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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식

증상으로 알 수 있는 신체의 이상

by FraisGout 2020. 3. 21.

1. 미열이 계속된다
    목야지혜광
    결핵예방회 결핵연구소 부속병원 원장
    평열과 미열의 차이를 알아 본다.
- 원인이 분명치 않으나 미열이 계속되면 무슨 병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되지요.
  그렇습니다. 병원의 외래환자나 보건소를 찾는 환자들이 진찰을 받으러 오게된 동기를 살펴 보면 열이 있다, 혹은 미열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하는 따위의 호소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요. 역시 열이 난다는 것은 몸안의 이상을 알리는 경계경보로서 대단히 중요한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열이 39도씨, 40도씨라면야 누가 보아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겠지만, 비교적 체온이 높은 사람 중에는 평열인데도 37도씨를 넘는 예가 드물지 않으므로 미열인 경우에는 우선, 그것이 정상적인 체온인지, 병에 따른 발열인지를 가려 내야 합니다. 이것이 실제로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미열이란 몇 도쯤을 말하느냐 하면, 우리는 발열의 정도를 3단계로 나누어 보통 37도씨이상 38도씨 미만을 미열, 38도씨를 넘으면 중등열, 39도씨 이상을 고열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 38도씨 가까우면 벌써 어지간한 열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미열에 속하는군요. 그러나 나이 어린 아이들과 어른은 체온이 좀 다를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일단은 37도씨대의 발열을 미열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그렇다면 37도씨를 1분이라도 넘으면 이상이라고 보느냐 하면 그렇게 간단하게 잘라 말할 수는 없지요. 왜냐하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체온에는 폭이 있고 나이에 따라, 계절에 따라, 또는 하루에도 오전과 오후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차도 있구요.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일수록 신진대사가 왕성해서 열의 생산도 많으므로 체온이 높은 것이 보통입니다. 일단 37.5도씨이상이 되면 병적인 발열이 아니냐 해서 의심을 품습니다마는 37.2도씨이하이면 그저 평열이라 생각해도 괜찮지요. 37.3도씨나 37.4도씨쯤은 정상과 이상의 경계체온으로서 어느쪽이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국민학교 진학 이전의 어린 아이면, 평열의 한계는 37.1도씨까지이고, 37.3도씨이상을 발열로 보며 그 사이가 경계체온입니다. 국민학교를 다니는 아동이면 평열이 37도씨까지이고, 37.2도씨이상이 되면 일단 병적인 발열로 의심하게 되지요. 어쨌든 어린이들은 어른에 비해 평열이 높으니까 어린 아이의 체온을 재서 37.2도씨가 됐다고 해서 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기우지요.
- 건강한 때라도 아침과 밤에 체온이 다르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정확한 체온을 알려면 하루 중에 언제 재면 좋을까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체온은 하루종일 변하고 있습니다. 보통 새벽2--6시가 제일 낮고, 가장 높은 때가 낮2시--4시입니다. 그러니까 체온을 하루 한번 재서는 불충분하지요. 특히 미열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될 경우에는 아침10시 전후와 낮3--4시에 잽니다. 더 자세히 나누게 되면 오전7시와 11시, 오후에는 3시와 7시, 이렇게 하루 4회 재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1일 4회 지기란 아주 힘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 하루 두 번, 아침10시와 낮3시쯤 재서 그 열이 얼마쯤이면 평열, 혹은 미열이 되는 것일까요?
  오전과 오후의 체온차이를 일차라고 하는데, 평열의 경우는 그것이 대개 0.5도씨 이내입니다. 그리고 날짜에 따른 변동이 적지요. 이를테면 2주일 동안 매일 재서 그것을 체온표에 기입해 보면 정상적인 경우는 대체로 최고체온의 높이가 고릅니다.
  그 반대가 미열의 특징이 되는 셈인데, 일차가 0.5도씨 이상, 때로는 1도씨 가까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하루의 최고체온에도 차이가 생겨 불규칙적인 열형이 나타납니다.
  방금 전에 37도씨를 넘었다고 해서 반드시 이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거꾸로 37도씨이하라고 해서 평열이라고 간단히 규정지을 수도 없지요. 본디 평열이 낮아서 36도씨 전후인 사람의 오전의 체온이 36.1도씨이고 오후는 36.9도씨쯤까지 올랐다면 차라리 병적인 미열이 아닌가 의심하는 편이 좋겠지요.
  또 하나 생리적인 것으로 월경 전의 미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월경이 시작되기 전의 2주일쯤은 고체온상이라고 해서 때로는 37도씨 이상이 되지요.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일차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월경이 시작되면 37도씨이하로 떨어집니다. 물론 37도씨이하에서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호르몬 관계에 따른 체온의 주기적 변동이지 병은 아닙니다.
- 그렇다면 일정한 기간, 시간을 정해서 재보지 않으면 병에 따른 미열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는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건강한 때에 이따금, 되도록이면 며칠 동안을 계속해서 체온을
측정해서, 자기의 평열이 몇 도이고 체온이 어떻게 오르내리는지, 그 유형을 알아 두는 것이 이상적이지요.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개시일을 중심으로 전후 합해서 2주간쯤 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흔히 열이 났을 때 이외에는 체온을 재지 않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병원의 외래환자들도 미열을 좀처럼 알아낼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때로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재 보았더니 37.3도씨였다는 예가 많습니다. 그러나 당장에는 판단을 내릴 길이 없으므로 결국은 체온표를 넘겨 주고 1--2주 동안 계속해서 재도록 부탁하는 게 보통입니다.
    체온을 정확하게 재려면
- 체온을 올바르게 알려면 측정방법도 문제지요.
  그렇습니다. 40도씨라면 좀 엉성한 측정이라 해도 진단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마는, 미열의 경우는 1분, 2분(0.1--0.2도씨)이 문제가 되니까 정확하게 잴 필요가 있어요
  체온을 측정하는 데에는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보통은 겨드랑이 밑에 체온계를 끼워서 재는 액와검온을 하고 있지요. 그리고 구강내검온, 즉 혀 밑에 체온기를 넣어 이로 가볍게 문 다음 입을 다물고 재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액와나 구강내 검온을 할 수 없는 경우, 항문에 체온계를 넣어서 직장 안의 온도를 재는 방법인데요, 이것은 특수한 경우이므로 전문의에게 맡겨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 중에 나온 체온은 모두 액와검온에 따른 수자입니다. 구강내검온은 액와검온보다 2--3분(0.2--0.3도씨)높게 나옵니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이라도 37도씨를 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다시 직장 안의 온도가 되면 구강보다도 2--3분, 겨드랑이 밑보다는 5분(0.5도씨)은 높아집니다.
  액와검온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체온계를 끼는 방법입니다. 흔히 체온계를 팔에 직각으로 끼고 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마는 이것은 잘못입니다. 심한 경우는 체온계의 끝이 겨드랑이 뒤로 비죽 나오기조차 하는데요, 이래서는 체온이 제대로 안 나오지요. 겨드랑이 밑의 우묵한 곳에 체온계 끝을 넣고 체온계와 팔이 평행이 되도록 끼고는 팔을 옆구리에 밀착시켜야 합니다. 체온계의 끝이 조금 올라가서 비스듬하게 되고 체온계 전체가 팔로 숨겨지는 셈이지요. 체온계를 낀 쪽의 팔은 반대쪽의 팔과 팔짱을 끼어도 좋고, 어쨌든 반대쪽의 손바닥으로 체온계를 낀 팔의 팔꿈치를 가볍게 받쳐주면 자연스럽지요.
  다음은 측정하는 시간입니다. 스피드시대라서 30초체온계, 1분체온계가 시판되고 있는데, 이것은 수은이 오르내리는 관을 좁게 해서 체온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다만, 겨드랑이 밑에서 재는 경우, 겨드랑이 밑이 밀폐되어 공기의 밀실이 생기는 셈인데, 그 속의 공기가 더워져서 체온과 같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요. 체온계 쪽은 1분계라면 1분 만에 온도를 정확하게 가리키도록 만들어져 있더라도 겨드랑이 밑의 온도는 1분쯤으로는 일정해지지 않습니다. 미열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10분쯤은 끼워 두어야합니다. 그러므로 1분계든, 3분계든간에 재는 시간은 같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그 밖에 주의해야 할 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조용한 상태에서 측정해야 합니다. 운동을 한 직후에 재면 2--3분(0.2--0.3도씨)은 높게 나오기 마련이지요. 외출했다 귀가하자마자 측정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20--30분 쉬었다가 재야 합니다. 그리고 체온계를 끼기 전에 겨드랑이 밑을 마른 수건으로 잘 닦아  주세요. 겨드랑이 밑에 땀이 묻어 있으면 땀의 증발로 열을 빼앗겨서 체온이 좀 낮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 체온계 자체도 가끔 점검하지 않으면 고장나 있는 수가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너무 오래 된 것이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도 고장나는 일이 있는데, 특히 직사광선을 쬐거나 난로 옆에 놓아 두면 수은이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 버려 그런 상태가 장시간 계속되면 고장이 납니다. 고장났는지, 어떤지는 기계로 조사하면 알 수 있지만, 가정에서는 가족 전원의 체온을 재 보면 대충 알 수 있어요. 전원이 미열로 나온다든지, 평소의 평열 수치를 알고 있는 가족의 체온이 여느 때와 다르게 나오게 되면, 체온계가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다른 증상이 뒤따르면 꼭 진단을 받도록
- 열이 난다는 것은 몸안에서 무엇인가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경계경보라고 말씀하셨는데, 미열이 계속될 때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그 이야기에 앞서서 우리의 체온이 어떻게 돼서 36.5도씨 전후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가를 설명하겠습니다.
  우리의 대뇌 안의 시상하부라는 곳에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가 있어요. 이것은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는 체온을 만들어 내라고 명령을 내리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올랐으므로 땀 등을 내게 해서 체온을 방출하라고 명령하는 곳입니다. 이 2개의 기능이 잘 조화되어 정상적인 체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기능이 여러 원인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열이 나게 되는 것이지요.
  체온의 조절을 빗나가게 하는 제일 큰 원인은 갖가지 병원체에 의한 감염입니다. 병원체에는 세균도 있고 바이러스나 곰팡이도 있어요. 또 바이러스와 세균의 중간쯤의 크기인 '마이코플라즈마'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외적의 침입으로 몸의 세포가 고장이 나서 발열물질이라는 것이 나오고 이것이 체온 조절 중추에 작용을 해서 열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밖에 흔치는 않지만 신경성 발열도 있어요. 이것은 뇌 자체에 종양이 생긴다든지 외상을 입든지 해서 체온을 관리하는 중추가 고장나는 경우입니다. 또 신진대사가 잘되지 않는 경우에도 열이 나는 수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탈수 상태가 됐을 때인데, 설사가 심한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은 경우지요. 열사병 등도 그런 경우의 하나입니다.
  또 호르몬의 이상이 원인이 되어 체온조절 중추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아까 성호르몬의 주기에 따른 생리적인 체온의 변동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마는, 병적인 경우로서 바세도병이라는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너무 많아서 일어나는 병이 있습니다 원인불명의 미열이 계속돼서 검진을 받아 보았더니 바세도병이더라는 예가 흔하진 않지만, 더러 있어요. 열이 뒤따르는 병의 예를 들자면 한이 없지요. 열이 있으면 몸안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 거꾸로 미열이 있어도 걱정할 것이 못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며칠 동안 계속해서 체온을 재 보아서, 그날 그날의 오르내림이 그다지 심하지 않고, 또 하루 가운데서도 오전과 오후의 차가 5분(0.5도씨)이내이며, 열이외에는 이상감이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단 한번 재고 체온이 37.3도씨라고 해서 병이라고 속단해서는 안됩니다 측정방법상의 주의사항을 잘 지키면서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해서 재어 체온그래프에 기입해 보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은 갑니다.
  조심해야 할 일은 몸이 나른하다든가, 기침이 나오거나 가래가 낀다는 등의 다른 증상이 따르는 경우입니다. 그런 때는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말고 평소부터 자기 몸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단골의사를 찾아 의논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간단한 검진만으로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을지 모르지만, 미열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아무래도 몸의 컨디션이 나쁠 때에는 한번 종합병원의 각과에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내과에서 검진받고 필요하다면 이비인후과나 부인과 등에도 가 보도록 하십시오. 코나 성기의 만성염증으로 미열이 장기간 가시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해 동안 미열이 있다 없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원인이 장결핵이었고 그것을 알기까지 몇 해가 걸렸다는 예도 보고돼 있습니다. 미열의 원인을 찾는 일은 의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ff
      2. 나른하다
    빈혈의 경우
    예미 중부
    후쿠오카 현립의과대학 교수
    온몸이 왠지 모르게 나른하다
- 숨이 차고, 아무 일에나 기력이 없으며 피로하기 쉽다고 할 때, 그 뒤에는 빈혈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빈혈인 사람은 역시 안색이 나쁘거나 푸르스름하거나 하겠지요?
  일반적으로 그렇게들 말하고 있지만, 햇살에 그을리거나 하면 안색이 나빠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지요. 또 빈혈이 아니라 다른 병으로 얼굴빛이 나쁠 수도 있구요. 그러니까 가장 분명한 것은 눈꺼풀 뒷면이나 입안의 점막 빛깔인데, 이 빛이 엷으면 빈혈이라 해도 틀림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 빈혈이 있으면 어떤 증상이 일어날까요?
  우선, 온몸이 어딘지 모르게 나른하다는 것이지요. 마라톤을 해서 다리가 아프며 나른하다든가, 어깨가 응어리져서 뻐근하다든가 하는 국부적인 증상이 아니라, 온몸이 전체적으로 왠지 모르게 나른하다는 것이 하나의 특징일 것입니다. 또 가벼운 운동이나 일을 해도 단박에 가슴이 쿵쿵 뛰고 숨이 찬다는 것도 빈혈의 특징입니다.
- 예를 들어, 전에는 2층에 오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무척 가슴이 뛴다는 따위도 빈혈의 증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것이 제일 분명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원인으로 몸이 불편해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또 일을 하고 있는데도 곧 졸음이 온다는 것도 빈혈증상의 하나라 할 수 있어요. 그 밖에도 여러 증상이 있는데 그것을 간추려서 설명하겠습니다.
  빈혈은 대개의 경우, 천천히 일어나므로 증세가 어지간히 분명한데도 좀처럼 깨닫지 못하는 수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아침에 출근하고서도 웬일인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는 수가 있어요. 그리고 좀더 지나면 이번에는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머리가 무겁다든가 일을 하면 곧 머리가 아파집니다. 책 따위를 읽고 있으면 금방 졸리지요. 이런 단계에서는 아직도 그런 일은 여느 때도 있었으니까 하며, 몸의 상태가 나빠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은 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일상생활을 하기가 무척 불유쾌해지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으니까 지장이 큰 셈이지요.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계단을 조금 올라도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고 숨이 차며, 청소 등 가벼운 일에도 숨이 막힐 것 같아집니다.
- 숨차다고 하니까 말씀인데, 뇌빈혈이라는 병이 있지요. 이것도 빈혈의 일종입니까?
  뇌빈혈이란 뇌의 혈관에 피가 충문히 돌지 않는 상태로서, 대개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어져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빈혈은 혈액이 엷어져서, 뇌에 혈액이 들어가기는 해도, 뇌에 대한 산소공급이 부적한 경우입니다. 양쪽이 산소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하나는 피의 순환이 나쁘다, 다른 하나는 피가 엷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사춘기의 여성에 많은 철분 결핍성 빈혈
- 빈혈이라는 글자를 보고 피가 모자라는 것으로 생각했더니, 빈혈이란 피가 엷다는 뜻이군요.
  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혈액 속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라는 3개의 혈구가 있는데, 그중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적혈구에는 붉은 색고(혈색소)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모자라는 것이 빈혈이라고 생각되고 있지요.
- 여느 사람에 비해서 얼마쯤 모자라는 겁니까?
  그것은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르지요. 정상적인 사람에 있어서는 피1마이크로리터 (마이크로는 100만 분의 1, 1마이크로리터=1세제곱미리미터)속에 적혈구가 남자는 500만 개, 여자는 450만 개 들어 있어요. 이것이 70^356 1234^이하로 줄어들면 빈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적혈구에 포함돼 있는 붉은 색소, 즉 혈색소가 산소를 허파로부터 말초조직까지 운반^5,23 배달하는 셈이니까 혈색소가 부족하면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 때문에 여러 증상이 생기는 셈이지요.
- 적혈구라는 것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며 어떤 구실을 하나요?
  혈액 속의 적혈구나 백혈구는 모두 뼈 속의 조직인 골수에서 만들어집니다. 골수 안에서 적혈구의 바탕이 되는 세포, 즉 적아구가 분열증식하며 혈청에서 철분을 얻어 혈색소를 만들고는 비로소 제대로 된 적혈구가 돼서 말초의 혈액 속에 나타나지요. 혈액 속으로 나오게 되면, 물론 심장에서 동맥을 통해 말초조직의 모세혈관에 이르고, 다시 정맥을 거쳐서 심장에 돌아오는 식으로 순환하며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합니다. 약 4개월간 혈관속을 순환하면 적혈구도 낡아서 망가지지요. 그러니까 적혈구는 태어나서 죽기까지 120일이라는 수명을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보통의 상태라면 태어나는 적혈구와 죽는 적혈구가 거의 같은 분량이므로 언제나 혈액 1마이크로리터 안에 남자는 500만개, 여자는 450만 개라는 균형이 유지되고 있지요. 그런데, 태어나는 적혈구의 수효가 적어지든가, 대단히 많은 수의 적혈구가 망가져서 죽든가 하면 혈액 속의 적혈구가 부족한 상태, 즉 빈혈이 되는 것입니다.
- 빈혈이 일어나기 쉬운 연령이라든가, 남녀간의 차이가 있는지요.
  빈혈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까, 그것에 따라서도 다르겠습니다마는, 제일 많은 것이 철분결핍성 빈혈인데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흔히 볼수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한창 자라는 사춘기의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 이외의 빈혈에도 나이와 관련이 있는 것이 있어요. 예를 들면, 노인에게 많은 노인성 빈혈이라든가, 혹은 아이들에게 많은 빈혈 등이 있지요.
- 제일 흔한 것이 철분결핍성 빈혈이군요.
  그렇습니다. 여러 병에 속발되는 빈혈을 제외하고, 원발성 빈혈이라고 일컬어지는 것 가운데에는 우선, 골수에서 적혈구의 전신인 적아구를 만드는 근본인 세포, 즉 간세포가 줄어드는 재생불량성 빈혈이 있어요. 이것은 난치병의 하나로 꼽히는, 치료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빈혈입니다.
  다음이 적혈구에 앞서는 세포, 즉 적아구가 분열증식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인데 거적아구성 빈혈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그리 흔한 빈혈은 아니지만, 신경장애가 뒤따르는 등 고약한 병이지요. 그리고 적아구가 적혈구로 되는 단계에서, 즉 그 세포 안에서 혈색소를 만드는 과정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 철분결핍성 빈혈입니다. 그 밖에 드물기는 하지만 적혈구가 파괴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용혈성 빈혈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철분이 모자라게 된다.
- 철분은 혈색소의 재료로서 몸안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군요.
  철분이라는 것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혈액 속의 적혈구 안에 있는 빨간 색소,즉 혈색소(헤모글로빈)에 들어있지요. 몸안에 있는 철분의 거의 3분의 2가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셈입니다. 나머지의 대부분은 `저축된 철분`인데,저장철분이라고 해서 간장이나 비장(지라)속에 괴어 있지요. 그리고 조직 안에 효소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철분, 이것은 양으로 따지면 아주 적으나 조직 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단히 중요합니다.
- 철분결핍성 빈혈이란 그 저장철분이 점점 줄어드는 경우겠군요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하여간 몸안의 철분이 차츰 줄어들어서 마침내 빈혈이 되는 것이지요. 어떻게 해서 철분의 결핍 현상이 생기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철분이 모자라게 되면 빈혈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 저축해 둔 저장철분에서 자꾸 철분을 꺼내서 혈색소의 합성에 쓰게 됩니다. 이러한 저장철분이 감소된 상태를 잠재성 철분결핍이라고 부르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저축이 바닥나게 되면, 이번에는 적혈구 안에서 혈색소 합성을 하기 위한 철분이 부족해집니다. 이때 비로소 철분결핍성 빈혈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다시 계속되면 빈혈의 정도가 심해지며 조직안에서 효소의 역할을 하는 철분도 부족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빈혈 이외의 갖가지 증상도 나타납니다. 이처럼 철분결핍에도 몇 개의 단계가 있는 것입니다.
- 어떤 경우에 철분결핍이 일어나는 것인가요?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나눈다면, 우선 철분의 섭취가 부족한 경우입니다. 우리는 갖가지 음식에서 철분을 얻고 있는 셈인데 철분을 섭취하는 양이 적을 때지요.
- 편식 따위가 나쁜 것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철분의 주된 보급은 육류에서 받으며 채소나 과일에서는 거의 섭취되지 않아요. 동물식품을 싫어하거나 미용식이라고 해서 야채류만 늘 들게 되면 철분결핍 됩니다. 또 위장이 약해서 음식의 섭취총량이 적을 때나, 음식의 소화가 나빠서 철분이 흡수되지 않을 때에도 철분결핍이 일어나지요.
  두번째 이유는 수요의 증대에 있습니다. 임신을 했다던가, 사춘기 직전에서 청년기에 걸쳐서 몸이 눈에 띄게 발달할 때에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또 하나는 철분의 배설이 늘어날 때, 즉 출혈이 있는 경우지요. 이를테면 월경과잉이나 위궤양, 또는 치질로 출혈이 계속되면 철분결핍이 됩니다.
- 빈혈인지 아닌지는 당장에 알 수 있습니까?
  혈액을 검사하면 피가 엷은지, 어떤지 단번에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것이 어떤 종류의 빈혈인지도 살필 필요가 있는데, 이것도 비교적 간단히 알 수 있지요.
    철제를 복용한다.
- 철분이 모자라는 경우에는 철분을 보급하기만 하면 되는지요?
  그런 이야기가 됩니다마는 음식물로 철분을 섭취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워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음식물을 통한 철분흡수는 대단히 나쁜 편인데, 철분결핍이 되면 약간 흡수율이 좋아지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음식물에 들어있는 철분 가운데 반은 흡수되지 못하지요. 따라서 음식물로 하는 치료는 어렵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철분결핍성 빈혈의 치료로서는 역시 철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지요.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도 음식물 속의 철분보다 철제의 흡수율이 좋은데, 철분결핍증에 걸려 있으면 흡수율이 대단히 좋아서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철제 복용으로 빈혈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 일단 빈혈 기운이 있게 되면 음식물에서 철분을 보급받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고, 철제를 먹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철제는 비교적 오래 복용해야한다고 듣고 있는데요.
  이런 이야기가 됩니다. 복용한다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인 것이, 철제는 맛이 나쁘고, 가슴앓이가 뒤따르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등 복용이 그리 쉽지 않으므로 환자들은 되도록 빨리 그만 먹으려고 하지요. 게다가 혈액 속의 혈색소는 철제를 먹은 지 2개월이 되면 거의 정상으로까지 회복되지만 그 후엔 복용해도 혈색소의 합성을 위한 철분은 별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태반의 환자들이 그 무렵에 복용을 그만두지요. 그러나 그래서는 몸안의 저장철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니까 금방 빈혈이 재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철제복용은 최소한 6개월은 계속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철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들어야 하겠지요?
  약국에서 팔고 있는 약에도  철분이 좀 들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다만 그런 약제에는 함유량이 적어서 치료효과가 신통칠 않아요. 또 거꾸로 너무 오랫동안 복용하고 있으면 철분이 지나치게 섭취될 염려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빈혈의 치료는 우선 어떤 종류의 빈혈인가를 알아봐야 하고, 철분결핍증이 있다면 어느 만큼의 기간 동안 철제를 들어야 한다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지요.
- 가슴이 두근두근한다든가, 지치기 쉽다는 증상이 있어도 검사받기가 번거로와서 미적거리는 수도 있는데 검사는 간단히 끝나는지요?
  네. 병원에서 혈액만 검사하면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웬일인지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든가, 머리가 띵하다든가, 조금만 거동을 해도 숨이 차고 가슴이 뛴다든가 하는 증상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의사를 찾아야지요.  그리고 빈혈이 있고없고간에 그런 증상에 대한 대책을 의사로부터 듣는다는 것이 일상생활을 유쾌하게 능률적으로 할 수 있기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한 증상이 철분결핍에서 오는 빈혈이라는 것을 알면, 철제를 복용함으로써 훨씬 좋아지겠군요.
  네. 눈에 띄게 좋아지지요. 다만, 낫다고 해서 금방 치료를 그만두면 재발하니까 오랜 기간 동안 줄기차게 참아 가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 한번 빈혈에 걸렸던 사람은 조심하지 않으면 재발되는 일이 많은지요?
  그렇습니다. 철분결핍증세에는 그럴 만한 원인이 있는 셈이니까 그것을 찾아내서 없애는 일이 중요하지요. 이를테면 편식이 문제인 사람은 그런 버릇을 고쳐야 하고, 위장이 약하다면 그 치료를 해야 합니다. 위궤양의 출혈은 규모가 크지 않으면 흔히 그냥 지나쳐 버리는 수가 많고, 또 치질의 출혈이라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가볍게 보기가 일쑤지만, 출혈은 많은 철분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고치는 일이 중요합니다.
@ff
      3. 나른하다
    당뇨병의 경우
    지전 의웅
    동경자혜회 의과대학 강사
    목이 마르고 나른하며 쉽게 지친다
- 당뇨병은 중년 이상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듯싶은데, 요즘에는 젊은 사람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지요?
  분명히, 당뇨병만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이 요즘 점점 젊은이들 사이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 성인병에 걸릴 연령이 아니라고 안심하고 있을 수 없게 된 셈이군요. 그런 경우 직장등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낫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주의해야 할 당뇨병의 자각 증상이라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당뇨병이라고 한마디로 말하지만 거기에는 갖가지 병태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당뇨병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가벼운 당뇨병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각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검진을 해보지 않으면 찾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당뇨병으로서 혈액 속의 당분, 즉 혈당치가 대단히 높아진 경우에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몇 가지 나타납니다.
  그 하나가 나른하다, 쉽게 지친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전형적인 증상이라 생각해 좋습니다. 그 밖에도 잘 아시다시피 갈증을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그 때문에 물을 줄곧 마시고 소변의 양도 늡니다. 또 수족이 저리고, 시력이 떨어지며, 몸이 여위고 식욕이 이상할이만큼 좋아지는 따위가 전형적인 자각증상입니다. 저희 대학 부속병원에서, 외래환자 가운데 검진 결과 당뇨병으로 판명된 사람들에게 어떤 자각증상이 있었느냐고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나른하고 지치기 쉽다"고 대답한 사람이 70%나 되었지요.나른하다든가 피로하기 쉽다는 것은 누구든지 경험해 본 증상이지요. 그렇다면 나른하고 지치기 쉽다면 모두 당뇨병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지요. 자기 나름대로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나른함과 피로가 있지 않습니까? 밤샘을 했다든지, 너무 일을 많이 했다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피로를 느꼈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그러한 특정한 원인이 없이, 몇 해 동안 체중이 불어 왔는데, 요즘 갑자기 야위고 있으며 동시에 목이 무척 마르고 계속 물을 마신다면, 그러면서 또 나른하고 지치기 쉽다면 당뇨병의 자각증상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목이 마르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갈증을 말합니까?
  그 정도도 갖가지입니다. 쉴 사이 없이 물을 들이켜는 환자에게 물어도 "아뇨, 갈증을 느끼진 않습니다" 하고 대답해요. 끊임없이 물을 마시고 있으니까 별로 갈증을 느끼지 않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의 갈증이란 그저 목이 마르다는 것과는 좀 달라요. 물을 마시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운동을 한 뒤의 목마름 정도의 가벼운 자각증상도 있기는 합니다.
-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지간히 물을 마시고 있는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통 매일 마시는 물의 양보다, 아마도 2배, 3배, 또는 그 이상이 될겁니다. 이를테면 입원중인 당뇨병환자가 매일 얼마만큼의 소변을 배설하는지 조사했더니 2--3리터라는 대단힌 양이더군요.
- 그래서 더욱더 나른하고 지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요. 왜 목이 마르고 오줌의 양이 무척 늘어나느냐 하면,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짙으면 짙을수록 오줌에 섞여 나오는 당분도 많아집니다. 그 당분이 수분도 함께 빼내 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몸의 조직, 세포가 탈수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니까 수분을 요구하게 되고 실제로 물을 섭취하게 되지요. 그렇게 법석을 떨다 보니 나른하고 지치기 쉬운 것이지요.
  "나른하고 지친다," "갈증이난다," "물을 자주 들이킨다," 이 3가지현상이 갖추어져 있으면 우선 당뇨병이 아닐까 의심을 품는 것이 상식입니다.
- 그 밖의 증상은 어떤 식으로 나타납니까?
  당뇨병도 특히 어른에게 있어서는 진행이 상당히 완만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한 환자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수족이 저리다든가 신경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서 당뇨병이 발견되는 수도 있지요. 혹은 어쩐지 시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해서 안과에서 검진을 받다가 아무래도 당뇨병인 것 같다고 내과로 보내는 경우도 있지요.
  증상이 웬만큼 진행되면 몸이 여위게 됩니다. 이것은 오줌을 통해 당분이 많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몸안에 저장돼 있던 영양분이 자꾸 없어지고, 그 결과 체중이 주는 탓입니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많이 먹는 것인데 먹어도 야위고 갈증이 나며, 나른하고 피곤합니다. 이쯤 되면 전형적인 당뇨병이라고 진단을 내리게 되지요. 이 정도 되면 어지간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있었다면 치료의 시기를 놓친 셈이 되므로, 역시 자각증상이 없을 적에 발견하는 것이 좋겠지요.
- 여러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말씀이로군요.
  당분이 나온다고 모두 당뇨병은 아니다.
- 당뇨병이란 글자 그대로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오는 병이라고 알면 되겠습니까?
  분명히 당뇨병인 사람은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옵니다. 그러나 거꾸로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온다고 바로 당뇨병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당뇨병이라는 병의 원인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분비 이상, 혹은 작용의 이상에 있는 셈이지요.
  좀더 설명할까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은 췌장이라는 장기에서 분비되고 있습니다. 췌장은 위의 뒤쪽에 등에 붙은 것 같은 상태로 있는데, 거기에서 분비된 인슐린은 간장을 거쳐서 온몸 구석구석까지 돌고 있지요. 혈액안에 포도당이 포함돼 있는데, 이 포도당이 근육이나 지방, 혹은 다른 장기조직에서 원활히 이용되기 위해서는 이 호르몬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당뇨병의 경우에는 체질적으로 인슐린의 분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지요. 분비하는 방법이 나쁘고, 혹은 분비의 절대량이 적기 때문에 포도당의 이용이 잘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말한다면, 자동차는 가솔린을 써서 움직이지요. 포도앙을 가솔린이라고 친다면 그 가솔린을 원활하게 연소시키는 점화오일의 구실을 하는 것이 인슐린인 셈입니다.
- 그 소중한 점화오일인 인슐린이 모자라기 때문에 몸이 포도당을 잘 이용하지 못하고 당분이 오줌으로 나가 버린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습니다.
- 거꾸로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당뇨병은 아니라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그저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당뇨병인 것은 아닙니다. 어째서 그런지 설명할까요?
  우리가 식사를 하면 장관에서 포도당이 흡수됩니다. 혹은 간장에 저축돼 있던 글리코겐에서 포도당이 나옵니다. 그것이 혈액 안의 포도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는 셈이지요. 정상적인 사람은 혈액 안의 포도당농도가 1데시리터 가운데 160--170미리그람(1미리그람=1000분의 1그람)에 이르지 않으면 오줌에 당분이 섞여 나오지 않지요.
  그런데, 당뇨병도 아니면서 오줌에 당분이 나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당분 배설의 문턱이라는 것이 있지요. 이 문턱이 앞서 말한 160--170미리그람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당분이 배설되는 것입니다. 문턱이 낮은 경우도 여러 가지인데, 배가 고픈 상태일 때의 혈액 중 포도당의 농도가 그 이하라고 당뇨가 나오는 수가 있고 문턱이 원래 낮은 사람도 드물긴 하지만 있어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오줌은 만드는 장기인 신장(콩팥)에 병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 듯싶은데, 결코 신장의 병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분 배설의 문턱이 낮게 돼 있는 것이지요.
- 중년인 사람으로서 오줌에 당분이 나와도 당뇨병이 아닌 경우는 어느 정도 일을까요?
  당뇨병이 아닌데도 당분이 나가 버린다는 가성신성당뇨는 우리가 조사했던 40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30퍼센트 정도가 되더군요. 그러니까 당분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당뇨병과 결부시켜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7가지 조건
-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체질이 있는지요?
  체질은 어떻든지간에, 분명히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조건이란 무엇이냐? 7개의 체크항목표가 있습니다. 이 표로 체점을 해보아서 6점 이상이 되면 당뇨병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체질이라고 하니까 말씀인데, 가족 중에 당뇨병이 있는지 없는지, 친척 가운데 당뇨병이 있느냐 없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뚱뚱한가의 여부도 문제가 되지요. 비만은 당뇨병과 깊은 관계가 있어요. 체중이 20대 전반에 비해서 2할 이상이나 불어난 중년의 사람은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이 밖에 당뇨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병이 몇몇 있습니다. 뇌일혈, 심장병, 그중에도 협심증 따위입니다. 가족에게 이런 병이 있으면 주의해야지요. 식생활에 있어서는 단 것이나 기름진 것을 즐겨 먹고 편식경향이 있는 사람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요즘은 운동부족시대라고 하는데, 자동차가 발을 대신하고 있는 생활을 하는 사람도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지요.
  다음으로 알콜인데 이것은 당뇨병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알콜도 많이 들면 때때로 비만으로 이어지니까요.
  그리고 현재는 소위 스트레스시대하고 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정신적인 피로도가 대단히 높다는 사실도 호르몬에 대한 영향 등을 생각하면 역시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의 하나가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표 1: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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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가족에게 당뇨병이 있다
3
20대 전반보다 체중이 불었다
2
가족에게 비만, 심장병(협심증 등)이 있다
1
설탕이나 지방분을 즐겨먹는다
1
자동차만 타고 다닌다(운동부족)
1
술을 잘 마신다
1
스트레스가 많다  (성급하고 속을 태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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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점 이상이면 당뇨병을 피하기 어렵다.
 # 3점 이하라면 우선은 안심.
    치료의 기본은 올바른 식사와 운동
-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사람은 역시 미리 검진을 받아 두는 것이 좋겠군요.
  그렇지요. 그런 경우, 당분이 소변으로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를 보는 소변검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무슨 검사가 필요하냐하면 포도당 부하시험입니다. 지금은 웬만큼 보편화된 검사의 하나지요. 소변에 당분이 나왔을 경우, 요당이 틀림없이 당뇨병과 이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아까 말씀드렸던 신성당뇨로서 해롭지 않은 것인지의 판별도 이 시험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 시험은 포도당을 마시고 30분, 60분, 90분, 120분 후에 혈액 안의 당분(혈당)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혈액 안의 포도당 농도가 처음에는 높아지지만 곧 포도당의 이용이 원활하게 되어 가지요. 인슐린이 잘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범위 안에서 혈액 안의 당분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작용이 무척 약한 사람의 경우, 배가 고픈 상태에선 혈당이 조금씩 높아집니다. 거기에 포도당을 마시게 되면 혈액 속의 당분 농도가 더욱더 높아지지요. 그리고는 당뇨병역을 만족시키는 상태로 차차 옮겨 가는 셈입니다. 양자의 중간으로서 어느 쪽이라고도 판정하기 힘든 경계형(IGT)도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조금 시간을 잡아 다시 한번 검사해 보며 경과를 관찰하는 게 보통이지요.
  신성당뇨의 경우, 혈액 속 당분의 움직임은 아주 정상입니다. 포도당을 마시기 전에 소변검사를 하면 당분이 나오지 않으나 포도당을 마신 지 꼭2시간 만에 그동안 괴었던 소변을 검사해 보면 당분이 나오지요. 당분이 나왔다고 깜짝 놀라기 마련이지만 혈당은 전혀 정상입니다. 이것은 신성당뇨로서 무해하다 할 수 있어요. 물론 이런 사람도 앞서의 7개 조건에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좋지요.
- 설혹 그러한 검사 결과, 당뇨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올바른   치료법을 계속 쓴다면 낫게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당뇨병의 치료는 평소에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과 꼭 같아요. 즉 올바른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명심해야 합니다. 동양사람들은 약을 대단히 좋아해서 병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약을 들려고 합니다. 그러나 당뇨병의 경우, 약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이라는 점을 알고 올바른 치료법을 실천에 옮기기 바랍니다.
@ff
      4. 나른하다
    신장염의 경우
    가등영일
    경응의숙대학 의학부 조교수
    설명할 수 없는 피로
- 쉽게 피로해지는 경우, 그 배후에는 갖가지 병이 도사리고 있는 수가 많다고 생각되는데, 신장염의 경우도 우선 피로하다는 증상이 나타나는지요?
  신장염의 여러 증상 가운데 피로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입니다. 설명할 수 없는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검진해 보면 신장염이 발견되는 수가 많습니다.
  제일 많은 경우는, 감기가 들었는데 이제는 기침도 가래도 나오지 않고 열도 다 내려서 다 나았다. 그래서 회사나 학교에 가기 시작했으나 웬일인지 쉬이 피로해진다. 별로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피로하다는 사람들이지요. 혹은 피부에 부스럼이 생겨서 좀처럼 낫지 않는 사람이 몹시 나른해졌을 때도 일단은 신장염이 아닐까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에 한번 신장염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 감기가 들었는데 어쩐지 나른하다, 또 신장병이 재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니 검진해 달라고 오는 일이 많습니다. 또 우리 부속병원에서 제일 많은 예는, 집단검진 때 검사를 했더니 소변에서 단백, 또는 혈액이 검출됐으니까 자세히 검진해 달라고 오는 사람이지요. 그런경우, 이상이 있다고 지적받았기 때문에 좀 신경성인 면이 있기야 하겠지만, 역시 피로나 나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 신장염 환자가 호소하는 주된 증상으로 피로와 나른함이 있군요. 그 밖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른바 피로라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증상으로서 다른 갖가지 병에서도 나타납니다마는, 신장병의 경우는 그 피로의 원인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 다르지요.
  그 밖에도, 어쩐지 허전한 느낌, 자기 몸이 마치 남의 몸인 듯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증상은 어른이라면 말로 옮길 수가 있지만, 어린이의 경우는 분명히 호소하질 못해요. 그래서 전에는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다녀왔습니다"하며 책가방을 놓기가 무섭게 뛰어나가서 놀던 아이가 데굴데굴 방안에서 뒹굴고만 있다든지 학교급식도 제대로 먹지 않고 웬일인지 원기가 없고 군것질을 하겠고 조르지도 않게 되지요. 이런 일이 있으면 주위의 어른들이 세심한 주의로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또 신장이라는 내장은 오줌을 만드는 곳이니까 아침에 깨어나면 얼굴이나 손등이 조금 부어 있는 사람이 있지요.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연세가 들면 전립선 비대로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수도 있으나, 신장염의 경우는 방광에 별로 오줌이 괴어 있지 않습니다. 즉 오줌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머리가 무겁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딱딱한 두 개골 안의 뇌가 물기를 많이 품고 있고 또 혈압도 상승해서 두통이라기보다는 머리가 무겁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이런 느낌이 더해지면 메스껍다는 증상도 나옵니다.
- 열이 나며 머리가 아픈 증상과는 다른 증상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아프다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다, 혹은 열이 나게 했던 감기는 벌써 나았는데도 다시 그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주의가 요구되는 겁니다.
    우선 소변과 혈압을 검사할 것
- 인플루엔자에 걸려도 몸의 마디마디가 쑤시고 나른한데, 신장염으로 나른하다고 할 때의 증상은 그와는 다르겠지요?
  다르지요. 독감이라든가 감기에 걸렸을 때의 그런 증상과는 달리 아침에 일어났을 때, 웬일인지 손이 뻣뻣한 듯한 느낌이 들지요. 류머티즘 따위를 앓아도 아침에 땅기는 증상이 있습니다마는, 그것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눈꺼풀도 부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그 부은 듯하다는 느낌도 아침결의 일이고, 직장이나 학교의 의무실 또는 양호실을 찾을 무렵에는 중력 관계로 부기가 옮아가 부기가 있다고 해도 얼굴이 아니라 발쪽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요. 또 발이나 얼굴이 붓는다고 해도 몸안의 수분이 2리터 이상 불어나지 않으면 이상 불어나지 않으면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그 앞의 단계에서 은연중에 몸이 나른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여느 때보다 2리터 가까운 수분을 더 운반하고 있으니 피로하기 마련이겠지요.
- 그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해 신장염인지 아닌지의 진단은 어떻게 해서 내리게 되는지요?
  우선 소변검사를 합니다. 오줌에 단백질이나 적혈구가 섞여 있지 않은가를 조사합니다. 어린애의 경우는 얼핏 보기에도 뻘건 오줌(육안으로 보이는 혈뇨)를 누는 수도 있으나 이런 피오줌을 오래 누는 일은 없고, 어른한테서는 이것을 거의 볼 수 없어요. 오히려 보기에는 피오줌이 아닌 듯해도 현미경으로 살피면 적혈구가 나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설사약을 먹으면 그것이 반응을 일으켜서 짙은 빛깔의 소변이 나오기도 하며, 또 근육노동을 해서 땀을 흘리게 되면 역시 오줌이 진해집니다. 그런 피오줌과 신장염의 혈뇨를 혼동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지요.
  다음에는 혈압을 측정합니다. 물기가 몸안에 괴어서 혈액의 양이 많아지고, 신장은 혈압을 높이는 물질과 내리는 물질을 내고 있는데, 그 균형이 무너지면 혈압이 오릅니다.
  동시에 심장을 중심으로 한 순환계의 검사도 합니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서 혈압이 높아지면 갖가지 병이 생길 우려가 높아지기 마련인데 신장병도 그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혈압이 높다고 곧 신장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고혈압을 내버려 두면 신장이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거꾸로 신장염의 경우는 그 때문에 혈압이 어느 정도 높아지게 됩니다.
    단백질이 오줌에 섞여 있어도 괜찮은 경우도 있다.
- 소변검사에서 단백질이 나오게 되면 신장염은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하게 된다는 말씀인데, 건강한 사람이라도 나오는 수가 있다고 하던데요.
  있습니다. 이를테면 마라톤을 한 뒤에는 단백질도 조금 나오고 피도 나옵니다. 다만 그 후에 편안히 쉬면 이튿날 아침에는 대체로 깨끗해집니다. 그러나 며칠 지났는데도 아직 나오는 경우엔 조심해야 합니다.
  여성이나 어린애의 경우는 방광염이나 신우염이라는 병에 걸렸는데 모르고 있다거나(급성 신우염은 고열이 나니까 알 수 있지만) 나았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낫지 않고 있는 수가 있지요. 이런 경우 오줌에 단백질이나 적혈구가 조금 섞여 있는 수가 있지요.
  그리고 15세에서 20세 가량 될 무렵, 키가 한창 자랄 때, 신장을 받치는 장기가 아직 충분히 발달돼 있질 못해서 일어서면 순환이 나빠져서 단백질이 오줌에 섞여 나오나 누운 상태에서는 나오지 않는 단백뇨도 있습니다. 이것은 기립성 단백뇨라도 하는데 신장염과는 무관합니다. 어쨌든 그런 일도 있으므로 만일 집단검진 결과 단백질이 나와서 정밀검사를 받을 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받은 소변을 가져가야 합니다.
  소변검사 때, 유념해야 할 일은 소변을 검사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당장에 오줌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병원의 화장실이 붐비면 난처하다고 집에서 용변을 보아 방과을 텅 비워 가지고 병원에 가는 사람이 있는데, 여름철에는 그 때문에 소변검사의 기회를 잃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변검사는 회사의 진료실이나 학교의 양호실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기회가 있을 때 꼭 검사를 받도록 하십시오. 이것이 우선 해야 할 일이지요. 신장염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뇨는 중요한 진찰의 일부라고 생각하십시오.
  다음은 순환계의 검사인데 이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혈액검사, 이것은 수분이 몸에 괴게 되면 피가 엷어져서 빈혈이 되므로 검사하는 것이지요. 또 아무래도 배설이 나빠지므로 혈액에 어떤 종류의 화학적 성분이 괴게 됩니다. 그것을 살피는 것인데, 그러나 어지간히 나빠지지 않으면 뚜렷이 나타나질 않습니다.
  또 하나 세균감염이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실도 혈액 안에서 찾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감염에 대해서 신체가 지나친 방위반응을 하고 있으면 그 증거도 혈액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검사로써 대체로 신장염이냐 아니냐, 신장염이라면 어떠한 상태냐 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지요. 그리고 환자로부터 경위를 들으면 급성인지 만성인지, 혹은 급성기를 모르고 지나쳐서 만성이 되어 버린 것인지 하는 것들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체크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덧나지만 않으면 치료는 잘된다.
- 신장염의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제일 많은 것은 뭐니뭐니 해도 세균감염입니다. 목감기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바이러스 등으로 걸리는 감기도 원인이 되지요. 또 피부의 종기 등도 원인이 됩니다. 균과 생체가 편도선이나 종기에서 반응해서 어떤 이물이 생기고 그것이 몸안에 들어오게 되면 몸은 그것을 내몰기 위한 항체를 만들게 됩니다. 이것을 면역반응 이라고 하지요. 그 이물과 면역체가 결합된 것은 녹기가 어렵고 어느 정도의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편 신장은 두 개의 무게를 합쳐도 250g밖에 안되는 작은 기관인데도 혈액은 많이 몰려 있지요. 그래서 신장에 흘러 들어오는 혈액의 압력은 피부에 퍼져있는 모세혈관의 2배쯤 됩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이물과 면역체의 결합물질이 신장에 걸려서 장난질을 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서 오줌이 줄고, 단백질이 새며, 적혈구가 나오게 되고 혈압이 오르는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밖에서 들어온 것에 대한 과민반응, 이른바 알레르기반응입니다. 그러니까 덧나게 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낫지요. 특히 젊은이들의 신장염은 잘 낫습니다. 30대를 넘으면 급성 신장염은 매우 드문데 한번 걸렸다 하면 중증이 되는 수가 있어요.
  그러나 급성기의 증상이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고 해서 치료가 어려운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증상이 여러 가지 있으면 요양도 철저히 하게 되니까 오히려 치료가 잘 되는 경우도 있지요.
- 급성인 경우인데요,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몸안에 들어와서 그것이 신장염이 되기까지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립니까?
  글쎄요. 몸쪽에서도 그에 대한 태세를 갖춰야 하니까(그것이 결과적으로 기대와는 달리 반대의 결과가 되지만) 10일에서 2주일이 걸립니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전에 신장염에 걸린 적이 있다면 그 기간이 좀 더 짧아지지요.
- 급성 신장염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만성이 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시작이 아주 가벼워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요. 감기 뒤의 피로 정도로 여겨서 그냥 넘기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이 만성 신장병으로 돼 버리는 겁니다. 또 처음부터 만성인 것과 만성이 돼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있지요. 요사이는 정기적인 건강진단이 보편화돼서 1년에 2회 진찰을 받고 있으니까 초기에 발견될겁니다.
- 만성인 것을 모른다거나, 혹은 알았어도 대수롭지 않다고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됩니까?
  신장은 혈압과 대단히 밀접한 괸계에 있지요. 신장이 나쁘면 혈압이 오르고 혈압이 높으면 신장이 나빠진다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혈압이 오르면 신장뿐 아니라 심장도 나빠지고, 뇌출혈도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게까지는 안되더라도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노폐물이 몸안에 쌓이게 되지요. 전에는 이 노폐물 처리가 대단히 난처한 일이었으나, 지금은 다행히 인공투석이라는 방법으로 씻어내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조기진단, 조기치료가 중요합니다. 이것은 신장병에 한하지 않고 모든 병에 해당하는 치료원칙입니다.
    정기적 건강진단으로 조기발견토록
- 조기진단 결과 불행히 신장염으로 판명되었다고 한다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합니까?
  무엇보다도 감기를 도지게 해서는 않됩니다. 감기 그 자체는 병원에 가도 "걱정할 것 없어요"하며 예방으로 항생물질을 받는 것이 고작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감기는 나은 것 같은데 나른함이 가시질 않는다, 혹은 새로 나른한 느낌이 든다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꼭 의사를 찾아 검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급성 신장염에 걸려 있다면 우선 편안히 쉬어야 합니다. 전에는 절대 안정을 하라고 했었지만 화장실 출입 정도는 해도 됩니다. 그리고 신장에 부담이 가는 단백질이나 붓는 원인이 되는 물과 소금의 섭취를 제한해야 합니다. 이런 제한을 오랫동안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곧 낫기 때문입니다. 옛날엔 이런 일도 있었지요. 법정전염병의 하나로 성홍열이라는 병이 있었는데 환자 수효도 많았습니다. 이 병의 용혈성 연쇄상 구균은 신장염을 일으키기 쉬운 균입니다. 성홍열로 입원했던 환자를 이제 퇴원시켜야겠다고 생각할 무렵에 환자는 신장염에 걸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걸린 신장염은 거의 100% 낫습니다.
  역시 1회의 검사만으로 마이너스(음성반응)에 혈압도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안심해서는 안되고, 일정한 간격으로 몇 번이고 검사를 받으며 의사로부터 "이제 다 나았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병원에 다닐 필요가 있지요.
- 완치될 때까지는 올바른 식이요법을 게속하는 일도 중요하겠지요?
  까다로운 식이요법은 그리 길게 시행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마는 편식은 안되며 소금의 섭취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만성인 경우에는 과로를 하지 않도록 하고, 감기나 종기가 덧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벌레에도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또 추위에 떠는 일도 피해야합니다. 운동으로 말하면 스키나 스케이팅은 하지 않는 편이 좋고 수영도 좀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골프를 치자고 하면 비가 오는데도 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일로 인해 만성인 신장병이 다시 도지는 수가 있습니다.
- 역시 웬일인지 피곤하다고 느끼게 되면 우선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한 듯하군요.
  그렇지요.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감기에 걸린 뒤 나른한 증세가 없어지지 않으면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나 학교에서 실시하는 정기건강진단은 앞장서서 받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면 병이 일찍 발견 될 수 있지요. 그러한 기회가 적은 분들도 명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임신했다고 해서 병원엘 가면 "신장염이십니다"라는 말을 듣는 수가 더러 있지요. 임신과 신장염도 관계가 있으므로 분만 전에 체크해 두어야 합니다. 소변검사는 간단하므로 꼭 받도록 하십시오.
@ff
      5. 부종
    무내중오랑
    동경의과치과대학 의학부 교수
    부종의 조짐 - 갑자기 체중이 는다
- 부종이라고 하면 웬일인지 눈꺼풀이 부석부석하고, 저녁이 되면 신발이 뻑뻑하다는 느낌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생각되는데, 역시 이런 증세로 인해서 흔히 자각되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눈꺼풀이 퉁퉁 부은 듯한 느낌이 든다든가, 줄곧 서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저녁이 되면 어쩐지 발이 부은 듯하고 신발도 빡빡해진다든지 해서 부종을 느끼게 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부종이라는 것은 피부의 밑(피하조직)에 물이 괴는 상태를 말하는데, 부종이라고 자각하기 전에 불과 며칠 사이에 체중이 1-2kg 쯤 불어나는 수가 있습니다.
- 흔히 정강이를 손가락으로 눌러서 쑥 들어가면 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들 하지요.
  그것은 체중에 따라서도 다른데요, 몸안에 물이 2-3L괴어 있으면 그런 상태가 됩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즉 손가락으로 눌러도 아직 들어가지 않는 때라도 물이 벌써 괴어있는 경우가 있지요.
- 피하조직에 물이 괸 상태, 즉 부종은 왜 일어나는 것입니까?
  인체 안의 수분은, 남성이 지방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양이 많고, 여성은 지방이 많은 편이라서 물기가 적다는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 사람 체중의 50--60%가 물입니다. 그 가운데 3분의 2가 세포속에 있어요. 또 세포와 세포사이를 흐르고 있는 물이나 혈액(세포간액)도 있습니다. 이 세포와 세포사이의 물은 정상적이라면 잘 흘러서 일정하개 유지되고 있는데 그것이 괴는 수가 있어요. 그것이 부종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상, 어떤 원인으로 붓느냐 하면 첫째로 소금 속에 포함된 나트륨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어요. 나트륨은 언제나 물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데 나트륨이 많으면 물을 끌어 당기는 힘이 커져서 물이 괴기 쉽게 됩니다. 그리고 심장이나 신장이 나빠지면 세포사이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물이 괴기 쉽게 되지요. 또 신장이나 간장의 병으로 혈장의 단백질이 줄게 되면 이번에는 물을 당기는 힘이 약해져서 세포사이의 물이 괴기 쉽게 됩니다. 정상적인 때와 병인 경우는 이렇게 구조상 전혀 다른 상태가 되기 때문에 물이 괴기 쉽게 되는 것입니다.
- 물이 괴기 쉬워지고 거기다 배설하기는 어려워지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부종이 있으면 오줌등을 내보내기가 지극히 어려워집니다.
- 부종이 눈꺼풀 같은 데에 나타나기 쉽다고들 하는데, 눈꺼풀의 피하조직이 그렇게  겼다는 것입니까?
  눈꺼풀은 몸 가운데서도 피하조직이 제일 물러요. 그런 곳에는 물이 괴기 쉽지요. 눈꺼풀외에도 외음부 등도 고이기 쉬운 곳입니다.
- 눈꺼풀이 부종을 알아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요. 다만 병의 종류에 따라 눈꺼풀에 나타나기 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 부종은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요?
  가벼운 부종은 별로 영향이 없습니다마는 부종이 대단히 심할 때, 이를테면 네프로제(Nephrose. 신장의 세뇨관에 걸리는 병인데 매독, 열병, 부적당한 수혈, 외상 등이 원인이 되어 생긴 부종과 단백뇨가 주된 증상이며 심해지면 요독증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편집자주)의 경우에는 피부의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고 배에 물이 많이 괴게 되면, 종기가 생기기 쉽고 횡격막이 위로 당겨져서 숨이 차게 됩니다.
    부종이 생기는 병
- 부종이 증상의 하나로 나타나는 병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부종이 나타나는 병으로는 신장병, 심장병, 간장병, 내분비의 이상, 그리고 요사이는 보기 드물지만 영양실조, 끝으로 어디를 뒤져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부종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지요.
- 예를 신장병으로 든다면 부종은 어디쯤에 생길까요?
  우선 급성 신장염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이것은 편도선염이 생겨서 그 자체는 낫지만 2주일쯤 지나면 이번에는 신장에 염증이 생깁니다. 이것을 급성 신장염이라고 부르는데 부종으로는 비교적 가볍지만 눈꺼풀에 비교적 잘 나타나지요. 이 병은 어린애들에게 많으므로 어머니가 보고 아무래도 눈두덩이 부은 듯하다고 해서 알아내는 수가 많습니다.
  그리고 네프로제라는 병도 있지요. 이 병에는 갖가지 종류가 있어서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우나 역시 어린애들한테 많아요. 그중의 하나에 어른이나 어린애들이 모두 걸리는 리포이드네프로제가 있습니다. 이 병은 어느 날, 갑자기 심한 부종이 나타납니다. 얼굴에는 눈꺼풀을 뜨고 있기가 거북할 정도로 부종이 와요. 그리고 다리도 땅깁니다. 이쯤 되면 단번에 알게 되지요.
  네프로제의 경우는 혈장단백질이 줄기 때문에 혈액 속으로 수분을 끌어들이는 힘이 약해져서 부종이 생기는 것입니다.
- 눈두덩에 부종이 온다든가 온몸이 갑자기 부어 오르게 된다는 사실로써 이 병은 쉽게 진단할 수 있군요.
  네,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장질환의 경우는 아까도 조금 이야기했지만, 정맥쪽의 혈압이 높아져서 그 때문에 부종이 나타나기 쉽지요. 간장에 장애가 있으면 간장에서 단백질을 만들 수 없게 되니까, 단백질이 줄어서 물을 끌어당길 수가 없으므로 부종이 생깁니다. 다만, 간장의 경우는 뱃속에도 물이 대단히 많이 괴기 쉬우니까, 부종보다는 뱃속에 괸 물이문제가 되지요.
  다음은 내분비의 이상으로 일어나는 부종인데, 이것은 나트륨이 내분비나 여러 호르몬과 관계돼서 생기는 것입니다. 흔히 여성들은 월경 전에 조금 부종이 생기는데 이것은 그리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끝으로 특발성 부종인데 이것은 원인을 알 길이 없어서 특발성이라고 부르지요. 특발성 부종은 신경질적이면서도 좀 우둥퉁한 중년여성에게 많은 듯싶어요. 어딘지 모르게 스스로 부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지금은 여러가지 이뇨제가 있으니까 그것을 복용하면 소변이 쉽게 나와서 기분이 산뜻해집니다. 단지 그 약을 끊을 수가 없게 된다면 문제지요. 그 때문에 여러 장애가  빚어지게 되니까요.
    소금의 섭취를 조심한다
- 부종을 없애려면 그 근원이 되고 있는 병을 먼저 고쳐야겠군요.
  네, 그것이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손가락으로 눌러 보아서 분명히 알 수 있는 부종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므로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신장은 소변검사로 단백질이 나오는가, 어떤 적혈구가 섞여 있는가, 어떤 세포가 어떻게 돼 있는가를 살피면 대충 그 상태를 알 수 있지요. 그리고 간장도 간기능 등의 검사를 하면 곧 알 수 있으며, 또 부종이 심장과 관계가 있는지 여부도 몸을 검진하면 단번에 파악이 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원인을 알 수 없을 때는 특발성 부종이 되는 것이지요.
- 부종이 생겼을 때의 주의사항으로서 어느 병에 대해서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 있을까요?
  물론 각기 원인이 되고 있는 질환에 따라서 치료해야 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나트륨의 섭취를 줄이는 일입니다. 즉, 간장, 소금, 된장국, 김치 등의 섭취를 삼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이 수분의 섭취량입니다. 어느 정도 안정돼 있을 때는 그다지 줄이지 않아도 좋습니다마는 체중이 불어나고 있을 때에는 아무래도 섭취량을 줄여야 합니다. 대충 이야기한다면 수분의 섭취량이 전날의 소변 분량을 넘지 않을 정도로 억제하면 됩니다.
- 부종의 정도에 따라 소금과 물을 섭취하는 기준도 달라지겠군요.
