선기름, 신선한 다가불포화지방산, 섬유소, 구리, 망간, 아연, 셀레니움을 꼽았다. 생선 중에서도 등푸른생선 기름 성분인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지질을 좋게 만들고 혈소판이 엉기는 것을 억제하여 심장병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1996년 심혈관 위험 관련지에서도 항산화제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이 심장병이 덜 생기며, 그 중에서도 비타민E 섭취량이 많은 경우가 가장 덜 생겼다고 보고하였다. 1995년 내과학 연보 논문에서도 비타민E를 음식이나 정제로 2년간 복용시에 위험이 감소되었다. 1996년 미 내과학회지에서는 하루 800단위의 비타민E를 복용시 심근경색증 재발률이 감소되는 것을 보고하였다.
  
  뇌혈관 질환에서의 효과
  현재 중풍 예방 목적으로 의사들에 의하여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은 저용량의 아스피린이다. 그런데 아스피린과 함께 400단위 정도의 비타민E를 같이 주면 중풍 발생이 더 감소될 수 있다. 각종 질병으로 심장이 멈춘 후에 응급처치로 다시 심장이 뛰게 되더라도 뇌 손상이 와서 식물인간이 되는 수가 많다. 이때 프리라디칼에 의한 지질산화를 막는 항산화제를 주면 뇌 손상이 최소화되어 회복이 빨라지는 효과가 관찰된다. 아직은 불확실한 면이 있지만, 항산화제가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각종 암 예방 효과
  자궁경부암의 아주 초기에 베티-트랜스 레티노익산을 바르면 약 40%에서 어느 정도 좋아지는 것이 관찰된다. 또 베타카로텐을 먹이는 경우에 약 70%에서 병의 진행이 억제되었다. 물론 아주 초기 실험 단계이므로 실제로 적용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베타카로텐은 항사화효과 외에도 면역증강 효과, 자궁경부의 상피세포 성장인자 억제효과 등으로 항암작용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구강암의 경우 비타민E나 베타카로텐은 구강암으로 가기 전 단계의 상태를 억제한다. 또 거기서 2차암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정도가 50--60% 정도된다.
  이런 긍정적인 연구와는 반대로 항산화제가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들도 많다.
  우리나라에 특히 많은 암이 소화기암이다. 그런데 소화기암은 신선한 야채, 과일, 섬유소를 많이 먹는 사람에서 발생 위험이 적다. 특히 정백가공이 안된 곡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셀레니움, 오메가3 지방산 섭취도 발생 위험 감소의 가능성을 보인다. 멀티비타민, 멀티미네랄을 복용시 식도암 억제 효과를 시사하는 연구가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
  대장암, 직장암의 경우에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것과 암발생의 위험감소가 관련이 있다. 물론 대장암 예방 목적으로 항산화제를 꼭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항산화제 사용에 대한 전체적은 흐름은 긍정적이다.
  베타카로텐이나 비타민C 같은 항산화제를 많이 섭취하면 흡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흡연을 한 지 오래된 사람에게 항산화제가 폐암 에방 효과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흡연자는 항산화 물질을 풍부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폐암을 예방하려면 흡연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토마토에 많은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라이코펜을 충분히 복용시 일부 전립선암의 예방 효과가 관찰된다. 항산화제 복용에 의한 췌장암, 유방암, 방광암 예방 효과는 긍정적인 연구도 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들도 있다. 피부암의 경우는 항산화제가 자외선에 의한 피부암 유발 요인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다. 비타민E 등의 항산화제는 염증이나 기카 손상에 의한피부 상처가 치유되는 데 촉진작용을 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이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거나 혹은 정제로 복용시 암 예방 효과가 관찰되지만,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항산화제 복용보다는 이미 잘 알려진 암 유발 원인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아울러 항산화제를 같이 복용한다면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면역기능 증진효과
  프리라디칼 생성과 프리라디칼의 제거간의 균형은 면역 세포의 기능에 중요하다. 비타민E, 비타민C, 베타카로텐, 아연, 셀레니움, 몰리부덴 등을 투여하면 T임파구 기능 증강을 통해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들이 있다. 항산화제에 의한 면역 증강 효과는 특히 노인에서 더 뚜렷하게 관찰된다.
