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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식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by FraisGout 2020. 3. 21.

의료제도
    1. 큰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서홍관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3시간을 기다려 3분 진료를 받는다. 진료비 부담도 크다. 그래도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든다. 감기만 걸려도 큰 병원을 찾는다. 확실하고
믿음직한 진단과 치료를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다. 그러나 분주한
종합병원에서 간단한 질병을 더 잘 치료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어느 의사 또는 어떤 병원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대학병원이냐, 개인병원이냐로 고민하게 될
것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내과냐, 외과냐, 피부과냐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때 많은 환자들은 여러 가지 불편을 무릅쓰면서까지 큰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큰 병원을 찾아서 도움이 될까?
  큰 병원에 근무하는 나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개인병원에서 간이
나쁘다든지 방광염이 있다는 말을 듣고 미덥지 않아서 특수한 정밀검사로
자세하고 확실한 것을 알려고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질병이나 검사방법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작은 병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큰 병원을 이용하게 되면 항상 듣는 이야기로 '3시간 대기에 3분 진료를'
경험하게 된다. 혹 어떤 경우에는 며칠에서 몇달까지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본인부담금의 비율도 의원을 방문할 경우에는 총진료비의 30p만 내면
되지만, 병원(입원 병상 수가 20-80개인 병원)은 40p, 종합병원(입원 병상 수가
80개 이상인 병원)은 55p를 내야만 한다. 그래도 큰 병원에 환자들이
몰려드는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일전의 경험을 떠올린다. 내가 어느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아야 할 때가 되어
산전진찰과 분만할 곳을 찾다가, 산부인과에서 인기가 높은 모 교수님 앞으로
특진을 신청하였다. 우리 부부는 잔뜩 기대를 하였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우선 환자가 너무 많았다. 그 교수님은 레지던트가 환자와 먼저 면담해서
중요한 내용을 기록해 놓으면 두 개의 진찰실을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며 매우
형식적인 진찰을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해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아내와 나는 생각을 고쳐 먹어야 했다. 평소에는 감기환자들까지 대학병원에
몰려들기 때문에 대학병원이 이렇게 아수라장이라고 비판하던 내가, 아내의
정상분만을 대학병원에서 하려고 했다는 점이 반성되었다. 심사숙고 끝에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기로 하였고, 편하고 만족스럽게 둘째
아이를 낳았다.
  일반인이 병원을 찾는 문제의 대부분(질병의 발생빈도별로 따졌을 때 약
90p)은 일차의료(종합병원 이하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나는 모든 우리 나라의 국민들이 언제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병원의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모든 문제를 상의드릴 것을 당부하고 싶다.
  물론 큰 병원을 꼭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나 흔치
않은 병, 흔한 병이라도 합병증이 생겼거나 일차진료 수준에서 잘 치료가 되지
않을 때는 마땅히 큰 병원을 찾을 일이다. 그리고 장기간의 입원을 필요로 하는
중한 병이라든지 큰 수술(흔하고 작은 수술은 작은 병원에서도 가능하다)을
해야 될 정도로 중요한 병일 경우도 주치의와 상의해서 큰 병원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은 일차진료에서도 해결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대학병원만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으로 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나
불필요한 일이다.
  '가깝고 편리하고 값싼' 작은 병원을 널리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2. 일반의보다 전문의가 용하다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경미한 질병에도 전문의를 찾아간다. 그래서 의대졸업생들은 거의 전부가
전문의를 지망한다. 그러나 막상 개업한 전문의는 자신의 전문분야와 무관한
간단한 진료에 몰두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적 자원의 낭비이다.

  몸에 이상이 생겨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경우 우리는
무의식중에 해당분야의 명의 또는 전문의를 우선 떠올리게 된다. 최근에는
대중매체나 서적을 통하여 일반국민에게 특정한 분야에서 유명한 의사를
소개하는 일이 이전에 비하여 상당히 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건강과
의료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가 많지 않은 우리의 현실적인 여건상,
일반국민들에게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암암리에
일반국민들의 전문의 선호 현상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전문의는 일반의보다 용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전문의와
일반의의 차이점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일반의는 의학의 특정한 분야를
전문으로 하지 않고 진료하는 의사를 말하며, 전문의는 의학의 특정한 분야에
대하여 수년간 전문적인 교육 및 훈련을 받은 의사를 말한다. 전문의는
일반의에 비하여 의료의 특정한 분야에 있어 지식과 기술수준이 높은 반면,
주로 취급하는 질병이나 진료의 범위는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의는
자신의 전공분야 또는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일반의에
비하여 반드시 우수한 진료를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흔히 경험하게 되는 질병으로 폭을 좁혀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개원의의 진료내용을 분석한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환자 중 약 80p는
감기(급성상기도염, 급성기관지염, 급성모세기관지염, 급성편도선염 등), 소화
불량(위 십이지장 기능장애), 식중독 또는 설사(감염성 소화기질환), 신경통 등
비교적 경미하거나, 시간경과에 따라 저절로 낫는 병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질병들은 진단과 치료에 전문적인 기술이나 특수한 시설 또는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료내용이 표준화되어 있으므로 일반의와 전문의간에
차이가 없다. 이런 근거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느끼는 건강문제의
대부분은 전문의 수준의 진료를 요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문의를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의에게
진료를 받든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든, 진료비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다홍치마 격으로 전문의를 찾는 것은 아닐까? 일반의의 진료에 대하여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의료에 있어서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믿음이
치료 결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의 선호현상을
일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일 승용차의
엔진오일교환과 같은 경미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모두 1급 자동차 정비공장을
찾는다면 우리 주위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경정비업소(소위 밧데리
가게)가 살아 남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기듯이, 의료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전체의사 중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증가하여 1993년
대한의학협회 회원신고 현황에 따르면 64p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대졸업생의
대부분이 전문의를 지망하고 있다. 한편 전문의 중 절반이 개원을 하고 있는데,
개원을 하고 있는 전문의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신의 전문분야와는
무관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은 전문의를
선호하고 있으며, 의사지망생들은 거의 전부가 전문의를 지향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적인 측면에서 자원의 낭비라 아니할 수 없다. 의료보험
제도상 환자의뢰 체계를 실시하여 종합병원으로의 환자집중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는 하나, 국민들의 전문의 선호현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제도를
개선하여 1차 진료를 담당할 수 있는 유능한 의사를 양성하고(가정의제도),
개원의의 진료에 대하여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의료계의 자발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미한 질병에 거린 경우, 우리가 일반의(가정의를 포함하여)를 찾게 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내가 가진 병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인지, 어느 분야의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으며, 진료의 연속성이 유지되어 불필요한
검사를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의사와 환자간에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자신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불편함, 막연한 전문의 환상, 의학박사 신화에서
벗어나 집이나 직장 가까이에 단골의사를 한 사람쯤 가져보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3. 의사는 많을수록 좋다
  김병익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의사가 많아지면 진료의 양과 질에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그러나 의사의 과잉공급으로 문제인 미국도 농촌주민들은 의료혜택을
못받는 경우가 많다. 의사가 늘어나면 과연 누구에게 얼마나 편리함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전국의 33개 의과대학을 통해 매년 3,000명 이상의 의사가 배출되는 우리
나라에도 가까운 곳에 의사가 없는 지역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대규모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몇 분 진료를 받는 현실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으며, 의사는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의사의 숫자를 늘리면
지역적으로도 골고루 분포하고, 진료대기시간도 줄어들고, 환자를 보는
진료시간도 길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사가 늘어나면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의사의 과잉공급이 사회적 문제가 되어 있는 미국을 비롯해 외국의 몇몇
나라에서도 의사를 만나기 위해 멀리 떨어진 도시로 찾아가야만 하는 취약지역
주민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지역 주민들이다. 더욱이 전문의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비교적 큰 도시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곧 의사들이
많아진다고 해서 모든 지역에 의사들이 골고루 분포하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가 지역적으로 골고루 분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국가가 모든 의사들을 고용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국가가 그 예다. 그렇지만 이런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인구가 작은
지역에는 우리가 늘상 생각하는 의사들보다 진료능력이 낮은 수준의
대체의료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북한의 준의가 바로 그런 인력의 한 예이며,
의사 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이유도 이들이 의사 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국가가 고용한 정규의사들은 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에 배치되고 있을
뿐이다. 더 나아가 전문진료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가 충분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되는 전문의들의 경우에는 더 많은 인구가 있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충분한 수의 환자가 없는 곳에 그러한 의료기관을 배치하는 것은
국가재정의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에, 전문의사의 지역적인 불균형은
사회주의국가에서도 불가피한 현상인 것이다.
  하물며 진료수입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해야 하는 우리와 같은
자본주의국가에서 의사 수가 많아진다고 환자 수가 충분치 않은 지역에
의사들이 위치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의사 수가 많다는 미국의 경험은
그러한 기대가 잘못된 것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물론 의사공급이 과잉된 도시
지역에서는 의사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진료시간은 대체로
10분을 넘어서고 있다. 의사 수가 많기 때문에 환자를 보는 진료시간도 그만큼
길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총생산의 14p 이상을 의료비에 쓰고
있을 만큼 국민적 비용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국가가 모든 의사들을 공무원으로 고용하거나 진료량을 제한할 수만 있다면,
의사 수가 늘어나도 의료비 부담의 증가를 억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성공적으로 실행되지 않을 때에는 진료의 내용과 양을 환자가 아닌
의사들이 결정하기 때문에, 의사 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의사들의 진료수입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도 커질 것이다. 우리 나라와 같은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그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
  그렇다면 의사 수가 많아질 때 이득을 얻을 계층은 누구이며, 손해는 어느
계층의 몫인가? 의사들이 집중하게 될 대도시의 환자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이며, 취약지역 주민들은 혜택보다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것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의사들이 많을수록 좋은 일일까?

    4. 보건소는 가난한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다.
  강영호
  서울대학교 지역의료체계 시범사업단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보건소를 가족계획이나 성병치료나 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소를 100p 활용한다면 일상적인 검진과 치료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경기도 Y군 K리에 사는 김씨는 올해 쉰 다섯이다. 몇 해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뒷머리가 시원치 않은 증세가 있었다. 올봄에 집 앞의 보건지소(시골
읍이나 면에는 보건지소가 하나씩 있다) 찾아가서 혈압을 재어보니 혈압이
높다고 하여 1주일마다 보건지소를 찾아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아서 약을 먹고
있다.
  김씨가 앞에 있는 보건지소를 찾는 이유는 단지 약값이 싸서가 아니다. 우선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 가끔씩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이야기를 해도
별 말 없이 들어준다. 또 한가지는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 고혈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준 다음, 어떤 음식을 조심하고 어떤 운동을 하라고 하며,
약을 빼먹지 말라는 말을 매번 해 준다.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보건지소를
찾게 만드는 것은 몇주 동안 김씨가 찾아가는 것을 빠뜨리면 전화를 걸어서
약을 계속 먹고 있는지를 물어보고 시간을 내서 진찰을 받으라는 말을 해
준다는 것이다.
  보건소라면, 사람들이 흔히 가족계획(피임 등)이나 예방접종을 하고 여름에는
방역차를 몰고 나와 흰연기를 뿌리는 일을 하는 곳으로 안다. 그리고
유흥업소나 음식점에 대해 보건증을 발급하고 마약이나 에이즈 같은 것을
단속하는 곳으로 여긴다. 진료를 하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검사기계도 없는 것
같고, 의사도 젊고, 약값도 싸서인지 저소득층 영세민이나 이용하도록 정부에서
배려한 느낌이다. 모름지기 진료를 받으려면 검사도 하고 주사도 맞아야 하는데
말이다.
  보건소에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생각되는 이유는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우선 다들 가난했던 6--70년대 때부터 실시해오던 피임이나 예방접종,
방역과 전염병 관리가 아직까지도 보건소의 중요한 사업이어서 자연히 가난한
시설과 그때의 보건소를 연결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고가의
검사기기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검사도 별로 하지 않으며 진료비도 싸기
때문이다. 즉 돈이 있는 사람은 종합병원으로 가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보건소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종합병원 선호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천하는 (급성호흡기감염관리사업)에 따르면 어린
아이의 감기에는 항생제나 주사제 사용을 줄이고 물을 많이 먹게 한다든지,
몸을 깨끗하게 하는 등의 보존적인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불필요한
항생제남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을 줄이고 주사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이다. 단순감기로 종합병원을 찾아가 긴 대기시간을 소모하면서 비싸게
약을 타 먹느니 동네 보건소에 가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집에서 처치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는 보건기관이 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지속성과
포괄성을 강조한다. 한 예로 고혈압의 경우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서 중풍과
같은 심혈관계합병증을 예방해야 하고, 단지 고혈압치료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운동, 재활, 보건교육, 생활환경의 개선 등과 같이 질병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매주 방문하기 위해 몇 시간이나 걸리는 도시 병원을 찾느니
가까움 보건지소에 자신의 주치의를 두는 것이 좋다.
  즉,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단순히 비싼 약이나 고가의 검사에 국한시키지
않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C면 K리의 김씨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다만 뜻이 있는
보건지소공중보건의에 의해 현재까지는 몇몇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 맘에 걸린다. 하지만 우리 나라 보건소소조직을 통하면 이런
일이 더욱더 많은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다.
  최근 보건소에서 개발하고 있는 사업을 보면, 장기적으로 보건소가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의료시혜를 베푸는 곳이라는 일반인의 생각을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에 대한 관리사업이나 각 가정을
방문하여 보건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방문보건사업, 재활치료나 정신보건사업
등이 활성화되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대한 시설, 장비 그리고 인력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면 이런 사업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정책입안자들의 의지와 보건의료 담당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공공보건에 대한 한 국민의 관심과
채찍이 필요할 것이다.

    5. 진료는 의사, 약은 약사, 말은 좋지만 불편하다.
  김용익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불편한 의약분업을 왜 하자고 하는가? 현재의 제도에서는 의사도 처방,
투약하고 약사도 처방, 투약하며, 일반인도 스스로의 판단으로 처방 투약한다.
여기에는 생각보다 무서운 함정이 숨어 있다.

  의약분업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의약분업이란 진료는 의사에게서
받고, 약은 약사에게서 짓는 제도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경험해 보지 않은
제도를 상상해 보기란 쉽지 않다.
  몇 년전 필자가 영국에서 공부할 때이다. 돐을 지난 지 얼마 안되던 딸
아이가 심한 감기에 걸렸다. 덕분에(?) 책에서만 읽던 영국의 의료를 실제
경험해 보게 되었다. 의료제도를 전공하던 필자로서는 좋은 기회였던 셈이다.
우선 우리 가족의 의사에게 전화예약을 했다. 영국에서는 모든 국민이 자신의
담당의사를 정해두었다가, 병이 나면 그 의사를 찾아가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 가족 역시 그러했음은 물론이다. 의사는 15분마다 한명 꼴로 예약을
받는다. 그러니 15분 동안은 의사와 마음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잠깐 동안의
진료에도 눈치가 보이는 한국의 병원과는 큰 차이였다. 의사가 처방전을 써
주었다. 의약분업이 되는 줄 알고 있었기에 처방전은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의사와 접수아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하고 의원을 나왔다. 진료는
무료이기 때문에 돈을 낼 필요는 없었다. 밖에 나와 길 건너를 보니 약국이
있었다. 약사에게 처방전을 건네 주자, 얼른 약을 지어 나온다. 약사와도
고맙다. 잘가라는 인사를 나누고 약국을 나섰다. 나 같은 유학생에게조차 돈
한푼 받지 않고 진료해주고 약 까지 주는 것도 우리 나라의 의료현실을
돌이켜보게 하는 것이었지만, 의약분업을 경험해 본 것도 색다른 일이었다.
  얼른 생각에 의약분업은 불합리해 보인다. 진료받은 의사에게 약을 지어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 언제라도 약국에 들러 필요한 대로 약을 사가는 것이 좀
편리한가? 진료 따로, 약 따로 라면 두 번걸음의 불편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불편한 의약분업을 왜 하자고 하는가? 지금의 제도에는 생각보다
무서운 함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약물의 오남용이다. 현재의
제도는 의사도 처방, 투약하고, 약사도 처방, 투약하며, 일반인도 스스로의
판단으로 처방, 투약하는 제도이다. 생각해 보자. 의사는 약을 많이 쓸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약사도 약을 많이 쓸수록 수입이 많아진다. 그래서 의사도
약사도 은연중에 약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국민들도 걸핏하면 광고에서 본
약을 사다 먹는다. 그로 인해 우리 나라의 약 사용량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한국인들이 의료에 쓰는 돈이 연간 약 22조 원에 달하는데, 그 중
약제비의 비중이 무려 30p이다. 영국에서는 10p밖에 안된다.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이뇨제 등 엄격한 원칙에 의해 써야 할 약들을 너무나 쉽게
사용한다. 결핵약처럼 계획적으로 투약해야 할 약까지 마음대로 먹다가 죽음에
이르는 일까지 생긴다.
  의약분업은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킨다. 의사는 약을 아무리 많이 처방해도
똑같은 액수의 처방료만 받게 되니, 의학적 판단에 더욱 충실해질 것이다.
약사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만 조제하게 되므로 과다투약은 불가능해진다.
국민들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서야 약을 구할 수 있다. 바로 이
'불편한 한단계'가 약의 오, 남용을 막아주는 것이다. 한번 더 생각해 보자.
불편하다는 것이 정말 얼마나 불편할까? 얼마 있으면 병의원과 약국은
자연적으로 짝을 지어 위치하게 된다. 의약분업이 되는 나라에서 관찰한 바,
병의원에서 몇 발자욱 안가면 반드시 약국이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적으로
약국이 가장 촘촘하게 분포하고 있는 나라의 하나이므로, 지리적 불편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큰 병원에서도 약국을 없애고 처방전을 발행해주면,
북적대는 병원 약국에서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 동네약국에 가서 조제를
하면 된다. 얼마간 불편하겠지만, 그것은 습관이다. 필자는 의약분업이 되는
나라에서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약은 밥도 아니고, 껌도 아니다. 약은 병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꼭 필요한 때에, 꼭 필요한 만큼만, 최대한 아껴서 써야 한다. 필요성의 판단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야 한다. 약을 아무때나 구할 수 있는 편리함보다,
오남용으로 인한 폐해가 훨씬 더 무서운 것이다.

      건강증진
    6. 직장건강검진, 믿을 것 못된다
  김철환
  인제의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직장검진은 받는 사람도 대충, 진단하는 사람도 대충이란 생각이 많다.
그래서 단지 의무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각종 주요 질환은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발견이 가능하다. 가장 편리한 건강관리가 쉽게 방기되는 것은 아닐까?

  근로기준법에 피고용자는 매년 혹은 1년 이내의 정해진 기간마다 일정수준의
건강진단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은 의무적으로 매년 직장검진을 받아야 하고
고용자는 이를 시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직장인과
근로자들은 직장검진이 너무 형식적이고, 검사항목도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은 검진을 받으라고 하니 할 수
없이 받는 것이지, 건강검진은 필요없고 자신은 따로 종합검진을 받겠다고
하기도 한다.
  현재 직장검진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검사 항목은 혈압측정을 비롯한
의사의 진찰과 흉부 엑스선 검사, 빈혈검사, 간기능검사(GOT, GPT, 감마-GT),
혈당 및 콜레스테롤, 그리고 요당 및 요단백 검사이다. 이것은 비록
불충분하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이다. 즉, 직장건강검진은 빈혈, 폐결핵, 간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을 조기발견할 수 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우리 나라에서 성인암의
1위를 차지하는 위암과 자궁경부암에 대한 복지차원에서 고용자가 추가로
부담하여 그러한 검사를 받도록 하는데도 있다.
  문제는 검사에 대한 신뢰도이다. 직장건강검진을 진정 믿을 수 있어야 하는
데 현재 많은 직장인들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어떤 검사기관에서
시행한 검사가 신뢰성이 있으려면 그 검사기관은 더 권위가 있는
검사기관으로부터 계속해서 검사의 정확도와 신뢰도에 대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 이것을 '정도 관리' 라고 하는데 현재 우리 나라 의료기관이 모두 이런
수준의 정도관리를 받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검진전문기관은
외부정도관리 혹은 자체적인 정도관리를 하고 있다.
  나의 경험으로도 직장검진을 받은 후 다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직장검진한 내용을 무조건 불신할 이유는 없다. 물론 검사결과는 정상이
나왔지만 실제 어떤 병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검사결과는 이상이 있지만
다시 해보면 정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은 검진기관의
잘못보다는 정상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검사의 오차나 개인의 차이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아무리 좋은 검사기관이라도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단은 직장검진의 결과대로 따르면 되고, 기타 어떤 증상이 있거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소화장애가 있거나 혹은 간염보균자인
경우에는 따로 의사를 찾아 건강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받고 향후 계획을 따로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7. 종합검사 한번이면 숨어있는 병 다 찾아낸다
  황인홍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종합검사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아이들도 건강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몸이 이상하다. 종합검사 한번 받아보자, 무사통과하면 안심이다. 이처럼
건강관리의 핵으로 생각되는 종합건강 과연 종합검사는 건강관리의 종합인가?

  근래 들어 국민소득이 향상되면서, 건강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병이 생기면 치료를 받는다는 식의 소극적인 자세였는데, 요즘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병이라도 찾아내어 조기에 치료해야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변화의 대표적인 것이 건강진단이라는 행사이다. 건강진단이란 말 그대로
해석해보면 현재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학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그 내부에는
서로 약간 다른 두 가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어떤 병이 있다면
이것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발견하여 일찍 치료를 하자는 소위
조기진단이고, 또 하나는 건강한 상태를 지속시켜 아예 질병이 생기지 못하도록
하자는 건강유지 혹은 건강증진이라는 것이다. 
  보통 이야기하는 건강진단을 받을 때는 이 두가지 내용이 같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위 사진을 찍는 것은 위암을 조기진단하기 위한 것이고,
혈액검사 속에 포함된 콜레스테롤 측정은 동맥경화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지
검사하여, 동맥경화의 발생가능성을 낮추자는 건강증진에 해당한다. 이런 것이
건강진단이다. 여기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 내용이 조기진단이든
건강진단이든 이 건강진단은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받는 검사라는
것이다.
  이것을 흔히 종합검사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면서 마치 몸에 있는 모든
이상을 찾아내는 검사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요즘 소화가 잘
안되는데 건강진단이나 한번 받아 보아야 겠다. 또는 피로해 보이는데
종합검사를 받아보지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옳지 않다. 몸에
어떤 이상을 느낀다면 미리 검사종류가 정해진 건강진단을 일사천리로 받을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찰을 받고 거기에서 얻어진 판단에 따라야 정확한
진단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건강진단을 받게 하는 것도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건강진단은 성인들에게 많이 생기는 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이것을 실시하는 것은 해당되지 않는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건강진단은 한번 받는 것보다는 연속해서 받을 때 그 효과가 커진다. 그
사람의 건강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들이 연속적으로 어떻게 변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앞날을 예측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강진단은
생각날 때 여기저기에서 받는 것보다는 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건강진단과 관련해서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가령 병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해마다 건강진단을 받는 사람이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운다면 어떻게
될까? 담배를 끊는 것이 더 오래 살 수 있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해치는
것을 없애고 올바른 방법으로 건강진단을 받는 것. 이렇게 해야 건강진단의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8. 컴퓨터사진(CT)을 찍어야 확실한 진단이 붙는다
  변재준
  청주가정의학과의원

  노벨의학상을 공학자에게 안겨준 컴퓨터 단층 촬영기, 그러나 모든 질병이
컴퓨터 사진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오판.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밥만 먹고 나면 소화가 안되고 윗배가
불편하고 가끔 새벽에는 속이 쓰린 경우도 있다고 40대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동네병원에 가면 위염이라고 하면서 약을 주는데 몇 달을 먹어도 먹을 때만
좋아지고 완치가 안되니 정밀한 진단을 받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나는 우리
나라에 위암이 많으니 최근에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위 내시경검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였다. 그러나 이 아주머니는 컴퓨터사진을 찍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위나 십이지장에 대한 병을 진단하는 데는 위 내시경이 가장
정확하다는 이야기를 해드려도 막무가내로 컴퓨터사진만을 고집하였다. 필자는
컴퓨터사진이라고 해서 모든 병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고 병의 종류에 따라 그
진단방법이 다르니 의사가 권하는 검사를 받도록 한참동안 사정하다시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에 컴퓨터 바람이 불면서 심지어는 세탁소에도 컴퓨터세탁이라고 써
붙여야 장사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아이들 장난감도 컴퓨터오락게임기가 단연
인기를 달리고 있다. 과연 컴퓨터로 오락을 하면 아이들의 지능이 전자두뇌처럼
이상하게 변해버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컴퓨터사진(정확히 말하면 전산화단층촬영)은 공학자가 발명하여 의학의
영역에서 그 공헌도가 인정되어 노벨생리의학상을 공학도가 받게 되는 첫
기록을 세운 대단한 업적이다. 특징은 아무런 통증없이 인체조직의 변화를
단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으로 특히 암의 진단에 있어서 그 우수성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컴퓨터사진이 어떤 병에나 가장 정밀한 진단을 내려줄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예를 들어 두드러기는 눈으로 보면 그냥 진단이
붙는 것이고, 기관지천식은 청진기를 대고 소리를 들으면 아는 것이고,
고혈압은 혈압을 재보면 아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컴퓨터사진이나 더욱 최근에
등장한 자기공명사진(MRI)을 찍어봐야 정상으로 나올 것은 뻔한 일이다. 나는
진찰결과 배에 뭔가 만져지는 것 같은 데도 컴퓨터사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어서
무시하였다가 1달 후에야 간암을 찾아낸 뼈아픈 경험이 있다. 
  모든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정확한 진단이 앞서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컴퓨터사진과 같은 보다 비싸고, 보다 복잡하고, 보다
최근에 개발된 기계를 동원하면 정확한 진단을 붙일 수 있다는 생각은
오해이다. 모든 병에는 각각에 대한 진단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의사와
상의해서 보다 적합한 진단방법을 택하도록 해야 한다.

    9. 예방주사를 맞으면 그 병에 안걸린다.
  최지호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예방주사 한방 맞으면 그 병에 관한 한 안심할 수 있다' 과연 그런가? 홍역,
콜레라, 장티푸스, 결핵 등 예방효과는 몇 퍼센트나 될까?

  국민학교 5학년 남자 어린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진료실을 들어왔다. 오른쪽
귀밑이 붓고 열이 났다. 전형적인 볼거리였다. 볼거리라고 일러 그렸더니 아이
엄마는 "이 애는 볼거리 예방주사도 맞았는데 왜 볼거리에 걸립니까?" 하고
의아해 했다. 예방접종의 효과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내내 미덥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 엄마는 예방접종을 하면 그 병에 대해 100p 예방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예방접종이란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일부분을 일부러 사람의 몸
안에 넣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몸에 들어간 세균이나 바이러스(이것을
병원체라고 한다)에 대한 방어물질(이것을 항체라고 부른다)이 생기게 되어, 그
병원체가 다시 침입을 하여도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몸의 특성상 이렇게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더라도 그 병에 대해
100p의 예방효과가 있는것은 아니다. 예방접종을 하였지만 방어물질인 항체가
아예 생기지 않을 수가 있는 데, 이것을 의학적으로는 일차실패라고 한다. 한편
항체는 생겼는데 그 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것을 이차실패라고 한다. 
  일차실패는 면역성의 개인차, 보관 등의 문제로 예방주사제의 약효가 떨어진
경우, 접종방법이 잘못된 경우 등에 의해서 생긴다. 이차실패는 접종 후 시간이
오래 지남에 따라 항체가 적어져 인체의 방어효과가 적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이다. 예방접종을 하고 항체가 생기는 비율을 질병별로 살펴보면, 홍역
96p-100p, 볼거리 90-100p, 풍진 99-100p, 수두 94-100p 등으로 이런 종류의
예방접종은 한번 접종으로 거의 100p에 가깝게 항체가 생기게 되므로 3차에
걸쳐 접종을 해야 한다. 
  예방접종의 효과가 낮은 것도 있다. 결핵에 대한 비씨지(BCG) 접종의
예방효과는 0-80p, 장티푸스의 경우 주사는 79-88p, 경구용은 51-76p, 콜레라는
50p로 낮은 편이다. 더욱이 콜레라의 경우 3-6개월이 지나면 효과도 없어진다.
한마디로 예방접종을 하면 그 병을 100p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믿으면
곤란하다. 특히 장티푸스, 콜레라 등의 경우에는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개인위생을 소홀히 한다면 오히려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결핵예방접종(BCG)을 할건지 말건지 하는 문제이다.
일부 사람들이 접종 후 부작용(발열, 가려움증)이나 낮은 예방효과 때문에
비씨지 접종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어린이에서는
60p 이상이 예방효과를 보이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결핵이 유행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다른 것에 비길 수 없는 좋은 결핵예방 방법이기 때문이다. 

    10. 독감예방주사 반드시 맞아야 한다
  양윤준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매년 새로운 이름, 새로운 모습으로 유행하는 독감, 그렇기에 예방주사도
바뀔 수밖에 없다. 계란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독감 주사를 맞으면 안된다.
어떤 사람이 꼭 맞아야 하나.