  그렇지요. 병의 종류와 부종의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게 됩니다. 부기가 아주 심할 때는 소금기를 거의 들지 않아야 하지만, 가벼울 경우는 평소의 반쯤 섭취하고 아주 가벼우면 7--8할 들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이야기이므로 증세를 진단한 전문의의 판단으로 정해진 선을 지켜야겠지요.
- 알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병을 일찍 발견하기 위해서도 갑자기 체중이 불어나거나 한다면 부종이 아닌가 의심해 보는 일이 중요하겠군요.
  네,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ff
      6.  여성의 부종
    입강 실
    동방대학 의학부 교수
    원인불명의 부종
- 부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인 모양인데 여성 쪽이 남자에 비해 부종이 잘 나타나는 것 같지요?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아서 여성에게 많습니다. 여성 편이 붓기 쉬운 병에 걸리는 일이 많고 피부와 기타 조직이 섬세한 때문이겠지요.
- 여성에게 특이한 병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정맥류라는 병이 있습니다. 동양사람에게는 별로 많지 않으나, 구미 여러 나라에는 꽤 많지요. 이 병은 특히 발이 부어 오르지요. 심할 때는 손가락으로 누르면 자국이 남는 부종이  되므로 수술을 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온몸에 부기가 오는 월경전 부종, 임신부종, 갑상선 기능저하증, 빈혈 등이 있지요.
  월경전 부종은 월경전 긴장증이라고도 부르는데, 월경이 가까와 오면 불쾌감이 있다든가 두통이 일어나곤 하면서 그런 현상의 하나로 부종이 일어나는 겁니다. 월경이 시작되자마자 오줌이 시원스레 나오게 되고 그래서 부기가 빠지는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임신부종인데 임신중독증으로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지요. 그러니까 임신했을 때 부종이 나타나면 임신중독증인지 아닌지 산부인과 의사의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그저 부종이 있을 뿐 중독증은 아닌 사람도 많은데, 어쨌든 의사를 찾아가 봐야 합니다.
  그 밖에 폐경기(갱년기)의 부종, 특발성 부종 등이 여성에게 많은 병이지요.
- 정맥류, 빈혈, 갑상선 기능저하증도 여성에게 많은 병인가요?
  남자에게도 물론 일어날 수 있지만 역시 여성에게 많은 병이지요.
- 특발성 부종이란 어떤 병인가요?
  이것은 그리 걱정할 만한 병은 아닌데요. 특발성이라는 이름 자체가 원인불명이라는 뜻으로서 의학적으로 분명한 원인을 모르고 있습니다. 다만 특징적인 증상은 몇 개 들 수가 있습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 눈 언저리가 웬일인지 부은 듯하다는 느낌입니다. 그것이 저녁이 되면 발쪽으로 옮겨 가서 발에 부기가 생겨요. 실제로 체중을 재 보면 아침보다 저녁이 2kg이나 무겁고, 사람에 따라서는 아침보다 5kg이나 불어 있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밤 사이 배뇨량이 많음으로 아침이 되면 체중이 다시 제대로 줄어드는데, 그 대신 눈이 붓는 것이지요. 그래서 환자로서는 근심스러운 증상이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그 밖에 이런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자유신경조작증도 병발하거나, 월경이상인 수도 많습니다. 또 여름에 많이 나타난다는 것도 특징의 하나지요. 부종이란 비교적 겨울에 많은 것인데, 이 경우에는 여름에 증상이 심해지는 수가 많은 듯합니다.
- 병으로서는 그리 염려할 게 못 된다고 하셨지만, 역시 여러 증상이 나타나니까 신경이 쓰일겁니다.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는지요?
  특발성 부종은 살찐 사람에게 많은데, 뚱뚱하기 때문에 체액의 순환이 나빠진다고도 생각되므로 역시 살 빼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하나의 치료방법이겠지요.
  그리고 조직의 수분이 나트륨에게로 모인다는 현상이 있습니다. 나트륨이라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는 소금으로 섭취되지요. 그러니까 식염의 섭취량을 줄여야 합니다. 동양인은 일반적으로 소금을 많이 먹는데 소금의 양을 반 정도로 줄이면 어떨까 합니다. 아무리 해도 부종이 빠지지 않으면 의사의 진찰을 받고 적당한 이뇨제를 써서 오줌을 많이 누는 일이 중요합니다.
- 시판되는 이뇨제를 복용하면 어떨까요?
  그것은 권장할 수 없군요. 이뇨제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병에 따라 가려서 쓸 필요가 있습니다. 또 부작용이라는 문제도 있으니까 역시 의사의 지도에 따라야 합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 그러면 다음으로,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라는 것은 어떤 병입니까?
  이름 그대로 갑상선의 기능이 나쁜 병이지요. 갑상선 호르몬은 몸에 대단히 중요한 호르몬으로서 심신의 발육과 기초대사를 촉진시키고 있는데, 그 활동이 저하되어 갖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금시에 졸음이 온다, 온몸에 부기가 있다, 추위를 탄다, 나른하다, 혈색이 나쁘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실제로 빈혈도 생깁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잘 빠진다, 목이 쉰다, 말을 더듬는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차다는 증상도 나타나지요. 이 병을 점액수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피부가 거칠고 차가우며, 부석부석 부기가 있고, 손가락으로 눌러도 움푹 들어가지 않는다는 따위의 피부증상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 이 병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게 됩니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크게 나누면 두 종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갑상선 자체가 나빠서 일어나는 경우로, 의사들은 이것을 원발성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또 하나는, 갑상선이 간뇌와 뇌하수체의 지배를 받고 있는데 이것들의 활동이 나쁠 때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후자의 경우를 속발성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피부증상이 갑상선 자체가 나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보다 심하지 않지요.
  또 이 병이 선천적으로 일어났을 경우 이것을 크레틴증이라고 부릅니다. 이 증세는 되도록 빨리 발견해서 치료치 않으면 기능이 저하되므로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 부종이 어떻게 나타납니까? 눌러도 움푹 들어가지 않는다면서요.
  그것이 이 병의 특징입니다. 대개의 부종은 누르면 들어가는데, 이 병의 경우는 눌러도 움푹 들어가질 않으니까 부종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역시 부종이지요. 이것은 조직 속에 어떤 물질이 괴어서 그것이 물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 겁니다.
- 다른 병과 혼돈하기 쉽다고 하던데요.
  이 병은 무척 진단이 어려워서 놓치는 수도 많지요. 특히 중년여성, 혹은 갱년기 이후의 여성이 이 병에 걸려 있는데도 단순히 갱년기장애라든가 노쇠현상이라고 잘못 보는 경우가 있지요.
- 치료는 어떻게 하지요?
  치료는 아주 간단해요. 갑상선 호르몬이 모자라기 때문에 일어나는 병이므로 모자라는 호르몬을 보충하면 됩니다. 단지, 이것은 평생을 계속해야 합니다.
- 호르몬을 보충하면 부작용은 없습니까?
  부작용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적이었다면 분비됐을 호르몬과 같은 양의 호르몬을 복용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 부종 중에는 걱정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이 있는 모양인데, 역시 붓는다는 증상이 나타나면 하루 빨리 진찰을 받는 것이 좋겠군요. 그러는 것이 좋지요. 끝으로 하나 덧붙여 말씀드린다면, 아기를 출산할 때, 출혈을 많이 한 뒤에 뇌하수체가 나빠져서 갑상선 기능저하증에 걸리는 수가 있습니다. 이것을 시한증후군(Sheehan)이라 부르는데, 여성이 주의해야 할 병의 하나입니다.
@ff
      7. 임파선의 부종
    영정 청보
    공고 의과대학 교수
    임파선이 부었을 때
- 목 옆이나 겨드랑이에 멍울이 져서 임파선이 붓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역시 몸에 무슨 이상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습니다. 아주 건강한 상태일 때도 임파선은 있지만 그것은 무척 작아서 손으로는 거의 만질 수 없지요. 그런데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 이를테면 세균에 감염됐거나 질이 나쁜 종기가 생기거나 하면 임파선이 부어서 만져 보면 멍울멍울합니다.
  임파선이 붓는 병 가운데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연쇄상구균이나 포도상구균 등으로 인해 걸리는 감염증입니다. 몸의 어떤 부위가 곪았을 때 그 바탕에 있는 임파선이 부어 오르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충치가 있어서 잇몸이 곪았을 경우, 중이염이 생기거나, 목 옆의 임파선이 붓게 되지만 다른 부위의 임파선은 별로 붓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열이라든가, 홍역처럼 바이러스로 일어나는 병인 경우에는 계통적으로 임파선이 붓습니다. 즉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그리고 몸의 여러 부위의 임파선이 부어 오르는 것이지요.
  그 밖에 결핵에서 오는 연주창이 있어요. 요즘은 결핵에 효험이 좋은 치료약이 많이 나와서 거의 볼 수 없게 됐지만 몸의 여러 곳에 있는 임파선이 부어서, 특히 목의 임파선이 여기저기 부어서 원상회복이 안되는 병입니다. 결핵뿐 아니라 매독이나 진균성의 만성병으로도 붓게 되지요.
  지금까지 예를 든 것처럼 감염증으로 인해 붓는 경우가 대단히 많은데, 비교적 드문 것으로는 종양성인 임파선종이 있습니다.이것에는 악성 임파종이라고 하는 병 외에 백혈병, 다시 말해서 다른 부위에서 생긴 암이 전이되어 임파선에 암성인 종기덩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염으로 빚어지는 병에는 감염에 대한 처방이 충분하면 약간 비대해진 임파선이 남기는 하지만  완전히 낫습니다. 그러나 악성 임파종이나 백혈병, 암의 전의 등으로 임파선이 붓는 경우는 목숨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세균감염을 막고 면역을 만드는 활동
- 임파선이 붓는 것을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임파선이라는 것은 우리 몸의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피부 위에서 만질 수 있는 임파선은 목  부위나 팔꿈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이 있지요.
- 팔꿈치에도 임파선이 있나요?
  이 임파선은 옛날부터 매독에 걸릴 경우 이따금 붓는다고들 하지요.
  이 밖에 기관지의 둘레에 있는 폐문에도 임파선이 있는데, 이것은 결핵에 걸릴 경우 붓습니다. 또 대동맥 옆에도 임파선이 많이 있으나 이것은 만져볼 수가 없어요. 악성 임파종의 경우는 이러한 임파선이 모두 부어 있지요. 그렇다면 왜 임파선이 붓느냐가 문제인데 우리 몸안에는 심장에서 펌프질된 혈액이 동맥을 통해 몸 구석구석까지 가고, 다시 정맥을 거쳐 심장에 돌아오는데, 이 정맥의 흐름처럼 임파의 흐름도 발끝에서부터 몸의 중심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임파관과 임파선은 온갖 세균의 감염을 막고, 동시에 면역항체를 만든다는 두 가지 큰 일을 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상처를 입어 피부가 곪았다고 칩시다. 그런 때, 그 부위에서 세균을 어떻게든지 처리하려고 혈관에서 백혈구가 자꾸 나와서는 그 세균을 포위한 뒤 소화해 버리지요. 그리고 백혈구 자신도 그 일에 지쳐서 죽게 되는데, 그것이 고름입니다. 그런데 일부 세균은 임파의 흐름을 따라 몸의 중추로 파고 들려고 하는데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 임파선이지요.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 임파선 안에서는 임파구가 자꾸 증식돼서 임파선이 대단히 커집니다. 이렇게 해서 세균에 대한 면역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또, 이를테면 우리가 결핵균을 들이마셨다고 칩시다. 그러나 그 균이 폐로 들어간다면 난처한 일이지요. 이런 경우 폐문의 임파선이 그 결핵균을 포위하고 스스로 면역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러면 투베르쿨린반응이 양성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 그러니까 임파선이 붓는다는 것은 오히려 병을 막는 일을 해주고 있다. 면역성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군요.
  그렇습니다. 감염이나 염증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켜 주고 있지요.
    통증과 열이 겹치면 걱정 없다
- 악성인 임파종은 치명적이라는 말씀이었는데요.
  악성 임파종에는 호지킨병, 임파육종,세망육종 따위가 있는데, 모두가 임파선에 종양이 생깁니다. 이런 병들의 초기에는 국소의 임파선만이 붓지만, 차츰 계통적으로 자꾸 진전돼서 온몸의 임파선이 붓게  됩니다. 감염성의 경우에는 아프기도 하고 벌겋게 붓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도 할 수 있으나 악성인 경우에는 거의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백혈병의 경우에도, 특히 임파성 백혈병의 경우 몸안의 임파선이 그리 크게는 붓지 않지만 여러 곳에  서 부기가 나타나게 되지요.
  또, 암이 임파선으로 전이됐기 때문에 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위암이 점점 진행돼 가며 암세포가 목 부위나 다른 곳의 임파선으로 퍼지는 현상이지요. 특히 왼쪽 앞목의 임파선이 붓게 되면, 의사들은 피르호(Rudolf Ludwig Karl Virchow)의 임파선 부종이라 부르면서 암의 진행상태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경우도 통증은 없지요.
  염증으로 임파선이 부을 때는, 그 크기는 비교적 작고 수효가 많습니다. 발갛게 붓고 만져 보면 열기가 있고 누르면 아프지요. 그리고 곪아 있으니까 고름이 생기면 물렁물렁 연해집니다. 그러나 종양성의 경우는 발개지지도 않고 열이나 통증이 전혀 없으며 다만 임파선이 크고 딱딱하게 부을 뿐이지요. 그러니까 임파선이 부었다고 했을 때 차라리 아프고 열기가 있으면 그리 걱정을 안해도 좋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평소부터 임파선을 만지는 습관을
- 통증이나 열이 없다면 좀처럼 알 수 없겠군요.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습니까?
  초기에는 전연 이상이 나타나질 않아요. 몸안의 임파선 가운데에서 제일 만지기 쉬운 것이 목부위의 임파선인데, 여기에 비교적 큰 덩어리가 생기고 더구나 딱딱하며 수효가 적을 경우에는 악성 종양의 초기 증상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목임파선의 한쪽만이 부은 경우를 1기, 양쪽이 부은 경우를 2기, 다시 횡경막의 위아래로 퍼져 있는 경우를 3기, 이렇게 증상의 단계를 나누고 있습니다. 3기가 되면 어지간히 먼 곳까지 임파관이나 혈관을 통해 악성 종양세포가 퍼져 있는 셈이지요. 그 다음 단계인 4기가 되면 몸속의 모든 임파선이 붓고, 그 외에도 골수나 다른 장기에도 종양세포가 퍼지게 됩니다.
- 역시 1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1기의 경우면 외과수술로 문제의 임파조직을 싹 도려내기 때문에 완전치유가 가능합니다. 2기에서는 강력한 방사선치료법을 실시해서 완전히 낫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3기, 4기가 되면 1--2기처럼 효과가 있는 치료법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화학요법으로 연명을 꾀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화학요법으로 빚어지는 부작용을 막는 방법이 발견돼서 꽤 강력한 화학요법을 쓸 수 있지요. 암이 골수에 전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자기의 골수를 냉동보전하고 강력한 항종양요법을 쓴 다음 다시 골수를 원상복귀시키는 방법 등이 개발돼 있습니다. 단지, 4기에서는 완전치유란 없다고 생각됩니다. 역시 조기발견을 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완전히 고칠 수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 평소부터 임파선을 만져 보며 크고 딱딱한 부종이 없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그렇지요. 수염을 깎거나 세수를 할 때 목의 임파선을 만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ff
      8. 불면증
    대태 휘웅
    동북대학 의학부 교수
    잠의 양과 질
- 누구든지 때로는 잠을 잘 수 없는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불면증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요?
  수면장애에는 수면감소, 혹은 불면증이라고 해서 수면이 모자라는 장애와, 또 하나는 수면과잉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자는 종류의 장애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효로 말하면 불면증이 훨씬 더 많은 편이지요. 불면증을 글자대로 해석한다면 전연 잠은 자지 못한다는 것이 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적고 수면시간이 평균에 비해 적다, 잠이 얕다는 식으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수면이 모자라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불면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수면에는 대단한 개인차가 있어서 이를테면 4시간밖에 자지 않았어도 스스로 수면이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낮에 제대로 일하는 사람은 수면시간이 평균보다 적어도 불면증이라고는 할 수 없지요. 인간은 어느 정도 자느냐 하면 평균 8시간쯤, 6--9시간이 정상적인 범위라고 돼 있기는 하지만 몇 시간 이하라면 불면증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 좀처럼 잠들기가 어렵다거나 일찍 눈을 떠서 수면시간이 모자라는 수도 종종 있지요.
  그렇습니다. 잠들기가 어려운 것을 입면장애, 새벽 일찍 그러니까 새벽 3--4시에 눈을 뜨는 것을 조조각성, 잠이 얕은 것을 숙면장애, 밤중에 몇 번이고 눈을 뜨는 것을 중도각성이라고 부릅니다. 잠자리에 들어가서 30분 전후면 잠이 드는 게 보통이지요.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잠들 수 없는 경우는 일단 입면이 나쁜 셈입니다.
- 잠의 양과 질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잠의 질이란 어떤 것입니까?
  최근의 생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질이 다른 2종류의 잠이 있다고 합니다. 즉 렘수면과 논렘수면인데 보통은 하룻밤 사이 렘수면이 약 5분의 1이고 나머지는 논렘수면입니다. 이 비율이 어떤 원인으로 말미암아 변했을 적에 수면의 질적인 이상이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 그러면 렘수면, 논렘수면이란 무엇인지 좀 설명을 할까요?
  렘수면이란 안구가 빨리 움직이는 잠이라는 뜻으로, 렘(REM)이란 Rapid Eye
Movement(급속안구운동)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보통의 수면은 논렘(non-Rem)수면으로서 잠들면 차츰 잠이 깊어지다가 1시간 반쯤 지났을 때, 갑자기 잠이 얕아지는데, 여기서 첫 번째 렘수면이 옵니다. 재미있는 일은 사람들은 이 렘수면 동안에 꿈을 꾼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고 있는 사람을 이때 깨우면 꿈의 내용을 들을 수 있지요. 첫 번째 렘수면이 5--10분 지속되다 끝나면 다시 논렘수면이 되고, 또 1시간 반쯤 지나면 두번째 렘수면이 옵니다. 이것이 되풀이되면서 렘수면은 하룻밤에 4--5회 포배기를 합니다.
- 렘수면일 때는 반드시 꿈을 꾸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렘수면일 때 깨우면 80% 이상의 사람들이 꿈을 꾸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보통은 그냥 계속해서 자기 때문에 꿈을 잊어 버리지요. 그리고 맨나중의 렘수면 시기에 눈을 뜨는 수가 많기 때문에 그때의 꿈만을 기억하면서 간밤에 꿈을 하나 꾸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 잠이 깰 때는 반드시 렘수면을 하고 있을 때인가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어느 쪽 수면을 할 때 눈을 뜨기 쉬운가를 정확하게 조사한 자료가 없는 듯한데, 대충 반반 정도가 아닐까 봅니다. 논렘수면 때에 눈이 뜨이면 꿈을 꾸고 있지 않았고, 렘수면 때 깨어나면 꿈을 꾸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러니까 이사실을 알고 있으면 자기는 어느 쪽 수면을 할 때 잠이 깨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눈을 떴을 때의 기분이 어느편이 좋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일반적으로 렘수면에서 깨어나는 편이 기분이 좋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 심신의 휴양이라는 점에서 렘과 논렘은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일반적으로 논렘수면은 머리를 쉬게 하는 잠이고 렘수면은 몸을 쉬게 한다고 말하는데 자세한 것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자가 성질이 다른 것만은 분명한 듯 싶습니다.
- 꿈만 꾸고 잠을 자지 못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한데요.
  그런 사람은 논렘수면이 전체적으로 얕아지고 리듬도 대단히 흩어져 있어요. 그리고 도중에 몇 번이나 눈을 뜹니다. 그렇게 되면 렘수면기에 깨어나는 빈도도 높아지므로 여느 때면 계속 자서 잊기 마련인 꿈도 많이 기억하게끔 되지요. 그 때문에 꿈을 여러 번 꾸었다고 생각하지요. 한마디로 꿈을 꾸기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잠을 잘 못 이루기 때문에 꿈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 시계가 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거나 간밤에는 한잠도 못 잤다고 하는 사람도 흔한데요.
  그런 경우, 어쩌다가 눈을 떴을 때 시계가 새벽 1시를 쳤고 또 한 두어 시간지나서 또 눈을 뜨니 2시나 3시를 쳤다는 것이지 그 중간중간에는 자고 있는 수가 많아요. 다만 본인에게는 자고 있던 시간의 기억이 없으니까 깨어 있던 때만을 잇게 되면 밤새 못 잤다는 얘기가 되지요. 실제로 전연 못 잔다는 일은 거의 없어요. 반드시 조금은 자고 있습니다.
    노인의 불면증을 막는다
- 일반적으로 나이드신 분들은 잠이 얕다고들 하는데, 연령에 따라 잠의 양이나 질이 다른가요?
  나이든 분들의 잠에는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신생아 때부터 수면이 발달해 온 것을 보면 잘 알수 있어요. 연령과 수면 리듬의 관계를 살펴 볼까요? 갓난 아기는 하루 종일 누워서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거나 하면 3--4시간마다 잠깐 눈을 뜹니다. 1세쯤 되면 잠이 점점 밤쪽으로 모이게 되고 대낮에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지지요. 다만 오전과 오후에 낮잠을 한 차례씩 자지요. 이것은 갓난 아기 때의 리듬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지요. 4세쯤 돼서 유치원에라도 가게 되면 오전중에는 유치원에 있으니까 낮잠을 못자고 귀가한 뒤 오후에 조금 낮잠을 잡니다. 10세 정도의 국민학교 학생이되면 밤잠은 어른에 비해 긴 편인데 낮에는 깨어 있지요. 이렇게 해서 차차 밤에 자고 낮에는 깨어 있는 1일 1회의 수면, 각성이라는 리듬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 리듬의 형성에는 환경의 영향과 두뇌의 발달이라는 2개의 요소가 관계됩니다. 인간은 시각성 동물이라고 일컬어지는데 눈에서 뇌로 들어오는 정보가 대단히 중요하지요. 따라서 낮에는 밝고 밤에는 어둡다는 환경의 영향이 뇌에 들어오는 시각자극량의 차이로 나타나서 리듬의 형성에 이바지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밖이 밝아도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두뇌가 발달돼 있지 않으면 리듬이 형성되지 못하지요. 따라서 바깥 환경의 영향과 성장에 따른 뇌의 발달이라는 두 개의 요소로 인해서 그런 리듬이 후천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입니다.
- 그것이 나이가 들면 또 변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노인의 수면, 각성리듬을 살펴 보면 1세에서 4세 정도의 리듬에 가까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나 다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를테면 현역에서 은퇴해서 대낮에 별로 할 일이 없는 노인이 혼자서 지내고 있으면, 오전중서부터 꾸벅꾸벅 졸고 오후에도 낮잠을 자며 밤에도 저녁식사가 끝나면 당장 잠자리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녁 8시에 잠들었다고 치고 8시간 자더라도 새벽 4시께면 눈을 뜨게 되지요. 아침에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아침식사가 끝나면 다시 졸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노인의 수면 리듬이 흩어지는 데에는 생활양식의 영향이 큰셈이지요. 또 하나는 노인이 되면 뇌의 활동이 다소 둔해지므로 젊었을 때에 비해 잠이 얕아집니다. 그래서 새벽에 눈을 뜨는 수가 많아지지요.
- 새벽에 일찍 눈이 뜨이는데 가족이 아직도 자고 있어서 잠자리에서 나오질 못하고 참고 있는 것처럼 괴로운 일도 없다는 분이 계시더군요.
  그럴겁니다. 그러나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아침 일찍 눈이 뜨이는 원인의 하나는 초저녁부터 잠드는 데에 있어요. 따라서 노인의 경우는 흐트러진 수면, 각성의 리듬을 원상회복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낮에는 되도록 가족들과 단란해 어울린다든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한다든가 해서 되도록 낮잠은 자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밤에는 참을 수 있는 한 참아서 되도록 늦게 잠자리에 들어, 가족과 같은 리듬으로 잠자도록 노력을 해야지요.
- 어느 정도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도 협력할 필요가 있을겁니다.
    불면증의 원인
- 잠이 오지 않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잠자리가 바뀌면 잠자지 못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피로하면 오히려 눈이 말뚱말뚱해져서 잠을 못 이루는 수도 있구요.
  그렇습니다. 불면증의 원인은 각양각색이고 환경의 변화나 몸의 병으로 자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수면은 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병에 따라서는 뇌의 여러 가지 기능이 장해를 받아 불면증이 일어나는 수가 있습니다. 특히 노인의 경우 뇌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뇌일혈), 뇌연화 등 뇌의 장애가 불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일도 종종 있지요. 그러니까 우선 그 원인을 없애고 수면의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정신적인 면도 영향을 끼치겠지요?
  그렇습니다. 정신병에 따른 불면 가운데는 특히 우울증에 따른 불면증이 요즘 많이 눈에 띕니다. 기분이 우울해질 뿐 아니라 불면도 일어나지요. 흔한 불면증인 줄 알고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별로 효과가 없어서 검진을 받아보니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일도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은 우울증 자체를 고쳐야 낫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자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 빨리 주위의 사람이나 본인이 알아차려서 의사의 치료를 받게 되면, 요즘은 대단히 좋은 약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고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경증으로 인한 불면증이 있지요. 여러가지 걱정거리가 있어서 노이로제 상태에 있다든가, 일이 과중해서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등 정신적 부담이 커서 불면증에 걸린 경우지요. 이런 때는 마음의 부담을 덜어 주고, 노이로제를 고쳐야 합니다.
  또 신경질적인 사람도 곧잘 불면을 호소하지요. 신경질적인 사람은 마음이 유한 사람에 비하면 실제로 수면상태가 나쁜데, 잠들기에 시간이 걸린다든가 잠이 얕은 경향이 다소 있습니다. 보통은 내버려 두어도 괜찮은 정도인데, 조금 잠들기가 어려워도 당장에 <나는 불면증에 걸렸다>고 걱정하게 되는 게 보통이지요. 잠자리에 들어서도 언제나 잠들 수 있을까 하고 그것에만 신경을 쓰니까 오히려 정신적 긴장이 쌓이고 쌓여서 이런 긴장 때문에 더욱 잠들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불면증을 굳히는 셈인데 이런 것을 불면공포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즐거운 잠을 자기 위해서
- 잠자는 방법에도 좋고 나쁜 것이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산뜻하고 즐거운 잠을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원인이 있을 때는 그 원인을 분명히 파악해서 없애야 합니다. 그런데 불면의 원인이 될 아무런 병도 없다고 할 경우에는 비로소 잠들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문제가 되지요
  즐겁고 산뜻한 잠을 자기 위해서는 우선 수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간이란 본디 자게끔 돼 있고, 필요하면 눈을 뜨게 돼 있으니까 자연에 맡겨 두는 편이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수면은 인간이나 동물에 갖추어진 대단히 뿌리깊은 활동이지요. 자야겠다 자야겠다 하고 의식하면 오히려 자연히 찾아 올 잠을 쫓는 결과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불면에 따른 장애는 별로 없다고 생각해도 좋고, 오히려 불면을 빚게 하는 원인이 무엇이냐 하는 쪽이 문제입니다. 원인이 될 큰 병이 없는 경우에는 그리 걱정할 것이 못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수면의 환경을 다듬는다든가 규칙적인 수면의 습관을 붙인다는 등의 대책이 효과를 거두게 되지요.
  쉽게 잠들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방법이 주장되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어서 수를 센다, 음악을 듣는다, 까다로운 책을 읽는다, 목욕을 한다, 가볍게 체조를 한다, 잠을 청하는 술을 마신다 등등 많습니다. 이런 것들 중에서 어느 방법이 가장 좋으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므로 여러 모로 시험해서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거나 짜내는 것이 좋겠지요.
- 수면제의 사용방법에 관해서 한 말씀 해주시지요.
  지금까지 수면제는 위험하다는 선입관이 있었고 수면제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았으며 지금도 그런 경향입니다. 그러나 최근 좋은 수면제가 생겨서 옛날 것에 비교하면 습관성이 된다거나 중독을 일으키는 위험은 훨씬 작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면 아무 염려도 없습니다. 수면제를 써서 잠을 잘 자게 되고 온몸의 건강도 회복된 다음 단계적으로 수면제 복용을 그만두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수면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ff
      9 멀미
    대국 진언
    일본대학 의학부 교수
    기립성 조절장애가 숨겨져 있기도
- 차 타는 건 질색이다.당장에 기분이 나빠진다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토하거나 축 늘어진 사람을 보면 걱정이 되는데요.
  그렇지요. 차멀미를 하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딱하지요. 무슨 병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염려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멀미란 조건에 따라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서, 예를 들면 배를 타고 폭풍을 만났을 경우, 전원이 배멀미를 하는 일이 흔히 있지요.혹은 버스나 택시의 운전사가 자기가 운전하고 있을 때는 까딱 없는데 남의 차를 타게 되면 멀미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첫째로 익숙하지 못하다는 문제도 있고, 그때의 정신상태나 체질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해서 차멀미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 전혀 멀미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요.
  역시 몸에 배었다, 익숙하다 하는 것이 이유일겁니다. 나는 까딱없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으니까 멀미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작취미성인 상태로 차나 배를 타면 멀미를 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병에 걸려있기 때문에 전혀 멀미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요.귓속에 삼반규관이라고 해서 몸의 평형기능을 다스리는 기관이 있는데 여기 고장이 있는 사람은 멀미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거꾸로 멀미를 하기 쉬운 사람은 삼반규관이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말할 수 있지요. 이 삼반규관은 사람이 지금 똑바로 서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관인데 여기에 강한자극이 가해지면 멀미를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역시 단련과 숙달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겠지요.
- 그러니까 차멀미의 원인이 되는 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도 되겠군요
  일단 없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다만 기립성조절장애라는 자율신경실조증의 일종이 있는데, 이것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차멀미가 있지요. 이 장애는 5--6세쯤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10세쯤에 대단히 많아지고 어른이 돼서도 남아 있는 수가 더러 있습니다. 증상으로는 잠에서 깨어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오래 서 있거나 갑자기 일어설 때 현기증이 난다, 뇌빈혈이 있고 쉬이 피로해진다, 두통을 느낀다, 등등 여러가지가 있어요. 이런 기립성 조절장애로 아이들의 반쯤이 차멀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그러나 기립성 조절장애는 치료를 받으면 곧 낫게 되니까 그리 걱정할 병은 아닙니다.
    예방의 첫째는 습관과 자신감
- 멀미는 교통수단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 않습니까? 버스를 타면 제일 멀미가 잘 나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국민학교생과 중학생이 제일 심하고 대학생쯤 되면 수자가 적어지긴 합니다마는 그래도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합니다. 승용차 따위에는 익숙해져 가는 것 같아요. 멀미를 하는 사람이 적지요. 그리고 지하철이 제일 멀미를 하지 않는 교통수단입니다. 배의 경우는 조건에 따라서는 멀미를 안하는 사람이 없지만 요사이는 배를 타는 기회가 적어져서 그런지 통계자료가 그리 많지 않아요
- 대학생쯤 되면 멀미를 하지 않게 되고 어린이들이 멀미를 잘하는 것은 왜 그럴까요?
  그것은 역시 삼반규관의 발달과 관련이 있어요.갓난 아이 때는 누워 있든가 안겨 있는 때가 많고 자기가 평형을 유지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삼반규관의 발달이 활발치 않습니다. 삼반규관의 발달이 활발해지는 것은 1--3세쯤으로 그와 동시에 차멀미도 많아지지요. 물론 삼반규관의 발달이 무척 예민한 아기도 있어서 극단적인 예로 심하게 흔들면 멀미를 하는 아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멀미는 자극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체질이나 정신적 요소에 의해서도 일어나기 때문에 유아기 이후 국민학교생 때쯤에 가장 많아지지요. 어린애의 반 가량은 멀미를 한 경험이 적어도 한 번은 있을겁니다.
  체질적인 면을 이야기한다면 차멀미가 심한 아이의 경우, 대개 부모의 어느 편인가가 멀미를 잘하지요.어른이 돼서는 별로 멀미를 하지 않더라도 어렸을 때는 멀미를 잘했다는 사람이 많지요
- 멀미의 증상은 역시 기분이 나빠져서 토한다는 것입니까?
  여러 증상이 있지요. 메스껍고 기분이 나빠진다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또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은 토하게 되지요. 이런 증상의 정도가 사람에 따라 다소 다릅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지금부터 교통기관을 타야한다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언짢아지는 사람도 있어요. 일종의 노이로제가 된 것이지요
- 차멀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심리적 측면에서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심리적인 데 원인이 있다면 우선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주위의 사람이 너무 신경을 쓰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기립성 조절장애가 원인인 경우는 아까 말씀드린대로 간단히 낫는 병이니까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고 우선 장애부터 고쳐야 합니다. 이것을 치료하면 멀미뿐 아니라 아침에 깨어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벌떡 일어서면 현기증이 난다, 끈기가 없다, 지치기 쉽다 하는 등의 증상도 없앨 수 있지요
  진단이 내려지면 약은 4주일쯤 복용하고 그뒤에는 자율신경의 단련요법을 실시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건포마찰을 하고 저녁 목욕 후에는 냉수마찰을 하는 것 등이지요.
  또 하나, 삼반규관이 과민한 사람의 경우가 있는데, 이경우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몸에 익혀 익숙해지는 길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프로펠라식 여객기 시대에 스튜어디스가 처음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는 심하게 멀미를 하다가도 3회, 4회 탑승하게 되면 멀미를 하지 않게 됐다고 하더군요. 익숙해진다는 것과 멀미를 않는다는 자신감이 멀미를 없애주는 것입니다. 하긴 트라팔가해전의 영웅인 영국의 넬슨제독은 최후까지 배멀미에 시달렸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사람에 따라서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
    편안한 자세로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린다.
- 교통기관에 타고 있을 때 주의하거나 유념해야 할 일은 없는지요?
  우선 편안한 자세, 멀미를 덜하는 자세는 눕는 자세입니다. 뒤로 젖혀지는 의자, 승용차의 뒷자석이라면 누워 있는 것이 좋겠지요. 진행방향과 몸의 길이가 평행인것이 좋습니다. 누워서 베개를 베는 자세라든가, 엎드려 있는 자세는 멀미를 쉽게 불러옵니다. 그런 자세는 생각보다 피로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좌석의 위치도 문제가 됩니다. 상하 동요가 적은 자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스라면 앞뒤 바퀴의 중간쯤, 보통의 승용차라면 조수석이 좋습니다. 그리고 창밖 멀리를 바라보는 것이 좋지요.
  또 가솔린 냄새가 난다든가 차 안에서 여러 가지 냄새가 나면 기분이 나빠지기 마련이므로 창문을 열고 되도록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게 해야 합니다. 다만 번화한 시가지에서는 다른 차량의 배기가스가 창문으로 들어와서 오히려 차 안의 공기가 더 탁해지니까 창문을 열지 않는 게 좋겠지요.
  더욱 중요한 일은 다른 데로 신경을 돌리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으면 이제 곧 멀미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신경을 쓰게 마련이지요. 그러니까 되도록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큼직큼직한 그림으로 된 만화를 보거나 하는 것이 좋을겁니다.
- 멀미약이란 것이 많이 시판되고 있지요.
  차를 타기 전에 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 항히스타민제인 몇몇 약이 잘 듣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것을 복용하면 거의 멀미가 없는 듯합니다. 졸음이 온다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다만 약은 어디까지나 자신감을 붙이기 위해서 쓰는 것입니다. 약을 먹고 멀미를 억누르게 되면 이제 멀미를 안하게 됐다는 자신감이 우러나오지요. 처음에는 두 알을 먹어야 했던 것이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겨 한 알로 족하게 되며 마침내는 반 알만 먹어도 거뜬하게 됩니다. 그 다음엔 비타민제를 멀미약이라고 주어도 멀미를 안하는 수가 있지요. 역시 정신적 요소가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지금 말씀해 주신 대책을 실행해서 예방조치를 취했을 경우에도 간혹 멀미를 하는 수가 있겠는데요. 이럴 땐 어떠한 응급처치를 해야 좋을까요?
  자동차라면 내리는 것이 좋지요. 발을 땅에 대면 멀미는 가라앉지요. 그러나 그렇게 안되는 경우도 있지요. 역시 뒤로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외에 멀미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쪽을 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요. 어린 아이인 경우는 어머니의 역할이 대단히 큽니다. 정신적으로 차분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어머니 자신이 냉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ff
      10. 두통
    두통을 일으키는 병
    제등 규웅
    경우 종합병원 부원장
- 두통은 복통과 더불어 우리가 흔히 겪는 증상인데 여러가지 병이 그 원인이 되겠지요?
  병원을 찾아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무척 많고 그 원인도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크게 나누면 두통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비교적 급작스레 일어나는 급성 두통인데, 이것은 바탕이 되는 병이 있어서 두통이 하나의 증상으로서 나타나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만성 두통인데 이것은 두통 그 자체가  환자의 주된 호소인 경우입니다. 이것은 오랜 시일에 걸쳐서 환자를 괴롭히고 의사도 대단히 시달림을 받는 증상이지요. 급성 두통 가운데에서 뭐니뭐니해도 제일 심한 것은 거미막하출혈입니다. 이것은 뇌의 동맥에 생긴 혹같은 것이 터져서 일어납니다. 다음이 이른바 뇌출혈로서 이것도 대단히 심하고 치명적이지요. 또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든가 혈압이 높을 때 뇌에 부종이 생겨서 머리가 아프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다시 뇌에 염증이 생겼을 때, 이를테면 수막염(=뇌막염)이나 뇌염에서도 상당히 심한 두통이 옵니다.
  그리고 이것은 여러분이 경험하신 일이겠는데, 대단히 높은 열이 난다든가 감기에 걸렸을 때, 혹은 알콜을 과음했을 때에도 두통이 일어납니다. 그 밖에 얼굴 부위의 염증이나 병, 예를 들어 이, 귀, 코 눈의병으로도 두통이 오는 수가 있어요.
  한편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만성 두통에는 지속성인 근육수축성 두통과 발작적이면서고 반복해서 일어나는 편두통이 있습니다.
  저희 병원의 신경내과에 오는 외래환자의 두통 종류를 통계로 잡아 보니까, 근육수축성 두통이 60퍼센트 가까이 차지하고, 편두통이 주가 되는 혈관성의 두통은 약 25퍼센트, 양쪽이 뒤섞인 혼합성 두통이 대충 5퍼센트 가량이었습니다. 즉 근육수축성 두통과 혈관성 두통이 전체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러한 통계는 병원이나 진단하는 의사에 따라서, 또 지방에 따라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두통은 이러한 비율로 나타납니다.
    근육수축성 두통과 편두통
- 근육수축성 두통과 편두통에 대해서 좀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근육수축성 두통은 전에 긴축성 두통이라고 불리던 것으로 그 이름대로 정신적인 긴장이 어깨나 몸의 근육을 수축시켜서 즉, 어깨와 목의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아프고 그것이 머리로 와서 두통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통증은 앞머리나 뒷머리, 혹은 머리 전체에서 느끼게 되는데, 아픔의 성질로 말하면 비교적 둔탁한, 누르는 것 같은 통증이지요. 환자들은 곧잘 머리를 테로 죄는 듯하다고 표현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쑤셔 댑니다. 연령별로 말하면 젊은 사람으로부터 노인네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괴롭히지요. 그리고 이 두통은 몇 주일에서 몇 달에 걸쳐 계속되는 수가 많고 때로는 몇 년동안 계속되기도 합니다.
  편두통 쪽은 평소 비교적 건강한 사람에게 발작적으로 갑자기 아픔이 덮쳐오는 수가 많아요. 편두통에도 종류가 여럿이 있는데, 전형적인 편두통의 경우에는 전구증상으로서 발작이 일어나기 전에 무엇인가 눈에 어른어른하는 듯싶기도 하고 먼발치에 반짝이는 것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나서 대단히 심한 두통이 덮쳐오는 것이지요. 아픔의 성질로 말하면 혈관의 확장으로 일어난 두통이기 때문에 맥박칠 때마다 한쪽 관자놀이에 지끈지끈 쑤시는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심할때는 구토가 뒤따르지요. 환자는 하는 수 없이 방을 어둡게 하고는 누워 버리지요. 그리고 몇 시간쯤 자다가 눈을 떠 보면 비교적 머리 속이 산뜻해져 있습니다. 이런 특징이 있기 때문에
두통을 하소연하는 환자를 진찰할 때 "심할 경우 토합니까?"하고 묻게 되어 있어요. "아니요, 토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라는 대답이라면 이것은 편두통이라기보다는 근육수축성 두통에 가깝다는 진단을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편두통은 뭐니뭐니해도 젊은 여성에게 많습니다. 그것은 편두통이 혈관이 확장되면서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혈관이 부드러우니까 확장하는 것이지요. 나이가 들어서, 이를테면 50세, 60세의 남자에게 처음으로 편두통이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편두통은 특히 월경 전후에 오는 수가 많지요. 그리고 유전성도 있어서 모친이나 자매 가운데에도 두통환자가 있는 일이 많지요. 또, 성격적으로도 완전주의적이고 다소 야심적인 사람으로서 그 야심이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다는 데에 두통의 원인이 있다는 예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 아까 발작적으로 반복해서 일어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간격은 어느 정도입니까?
  발작의 간격은 사람에 따라 달라요. 하루에 2회, 3회 오는 사람도 있고, 월경 전후, 그러니까 한달에 1회, 그런가 하면 1--2년에 1회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 머리의 한쪽만 아픈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요. 태반이 한쪽 관자놀이 근처가 아픈데 개중에는 양쪽 관자놀이가 다 아프다는 사람도 있어요.
- 근육수축성 두통의 경우는 토하고 눕는 일은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근육수축성 두통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서도 아직 머리가 개운하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지만, 그러면서도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많지요. 그리고 비교적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거나, 신경증이 있는 사람에게 많은 듯합니다.
    끈질기게 치료를 계속해야
- 근육수축성 두통과 편두통은 여러 모로 좀 다르다는 말씀인데,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근육수축성 두통의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정신적, 육체적 긴장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긴장을 풀기 위한 심리적  요법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정신안정제나 긴장된 목덜미의 근육을 풀기 위한 근육이완제도 씁니다. 또 어깨나 목을 마사지하거나 따뜻이 하면 효험이 있을 때도 있지요. 역시 끈질기게 갖가지 치료법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요즘 환자들에게 목의체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얼굴을 앞으로 내미는 듯이 굽히는 목운동을 아침에 10회, 밤에 자기 전에 10회 가량 줄곧 계속하는 것이지요.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우선 양손의 손가락을 서로 끼고 이마에 대면서 힘을 이마에 주고는 2--3회 앞으로 밀어내는 것같이 굽히는 동작이지요. 이것은 우리 일상생횔에서 가장 결여된 목의 움직임인 것입니다. 물론 목의 운동이니까 옆으로 또는 비스듬히 움직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특히 저항을 가하면서 앞으로 구부리는 운동을 하게 되면 목의 근육이 강해져서 차차 두통도 사라지지요. 다만 이러한 치료에는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사나나달로 효과가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라디오체조처럼 하루에도 몇 번이고 틈을 내서 끈질기게 계속해 주십시요.
- 흔히 힘껏 일을 하고 난 뒤에 몸을 전후좌우로 구부렸다 돌렸다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한결 도움이 되겠지요?
  그럼요.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그런 운동을 하면 목의 근육도 부드러워지고 또 피의 순환도 좋아지지요.
- 근육수축성 두통은 조석으로 그런 운동을 계속하고, 그럼 편두통은 어떻게 합니까?
  편두통에는 에르고타민이라는 특효약이 있습니다. 정말 특효가 있습니다. 이 약이 듣게 되면 편두통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다만 에르고타민은 전구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 두통이 시작되기 전에 적당량을 재빨리 먹어야 합니다. 또 이약은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어요. 극약이니까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에르고타민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아요. 발작을 예방한다, 또는 발작과 발작의 간격을 얼마쯤이라도 늘린다는 뜻에서 정신안정제나, 또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편두통의 통증과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항세로토닌제 따위의 약을 발작과 발작 사이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두통이라고 하면 얼핏 시판되는 두통약을 사 먹으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그런 것은 어떨까요?
  감기나 과음으로 머리가 아프다는 경우에는 원인을 알고 있으므로, 시판하는 진통제를 먹어도 가벼운 증세라면 곧 낫겠지요. 그러나 두통은 칼에 베인 상처나 골절 때의 아픔과는 달라서 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 통증입니다. 더구나 편두통은 에르고타민이 아니면 절대로 듣질 않아요. 그리고 근육수축성 두통이라 하더라도 시판되는 약을 함부로 먹는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여러가지 말씀을 들었는데, 두통이 주된 증상일때는 어느 과에서 진찰을 받아야 할까요?
  지금은 큰 종합병원이나 대학의 부속병원에는 신경내과가 있으니까 그리로 가면 될 겁니다. 신경내과가 없는 경우에, 그 두통이 외상이나 자동차의 충돌로 입은 증상과 관계가 있는 듯하면 뇌외과 전문의를 찾으십시오. 또 스트레스나 욕구불만, 혹은 신경증이 원인인 듯이 생각되면 정신과나 신경과가 좋겠지요. 그런곳에서 진찰을 받고 필요하다면 정밀검사도 해서, 만일 만성두통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지속적으로 치료를 계속해야 합니다.
- 의사를 찾을 경우,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픈지를 잘 확인하고 가야곘군요.
  그렇지요. 통증이 어느때에, 어떤 부위에 오며, 어떠한 성질의 아픔인가, 혹은 통증과 함께 무슨 증상이 일어나는지, 어떤 약을 먹었더니 어떤 반응이 있더라는 등 자세한 정보를 알면 알수록 우리 의사들도 진단하기가 수월하지요. 그런 점을 분명히 밝혀 주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ff
      11. 고혈압과 두통
    전기 의소
    북리대학 의학부 교수
    중년 이후에 많은 만성 두통
- 혈압이 높은 사람은 두통이 일어나면 역시 뇌일혈과 결부시켜 걱정하는 듯싶은데, 고혈압과 두통은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글쎄요. 고혈압인 사람이 두통을 호소해서 병원에서 혈압을 재 보면 역시 혈압이 높습니다. 또 고혈압인 사람은 여느 때도 두통이 있는 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혈압이 높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둘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요. 다만 머리가 아프게 되는 원인과 혈압이 오르는 원인이 비슷할 뿐입니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쌓여서 자율신경이 불안정해지면 혈압도 오르고 또 두통도 생기게 되지요. 그러니까 혈압이 오르면 두통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 두통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요?
  중년 이후에 많은 만성두통이라고 하면 첫째로 근육수축성 두통(긴장성 두통)을 들 수 있어요. 이것은 근육이 오그라져서 일어나는 두통입니다. 우리는 지치면 어깨나 목덜미가 땅기고 뻣뻣해지지요. 이것은 그 부위의 근육이 수축하기 때문인데, 두개골 표면의 근육도 똑같이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오그라듭니다. 중년기에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간에 스트레스, 즉 걱정거리가 많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그것으로 인해서 머리에 일어나는 통증이 근육수축성 두통인 것입니다. 
  만성의 두통으로서 그 다음은 혈관성 두통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그 대표격이 편두통입니다. 이 병은 대체로 20세 전후에 나타나는데, 여성에게 많고,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갑자기 발작적으로 두통이 옵니다. 발작하면 머리의 한쪽이 지끈지끈 쑤시는 경우가 많고 메스꺼워지거나 토하거나 하지요. 때로는 두통이 일어나기 전에 눈이 따끔따끔한 수도 있읍니다. 태반은 몇 시간, 길어도 2일쯤 지나면 두통의 발작이 가라앉아요. 이런 편두통은 일어나는 방식이나 증상을 들어보면 대개 알 수 있습니다. 이 병은 고혈압인 사람에게는 그리 많지 않아요.
  편두통 이외의 혈관성 두통도 있읍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숙취때의 두통인데, 알콜로 인해 혈관이 넓어져서 머리가 아픈 것이지요. 이와 똑같이 혈압이 무척 높아지게 되면 혈관이 확장되어 통증이 오는 수가 있으나 실제로는 아주 드뭅니다.
  세번째는 심인성 두통으로서 이것은 정신적인 두통이지요. 예를 들면 부글부글 속을 끓여서 노이로제가 되고,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는겁니다. 고혈압인 사람에게는 이런 심인성 두통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단지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두통의 배경에는 우울증, 또는 우울상태가 숨어 있는 수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지요. 50세를 지나면 정년퇴직을 앞두고 노후의 희망이 없다든가, 혹은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할 일이 없다는 등의 원인으로 마음이 침울해져서 일어나는 두통도 있읍니다. 이런 유형의 두통은 앞서 말한 근육수축성 두통과는 일어나는 식이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냐 하면, 근육수축성 두통의 경우는 아침에 깨어났을 때는 머리가 거뜬하지만 오후가 돼서 피로하거나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 있어 속을 끓이면 두통이 오지요. 이에 반해서 우울상태에서 오는 두통은 아침에 깨어났을 때가 제일 나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가 무겁거나 아프며 혈압도 높아요. 오늘은 머리도 띵하고 하니 집에서 쉬어 버리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언제 두통이 오느냐는 것도 원인을 알아 내는 데 좋은 단서가 되는 셈입니다.
    마음의 안정이 바로 예방책
- 중년 이후에 생기는 만성 두통의 태반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말씀인데, 그렇다면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바로 두통의 예방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고혈압인 사람이 두통을 호소할 경우 제일 먼저 주는 약은 정신안정제입니다. 그런 사람은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또 자율신경이 불안정하게 되어 있는 수가 많기 때문에, 흔히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지지만, 이것은 진짜 자율신경실조증이 아니라 불안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일어난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런 때에는 혈압을 내리는 약보다 정신안정제 쪽을 먼저 쓰는겁니다. 그리고는 머리가 쑤신다든가, 가슴이 뛰고 혹은 혈압이 오르내리는 것에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지 말라고 병리적으로 잘 타이르면 두통도 사라지고 혈압도 차츰 안정돼 옵니다. 환자의 증세를 보아 가며 약을 줄이면 그럭저럭 하는 사이에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역시 병원에 온 것은 본인도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겠지요. 따라서 첫 진찰 때는 혈압도 꽤 높기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가라앉아 오며 혈압도 훨씬 떨어지게 되면, 혈압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을 써도 안되는 것이구나 하고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고혈압증이라고 해도 초기에는 우선 정신안정제를 쓰는 수가 많습니다.
    뇌졸중과 두통
- 고혈압이라면 뇌졸중이 걱정되겠지요?
  그렇습니다. 말씀대로 고혈압이라고 하면 누구나 염려하는 것이 역시 뇌졸중이지요. 그런 뇌혈관의 병으로 인해 심한 두통이 일어나는 일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만성 두통은 두개골의 바깥쪽에서 일어나는 일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지요. 한편 뇌졸중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두개골 안에서 일어나는 사고입니다. 이 사고로 빚어지는 두통은 대단히 격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런 심한 두통이 일어나게 되면 무척 조심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종류의 두통이 있습니다.
  갑자기 생기는 심한 두통에서 제일 걱정인 것은 거미막하출혈(뇌동맥류파열)입니다. 다만 이것은 뇌 속에서 출혈하는 것이 아니지요. 뇌의 표면과 두개골 사이에 물이 괸 거미막하강이라는 부분이 있어요. 뇌동맥의 혹이 터져서 이 거미막하강에 피가 흘러 드는 것이 이 병입니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것 같은 심한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가 이 거미막하출혈의 특징인데 때로 의식을 잃기도 하지요. 그리고 뇌출혈이라는 병이 있읍니다. 뇌출혈은 보통의식을 잃거나 반신불수가 되지요. 단지 뇌출혈도 소뇌라든가 뇌실의 주변부위 등 특수한 부위에 일어나면 의식도 분명하고 수족의 마비도 없는 수가 있지요. 그러나 두통은 심하고 또 무척 메스꺼워하다가 토하지요. 혹은 현기증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고혈압인 사람으로서 느닷없이 격한 두통, 메스꺼움, 구토가 오게 되면 거미막하출혈이나 소뇌출혈이 아닌가 의심해야 합니다.
  다음에는 뇌경색이라는 병인데 이 경우에도 두통을 느끼는 환자가 약 30%나 되지요. 그러나 동시에 손발의 마비가 일어나니까 두통만 오는 경우는 별로
없을겁니다. 또 고혈압성 뇌증이라는 병도 있지요. 혈압 탓으로 머리가 쑤시면서 의식을 잃는다든가 경련이 오는 등의 여러 뇌증상이 생기는 병입니다. 당장에 혈압을 낮추어 주지 않으면 낫지 않습니다. 전에는 혈압이 높은 사람이 머리가 쑤신다면 바로 이 병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고혈압의 치료가 진보돼 왔기 때문에 지금은 다행히도 거의 없어지다시피 되었지요.
    뇌신경외과에 빨리 데리고 가야
- 늘 혈압이 높은 사람이 무척 머리가 쑤신다고 하소연하면서 쓰러졌을 때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전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하면 어떤 경우에라도 절대 안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의학이 진보한 지금은 의식이 있건 없건간에 되도록 빨리 병원으로 운반해야 한다는 것이 그 뒤의 경과를 좋게 하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의식을 잃거나 두통이나 구토에 마비가 뒤따르면서 쓰러졌을 때라도 어쨌든간에 병원으로 가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하는군요.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거미막하출혈이 처음으로 일어났을 때는 머리가 아플뿐, 전체의 증상은 별로 심하지 않아서 며칠 동안 누워만 있었는데 나았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1개월 이내에 다시 한번 발작이 일어나는 일이 많은데, 이번에는 사망율이 대단히 높아져서 2명 중 1명은 목숨을 잃게 돼요. 그러므로 고혈압 환자로서 심한 두통이 꼬박 1일 이상 이어지면 반드시 뇌신경외과가 있는 병원에서 혈관 조영촬영으로 검사해서 뇌동맥류의 유무를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만약 뇌동맥류가 있으면 그 혹을 수술하면 됩니다. 그러면 완전히 낫지요. 그리고 소뇌출혈의 경우에도 수술로 혈종을 뗄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혈압인 사람이 두통이나 메스꺼움, 구토 증세를 일으키며 쓰러졌다면 서둘러 뇌신경외과가 있는 병원으로 운반해야 합니다.
- 뇌졸중의 발작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것인가요?
  뇌출혈은 대낮, 특히 활동할 때에 많이 일어나지요. 뇌동맥류의 파열은 별로 시간과 관련이 없지만 그래도 대낮, 혈압이 올라 있을 때에 많습니다. 뇌경색, 특히 뇌혈전은 자고 있을 때나 조용히 쉬고 있을 때에 일어나기 쉽지요.
- 그렇다면 직장에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겠군요.
  뇌출혈, 거미막하출혈은 그렇게 될 확률이 많겠지요. 또 뇌동맥류라는 것은 고혈압이 아니더라도 가지고 있는 수가 있습니다. 터지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파열하지요. 더구나 혈압이 높은 사람은 이 거미막하출혈뿐 아니라, 이와 비슷한 소뇌출혈 등의 뇌출혈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리고 일단 발작이 시작되면 벌써 본인은 "의사를 불러 달라"고 말할 여유도 없이 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되지요. 그러므로 고혈압인 동료가 별안간 굉장한 두통을 호소하면서 토한다면, 당장 의사에게 연락해서 그 지시를 받고 구급차로 뇌신경외과가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합니다.
- 얼마 동안 상태를 살피고 난 뒤에 조치를 취하자고 하면 안되겠군요.
  그렇지요. 직장의 의무실 같은 데 눕혀 놓고 상태를 살펴봐도 그러한 출혈에 따른 두통은 좀처럼 가시지 않습니다. 증상만 점점 악화되지요.
- 그러한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혈압을 올리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항상
조심하는 일이 긴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피해야 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 추위, 환경에 따른 스트레스 등에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혈압이 올랐구나, 내렸구나 하고 쓸데없이 신경을 쓰지 말고 전문의와 의논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위의 사람도 '두통환자'가 괴로와할 두통거리를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ff
      12. 신경통
    산촌 수부
    일본전매공사 동경병원 원장
    찌르르하며 오는 심한 통증
- 누구나 알고는 있으나 어렴풋이 알고 있어서 가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병이 의외로 많은 듯한데 신경통도 그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신경통이란 증상의 호칭이지 병명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밝혀 둡니다. 우리 몸안에는 숱한 신경이 사통팔달 달리고 있지요. 몸에 무슨 이상이 있으면, 말하자면 어디를 삔다든가, 류머티즘에 걸리다든가, 혹은 통풍(요산성 관절염)을 앓고 있다든가 하면 그 부위의 신경이 자극을 받아서 아픈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경우 당장에 신경통이라고는 말하지 않고 단순히 몸에 통증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신경통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냐? 우선, 신경이 달리고 있는 길을 따라 통증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 통증은 그저 둔하게 느껴지는 정도가 아니라, 전형적인 경우는 갑자기 찌르르하는 무척 강한 전격성 통증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긴 시간 지속되지 않고, 몇 분간 조용히 참고 있으면 없어지지요. 그런데 얼마 있으면 다시 통증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통증과 통증 사이에는 전혀 아프지 않은 경우가 있고, 조금 아프다가 다시 발작이 일어나면 그 아픔이 조금씩 강해지는 경우가 있지요. 그리고 또, 그 신경이 관련돼 있는 부위에 손을 대기라도 하면, 그것이 방아쇠와 같은 작용을 해서 아픔이 일어나는 수가 있읍니다. 그런 부위를 방아쇠점이라고 부릅니다. 이것도 신경통이 지닌 하나의 특징입니다.
-  느낌이 둔해진다든지 하는 경우는 없을까요?
  그것은 분명히 신경이 무엇엔가에 눌려 있다든가, 혹은 신경 그 자체에 병이
있는 경우로서, 이른바 이차적으로 오는 신경통이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경통의 경우에는 느낌이 무디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 신경통의 원인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원인이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원인을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지요. 환자가 숨진 뒤에 해부도 해보고, 그 신경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도 전연 이상한 곳을 찾을 수 없는 경우지요. 이런 것을 본태성 신경통이라고 부릅니다.
  다음으로는 여러 가지 병으로 인해 신경이 압박당해서 일어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이차성 신경통, 혹은 속발성 신경통이라고 합니다. 원인으로서는 당뇨병, 뼈에 신경이 압박당하는 것, 또는 납중독, 알콜중독, 뼈의 변형에 따른 압박 등을 들을 수 있지요. 또는 암세포에 신경이 침윤되거나 압박을 받아 통증이 일어나는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 특수한 예로는 헤르페스를 앓고 난 뒤에 생기는 신경통이 있읍니다. 이것은 좁쌀알 같은 부스럼이 나은 뒤, 통증이 남아서 대담히 끈질기고 고약한 신경통이 되는 경우지요.