  
  백내장 및 눈의 노화 예방 효과
  항산화 성분을 많이 안 먹는 것은 노인성 백내장 발생 요인의 하나이다. 하지만 흡연, 약물, 대기오염도 중요한 유발 요인이다. 항산화 영양소를 많이 먹으면 백내장 발생 위험이 감소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외선을 피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 때로는 항산화제를 보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백내장 발생 지연 방법이다. 노화에 의한 시력장애의 또 다른 대표적인 질환인 황반퇴화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운동과 흡연 피해의 예방 효과
  규칙적이고도 적당한 운동, 그리고 항산화제가 풍부한 식습관은 활성산소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준다. 하지만 심한 운동 후에는 오히려 프리라디칼 생성이 증가하므로 해로울 수 있다. 이때 항산화제 복용이 그 피해를 줄여 줄 가능성이 있다.
  담배 성분 중 산화질소와 알데하이드 성분은 프리라디칼을 생성하여 지질과 단백질에 해를 입힌다. 또한 비타민C, E, 베타카로텐, 유비퀴놀(조효소 큐)같은 항산화제를 고갈시킨다. 이때 항산화제는 지질의 과산화변질을 약화 내지 억제시키며, 환원형 글루타치온은 단백질의 손상을 약화 내지 억제시킬 수도 있다.
  
  각종 신경질환, 치매에서의 효과
  프리라디칼의 공격에 가장 예민한 조직이 바로 신경계이다. 왜냐하면 신경조직은 다른 조직에 비해 지질이 풍부한 막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신경계 질환 중 항산화 능력 감소와 관련된 병은 치매, 파킨슨씨병, 간질, 신경경화증, 허혈증 등이다. 따라서 이들 질환에서 항산화 방어 능력을 증강시키면 신경조직의 기능이 좋아지는 것을 관찰 할 수 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신경계 질환에 항산화제를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치매의 경우, 항산화제는 그 진행을 느리게 하는 보조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신경세포가 노화됨에 따라 히드록시라디칼이 생기므로 비타민E, 셀레린같은 항산화제 투여는 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있다. 실제 현재도 파킨슨씨병에서 이들이 처방되고 있다.
  
  남성 불임증에서의 효과
  프리라디칼은 정자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불임증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항산화제 투여가 불임증의 보조치료법이 될 수 있지만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급성췌장염, 바이러스 감염, 패혈증에서의 효과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이나 담석증 환자에서는 급성췌장염이 잘 생긴다. 이때 췌장 조직이 프리라디칼에 의해 손상이 되며 항사놔제가 소모된다. 동물실험에서는 항산화제 투여 후 췌장세포 손상과 부종이 감소되었지만 인체에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흔한 감염의 원인균이 바이러스이다. 항산화제는 바이러스의 증식과 바이러스에 의한 프리라디칼 손상을 줄여 줄 수 있다. 하지만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독성이 강한 세균 감염이나 인체 면역이 떨어진 경우는 패혈증이라는 중증의 감염증이 온다. 항산화제 중 아세틸시스테인, 비타민E, C, 조효소 큐 등은 심한 세균 감염에 의한 프리라디칼 반응 손상을 줄여 줄 수 있다.
  
  갱년기 여성 치료제인 여성호르몬의 항산화제 효과
  갱년기에서 사용되는 에스트로겐은 많은 여성들이 골다공증 예방 치료제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호르몬은 골다공증 예방 효과 못지 않게 심혈관 질환 발생 감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또 최근에는 기억력 증가나 치매 예방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에스트로겐을 복용하면 LDL의 산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관찰되기도 한다. 따라서 갱년기여성, 특히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요인들(예: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등)을 갖고 있는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복용이 매우 큰 도움이 된다.
  
  호흡기 손상 및 호흡기 질환에서의 효과
  흡연으로 인한 프리라디칼 생성이 항산화 능력을 초과한 경우는 만성 폐질환의 발생 요인이 된다. 기관지천식의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것과 관련된 요인들로는 항산화비타민과 오메가3 지방산의 충분한 섭취, 염분과 오메가6 지방산의 섭취 제한, 모유를 먹은 아이, 흡연과 알레르기 유발물질에의 노출이 있다.