  지난 가을에 한 젊은 가장이 부인, 아들, 딸 가족 모두를 진료실에 데리고
왔다. 가족을 대표해서 그 가장이 한말은 가족 모두에게 독감예방주사를 놓아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집안은 겨울철만 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감기에 걸리기 때문에 미리 예방을 해야겠다는 얘기였다. 다른 한 아주머니는
자신의 아이가 미리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왜 감기에 걸리는냐고 필자에게
따지듯이 물은 적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독감예방주사는 노인이나 오래도록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 등 일부에게는 필요하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불필요하다. 또 독감은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와는 다른 인플루엔자라는 균에 의해 생기므로
독감예방주사를 맞더라도 감기를 예방할 수는 없다. 
  18세기말 제너에 의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천연두는 1979년 전세계에서 사라졌으며, 이 외에도 상당수의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병균들 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예방접종을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인류에 대항하고 있다. 아마 인류와
전염병과의 싸움은 끝이 없을 것이다. 
  독감균은 전염력이 강하여 전세계로 급속히 퍼지며 신체가 약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독감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심혈관계나 폐의 질환을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성인 또는 소아
  만성적인 질환으로 입원중이거나 요양소에 수용중인 사람 
  65세 이상의 노인 
  당뇨 등 대사이상질환을 가진 환자 
  신부전 환자 
  면역억제 상태의 환자

  하지만 건강하고 젊은 사람에게는 며칠 앓다가 마는 몸살감기에 불과하므로
굳이 예방접종을 맞을 필요가 없다. 우리 나라에서 독감은 보통 건조하고 추운
11월 말에서 다음 해 4월까지 발생하는데, 2월과 3월에 가장 발생빈도가 높다.
최근에 사용되는 독감예방접종은 독감균을 특수한 물질로 처리하여 일부
성분만을 추출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질병을 일으키지는
못하는 대신 마치 독감을 앓는 것처럼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그런데 독감균은 거의 매년 자신의 옷을 바꿔입어 모습을 바꾸기 때문에(이를
항원변이라 한다). 바뀐 모습에 맞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만약 적절한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면 홍콩독감, 소련독감 들과 같이 세계적인 독감유행이
생긴다. 따라서 독감예방주사는 한번 맞으면 그 보건기구에서는 매년 새로
유행될 독감균을 예상하여 새로운 성분의 예방주사를 개발하고 있다. 
  예방접종을 맞으면 가벼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주사맞은 자리가
아프거나 가려울 수 있고 열이 나거나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6개월 미만의
어린 아이에게는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주사를 맞히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 노인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드물다. 또 독감예방주사는 계란을
이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계란에 과민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계란에 과민한 사람은 예방주사를 맞지 말아야 한다.
독감예방주사는 임산부나 태아에게 아무런 해가없으며 산모가 독감에 걸리면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만성질환이 있는 산모는 임신 4개월 이 
  언제부터 다시 나올거냐는 상담소 동료들의 채근에 두 돌이 지날 무렵,
아이를 집 근처 놀이방에 맡기려고 찾아가 보았지만, 13평 좁은 공간에서
보모 한 명이 열너뎃 명의 아이를 맡아서 키우느라 큰 아이 작은 아이 할
것 없이 뒤엉켜 노는 것을 보니 도저히 맡길 마음이 나지 않았다. 다른
곳을 찾아보았지만 형편은 마찬가지였다. 잠깐씩의 외출 시간을 제외하곤,
온종일 좁은 방에 갇혀 있어야 하고 간식을 과자로 대신해야 했다. 탁아
후진국의 실상을 새삼 확인하고서, '다들 놀이방에 맡기고 직장 다니는데
왜 당신만 별나게 그래?'라는 남편의 핀잔에도 아랑곳없이 나는 계속
아이키우기를 계속 고집했다.
  그리고 나서 얼마 뒤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공부를 하겠다며,
유학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결혼 전부터 무료로 하던 노동
상담소 대신 생활비를 위해 직장을 찾아나서지 않으면 안 될 처지였다.
그러나 그 때도 나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대신 싫다는 아이 고모에게
사정사정해서 아이를 잠깐씩 맡기고 학생들 과외 지도하는 것으로 겨우
생활비를 충당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생각은 어느 새 조금씩 보수화되어갔고
사회 활동에서 큰 보람을 찾았던 내게 민근이는 더 큰 보람으로 자리잡아
갔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갈등도 없이 아이 키우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지내 온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연연해 하면서 매달려 있는 내게 '너 참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시댁식구들뿐인 것 같다.
  너무 활동적이라 걱정스럽던 며느리가 얌전하게 들어앉아 아이들을 키워
주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싶으신 모양이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여자도 능력을 키워서 자기 일을 가져야 된다'고 늘 말씀하시던 친정
부모님들의 마음은 다르시다. 힘들게 공부시켜 서울대까지 보내 놨더니
아이에게 매달려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우신지, 남편처럼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보라고 성화시다. 친구들의 비판은 이보다 더
만만치가 않다. '너 예전에는 누구보다 투철한 여권론자였잖니? 그런 애가
왜 이렇게 멍청해졌니?'라며 기회있을 때마다 한 마디씩 하며 사람
주눅들게 만들곤 한다. 그럴 때면 '너는 시어머니가 애를 키워 주니까
그런 말 할 수 있는거야, 믿고 맡길 만한 육아시설이 어디 한 군데가
있니?'라면서 슬그머니 뒷꽁무니를 뻬 본다. 여기에 놀이터에서 만나는
동네 아줌마들까지 한 몫 거든다. '민근이 엄마 학교 어디 나왔어? 어휴
서울대까지 나와서 아깝게 집에서 애나 키우고 있어? 그러니 여자 공부
잘하는 거 소용없다니까! 공부는 안 하고 죽자고 놀다가 시집오나, 죽도록
공부한 사람이나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는 건 마찬가지 아니야?'라고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에 오를 때면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진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론'의 산증인이 되는 것 같아서...
  그러나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내가 한 번씩 열병까지 앓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여성으로서의 삶이 가정과 육아에게 전적으로 보람을 얻을
수는 없다는 확신을 나 자신이 누구보다도 강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입학하던 1980년도 봄의 대학은 민주화의 열기로 어느 때 보다도
뜨거웠었다. 10 26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오랜 유신 통치가 막을
내리고, '민주 정부 수립'이라는 시대적 열망으로 대학에서는 연일
학생집회가 열렸다. 결국 '5 18 군사 쿠테타'로 광주에서의 참혹한 학살을
남긴 채 끝났지만, 그 영향으로 나는 대학 시절 학생 운동에 깊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는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가치관으로 가지면서 여성들도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된다고
확신해 왔다. 가정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을 갖고 사회에서
당당히 한 몫을 담당해 보탬이 되는 일꾼으로서 살아가야 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왔고, 그런 생각에서 졸업한 뒤 근로자들을 위한 노동
상담소에게 무료 상담을 해 왔다.
  그런데 현실은 나의 이런 오랜 신념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키워 주실 시어머님도 안 계시고 친정어머님도 아이를 맡아
주시려고 하지 않으셨다. 우리 나라의 복지 수준이 천박하다 보니 육아는
전적으로 개인 부담으로 돌아오고, 아무런 보조금도 없이 운영되는 탁아
시설들은 조건이 열악하여 도저히 아이를 키울 환경이 아니다.
  바로 이런 신념과 현실의 갈등으로 나는 한 번씩 열병을 앓아 왔고,
획기적인 탁아 정책이 국가로부터 나오지 않는 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립적인 생활 능력이 생기기까지 당분간 그 열병을 계속 앓을 것 같다.
더구나 요즘 들어서는 혼자 크는 민근이가 안쓰럽게 느껴져 동생을 하나
더 낳아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드니, 나의 열병은 어쩌면 더
심해질런지도 모르겠다.
@ff



    32. 몸이 부으면 콩팥에 이상이 있다.
  송윤미
  단국의대가정의학과

  신장병은 현대의학으로도 고치기가 어려운 병이다. 신장기능의 저하가 몸이
붓는 증상(부종)과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몸이 붓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항상 산뜻해 보이던 얼굴이 어느날 푸석푸석해지면 깜짝 놀라서 혹시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까, 신장에 이상이 있으면 붓는다던데... 라고
생각한 경험을 가진 분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 불안이 심해져서 정말
진찰을 받기 위하여 병원을 찾는 분도 많다. 그런데 막상 병원에서 피검사,
소변검사를 해보아도 별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도 진료실에서
가끔 그런 환자들을 대한다. 어떤 분은 이미 다른 병원을 방문하여 종합적인
검사를 다 받은 적이 있고 어떤 분은 신장검사만도 벌써 여러차례에 걸쳐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가끔
몸이 붓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아 텔레비젼에서 선전하는 대로 네( - - )라는
약도 먹어보고 이뇨제도 먹어보았는데 증상이 사라지질 않는다고 하신다.
  몸이 부을 때 신장병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장병을
심각한 병으로 생각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신장병이 심각한 병이라는
것이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고 예를 들면 만성신부전 같은 병은 아주 중한
병이다. 전에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수술이 안되던 시절에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요독증에 시달리다 죽어갔다. 그런 것이 가능해진 요즘에도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이런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치료과정에 매우 많은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신장질환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몸이 붓는 것은 모두 신장질환 때문이라는 것은 잘못된 지식이다.
몸을 구성하는 성분을 보면 체중의 거의 50-60p가 수분인데, 그 중 2/3는 몸의
기본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는 세포내에 있고 나머지 1/3만이 세포 외에 있다.
세포의 수분의 25p는 혈장성분으로 혈관내에 있게 되며 나머니 75p는 혈관밖의
간질에 있게 된다. 붓는다는 것(부종)은 혈관밖 간질에 있는 체액성분이
증가하는 것으로 대개 부종이 있기 전에 체중증가가 일어난다.
  부종이 생기는 이유는 만성영양결핍에서 보듯이 혈관내로 수분을 끌어들이는
데 주요 역활을 하는 혈장단백성분이 감소하거나, 간이나 심장질환으로 인하여
혈관내의 압력이 증가하여 혈관내의 수분이 간질로 빠져나갈 때, 혹은 특발성
부종(의학에서 특발성이란 특별한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에서처럼 혈관의 수분투과성이 증가하여 혈관내 수분이 간질로
빠져나갈 때 생긴다. 이처럼 몸이 붓는 것과 신장병이 무관한 것이 아니나
여러가지 다른 원인들이 부종을 초래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환자를 보면 짠 음식을 섭취한 후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부종이 꽤
많다. 그 외에 특발성 부종으로 생각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듯이 신장병으로 인한 부종은 매우 드물다. 더구나 다른 증상 없이 몸이
붓는 것만 나타나는 신장병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특발성 부종은 여자에게 주로 생기며 생리주기 등과 연관지어
일시적으로 심해졌다 좋아졌다를 반복하며, 아침 저녁간의 체중변화가 심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특발성 부종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사를 해보면 신장기능이나 다른 신체기능에 이상이 없고, 염분섭취를
제한하거나, 오랫동안 서 있는 것을 피하고, 탄력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진다.
  따라서 몸이 붓는다고 느끼면 무조건 불안에 떨면서 같은 검사를 반복해서
받아본다거나 불필요한 약을 사서 먹기보다는, 실제로 부종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부종이 확실한 경우에는 그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이다.

    33. 동상, 차가운 것은 차가운 것으로 푼다
  황이홍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요즘은 과거처럼 동상이 극심하지 않다. 그러나 레저생활이 활발해지면서
국소적인 동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동상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동상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이 있었다. 겨울이 되면
손이나 발, 귀등이 벌겋게 부풀어 오르면서 아프기도 하고 가렵기도 한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절단을 하게 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주위에서 동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별로 볼 수가 없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주거환경을 비롯한 환경조건과 영양상태의 개선 등도 동상완화에
한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데 이렇게 동상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어 갈 무렵 스키, 스케이팅, 등반
등 겨울철 레저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동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생기는 요즘의 동상은 과거의 동상과는 달리 몇 가지 주위사항만
지키면 쉽게 예방할 수 있고, 또 증상도 비교적 가벼워서 초기의 간단한
치료로 회복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상식을 꼭 가져야 하겠다.
  의학적으로 동상은 크게 전신적인 손상과 국소적인 손상으로 나눠진다.
지체온증으로 대표되는 전신손상은 별개로 하고,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국소적인 손상은 습한 상태에서 생기는 습성손상과 마른 상태에서 생기는
건성손상으로 다시 분류되는데 후자의 경우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동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학용어로는 동창이라고 한다.
  동상이 생길 때 체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두 가지의 기전을 발생한다.
하나는 추위에 노출된 부위의 혈관이 손상을 받아 피속의 액체성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감으로써 결과적으로 혈액내에 고형성분이 많이 남게 되어
혈관이 막히는 기전으로, 이렇게 되면 막힌 혈관의 말단부위는 혈액순환이
차단되고 결국 조직이 죽게 되는 기전이다. 두 번째로는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부위에 작은 얼음덩어리가 생겨나면서 세포를 파괴하는 기전인데 이 두 가지
기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조직을 파괴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밟게 되는 직접 원인은 추위, 즉 주위와의 온도차이에 의한 국소적인
저온에 의한 것이다. 동상이 잘 생기는 부위는 추위에 쉽게 노출이 되고
부피에 비해 피부의 면적이 넓은 손, 발, 귀, 코 등이 된다. 또 체온이 떨어질
수 있는 조건이 되면 동상이 더욱 쉽게 생기는데 예컨대 몸에 물어 붙어
있으면 물의 증발에 따라 열을 빼앗겨 체온이 낮아져 동상이 잘 생기고, 몸을
많이 움직이면 몸에서 열이 발생하여 체온이 증가하므로 동상을 막아주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이론적으로
가능한 동상의 발생경로를 모두 차단시키면 되는데 이러한 방법의 첫 단계가
우리 몸에서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외부의 바람이 몸에
닿으면 대류 작용에 의해 체온을 많이 빼앗기므로 방풍을 할 수 있는 의류
장비를 갖추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예방책이 되는 것이다. 또
물기는 증발할 때 주위로부터 열을 많이 빼앗아 가므로 젖은 의복이나 장갑
등은 절대 피해야 한다. 한편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동상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절대금기이며, 음주 역시 열을 많이
손실시키므로 금하는 것이 좋다.
  일단 동상에 걸린 경우의 치료법을 알아보자, 동상치료의 기본원리는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세포 사이의 결빙을 풀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면 어느 것이나 치료로써 가능한데 가장
좋은 방법은 동상부위를 즉시 40도 정도의 물에 20-30분간 담가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면 민간요법에서 말하는 소위
차가운 것은 차가운 것으로 푼다는 이론은 별로 근거가 없는 말이다.
동상부위를 눈 속에 집어 넣거나 차가운 물에 담그는 등의 방법은 잠시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동상을 오히려 악화시켜, 손으로 비비거나
맛사지하는 방법도 별로 효과가 없고 오히려 피부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포(물집)가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물집은 터뜨리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안전하며 통증이 심한
경우에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은 해가 되지 않는다. 또 동상부위는 가능한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동상부위는 감각이 둔해서
위험을 피하지 못하고 손상을 입기가 쉬우며 일단 손상을 받으면 정상부위에
비해 잘 낫지 않고 2 차 감염이 잘 발생하므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34. 속이 쓰릴 때는 우유가 최고
  김철환
  의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우유가 위벽을 보호한다는 사실만 알고 속이 쓰릴 때면 무턱대고 우유를
마시는 것은 병을 악화시킬 수가 있다. 위장병을 가진 사람이 알아야 할 우유
마시는 법은 무엇인가?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먹으면 좋아지는 것은 약알칼리성인 우유가 위에 있는
산을 희석, 또는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속이 자주 쓰린 사람
중에는 속이 쓰릴 때마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이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유가 일단 위산을 중화시키고 속 쓰린 것을 좋게 할 수는
있어도, 우유는 곧 다시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유를
마시면 일단 증상이 좋아지지만 얼마 후 다시 위산이 많이 나오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속을 더 쓰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속이 쓰릴 때마다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화성궤양(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소화성궤양이
있는 사람이 속이 쓰릴 때마다 우유를 마시는 것은 좋지 않으며, 더구나 자기
전에 우유를 마시는 것은 금기이다. 왜냐하면 밤 사이에 위산분비를 늘려
궤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이 우유를 전혀 마시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원인을 알고 치료를 시작하면서 하루 한두 잔이 우유를
마시는 것은 상관이 없는 일이다. 다만 속이 쓰릴 때 습관적으로 우유를
마시거나 자기 전에 마시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에게 가장 흔한 암은 위암이다. 따라서 40세 이상의 성인이
속이 쓰리거나 식사후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위내시경검사나
위투시검사를 받아야 한다. 제산제나 우유등으로 속쓰린 것을 달래면서
지내다가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암이 진행된 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1-2개월 동안 제대로 약물 치료를 해도 속 쓰린 증상이 계속될
때는 위내시경 등을 통하여 원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35. 속이 쓰리면 위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나야 한다.
  황인홍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시간과 업무에 쫓기는 바쁜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질병이 기능성 위장염이다.
아무리 검사를 해보아도 장기는 정상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병의 주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보자.

  도시의 직장인은 대단히 고달프다. 아침저녁으로 끔찍한 교통지옥에서
시달려야 하며, 이런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아침에 눈을 뜨기가
바쁘게 서둘러야 하고, 겨우 직장에 도착하면 여러가지의 일이 기다리고 있어
이를 부드럽게 처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고 부착하면 여러가지의 일이
기다리고 있어 이를 부드럽게 처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여러 사람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그런가하면 근무시간이 끝나도 할
일이 아직 남아 있기 일쑤이며, 또 퇴근 후에도 여러가지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역경을 지나 겨우 귀가를 하여도 편안히 휴식을
취하기까지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집안을 이끄는 가장으로서 할 일이 또
있으니 이를 해결하지 많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휴식시간이란 거의
없고, 정말 지치는 생활의 연속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어디
한군데쯤 아픈곳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고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증상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소화기 증상, 즉 흔히 말하는
위장장애이다.
  식사 후에는 속이 거북하고, 그렇다고 밥을 먹지 않으면 속이 쓰리고,
변비가 생겨서 고생을 하는가 하면 또 어떤때는 아랫배가 아프면서 묽은 변을
보기도 한다. 더구나 이런 증상이 오랫동안 심하게 계속되면 병원에 가서
입원이라도 하겠는데 심할 때는 아주 고통스러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아무런
증상이 없이 멀쩡하고 그러다가 직장에서 속이 상해 술이라도 한잔하게 되면
여지없이 다시 재발되는 식으로 몇 년간 악순환을 한다. 그래도 병원에 가기가
쉽게 마음이 내키지 않아 그냥 지내다 보니 불안하다.
  그래서 마침내 큰 결심을 하고 병원에 가서 위 사진도 찍고 내시경도
하였는데 검사결과는 정상이라고 한다. 아니, 정상이라니. 정상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안심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답답하다. 내가 지금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이런 것이 정상이라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아마 검사가
잘못되었을 거야 하면서 다른 병원을 찾아가서 똑 같은 검사를 받아보지만
매한가지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병을 통칭하여 기능성위장장애, 혹은 기능성위장염이라고
한다. 이 병은 앞서 말한 소화기의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면서, 위나 장 등의
소화기관의 형태에 아무런 이상이 없을 때 진단하는 병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형태적인 이상이란 위궤양이나 암처럼 소화기관의 모양이 변형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앞서 검사상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은 이런 형태적인 이상이
없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 것을 종합하여 말하면 기능성위장장애라는 병은
소화기관의 모양은 정상이면서 본래의 기능인 소화작용에 이상이 생긴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병이 나타나는 기전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병은
소화기관의 운동능력에 이상이 온 것으로 정상적으로 운동을 해야 할 곳에서는
운동을 하지 않고, 어떤 부분에서는 과다한 운동이 일어남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이런 병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개 주위의
스트레스가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 병을 가진
사람들이 병원에 갔을때 흔히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이 신경성이라는
말이 바로 정신적인 원인에 의한 것, 즉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해서 생긴다는
의미인 것이다.
  병이 생기는 원인이 이런 것이므로 이병의 원인적인 치료는 당연히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것이어야 하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위환경을 자신의
뜻대로 조절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위장의 기능을
개선시켜 주는 약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전에 식사와 관련된
생활습관을 바꿔보는 것이 좋은 효과를 거둘수 있다. 우선 식사는 가능한한
부드러운 음식을 위주로 하고 조미료의 과다한 사용을 피하도록 하며,
식사시간을 규칙적으로 하고 과식을 금해야 한다. 그리고 커피나 담배, 술
등의 기호품을 되도록 억제하도록 하고, 식사시간을 길게 잡아 여유있고
편안한 식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생활습관을 바꾸어 보고 그래도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이제는 병원에서 권유하는 약으로 치료를 하여야 한다.
  이 병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악화되거나, 다른 나쁜 병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없으므로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차분히 치료를 하면 쉽게 좋아질수
있는 질병이다.

      감기
    36.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은 기관지가 약한 것이다
  류재환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기침과 가래가 생기면 감기. 감기가 쉽게 낫지 않으면 기관지가 약한 탓.
이런 자기진단은 종종 큰 병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진공의 시절의 일이다. 자주 감기에 걸리는 것은 이유로 진료를 청한 40대
여자환자가 있었다. 불편한 점을 자세히 물어본 결과 약 3달 전부터 목이
간질간질 불편하고, 가래가 나오며, 기침이 자주 나고, 밥맛도 없으며, 전신이
몹시 피곤하고 체중도 줄었다고 했다. 처음엔 감기인가보다고 생각하여 집에
있던 감기약을 먹었는데 낫질 않았다고 했다. 그 뒤로 여기저기 유명하다는
약국약도 먹어보고 양의원 약도 먹어 보고 한약도 먹어 보았는데 전혀 낫는
기미가 없었다고 했다. 전에 갔던 병원에서는 혹시 모르니까 가슴사진이라도
찍어보자고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단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기관지가 약해진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그냥 지냈는데 증상이 점점 더
하는 것 같아 불안해져서 한번만 더 진찰을 받아보자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다.
  환자의 증상이 상당히 오래되고 그렇다고 진찰상 뚜렷한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흉부X선사진도 정상이었다기에 가래검사를 시행해 볼 생각이 들었다.
며칠간 계속해서 가래를 받아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환자는 처음에는
그 검사를 안하고 싶다고 했지만 기관지결핵이나 기관지악성종양 등
흉부X선사진이나 진찰로는 쉽게 발견되지 않지만 심각할 수도 있는 몇몇질환의
이름을 대며 환자를 설득하여 가래검사를 실시하였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이지 가래검사결과 결핵균이 발견되었다. 이 환자는 기관지내 결핵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발견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만일 이 검사에서도 발견이 되지
않았다면 이 환자는 나는 기관지가 약하다는 생각속에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지냈을 것이고 그 결과 환자의 질병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기관지결핵 진단에 따라 환자는 항결핵제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고 약 2주
정도 지나서 증상이 무척 좋아졌으며, 그 뒤로도 치료를 꾸준히 계속하여
완전히 낫게 되었다.
  이 환자에서 보듯이 기침이나 가래와 같은 증상은 감기에 흔히 동반될 수
있는 증상으로 이런 증상이 생기면 많은 사람은 감기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계속되면 감기가 안 낫은 것으로 자신의 기관지가 원래
약하기 때문이라고 자기진단을 내리고 마냥 방치해두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많이 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만일 진찰을
받아보았다가 무슨 병이라도 발견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요즘은 감기후 기관지가 민감해졌기 때문에 조그만 자극에도 기침이 나고
가래가 나오는 일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는 일이 많다. 아마 기관지가
약해졌다는 진단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말인 것같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대개 증상이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검사상에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것은 보통이다.
  기관지에는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기관지악성종양이나 기관지결핵, 기관지내
진균증, 식도-기관지루 등과 같은 상당히 중한 질환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
외에도 급만성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기관지성천식 등이 있다. 게다가
빠뜨릴 수 없는 것은 협연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기관지염으로,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으로 고생하면서도 자신의 기관지가 약하다고만 생각하고
담배를 계속 피우는 일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무엇인지 원인을 잘 모르는데도 막연하게 기관지에 책임을 돌리면서 그냥
지내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노력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37. 감기를 잘못 치료하면 폐렴이 된다.
  김삼용
  충남의대 내과

  감기로 인해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살펴보면 감기로
오인한 질병들이 대부분이다. 감기증세가 일주일 이상 계속될 때에는 병원에서
정밀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감기를 잘못 다스리면 폐렴이 된다거나 감기는 만병의 원인이라는 생각은
널리 퍼져 있는 상식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정말이냐고 물어온다면
한마디로 대답할 무제는 아닌 듯하다. 그런 정도야 다 아는 상식인데 그런
말이 어디 있느냐는 항변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는 그리 쉽게 답변할 문제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보통감기와 독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의학적인
측변에서 본다면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감염이다. 사람이 숨을 쉴 때
공기는 입과 코를 통해서 폐에 이르게 되는데, 이 때 공기가 지나는 경로를
기도라 하고, 기도의 윗부분, 즉 입안, 코안, 이들이 만나는 부위인 인두,
성대가 위치하는 부위(후두), 코주위의 부비동 등을 상기도라 한다. 상기도의
표면, 즉 점막에 몇 가지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염증이 있는 상태가 감기로서,
이때의 증상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벼운 목불편감, 미열, 기침 등이 있고
목소리가 약간 변하는 정도이다. 독감이란 이러한 증상이 고열과 근육통 및
관절통 등이 동반되는 경우로 주로 인풀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까지 감기바이러스를 없애는
치료는 없으며 대부분의 경우 우리 몸의 면역기전이 작용하고 수일이내에
자연치유되는 것이 보통이다. 독감역시 보통감기보다는 증상이 심하고 조금
오래가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일이내에 자연치유된다. 따라서
적절한 휴식과 영양섭취 및 증상에 따른 간단한 치료로 족하다. 그러나 감기란
상기도에 손상이 있는 상태이므로 이 부위의 이치적인 세균감열이 뒤따를 수
있으며 독감의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건강한 젊은 연령층에서는
특이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는 드물고 소아, 만성질환자, 비장절제를 받은
사람, 노인 등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엔 이차적인 세균감염으로
급성부비동염, 급성중이염,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면역기능의 저하가 뚜렷한 경우에는 인플루엔자백신의 접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질병은 초기에 증상이 감기와 유사한 탓으로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이 경우 감기 때문에 질병이 생겼다고 쉽게
생각하거나 그저 감기려니 하고 있다가 병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봄, 가을로 문제가 되고 있는 유행성출혈열이나 추수기에 빈발하는
렙토스피라증 등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들이 처음엔 감기증상을 보이며,
소아에서는 대부분의 발열성질환을 포함한 많은 질환이 감기증상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 감기라 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내다
병이 중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상기도나 폐에 생기는 여러 가지
질환(때로는 폐암까지도)을 환자 자신은 감기로 알고 지내온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알레르기성비염 등의 질환은 언뜻보면 감기 같지만 실은 전혀 다른
병인 것이다. 감기로 인해서 이미 있던 병의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기관지천식,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등이 있는
환자가 감기를 앓으면서 호흡곤란이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이리다. 물론 감기의 합병증으로 폐렴 등의 병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감기로 오인될 수 있는 병들이 있으며, 감기로 인해
기존의 질환들이 악화될 수 있는 등 감기가 복잡한 문제와 관련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감기가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매울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감기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단순히 가기가 아닐 수 있다는 점과 면역능력이 저하된
사람의 경우엔 통상적인 감기라 하더라도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여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규칙적이고 건전한 생활을 하며 유행시기엔 사람이 밀집된 곳을 피하거나
외출후 손발을 깨끗하게 닦고 양치질을 하는 등 간단한 수칙을 지킴으로써
사전에 감기를 예방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38. 감기는 주사로 치료해야 잘 낫는다.
  서홍관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는 먹는 약보다 주사가 더욱 약효가 있다고 믿는다.
사실 주사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치료제가 없는 감기,
주사라고 잘 고칠리가 있을까?