- 흔히 나이 탓으로 신경통이 생겼다고들 말하는데 역시 나이 든 사람에게
많습니까?
  네, 40--50대 이후의 사람에게 많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생기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여성이 남자의 1. 5배 정도로 많습니다.
    다른 병과 헷갈리는 수가 많다
- 신경통은 몸의 어느 부위에 일어납니까?
  신경통은 대체로 5개의 신경에서 일어납니다. 몸의 위쪽부터 말씀드리면 삼차 신경통, 설인 신경통, 후두 신경통, 늑간 신경통, 그리고 좌골 신경통이 있지요. 이 다섯 가지 신경통은 증상과 아픈 양상도 모두 다릅니다.
  우선 삼차신경통부터 설명하지요. 삼차신경이란 뇌에서 나오는 뇌신경의 하나로 가지가 셋으로 나뉘어 윗가지는 이마 쪽으로 가고, 가운뎃가지는 뺨이나 코 근처로, 아랫가지는 아래턱이나 혀끝 쪽으로 뻗어 있습니다. 가지의 숱한 갈래마다에 신경통이 오게 되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제일 잦은 것이 아래턱의 신경통입니다. 발작적으로 찌르르 쑤시는 통증이 사람을 펄쩍펄쩍 뛰게 합니다. 아랫 입술을 살짝 만진다든지 면도질을 할 때 통증이 오고, 가운뎃가지의 경우는 코 옆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찌르르 아픈 것이 특징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신경의 통증을 이의 아픔과 혼동하고 치과의사에게 가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면 치과의사는 그토록 아프다면 이를 뽑지요하며 이를 뽑아 버립니다. 그러나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 것을 알고서야 신경통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들 신경과의사를 찾는 환자의 90%가 이를 뽑힌 사람들이지요.
- 삼차신경통의 원인 무엇일까요?
  본태성인 삼차신경통의 원인은 전연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른바 2차성이 신경통에서는 뇌종양이나 위턱의 암 등의 종양으로 신경이 압박을 받는 것이 원인이 되고 있어요.
- 일반적으로 안면 신경통이라고들 부르는 것이 있는데, 삼차신경통은 이것과는 다르지요?
  그럼요. 안면신경이란 주로 얼굴의 근육, 즉 표정을 다스리는 것이고, 한편 삼차신경은 얼굴의 감각을 관장하고 있읍니다. 그러니까 안면신경에 마비나 경련은 있어도 신경통은 없기 마련이지요.
  다음은 설인 신경통인데, 특징은 음식을 삼킬 때, 특히 냉수 등을 마실 때 혀의 안쪽에서 귀에 걸쳐 날카로운 통증이 퍼지는 것입니다. 삼차신경통의 경우에도 혀의 통증이 있기 때문에 헷갈리는 일이 있으나 설인신경통은 목의 안쪽이나 귀가 아프니까 다르지요.
  그리고 후두신경통은 뒷머리에 찌르르 통증이 오는 것인데 흔치는 않습니다.
  네번째는 늑간신경통이지요. 척추에서 좌우로 12쌍의 늑골이 휘어 나와 있는데 그 늑골에 붙어 있는 신경에 발작적으로 심한 통증이 오는 것이 늑간신경통입니다. 이 늑간신경통은 원인을 알 길 없는 본태성인 것은 드물고, 다른 병이 있어서 2차적으로 오는 것이 많지요. 예를 들면 신경이 척추에 눌린다든가 아니면 척추에 병이 있다든가 허파에 종양이 있다든가 하면 그런 통증이 오지요. 때로는 협심증으로 인한 가슴앓이와 늑간신경통을 혼동하는 수가 있읍니다. 그래서 이 늑간신경통의 경우는 무슨 다른 병이 없는가를 다각도로 검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좌골신경통을 앓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던데요.
  좌골신경통은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신경통입니다. 좌골신경이란 요추에서 엉덩이, 대퇴부, 하퇴부로 이어진 신경이므로, 아무래도 압박을 받거나 병에 걸리기가 쉽지요. 그런데 좌골신경통의 90%가 척추의 변형이나 추간연골헤르니아(디스크)등으로 신경이 짓눌리는 것이 원인입니다. 디스크의 경우 추간연골이 조금 뒤로 삐죽 나왔을 때는 엉덩이나 허벅다리의 뒷부위가 아픈 정도인데, 상태에 따라 신경이 더 세게 압박당하면 넓적다리까지 쑤시게 되고 다시 통증이 다리에까지 미치는 수도 있지요.
  그리고 신경의 줄기를 따라 가만히 피부를 손가락으로 눌러 보면, 특히 엉덩이 아래 근처에 펄쩍 뛸 정도로 무척 아픈 곳이 있기도하고, 혹은 누운 채로 발을 치켜 올리면 신경이 켕기는 증상이 일어나기도 하므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그 밖에 좌골신경통은 추골의 변형, 척수의 종양, 그리고 납중독, 알콜중독으로 일어나는 수도 있지요. 좌골신경통을 노인네의 고질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듯한데, 그저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나 병을 찾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요추 부위의 검진을 충분히 해서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면 꼭 고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아까 특수한 것으로서 헤르페스를 앓은 뒤의 신경통을 꼽으셨는데 그것은
어떤 경우인가요?
  거의 모든 사람이 어렸을 때 수두(작은마마)에 걸린 적이 있을 터인데, 이것은 일종의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낫더라도 이 바이러스가 몸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 몸에 저항력이 있을 때는 이 바이러스가 찍소리도 못하고 있다가 어떤 원인으로 저항력이 약해지면 바이러스가 득세를 하면서 신경을 침범하게 되지요. 그 때문에 신경의 줄기를 따라 띠 모양의 포진이 생깁니다. 좁살처럼 오톨오톨한 이 포진이 생기는 부위는 주로 삼차신경과 늑간신경이 있는곳으로 얼얼하게 무척 쓰라리지요. 이런 경우, 환자는 대개 피부과를 찾습니다. 피부과에서는 연고를 바른다든가 해서 치료를 하는데 발진도 차츰 없어지고 흠이 좀 남은 채로 낫게 되지요. 발진이 나으면서 얼얼하던 통증도 태반은 가라앉지만, 개중에는 발진이 가셨는데도 통증이 끝내 남는 수가 있어요. 이것이 이른바 헤르페스 뒤의 신경통이라 일컬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끈질기고 기분나쁜 통증으로서 옷이 스친다든가 해도 찌르르 통증이 오지요. 신경에 바이러스가 모여서 신경 그 자체가 병이 돼버린 것이니까 좀처럼 낫지 않습니다.
    내복약, 이학 요법, 신경블록
- 신경통의 치료는 그 원인과 부위에 따라 다릅니까?
  네. 원인을 전연 모르는, 이른바 본태성인 신경통의 경우는 아픔을 낫게 한다는 것이 치료가 되지요. 2차성의 신경통이면 우선 그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고 그것으로 통증이 가셨는지 어떤지를 살핍니다. 그렇게 해서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을 때, 비로소 통증의 치료에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헤르페스를 앓은 뒤의 신경통은 초기의 경우는 치료하기가 좋은데 1--2년쯤 된 것은 좀처럼 낫기가 어려워요. 이것도 원인을 치유시킬 수가 없으니까 일반적인 아픔의 치료, 그러니까 본태성인 신경통의 치료와 같은 방법으로 치료합니다.
  삼차신경통, 늑간신경통 등등, 각종 신경통에 대한 치료법은 신경통이라는 점에서 대체로 같은데, 좀 다른 경우도 있지요. 예를 들어 내복약은 삼차신경통과  설인신경통의 경우에는 테그레톨이라는 전간(지랄병)약을 씁니다. 이것은 대단히 잘 듣는 특효약이에요. 가벼운 경우에 이 약을 아침저녁으로 먹으면 통증의 발작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병이 낫는 것은 아니지만 통증을 무척 잘 억눌러 버리지요. 그러나 이 약은 다른 신경통에는 듣지 않습니다.
- 삼차신경통, 설인신경통 이외의 치료에는 특효약이 없습니까?
  아스피린과 같은 시판되는 진통제라도 가벼운 신경통은 낫습니다. 그러나 이런 약은 보통 효력이 약하기 때문에 심한 신경통에는 듣지 않지요. 모르핀처럼 매우 강한 진통약을 쓰면 아픔은 어지간히 가벼워져 편안하게 되겠지만 우리 의사들은 만성 통증에 모르핀을 쓰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모르핀은 마약이니까 몇 번 쓰면 환자는 마약중독에 걸려 결국에는 폐인이 되지요. 수술뒤 한 두어 번 쓰는 것은 좋지만 말입니다. 통증에 잘 듣고 습관성이 없는 약이 있으면 좋겠읍니다마는, 그런 이상적인 약이 아직 없기 때문에 하루 빨리 그런 좋은 약이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터입니다.
- 보통 사지가 쑤신다고 하기만 하면 곧잘 더운 찜질을 하거나 문지르고 쓰다듬고 하는데, 신경통의 경우는 어떤가요?
냉, 온 찜질을 하거나, 온천에 들어가서 몸을 덥게 하고, 문지르는 등의 옛부터 가정에서 해왔던 민간요법이 신경통에 대단히 잘 듣는 수가 있습니다. 이른바 이학요법이지요. 이를테면 가볍게 문질러 주면 아주 개운해지기도 합니다. 아픈 부위를 차게 하거나 뜨겁게 하는 것도 효험이 있지요. 같은 이치로 온천물에 들어가서 환부에 가벼운 자극을 주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통증이라는 것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을 때는 더 강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므로, 온천은 통증을 덜하게 해주는 것 외에 정신적으로도 한결 편하고 홀가분하게 만드는 효능이 있지요. 그리고 최근 이학요법의 하나로 환부에 전극을 대고 저주파의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 있어서 아주 효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 신경블록이라는 치료법이 있다고 하던데요.
  신경블록이라고 하는 것은 쑤시는 신경에 국부마취약을 주사해서 통증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방법입니다. 기술적으로 좀 까다로운 면도 있읍니다마는 이 방법은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 신경블록을 한번 실시하면 그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됩니까?
  국부마취약의 작용시간은 대개가 2--3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5--6시간이지만 실제로 주사해 놓고 보면 하루나 이틀 동안 효과가 있는 수도 있으며, 혹은
몇 번의 주사로 아예 치유돼 버리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통증이라는 것이 하나의 악순환을 이루고 있는데, 신경블록으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기 때문이지요. 말하자면, 하나의 통증이 있게 되면 그 때문에 교감신경이 긴장해서 그 부위의 혈관이 수축하고, 다시 그 부위의 근육이 긴장해서 그 둘레의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그 때문에 다시 더 아파진다는 식으로, 하나의 악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악순환의 고리 가운데 어느 한 곳을 잘라 버리면 아픔도 가시고 병도 낫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 이유로 좌골신경통 같은 것은 국부마취약만으로도 한결 좋아지지요. 다만 좌골신경은 발의 운동도 다스리고 있기 때문에 그 신경을 마비시켜 버리면 발이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난처하므로, 이런 경우는 통증이 있는 곳만을 마비시키고 발의 운동에는 되도록 영향이 가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해야 합니다. 또 삼차신경통의 아픔을 없애고 싶을 때, 알콜 등을 써서 그 신경을 파괴해버리는 수도 있읍니다. 그러면 그 효과가 1--2년 계속돼서 환자는 무척 편안해지지요. 신경을 파괴하면 감각도 잃지만 얼굴의 근육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얼굴이 휘거나 일그러지는 일은 없읍니다. 다만 신경이라는 것은 대단히 강인해서 파괴되었다가도 반드시 되살아나서 통증이 재발하므로 또다시 같은 알콜치료법을 시행해야 합니다. 늑간신경통의 경우도 신경을 마비시키면 갈비뼈 사이의 근육운동이 없어지지요. 그렇지만 다른 데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마비주사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 그 신경블록이란 것은 어느 병원에서나할 수 있는 것입니까?
  네. 페인클리닉이라는 아픔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과가 있는 병원이라면
어디에서나 가능하지요.
  신경통을 치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수술이 있읍니다. 신경블록의 경우는 국부마취약으로 아픔의 감각을 뇌로 전하는 신경경로를 도중에서 끊어버리는 것인데, 수술의 경우는 그것을 메스로 자르는 것입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것은 척수의 일부나, 뇌의 일부를 자르는 방법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으로서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습니다. 신경블록으로 듣는 것이라면 신경블록으로 고치는 것이 마땅할겁니다.
- 통증을 참는 데에도 한도가 있을 것이므로 정신적인 면에서의 뒷바라지도 중요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아파하는 환자에게 그저 약만 주거나 신경을 마비시켜 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이야기를 잘 귀담아 들어준다든가, 위안을 해준다든가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지요. 그래서 정신과의사도 신경통 치료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신경통이라는 병은 재발하기 쉬운 것이며 마음을 느긋이 먹고 치료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협력과 친절한 마음씨도 불가결의 것이겠지요.
@ff
      13. 현기증
    후등 문남
    경응의숙대학 의학부 교수
    눈이나 귀의 병이 원인
- 현기증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원인도 각양각색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현기증으로 선생님께 찾아오는 환자가 많은지요?
  저의 전문은 신경내과, 즉 몸안의 신경계통 (뇌, 척수, 말초신경, 혹은 근육)을 망라해서 다루는 것인데, 외래환자가 하소연하는 증상 가운데서 현기증과 두통이 전체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습니다.
- 어지러움을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을까요?
  크게 나누어 정형적인 현기증과 비정형적인 현기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형적인 현기증이란 뱅글뱅글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자기 주위가 빙빙 도는 듯싶은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혹은 주위의 물건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배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언제나 같은 현기증을 느끼는 것인가요?
  정형적인 경우는 거의 그렇지요. 한편 비정형적인 현기증은 대단히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든가 일어설 때 비틀거거린다는 등의 좀 막연한 현기증이지요.
- 종류에 따라 원인도 다른 것일까요?
  정형적인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는 전정신경계라는 몸의 평형을 다스리는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는 것입니다. 비정형적 어지러움은 여러 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크게 둘로 나누면 병의 범위가 대체로 정해지기
때문에 편의상 정형적 현기증, 비정형적 현기증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 정형적인 어지러움은 몸의 평형을 다스리는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겨서 일어난다는 말씀인데, 건강한 상태일 때의 우리 몸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읍니까?
  말단 부위에서부터 설명의 실마리를 풀겠읍니다. 손발이나 몸에는 위치감각을 다스리는 신경이 있어서 수족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를 알 수 있지요. 그러한 말단신경으로부터의 보고가 뇌간부라는 부위로 전해집니다. 우리는 눈으로 물체를 보고 자기의 위치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지요. 그런 정보도 뇌간부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정보수집기관으로 귀가 있지요. 귓속에는 삼반규관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여기서 자기의 머리나 몸이 어떻게 기울고 있다는 상태를 확인하고 그 정보자료를 역시 뇌간부로 보냅니다. 이렇게 말단기관의 여러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지휘하는 구실을 맡고 있는 것이 소뇌이지요. 그리고 그 위에서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 대뇌입니다. 이렇게 여러 기관이 우리 몸의 평형을 다스리고 있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예를 들어 귀에 고장이 있으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이 일어나듯이 어디가 나쁘면 어떠어떠한 현기증을 느끼게 되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아까 말씀드린 신경계통에 장애가 있으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현기증이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 귀가 나쁘기 때문에 어지러운 것은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귀가 나쁘면 삼반규관에서 정확한 정보를 뇌간부나 소뇌에 전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지요. 여러 질환이 있읍니다마는 대표적인 것이 메니에르증후군이지요. 이것은 갑자기 발작적인현기증이 오면 동시에 이명, 난청, 구토가 일어나며
이런 증상이 되풀이되는 병입니다. 중이염이나 청신경의 종양으로도 현기증이 생깁니다. 또 스트렙토마이신이나 카나마이신 등으로 난청이 되는 수가 있는데 이때에도 현기증이 나타납니다.
- 치료가 어려운가요?
  스트렙토마이신 등의 약제로 해서 일어나는 현기증의 치료는 매우 어렵지요.
메니에르증후군의 경우는 발작 자체는 단시간에 가라앉힐 수 있고 귀의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면 치료효과가 나타납니다.
- 눈에 원인이 있는 어지러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것도 귀처럼 정보가 눈에서 뇌간부나 소뇌에 올바르게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아주 비근한 예로 안경의 도수가 맞지 않아서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고 그래서 어지러워지는 수도 있지요. 이것은 눈을 감으면 당장에 낫는데 안경의 도수를 제대로 맞추어야 합니다.
- 아주 자주 있는 일이 고소공포증으로 빚어지는 현기증이있지요.
  익숙해져있질 않으니까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해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병이 아니라 대단히 감수성이 강한 사람에게 곧잘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뇌의 장애로 일어나는 현기증
- 그렇다면 역시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러움 가운데 중대하게 여겨야 할 것은 뇌에 어떤 이상이 있는 경우가 되겠군요.
  그렇지요. 제일 무서운 것은 역시 뇌의 병이겠지요. 특히 뇌간부 (대뇌와 척수를 잇는 부분)에 병이 있게 되면 직접 목숨에 관계됩니다. 출혈이 있든지, 혈관이 막혀서 뇌경색을 일으키거나, 종양이 생기는 등 이 부위에 여러 가지 병이 생기는데 그러한 것이 모두 현기증의 원인이 됩니다.
- 그런 경우, 현기증 이외에 무슨 다른 증상이 나타납니까?
  손발이 저리거나 마비되고 눈이 머는 등의 여러증상이 뒤따르는데, 아주 초기에는 어지러움 이외에는 아무 증상도 일어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가장 식별이 어렵습니다.
- 어지러워서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의료기관을 찾아오면 우선 무엇부터 검진합니까? 뇌파인가요?
  뇌파검사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그러나 뇌파만으로는 이상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으나 직접 그 원인이 무엇인지까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요사이는 컴퓨터와 X선을 하나로 묶은 컴퓨터단층촬영장치 (CT스캐너)로 뇌 속을 직접 들여다보며 만지듯 환히 알고, 출혈이 있으면 출혈, 막혀 있으면 경색, 종기가 있으면 뇌종양이 있다고 분명히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 단층촬영이라는 것은 알기 쉽게 이야기해서, 뇌 속을 위아래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서 토막을 내듯이 촬영해서 단층적으로 파악, 속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X선사진의 일종인데 컴퓨터와 연결된 까닭으로 숱한 X선정보가
그림의 형태로 손질돼서, 각 단층마다의 뇌의 모습이 전부 브라운관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 이 장치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부분적인 정보밖에는 알 수 없었겠군요.
  그렇지요. 보통의 X선사진으로는 두개골의 모양밖에는 알 수 없지요. 뇌의 속은 전연 알 길이 없었지요. X선사진으로 가슴을 꿰뚫어보던 것과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 획기적인 장치로군요. 그것을 쓰게 되면 실제로는 어떻게 뇌 속이 보입니까?
  느닷없이 현기증을 일으켜서 쓰러진 어떤 환자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이 사람은 평소 아무런 증상도 없이 힘차게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느닷없이 우리 병원에 실려 왔어요. 당장 CT스캐너로 뇌 속을 보았더니 소뇌안에 출혈이 있는 것이 발견됐읍니다. 브라운관에 비친 뇌의 단면(사진1)을 보십시요. 둘레의 흰 테가 두개골, 꺼멓게 나타나 있는 부분이 뇌실, 위쪽이 대뇌, 아래가 소뇌, 가운데가 뇌간입니다. 그리고 소뇌의 복판쯤에 흰 것이 보이는데 이것이 출혈된 부위지요. 소뇌의 출혈이 있기 때문에 현기증이 일어난것이지요. 이 환자의 경우는 소뇌출혈의 다른 증상은 없었고 현기증만이 났던 것입니다. 전에는 소뇌출혈이라고 하면 대단히 위독한 병으로서 수술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는 것으로 되어있었으나 그것은 출혈이 많은 경우이고 이 사진의 예와 같은 아주 적은 출혈도 진단을 할 수 있게 됐으므로, 낫는 소뇌출혈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 적은 출혈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환자의 경우는 얼마만큼의 피가 괴어 있는 것인가요?
  이 사진으로 보아 약 10cc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 소뇌출혈로 판명된 그 환자는 어떠한 치료를 받았읍니까?
  원래가 고혈압이었기 때문에 혈압을 조절해서 편히 쉬게 했더니 나았습니다.
지금은 원기있게 일하고 있지요.
  또 다른 예를 든다면, 회의  도중 갑자기 어지러워져서 외래 환자로 찾아온 사람이 있었읍니다. 나이 든 분이었으므로 역시 CT스캐너로 보았더니 뇌간에 적은 출혈이 있었어요. 뇌간이라는 데는 인간의 목숨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서 여기에 피가 나와 맺히면 살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꽤 많은 출혈의 경우이고, 적은 출혈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이 환자도 비교적 단기간에 말짱하게 나아서 직장에 복귀했읍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두 예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뇌속의 출혈이 있다고 해서 굳이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검진받을 과를 정하려면
- 귀나 뇌의 질환 이외에 현기증이 일어나는 병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가장 많은 것이 고혈압입니다. 혈압이 높으면 뇌 속의 혈액순환이 나빠져서 그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지요.
  거꾸로 혈압이 낮아도 역시 뇌의 순환장애가 일어나서 현기증이 일어나는 수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누워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일어서면 현기증이 나는 기립성 저혈압이 있지요. 조심해야 할 것은 고혈압이라고 해서 강압제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밖에도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키는 특수한 병이 있습니다.
  그리고 혈당치가 내려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기증이 있어요. 날씬하게 되기 위해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다가 현기증을 느끼는 경우가 바로 이것이지요. 또 젊은 여성에게 흔한 빈혈에 따른 현기증이 있는데 이것은 적혈구가 적기 때문에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거꾸로 적혈구가 지나치게 많으면 피가 진해져서 뇌의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그 때문에 현기증이 오는 수도 있지요.
  또 별다른 병이 없어도 정신적인 원인으로 현기증이 생기는 수가 있지요. 갱년기장애의 한 증상으로서 어깨가 뻐근하고, 수족이 저리거나 차가와지며, 허리가 쑤신다는 증상과 더불어 현기증이 오는 수도 많아요. 또 심장에 병이 있으면 역시 순환장애로 현기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 현기증이라는 증상으로 여러 가지 병을 추정할 수 있군요. 그러면 현기증이 날 때는 병원의 어떤 과를 찾으면 좋을까요?
  현기증을 빚는 병이 여러 과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 과 저 과를 헤매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되도록 빨리 자기의 증상에 맞는 과에 가는 일이 긴요한데 일반환자에게는 그것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진찰을 받을 만한 과를 정하는데 참고가 될 만한 것으로는, 우선 어지러움 외에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든가, 귀울림이 있든가 하는 귀의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이비인후과에 가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신경내과에서 진찰받는 것이 좋은 경우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입니다. 현기증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예사롭지만 그것이 질질 오래 계속될 때, 남이 보기에 눈알이 흔들흔들 흐늘거리거나 힐끗힐끗 잽싸게 움직이고 있을 때, 둘레의 물체가 몹시 흔들려 보일 때, 웬일인지 눈이 희미해졌다든가 손발이 힘이 없고 저릴 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혀가 꼬부라질 때, 이럴 때는 신경내과를 찾아야 합니다.
  그 밖에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나, 맥박이 불규칙하고 안색이 해쓱할 때는 갖가지 순환장애가 예상되므로 일반내과나 순환기내과를 찾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신적인 쇼크를 받고 그 이후로 어지럽다든지, 무엇인지 걱정거리가 있어 고민하는,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속을 끓이는 사람은 정신과가 좋겠지요. 손발이 저리고, 머리가 무거우며, 어깨가 뻐근하고, 여기저기가 쑤시는 증상이 있는 사람으로서 갱년기가 가까운 여성이면 우선 부인과에서 진찰받고, 이상이 없다면 신경내과로 가야겠지요.
    상용하고 있는 약을 의사에게 꼭 알릴 것
- 예비 문진 때, 의사에게 말해야 할 것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어떤 종류의 어지러움인가 하는 것이지요.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현기증인지, 비틀비틀하는 어지러움인지, 발작적인지, 아니면 쭉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 또 그 현기증이 어떠한 상황에서 일어나는지,머리의 위치, 몸의 자세가 어떨 때에 쉽게 어지러워지는지, 누워 있을 때 현기증이 일어나는지, 일어나 있을 때 일어나는지 그리고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토하는지, 귀울림이나 난청증세가 있는지 그리고 신경증상이 있는지 하는 것을 얘기 해야 합니다.
  꼭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은 평소 무슨 약을 쭉 복용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의사에게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의사에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현기증의 원인이 발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읍니다. 원인불명의 환자를 놓고 미주알 고주알 캐어 물었더니 고혈압이라서 늘 강압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적이 있지요. 그래서 기립성 저혈압이 됐기 때문에 그것이 현기증의 원인이 된 예는 자주 발견됩니다. 아스피린으로 어지러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역시 해열. 진통제인 아미노피린 등 피린산 계통의 약이 체질관계로 부작용, 즉 현기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 밖에 지금까지 어떤 병을 앓았다는 병력도 진단하는 데에 큰 참고가 됩니다.
- 어떠한 현기증이 가장 문제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일 걱정되는 증세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손발이 저리거나 마비되는 현상, 언어장애, 시력장애 등의 신경증상이 뒤따르는 것이지요. 이것은 큰 신경병이 될 위험성(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기증이 몇 달째 질질 끌고 있는 경우도 조심해야 합니다.
@ff
      14. 저리다
    우미야공의
    동경도립 신경병원 부원장
    진단 때 밝혀야 할 4개의 요점
- 흔히 "팔이 저려" "발이 저려" 하고 말하는데, 우리들 문외한이 입에 담는 "저리다"는 말에는 잡다한 개념이 섞여 있어서 의학적으로 말하는 "저리다"와는 다른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일반사람들이 "저리다"고 하는 것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첫째는 지각의 이상한 느낌입니다. 둘째는 자각의 저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셋째는 마비됐기 때문에 수족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저리다고 하며 의사에게 찾아오는 일도 있읍니다. 신경내과나 일반내과에 저리다고 호소하는 외래환자가 숱하게 찾아옵니다. 두통이나 마비, 현기증과 더불어 대단히 많은 증상의 하나이지요.
- 저리다고 호소해 오는 환자들의 호소 내용은 각양각색이겠읍니다마는 의사들은 그것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지요?
  저리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증상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상태라는 것을 분명히 설명해 주면 의사로서는 진단을 내리기가 수월하지요. 진찰을 받을 때에 밝혀 주셨으면 하는 구체적인 정보로서 중요한 요점이 4개 있습니다.
  우선, 몸의 어느 부분이 저린가? 손끝만 저린지, 팔 혹은 손의 안팎 어느 쪽이 저린지, 손발이 함께 저린지, 좌우 중 한쪽만 저린지, 양쪽이 다 저린지? 이것만으로도 병명을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번째는 어떻게 저린지, 이를테면 바늘에 찔린 듯 따끔따끔 저리는지, 자갈 위를 뛰는 듯싶은 느낌인지 또는 막 깎은 잔디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인지... 또 전기가 통하는 듯이 찌르르 저리는 경우도 있고, 무엇인가 달라붙은 듯이 둔한 느낌인 경우도 있고 그 느낌이 각양각색이지요. 그러한 느낌을 분명히 말해 주십사 하는겁니다.
  세번째로 그 저린 증세가 언제 나타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고 있는 동안에 나타나느냐, 대낮에 나타나느냐, 운동을 한 뒤에 나타나느냐, 추울 때 나타나느냐 하는 시기적, 시간적인 문제가 대단히 중요할때가 있습니다.
  끝으로 그 저린 증세가 일시적인 것이냐, 쭉 계속되는 것이냐, 얼마나 계속되는 것이냐 등도 중요하지요.
  이상 4개의 요점을 환자 스스로가 잘 관찰해 두었다가 의사에게 그대로 전해 주시면 고맙겠읍니다.
    몸의 한쪽만이 저리다
- 저린 증상의 원인이 되는 병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저린 증상을 일으키는 병은 몸의 부위에 따라 뇌로부터 시작해서 척수, 말초신경, 말초순환의 4가지로 나누어 생각하면 편리합니다.
  뇌에 원인이 있는 병으로는 뇌출혈,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가늘어지는 뇌연화(뇌혈전, 뇌경색), 그리고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피의 흐름이 멈추는 발작), 덧붙여 뇌염, 뇌종양, 뇌외상, 뇌동맥경화등이 있는데 이런 원인으로 저린 증상이 일어납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뇌의 혈관장애, 종양, 외상으로 말미암은 저림은 오른쪽이든 왼쪽이든간에 몸의 한편에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다만, 얼굴까지 포함시켜 살피면, 예를 들어 얼굴의 오른쪽과 손발도 오른쪽이라는 경우와, 얼굴은 왼쪽인데 손발은 반대로 오른쪽이 저린 경우가 있지요. 어쨌든 손발은 반드시 같은 쪽이 저립니다. (그림1)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 요사이 주목을 끌고 있는데, 그것은 앞으로 진짜 뇌출혈이나 뇌연화가 일어날 위험성(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재는 간단하고도 정확한 검사방법 (컴퓨터 단층촬영장치와 생화학적 검사 등)이 발달되어 있으므로 원인을 알지 못하는 발작이 생기면 당장에 전문적 진찰을 받도록 권합니다.
  예를 하나 들까요? 저희 병원의 외래환자로 오신 58세의 남성인데, 회사에서 회의중 오른손의 손가락이 저려서 무심결에 담배를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담배를 집으려고 했으나 마음만 앞섰지 정작 손가락은 저려서 힘도 빠지고 감각도 둔해졌대요. 담배에 손가락을 댔는데도 담배처럼 느껴지지도 않자,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하며 일어섰더니 오른발도 저려서 발 끝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비틀비틀했답니다. 허둥지둥 의무실까지 가까스로 부축을 받고 가서는 누웠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십분쯤 후에 한결 저리던 것이 가라앉더라나요. 이것이 전형적인 일과성 뇌허혈 발작입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역시 뇌출혈이나 뇌연화 같은 큰 병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니까 일종의 위험신호인 셈입니다.
- 일과성 뇌허혈 발작은 시간으로 쳐서 대개 얼마쯤 발작이 계속됩니까?
  십분 전후이지요.
- 말이나 의식 따위에도 동시에 변화가 나타납니까?
  네. 혀가 꼬부라진다든가, 띵하게 가벼운 의식장애가 오거나, 오줌을 지리는
수도 간혹 있습니다.
    척수장애에서 오는 저린 증세
- 척수에 원인이 있는 경우로는 어떤 병이 있을까요?
  척수에 원인이 있을 때의 특징은 좌우대칭으로 저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좌우의 손, 좌우의발, 허리 아래전부, 목 아래 전부가 좌우대칭으로 저리게 되지요. 뇌의 경우는 한쪽이 저렸으나, 척수의 경우에는 설사 좌우의 순서나 장애의 정도에 차이는 있어도 얼마 안 가서 좌우 양편이 모두 저린 것이 보통입니다.(그림 1)
  병으로서는 역시 척수의 혈관장애와 종양, 염증, 그리고 요사이 주목을 끄는 변형성척추증, 그리고 난치병인 다말성경화증, 스몬(SMON)병, 비타민B1, B12 결핍, 이런것들이 척수에서 오는 저린 증세의 원인이 되고 있지요. 척수에 원인이 있을 경우, 저린 증상은 손발의 끝쪽으로 갈수록 강한 수가 많고, 또는 어느 높이 이하는 똑같은 정도인 수도 있습니다. 또 병에 따라서는 수족의 운동 마비, 근육의 위축, 변비나 요실금(저도 모르게 오줌을 지리는 증세)이 뒤따르는 일도 있지요. 뼈의 노화나 근육의 긴장, 그리고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데에서 일어나는 저린 증세를 경완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그리 걱정할 것은 못됩니다.
- 변형성척추증이라는 병이 요사이 눈길을 끌고 있다는 말씀인데 어떤 병인가요?
  이것도 예를 하나 들면서 설명할까요? 저희 병원의 외래환자로 53세의 남자가 있는데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지요. 요즘 양손이 저린데, 특히 손목을 틀면서 골프채를 휘두를 때 오른쪽 팔이 저리고, 공도 멀리나가지 않으며, 또 손잡이를 쥐어도 무슨 다른 물건을 잡은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악력을 검사했더니 오른손의힘이 유달리 떨어져 있어요. 그리고 지각검사를 해보았더니 오른팔에 심한 지각마비 증세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른팔뿐 아니라 발에도 가볍게 저린 증상이 있다는 것도 알아 냈지요.
  그래서 경골(목뼈)의 엑스선사진을 찍어 보았더니 다섯번째에서 여섯번째의 뼈가 상당히 변형돼 있더군요.(사진 1) 한마디로, 5--6번째 뼈의 모서리가 깨어져 뾰족한 새의 부리처럼 되어 있고 간격도 좁아져 있어요. 이런 일은 외상으로 인해 일어나는 수도 있지만, 태반은 노화현상의 하나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본래는 추골과 추골 사이에 추간판이라는 연골이 쿠션 구실을 하고 있는 법인데, 이것도 노화해서 차츰 오그라들고 딱딱해지지요. 그 때문에 뼈와 뼈 사이가 좁아지고 그에 따라 뼈의 틈새기로 나와 있는 척수신경을 자극, 압박하게 되며 그래서 손이 저리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일이 경골뿐 아니라 흉골이나 요골에도 일어나고 있어서 아래로 갈수록 나쁘더군요. 뼈의 끝이 새의 주둥이처럼 뾰족하게 되어 있고 뼈와 뼈 사이가 좁아졌을 뿐 아니라 거의틈이 없는 부분도 있었읍니다. 이래가지고서는 골프는 칠 수 없는 것이지요. 몸을 틀기만 해도 변형된 뼈가 척수신경에 닿아서 자극하니까 심한 통증과 저린 증상이 어깨로부터 팔, 손가락에 전해지게 되지요. 저린 증상이 전류처럼 흐르는 것입니다.
- 이 경우에 뼈가 노화된다는 것은 보통의 노화와 다른 것인가요?
  아닙니다. 같은 것이지요. 우리 인간은 삼십세부터 벌써 노화하기 시작합니다. 뼈뿐만 아니라 혈관과 내장도 점점 퇴화, 변성해 가지요. 그 정도와 부위는
물론 개인차가 있는데, 특히 척추뼈에 심한 변화가 왔을 때, 이것을 척추증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사십세쯤 되면 약 이십오프로의 사람에게서 뼈의 변형을 엑스선사진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다시 육십세가 되면 반수 가량의 사람에게서 뼈의 변형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사람은 살기 마련이라, 변형이 심하다고 해서 반드시 저린 증상이나 운동마비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뼈가 변형하는 정도와 저린 증상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지요.
- 식사와도 관련이 있습니까?
  네. 이 변형성 척추증은 태평양전쟁 전에는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던 병입니다. 전후에는 동양인의 식사내용이나, 노화의 속도가 구미의 선진국과 맞먹게 바뀌었지요. 그런 탓으로 척추증도 걸리기 쉽게 됐다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말초신경에 원인이 있는 증세
- 세번째, 말초신경에서 오는 저린 증세는 어떤 것입니까?
  말초신경에 원인이 있는 경우는 부분적으로 저린 갖가지 증세가 옵니다. 이를테면 한쪽 팔만이라든가, 또 팔 전체도 아니고 안쪽만, 혹은 바깥쪽만, 손바닥, 손등, 손가락 몇 개가 저리게 되지요. 발도 매한가지입니다. 때로는 좌우가 똑같이, 마치 장갑을 끼거나 양말을 신었을 때와 같은 느낌 - 우리 의사들이 장갑, 양말형이라고 부르는 저린증세 - 으로 저려 오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지요.
  그리고 당뇨병에 따른 말초신경 장애가 있으면 우선 팔의 안쪽부터 저려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팔의 안쪽 부위를 다스리고 있는 척골신경에 장애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얼마 후에는 요골신경이 다스리고 있는 바깥쪽에도 미치게 돼서 팔 전체가 저리며 발에도 같은 식으로 저린 증상이 옵니다. 물론 발부터 시작되는 수도 있지요.
- 당뇨병이 있으면 왜 저린 증세가 나타나나요?
  당뇨병, 즉 당분의 대사장애는 반드시 동맥경화를 동반하게 됩니다. 혈관이 굳어지면서 가는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지각신경도 장애를 받아 그 결과 지각이상으로서 저려 오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당분의 대사장애가 직접 말초신경에 영향을 끼쳐 영양장애를 빚게 하고 그 때문에 저리게 되는 것입니다.
- 그밖의 병으로도 저린 증세가 나타나나요?
  고혈압인 사람이 얼굴(입술)이나 손발이 저리다고 흔히 하소연하지요. 만성신장염에서 요독증으로 번진 중증신장병 환자도 저리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읍니다. 또 약물이나 금속 중독, 악성 종양, 교원병등으로도 저리는 증세가 나타나는 수가 있어요. (교원병-장기나 뼈, 관절 등을 잇는 결합조직 속의 교원섬유에 이상이 일어나는 병의 총칭. 온몸의 발열, 백혈구 이상, 피부 발진, 관절염 등의 증상이 뒤따른다. 원인불명인 불치병-편집자주)
  약물 가운데는 지사제로 쓰였던 키노홀름, 항생물질인 클로로마이세틴, 항결핵제인 하이드라짓, 항백혈병제인 핑크리스틴 등의 양이 지나치면 중독을 일으키면서 여러 증상과 함께 저린 증상도 나타납니다.
  납, 비소, 카드뮴, 수은 등에 중독되어도 저린 증상이 나타나지요. 도시의 자동차 매연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광화학스모그증도 옥시단트(강산화성 물질)로 인한 말초신경장애로서 장갑^5.23^양말형의 저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광화학스모그증-자동차 등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탄화수소와 질소의 산화물이 상공에서 태양의 자외선을 받고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옥시댄트를 발생, 눈과 목을 자극하면서 인체에 해를 끼친다. -편집자주)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직후에 많았으나 그 후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병인 각기도 저린 증상이 있지요. 그런데 요사이 특히 혼자 사는 학생이나 샐러리맨 등 젊은 남성에게 각기가 나타나고 있읍니다. 세상이 인스턴트화돼서 식사도 손쉬운 즉석라면과 음료수로 간단히 마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런것이 아닐까 해요. 다만 이것은 원인을 알고 있으므로 비타민B1을 먹으면 당장에 낫게 돼요. 젊은 사람들이나 어린 아이들의 식사가 인스턴트화댔다는 것은 영양이 불충분하다는 것뿐 아니라, 산, 알카리, 소금 따위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고, 칼슘의 결핍으로 뼈가 약해지는 등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 하나, 중년의 여성에게 비교적 많은 수근관증후군이라는 병이 있지요. 가장 많은 것이 손의 가운데 세 손가락이 저린 증상입니다. 이것은 팔의 요골신경과 척골신경의 복판에 정중신경이 있는데, 이들 신경의 뿌리를 묶고 있는 띠가 무슨 원인에서인지 죄어져서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특히 가운데 세 손가락이 몹시 저린 것이지요. 류머티즘이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한밤중에 자고 있을 때 손가락이 저려서 그로 인해 잠을 깨곤합니다. 서둘러 손을 흔들면 피가 통해서 일시적으로 낫게 되지요. 끝으로 말초순환 장애에 따라 저린 경우가 있어요. 말초의 혈관(모세혈관 등)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아서 확장, 수축이 자연히 조절되고 있습니다. 그 수축, 확장이 잘되지 않는 경우(일종의 자율신경 실조로서 혈관 운동신경 장애라고 함)에도 저리게 됩니다. 이를테면 레이노병이나 진동병-전동식 톱, 구멍 뚫는 공구, 착암기 등을 장기간 쓰면 생기는 직업병-편집자주), 지단홍통증 등의 경우가 그래요. 레이노병에서는 예를 들면 아침에 세수하려고 냉수에 손을 넣으면 당장에 손가락끝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저려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냉수로 말초혈관이 수축한 채로 좀처럼 확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말초신경의 혈행장애로 저리게 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수축과 확장의 균형이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우선 근원이 되는 병을 고쳐야
- 저린 데에도 갖가지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마는 치료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또 환자가 스스로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저린 증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원인질환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뇌의 혈관장애가 있는지, 혹은 당뇨병이 있는지 어떤지를 전문의에게 자세히 검사받도록 하십시오. 만일 원인이 되는 병이 있을 때는 그 병을 고치면 저리던 것도 낫기 마련이지요.
  또 각각의 원인에 따라서 저리는 증상을 고치는 약을 고를 수 있으므로 약은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쓰십시오. 경우에 따라서는 리허빌리테이션(재활)훈련이 필요한 병도 있읍니다. 경부척추증이라면 턱걸이식의 견인요법이나, 목뼈의 추골 사이를 벌리기 위한 기구를 써서 척수신경에 대한 뼈마디의 자극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 있지요. 환자 자신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원인질환에 대한 지식을 몸에 익혀서 결코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것, 과로를 피하고 식사를 적당히 할것, 수면을 충분히 취할 것, 갑자기 한기를 쐬지 말것, 마사지나 가벼운 운동은 병세에 맞추어서 적당히 할 것 등입니다. 술이나 담배는 좋지 않습니다.
@ff
      15. 손발이 떨린다.
    유림박태랑
    순천당대학 의학부 교수
    파킨슨병과 뇌졸증의 차이
- 심하게 운동을 해서 지쳤다든지 몹시 긴장했을 때, 손이 떨리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원인을 아니까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겠지만 무슨 이유인지고 모르게 수족이 떨린다면 적지않이 불안해질겁니다. 난치병의 하나라고 하는 파킨슨병의 경우도 아주 초기의 증상으로 손발이 떨린다고 하던데요, 이 파킨슨병의 경우 늘 손발이 떨리는 것인가요?
  네. 특별한 원인이나 계기가 없더라도 언제나 떨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긴장했을 때만 떨던 것이 어느 사이엔가 안정이 되었을 때도 덜덜 떨게 되는 것이 하나의 큰 특징이지요. 그리고 일단 시작되면 점점 더 심해집니다. 내버려 두어도 자연히 치유되는 병이 아니지요.
- 언제나 떤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풍으로 쓰러진 뒤에 일어나는 떨림의 경우, 이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분명하지요. 그러나 파킨슨병의 경우는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게 떨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큰특징으로는 태반이 반드시 몇 해 사이에 몸의 양쪽이 모두 떨리게 된다는 사실이지요. 어느쪽이든 한편의 팔이나 발에서 시작돼서 몇 개월, 혹은 1--2년 지나는 사이에 차츰 반대편의 수족도 떨리게 됩니다. 다시 3--4년 지나면 양쪽의 손발이 전부 떨리고 근육이 굳어지게 됩니다.
- 뇌졸증의 경우에 몸의 한쪽이 떨리는 수가 있지요. 이런 경우와 파킨슨병과는 떨리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뇌출혈 후의 떠는 증상은 반드시 한쪽에만 일어나며 무슨 동작을 하려고 할때 유달리 심하게 떨게 됩니다. 파킨슨병의 떠는 증상은 일초에 오 육회씩 아주 규칙적으로 떠는 것이 보통이지요. 뇌일혈 뒤의 이른바 소뇌성 떨림은 매우 불규칙하고 일초에 이 삼회의 비교적 느린 떨림인데 그때그때 떠는 속도가 달라지니까 일률적으로 회수를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 파킨슨병의 떠는 증상은 몸의 어디가 어떻게 돼서 생기는 것일까요?
  좀처럼 그 메카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약 이십년전에 도파민이라는 뇌의 대사물질, 다시 말해서 뇌의 운동신경이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물질이 모자라게 되는 것이 이 병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이론이 나왔지요. 그렇다면 왜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느냐? 우리의 대뇌 아래에 있는 중뇌에는 흑질이라는 것이 있읍니다. 이것은 쌀알보다 조금 큰 신경구조로서 신경세포의 집합체인데 여기에 멜라닌이라는 까만 색소를 가진 신경세포가 많이 있기 때문에 얼핏 보기에 까맣게 착색된 것처럼 보이며,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요.
  이 혹질의 신경세포가 어떤 원인으로 변성해서 없어지면 거기서 만들어지던 도파민이 모자라게 됩니다. 본디 도파민은 대뇌의 선조체로 운반돼서 근육의 굳은 정도나 운동 등의 균형을 다스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도파민의 공급이 끊어지니까 근육이 굳어지고 운동의 균형이 잡히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모자라는 도파민을 보충해 주면 운동신경이 다시 정상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데에서 치료의 실마리를 찾게 됐읍니다. 다만 현재도 흑질의 신경세포가 왜 죽어 버리는지, 다시 말해서 병이 일어나는 원인은 모르고 있읍니다. 정상적인 혹질은 앞서 말한 대고 까만 색소를 지닌 신경세포가 모여있기 때문에 까만 빛깔을 하고 있는데, 파킨슨병에 걸리면 그 빛깔이 사라지고 새하얗게 되지요. 즉 도파민이 만들어지지 않게 됐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도파민이 없어지느냐, 혹은 어떻게 돼서 신경세포가 탈락, 사멸하느냐는 아직 밝혀지지않고 있읍니다. 이 병이 난치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파킨슨병의 발병에 연령적인 특징이 있습니까?
  옛부터 이 병은 오십세를 넘기고서 일어나는 예가 많다고 알려져 있었지요. 동양인은 백인과 달라서 사십세까지 발병하는 경우가 십프로쯤 있습니다. 이것을 약년성 파킨슨병이라고 부르는데 치료가 더 어렵습니다.
    조기에 신경내과에서 진단받도록
-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진행되고 증상도 심해진다고 하던데요. 어떤 경과로 진행되는 것일까요?
  이 병은 만성병으로서 몇 해 아니 십수년이나 계속됩니다. 이 병의 진행을 미국의 야르라는 학자가 임상적으로 다섯 단계로 나누어 놓았지요.
  우선 발병해서 반년에서 일년까지의 증상이 가벼운 시기-한쪽의 팔 또는 다리가 떨리고 근육이 가볍게 굳어지지만 반대쪽은 아직 아무렇지도 않은 단계입니다. 동작은 둔하지만 아직도 회사에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정도지요. 단지, 아직 마비가 되지 않아서, 글자를 쓰기는 쓰지만 쓰다가 도중에 팔이 움츠려져서 글자의 크기가 작아지곤 합니다. 이것을 의사들은 움츠림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이것이 일년쯤 지나서 제2단계에 접어 들면 양쪽 수족이 떨리고 뻐근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일하기가 좀 어려워지지요.
  제3단계로 접어들면 주로 몸통이 굳어지면서 자세의 장애가 일어납니다. 몸이 앞으로 구부정하게 굽어지지요. 서 있을 때도 무릎이 쭉 펴지지 않으며 팔꿈치도 구부정하고 걸음걸이에도 아장아장 잘게 걷는 특징이 나타납니다. 이 단계에서는 혼자 기동하는 것이 위태로와서 부축이 필요하지요.
  발병해서 육 칠년쯤 지나면 부축이 없이는 혼자서 걷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이 제4 단계이지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5단계에서는 줄곧 누워서 꼼짝달싹 못하게 됩니다. 혼자서는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고, 식사도 못하며 옷을 입거나 벗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지요.
  환자의 상태를 구체적인 예로 들어 볼까요? 온몸의 근육이 굳어져서 몸의 왼쪽 반신은 다른 사람이 팔꿈치나 무릎을 구부리거나 펴려고 해도 딱딱하게 굳어 좀처럼 굽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스스로도 물론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것을 경직으로 인한 무동증이라고 부릅니다. 손가락도 제대로 쭉펴지지 않고 구부리려고 해도 시간이 걸리지요. 또 돌진증이라는 증세도 있습니다. 누가 툭 치거나 발이 무언가에 걸려서 몸이 앞으로 홱 쏠리게 되면 멈추질 못하고 돌진해서 물건이나 벽에 부딪쳐 버리는 증상이지요. 그리고 발뒤꿈치를 올리지 못하고 발바닥을 질질 끌며 아장아장 걷는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역시 빨리 발견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그럴때는 병원의 무슨 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하지요?
  최근 큰 병원에는 신경내과가 마련돼 있어요. 그 과가 파킨슨병에 관해서는 가장 전문적인 과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가까운 곳에서 신경내과가 눈에 띄지 않으면 내과의에게 잘 부탁해도 진단은 충분히 내릴 수 있을겁니다.
-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갖가지 검사가 있겠지요? 다른 원인으로 떠는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그렇지요. 근전도 검사를 비롯해서 각종 검사를 하는데, 파킨슨병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일은 역시 언제, 어떤 증상으로 시작돼서 그것이 어떠한 경과로 점점 진행돼 왔는가를 정확히 알아 보는 것입니다.
    약의 복용으로 증상을 억제한다.
- 파킨슨병이라고 진단이 내려졌을 경우, 어떠한 치료가 시작됩니까? 모자라는 도파민을 보충하면 된다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십수년 전부터 도파라고 하는 약으로 치료를 해왔습니다. 이 약을 먹으면 흡수돼서 그중 일부가 뇌로 운반되고 거기서 도파민으로 만들어져 모자라는 몫을 보태 주지요. 근본적인 치료나 예방은 현재의 지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마는, 나타나고 있는 증상을 억제해서 당장은 몰라 볼 정도로 낫게 하고 병의 진행을 조금 막을 수 있지요. 그런 뜻에서 이약이 개발돼서 쓸 수 있게 됐을 때, 의사들은 대단히 감격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진료한 환자의 약 삼할(오래 않고 있는 사람이나 새로운 환자도 포함해서)에게는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한마디로,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던 사람이 혼자서 옷을 입고, 버스를 타고, 통근하며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정도까지 회복됐습니다.
  또 환자의 다른 삼할은 회사에 다닐 정도는 못 되지만 집안에서 하는 자기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됐어요. 따라서 이 약물치료법으로 두드러지게 나은 케이스가 육 칠할이 되는 셈입니다. 또 그다지 눈에 띄게 낫지는 않았어도 약을 들고 있으면 분명히 몸의 컨디션이 좋다는 환자가 또 이 삼할은 있지요  그러니까 합쳐서 팔 구할의 환자가 약을 복용해서 좋아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긴 어떤 병이라도 마찬가지지만 파킨슨병의 경우에도 약효가 없는 예도 있고,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나는 예도 있어요. 파킨슨병의 경우 약이 듣지 않는다는 케이스는 발병하고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환자에게 많습니다. 그러니까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 그러나 근본원인을 없앨 수 없다면 이 약은 장기간 계속 복용해야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약을 들지 않으면 이내지 삼일 후에는 원래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드는 양을 증상에 따라 가감하는 일이 긴요하지요. 한번 먹기 시작했다고 해서 제멋대로 복용해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정기적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고 그 지시에 따라 약을 먹어야 합니다.
- 부작용이 생길 염려는 없나요?
  일년 이상을 계속 복용하면 약간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람이 많지요. 제일 주된 증상은 전과는 거꾸로 대단히 분주하게 움직이게 되는데 무도병(뇌의 운동조절 기능 장애로 얼굴, 손발의 근육이 멋대로 움직인다 - 편집자주)처럼 몸이 움직이지요. 또 하나, 노인에게 흔한 것으로는 환각이나 망상에 사로 잡혀 정신병 비슷하게 되는 수가 있읍니다. 그런 뜻에서도 되풀이해서 말씀드립니다마는 전문의에게 정기적인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되도록 움직이고 걷도록
- 약 말고 다른 치료법은 없나요?
  또 하나, 수술을 하는 치료법이 있읍니다. 이것은 간뇌 안에서, 앞서 말한 선조체의 도파민 감소로 말미암아 근육이 땅기고 떠는 증상을 빚게 하는 신경구조를 수술하는 것이지요. 렌트겐검사와 몇 미크론의 가느다란 전극을 사용한 생리학적 검사 데이터를 컴퓨터로 처리해서 그 부위에 정확하게 직경 삼밀리미터의 작은 수술소를 만들어 이상한 움직임을 하게 하는 신경세포의 중추를 전기로 태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주 안전하게 부작용도 없이 떠는 증상과 근육의 땅김이 몇 초 안에 완전히 사라집니다.
- 역시 수술을 하기에 적합한 증상이나 시기가 있겠지요?
  그렇지요. 환자의 증상이나 경과를 잘 살피면서 수술이 적당한지 어떤지를 정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약이 듣지 않는 경우인데 약을 복용하면 근욕의 땅김이나 경직은 낫지만 강하게 떠는 증상이 가시지 않을 때는 수술을 하지 않을 수 없지요.
  또 위궤양을 앓고 있다든가, 부작용이 매우 심해서 약을 먹을 수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로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지를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파라는 약 자체는 안전한 것이고 다른 병, 이를테면 폐렴이나 감염증의 약과 함께 먹어도 염려가 없으므로 꽤 광범위하게 쓸수 있으나, 수많은 환자 가운데에는 약만으로는 진정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특히 심하게 떠는 증세에 대해서는 수술을 하는 편이 좋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지요.
- 수술은 어려운가요?
  어렵다면 분명히 어렵지요. 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직경 몇 밀리미터의 작은 수술소에 대해 일밀리미터의 십분의 일(백미크론)이상의 오차는 허용되지  않을 정도의 엄격성과 정확성으로 바늘을 찔러야 하므로 우리 의사들은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그러나 수술받는 환자에게는 무척 안전한 수술로서 부작용도 없고, 사망율은 현재로선 일단 영이라고 해도 좋으며, 맹장수술보다도 위험도가 낮다고 생각되지요. 현재로는 구십팔퍼센트의 예에서 떠는 증상을 영구히
없애는 데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십년 동안의 의학의 기술적인 진보는 대단한 바가 있어요.
- 이 파킨슨병이라는 것이 장기간에 걸쳐서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없는 병이라니 환자로서는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관리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절실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랜 기간을 지내려면 다른 병, 가령 폐렴에 걸린다든가, 당뇨병을 앓는다든가, 또 그밖의 여러 감염증도 일어나고, 이를 뽑는 수도 있겠지요. 음식물을 삼키는 것이 어려워지므로 이 병에는 유별나게 기관지염과 폐렴이 곧잘 따라 다닙니다. 그런 때에 도파를 계속 먹어도 괜찮겠느냐고 환자들로 부터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마는, 그대로 계속해서 다른 약이나 항생물질과 함께 복용해도 아무 걱정이 없읍니다. 그런 뜻에서도 도파는 아주 다루기 쉬운 약이지요.
  그런데 도파의 부작용으로 메스꺼운 증세가 있으나, 그것을 억제하는 아주 좋은 약이 요사이 생겼으므로 그 약을 함께 복용하면 됩니다.
  또 하나, 환자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은 되도록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요. 툭하면 집에 틀어박히기가 일쑤인데 그것이 제일 나빠요. 집안이든 바깥이든간에 괜찮으니까 되도록 걸어야 합니다. 적어도 하루에 일이킬로미터쯤은 걸으라고 움직일 수 있는 환자에게 저는 언제나 권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신변잡사나 집안일이라도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해보는 것이 몸의 쇠약을 막는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ff
      16. 간질
    도원 안웅
    국립무장 요양소 소장
    불치의 병도, 유전병도 아니다.
- 간질, 즉 지랄병이라고 하면 아주 낫기 어렵고 숙명적인 병이라고 생각하는사람들이 많은 듯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간질이라고 하면 대단히 나쁜 병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이 숱하게 있지요. 치료를 받으러 오는 본인이나 가족들도 한결같이 병을 무척 숨기려고 하는 눈치지요.
  그러나 간질의 발작은 설사를 되풀이한다든가 배가 자꾸 아픈 것과 실질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어요. 한마디로, 그토록 나쁜 병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아직껏 간질을 꺼리며 싫어하는 풍조가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 그 발작이 전신에 경련이 일어난다든가, 거품을 내뿜으면서 쓰러지는 등 느닷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무서운 병이라는 선입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겠군요. 확실히 간질의 동작이 큰 발작을 처음 본 사람은 무섭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간질이라는 병은 모두 유전성의 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이 병을 특수한 병, 숙명적인 병으로 여기는 이유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고 간질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또 불치의 병도 아닌 것이 치료를 하면 좋아집니다. 이런 점을 잘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갑자기 의식을 잃는 발작은 간질의 특유한 증상인가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의식을 잃을 때는 경련을 하며 기타 여러 가지 증상이 있는데, 그런 것들 중에는 간질성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으로는 이른바 뇌빈혈이 있지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식을 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속이 거북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입니다. 혹은 갑자기 자세를 홱 틀었을 때 혈압관계로 의식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또 히스테리 같은 심리적인 원인으로 비슷한 발작을 일으키는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 급성인 뇌의 병, 이를테면 뇌염이나 뇌출혈에서 비롯되는 것과, 임신중독증의 하나인 자간이나 신장병으로 일어나는 요독증으로도 간질과 똑같은 발작을 일으키는 일이 있어요.
- 별안간 쓰러졌다고 해서 모두 간질의 발작은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간질이라고 간단히 한마디로 넘기기가 일쑤지만, 원인은 갖가지입니다. 첫째로 출산 때에 뇌가 상처를 입거나, 머리 부상으로 뇌 안에 변화가 남았을 때, 또 뇌의 염증이나 뇌졸중 등의 후유증이 있을 경우, 간질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간질과 똑같은 발작이 뇌에 종양에 생겼을 때도 일어나지요.
뇌종양이라도 비교적 양성인 경우에는 전혀 다른 증상은 없이 만성적인 간질의 발작만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수가 있습니다. 그 밖에도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병이 있는데 선천적으로 뇌에 장애가 있어서 다른 여러
증상과 더불어 간질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간질 중에서도 수효에 있어서 제일 많은 것은 일차성 간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일차성이라는 것은 특정한 원인이 없는데도 뇌가 발작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인 것을 가리키지요. 보통은 뇌를 전기 등으로 세게 자극하지 않은 한,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 경우는 아주 대수롭지 않은 자극, 혹은 유별난 자극이 없이도 발작이 일어납니다.
- 부상의 후유증으로서 일어나는 발작은 상처를 입은 때로부터 얼마쯤 지나서
나타납니까?
  가지각색이지요. 반년 후에 나타나기도 하고 더 있다가 나타는 수도 있지요.
  간질의 발병연령은 이를테면 출산 때의 장애로 일어나는 경우에는 십세 이전이 많고 이에 비해 일차성의 것은 십대가 가장 많지요. 그 이전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긴 있어요. 그리고 뇌종양이나 부상에서 오는 간질은 어느 연령층이나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오십오세 이상이 되면 뇌의 동맥경화로 말미암은 경우가 많아집니다.