  
  유전자에 대한 항산화제의 영향
  몇 가지 유전인자가 세포 내 대사물질의 산화-환원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항산화제 투여가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항산화제가 세포대사 및 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인자 역할에도 관여하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
  
  항산화제의 안전성 뒷받침 연구
  비타민E는 혈액 응고 질환자를 빼고는 부작용이 없다. 베타카로텐도 하루 15--50밀리그램 복용시에는 거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비타민C는 결석생성, 비타민 B12파괴 등의 우려가 있지만, 아주 과량을 복용한 경우에 국한되며 대부분은 안전하다. 비타민A는 하루 10만 단위 이상의 과복용시에 부작용 발생 보고가 있다.
  
  건강정보 바로알기
  어떤 사람이 무슨무슨 약이나 식품, 약초 등을 몇 달 먹고나서 암이 싹 없어졌다든가 고질적인 병이 없어졌다고 한다면 정말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남이 그렇게 좋다고 하니 내게도 그런 효과가 나타날까? 무엇무엇을 먹어라, 무엇무엇을 하라. 그러면 건강이 찾아오고, 병이 나으며, 노화가 예방된다.
  이런 식으로 씌어 있는 수많은 건강-장수 관련 책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면 정말 그대로 될까?
  건강은 기본적으로 과학이요 상식이며 안전성이 중요한데도, 이를 파격적으로 무시하고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야 잘 팔리는 건강서적이 되고...
  현대의학의 한계를 부정적인 측면인 양 단정짓고 강조하면서 몇몇 체험의 예를 들어 자기 주장을 펴는 건강 강좌, 건강 서적들이 주는 폐해를 이대로 방치하여야만 하는가?
  물론 필자가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라고 해서 현대의학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나를 찾아온 환자에게 안전하고 경제적이면서 과학적인 처방을 해 주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입장에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민속요법, 전통의학, 대체의학 등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그건 오해이다. 지금도 나는 객관적인 체험 사례 보고서가 있는 요법이면서 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종종 환자들에게 추천하고 또 처방도 한다. 문제는 현대의학 울타리 밖의 많은 건강법들이 아직은 객관적인 연구 결과가 없다는 말이다. 현대의학이 현재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비집고 들어와 서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는 수많은 건강법, 질병 치료법들... 이들이 해야 할 것은 대중을 혹하게 하는 자기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연구 결과의 제시이다.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시중의 많은 건강 서적들이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공통적인 방법론이 현대의학의 한계를 매우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의학의 한계가 계속 해결되지 못하고 영원한 한계로 남아 있을까?
  그렇지 않다. 독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수한 건강법에 빠져 경제적, 신체적 손해를 보는 이 순간에도 현대의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멀지 않다 곧 지금의 한계를 극복해 갈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신문 보도나 각종 책에 씌어 있는 방법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대로 따라서 해 볼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를 가려내는 방법을 얘기하겠다. 만일 지금부터 설명하는 조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바로 실천에 옮기지 말고 신중을 기하도록 하기 바란다. 절대 과신하지 말고 좀더 이리저리 알아 본 후에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첫째, 근거 연구 논문과 통계치가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 건강이나 질병, 노화 등에 관련된 원인이나 예방법, 치료법이 인정을 받으려면 반드시 일정한 틀에 따라 실행된 연구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항산화제가 노화나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하려면, 노화가 많이 된 사람이나 병이 심한 사람 그룹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룹간에 항산화제가 확연히 차이가 있음을 통계 수치로 증병해야 한다. 또 항산화제가 노화 속도를 늦추고 면역력을 높인다고 말하려면, 항산화제를 복용한 그룹에서는 그런 효과를 보이던 것이 복용 안한 그룹에서는 효과가 없었음을 역시 통계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이런 비교 그룹이 없이 단일집단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 내용은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A라는 씨앗을 먹으면 위암이 좋아진다라는 결과가 인정되려면 기존에 이미 위암 치료로 검증이 된 방법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인지가 통계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비교없이 그냥 ??여명되는 위암환자에게 A를 투여한 임상실험 결과 암이 좋아지더라는 내용이 신문에 나면 사람들은 기존에 검증된 치료법을 때려치우고 그 씨앗을 구해 먹으려고 난리가 나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그래도 이건 근거 자료나마 있으니 좀 나은 편에 속한다. 무작정 위암일 때 무엇을 먹으면 좋다라는 식의 내용이나 광고가 좀 많은가?