  며칠 전에 30대 중반의 남자 환자가 찾아왔다.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나고
두통이 있으니 감기인 것 같다고 하였다. 진찰결과는 역시 단순한 감기였다.
환자 기록지를 보니 지난 봄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약을 먹은 적이 있었다.
나는 같은 약으로 3일분의 처방을 하였다. 그랬더니 약은 필요없고 즉방으로
듣는 주사로 감기를 끝내달라고 주문하였다.
  다들 알다시피 감기에는 특효약이 없다. 왜냐하면 감기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데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있는 것과는 달리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분들은 그럼 의사가
쓰는 약들은 어떤 약들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약들은 증상을 좋게 하는 약들뿐이다. 즉 콧물이 나지 않게 하거나, 두통을
가라앉게 하거나, 가래를 삭히는 약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증상을 좋게
한다고 해서 감기가 낫는 것은 아니다. 감기의 치료는 스스로의 저항력에
의해서 감기의 바이러스를 스스로 이겨야 하는 것이다.
  이 환자에게 담배를 피우느냐고 물어보니까 하루에 약 1갑 정도 피우는데
요즘 반갑 정도로 줄이고 있다고 하였다. 나는 정중하게 설명하였다. "감기는
사실 치료약이 없고 오로지 휴식과 영양섭취를 통해서 스스로의 저항력을
키워서 치료합니다. 그리고 담배는 절대 피워서도 안되고 다른 사람이 피우는
연기도 피하는게 좋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감기의 치료는 의사가 약이나
주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 스스로 하는 것이고 의사는 혹시 폐렴을
비롯한 다른 나쁜 병이 없는지 진찰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주사에 대해서 마술같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치료제
자체가 아예 없는 감기를 주사로 치료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의사가 주사약을 사용하는 이유는 먹는 약보다 흡수가 빠르고, 먹는
약이 개발되지 않은 경우들이다. 그러나 감기약으로 주사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대개 진통소염제를 사용하거나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진통소염제를 사용하면 감기로 인한 두통이나 몸살기운이 약간은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감기를 치료할 수는 없으며 이 정도의 효과는 먹는
약으로도 얻을 수 있다.
  선생님이 감기약이 잘 듣는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을 때는 피식 웃으면서
다행입니다 하고 끝내면 그만이지만 감기약이 잘 듣지 않는다고 항의할 때는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라서 곤혹스럽다. 더구나 감기는 주사를 맞아야 단번에
듣는다고 주사를 요구하는 환자들이나 스스로는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음껏
마시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엔돌핀같은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감기에 관한 간단한 상식부터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39. 감기는 약을 먹으면 빨리 낫는다.
  홍영진
  국립의료원 소아과

  약을 먹으니 감기가 뚝 떨어졌다. 약이 감기 바이러스를 모두 죽여버린
것일까? 잘 듣는 감기약과 잘 안듣는 감기약이 따로 있는 것일까 약과 감기의
상관관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소아과에서 기침, 콧물, 열 때문에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병원을
찾는 이유는 물론 병을 빨리 낫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약을 준 날부터 증세가
좋아지면 다음에는 다른 환자들까지 몰고 오는 적극적인 보호자들도 종종
경험하게 되고, 반대로 다른 의사선생님이 주는 약은 빨리 낫는데 선생님이
주는 약은 먹어도 차도가 없다 라고 불만을 말하면서 전에 효과를 보았던 다른
선생님의 처방대로만 지어 달라고 할 때는 기분이 씁쓸해진 수밖에 없다.
  약을 써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와 증세를 완화시키는 치료다.
  현재까지 약으로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병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약이나
주사로 치료한다고 할 때 대부분 항생제를 생각한다. 세균성감염이 있을 때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면 증세가 바로 좋아지고 아픈 기간이 현저히
단축된다. 그러나 바이러스감염이 원인인 감기는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약을 사용한다고 해도 아픈 기간을 줄이지는 못한다. 다만
기침이 심하면 기침을 덜하게 하는 약을 사용하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고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많이 나면, 이에 대한 약을 사용함으로써 불편한 증세를
줄이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병이 심해지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증세가 심해질 뿐이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감기의 합병증(즉 중이염, 부비동염, 폐렴 등)을 줄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은 별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 있다.
  병이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대부분 병에 대한 우리 몸의 방어작용이다,
기침을 한다는 것은 염증 때문에 기관지에 자꾸 만들어지는 가래를 뱉어내는
보호작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침을 할 때 약을 먹는 것이 좋을 것인지는
판단이 필요하다. 기침을 한다고 무조건 기침약을 먹이는 것이 좋지는 않다는
말이다. 뱉어내야 할 가래를 기관지에 그대로 갖고 있으면 그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침이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정도와 기침을 억제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저울질해서 결정해야 된다.
  감기증세가 있을 때 약을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의학적인 것보다는
개인적인 기호가 더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약을 먹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는냐도 딱부러진 기준이 없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약을 먹어야
빨리 낫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증세를 완화시킬 뿐이다. 물론 합병증이
생겼을 때는 이에 대한 치료로 앓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감기 후에
폐렴이 합병증으로 생기면 기침도 오래 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기침을 오래하도록 그냥 내버려두면 폐렴이 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물론
감기라고 생각하는 증세가 오래가고 심한 경우는 진찰을 받아 보아야 한다.
감기의 합병증이 생겼는지 여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감기와 비슷할지라도 치료가 필요한 다른 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찰결과 병의 종류에 따라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를 하게
되거나 증세를 완화시키는 치료를 하게 되고, 약이 꼭 필요 없으면 약을 먹지
말고 두고 보자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침을 해서 병원을 찾아왔을 때는 증세가
고통스러운 증세를 해결하려고 시간과 돈을 내서 병원을 오는 것인데, 아무
약도 안주고 괜찮다고 그냥 빈 손으로 나오게 될 때, 약을 먹을 정도가
아니니까 안심하게 되는 것보다는 무언가 제대로 치료를 안해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나중에 합병증이 생겨 고생을 하게 되면
어떤 설명도 약을 미리 안 먹어서 이 고생을 하게 되었다는 오해를 풀어 줄
방법이 없다.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의학적인 판단보다는 환자가 원하는 대로
약을 지어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결핵
    40.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면 폐결핵이다
  윤여운
  성동주민의원

  피섞인 가래는 폐결핵의 전매상표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 때문에 이같은
경우가 발생하면 대부분 심각한 폐결핵환자로 오해하게 된다. 단순히 코피가
섞인 가래일 수도 있는데...

  아픈 사람이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았을 때 병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좋아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는 않다. 머리 속에 큰
병을 그리고 있던 환자들 중 일부는 크게 다행하다고 느끼지만, 일부는 오진을
떠올리며 더 큰 근심에 휩싸여 제2, 제3의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일전에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온다는 젊은 남자분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세상의 온갖 번뇌를 혼자 싸앉고 있는 듯한 표정의 그는 진찰실로 들어서자마자
가슴 x선을 찍으러 왔다고 했다. 이리 저리 물어보아도 가래에 피가 나오니
x선을 찍어 달라는 말뿐 묻고 대답하는 것이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환자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일단 가슴x선을 찍어보니 정상이었다. 그러자 환자는
실망스런 표정으로 이미 보건소와 병원 등 세군데를 다니며 검사를 했는데
결핵이라는 진단이 나오지 않는다며 이제는 큰 대학병원에 가 보아야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결핵에 걸렸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환자와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물론 초기 기관지결핵의 경우에 가슴사진에 안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결핵은 가슴사진에서 확인을 할 수 있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결핵외에도 많이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소 과중한 업무로 만성적인 피로감을
느끼던 차에 코피가 났고 다음날 가래를 뱉는데 피가 섞였던 것이었다. 설명을
듣고 진료실을 나서는 그는 계면쩍어 했으나 얼굴표정만은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가래에 피가 섞이면 제일 먼저 폐결핵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가래에 피가 나올 때 가장 흔한 원인은 기관지확장증, 기관지염 등의
기관지질환이고, 폐암도 제법 흔하며 심장병에서도 올 수 있다. 이 밖에도
폐전색증 등 몇몇 드문 질환에서도 피가래가 나올 수 있고, 목감기가 심할
때에도 피가 나오는 수가 있으므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폐결핵이 많고 폐암도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가래에 피가 섞일
때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에게 본인이 느끼는 이상을
충분히 설명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폐질환이 주요
원인이 대기오염과 흡연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여 원인을 없애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41. 이제 결핵예방주사는 불필요하다
  박태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현대인들은 결핵을 너무나 하찮은 병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결핵이 많이 사라졌다는 지금도 55명 중 한 명이 결핵환자로 보고되고 있다.

  얼마 전의 일이다. 30대 초반의 주부가 찾아와 결핵검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몇 년전에 결핵으로 진단을 받아 약을 먹었는데, 요즈음 몸이 그때처럼
이상하다고 했다. 검사결과 그 주부는 결핵이 재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핵약을 충분한 기간동안 먹지 않고 중단했기 때문에 재발한 것이었다.
  환자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면서 가족들도 모두 결핵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남편은 걸리지 않았으나, 4살 먹은 아들과 갓 돌이 지난 딸은 결핵반응검사
(일명 튜베르쿨린 검사)가 양성이었다. 어깨에 결핵예방주사(비씨지
주사)흉터를 찾아보았으나 두 아이 모두 없었다. 어린애들이 결핵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한테 왜 결핵예방주사를 맞히지 않으셨어요?
하고 물어 보았다. 어머니의 대답은 이랬다. 실은 자신과 자기 남동생도 모두
어릴때 결핵예방주사를 맞았는데도 둘다 결핵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결핵은 예방주사를 맞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의 확신에 따라 자신의 두 아이들에게는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았던
것이다. 옛날에는 결핵을 지나치게 무서워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너도나도 결핵을 너무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결핵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이다. 전국적인 결핵실태조사에
따르면, 엑스선 촬영에 의한 진단으로 결핵에 걸려 있는 사람이 1965년에는
인구 100명당 5.1명이었는데, 1980년에는 2.5명. 반으로 줄었고, 1990년에는
1.8명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숫자가 줄어드는 것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결핵에
걸린 사람이 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55명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그 중
한 명은 결핵에 걸려 있을 정도로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핵이 줄어든 데에는 전반적인 생활여건이 향상되고 좋은 결핵치료약이
나왔다는 이유도 있지만, 결핵예방접종이 큰 기여를 했다. 30세 미만의
사람들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씨지 접종을 받은 사람은 1965년에는
인구 100명당 24.3명이었는데 반해 1990년에는 86.0명으로 늘어났다. 결핵이
줄어 든 만큼 많은 사람이 결핵예방주사를 맞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도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만 네살 이하의 어린이에 대한
비씨지접종률이 100명당 78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100명당 22명은
부모들이 비씨지를 맞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이 비씨지를 맞히지 않는
이유는 앞서 필자가 진료한 어머니와 같이, 주위에서 비씨지를 맞혀도 결핵에
걸린 경우를 보면서 비씨지를 맞혀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잘못된 생각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핵예방주사인 비씨지는 지금까지 60년간 사용되어 왔으며 현재도
182개국에서 결핵예방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한가지 단점으로 결핵에 대해
100p 방어력이 없다는 점이다. 대개 60--75p 정도의 사람에서 결핵에 대한
방어력을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예방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모두다
결핵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 때문에 비씨지를 맞고도
결핵에 걸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결핵예방주사를 기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특히
비씨지는 어른들보다는 소아에서 예방효과가 더 좋다. 소아에서 결핵에 걸리면
결핵성뇌막염이나, 전신으로 퍼지는 속립성결핵같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결핵으로 되기 쉽다. 비씨지는 소아에서 이렇게 심한 결핵으로 되는 것을 잘
방어해 주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생후 가능한 빨리 비씨지를 맞도록
권장하고 있다.
  앞서 말한 주부의 두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결핵에 전염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1년 동안 결핵약을 먹어야 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런 경우였다. 비씨지 접종을
받지 않은 대가로 결핵성 뇌막염에 걸리고 그 후유증으로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어린이들을 병원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42. 결핵에 걸리면 잘 먹고 푹 쉬는 게 치료법
  송윤미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가난병이라는 결핵을 치유해 온 것은 무엇인가? 돈없고 집없는 사람들이
잘먹고 푹 쉬었기 때문일까? 결핵치료제 없는 요양생활은 과연 올바른
방법일까?

  결핵에 걸린 환자가 매우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도 진료실에서 결핵환자를
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처음 결핵에 걸린 것이
아니라 얼마전에 결핵으로 진단받은 적이 있는데도 치료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내다가 여러가지 견디기 힘든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결핵의 심각성과 치료가능성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약처방을 받아
며칠 정도는 약을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약용량이 많아 한번에 다 먹으려면
힘이 들고, 자꾸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약을 먹다보니 소화도 잘 안되고 속도
불편하여 푹 쉬고 잘 먹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 약 먹는 것을 중단하고
지내다가 자꾸만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푹 쉬고 잘 먹는 것이 약물치료보다 더 좋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그 사람 개인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사회에서 결핵이
사라지지 않고 주요질병 중의 하나로 꼽히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원시인의 유골에서도 결핵을 앓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결핵의 역사는
매우 길며 그 긴 기간 동안 인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1950년대에
항결핵 화학치료를 실시하게 되면서 거의 불치의 병처럼 생각되던 결핵이
치료되기 시작하였고 열심히 결핵치료를 해온 나라들에서는 결핵의 발생이
줄어들었다. 얼마 전만 해도 '결핵왕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결핵이 심각한
문제였던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비하면 결핵감염율이 현저히 줄어들어서
1965년에는 30세 미만 인구의 44.5p가 결핵에 감염되어 있었는데 1990년에는
27.3p로 감소하였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전반적인 영양상태나 주거환경등이
좋아지면서 결핵균에 대한 저항력도 증가하고, 결핵균의 전파가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고, 또 국가가 주도가 되어 결핵관리를 열심히 했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결핵감소에 있어서 결핵치료제의 도입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전에는 결핵에 걸리면 푹 쉬게 하는 것이 결핵의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실제로 환자에게 그렇게 권유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약물치료와 동반되어서 권유된 것이고 그나마 최근의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쉰다는 것은 결핵치료에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영양섭취를 잘
하는 것도 결핵치유를 촉진시킨다고 생각되었으나 지금은 그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저항력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로 적절한 정도의 영양만 취하면
된다고 한다.
  해방이후나 6. 25 전쟁후와 같이 이렇다 할 약제가 없었을 뿐 아니라
먹을것이 부족하고 좁은 공간 속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지내던 시절에는 결핵이
매우 기승을 부렸다. 그리고 그 때는 잘 먹고 일을 덜하는 부유층보다는 잘
못먹고 노동일을 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결핵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결핵에는 잘먹고 푹 쉬는 것이 최고의 치료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불변의 진리처럼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결핵을 퇴치시킬 수 있는
좋은 항결핵제들이 있고,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많이 좋아졌다. 오늘날
결핵치료의 요제는 꾸준히 완치가 될 때까지 항결핵약제를 열심히 먹는 일이다.

    43. 치료중인 결핵환자와는 접촉하지 말 것
  서정은
  서울시립대문병원 결핵과

  결핵의 전염원과 전염경로를 잘못 알고 있는 일반인의 생각 때문에
결핵환자들의 정상적인 생활과 취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확한 지식으로
결핵환자를 대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나는 결핵을 전공하여 결핵전문병원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날마다 많은
결핵환자와 보호자들을 접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결핵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전염성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친구나
직장동료, 혹은 가족들로부터 소외를 당함으로써 질병 자체에 의한 신체적 고통
뿐만 아니라 정신적, 경제적으로도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
  가장 마음 아팠던 일은 폐결핵이라는 진단을 내렸을 때 대부분의 직장에서
취업에 불합격판정을 내리게 되어 신체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는 의욕왕성한
젊은이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여 실의에 빠지게 되는 경우들을 보았을 때이다.
진단서에 현재 결핵이라는 진단하에 투약받고 있지만 결핵균이 음성상태로 되어
전염력이 없으며 신체상태도 양호하여 직장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이고, 결핵은
소정기간 투약 후 완치가 가능하다고 자세히 기록해주어도 채용해주는 직장을
별로 보지 못했다. 
  또한 이미 취업중인 사람도 휴직(심한 경우는 해고까지)을 당하게 되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우리사회에서는 이처럼
결핵이라는 진단명만 붙으면 치료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간에 무조건
직장에서는 휴직시켜야 하고 주위 사람들과도 일체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결핵환자들 중에는 병원에 입원후 보호자들이
면회 한번 오지 않는다거나, 병이 다 나은 후에도 가족들이 집으로 데리고
가기를 꺼려해 병원에서 마냥 집에 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버림받은 사람들도
드물지 않게 생긴다. 심한 경우에는 식기마저 같이 쓰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잘못된 일들이 이토록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뿌리깊게 전해져 내려온 결핵에 대한
잘못된 지식, 즉 결핵은 한 번 걸리면 평생 고치기 어려운 병이며 결핵환자
옆에는 가까이 가기만 해도 병이 옮아 자신도 그처럼 결핵환자가 된다는 인식이
만연되어 왔다. 그러나 이것은 효과적인 항결핵치료가 개발되기 이전의 오랜
옛날 이야기일뿐이다. 예전에 비하면 이제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질병 중 하나인 결핵에 대해서 이처럼 막연한
지식에 의거해 무조건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모두가 결핵의
전염원과 전염로 등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가림으로써 올바른 대처, 효과적인
예방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결핵의 주된 전염원은 현재 객담(가래)에서 결핵균이 배출되고 있는
폐결핵환자로서 그 전파경로는 환자의 객담중에 포함되어 있는 결핵균이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혹은 말을 할 때에 공기중으로 배출되어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서 감염이 이루어지게 된다. 결핵에 걸린 시기는 대부분 결핵환자라고
진단받은 시점으로부터 1--2개월 전에 대부분 이루어졌다. 이는 결핵환자가
진단되기 전에 접촉한 사람들 중에서 감염될 사람은 이미 감염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치료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감염이 상대적으로 적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결핵치료가 일단 시작되면 객담내 결핵균수는 급격히
감소하여, 치료시작 후 대개 2주일쯤이면 (객담에서 균이 나오는 환자라
할지라도) 전염성이 소실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일단 치료를 시작한 후
2주까지는 격리시킬 필요가 있으며, 그 이후에는 전염성이 소실되었으므로 다른
사람과 접촉하여도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국민적 입장에서 결핵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결핵균이 양성인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결핵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무턱대고
접촉을 기피하는 것은 잘못된 지식이다. 

      혈압
    44. 목이 뻣뻣한 것은 고혈압 때문이다
  김철환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목이 뻣뻣할 때 혈압을 재보니 높더라. 그러니 고혈압이다. 그러나 목이
뻣뻣해 지는 이유도 여러가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것도 여러가지다.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뿐 고혈압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어떤 병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반대로 어떤 병이 있으면 반드시 어떤 증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병과 증상이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말 위중한 병이
있을 것 같은 여러 증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음에도 어떤 검사로도 병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또한 반대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병이 숨어 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합병증이 생기고 더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서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목이 뻣뻣한 증상이 생기면 우선 혈압이 높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목이
뻣뻣한 것은 거의 모든 경우 고혈압과는 관련이 없다. 간혹 고혈압을 가진 경우
목이 뻣뻣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것은 갑자기 혈압이 증가하거나 매우
심한 고혈압일 때나 가능하다. 물론 목이 뻣뻣한 사람이 혈압을 측정해서
혈압이 높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것은 원래 고혈압이 성인에서는
흔하기 때문이지 고혈압 때문은 아니다. 또 목이 뻣뻣한 원인 중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있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는 혈압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목이
뻣뻣한 증상이 있을 때 혈압을 재보면 혈압이 높은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고혈압을 가진 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고혈압을
'조용한 살인자' 라고 부른다. 고혈압은 아무런 증상도 일으키지 않지만
뇌혈관질환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목뒤가 뻣뻣하다는 증상을 느낄 때 혈압을 측정하여 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반대로 고혈압이 있던 사람이 목이 뻣뻣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혈압도 조절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병이 나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증상과 관계없이 평생동안 조절해야 하는 병이다.
  뒷목이 뻣뻣한 이유로 가장 흔한 것은 긴장과 스트레스 혹은 무리한 일
등으로 인해 목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하기 때문이다. 이 때는 스트레스를 풀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 진통제를 먹고 뜨거운 물찜질을 하는데, 그래도
며칠내에 좋아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찰을 한번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외에도 목디스크나 경추부(목관절)의 퇴행성관절염 등 경추(목을
이루는 척추부위)에 어떤 질병이 있을 때도 목이 뻣뻣한 증상을 느낄 수 있다.

    45.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위험하다
  김병옥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내과

  흔히 혈압은 120/80이 정상수치라고 한다. 혈압이 그보다 낮으면 위험한
것일까? 얼굴이 창백하고 기력이 없는 경우 저혈압이라며 걱정하는데 대부분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다른 사람보다 혈압이 낮다는데 혹시 무슨 약이 없을까요?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는데" 라고 걱정하시는 분을 자주 본다.
혈압치를 물어보면 위쪽 혈압(수축기혈압)은 100이나 90정도이고
아래쪽혈압(확장기혈압)은 70이나 60쯤 된다고 대답하기 일쑤이다. 흔히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상 혈압치는 윗쪽은 120, 아랫쪽은 80정도이며, 만일
자신의 혈압이 이보다 더 낮으면 혈압이 이렇게 낮아서 어떡하느냐고 깜짝
놀란다. 정말로 혈압은 반드시 120/80이어야만 정상일까? 그리고 혈압이 그보다
더 낮으면 위험할까?
  흔히 쓰는 물을 생각해보자. 만일 가뭄이 들어 상수도관으로 공급되는 물의
양이 줄거나, 물을 뿜어 올리는 펌프가 고장이 나거나, 아니면 상수도관의
어딘가가 새서 물이 그곳으로 흘러 나간다면 물이 잘 나오지 않아서
필요한만큼의 물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물론 생활이 여간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여 물이 무조건 세게 나와야만 좋다고 할 수
있는가? 물을 세게 작동시키거나, 아니면 상수도관을 좁게 해야 한다. 그리고
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만도 아니다. 가급적이면 펌프를 지나치게
가동시키지 않고 생활에 편리한 정도의 물이 적절한 세기로 공급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혈압도 마찬가지 이치이다. 혈압이란 피가 혈관벽에 가하게 되는 압력이다.
심장이 피를 온몸으로 짜보내는 힘과 혈관내의 피의 양과 혈관이 가지는
저항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적당한 정도의 혈압이 유지될 때 피는 혈관을
통하여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질 수 있다. 이렇게 흘러 간 피가 간이나
신장, 뇌와 같은 각 조직이나 기관에 산소를 공급해 줌으로써 우리가 정상적인
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한다. 
  저혈압은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정상보다 떨어진 상태로 심장의 짜내는
힘이 떨어지거나, 혈관 속을 흐르는 피의 양이 줄거나, 아니면 혈관의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저혈압상태가 되면 마치 수압이 정상 이하로
떨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적적량의 피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각 조직이나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가 모자라게 되어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한 출혈이 있는 경우 혈압계로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혈압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가 정말 위험한 저혈압 상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저혈압은 그냥 단순히 혈압이 다소 낮은
샹태를 말한다. 혈압이 얼마나 떨어져야 저혈압이라고 할 수 있는가? 혈압은
같은 사람에서도 상황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동하는 것으로, 정상혈압의 범위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재의 정상혈압 범위는 많은 사람들의 혈압을
측정하여 그 분포양상을 보고, 혈압수준에 따른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파악하여
결정한 것이다. 만약 혈압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 수준의
혈압이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혈압치 하나만 가지고 비정상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저혈압은 사망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정말
문제가 되는 정도의 저혈압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심한 출혈로 생긴 저혈압
등 다른 뚜렷한 원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저혈압이다. 보통 어지럽다거나
얼굴이 창백한 경우, 기력이 없는 경우 등에서 혈압이 약간 낮으면
저혈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은 스트레스나 과로 때문이며 이
정도의 저혈압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속설일 뿐이다.
오히려 만성저혈압의 경우 동맥경화의 진행속도가 늦어 평균수명이 10년 더
길다는 보고도 있으며, '어지러움', '팔다리 저림', '쇄약강' 등의 증상이
있으나 의학적으로 큰 문제는 없으며 적절한 운동으로 이겨나가면 된다.

    46. 어지럽고 손발이 차면 저혈압이다
  황인홍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정상혈압의 기준치에 과민한 경우가 많은데 실상 기준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혈압이 원래 낮은 사람은 낮은 혈압이 정상이다.

  일부 사람들 사이에는 저혈압이라는 것이 어떤 중요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아마 고혈압이라는 병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것의 반대인
저혈압이라는 것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듯하다. 그런데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저혈압은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거나, 이것은 약도 없다거나, 혈압을
올리기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거나, 저혈압이 있어 혈액순환이 잘 안된다거나
하는 거의 미신에 가까운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말들은 전혀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 의학적으로
저혈압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상황에서, 예를 들어 많은 양의
피를 흘린다거나 하는 상황이 생겨서 일정하던 혈압이 갑자기 낮아지는 경우
이외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해 저혈압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위에서 흔히 듣는 고혈압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의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은 것을 말한다. 잘 알다시피 이 고혈압은 중요한
병으로 취급된다. 이것은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경우, 우리가 중풍이라고 하는
뇌졸중 등과 같은 여러가지 합병증을 많이 일으키고 신체적인 증상을 나타낼 수
있어 전체적으로 수명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압이 낮다는 것, 즉
저혈압은 이런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어떤 합병증도 일으키지 않고 아무런
증상도 없으며 수명과도 관련이 없다.
  또 혈압이 낮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가 높다 혹은 낮다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여 거기에 비해 어떻다는 것인데, 정상혈압이라는
것은 상한선만 있지 하한선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자며 '정상혈압이란
135이하이다' 이런 식으로 정해져 있지,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혈압이 낮다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여 낮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의학적으로 혈압이 낮아 문제가 된다고 할 때는 그
사람의 평소 혈압에 비해 갑자기 혈압이 낮아졌다는 것을 말한다. 즉 혈압이
원래부터 낮은 사람이 계속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정상이다. 
  흔히 혈압이 낮아 어떤 증상이 나타난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가령 혈압이
낮은 사람이 어지럽다, 머리가 아프다, 힘이 없다, 손발이 저리다, 손이 차다
하는 증상이 있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서 낮은 혈압과 이들 증상은
인과관계가 없다. 다시 말해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이 증상과는 별도로
혈압이 낮은 것이지, 혈압이 낮아서 그런 증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실제로 그런 증상이 있는 사람의 혈압을 올려봐도 그 증상이 계속 남아
있는 것으로 쉽게 증명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것은
혈압이 낮은 것과는 무관한 것이므로, 그 사람의 혈압을 올리려고 해서는
안되고, 그런 증상이 나타난 진짜 원인을 찾아서 치료를 해야 옳다.

    47. 젊었을 때부터의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
  송윤미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자신이 젊다고 해서 여러 질병이 피해가지는 않는다. 특히 요즘에는 고혈압이
점점 젊은 층으로 내려오고 있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심한 직장인들은 다시
한번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어느 날 삼십대 중반의 젊은 남자분이 생명보험에 가입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건강진단을 받기 위하여 진료실을 방문하였다. 몇 가지
간단한 문진을 한 후 신체검사에 앞서 혈압을 측정하였는데 수축기 혈압은
170mmHg, 확장기혈압은 110mmHg정도였다. 혹시 흥분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 5분 정도 휴식을 취하게 한 후 다시 혈압을 측정했을 때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전에 혈압을 재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전에도 혈압을 잴
때마다 높다는 애기를 들었다며 "저는 원래 정상적으로 혈압이 높은
모양이예요. 이런 경우는 치료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 하고 되묻는 것이었다.
  이 환자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며,
체중도 점점 늘어나서 전에는 정상이었는데 지금은 165cm정도의 키에
77Kg정도로 비만해졌고, 담배도 하루에 한갑 정도는 피우고 있었다.
  이 환자의 생각은 이렇게 젊은 나이에 혈압이 높다는 것은 날 때부터 높은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고, 따라서 병이라기보다는 성격이나 외모 등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지는 어떤 특징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의하면
고혈압은 젊은 연령층에서보다는 고령층에서 훨씬 더 만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것이 젊은 사람의 고혈압은 병이 아니고 나이 든 사람의 고혈압만이 병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심장이나 신장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고,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또한 그 위험이 나이가 젊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혈압임이 확인되면 누구를 막론하고 정상혈압 유지를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고혈압을 가진 환자의 나이가 젊은 경우 나이가 많은 환자보다 남은
생명은 더 길다. 따라서 고혈압과 관련된 질환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괴로운
삶을 예방하기 위해 혈압조절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또 젊은 사람일수록
고혈압과 관련된 사망의 위험을 높이는 흡연이나, 정신적 긴장과 같은 요인을
갖기 쉬우므로 고혈압치료를 더 열심히 받을 필요가 있다.