    병의 성질을 확인하는 검사
- 간질의 발작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발작이 시작됐을 때의 응급처치로서 옆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흔히 책자에는 발작이 시작되면 입에 무엇이든 재갈을 물리라고 쓰여 있지요. 또 우스갯소리 같지만 실지로 이따금 일어나는 일인데, 집안식구가 혼비백산해서 환자를 내버려 둔 채, 병원으로 달려오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간질의 발작은 아무리 큰 경련이 일어나더라도 내버려 두면 보통 이삼분으로 끝나 버려요. 그러니까 허둥대지 말고 환자를 그 자리에 가만히 뉘어 놓고 상태를 잘 관찰해 둘 필요가 있읍니다. 이것은 나중에 의사에게 상황을 보고할 때에 귀중한 자료가 되지요. 다만 발작이 두서너 번 되풀이돼서 좀처럼 그치지 않을 때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의사에게 보여서 발작을 멈추게 할 필요가 있어요.
-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벌렁 쓰러지거나 했을때, 그것이 단순한 빈혈인지, 혹은 간질의 발작인지 문외한이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뭐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문제지요. 왜냐하면 간질의
발작이라고 하면 곧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거품을 내뿜는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지만 실은 갖가지 형태가 있어요. 아주 짧은 시간 의식을 잃는 수도 있고 그저 멍하니 있다든가, 어지럽기만 한 경우 등등 십인십색입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간질 발작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 없지요. 만약 무엇이든 평소와 다른 상태가 되풀이해서 나타나면 우선 전문의를 찾아 진찰을 받고 그것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읍니다. 병원에 가면 진찰 외에 반드시 여러 종류의 검사를 하지요. 그런 검사 중에서도 뇌파검사가 중요한 것의 하나로 꼽힙니다.
  그림 1의 A는 건강한 성인의 뇌파로서 일초에 십회쯤 흔들리는 파동, 이것을 알파파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런 파동이 머리의 후반부에 세차게 잘나와 있어요. 비는 간질 환자의 뇌파로서 흔들림이 아주 느린 파동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 2도 간질병 환자의 뇌파인데, A에서는 왼쪽 측두부에 크게 아주 뾰족한 파동(극파)을 볼 수 있고 , B와 C에서는 이 극파와 서파가 섞여 있어요. C와 같은 모양의 파동이 나와 있을 때 환자는 한때 의식을 잃게 됩니다. 뇌파검사 외에 요사이 널리 실시되고 있는 것은 CT스캐너(컴퓨터단층촬영 장치)라는 기계를 쓰는 검사입니다. 뇌의 여러 단면을 브라운관에 비춰서 상처가 있다든가, 뇌종양이 어디에 생겨 났다든가 하면 분명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요. 이 장치의 장점은, 뇌파검사도 마찬가지이지만, 검사를 받는 환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검사만 받고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이밖에 뢴트겐으로 뇌속의 혈관상태를 검사하기도 하지요.
    발작을 억제하는 약
- 간질이 불치의 병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현재는 어떤 치료방법이 있는지요?
  치료는 약이 중심이 됩니다. 현재로서는 십수 종류의 약이 쓰이고 있지요. 환자의 증상이나 발작의 형태에 따라 약을 가려서 쓰는데, 사용하면서 그 경과를 보아 양을 증감시키는 것입니다.
  치료의 실례를 하나 들까요? 십팔세의 남자인데, 전신의 경련발작과 좀 가벼운 발작을 겸해서 하고 있었읍니다. 첫 주일에 삼회 발작이 가벼워졌으나 다음 주일에는이회, 그 다음 주일에는 오회 발작이 일어났지요. 그 시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해서 우선 어떤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래서 발작이 가벼워졌으나 아직도 일주일에 이회쯤 일어났지요. 약의 복용을 계속했더니 한때 발작아 사라졌지요. 그러나 그 뒤, 다시 일주에 일회의 비율로 발작이 나타났읍니다. 그래서 약의 양을 좀더 늘렸으나 아직 발작이 계속된다고 해서, 다른 약을 덧붙여 쓰면서 경과를 살폈더니 상태가 대단히 좋아져서 이제는 발작이 전혀 일어나지 않게됐지요.
  이렇게 어떤 약으로는 발작을 완전히 억누르지 못하더라도 약을 바꾸어서 발작을 눌러 버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또 요사이는, 좀처럼 발작을 억누를 수 없는 경우 혈액 안에 퍼진 약의 농도를 측정해서 조절하는 방법이 쓰이고 있어요.
  다만, 대단히 중요한 일은 설사 앞서의 예처럼 잘 조절되더라도 그것으로 나았다고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감기약처럼 이제는 증상이 없어졌다고 약을 그만 먹으면 안됩니다.
- 간질의 치료약은 발작이 일어나지 않게 되더라도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것입니까?
  한평생 복용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발작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당장 복용을 그만 두어서는 안된다는 말이지요. 모처럼 발작이 그쳤으니까 마음을 느긋이 먹고 계속 약을 복용하면서 뇌파검사를 받기도 하고 전문의와 의논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는 발작도 그치고 몸의 상태도 좋아지면 약의 양을 조금
줄여 보고, 계속 몸의 컨디션이 좋으면 다시 양을 더 감소시키는 식으로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약의 양을 줄여 가다가 아주 끊어 버릴 수도 있지요.
- 오랜 기간 약을 계속 들어도 부작용이 일어날 염려가 없나요?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역시 쭉 같은 약을 계속 드는 것이니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혈액 속의 성분입니다. 이를테면 백혈구의 양이 달라지거나 성질이 변하는 것이지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때때로 검사를 합니다.
  그 밖에도 몇몇 부작용을 생각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이 흔히 염려하는 것은 이런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가 임신했을 때, 태어날 아기에게 영향이 없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전혀 장애가 없다, 위험성이 절대로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장애가 그리 흔하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발작을 겨우 억제해 왔던 것을 약을 먹지 않음으로써 다시 발작이 일어나게 되는 편을 의사들은 두려워합니다. 발작이 일단 일어나면 도져서 좀처럼 멈추게 할 수 없는 위험한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되도록 약을 끊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의사들은 원칙으로 삼고 있읍니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갖가지 상황이 있으므로 상황에 맞춰 대처합니다만.
    주위에서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않도록
- 임신하고 있는 사람은 부작용도 걱정되겠지만 아기에게 간질이 유전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도 있지 않겠어요?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간질병이라는 것은 본디 분명한 유전병은 아닌데 그것을 무척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모처럼 아기를 가졌으니까 낳아서 키우고 싶은 것은 인간의 상정이겠지요. 우리 의사들은 어서 아기를 낳으세요 하고 말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간질이라고 해도 여러 종류가 있고 정도도 갖가지이므로 그때그때 전문의와 의논하면 좋겠지요.
- 끝으로 간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가진 어머니에게 평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으면 합니다.
  간질 치료에서 물론 약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읍니다마는 동시에 일상생활에 신경을 쓰는 일도 중요하지요. 이것은 어린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섭생을 잘해야 합니다. 밤샘을 한다든가 과식, 과음은 좋지 않아요.
  한편 부모가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써도 이 역시 역효과를 냅니다. 예를 들어서 아이가  학교의 행사로서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간다, 또는 풀장에 간다고 모처럼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너에게는 병이 있으니까 그만두라고 부모가 말리는 것은 다른 면에서 해가 되지요. 어린 아이의 심리를 무시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우리 어른들에게 있어서는 아이들의 심신이 모두 건전하게 자라는 것이 제일의 목적이므로 너무 과민해져서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는 태도는 금물이지요. 부모로서 걱정이 되겠지만 여유있는 태도로 아이를 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 간질병이라는 것은 결코 불치의 병이 아니고 약으로 충분히 다스릴 수 있는 병이니까, 안심하고 전문의의 치료를 받으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ff
      17. 쥐(경련)
    리길영이랑
    국립 무장요양소 신경센터장
    근육의 구조와 움직임
- 선생님은 내과 가운데서도 근육이나 신경병의 전문가이시지요? 종아리의 근육이 땅기고 뻐근하며 아픈 증세, 흔히 쥐가 났다고 하는 증세에 대해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누구나 한 두어 번은 경험하는 일이지요.
  글쎄요. 실제로 얼마만큼 쥐가 났었는지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학생들에게
물어 보면 구십오퍼센트쯤은 경험했다고 대답하지요. 장딴지가 뒤집힌 듯이 땅겨서 다리가 뒤틀린 것 같은 상태를 말하지요. 쥐가 나기 쉬운 것이 이 장딴지인데, 그 밖에도 발바닥, 손에 자주 납니다. 또 특수한 예이긴 하지만 어떤 병에 걸리면 온몸의 근육에 차례로 쥐가 나는 일도 있지요. 이것은 아주 드문 병인데 일본에도 이십명 안팎의 환자가 있습니다.
  한편 종아리에 쥐가 난다는 현상은 아주 흔한 것인데 별로 연구가 돼 있질 않아요. 그 이유는 쥐가 나는 증상을 실험적으로 일으키려 해도 좀처럼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전기로 신경을 자극해도 쥐가 마음대로 일어나질 않아요. 게다가 학생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장딴지에 쥐가 나게 했다고 하면 아마 아파서 참지 못할겁니다. 한편으로는 쥐가 나는 것이 목숨과는 상관이 없다고 해서 열심히 연구하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쥐가 나는 현상의 실태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못합니다. 다만 대충 구조적인 실태가 조금 알려져 있지요.
  우선 근육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느냐, 우리가 손발을 움직인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가를 간단히 말씀드릴까요? 근육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흰 근육과 빨간 근육이라고 의사들이 구별하고 있는데, 후다닥 손발을 움직이듯이 대단히 빠른 운동을 하는 근육, 그리고 천천히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들고 있기 위해 움직이는, 심장처럼 육중하게 운동하는 근육의 두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각기 에너지원이 다른데 하나는 포도당을 쓰고, 다른 하나는 산소를 씁니다.
  동물의 경우, 같은 운동을 되풀이하고 있으니까 자연히 흰 근육과 빨간 근육, 이른바 흰 살점, 빨간 살점의 줄기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갖가지  운동을 겸해서 하기 때문에 흰 근육과 빨간 근육이 얼키설키 줄무늬처럼 뒤섞여 있어요. 자디잔 운동을 하는 손가락이나, 육중한 운동을 하는 허리의 근육 따위인데 운동의 성질에 따라 근육의 조합이 달라요.
- 쇠고기도 등심이나 안심 등등, 살코기에 심줄, 지방이 조금씩 섞인 고기가 있는데요, 사람의 근육도 그렇게 되어 있나요?
  대체로 그렇게 돼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근육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아주 달라요. 동물에 있어서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느 부위의 고기가 맛있다, 맛없다는 말을 하게 되지요.
  그렇다면 그런 근육을 어떻게 해서 움직이느냐? 우리는 무심코 손발을 움직이고 있으나 이것은 대단히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뇌쪽에서 수족을 움직이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당장 그 지렁이 척수로 전해지지요. 그리고 척수로부터 근육에 "수축하라"는 명령이 내려가지요. 그러면 수축한 근육은 그 상태를 반드시 "지금 이런 식으로 돼 있다"고 척수를 통해 뇌에 알립니다. 그리고 한 근육이 수축할 때에는 이와 쌍을 이루고 움직이고 있는 근육이 반드시 느슨해지게끔 구조가 돼 있어요. 마치 인형극에서 인형을 조작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그쪽 편의 근육이 "느슨해졌다"는 정보도 동시에 척수에 전달됩니다. 이 양쪽의 정보를 전해 받은 척수는 "지금 이런 상태로 근육을 움직이고 있다"고 뇌에 통고하지요.
  이렇게 우리의 몸은 운동을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대단히 복잡한 구조로 돼 있습니다. 또 근육에 붙어 있는 건에도 "지금 이쪽 상태는 이러하다, 당겨지고 있다"는 식으로 정보를 내는 자동제어장치가 있어서 아주 미묘한 조절을 하고 있어요.
- 잘돼 있군요. 그렇다면 종아리 부분의 근육은 어떻게 폈다 오무렸다 하는 것입니까?
  이를테면 발끝을 펴는 경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종아리의 근육이 갑지기 수축하면서 동시에 반대쪽에 있는 정강이의 근육이 반드시 느슨하게 풀립니다. 양쪽의 근육이 나름대로 반대의 움직임을 해야 비로소 발끝이 제대로 펴지는 셈이지요. 발끝을 올리려는 때는 정강이의 근육이 수축하고 반대로 종아리의 근육은 펴집니다. 한쪽이 오그라지면 다른쪽은 풀리게끔 자동적으로 조절됩니다. 걷는다는 간단한 동작도 실은 무척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종아리 쪽과 정강이 쪽, 쌍방 근육의 수축과 이완의 균형이 잘 잡혀 발의 운동이 가능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쥐가 날 때
- 그렇다면 근육이 어떤 상태가 됐을 때 쥐가 나나요?
  쥐가 난다는 것은 종아리의 근육이 몹시 수축해 버리는, 수축과 이완의 균형이 잡히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을 가리키지요. 이런 경우에는 에너지를 많이 써 가면서 꽉 오그라질 대로 오그라져서 세차게 경련하고 있기 때문에 격한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 어떤 때 쥐가 많이 납니까?
  대단히 격한 운동을 해서 지친 뒤에 쥐가 나는 수가 많지요. 또 준비운동을 않고 수영장에 뛰어들었을 때, 당장 발에 쥐가 났다는 경우도 흔하지요. 그리고 종일 운동했다든지 지나치게 일을 해서 과로했을 때 그날 밤에 자다가 발에 쥐가 나서 잠을 깼다는 경우도 비교적 많은 것 같아요. 이것은 자다가 저도 모르게  발을 쭉 편다든가, 수족을 움직이다가 쥐가 나는 것이지요. 이밖에도 수분의 상실, 이를테면 설사를 했다든가, 땀을 많이 흘렸을 때도 역시 쥐가 많이 난다고 알려져 있어요.
- 왜 격한 운동이나 과로가 쥐가 나는 원인이 될까요?
  근육이나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고 있는 것은 그들 안에 포함돼 있는 수분이라든가, 이른바 전해질(칼슘이온이라든가 나트륨이온, 칼륨이온)이지요. 과격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로 수분을 잃게 되면 수분이나 전해질 대사의 이상으로 그러한 조절기구가 고장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근육이 너무 수축해서 쥐가 나는 것이지요.
- 그렇게 돼서 쥐가 나면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뒤따르는데 왜 그런 아픔이 생기나요?
  실은 그것을 알 수가 없어요. 쥐가 나는 것에 한하질 않고 아픔이란 느끼고 있는 본인 이외에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므로 연구하기도 매우 어렵고 원인도 잘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분명히 잘은 몰라도, 아마 근육이 대단히 세게 경련을 일으켜서 일부의 근육이 끊어지거나, 혹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지요.
    심하게 수축된 근육을 편다.
- 그런데 쥐가 났을때, 아픔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일 간단한 방법은 수축될 대로 수축된 근육을 어떻게 해서든지 펴준다, 즉
반대편 근육과 균형이 잡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목을 몸쪽으로 당긴다든가, 무릎을 굽힌다든가 해서 쥐가 난 근육을 반대편으로 당겨 주는 것이지요. 그런 동작으로 땅겨 있는 것을 원상복귀시키고 근육 전체의 균형이 제대로 되돌아가게 합니다.
- 그러나 아픔이 심해서 자신이 발목을 당길 수 없는 경우가 많지요.
  분명히 아픔이 심하면 본인이 할 수 없으니까 남의 손을 빌려야 합니다. 그러면 비교적 쉽게 낫지요.
- 쥐나는 것을 고치거나 예방하는 약은 없나요?
  약은 있습니다. 직접적인 치료약으로는, 원인이 전해질의 이상에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식염수를 주사하거나 칼슘을 주지요. 요사이 갖가지 근육이완제가
개발돼서 효과가 좋습니다.
  직접 근육의 칼슘 대사에 작용하는 댄트로렌이라는 약과 척수반사의 흥분을 억누르는 머스칼름, 백로펜 등도 유효하지요. 근막이나 세포막의 흥분을 누르는 염산키니네나 아레비아틴도 신경이나 근육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비교적 잘
들어요.
- 이 약들은 역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써야 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역시 우선 의사와 의논해야지요.
- 더운 찜질이 아픔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습니까?
  쥐가 난 뒤 쑤시는 통증이 이 내지 삼일 동안 계속되는 수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다리 전체를 뜨겁게 찜질하는 것이 좋겠지요. 뜨거운 찜질은 근육이 지나치게 수축했기 때문에 생긴 피로를 빨리 회복시켜 주니까,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될겁니다.
    척수나 말초신경 이상도 원인
-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하면 그때마다 쥐가 나는 사람도 있던데요.
  그런 사람이 있지요. 보통의 건강한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으나, 조심해야 할 일은 무슨 병이 있어서 그것이 원인이 되어 쥐가 나는 경우입니다. 원인이 되는 병에는 여러 가지 병이 있는데, 이를테면 몸의 운동을 조절하는 장치의 이상이 있어요. 이 경우에는 척수, 말초신경, 근육, 뼈나 관절 등 장애가 일어나는 곳은 갖가지인데, 병으로서는 특히 당뇨병, 다발성 신경염, 추간판 헤르니아(디스크), 근육 위축성 측삭 경화증 등이 있지요.  그리고 병이 없더라도 편평족인 사람은 쥐가 나기 쉽습니다. 또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수분, 전해질의 이상으로도 쥐가 나지요.
- 곧잘 쥐가 난다는 사람은 원인이 되는 병이 있는지 검사받을 필요가 있겠군요.
  쥐가 자주 나서 난처하다는 사람은 무엇이든 원인이 있는 수가 많으니까 의사에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원인이 되는 병을 없애지 않고는 쥐가 나는 증세를 근치할 수 없지요.
- 병이 없다면 과로를 피하면 예방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한다든지, 야채나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일도 중요해요. 그리고 손발을 언제나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에 둔다는 것이 진정한 뜻에서의 예방법이 됩니다.
@ff
      18. 통증과 진통제
    은지 유
    향천 의과대학 부학장
    통증은 어떻게 해서 느껴지는가
- 우리는 몸의 어딘가가 아프면 의사의 진찰을 받기도 하고, 시판되는 진통제를 사서 먹으며 통증을 달래려고 하는데 인류는 역시 태고적부터 통증에 시달려 왔지요?
  그렇지요. 옛날 사람들은 몸이 쑤시고 아프면 술을 마시며 우물쩍 넘긴다든가, 벌에 쏘였을 때는 얼음으로 식히곤 했지요. 남아메리카의 인디오는 배가 아프면 코카나무의 잎사귀를 씹는다고 합니다. 그것이 대단히 잘 듣는다고 해서 추출, 정제한 것이 현재 쓰이고 있는 코카인이지요. 또 양귀비를 태운 연기를 마시며 아픔을 달랬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것이 현재의 모르핀이 된 셈입니다. 이렇게 옛날의 진통의 지혜는 모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픈 부위를 쓰다듬곤 하는데 이것은 진통의 원리에 들어맞는 것입니다. 즉 쓰다듬거나 안마하면서 자극을 주어 아픔을 솜씨있게 우물쩍 속여 넘기는 것입니다.
- 그런데 진통제는 통증에 대해서 어떻게 작용하는 것입니까?
  우선 통증을 느끼는 메카니즘부터 설명을 해야겠군요. 예를 들어 벌에 쏘였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자극은 신경을 거쳐 대뇌까지 전해지는데, 여러분이 약국에서 사먹는 진통제는 주로 신경의 말초부위에 작용하는 약입니다. 즉 벌에 쏘인 부위라든가 부딪힌 곳이 한마디로 자극의 어귀지요. 그러나 우리 의사들이 쓰는 약 중에는 척수나 대뇌에서 느끼고 있는 아픔을 멈추게 하는 약도 있지요.
- 아픔을 느끼는 말단에 작용하는 약과 중추에 작용하는 약이 있는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통증에도 여러 가지 분류법이 있습니다마는, 간단하고 알기 쉬운 것은 통증 부위에 따른 분류이지요.
  우선, 몸의 표면에 가장 가까운 부위의 아픔이 있습니다. 이 통증의 톡징은 이를테면 벌레 쏘였다면 어디를 쏘였는지 단번에 분명히 알 수 있다는 점이지요. 역시 몸의 표면이란 사람의 자기방어를 위한 제 일선을 형성하고 있는 곳 이니까, 어디가 아프다는 것이 분명치 않으면 곤란하므로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이지요. 몸의 표면에서 좀더 깊은 곳이라고 하면 근육이라든가 결체조직 섬유인 인대 등의 부위가 됩니다. 여기서 느끼는 아픔의 특징은 몸의 표면에 비해서 신경의 분포가 적기 때문에 헷갈리는 수가 있다는 점이지요. 이를테면 허리가 나쁜데 무릎이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경험했겠지만 허리가 아프다, 어깨가 쑤신다고는 하지만, 허리의 어디가 아픈지 분명치 않고 막연히 허리가 쑤신다고밖에는 느껴지지 않는 수가 있지요.
  또 하나는 내장의 아픔인데 이것 역시 부위가 분명치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맹장염이라도 이 아픔이 맹장에서 온 것이라고 집어내 말하기 어렵지요. 대충 왼쪽 아랫배가 쑤신다는 정도로서 때로는 배 전체, 명치나 위가 아프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검사를 하거나 수술을 해보았더니 맹장염이었더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요. 그리고 위천공이라고 위에 구멍이 뚫리는 병이 있는데 이것도 위에 구멍이 났다는 것을 환자가 알아차린다면 우리 의사가 할 일이 거의 없어지겠지요. 이와같이 내장의 아픔이란 배가 아프다는 정도로 뱃 속의 어디가 아픈지는 잘 모르는 게 보통입니다.
    진통제는 가려 쓸 것
- 아픈 부위가 분명하건 분명치 않건간에 우리는 아프다고 느끼면 진통제를 쓰기 마련인데, 실제로 진통제가 듣는다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요?
  진통제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마는 진통제라고 이름이 붙은 이상은 모두 통증에 대해서는 다소간 듣는 약입니다. 그러나 진통제의 종류에 따라 각기 쓰이는 곳이 다르지요. 이를테면, 감기가 들어서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면 해열진통제가 제격인데 아스피린 계통의 것이 곧잘 쓰입니다. 그리고 관절염 같이 염증이 있고 아프기도 하다고 할 때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아픔도 멈추게 하는 진통제가 쓰이지요. 진정작용을 주로 하는 진통제도 있지요. 왜냐하면 통증에는 심리적인 영향이 적지 않게 작용해서, 아픔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증폭하거나 적게 받아들이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요소가 밀접히 관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제와 진통제를 섞은 약도 많이 쓰이고 있지요. 그밖에 목이나 어깨가 뻐근할 때 쓰는 진경진통제도 있습니다. 경련을 멈추게 하고 아픔을 가라앉히는 약이지요. 이렇게 진통제마다 각기 들어맞는 분야가 있습니다.
- 그렇지만, 문외한으로서는 가려서 쓰기가 어렵지요. 특히 정신적인 영향 같은 것은 본인은 알기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지요. 그러나 여러분이 사서 쓰는 진통제는 해열을 주로 하는 진통제나, 목에 염증이 있어서 아픈 데에 쓰는 진통제로서, 내장의 통증에 대한 진통제같은 것은 시판되고 있질 않으니까 한정돼 있는 셈이지요.
-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쓸 수 있는 진통제는 말초신경 쪽의 원인으로 생긴 아픔에는 꽤 듣는 셈인가요?
  그렇습니다. 아픔이라는 것은 말초신경에 대해 어떤 화학적인 물질이 작용해서 일어나는 수가 많습니다. 요즘은 이런 작용을 억누르는 대단히 효험이 좋은 약이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약의 연용은 피한다.
- 흔히 부작용을 걱정하는데요, 부작용이 전혀 없는 진통제도 있습니까?
  그에 대해서는 약을 만드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걸쳐서 열심히 연구해 왔으나, 완전히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분명히 무척 적어지긴 했어도 역시 조금은 부작용이 있지요. 실은 약을 하나하나 들어서 설명해야겠지만, 부작용을 크게 나누어 말한다면 제일 많은 것이 소화가 잘 안된다, 위가 나빠진다는 부작용입니다. 이것은 약의 복용을 그치면 당장 낫지요. 이런 부작용이 있는데도 오랫동안 약을 계속 복용하면 위나 장에서 출혈하는 경우도 생기지요.
  그리고 무턱대고 많이 복용하면 이른바 급성 중독이 일어난다는 것은 당연한 얘깁니다. 또 약에 대해 아주 과민해서 약을 먹기만 하면 피부에 발진이 돋는 사람도 있어요. 그 밖에 아주 장기간에 걸쳐서 약을 먹으면 혈액의 병에 걸리거나, 신장에 장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여기서 좀 주의해 두고 싶은 것이 있는데, 시판되는 진통제는 거의 정제로 돼 있는데 이것을 2--3세 어린 아이나 노인네가 무심코 삼키면 목이나 기관이 막혀서 질식하는 수가 있어요. 약은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아 두어야 하며 동시에 정제는 반드시 물과 함께 들도록 하십시오. 가루약은 누구나 물과 함께 삼키지만 정제는 물 없이 드는 사람이 있지요. 그러나 물로 삼키는 편이 효과도 좋습니다. 이것은 진통제에 한한 것이 아니라 정제인 약 전반에 관해 알아 두어야 될 상식입니다.
- 임신하고 있는 사람도 조심해야 하겠지요?
  현재, 어쩌면 임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람과 임신 이 내지 삼개월쯤 된
부인은 태아에 대한 영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으므로 진통제를 드는 것을 되도록 피해야 합니다.
- 알레르기성 체질인 사람은 평소 조심하고 있겠지만 역시 약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그런데 습관이 돼 있다든지, 그럴 필요가 있어서 오랫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조금 부작용이 있더라도 복용하게 될텐데, 그런 경우 조심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통증이 만성이 돼 버린 경우도 역시 있을 수 있지요. 이런 경우에 아무래도 약을 쓰고 싶을 때가 있겠으나, 이주일이나 삼주일씩 같은 약을 계속 복용한다는 것은 절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에 의존하기에 앞서 우선 원인치료부터
- 월경통처럼 정기적인 통증이 오는 경우, 통증이 강하면 무심코라도 진통제를 쓰고 싶어지겠지요.
  여성으로서 월경통이 있다든지 두통이 있다는 사람이 많은 듯싶어요. 남성에게는 어깨나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게 줄곧 계속되는 통증의 경우라도 역시 진통제를 상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러느니보다는 우선 의사를 찾아 원인을 분명히 확인하고 원인인 병을 고치는 일이 긴요합니다.
  특히 허리의 통증 같은 것은 대개의 경우 기계적인 것으로서 신경이 말초에서 척수로 가는 도중의 어딘가에서, 즉 근육과 근육, 근육과 근막, 근막과 건 사이에서 압박되어 그 때문에 아픈 것이지요. 뒤에서 갑자기 자동차의 추돌을 받았을 때 목에 받은 충격으로 일어나는 후유증, 목에 원인이 있는 두통, 손의 통증, 추간판 헤르니이 따위도 마찬가지로 신경이 어디에선가 압박을 받아 아픈것이니까 그것을 그저 약으로만 고치려고 한다면 무리지요. 그 압박을 받고 있는 곳을 찾아 고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 그런 물리적인 원인을 모를 경우라도 몸의 자세를 바르게 하면 얼마쯤 아픔을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긴, 신경이 어디서 압박되고 있느냐를 좀처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규명하기 위해 가능한 한 손을 쓰고, 모를 때는 모르는 대로  대처해야지요. 삭히고 따뜻하게 하고, 자세에 조심하고 근육도 강하게 하는 등으로 아픔을 되도록 가볍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아픔이란 중요한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것을 무시하고 진통제만으로 무턱대고 아픔을 가시게 하려는 것은 찬성할 수 없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픔
- 아픔 가운데는 정말 참지 못할 만큼 심한 경우가 있겠지요?
  그래요. 그 가장 심한 것이 암으로 말미암은 아픔입니다. 이것은 암이 신경에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데 정말 아파요. 그리고 신경 자체가 병에 걸려 있는 경우, 이를테면 삼차 신경퉁은 얼굴이 몹시 아픈 병인데, 이런 때는 그 신경이 아픔을 전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법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요. 이 방법은 신경을 파괴하는 약이나, 알콜 따위를 넣어서 신경을 파괴해서 아픔을 멎게 하는 것이지요. 암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지요.
- 무엇이 원인인지 생각해도 분명치 않은 통증도 흔히 있지요. 그런데, 진통제를 쓰는 것은 어떨까요?
  역시 아플 때는 진통제를 쓰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겠지만 우리 의사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같은 종류의 진통제를 장기간 연속적으로 복용하는 것만은 피해주십사 하는겁니다.
- 고질적인 두통을 앓는 여성이 진통제를 계속 먹고 있는 수가 많은데 그런 여자는 일찍 늙는다고 하더군요.
  그것은 당연하겠지요. 약을 연거푸 들고 있으면 위장장애가 일어나기 때문에 소화흡수가 충분치 못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노화도 빨리 올겁니다.
- 그러나 어딘가에 아픔을 느꼈을 때는 우선 아픔부터 멈추게 싶은 것이 인간의 상정이 아니겠어요?
  글쎄올시다. 그러나 지금은 연구가 날로 진보돼서 아픔을 일으키거나, 혹은 멎게 하는 몸 속의 장치나 물질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몸안의 아픔을 멈추는 물질이나 장치를 잘만 이용할 수 있다면 멀지 않아 인류는 안전하게, 장해도 없이 아픔에서 해방되는 날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별 수가 없으므로 아픔과 진통제를 잘 이해하시고 제한된 기간 동안 제한된 약을 쓰시도록 명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ff
      19. 안저출혈
    복전 아준
    황구대학 의학부 교수
    겉보기에 변화는 없다
- 안저출혈이란 무엇이며,또 그것이 어떤병과 관련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실제로는 눈의 내부에 출혈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글자 그대로 눈의 바닥에서 출혈이 일어나는데, 가장 많은 것은 안구의 제일 안쪽에 있는 망막이라고 부르는, 빛을 느끼는 아주 엷은 막 안에서 일어나는 출혈이지요. 망막은 해부학적으로는 뇌의 일부로 생각해도 좋은 부위로서 뇌로 가는 혈관에서 가지쳐 나온 혈관을 통해 혈액의 공급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그 혈관이 터져서 피가 나오는 것이지요.
- 핏발선 눈이라고 해서 곧잘 눈알의 횐자가 발갛게 충혈되는 수가 있지요. 그런것도 안저출혈입니까?
  아니지요. 전혀 다릅니다. 횐자가 발갛게 보이는 것은 안구의 맨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공막과 그 위에 덮인 결막과의 사이에서 출혈했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흔적도 없이 낫게  되고 장해도 남지 않으므로 보기보다는 걱정할 것이 못되지요. 안저출혈의 경우는 눈이 발개진다든지 하는 외견상의 변화는 없습니다.
-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요?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처럼 바깥 세상의 물체상이 비치는 곳이지요. 거기에 출혈이 있게 되므로 당연히 물건을 보는 데에 장애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자각증상으로 우선 시야의 장애가 생기지요. 우리가 물체를 보고 있을때, 그 보이는 범위를 시야라고 합니다마는 그 시야의 일부에 보이지 않는 곳이 생깁니다. 그리고 망막에 피가 널리 달라붙는 출혈이 아니라, 초자체 눈알 내부의 큰 공간에 들어 있는 반유동체 ( 편집자주) 속에 점점이 튀겨진 출혈인 경우에는 눈앞을 모기 같은 것이 얼핏얼핏 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이것을 비문증이라고 합니다.
- 시력도 떨어지나요?
  안저의 옆쪽에서 출혈했을 때는 그다지 떨어지지 않지만, 제일 감도가 좋은 황반부 중심와(시야의 중심) 근처에서 조금이라도 출혈이 있으면 급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집니다. 출혈부위에 따라 시력이 떨어지는 정도가 달라요.
- 출혈량과도 관련이 있읍니까?
  몸의 어느 부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출혈의 양이 적으면 깨끗이 빠져서 흔적도 없이 낫지요. 그러나 어느 정도 양이 많아지면 비문증의 원인이 되는 혼탁이 눈 안에 남기도 하고, 망막 자체에도 변화가 일어나서 잘 보이질 않게 돼요. 다시 초자체의 안에서 출혈이 된 경우에는 거기에 세게 당겨서 오그라진 것 같은 새로운 조직이 생겨나면서 망막박리라는 치료하기가 고약한 병이 일어나는 수가 있읍니다. 또 병의 종류에 따라서는 출혈과 합병증이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수도 있지요.
- 진단은 곧 내려질 수 있나요?
  네. 검안경으로 검사해서 어디서 출혈이 되고 있는지, 또 그 출혈의 바탕인 망막혈관에 생긴 변화의 종류와 정도도 알 수 있지요. 만일 눈 안이 피로 가득차 있어서 그 변화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반대쪽의 정상적인 눈을 참고로 해서 상정할 수도 있습니다. 또 출혈의 원인의 하나로 신경의 병이 있는데, 그런 때는 시신경의 머리 부분인 시신경유두를 살펴서 거기에 변화가 있는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안압을 재는 일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이런 출혈이 일어나는 경우, 눈 속은 심한 울혈상태가 되고 눈알의 내압이 무척 올라가서 안구가 딱딱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다지 흔치는 않지만 고약한 합병증으로 녹내장에 걸리는 수가 있어요.
  그 밖에 형광 안저 조영검사라고 해서 플루오레세인이라는 일종의 조영제(형광색소)를 주사하고는 눈밑을 살피는 검사를 하면 검안경으로는 잡히지 않는 변화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나 고협압도 원인
- 어떤 병이 안저출혈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까?
  흔히 눈은 건강의 창문이라고 하는데 전신병에서 오는 수가 많습니다. 출혈의 원인을 몇 개 들어 보지요. 우선 망막의 혈액순환 장애가 있어요. 혈액이 정상적으로 흘러 주면 좋겠는데, 혈관이 막히거나 혹은 강한 압력으로 밀려서 흐르거나 해서 출혈이 일어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망막에 와 있는 정맥이 막힌 경우입니다. 그러면 강한 울혈상태가 되고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되지요. 이것은 동맥경화나 고혈압인 사람에게 많은 증상입니다.
  그리고 정맥의 염증이 도져서 일어나는 출혈이라든가 망막혈관 자체의 장애로 빚어지는 출혈도 있지요. 이것에도 동맥경화나 고혈압이 관련되는데,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당뇨병이 있어요.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으면 온몸의 혈관이 몹시 상하게 마련인데 망막의 혈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옛날에는 안저출혈은 결핵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돼 있었으나, 요사이는 당뇨병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대단히 많아져서 일본만 하더라도 십만 명 이상이 안저출혈에 시달리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읍니다. 이 밖에, 백혈병이라든가 빈혈 등 혈액 자체의 병, 교통사고나 눈을 세게 맞아서 생긴 외상, 혹은 눈안의 종양, 신장병, 임신중독 따위도 안저출혈의 원인이 됩니다.
- 전신병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경우는 우선 그 방부터 치료해야 되겠군요.
  그렇지요. 전신병을 고치지 않으면 아무리 눈의 치료를 해도 출혈이 그치지 않을 뿐 아니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안저출혈이 일어나면,우선 원인이 되고 있는 병의 치료에 힘쓰면서 동시에 병행해서 지혈제나 출혈의 흡수를 촉진하는 약물을 씁니다.
  그리고 요즈음 부쩍 성행하게 된 수술로 망막광응고요법이라는 것이 있지요. 강한 광선으로 혈관의 상처 부위를 지져 태우는 치료법이지요. 출혈의 재발을 예방하고 눈 안의 출혈에 뒤따르는 부종과 순환장애를 빨리 없애려는 것이지요. 이것은 원래 망막박리의 치료법으로 개발된 치료법인데 그것을 차츰 여러 병의 치료에 응용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원인요법이 아니라 일시적인 치료법이라는 것을 알아 두십시요. 그리고 망막박리나 녹내장 등 합병증이 있으면 그에 대한 치료도 필요하지요.
    심신의 안정과 금주, 금연 
- 안저출혈은 방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원인이 되는 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중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의 경우는 날마다 식사, 운동 ,약의 복용을 의사의 지시대로 조절하고, 고혈압의 경우는 혈압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것이 안저출혈의 예방도 됩니다. 다시 당뇨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혈당치가 내려갔을 때나 거꾸로 무척 올라갔을 때, 또는 감기에 걸리거나 설사를 했을 때에 안저출혈이 일어나기 쉬우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요. 초기에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으니까 내버려 두는 사람이 많지만 심해지고 난 뒤에는 이미 손쓸 길이 없어집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의 관리가 대단히 중요하지요.
- 만일 안저출혈이 시작되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몸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흔히 안저출혈이 일어난 듯하다고 병원에 달려오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의학적으로 별로 좋은 일이 못돼요. 출혈이 있게 되면 얼마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그러는 것이 출혈의 재발을 예방하고 출혈의 흡수를 잘하기 위해서도 좋아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누워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삼 사일간만 누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진찰을 받으러 와도 늦지 않습니다.
- 안정이라는 것은 반듯이 누워서 꼼짝 않고 있는 것을 말하나요?
  방금 출혈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두 세시간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 이후에는 의자에 앉는 등 상반신을 일으킨 자세로 안정을 취해 주세요. 왜냐하면 위를 보고 누워 있으면 물체를 보는 데에 제일 중요한 중심부가 맨밑이 되므로 거기에 피가 괴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시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요. 따라서 반나절쯤 지나면 식사나 화장실에는 가도 괜찮습니다.
  일반적인 주의사항으로는 금주, 금연을 권합니다. 혈관의 병에는 술과 담배가 좋지 않아요. 목욕은 미지근한 물에 짧은 시간 들어가는 것이라면 출혈 당일은 제쳐 놓고 이 삼일째부터는 해도 좋겠지요. 그리고 정신적인 안정도 대단히 중요해요. 늘 걱정에 시달리는 사람은 상태가 악화되기 일쑤지요.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아들의 대학입시로 속을 끓였더니 안저출혈이 일어났는데 합격하자 출혈이 멎더라는 애기도 있읍니다. 주위의 사람들도 신경을 써서 불안의 씨나 지글지글 속을 끓이는 일이 없도록 해주어야 할겁니다.
@ff
      20.  시야가 좁아진다
    붕도 장
    순천당대학 의학부 교수
    정상적인 시야의 넓이
- 시야란 물체가 보인다거나 안 보인다는 시력과는 다른 것이지요?
  시력이란 얼마만큼 자디잔 것이 보이느냐는 것이고, 시야란 눈을 움직이지 않고 보이는 범위지요. 그 밖에 예를 들자면 자디잔 신문의 활자 따위는 조금만 눈을 돌려도 몰라 보게 되지요. 그 자디잔 것이 보이는 범위를 시야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 우리는 흔히 보이는 범위 안에서는 어디든지 똑같이 보이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데도 있으며, 빛깔 따위는 어떤 범위 바깥에서는 구별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빨간 빛깔이 꺼무스름하게 보이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모르는 것뿐이지요.
  우리는 보통 좌우 두개의 눈으로 물체를 보고 있습니다마는 정상적인 경우, 오른쪽 눈으로 오른편을 100도, 즉 정면에서 시선을 두고 팔을 바로 옆보다 조금 뒤로 올렸을 때 오른손 끝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곁눈질을 하면 150도가량까지는 보이지요. 그리고 코쪽, 즉 왼쪽은 60도 가량 보입니다. 왼쪽 눈은 그 반대이며, 중앙의 범위는 좌우 양눈이 함께 보고 있는 셈이지요. 다시 위쪽은 60도, 아래쪽은 70도, 이것이 정상적인 시야입니다.
  그리고 맹점이라는 것이 있지요.  눈에서 뇌쪽으로 신경이 뻗는 곳에 시신경유두가 있는데 거기는 빛을 느끼지 않게 돼 있어요. 거기에 대응되는 곳이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지요. 이것을 발견자의 이름을 붙여서 '마리오트의 맹점' 이라고 부르는데, 자기의 시야 가운데에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보통 모르고 있지요.
- 맹점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인가요?
  물론 누구에게나 있지요. 한쪽 눈을 감고 한 손가락 끝을 보고 있으면서 거기에 다른 손가락 끝을 가져 가면 어떤 곳에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누구든 해보면 알 수 있어요.
- 좌우 어느 쪽이든 그런가요?
  네. 주시점의 조금 바깥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두 눈을 뜨고 물체를 보고 있으니까 두 눈이 서로 보완하기 때문에 맹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요.
  그리고 왜 눈의 안쪽이 보이는 범위가 좁으냐 하면 얼굴의 생김새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코가 가로막아서 제한을 하고, 위쪽으로는 눈썹과 이마가 방해를 하고 있지요. 그래서 서구인은 코가 높은 만큼 시야가 좁은 셈입니다. 우리의 시야는 바깥쪽에서 아래쪽에 걸쳐서는 보다 넓지요.
- 시야가 넓거나 좁은 것과 시력이 좋거나 나쁜 것에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군요.
  그렇지요.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은 시력이 나바지는 것에 비해 훨씬 빈도가 낮은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일이 이따금 있읍니다. 그러나 여러가지병의 전조나 초기증상으로서 시야가 좁아지는 수가 흔하기 때문에 역시 정상적인 시야의 범위를 각자가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안과의의 진찰을 받으십시오.
    시야가 좁아지는 병
- 어떤 일로 시야에 이상이 생기는 것입니까?
  시야의 이상은 그런데에 신경을 안 쓰면 모르는 경우와, 갑자기 보이지 않는 곳이 생겨서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읍니다. 그리고 이것은 눈이나 뇌의 병이 원인이지요. 시야의 검사는 뇌신경 진단의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그러면 시야가 변하는 병 가운데서 빈도가 높은 것을 몇몇 들어 볼까요? 우선 망막박리라고 하는 망막이 떨어져 나가는 병이 있지요. 이 경우는 시야의 일부가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눈 안에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역시 별안간 시야의 일부가 가려지지요. 이것이 안저출혈인데 급작스레 검은 것이 보이면서 시야가 좁아지게 됩니다. 또 서서히 오랫동안, 몇 십년에 걸쳐서 시야가 차츰차츰 침범당하는 병으로 망막색소변성과 만성 녹내장이 있어요. 이것은 처음에는 시야가 조금 좁아지지만 내버려 두면 점점 그 범위가 넓어져서 나중에는 시력도 약해지고 결국에는 실명하는 병입니다.
  그리고 물체를 보는 데 아주 중요한 주시점 근처에 병이 있게 되면 주시점에 보이지 않는 곳이 생기거나, 또는 그곳의 빛깔이 변해서 보이는 일도 있지요. 중심성 망막염의 경우 이런 일이 생깁니다. 이 밖에도 시야의 변화를 일으키는 병이 많이 있지요.
- 처음에 말씀이 계셨던 망막박리의 경우,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망막은 안구벽의 제일 안쪽을 둘러 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그 안쪽에는 걸쭉한 젤리와 같은 초자체가 차 있지요. 망막에 찢어진 구멍이 생긴다든가, 아니면 안구의 중앙을 향해 땅기는 것이 있으면 망막이 벗겨지게 됩니다. 그러면 흔히 마치 막이 쳐진 것 같다고 하소연하게 되며 바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망막의 위쪽이 벗겨지면 아래쪽에서 검은 것이 시야를 가려 오므로 거기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경우는 그런 일이 비교적 급작스레 일어나기 때문에 깨닫기가 쉽지만, 한쪽 눈의 시야만이 변화하므로 때로는 깨닫지 못하는 수도 있지요. 이병은 되도록 빨리 수술을 해서 떨어져 나간 망막을 안구벽에 붙에 주면 구할 이상이 낫지요. 그러나 벗겨진 망막을 얼마 동안 그래도 내버려 두면 벗겨진 데가 오그라져서 병인 낫더라도 기능은 원상회복이 되질 않습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시야가 좁아졌다고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긴급을 요하는 일이지요.
    이상을 빨리 알아내려면
-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시야가 좁아지는 것도 무섭군요.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 병 가운데 제일 흔한 것이 망막색소변성인데, 이것은 유전병으로서 고약한 난치병이지요. 어릴 적부터 야맹증이 있어 어두워지기만  하면 곧잘 시궁창에 빠지곤 하는데 국민학교 때까지는 시야가 그다지 많이 침범당하지 않지요. 그러는 중에 보려는 곳과 그 주변의 중간쯤에 둥근 바퀴모양, 즉 도너츠형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기고 그것이 복판과 바깥쪽으로 점점 퍼져 갑니다. 오십세나 육십세가 될 무렵에는 마치 갈대 줄기의 구멍으로 세상을 내다보듯이 시야가 좁아지고 마침내 실명하지요. 또 시력이 먼저 침범당하는 수도 있어요. 이 병은 좋은 치료법이 없어서 난치병으로 꼽히지만 진행이 대단히 완만해서 육십세쯤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또 하나 녹내장이란 병이 있지요. 녹내장은 크게 나누어서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하룻밤 사이에 시력이 나빠져서 눈동자가 커지고 눈앞이 희미해지며 아프지요. 내버려 두면 소경이 되는 이른바 발작성 녹내장입니다. 또 하나는 눈의 내압이 차츰차츰 높아지면서 눈이 딱딱해지고 신경을 압박해서 그 때문에 신경이 차츰 죽어 가는 것으로서 몹시 느리게 진행되는 녹내장이지요. 후자의 경우, 처음에는 마리오트의 맹점 둘레에 보이지 않는 곳이 생기는데, 다시 코의 옆과 아래쪽에 시야가 점점 가려지다가 나중에는 아주 좁은 시야밖에 남지 않게 되고 마침내는 실명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녹내장은 시야가 아주 좁아졌을 때, 알아채기만 하면 치료로써 그 상태에 머물게 할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조기진단이 아주 중요한데, 유감스럽게도 이렇다 할 분명한 다른 자각증상이 뒤따르지 않는 탓으로 뒤늦게 손을 쓰는 수가 많습니다.
- 시야에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를 간단하게 아는 방법은 없을까요?
  두눈이 서로 보완하기 때문에 좀처럼 변화를 깨닫기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아침에 세수를 할 때라도 눈을 한쪽씩 감고 보이는 범위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이때 바로 옆쪽이 보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정면을 향했을 때 코끝이 보인다는 것도 중요해요. 다시 상하의 범위를 확인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어느 날 아침 어쩐지 코끝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채게 되지요. 남과 서로 마주 서서 상대의 시야와 비교하며 자기의 시야를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이상이 생기더라도 시기를 잃지 않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 꼭 알아 두어야 할 자기진단법입니다.
@ff
      21. 눈이 쉬이 피로해진다
    북택 극명
    동경대학 의학부 조교수
    안압이 높아지고 시신경장애가 온다
- 눈병 가운데 백내장과 녹내장은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병의 성질도 역시 비슷합니까?
  이 두 가지 병에 대해 일반인들은 곧잘 혼동을 하는데 백내장과 녹내장은 전혀 다른 병이라는 점을 먼저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백내장은 설혹 시력이 나빠졌다 하더라도 수술을 받으면 대개 원상회복이 됩니다. 그러나 녹내장의 경우는 일단 시력을 잃으면 대개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녹내장 쪽이 예후가 훨씬 좋지 않은 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녹내장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한마디로녹내장이라고 말하지만, 녹내장에는 여러 가지 형이 있어서, 어느 형이냐에 따라서 예후가 상당히 다릅니다. 따라서 개중에는 아닌게아니라 예후가 나쁜 것도 있지만, 수술에 의해 완전히 고쳐지는 형도 있습니다. 백내장의 경우는 눈동자가 하얘지고, 녹재장의 경우는 청록색으로 되는 줄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눈동자 자체는 하얗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백내장으로 인해서 시력이 나빠져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 녹내장으로 눈동자가 푸르게 되는 경우는, 급성발작이 있을 때나 때때로 나타나는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 형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녹내장이란 어떤 병입니까?
  우리들의 안구는 내부로부터 일정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을 안압이라고 부르지요. 이 안압이 있기 때문에 안구는 계속 둥근 모양을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안압이 정상수준을 넘어서 상승하다 보면, 망막에서 느낀 빛을 뇌로 전달해 주는 시신경이 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야가 점차로 좁아져 가고 마침내 시력도 나빠집니다. 녹내장은 이런 병입니다. 이 안압이 상승하는 원인 혹은 그 메카니즘에 따라 여러 가지 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그러한 눈 속의 변화는 의사가 보면 알 수 있는 것입니까?
  네, 그야 물론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지요.
  예를 들면, 안저 검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눈 속을 들여다보면, 정산인의 시신경은 불그스름하게 보이는데, 일단 녹내장이 되면 붉은 기가 사라지고 새하얗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력이 나빠지고 시야도 매우 좁아지기 때문에, 본인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없게 됩니다.
- 안압의 상승이 녹내장의 근본원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우리의 안구를 갈라 보면, 검은자위(각막)와 수정체 사이에 전방이라는 부위가 있는데, 그곳을 방수라는 투명한 액체가 순환하고 있습니다. 이 방수는 주로 모양체라는 곳에서 생겨, 홍채(카메라의 조리개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밝은 장소로 나오면 동공을 작게 하고 어두운 장소에서는 넓게 해서 눈 속으로 들어가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부위)를 통해 전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전방우각이라는 부위를 지나 밖으로 흘러나갑니다. 이러한 방수의 순환은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 쉬지 않고 계속되는데, 이 방수에 의해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이 보급됩니다. 따라서 이 순환이 순조롭지 않으면 이로 인해서 매우 곤란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까닭으로 방수의 순환이 장애를 일으키느냐를 알아야겠지요. 이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홍채(조리개)의 뿌리 부분과 우각이 태어날 때부터 너무 근접해 있는 까닭에 어떤 계제에 전방우각이 막혀 버려서 방수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폐색우각형 녹내장이라고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전방우각에 방수의 유출을 방해하는 병변이 생긴 경우입니다. 또 하나는, 선천적으로 전방우각의 발달이 불량한 경우입니다. 그중의 어느 것인지, 즉 우각이 막힌 때문인지 우각은 열려 있으나 방수의 유출을 막는 병변이 생겼는지, 혹은 선천성 발달 이상이 있는지는 우각검사로 밝혀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방수의 순환장애 때문에 안압이 올라가고, 그 때문에 시신경이 못 쓰게 되는 것이 바로 녹내장입니다.
    형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
- 그러면 녹내장의 증상은 어떤 모양으로 나타납니까?
  그 형에 따라서 증상이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우선 그 여러 가지 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하나는 원발성 녹내장입니다. 원발성이란 말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니까, 원인불명의 녹내장입니다. 실은 이 형이 가장 많아서, 40세 이상의 사람의 1%에게서 이 형의 녹내장이 생깁니다. 여기에는 개방우각형과 폐색우각형이 있는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방수의 유출구에 해당하는 전방우각의 상태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원발성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것은 역시 개방우각형입니다.
  그 다음은 속발성 녹내장입니다. 주로 눈의 병이기는 하나, 어떤 다른 원인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방수의 흐름이 방해를 받아 안압이 올라가는 형입니다. 그밖에 선천성 녹내장이 있습니다. 전방우각에 선천적으로 이상이 있어서 방수가 순조롭게 밖으로 흘러 나가지 못하는 형이지요.
  이와 같이 한마디로 녹내장이라고 부르지만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든 종류에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그 원인으로서 방수의 유출이 지장을 받아 안압이 올라가고, 그로 인해서 시신경이 못쓰게 되기 때문에 볼 수가 없게 되는 병이라는 점입니다.
- 그러면 가장 많다는 원발성 개방우각형의 경우, 어떠한 증상이 나타납니까?
  이것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일이 많은데가가 증상 또한 극히 가벼운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안경이 맞지 않는다겨나, 눈이 좀 침침하다거나, 눈이 거북하다거나 하여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다가 발견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호소도 없는 수도 있는데, 어쩌다 안압을 재어 보았다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결과 녹내장이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증상으로는 어째 자꾸만 눈이 피로해진다거나 머리가 좀 무겁다거나, 전등의 불빛을 보면 때때로 주위에 무지개처럼 색이 있는 둥근 대게 보인다는 식으로 아주 가벼운 것밖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 한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된 후에야 비로소 병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요.
  한편, 급성 폐색우각형 녹내장의 경우, 지독하게 운이 나쁜 사람은 하룻밤사이에 눈이 보이지 않게 되는 수도 있으며, 증상도 격렬한 때가 있습니다. 눈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눈이 안 보인다, 속이 메슥거리고 마구 토한다, 눈이 빨개진다, 이런 식이지요, 이 병은 여성, 특히 60세 이상의 여성에게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그러한 급격한 증상이 나타나면 안과의 병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것이 매우 곤란한 점이지요. 게다가 노인에게 많은 병이라 원래 혈압이 높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도 많아, 고혈압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복부의 병이 아닐까 해서 내과나 외과에 입원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 급성 폐색형 녹내장의 경우, 신속히 진단을 내려 여러 가지 약을 써서 안압을 내려가게 하고 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예후가 나빠지고 맙니다. 그런 뜻에서 눈병으로도 토하거나 머리가 몹시 아플 수가 있다는 사실을 꼭 좀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 선천성 녹내장은 갓난 아기 때 증상이 나타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 70--80% 가량이 생후 6개월 이내에 발병합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여간해서는 조기발견이 안되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루라고 하는 건데, 아기가 눈물을 자주 흘린다, 혹은 박에 나갓을 대 몹시 눈부셔한다. 광선을 싫어하여 돌아눕는다, 이런 것들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어머니들은 알아 두어야 합니다.
  이 병은 검은자위가 흐려진 다음에는 수술을 해도 좀처럼 치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해서 수술을 받으면 90%는 낫습니다. 지금 말한 것 같은 증상이 아기에게서 발견되면, 반드시 안과에 가서 진찰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 속발성 녹내장에는 원인이 되는 병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이 있습니까?
  매우 많은 병들이 그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요한 것만을 들어 보면, 먼저 포도막염(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베체트병도 포함해서) 또는 당뇨성 망막증(망막과 수정체의 출혈), 그리고 외상이 원인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또 한가지 잊어서는 안될 것은 부신피질 호르몬에 의한 것입니다. 이것은 눈병을 치료하기 위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점안을 장기간 계속하고 있는 동안에 안압이 올라가 녹내장이 돼 버리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실명하는 사람까지도 있습니다. 역시 의사의 지시 없이 무절제하게 점안을 계속하면 워험한 경우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40이 넘으면 안압을 정기적으로 검사할 것
- 여러 가지 형의 병이 있고, 증상도 가지각색이라면, 치료방법도 물론 달라지겠군요.
  네, 병의 형에 따라서 치료법도 아주 달라집니다
  우각이 막혀서 안압이 상승하는 때에도 급성인 경우와 만성적으로 조금씩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 쪽이든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합니다. 일찍 수술을 하면 나으니까요. 그래서 녹내장을 치료하는데는 먼저 우각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각이 열려 있는 채로 안압이 높아지는 형의 녹내장인 경우, 점안약과 내복약이 최근 많이 나와 있는데, 그 약들을 알맞게 사용해서 안압을 정상 범위 내로 유지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 치료는 평생 동안 계속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전문의와 의논해서 그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 합니다.
  속발성 녹내장은 그 원인이 되고 있는 질환의 치료를 적절히 해야 합니다. 선천성 녹내장은 가능한 한 조속히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안과수술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로 치는 것이라, 선천성 녹내장의 수술만큼은 반드시 녹내장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받도록 해야 합니다.
- 급격한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의사를 찾아가야겠지만, 우리들 일반인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서서히 진행되어 증상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 형의 녹내장에 걸렸을 때이겠군요. 한쪽 눈이 실명할 때까지도 모르고 지낸 사람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자각증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두었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전문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안압을 재어 두는 일입니다. 혈압에 대해 주의하는 사람은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압에 대해서는 소홀히하거든요. 안과의원이나 병원에 가면 어디서나 측정해 줍니다. 이 검사는 점안마취를 한 뒤에 하기 때문에 조금도 아프지가 않습니다. 3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기업의 정기적인 건강진단에도 꼭 넣었으면 하는 검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 안압검사가 녹내장이냐 아니냐를 알아보는 관건이 된다는 말씀이지요?
  최초의 단계가 되겠지요. 이 안압검사를 포함해서 녹내장을 제대로 진단하는데는 적어도 네 가지 검사가 필요합니다.
  우선 안압검사, 그리고 우각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검사로서, 녹내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면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이것도 아프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눈에 보이는 범위를 측정하는 시야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녹내장의 조기진단이나 녹내장 관리상 매우 중요한 검사입니다.
  네 번째가 처음에 말씀드린 시신경검사입니다. 안저 검사로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을 시신경유두라고 하는데, 이것이 어떤 상태로 되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안저검사입니다. 이것은 시신경의 장해 정도, 보는 기능의 예후를 예측하기 위해서 하는 중요한 검사입니다.
  물론 시력검사도 하지만, 적어도 이 네 가지 검사를 하지 않고서 녹내장을 제대로 진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들 검사의 결과를 종합해서 녹내장 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떤 형의 녹내장이냐 하는 거솨 치료방침이 정해집니다. 이밖에 방수의 흐름을 측정하는 토노그래피라는 검사도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 녹내장을 예방하거나 가벼울 때 발견하자면, 앞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역시 나이가 들면 안압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일이 중요하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40세가 넘은 사람의 약1%가 원발성 녹내장에 걸려 있으니까, 녹내장도 성인병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서 자각증상이 별로 없더라도 1--2년에 한번쯤 안압검사를 받아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ff
      22. 잘 보이지 않는다.
    백내장
    중도 장
    순천당대학 의학부 교수
    눈압에 커튼이 쳐진 것 같은 느낌
- 삼눈이라고도 부르는 백내장은 자주 듣는 병명 중의 하나인데, 눈동자가 하애지기 때문에 장해가 생기는 병이라지요?
  눈의 구조부터 말씀드리지요. 카메라를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우리 눈의 검은자위의 표면에 있는 각막, 이것이 주렌즈 역할을 하고, 홍채가 조리개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그 뒤쪽에 수정체라고 해서 보정렌즈 역할을 하는 것이 있으며, 그 주위를 둘러싼 모양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모양체 안에 있는 근육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함으로써 수정체의 모양을 변화시키면서 물체를 볼 때 핀트를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눈으로 들어온 광선은, 이렇게 해서 망막에 핀트가 맞으면 안구 안쪽에 있는 시신경을 경유해서 뇌로 보내지고, 그래서 우리들은 물체를 보게되는 것입니다.