  둘째, 임상실험 대상 수가 많아야 하며 주장하는 효과가 단기간 조사된 것보다는 장기가 조사된 것이 더 믿을만하다. 연구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험 대상자 수와 비교 대상자 수가 각각 적어도 수십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 물론 연구 기간도 수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 노화나 만성병, 암에 관한 임상 연구 중에는 수백에서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십수년씩 걸려서 이루어진 연구가 매우 많다. 이렇게 힘들여 나온 결과도 수도 없는 갑론을박의 검증을 거쳐야 인정이 되는데, 기껏 10--20명을 대상으로 몇 달간 투여한 결과가 문제점이나 제한점에 대한 부연 설명없이 유력 신문의 건강난에 '획기적인...' 식의 주요 머리기사로 보도되어서야 되겠는가? 또 개인 경험이나 질병을 고친 사례 몇 가지를 곁들인 무슨무슨 비결, 무슨무슨 장수법, 혹은 암을 고치는 방법같은 이름의 건강서적들이 베스트셀러로 팔려서 건강 상식화되고 있으니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책쓰는 저자들이야 나름대로 문제점과 제한점도 같이 부연해서 쓰지만, 어디 독자가 그런 게 눈에 들어오는가? 그저 어디에는 뭐가 좋다. 그렇게 하면 낫는다라는 문구만 눈에 들어오는 게 독자들 아닌가? 저자나 독자들, 매스컴도 신중을 기하여야겠지만, 국민 건강에 책임있는 의사나 학자, 교수들도 이에 대해 계속 경종을 울려 줘야 한다. 연구실이나 진료실에 앉아서 엉터리다. 큰일이다하면 뭐하는가?
  셋째, 부작용이나 안전성에 대한 부연 설명이 같이 곁들여 있으면 믿을만한 내용이다. 사실 의학적 치료제의 초점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나 안전성이 있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방법이라도 부작용이 있거나 안전하지 않으면 사용되지 않는 것이다. 시중에 널리 퍼져 있는 각종 건강 비법들은 이런 부작용이나 안전성을 도외시한 채 효과 면만을 부각시켜서 상품화한 것이 공통점이다.
  넷째, 효과가 없다는 다른 주장도 같이 실려 있다면, 이 저자는 양심적으로 편협되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한 것이므로 믿을 만하다. 혹시 신문 건강난에 A가 B라는 병에 효과가 없다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가? 아마 기억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매스컴의 특성상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효과가 없다는 것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방법들은 찬반양론 반반, 혹은 찬성이나 반대 우세 등의 정도 차이지 대부분이 효과가 없더라는 연구들도 반드시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러다가 결국 효과가 있다던가 효과가 없다쪽으로 잠정 결론이 나는 것이다. 특히 연구기간이 짧았던 경우에는 몇 달이나 1, 2년 동안은 신문에서 즐겨 쓰는 것처럼 획기적인 효과가 있다가 수년 이상 더 두고 보니 결국 반짝 효과임이 판명된 방법들이 무수히 많다.
  다섯째, 제1형 연구(질병이나 노화예방과 관련이 깊다)인지, 아니면 제2형 연구(투여하고나니 실제 효과가 관찰이 되었다)인지를 구별하여야 한다. 또 한가지 알아둘 것은 질병의 치료 효과를 볼 때에는 2형 연구가 중요하지만, 질병의 예방 효과를 볼 때에는 1형, 2형 연구 둘 다 중요하다.
  임상 연구의 2가지 대표적인 틀은 A와 B의 관련성을 보는 게 있고, A와 B의 인과 관계를 보는 게 있다. 물론 치료효과를 보려면 인과관계의 틀을 가진 연구이어야 한다. 그런데, 관련성을 보는 연구 결과가 마치 원인-결과인 것처럼 둔갑이 되어서 매스컴에 보도되는 일이 허다하다. 예를 들어 홍당무나 양배추 섭취량은 폐암 발생 정도와 관련이 깊다라는 결과는 단지 홍당무나 양배추를 많이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 물론 홍당무나 양배추를 많이 먹어도 폐암에 걸릴 수 있으며, 홍당무나 양배추를 안 먹으면 폐암에 잘 걸린다라는 원인-인과 관계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연구가 신문에는 어떻게 보도되는가? 마치 홍당무나 양배추를 안 먹는 것이 폐암의 원인인 것처럼, 혹은 홍당무나 양배추를 많이 먹으면 폐암에 안 걸리는 것처럼 보도된다.