    48. 나이 먹으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것은 정상이다
  원종호
  손천향의대 내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노인이 되면 으레 한두 가지의
질병을 앓게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증상을 병으로 보지 않고
자연퇴화현상으로 파악하는 데 있다 

  여러가지 증상을 주소로 진료실을 찾는 노인환자 중 자신의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경우를 의외로 많이 접하게 된다. "이젠
이만큼 늙어서 고혈압이 오는 것도 당연하지, 치료는 무슨 치료야" 하시는 분도
있고 가끔 "뒷골이 뻐근할 때만 약국에서 약을 사먹지, 또는 나는 혈압약을
먹으면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서 아예 약을 안 먹어" 하시는 분도 계신다. 물론
이런 분들 중 잘 설명을 해서 혈압약을 권해도 마다하고 혈압치료를 안하시는
분도 있는 실정이다.
  혈압은 연령 증가와 더불어 높아져 가며 따라서 노년층으로  갈수록 고혈압의
빈도는 높아진다. 내과학 교과서에서도 65세부터 75세 사이의 인구중 거의
2/3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고혈압은 노인층에서
뇌졸증(중풍) 및 기타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사망률의 증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또한 노인들에서 혈압치료는 심혈관계질환의 발생 및 사망을
감소시킨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노인에서의 고혈압이 생기는 원인도 젊은 사람들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말초혈관의 저항이 커지는 것이 중요한 원인도 젊은 사람들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말초혈관의 저항이 커지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되며, 그 밖에도
동맥경화, 대동맥 석회화 및 경직, 그리고 동맥의 탄력성감소가 원인이 된다.
  이와같이 노인에서의 고혈압은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결코 정상상태가
아닌 병적상태이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노인에서의 고혈압 치료도 젊은 사람들과 특별한 차이는 없다.
적절한 운동은 말초혈관저항을 줄여주므로 권장되고, 저염식과 적당한 약제를
선택하여야 한다. 그러나 노인은 여러 약제에 특히 예민하여 약제의 선택과
치료를 시작할 때 약물 용량을 젊은 사람들보다 줄여서 사용해야 하며, 혈압
강하도 서서히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병, 관절염, 심부전, 협심증 및
만성폐질환 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약제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하므로 치료시작
전에는 꼭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또한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하여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더 흔하므로, 자의적으로 약을 중단하지 말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종류의 약제를 선택하여야 한다.
  통계에 의하면 국내의 사망원인 중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사망이 암에 의한
사망과 함께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인
고혈압환자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혈압은 일시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조절하는 병이므로 치료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치료를 하면 많은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49. 혈압이 높을 때만 약을 먹어도 괜찮다
  송윤미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어떤 병이든 좋은 치료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처방에 따라야 한다.
고혈압에 관한 일반인의 통념 중에는 특히 잘못된 것이 많다.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잘 못쓰시는 60대 남자분이 진료를 받으러 오셨기에
어디가 불편하시냐고 물었다. 환자는 머리가 아픈 걸 보니 혈압이 다시 올라간
것 같아 혈압약을 타러 오셨다는 것이었다. 이 환자는 1년쯤 전에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지셨고 지금은 그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잘 못쓰는
상태이다.
  그 때 병원에 입원해서 처음 고혈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퇴원 후 몇
달은 열심히 통원치료도 하고 혈압약도 잘 드셨는데 병원을 계속 다녀도 크게
회복되는 것 같지도 않고, 혈압도 어느 정도 떨어져서 정상이 되었다고 하기에
뭐 혈압약도 양약인데 오래 먹어 좋을 게 있느냐는 생각에 요즘은 그 병원에
다니지도 않고 혈압약도 드시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최근들어
가끔 머리가 아파서 혹시 다시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나고, 전에 입원했을
때 담당의사에게서 혈압이 높아서 중풍에 걸린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것이
기억이 나서 이렇게 진료를 받으러 오신 것이다.
  혈압이 높은 분에게 고혈압이란 진단을 내리고 혈압과 관련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알려드린 후 혈압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나 조절은 가능한 병이고
조절을 했을 때의 결과는 그냥 내버려두었을 때에 비하여 매우 좋다는 설명을
드리면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계속 열심히 조절하겠다고 말씀하신다. 앞서 말한
할아버지처럼 혈압으로 심각한 질환을 겪으신 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치료를
굳게 약속하신다. 그런데 정작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많은 분들이 혈압조절을
계속하지 못한다. 왜 그러냐고 여쭈어보면 한 가지 이유는 혈압은 완치가
안되는 병이라니까 치료를 계속하다 보니 마치 불구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는 치료를 안하더라도 아무런 증상도 없고 불편한 점도 없는데
계속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더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 가지 이유는 평생 약을 먹다보면 혈압약에 의한
부작용이 생길 것 같은데 그것이 혈압을 조절하는 것보다 더 나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약을 그만 먹게 되었다고 하신다. 그 분들은 혈압약을 먹는 것은
중단하신 상태이지만 마음 한구석에 혈압치료에 찜찜함이 남아 있어 만일
머리가 아프다든가 몸에 다른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이것은 혈압때문이라는
판단에 혈압을 재보는데, 워낙 혈압이 높던 분이고 또 몸에 불편함이 있으면
혈압이 평소보다 더 올라가는 특성 때문에 자연히 그 때 재는 혈압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내 진단이 맞았지 하며 가까운 약국을 찾아 혈압약을 사서
한두 먼 먹다가 몸의 증상이 없어지면 이제는 됐다며 더 이상 약을 먹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고혈압은 무언의 암살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을 정도로 평소에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뇌졸중이나
관상동맥질환 같은 무서운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해서 운이 아주 좋은 경우라야 죽지 않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사망통계를 보면 아직도 고혈압과 관련된 질환으로 인하여 사망하는 사람수가
매우 많아서 4, 50대에서는 암으로 인한 사망의 뒤를 이어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고 60대를 넘어서면 전체 사망원인중의 1위를 차지한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더라도 치료해야 하는 병이고, 또 고혈압 치료제는
처음부터 장기치료를 전제로 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부작용도 흔하지 않아,
치료를 했을 때의 결과는 치료를 하지 않을 때에 비하여 매우 좋다.
고혈압치료를 잘 하면 치료를 하지 않을 때에 비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될 만큼 고혈압관리는 매우 뛰어난
건강유지 방법이다. 게다가 고혈압치료약은 여러 종류가 있어 만일 부작용이
생긴다면 다른 약제로 바꾸어 치료를 계속하면 된다.
  또 고혈압의 치료는 평생동안 계속해야 하는데 혈압약을 먹으면 약물의
작용에 의하여 혈압이 정상이 되는 것 같지만 약을 중단하면 혈압은 다시
올라간다. 고혈압 약을 먹어본 많은 분들이 처음에 기운이 없고 조금
어지럽기까지 한 경험을 해보셨을 것이다. 그것은 높은 혈압에 적응된 몸이
혈압약의 효과로 낮추어진 혈압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하여 생기는 증상인데,
혈압약을 장기간 먹다보면 몸이 정상수준으로 낮추어진 혈압에 적응하게 되어
이런 증상들은 사라진다. 그런데 약을 먹고 끊는 것을 자주 반복하면 우리 몸이
높은 혈압에 적응해 있다가 갑자기 낮추어진 혈압에 적응하려는 변화를
반복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혈압이 높다고 진단받고 치유를 권유받은 분들은 증상이 있건 없건간에
평생동안 혈압관리를 계속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비법임을 잊지 말자.

    50. 고혈압은 증상이 없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
  이동철
  동국의대 내과

  고혈압환자의 80p가 별다른 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정작 다른 데에 있다. 고혈압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전체 성인의 15--20p가 환자일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게다가
혈압치는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 환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직장에서 실시하는 정기적인 신체검사가 일반화되면서 대부분은
일년에 한두 차례는 혈압을 측정할 기회를 갖는다. 물론 힘든 노동을 하다가
숨도 돌리지 못한 채 헐레 벌떡 달려와서 재본 혈압이 한두 번 높다고 해서
고혈압인 것은 아니다. 바다에서 파도가 쉴새 없이 출렁거리듯이 사람의 혈압도
운동이나 정서의 변화, 흡연, 음주, 음식물 등의 영향으로 끊임없이 변화하여
하루 중 30mmHg 정도의 혈압변화는 흔하다. 따라서 일정한 상태에서 수주
간격으로 적어도 두 번의 혈압을 측정하여 140/90mmHg 이상인 경우에
고혈압이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고혈압을 진단받을 기회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적절한 고혈압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수년 동안이나 고혈압임을
알고 있음에도 별다른 치료없이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급기야
뇌경색이나 심부전증 등의 증세가 완연해서야 병원에 와서 자신의 혈압이
오랬동안 높았다는 애기를 하면서 그동안 아무런 증세가 없어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환자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올바른
의료상식을 갖도록 국민보건교육에 관심을 가졌어야 할 의료인의 책임이기도
하고 환자들의 뿌리깊은 편견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한다.
  아무런 증세나 불편이 없음에도 단지 혈압이 높다는 이유만으로도 치료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아직 원인을 모르며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고혈압은 한가지 질환이기보다는 여러
질환의 복합체적인 특성이 더크고 고혈압진단의 절대기준은 적절하게 측정된
혈압으로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이다. 대개의 고혈압환자는 별다른 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높은 혈압상태가 오래되어 혈관, 심장이나 신장 등에
손상을 주어 이에 수반되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고혈압의 80p 이상은
아무런 증상이 없이 단지 혈압만 높은 경증고혈압의 범주에 속한다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증고혈압 환자에서 생활형태의 변화를 포함한 혈압조절을
위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경증의 고혈압일지라도 수십년 동안 고혈압에
노출되면 심근경색증, 뇌경색 등의 원인인 동맥경화증의 발생이 훨씬 빠르고
심부전이나 신장기능의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고혈압의 치료는 치료로서의 의미보다는 장래 초래될 고혈압의
합병증에 대한 예방적인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다. 현대의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고혈압의 합병증에 대한 치료는 아직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으며,
이합병증이 발생하면 많은 의료비용과 환자의 고통이 수반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증상이 없는 고혈압환자라 할지라도 식생활의 변화,
운동, 금연등으로 비롯한 생활형태의 변화를 통해서 혈압의 강하를 시도하고
그래도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기 어려우면 혈압강하제를 사용하여 적절한 혈압을
유지함으로써 건강한 장래를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당뇨병
    51. 단 것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 생긴다
  김영훈
  고려의대 내과

  당뇨병은 설탕을 많이 먹으면 생기는 질병일까? 당뇨병을 발생시키는 주요한
원인은 무었인가?

  의사로부터 당뇨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흔한
반응이 두 가지 있다. 단 것을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왜 당뇨병이 발생했는가
하고 의아해 하는 경우와 당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움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당뇨병에 대해 충분히 알게되고 꾸준히 치료하면서
이러한 오해들은 풀리고, 오히려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당뇨병이란 우리 몸안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기관이 췌장에서 나오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다. 이렇게
되면 당분의 혈중농도가 높아지며, 오줌으로 당이 배설되고, 기운이 없어지고,
쉽게 피로해진다. 목이 마르고, 소변을 많이 보게 되며, 많이 먹으나 체중이
감소되는 증상도 나타나게 된다.
  당뇨병의 발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유전적
요인이란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소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에게서 당뇨병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부모, 형제나 친척 중에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은 뚱뚱한 사람, 나이 많은 사람, 외상을 입었거나 수술을
받은 사람, 임신한 사람,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약물 특히
부신 피질 호르몬제를 장기간 투여한 사람, 신경을 많이 쓰고 마음이 불안하며
늘 긴장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당뇨병이 많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흔히
설탕이나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의 원인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나, 이들 음식은 당뇨병의 발병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다만
이런 음식을 많이 먹으면 뚱뚱해질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의 발병과 간접적인
관계는 있을 수는 있다. 유전적인 소인으로 인하여 당뇨병이 발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환경적 요인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주의하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고 적어도 그 발병시기를 현저히 늦출 수 있다.
  그러나 당뇨병의 발병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병증의 예방은 더욱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가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게 되거나, 또는
사망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은 당뇨병 그 자체가 아니라 합병증 때문이다.
합병증의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또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요법이
필요하다. 단 것만 많이 먹지 않는다고 당뇨병이 예방되고 치료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52. 소변에 당이 나오면 다 당뇨병이다
  김지운
  성골롬반병원 내과

  당뇨병은 소변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 일단 요당이 발견되면
혈당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요즘 몸이 피곤하고 체중이 빠진 듯하여
소변을 손끝에 찍어 맛보았더니 단 맛이 나는데 혹시 당뇨병이 아닙니까?"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당뇨란 소변에 당(포도당)이 섞여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당뇨가 있으면 곧 당뇨병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자기병의 진단을 위해
손수 소변을 맛본다는 용기도 좋거니와 소변을 맛보는 일이야말로 가장 손쉽고
간편한 당뇨병진단법(?)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요당과 당뇨병은
결코 같은 뜻이 아니다. 누렇게 반짝이는 것이 다 금덩어리가 아니듯이 요당이
있다고 해서 다 당뇨병을 가진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위해 당을 산화시킨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몸의 혈액 중에는 일정
범위내의 당도(혈당치)가 유지되어 활동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혈액속의 당이
끊임없이 몸 세포에 공급되어 신체활동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꺼번에
많은 설탕을 섭취하면 혈액중에 당농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혈액중의 당농도를
조절하는 인슐린이라는 물질에 의해 당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전에 소변으로
당이 배설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는 설령 소변에 당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당뇨병은 아닌 것이다. 또 콩팥기능에 이상이 있어 당을 재흡수하지
못해 소변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소변에 당이 나오더라도
당뇨병은 아닌 것이다. 당뇨병은 위하다 혈당을 일정 범위내로 조정해주는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여 공복시나 식사후의 혈당이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어 콩팥을 통해 당이 배설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변검사에서 당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당뇨병이라고 생각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당뇨병의 진단은 소변검사로 확진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공복시 요당이 발견되는 경우엔 당뇨병을 의심해 볼 수는 있으나 요당은
당뇨병이 아닌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요당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혈당검사를 하여 당뇨병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53. 당뇨병에 쌀밥은 나쁘고 보리밥은 좋다
  서홍관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당뇨병환자에게 식이요법은 정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각 영양소별로 골고루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쌀과 보리의
칼로리와 성분 차이는 얼마나 될까?

  당뇨병이란 소변에 당분이 나온다는 데서 이름이 붙은 병으로 혈액속의
포도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이다. 포도당은 3대 영양소의 하나인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데 탄수화물은 우리가 먹는 밥에도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 포도당이 우리 몸에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필요하다.
  인슐린은 우리 몸의 췌장에서 분비된다. 만약에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거나, 인슐린이 어떤 이유로 각 세포에서 제기능을 잘 발휘하지 못하면
피속의 포도당이 이용되지 않고, 소변을 통해서 포도당이 빠져나가게 된다.
  혈당이 높아지면 소변으로 포도당이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 때 소변에 물이
같이 빠져나가게 되므로 소변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인슐린이 부족해서
섭취한 영양분이 이용되지 않기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며, 영양분이 이용되지
않는 것을 모르고 음식물을 많이 먹게 된다. 따라서 음식물은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피로는 더 느끼고 체중은 빠지는 것이다.
  당뇨병의 치료는 네 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째는 적절한 식사, 둘째는 적절한
운동, 셋째는 약물 요법, 넷째는 스트레스의 관리이다. 이중 당뇨병의 치료에
식사가 중요한 까닭은 체중이 증가하면 인슐린의 저항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적절한 식사량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거나 뚱뚱한 경우에는 적절한 체중으로
줄이기 위해서이다. 적절한 식사요법은 단순히 어떤 음식을 줄이거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적당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기에게
가장 알맞는 열량을 각 영양소별로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당뇨의 식사요법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내용만 설명하고자
한다. 당뇨병환자의 식이요법의 두 가지 원칙은 첫째는 자기 몸에 맞는
칼로리만큼만 제한해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음식물의
종류별로 알맞는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다.
  이중 첫 번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루에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섭위해야 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자신이 필요한 하루 칼로리는 표준체중을
계산해서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35칼로리를 곱해주고,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30칼로리를 곱하면 된다. 표준체중은 자기 신장에 따라서 표에서 찾아보면
되지만 표가 없을 때는 간단히 자기 키(단위 cm)에서 100을 뺀 수치에 0.9를
곱하면 된다. 예를 들어 170cm의 환자라면 100을 빼서 70예 0.9를 곱하면
63Kg가 표준체중이 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당뇨환자에게 쌀밥은 나쁘고  보리밥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보리밥은 30p를 보리로 섞었을 경우에 70g에
100칼로리이고, 쌀밥도 70g에 100칼로리로 같다. 이 양은 공기밥으로
계산했을때 약1/3정도이다. 또한 성분에 있어서도 보리쌀(보리밥이 아님)
100g에 332칼로리이며, 탄수화물 68.4g, 단백질 10.3g, 지질 1.9g이다.
쌀(쌀밥이 아님)은 밀양살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0g당 348칼로리에 탄수화물
77.0g, 단백질 7.5g, 지질 1.1g으로 큰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하면 보리밥과
쌀밥은 그 칼로리는 같으며, 그 성분은 약간의 차이밖에 없다.
  다른 말로 하면 보리밥을 먹는다고 당뇨가 좋아지거나, 쌀밥을 먹는다고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보리밥과 쌀밥은 그 차이가 거의 없으며, 단지 그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쌀밥이건 보리밥이건 좋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당뇨병 환자의 식사요법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생각으로 '쌀밥은 나쁘고, 보리밥은 좋다' 라든지, '설탕은 나쁘지만 꿀은
자연식품이므로 당뇨병에 좋다' 라든지 '당뇨병으로 체중이 빠지니까
무엇인가를 먹어서 몸을 보해야 한다' 든가 '맥주는 나쁘지만 소주나 위스키는
괜찮다' 는 생각들을 하는데 모두 틀린 생각이다. 당뇨병에 적합한 식사요법은
단순한 소문에 따르지 말고 체계적으로 근거 있는 내용을 꾸준히 배워서 익혀야
한다.

      간염
    54. 간염에 걸리면 잘먹고 푹쉬는 것이 최고
  송윤미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우리 나라에서는 매년 만명 가량의 만성간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간염은
그만큼 심각하고 뚜렷한 치료방법이 나와 있지 않는 질병이다. 잘먹고 푹쉬는
것이 만성 간염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만성간염으로 진단받고 진료를 받던 30대 후반의 젊은 남성환자가 있었다.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물어보다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묻게 되었다.
건강문제의 진단과 치료에 직업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전에는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간염으로 진단받은 후에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일을 그만두셨느냐고 물었더니 "간염에는 푹 쉬고 잘 먹는 것이
좋다는 얘기등을 하던데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체중을 재보았더니
170센치미터의 키에 몸무게는 80키로그램으로 10년전에 비하여
15키로그램정도가 늘었다. 활동을 하지않고 쉬며 잘 먹으니 체중이 증가할수
밖에 없었다. 이환자는 왕성한 사회활동, 경제활동을 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만성간염으로 진단받은 후 거의 10여년 동안을 아무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며 영양가가 높은 음식물만을 먹으며 지내온 것이다. 다른 경우라면
집안 경제상태가 엉망이 되었을 텐데 다행히 집안이 좀 여유가 있고 부인이
직업을 가져 경제적으로는 그리 쪼달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좀 더 얘기를
해보았더니 본인이 일을 하지않고 놀기를 희망하는 것은 아니고 본인은
무엇인가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한데도 불구하고, 간염에는 쉬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근 10여년을 그렇게 보낸 것이었다. 의사에게 "쉬는
것이 좋지요?"라고 물은 적이 몇번 있었는데 대답이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여서 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 왔단다. 
  우리나라에는 간염이 아주 많아 매년 거의 만여 명정도가 만성간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게다가 간염은 다른 병과는 달리 현재까지 이렇다 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런 사실은 간염으로 진단받은 환자, 그 중에서도 만성간염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에게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간염이 낫는다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러니 쉬라는 말도 잘 지키고 잘 먹으라는
말도 잘 지킨다.
  과거에는 만성간질환에는 절대안정이 좋다고 생각하여 이를 강력히 권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따랐었다. 또 식이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간염환자에게
하루에 150그램 이상의 단백질과 고열량음식을 섭취하도록 권유했고 지방질
섭취는 좋지 않다고 해서 제한했었다. 그런데 현재는 여러 연구결과
절대안정보다는 적당한 활동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병세가
심한 경우는 예외이지만 너무 심하게 무리하지 않는 한 직업을 가져도 되고,
집안일을 해도 되며 산책과 같은 심한 피로감을 유발하지 않는 정도의 규칙적인
운동은 대부분의 만성간질환 환자에게 권유되는 일이다. 즉 즐거운 피로감을
느낄 정도까지의 활동을 해도 괜찮다. 식이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황달에 의한 지방변을 보지 않는 한 지방질의 섭취를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표중체중 1kg 단백질1g과 총 30-35cal의 열량공급을 권할 뿐이며,
단백질과 열량을 그 이상으로 섭취하는 것은 간질환의 경과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실들을 알려주었더니 이 환자는 그럼 일을
해도 되냐고 좋아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낸 10년을 몹시 안타까워 했다.
이 환자 외에도 간염이라면 잘 먹고 푹 쉬는 것이 최고인 줄 알고 그렇게
지내는 환자가 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간질환에 대한 왜곡된 지식이다.

    55. 간장약으로 간염을 고칠 수 있다.
  임종환
  평화의원

  간장약의 종류만 하더라도 수십 가지에 이르고 있는데 이 약들의 실제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환자에게 "간염에는 치료약이 따로 없습니다."하면, 그럼 간염에 대한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 간염치료에 잘 듣는 약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  와서
치료비는 더 낼 수 있으니 그 약을 처방해 달라고 고집을 피우는 환자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방송이나 약광고를 통하여 이미 이름을 들어온 터에
환자가 직접 특정 약제를 써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진료실에서
간염환자를 만나 치료방침과 치료 약제를 설명하려면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간장제가 시중에 나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약제가
있다는 것은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으므로 의사는 간염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적극적인 치료방법을 설명해 주기보다는 손상된 간장이라도 잘 보호하기 위하여
간에 독성이 있는 술이나 한약, 그리고 불필요한 약을 피하면서 주기적인
간기능검사와 간초음파검사를 하면서 경과관찰을 하자고 설명해 준다. 하지만
환자는 완치되고 싶은 기대와는 달리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다고 하니 몹시
불안하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할 때 그럴듯한
간장약들의 선전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물론 간장약
중에는 근본적인 치료약은 아니지만 간기능개선 등 부분적인 효과가 입증된
것도 있다. 그렇다고 자기 마음대로 여러가지 종류의 간장약을 아무데서나 사서
함부로 먹는 것은 손상되 간에게 그 약을 해독하는 데 일을 시켜 더 나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 간기능에 이상이 있는 간염환자의 경우 간장약을 부분적인
치료약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적절한 약과 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간염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약은 없다는 사실, 약은 간에 독성을 야기
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함부로 복용하면 안된다는 사실, 부분적이 효과를
기대하고 사용하는 간장약일지라도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복용할 것등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56. 비형 간염보균자와는 식사도 같이 하지말아야 한다.
  양윤준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B형 간염의 전염경로를 정확히 이행하여 B형간염 보균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외래에서 흔히 보는 환자중의 하나는 비형간염보균자이다. 인구의 7-10p가
간염보균자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흔한 질병이 매우 잘못 알려져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 중에 하나가
간염보균자와는 식사도 같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어느날 외래에서 한 젊은 아주머니에게 비형 간염보균자라고 얘기했다가
그분이 엉엉 우는 바람에 혼이 난 적이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환자들은 무슨
큰 일이 났나 싶어 기웃거렸다. 겨우 진정 시킨 후에 왜 그렇게 울었는지
물었더니 어린 두 아이에게 전염을 시킬 것이기 때문에 슬퍼서 울었다고
하였다. 자신의 병보다는 자녀들의 건강을 더욱 걱정하는 모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아주머니는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간염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균을 옮겨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활동성 간염보균자는(e형의 항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더욱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비형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성접촉을 통해서 전염되며
음식물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밝혀진 비형간염의 전염경로는 혈액, 정액, 타액(침)을 통해서다.
대변이나 소변, 땀등을 통한 전염은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았다. 보균자의 피가
상처난 피부, 입안, 질 내부에 묻으면 전염될 수 있다. 또한 보균자의 피가
묻어있는 주사바늘에 건강한 사람이 찔리면 전염될 수 있다. 정액의 경우에는
성 접촉을 통해서 전염될 수 있다. 침을 통한 경우에는 깊은 키스에 의해
다량으로 전해질 때만 전염된다. 그렇다면 찌개 등 국물이 있는 음식을 같이
먹는 경우에는 전염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식은 찌개를 같이 떠 먹을 경우에 보균자의 타액이 찌개에 묻은 후 타인에게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다량의 타액이 묻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전염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필자는 찌개를 먹을 때 국자로 각자 떠먹도록 권하고 싶다. 한편 같은 식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일단 설겆이를 하고 말리면 간염균이 사라지기 때문에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론적으로 식사를 같이 한다고 비형간염이
전염되지는 않는다,
  참고로 비형간염이 잘 걸릴 수 있는 위험에 있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1. 모자 감염-엄마가 태아에게 탯줄을 통해 균을 전해 줄 수는 없다. 다만
출생할때 균을 가지고 있는 엄마의 혈액을 태아가 먹어서 전염되거나 출생후에
엄마와 가깝게 접촉하면서 전염된다. 따라서 B형 간염균을 가진 엄마의
신생아는 출생 직후에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
  2. 가족내 감염-면도기, 칫솔 등을 같이 쓰는 가족끼리는 전염이 될 수 있다.
  3. 성접촉-불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사람은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4. 주사나 침을 맞는 사람-병원에서는 일회용 주사를 쓰기 때문에 전염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불결하게 주사기를 쓰는 아편중독자에게는 전염이 잘
된다. 또한 귀를 뚫을 때, 문신할 때에도 전염이 가능하다.
  5. 병원 종사자, 실험실 근무자-실수로 보균자의 혈액이 묻은 주사기에
찔리거나 상처난 피부를 통해 균이 들어 올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람들은 B형간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간염이 많은 지역에서는 누구나 걸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간염균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옳기지 않도록 주의를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B형간염에 대한 항체가 없는 국민들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안전하다.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 열명 중 한 명은 B형간염보균자이다. 그들이
건강한 사람에게 간염균을 전염시킬 수 있다고 해서 모두 배척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혈액이나 성접촉 등을 통하지 않고는 전염시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사를 같이 한다고 해서 B형 간염이 전염되지는 않는다.

    57. B형간염의 전염성은 e항원'HBeAg'여부에 따른다.
  양윤준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표면항원이 양성이고 간기능이 6개월 이상 정상일 때를 B형 간염
만성보균자라고 한다. B형 간염 만성보균자는 일단 모두 간염균을 전파시킬 수
있다.

  간염의 제일 많은 원인은 B형간염바이러스에 의한 B형간염이다.
B형간염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로서 크기는 42nm정도이다. B형간염바이러스의
항원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은 3가지가 있다. 제일 겉에 있는 항원을
표면항원(HBsAg)으로 부른다. 우리가 보통 간염에 대한 검사를 할 때 제일 먼저
표면항원 검사를 한다. 표면항원이 양성이고 간기능이 6개월 이상 정상일때를
B형 간염 만성보균자라고 한다. B형간염 만성보균자는 일단 모두 간염균을
전파시킬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e항원이 있어야 전염이 되고, e항원이
없으면 전염이 안된다고 알고 있다. 심지어 e항원 유무로 입사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e항원이 있으면(양성이면)바이러스의
재생산이 활발하고 전염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e항원이 없으면 바이러스의
재생산이 활발하지 못하고 전염력이 약하다는 뜻이다. 즉 e항원은 전염력의
강도를 표시하는 것이지 전염력의 유무를 결정하는 지표는 아니다. 헌혈할때에
표면항원이 양성이면 헌혈을 버린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B형간염의 여부는
표면항원 여부로 결정할 일이지 절대 e항원 여부로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 B형간염 만성보균자는 전국민의 7-10p에
이른다. 즉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들 10명중에 1명은 B형간염균을 가지고
다닌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의 취업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정확한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B형간염균은 보통 수혈을 받거나 바늘에 찔리는
등 혈액을 통해 전염된다. 물론 침이나 정액을 통해서도 전염이 가능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상당히 많은 균이 한꺼번에 들어와야 전염이 되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전염가능성이 떨어진다. 즉 B형간염은 성생활이라든가
술좌석에서 잔을 서로 돌리는 행위를 통해 전염이 잘되며, 면도기나 주사기,
수저, 그리고 컵 등을 같이 쓰는 경우에도 전염될 수 있다. 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손에 상처가 생겨 음식물이 상처에 닿을 경우 감염이 가능하다. 그러나
악수나 포옹등의 피부접촉으로는 전염이 잘 안된다. 따라서 주방장이나 술집
종업원등 보건증이 필요한 직업에는 B형간염 만성보균자의 취업을 제한해야
하지만 보건증이 필요없는 대부분의 직업에는 B형간염 만성보균자의 취업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요약하먼 B형간염의 전염력이 있는지의 여부는
표면항원(HBsAg)에 따라 결정되고, 전염은 혈액이나 침, 그리고 정액에 의해
이루어진다.

      임신, 출산
    58. 불임은 대부분 여자의 책임이다.
  윤경
  연세산부인과 의원

  남자의 불임검사는 여자보다 훨씬 간단해서 정액검사만으로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남편과 아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검사하는 것이 불임을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불임의 원인은 부부 모두에게 혹은 한 사람에게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사람에게만 원인이 있다 해도 불임치료는 반드시 부부를 한 단위로 묶어 진단
및 치료를 하게 되므로 남편과 아내 모두 한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여의사인
탓인지는 몰라도 완강하게 불임검사를 거부하는 남편들일수록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음을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불임은 남자가 원인인
경우가 40-50p이고 여자는 50-60p로 대개 반반이다. 여성은 배란과 임신을
책임지는 기관이 다양하기 때문에 불임검사도 복잡하다. 반면에 남자들은 훨씬
간단해서 정액검사로 불임검사의 대부분을 해결해 버릴 수도 있는데 이 검사를
아예 기피해 버리는 남편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결혼한 지 7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아 장기간 볼임 검사를 받았던 여자분이 있었다. 검사에 이상이
없어 남편에게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혼전에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져 임신한
사실이 있었다며 완강히 거부하였다. 여자분이 불임의 책임을 혼자 떠맡은 것은
물론, 씨앗보기를 원하는 시어머니의 요구때문에 남편이 외도를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심지어 불임을 빌미로 구타당하는 일도 많아서 결국 이혼하였다. 3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 왔는데 재혼한지 4개월만에 임신이 되었다 한다. 지금 행복한
마음으로 산전관리를 받고 있으나, 한구석에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는
과거로 인해 소름끼쳐 하는 것을 보면서 같은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고통스러웠다. 불임은 부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서로 사랑을 통한
격려만이 이를 극복하는 용기와 힘을 준다.

    59. 출산은 수태된 날로부터 꼭 10달이 걸린다.
  윤경
  연세산부인과의원

  임신기간을 계산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반인들이
계산하는 수태기간과 실제기간 사이에는 어느만큼 차이가 있을까?