   그림1 : 눈의 구조와 백내장 (그림생략) 백내장이라는 것은 보정렌즈인 수정체가 부옇게 흐려지는 병입니다. 이 수정체는 직경이 약 1Cm, 두께가 약 4mm, 무게는 어른이 200mg쯤 되는데 원래는 투명하고 깨끗한 단백질 덩어리입니다.
- 그것이 부옇게 흐려지는군요, 그것을 보아도 알 수가 있습니까?
  겉으로 보아 동자가 하얘지는 바람에 알게 되었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흐려지는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홍채의 뒤쪽이 흐려져 있으면 겉으로는 나타나지도 않고 물체를 보는 데도 전혀 영향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혼탁이 동자 쪽에 생기면, 그 혼탁의 상태에 따라 시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백내장만으로는 광선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되는 일은 걸코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온 세상이 안개가 낀 것처럼 보입니다. 눈앞에 커튼이 쳐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지요.
- 시력은 점차로 저하되어 가나요?
  그것은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홍채 뒤에 백탁이 생겼을 때는 시력도 정상입니다. 그것이 눈동자 쪽으로 오면 급작스럽게 증상이 나빠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의 변화는 서서히 진행됩니다.
  수정체의 각막 쪽, 홍채 가까이가 흐려졌을 때에는 별로 시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같은 정도라도 안쪽, 유리체와 접해 있는 부분이 흐려지면 시력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 밝은 곳보다도 어두운 곳에서 더 잘 보이게 되기도 한다지요?
  진행 도중에는 그런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할레이션(Halation - 사진술에서 광선이 너무 세어 피사체 주변이 부옇게 흐려지는 일)이 적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커튼에 햇빛이 비치면 저편쪽이 보이지 않지만, 그곳을 어둡게 해 놓으면 먼 곳이 보이는 일이 있지요. 눈동자 크기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백내장에 걸린 사람에게는 짙은 선글래스를 끼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노화현상으로 일어나는 백내장
- 수정체가 흐려지는 원인은 무엇입니까?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선천적인 것이지요. 그 한 예로서, 선천성풍진증후군이라 해서, 임신 초기 2개월까지 어머니가 풍진에 걸리면 그 아기는 귀가 들리지 않게 되기도 하고 선천성 백내장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 밖에 유전성 백내장도 있습니다. 이것은 우성유전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맹인학교에서 조사해 본 결과, 이 선천성 백내장으로 실명한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이 외상에 의한 것입니다. 수정체가 외부로부터 상처를 받아 흐려지는 것입니다. 또 여러 가지 눈병과 몸의 병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포도막염과 망막박리, 당뇨병 등입니다.
  그러나, 지금 열거한 세 가지 원인에 의한 예는 수자상으로는 적으며, 흔히 말하는 백내장의 대부분은 노인성의 것입니다. 노인성이라는 표현은 매우 막연한 것으로서 그 범위에 드는 것이라도 원인은 각기 다르리라고 생각되지만 그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뭉뚱그려서 그렇게 부르고 있는겁니다.
- 노인성 백내장의 경우, 대략 및 살 때에 생깁니까?
  글쎄요, 아주 드물게는 30세쯤에 수정체가 뿌예지는 사람도 있지만, 연령이 많아지면서 급속하게 그 수가 늘어납니다. 분명히 시야가 흐려진다는 의미로 본다면, 60세쯤 돼서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백내장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일상생활에 불편한 증상을 일으키는 백내장은 100세가 넘어도 2할 정도밖에 안됩니다.
  따라서, 수정체의 백탁을 곧 백내장이라고 정의한다면, 70이 넘은 사람은 모두가 백내장입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100세가 넘어도 2할 가량의 사람만이 백내장에 걸리는 셈입니다.
- 백내장으로 수술받는 사람은 많습니까?
  안과만을 애기할 때 입원한 뒤 받는 수술의 태반이 백내장 수술이고, 안과의사 중에는 백내장 수술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미국에서는 연간 50만 명의 백내장 환자가 수술을 받는다고 합니다.
    큰 부담이 안되는 수술
- 수정체의 흰 점을 제거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것을 제거해 주는 약이 없기 때문에 수술을 하게 됩니다. 수술로써 수정체를 떼어 내고, 그 대신 렌즈를 끼우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래의 시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 눈 수술이라고 하면 어쩐지 겁부터 나는데, 어떠한 수술을 하는 것입니까?
  백내장 수술의 역사는 오래며, 이미 5000년쯤 전부터 인도에서는 이 수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수술은 밖으로부터 바늘을 넣어 렌즈(수정체)를 눈의속, 유리체 속으로 빠뜨리는 추하법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지금도 동남아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200년쯤 전에 프랑스의 의사 다비에르가 흐려진 렌즈를 눈 밖으로 빼내는 방법을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것이 근대 안과수술학의 신기원이 되었습니다. 이 렌즈를 빼내는 방법에는 전부 빼내는 방법과 유리체와 접해 있는 뒷막은 남기고 빼내는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전에는 렌즈가 완전히 흐려지기 전에는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었는데 그것은 후막을 남겨 놓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렌즈를 몽땅 빼내는 방법이 널리 보급되어 현재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다시 인공수정체를 집어넣는 일과 관련해서 후막을 남겨 놓는 방법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 수술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대개 수십 분이면 되는데 오래 걸리면 1시간까지도 걸립니다.
- 아프겠지요?
  별로 아프지 않습니다. 마취를 한 다음 수술을 하거든요.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국소마취를 한다.) 환자들은 그 마취주사가 제일 아팠다고 하더군요.
- 수술한 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입원해서 한동안 안정하고 있어야 합니까?
  사람들 중에는 입원도 하지 않고 통원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전에는 상처를 봉합한 회수가 적거나 꿰매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날 동안 안정하고 있어야만 했지만, 요즈음에는 상처 자국을 꼼꼼히 봉합하고 상처 자체가 작아서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안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통원 치료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 기회에 인간도크를 해야겠다거나, 심신을 풀고 푹 쉬어야겠다는 사람도 있어서 평균 1주일 내지 2주일쯤의 입원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기간이 점차로 짧아져 가는 경향은 있습니다만.
- 퇴원한 후에도 상처의 아무는 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통원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수술중에,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출혈이라든지 유리체 이탈 같은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기는 수가 있고, 수술 후에도 여러 가지 합병증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조기에 발견해서 나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손을 써둘 필요가 있거든요. 진찰을 받지 않고 지내는 동안에 그러한 합병증을 일으켜서, 모처럼 성공적으로 수술을 해놓고도 실명하고 마는 예가 심심치 않게 있으니까, 역시 의사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합니다.
- 수술을 받는 시기는 이른 편이 좋습니까?
  이것은 환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문제입니다. 언제 수술하는 것이 좋습니까 하는 질문을 우리는 많이 받는데, 일반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수술은 언제 받아도 좋습니다.
  다만 고혈압이 있다든지 당뇨병이 있다든지 하면, 눈의 수술도 역시 수술이기 때문에, 그리고 약을 사용하는 데 따르는 부담도 고려해야 해가 때문에 먼저 온몸의 컨디션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직업이나 생활환경도 고려해야 되겠지요. 예를 들면 차의 운전을 업으로 하는 분은 운전면허가 없으면 생활을 할 수 없으니까, 운전면허가 인정하는 한계를 넘을 만큼 나빠졌다면 수술을 빨리 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러나 연령이 많고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이라면 시력이 0.1이하가 되었을 때 수술하면 되겠습니다.
- 본인이 불편을 느꼈을 때가 바로 수술할 시기라고 생각해도 좋을까요?
  그래도 되겠지요.
- 선천성인 경우는 일찍 하는 편이 좋겠지요?
  그렇습니다. 성장과 관계가 있으니까 상태를 보아 가면서 되도록 조기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맹인학교 생도의 실명 원인 가운데서 제1위를 차지한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결과가 시원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수정체의 대용품을 선택
- 수술 후 수정체 대신에 렌즈 구실을 해주는 것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수정체를 대신해 주는 렌즈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간편한 것은 안경이지요. 이것은 매우 두툼한 볼록렌즈 안경으로서, 얼핏 보고도 저 사람은 백내장이었었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두껍고 모양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애써도 수차가 없어지지를 않습니다. 즉, 물체의 상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으면 계단의 오르내림이 불편한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방법으로서는 가장 간편하지요.
  다음은 콘택트 렌즈로서 이것은 검은 자위 위에 붙이는 것인데, 안경보다 훨씬 잘 보입니다. 그리고 한쪽 눈만 백내장인 경우, 안경은 낄 수가 없지만 콘택트 렌즈라면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습니다. 취급법이 좀 거추장스럽다는 단점을 있습니다만...
- 젊은 사람과 달리 노인들은 좀 어렵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취급법이 상당히 간편하게 개량이 된 콘텍트 렌즈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수년 전부터 구미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공수정체라는 것입니다. 수정체가 있던 자리에 풀래스틱 렌즈를 끼워 넣은 방법이지요. 이것은 한번 집어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수정체의 위치에 렌즈를 집어넣는다는 점에서 광학적으로 볼 때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이것이 실용화하기까지에는 몇 십년이라는 실패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역시 눈 속에 이물질을 집어넣는 것인 만큼 여러 가지 탈이 생겨, 일단 넣었던 것을 몽땅 들어내는 식의, 글짜 그대로 피와 눈물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겨우 실용단계에 들어가 미국에서는 1981년 1년 동안에 10만 건의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약과 식품의 안전성을 관리하는 FDA라는 기관에서 아직 부분적으로 밖에는 이것을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아직 역사가 짧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며 눈 속에 이물질을 넣는 데 따른 여러 가지 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 인공수정체를 넣으면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는 필요없습니까?
  조절기능까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니까 역시 최소한도 돋보기는 필요하겠지요. 또 정확하게 도수가 맞아 준다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역시 안경을 끼거나 콘택트 렌즈를 넣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겠지요. 다만 안경의 경우 두꺼운 것이 필요없다는 의미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 그렇다면 각각 장점, 단점이 있는 세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냐 하는게 문제겠군요.
  환자의 상태를 보아 가며 각각 그 환자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니까, 수술 전에 의사와 잘 의논해서 정해야 되겠지요. 예를 들면 콘택트 렌즈는 눈물의 양이 적은 사람은 사용할 수 없고, 인공수정체는 당노병이 있거나 눈에 다른 질병이 있을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인공수정체를 끼우는 경우, 역시 얼마간의 위험부담은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아직 연구단계여서 정부가 공식 승인한 것은 아니니까요.
- 마지막으로, 백내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글쎄요. 백내장이 선진국에 적으며 눈의 노화현상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므로, 전신의 노화를 예방하는 것이 백내장의 예방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젋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양과 환경에도 신경을 써야 되겠지요.
@ff
      23. 귀울림
    내장 준
    대판대학 명예교수
    살아 있다는 증표라 할 귀울림
- 사람들이 모두 잠든 한밤중에 윙 하는 소리가 들리는 일이 있는데, 이것도 귀울림의 일종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귀울림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도 완전히 조용한 방으로 데려가서 무슨 소리가 나지 않느냐고 질문하면 100명 가운데 70명 가량은 윙- 또는 식-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합니다. 이런 것은 말하자면 살아 있다는 증표라 할 현사으로서 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학문적으로는 그런 것까지도 모두 포함시켜서 귀울림이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이 방치해 두어도 괜찮은 귀울림도 있지만, 심각한 병의 시작일 수도 있으므로, 오래 끌거나 고통을 느낄 때는 역시 의사를 찾아야 합니다. 학문적인 분류법은 제쳐 놓고 귀울림을 알기 쉽게 분류해 보면 타각적인 귀울림과 자각적인 귀울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남의 귀에도 들리는 귀울림과 자기 자신에게만 들리는 귀울림이 되겠지요.
  타각적인 귀울림에는 귀 부근의 근육이나 혈관, 이관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것, 혹은 이관이 지나치게 벌어진 경우나 귀에지에 의한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각각 소리에 특징이 있는데 예를 들면 불불, 벌걱벌걱, 바스락바스락, 윙윙, 딸각딸각, 똑똑, 찰랑찰랑, 쉭쉭 등 여러 가지 소리를 느낍니다.
  자각적인 귀울림(이 경우가 많습니다만)에는 전음성인 것과 감음성인 것이 있는데, 전음성인 것은 윙 혹은 좍- 소리가 나며 대체로 낮은 소리입니다. 피아노 건반으로 말씀드리면 왼쪽에 가까운 소리입니다. 이에 비해 감음성인 것은 높은 소리로서 매미 소리라든지, 삑- 혹은 찍- 하는 소리, 피아노 건반으로 치면 오른쪽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이와 같이 들리는 소리도 가지각색입니다.
- 타각적인 귀울림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들리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들린다고는 하지마는 마주않아 얘기하는 상대방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고무관 양 끝에 단자가 달린 것을 사용하여, 그 한 끝은 귀가 울리는 본인의 귀에 꽂고, 다른 한 끝은 상대방의 귀에 꽂고 들어 보면, 귀울림을 느끼고 있는 본인과 똑같은 소리를 상대방도 작은 소리로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것입니다. 그중 근육에서 들려 오는 것은 음식을 꿀꺽 삼킬 때 사용되는 목 근육의 경련 등이 주된 원인이 됩니다. 또는 귓속의 작은 근육이 경련을 하고 그 때문에 고막이 흔들려 뽈록뽈록 혹은 부르르 하는 소리를 내는 일이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고무관을 귀에 꽂고 들으면 정말로 부르르 소리가 들리는구나 하고 상대방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근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귀 가까이 있는 혈관의 소리가 들려 올 때가 있는데, 좍좍 소리가 맥박의 리듬과 일치해서 들립니다. 그 밖에 귀에지나 이물질이 귓속에서 구르거나 바스락거리기도 하고 벌레 다위가 들어가서 버석버석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병이 아닌데도 일반 사람들이 병인 줄 알고 의사를 찾아오는 귀울림으로는 이관에서 들려 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이관이란 콧속과 중이(고막 안의 공기가 들어 있는 공간으로서 고실이라고도 부른다)를 연결하는 가느다란 관인데, 이것은 중이의 공기압을 조절하는 구실을 합니다. 이 이관은 평소에는 조직의 탄력에 의해서 닫혀 있으나, 침이나 음식물을 삼킬 때 일과성으로 잠깐 벌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벌어질 때 풀쩍 하는 소리 혹은 찌그럭 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납니다. 이것을 몹시 심각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큰 소리가 났다고 해서 귀울림이 아닌가 하여 이비인후과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 아까 이관이 너무 벌어져서 들리는 귀울림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것도 그것과 관계가 있습니까?
  이것은 양상이 다릅니다. 이관은 조직의 탄력으로 평소에는 자연적으로 닫혀 있습니다. 그런데 몸이 몹시 지쳐 있거나 수면 부족이거나, 많이 야위었거나, 혹은 큰 병을 잃고 나서 쇠약해졌을 때, 이것이 벌어져 있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숨쉬는 소리가 고막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자신이 하는 이야기 소리가 이관을 통해 고막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자신이 하는 이야기 소리가 이관을 통해 고막 안쪽으로 들어와서 왕왕 울리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큰소리를 낼 수도 없고 불쾌해서 견딜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체력이 회복되면 금방 낫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꽤 많을 겁니다.
    난청과 현기증이 따르는 경우
- 지금까지 타각적인 귀울림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자각적인 귀울림이란 어떤 것입니까?
  여기에는 전음성인 것과 감음성인 것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여기서 우선 귀의 구조에 약간 설명하겠습니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귓바퀴와 외이도가 외이, 고실 부분이 중이인데, 외이와 중이 사이에 고막이 있습니다. 외이와 중이는 소리의 진동을 이끌어 들이는 장치, 즉 전음기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귀울림을 전음성 귀울림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낮은 소리가 들려 옵니다.
 그림1: 귀울림 (그림생략)
  다음으로 중이의 안쪽으로는 달팽이 모양의 기관이 있습니다. 이곳이 내이인데, 소리의 진동을 느끼는 장치, 즉 마이크로폰 같은 것이지요. 이곳으로부터 신경이 뇌속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달팽이 모양의 와우각으로부터 신경을 지나 뇌의 속까지를 감음기라고 부릅니다. 이 부분에 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귀울림을 감음성 귀울림이라고 합니다. 이때는 높은 소리가 들립니다.
- 어떤 종류 가운데서 가장 많은 귀울림은 어떤 것입니까?
  감음성 귀울림이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다루기가 가장 까다로운 것도 이 감음성 귀울림입니다. 원인은 세 가지쯤 됩니다.
  첫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달팽이 모양의 내이에 원인이 있는 경우로서 그 원인이 되는 병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또 귀울림뿐만 아니라 잘 들리지 않는다거나 현기증 같은 다른 증상이 뒤따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메니에르증후군이라는 병입니다. 이 메니에르증후군은 문명병의 하나로 치고 있는데, 최근 환자가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비교적 많은 것이 약물 중독입니다. 가장 많은 것이 다른 병을 치료하느라고 스트렙토마이신이나 카나마이신을 사용한 사람들이 난청이 되거나, 동시에 귀울림을 일으킨 경우입니다. 그 밖에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일어나기도 하고, 소음성 난청(이 난청은 큰 소리가 울리는 공장 같은 데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발생하며 옆에서 갑자기 큰 폭발이 일어났을 때도 생긴다)에 따라 일어나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메니에르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최근 부쩍 늘어나는 병으로 돌연성 난청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인데, 동시에 귀울림이 뒤따르는 수도 있습니다.
  둘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중추신경의이상으로 생기는 것인데, 내이로부터 안쪽 깉은 곳, 그리고 뇌까지의 사이에서 출혈이나 동백경화, 종양 따위가 생긴 경우입니다.
  셋째로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전신 질병으로서, 고혈압이나 저혈압, 심장병, 그 밖에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내이나 중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귀울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귀울림이 계속될 때는 전문의의 진찰을
- 감음성 귀울림은 다루기가 까다롭다고 하셨는데, 치료에는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감음성 귀울림, 혹은 신경성 귀울림(이 두 가지는 같은 것으로 생각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은 원인이 다양하므로 그 치료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한가지 치료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고혈압인 사람은 그 치료도 병행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증상에 맞춰서 여러 가지 방법을 아울러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 특히 최근에 많이 쓰이는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고압산소요법이라는 치료법이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내이는 대단히 많은 양의 산소를 소비하는 기관이어서 산소가 모자라게 되면 상태가 나빠지므로, 내이의 피의 흐름 속에 산소를 많이 넣어 주자는 것입니다. 환자는 고압산소실 안에 들어가서 한참 있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귀울림이 멎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극초단파요법도 아주 최근 들어 사용되기 시작했스브니다. 일종의 전자파를 사용하는데, 전자 레인지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은 내이를 따뜻하게 하여 피의 흐름을 활발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귀 경화증이라 해서 베토벤이 난청과 심한 귀울림으로 고생한 것도 바로 이 병 때문인데 이제는 수술로 고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귀울림이 있를 때, 병의 원인만 알면 그 병을 다스리는 것은 그만큼 쉬워 집니다만, 좀처럼 귀울림이 멎지 않는다거나 점점 소리가 커지는 경우, 이비인후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어떤 때는 이비인후과 의사와 의논해서 내과나 신경과에서도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끈기있게 치료를 계속해야 합니다.
또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귀울림은 본인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겠습니다만 지나치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겠지요?
  밤에 고요한 때문 들린다든지 그리고 정신을 집중해야 비로소 희미하게 들릴 정도라든지, 혹은 몇 초만에 사라져 버리는 짧은 것이라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또 앞에서 말할 것처럼 병 축에 들지 못하는 귀울림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일반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조그마한 귀울림이라 하더라도 좋지 않은 질병이 원인으로 도사리고 있는 수가 있으니까 오래 지속되는 귀울림이 있는 사람은 한번 이비인후과 의사와 의논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와 의논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ff
      24. 난청
    춘 무화
    국립왕자병원 이비인후과 의장
    귀는 20대 때부터 노화한다
- 나이를 먹음에 따라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은 당연한데, 약간 귀가 나빠졌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지요?
  대체로 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눈의 경우에는 40세에서 45세사이에 대개 노안이 되지요. 그러나 청각은 개인차가 큰데다가 귀가 좀 시원찮게 들린다 해도 일상생활에 큰 곤란이 없다 보니 눈에 비해서 관심을 덜 갖는지도 모르겠군요.
- 어느 정도의 연령이 되면 귀의 기능도 저절로 떨어지게 마련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귀도 신체의 일부이니까 역시 나이 먹으면 그만큼 기능이 떨어집니다. 20세를 지날 무렵부터 청각은 조금씩 떨어지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지요.
  그런데 우리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소리에 싸여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소리의 세기는 보통 데시벨이라는 단위로 나타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소리는 60데시벨, 소곤거리는 소리는 20데시벨, 지하철을 탔을때의 큰 목소리가 100데시벨쯤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청력도 그 소리들을 포착하는 능력에 따라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정상청력은 10데시벨까지 들을 수 있는 것이고 30데시벨까지 들을 수 있으면 경도난청, 30부터 60데시벨까지 들리면 중등도난청, 60에서 90데시벨까지 들리면 고도난청, 그 이상을 농이라고 합니다.
  소리의 세기와 더불어 소리의 높이도 문제가 되는데 40세쯤 되면, 정상인의 경우라도 높은 소리는 듣기 어려워지는 법입니다. 높은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대화하는 데는  별지장이 없기 때문에 별로 자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50세, 60세로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들리지 않는 소리의 범위가 낮은 쪽으로 옮아 갑니다. 그리고 일상 대화 정도 높이의 소리도 듣기 힘들게 되어서야 비로소 귀가 어두워졌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 말소리, 특히 소근거리는 소리가 듣기 힘들어지는 모양이지요?
  네, 그것은 노인성 난청의 특징입니다. 이 경우는 양쪽 귀가 동시에 잘 들리지 않게 되지 때문에 들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소음과 중이염도 원인
- 어른이 난청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먼저, 이른바 노인성 난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난청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 동맥에 경화 현상이 일어나면 내이의 신경에 혈액이 잘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산소와 영양이 부족하게 되고 신경의 상태가 좋지 않게 되어 난청이 생기는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많은 것은 원인불명의 난청입니다. 몇 살때부터 무엇이 원인이 되어 들리지 않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가 없는데, 자각을 했을 때는 이미 청력이 상당히 나빠져 있지요. 이것이 난청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음에 의한 난청이 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고 있는 환경에서 오래 생활하는 동안에 귀가 점점 나빠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란스러운 곳에서 여러 해 동안 일해 온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또 순간적인 큰 소리가 원인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폭발음이나 권총 쏘는 소리 등이 바로 귀 옆에서 났기 때문에 난청이 되는 일도 있습니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것으로 돌발성 난청이 있습니다. 이것은 그다지 흔한 병은 아니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한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게 되는 경우입니다. 중년 후반의 사람에게 많은데, 이것도 전혀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메니에르증후군의 경우에도 현기증과 함께 난청, 귀울림이 일어납니다. 현기증이 그치면 난청과 귀울림도 가라앉는데, 이것은 되풀이하여 발작이 일어나는 병으로서 이런 일이 거듭됨에 따라 점차 청력이 떨어지고 마침내 그것이 고정되고 맙니다.
  약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난청으로서는 스트렙토마이신으로 인한 난청이 유명합니다. 스트렙토마이신은 아시다시피 결핵 특효약입니다만, 부작용으로 난청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의를 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난청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상의 난청은 내이로부터 청신경에 걸쳐서 소리를 느끼는 깊숙한 부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감음난청 즉 소리를 느끼는 부분이 원인이 되어 생긴 난청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중이염에서 비롯된 난청이 있습니다. 중이염에는 급성 중이염과 만성 중이염이 있는데 급성 중이염은 대개 2주일이면 깨끗이 치료되지만, 홍역, 독감, 성홍열 등의 병 끝에 생긴 것은 치료도 잘 되지 않고 만성이 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중이염이 만성이 되면 역시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됩니다.
  또 만성 중이염을 수술한 뒤 생기는 난청이 꽤 있습니다. 수술을 하고도 청력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 밖에 고막의 외상으로 인한 난청이 있습니다. 이것은 고막에 구멍이 나는 경우인데, 예를 들면 귀이개로 찌른 경우와 뺨을 맞았을 때 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도 역시 그 나름대로 청력이 나빠집니다. 귀에지가 외이도를 완전히 막아 버려도 귀가 들리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외이에서 중이까지의 소리를 전달하는 부분이 나빠서 들리지 않는 것을 전음난청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노인성 난청, 원인불명의 난청, 그리고 중이염에 의한 난청입니다.
    감음난청과 전음난청
- 감음난청이라는 말과 전음난청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소리를 느끼는 부분이 나쁘냐, 소리를 전달하는 부분이 나쁘냐에 따라 난청의 정도나 상태가 다릅니까?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똑같지만, 소리를 전달하는 부위가 나빠서 들리지 않는 것과 느끼는 부위가 나빠서 들리지 않는 것은 같은 정도의 난청이라도 그 내용에 차이가 있습니다. 전음난청, 예를 들어 중이염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경우는 고막에 구멍이 생기는데, 구멍이 비교적 크더라도 들리기는 합니다. 중간 정도의 구멍이 있어도 대략 30데시벨 가량, 고막이 거의 없어도 40--50데시벨 가량의 소리는 들립니다. 즉 전음난청의 경우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나빠졌더라도 기껏해야 중간 정도의 난청입니다. 그러나 감음난청의 경우, 특히 신경이 나쁠 때는 전혀 드리지 않는 귀머거리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또, 전음난청의 경우에는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소리가 작으면 안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지만 소리를 크게 하기만 하면 말소리도 분명히 알아듣습니다.
그렇지만 감음난청의 경우에는 안의 신경이 상해 있으므로 소리를 크게 해도 명료하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 그것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입니까?
  말하자면 말이 일그러져 버리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사과'가 '아가'로 들리는 식으로 잘못 알아듣게 됩니다. 따라서 신경이 나빠진 감음난청의 경우는 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 알아듣는 일이 많아집니다.
- 난청은 고쳐집니까?
  치료에 있어서도 어디가 나쁘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음난청은 소리를 전하는 부분이 나쁜 것이니까 그 부분을 수술로 고치면 회복이 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상으로는 수술을 하면 좋아지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100%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보청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감음난청의 경우에는 좋은 치료법이 없습니다. 특효약도 없고 수술에 의한 치료법도 없으므로 보청기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잘못 알아듣기 때문에 별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 노인이 되어 도무지 말을 똑똑히 알아듣을 수가 없는 경우, 소리만 크게 해 가지고는 별 효과가 없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고, 오히려 방해가 되어 좋지 않은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문의에게 정밀한 청력검사를 받아서, 보청기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 한쪽 귀만 잘 들리지 않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보청기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청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가장 중요한 일은 귀도 신체의 일부이니까 우선 전신의 노화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성인병 등 전신 질환과 관계가 있으니까 그러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만일 그런 병에 걸렸을 경우 속히 치료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하루 종일 온갖 소리들을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저도 매우 걱정을 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크게 틀어 놓고 듣는다거나 한시도 쉬지 않고 리시버를 꽂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오싹해집니다. 역시 귀를 상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계속해서 소리를 듣다 보면 소음난청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높은 소리만 잘 안 들리게 되기 때문에 난청이 되는 것을 깨닫지 못하지만 그것을 계속하는 동안에 중음과 저음까지도 잘 들리지 않게 되어 난청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난청은 점차적으로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역시 귀도 적당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ff
      25. 코가 막힌다.
    오전 임
    일본의과대학 교수
- 감기에 걸렸을 때 코가 막히면 매우 답답합니다만, 날씨가 조그만 추워져도 금방 코가 막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던데요.
  네, 많습니다. 꽤 오래 된 일입니다만,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검진 때 조사해 보았더니 약 10%의 사람들이 코가 막힌다는 것이었습니다. 10명에 1명꼴이지요. 코가 막힌다는 것은 어떤 현상이냐 하면 사람이 살아가자면 공기를 폐로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그 공기가 통과하는 첫 관문이 코입니다.
그런데 코의 상태가 나빠서 충분한 공기가 폐로 보내지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도면 폐에서는 좀더 공기를 들여보내라고 요구하게 되는데, 그 신호의 하나가 코막힘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폐로 보내지는 공기는 적당한 온도(37℃)와 습도(100%)를 유지해야 하고, 또 깨끗한 것이어야 합니다. 코로 들이쉬어 코 내부를 지나는 동안에 공기는 이 폐의 요구에 맞게 바뀝니다. 폐라는 것은 매우 약한 조재여서 이들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망가지고 맙니다. 폐렴을 일으키기도 하고 기관지염과 인두염, 후두염 같은 질병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래서 코가 열심히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코를 통하지 않고, 입으로 들이마셔서 폐로 보내진 공기는 폐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말썽을 빚게 되지요.
- 입으로 숨을 쉬면 금방 답답해지더군요.
  그렇습니다. 특히 운동을 하면서 입으로 숨을 쉬다가는 곤란해집니다. 또 입으로 숨을 쉬면 금방 싫증이 나고 끈기도 없어집니다. 공부나 작업을 하는데 끈기가 없어져 학교성적이 나빠지기도 하고 작업능률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코가 막혀 있으면 코를 골게 되고 잠들기가 힘듭니다. 또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으며 밤에 자다가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입을 딱 벌리고 자게 되므로 입안이 바싹 말라 버리는 수도 있습니다.
  또 냄새를 못 맡게 되는 바람에 음식물의 맛이 없어지는 결과를 빚습니다. 향수나 음식물에는 후소라는 것이 들어 있어서, 그것이 공기에 섞여 콧속으로 들어와서, 우리로 하여금 냄새를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코가 막혀서 그것이 들어가기 어렵게 되면 냄새도 맡을 수 없게 되고 자연히 밥을 먹어도 맛이 없게 마련입니다. 음식물의 맛은 냄새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목소리까지도 코에서 지나치게 울리기 때문에 변해서 이른바 콧소리가 되지요.
    코가 막히는 원인
- 코가 막히는 원인으로는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까?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것이 코가 막히는 큰 원인입니다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느냐가 문제겠지요. 그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병이 있습니다. 비중격이라고 하는, 코를 두 간으로 갈라 놓고 있는 벽같은 것이 구부러져서 한쪽이 좁하지는 수가 있는데 이것을 비중격만곡증이라 하고, 코 점막의 주름이 커지는 것을 비후성비염, 코옆의 부비강이라는 공동의 점막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괴는 것을 축농증, 점막이 버섯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비용이라 하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공기가 소통되는 길을 좁게 만들어서 코가 막히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 재채기가 많이 나오고 난 후 코가 막히는 알레르기성비염은 공기에 섞여 있는 꽃가루나 집안의 먼지 등을 빨아들인 결과, 그것이 코점막의 표면에 붙어서 일어나는 병입니다. 공기가 코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콧속 깊이 장애물이 있어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병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데노이드(편도선이 증식하는 비대증- 편집자주)인데, 이것은 어린이들에게 많은 병입니다. 그리고 수자는 매우 적지만 생명에 관계되는 것으로서 코에 생기는 암이 있습니다. 이상이 코가 막히는 주된 병들입니다.
- 이와 관련된 현상으로서 추워지면 금방 코가 막히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던데요.
  그렇습니다. 보통은 코의 점막이 조금 부어 올라도 별일이 없으나 코가 좀 나쁜 사람은 사소한 계기로도 코가 막히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혈압을 낮추기 위해 사용하는 강압제의 부작용으로 코가 막히는 일도 있습니다. 또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얼굴의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입니다만, 마찬가지로 콧속의 혈관도 확장되기 때문에 코가 막히는 일이 의외로 많습니다. 또, 몸을 차게 식힌 경우에도 식힌 순간에는 코의 혈관이 수축되어 숨을 잘 통하지만, 그 뒤에는 반대로 혈관이 확장되어 코가 막히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코가 막히는 수도 있습니다. 하는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어 주지를 않아 속을 부글부글 끓이다 보면 코의 혈관이 확장되어서 점막이 붓습니다. 춥고 공기가 건조한 겨울철이 되면, 폐로 보내는 공기를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코의 혈관이 확장되는데 여기에 스트레스가 가해지기 때문에 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코가 잘 막힙니다.
    치료와 예방
- 아까 코가 막히는 병을 몇가지 말씀하셨는데, 코가 막히는 것 외에도 증상이 있습니까?
  축농증이나 비용, 비후성비염 같은 병에 걸렸을 때는 끈적끈적한 고름 비슷한 코가 나옵니다. 알레르기성비염이면 콧물이 줄줄 나오고 또 재채기도 나옵니다. 비중격만곡중이나 아데노이드에 걸렸을 경우에는 코는 막히지만 콧물을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코에 암이 생기면 코가 막히면서 피가 섞인 냄새나는 코가 나옵니다.
- 이것 것들의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
  비중격만곡증은 외상으로 인해 생기는 일도 있으나 대개는 선천적인 것으로서, 수술을 하지 않으면 낫지 않습니다. 축농증, 비후성비염 등은 가벼운 것은 약으로는 치료됩니다. 그러나 중증인 것은 역시 수술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알레르기성비염은 코에 들어오는 꽃가루나 먼지, 티끌 같은 것에 몸이 적응하도록 하는 치료법 등 약물에 의한 치료법을 씁니다. 아데노이드는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히 낫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심한 사람이나 펀도선이 지나치게 커진 사람은 수술을 해야 합니다. 또 코의 암은 그리 많지는 않으나 일단 걸리면 방사선요법과 수술요법을 병행해야 합니다.
- 가볍게 코가 막혔을 때 스스로 그것을 완화시키거나 치료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코는 폐의 요구에 따라 열심히 애쓰고 있으므로, 그러한 노력을 좀 덜어주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더러운 공기가 있는 곳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코는 공기를 깨끗이하려는 노력을 덜게 되므로 그난큼 코가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코가 막혔을 때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 간다든지 담배연기가 자옥한 곳에서 철야로 마작 같은 것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반대로 목욕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습도도 높여 주므로 코에는 좋습니다. 따라서 코도 뚫립니다. 또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뜨거운 물수건 같은 것으로 코를 덥게 해도 시원해지고, 조깅 같은 운동도 좋습니다.
- 감기가 들면 양치질을 하는 게 좋다는데, 이것은 코가 막힌 데에도 효과가 있습니까?
  양치질은 입안에서 하는 것이니까 별로 관계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환자 가운데는 콧속을 씻으면 기분이 좋다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코의 점막은 매우 여리므로 알맞은 농도의 깨끗한 소금물을 섭씨 37도 정도로 데워서 씻지 않으면 오히려 점막을 상하게 해서 병을 덧나게 하는 수도 있습니다.
- 감기가 들었을 때, 코 막히는 것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없습니까?
  염증에 의해 점막의 혈관이 붓는 걱시 감기이므로, 그것을 가리앉히기 위해 약국에서 파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점비약을 콧속에 스프레이하면 좋아집니다. 그러나 이 약은 습관성이 생기고, 장기간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코가 더 막히기도 하고, 콧병이 악화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아주 심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에 많아도 한두 번, 10일쯤 사용한 다음에 쉬는 기간을 두는 식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ff
      26. 냄새를 맡지 못한다.
    천가 영세
    초화대학 의학부 조교수
    코에 이상이 있으면 음식물의 맛도 모르게 된다.
- 감기가 들어 코가 막힌 것도 아닌데 도무지 음식맛을 모르겠고, 또 그런 상태가 오래 계속된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지요?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그렇다는 사실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해야 되겠지요. 생활이 안정되고 호사스러워졌기 때문에 생활해 나가는 데 냄새를 필요로 하는 부분도 따라서 많아졌다는 얘기가 될겁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향수를 뿌리고 나와서 그것이 화제거리가 되었을 때, "아니, 나는 냄새가 안 나는데..."하고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을겁니다.
- 그렇다면, 본인 자신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까?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우리 의사들을 찾아오게 됩니다만, 실제로 후각이 많이 둔해진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때는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한데서 "좀 이상한 게 아니냐?"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 그러나 우리의 생활에서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면 역시 불편한 점이 많겠지요?
  그렇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거나 눈이 보이지 않게 되면 큰일이 났다고 누구나 생각합니다만 냄새에 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후각이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데 대해서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후각을 잃어버린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역시 곤란한 것 같습니다.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예를 들면 생명의 위험에 관계된 경우도 있습니다. 화재가 났을 때도 타는 냄새로 알아차리는 법이고, 가스가 샐 때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 환자들의 호소 가운데 가장 곤란하다는 것 중의 하나는 맛을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후각을 상실한 환자들의 호소에 의하면, 사과를 먹어도 무 맛 같고, 바나나를 먹어도 뭉클뭉클한 고구마를 먹는 느낌이 들 뿐, 바나나의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줄 때 한입 먹어 보고, 음식이 상했을 경우에는 주지 않는 법인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지요.
  그뿐 아니라 꽃이나 향수의 향기를 감상할 수 없는 생활 역시 상당히 무미 건조할 것 같습니다. 또 향기를 즐기는 것 이상으로, 특히 여성들은 자신의 체취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까? 평소에는 스스로 냄새를 맡아 보고 자기 자신의 체취가 지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체로 인식하게 마련이지만, 냄새가 나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이상해진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을 하게 됩니다. 또 향수를 뿌릴 때도 알맞은 양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너무 짙게 뿌려 주위의 사람들에게 오히려 불쾌한 느낌을 주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전혀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여러 단체가 있는 것입니까?
  우리 의사들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거의가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해서 오는 경우입니다. 강렬한 냄새만 맡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냄새는 알겠는데 나쁜 냄새는 맡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나쁜 냄새만 맡을 수 있고 좋고 냄새는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경우를 후각탈실증이라 하고, 강한 냄새만 맡을 수 있는 것을 후각감퇴증이라고 합니다. 어떤 종류의 냄새만을 맡을 수 없게 된 것을 부분적 후각탈실증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또 위의 경우와는 달리,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데 항상 무슨 냄새가 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이후증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본인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모양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냄새가 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하곤 합니다.
  원인이 되는 질병
- 평소에 우리는 별생각 없이 냄새를 구별하고 있는데, 그 메카니즘은 어떻게 되어 있는 것입니까?
  물질에는 냄새의 분자가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지니고 있는 공기를 코로 호흡을 하면서 들이마십니다. 들이마신 공기는 목구멍을 지나 폐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도중에 냄새의 분자가 코의 천장 부분에 자리잡은 후점막-냄새를 느끼는 메카니즘 중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코의 천장 언저리에 있는 후세포를 가진 엷은 점막-에 부딪치면 그것이 하나의 자극이 되어 여기서 냄세가 감지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후사라는 가는 신경을 통해 후구라는 중추의 일부에 들어가고 다시 고위의 중추인 대뇌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냄새로서 느끼는 것입니다.
- 냄새를 맡는 능력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까?
  갓난 아기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지만, 상당히 어릴 때부터 냄새를 맡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냄새에 대해서 감도가 가장 좋은 나이는 내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10세쯤입니다. 그 이후로는 점점 떨어져서 50세가 지나면 급격히 감퇴합니다.
- 태어날 때부터 후각의 구조에 결함이 있는 사람도 있습니까?
  네,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냄새를 몰랐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냄새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환자의 경우, 이야기를 잘 들어 보면, 어렸을 때 콧병을 앓았다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니까 선천적이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코의 질병이 원인이 되어 어렸을 때 후각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예를 들어 후점막 같은 데에 장해가 있어서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후각장해라는 병이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병이 원인이 되어 그 증상의 하나로 후각장해가 생겼다고 생각됩니다. 그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콧병이지만, 전신 질병으로 인해 생기는 일도 있습니다.
- 코의 어느 부분에 장해가 생기면 냄새를 모르게 됩니까?
  역시 후점막에 장해가 생긴 후점막성 후가장해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냄새의 자극이 전달되는 길이 막히는 호흡성 후각장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후점막성과 호흡성이 혼합된 것을 혼합성 후각장해라고 합니다. 후점막성 후각장해와 혼합성 후각장해, 이 두 가지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호흡성 한 가지뿐인 경우에는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중추에 장해가 오는 중추성 후각장해도 얼마 안됩니다.
- 그러한 장해의 원인이 되는 콧병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선 비용이 있습니다. 콧속에 버섯 같은 융기가 솟아 공기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병인데, 이것이 생기면 호흡성 후각장해가 일어나 냄새를 포함하고 있는 분자를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동시에 후점막 자체도 결딴나는 수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비후성비염이라 해서 콧속의 살이 부어 올라 비용과 마찬가지로 공기 소통을 방해해서 냄새를 못 맞게 하는 병이 있습니다. 만성부비강염 - 이른바 축농증 - 에 걸렸을 때에도 콧속이 상당히 심하게 장해를 받으므로 호흡성 장해와 함께 후점막도 상당히 장해를 받습니다.
  또 하나는 코의 알레르기입니다. 흔히 코알레르기 혹은 알레르기성비염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재채기를 자주 하고 콧물이 나는 병입니다. 이 경우에는 호흡성 장해도 당연히 생기지만, 후점막 그 자체가 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 감기의 한 증상으로 냄새를 맞지 못하게 되는 일이 가끔 있는데, 감기 자체는 나아도 나중에 후각장해가 남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는 바이러스가 후점막 자체만이 아니라 후각신경까지도 어느 정도 손상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두경부에 외상을 입은 후에 일어나는 후각장해도 가끔 있습니다. 가장 많은 것이 자동차 추돌사고 등에 의한 충격에서 생기는 것인데, 이것 역시 후점막과 그 위의 신경이 상하는 경우입니다. 또 대단히 드문 일이기는 하나 히스테리와 꾀병 같은 정신적 원인으로 생기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전신 질환의 일부 증상으로 후각장해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체내의 아연 부족이라든지 선천적인 이상 때문에 다른 부위의 이상과 함께 후각에 장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비율로 보아 매우 낮으며, 콧병으로 인한 후각장해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 역시 코에 탈이 생겼다든지 코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든지 할 때는 당연히 후각도 나빠지고 이상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코가 나쁜 환자는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다거나 후각이 약해졌다는 호소를 하지 않더라도 검사를 해보면 상당수가 후각 장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혀 냄새를 못 맡는 경우보다는 냄새에 대한 감도가 상당히 약해진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단념하지 말고 우선 진찰을
- 그러념 냄새를 못 맡는다는 자각증상이 있어서 진찰을 받는 경우, 먼저 어떤 것부터 살펴보게 됩니까?
  우선 정말로 냄새를 맡지 못하는지 어떤지, 냄새를 맡는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얼마만큼 약해져 있는지 등을 검사한 다음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 검사에는 올팩토미터(후각계)라는 기계를 사용합니다. 이 기계로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냄새를 맡는가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검사방법으로는, 우리가 늘 맡고 있는 대표적인 냄새를 다섯 종류 사용하는데 그 각각의 냄새를 강한 것부터 약한 것까지 8개의 단계로 나누어 그 냄새가 나는 액체를 각각 병 속에 넣어 둡니다. 그 액체를 종이에 묻혀 냄새맡게 해서 이 단계의 냄새를 맡으면 정상, 이만큼 강한 냄새를 액체가 아니면 느끼지 못하니까 상당히 약하다. 혹은 전혀 후각이 없다는 식으로 판정해 가는 것입니다. 의사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가장 강한 냄새로 맞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 검사 결과가 치료의 근거가 됩니다. 치료를 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장해냐가 문제가 됩니다. 개중에는 조금도 후각이 나쁘지 않은데도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일단 검사를 해서 그 장해의 정도부터 알아보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 나빠져서 후각장해가 왔는지를 알지 못하고서는 치료방침을 세우지 못하므로 그것을 검사합니다. 우리는 침상경성경이라는 직경 1.7mm의 가느다란 내시경을 콧속으로 넣어 특히 후점막 부분을 봅니다. 이비인후과의 외래에서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비경검사로는 후점막 부분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특수한 내시경을 사용해서 조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본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치료방침을 정하는 것입니다.
- 이 검사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입니까?
  예전에는 볼 수 없는 부위로 제쳐 놓았었으나 앞에서 말한 가느다란 내시경이 나오는 바람에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익숙해지지 않으면 사용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환자에게도 다소 고통을 주는 수가 있습니다만 숙련된 의사가 하면 환자에게 조금도 고통을 주지 않고 몇 초 만에 끝나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 결과는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 검사를 해서 어느 부위가 어느 정도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치료를 하게 됩니까?
  우리는 주로 약에 의한 치료법을 쓰고 있습니다. 보통은 환자에게 스테로이드호르몬이라는 약을 주어 집에 가서 그것을 코에다 바르게 합니다. 그러나 공기의 유통을 방해하는 것이 코 안에 있는 호흡성 장해인 경우에는 점비약만으로는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일이 간혹 있습니다. 수술은 좀처럼 하지 않지만 호흡성 장해가 심한 때에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 약을 코에다 바름으로써 치료되는 비율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그 원인에 따라 치유되는 정도가 다릅니다. 호흡성 장해만 있을 때가 가장 잘 낫고 호흡성과 후점막성이 겹친 혼합성인 경우는 후점막성 장해만 있을 때보다 쉬이 나으며, 장해가 콧속 깊숙이 들어갈수록 낫기가 어려워집니다. 중추성 장해는 지금까지 전혀 치유된 예가 없습니다. 우리 병원의 통계로는 전체적으로 보아서 완치와 경쾌(일상생활에 일단 불편이 없어진 경우)를 합쳐 대략 70%쯤 됩니다.
  감기에 걸려 일시적으로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방치해 두어도 낫는 수가 많으나 통계의 바탕이 되었던 우리 병원 외래를 찾아온 환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이 70% 치유되었다는 것은 대단히 치료가 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에는 후각장해는 낫지 않는 것으로 알고 아예 단념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그런 사람들도 최근 치료를 받아 치유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일반 이비인후과에 가서 감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이상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치료를 받아야겠지요. 미리 단념해 버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ff
      27. 코피
    황목 원
    동경여자의과대학교수
    지혈 요령
- 코피가 나면 집에서 그냥 지혈시키고 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때로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한 경우도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비교적 많은 편입니다. 코피 때문에 우리 외래에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에 1명쯤 됩니다. '코피의 날'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만큼 여러 명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날도 있습니다. 또 온 얼굴이 새빨갛게 피범벅이 된 채 구급차에 실려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젯밤에 처음 피가 났다. 1주일에 한번 코피가 난다, 한번 출혈이 시작되면 멎지 않는다 등 가지각색입니다.
- 역시 피를 보면, 특히 얼굴에서 피가 나니까 더욱 당황하게 되는 모양이지요?
  특별한 질병이 있어서 그 한 증상으로서 코피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갑자기 코피가 났다거나, 충돌에 의해서 나오는 경우는 간단한 처치로 금방 지혈되므로 당황할 필요는 조금도 없습니다.
- 간단한 처치라고 하셨는데 어떤 방법입니까?
  선생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글쎄요, 우선 눕히고 탈지면을 콧구명에 넣어 막은 다음에 코를 차게 해주겠지요.
  눕힐 때 머리의 위치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평평하게 하거나 약간 낮게 하는 줄로 압니다.
  코피를 멎게 하는 방법을 간호원 시험문제로 곧잘 출제하는데, 맨 먼저 해야할 일은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콧방울을 양쪽에서 꾹 누르는 일입니다.
피가 나면 이곳을 5분 내지 10분 누르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이들도 할 수 있지요. 학교 같은 데서 아이들끼리 부딪치거나 넘어져서 코피가 나면 즉시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의 경우 이것만으로도 피가 멎습니다. 어째서 멎느냐 하면, 코피의 90%는 콧방울 안쪽에 있는 비중격의 카벨바하라는 부위에서 나오거든요. 이곳에 점막에는 혈관이 그물눈처럼 되어 있어서 조금만 다쳐도 금방 피가 납니다.
- 탈지면을 넣는 것은 좋지 않습니까?
  그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입구 쪽만 가볍게 막는다면 수도꼭지 끝에 솜을 끼운 것과 마찬가지로 피는 계속 나오겠지요. 그러니까, 탈지면을 사용할 경우에는 카젤바하 부위를 압박할 수 있게 되도록 크게 뭉쳐서 깊숙이 그리고 단단히 밀어넣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콧방울을 양쪽에서 압박한다면 더욱 효과적이지요. 아까, 머리를 평평하게 또는 낮게 눕힌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큰 잘못입니다. 머리는 되도록 높게 해야 합니다. 머리를 높게 하면 혈액은 발 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코로부터 피가 나오기 힘들게 되니까요. 높은 베개를 베게 하거나 이불이나 방석을 겹쳐 깔고 상반신을 눕히되, 얼굴은 옆을 향하게 합니다. 그리고 나서 물베개나 얼음주머니, 또는 젖은 수건 등으로 이마와 콧마루를 차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어째서 얼굴은 옆을 항하게 합니까?
  출혈량이 많을 때에는 똑바로 누울 경우 피가 아무래도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아이들은 그것을 먹고 나중에 배가 아파지기도 하고 그 혈액을 토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될 수 있는 대로 피는 먹지 말고 곧 뱉어내는 것이 좋으며, 그러자면 얼굴을 옆으로 향하게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 누워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피가 목으로 많이 흐르는 경우에는 뱉어내개 쉽게 상체를 숙인 자세로 않아 있는 것이 좋겠지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안정시키는 일,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야 혈압도 안정되고 피도 쉽게 멎습니다. 코피가 한번 터져 나왔다 하더라도 출혈과다로 죽음에까지 이르는 경우란 좀처럼 없으니까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상과 같은 지혈조치를 취한 다음 잠시 상태를 살펴보다가 멎는 기미가 보이지 않거든 그때 의사를 찾아가도 충분합니다. 휴지를 코에다 댄 채 세수대야를 들고 온 가족이 허둥거리며 병원을 찾아오는 일도 있는데, 그런 때 우리는 오히려 천천히 처치를 합니다. "금방 그칠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하면서. 이러한 태도를 환자에게 보여, 환자의 가족들을 안심시키면서 치료를 하는거지요. 이런 태도만으로도 지혈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환자의 가족 가운데는 좀더 서둘러서 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노려보는 사람도 있지요.
- 코피가 낼 때는 목 뒤를 친다든지, 코털을 뽑는다든지 하면 멎는다는 속설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직접 지혈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하면 코피가 멎는다고 자기암시를 한다는 의미로는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에는 효과적인 것도 있을 것이므로 무턱대고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피를 증상으로 하는 질병
- 코피가 나는 원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거의가 특발성의 것, 즉 별로 이렇다 할 병도 없는데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점막이 약해서라고나 할까요? 이것은 어린 아이들에게 많은데 국민학교 상급생, 중학생으로 성장해 감에 따라 저절로 낫게 됩니다.
- 감기가 들었을 때 코피가 잘 난다는 사람도 많은 모양입니다만...
  감기나 코 카타르 등으로 인해 코에 염증이 생기면 점막이 충혈되기 때문에 코피가 잘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콧속을 후비거나 코를 세게 풀면 키벨바하 부위에 상처가 생겨서 코피가 나기도 합니다. 또 비충격만곡, 코 알레르기 등이 있을 때도 코피가 잘 납니다.
- 특별한 질병이 있어서 그 증상으로 코피가 나기도 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병입니까?
  먼저 순환기 질환 특히 고혈압, 동맥경화, 혹은 신장의 질환이 있는 경우입니다. 오슬러병(적혈구증가증)이라는 유전성 혈관이상에 의해 출혈을 하는 병도 있습니다. 또 간경변처럼 간장이 나쁜 사람도 코피가 납니다.
  그리고 혈액의 병이 원인인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어린이에게 많으며 백혈병, 혈우병, 혈소판감소증 등이 있습니다. 이런 때는 전신 상태가 좋지 않고 살갗에도 보라색 반점이 나타나거나 잇몸에서 피가 나기도 하므로 단순히 코피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한 병으로 코의 종양이 있습니다. 먼저 위턱의 암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주로 노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또 비인강선종이라 해서 사춘기의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종양도 있습니다. 이 경우 콧속 깊은 곳으로부터 피가 많이 나오는 수도 있습니다. 이상 말한 병에서는 코피가 잘 멎지 않으며 또 자주 납니다. 이 밖에도 대상월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무월경 때에 월경이 있어야 할 시기에 맞추어 폐, 위장, 젖 같은 데서 피가 나오는 것으로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월경기간이 끝나면 저절로 멎습니다.
    코를 자극하지 않고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 코피가 심하게 나는 환자에게는 어떠한 처치를 합니까?
  여러 가지 처치가 있습니다만, 먼저 피가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지, 무슨 원인으로 나오는지, 단순한 것인지 아니면 배후에 어떤 병이 있는지 등을 조사합니다. 피가 나는 부위를 살피기 위해서 비경검사, 후비경검사, 파이버스코프검사 등을 합니다. 그리고 혈액 검사, 혈압 측정, 코의 X선 촬영, 심전도 검사, 간기능 검사, 소변 검사 등을 해서 원인은 캐 나갑니다.
  코 그 자체의 처치로서는 우선 출혈 부위에 지혈제를 먹인 가제나 면구를 집어넣는 방법과 약이나 전기로 지지는 방법이 있습니다. 출혈이 많을 때는 코의 입구와 출구를 큰 면구로 막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밖에 지혈제의 투악과 주사, 진정을 시키기 위한 정신안정제를 쓸 때도 있습니다. 심할때는 수혈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술도 합니다.
- 코피가 자주 나는 사람은 평소에 어떤 점에 조심해야 할까요?
  우선 절대로 코를 건드리지 말아야 합니다. 감기가 들었을 때 코를 세게 풀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노인이나 혈압이 높은 사람은 혈압이 오르면 출혈하기 쉬우므로 안정을 취하고 과격한 운동이나 뜨거운 욕탕 안에 들어가는 일을 삼가며, 술도 피해야 합니다. 또 항상 앞으로 상체를 숙인 자세로 일을 하는 사람은 울혈을 피하기 위해 때때로 가벼운 체조를 해서 될 수 있는 대로 혈액을 온몸에 순환시키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코피가 자주 나고, 또 잘 멎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찰을 한번 받아 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ff
      28. 구내염과 아프타
    서산 무천
    북리대학 의학부 교수
    구내염은 어린이에게, 아프타는 어른에게
- 입안이 붓거나 조그마한 헌데가 생겨 음식을 먹을 때 몹시 괴로웠던 경험을 한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은데요.
  대체로 10명에 1명꼴로 사람들은 그러한 입안의 병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인 구내염을 글자 그대로 입안에 생긴 염증이라는 뜻인데, 입안 넓은 범위의 점막에 생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입술 안쪽, 볼의 안쪽, 혀, 잇몸 등 넓은 범위에 걸쳐 염증이 일어나는 것을 구내염이라고 합니다. 점막이 붉게 부어 오르고 헐어서 몹시 아프기 때문에 염증이라고 하지요. 심할 때는 출혈이 있기도 하고 퀘양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아프타라는 것은 조그맣고 둥근 모양의 현데입니다. 즉 한 개의 아프타의 크기는 보통 쌀알 크기, 커 보았자 팥알 크기입니다. 잘 살펴보면 한가운데가 하얗고 주변이 발갛게 되어 있습니다. 모양은 대개 둥글지요. 이 아프타는 거의 1주일쯤 지나면 낫지마는, 다시 생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내염 가운데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로 아프타성 구내염이 있습니다. 구내염이면서도 아프타를 곁들인 경우입니다. 이것이 입술에 생긴 경우인 사진 1을 보면 입술 전체가 부어 있습니다. 그리고 군데군데 허옇게 헌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프타입니다.
  구내염은 출혈이 많으면 출혈성 구내염, 궤양이 많으면 궤양성 구내염, 아프타가 많으면 아프타성 구내염, 이렇게 증상별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만.
- 아프타성 구내염은 무엇이 원인이 되어 생깁니까?
  아프타성 구내염의 대부분은 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생깁니다. 특히 생후 6개월부터 4세까지의 어린이에게 이 포진 바이러스가 침범하면 고열이 나고, 동시에 입안과 혀와 입술의 점막이 벌겋게 부어오르며 잇몸에서 피가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프타도 여기저기 그 안에 섞여서 생겨납니다. 이것이 포진 바이러스의 첫 감염증상입니다.
  최근에 와서는 어른에게도 이런 증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납니다. 어른의 경우,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기면 그렇게 심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구내염의 양상은 띠지 않고 몇 개의 아프타, 그리고 피부의 경우라면 조그마한 물집 몇 개가 몰려서 생깁니다. 이것을 입술헤르페스 혹은 단순포진이라고 부릅니다.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번, 또는 1년에 두 세번 생기는 식으로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나 입안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 면역이 안돼 있는 어른을 빼 놓고 생각한다면 대체로 어린이에게 많은 병이군요.
  그렇습니다. 어렸을 때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포진 바이러스에 걸려 있는 수가 많은데(이것을 불현성감염이라고 합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 심한 증상이 새삼스럽게 나타나는 일이 있습니다.
    원인불명의 아프타가 대부분
- 아프타의 원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아프타라는 것은 하나의 병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하나의 증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원인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원인이 밝혀진 경우도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바이러스입니다. 그 다음이 여러 가지 알레르기성 병과 혈액의 병, 예를 들면 백혈구가 감소해서 생기는 아프타도 있습니다. 또 외부로부터의 기계적·화학적 적극이 원인이 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프타는 원인불명입니다. 원인을 모르는 아프타는 다른 병이 따르는 일이 없고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므로 재발성 아프타라고 하기도 하고, 또 신경질적인 사람에게 잘 생긴다고 해서 신경성 아프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은 나라마다 명칭이 다릅니다.
- 원인을 아는 것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예를 들면 어떤 바이러스가 있습니까?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먼저 말한 아프타성 구내염의 원인이 되는 포진 바이러스도 있고, 수포창 바이러스가 감염했을 때에는 처음에는 입안에 두세 개 가량의 아프타가 생기는데 2∼3일 지나면 피부에 전형적인 물집이 생기게 됩니다.
  수족구병이라는 바이러스성의 병도 있는데, 이것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 손과 발 등에 조그마한 물집이 잡히고 계속해서 입안, 예를 들면 허 옆 같은 데에 아프타가 생깁니다. 그러니까 입안에 생기는 아프타는 피부에 생기는 작은 물집과 같은 것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군요.
  또 입안 깊은 곳에 아프타가 많이 생기는 헤르팡기나라는 바이러스성의 병이 있습니다. 이것도 1주일쯤 지나면 대개 낫습니다. 실제로는 원인불명의 재발성 아프타가 가장 많은데, 이런 바이러스성 아프타를 먼저 가려내지 않으면 치료한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 원인불명의 것이 그렇게 많다면 그러한 아프타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네, 무슨 병이나 다 그렇습니다만, 원인을 몰라 가지고는 예방을 할 수가 없지요.
  특히 재발성 아프타는 자꾸만 되풀이해서 생기므로, 그것을 예방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재발성 아프타는 병이라기보다는 체질적으로 점막이 좀 약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외부로부터의 온갖 자극에 의해, 예를 들면 좀 딱딱한 음식물이 닿았다거나, 무의식중에 이로 혀를 깨물었다거나 했을 때 점막에 상처가 나는거지요. 이런 체질은 유전합니다.