  여섯째, 이건 설명 안해도 다 아는 거지만 저자가 실제 관련분야의 전문가일수록, 그 내용이 신뢰성이 높다. 건강서적을 살 때에는 제목만 보고 고르지 말고 반드시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도록 하라. 약력 중에 전직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경력도 매우 중요하다. 공신력이 있는 해당분야 전문기관에서의 경력자이면 그 내용이 신뢰할 만 하다.
  내 경우는 이것말고도 아는 사람을 통해 저자에 대해 알아보기도 한다. 물론 일반 독자들이야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명확한 경력이 없이 두리뭉실하게 불분명한 단체의 전직 경력이 나열되어 있으면 아무래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어떤 경우는 아예 전문가가 아니라 그냥 독학으로 공부하고 개인의 경험을 곁들인 책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내용이 편협되기 쉽고 어법이 파격적이다. 국내 암관련 건강서적 40여권 주엥 저자가 암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무려 70% 정도인데, 이들 책을 보면 역시 혹하게 하는 과장된 문구가 많다.
  하지만 한 분야에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글을 쓸 때에는 치료가 잘된 경우는 진짜 그 약 효과 때문에 그런건지, 또 치료가 안된 경우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등을 다 검증한 후에 글을 쓰므로 절대 그 내용이 파격적이거나 단정적일 수가 없다. 참고로 외국건강 서적 번역물 중에는 혹하는 제목에 애매모호한 경력의 저자가 쓴 책들이 많으니 책 구입시 참고하기 바란다.
  끝으로, 혹시 동물실험 결과를 위주로 주장하는 게 아닌지 살펴보기 바란다.
  현재로서는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는 질환일수록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보다는 동물 대상의 결과인 수가 많다. 예를 들어 신문 머릿기사에 간암 치료에 획기적인 A물질 발견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본문까지 잘 읽어보면 쥐나 원숭이 실험인 경우가 많다.
  항산화제 정보에 대한 일간지 보도의 허점
  아무래도 책 제목이나 신문 머리기사는 일단 독자들의시선을 끌어야 한다. 하지만 한줄짜리 제목 안에 문제점까지를 다 담을 수는 없다. 따라서 제목 자체는 과장되기 마련이므로 책 제목이나 매스컴 보도의 머리말에 너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소제목이나 본문 내용까지 살펴보기 바란다. 즉 본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런 문제점들이 단 한줄이라도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만일 이런 문제점이 하나도 실려 있지 않다면 신뢰하기 힘든 기사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
  더 문제가 많은 것은 신문의 건강 광고난이다. 외국의 경우는 건강관련 제품 선전에 의학 연구 결과를 마구 인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게 잘 안되고 있어서 편리한대로 연구 결과를 마구 변형시켜서 곁들여 선전하는 만병통치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의학에 무지한 대중에 대한 일간지의 영향은 너무나 막강하다. 의사 입장에서 신문의 보도 내용이 정확하며, 유익한 경우에는 그것만큼 고마운 것도 없다. 일일이 환자에게 예방이나 치료의 필요성을 목 아프게 얘기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매우 많다.
  얼마 전에 의사협회호아 의학회에서 전국 9개 종합 일간지에 4개월간 실린 844편의 건강 기사를 분석-평가한 적이 있다. 여러분은 유수한 종합 일간지이니 만큼 당연히 기사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총 844건의 건강기사 중 건전성과 과학성을 갖춘 것은 70%에 불과했다. 무려 30%가 독자들이 알아야 할 필수정보를 누락시켰으며, 과장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돈을 낭비하게 하고, 부정적이거나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제 다시 항산화제로 돌아가 보자. 이미 말한대로 항산화제에 대한 기사는 앞으로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항산화제에 대한 기사들은 그것 자체가 이미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한 주제이다. 또 다른 것처럼 부정저깅거나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돈을 낭비하게 할 우려는 없다. 하지만 장수나 각종 만성병, 암에 관련된 물질이므로 기사 내용이 과장될 가능성이 많다.