  어느날 임산부 한 사람이 부어 있는 눈두덩이를 눈가리개로 가린 채 진료실을
찾아왔다.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임신하고 있는 아이가
남편의 아기가 맞는지 친자확인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왜 갑자기 그런 검사를 하려 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 임산부가 한 말의 요지는 대략 이런 것이었다. 이전에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를 찾은적이 있는데 산부인과 의사가 남편에게 임신36주라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남편은 산부인과를 빠져 나오면서 퉁명스럽게 반응을 하더니
집에 가서는 다짜고짜 결혼하기 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누구였는지를 따졌다고
한다. 남편은 성관게를 가진지가 8개월도 채 안되었는데, 배속에 아이가 36주,
즉9개월이 되었다니 말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남편과 다투게 되었고,
본인도 이해가 되지 않아 친자확인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이 산모의 고민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울러 그녀 남편의 무지에 대해
슬그머니 웃음이 나면서 10개월이라는 임신의 우여곡절을 생각했다. 이들
신혼부부처럼 임신기간이 성관계를 가진 날로부터 양력으로 10달이라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임신기간은 수태된
날로부터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월경을 시작한 날짜부터 계산하여
음력10달, 즉 280일이다. 그러므로 월경주기가 28일로 규칙적인 여자의 경우,
실제로 수태가 일어난 때는 마지막 월경 시작일로부터 14일후에 배란이 되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태가 되므로, 실제 수태(임신)기간은 280일에서 14일을
뺀 266일 정도이다. 100일 잔치의 숨은 있는 의미는 수태된 날로부터 대략
1년이 되는 날을 기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태기간은 266일 정도로
일정하지만, 통상 10달이라고 알고 있는 임신기간은 월경주기가 28일인
경우이고, 만약 월경주기가 그보다 길면 당연히 늘어난다. 그러므로 월경주기가
매우 불규칙한 임산부들은 초음파검사를 통하여 태아의 임신주수와
분만예정일을 걸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사실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은 임신기간을 수태된 날로부터 양력으로 10달, 즉 300일(10달 *
30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수태기간과는 약34일(약5주)정도의 차이가
있다. 즉 일반 사람들이 계산하는 예정일보다 약5주정도 빠르다는 것이다. 이
산모의 남편의 경우에서 보듯, 자기가 생각했던 날짜 이전에 수태된 것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잘못된 상식 때문에 괜한
가정문제로까지 비화된 경우였다. 그 산모에게 남편과 함께 다시 진료실을 찾아
주도록 하여 자세히 설명해 준 결과, 남편은 아내에게 사과하고 두 사람은 다시
행복한 모습으로 진료실을 나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60. 임신중엔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심재식
  한국보훈병원 산부인과 

  결핵, 고혈압, 간질, 심장질환, 내분비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약을 계속
복용하는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있을때의 일이다. 분만예정일을 몇주 남겨놓지 않은
산모가 호흡곤란으로 급히 병원을 찾아왔다. 흉부 X선 사진을 보니 폐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주 심한 결핵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핵에 걸려
약을 복용하던 중에 임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로부터
임신했을 때에는 약을 먹으면 안된다는 말을 듣고 의사와 상의도 없이 결핵약을
끊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임신한 산모의 경우에도 결핵에 걸려
있으면 결핵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핵약이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가능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을
선택하여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결핵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결핵치료가 완료되기까지 임신을 하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 산모는
임신중에는 무조건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의학지식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결핵, 고혈압, 간질, 심장마비, 내분비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약을
계속 복용하는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환자들은 매우 당황하게 된다. 복용하던 약물때문에 태아에게 기형
등의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임신중절을 해야되는 것은 아닌지, 태아를
위하여 먹고 있던 약을 끊으면 만성질환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의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임신중절 또는 약물복용중단
또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임신을 지속하는 것 중에서 선택을 하여야 한다. 물론
선택을 할 때에는 먹었던 약의 종류와 그약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즉 약의
안전성과 임신 중 어느 시점에서 약을 복용하였는지를 종합하여 판단하게 된다.
임신한 줄을 모르고 무슨 약을 먹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임신중 심한 감기
증상으로 감기약을 먹었는데 괜찮을지 등의 문제로 상의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도 위에 언급한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하며, 대개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임신중에 요로감염, 급성신우신염 등의 병에 잘 걸리게
된다. 그냥 내버려 두면 산모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약물을 포함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확실치 않은 이야기를 믿고 무조건 약물을 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덧붙여 임신인줄 모르고 감기약과 같은 약을 복용한 경우에 반드시
임신 중절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지나친 걱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고로 임신중 약물복용시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약물들을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A군은 확실하게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 B군은
동물실험에서 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진행된 임상연구가 없는 약물, C군은 적절한 동물실험이나 임상연구 모두 없는
약물, D군은 태아에 위험이 있지만 위험보다도 약물사용이 가져다 주는 이익이
더 많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는 약물, X군은 태아에게 미치는
해가 매우 커 어떤 경우도 약물사용이 이익이 되지 않는 약물군이다. A군이나
B군은 임신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C 군 그리고 심지어는
D군조차도 특정상황에는 적절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61. 임신초기부터 꼭 철분제제를 먹어야 한다.
  최지호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임산부들이 철분이 부족하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그러나
임신초기단계에서 철분제제를 복용하게 되면 구토증세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임신 13주가 된 산모가 메스꺼움이 심하고 가끔 토하기도 한다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임신 5주부터 입덧을 하기 시작했는데 조금 좋아지는 것 같더니 임신
11주부터 심해졌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임신 11주경 시어머니께서
며느리가 임신한 것을 알고 철분제제를 사다주셨다는 것이다. 이것을 먹고
나서부터 이런 증상이 다시 심해진 것이었다. 임신을 하면 철분제제 복용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꼭 먹어야 할 시기가 아니니 복용을 중단했다가 입덧이
가라앉고 난 임신 5개월부터 다시 먹을 것을 권하였다.
  임신을 하면 산모에게 여러가지 영양분과 칼로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임신에 따라 체내 철분이 부족하게 되므로 철분제제를
먹어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은 대개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임신초기의 첫 4개월 동안에는 철분 요구량이 약간만 증가하므로 이
시기에는 철분제제를 통한 보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임신초기에
철분제제를 먹지 않음으로써 이 시기에 흔한 메스꺼움, 구토가 심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한다면 자기 전에 철분제제를 먹는 것이 위장장애를
적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자기 전 이를 닦을 때 잘 보이는 곳에 철분제제를
두면 매일 먹는 것을 잊지 않을 수 있어 좋다. 여러가지 철분제제가 있으나
대개 철분함유량은 비슷하여 하루에 한알씩을 먹으면 된다.
  그러나 임신을 한 후 병원에서 시행한 기본적인 검사에서 자신이
철분결핍성빈혈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임신으로
인해 필요한 철분 외에도 이미 부족한 철분까지 보충을 해 주어야 하므로
하루에 2알이나 3알을 복용해야 하며, 우리 몸의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이 되고도 6개월 이상 복용을 하여야 한다. 
  임신 첫4개월까지 빈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철분제제를 꼭 먹어야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특히 구토, 메스꺼움이 심한 임산부의 경우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지식은 상당 부분 TV광고를 통한 철분제제 선전이
한몫한 바 있다. 흔히 이런 광고에서 임신사실을 알자마자 필수적으로
철분제제를 먹어야 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기도 하다.

    62. 정상분만보다 제왕절개수술이 더 안전하다.
  이필한
  동암산부인과의원

  최근 의료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임산부 5명 중 1명 꼴로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왕절개수술은 어떤 상황에서 해야 하는지 과연
정상분만보다 안전한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16년전쯤 인턴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겨울날 새벽에
임신 8개월의 임신부가 심한 하혈을 하여 쇼크상태로 쓰러져 응급실로 왔다.
시급한 응급처치를 하면서 태아의 심장박동은 정상임을 확인하였고, 수혈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과장님께 연락드렸다. 곧 바고 나오신 과장님께서
진찰하신 후 전치태반이니 빨리 수술준비를 하라고 열화같은 재촉이
대단하셨고, 허둥지둥 수술실과 마취과에 연락하고 필요한 수술전 검사와
준비를 마친 후 제왕절개수술을 시작할 때는 환자가 병원에 들어온지 1시간이
채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술실에서 과장님의 귀신같은 수술솜씨에
탄복하면서, 아하, 태반이 자궁의 입구를 가로막아 정상분만이 불가능한 것이
바로 전치태반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옛날, 이런 수술을
못하던 시절에는 이 산모와 아기는 죽을 수밖에 없었겠구나라는 당연한 결론을
얻었다. 수술을 받은 산모와 아기는 그후 별탈 없이 건강하게 퇴원하였고
의사로서 뿌듯한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이와 같이 제왕절개수술은 절박한 응급상황이거나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산모나 태아에게 중대한 위험이 예측될 때 시행되어야 함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제왕절개수술을 너무 남용하는 경향이
있으며(의료보험공단의 통계에 의하면 임신부5명중 1명 이상이 수술로 분만함),
정상분만이 가능한 임신부들조차 많은 수가 저마다의 이유에 따라 수술 분만을
하고 있다.
  제왕절개수술이 많아지는 원인은 병원측(의사)과 환자측(임신부) 양쪽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병원측으로서는 우선 가능한 의료사고로부터 회피할 수 있는
방어진료의 수단으로 수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게다가 정상분만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서도 정상분만보다 훨씬 많은 영리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모들 중에도 고통없이 분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제왕절게수술을 해주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과연 정상분만보다 제왕절개수술이 더 안전한가? 우리나라보다
의료시설과 의료관리가 잘 발달되어 있고 철저한 방어적 진료를 하며 우리와
비슷한 비율로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미국에서 발표된 10년간에 걸친 한 통계를
살펴보면, 모성사망률(분만과 관계된 산모의 사망)은 정상분만에서는 10만명중
2.7명인 반면, 제왕절개분만에서는 10만 명중 30.9명으로 무려 11배에 달하고
있으며 그 사망원인으로는 과다한 출혈, 패혈증, 폐전색증, 마취사고 등이
중요한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분만후의 합병증이나 후유증들도 개복수술인 제왕절개수술에서 훨씬 많다.
예를 들면 요관이나 방광 등 비뇨기계통의 손상, 장의 손상, 혈관손상 및 출혈,
자궁 및 나팔관, 난소 등의 감염, 비뇨기계통의 감염, 마취 및 수혈로 인한
사고와 합병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정상분만을 한다면 이들 대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제왕절개수술을 받은 산모는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회복도 늦어지므로
출산비용이 많아지고 가사노동 또는 직장으로 복귀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가정경제 및 사회경제적인 손실도 많다.
  이 기회에 보건행정당국은 의료기관에서 정상분만을 선호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주기 바라며 일반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제왕절개수술은 정상분만보다 결코 안전하지 않다.

      육아
    63. 아기는 잠을 많이 자야 정상이다.
  하정훈
  하정훈소아과의원

  아기는 처음에는 잠만 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환경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잠자는 시간이 변하게 된다. 아기들의 수면시간에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기로 인해 커다랗게 불러 있던 배가 홀쭉해진 많은 엄마들은 출산후
일순간은 배불러 다니며 힘들던 임신기간보다 매우 좋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그
생각은 며칠도 못가서 바뀐다. 아기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고역스러운
날들이 계속되기 때문에 엄마의 생각은 아기를 낳기 전보다 더 힘들다로 바뀌게
된다. 신생아들 모두 잠을 20시간도 더 잔다는데 우리 아기는 왜 이렇게
안자는지... 어디 아기를 잘 재울수 있는 묘방은 없나?
  흔히 사람들은 아기는 다들 잠을 많이 자고 손이 별로 안가도 잘 자라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실제로 많은
아기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아기는 하루종일 자기만 하고, 어떤 아기는 하루에
5--6시간밖에 자지 않는다. 또 어떤 아기는 주로 낮에 놀고 밤에 자며, 어떤
아기는 주로 낮에 자고 밤에 놀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잊고 있는 사실중의
하나는 아기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고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아기마다 각기
다른 행동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아기는 태어나서 처음은 잠만 자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각기 매우 다양한
생활양상을 보인다. 그후 주위환경이나 반복되는 학습에 의해 자신의 고유한
생활습관을 갖게 된다. 따라서 잠을 적게 자는 것이 아기에게 정상이라면
부모가 거기에 적응해야 하고, 잠을 자지 않는 것이 뭔가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그것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기를 잘 자게 하는 묘방일 수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잠을 잘 안자는 아기를 무조건 잠재우는 그리 어렵지는 않다.
즉 수면제나 기응환을 먹이면 잠을 잘 자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아기는 수면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부모는 답답하고 안타까워 어떻게든
잠을 재우는 쪽으로 노력하기 쉽지만, 그 보다는 이것이 아이에게 정상인지
아닌지 그리고 왜 그런지를 파악해서 원인에 따른 조절방법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기가 무언가 불편하거나 괴로워서 잠을 못이루고 있지는 않은가,
또는 아기엄마나 아빠가 못 느끼는 병을 앓고 있지나 않은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부모가 문제점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의사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기가 잠을 적게 자는 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는 대부분의 경우 정상이다.
그 외에 감기나 소화불량이 계속되는 경우,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는 경우, 뭔가
편안하지 못한 경우 등 매우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잠을 잠 자던 아기가 일시적으로 안자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이 정상적일 수도
있고 그 외에 감기나 장의 문제, 배고픔,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경우, 똥을 못
눈 경우, 잠자리가 불편하거나 주변이 너무 소란한 경우, 그 전에 너무 많이 잔
후, 또는 발견할 수 없는 여러가지 원인이나 질병이 있는 경우가 있다.
  밤에 안자고 낮에 많이 자는 경우도 어떤 사람은 잠을 안잔다고 표현하는데
그 이유로는 아기가 밤에 울 때마다 우유를 먹여서 아가의 우유먹는 시간이
밤으로 맞추어진 경우, 밤에 안 자고 엄마랑 아가랑 같이 놀다가 낮에는 두
사람 함께 많이 자는 습관이 들어서 아기가 자는 시간이 낮으로 맞추어진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아기의 잠자는 양상을 훈련으로 고칠 수 있다. 밤에
우유 먹으려고 자꾸 깨서 우는 생후 3개월된 아기를 둔 엄마는 조금 독하게
마음 먹고 사정이 허락하는 한 밤에 우유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 아기는 처음
며칠동안에는 몇 시간에 걸쳐 울지만 멀지 않아 밤에 우유먹는 습관이 없어지고
잘 자는 경우가 많다. 또 낮에 아기와 같이 자는 엄마는 며칠밤 동안만이라고
누구에게 아기를 보아 달라고 해서 낮에 자고 밤에 노는 습관을 교정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밤에 아기가 울더라도 그냥 혼자 울리고 낮에는 아기와 놀아주어
그 습관을 교정할 수 있다.
  우리 아기도 꼭 잠을 많이 자야만 정상이라는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아기의 수면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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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아기가 토하면 병에 걸린 것이다
  하정훈
  하정훈소아과의원

  아기들은 위의 발달이 미숙하여 음식물을 위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수유방식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자녀양육의
기회가 한 번 이나 많아야 두 번에 그치게 된다. 그러다보니 옛날의 경험많은
엄마들은 '애들은 다 그렇게 크는 것이야'내지는 '그럴 때는 이렇게 해주면
돼'라고 가볍게 넘길 문제들을 요즘의 엄마들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기
쉽다. 흔히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기가 젖이나 우유를 먹은
직후에 토하는 것이다. 혹시 '위장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또는
위장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을 하고, 때로는 폐의 질환까지도
염려한다. 이런 질병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에도 아기가 토하는 것 때문에
성장발육의 근원이 되는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여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한다.
  물론 이는 아기를 사랑하는 어른들의 당연한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아기는
아직 위의 발달이 덜된 상태이므로 아기가 쉽게 토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위는 물주머니 같은데 아래위로 조여주는 근육이 있어서 음식물을
담아둔다. 어린아기들은 아직 미숙하여 이 근육이 덜 발달되어서 위로 음식을
올리기 쉽다.
  아기가 수유 후에 토하는 주요이유는 수유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으로,
걱정에 앞서 우선 수유방법을 고쳐보는 것이 필요하다. 
  수유 후 토하는 아기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유 후에 트림을 시키는
일이다. 수유 후에 트림을 시키지 않은 상태로 아기를 누이게 되면, 위장의
공기가 올라오기 쉽고 그렇게 되면 그 공기 위쪽에 있는 우유가 공기에 밀려
나오게 된다. 이것이 수유 후 아기가 토하게 되는 주요기전이다. 따라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인 뒤에는 반드시 트림을 시켜야 하고, 만일 트림을 시키고,
또 반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 것이 좋다. 트림이란 삼킨 공기를 다시 식도를
통해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아가를 세워서 음식물과 공기를 분리한
다음 공기만 위로 올라오게 하는 것이 옳은 트림방법이다. 보통 아기를
트림시키는 방법은 아기의 왼쪽 어깨에 가제수건을 재고 입이 그쪽으로 오게
세워 안고 등을 아래위로 쓰다듬다가 약간씩 두드려 주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트림을 시키는데도 아가가 자꾸 토하면 수유량이 많은 경우일수 있다. 이때는
젖이나 우유를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또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아기가 수유시에 우유나 젖과 함께 공기를 많이
들이마셔서 그 공기로 인하여 토하기 쉽게 되는 것이다. 어떤 때는 엄마의
부주의로 인해 우유병에 있던 공기가 젖꼭지로 들어가는 수도 있다. 공기를
삼키면 위의 압력이 높아져서 압력에 약한 부위, 즉 비교적 근육의 발달이 덜
된 윗쪽으로 우유가 나오게 되고 이것이 토하는 것이다. 아기가 공기를 마시는
것을 방지하려면 젖꼭지를 깊숙히 물려 젖을 빨려야 하고, 아기를 편한 자세로
약간 비스듬하게 안아서 젖을 먹여야 하며, 우유병을 충분히 기울여주어 공기를
빨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이와 함께 아기가 수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수유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이런 방법을
써보아도 자꾸 토하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65. 아기가 녹색똥을 싸면 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정훈
  하정훈소아과의원

  아기의 변은 어른과 달라서 먹는 음식이나 몸의 컨디션 나이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어떤 변이 정상이라고 한마디로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진찰실에는 가끔 근심어린 표정을 한 젊은 엄마들이 생후 몇개월도 채 안된
아기를 안고 들어와서 이렇게 묻곤 한다. '저 선생님 우리 아기가 가끔 녹색
똥을 싸요. 혹시 장에 무슨 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돼요. 애기 변도
노란색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잘 먹고 잘 놀아서 처음 한두 번은 그냥
넘겼는데 그런 일이 가끔 있다보니 불안해요.'
  사실 아기를 처음 키우다 보면 엄마가 그때까지 지녔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기 때문에 엄마가 알고 있는 것과 아기가 나타내는 것에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걱정이 되고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간혹 어떤 엄마들은 아기의
변이 노랗고 모양이 예쁘지 않으면 비정상이고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기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므로 어른과 같은 변을 보는
것은 아니다.
  아기는 보통 처음에 태어나서는 태변을 누고 며칠 뒤에는 녹색을 띈 노란색의
전이변을 보다가 다시 며칠 뒤부터는 노란변을 보게 된다. 그렇지만 아기의
변은 어른과는 달라서 먹는 음식이나 몸의 컨디션, 나이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어떤 변이 정상이라고 딱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다.
  아기의 장에도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장은 아기의 기분상태에 따라
그 운동이 달라지며, 아기가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장운동이
불규칙해지고 빨라질 수 있다.
  아기가 음식물을 먹게 되면 그 음식물은 식도, 위를 지나 십이지장에 이르러,
여기서 간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과 만나 서로 섞여 녹색을 띄게 되는데,
이는 소장과 대장을 거치면서 녹색의 담즙이 대부분 흡수되므로 다시
노란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세균성장염, 바이러스성장염, 위염, 독성물질에
의한 위장장애와 같이 위나 장에 염증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담즙이 장의
점막으로 제대로 흡수가 안 되어 녹색변을 볼 수도 있다. 또한 아기가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유와 같은 물질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일 때처럼
장운동이 증가하여 음식물이 장을 빨리 통과하여 담즙이 흡수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여 담즙이 많이 썩인 녹색의 똥을 누게 된다. 그 외에도 음식물의
종류에 따라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의 양이 증가하거나, 음식물에 녹색색소가
많이 섞여 있으면 아기는 녹색의 변을 보게 된다.
  이와같이 아기가 녹색변을 보는 이유는 다양한데, 그 경우를 가만히 따져보면
아기 몸에 병이 있는 경우보다는 별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녹변을 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음을 알수 있다. 잘 놀고 별다른 이상한 증상들이 없으며 굳이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엄마들이 많이 걱정하는 장염에서도 녹색변을 보이는데
이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녹색변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변을 보는
회수가 증가(설사)하고, 변을 물기가 증가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변에 코같은
것이나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그외에 다른 증상으로 열이 나는 경우가
있으며, 보채기도 하며, 식욕이 감소하기도 하는데 장염이 있더라도 이런
증상이 대개 1주일 내지 2주일 이상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처럼 녹변과 함께
다른 증상들이 동반될 때는 원인에 대한 치료나 아기의 상태에 따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녹색똥을 싸면 장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된 지식이다. 다른
증상을 동반하지 않은 녹색변은 거의 대부분이 정상으로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녹색변을 야기하는 상황이 사라지면 자연적으로 노란색변으로 바뀐다.

    66. 우유를 잘 먹는 경우, 이유식은 늦게 해도 된다
  하정훈
  하정훈소아과의원

  많은 사람들이 우유는 영양이 풍부하여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점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이유식을 먹여야 하는 시기와 원칙은 어떤 것일까?

  아기들을 진찰하다가 가끔 아기에게 지금 무엇을 먹이는가를 물으면 엄마들이
'우리아기는요, 우유를 잘 먹어서 우유를 주로 먹여요'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8--9개월쯤된 아기엄마에게서 이런 대답을 듣게 되면 정말 난감해진다. 예전에
우유가 없던 시절에는 엄마젖이 마르는 때가 9--12개월 정도로 그 뒤부터는
어쩔수 없이 죽과 밥을 먹였는데 요즘은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것 같다.
  엄마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자기 아기를 다른 아기보다 더 튼튼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다른 사람의 육아경험담을 물어보고
'누가 무엇을 먹이니까 아기가 잘 크더라'는 말을 들으면 그것을 그대로
답습해서 아기를 키우려는 경향이 많다. 요즘 흔히 듣는 얘기가 '전에는
한국아이들이 엄마 젖이나 밥만 먹고 자라다 보니 우유 먹고 자란
서양아이들보다 키도 작고 튼튼하지 못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우유를 먹고
자라서 저렇게 체격이 좋아졌다'는 것으로 믿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유는
영양이 풍부하여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어느 시기가 지나면 우유만으로는 아기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가
없으므로 보다 농축된 음식을 먹이지 않으면 영양 부족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우유를 잘 먹는 아기라도 어느 시기부터는 반드시 보다 농축된 음식물을
먹여야만 한다. 이유식이란 우유와 같은 액체음식에서 보다 농축된
고형음식으로 바꾸어 가는 단계의 음식으로, 아기의 나이만 가지고 엄격히 따질
수는 없지만, 대개 생후 5--6개월이 지나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몇가지 명심할 원칙은 ㅊ째는 초기의 이유식은
영양보충이 제일 중요한 목적이 아니고 농축된 음식을 숫가락 등을 이용해서
먹는 연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유식은 한 번에 한가지씩 첨가하고,
1주일 내지 2주일마다 한가지씩 첨가하며, 만일 잘 안먹거나 이상이 나타나면
1주일 이상 간격을 두고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셋째는 처음에 한숟가락
정도로 소량씩 먹이고 이상이 없으면 서서히 양을 늘이는 것이 좋고 남보다
이유식이 늦었다고 한꺼번에 왕창 먹여서도 안된다. 넷째로 먹이는 횟수는
4--5개월에는 1회, 6--8개월에는 2--3회, 9--11개월에는 가능한 3회를 먹이는
것이 좋다. 다섯째 이유식을 먹이는 시간은 처음은 모유나 우유를 먹기 전에
먹이고 만일 잘 먹으면 우유를 먹는 시간을 대체해서 먹일 수 있다. 처음에 한
번만 먹일 때는 아침 10시쯤, 두 번을 먹일 때는 오전 10시와 저녁 6시쯤, 세
번을 먹일 때는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6시쯤에 먹이는 방법처럼 가능한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하여 이유식을 시켜야 한다. 여섯째 생우유는 6개월부터
줄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9개월은 지나서 먹이기를 권한다. 요즈음 생우유를
일찍 먹이면서 알레르기가 증가한다고 한다. 일곱째 이유식의 굳기는 4개월에는
물과 같이 해서 주고, 5개월에는 스푼을 기울이면 약간씩 떨어지는
반유동암죽을 주고, 6개월에는 모유는 6--9개월정도까지 먹이고 9--10개월에는
모유를 떼는 것이 중요하며 돌이 지나서까지 모유를 먹이면 영양도 없고 아기의
의존심만 키우는 것이 된다. 분유는 돌이 지나면 끊어야 한다. 생우유도 돌이
지나면 야쿠르트나 두유를 포함해서 하루에 500cc 이상 먹이지 말아야 한다.
9개월이 되면 우유를 컵으로 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일부 엄마들은 미숫가루를
만들어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유식은 고체음식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데 액체로만 된 음식을 먹이면 나중에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어떤 엄마는 7개월에 밥을 먹이기도 하는데
이 나이에 밥을 먹이면 잘 먹는 것 같아 보여도 한번에 두 숫가락 이상 안먹고
조금있으면 죽도 밥도 안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유식은 억지로 시작해서도 안되고 물 흐르듯이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해야 한다. 며칠하다가 안된다고 그만두고 또 생각나면 며칠하는
식으로 하면 거의 실패한다.
  이유식은 만들어 먹이는 것이 원칙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유식품들은
만들어 먹이는 이유식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일부 엄마들은 만들어 먹이면서
혹시 영양이 부족할까봐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유식품들을 추가로 먹이는 경우도
있는 데 아무리 좋은 이유식품도 엄마가 만들어 먹이는 것만 못하다.

    67. 어릴 때 뚱뚱한 것은 비만증과 무관하다
  이충원
  이충원소아과의원

  어른의 비만에서는 지방세포의 수는 변하지 않고 지방의 부피만 늘어나지만,
소아의 비만에서는 지방세포의 수와 부피가 모두 늘어나므로 어릴 때 생긴
비만을 조절하기는 더욱 어렵다.

  경제사정이 나아지고 식생활 습관이 바뀌면서 우리나라에도 어린이
비만증환자가 늘고 있다. 진료실에서도 종종 뚱뚱한 어린이를 볼 수 있는데
막상 비만증에 대해 걱정하는 보호자는 그리 많지 않다. 비만증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어릴 때 뚱뚱해도 어른이 되면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심지어 뚱뚱한 것을 건강의 척도로
생각하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먹이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소아비만의 대부분(80p정도)은 어릴 때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비만증으로 이행한다. 나중에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당뇨병, 담석증에
걸릴 확률도 높아짐은 물론이다. 게다가 어른의 비만에서는 지방세포의 수는
변하지 않고 지방의 부피만 늘어나는 반면 소아의 비만에서는 지방세포의 수와
부피가 모두 늘어나므로 어릴 때 생긴 비만을 조절하기란 더욱 더 어렵다.
따라서 비만은 반드시 어려서부터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
  다른 특별한 질환에 의해 생긴 비만이 아닐 때 단순비만이라고 하는데
유전인자, 심리적 요인, 칼로리 섭취와 소비의 불균형 등이 원인이며,
식이요법과 운동, 그리고 심리적 요인의 해결 등으로 치료한다. 열량이 적고
균형있는 식사를 해야 하는데 탄수화물과 지방을 제한하는 대신 단백질을
충분히 주도록 한다. 단백질 20p, 지방 35p, 탄수화물45p정도가 적당하다.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보다 조금식 여러 차례 나누어 먹는 것이 좋고 되도록
한밤중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리 먹는 것에 주의를 해도 운동을
적게 하면 소용이 없다. 뚱뚱한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둔해져서 점점 운동을
멀리하기 쉬운데 이렇게 되면 비만은 더욱 더 심해진다. 평일에는 하루 1시간,
주말에는 2--4시간의 운동을 하도록 장려하고, 걷기와 뛰기, 자전거타기,
그리고 수영이나 그밖의 재미있는 운동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단시간의 격심한 운동보다 지속적으로 서서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먹는 것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랑이나
관심의 결핍을 느끼거나 외롭고 불안할 때 과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모의
관심부족, 외로움, 우울증 등의 심리적 요인도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균형있는 음식섭취와 충분한 운동이 비만의 예방 및 치료의 지름길이며
아울러 이것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도와주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68. 가습기는 쓰지 않는 편이 건강에 좋다
  하정훈
  하정훈소아과의원

  가습기는 기관지치료에 아주 좋다. 그런데 대부분 가습기의 올바른 사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안 쓰는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습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몇 가지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

  감기에 걸린 아기에게 가습기를 틀어줄 것을 권유하면 흔히 듣는 대답이
'가습기를 틀어주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쁘다면서요?' 이다.
  이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다.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가습기를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가정에서 가습기를 제대로 청소하지 않아 가습기 물통에 물때가 가득 낀
경우도 있으며, 2--3일에 한번씩만 물을 갈아주는 경우도 많다. 신문에서
생수가 오염되고 정수기에 세균이 자라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해도 우리집
생수와 정수기는 깨끗하다고 확신하고 생수나 정수기의 물을 그대로 먹는
경우도 많다. 가습기를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가습기 안에서 곰팡이나
세균이 자라서, 이들이 가습기를 틀 때 공기중으로 배출되어 호흡기 질환을 더
나쁘게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 외에도 방문을 꼭 닫은 상태에서 가습기를 계속
틀어 집에 습기가 차고 곰팡내가 풀풀 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가습기를 잘못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의사들은 아예
가습기를 쓰지말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습기는 호흡기질환, 그
중에서도 특히 모세기관지염이나 후두염의 치료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흔히 걸리게 되는 감기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날씨가 건조한 계절에는
더욱더 유용하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글 수는 없지 않는가. 무조건
가습기사용을 금하는 것보다 올바른 사용법을 익혀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습기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첫째
하루중 일정한 시간을 정하여 가습기의 물을 갈아 준다. 계속 사용하다가 물이
남아 있더라도 하루가 지난 경우에는 무조건 버린다. 둘째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물을 갈아줄 때 물통 속까지 깨끗이 씻는 것이 필요하며, 며칠에 한 번씩은
끓는 물이 아니더라도 따끈따근 한 물을 물통과 함께 분무통과 몸체도 매일
씻어야 한다. 셋째, 하루에도 여러 번 환기를 시켜야 한다. 환기가 잘 안 되는
방에 사는 사람은 선풍기를 방바깥쪽으로 향하도록 틀어 주면 금방 환기가 되고
방이 잘 마른다.
  간혹 가습기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두려워 어항이나 빨래를 사용하여 습도를
유지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방법들에 비하면 가습기의 효과가 훨씬 좋다.