  지금까지 이 재발성 아프타의 원인으로서 비타민 특히 비타민 B가 결핍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또는 그것이 생기기 쉬운 부위에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또는 위장이 약할 때 생기니까 내장의 병과 관계있는 것이 아닐까 등 여러 추측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것들이 걱정이 되어서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비타민 결핍이나 내장의 질병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아프타가 나중에 암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툭하면 생기는 것을 보고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이 암으로 되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2, 3일 바르면 낫는다.
- 재발성 아프타의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치료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스테로이드 연고입니다. 이것은 습진같이 피부에 나는 여러 가지 병에 사용되는 것이지만, 피부용 연고는 사용하기가 곤란합니다. 입안 점막에 오래도록 약이 묻어 있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점막에 잘 붙는 점막용 연고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지금 좋은 것들이 고안되고 있습니다. 입안에 바르는 것이어서 말을 하거나 차를 마시면 떨어져 버리므로 식후나 자기 전에 바르는데, 그래도 붙인 것이 이동하거나 떨어지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밤에 바르면 아침까지 붙어 있을 정도로 점막에 잘 붙는 것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이 연고는 부작용이 생길 걱정은 없습니까?
  아프타는 1주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낫습니다. 게다가 이 점막용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2, 3일 만에 낫습니다. 그 정도의 짧은 기간이라면 부작용 걱정은 조금도 없습니다. 스테로이드가 점막에서 흡수되어 온몸에 부작용이 생길 우려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 이 약은 아프타가 생긴 자리에 바르는 것이지 복용하는 것은 아니지요?
  네, 스테로이드를 내복하면 확실히 잘 낫기는 합니다. 그러나 원인을 모르는 재발성의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았다 하더라도 다시 나타나는 것은 막을 도리가 없지요. 그래서 또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게 됩니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다 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유발해서 매우 위험합니다. 스테로이드제의 내복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아프타처럼 점막에만 국한되어 있어 내장의 병이나 생명과는 관계가 없는(물론 환자들로서는 상당히 아프기 때문에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이른바 양성의 병에는 스테로이드를 전신적으로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아픔을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이 졸라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복약을 주는 병원도 있는 모양이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는 바람직스럽지 못합니다. 점막용으로 제조된 스테로이드 연고를 써서 될 수 있는 대로 속히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 꽤 아프다고 하셨는데, 식사하기에도 고통스러운 경우가 있습니까?
  네, 너무 아파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때는 일시적으로 통증을 없애기 위해 국소마취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른의 경우는 별로 필요가 없지만,
    베체트병의 걱정은 없어
- 베체트병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초기 증상으로서 아프타가 곧잘 나타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재발성 아프타가 생기면 베체트병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을 하면서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재발성 아프타에서 배체트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재발성 아프타는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10명에 1명 비율로 생기는 대단히 많은 병입니다. 그리나 이 베체트병 환자는 그 수가 아주 적습니다. (일본의 경우 베체트병 환자는 8000명 가량.) 그리고 최근에 와서 그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베체트병은 온몸에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검사를 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혈침이 빨라지기도 하고 백혈구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어런 현상은 재발성 아프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만일 재발성 아프타에 걸린 사람으로서 베체트병이 걱정된다면 1년에 두 번쯤 그러한 검사를 받으면 좋겠지요.
-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원래 재발성 아프타는 신경질적인 사람에게 생기기 쉬우므로 지나친 걱정을 하다 보년 아프타가 또 발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 그런데 구내염이나 재발성 아프타가 생긴 경우에는 치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중 어느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할까요?
  어느 과로 가야 할지 일반인들은 결정하기가 힘들겠군요. 구강점막의 질병을 전문으로 하는 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피부과로 가는 사람도 있고, 내과나 이비인후과 혹은 구강외과로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피부과입니다만,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범위의 것이라면 피부의 병이든 점막의 병이든 모든 질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모르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 구강염이나 아프타의 경우, 특히 재발성 아프타는 병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지나치게 걱정할 게 못된다는 말씀이군요.
  네. 이를테면 피부에 대해 말할 때, 곪기 쉬운 체질과 벌레에게 물렸다 하면 물집이 잡히는 체질이 있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입안의 점막이 다소 약해서 외부로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좀처럼 재발을 방지할 수가 없어서 고생을 하지만, 치료는 비교적 간단하니까 점막용 스테로이드 연고를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등 부작용이 없는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ff
      29. 혀가 꺼칠꺼칠하다
    죽본 충량
    산구대학 의학부 교수
    온몸의 상태를 반영하는 혀
- 예전의 의사들은 진찰할 때면 반드시 "입을 벌리고, 아 해봐요"또는 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일이 별로 없더군요.
  예전 의사들은 아닌게 아니라 진찰 때마다 꼼꼼하게 혀를 살펴보곤 했는데 최근에는 좀 소홀히 하는 것 같습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생각됩니다. 혀를 보고 진단하는 일을 전문적인 말로는 시진이라고 하는데, 진찰 중에서 가장 간단하고 기계가 필요없는 진찰입니다. 게다가 진료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혀의 변화라는 것은 온몸의 상태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혀의 변화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혀 노이로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일처럼 거울 앞에서 혀를 내밀어 보는 등 혀의 변화에 신경질적으로 마음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 그런데 혀는 어떤 일을 합니까?
  혀는 대부분의 근육입니다. 설근이라는 근육 위를 점막이 덮고 있지요. 혀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하는 것입니다. 혀는 이와 함께 우리의 언어활동에서 없어서는 안될 것으로서, 대단히 섬세한 활동을 합니다. 또 하나는 맛을 보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혀에는 맛봉오리라는 것이 있어서 달다, 시다, 짜다, 쓰다 하고 맛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혀의 염증과 설태
- 혀가 꺼칠꺼칠해지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혀가 꺼칠꺼칠해진다는 말은 봄 속된 표현입니다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구내염이 일어나서 그 부분 증상으로서 혀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다음으로는 혀에 이끼 같은 것이 끼는 경우인데, 이것이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진찰할 때 중시하는 것은 설태가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설태가 어느 정도 두껍게 끼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예전의 임상의학에서는 혀의 상태를 무척 까다롭게 분석했었습니다. 예를 들면 위장이 나빠졌을 경우, 위액의 산도가 떨어지거나 무산이 되면 설태가 생기지만 과산 상태에서는 설태가 적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설태의 상태만으로는 산의 분비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입으로 숨을 쉬다 보면 입안이 건조해지기 쉽고, 입안이 건조해지면 설태가 생깁니다. 또 혀를 움직이지 않을 때, 즉 자고 있는 동안에도 설태가 생깁니다. 밤에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 보면 대개 설태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노인으로서 설태가 없는 사람이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예전부터 혀에 하얗게 설태가 끼어 있으면 과로라느니, 또는 위장의 상태가 좋지 않다느니 해왔지요.
  정상적인 혀는 스스로 보기만 해도 누구나 알 수 있는데, 혀는 분홍색으로 축축하고 일정한 광택을 지니고 있습니다. 설태라는 것은 혀의 점막에 있는 유두의 세포가 부어서 그곳에 음식물 찌꺼기와 침 또는 누구나 입안에 지니고 있는 세균 따위가 번식하여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설태가 생겼으니 만성 위염이 아닐까, 암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조금도 없습니다.
  오히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구강내 염증의 하나인 아프타입니다. 혀에도 곧잘 생기는데 몹시 아픈 염증입니다. 그리고 혈액의 병이나 당뇨병이 있다든지, 질병을 고치기 위해 항생물질이나 부신필질호르몬제 등을 복용했을 때 입속의 세균의 성질이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균교체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균교체현상의 결과 입안에 모종의 곰팡이, 정확히 말하면 칸디다 알비칸스라는 백선균에 의해 일어나는 병이 있습니다. 이것을 구강칸디다증이라고 합니다. 백혈병이 있는 경우 항생물질을 사용하는 관계로 이 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곰팡이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아구창이라는 구내염도 있습니다.
- 혀에 하얗고 동그란 궤양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 아프타지요?
  정확히 말한다면 미란이 생긴 것입니다. 그 미란이 있는 곳을 잘 보면 노랗거나 하얀 이끼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그 둘레에 분명하게 발간 테가 둘러져 있으므로 간단히 진단됩니다.
  아프타는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어서 한마디로 물아서 애기할 수는 없지만, 되풀이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월경과 관련해서 주기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프타의 원인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라든지 위장장해 같은 것을 들기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치료법으로는 어느 의사나 다 해줍니다만, 질산은으로 살짝 지지는 것이 가장 간단합니다. 만일 염증이 심한 경우라면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쓰거나 항생물질을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쉽사리 나아 주는 아프타라면 그리 심각할 것이 없지만 재발을 되풀이하는 아프타에 대해서는 정신적인 원인에도 눈을 돌려서 환자의 생활환경의 조정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 그 밖에 설태가 붉어지기도 하고 검어지기도 하던데요.
  붉은 혀라고나 할까요? 설염을 일으켜서 설유두가 위축된 상태로서, 혀가 빨개 보이는 병이 있습니다. 악성빈혈로 인해 나타나는 설염인데, 이 악성빈혈은 매우 드문 병입니다. 이 병의 증례를 수집해서 조사해 보려 해도 연간 한두 건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한 가지, 설유두가 딸기처럼 벌겋게 부어 오톨도톨 튀어나오는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전염병인 성홍열에 걸렸을 때 곧잘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성홍열의 증상이 따로 나타나게 마련이므로 혀의 상태만으로 진단이 내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밖의 소견을 종합해서 진단합니다.
- 혀가 몹시 꺼칠꺼칠해졌을 때, 이를테면 허가 터졌다든지, 균열 같은 것이 생긴 경우말인데요, 이것을 혀만의 문제로 삼아도 될까요?
  갈라진 것처럼 된 혀도 있습니다만, 혀가 지니고 있는 기능에는 전혀 영향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혀에 비해 다소 모양이 달라 남보기에 꼴사나울지는 모르겠으나, 혀는 일부러 남에게 구경시키는 것이 아니니까 조금도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치료할 필요도 없습니다.
@ff
    30. 맛을 모른다
    부전 관
    일본대학 의학부 교수
    뜻밖의 곳에 원인이
- 누구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식생활을 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먹는 즐거움, 맛의 즐거움을 잃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지요?
  네. 그렇습니다. 몰아서 그저 맛을 모른다고 합니다만 전혀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다 하면 미각이 약간 둔해진 정도의 사람도 있고, 단맛이나 짠맛 같은 특별한 맛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것도 먹고 있지 않으면서도 입안이 짜다고 혹은 쓰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조금도 맛을 느낄 수가 없게 되면 스스로도 알아차리겠지만, 그저 둔해진 정도라면 자기가 만든 음식의 맛이 이상하다는 지적을 받고서야 비로소 깨닫는 경우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가정주부가 남편과 아이들한데서 요즘 간을 잘 못 맞춘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아온 일이 있고, 주방장이 손님에게 지적을 받고 깜짝 놀라서 찾아온 일도 있습니다.
- 이 맛을 모르는 상태는 치료가 됩니까?
  전부 다 치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이 치유됩니다. 왜 그러냐하면, 전에는 도무지 원인을 규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쪽에서도 난처해서 '기분 탓'이라는 말을 곧잘 했었습니다만 최근에 와서 원인을 좀 알게 되었으므로 대책도 세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음식물의 맛이라는 것은 혀뿐만 아니라 시각과 향기, 씹히는 정도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성립되는 것이므로 원인을 규명하기도 어렵겠군요.
  그렇습니다. 미각은 맛 그 자체뿐만 아니라, 말씀하신 대로 종합적인 감각입니다. 그 밖에 식욕의 유무, 마음에 걸리는 일이 유무 등 음식물을 먹을 때의 정신상태도 영향을 미칩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게 마련이라 우리는 그 원인을 캐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혀와 입안에 병이 있으면 맛이 이상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겁니다. 그리고 감기나 위턱의 염증, 여러 가지 약의 부작용 때문에 맛을 모르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또 당뇨병이라든지 신장질환 혹은 음식물의 맛을 뇌에 전달하는 신경계의 장해, 이런 것들이 있으면 당연히 입맛이 변합니다. 그리고 심인성 반응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음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많았으나, 현재는 극히 일부에 국한시키고 있습니다. 그 밖에 후각이 나빠져 있는 것을 본인은 맛을 모른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것은 특발성으로서 언뜻 보기에는 혀에 아무런 이상도 없고 원인다운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 반드시 혀 그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군요.
  우리는 혀 위에 빨갛게 오톨도톨 돋은 것, 이것을 유두(용상유두, 엽상유도, 유곽유두)라고 부릅니다. 그 속에 미뢰하고 해서 꽃봉우리처럼 생긴 것이 있는데, 그것으로 맛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 미뢰는 혀의 유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턱 안쪽 깊은 곳에도 있고, 또 볼 내부의 점막, 목구멍 속 같은 데에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위에 맛을 내는 물질이 와 닿으면 여덟 가닥으로 된 신경이 그것을 뇌로 전달합니다. 맛이라는 것은 몸을 유지해 가는데 중요한 것이므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여덟 가닥의 신경 중 한두 가닥쯤 끊어져도 별불편이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미뢰 역시 뜨거운 것을 먹다 데거나 해도 신경만 건재하면 10일쯤 후에 재상됩니다.
- 약의 부작용이 원인이 된느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어떤 종류의 약입니까?
  의외로 많은 것이 혈압강하제, 그중에서도 이노작용으로 혈압을 낮추는 약입니다. 그리고, 아스피린 같은 해열진통제, 간장을 치료하기 위한 해독제, 심장이나 갑상선 치료제, 위장병 치료약 같은 약을 복용해도 그런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어느 경우나 장기간 복용할 때 많습니다.
- 전신의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어떤 병이 많습니까?
  미각이 이상해졌다고 하면 의사도 위장을 조사하는 일이 많으나, 실제로는 간장병, 당노병 그리고 네프로제 같은 콩팝의 병이 많습니다. 그것도 질병 그 자체보다도 오히려 복용하고 있는 약과 관계가 깊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고혈압 및 동맥경화, 부신과 갑상선의 활동이 시원치 않게 되는 내분비 질환 등도 원인이 됩니다. 감기가 들면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일시적으로 입맛이 이상해지는 일이 있지요. 그러나 감시가 계기가 되어 감기가 나은 후에도 후각과 미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다음으로는 신경에 장해가 일어난 경우인데, 그중에는 중이염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의외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맛의 신경은 귓속을 통과하기 때문에 만성 진주종성중이염 같은 것이 발생하면 미각에 이상을 가져오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안면신경마비가 있는데, 이 병에 걸렸을 때 역시 얼굴에는 안면신경과 함께 미각신경이 뻗어 있으므로 미각장해를 일으키는 일이 있습니다. 또 뇌속을 미각신경이 달리고 있는데 그 중간에 뇌종양이 생기거나 하면 역시 이상이 옵니다. 이때는 한쪽 또는 한 부분만 그런 경우가 있으므로 검사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압도적으로 많다는 특발성 미각이상에 대해 알고 싶은데요.
  특발성이란 확실한 원인을 알수 없다는 뜻입니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간에 그 태반은 몸 안에서 아연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최근의 연구로 알아냈습니다.
  더욱이, 이미 말씀드린 여러 가지 원인, 예를 들면 간장의 병 때문에 미각 장해가 일어나는 경우, 간장을 앓은 사람 모두에게 미각장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도 아연결핍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만 미각장해가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혈청 중의 아연 함유량을 조사해 보면, 입안의질병만이 원인이 되어 미각장해가 일어난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에는 그중의 70% 가까이가 역시 아연 농도의 저하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아연은 몸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합니까? 그리고 어째서 그 함유량이 줄어들까요?
  최근에 밝혀진 것인데, 아연이라는 물질은 동물의 성장에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뼈의 발육에 중요합니다. 살갖과 머리털, 생식기의 발육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연은 신체내의 신진대사가 활발한 부위에 특히 많습니다. 따라서 혀의 미뢰 같은 것도 10일쯤 지나면 새 것으로 바뀔 정도로 신진대사가 활발하므로 아연이 많은 부위입니다.
- 그렇다면 아연 결핍은 미각의 이상만이 아니라 다른 장해도 일으키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아연이 감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알아야겠는데, 역시 편식을 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질병 때문에, 음식물에 들어 있는 아연을 흡수하는 장의 작용이 둔화된 경우 또는 네프로제를 앓기 때문에 소변을 통해 아연이 계속 배설되어 버리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악에 의한 미각장해도 약이 아연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식품 첨가물 가운데도 식품 속의 아연을 빼앗아 가는 것이 있으므로, 가공식품만 먹는 것도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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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 미각이상과 혈청 중의 아연농도
  (저하  경계  정상)
  특발성  22  10  9
  약의 부작용  5  4  6
  전신의 질병  8  3  2
  구강 안의 질병  5  5  5

    아연을 보충하고 침이 잘 나오게 해야
- 원인만 밝혀지면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요. 맨 먼저, 원인이 되고 있는 질병을 치료해야 합니다. 따라서 병이 발견되면 우리는 각 전문과로 환자를 옮겨서 그것을 치료합니다. 이때 곤란한 것은 예를 들면 고혈압 같은 경우,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그것 때문에 미각장해가 일어난다 해도 약의 복용을 중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는, 혈압을 낮추는 약은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아연과 관계가 없는 약으로 바꾸게 하거나, 그래도 별도리가 없는 경우라면 아연을 복용시킵니다.
- 아연 그 자체를 말입니까?
  네, 황산아연을 복용시켜 보충합니다.
- 그렇게 하면 입맛이 살아납니까?
  특별성인 경우, 25명의 환자 가운데서 완전히 나은 사람이 13명, 상당히 효과를 본 사람이 5명, 꽤 효과가 있었다는 사람이 3명, 전혀 효험이 없었다는 사람이 4명이 있었습니다. 장해가 일어나자마자 즉시 치료를 시작한 사람은 쉽게 고쳐지는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몇 년이 지난 경우에는 좀처럼 효과가 없습니다.
- 실제로 어떤 환자들이 있습니까?
  우리 병원 미각 외래를 찾아온 환자 가운데는 맛을 모르겠다, 혀가 아프다, 머리카락이 끊어진다 등의 증상으로 5년간이나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갖가지 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낫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환자의 혀를 보니, 혀는 벌겋고 평평하게 되어 있었고, 진무른 곳도 있었습니다. 확대해서 보니 유도도 건조해서 납작해져 있었고, 혈관도 매우 성겨서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사진1) 그 환자가 반년 동안 황산아연을 복용한 결과 사진2와 같이 되었습니다. 침도 많이 나오게 되고 미각도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 침도 문제가 됩니까?
  음식물은 미뢰에 도달할 때까지 물이나 기름에 녹아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침이 잘 나오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자면 침이 잘 나오게 하는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 미각 외래란 말이 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신설된 분야인 모양이지요?
  그렇습니다. 미각 치료 같은 것은 아직 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아직 전문의료기관이 적습니다.
우리 대학에서는 2개 부속병원에 전문 외래를 두고 진료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연간 100명 가양의 새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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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2 : 아연을 많이 함유한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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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를 혹사하지 말고 소중하게
- 미각을 언제까지나 잃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의 건강관리가 중요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원인이 될 만한 갖가지 병을 예방도 하고 치료도 하면서 식생활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혀라는 것도 오랜 세월 사용하는 동안에 아무래도 둔해지게 마련입니다.
  여기에 그 실례가 있습니다. 사진 3은 20세 여성의 혀입니다. 혈관도 깨끗하고 용상유두도 물고기의 알처럼 깨끗하지요. 그런데 사진 4에 보이는 61세 남성의 혀는 오래 된 양배추 껍질처럼 딱딱해져 있습니다. 이 사람은 술을 좋아하고 게다가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합니다. 사진 5는 22세 된 젊은 사람의 혀인데 이 사람 역시 독한 술 같은 자극성이 있는 음식을 즐깁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 많은 사람과 똑같은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이쯤 되면, 맛을 제대로 알기 어려워질 것은 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혀를 혹사하지 말고 소중히 하여, 먹는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ff
      31. 구취
    내전 안신
    동경 의과대학 교수
    가상적인 구취
- 구취가 지독해서 남과 이야기하기가 두렵다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인데 구취의 원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구취의 원인으로는 우선 피로, 공복 등에 의한 생리적인 것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원인이 되는 전신병이 있어서 입으로 냄새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그 다음은 입안의 병인데 이것은 대단히 많습니다. 네번째로 구취가 없는 구취라는 것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별로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본인이 냄새가 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특수한 병인데 이것을 우리는 자취증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입을 가리거나 별생각 없이 하는 동작도 자기의 구취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대단히 결벽성이 강한 사람에게 많은데, 최근에는 그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크게 나누어 볼 때 구취의 원인은 이상 네가지가 되겠습니다.
- 구취를 스스로 판단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먼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손을 입 위에 가져가 훅하고 숨을 내쉬어서 그 냄새를 맡아 보는 것입니다. 냄새 맡는 감각은 금방 피로해집니다. 후각피로라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한번만 그렇게 합니다. 그것으로 구취가 있는지 없는지 대개 알 수 있습니다.
- 선생님께서는 구취가 있어서 찾아오는 환자를 어떻게 진찰하십니까?
  저희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오랫동안 구취 때문에 고민하면서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닌 사람들이 많습니다. 환자가 찾아오면 먼저 구취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안한 측정기가 있는데, 환자로 하여금 여기에 숨을 내쉬게 한 다음 냄새를 잘 맡는 의사가 그 냄새를 맡는 것입니다. 냄새맡는 의사는 좀 고생스럽겠지만, 구취가 있는지 없는지 분명히 알 수 있고, 그 정도도 대강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구취 유무 판정에는 사람의 후각이 가장 예민하고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 구취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확인한 다음, 그 원인을 찾게 되겠군요.
원인을 찾으면 치료가 시작됩니까?
  진찰을 하면 냄새를 내는 부위, 그 질, 그 심한 정도를 대략 짐작할 수 있으므로 그에 따라 근본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자기자신은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자취증의 치료법 부터 알고 싶은데요.
  이 병은 무엇보다도 성격적인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신의학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너무나 사람이 좋다고 할까, 아니면 자학적이라고 할까, 하여튼 남에게 폐가 될 일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씨 고운 사람이 걸리기 쉬운 병입니다.
  우리에게 진찰받기 전에 내과, 이비인후과, 치과를 거쳐 온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환자는 찾아와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처음에는 치과에 갔고, 그 다음에 이비인후과에도 갔습니다. 내과 의사를 찾아 갔을 때는 위장이 나쁜 것이 아닐까 하여 물어 보았더니 '그렇게 걱정이 되신다면 엑스레이를 찍어 검사해 드리겠습니다'하며 엑스레이검사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럭저럭 7, 8년을 보냈어요. 어쨌든 남의 앞에 나갈 때 무척 긴장이 됩니다' 이런 사람이 바로 전형적인 자취증 환자이지요.
- 심신의학적인 치료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것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역시 신체부터 치료하고 마음의 치료를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우선 입안을 충분히 조사해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거기에 알맞는 대증적인 방법으로 서서히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간이정신요법이라는 치료방법을 씁니다. 이것은 환자의 호소를 그대로 긍정하고 지지하면서 자기 통찰이 가능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최근 눈부시게 진보해 온 자율훈련법이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긴장을 풀어놓게 하면서 냄새의 공포감을 제거하는 것인데, 신체를 통해 마음으로 작용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 방법으로 깨끗이 나았다고 기뻐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아까 예로 든 환자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입안이 끈적거리면 소다액을
- 실제로 입에서 냄새가 날 때의 치료법을 알고 싶습니다. 먼저 생리적 구취란 어떤 것입니까?
  누구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어느 정도 냄새가 납니다. 밤에 잠들어 있을 때는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에 입안에 남아 있던 음식 찌꺼기 같은 것이 밤새도록 부패, 발효하기 때문에 그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가 고플 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났을 때, 또 긴장했을 때는 아무래도 타액의 양이 줄어들어 입안이 건조해지고 침도 산성으로 변하기 때문에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여성은 임신중일 때 또는 월경 때 입안 청소가 불충분해지거나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거나 해서 구취가 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구취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책을 세우면 됩니다. 양치질을 하거나, 긴장을 풀고 푹 쉬거나 입안 청소를 충분히 하는 등 대응방법이 있지요. 입안이 끈적끈적하고 신듯한 느낌이 들면 3% 농도의 중조수, 즉 한컵의 물에 반 찻숟갈 정도의 중조를 타서 양치질을 해도 개운해집니다. 1--2%의 과산하수소도 좋습니다.
- 전신병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구취는 어떤 것입니까?
  구취를 일으키는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만성위염, 위하수 같은 소화기 계통의 병, 특히 소화장애에 의한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호흡기 질환과 귀, 코, 목구멍 등의 병도 원인이 되지요. 목안에 농전이 생기면 입에서 냄새가 납니다. 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이 있을 때도 독특한 냄새가 납니다. 그 밖에도 내분비의 병, 비타민 결핍 등 여러 가지가 구취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니까, 근원이 되는 병의 유무를 먼저 조사하고 그러한 병이 있을 때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의사를 통해 알아낸 다음 적절한 치료를 해야겠지요. 그렇게 하면 구취도 어느정도 줄어듭니다.
    끈기있게 청소를
- 입안의 병이 원인이 되는 구취가 가장 많다고 하셨는데, 입안의 병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충치가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치조농루, 틀니, 브리지의 손질 불량 등도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서 치태나 치석이 생겨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썩은 충치라면 신경이 부패해서 생기는 심한 썩은 내가 나기도 합니다. 충치 한 개만으로도 냄새가 상당히 납니다. 치조농루의 경우에는 고름이 나기 때문에 - 이것은 노인에게 비교적 많습니다만 - 상당히 강한 냄새가 납니다. 틀니와 브리지에도 때가 끼기 때문에 역시 냄새가 상당히 납니다.
  브리지 안쪽은 칫솔이 잘 닿지 않는 곳이므로 불결한 것이 붙기 쉽습니다. 칫솔의 사용법을 잘 알아서 양치질도 하고 브리지 안쪽까지 깨끗이 닦는 일이 중요합니다. 치조농루나 브리지의 경우는 매일 끈기있게 손질을 해야 합니다.
  빼었다 끼웠다 하는 틀니는 빼서 잘 닦고, 밤에는 약을 넣은 컵에 보관했다가 아침에 다시 깨끗이해서 끼워야 합니다.
  그 밖에도 설태 때문에 생기는 구취도 많습니다. 설태는 혀의 때라고 할 수 있는 이끼 모양의 물질이지요.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많다고 하지만 원인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생기지 못하게 할 방도는 달리 없고 목욕을 할 때 가제나 젖은 타월로 벗겨 냅니다. 비교적 잘 벗겨집니다. 예전에는 혀긁개 같은 것이 있어 이를 닦은 다음 이것으로 박박 긁어 냈던 것 같습니다
- 가제나 타월로 매일 닦아내야 합니까?
  가능하다면 매일 하는 것이 좋지요. 1주일 동안 그냥 놔 두었다가 박박 긁으면 혀의 점막을 상하게 할 염려가 있으니까매일 가볍게 닦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구취 대책으로는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원인별로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전신적인 질환으로 인해서 생기는 구취의 경우에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각기 근원이 되는 병을 내과, 소화기과, 이비인후과 같은 데 가서 깨끗이 치료하는 것이 우선해야 할 일입니다. 입안의 병은 치과의사를 찾아가야 되겠지요.
  또 냄새는 자기 스스로는 느낄 수 없으니까 가족을 통해 지적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가족이 약간의 힌트를 준다는 것이 구취 예방의 포인트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도무지 낫지를 않는 구취에 대해서는 약을 사용해야 합니까?
  구취를 제거하는 약으로는 복용하는 약과 양치약이 있습니다. 복용하는 것으로는 메트로니다졸이라는 효과가 좋은 약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 약은 3, 4일 사용하면 상당히 지독한 악취라도 뚝 그칠 정도로 일시적 효과는 있습니다.
  양치약으로는 항생물질, 즉 프라지오마이신이 들어 있는 함수제가 있습니다. 이것도 효과가 좋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단기간, 의사의 지도 아래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밖에도 일시적으로 구취를 제거하는 양치약이 있긴 하지만, 역시 구취를 방지하는 데는 삼삼삼식 이닦이 방식이라는 올바른 청소법이 제일입니다. 식후 3분 이내에 3분간, 하루 3번 닦아 입안을 깨끗이 하는 것이지요.
@ff
      32. 치통
    대밀 유랑
    학견대학 치과부 교수
    아픈 곳이 어디인가?
- 이가 아플 때는, 특히 한밤중에 정신없이 아플 때는 정말 견디기 어렵지요
  사람이 느끼는 3대 동통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중 으뜸이 치통, 그 다음이 귓속에 난 종기의 아픔, 그 다음이 생안손의 통증인 것으로 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공통의 인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주위가 단단한 조직으로 에워싸여 있는 연한 부분에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의 신경은 치수라는 연한 조직 안에 있고, 그 주위를 상아질이라는 단단한 물질이 싸고 있습니다. 그곳에 염증이 생기면 다른 경우에는 부어 올라서 통증이 완화되겠지만, 주위를 단단한 물질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부어 오를 수가 없지요. 그만큼 강한 압박이 신경 섬유에 가해지고, 그 바람에 격렬한 아픔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 한밤중에 더욱 아픈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실제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탈이 있을 때는 아픈 법이지만 낮에는 생활에 정신이 팔려 통증이 덜 느끼는데다 밤에 이불 속에서 따뜻해지면, 말초혈관이 확장되어 통증이 더해지는 것입니다.
- 그리고, 분명히 아프기는 아픈데, 그게 어느 부위인지 잘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지요?
  치수염의 통증, 신경의 통증은 어디가 아픈지 잘 알 수 없는 것이 하나의 특징입니다. 급성 치수염인 경우, 윗니가 아픈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아랫니가 그 원인이었다든지, 분명히 오른쪽이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쪽이었다든지, 너무나 아플 때에는 어디가 아픈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특히 젖니의 충치는 초기에 별로 아프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가 아픔을 호소할 때는 이미 신경에까지 병변이 이르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린이가 아프다고 울부짖으면, 어머니도 당황해서 무턱대고 통증을 가라앉게 해줄 양으로 진통제를 주고 마는데, 그러기 전에 입을 벌리게 하고 어디가 아픈지 잘 살피는 침착성이 있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음식 찌꺼기 같은 것이 충치의 구멍에 끼어서 아플 때라면, 낀 물질을 빼내기만 해도 아픔이 완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입안을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구멍이 나 있어도 그것이 원인이 아닌 때도 있고, 얼핏 보면 건강해 보이는데도 엑스레이를 찍어 보면 커다란 충치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 치아 이외의 다른 데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언제나 우유병으로 젖을 먹는 아기에게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유를 먹이려 하는데 무척 아픈 듯이 울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입안 점막에 생긴 궤양이 원인입니다. 젖병의 딱딱한 젖꼭지가 점막에 닿아서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젖꼭지를 아기의 입에 알맞는 부드러운 것으로 바꾸기만 해도 쉽게 해결이 됩니다.
    어린이 치통의 응급처치
- 일단 잠자리에 들어간 아이가 이가 아프다고 호소할 때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원인이나 정도에 따라 처치법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까 말한 것처럼 충치의 구멍이 비교적 작을 때에는 끼어 있는 물질을 조심해서 파내고 그 자리에 시판되고 있는 진통제를 작은 솜에 적셔 막아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충치가 상당히 진전된 경우라면 시판되고 있는 진통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낀 물질을 조심스럽게 제거한 다음에 연령에 적합한 양의 시판 진통제를 내복시키는 방법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에는 어린이라 해서 양을 상당히 적게 했으나 최근에는 약간 늘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분량은 어른의 양을 1로 했을 때, 유아(만 1세 미만)는 그 5분의 1--4분의 1 가량, 유아(만 1세--국민학교 입학까지)는 3분의 1 정도, 학동(국민학교 1년--6년)은 2분의 1에서 3분의 2 정도의 양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체질에 맞는 약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알레르기 체질인 아이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는 피린계의 약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어느 경우에나 이에 낀 물질을 제거할 필요가 있군요. 그러나, 충치의 위치에 따라서는 제거하기 힘든 경우도 있겠지요?
  가정의 구급상자에 들어 있는 핀세트는 끝이 일직선인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끝이 구부러진 치과의사용 미러핀세트를 하나씩 장만하면 어떨까요? 시판되지 않으니까, 근처의 가깝게 지내는 치과의사에게 얻어야 할 것입니다.
- 가정에서는 도저히 처치할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요?
  염증이 많이 진행되어 큰 병소가 형성되면 뺨이 부어오르고, 열도 많이 나게 됩니다. 가정에서 진통제를 주는 정도로는 아무런 효험도 없겠지요. 이런 때는 항생물질을 주어야 되겠고, 환부의 처치도 물론 필요하므로, 구급의료센터로 데리고 갈 수 밖에 별도리가 없겠지요.
- 흔히 볼이 부으면 우선 식히고 보자고 생각하는데요.
  식힐 때에도 식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무작정 얼음으로 식히면 오히려 부은 곳이 딴딴해져서 부기가 가라앉기 힘들게 됩니다. 찬물에 적셔 꼭 짠 수건을 국소에 대고 식히는 것이 좋습니다. 얼음주머니 같은 것으로 무작정 식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어른의 치통
- 어른의 치통으로는 어떤 경우가 많습니까?
  어른,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은 사랑니 주변의 염증입니다. 사랑니가 돋아날 자리가 없어서 옆으로 누워버리거나 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몸의 상태가 썩 좋지 않을때면, 이 치아 주변의 연조직에 염증이 생겨서, 침을 삼킬 때마다 아프기도 하고 더 심해지면 입을 충분히 벌릴 수도 없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랑니를 가진 사람은 평소에 몸의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 중장년의 충치는 어떤 형태로 나타납니까?
  어른의 충치에 의한 통증은, 훨씬 이전부터 충치가 생긴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어쩌다 치료가 늦어졌거나 이전에 치료한 것이 다시 도져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한가지 40대, 50대의 사람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싶은 것은 이 시기에 충치가 다시 증가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충치하고는 인연이 없었노라고 자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어렸을 때의 충치와는 성질이 다른 충치로 뜻밖의 고통을 당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치근에 생기는 충치입니다. 젊었을 때는 잇몸에 덮여 있던 치근의 표면이 중년이 되면 잇몸이 위축되는 바람에 노출되고, 그 표면에 충치가 생기는 것입니다. 특히 이와 이 사이에 생기기 쉬우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생기는 충치는 치관부를 덮고 있는 에나멜질 부위에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는 에나멜질 우식이라고 부르는 데 반해, 중년이 지나서 생기는 충치는 치근면을 덮고 있는 시멘트질 부위에 생기는 것이라 해서 시멘트질 우식이라고 부릅니다. 글자 그대로 이의 뿌리 부분을 결단내는 충치이기 때문에 좀처럼 발견하기가 어렵고, 몹시 아프게 된 다음에야 비로소 발견되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충치뿐 아니라 중년 이후의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 가운데, 이른바 치조농루의 급성 발작이 있습니다. 치조농루는 만성질병인데, 아프지 않다고 해서 방치해 두면 잇몸이 붓고 지독한 통증을 일으키는 수가 있습니다.
- 그런 발작이 있을 때의 응급처치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급성 종상을 가라앉히자면 입안을 깨끗이하고 이와 잇몸의 경계부분에 낀 더러운 것을 조심해서 제거한 다음 진통제를 복용하십시오. 부어오른 잇몸을 외부로부터 식히는 방법은 앞에서 말한 어린이 급성 증상에 대한 처치와 같습니다. 이와 같은 응급처치를 한 다음, 구급의료기관에서 처치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그렇게 되기 전에, 평소에 치아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쏟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리고 유사시의 처치법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이가 아프기 시작하면 그 원인이 되고 있는 부분을 잘 보고 확인해야 합니다. 어린이의 경우, 특히 어머니가 침착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안심하게 되고, 통증도 좀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충치 속이나 이와 이 사이에 낀 것들을 깨끗이 제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진통제를 종류와 양에 조심하여 사용한다면 가정에서도 상당히 효과적인 진통 효과를 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ff
      33. 목구멍이 이상하다
    황뢰 격
    동경대학 의학부 부속 음성언어의학연구시설 조교수
    가지가지의 원인
- 목이 쉰다, 목소리가 변한다, 음식을 삼킬 때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목의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매우 많습니다. 우리 이비인후과 외래의 경우를 실례로 들어 보면, 매일 한명쯤은 그런 사람이 옵니다. 연간 6000명 전후의 환자들 가운데 200명 이상, 즉 30명에 1명꼴이니까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죠.
- 구체적으로 어떤 호소가 많습니까?
  역시 가장 많은 것이 목이 막힌다, 음식 먹을 때나 마실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침을 삼킬 때면 무엇이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호소입니다. 그리고 꼭 탁구공만한 물체가 목구멍에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 일반적으로 별생각도 없이 우리는 목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정작 어디냐고 되물으면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것 같은데요.
  아닌게아니라, 목이란 말은 매우 막연합니다. 입을 벌려서 막다른 곳에 보이는 것이 인두부분, 그보다 조금 안쪽, 목소리가 나오는 곳이 후두 부분, 이 언저리를 몰아서 목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에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있다고 할 때, 이중의 어느 것이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이 근처가 하는 식으로 대단히 막연할 때가 많습니다.
- 성대 밑으로 기관가 식도가 나란히 있는데, 식도는 무척 가는 모양이지요?
  식도의 입구는 보통 음식을 먹지 않을 때는 찌부러지듯이 닫혀 있다가 음식물이 통과할 때 열리는 구조로 되어 있으므로, 이 부분에 무슨 이상이 생기면, 물체가 목구멍을 원활하게 통과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 목의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몇 살 가량의 사람이 많습니까? 또 남성과 여성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있는지요?
  76년초부터 77년초에 걸쳐 우리에게서 정밀검사를 받은 200명의 환자로부터 얻은 통계자료에 의하면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30대, 40대가 가장 많습니다. 또 남성에 비해 여성쪽이 약간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40세 전후의 여성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이 연배의 사람들은 이른바 암연령으로 막 접어들었기 때문에 무슨 이상이 생기면 그것이 몹시 마음에 걸리게 됩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경향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 40세 전후의 여성이 유독 많은 것은 갱년기장해 같은 것과 관계가 없을까요?
  그에 관한 여러 가지 보고가 있습니다. 호르몬 분비의 저하가 원인이라는 보고도 있으나, 반대로 그런 것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 같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암연령이 되어서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암이었던 경우도 있습니까?
  이 200명에 국한시켜서 말씀드린다면 매우 다행스럽게도 그런 악성의 병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연히 이 200명 가운데는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동경대 병원의 경우 수진자 200--300명에 1명의 비율로 암이 발견되고 있으며, 병원에 따라서는 80명에 1명, 50명에 1명꼴로 암이 발견되는 곳도 있으니까, 자각증상과 병의 유무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 역시 무슨 이상이 느껴지면 진찰을 받는 것이 좋겠군요.
  그렇습니다. 목구멍에 이상한 느낌을 가지는 상태를 우리들은 인후두이상감증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런 경우 여러 가지 병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여 검사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목에 이상을 느꼈을 때, 그것이 꼭 목 안의 국소적인 장해만은 아닌 모양이지요?
  네, 목 안의 이상감은 여러 가지 요소가 얽혀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먼저, 목 자체에 국소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를 얘기해 봅시다. 물론 암이 있을 때도 있지만, 아주 단순한 염증이나 부어오른 것이 원인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목 이외의 부분에 원인이 있는 경우로는 예를 들면 혈청의 철분이 부족하다든지 위장의 산이 적어지는 등의 상태가  되면 목안에 이상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심인성 이상감입니다. 공연히 그런 느낌이 든다는 호소인데, 너무 거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점점 상태가 나빠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포괄해서 인후두이상감증이라고 한다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목소리의 변화는 위험신호
- 목구멍의 이상감에 따라 여러 가지 질병을 생각할 수 있는 모양인데, 어떤  방법으로 그런 질병을 발견해 내는 것입니까?
  먼저 목구멍 그 자체에 어떤 이상은 없는지 검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목구멍의 내부를 거울로 보기도 하고 엑스선 촬영도 하고, 또는 최근 매우 발달한 기관식도과학의 기술을 사용해서 입이나 코로 튜브를 넣어 조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국소적인 원인이 있나 없나를 봅니다.
  그 밖에도 전신검사, 혹은 최종적으로는 그것과 함께 정신상태까지 보는 것입니다. 역시, 한 환자의 인간 전체를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목구멍의 단순한 이상은 거울로 비춰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까?
  글쎄요. 성대나 식도의 입구 정도까지는 거울을 입으로 넣어 들여다보기만 해도 비교적 간단히 알 수가 있습니다. 식도 아래쪽이 되면 거울로 보기는 좀처럼 어려워서 엑스선 촬영을 하거나 튜브를 넣어 관찰하기도 합니다.
  거울로 들여다보는 검사는 간단하다고 말씀드렸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칫솔  만 물어도 구토증이 나는 검사하기 힘든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때, 최근에는 코를 통해서 파이버스코프라는 아주 가느다란 튜브를 넣어 볼 수도 있고, 가능한 한 환자에게 부담이 적은 검사를 해야 하겠지요.
- 목구멍의 상태가 이상해지는 것은, 감기가 들거나 담배를 지나치게 많이 피워도 그렇게 되기 쉽고, 원인이 밝혀져 2, 3일 만에 나을 정도의 것이라면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렇지요. 감기가 들어 급성 염증이 생긴 경우에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병원의 환자 중에는 한 달 이상, 두 달 이상 하는 식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상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심인성의 경우 약 반 년 동안 이상감이 지속되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거든요
- 목의 이상이 얼마 동안이나 지속되면 '심상치 않은 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하고 의심해야 될까요?
  그것은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상감의 성질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고 마시는 데는 별 탈이 없는데 침을 삼키려 하면 무엇인지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라면 비교적 나쁜 병이 발견되는 일이 드뭅니다. 우리가 이건 어쩌면 하고 생각하는 것은 액체는 잘 넘어가는데 고형 음식물을 삼킬 때 무언가 걸리는 것 같다는 경우입니다. 즉 인두나 식도에 암을 포함해서 무엇인가 분명한 변화가 있으면 고형물이 넘어가기 힘든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본인의 느낌만 가지고 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역시 침을 삼킬 때에만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경우라도 걱정이 된다면 충분한 검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목이 쉬거나 목소리가 변한 경우는 어떻습니까?
  목 가운데서도 후두는 목소리를 낸다는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후두에 어떤 이상이 있으면 목소리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지요. 수자를 들어 얘기한다면 후두에 이상이 있는 사람의 90%쯤은 목소리가 변한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 가운데는 극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후두암도 있고, 그 밖의 예로는 양성의 폴립, 염증 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목소리가 변하면 후두에 어떤 이상이 일어났다는 경계신호로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호르몬 투여에 의한 목소리의 변화
- 병의 치료에 사용된 호르몬의 작용으로 목소리가 변해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는데요.
  네. 특히 10년쯤 될까요, 여러 가지 병의 치료를 위해 단백동화호르몬이라는 호르몬이 가끔 사용되고 있습니다. 골절 등의 치료나 뼈의 노화 방지 또는 유선증, 식욕부진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 이 호르몬을 씁니다. 이것은 몸안에 단백질을 받아들이는 작용을 합니다만 동시에 일종의 남성화 작용을 합니다. 그 밖에 갱년기의 생리불순과 월경곤란증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이 혼합된 약도 비슷합니다. 이 남성 호르몬의 부작용으로서 만일 이것을 여성이 사용하면 일종의 변성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를테면 말소리가  아진다, 가성이 잘 나지 않는다, 높은 소리가 약간 쉰 소리처럼 난다는 등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 약은 매우 훌륭한 약효가 있어서 부작용만 없다면 많이 사용하는 것이 좋겠으나, 특히 젊은 여성이나 성대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에는 좀 문제가 되겠지요. 신중히 사용하여야 할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성에게 키를 크게 해준다는 이유로 단백동화호르몬을 투여하는 일이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 저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때로는 키는 커지지 않고 목소리에 변화가 생긴다, 여드름이 난다, 수염이
거뭇거뭇해진다는 부작용만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이것은 남성에게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입니까?
  남성에게는 그런 부작용이 전혀 없습니다.
- 그러나, 환자로서는 자신의 병치료를 위해 이 약이 사용되고 있는지 어떤지를 모를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목소리가 변했다고 우리에게 의논하러 오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그러한 약을 사용한 일이 없는가를 물어보면 '그러고 보니'하며 머뭇거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단 남성화해 버린 목소리는 비교적 회복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발성 연습에 의한 치료라든지, 최근에는 수술요법 등도 생각할 수 있으나, 좀처럼 낫기 어렵습니다. 결국, 약이라는 것은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그 목적, 적응, 부작용의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사용하여야 하겠습니다.
@ff
      34. 목에 물체가 걸렸을 때
    용야 현일
    성로가국제병원 진찰고문
    어디에 걸렸느냐에 따라 처치가 다르다
- 노인들이 떡을 먹다 목에 걸렸다느니 어린 아이가 땅콩을 먹다 질식했다느니 하는 딱한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입에 물고 있던 동전 같은 이물질을 삼켰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갑자기 그런 경우를 당하면 당황하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당황하지 말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처치만 잘했으면 살아났을텐데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등을 두드려 토하게 한다든지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끄집어낸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을 쓰게 마련이지만, 걸려 있는 위치에 따라 그것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즉 이물질이 어디에 걸렸느냐에 따라 처치가 달라집니다.
- 이물질이 어디에 걸려 있는지를 먼저 알아내야 한단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습니까?
  이물질이 걸리는 부위는 입안, 기도와 식도의 갈림길, 식도의 입구, 식도 상부, 그리고 기관이 있습니다.
  식도에 걸려있는 경우에는 음식물을 넘기지 못하나 숨은 쉴 수가 있고,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러나 기도가 막히면 숨이 막히고 목소리도 나오지 못합니다. 또 사레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물질의 종류나 막힌 모양에 따라서 즉석에서 질식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목에 무엇이 걸린 경우에는 먼저 호흡상태가 어떤가를 살펴보면, 어디가 막혔는지, 식도인지 기도인지 대게 짐작이 갑니다.
- 걸리는 물체도 가지가지겠군요.
  식도의 경우는 동전이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생선 가시와 틀니, 음식 조각 등 여러 가지입니다. 그리고 식도 이물의 약 70%가 식도 입구에 걸리고 중간께에 약 20%, 가장 아래쪽 가까이에 약 10%의 비율로 걸립니다. 기도에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은 콩 종류, 특히 땅콩입니다. 그리고 바늘과 못, 장난감, 연필 뚜껑 등 입에 물고 있던 물체를 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1--5세의 어린이에게 많고 이물질 사고의 약 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식도에 걸린 경우
- 이물질이 걸린 부위별로 처치법을 알았으변 하는데, 우선 이물질이 식도에  걸린 경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목구멍이라든지, 식도와 기도가 갈라지는 곳에 물체가 걸렸다고 하면, 누구나 금방 토해내게 하려 합니다. 또는 손가락을 입안에 넣어 빼려고 하지요. 조그만 아이라면 거꾸로 들고 등을 두드리는 등 여러 가지로 애를 씁니다. 이 방법은 아직 이물질이 입안에 있을 때는 성공합니다. 그러나, 손가락을 잘못 넣으면 이물질을 오히려 안으로 밀어넣는 결과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로 인해서 기도가 막혀 질식할 우려도 있으므로 손가락을 넣지 않는 편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손가락을 입안에 넣을 경우에는 정면으로 넣지 말고 비스듬히 옆쪽, 즉 입가쪽으로부터 넣어 혀뿌리를 앞쪽으로 끌어내듯이 하면 욕지기가 나서 이물질을 토하게 됩니다.
- 그렇다면 이물질을 끄집어내려고 손가락을 넣는 것이 아니라, 토하게 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목구멍을 자극하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식도 입구에 꼭 끼어 있을 때는 토해 내게 하려 해도 간단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숨을 쉴 수가 있으니까, 당황하지 말고 의사에게 대려가 빼내는 것이 좋습니다.
- 사탕을 잘못 삼켜 눈을 희번덕거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사탕도 입안에 있을 때는 토해 내게 할 수가 있으나, 식도 입구에서 좀 아래쪽에 걸리면, 이 부분은 식도와 기관이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기관이 뒤로부터 압박을 받아 좁아집니다. 이때문에 목소리는 나오지만 숨이 막혀 눈이 희번덕거리게 됩니다. 이럴 때는 등을 두드려 줍니다. 그러면 이물질은 곧 밑으로 내려가고 숨도 쉴 수 있게 됩니다. 잘 내려 가지 않을 때는 환자의 뒤로부터 야쪽 겨드랑이로 손을 넣어 상체를 들어 올려 상체를 상하운동을 시키며 엉덩방아를 찧게 합니다.
- 생선의 가시가 목에 걸렸거나 식도에 걸렸을 때에는 어떻게 합니까?
  이것은 입을 벌려보면 보이는 범위 내에 박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밥덩어리를 꿀컥 삼킨다거나 굳은 음식을 단숨에 삼켜서 없애려 하다가는 오히려 더욱 제거하기 어렵게 만드는 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생선가시는 대개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한번 꽂히면 좀처럼 빠지기 어렵습니다. 음식덩이를 단숨에 넘기거나 하면 더욱 깊이 박히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시가 목에 걸리면 곧장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가시가 식도에 걸려 있을 때는 통증이 등쪽으로 뻗칩니다. 합병증이 무서우므로 즉시 전문의에게 보여야 합니다.
  또 하나 식도에 걸리는 이물질로서 최근 얇은 금속으로 포장된 약을 그대로 삼켜 버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인층에 많은데, 금속 포장지 뒤쪽 은막을 찢어 약을 꺼낸 뒤 복용해야 할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포장된 채 삼켜 버리는 것입니다. 금속 포장지의 가장자리는 매우 날카로와서 가시에 찔린 경우보다 훨씬 더 아픕니다. 식도에 상처를 내고, 심한 합병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바로 끄집어내야 합니다.
    기도가 막힌 경우
- 기도에 이물질이 걸린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도에 이물질이 걸렸을 때는 호흡을 못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즉시 처치를 해야 합니다. 떡이 식도와 기도가 갈라지는 부위를 막았을 때는 당장에 질식하고 맙니다. 목소리를 낼 수가 없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목을 가리키고, 이곳이 막혔다는 시늉을 하며 금방 쓰러집니다. 심장도 멎어 버립니다. 즉각 응급처치를 서둘러야 합니다.
-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옆에 있던 사람도 얼이 빠질텐데요.
  온갖 짓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손가락을 넣어 떡을 꺼내려 하기도 할테고
토하게 하려고도 하겠지요. 또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대로 소주를 먹여 사레들리게 해서 떡을 토해내게 할지도 모릅니다. 또 전기청소기의 납작한 끝부분으로 혀를 누르고 입속으로 들이민 다음, 떡을 빨아 올려서 살려낸 실례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 끝을 입안 깊숙이 넣은 다음 스위치를 켜도록 해야 합니다. 입안에 넣기 전에 스위치를 켜면 전기청소기 호스 끝에 혀나 볼 내부의 점막이 들러붙어 버려서 떡 있는 곳까지 닿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청소기는 꺼내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따라서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하임리히법이라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뒤로부터 환자를 껴안고 주먹을 명치에 대고 가슴을 양손으로 단숨에 바짝 조릅니다. 그러면 허파안에 남아 있는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 나옵니다. 그 공기의 힘으로 목구멍 입구를 막고 있는 떡이 떨어지고 숨이 통할 만한 틈이 생깁니다. 그런 다음 입과 입을 맞대고 하는 인공호흡을 하는데, 이것은 환자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이 방법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구급차가 올테니까, 그 다음의 처치는 병원에 맡기면 됩니다.
  이 하임리히법과 똑같은 원리로 우연히 살아난 예도 있습니다. 목에 떡이 걸려 질식한 환자를 어깨에 메고 의사에게 달려갔는데, 의사에게 도착해 보니 다시 숨을 쉬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환자를 어깨에 메고 있는 동안 환자의 상복부가 쿨렁거리고 어깨에 떠받쳐져 허파 속에 남아 있던 공기가 밀려나오는 바람에 걸려있던 떡이 떨어져 나온 것입니다. 이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기관으로 들어간 경우
- 이물질이 기관에 들어간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관 속으로 이물질이 빠져 들어간 경우는 대개 땅콩이 성대 사이를 지나 기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숨을 쉬지 못하거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으나, 심하게 기침을 하고, 숨이 막혀 쩔쩔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물질을 잘못 삼켰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물체를 토하게 하려고 아이를 거꾸로 들고 등을 두드리지요. 그러나 나오지를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오히려 숨이 더 심하게 막혀 고생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러한 처지에 의해 기관 속으로 들어간 땅콩이 성대 사이에 끼여, 숨쉴 구멍을 막기 때문입니다. 심하게 기침을 하고 숨이 막혀 괴로워할 때는 이물질이 기관 속으로 들어 갔구나 판단을 하고, 위쪽으로 되돌려서 빼내려 하지 말고 반대로 이물질이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해야 합니다.
- 식도 초입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간 곳에 사탕 같은 것이 걸려 있을 때도 엉덩방아 찧듯이 상체를 상하운동시킨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똑같은 방법으로 뒤로부터 양쪽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고 안아 올려, 방바닥에 부딪치듯 엉덩방아를 찧게 합니다. 그러면 기관 안에 있던 이물질은 좌우 어느쪽의 기관지로든 빠질 것이고, 한쪽 허파로 숨을 쉴 수 있게 되므로 숨쉬기가 편해집니다. 그리고 이물질도 기관지 안에서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이 방법은 꼭 알아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땅콩을 잘못 삼켜 갑자기 기침을 하고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고, 허둥지둥 그 아이를 안고 의사에게 달려가 보았더니, 그때는 이미 어린이가 기침도 하지 않고 숨도 훨씬 편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이를 안고 뛰어오는 동안에 그 진동으로 기관안에 있던 땅콩이 한쪽 기관지로 빠져 버렸던 것이지요. 뒤로부터 안아 올려 엉덩방아를 찧게 하는 구급법을 의사에게 뛰어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쓴 셈입니다.
    이물질 사고의 예방
- 기침의 발작과 숨막힘이 가라앉고 호흡이 편해졌다 해서 기관지로 빠져버린 이물질을 그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것은 아니겠지요?
  네. 기관지로 들어간 이물질은 꺼내야 합니다. 식도 속의 이물질은 위 속으로 들어가더라도 변과 함께 나옵니다. 그러나 기관지의 경우에는 나올 곳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전문의의 손을 빌어 꺼내야 합니다. 만일 그대로 놓아 두면 폐염이나 기관지염 같은 생명에 관계될 만한 합병증을 일으킵니다. 심한 기침이 가라앉고 호흡도 편하게 되어 이물질이 기침과 함께 어디론지 튀어나간 것 같다고 느껴지는 경우라도 반드시 진찰을 받도록 해주십시오. 주의깊은 어머니는 밤에 잠든 어린이의 숨소리가 평소와 다른 것을 알아차리고, 이물질이 아직도 들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우리에게 데려옵니다. 어쩐지 숨소리가 거칠다, 호흡수가 많다, 때때로 기침을 한다, 이러한 변화가 있거든요.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반드시 의사에게 보이십시오. 증상이 가라앉은 경우라도 엑스선 찰영 등으로 충분히 검사를 하여 이물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다음 처치를 해야합니다.
- 모르고 그냥 놓아 두면 기관지염이나 폐염이 됩니까?
  그렇습니다. 폐염이 무섭습니다. 땅콩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땅콩에는 땅콩기름 성분이 있어서 이것이 배어 나오면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서 폐렴을 일으킵니다. 피너츠폐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기관지로 들어간 이물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두면, 오래지 않아 숨쉴 때마다 고릉고릉 소리를 내게 되고 천식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사이 폐염을 일으키지요.
- 어린이나 노인이 이물질을 목으로 넘기지 않도록 미리 주의하는 일도 중요하겠지요?
  아기들에게는 입에 물건을 물고 돌아다니지 못하게 평소부터 버릇을 들여 놓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물건을 입에 문 채 놀고 있거든 조용하게 뱉아낼 수 있도록 살살 구슬려야 합니다. 느닷없이 큰소리로 야단을 치거나 하면 오히려 당황해서 삼켜버립니다. 노인의 경우에는 틀니가 맞지 않거나 움직일 때 방치해 두면 안됩니다. 틀니가 시원찮기 때문에 떡을 제대로 씹지 않고 그대로 삼켜, 그것이 목에 막혀 질식하는 사고가 적지 않습니다. 또 건들건들하는 틀니가 빠져 식도로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틀니에 달린 갈고리가 식도를 상하게 하고 , 그것이 치명상이 되는 일도 있습니다. 전문의도 틀니를 꺼낼 때는 식도가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잘 맞지 않는 틀니는 고쳐 놓는 것이 이물질 사고의 예방이 될 것입니다.
@ff
      35. 코를 곤다
    강본 도야
    소화대학 의학부 교수
    코와 목에 원인이
- 누웠다 하면 금방 코를 고는 사람도 있고,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피로하거나 술을 과하게 마시면 큰소리로 코를 고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째서 코를 골게 되는 것일까요?
  코를 고는 것은 잠들었을 때뿐이지, 깨어 있을 때는 코를 골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누워서 잘 때의 호흡방식과 목의 구조, 호흡과 목의 균형, 이런 데에 코를 고는 원인의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흔히 호걸스럽게 코를 곤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그 사람의 폐활량이 무척 커서 폐로부터 세찬 공기가 나오는 것인데, 공기의 통로인 목구멍이 작으면 큰소리로 코를 골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인간이 숨쉴 때의 공기의 흐름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콧구멍으로 들어간 공기는 비강 속으로 흘러 비가의 끝으로부터 인두에 도달합니다. 여기서 공기의 흐름은 갑자기 꼬부라져, 혀의 뒤로 해서 후두에 도달하고 성대를 지나 기관으로 들어갑니다. 비강에는 여러 군데 울퉁불퉁한 곳이 있는데 이곳을 우리는 갑개라고 합니다. 이 갑개가 공기의 흐름을 조절해 줍니다. 그리고 비강 깊은 곳, 인두의 천장에도 아데노이드라는 요철 부분이 있는데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 공기의 통로에 무슨 탈이 있거나 조절기능이 난조를 보일 때 호흡과 함께 일어나는 것이 바로 코고는 소리입니다.