  다음의 외국 유수 일간지의 왜곡-과장 보도 예를 읽어 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1980년에 심혈관 질환이 없는 약 9만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항산화제의 섭취량을 분석한 뒤, 심장병 발생 여부에 대해 8년간 관찰한 연구가 있다. 연구 결과는 음식을 통한 비타민E 섭취량이 상위 20%에 해당하는 경우,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심장병이 덜 발생하며, 또 비타민E 보충제를 2년 이상 먹은 사람에서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가지고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를 더 고려한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중년여성에서 비타민E 보충제의 사용은 관상동맥 질환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
  둘째, 하지만 비타민E 보충제를 먹으면 관상동맥 질환이 에방된다는 증거라고는 말할 수 없다.
  셋째, 따라서 국민들에게 건강 지침의 하나로 비타민E를 먹도록 권장하기 위해서는 비타민E 투여 효과에 대한 더 확실한 틀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 이 연구가 발표되자 '뉴욕타임즈'는 다음과 같은 과장된 머리기사를 내보냈다.
  
  비타민E, 심장병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여 준다 - 많은 양을 먹을 사람일수록 더 좋은 효과를 보임
  원래의 연구 결과는 단지 비타민E 복용과 심장질환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 뿐인데도 불구하고 유력 일간지 보도 내용은 이런 신중함이 무시된 채 비타민E를 안 먹는 것이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며, 비타민E를 먹으면 안 걸리는 것처럼 과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욱 심한 것은 비타민E 선전 광고인데, 마구잡이로 변형-과장되어 소비자들을 혹하게 만든다. 그 중의 한 예는 다음과 같다.
  
  비타민E, 기적의 회춘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라 할지라도 결론을 내릴 때에는 매우 신중을 기한다. 왜냐하면 항산화제를 보충하는 경우 실제로 심혈관 질환이 덜 생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항산화제제를 안 먹어도 같은 결과가 있을 수 있고, 또 반대로 항산화제를 보충했는데도 심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분이 실천하고 있는 건강법이나 치료법이 이런 면이 있는지를 곰곰히 따져보기 바란다.
  필자가 어떤 건강법이 근거가 없고 비과학적이라고 하는 의미는 그것이 황당하고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또 하나 안 하나 그저 그럴 수도 있으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이(이게 몇십 명인지 몇만 명인지는 모르겠다)효과를 본 사례만을 과장되게 강조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이다. 때문에 이런 초기 단계에서는 의사들이 자신의 환자에게 비타민E를 사용하기가 곤란한 것이다.
  하지만 위 연구가 발표된 1980년에서 17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아직도 효과에 불확실성을 제기하는 연구가 있지만,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 연구와 증거가 훨씬 많아졌으므로 많은 의사들이 실제 환자에게 이런 것들을 처방하는 것이다.
  항산화제와 심혈관질환 발생에 관한 초기의 연구들이 신문 보도 내용과 달리 이토록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이유를 연구자들의 입을 직접 빌어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식생활 습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잰 비타민E의 섭취량은 정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평균적으로 어떤 음식을 먹는가에 대한 설문지를 가지고 간접 추정한 비타민E 섭취량이 실제 섭취한 비타민E의 양이나 혈액 내 비타민E 양과 같을 수가 없으며, 실제 이들간의 일치도는 50% 정도밖에 안되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비타민E 섭취량이 낮지만 운동도 잘하고 흡연도 안해서 심장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만일 이 사람에서 간접 측정한 비타민E 양이 높게 나온다면 마치 비타민E 섭취량이 많아서 심장병 발생이 안된 것처럼 될 것 아닌가? 사실은 금연과 운동 효과 때문인데도 말이다.
  둘째, 비타민E를 보충제로 먹는 사람은 아무래도 건강에 대한 관심도 있을 것이고 건강지식도 남다를 것이다. 따라서 남보다 식생활이나 운동 등에 신경을 많이 쓰므로 이런 효과로 인해서 비타민E를 안 먹는 사람에 비해 심장병 발생 위험이 훨씬 적게 나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심장병 발생의 주요 위험 요인인 혈액 내 콜레스테롤치에 대한 비교가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혈액 콜레스테롤치는 정상이면서 간접 측정한 비타민E는 높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에서 심장병이 안 생긴 것은 콜레스테롤이 정상이기 때문인데도 마치 비타민E 섭취가 많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연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넷째, 비타민E와 심장병 발생간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다른 연구 결과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1993년에 '란셋'이라는 유명한 의학잡지 12월호에 실린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비타민E 연구 결과를 예로 들어보자. 이 연구에서는 식생활조사가 아닌 지방조직에서 직접 비타민E와 베타카로텐치를 잰 후 심장병 발생 정도를 비교하였다. 물론 지방조직의 비타민E치는 그 사람의 오랜 기간에 걸친 비타민E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식이습관에 의해 잰 것보다는 훨씬 정확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아는가? 심장병 발생과 비타민E 수치간에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또 다른 연구결과를 예로 들어 보자.