    69. 보행기는 일찍 태울수록 좋다
  송해룡
  경상의대 정형외과

  흔히들 보행기를 타면 아이의 발육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아이의 성장발육과정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보행기를 태우는 시기를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다.

  정형외과 외래를 보다 보면 젊은 엄마들이 12개월 미만의 아기를 데리고 와서
보행기를 언제부터 태우는 것이 좋은가를 많이 질문한다. 요즘 세상에는 모든
운동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 목도 못가누는 아기를 보행기에 태우고
이리저리 다니는 엄마도 있다.
  아기들의 성장발육을 보면 생후 3--4개월에 목을 가누고, 4--5개월에 다리에
힘을 줄 수있으므로 보행기를 태우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리로
보행기를 밀 수 있는 힘은 생후 7개월이 되어서야 생기므로 보행기 태우기를
권장할 만한 시기는 생후7개월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정상적인 아이에서 보행기를 타는 것이 성장을 촉진시키고 다리의 발육을
돕는다고들 흔히 알고 있는데 의학적 근거는 별로 없는 말이다. 정상적인
아이에게는 보행기를 타고 안타고가 발육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보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발육을 제대로 잘하기 때문이다. 단지 아기를 달래거나 아기의
재미를 위하여 태운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뇌성마비, 소아마비 등으로 발육이 정상 아기에 비해 늦은 경우에는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의사에게 진찰을 받은 후 보행기를 태우는 것은 발육에
매우 도움이 된다.
  대개 어린이들은 1세 미만에서는 무릎과 무릎 사이가 어른에 비해 많이
벌어져 있고 슬관절이 외측으로 활처럼 휘어져 있으나 걷기 시작하면서 2세쯤
되어서 무릎이 직선배열을 하는 자연교정력을 갖고 있다. 보행기를 너무 장시간
태울시는 보행기구조 자체가 무릎이 벌어지게 되어 있으므로 생후 1--2세
사이에 일어나는 자연교정력을 지연시킬 수도 있으므로 피해야 할 것이다.
보행기를 적당한 시간 동안 타면 위와 같은 내반슬(안짱다리형태)을 더 나쁘게
하지는 않으므로 너무 우려할 문제도 아니다. 아기의 발육상태에 따라 보행기를
타는 시기와 시간 등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70. 아이들의 뼈수술은 금물이다.
  최수중
  한림의대 한강성심병원 정형외과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뼈교정은 어른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뼈교정은 부위와 상태를 보아서 자연교정과 인공적인
뼈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어그러지면서 부러진 뼈는 가능하면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모양을 위해서도 그렇고 뼈가 붙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도 그렇다. 특히 어른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어른의 긴뼈(장관골: long bone)골절의 경우는 손으로 맞추는 것이 잘
안되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수술을 해서라도 정확하게 맞추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발목의 안쪽 복숭아뼈골절 처럼 관절면을 통과하는 관절내골절의
경우에도 정확한 정복(원상 태로의 복원)이 필요하므로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척추골절은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서 골조송증(골의 밀도가 떨어지면서
약화 되는 것)으로 인해 주저앉거나 물건을 들다가 뚝 하면서도 압박골절(뼈가
찌그러지는 것)이 일어 날 수 있는데 이런 때는 누워서 안정하는 것만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그러나 교통사고나 추락 같은 경우의 척추부상은 자기공명 사진(MRI),
전산화단층촬영(CT)을 이용하여 척수나 신경근의 압박여부, 불안정골절여부를
정밀진단하여 필요하면 수술해서 맞추어 주어야 한다. 얼굴뼈(코뼈나 광대뼈)가
부러진 경우는 미용상 목적으로 정확하게 맞추어야 한다 턱뼈가 부러졌을 때는
보통 치과의 구강외과에서 다루는데 치열의 정확한 정복을 위하여 수술하거나
철사로 감아 고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린이 골절은 꼭 정확히 맞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교정이 되지 않아서 약간 굽어지거나 겹쳐져 있어도 잘 붙으며
자라가면서 저절로 교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느 정도 맞추었으면 정확히
맞추기 위해 아이들에게 너무 고통을 주거나 수술할 필요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꼬리뼈, 갈비뼈, 빗장뼈, 비골(작은 종아리뼈) 골절은 대부분 맞출
수도 없거니와 맞추려 애쓸 필요없이 그대로 두어도 잘 붙고 쓰는 데도 지장이
없는 수가 많다. 그러나 소아골절 중에서도 팔꿈치골절 중에는 수술하지 않으면
붙기는 잘 붙었으나 자라가면서 팔이 휘어져 곰배팔이 되는 경우도 있다.
소아골절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수술할 필요는 없으나 몇몇 특수한 경우에는
수술을 하여야 할 경우도 있다.

    71. 열이 날때는 해열제를 써야 한다.
  이홍진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 소아과

  아이의 갑작스런 발열에 당황한 부모들은 일단 열부터 내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발열현상이 왜 일어나는지를 모르고 무조건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환자들이 소아과 외래를 찾게 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발열이다. 발열이라 함은 겨드랑이에서 재었을 때 37도 이상을 말한다.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열이 나면 괴로워하면서 심하게 보채는 수가 많다. 이때
보호자들의 반응은 열만 빨리 떨어뜨려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중 많은
보호자들은 주사를 놓아서 열을 빨리 떨어뜨려주길 원하고 있다.
  열은 어떤 종류의 발열원이 체내로 들어왔을 때 발생하게 되며, 그
발열원으로는 바이러스, 세균, 면역학적인 기전 등 매우 다양하다. 발열이
동반되는 질환이 매우 다양하게 많으며 특히 소아과 질환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질환들에서 나타내는 발열의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섭씨
37도 내지 38도 사이의 미열만 나는 경우, 38.5도 이상의 고열이 계속나는
경우, 38.5도 이상의 고열이 났다가 정상적인 체온으로 떨어졌다가 하는 경우
등의 양상이 그것이다. 이러한 체온의 변화는 발열의 원인질환을 아는 데 매우
중요한 한 지표가 된다. 또 체온의 변화는 환자상태의 변화를 아는 중요한
지표이다. 만약 해열제로 열을 강제로 떨어뜨리면 이러한 지표에도 변화가 오게
되어, 그 결과 환자의 정확한 치료와 진단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질환의 경우 원인을 치료하지 않은 채 해열제만으로 발열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해열제를 사용하게 되면 발열의 양상이 변화될 수 있다. 이것은
의사들로 하여금 오진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어떠한 지환을 앓고
있을 때, 그 원인질환을 치료함으로써 증상을 좋게 해야지, 증상만을 치료함은
매우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더욱 큰 위험성은 사용되는 해열제의 종류와 부작용에 있다. 주사로 사용되는
해열제는 많은 경우 피린계이며, 이 약제들은 치명적인 백혈구감소증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일시적인 증상의 호전을 위하여 해열제주사를 놓아달라고
떼쓰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다. 기타 경구투여용의 해열제들의 경우에도 아주
심각한 부작용은 없을지라도 간기능의 손상, 신장기능의 손상. 위염 등 많은
부작용들이 빈도는 비록 적을지라도 나타나곤 한다. 따라서 발열에 대한 그릇된
지식을 바로잡는 일뿐만 아니라 발열에 대해 올바른 대처방법을 알아야 하겠다.
특히 보호자들은 발열이 아기를 괴롭히고 부모들을 불안하게 원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발열에 대해 아래의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발열은 외부에서 몸안으로 들어오는 나쁜
이물질에 대항하여 우리몸을 방어 보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면역학적인 방어의 한 양상이다. 따라서 중등도의 발열은 인체방어에
유리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아기들이 열이 날 때 엄마가 발열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알아보자.
  1. 겨드랑이에서 체온을 잴 때 땀은 닦은 후 재야 하며, 10-15분쯤 두어야
충분히 오르게 된다.
  2. 중등도 이하의 발열(약 38.5도 이상)에서는 열에 대한 치료는 대체로
필요없다. 물론 아이가 발열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면 해열제 이외의 방법을
사용한다.
  3. 고열(38.5도 이상)에서는 우선 해열제 이외의 방법을 사용하고, 해열제를
사용하더라도 부작용이 적은 약을 사용하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사해열제는 피해야 할 것이다.
  4. 혹시 열성 경련이 있을 때에는 우선 보호자가 당황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엄마가 해야 될 응급처치는 열성경련을 하고 있는 환아의 목이
완전히 펴게하고 얼굴을 옆으로 돌려 구강내의 음식물 찌꺼기 등이 잘
제거되도록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폐로 흡인되어 기도를 막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병원으로 빨리 데리고 와야 한다. 단 등에 업고 오는
것은 목이 꺾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5. 해열제 이외의 해열방법
  1) 주위온도 및 습도조절: 옷이나 담요를 너무 덥게 싸주지 말며, 방안의
온도를 서늘하게 해주고, 환기를 잘 시켜준다.
  2) 발열에 의한 탈수는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준다.
  3) 거어즈나 수건에 미지근한 물(수도물)을 적셔 가볍게 피부를 문지르면
열이 발산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얼음물이나 선풍기를 해열방법에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렇듯 해열제로 열을 떨어뜨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발열을 잘 이해하고
발열의 정도와 아기의 괴로운 정도에 따라 단지 지켜보거나 해열제 이외의
방법을 사용해 보고, 그래도 안되면 안전한 해열제를 사용하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보호자들이 의사에게 해열제 주사를 놔 달라고 요구해서는
절대로 안되겠다.

    72. 홍역치료는 열내는 것이 최고
  홍창의
  울산의대 서울중앙병원 소아과

  홍역치료 방법으로 옛날 할머니들은 아기의 몸을 지나치게 덥게 하고,
서양에서는 바람을 세게 쏘이는 방법들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극단적인 치료는 잘못된 방법이다. 현대의학에서는 보통사람들이 기분 좋을
정도의 따스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옛날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어린아이가 홍역을 할 때에는 몸을 덥게 해서 꽃이
밖으로 솟아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 한여름에도 문을 꼭꼭 닫아놓고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간호법을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아서 그대로
실천하였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철에 아기가 홍역을 하게 되면 어머니도
방안에서 문을 닫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기어머니는 땀띠가 나서 고생을 하는
수가 많았다. 몸속에 있는 것이 밖으로 솟아나와야지 꽃이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몸을 덥게 해야 한다는 거이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은 이와는 반대다. 한번은 미국가정에서 홍역을 앓는
아이가 있으니 와서 봐달라고 해서 가서 보았더니 아기에게 열이 있다고 하면서
아기의 옷을 홀딱 벗기고 어린아이 앞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바람을 쏘이게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할머니들이 이것을 보았다면 아기를 죽이려고 하는냐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국아기들이 홍역을 하다가 더 많이
죽은 것은 아니었다.
  옛날에는 홍역을 하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수가 많았다. 그래서 홍역을
무사히 치루어야 우선 첫번 난관을 돌파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옛날에는
홍역을 하다가 폐렴으로 죽는 경우가 많았다. 폐렴이 되면 호흡곤란이 오고
순환장애가 와서 피부에 나타났던 발진이 다시 소실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홍역꽃(발진)이 속으로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한 것도 그런 점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항생제가 나와서 폐렴으로 사망하는 아기는
적어졌다. 열이 난다고 해서 해열제를 써서 강제로 열을 내릴 필요도 없고
반대로 너무 덥게 해서 숨이 답답하게 할 필요도 없다. 다만 보통아기에게 하는
대로 따스하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안과
    73. 아기 눈은 본래 약간 사팔뜨기
  윤장현 
  중앙안과의원

  눈의 기능은 생후 6개월부터 발달하기 시작하여 만 6세가 되면 발육이 거의
끝난다. 그러므로 눈의 이상은 6세 이후에는 치료효과를 보기 힘들다. 눈의
이상은 아이가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에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하지만 어린이의 눈망울은 순수 그 자체이다. 눈의
기능은 물체의 존재나 형태를 인식하는 능력인 시력, 눈이 한 점을 주시하고
있을 때 그 눈이 볼 수 있는 외계의 시야, 빛의 유무와 빛의 강도의 차이를
구별하는 광각, 물체의 색을 인식하는 색각 등이 있다. 
  이런 시기능(눈의 기능)은 출생시부터 성인의 시기능을 갖는 것이 아니고
양쪽 눈의 시기능은 생후 6개월부터 눈을 맞추면서부터, 발달하기 시작하여 만
6세가 되면 발육이 거의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간에 시력의 발육을
저해하는 눈의 이상은 시기를 놓치지 말고 빠르게 치료해야만 된다. 6세
이후에는 치료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6개월이 되어도 눈을 맞추지
못하고 물체를 주시할 때 한 눈만 물체를 향하고 다른 쪽 눈은 엉뚱한 곳을
보고 있는 현상을 '사시' 또는 '사팔눈'이라 한다. 눈이 밖으로 돌아가면
'외사시', 안쪽으로 몰리면 '내사시'라 부른다. 그래서 생후 6개월이 지나서도
눈을 맞추지 못하고 '사팔눈'현상이 보이면 바로 안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아에서 사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내사시이다. 굴절성
사시는 전체 내사시의 약 1/3로서 원시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서 2--5세때부터
나타나며, 비굴절성 내사시는 굴절이상과 관련이 없으며 생후 즉시 또는 1년
이내에 나타나는데 원인을 모를 때가 대부분이다. 원래가 어린이의 눈은
안쪽으로 모아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양안의 방향이 똑바른가 여부는
플래시를 이용하여 각막반사를 보거나 차폐법을 시행함으로써 알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은 눈 안쪽의 안검피부가 넓게 드리워져 눈이 안쪽으로 몰린 듯이 보여
내사시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를 가성사시라고 하며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6개월 지나서도 사시현상을 보일 때는 차폐법, 약물요법, 시력교정법 등으로
약시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선천적으로 생기는 비조절성 사시는 근육이
균형을 이루도록 수술을 해주어야 한다. 원래 어린이의 눈은 약간 안으로 몰려
있다. 만약 생후 6개월이 지나서도 눈이 바르지 못하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안과의사와 상담하여 적절한 대책을 세워서 관리해야만 육신의 창이자 마음의
창인 아름다운 눈을 갖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사시는 엄마가 발견하여 대책을
세워야 하므로 어린이가 환자가 아니고 엄마가 환자이어야 한다.

    74. 안경을 쓰면 눈이 나빠진다
  장무환 
  동국의대 안과 

  시력이 낮으면서도 안경착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안경을 쓰면 눈이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안경의 기능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갖는 오해다.

  학교 신체검사에서 시력저하로 판정받은 후 시력검사를 하기 위하여 안과로
오는 국민학생 중 굴절검사후 안경착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많은
부모들의 질문은 '안경을 꼭 써야 하느냐?', '안경을 한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
눈이 나빠진다고 하는 데 사실이냐?', '안경을 쓰지 않고 눈을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것이다. 
  이 중에서 특히 '안경을 착용하면 눈이 더 나빠지지 않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설명해 보자. 우리 눈의 굴정상태는 원시, 근시, 정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안경착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인은 근시로서 먼곳을
바라보았을 때 먼곳의 물체가 우리 눈의 망막에 상이 맺히지 않고 망막 앞에서
상이 맺히는 굴절이상을 말한다.
  근시안을 크게 생리적근시안과 병리적근시안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생리적근시안은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근시가 진행되다가 성장이 끝나는 20대
중반에 대개 근시의 진행이 중단되는 근시를 말하며, 병리적근시안은 성장이
끝나는 시기를 지나서도 근시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근시라고 말하는 생리적근시안은 위의 설명과 같이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우리의 눈도 성장하기 때문에 안구의 전후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근시가 진행되므로 일단 근시안이 되면 안경착용 유무와 관계없이 근시가
진행된다. 따라서 안경을 착용하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며
이런 근시안의 경우 안경을 쓰지 않아도 근시는 더 진행하게 된다. 
  안경은 단지 물체의 상을 망막에 맺히게 하는 도구이지 눈을 좋게 또는
나쁘게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시력이 완성되지 않은 6세 미만의 소아에서
양쪽 눈의 굴절상태가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양안 부동시)에는 한쪽 눈이
약시에 빠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안경착용을 해야 약시를 방지할 수 있다.

    75. 수술로 근시를 치료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정덕영 
  전주예수병원 안과 

  시력저하의 가장 흔한 원인은 굴절이상이다. 이것의 교정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로 교정하는 광학적 방법과 외부에서 가장 접근하기 쉽고 굴절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각막의 두께를 조절하는 수술적 방법으로 나뉜다.

  최근 우리병원 외래에 시력저하(교정 시력 0.1)를 호소하는 50대 아주머니가
찾아 왔다. 젊을 때부터 시력이 떨어져서 고생해 오다 요즘 근시를 수술로
간단히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대에 부풀어 방문한 것이다. 
  일단 검사를 해보았는데 굴절검사상 15디옵터 근시, 3디옵터 난시, 안저
검사상 망막색소에 변성이 있어 아주머니에게 근시교정수술을 받지 말도록
권유했다. 왜냐하면 근시를 수술로 교정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물론 이와 같은
고도근시는 수술로 교정하기 힘들다)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에 이상이
있어 기대한 만큼의 시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력저하의 가장 흔한 원인은 굴절이상이며, 그외에도 각막, 수정체, 초자체,
망막에 이상이 있을 때에도 나타난다. 굴절이상뿐만 아니라 시력저하의 다른
질환이 동반되었을 경우 이 동반된 질환을 치료하지 않는 한 굴절이상만의
치료로 시력 저하를 교정할 수 없다. 
  굴절이상 자체의 교정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로 교정하는 광학적 방법과
외부에서 가장 접근하기 쉽고 굴절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각막의 두께를
조절하는 수술적 방법(시력교정법)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지금까지 개발된 시력교정수술은 다이아몬드 칼로 각막을 8개 방향으로
절개하여 중심각막의 두께를 얇게 하는 방사상 각막절개수술을 비롯, 자신의
각막을 떼어 버리고 다른 사람의 생체 각막의 일부를 옮겨 붙이는
표층각막이식술,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표면을 깎아내는 엑시머레이저 수술,
각막절삭기를 이용한 각막절삭술 등이 있다. 
  방사상각막절개술은 수술후 시력변화가 잦고 눈부심이 있으며,
각막이식수술은 각막을 구하기가 어렵고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고,
엑시머레이저술은 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으나 각막에
흉터 및 퇴행성 변화가 생길 수 있고 고도근시에 적합하지 않으며, 최근에
개발된 각막절삭술은 고도근시교정이 가능하고 각막의 혼탁이 거의 없지만
기술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근시라고 무조건 수술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근시를 수술로
교정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다시 말하건대 근시를 수술로
교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최상의 치료방법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76. TV를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
  정덕영
  전주예수병원 안과

  신생아는 대부분 원시인데 성장하면서 정상시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원시 혹은 근시가 된다. TV를 가까이서 본다고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시력검사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학생 자녀를 안과로 데려와서 시력검사를 의뢰하는 어머니들 중에서
"우리 아이가 TV를 너무 가까이서 봐서 눈이 나빠진 것 같아요" 하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눈이 나빠진다고 TV를 가까이서 보려는 아이들을 혼내는 부모들이
많다. 사실 이런 아이들의 시력을 측정해보면 근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다. 대부분의 경우 TV를 가까이서 봐서 눈이
나빠지는 것보다 이미 근시가 되어서 TV를 멀리서 보아서는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기 때문에 가까이 가게 된다. 
  사람의 눈은 보통 카메라의 구종에 비유된다. 필름에 정확한 상이 맺히기
위해서는 렌즈의 굴절력과 렌즈에서 필름까지의 거리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우리의 눈도 마찬가지로 수정체와 안구 뒷부분의 망막까지의 거리와 수정체의
굴절력이 조화되어야 정상 시력을 가지게 된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대부분
원시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안구가 커지고 수정체의 굴절력이 변화해서
정상시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성장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이 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근시 또는 원시가 되는 것이다. 원인으로는 유전적 경향,
조명, 영양상태가 거론되고 있으나 많은 경우가 유전적으로 수정체와
망막까지의 거리가 길거나 짧아서 근시나 원시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TV를 가까이서 보려 하면 야단을 칠 것이 아니라
안과의사에게 가서 시력검사를 받아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라는 학생들에게
많은 학교근시는 10세 가량에서 시작해서 25세 전후에 정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안경착용 여부가 근시의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안경을 착용하는 것은 원거리 시력을 좋게 하기 위해서이다.
근시의 진행정도에 따라서 안경을 교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비인후과
    77. 편도가 크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김상윤
  울산의대 서울중앙병원 이비인후과

  편도가 커지면 코로 숨을 쉬기 어렵고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항상 입을
벌리고 있어 인상이 멍청해 보인다. 편도수술은 편도의 크기보다는 증세나
합병증을 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외래 진찰실에 어느 아주머니가 자녀들의 편도수술을 상의하려고 방문하였다.
목안을 보니 구강 양쪽에 밤알만한 편도가 보인다면서 걱정이 심하다. 혹은
자녀들이 학교신체검사에서 편도수술을 권유받은 경우도 많다. 이 때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누구는 수술을 권하고 누구는 수술이 필요없다고 얘기하게
된다. 무엇을 판단기준으로 하는지 알게 되면 수술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마음이 편할 것이다.
  '편도가 크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은가?'하는 질문은 우문이다. 물체의
크기를 말할 때 일정한 기준이 없으면 같은 물체를 보고 사람마다 자기의
판단을 기준으로 '크다, 보통이다, 작다' 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편도수술을 해야 할지 판단할 때 편도의 크기는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편도가 크면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합병증으로 환자가
고통을 받는지가 수술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편도란 구개편도와 인후편도를 말한다. 구개편도는 입안을 보면
혀뿌리 양쪽에 밤알만하게 보이는 것이고, 인후편도는 코 뒤에 위치하여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편도조직이다. 편도가 커지면 코로 숨을 쉬기
어렵고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항상 입을 벌리고 있어 인상이 멍청해 보인다.
또한 잠을 잘 때 심하게 코를 골고 중간중간 호흡이 멈춰지는 수면무호흡증을
보이고, 깊은 잠을 잘 수 없어서 야뇨증이 생길 수 있고, 낮에 쉽게 피로를
느끼며 졸음에 시달리게 된다. 어떤 아이는 심한 구강호흡으로 치아에
부정교합이 생기기도 한다. 편도가 커서 수술을 하는 경우는 위와 같은 증상을
동반할 때 고려하게 된다.
  이밖에도 고열을 동반하는 반복적인 편도염, 약물치료에도 낮지 않는
중이염과 축농증, 편도에 의해 발병하는 신장염과 관절염 등이 편도수술의
적응증이 되지만, 환아의 나이가 3세 이하로 어리거나 전신질환이 있을 때는
수술을 할 수 없다.
  편도수술여부는 편도크기 그 자체보다는 편도가 커지면서 생긴 증상이나
합병증에 따라 결정한다.

    78. 코피가 나면 고개를 들어주고 콧잔등을 눌러주어야 한다
  유영상
  유영상이비인후과의원

  신체의 어떤 부분이건 지혈의 기본원칙은 압박이다. 코피가 나올 때 고개를
뒤로 젖히면 코피가 기도로 흘러들어가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코피가
나면 고개를 숙이고 코의 앞부분을 몇 분동안 압박하면 대개 멎는다.

  어린 아이들이 갑자기 그리고 자주 코피를 흘리게 되면 주위 사람들은 크게
당황하게 된다. 코피는 연령에 따라 피가 나는 부위가 약간 차이가 있다.
  코피의 발생원인은 어린 아이의 경우 대부분이 외부의 물리적 자극에 의한
것이지만 성인의 경우에는 고혈압, 만성간질환에 의한 경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혈압에 의한 경우에는 동맥경화증으로 변형된 주요 동맥혈관이 높아진
혈압에 의해 손상되어 발생하므로 대개 코피가 목으로 흘러들어가 입으로 많은
피를 뱉어내게 된다.
  이러한 경우는 쉽게 지혈되지않고 혈압의 변동에 따라서 자주 출혈하게
되므로 출혈부위의 압박처치와 더불어 혈압의 치료가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비점막의 혈관분포의 특징은 몇개의 주요 동맥으로부터의 혈관이
비중격(코속에 있는 물렁뼈로 된 칸막이)의 앞쪽에 집중하여 그물같은 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곳은 쉽게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이어서 어린아이의 경우
거의 대부분 이곳에서 출혈하게 된다.
  신체의 어느 부위를 막론하고 피를 멎게 하는 데 기본원칙은 압박이다.
코피는 코뼈와 얼굴뼈로 싸여 있는 코속의 점막에 분포하는 혈관으로부터
나오므로 콧등을 눌러주어 출혈하는 혈관에 압박이 가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머리를 뒤로 젖히게 되면 코피가 코뒤로 흘러 입으로
나오거나 삼키게 되어 때로는 숨쉬는 기도를 막을 수 있어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머리를 숙이고 코피가 나오는 곳에 비교적 큰
솜을 넣고 콧등의 아래쪽의 연골부위를 압박하여 몇 분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2--3회 반복하여도 멎지 않을 때는 출혈부위가 뒤쪽이어서 압박이 되지 않는
경우이거나 출혈성 소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므로 이비인후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로 콧등을 누르고 머리를 뒤로
젖히는 방법으로는 코피가 나는 부위를 압박할 수 없어 효과적인 지혈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가장 흔하게 코피가 나는 부위인 코의
앞부분을(솜을 넣고 하면 더욱 더 효과적이다)압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어린아이의 경우 대개 이 방법으로 지혈이 된다. 성인의 경우는 코피나는
원인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고혈압 치료와 같은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가 병행되어야 근본적인 치료가 될 것이다.

    79. 축농증이 심하면 머리가 나빠진다.
  송윤미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축농증에 걸린 학생이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두뇌가 나빠져서 오는 결과가
아니라 축농증으로 인한 두통 때문이다. 축농증이 머리를 나쁘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꾸준히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날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머리가 아픈 것을 주증상으로 진료를 받으러
왔다. 앞머리가 주로 아픈데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얼굴 전체가 무거워지면서
아픔이 더 심해져서 도무지 책을 볼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병력청취를
하다보니 약간의 열도 있고, 코가 목뒤로 넘어가는 등 급성부비동염으로
생각되는 증상이 있었고 진찰소견상 목 뒤쪽으로 누런 뿐비물이 흘러 내려가고
있었고 광대뼈가 있는 부위에 약간의 압통도 있었다. 바로 X선 사진을
찍어보았더니 의심했던 대로 양쪽상악부비동에 염증으로 생각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진단명을 가르쳐주고 치료에 대해 설명해주었더니 그 여학생과 또
같이 온 어머니는 깜짝 놀래면서 '축농증이요? 축농증에 걸리면 머리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데 어쩌죠? 한창 공부를 해야하는 나이인데...'라고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축농증에 걸리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그러나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로 ' 축농증이 있어서...'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축농증이 머리(뇌)를 나쁘게 한다는 것은 잘못된
지식이다. 물론 축농증 자체가 머리를 나쁘게 하지는 않는다.
  아마 축농증이 생기면 흔히 두통을 느끼기 때문에 축농증이 머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축농증이 생기면 두통과 함께 얼굴에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고개를 앞으로
숙이거나 머리를 움직이면 더 심해지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대개 책을 보거나
무엇을 쓰려고 하면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몸을 약간 굽히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런 자세는 축농증의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들고, 그로 인하여 공부를
덜 하게 되면 자연히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결과는 축농증이 머리를
나쁘게 한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만일 축농증을 곧바로 진단하여 치료를 받게 한다면 축농증에 의한 증상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고, 따라서 일상생활이나 학업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축농증이 머리를 나쁘게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꾸준히
치료를 받자.