  또 코에 장해가 있을 때, 예를 들면 코가 막혀 갑개가 부어오르거나 비용이 생기거나 하면 이것들이 숨쉴 때에 진동을 하게 됩니다. 이상이 비강에서 코고는 소리를 내는 경우입니다.
  또 한 가지는 코가 막히는 바람에 입으로 숨을 쉬게 되었울 때 목구멍에서
코고는 소리가 나는 경우지요.
  구강 안쪽에는 목젖이 인두 깊숙이 매달려 있는데 입으로 숨을 쉬면 그 목젖이 진동을 일으킵니다. 또 혀의 뿌리께가 인두 안쪽으로 일그러져서 그곳이 좁아지는 바람에 설근편도나 구개편도가 떨려서 코고는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편도가 크기만 해도 코고는 원인이 됩니다. 그 밖에 감기가 들었거나 피로하거나 술을 과음했을 때도 인두근육의 긴장이 풀어져 인두가 좁아지므로 코를 골게 됩니다. 또 턱뼈가 부러지거나, 뇌일혈이 일어났을 때에도 혀뿌리와 연구개가 목구멍 안쪽으로 씰그러지는 일이 있으므로 코를 골게 됩니다.
- 코를 고는 소리는 숨을 내쉴 때와 들이쉴 때 똑같이 납니까?
  보통은 숨을 들이쉴 때보다는 내쉴 때에 소리가 납니다. 입으로 숨을 쉬고 있으면 기관에서 나온 숨이 곧장 연구개에 부딪치고, 그 때문에 연구개가 떨리면 코고는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설근편도 부근이 부어 있으면 코고는 소리가 우렁차게 납니다. 코고는 소리는 숨쉬는 방법과 떨리는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갑자기 코를 골게 되면 주의해야
- 코를 고는 것은 보통 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조심을 해야할  경우도 있습니까?
  코고는 현상 자체는 그리 걱정할 것이 못되나 우리 의사들의 눈으로 볼 때는 하나의 증상으로서, 어떤 질병의 전조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태까지 코를 골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코를 골게 되었을 때입니다. 노인이 갑자기 코를 골게 된 경우라면 고혈압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혈압이 높아짐으로 인해 코가 막히기도 하고 혀뿌리가 쳐지기도 해서 코를 골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일단 진찰을 받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의 경우, 코의 가장 깊은 곳, 즉 목천장에 종양이 생기는 병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코피를 수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갑자기 코를 골기 시작하면 역시 한번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의 경우는 압도적으로 아데노이드(편도선이 증식하는 비대증)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코를 골면 아데노이드라고 할 정도이므로 코를 고는 것을 발견하면 곧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 하면 아데노이드는 코의 가장 깊은 곳에 생기는데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그 옆의 귀와 코를 연결하고 있는 이관이라는 관이 좁아지기 때문에 중이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아데노이드로 인해 귀뿐 아니라 코에도 병이 생깁니다. 그리고 입을 벌리고 숨을 쉬기 때문에 편도선이 커집니다. 주의력이 산만해진다, 기억력이 나빠진다, 침착성이 없어진다는 등의 증상도 생깁니다. 그러므로 어린이가 코를 골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 건강한 사람이라도 술을 마신 다음에는 코를 고는 수가 많은 것 같은데요.
  술을 마시면 몸 안에 들어온 알콜을 배출하기 위해 평소보다 호흡이 커집니다. 그리고 대개 큰대자로 누워 버리는데, 그러니 목안이 좁아지는 게 당연하지요. 호흡의 크기와 목구멍 넓이의 균형이 깨지고, 게다가 알콜은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키므로 연구개의 긴장도 풀어집니다. 따라서 숨을 쉴 때마다 코를 골게 되는 것입니다.
    우선 생활지도부터
- 자는 동안의 일이기 때문에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코를 고는 버릇 때문에 몹시 고민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요.
  우리에게 여자분이 와서 요령부득의 이야기를 할 때, "코를 고십니까?" 하고 이쪽에서 물으면 "실은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일이 적잖이 있습니다. 젊은 여성의 경우라면 이것은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수를 써야겠지요. 그래서 때로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코를 고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므로 진찰을 하여 우선 그 원인 부터 알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먼저 환자의 생활습관을 묻고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바꾸도록 지도합니다. 그리고 코고는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봅니다. 그 변화하는 상태를 보면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이러한 생활지도로 고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치료입니다.
  예를 들면, 남성의 경우 큰대자로 누워서 자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혀가 쳐져서 목구멍 안이 좁아지기 때문에 코를 골기 쉽게 됩니다. 또 침대에서 새털 베개를 베고 벌렁 드러눕는 사람도 똑같은 이유로 코를 골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런 경우라면 먼저 잠자는 자세를 바꾸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베개 밑에 방석을 한 번 접어 깐다든지 하여 베개를 약간 높게 해서,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로 잡니다. 그렇게 하면 턱이 앞으로 내밀어지고 목 안이 넓어지기 때문에 코를 훨씬 덜 골게 됩니다.
- 베개를 높게 하고 옆으로 눕기만 해도 상당히 달라지는 모양이지요?
  그렇습니다. 모로 누우면 연구개가 안으로 처지지 않고 옆으로 쏠리므로 그다지 심하게 코를 고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여성은 모로 누워 몸의 자세를 좀 굽히고 자라고 헀던 모양입니다. 저는 코를 고는 여성에게는 베개를 높게 하거나 모로 누워 자도록 권한 다음 그 결과를 듣고서 코를 고는 원인을 찾아냅니다.
  그 다음에는 코와 목의 상태를 봅니다. 우선 코가 막히는 사람에게는 점비약을 사용해 봅니다. 자기 전에 점비약을 쓰면 4, 5시간은 지속되므로, 대체로 코를 골지 않을 수 있습니다. 먼저 점비약을 사용함으로써 코고는 것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것은 코에 질병이 있는 것이므로 그것을 치료합니다. 때로는 코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은 목에 원인이 있는 경우인데, 편도선이 크기 때문에 코를 골 경우에는
양치질을 권합니다. 왜냐하면, 목에 염증이 있어서 편도선이 부은 경우, 양치질을 하면 염증이 가라앉고 부은 것이 사그라지는 수가 있습니다. 만성인 경우라도 양치질 자체가 연구개에도 좋은 운동이 되기 때문에 그 운동에 의해 혈액의 순환이 좋아지고 부기가 빠질 뿐 아니라, 근육의 긴장도 고조되어 연구개의 떨림이 덜해지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상태를 관찰하다가 그래도 도저히 낫지 않는 경우에는 마지막 수단으로 수술을 합니다.
  수술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은 아데노이드 수술입니다. 어린이인 경우 아데노이드만 떼어 내면 틀림없이 코를 골지 않게 됩니다. 어른의 경우에도 편도선이 커지면 물론이고 작더라도 제거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편도선을 떼어내는 것은 목의 안쪽을 넓게 하자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연구개를 꿰매어 좁힘으로써 목구멍 안을 넓게 하고 근육의 긴장도를 높이는 방법을 씁니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적으로 무척 힘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코고는 것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남편이 코를 곤다는 것은 분명히 살아 있고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매일 되풀이되는 일이므로 익숙해질 것입니다. 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참아 주어야 합니다.
@ff
      36. 목이 아픈 감기
    감야 창준
    제경대학 의학부 교수
    침을 삼키면 아플 때
- 지극히 건강하다는 것을 과시할 때"감기도 한번 앓은 일이 없다"고 하지요. 그런가 하면 "감기는 만병의 근원. "이라고 할 정도로,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으로 될 수도 있는 것이 감기입니다. 그리고 감기만큼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오해나 미신이이 많은 병도 없는 게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일반적인 감기는 그 경과를 어느 정도 본인이 알고 있고, 어린이의 경우에는 부모가 알고 있는 법입니다. 그것을 먼저 정리해 보지요.
  어린이가 평소보다 식욕이 없다, 좀 칭얼거린다 싶으면 어느 새 콧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기침과 열도 나기 시작합니다. 의사에게 보이면 목이 벌겋게 되었다고 하지요. 콧물로부터 시작되어 점차 밑으로 내려가서 기관에서 끝나는데, 그 기간이 약 1주일. 이것이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잘 걸리는, 가장 흔한 감기의 전형적 경과입니다.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약간 열이 있는 듯하다 없어지기도 하고,급격하게 열이 나기도 합니다. 콧물만 흐르는 수도 있으나, 잘 관찰해 보면 지금은 코다, 지금은 목이다, 지금은 기관이다 하는 식으로 그 경과를 어느 정도 스스로 알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독감의 경우, 좀 오한이난다 싶다가 하루나 이틀 만에 열이 갑자기 부쩍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의사들은 "아 하고 입을 벌리세요"하고 반드시 목안을 들여다보고, 목이 벌건지 어떤지를 감기 진단의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 같던데요.
  그렇지요. "목이 벌겋게 부어 있군요"하는 것은, 일반적인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 증상이고, 보통 1주일 가량이면 나올 것이라는 뜻입니다.
- 목이 벌겋게 부어 있으면 역시 아프겠지요?
  아프다기보다는 불쾌한 느낌이 들지요. 누구나 경험한 일이겠지만 가래가 끼어 답답하기도 하고 가래가 나온 다음에도 얼얼한 느낌까지 겹쳐서 성대 부근이 거북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그 불유쾌한 느낌 말고 또 하나, 통증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입니다. 아마 이것도 누구나 경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침을 삼키면 목구멍 양쪽 언저리가 아픈 때가 있읍니다. 만져 보면 멍울이 서 있고 임파선이 부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읍니다. 이것은 편도선에 염증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일반적인 감기에 세균의 2차 감염으로 인해 화농해 오는 화농성 편도선염이 겹친 것입니다. 이렇게 되었을때 처음으로 아프다는 호소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린이나 노인은 보통 감기로는 약간 나른하다, 식욕이 떨어졌다 할 정도이지 그리 강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법입니다. 목이 아프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면 역시 편도선염이 생긴 때겠지요.
- 목안의 멍울은 우리가 만져 보아도 알 수 있읍니까?
  손가락으로 옆턱과 목의 경계선 바로 위쪽을 만져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부위를 만지면 아프니까 싫어합니다.
  그런 때는 입안을 들여다봐 주십시오. 그냥 입만 벌려서는 목 안쪽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 하고 목소리를 내게 하거나 혀를 내밀고 숨을 들이쉬게 한다음 들여다보면 목안에 있는 목젖 양쪽의 편도선의 상태를 알 수 있읍니다. 그런 때의 편도선은 붉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하얀 곱이 붙어 있읍니다. 이쯤되면 세균의 2차감염이 왔다고 생각할 수 있읍니다. 그러면 비로소 의사가 항생물질을 투여해서 제대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 편도선염은 그 밑바탕에 반드시 바이러스에 의한 일반적인 감기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감기에 걸렸을 때 목이 벌겋다고 의사가 말했다면, 세균의 중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운 나머지 콧물이 조금 흐른다고 해서 금방 항생제를 달라고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류머티즘이나 신장염을 일으키는 균
- 세균의 중감염은 어째서 일어날까요? 그 원인을 알면 예방할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요.
  거기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실은 아직까지 정설이 없습니다. 그러나 거의 틀림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학설은 있읍니다.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 침투하면 증식을 하면서 차례로 세포를 파괴해 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숨관의 표면에 있는 점막 세포가 탈락해서 이른바 미란 상태가 됩니다. 예를 들면 피부에서도 찰과상 쪽이 베인 상처보다 훨씬 곪기 쉽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에는 상재균이라 해서 그 자체로는 병원성이 적은 세균이 잔뜩 있는데, 점막의 상피가 튼튼할 때는 별다른 증세를 일으키지 않으나 일단 미란이 생기면 그러한 균은 대단히 증식하기가 쉬워집니다. 이런 때에 병원성이 강한 세균이 붙으면 금세 증식해서 세균 감염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정설은 아니나 동물실험 등으로 충분히 확인된 사실입니다.
- 예를 들어,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형제라도, 형은 감기가 지독하게 들었는데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런 것은 운수소관일까요?
  글쎄요, 운수소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보통 감기가 들면 세균의 중감염은 반드시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증상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은 그 세균의 병원성이 얼마나 강하냐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병원성이 강한 세균이란 어떤 것이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데, 중감염을 일으켰을 때 무서운 세균은 무엇이냐 하면 폐염구균과 화농성연쇄구균, 이 두 가지가 대표적인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디프테리아균이 있으나, 이것은 일반적인 바이러스 감염이 없어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고, 대개는 예방주사를 맞아 면역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예방주사를 맞으면, 설혹 이 균에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보통감기와 같은 정도의 증상으로 모르는 사이에 나아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예방주사가 없는 폐염구균과 화농성연쇄구균이라는 세균입니다. 폐염구균 쪽이 감염율이 높아서, 어린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3명 중 1명은 이 세균의 중감염을 일으킵니다. 특히 열이 나는 경우라면 그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폐염구균은 예전만큼 독성이 강하지 않게 되어 가고 있는데다 항생물질이 잘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하농성연쇄구균이 있는데, 이것은 성홍열의 원인이 되며 그것을 방치해 두면 류머티즘과 신장염의 원인이 되는 균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읍니다. 화농성연쇄구균에 감염되는 일은 여름보다 겨울에 많고, 겨울 감기의 12-13%는 이 균이 관계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이 균이 목 안에 침범하면 언제나 나쁜 경과만을 거치게 되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이에 관련해서 나타나는 신장염이나 류머티즘열을 생각할 때 역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페니실린을 투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페니실린 쇼크 이래로 환자들도 페니실린을 겁내고, 의사들도 별로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페니실린에는 냄새가 있어서 어린이들은 먹기가 거북하지요. 그래서 대개 세헴계의 약제를 쓰게 되는데, 이것은 페니실린에 비해 살균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사용해서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다 나은 줄 알고 투약을 중단하면 다시 열이 나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다 보면 신장염이나 류머티즘으로 발전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화농성연쇄구균의 감염이 있을 때에는 증상이 가라앉았다하더라도 반드시 1개월 동안은 균이 아직 남아 있지 않은가를 검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 그것은 간단히 검사할 수 있는 것입니까?
  목 안쪽을 면봉으로 문질러 그곳에 묻은 것을 배양해서 검사하는데, 48시간정도면 결과가 나옵니다. 물론 어느 병원에서나 가능합니다.
- 신장염이 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납니까?
  어린이가 37도 5분 정도의 열이 나서 또 감기가 들었군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혈뇨가 나오는 바람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외에도 머리가 다소 아프다고 호소하는 일도 있는데, 그런 경우 자세히 물어 보면 3주쯤 전에 열이 나며 감기를 앓은 일이 반드시 있읍니다. 그러므로 처음에 철저하게 균을 박멸해 놓아야 합니다. 만병의 근원이 되게 때문이지요.
    병의 경과를 알고 제대로 진찰받아야
- 요즘에는 감기가 들어도 될 수 있는 대로 의사에게 가지 않고, 약도 먹지 않은 채로 견뎌 내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38도를 살짝 넘는 열이 나고 아무래도 감기가 든 것 같은 경우, 그대로 집에 누워 있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진찰을 받는 편이 좋은지 가르쳐 주십시오.
  그야 물론 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좋지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에 우습게 알았다가는 큰코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노인의 경우에는 증상도 별로 강하게 나타나지 않으므로 그렁저렁하는 동안 폐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읍니다. 감기야말로 일찍일찍 의사에게 보여야 할 병입니다. 감기 자체는 조용히 쉬고 있기만 해도 낫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예후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의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약을 내주는 것만이 의사의 할 일은 아닙니다. 증상을 파악했다고 해서, 그리 심한 것이 아니라 해서 별생각 없이 그대로 놓아 두었다가는 평생을 병 가운데서 지내야 할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병이 나기가 무섭게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태도인데,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다소 모순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어린이가 콧물을 흘린다, 기침을 한다 할 때 즉시 병원에 데려가기만 하면 만사해결이라고 생각하는 어머니가 너무나 많은것도 문제입니다. 병을 고치는 것은 역시 어머니의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사는 그것을 도와줄 뿐이지 고치는 것이 아니니까요.
  감기는 자주 걸리는 병이므로 어떤 경과를 거쳐서 치료되는 것인가, 어떤 경우에 더욱 악화되는가 하는 것을 평소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알아야 합니다. 의사들도 사실은 그런 것을 환자나 가족에게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가족과 의사가 의논해 가며 환자의 상태를 함께 관찰해야 합니다.
- 일반적인 감기의 경과와 중감염에 대해서 처음에 말씀하셨는데, 그러한 것은 누구나 알아 두어야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 감기라는 진단을 내리고 내주는 약은 주로 어떤 작용을 하는 약입니까?
  의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항히스타민제나 해열제를 씁니다. 개중에는 처음부터 항생물질을 투여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이것은 의사와의 관계하고도 관련이 있겠는데, 해열제의 사용법은 좀더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머니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열입니다. 어린이가 저녁 무렵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고 칩시다. 어떻게 되겠지 하고 그냥 내버려 두었는데, 밤 9시나 10시쯤 되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점점 올라가면 깜짝 놀라 병원으로 뛰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 쪽에서는 진료시간 외의 환자이므로 결코 반가운 얼굴을 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주사를 놓거나 해열제를 내어줍니다. 그러면 30분쯤 지나 열이 떨어지고, 다음날 아침까지 열이 없읍니다. 그러나 그 후가 되면서 점점 열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저녁때가 되면 어머니는 또 불안해져서 다시 한번 병원으로 데려가게 됩니다. 그러면 해열제를 또 주사합니다. 다시 열은 내려가지마는 다음날 오후가 되면 또다시 올라갑니다. 그쯤 되면, '아무래도 저건 돌팔이 의사야. 의사를 갈아 치우자'하고 생각하고 다른 의사에게 보이고 약을 받아 옵니다. 그러자 다음날부터 열이 오르지 않는겁니다. 그러면 '의사를 바꾸기를 잘했다. 저 사람은 과연 명의야'하고 말하게 됩니다.
  그러나, 조금 기다려 보세요. 아까 보통 감기의 경과를 알아 두시라고 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열이라는 것은 보통 감기의 경우 3일이면 내려가는 것입니다. 3일 이상 계속되면 중감염이 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사흘 정도는 허둥거리지 말고 기다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에게 데려갈때마다 약을 써서 열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 오히려 환자의 상태가 나빠집니다. 해열제를 사용하고 땀을 흠뻑 흘리면 체내의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고, 탈수증도 생깁니다. 열이 있으면 식욕도 떨어지겠지만, 울며 보챌 정도라면 아직 그만한 체력이 있다는 증거이므로 수분만 보충해 주면 됩니다. 그리고 밤중에 병원으로 뛰어가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올바른 약의 복용법
- 선천적으로 목이 약한 사람이 있는데, 감염되기 쉬운 체질이 있읍니까?
  원래는, 선천적인 면역부전증같은 질환이 있지 않은 한 누구에게나 감염되는 빈도는 같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한번 감기에 걸렸을때, 그것을 철저하게 고치느냐 고치지 않느냐 하는 것이 그 다음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화농성 편도선염을 되풀이해서 앓는 사람은 편도선이 자꾸 커집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편도를 떼어내서 그 속을 조사해 보면, 병소가 완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목이 약했던 것이 아니라 대응방법이 나빴던 경우가 많습니다.
- 햇빛을 잘 쬐어서 피부를 단련해 놓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목안도 단련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편도선염이 생겼을 때 깨끗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툭하면 편도선염을 일으키는 것은, 원인의 태반이 인위적인 것입니다.
- 열이 난다는 것은 몸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반응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목에 염증이 생겼을 때도, 그 한 표현으로서 열이 나는 것입니까?
  목 안에 염증이 생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선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있으면 그것은 이미 몸 안에 이물질이 침입한 것이므로 열이 납니다. 열이 나는 것과 목 안이 아픈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열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편도선염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 추운 때 밖에서 돌아오면 양치질을 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요.
  양치질을 하면 바이러스성 감염을 막아주는 효과는 있읍니다. 그러나, 일단 걸린 다음에도 그 세균의 중감염을 방어할 수 있느냐 하면, 이것은 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편도선에 이미 미란이 생겼을테니까, 그 부위를 양치질로 씻어 낸다거나 세균이 자리잡지 못하게 막는 일은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양치질은 어디까지나 예방이지, 열이 나기 시작한 뒤에는 갑자기 양치질을 해보았자 이미 늦습니다. 건포마찰도 마찬가지입니다.
- 목이 아플 때에는 사탕을 먹기도 하지요?
  네. 바이러스성으로 오는 목의 통증은 사탕이나 설탕 같은 것으로 일시적으로 사그러집니다. 어느 정도 습기를 보충하자는 것입니다. 실내의 습도도 높게 해두는 편이 좋지요.
- 약의 복용법에 대해 주의할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일반 감기에 효과가 있는 약이란 없다는 사실입니다. 또, 약은'양날의 칼'이라는 말을 흔히 하지 않습니까? 그 점도 주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내 경우, 나이 어린 아이에게는 가벼운 수면제를 내어주는 경우도 있읍니다. 특히 어머니가 지나칠 정도로 걱정한다 싶을 때 그렇게 합니다. 어쨌든 아이들은 재워서 안정을 시키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또 항생물질을 지나치게 주면 목 안에 원래부터 있던 상재 세균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목 안뿐만 아니라, 그것은 뱃속에까지 영향을 미쳐, 그 안에 마땅히 있어야 할 세균의 균형까지 무너뜨려 버립니다. 감기에 걸리면 설사를 하는 일이 가끔 있는데, 그것은 약을 투여한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지요. 또 현재 감기약으로 사용되고 있는 해열제 속에는 대량으로 사용하면 간장이나 조혈기에 장해를 일으키는 약도 있다는 것을 덧붙여 말씀드립니다.
  또 한 가지, 유아용으로 쓰는 시럽제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가루로 주면 복용하기에 곤란하므로 시럽으로 만든 것이지요. 그러나 물에 녹는 약제라면 '녹여서 먹이세요'하고 가루를 주어도 좋지 않겠습니까? 시럽으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이냐 하면, 물에 잘 녹지 않으니까 어떤 특수한 용매를 사용해서 녹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학계에서도 문제로 삼고 있읍니다만, 원래의 약은 안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용매를 사용함으로써 그 약 성분이 변질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또 물에 일단 녹이면 물질은 일반적으로 변화하기 쉽게 됩니다. 분유가 썩지 않는 것은 건조한 가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 번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동안에 습기가 들어가 위쪽에 곰팡이가 스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드라이시럽이라 해서, 분말 주스처럼 된 약을 1회분씩 물에 녹여 먹이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보다 안전합니다. 시럽은 설혹 독성은 없다 하더라도 며칠씩 놓아 두면, 변질해서 이미 효력을 잃은 것을 복용하는 것과 똑같은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존하고 있는 동안에 가라앉는 물질이 생기는 것은 결코 마시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약이란 쓰고 맛이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을 단맛으로 어물쩍 속여서 먹이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일종의 사기행위입니다. 쓴 약을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는 것은 아이들이 싫어하고 우는 것이 부모 마음에 언짢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부모 탓이지요. '쓰지만 이것을 먹으면 병이 낫는단다'하고 타이르며, 목구멍 안으로 넣어 주면 되는 것입니다.
- 약 하면 역시 부작용이 걱정이지요?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이 약은 먹어도 다른 탈이 없읍니까?" 하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그러나 어떤 약이든 괜찮은 것은 없읍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이란 없으니까요. 그러나 부작용이라는 말은 형편상 그렇게 말할 뿐, 그것이 주작용인 경우도 있읍니다. 지금 당장 무엇이 필요한가에 따라 약은 선택되는 것입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이란 전혀 효험이 없는 약일 수도 있습니다. 부작용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올바른 약의 복용법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이 약은 우유와 함께 복용해도 좋습니까?" 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어물쩍 넘긴다는 의미로도 나는 반대입니다. 또 우유는 약이 장으로부터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고, 효과가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째서 식후에 약을 먹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부작용이 적기 때문입니다. 공복에 약을 먹으면 몸 안에 흡수되기가 쉽지요. 즉 약은 식전에 복용해야 효과가 잘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안전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식후에 먹는 것이 효과도 알맞게 나고 좋다는 것입니다.
- 약을 먹는 시간 얘기인데요, 식후와 취침 전에 복용해서 하루 4회 또는 6시간마다 복용해서 하루 4회, 이런 식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각각 무슨 뜻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6시간마다 복용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면 밤중에도 깨워서 먹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항생제라면 식사 전과 취침 전 4회로 나누어 먹으면 되겠지요. 이와 같이 약의 복용법 하나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며, 이에 따라 올바른 치료와 병간호의 방법이 저절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양의 의학정보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만, 거기에 휘말리지 말고 기본적이고 올바른, 그리고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건강을 지켜 나가야 합니다.
@ff
      37. 기침이 계속된다
    본간 일신
    순천당대학 의학부 객원교수
    걱정 없는 기침, 이비인후과 영역의 기침
- 기침이라 하면, 헛기침으로부터 곁에서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심한 기침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 원인도 가지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마는, 끈질기게 계속되는 기침은 역시 걱정거리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기침을 자주 한다고 해서 무슨 질병이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단한 병은 없는데도 가래가 끓거나 기침을 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이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기침과 어떤 원인이 있어서 치료를 해야 할 기침을 구별하는 것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물론 병이 우려되어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든지 검사를 받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입니다. 무슨 질병이든지 일찍 발견하면 그만큼 치료도 빨라지고, 어느 정도 이상으로 진척되면 만성화해서 고치기가 힘들게 되니까요.
  그러나 반대로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그 때문에 이른바 심인성 기침이라는 것이 생길 염려가 있습니다. 기침은 보통 가래를 뱉어 내기 위해 나오는 법인데, 이 경우는 가래도 끓지 않는데 기침을 하는 일이 곧잘 있습니다.
- 공연히 가래가 자주 끓거나 기침을 자주 하는 현상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거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만, 우선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감기 끝에 계속 기침이 나고 가래가 끓어 고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상부기도와 기관, 또는 그 끝의 기관지에 생긴 염증이 가라앉은 다음 기관지 내부를 축축하게 적셔주는 점액을 내는 점액선이 과민해져서 좀처럼 회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과잉 분비물이 계속 나와 가래가 끓고 기침이 나오는 것입니다. 검사를 해 보아도 뚜렷한 질병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 기침이 버릇처럼 나오는 사람도 있지요?
  특히 나이 많은 분에게 많은데, 검사를 해보아도 이상이 없어요. 그런 사람은 증기 흡입을 하거나 시판하는 사탕 같은 것을 빨아먹고 있으면 가라앉는 수가 있습니다. 기침이 나오지 않을까, 혹은 여기서는 기침을 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오히려 목안이 간질간질해져서 기침이 나오는 경우는 음악회장 같은 데서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기침, 그리고 오히려 걱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기침이 꽤 있는 모양이지요?
  그렇습니다. 기침이 나온다고 하면 금방 폐의 질병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지만, 폐의 말초 영역에 있는 경우에는 신경 반사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기침이 나지 않습니다. 폐에 바늘이 찔려도 기침이 나지 않고 결핵이나 암의 조그마한 병소가 있다 하더라도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관이나 기관이 갈라지는곳, 혹은 그 위의 인두, 후두에 염증이 있을 때 기침이 나기 쉽습니다. 목감기 같은 병에 걸렸을 때는 기침이 심하게 나지요. 그러니까 기침이 난다고 해서 금방 폐의 질병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비인후과 영역의 만성 인두염, 만성 후두염을 먼저 체크해야 합니다.
- 기침을 오래 하면 내과로 갈 생각을 하기 쉬운데, 그전에 이비인후과를 먼저 찾아가 보라는 말씀이군요.
  네. 그것은 조금만 주의해 보면 어느 정도 구별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목구멍이 답답하다든지 목이 쉬었다든지 하여 기침이 나는 것은 목 근처에 원인이 있는 것이지요. 기침이 나는 소리를 잘 들어 보아도 목에서 나는 기침 소리와 깊은 곳으로부터 가래가 올라와 그것을 토해 내려 하는 기침 소리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래와 곧잘 혼동되는 것으로서 코가 있습니다. 자고 있는 동안에 코가 목으로 내려오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만성 비염이나 만성 부비강염 같은 상기도의 원인입니다. 가래가 나온다고 호소해 오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실은 코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주의해서 관찰하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기침이 자꾸 나온다고 호소해오는 사람들을 진찰해 보면 담배가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기침과 가래가 어느 정도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하루 10개비 이내라면 그다지 대단한 증상은 없겠으나, 20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이라면 기침과 가래가 당연히 나올 것입니다. 감기가 든 뒤 도무지 기침과 가래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해 오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면 담배를 끊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먼저 담배를 끊고 나서 어느 정도로 기침과 가래가 줄어드는지 살펴봅시다" 하고 나는 말합니다. 그래도 그치지 않으면 다른 데에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또 본인이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감기에 걸리고 나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 이전 부터 증세가 있었을 것입니다. 또 감기 전후의 상태가 다른지 어떤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도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기침이 낮에만 나느냐, 아니면 기침 때문에 밤에 자다가 깨느냐 또는 아침 일찍 기침이 나느냐, 기침이 깊은 곳에서 나느냐 아니면 목에서 나느냐, 기침에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를 알아 보아야지요.
- 그러나 담배를 좀처럼 끊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그렇지요. 하지만 기침의 원인인 담배를 끊지 않으면서 기침을 억제하는 약을 내 놓으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기침의 상태로 병을 판단
- 기침은 밤이나 아침녘에 많이 나는 것 같은데요.
  그것은 병에 따라 다릅니다.
  천식의 경우는 한밤중이나 이른 아침에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중증이 되면 하루 종일 납니다만, 1년 내내 기침이 난다는 통년성 천식의 경우도 역시 기침이 많이 나는 것은 밤중이나 이른 아침입니다. 노인은 감기가 계기가 되어 천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감기가 도무지 낫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일이 많은데, 기침이 한밤중이나 새벽에 나는 경우, 천식 치료를 하면 금방 낫습니다. 천식 하면 얼핏 골골, 씩씩 하는 매우 강렬한 발작을 생각하기 쉬우나, 가벼운 경우에는 단순히 기침만 한다거나 가래만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 때에는 감기 치료만 해 가지고는 낫지 않습니다.
  또 아침에 일어난 다음 기침과 가래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자는 동안에 괴어 있던 가래가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지요. 이 경우에는 기관지확장이라든지 만성기관지염, 폐화농증 같은 질병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잠들기가 무섭게 나오는 기침인데 이것은 폐의 울혈이나 고혈압, 심장의 약화 같은 것이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때는 동시에 숨이 가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전 내내 씩씩, 골골 하며 계속해서 가래가 나오다가, 오후가 되면 비교적 가벼워지는 병도 있습니다. 이것은 미만성세기관지염입니다. 또 허파에 암 등의 종양이 생겨 기침을 일으키기 쉬운 부위가 기계적인 자극을 받고 있는 경우에는 언제나 가래가 나오지 않는 매우 심한 기침의 발작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질환을 감별할 때는, 가래가 없는 마른 기침이냐, 아니면 가래가 많이 나오는 기침이냐 하는 것이 하나의 단서가 됩니다.
- 가래가 나오는 기침이 기침만 나오는 경우보다 병으로서는 더 걱정이 되는 경우가 아닙니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지금 말씀드린 것과 같이 암 같은 종양도 가래가 없이 자극성 기침을 일으킵니다. 폐병에 걸렸을 때뿐 아니라, 임파절이 부어도 그렇고, 흉부에 동맥류가 있어도 그렇습니다. 요는 기침을 유발하기 쉬운 곳에 무엇이건 생겨서 자극을 하면, 상당히 강한 기침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한 덩어리가 아니더라도 폐섬유증이라는 난치병에 걸리면 몸의 위치를 바꿀 때나 침대에서 일어날 때에도 마른 기침이 중요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가래가 없는 기침이라고 해서 꼭 가벼운 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감기가 들었을 때에도 처음에는 주로 기침만 나오고, 점차 세균 감염이 생겨 가래가 갑자기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점차 가래가 더러워지고, 열이 납니다. 이것은 세균 감염의 진행을 나타내는 것이며, 기관지염이나 기관지폐염이 발생했음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 기침의 원인은 호흡기 질환만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질병 이외에도 기침의 원인은 많습니다. 자극성 가스를 마시면 기침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그 일례입니다.
    기침의 억제보다는 그 원인 제거를
- 아까도 말씀하신 것처럼, 담배를 끊는 등 기침이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것 같습니다만.
  기본적인 예비 지식으로서 중요한 것은, 기침은 일반적으로 말해 신체의 자연스러운 방어반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턱대고 기침을 억제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어떤 종류의 것이든 이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그것을 내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침은 먼지 등 더러운 이물질을 들여 마셨을 때, 우리 몸이 그것을 대단한 기세로 뿜어내는 것으로 우리 신체가 지닌 여러 가지 기계적인 방어반응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입니다. 소중한 폐를 지키기 위한 반사운동이지요. 그러므로, 기침이 나면 무턱대고 억제할 것이 아니라 먼저 기침의 원인을 제거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침은 무척 격렬한 운동이어서 체력을 소모시킵니다. 기침을 할 때 복근을 사용하기 때문에, 노화현상으로 뼈가 약해진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의 경우에도 늑골에 금이가는 일이 있을 정도입니다. 어린이는 기침이 계속되면 토하기도 하지요. 노인의 경우는 더합니다. 기침을 계속하게 되면 지치게 마련이고, 숨도 가빠지고 식욕도 없어지며 온몸이 나른해집니다. 이처럼 기침의 폐해가 이익보다 클 때에는 진해제를 사용하여 기침을 약간 누그려뜨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강력한 진해제를 쓰면 배가 팽팽해지기도 하고 변비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일찍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끊거나 줄이고, 동시에 감염이 있으면 감염을 치료해야 합니다.
-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중에 많은 것 같습니다만, 기침이 난다고 시판되는 기침약을 노상 빨아먹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트로치 같은 것 말이지요? 그런 약은 인두와 후두의 염증, 만성 인두염, 후두염 등으로 인한 기침을 방지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예전부터 곧잘 행해지고 있는 증기 흡입과 양치질은 부작용도 없고 효과가 꽤 있습니다. 목에 원인이 있는 기침이라면 즉시 진해제를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 것도 좋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증기 흡입은 요즈음은 별로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으나, 목에 염증이 생겼을 때나 목이 쉬었을 때 사용하면 대다히 효과가 좋습니다.
    체력 소모가 덜 되도록 기침을 요령있게
- 나이가 많은 사람들 중에는 젊었을 때 폐결핵에 걸렸던 사람이 꽤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런 경우, 역시 기침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일도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1940년대에 젋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 중에는 결핵을 앓은 사람이 많고, 폐에 그 자국이 남아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로해지거나 신체의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 옛날에 앓은 결핵이 다시 도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 있을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기침과 결핵은 그렇게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독하게 기침을 한다고 해서 꼭 결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심한 기침과 가래가 나오는 것은 상당히 광범한 활동성 결핵인 경우뿐입니다. 결핵은 오히려 별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병입니다. 그래서 2차대전 후 건강진단이 급속히 보급된 것입니다.
- 그렇다면 기침을 증상으로 하는 여러 가지 병 중에서 가장 조심을 해야 할 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노인이라면 암연령이므로 암 같은 병이 되겠지요. 그리고 가래가 나오는 만성기관지염이나 천식도 들 수 있겠군요.
- 암의 경우, 기침만이 증상으로서 먼저 나타나는 일도 있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기관지의 표면에 종양이 부풀어 올라 이물질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기침의 원인이 됩니다. 거기에서 더 진행되어 그 주변에 궤양과 염증이 생기면 그 반응으로서 가래와 혈담이 나오지요. 이런 순서이므로 가래가 먼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감염증의 경우, 기침은 가래라는 이물질을 몸 밖으로 몰아내기 위한 반사작용이지요. 폐 내부의 깊은 곳으로부터 폐문근처까지 내보내진 가래를 밀어내는 것이 기침입니다.
- 기침이란 폐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반응이니까 무턱되고 억제하면 안되다고 하셨는데, 끊임없이 기침이 계속되다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요령있게 기침을 하는 일도 중요하겠군요.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만, 기침을 할 기력이 없어진 노인이나 중증의 환자는 폐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또 복부나 가슴을 수술한 자국 등은 기침을 할 때 울려서 아프기 때문에 환자들은 기침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면 폐염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한 다음날 당장 기침을 하게 합니다. 가래가 폐 안에 괴어 있지 않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침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해서 합병증을 막는거지요.
  체력 소모가 적은 효과적인 기침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겠지요. 가래를 한번 내보내는 데 다섯 번 기침을 하는 것보다는 한번의 기침으로 뱉어내는 것이 좋을테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래가 나오기 쉬운 자세, 예를 들면 다소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를 취한다든지, 무릎을 약간 굽힌다든지, 배의 근육을 이완시켜 횡경막의 움직임을 좋게 해준다든지 또는 옆을 보고 눕는다든지, 머리를 약간 숙인다든지 하는 것도 좋겠지요. 그리고 실내의 습도를 약간 높게 하여 수분을 충븐히 취하게 하는(몸이 탈수상태가 되면 가래가 굳어져 나오기가 힘드니까) 것도 주위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할 일입니다. 아까 말한 증기흡입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ff
      38. 가래가 나오는 병
    곡본 보일
    국가공무원공제호문병원 호흡기과 부장
    기관지와 폐에 이상이있다.
- 이렇다 할 병도 없는데 가래가 자꾸 나온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은데요.
  건강한 사람이라도 가래가 나오는 일은 있습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들, 또는 먼지와 자극성 가스가 많은 환경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 중에는 평소에 가래가 나오는 사람은 있습니다.
  그러나 가래가 장기간 계속해서 나온다면 역시 기관지나 폐에 어떤 병이 생기고 있다는 하나의 징후로 생각해야 되겠지요. 끈덕지게 나오는 가래는 조심해야 할 하나의 증상입니다.
- 가래라는 것은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입니까?
  가래는 기관지 점막에서 분비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거나 하면 이 분비물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염증으로 인해 스며나오는 액체가
있습니다. 여기에 외부로부터 들이마신 먼지라든지 세균 같은 것이 섞여서 나오게 마련인데, 그것이 바로 가래입니다.
  이 가래가 나오는 경위를 조금 설명해 보지요. 입과 코로 들이마신 공기는 목을 통해 기관, 기관지를 지나 좌우의 허파로 들어가고, 여기서 다시 나뭇가지처럼 갈라져 들어가 마지막으로 허파꽈리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공기 안에 포함된 20%의 산소가 이 허파꽈리를 둘러싸고 있는 실핏줄로 들어가 온몸으로 운반되면 몸에서 필요없게 된 이산화탄소(탄산가스)는 허파꽈리로 돌아와 기관지를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집니다. 이런 일을 가스 교환이라고 부르는데, 기관지는 공기의 통로인 동시에 이 가스 교환을 순조롭게 할수 있도록 알맞은 점액을 분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기관지가 분비하는 점액이 밖에서 들어온 건조한 공기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주어, 체내에 흡수되기 쉽게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점액은 대부분이 기관지벽에 있는 기관지선(점액선)으로부터, 그리고 또 다른 일부는 술잔 모양을 한 배세포라는 세포에서 분비됩니다.
  그런데 이 기관지의 안쪽을 잘 살펴보면 울타리 모양을 한 세포가 있습니다. 이것은 위에 섬모가 붙어 있는 섬모상피세포인데, 이것이 1분 동안에 1500번이나 움직입니다. 마치 벼이삭이 나부끼는 것같이 움직이는데, 이 섬모에 의해 가래, 분비물, 밖으로터 들어온 이물 등 우리 몸에 필요없는 물질은 위로 위로 계속 올려보내져 밖으로 내보내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해서 기관지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기관지에 염중이 생기거나 담배를 장기간 피워서 그것이 만성적인 자극이 되고 있는 경우, 섬모상피세포가 배세포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가래가 증가하는 것이지요. 건강한 사람은 기관지로 부터의 분비물이 하루100cc 가량이라고 하는데, 그 분비물이 모두 가래로 되는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입 쪽으로 보내져도 무의식적으로 삼켜 버리기 때문에 보통 때는 가래라는 의식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비물이 100cc이상으로 불어나면 입 쪽으로 내보내는 작업을 도저히 감당해 낼 수가 없어서 자꾸만 괴게되는데, 이것이 가래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래가 기관지 점막에 있는 여러 신경들을 자극하기 때문에 기침이 나게 되고 이 기침에 의해 가래가 밖으로 나오는 것이지요. 이것은 기관지와 폐를 지키는, 우리 몸의 자연적 방어기능의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가래의 성질과 질병
- 가래의 색깔도 각양각색이지요?
  가래의 색깔을 살펴보면, 무색투명한 가래, 반투명한 가래 흰색 가래가 한 그룹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음은 누런 가래인데, 이것은 세균 감염이 있어서 세균과 싸우기 위해 집결한 백혈구와 조직의 세포 같은 것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누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세균에 따라서는 가래가 녹색으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붉은색 가래가 있는데, 이것은 새빨간 것도 있고 쇠녹의 빛깔을 띤 것도 있고 딸기젤리 같은 색깔인 것도 있습니다. 가래의 색깔에 따라 병도 다릅니다.
  무색투명하거나 반투명한 것은 보통 감기 혹은 급성기관지염, 만성기관지염중에서 세균감염이 없는 것, 그리고 천식에서 불 수 있습니다. 누런 가래는 만성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세기관지염, 폐염 등의 질병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녹색 가래는 인플루엔자 간균과 녹농균 감염때 볼 수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간균은 만성기관지염 때 감염되기 쉬운 균으로서 대표적인 세균입니다. 녹농균은 독성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대신, 일단 감염되면 좀처럼 낫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들 균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붉은색의 가래, 즉 혈담이 나오는 병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기관지확장증과 폐염이며, 이때는 쇠의 녹 빛갈 또는 벽돌색의 가래도 볼 수가 있습니다. 혈담이 나오는 병으로 또 폐암이 있습니다. 폐암이라 해서 반드시 혈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최초의 증상이로서 혈담이 나와서 조사해 보니 폐암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폐결핵의 경우에도 혈담이 나옵니다. 전에는폐결핵이 혈담이 나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되어 있었지요, 공동이 생기면 혈담이 나옵니다. 최근 폐결핵에 대한 관심이 점차 적어져 가고 있지만, 아직도 환자가 결코 적은 병은 아닙니다.
- 가래의 성질이라고 할까, 끈기 같은 것도 병에 따라 다릅니까?
  가래의 성질은 물 같은 것, 끈적끈적한 것, 걸쭉한 것, 피가 섞인 것, 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 같은 것은 보통 감기라든지 일반 기관지염 같은 병에 걸겼을 경우입니다. 그리고 천식의 경우는 상당히 끈적끈적한 가래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묽었다가도 점차 끈적끈적하게 되어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길쭉한 것은 세균감염이 겹쳐 있는 경우에 나오지요. 바로 전에 이야기한 누런 가래와 중복됩니다만, 이런 가래는 기관지확장증이나 만성기관지염, 세기관지염 같은 병에 걸렸을 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병들은 기관지 맨 끝의 가느다란 부분에 염증이 생겨 가래가 많아지고 숨이 가빠지는 병입니다. 그리고 폐화농증 같은 병에 걸렸을 때에도 역시 걸쭉한 가래가 많이 나옵니다.
  피가 섞인 가래 가 나오는 경우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기관지확장증이 가장 많고, 다음은 폐염, 폐암, 폐결핵의 순서입니다.
- 가래의 양은 어떻습니까?
  적은 양이 나와도 매우 겁나는병, 예를 들면 폐암 같은 병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대량의 가래가 나오면 방치해 둘 수 없는 병으로 단정됩니다. 기관지확장증이나 세기관지염이 진행된 시기에는 하루에 한두 컵 가량의 가래가 나오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폐화농증, 이 병은 예전에는 폐회저혹은 폐농증이라고 부리던 질환인데, 이 경우에도 상당히 많은 양의 가래가 나옵니다.
- 냄새도 관계가 있습니까?
  보통의 가래는 약간 비릿한 냄새는 있으나 냄새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닙니다. 만일 가래에서 냄새가 몹시 나서 곁에서도 냄새가 나고 방안에 역한 냄새가 차 있을 정도라면 혐기성균의 감염에 의한 페화농증이나 혐기성균폐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가래가 쉽게 나오는 방법을 강구해야
- 우리가 가장 놀라기도 하고 또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뭐니뭐니 해도 피 섞인 가래가 나왔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피가 섞여 나오면 모두들 깜짝 놀라서 의사에게 달려가는데, 피가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폐나 기관지에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입안에서 나온 피나 코피도 상당히 많으며 이런 피가 목구멍 안에 괴어 있다가 기침과 함께 나오는 바람에 혈담과 혼동하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짜 혈담이라면 역시 중대한 병을 알려주는 경계경보라 할 수 있습니다.
- 혈담이 나오는 병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기관지확장증이라고 하셨는데, 이것는 어떻게 해서 생기는 것입니까?
  기관지확장증은 어렸을 때, 즉 기관지와 허파가 아직 발육과정에 있는 시기에 심한 폐염이라든지 백일해, 홍역 등에 걸리면 그것이 낫는 동안에 기관지가
확장되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로 성인이 되는데, 여기에는 두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도감염이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경우이고, 또하나는 오랫동안 전혀 증상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혈담이 나오며 발병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기관지에 확장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부위에 가래가 괴기 쉽고, 게다가 세균감염이 생기면 많은 양의 가래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 어른의 경우와 어린이의 경우, 가래가 나오는 양상이 다릅니까?
  기관지의 구조가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가래가 나오는 방식도 약간 다릅니다. 어른은 가래가 괴면 기침이 나와서 비교적 쉽게 가래가 밖으로 나오나, 어린이는 기관지가 가는고 벽도 얇으며 조그마한 자극으로도 분비과잉현상이 일어나 가래가 생기기 쉽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얽혀 기관지 내벽을 좁혀 놓으므로 그르렁거리게 되고, 보통 기관지염 정도라도 기관지천식 비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런 때 가래가 나오기 쉽게 하는 요령은 기관지 안에 물기를 많게 해서 가래를 녹게 하는 것입니다. 흡입기 등은 그런 목적에 알맞습니다.
- 방안의 습도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공기가 건조해지면 아까 말씀드린 기관지 안의 섬모상피의 기능이 나빠져서 질병이 생기기 쉬운 것입니다. 특히공기가 건조한 겨울철에는 실내 습도를 충분히 유지하지 않으면 병이나기 쉽습니다.
- 걱정할 필요가 없는 가래와 의사에게 의논하는것이 좋은 가래는 어떻게 구별합니까?
  우리는 평소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하고 있는데, 이 호흡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기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래는 이 기도의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입니다. 가래가 나온다는 것은 기도에 이상이 생겼음을 말해주는 징후이므로, 언제나 가래가 나오는지를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감기 기운으로 2, 3일 가래가 나오는 정도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두 번 기침을 할때 나오는 가래도 별로 신경쓸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가래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소량이라 하더라도 오래 계속될 때에는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비강염일 경우도 있으므로, 고름 같은 코가 입에 괸 것을 가래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래가 나온다고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습니다. 흡연은 장기적인 기침과 가래의 최대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담배를 끊기만해도 오랫동안 끌어오던 기침과 가래가 뚝 그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 대해 중요한 구실을 하고있는 기도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담배는 삼가야 할 것입니다.
@ff
      39. 숨이 가쁘다
    북촌 화부
    순천당대학 의학부 교수
    숨이 가쁜 정도
- 계단을 뛰어오르거나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도 가빠집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것은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일까요?
  글쎄요. 심장이 나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당연히 숨이 가빠집니다. 하지만 심장이 나쁘다는것은 때때로 부정맥이 나타나거나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뛰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계단을 올라가고나 뜀박질을 하는 등 운동을 했을 때 호흡이 곤란한 것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환자에게 헐떡헐떡 숨찬 것이 먼저입니까,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것이 먼저입니까 하고 물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운동을 하면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숨이 찬 것은 당연합니다만 다만 사람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가 있고,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곧잘 이용되는 호흡곤란 정도의 분류법을 소개하지요. 젊었을때는 5층까지도 단숨에 뛰어 올라갈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2층까지만 뛰어 올라가도 숨이찬다는 사람도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정도라면 정상적인 건강인으로서 제1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2도는 게단을 올라갈때, 같은 연배의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숨이 찬 단계입니다. 이것은 병이없는 사람이라도 비만하다든지 하면 나타납니다. 제 3도는 가볍기는 하지만, 폐나 심장에 병이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페이스로 천천히 것는것은 상관없으나, 남과 나란히 걸어가면 숨이 가빠집니다. 제 4도가 되면 도중에 쉬지 않고서는 도저히 걸어갈수 없게 됩니다. 제 5도는 가장 중증으로서, 옷을 갈아입거나 대화만 해도 헉헉 하고 숨이 찬 단계입니다.
- 제2도 정도라면 일단 위험신호가 왔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글쎄요 병이 아닌 경우도 있고 병의 극히 초기 단계일수도 있겠지요. 제3도 이상이 되면 의사에게 보여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 숨이 차게되는 원인은 무었입니까?
  단순한 숨가쁨이라고 할까요, 다른 중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비만이나
임신에 따른 숨가쁨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심장이 나쁘기 때문에 운동을 할 때면 숨이 차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또 페의 병으로 인한 숨가쁨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만성 기관지염이나 천식또는 늑막염을 앓아서 늑막에 강한유착이 생기는 경우등을 포함한 호흡기의 병으로 인해 숨이차기도 합니다. 연로해져서 허리나 등이 굽어오고, 그 때문에 호흡기가 압박받아 언덕을 오르기가 힘들어지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육체적인 병이 아니라 정신적인 원인으로 숨이 차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이것은 과잉환기증후군 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히스테리와 같은 증상으로서, 밤 같은때 발작적으로 숨이차오는 병입니다.
    지나친 비대와 노화
- 살이 찌면 어째서 쉬 숨이 차게 됩니까?
  사진 1, 2는 45세 남성의 가슴 X선사진 입니다. 체중이 85kg으로 매우 살이쪄서, 걸으면 숨이 가빠지거나 가슴이 몹시 괴로와진다는 호소가 있어 검사해 보았는데, 병의 증상은 전혀 없었으나, 심장이 크게 옆으로 누운 모양이 보입니다. 이는 살이 쪄서 배가 커지는 바람에 횡격막이 심장을 밀어올리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은 그 후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칼로리 제한과 운동 등 섭생에 의해 반년 후 20kg가까이 체중을 줄였습니다. 그래서 횡격막도 도로 내려오고, 가로 누워 있던 심장이 똑바로 섰기 때문에 작게 보이게 되었습니다. 숨찬 증세도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임신을 했을 때에도 8개월, 9개월이 되어 만삭이 가까와지면 역시 복부가 커져 횡격막을 밀어 올리기 때문에 숨이 차게 됩니다.
- 체중 감소가 횡격막의 압박을 줄여서 호흡도 편하게 되는 것이군요.
  네. 그리고 비만은 몸 전체의 활동에도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면 무거운 물체를 운반할 때와 가벼운 물체를 운반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가 서로 다르듯이 뚱뚱하면 그만큼 큰 에너지가 필요해집니다. 지방이 원인이 되어 오는 장해도 있습니다. 영국의 작가 디킨스의 소설 'The Pickwick Papers'에 피크위크라는 살찐 소년이 등장합니다. 이 소년은 늘 잠만 자고 있습니다. 이 소년의 이름을 따서 고도의 비만증을 피크위크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 노인이 숨차게 되는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어떤 것입니까?
  노인의 경우 폐기종이라 해서 폐의 신축성이 나빠지는 바람에 환기 장해가 생기는 일이 많습니다. 온몸의 생리기능은 나이와 더불어 쇠퇴하는 법입니다. 건강상태가 가장 양호한 30세를 100으로 치면, 신진대사로 보나 심장의 기능으로 보나, 호흡의 환기량으로 보나 40대에는 95정도, 50대가 되면 85정도로 차차 떨어집니다. 그래서 30대 때는 빌당 5층까지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갈 수 있었으나, 40대, 50세가 되면 그것이 3층까지 혹은 2층까지로 되고 마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도 있겠고, 훈련에 의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 폐의 환기량은 건강진단 등에서 하는 폐활량검사로 알 수 있습니까?
  폐활량과는 좀 다르나, 폐활량 검사 때는 그 사람이 1분간에 내뿜는 최대의 환기량을 계산할 수 있고, 그것에 의해 환기량을 알 수가 있습니다.
    금연, 심호흡, 좋은 자세
- 심장의 질환이 원인인 경우데는 숨가쁨에도 차이가 있습니까?
  글쎄요. 심장에 병이 있으면 폐에 울혈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혈담이 나올 때도 있고, 조금만 움직여도 심장이 심하게 고동치고 숨도 가빠 옵니다. 또 맥박의 이상, 부종, 그 밖의 여러 가지 전신 증상을 나타내게 되고 몹시 피곤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때는 전문의의 진찰을 받지 않으면 안됩니다. 호흡기질환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폐의 탄력성이 없어진 경우(전문용어로 구속성환기장해라고 합니다)이고 또 하나는 공기의 통로인 기도와 기관지가 좁아졌거나 여러 가지 분비물로 메이는 경우(폐색성환기장해)입니다. 양쪽 모두 쉬 숨이 차고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병은 제외하고, 일상생활에서 숨이 찬 것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 주십시오.
  최근 심근경색이나 폐암 또는 위암 같은 암과의 관계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의미로 담배의 해독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숨찬 경우도 담배가 원인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담배연기는 기도나 기관지를 직접 자극하여 점액을 분비시키기도 하고 기관지염의 치료를 더디게 만드는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 담배는 작은혈관에 작용하여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그 때문에 쉬숨이 차게 됩니다. 담배를 끊었더니 숨찬 증세가 완화되었다는 말은 곧잘 듣습니다. 그리고 비만은 운동부족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할 때 숨이 찬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조깅 등 온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 합니다. 또 횡격막의 움직임이 시원치 않은 사람이나 폐기종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온몸 운동뿐만 아니라 호흡기 운동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식호흡이라고 불리는 심호흡이 좋지요. 숨을 들이 쉴 때는 배를 불룩하게 내밀고, 내쉴 때는 배를 오므리는 호흡법입니다.
  또 하나, 앞에서 등이 구부정한 노인은 숨이 찬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등이 굽어 버린 후에는 이미 늦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젊었을 때부터 자세를 바로잡고 등뼈를 똑바로 세워 놓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예방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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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맥박이 불규칙하다
    고목 성
    고목순환기과진료소 소장
    맥박이 건너뛴다 -- 기외수축
-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입니까?
  보통 심장이 박동하는 데는 거의규칙적인 리듬이 있는데, 이것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의학용어로 부정맥이라고 합니다. 의사들은 보통 손목의 안쪽을 손가락으로 짚고 맥을 보는데, 이때 맥이 가끔 건너뛰거나 일정한 리듬이 없이 멋대로 뛰거나 빨라졌다 늦어졌다 하거나 하면 이것이 부정맥입니다. 불규칙하게 맥이 뛰고 있는 것이지요.
- 그것은 심장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심장병과 맥박의 불규칙성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심한 부정맥인데도 대단한 병이 아닐 때도 있고, 또 반대로 맥박은 정상적이거나, 혹은 스스로는 느끼지 못할 정도의 경미한 부정맥인데 뜻밖에 중증의 심장병인 경우도 있습니다.
- 부정맥은 어떤 원인으로 생기는걸까요?
  심장은 규칙적으로 박동을 해서 온몸에 혈액을 보내주고 있읍니다. 심장에는 심방이라는 방과 심실이라는 방이 있으며 오른쪽 심방의 위쪽에 동결절이라는 것이 있읍니다. 이것이 규칙적인 리듬을 지배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이 동결절에서 내린 명령이 방실결절과 히스속을 거쳐 심실로 전해지고, 심실이 수축해서 혈액이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작용이 말초혈관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손목 안쪽과 관자놀이에서 맥을 짚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결절의 명령을 전달하는 경로인 방실결절 이하 부분에도 실은 잠재적으로 박동을 계속할 능력을 가진 세포가 있는데, 이것이 어쩌다가 동결절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박동을 개시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선 맥박이 불규칙하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또 하나는 동결절로부터 명령이 전달되어 갈때, 마치 전선의 중간이 끊어지듯이 이 명령이 단절되는 일이 있는데 그 때문에 다른 유형의 불규칙한 맥박이 나타나는 수도 있습니다.
-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되는 데도 여러 유형이 있다고 하셨는데, 우선 맥박이 건너뛴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부정맥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맥박이 건너뛰는 유형으로서, 전문용어로 기외수축 또는 조기수축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종종 환자가 스스로 맥을 짚어보고 느끼기도 합니다. 심장의 박동을 심전도로 보면, 맥이 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정상적인 심장에서는 심장이 수축할 때마다 R,QRS,T라고 불리는 일정한 모양을 한 파동이 연속적으로 그리고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외수축의 경우에는 원래 고동을 쳐야 할 시간 이전에 미리 쳐 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외수축을 가리켜 미리 수축한다는 뜻으로 조기수축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이때 맥박이 한번 거르고 건너뛰는 것처럼 느껴지는가에 대해 설명하지요.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심실은 수축해서 혈액을 내보내는 수축기와 혈액을 받아들여 크게 부푸는 확장기가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 수축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것이 기외추축입니다. 그래서 그 바로 앞의 확장기가 매우 짧아 심실에는 아직 충분한 양의 혈액이 들어 있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기외후축 때도 심장은 수축을 하기는 하나 이 때 내보내는 혈액의 양이 평소보다 적기 때문에 맥박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즉 한 박자 건너뛰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이때 환자는 가슴이 덜컹하거나 심장이 어디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하여튼 가슴에 이상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 맥박이 건너뛴다고 해서 심장이 그 순간 정지하는 것은 아니군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기외수축은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으로서, 대개의 경우 이렇다 할 병도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볼 수 있읍니다.
  그 유인으로서는 수면부족이나 과로, 스트레스, 커피와 술의 과음, 지나친 끽연등이 있습니다. 이 기외수축을 걱정한 나머지 지나친 걱정이 스트레스가 되어 기외수축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읍니다. 그런 사람들은 먼저 기외수축이란 그리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유인이 될 만한 것을 피해 섭생에 신경을 좀 쓰면 대개 자연히 고쳐집니다.
  그러나 기외수축이 관상동맥경화증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읍니다. 특히 40세 이상 된 사람으로서 기외수축이 있음을 알았을때에는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맥박의 흐트러짐 -- 심방세동
- 맥박이 완전히 불규칙하게 흐트러지는 일도 있지요?