  스코틀랜드에서 시행되었으며, 1991년에 역시 '란셋'에 실린 연구인데, 협심증이 있는 사람의 혈액에서 비타민E, 비타민C, 베타카로텐치가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렇다면 이것만 가지고도 비타민E, 비타민C, 베타카로텐을 적게 먹으면 협심증이 잘 생긴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왜냐하면 협심증과 아주 관련이 깊은 흡연이라는 요인이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즉 사실은 흡연 때문에 비타민E, 비타민C, 베타카로텐치가 낮아진 것이고 그래서 협심증 발생위험이 커진 것이기 때문이다.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주는 교훈
  무슨무슨 물질이 노화방지나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숫자 못지 않게 오히려 효과도 없으며 해로울 수도 있다는 연구도 사실은 많이 있다.
  아주 알기 쉬운 예를 들어 보자.
  현재는 상식처럼 정설화되어 있는 것이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치료를 하면 심장병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심장병 발생 위험과 무관하다는 연구들도 상당수 있다. 다만 이런 것은 대중의 큰 관심거리가 안되므로 매스컴에 보도되지 않았을 뿐이다. 권위있는 의학잡지의 하나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한 연구를 보자(1994년 4월호 1029페이지). 이 연구에서는 30년 이상 매일 1갑씩 피워 온 약 3만명의 중년 남자들을 다음의 4그룹으로 나누었다.
  즉 1) 베타카로텐 20밀리그램 복용, 2) 비타민E 50밀리그램 복용, 3) 둘 다 복용, 4) 가짜약 복용군으로 나눈 후 5--8년간 폐암 발생이 어떻게 다른지 관찰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베타카로텐을 복용한 그룹에서 폐암이 많이 생긴 것이었다. 이전까지의 많은 다른 연구에서는 베타카로텐이 폐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이 연구는 그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 신문은 이 연구를 가지고 '베타카로텐, 잘못 먹으면 폐암 일으킨다' 식으로 보도할 수 있는 걸까? 아니다.
  이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어째서 베타카로텐을 먹으면 폐암 발생이 놓은 것으로 결과가 나왔는 지에 대해 여러 가능성이 있다. 첫째 가능성은 통계상의 우연의 일치일 수가 있고, 둘째로 베타카로텐을 먹으면 담배연기 성분과 반응해서 독성물질이 생겼을 가능성, 셋째로 베타카로텐을 복용시킨 사람들이 우연히 다른 그룹 사람보다 흡연기간이 더 긴 것, 넷째로 위 3가지가 다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연구 대상자들은 베타카로텐을 복용하기 36, 7년 전부터 흡연을 해 온 사람들이므로 이미 몸 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생겨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럴 때는 베타카로텐 투여로 암세포를 제거하기가 역부족이었을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베타카로텐이 오히려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가 아니라 흡연을 하는 사람에서는 베타카로텐의 폐암 예방 효과가 없을 수 있다라고 하는 게 옳은 결론일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대세적인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런 연구가 있으므로 해서 현대의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이제 여러분들은 건강이나 장수, 노화예방, 각종 질병치료에 관한 서적이나 매스컴 보도 내용의 과장성을 이해했으리라고 믿는다. 아직은 누구나 인정하는 불로초나 만병통치약은 없다. 항산화제도 이점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혹시 독자 중에서 나의 잘못으로 항산화제의 비밀에 매료되어 이미 치료나 예방 효과가 증명이 된 기존의 다른 방법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심장병 치료를 받는 환자가 이 책을 읽고 이미 주치의의 처방을 받아 해오던 치료를 집어치우고 항산화제를 사 먹으면 절대 안 된다. 또 항산화제가 폐암, 협심증을 막아 준다더라. 그러니 골초라도 항산화제만 열심히 먹으면 괜찮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팽개치거나 의사의 금연 경고를 무시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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