    80. 축농증 재발방지는 불가능하다
  김영기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만성 축농증의 경우 최근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법이
개발되어 좋은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수술후에도 축농증 재발을 막으려면
감기나 알러지와 같은 질환을 조기에 약물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외래에서 환자들을 보다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축농증은 완치가 가능한가?', '축농증은 치료후에 다시 재발하지
않는가?'하는 질문이다. 필자는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축농증의 수술은
맹당염의 수술과 달라서 질병을 일으킨 기관을 체내에서 완전히 도려내는
수술이 아니고 그 기관에 염증이 잘 생기지 않게 하고 치료에 잘 반응하도록
구조를 고쳐주는 것이라고 설명하곤 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축농증이란 어떤
병이고 수술과 치료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축농증, 즉 만성부비동염은 얼굴뼈 안에 있는 공기주머니(부비동)에 생긴
만성적인 염증이다. 대부분의 경우 근본적인 원인은 상기도염증(감기)과
알러지성 비염이다. 즉, 감기나 알러지성 비염이 발생하면 코와 부비동의
점막이 붓고 분비물이 증가하게 되면서 부비동에서 코로 통하는 구멍이
좁아지게 되어 분비물이 부비동에 고이게 된다. 이런 만성부비동염의 1차적인
치료는 항생제가 주가 되는 약물요법이다. 만일 1차적인 약물요법에 반응이
좋지 못한 경우나 콧속이나 부비동 입구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부비동 수술을 하게 된다.
  근래에 들어와 널리 시행되고 있는 내시경을 이용한 부비동수술은 길이
30센티미터, 직경 4밀리미터로 된 굽어지지 않는 내시경을 콧속에 넣고 콧속과
부비동의 구조적 결함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수술방법이다. 이 수술방법은
종래의 입술밑을 째고 하는 상악동근치수술법에 비해 수술시야가 좋고 환자에게
외상을 적게 주며, 그 수술의 효과도 종전에 비해 개선되어 약 90p환자에서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많이 권장되고 있다. 이 수술방법의 근본원리는
부비동이 코로 통하는 입구를 넓혀줘서 감기나 알러지성 비염에 걸리더라도
분비물이 잘 배출되도록 하여 부비동 입구가 분비물이나 점막의 부종에 의해
조기에 막히는 것을 방지한다. 아울러 분비물의 생산을 줄이고 점막의 부종을
제거하는 약물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감기나 알러지성 비염이 축농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치료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을 받더라도 알러지성 비염이 있는 사람의 경우 비염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감기에 걸렸을 때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만성부비동염의 재발방지에 필수적인 것이다. 즉, 수술은 비강과
부비동내의 구조적인 이상을 교정하여 이후에 감기나 알러지성 빙염이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축농증으로 이행하지 못하게 하면서 아울러 약물치료의
효과를 강화시켜 준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축농증수술은 맹장을 떼내는 맹장염수술처럼
부비동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이 아니고 그 구조를 개선해주는 수술이다. 또한
축농증의 재발을 막을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술 후에도 비강과
부비동의 염증을 유발하는 감기나 알러지와 같은 질환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부인과
    81. 질속의 지저분한 것은 주기적으로 깨끗이 씻어야 건강하다
  윤경
  연세산부인과의원

  질 속에는 여러가지 정상적인 균주들이 살고 있으면서 질내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으며 외부의 균들이 들어오더라도 죽게 되는 일종의
방어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상적인 질분비물을 애써 씻어내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되겠다.

  여성의 나팔관, 자궁, 질에 이르는 생식기구조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목이 좁은 꽃병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과 같다. 그러므로 꽃병속에 있었던
지저분한 물기 등은 거꾸로 놓여있기 때문에 자연히 아래로 흘러 내려가게 되고
병속은 깨끗해진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설거지를 한 그릇을 대개는 거꾸로
엎어놓아 물기가 마르게 하여 깨끗해지게 하지 그릇을 행주로 닦는 것은 한층
더러워질 수 있다고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여성의 생식기도 그와 전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자궁은 한달에 한번씩 자궁내막을 벗겨져 나가는 월경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질속에는 여러 가지의
정상적인 균주들이 살고 있으면서 질내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다소간의 지저분한 균들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견디지 못하고
죽게되는 일종의 방어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질속은 씻어낼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쓸데없이 씻어서 질속의 일정한 상태를 망가뜨리는 행동을 하여
오히려 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이러한 것을 모르고 질속에 손을 넣어
보았을 때 묻어 나오는 정상적인 분비물을 더럽다고 판단하여 씻고 있었다.
정작 병적인 상태여서 질분비물검사나 질세포진검사(자궁경부암검사)를 위해서
분비물을 얻으려고 할 때 방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항간에 질세정제라 하여 여러가지의 약물들이 나와 있다. 이것으로 질세척을
할 필요는 거의 없다. 혹시 세정제에 향료가 섞여 있거나 세정제속에 들어 있는
어떤 약물에 알러지가 있을 경우처럼 부작용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보사부의 허가를 받았다고 하면서 팔고 다니는
질세척기이다. 고무공모양의 이 세척기(벌브 씨린지)는 월경주기나 임신시에
잘못 사용할 경우 기포에 의한 전색을 일으켜 사용자를 사망하게 만드는 살상의
흉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그러한 세척기의 사용은 절대로 금해야 한다.

    82. 월경주기가 고르지 않을 때 피임약을 먹는 것이 좋다
  윤경
  연세산부인과의원

  월경주기가 지나치게 긴 여성의 경우에는 피임약이 난소의 기능을 더욱
억제하여 난소기능부전에 빠뜨릴 수 있다. 단순히 월경주기를 고르게 할
목적으로 피임약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스러운 것이 인체이다. 그 중에서도 태아가 만들어져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일 것이다. 태아의 생성은 배란으로 나온 난자와
정자가 합쳐진 수정란에서부터 시작된다. 엄마의 자궁 안에는 이 수정란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되어 있는 솜이불과 같은 자궁내막이란 것이 있다.
월경이란 자궁내막이 배란 이후부터 서서히 자라 솜이불처럼 되면서 수정란의
착상을 애타게 기다리다, 끝내 수정란이 와서 착상하지 않을 때 자궁내막이
벗겨져 출혈과 함께 몸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말한. 그리운 님을 애타게
기다리다 끝내 울음을 터뜨려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다. 어느 여성이든 배란 2
주 후에는 반드는 월경을 겪는다. 그러나 월경이 시작된 후 다음 배란이 될
때까지의 기간은 여성마다 차이가 있어서 월경주기가 길거나 짧아진다.
  피임약은 여성호르몬제제로서 월경첫날부터 시작하여 21일간 복용하도록 되어
있고, 다음달 피임약은 28일째부터 다시 복용하기 시작한다. 그사이에, 즉
피임약을 먹지 않는 기간에 월경과 비슷한 출혈을 보게 된다. 피임약을 먹다가
중단하면서 생기는 출혈은 통상적으로 월경이라고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월경은 아니며 이를 학술적 용어로 소퇴성출혈이라고 말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월경이란 반드시 배란이 되고서 2 주 후에 출혈이 일어나는 것인데,
피임약을 복용하게 되면 가임신상태(임신과 유사한 상태)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배란이 되지 않게 되므로 엄격한 의미의 월경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여성호르몬제인 피임약을 중단하면 혈액속의 호르몬 농도가 감소하면서 월경과
같이 출혈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월경주기가 고르거나 심하게 불규칙하지
않은 사람은 피임약을 정해진대로 복용하면 부작용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월경주기가 지나치게 긴 여성의 경우에는 피임약이 난소의 기능을
더욱더 억제하여 난소기능부전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월경주기가 긴 여성은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월경주기는 사람의
얼굴생김새가 각각이듯 사람마다 다른 것이 당연하므로, 단순히 월경주기를
고르게 하기 위하여 피임약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83. 자궁이 없으면 여자 구실을 못한다.
  윤경
  연세산부인과의원

  성관계를 가질 때 자궁이 하는 역할은 얼마나 될까?

  환자에게 자궁을 들어내는 자궁절제술을 권유하게 될 경우, 어김없이
환자로부터 받는 질문은 '자궁이 없어도 여자구실을 할 수 있느냐?, 잠자리를
못갖는 것이 아닌가요?' 라는 말이다. 이러한 걱정은 비단 여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들도 비슷한 걱정을 하면서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곤
한다. 과연 그러한가?
  연구조사결과에 의하면 성관계를 맺을 때, 여성의 성감대는 질의 바깥쪽
3분의 1의 위치에만 존재할 뿐이고, 게다가 여성의 질벽은 아코디언의
주름모양처럼 많은 주름이 있어 실제보다 상당히 깊기 때문에, 자궁을 제거하고
질벽 깊은 곳을 봉합한다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성관계에 지장이 없다. 그러면
성교시에 자궁은 어떤 역할을 할까? 그 대답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자궁은 임신을 위해, 즉 태아를 키워 밖으로 내보내는 데 필요한 장기일 뿐
성관계를 위해서 존재하는 장기는 아니다. 다시 말해 자궁은 성교시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또한 자궁은 여성을 위해 필요한 그 어느 호르몬도
생산하지 않는다. 대개의 여성 호르몬은 난소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궁이 없어지면 한달에 한번씩 있게 마련인 월경은 당연히 사라진다.
왜냐하면 월경이란 배란이 된후 임신, 즉 수정이 되지않으면 자궁내막이 출혈과
함께 떨어져 몸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궁을 들어내면
자궁내막도 없어지므로 월경도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기를
다 놓고 임신을 원치 않는 여성의 경우 자궁을 아예 들어내어 자궁암과 같은
질환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 또한 잘못되었다.
첫째 이유는 현대의학의 수준에서는 자궁이 임신기능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기능이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수술에는 반드시 그에 따르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궁이 있음으로써 폐경기까지는 월경을 할 수 있고, 이것은 여성다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많은 여성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이 능사는 아니지만, 자궁암에 걸렸을
때처럼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혹시나 여자구실을
못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수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일반외과
    84. 담석은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이현동
  한라의료원 일반외과

  증상이 없는 결석이 초음파검사상 쓸개에서 발견되었을 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수술하지 않고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옳다.

  우선 담도계의 해부학적 구조는 간 속에서 가는 관으로 출발하여 시냇물이
모이듯 총수담관을 이루고 끝에 가서는 십이지장으로 통하고 있다.
총수담관옆에는 담낭 혹은 쓸개라고 부르는 주머니가 붙어 있는데 크기는
개인차가 많으나 보통 계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담석은 이중 어느 곳에도
생길 수 있는데 그 발생기전은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예방책은 별로 신통한
것이 없다.
  몸속에 담석이 있다고 해서 모두 증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고 주로 하부로
통하는 통로를 막는 경우에 염증성 질환을 유발한다. 주증상은 장이 끊어지는
것 같은 간헐적 통증, 고열, 오한, 황달 등이 있을 수 있고 심하지 않을 경우는
약간의 소화불량만 느낄 수도 있다. 담낭의 염증인 경우 오른쪽 어깨로 뻗치는
듯한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요즈음에는 증상이 있든 없든 여러가지 이유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많이
시행하고 있는데 담석을 찾아내는 아주 좋은 검사방법이다. 증상이 있고 검사상
담석이 발견된 경우에는 그 자각 증상이 담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위염과
같은 다른 질병에 의한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 이것은 애매모호한 경우가 아주
많아 의사의 도움으로 감별해야 하고 담석에 의한 증상이라고 판단되면 방치할
수 는 없다. 현재 담석증에 비수술적 치료를 하는 경우는 제한되어 있고 병원의
설비 및 기술능력, 시술자의 경험 등에 많이 좌우되므로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
약물용해요법, 체외충격파 쇄석술, 방사선과적인 담석제거술, 내시경을 이용한
방법이 연구 시술되었으나 결국에 가서는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서양 보다 간내 담석이 많은 편인데 완치가 힘든
병으로서 수술을 해도 재발을 잘하는 것이 특징이다. 염증이 심하지 않은
담낭석의 경우는 최근 복강경담낭적출술이 보급되어 개복을 하지 않고도 수술을
할 수 있고 총수담관에 있는 결석에는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담낭석 수술시에
돌만 꺼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고, 또 그렇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는 잘못 아는 것이다. 물론 담낭이 우리몸에서는
하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없어도 커다란 불편을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병이 난 담낭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뿐더러 남겨둘 경우 담석이 재발할
가능성이 많아 돌만 꺼내는 수술은 애초에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면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담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기 신체
검사나 건강진단이 많아지면서 이런(?) 환자가 많아졌다. 간속이나
총수담관에는 우연히 돌이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기는 하지만 후에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하고 앞에서 얘기한
대로 치료를 받는 것이 보통이겠다. 그러나 무증상결석이 담낭에서
발견되었다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 특별한 이유란
결석 이외에 종양의 소견이 보인다든지 혹은 증상이 없더라도 방사선과적으로
담낭벽이 매우 두껍거나 담낭 자체가 오그라붙는 등 확실하게 염증 소견을
보인다든지 할 때인데, 이럴 때는 신중히 치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
이외의 경우 방치해도 되는 근거는 나중에 증상을 나타내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도 않으며 또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때 가서 수술해도 수술위험도 등이 더
증가하지 않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복강경담낭적출술의 보급으로 염증이 없을
때 개복하지 않고 깨끗이 수술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없지는 않으나
필요없는 수술은 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85. 치질은 수술해야 완치된다
  민영돈
  조선의대 일반외과

  오래서 있거나 많이 앉아 있는 사람들이 쉽게 걸리는 질병이 치질이다.
치질의 정도와 증상에 따른 합리적이 치료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잘못된 치료로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받은 사람 중 치핵(치질)으로 인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치질을 녹이는 주사를 맞으면 낳는다고 듣고 떠돌이
무면허돌팔이에게 고액을 지불하고 항문에 주사를 맞은 후 항문 주위에 농양이
발생하여 패혈증(위중한 전신감염)에 이르게 된 경우나 항문근육이 모두
파괴되고 항문협착까지 되어 결국은 배꼽 옆에 인공 항문을 만들어 평생을 배로
대변을 보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항문은 원통형의 관으로 되어 있으며 내벽을 사고 있는 것이 점막이고 점막
아래는 풍부한 혈관조직과 결체조직으로 구성되어 마치 물침대처럼 쿠션역할을
하여 배변을 부드럽게 하는 기능이 있다. 배변시 너무 굳은 변이 항문관을
통과한다거나 항문을 너무 긴장시키면 점막 아래 혈관에 울혈(정맥피가
심장으로 환류되지 못하고 고여 있는 상태)이 일어나고 심하면 점막이 돌출하게
된다. 혈관울혈과 점막돌출은 정상인에서 일시적 현상이지만 반복되면 점막
아래 지지조직이 늘어나 점막이 탈출하게 되는데 이를 치핵이라 한다. 또
점막이 상하게 되면 출혈을 일으키기도 하고 염증이나 혈전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치핵의 초기단계의 치료는 온수좌욕을 하면 항문을 청결히 하고 변비를
없애고 좌변기 등을 이용하여 배변시 항문의 지나친 긴장을 없애는 등 올바른
배변습관과 항문건강을 유지하면 치핵은 완치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도
치료되지 않고 출혈이 다량으로 지속되거나 점막탈출이 심하면 주사요법,
결찰법, 냉동요법, 적외선요법, 레이저요법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도하고 더욱
심한 경우에는 수술로 치핵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치료방법은 각 방법마다 그 대상과 장단점이 다르고 엄격한 원칙하에 시도해야
합병증이 없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치핵이 심하지 않는 초기에는
생활속의 자가치료(특히 체온 정도의 따뜻한 물로 온수좌욕을 매번 15분 정도씩
하루에 네 번 정도 하고 변비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비수술적 치료법도 여러가지가 있으며 수술로 치핵을 치료하는 경우는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 열 명당 한 명도 안되므로 어떤 특수한 치료법이 다른
방법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정형외과
    86.엑스(X)선 촬영검사가 괜찮으면 모두가 정상이다
  홍성훈
  홍정형외과의원

  숨어 있는 골절의 경우 X선 촬영을 하더라도 초기에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증상의 변화과정을 면밀히 관찰하여 시간이 경과하여도 좋아지지 않으면
다시 한번 X선 촬영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넘어지거나 어디에 부딪혔을 경우, 매를 맞거나 물건이 떨어져 다쳤을 때,
또는 기계로 작업 중 다치면 병의원에 가서 X선 촬영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친 모든 것이 X선사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의 자라는 뼈가 성장판(뼈의 길이 성장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뼈의 끝부분에 위치한다)만을 통해서 골절되었을 때는 X선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타난다. 갈비뼈의 경우에도 물렁뼈 부분이 다치면 처음 X검사에는 안
나타나고 1--2주 이상 지나서 새뼈(가골)가 나타나야 알게 된다. 또 가볍게
금만 갔을 경우 어떤 방향에서는 X선필름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밖에  
인대의 손상이나 연골판의 파열, 건의 파열 같은 것은 X선 검사로는 알아낼 수
없다. 특히 무릎부상 같은 경우는 슬관절 내시경검사로서만 알 수 있는  때가
많다.
  다치지 않고 생기는 질병 중에서도 X선 검사에는 나타나지 않는 병이 많은데
추간판 탈출증(디스크)도 일반 X선 검사로는 알 수 없고 CT(전산화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촬영) 또는 척수조영술(허리에 조영제를 넣고 촬영)을 통해서만
진단이 가능하다. 또 혈관이나 신경에서 생기는 병, 연부조직(근육)에 생기는
종양(혹) 같은 것도 X선 검사로는 알 수 없다. 
  다친 모든 것이 X선 필름에 나타난다는 생각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다친 곳의 통증과 같은 증상을 추적, 관찰해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대개의 경우 다친 곳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좋아진다. 만일 시간이
경과해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심해질 때에는 숨은 골절 등이 있는지 다시
세밀하게 진찰하고 필요하면 X선을 다시 찍어 처음 필름과 비교 관찰하여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과
    87. 얼굴마비는 중풍의 초기 증상이다
  박수철 
  연세의대 신경과

  중풍은 중추신경의 손상으로 생긴다. 외형상 이와 비슷한 것으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가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증상이나 원인이 뚜렷이 구별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중풍으로 부를 수는 없다.

  찬바람이 솔솔 불고 밤낮의 기온차가 감기라도 들 것 같은 날 오후, 외래에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가 몇몇 있었다. 먼저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는 20대의 젊은 여자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모습으로 보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우선 입이 돌아가고 한쪽
눈이 안감겨 결혼도 안한 처녀가 얼굴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 환자를 더욱 걱정하도록 만든 것은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 마침 자신과
비슷한 증세를 가진 환자를 만났는데, 그 분은 나이가 환갑이 넘으신
할아버지로 이미 풍으로 진단받고 한방에서 침을 맞다가 걱정이 되어 양방
치료도 겸하기 위해 방문한 환자였다. 그 처녀는 이렇게 젊은 자신에게 풍이 온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자신의 이상이 심각한 것으로 여겨져서 더욱 걱정이 된
것이었다. 자세한 진찰결과 두 환자의 증상은 같은 것이었고
말초성안면신경마비 이외에는 다른 국소신경결핍 증상이 없어 자세한 경과와
예후를 설명해드리고 안심시켜 드릴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말초성안면신경마비는 어느 연령층에서나 쉽게 볼 수 있으며
위에서처럼 계절에 따른 뚜렷한 호발시기를 갖는 병은 아니나 일부
환자들에서는 상기도감염증과 같은 감기증상이 선행되는 예를 볼 수가 있다.
  이병의 원인은 아직 뚜렷이 모르나 단지 중추신경계를 떠난 안면신경이 그
주행과정 어느 부위에서 손상을 받아 일어나는 것이다. 흔히 중풍(의학용어로는
뇌졸중) 이라고 말하는 중추신경의 손상 때문에 생기는 중추성안면마비와는 그
증상이나 병이 발생된 곳, 그리고 원인이 뚜렷이 다르며 따라서 예후도 크게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얼굴마비가 왔다고 해서 모두 중풍은 아니며 또한 중풍의
시작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전 시골에서 다듬이 돌을 베고 자면 입이 돌아간다고 하는 말을 흔히 듣게
되는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이와 같은 안면신경마비를
와사풍(본인도 이 말을 외래에서 환자들에게서 배웠음)이라고 불렀다. 이런
까닭에 이와 같은 말초성안면마비가 풍이나 풍의 시초로 잘못 인식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와 같은 단순말초성안면마비는 중추성과는 달리 완전 손상이 아니라면
대부분 수개월에 걸쳐 거의 완전히 회복되며 발생 초기 며칠간을 제외하면
별다른 약물치료가 필요없고 손상후 약 2주 후에 안면근육에 근전도를 시행하면
안면신경의 손상정도를 알 수 있다. 반면 중추성안면 마비(중풍)의 경우
말초성과는 달리 안면마비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눈을 감거나 뜨는 데 문제가
없으나 안면 이외의 국소 신경결손 증상(예를 들어 한쪽 팔다리의 마비나
언어장애 등)이 나타나므로 쉽게 감별할 수 있고 이 경우 원인을 찾거나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필자가 외래에서 보았던 환자들도 발병 후 수일이 지난 환자들이었고 또한
이전에 건강하던 환자들로 별다른 약물투여 없이 수개월 후 만족할 정도의
호전을 보였다.

    88. 뇌성마비는 치료해도 소용이 없다
  송윤미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뇌성마비 증세를 보이는 아이에게는 정상아보다 더욱 큰 관심과 자극이
필요하다. 아이를 어릴 때부터 집안에 가두거나 외부와의 결합을 막는 것은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온 가족과 친지의 축복 속에 태어난 아기가 백일이 지나도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뒤집지도 못하면 젊은 부모는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여기저기 물어보다가
주위 할머니로부터 "좀 늦되는 아이도 있는 법" 이라는 말을 듣고 그냥
지나친다. 그후 아기의 발달이 어느 정도 정상을 따라가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7, 8개월이 지나도 혼자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돌이 되어도 비슷한 상태가
계속되면, 그제사 병원을 찾게 된다. 뇌성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되고 수술이나 약물로 완치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와 가족은 비탄에
잠긴다. 혹시나 다른 병원을 찾아봐도 역시 같은 진단을 받게 되어 더 깊은
절망에 빠지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갖가지 요법을 동원해 보지만
아이의 상태는 그대로이다. 이쯤되면 왠만한 젊은 부모의 재정상태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왜 하필 내 자식이 뇌성마비에 걸려야하는가"하는 분노의
마음을 지나 심한 자책에 빠져 "내 죄가 많아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슬픔과 실의에 가득찬 나날을 보내며
치료해도 소용이 없다는 무력한 생각에 환아를 포기, 방치해 버리거나 안타까운
마음에 과잉보호하여 발달과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인 각종 감각,
운동자극을 받지 못하게 되어 뇌성마비의 증세는 더욱 악화된다. 환아의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족들은 주위 이웃들로부터 받을 멸시와 사회적 불이익이 두려워
환아를 더욱 집안에만 가두어 두게 되고 환아는 필요한 자극을 전혀 못받게
되고 점점 인간적인 삶으로부터 멀어져간다.
  이상은 뇌성마비아의 재활에 실패하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물론 이처럼
극단적인 결과를 맞게 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뇌성마비에 대한 잘못된
태도로 인한 불행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뇌성마비아와 그 가족들이
겪게 된다. 이 아이의 부모들이 잘못 생각한 것은 무엇인지 하나씩 짚어 보도록
하자.
  첫째, "늦되는 아이도 있는 법"이라는 말을 듣고 그냥 지나쳐 버린 점이다.
아기의 발달이 늦되는 경우 생후 6개월쯤, 늦어도 돌 전에는 뇌성마비의
가능성에 대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뇌성마비아의 발달지연,
운동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감각적, 운동적 자극을 통해 정상발달과정을
경험하게 해야 하며 조기에 자극을 줄수록 효과가 좋다. 발달이 늦은 아이가
시간이 지나면 정상 발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발달 지연이 심하고 근육힘이 너무
강하거나 너무 약하거나, 팔다리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인 증세를 보이면 일단
의심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주사를 맞출 때마다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으며 6개월째에는 성장발달 정도를 진단받는 것이 좋다. 
  둘째, 치료해도 나을 수 없는 병이라는 말을 듣고 일찍 포기해버린 점이다.
뇌성마비는 완치란 불가능하지만 운동발달에 필요한 자극을 끊임없이 주고
근육이 마르고 관절이 굳지 않도록 운동시키면 환아의 운동과 자세의 기능은
좋아지게 된다. 한순간에 씻은 듯이 낫게 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끈기를 가지고
조금씩 호전되어 씻은 듯이 나은 상태에 점점 가까워지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셋째,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서 환아를 집안에만 가두어 둔 점이다. 한순간에
완치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환아에 대한 재활을 포기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환아를 이웃보기에 부끄럽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속박하거나 과잉보호로 환아
스스로 생활에 필요한 동작을 할 기회를 뺏는 것 역시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뇌성마비아는 정상아에 비해 훨씬 많은 감각적 자극과 운동이 필요하다.
  뇌성마비는 씻은 듯이 낫게 할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서 가족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 꾸준한 재활치료를 하면 훨씬 차원높은 삶을 얻을 수 있다.
외국의 통계이지만 뇌성마비아 중 25p에서 30p정도는 어른이 되어 자주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어른 뇌성마비의 35p에서 50p가 직업에서 성공한다.

    89. 간질은 유전된다
  김흥동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일반인의 과반수가 간질을 유전되는 질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자녀에게 유전되는 비율은 2--4p 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료실을 찾아온 40대의 아주머니께서 간질이 유전되는 것이 아니냐고 은근히
물어보셨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여쭤 보았더니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그 여자의 남동생이 간질이 있다"는 것이다. "둘이 결혼해서 간질하는
아이를 낳으면 큰일이니 자기 아들이 그 여자 친구와 더 가까와져서 결혼을
한다고 하기전에 떼어 놓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간질의 원인은 단지 유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원인이
있으므로,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가 유전 때문에 간질환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말씀드렸다. 단지 그것만을 이유로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는 것은
부모의 과도한 욕심임을 강조하였다.
  그 아주머니가 나의 조언을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의외로
간질이 유전에 의해서 발생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한 예로
필자가 1990년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간질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53.4p의 사람들이 간질을 유전질환으로 알고 있었다.
  간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모든 질환(뇌감염증,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뇌외상,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및 뇌대사장애 등의
여러가지 요인)에 의하여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원인에
의하여 손상받은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전기가 방출되어 재발성 경련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련억제에 관여하는 개별적인 능력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러한 능력은 유전 성향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다. 또한 몇
가지 종류의 간질은 염색체의 국소위치이상이 확인된 유전질환으로 규명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연소형 근간대성간질 및 중심측두부 극파동반
양성소아간질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간질이 전체 간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비교적 적다.
더구나 유전적 경향이 있는 종류의 간질은 경과가 가볍고 예후가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유전경향을 갖는 이러한 종류의 간질에서도 실제로 자녀가 동일한
간질로 나타날 확률은 6--7p 정도이다. 가장 가벼운 경과를 밟는 중심측두부
극하동반 양성소아간질의 경우에는 자녀에게 나타날 확률이 12p정도로 비교적
높지만 대부분의 경련이 사춘기 이전에 자연히 없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전체 간질환자에서 자녀가 간질로 나타날 확률은 2--4p
정도로 일반발생률 1--2p에 비해 2배 정도의 차이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양성간질이 유전적
경향을 많이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간질환자 중 유전적인 경향이 있을 경우에
오히려 예후가 비교적 좋은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주 경과가
나쁜 악성간질은 대부분 뇌의 손상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유전적 경향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간질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유전적 질환이 아니며,
일반인들의 개념과 달리 악성간질일수록 유전적 경향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유전적경향이 있는 간질이라 하더라도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아주 낮다.
유전되는 종류의 간질은 대부분 양성경과를 취하므로 일상생활이나 학습 등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절로 낫는 비율(완해율)도 높은 경향을
보인다.

      피부과
    90. 피부병은 전염병이다.
  이봉구
  이피부과이원

  우리들이 알고 있는 피부병 중에서 실제로 전염되는 것은 얼마나 될까? 또
피부병환자는 자기 병을 감추고 스테로이드연고제를 남용하는 것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얼굴에 하얀 반점을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근심스런 표정으로 며느리로
보이는 중년부인과 함께 진찰실로 들어오셨다. 멜라닌세포 결핍으로 발생하는
백반증으로 진단되었다. 이 병은 쉽게 치유되는 병이 아니므로 매우 고민이
되는 피부병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 및 치료법, 그리고 치유 가능성을
자세히 설명해 드렸더니 할머님의 표정이 상당히 밝아졌다. 두 분이 진찰실을
나간 잠시 후 중년부인이 조용히 상의드릴 것이 있다면서 다시 들어왔다.
손자들이 할머니의 피부병이 옮을까 걱정되어 같이 밥을 안 먹으려 하고,
할머니 방에 가려고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옮기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다. 나는 잘못된 지식 때문에 가족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할머님의 서글픈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다시금 백반증은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누누히 강조해야 했다.
  피부과의사는 이 병 옮기나요? 또는 수건을 같이 사용해도 되나요? 와 같은
질문을 흔히 듣게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남에게 옮기는 피부병은 극소수이고 옮기지 않는
피부병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일상생활 중 흔히 보는 피부병 중 전염력이 있는
것들은 어린이에게 많이 생기는 농가진과 같은 세균감염증, 수두나
단순포진(헤르페스)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증, 옴이나 머릿니 같은 기생충성
피부병, 입질이나 매독 같은 성병, 그리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에이즈등이다. 이들 몇몇 전염성이 있는 피부병도 평상시 자기 몸을 청결히
하고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언젠가 피부와 전문의 시험에 특이한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다. 환자를
진료할 때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진찰할 때의 이점은 무엇인가? 우선 정확한
진단에 도움을 줄 것이고, 또 무엇보다 중요한 점으로서 의사가 직접 환부를
만지는 것을 본 환자는 스스로 자기 병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게 되어 숨기려
하지 않고 진료에 협조하게 되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정답이었다.
  이처럼 모든 피부병은 전염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피부병환자를 무조건 멀리 하려는 잘못은 없어져야 하겠다. 또한 피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자기 병을 감추지 말고 조기에 의사를 찾아 가서 정확한
진단을 믿고 적절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며,
그럼으로써 무분별한 스테로이드연고제 남용으로 인한 갖가지 부작용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고, 혹시 전염성이 있는 병인데도 치료가 지연되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91. 비듬은 머리를 자주 감지 않을때 생기는 병이다.
  이봉구
  이피부과 의원

  비듬은 피부병인가? 머리를 자주 감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당연한 자연스런 현상인가?

  텔레비젼에 나오는 샴푸선전에 이런 장면이 있다. 미모의 아가씨가 옷을
깨끗히 차려 입고 회사에 출근하는 길인데 겉옷에 비듬이 떨어져 있다. 그것을
본 동료 남성이 여자가 비듬이! 하고 핀잔을 준다. 울상이 된 아가씨가 샴푸로
머리를 감는다. 이제는 깨끗해진 머리결를 시원하게 날리면서 활기차게
걸어간다. 이런 화면을 보고 우리는 쉽게 어쩌면 이쁘장한 숙녀가 머리를 자주
감지 않아 지저분하게 비듬이나 있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고, 따라서 비듬이
마치 머리를 자주 감지 않을때 생기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또는 샴푸를
쓰면 비듬이 없어지는구나 라고 잘못된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듬은 하나의 피부병이지 자주 감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당연한 자연스런 현상은 아니다. 비듬은 아주 흔히 보게 되는 피부병으로
두피(머리 피부)에 가늘고 마른, 꼭 겨 같은 인설이 생기며 가려워서 긁으면
옷에 떨어져 상대방에게 지저분한 느낌을 주므로 대인관계에 당혹감을 갖게
되는 질환이다. 처음에는 작은 부위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퍼져 두피 전체에
광범위하게 침범되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두꺼운 인설, 가피, 홍반 등이
생기고 진물이 나기도 한다.
  대체적인 의견은 지루성피부염이 두피에만 국한되어 약하게 발생한 상태를
비듬이라고 하는데, 어떤 이들은 지루성 피부염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질환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에 비듬의 원인으로 P.ovale라는 곰팡이균의 과다증식에 기인한다는
설이 있으나 아직 정설은 아니며 현재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과도한 땀분비 등에 의해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듬이 경미한 상태일 때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타르나 항진균 성분이 들어 있는 샴푸를 이용하여 머리를 감고 스테로이드로션
등을 바르는 방법이 추진되고 있다.
  아무튼 비듬은 피부병의 일종이라는 점을 다시금 인식하고, 주위의 비듬이
있는 사람을 머리를 자주 감지 않는 게으르고 지저분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오류는 더 이상 없어야만 되겠다.

      비뇨기과
    92. 전립선염은 난치병이다.
  김민의
  순천항의대 비뇨기과

  전립선염의 세 가지 종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세균성5p, 비세균성 64p,
전립선통 31p로 보고된 바 있다. 대부분은 항생제가 필요없으면 당황하지 않고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한다면 치료가 가능하다.

  전립선염은 비뇨기과 외래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으로 20-30대
성인남자에게 주로 발생한다. 대부분의 전립선염 환자는 병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고 치료결과에 만족하지 못해서 병원을 여러 군데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불결한 성경험을 가진 기억에 대한 죄의식과 불안감이
이면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다가 남자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지
않을까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기도 한다. 더 나아가 부인이 남편을 의심하여
부부싸움이 일어나곤 하는 골치아픈 병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전립선에 이상이
있을 때 환자의 기존관념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 의사들도 다루기가 싶지
않은 경우가 때때로 있다.
  그렇다면 전립선염은 정말로 난치병이란 말인가?
  전립선염에 대한 설명에 앞서 전립선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전립선은 남자에게만 있는 부성신 기관으로 전립선요도가 관통하여
지나가고 전립선요도내에 한 쌍의 사정관이 개구하고 있으며 후상방에는
정낭과 정관팽대부가 위치한다. 전립선액을 분비하여 정자의 운동, 생존, 이동
등에 영향을 준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 일반사람들이 통상적으로 부르고 있는 전립선염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진단은 환자에게 병력청취,
전립선부위에 대한 신체검사, 그리고 소변과 전립선액의 현미경검사와
배양검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크게 세균성전립선염(급성,
만성)비세균성전립선염, 전립선통으로 분류하는데 발생빈도로 보면 세균성5p,
비세균성 64p, 전립선통31p로 보고된 바 있다. 이 사실에서 보듯 세균성5p만이
항생제를 꼭 사용하여야만 치료를 할 수가 있는 경우이다. 물론 전립선에는
항생제가 잘 전달되기 어려우므로 적절한 항생제로 4주에서 '12주 정도까지
장기간 동안 계속해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31p를 차지하는 전립선통은 전립선염과 동일한 임상증상(특히 소변을 눌 때
뻐근하다. 묵직하다. 기분이 나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욱 불편하다
등등)이 있으나 염증세포나 균이 없으므로 엄밀히 말해 전립선염이 결코
아니다. 원인은 스트레스와 긴장이거나 전립선부위에 자꾸 과민하여 신경을
집중할 때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트레스와 긴장이 되면 목이 뻣뻣해지고
소변을 자주 보듯, 전립선 부위에 있는 내괄약근의 경련 또는 골반치부 근육의
긴장성 근육통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환자가 일단
안심을 하고 위에 열거한 요인들을 생활 속에서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아울러 따뜻한 마사지와 경련 완화제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64p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것이 비세균성 전립선염이다. 이 질환에서는
전립선액 내에는 세균은 없으나 많은 염증세포가 발견하는 경우로서 원인은 잘
모른다. 이렇듯 원인이 확실치 않은 만큼 치료에 있어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
일반적으로 온수좌욕이 증상해소에 도움이 되며 정상적인 성생활을 권장한다.
전립선의 주기적인 마사지가 아직도 많이 시행되고 있으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으며 술, 커피, 자극성이 강한 식품의 증상약화와 연관이 있을
때에는 제한을 한다. 세균성에서 사용되는 향균제요법에 뚜렷한 효과에 없는
경우가 많으나 미노싸이크린이나 에리스토마이신을 4주 정도 투여하기도 한다.
쉽게 환자의 증상이 없어지지 않을 경우, 환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클 수
있다. 특히 불임이나 발기부전에 대해서 염려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과정에서 의사의 성의있는 대화가 가장 효과적인 악이 될 수도 있다.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전립선염 증상의 대부분은 비세균성이거나
전립선통에 의한 것으로 이 경우에는 불필요한 향균제를 투입할 필요가 없다.
앞서 설명한 증상완화법과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이것에 의해 암이 발생하거나 다른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스스로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에 대한 불안감과 과민함이
없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질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립선염은
난치병이 아니며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병에 대해 정확히 알고 불안해 하지
않으면서 담당의사와 충분히 면담하여 증상완화요법과 꼭 필요한 경우
항생제를 사용한다면 전립선 신드롬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아울러 병원을
전진하며 계속 똑같은 검사를 한다든지, 일단 항생제를 사용하면 충분한 기간
동안 사용하여야 하는데도 의사와 상의없이 자의로 중단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 등과 같은 행위는 전립서 신드롬에 더욱 빠져들어가 돈 쓰고 고통만
더해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하겠다.

      정신과
    93. 정신병은 유전이다.
  신정호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과

  정신병의 유전에 관한 연구는 수많은 반전과 변화를 겪어왔다. 아직까지도 이
문제는 명쾌한 해답을 구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섣부른 판단으로 한 사람의
존엄이 무참히 짓밟히고 재활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신병은 정말 유전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고 적흥적이어서 남의 이야기나 소문을 무턱대고
믿어버리는 비과학적인 경향이 있다. 예로 어떤 이론이나 물질이 과학적이라고
하면 이것에 대해 다시 과학적으로 검토하거나 비판하여 보는 법 없이 무조건
수용해 버린다. 이러한 경향은 의료의 경우에서 더욱 현저하고 특히 암이나
정신병처럼 치료가 어렵고 무서운 질환들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한낱 논두렁의 잡초에 지나기 않던 풀이 항암제로 등장하여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소문으로 비싼 값에도 잘 팔리고 사람들은 잘 알아보지도 않고
마구 섭취한다.
  새로 입원한 환자의 병력을 조사하기 위하여 보호자를 만나면 꼭 한마디
덧붙이는 것이 있다. 이는 "우리 집안에 정신병환자는 한 명도
없었는데..." 라는 말이다. 집안식구가 정신병이라도 생기면 누구라도 사실
'이 병이 유전되는 것은 아닌가?' 혹은 '이 병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겠으나 유전병에 대해서나
정신병에 대해서 평소에 한번도 심각하게 고려하여 보지 않은 사람도 정신병은
당연히 유전이라 믿어버린다.
  정신병과 유전의 관계에 대하여는 최근 2, 30여 년 동안 분자생물학적
분야의 눈부신 발달로 훨씬 많은 정보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정보가
늘었다고 해도 아직도 모든 정신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불확실한 것이 많고
유전에 관한 지식도 제한적이다. 실제 유전적으로 뿌리가 같은 경우에도 발병의
차이가 있고, 유전적인 정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현재의 여러 가지
치료방법에 의해서도 많은 정신병이 치료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조건 유전만이
정신병의 모든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증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에도 유행이 있어서 어떤 첨단의 이론으로 모든 현상을
해석하려고 한다. 의학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모든 질환을 그 시대에
동원가능한 첨단의 과학적 지식으로 모두 설명하려고 한다. 이렇듯 과학은
반전을 거듭하기도 하고 어떤 한계에 봉착하여서는 한 단계 비약하면서
발전하여 온 것이다. 따라서 한 시대의 과학적 진실은 다음 세대에 와서는
허구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다. 약30년 전만 하더라도 정신분석이 정신의학을
풍미하고 있을때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병을 유전에 대한 보호자의 불안에
대해 늘 자신있게 대답하였을 것이다. "절대 유전이 아닙니다. 환자가
유아발달기 동안 부모 자식간에 충격이 많아서 그렇지요." 라고 말했었다.
정신병 모두가 유전에 의한 것만은 아니듯 이러한 설명 또한 부분적인 해석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과학적 연구의 결론가들은 그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논리로 한 인간의 정신에 관계되는 이 복잡한 질환을
무더기로 싸잡아 '이것 때문에 또는 저것 때문에' 라고 말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도 정신병이 단지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병한다는 증거는
없다. 정신병의 원인으로 유전의 영향이 관여한다고 인정되며 여기에다 심리적,
정신적,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게 된다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이다. 이러한 결론은 그나마 우리에게 안도감을 준다. 왜냐하면 이 병이
정말로 단지 유전 때문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단지 대자연의 여러가지 재앙에
무력하게 노출되어 당하고 있어야만 하는 왜소한 생명체에 불과하고, 우리의
치료적 노력은 보잘 것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원인을 균형적으로 받아들여 병세의 치료, 예방, 재활에 환자 본인은
물론 주위의 가족이나 우리 사회가 무엇인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많고 그 결과로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94. 미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이홍식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미친 사람) 이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정신분열증과 범죄의 상관관계에 대한 객관적 근거는 과연 얼마나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가?

  얼마전 여의도 광장을 택시가 질주하여 많은 사상자를 낸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을 저지른 택시 운전사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각 신문과 매스컴은 정신질환자를 매우 위험한 인물로 규정지으려
했고 뒤이어 정신질환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적성검사가
실시되어 한동안 신경정신과병원이 북적대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이 사건
이후에 일시적이지만 정신과에 입원한 환자수가 증가하였으며 정신질환자의
가족이나 이웃의 문의전화가 쇄도했었다. 이들의 문의 내용은 대부분
"정신질환자가 위험하지 않느냐?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식으로 마치
범죄자인양 하는 느낌이었다. 이에 필자는 정신질환자와 범죄의 가능성에 대해
몇자 적고자 한다.
  첫째, 사회 전반에 걸쳐 정신질환의 개념이 잘못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은 '신경증' 과 '정신병' 의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사회에서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신병' 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신병' 에는
정신분열증, 조울증, 편집증, 우울증 및 기타 기질적 정신병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정신병'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정신분열증을 들 수 있겠다.
일반인들은 정신분열증이란 질병은 정신이 분열되어 모든 부분의 인격이 망가져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실제 정신분열증의 증상 중 감각의 이상 즉 환청이나 환시 같은 증상들을
인격장애의 일부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정신병의 대부분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어느 정도의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둘째, '정신병' 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특히 '정신병' 환자의 범죄나 폭력은 그들의 정신증상 즉 환청이나
피해망상, 착각 등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범죄가능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즉 '정신병' 환자의 범죄나 폭력은 적절한
치료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국가와 사회는 이들을
위험한 죄인 취급하지 말고 이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단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정신병' 환자의 범죄가 예측 불가능하고 잔인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이들의 사회활동을
막는다면 아마도 이는 위하다 후진국임을 증명하는 창피스러운 일일 것이다.
다시 한번 부연하건데 정신병환자(미친사람)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통념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95. 정신병은 결국 못 낫는 병이다.
  김종숙
  계요병원 정신과

  정신병은 낫지 않는다는 왜곡된 고정관념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정신병은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90p 정도가 증상호전을 보인다.

  스물 여덟인 은행원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자꾸 뒷자리에 앉은
동료가 자기를 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행에
온 손님들도 길을 가는 사람들도 모두 자기를 욕하는 것 같았다. 자신도 가족도
이것이 병이라 여기지 않다가 환자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왜 나를 욕하느냐?"
고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늘어나고 사람 만나기를 꺼리며 은행에 출근도 안하려
하자 걱정을 하게 되었다.
  이웃에게 물어보니 그것은 '귀신이 들린 것이다'며 안수기도가 효험이 있다고
했다. 기도원에 들어가 안수를 받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기가 허한 것이라고
하여 한약도 먹고 나중엔 굿까지 했지만 증세는 더욱 악화되어 이젠 직장은
물론이고 두문불출 꼼짝도 않고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이웃들이 수군대는 것 같고 집안에 망신살이 낀 운명을 탓하며 도저히 집에
둘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가족들은 환자를 그 끔찍한 정신병원에 넣기로
하였다. 환자는 석달을 입원하여 집중치료를 받아 증세가 없어져 퇴원하였다.
그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방적 차원에서 최소량의 약을 먹으며 발병전과
똑같이 회사에 다니면서 생활하고 있다. 2년 전에는 결혼도 하여 지금은
7개월된 귀여운 아들 하나를 둔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정신병은 나을 수 없다', '귀신들였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진다', '정신과 약은 수면제다', '정신병을 가진 환자 때문에 혼사길
망친다'. 등등 정신병에 대한 고정관념은 끝없이 많다. 이 때문에 환자는
미신이나 안수기도 또는 적절치 못한 치료에 방치되어 병이 빨리 치료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 때로는 정말 못 나을 병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환자도 처음 이상할 때 곧바로 전문치료를 받았더라면 그
긴기간의 입원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신병에 있어서도 현대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정신병은 남이
알까 쉬쉬해야 하고 낫지도 않는 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필자가 볼 때 정신병은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약 90p 정도가 증상호전을
보이며 그 후 발병전과 유사한 상태로 개인적, 사회적 기능을 하며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정신병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소량의 비중독성
정신약물제제를 계속 복용하면 자기 전문분야에서 충분히 자기능력을
발휘하면서 살 수 있는 병이다. 실제로 나의 환자 중에 정신병을 앓은 후
치료되어 교수, 공무원, 외교관, 용접공, 식당경영자 등의 직업을 훌륭히
수행하며 살고 있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정신약물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들이다. 되도록 정신과의 약은 먹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믿은 나머지 증상이 좀 호전되었다 하면 바로 약을
끊어버려 재발에 재발을 거듭하고 병을 나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환자들이 있다. 병을 일찍 발견하고 일찍 전문치료를 받고 지속적으로 예방적
치료를 하는 것이 정신병을 극복하는 길이다.

    96. 신경을 많이 쓰면 노이로제가 된다
  이도희
  계요병원 정신과

  신경을 쓰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흔히 신경을 많이
쓰면 걸린다는 로이로제 증세의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노이로제는 신경증을 말하는 독일어 'NEUROSE'에서 유래한 외래어다.
정신의학에서 신경증은 크게 정신병과 구분하여 쓰는 말로 자아의 기능은
유지되고 있고 현실검증력도 보존되어 있는 비교적 경한 질환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이다. 이에 속하는 각각의 질환은 역사적으로 볼 때 정신과의 각
학자나 학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1990년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보면
신경증을 불안신경증, 히스테리아, 공포신경증, 강박반응성장애,
신경증성우울증, 이인성증후군, 심기증, 기타 신경증성 장애 및 상세불명신경증
등으로 분류해 놓았다.
  정신과 외래에서 환자를 볼 때 여러가지 신경증의 증세를 호소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이유없이 불안하다",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린다",
"잠을 못이루겠다", "매사에 귀찮고 의욕이 없다", "내과에서는 이상도 없다고
하는데 항상 배가 아프고 거북하다", "머리가 아프다"는 등등 많은 증세를
호소한다. 그들 중 많은 분들은 이러한 증세는 신경을 쓰거나 좋지 못한 일을
경험하면 더욱 심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들이 정신과를
찾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러한 신경증적인
증세가 세상에 사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써서 생긴 것일까? 다시 말하면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노이로제, 즉 신경증에 걸리는 직접적인 원인일까? 이런 물음에
대해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갈등은 항상 있었다.
그것이 집단적인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인간의 생활속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필연적인 조건이다. 더욱이 우리가 살고 있는, 빠르게 변하고
여러가지가 혼란스러운 현대사회는 그러한 갈등을 보다 많이 경험하게 된다.
어찌 신경을 안쓰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적절히 긴장을 하고 신경을
쓰는 일은 일상생활이나 개인적인 성취에 있어서는 필수적이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 공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그렇다고 모든 수험생이
신경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신경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심리학적 연구와 생물학적 연구가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얘기해 볼
수 있는 것은 각 개인에게 신경증으로 발전할 소질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소질은 유전적인 측면과 인격발달의 과정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포함한 환경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러한 소질을 가진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에서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신경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신경증은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알게
해주어 이를 극복하게 해줌으로써 그 사람의 인격을 성숙시키는 데 기여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신경증을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일은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97. 정신병치료는 물맑고 산좋은 곳에서 해야한다
  이영문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신체적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생기는 정신병은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병치료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약물치료와
자기방어능력을 키워야 한다.

  누구나 사는 것에 지치고 생각할수록 골치 아픈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생각이나 정리하고
와야겠다'라든지 '바다나 산이라도 며칠 다녀오면 기분이 나아지겠지'등이 바로
그러한 상투적인 어투들이다.
  우리 생활속에 이같은 상식적인 생각들이 정신과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도 늘
부딪치는 일이다. 정신병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생기는 병이니까
스트레스가 없는 조용한 산골이나 바닷가에서 요양하면 낫게 되리라는 그릇된
믿음들이다. 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정신분열병으로 진단된 S라는
대학생을 치료한 일이 있었는데 부모와 환자를 자세하게 면담해본 결과
정신병은 1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나 정작 병원을 방문한 것은 최근이라고 했다.
그래서 왜 그동안 정신병이 의심되었는데도 빨리 병원에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보호자는 말하기를 산속의 절에서 100일간 수양을 하면 더 낫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고향 근처의 절에 있다가 도저히 환자를 조절할 수 없어서
이제야 오게 되었다고 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어떤 경우는 50만원 짜리
굿판에서 시작하여 200만원까지의 큰 굿판을 벌인 후에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이는 우리의 무속신앙이 사이비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병과
무병은 구별되고 또한 진실한 종교적 체험과 정신병을 구별하여 치료해야 함을
일러주고 싶다. 정신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스트레스로 모든 정신병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병은 다른 내과질환과 같이 일단은 신체의 왜곡된 방어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병은 신체적 요인과 외부의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된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속에서 숨쉬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회와의
마찰은 불가항력적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은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한 곳이지
사회의 여러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은 아니다. 또한 정신병은 사회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인간은
퇴행할 수 밖에 없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경우 인간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거나 스스로 또다른 변화를 일으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즉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어기술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신병은 이러한 방어기술이 일시적으로 망가진 상태를 의미한다.
일차적으로는 정신과적 약물이 부분적으로 현실검증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다. 그 다음 이차적인 문제는 새로운 방어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이럴
때 계속 사회로부터 격리된 산 좋고 물 맑은 곳은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금씩 사회에 재적응하며 부딪치는 힘을 길러주어야 새롭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병의 재활치료라는 관점은 이러한 원리하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정신병을 앓았던 사람은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여 부분적인
사회활동을 하여야만 이 사회내에서 적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정신병원에 몇 년이고 입원을 시켜두면 병의 뿌리가 뽑힐 것이라고
믿는 보호자들이 부지기수이다. 불행하게도 정신병은 결코 뿌리가 뽑히지 않는
병이다. 병이 생긴 원인에 걸맞게 사회속에서 같이 생활할 수 있어야지만 나을
수 있는 사회적 요소가 강한 병이다.
  다시금 말하자면 산 좋고 물 맑은 곳은 정신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야 할
곳이 아니라 정신병을 앓았던 사람들이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어 때때로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쉴 수 있고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낄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기타
    98. 젊은 사람의 피를 수혈하면 젊어진다.
  조한익
  서울의대 임상병리과

  수혈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한다. 혈액에 대한 무지는 수혈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갖게 만들기 십상이다.

  몇달 전 일간지에 고령인 북한의 모 고위인사가 자신의 젊음을 위해 젊은
처녀들의 피를 수혈받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설마 그럴리가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북한이 폐쇄적이고 한 개인을 신격화하며 대중을
억압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처럼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이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 왕조 시대에 절대적 권위자인 왕이 자신의 젊음을 위해 어린 처녀와
잠자리를 함께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처녀의 피를 수혈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듯 싶다. 혈액에 대한 편견과 왜곡도 이쯤되면 그 정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턱없는 짓을 할수도 있을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혈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한다. 혈액의 산소운반, 지혈, 그리고
백혈구기능이 낮아지거나 혈액량이 줄었을 때, 이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또한 수혈의 효과는 치료를 위한 약물처치와는 다르다.
수혈된 혈액은 자체의 수명이 다하면 기능도 다하게 되므로, 일시적이며
보존적인 치료의 한 방법일 뿐이다. 혈구성분 중 수명이 가장 길다는 적혈구의
수명이 120일이므로 수혈된 적혈구 중에는 이미 수명이 거의 다 된 적혈구도
적지 않은 것이다. 현재까지 수백년 동안 혈액이 연구되어 왔으나 젊은 사람의
혈액이 젊음을 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과거에는 전혈을 수혈함으로써 필요없이 혈액성분이 수혈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필요한 성분만을 수혈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다. 예를
들어 혈액의 산소운반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는 적혈구구성분제제를,
혈소판저하에 따른 출혈경향이 문제될 때에는 혈소판성분제제를, 혈장내
응고인자가 부족할 때는 바로 그 응고인자제제를 수혈하는 식으로 필요한
성분만을 수혈하는 것이다. 또한 수혈에 따르는 부작용도 적지 않아 수혈의
적응증을 더욱 엄격하게 하고 있다. 비록 안전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으나 여전히 수혈에 의한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의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혈액은 혈액이 부족한
상태만을 대치할 수있을 뿐이므로 수혈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할
것이다.

    99. 성장호르몬주사를 맞으면 누구나 키가 큰다.
  송윤미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키가 자라지 않는 원인과 성장호르몬제를 사용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

  요즘 길거리를 다니거나 지하철, 버스를 타보면 사람들 키가 어쩌면 그렇게
큰지. 미인선발대회를 해도 키가 큰 것이 미모 못지 않은 중요한 조건이 되고,
결혼을 하는데도 큰 키가 하나의 조건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작은 키로
인해 크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매스컴에 작은 키를 크게 해준다는 성장호르몬주사가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키 작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매우 솔깃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후로 간간히 작은 키를 이유로 진료를 청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은 대부분 그 주사를 맞으면 누구라도 키가 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선생님 키를 크게 해 주는 주사가 있다는데 그것을 맞아보면
안될까요?"라고 묻곤 한다.
  그런데 이 분들의 믿음은 조금 잘못된 것이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도움이 되어 작은 키를 크게 할 수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경제적인 부담만 주고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뇌에 있는 뇌하수체라는 기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만일
이것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원래의 반이나 1/3밖에
커지 않을 정도로 소아기부터 사춘기 까지의 아이들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성장부진이란 문제가 생기면
성장호르몬과 관련된 어떤 문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고 마치 성장호르몬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 작은 키를 이유로 병의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키를
초래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성장호르몬 결핍이나 성장호르몬의 기능 이상이
작은 키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모의 키가 작거나
내분비계의 발동이 늦어져서 사춘기가 지연되어 키가 정상보다 작은 경우가
훨씬 더 흔하다. 부모의 키가 작은 경우 그 자녀의 키가 작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사춘기가 지연되어 키가 작은 경우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2--3년후면 정상키로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병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작지 않다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작은 키를 초래하는 치료나 교정이 필요한 또다른 원인들을 살펴보면
성장호르몬 이상 외의 다른 다양한 이유들을 들 수 있다. 키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에는 성장호르몬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외에도
출생전 성장 정도, 유전적인 소인, 영양상태, 그리고 갑상선호르몬이나 인슐린,
성호르몬과 같은 다른 종류의 호르몬도 관여하기 ㄸ문이다. 이런 요인들 중
어느하나라도 문제가 있는 경우는 정상보다 키가 작은 이유가 될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성장부진의 원인이 되는 다른 이유를 해결하는 신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고,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코티졸과다분비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에 대한 치료가 우선이다.
  성장호르몬치료가 꼭 필요하고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는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안되어 성장호르몬결핍이 생겨 성장이 잘 안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성장호르몬치료를 제때에 받으면 정상 혹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랄 수 있다. 이 아이들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정상이지만 성장에 관여하는
다른 호르몬 IGF-I이 낮거나, 성장호르몬의 작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와
성장호르몬 분비조절에 부분적인 이상이 있어서 잠잘 때처럼 생리적으로
성장호르몬 분비가 많이 되는 환경에서도 성장호르몬 분비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 경우에도 성장호르몬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결핍의 경우와는 달리 단기적인 성장속도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아이의 키가 예측하기보다 더 클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여,
신체내 성장호르몬치가 생리적인 수준보다 더 많이 증가되는 것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상에서 보면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작은 키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성장호르몬치료가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 치료는 나이들어 성장판이 어느 정도 닫힌 사람에서는 별
효과가 없고, 천만 원 이상을 상회하는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하며,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당대사의 이상이나 유방암의 발생률을 높이고 신장기능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누구에게나 쉽게 권유할 만한 치료는
아니다. 성장 호르몬 치료는 키가 작은 사람들 중에서도 여러 조건으로 보아
성장호르몬치료의 효과가 기대되는,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소아에서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0. 성형수술로 누구나 예뻐질 수 있다.
  김수신
  김수신성형외과의원

  성형수술은 환자의 외모와 체질에 일차적으로 근거하고 있다. 정형미인이
되기보다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 부작용까지 고려해서 신중하게 수술을
임해야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성형수술을 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에서
부족한 부분을 교정하여 자신감을 갖고 사회생활을 영위함으로써 보다 많은
것을 얻고 성취하려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사람들로 나타났다. 비정상적인
모습을 정상적으로 고치려 하거나, 조화된 아름다움을 갖기 위한 노력은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성형수술은 누구나 받을 수 있고, 또 성형수술을 하기만 하면 누구나 예뻐지는
것은 아니다.
  첫째, 성형수술에 대해 기대가 너무 큰 사람. 즉 자신의 조건과는 상관없이
수술 후의 모습만을 꿈꾸는 사람을 성형수술을 가급적 받지 말아야 한다.
성형수술이 꼭 마음에 들게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과 의사가 장님을
모두 눈뜨게 할 수는 없고, 내과의사가 속병을 모두 고치지 못하듯이 성형외과
의사도 그 한계가 있다. 또 이른바 고스톱을 칠 때 화투를 잘치는 사람이 항상
이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화투의 패가 우선 잘 들어오고 운도 좋아야 이기는
수가 많다. 즉 화투치는 기술이 의사의 기술이라면, 좋은 화투패라고 하는 것은
환자의 구조, 조건, 체질 등으로 비유할 수 있다.
  학교에서 한 반에 50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무리 훌륭해도 학생 전체를
1등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도 한가지 예로 들 수 있다. 학생이 50명이면 반드시
1등부터 꼴찌까지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인 것이다. 선생님은 똑같이 가르쳐도
학생의 지능지수, 성실성 등에 따라 차이가 나듯이 성형수술에서도 그 환자의
생긴 모습, 체질 등의 조건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성형수술이 자신의 생각대로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형수술
받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둘째, 성형수술을 받은 모든 사람이 만족하지 않는다. 아무런 후유증이나
부작용 없이 예뻐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능장애를 고치려다가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은 이해를 하는 반면, 성형수술을 받고 예뻐지려다가
도리어 다른 후유증이 생겼다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있을 수 있는 후유증을 반드시 미리 알아서 그 후유증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수술을 받을 정도로 수술이 꼭 필요한가를 생각해야 한다.
  성형 수술을 하면 누구나 예뻐질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체형과 기대치, 의사의 의견 및 부작용을 잘 따져서 수술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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