  이런 유형도 비교적 많은 부정맥입니다. 맥박의 리듬 자체가 가지런하지 않고, 하나하나의 맥박의 강도도 제각각입니다. 이러한 부정맥을 의학적으로 심방세동이라고 합니다. 심전도로 보면 심장이 수축할 때 볼 수 있는 QRS라고 불리는 파동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심방세동이라도 1분간에 심장이 수축하는 회수가 비교적 많은 경우와 적은 경우가 있읍니다. 심방세동에는 발작적으로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것과 만성적으로 항시 있는 경우가 있읍니다만 어느 경우이건 심박수가 적은 때는 자각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심박 수가 많은 경우에는 가끔 울렁거리거나 숨이 찬 느낌 혹은 때때로 가슴이 아프거나 욱죄이는 것 같은 느낌이 생깁니다.
  어쨌든 심방세동은 심부전이라 해서 호흡곤란이나 숨가쁨을 수반하고 때로는 손발까지 붓게 하는, 심장 펌프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이거나 심장병과 대단히 관계 깊은 부정맥이므로 경계를 해야 합니다. 심방세동을 일으키기 쉬운 병으로서는 고혈압증, 관상동맥경화증, 그리고 심장판막증이 있습니다. 판막증 가운데서도 특히 승모판협착증이라고 불리는 것이 가장 관계가 깊은 병입니다. 또 갑상선기능항진증에 걸렸을 경우에도 심방세동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 심방세동을 방치해 두면 심부전을 일으키거나, 때로는 심장내부에 혈전이라는 피의 덩어리를 만드는데, 그것이 뇌 같은 신체의 다른 부분에 가서 막히면 색전증이라는 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의사의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치명적인 부정맥도 있다
- 맥박이 빨라졌다 느려졌다하는 유형의 부정맥도 있지요?
  예를 들면, 운동회 때 100m달리기 스타트 직전이라든지, 남의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누구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집니다. 이런 현상은 모두 생리적인 것으로서, 긴장이 풀리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심장의 박동이 갑자기 1분간에 160--180으로 빨라지고, 그것이 몇 초 동안, 몇 분 동안, 때로는 며칠 동안 계속되다가 갑자기 원상으로 되돌아 오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을 발작성빈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교적 젊은 층, 중학생, 고등학생 등에게 많은데 그리 무서운 부정맥은 아닙니다. 그러나 너무 자주 일어나거나 너무 오래 계속되는 경우에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므로 역시 의사와 한번 의논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와는 반대로 맥박이 느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1분간에 40--35로 느려지더라도 일단 안정되어 있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맥박이 느리면서도 그 정도의 변화가 심하고, 갑자기 심장이 수초 동안 멎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담스스토크스중후군이라는 무서운 발작입니다. 심장이 멈추는 시간이 6, 7초 이상이 되면 혈액을 뇌로 보낼 수 없게 되므로 실신, 극단적인 경우에는 경련이 따릅니다. 심장이 멎는 시간이 4, 5초 이내라면 실신까지는 가지 않고 아찔하고 정신이 아물거리는 듯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환자는 이때 현기증이 난다고 호소합니다. 방안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현기증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뇌빈혈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지요. 그러나 이 병은 방치해 두었다가는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게 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때때로 실신한다든지, 현기증이 나는 경우에는 심장병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일단 의심해 보도록 권합니다. 이 아담스스토크스증후군은 비교적 고령인 사람에게 많습니다.
- 그러면, 이에 대한 치료법은 있습니까?
  페이스메이커(심장박동기)를 사용해서 거의 원상태와 같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꼭 한번 전문의의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전극을 심장에 장치하여 단속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심장이 멎었을 때 자동적으로 고동을 계속하게 해주는 기계입니다. 이것은 부피가 작아서 간단한 수술로 몸안에 장치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의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부정맥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부터 생명을 빼앗아 가는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가 있군요.
  그렇습니다. 극히 일부의 부정맥은 치명적인 사태를 초래하는 수도 있습니다. 말씀드린 유형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부정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심실세동이라 해서 심장의 근육이 갑자기 반란을 일으켜 제멋대로 움직이는 바람에 심장이 제대로 수축을 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치명적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 심실세동이 일어나더라도 전기제세동기라는 기계를 써서 환자를 살릴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환자의 가슴 위로부터 강한 전기충격을 가해, 그 충격으로 심실세동을 없애고 심장의 박동을 정상적인 리듬으로 되돌려 놓는 기제입니다.
  이런 위험한 부정맥은 급성심근경색 같은 병에 걸렸을 때에도 나타나기 쉽습니다. 따라서 초기단계에 있는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은 특수한 병동에 수용해서 심전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합니다. 위험한 부정맥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이른바 CCU(콜로너리 캐어 유니트)라고 부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CCU 설비라든지 지역 단위의 구명구급체 같은 것이 점차로 갖추어지게 될 것입니다.
@ff
      41 가슴의 통증
    촌미 각
    동경대학 의학부교수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일부터
- 가슴이 옥죄이는 것같이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협심증이라든지 심근경색 같은 무서운 병이 맨 처음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데요.
  아닌게아니라, 가슴이 죄여오는 것 같은 아픔은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가슴의 통증이 왔다고 바로 심장병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입니다.
  가슴의 통증을 일으키는 병은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고 갑자기 일어나며 생명의 위험이 따르는 것이 심근경색과 협심증입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층에 많은 이 심장병은 갑자기 가슴이 욱죄이는 것 같은 통증의 발작을 일으켜 처치를 할 사이도 없이 급사하는 불행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병의 근본적 원인는 심장의 근육에 산소라든지 그 밖의 영양분을 운반하는 동맥의 경화증이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이 동맥은 머리띠를 두르듯이 심장의 근육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관상동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것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확장되어, 심장이 산소부족상태에 이르지 않을 만큼의 피가 흐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동맥의 혈관이 좁아져서 혈액의 흐름이 나빠지면, 즉 동맥경화가 일어나면 충분히 확장될 수가 없으므로 필요한 양의 산소가 공급될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그 때문에 심장 근육의 기능이 나빠져서 가슴이 짓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 혈관 내부가 좁아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혈액이 지나가는 내강에는 그것을 둘러싼 얇은 내막이 있고, 그 주위에 중막이라는 근육으로 된 층이 있습니다. 그 내막에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콜레스테롤을 주체로 하는 지방과 칼슘이 달라붙어서 딱딱하게 굳어 부은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협심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여기서 내강이 더욱 좁아지면 때때로 심근경색이 일어납니다. 이 내강이 좁아지는 유형에는 조금씩조금씩 좁아지는 경우도 있고, 혈전이라 해서, 좁은 곳으로 피가 흐르다 보니 피가 괴어 엉겨서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급작스런 발작을 일으킵니다.
*표1: 가슴의 통증을 일으키는 병
  (심장병: 협심증, 심근경색, 심막염)
    심장 이외의 흉부 장기의 병
  대동맥의병: 해리성대동맥류등
  폐동맥의 병: 폐색전, 폐고혈압증
  흉막염, 자연기흉, 폐염등
  식도 등 종격의 병: 식도염, 식도헤르니아
    복부 장기의병: 소화성 궤양, 담석증, 담낭염, 췌장염
    흉벽의 병: 추간판헤르니아, 늑골골절, 척수의 병, 대상포진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것: 심장신경증, (신경순환무력증)
- 동맥경화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이것은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많으므로 예전에는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보고 예방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었습니다. 연령적인 원인도 매우 큰 것은 사실이지마는, 최근 여러 가지 연구에 의하여,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인자(위험인자)가 여럿 알려지게 되었읍니다. 예를 들면 혈압이 높다든지 당뇨병이 있다든지, 혹은 너무 비대하다든지 한 것도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인자가 되고 있습니다. 또 지나친 흡연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의 섭취로 인한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치의상승도 위험인자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고혈압, 지나친 흡연, 높은 콜레스테롤치, 이 세가지가 특히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런 것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젊은 층이라면 20배이상, 60세쯤 된 사람이라면 약 5배,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젊은  시절부터 건강관리를 잘하면 동맥경화는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그림1: 심장과 관상동맥
  * 그림2: 관상동맥경화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차이
-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차이를 좀 자세히 알고 싶은데요.
  *표2: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차이
  (구분  협심증  심근경색)
  기본이 되는 병변  관상동맥경화  관상동맥경화
  유인  운동(노작협심증), 불명(안정협심증)   불명
  가슴통증 발작  가볍다(10분이내)  무겁다(30분이상)
  기타증상  적다  호흡곤란, 쇼크, 부정맥
  사망율  적다  15--30%
  둘 다 기본이 되는 병변은 관상동맥의 경화증인데, 협심증은 가벼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 차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발작을 일으키는 유인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심근경색의 경우에는 어째서 갑자기 동맥이 막히는지 그 유인을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일하고 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와는 별로 상관이 없고, 굳이 말한다면 편하게 쉬고 있을 때에 잘 일어납니다. 그런데 협심증의 발작은 무거운 것을 들고 계단을 올라간다거나 급히 걸을 때 잘 일어납니다. 그리고 안정을 취하고 있으면 몇 분 안에 저절로 낫습니다. 물론 협심증 발작도 밤에 자고 있는 동안에 일어나는 수도 있고 유인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픔의 정도를 비교해 보면, 협심증의 경우는 가볍고 짧으며, 심근경색은 통증이 심하고 30분 이상 계속됩니다. 또, 발작의 증상도 협심증의 경우는 통증 이외의 증상이 별로 없는데 비해 급성 심근경색의 발작이 일어나면 단순히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호흡이 곤란하고 쇼크 상태가 되며 매우 질이 나쁜 부정맥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협심증 발작으로 사망하는 일은 드물지만, 심근경색의 발작은 사망율이 꽤 높습니다
    발작이 일어나면
- 발작이 일어났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협심증 발작은 보통 5분 이내에 멎으니까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약을 혀 밑에 넣고 있으면 아픔이 금세 가십니다.
  한편 심근경색 발작의 경우는 유감스럽게도 가정에서 취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은 별로 없고, 신속히 의사를 모셔다 통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를 맞는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몸을 일으켜 앉은 자세를 취하게 하면 숨막힘이 약간 누르러지는 수가 있습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통증에는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만 숨막힘은 다소 완화시킵니다.
- 발작이 여러 번 일어납니까?
  협심증의 경우는 한번 발작이 일어나면 매일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가끔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몇 주 또는 몇 달 지나면 발작이 그쳐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발작이 없을 때는 심전도를 보아도 뚜렷한 변화가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편 심근경색의 경우는, 강렬하고 오래 계속되는 발작이 한번 지나가면, 그 뒤로는 아픈 발작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심장의 근육 부분에 피가 흐르지 않게 되어, 쉽게 말해 심장의 근육이 썩어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심전도를 보면,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 협심증이 심근경색으로 발전하는 일도 있읍니까?
  심근경색의 발작을 일으킨 사람의 반수 가량은 그전에 이미 협심증의 발작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전혀 전조나 자각증상이 없이 급작스럽게 심근경색이 일어나는 수도 있습니다.
- 발작이 가라 앉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협심증이든 심근경색이든, 관상동맥경화가 점차로 진행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발작을 막 일으킨 사람은 십분 주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증상이 가벼워진 사람이나 전혀 증상이 없어진 사람도 그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병은 낫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사 및 일상생활에 충분히 신경을 써서 동맥경화를 진전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ff
      42 가슴앓이
    남전정삼
    황변시립시민병원 원장
    위보다 식도에 문제가 있다
- 잘 알고 있는것 같으면서도 실은 잘 모르는 것이 가슴앓이라고 생각되는데 가슴앓이란 어던 병일까요?
  가슴 뒤쪽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고(이것도 통증의 일종이지만), 그것이 점점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타액의 분비가 많아집니다. 식사 후 10분--30분쯤 지나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증상을 가슴앓이라고 합니다.
- 타는 듯한 느낌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최근에는 식도가 원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전에는 위산과다증이라고 해서 산도가 높을 때 일어나는 증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위액의 산도가 높을 때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산도가 낮아도 그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요즘에는 가슴앓이를 위산과다증, 과산증이라 하지 않고 가슴앓이라 하든가 이와 함께 일어나는 수가 많은 트림현상을 산증상이라 부릅니다. 이제부터 설명하겠지만 이런 증상은 위보다는 식도 쪽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 신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가운데 실제로 위산과다 증상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됩니까?
  실제로 조사해 보면 반 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산도가 높지 않은 사람도 반 이하이기는 하지만 많다고 합니다.
- 오히려 식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습니다. 전에는 위질환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식도질환이라는 것이 정설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위도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 가슴앓이의 원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읍니까?
  반 혹은 그보다 약간 많은 정도가 과산증, 즉 위액의 산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음식물 자체도 원인이 됩니다. 고구마를 계속 많이 먹었더니 가슴앓이가 생겨서 견딜 수 없다는 말을 흔히 듣지만 그 밖에 돈까스나 튀김류 등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어도 곧잘 가슴앓이가 생기지요. 이것은 질병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위의 출구가 막히고 식도의 출구가 열려 버려서 위액이 역류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증세가 나타납니다.
  술, 담배, 커피 등의 기호품 역시 식도에서 위로 통하는 출구를 이완시켜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도 위액역류의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요사이 자주 거론되는 스트레스, 즉 정신신경의 피로도 영향을 줍니다. 정신신경이 피로해도 생리적으로는 가슴앓이를 일으킵니다.
    위액의 역류를 막는 장치
- 가슴앓이는 위 속의 산도가 높은 경우뿐만 아니라 거기에다 위산의 역류, 식도부분의 문제가 원인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보통 경우에는 위 속의 물질이 식도로 올라오지 않는단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삼켜 버린 음식물은 식도를 통하여 위속으로 들어갑니다. 기분이 나빠서 토하는 경우는  식도에서 위로 가는 부분이 열려 있어서 음식물이 입구 쪽으로 되돌아 나오게 되지만 보통의 경우 인간의 신체는 위 속으로 들어간 물체가 역류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역류하지 않는 이유는 식도를 통해 들어간 음식물이 횡격막을 거쳐 배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횡격막은 호흡에 의하여 움직이고 횡격막을 지나가는 식도를 졸라매는 작용을 합니다. 이것이 첫째 이유입니다. 그러나 음식물이 들어갈 때는 열리도록 교묘하게 만들어져 있지요.
  그리고 식도는 위의 종축에 대하여 경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일단 식도 밑에 괴게 됩니다. 음식물이 괴게 되면 식도의 밑부분이 부풀어 올라 위가 식도를 밀어붙이는 형태가 됩니다. 그 때문에 식도와 위의 경계부분이 막혀 버리지요. 이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다음으로는 식도의 출구 쪽에 식도하부괄약근이라는 근육이 있다고 생각되고 있는데, 이것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닫혀 있으면 역류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상의 세가지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괄약근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평상시에도 위산은 다소간 역류하기 때문에 그 밖의 원인으로는 앞에서 말한 위액의 산도와 그 작극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극성이란 것은 염산만을 꼬집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액 속에는 역류한 담즙이나 췌액 등 여러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알칼리성이기는 하지만, 이 경우는 산성이 아니더라도 자극성이 있으면 식도가 이것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위액이 역류하더라도 식도가 느끼지 못하면 가슴앓이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식도점막의 민감성과 관계가 있지요. 예컨대 식도염 등 염증을 일으키고 있을 때이겠지요.
  일반적으로 식도의 괄약근이 닫히거나 열리는 것이 어떤 경우인가가 문제인데 위액이 알칼리성이 되었을 때는 괄약근이 닫힙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연구가 진전되고 있는 소화관 호르몬 가스트린이나 자율신경 자극제, 특히 부교감신경 자극제 같은 위액분비 촉진제 역시 괄약근을 닫히게 합니다. 반대로 위액이 산성이 된 경우에는 압력이 약간 낮아져서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가스트린에 대항하여 세크레틴이 식도 아래쪽의 근육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괄약근이 열리게 됩니다. 또한 아트로핀 같은 부교감신경 차단제도 괄약근을 열리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하는 작용을 합니다.
  약간 어려운 이야기입니다만 최근 들어 갖가지 호르몬이나 신경의 작용이 복합되어 식도의 괄약근을 닫거나 연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런것들의 상태가 나빠지면 역류현상이 일어나 가슴앓이를 하게 되지요. 이런 구조를 해명하는 일은 가슴앓이 치료와도 관계가 깊습니다.
  * 그림1: 식도의 구조
    가슴앓이를  일으키는 질병
- 늘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 가운데 질병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됩니까?
  가슴앓이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생리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고구마를 많이 먹어도 일어나는 것이므로 결코 걱정할 증상은 아닙니다. 동시에 통증이나 출혈, 피를 토하는 증상과 함께 가슴앓이 증상이 있다고 호소하는 사람을 조사해 보면 그중 60--70%가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판명되지요. 무슨 이상이 있다는 사람을 면밀히 검사해 보면 웨궤양, 십이지장궤양, 플리프, 식도열공헤르니아 등의 질환으로 판명됩니다. 가슴앓이가 암으로 판명된 예는 아직 없습니다.
- 식도열공 헤르니아란 흔히 들어보지 못한 병인데, 어떤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합니까?
  배 부분의 장이 볼거져 나오는 탈장이란 말은 많이 들어 보았으리라고 믿습니다. 식도열공 헤르니아의 경우는 위의 일부가 식도 쪽, 가슴 쪽으로 볼거져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증상은 미국인들 가운데 많이 생기고 동양인들에게는 별로 흔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위액이 곧장 역류해 버립니다. 따라서 가슴앓이를 일으키는 질환이라면 우선 이런 유형의질환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됩니다.
- 그 밖에 어떤 사람에게 가슴앓이가 일어나기 쉬울까요?
  식도열공 헤르니아와도 관계가 있습니다만 지나치게 비대한 사람에게 일어나기 싑습니다. 임신중인 사람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산이 과다한 경우가 아니라도 웨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있으면 가슴앓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 가슴앓이가 일어나기 쉬운지 어떤지는 검사해 보면 알 수 있을까요?
  뢴트겐 촬영을 하거나 내시경으로 식도 안을 검사하기도 합니다. 혹은 튜브를 쑤셔넣고 염산을 흘려넣으면 당장 가슴앓이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아니면 풍선 따위를 넣어서 압력을 측정해 보거나 식도 안의 산도를 조사해 보기도 합니다. 이것은 식도염을 진단하는데 쓰이는 방법인데, 이와 동시에 궤양이 있는지 없는지, 식도가 좁아졌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조사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가슴앓이뿐만 아니라 식도염이나 궤양 혹은 협착의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뢴트겐 촬영과 내시경 검사는 꼭 해야 합니다.
    가슴앓이의 예방법
- 암처럼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늘 가슴앓이로 고생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겠습니까? 위속의 물질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요?
  식도에 궤양이 있거나 식도가 좁아진 경우에는 수술할 수도 있으나 가슴앓이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가슴앓이의 대비책으로는 비대증이 있으면 그것이 큰 문제이므로 식사량을 줄여서 체중을 줄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먹으면 가슴앓이가 일어난다는 것은 환자 자신이 잘 알고 있을 터이므로 함수탄소라든지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알콜이나 커피 따위는 식도에서 위로 들어가는 부분을 다소간 열어 놓는 작용을 하는데다 위의 산도를 높이는 작용도 하는 것이므로 기호품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 정신적인 자극으로 말미암아 역류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진정제를 사용해서 좋은 효과를 얻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극히 간단한 처방입니다만, 상반신을 높게 하라는 것입니다. 잠을 자거나 엎드리거나 하면 가슴앓이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서 있으면 된다는 것은 중력때문에 위액이 아래로 내려가고 만다는 논리입니다. 밤중에 가슴앓이가 일어나 잠을 깼다는 따위의 일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 때문에 외국에서는 침대 머리쪽에 무엇을 넣어서 상반신을 약간 일으켜 세우도록 하면 가슴앓이가 없어진다는 말을 흔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부자리 위쪽을 약간 높게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가슴앓이 예방법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다음으로 가슴앓이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먹는 일입니다. 이때 제일 많이 쓰이는 약은 제산제인데, 흔히들 물에 녹인 것을 사용합니다. 가슴이 타는 듯할 때에는 1시간마다 복용하고 밤에 잘 때에는 복용량을 약간 늘리도록 합니다. 옛부터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면 위산과다증이라 하여 곧 잘 소다를 먹었습니다. 이것도 일리 있는 방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물을 마심으로써 위액을 희석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신경안정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식도 아래쪽을 가스트린 및 세크레틴 등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소화관 호르몬도 잘만 사용하면 장차 가슴앓이 치료에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어쨌든 가슴앓이가 무서운 질병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겠군요.
  그렇습니다.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봅니다.
@ff
      43 위가 거북하다
    화전 무웅
    찰황의과대학 학장
    소화의 구조
- '위가 거북하다'는 느낌은 누구든지 경험한 일이겠지만, 그것이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걱정할 정도가 아닌 증세, 병적인 증세 등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만 그보다 앞서 위가 어떤 작용를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위는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의 소화작용을 하는 장기입니다. 위가 하는 역할의 90%정도를 소화작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역할로는 혈액세포를 만들어내기 위한 특수작용이 있을 뿐입니다.
  먹은 음식물을 위가 어떻게 소화하는가를 살펴보면, 첫째 맷돌처럼 기계적으로 가는 일입니다. 그 때문에 위 내부에는 가로 세로 경사를 이루며 뻗어 있는 3층의 근육이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물이 식도에서 들어오는 입구와 소화물이 십이지장으로 나가는 출구에는 괄약근이 있어서 소화운동을 할 때에는 위의 입구와 출구가 닫히게 됩니다. 소화운동은 연동이라고 불리는 파상수축 이외에도, 특히 십이지장으로 나가는 출구에 있는 유문부의 윤상근이 맷돌과 같은 작용을 함으로써 음식물을 갈게 됩니다.
  또 하나는 화학적 소화작용입니다. 위벽의 표면의 점막에서는 염산이 분비되는데 이것은 매우 강한 산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위벽 자체를 상하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위점막에서 중성점액이 분비되어 위벽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위점막에서는 또한 소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 펩시노겐이 분비되는데, 염산은 이 펩시노겐을 펩신이라는 효소로 바꾸어 주고 펩신은 음식물 속의 단백질을 분해합니다. 참고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당분은 타액중의 아밀라제란 효소에 의해 장에서 흡수되기 쉽도록 분해되고, 지방질은 주로 십이지장으로 들어가 리파제란 효소에 의해 소화됩니다. 이와 같이 위는 기계적 작용과 염산, 펩신의 화학적 작용으로 음식물을 삭이게 됩니다. 그 결과 음식물이 죽과 같은 상태로 되면 유문괄약근을 열어 십이지장으로 내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죽 모양의 음식물은 십이지장에서 충분히 소화되어 장으로 내려가 흡수되며 그 가운데 대부분은 영양분으로서 간장에 저장됩니다.
  *그림1: 위의 소화운동에 관여하는 종주근과 사주근의 개괄도
  *그림2: 소화에 관여하는 위벽(위저선부)의구조 
- 어떤 음식물을 얼마만큼 먹었느냐에 따라 사정은 다르겠지만, 먹은 음식물을 위가 소화하는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요?
  음식물의 종류에 따라 위 속에 머무르는 시간은 각양각색입니다. 예컨대 단백질류의 경우 빠르면 1시간, 늦어도 2시간 정도면 소화가 끝나고 십이지장으로 보내집니다. 그러나 여기에 지방질이나 당분이 첨가되면 30분이나 40분쯤 소화시간이 연장됩니다.
  인간은 잡식동물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음식물을 먹습니다. 그 때문에 맷돌운동과 동시에 음식물을 잘 섞은 다음 조금씩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운동이 되풀이됩니다. 따라서 위 속이 텅 빌 때까지 어른의 경우는 거의 4시간 정도가 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인간은 하루에 식사를 세 번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 따라서 그 간격은 4시간 정도이며, 그것은 위 속이 비는 시간과 같은 시간입니다.
    위가 거북할 때
- 그런데 '거북하다'는 증상은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거북하다는 것은 위가 바닥에 있다, 즉 명치 부근에 위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 말에는 위 속에 무엇이 걸려 있다든지 먹은 음식물이 장으로 내려가지 않은 채 위 속에 남아 있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느낌이 일어나는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위근육이 긴장하여 바싹 죄어들게 되어 이것이 반사적으로 뇌쪽에 거북한 느낌을 전달하는 경우와 반대로 긴장이 풀렸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갖는 경우입니다.
  위의 근육이 긴장하는 것은 그 운동을 지배하는 신경, 특히 미주신경이 긴장하기 때문입니다. 과로하거나 수면이 부족할 때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고, 또 사람에 따라서는 이른바 신경질이 나기 때문에 미주신경이 긴장하기도 합니다. 음식물과의 관계로 미뤄보면, 지방질이 많은 식품이나 소화가 잘 안되는 식품을 많이 먹는 경우 아무래도 맷돌작용이 강해지므로 거북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위근육의 긴장이 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도 비교적 많습니다. 이것을 위하스 혹은 위아토니라고 하는데, 체격이 바싹 마른 사람 가운데는 손발의 근육뿐만 아니라 위벽 근육의 발육도 좋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음식이나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위가 배꼽 아래 골반 가운데까지 처지는 수가 있습니다. 물이 든 자루를 손에 쥐고 들어올린 상태를   상상해 보십시오. 이런 사람을 가리켜 하수체질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이 앉았다 일어서면, 십이지장이 오른쪽 늑골 밑쪽 언저리에서 고정되는 것이 예사이므로 골반까지 내려간 위는 그 속의 내용물을 거기까지 밀어올려야 합니다. 따라서 그 부근의 소화배출 운동이 나빠집니다. 물론 십이지장을 비롯한 장 전체가 하수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만, 하수증이 있는 사람 모두가 꼭 거북한 느낌을 호소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림3: 위하수와 위아토니
- 위하수증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위가 거북한 증상은 역시 피로하거나 기름기 많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원인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 위 속에 무슨 물체가 걸린 듯한 느낌이 있거나 거북한 느낌이 있으면 암일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말도 종종 들을 수 있는데요.
  암의 경우는 그것이 발생한 부분에 따라 다릅니다. 거북하다거나 막힌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위암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식도와 위의 경계 부분이나 위나 장의 경계와 같이 음식물의 통과를 조절하는데 절대적인 부분은 좁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위암이 생기면 비교적 일찍부터 막힌 듯한 느낌이 나타납니다. 이런 부분은 구조가 좁을 뿐 아니라 수축운동도 활발하므로 여기서 생기는 변화라면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부근에 생긴 암은 아직 초기에 지나지 않더라도 막힌다든지 거북하다는 등 환자의 호소를 통하여 일찌감치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 밖의 부분에서 생긴 암의 경우에는 꼭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암은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노이로제에 가까울 정도로 증상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초기 위암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해 두실 것은 옛날부터 만성위염이라고 불러 온 위장질환의 경우입니다. 학문적으로는 이것을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암으로 발전하기 쉬운 유형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위산의 분비상태가 나쁘고 소화력도 떨어지므로 이따금 거북한 느낌을 갖는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위가 거북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사람 가운데에는 위하수나 과로, 신경질 때문인 경우도 있으나, 만성위염 때문인 경우도 있으므로 정밀한 위암검사를 받아 보도록 권하는 바입니다.
    수술과 복약에 관한 사고방식
- 위하수증 때문에 늘 위가 거북하다고 느껴지는 경우 그 상태가 너무 심하면 수술을 받아야 할까요?
  저는 위하수증만을 치료하기위해 수술을 한다는 데에는 간단히 찬성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하수증상이 있더라도 소하불량증이 계속되거나 십이지장으로 소화물이 배출되는 상태가 나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위의 긴장을 조금식 높여주는 작용을 하는 약품이 개발된데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하수 자체에도 피하지방이 붙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밑으로 처지는 일이 적어져, 위하수에 수반되는 증상이 저절로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을 치료하려면 식사량을 80% 정도로 줄이도록 합니다. 그래도 거북한 느낌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식사 후 얼마동안 누워 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혈압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사 후에는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옵니다. 그러니까 가능하다면, 특히 점심을 먹은 뒤 30분 정도라도 좋으니 누워서 쉬면 고통을 없애는 데 유효합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수술이 필요한 위하수 증상은 아주 적다고 하겠습니다.
- 좀 과식을 한 경우에 시판되는 위장약을 복용한다거나 상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어떻습니까?
  상용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과식을 했다거나 소화불량 등이 원인이 되어 급성위장염을 일으켰을 때 일시적으로 소화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위장약이 도움이 됩니다. 또 사람에 따라서는 위근육의 움직임이 약하거나 위점막이 위축되는 이른바 만성위축성위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북한 증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약의 도움이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약을 상용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약을 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소화제를 너무 많이 쓰면 위가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을 잊어버릴 염려가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과보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위점막세포는 2, 3일 지나면 다시 생겨날 정도로 신진대사가 활발합니다. 약 속에는 이런 신진대사에 영향을 주는 물질도 들어 있으므로 세포의 신진대사를 억누르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될 수 없겠지요. 따라서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필요에 따라 적당한 처방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쓸데없이 약을 상용하는 것은 찬성할 수 없지요.
    위 이외의 질환 때문에도 거북한 느낌이 생긴다
- 위가 거북해지는 데에는 역시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물론 위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 밖에도 신경성인 것을 비롯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위가 거북하다고 호소하는 사람 가운데 반수 이상은 크든 작든 신경성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거북한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그때 한번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로, 수면부족, 불안, 긴장 따위가 계속될 때마다 이같은 호소를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평상시에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신변에 걱정스러운 일이 있을 때에는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든지 위가 거북해서 식욕이 없다는 등의 불평을 호소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위를 검사해 보면 매우 긴장한 상태이어서 연동운동이 일어나고 있지 않든지, 반대로 끊임없이 강한 수축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위산의 분비량도 극단적으로 줄어들어 위액을 튜브로 뽑아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얘기를 들어 보면 위가 거북할 뿐만 아니라, 수면부족, 불면증 및 머리가 무거운 증상도 호소합니다. 앞에서 위하수증을 설명했습니다만, 이런 사람들에게는 체질적인 요소가 있어서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근친자들 가운데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위가 거북한 증상과 비슷한 질병으로 당뇨병이 있습니다. 당뇨병이 경증일 때에는 식욕이 오히려 왕성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위의 움직임이 약해집니다. 그것은 위벽에 당분이 달라붙어 위산분비가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뇨병이 있으면서도 식욕은 오히려 떨어지고 위가 거북하게 느껴집니다. 거꾸로, 식욕이 없어지고 위가 거북하면 중증의 당뇨병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겠지요.
  또 애디슨병이라는 질환이 있는데 이것은 부신의 움직임이 장애받기때문에 일어나는 질환입니다. 피부가 검게 변하고 혈압이 낮아지며, 빈혈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경우도 위의 움직임이 약해집니다. 위가 거북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검사해 보았더니 애디슨병이 발견되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위가 거북하다는 증상은 위 이외에 여러 가지 질병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므로 위만을 검사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의사들은 이러한 갖가지 가능성을 감안하여 몸 전체를 검사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들도 그런 사정을 이해하도록 해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위가 거북한 증상에는 신경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고, 그런 점에서 장의 움직임과도 꽤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가 거북하다, 목구멍이 막힌다는 등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에게는 통변부조, 특히 변비증이 있는 사람이 많으며, 때로는 점액이 섞인 변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통변부조 현상은 위가 거북한 증상에 신경성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내는 바로미터가 됩니다. 물론 장의 이상에 관해서도 X선이나 내시경검사가 필요하지만 대개의 경우 대장에서도 신경성으로 일어나는 연동운동의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통변이 순조롭고 막힘이 없는 사람에게는 위가 거북해지는 경우가 적습니다. 위가 거북한 증세를 없애기 위해서는 식사법이나 음식물의 선택에 신경을 쓰고, 적당한 운동과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통변을 고르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ff
      44 식욕이 없다
    죽본 충양
    산전대학 의학부 교수
    충분한 수면부터
-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든지, 아무래도 식욕이 나지 않는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이따금 듣게 되는데, 대체로 아침, 낮, 저녁 하루 세 번 식사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 정상이겠지요?
  현재 선진국 사람들은 대개 하루 세 번씩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에도시대 중기까지 서민들은 하루에 두 번씩 식사를 했으며 1일 3식으로 늘어난 것은 에도막부 말기 이후라고 합니다.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하는 까닭은 식량의 생산능력과도 관계가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조건반사에 따른 결과라고 보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 사람들이 섭취하고 있는 식사 내용, 즉 단백질과 함수탄소 및 지방질 등의 비율을 고려할 때 하루 세번의 식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샐러리맨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침밥을 거른 채 회사로 달려갔다가, 그 대신 밤에는 이를 보충이나 하듯이 과식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먹는 변칙적 식사방법은 좋지 않습니다. 식사의 내용이나 양은 별문제로 치더라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봅니다.
-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밥이 먹고 싶고, 한낮이 되면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며, 밤이 되면 또 배가 고픈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것이 정상입니다. 공복감이란 배가 고파올 때, 특히 배꼽 근처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느낌인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일어납니다. 우리는 이 공복감과 식욕에 따라 아침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장의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위장반사 또는 위결장반사라고 부릅니다. 위 속에 음식물이 들어오게 됨에 따라 장의 운동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변의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유쾌한 수면에 이어 유쾌한식사, 유쾌한 통변이라는 인간 건강의 이상적리듬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각이나 감정이 좌우하는 식욕
- 그렇다면 수면, 식욕, 변의는 연동하는 것이로군요. 느긋하게 잠을 잔 뒤에는 식욕이 난다는 식으로.
  네. 충분한 수면은 다음날 아침의 유쾌한 식욕이나 공복감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룻밤을 불안하게 보냈다면 다음날 아침에는 식욕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 식욕이 없다는 것은 기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모양이군요.
  정신적인 원인에 따른 식욕부진도 매우 많습니다. 신경질적인 사람이나,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은 식욕부진에 빠지기 쉽지요. 마음과 몸의 얽힘이 매우 복잡한 것은 식욕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식욕은 시각이나 청각 등 여러 가지 감각이 뒤얽혀서 생기는 것입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즐거운 음악을 튼다든지, 깨끗한 식기에 볼품있게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식사를 하는 환경은 식욕에도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정말로 배가 고프거나 완벽할 만큼 건강하다면 이런 것들은 부차적인 것이 되겠지요?
  그렇겠지요.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보다 맛있다는 음식을 보다 많이 먹기 위해, 인간은 요리문화를 발전시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생물로서 절대적인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동물적인 욕구는 식욕입니다. 그 밖에도 종을 보존하는 욕망으로서 성욕이란 것이 있겠지만, 어쨌든 식욕은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 욕망입니다. 이런 조건이 아니더라도 건강이 정상상태이면 우리의 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칼로리나 영양소는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 정신적 원인으로 생긴 식욕부진이라면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알아차리겠군요. 
  그렇지만 가족이나 의사에게 좀처럼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신경성인 원인으로 식욕이 전혀 없어져 극도로 마르는 증세가 있는데, 이것을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고 합니다. 특히 젊은 미혼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식욕부진증상의 대표적인 실례입니다. 체중이 극단적으로 떨어지고 월경도 없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다행히 그렇게 흔한 병은 아닙니다. 이 병은 어느 정도 감정적인 요소가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것입니다. 예컨대 친구들에게 뚱보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원인을 완전히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것을 치료하는 데는 정신요법이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 의사들도 치료에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이 정신요법이 내과의사에게는 어려운 문제이지요.
- 그건 식욕부진이라기보다는 먹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먹지 않는다는 표현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식욕부진이 절정에 달한 상태이니까요.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정상적인 식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정반대인 상태가 이 질병입니다. 사춘기 소녀로서 극단적일 만큼 먹지 않아 몹시 야위게 되면 이와 같은 특수 질병에 걸리지 않았나 의심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흔히 눈에 띄는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식욕부진입니다. 식욕부진상태인 사람을 진찰할 때, 우리들은 신체적 질병, 특히 소화기질병과 연관짓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전신성질환은 물론 정신적 상태를 고려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너무 신경쓰지 말 것
- 식욕이 떨어지면 무슨 큰 병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불안해 하는 모양인데, 특히 중, 노년층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하지요.
  식욕부진은 감기 등의 감염성질환이나 소화기질환으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질환 자체는 가벼운 것이지만 식욕부진 증상이 따르게되면 환자가 갖는 중병이란 느낌은 갑절로 커집니다. 더우기 시대가 시대인 만큼 식욕부진의 정도가 심하면 혹시 암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의사가 증세를 충분히 설명해 주면 좋겠지만, 요즈음은 진료를 받으려고 3시간이나 기다려 보아야 의사와 만나는 시간은 고작 3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상의는 환자가 식욕이 없다고 얘기해도 자세히 듣지도 않은 채 간단한 검사로 병명을 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식욕부진의 원인을 설명하려고 하는게 보통입니다. 그리하여 환자는 증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노이로제 상태가 되어 점점 더 심한 식욕부진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이곳 저곳에서 X선이나 내시경 등의 검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병명을 붙일 때에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또한 환자에게 그 병명을 알려주고 장기간 치료하는 것이 좋을지 어떨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식욕부진의 진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성위염과 위하수증입니다. 이 두가지는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붙여지는 병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만성위염이라 하더라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위축성위염입니다. 또 위하수라 하더라도 만성위염을 동반하고 있는 위축성위염이 문제이겠지요. 특히 최근에는 내시경검사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어디서나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위하수는 바륨을 먹는 것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위가 골반 가운데까지 내려와서 아주 나쁜 상태요"라는 따위의 말을 듣게 됩니다. 환자들은 이 한마디만으로도 불치병에 걸린 것으로 잘못 생각하게 됩니다. 위하수나 만성위염이 식욕부진이라든지 위가 거북해지는 증상의 원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암인 경우에는 식욕부진 증상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겠지요?
  식욕부진만이 증상의 전부인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대개는 위가 거북하다든지 몸이 나른하다는 증세가 있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증세가 함께 나타납니다. 식욕부진이 증세의 전부인 경우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매우 드문 질병입니다.
  위암의 경우를 살펴보면, 암이 초기일지라도 위궤양이나 만성위염과 같은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식욕부진 상태가 분명이 나타났다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암을 초기에 발견하려면 식욕부진이라 증상에 의존해서는 안됩니다. 즉 식욕부진이라는 흔하디 흔한 증상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서도 안되고, 그 증상에만 의존해서도 안됩니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해 가기 위하여 소화기는 매우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증상에 관한 한 소화기는 둔한 장기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 그렇긴 하지만 식욕부진을 중요시하여 암이 아니가 걱정하는 예가 많다고 하더군요.
  아주 많습니다. 정말 암 때문에 식욕부진 증세가 나타나고 이와 함께 체중이 심하게 줄어드는 예는 통계로 보나 현실로 보나 얼마 안됩니다.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증세는 만성위염이나 위하수입니다. 이런 병으로 고민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그렇게 너무 고민할 만한 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증세를 무겁게 하고 가정을 어둡게 하며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현재 적절한 검사만 받으면 암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암이 아니라 위하수 또는 만성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식욕부진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ff
      45. 복통
    강부 치강
    북리대학 의학부 교수
    복통은 어째서 일어나는가
- 한마디로 복통이라고 하지만 갑자기 배가 찌르는 듯이 아프거나, 식사를 전후하여 배가 아프거나 운동을 하면 옆구리가 아파 오는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갖가지 복통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대답에 앞서 복통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복통을 일으키는 메카니즘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지요. 원래 배에는 공복감과 배변, 배뇨시의 이른바 변의, 요의란 두가지 감각 이외에는 어떤 감각도 있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배에 아프다는 감각이 있는 경우에는 기능적 혹은 기질적으로 무슨 이상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경제신호입니다. 따라서 문진을 포함하는 자세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복통이란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우리 병원 외래, 특히 소화기 외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복통을 호소해 옵니다. 그 가운데 3분의 2가 뱃속에는 병이 없고 갖가지 신경의 긴장상태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바꾸어 말하면 장기의 기능이상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3분의 1은 배의 질환을 갖고 있는 셈이 되는데 이것을 기질적질환이라고 부릅니다. 이 두가지를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복통이 어째서 일어나는가 하는 점부터 알아보기로 합시다. 아픔이란 것은, 그것이 어떤 형태의 아픔이든, 무언가 그곳에 자극을 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생깁니다. 그 자극은 지각(통각)신경에 의하여 뇌로 전해지고, 거기서 비로소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복통도 물론 예외는 아닙니다.
  갖가지 아픔의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이 지각신경에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피부나 그 밑에 있는 근육에 분포한 지각신경, 이것은 척수에서 비롯되어 내장의 장기 이외 부분에만 분포되어 있으므로 척수신경 혹은 체성신경이라고 부릅니다. 또 하나는 내장의 장기에 분포 되어 있는 내장지각신경입니다. 이것은 자율신경과 연결되어 있으며 체성신경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최종적으로 척수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와 같이 지각신경은 체성지각신경과 내장지각신경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신경은 저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성지각신경은, 예컨대 칼로 자른다, 꼬집는다, 침으로 찌른다, 화상을 입는다는 등의 자극을 받아 국소성이 확실한 강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내장장기에 들어 있는 내장지각신경은, 체성지각신경이 감지할 수 있는, 위에서 말한 자극으로는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대신, 예컨대 위나 장 등 내강장기의 내압이 상승하여 위나 장의 근육이 급격하게 팽창하면, 그것이 자극이 되어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와 같이 맨처음 일어나는 통증의 특징은 아픈 곳, 즉 국소성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상복부의 중심선을 따라 몸 속 깊숙한 부분이 쑤시는 듯, 부풀어 오른 듯 몹시 불쾌한 통증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내장통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혈액의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 격심한 통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것은 몹시 격렬한 내장통입니다.
  그런데 내압항진의 자극이 점점 거세지면 내장지각신경이 들어가 있는 척수 부분에 강한 자극을 줍니다. 그러면 같은 척수 부분에 있는 피부로 연결되는 척수지각신경(체성지각신경)을 자극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극의 원인이 되어 있는 질병은 뱃속에 있지만 뇌쪽은 피부를 통해 아픔을 느끼게 되고, 통증이 있는 부분도 확실해집니다. 이와 같은 통증을 체성지각신경에 의한 통증이란 뜻에서 체성통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내장에 대한 자극에 인해 피부 쪽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므로 관련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강장기의 병변이 가장 심해진 경우, 예컨대 깊은 궤양이나 염증이 있어서 이에 따른 자극이 복막 쪽을 자극하여 국소에 복막염을 일으켰다고 칩시다. 그렇게 되면 피부와 마찬가지로 거기에도 체성지각신경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자극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 때문에 병변부에는 몹시 날카롭고 격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체성통입니다.
- 지금 설명하신 대로 뱃속에 무슨 이상이 있을 때 말고도 걱정스로운 일이 있으면 쿡쿡 쑤시듯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역시 복통의 원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예컨대 흉부질환으로 복통을 일으키는 수도 있지요.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몹시 격렬한 복통이 일어나 병원으로 업혀왔기 때문에 당황한 나머지 수술을 했더니 배 부근은 아무렇지도 않고 폐렴이었다는 이야기도 예전에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다른 장기의 질병이 복통으로 나타나는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 지금 말한 바와 같이 무슨 걱정스러운 일이 있어서 위가 아프다는 식으로 신경성 기능이상이 원인인 복통도 있습니다. 또한 전신성 질환이나 척수신경질환이 복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 진단의 결정적 수단
- 그렇다면 뱃속 어느 부분이 어떤 식으로 아픈지 그 호소방법에 따라 의사의 진단도 달라지겠군요.
  그렇습니다. 뱃속의 내장이란 것은 몸 속 깊숙이 보호되고 있는 장기이므로 이것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 본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복통이 어떤 것인가를 진단하는 데에는, 많은 경우, 환자와 의사 사이의 정보교환밖에 달리 의존할 데가 없습니다. 우리 의사들은 환자들의 호소를 될 수 있는대로 많이 수집하고 체계를 세워서 분석한 다음 정확한 진단을 내리려고 애씁니다. 환자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입수해서 분석하면 흔히 있는 복통 가운데 약 80%는 짐작이 간다고 합니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의사들도 공부를 해야겠지요. 나머지 20%는 단순한 정보분석만으로는 알 수 없는 복통입니다. 그러면 질병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되겠지요. 우선 통증의 위치가 문제입니다. 통증이 일어났을 때 어디가 아프다고 느꼈는지, 지금 진찰받고 있는 부위가 아픈지, 아니면 아픈 부위가 바뀌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통증은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그 다음은 통증이 어느 정도 계속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여러 시간, 며칠간 계속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몇 주일, 몇 달, 몇 해 계속되는 경우도 있지요. 또한 통증이 일어나는 시간적 간격도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있고 전혀 무질서하게 갑자기 일어나서 며칠간 계속되고 나서는 1년이나 2년쯤은 나타나지 않다가 돌연히 똑같은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 등 가지가지입니다. 병의 성질에 따라 통증이 일어나는 시간적 특성이 다르므로 이것이 병을 짐작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통증이 일어나는 양식인데, 급격히 일어나는 것과 어느 틈엔가 모르게 일어나서 계속되고 있는 경우가 있지요. 또한 똑같이 급격하게 일어났지만 일어나는 도중에 가장 격심한 통증이 있었던 경우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나서 10분이나 30분 정도가 지나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통증이 온 경우와는 다르지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통증이 갑자기 일어났으면서도 극심한 경우는 혈관이 갑작스레 막혀 버린 때도 있으나 그중 대부분은 복막의 자극증상, 이른바 체성통입니다. 이것은 이미 내과적 치료단계를 벗어나 긴급수술이라는 외과적 처치가 필요한 단계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리고 통증이 일어나는 양식과도 관련이 있지만, 통증의 유형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이것도 질병에 따라 특징이 있습니다. 발작적으로 전혀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통증도 있고 또 일어나기만 하면 지속적으로 아픈 것과, 진통처럼 리드미컬하게 규칙적으로 일어났다 없어졌다 하는 통증이 있는데, 전자를 지속통이라 하고 후자를 율동성 통증, 의학적으로는 산통이라고 부릅니다. 지속통은 간장이나 췌장과 같은 실질장기의 질환이고, 산통은 위나 장등 내강장기의 통증입니다.
  다음으로 하루 가운데 식사와 시간적으로 관계가 깊은 통증이 있습니다. 예컨대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아침밥을 먹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온다, 약을 먹든지 무엇을 좀 먹으면 통증이 멎는다, 점심을 먹고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파 온다, 우유 같은 것을 먹든지 식사를 하면 또 멎는다, 이렇게 식사와 시간적으로 관계가 있는 통증은 소화성궤양으로 인한 통증입니다.
  그리고 어떤 통증이냐도 중요합니다. 찌르는 듯이 아프다,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다, 쿡쿡 쑤시듯 아프다, 왠지 모르게 배가 부풀어서 괴롭다, 전기가 통하듯이 아프다는 등 질병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그 밖에 통증의 강도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에는 꽤 큰 차이가있습니다. 저는 환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의 강도를 10으로 보았을 때 지금 느끼고 있는 통증이 10입니까, 아니면 1 정도의 강도입니까 하고 묻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돌연히 엄습해 오는 격심한 복통
- 자기가 느끼고 있는 통증이 걱정할 만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환자 스스로 분간 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우리 의사들로서도 어려운 일이므로 일반인들에게 판단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이겠지요.
  다만 처음에 말한 대로 배가 아프다고 진찰을 받는 사람 가운데 3분의 2는 병이 아니라 기능적인 것이 원인인 것으로 판명됩니다. 이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이런 통증의 특징은 오랜 세월에 걸쳐 똑같은 느낌의 통증이 있고 그것이 언제나 변함이 없는 것이지요. 통증이 가볍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심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통증은 별로 문제가 안됩니다.
  통증이 느껴지니까 환자는 자신이 만성맹장염(충수염)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고 의사에게 진찰을 받습니다. 통증을 실제로 느끼고 있으니까 의사는 맹장을 잘라내지요. 그런데 통증이 멎는 것은 잠시일 뿐 다시 아파집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담석이 아닌가 하고 담낭을 잘라냅니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가 없지요. 그럼 위궤양일지도 모르겠다면서 이번에는 위를 잘라 봅니다. 이런 경우가 옛날에는 흔히 있었지요. 요즈음은 검사를 통해 확인하지 않고 그렇게 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파서 견딜 수 없으니 제발 좀 잘라 주시오 하고 말하는 이른바 수술다경험증환자가 우리 의사들에게는 가장 골치 아픈 사람들이지요.
  이와는 반대로 본래 건강한 사람, 위장병 따위는 생각해 보지도 않던 사람이 40세를 넘어서, 이른바 암연령이 되어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통증을 며칠간 계속 느낀다면 이 경우는 꽤 중대한 위험신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심한 통증은 아니더라도 약간 이상한 느낌이 있으면 되도록 빨리 의사의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갑자기 일어나서 긴급을 요하는 통증에는 어떤 것이 있읍니까?
  여러 가지 질환이 있습니다만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지요.
  통증이 돌발적으로 일어나 곧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이경우 통증이 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위궤양, 십이장궤양이 터진 경우, 즉 천공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폐색이 있습니다.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병입니다만 대장의 게실(소화기의 벽면 일부에 오목꼴로 팬 곳)이라 하여 대장 안에 포케트가 생기는 질환이 있는데 이것이 터진 경우도 긴급을 요합니다.
  가장 많은 궤양의 경우 일반적인 증상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통증에 리듬이 있다는 점입니다. 공복시에는 아프지 않다가 무엇을 먹으면, 위궤양의 경우는 1시간쯤 지나서, 십이지장궤양의 경우는 3시간쯤 있다가 통증이 옵니다. 그리고 무엇을 먹거나 약을 복용하면 통증이 멎습니다. 이러한 타입의 통증은 궤양의 전형이므로 신경이 쓰이면 곧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밖에 여성이면서 임신이 가능한 연령층이라면 자궁외임신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해보아야 합니다. 나팔관이 파열되면 갑자기 출혈이 심해지고 이와 동시에 몹시 극렬한 통증이 엄습해 옵니다.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는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합니다. 그밖에 대동맥류가 터진 경우, 요관결석, 담관결석 등이 있습니다.
  담석증은 대단히 흔한 질환입니다. 심한 통증이 일어나면 비교적 진단이 용이하지만 아프지 않으면서 왠지 모르게 늘 소화가 안되는 것 같고 기름진 것을 먹으면 더욱 증세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더욱 악화되기 전에 꼭 검사를 받아 보아야 합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담석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췌장염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담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대주가, 오랜세월에 걸쳐 술을 마셔온 사람이 급성췌장염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런 사람 가운데서 왼쪽 복부에 심한 통증이 일어나 등이 땅기는 듯한 증세가 며칠 계속되는 경우는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 평소에 경험한 적이 없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거든 더 심한 통증이 일어나기전에 의사를 찾아가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군요.
  그렇겠지요. 너무 신경과민이 되어서도 안되겠지만, 통증이란 것은 역시 중요한 위험신호이므로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의사가 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 그것을 믿는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걱정할 필요 없는 복통도 많기 때문이지요. 다만 기능적 통증이라 하더라도 복강의 내압항진이라든지 위장의 운동기능 이상이 원인이므로 그것을 가라앉게 하는 치료나 지도는 받는 편이 좋겠지요.
@ff
      46. 격렬한 복통
    대관 준명
    축파대학 의학전문학군 임상의학계교수
    통증의 종류에 따라 진찰순서가 정해진다.
- 환자가 배가 아프다고 호소해 오는 경우, 의사는 어떤 순서로 아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질병을 알아내게 되나요? 한마디로 배라고 하지만 그중에는 위, 장, 간장 등 여러 가지 장기가 있지 않습니까?
  배가 아프다는 것은 가장 많이 호소해 오는 증세의 하나이지요. 그러나 한결 같이 배가 아프다 해도 통증의 성질이나 정도 및 아픈 부위는 질병이나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입니다. 쿡쿡 쑤시듯이 심하게 아픈 경우라든지 심하지는 않으나 쿡쿡 찌르듯이 아픈 경우 등 통증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도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게다가 방금 말씀하셨듯이 배 속에는 위, 장, 췌장, 담낭, 자궁, 난소, 신장, 방광 등 많은 장기가 있습니다. 이들 장기가 병에 걸리면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간장처럼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장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배가 아프다는 사실만으로는 무슨 질환인지 좀처럼 진단해 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통증인지 자세히 들어본 다음 진찰을 해보고 몇 가지 의심이 가는 질병을 상정한 다음, 어떤 검사를 하면 좋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 그런데, 아픈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의사에게 적절히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통증, 애매한 통증 등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요. 남에게 좀처럼 설명할 수 없는 통증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복통에 관하여 대충 애기해 보기로 합시다.
  복통에는 저절로 일어나는 자발통과 바깥에서 배를 누르면 일어나는 압통이 있습니다. 자발통은 배 전체가 아픈 경우와 일정 부분만이 아픈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갑자기 배 전체가 심하게 아파 오는 질병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위장에 구멍이 뚫리는, 예컨대 위궤양의 천공때 일어나는 복막염입니다. 이런 때는 식은 땀이 쏟아지며 쇼크상태에 빠집니다. 또한 장폐색이나 자궁외임신의 파열 등이 있는 경우에도 복막염과 마찬가지로 배 전체가 심한 통증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 경우 곧 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이런 경우 우리 의사들은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 급성위염, 위암, 담석, 췌장염, 맹장염, 신장결석 등이 아닌가 하고 일단 의시해 봅니다. 그리고 한걸음 나아가 각 질병의 특징과 환자의 호소를 대조해 가며 살펴봅니다. 식사 뒤나 공복일 때 통증이 오는 등 식사와의 관계가 깊은 것은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 위염이라고 추정합니다. 위암일 때는 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급성췌장염인 경우에는 배꼽과 좌상복부 사이에 심한 통증이 일어납니다. 오른쪽 늑골 밑부분에 심한 통증이 오는 대표적 질병은 담석증입니다. 예전부터 가장 지독한 통증이라고 일컬어 온 이 통증을 의학적으로는 산통이라고 하는데, 내장의 경련에 의하여 격통이 파도처럼 되풀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통증이 배꼽부근, 혹은 그 오른쪽 늑골 밑, 즉 오른쪽 상복부로 나와 오른쪽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담석발작의 전형입니다. 상복부의 심한 통증을 통속적으로 위경련이라고 하는데, 그 원인이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말은 의학적으로는 정확한 말이 아닙니다.
  그 밖에 요관결석, 맹장염, 변비, 부인과질환 등 복통의 원인은 가지가지이므로 배가 쿡쿡 쑤신다는 것만으로 어느 장기의 질환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면밀히 진찰하고 어디에 압통이 있는가 하는 점 등을 참고로 검사하여 진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 표 1: 상복부 통증을 일으키는 주요 질병
  (구분  위  통증의 강도  확산성  발열)
  위, 십이지장궤양  배꼽  여러가지 이따금 산통  없음  없음
  위염  배꼽  여러가지  없음  없음
  위암  배꼽  둔한 통증  없음  없음 때때로 있음
  담석, 담낭염  우상복부  배꼽  여러가지 산통  오른쪽 등  없음 간혹 있음
  급성췌장염  배꼽 좌상복부  격통  왼쪽 등  있음
  만성췌장염  배꼽 좌상복부  여러가지   등  없음 간혹 있음
  췌장암  배꼽 좌상복부  여러가지  없음  없음
  요로결석  배꼽 옆구리, 아랫배  산통  하복부  없음 때때로 있음
    담석의 정체
- 담석의 경우에는 갑자기 심한 통증이 일어나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담석증의 발작은 종종 밤중에 일어납니다. 몹시 심한 산통으로 견디다 못해 구급차를 부르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 밤중이라는 말은 이보다 앞서 저녁 때 먹은 음식이 원인이라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담석통은 저녁 때 지방질이 많은 음식, 예컨대 튀김이라든지 뱀장어, 마요네즈 등을 많이 먹은 다음이나, 혹은 심리적 고통 및 과로가 계속된 다음에 일어나는 경우가 잦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유인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 미리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까?
  어쩐지 오른쪽 상복부에 불쾌감이 있는 듯한 조짐이 있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통증은 어느 정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습니까?
  이것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수십분 정도에서부터 몇 시간이나 계속되는 경우 등 여러 가지입니다. 그러나 담석통의 특징은 복통이 일어났다가는 씻은 듯이 가라앉는다는 점입니다.
- 그런데 담석이란 어떤 것을 말합니까?
  담석을 이해하려면 우선 담즙부터 이야기해야겠지요. 먼저 간장에서는 하루에 약 1?의 담즙이 만들어져 개울물이 강으로 모이듯이 모여서 십이지장으로 흘러갑니다. 이 답즙이 흐르는 관을 담관이라 하는데, 이 담관의 중간에 담낭이라는 자루가 있어 이곳에 담즙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들이 식사를 마치면, 담즙은 그 속의 지방을 소화하기 위해 담낭으로부터 십이지장으로 흘러나갑니다. 담즙은 지방의 소화액인 셈이지요. 바꾸어 말하자면 지방이 담낭을 단단히 수축시켜 담즙을 짜내는 작용을 하지요. 그리고 이것이 담석증 발작과 동시에 일어나는 통증의 원인이 됩니다. 담석이 담낭 속에 있을 때 담낭이 강하게 수축하면, 담석은 담즙과 함께 밀려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담낭은 출구가 좁기 때문에 담석이 걸려 버려서 그곳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담석통의 정체입니다. 그런데 담석이란 담즙의 찌꺼기 비슷한 것입니다. 담즙이 흐르는 경로, 즉 담도의 어딘가에서 담즙 속의 성분이 굳어져서 돌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 그림 1: 담도계
- 담즙의 성분이 굳어져 버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담즙이란 성분이 복잡한 액체입니다. 콜레스테롤이라든지, 레시틴, 담즙산, 빌리루빈 등의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콜로이드 용액입니다. 그것이 여러 가지 이유로 성질이 바뀌고 콜레스테롤이나 빌리루빈이 분리되어 굳어져 돌이 된 것입니다.
- 담즙의 성질이 변하는 원인은 무엇입니까?
  최근에 와서야 어느 정도 실상이 파악되었습니다. 유전이나 인종차 등으로 인하여 태어날 때부터 담석을 만들기 쉬운 사람도 있으나 음식이나 성호르몬이 담즙의 성질을 바꾸는 데 크게 영향을 줍니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나 비만증인 사람, 그리고 여성, 특히 아기를 많이 낳은 여성에게 담석이 많은 이유도 이 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담석은 어디서 생깁니까?
  담즙이 형성되는 최상류 부분인 간장 속에서도 생깁니다. 간내담석이라 하여 동양 사람에게 이 담석이 많습니다. 그리고 하류의 담낭 속에 생기는 것이 담낭담석인데, 이것이 가장 많은 타입입니다. 또한 총담관이라는 최하류의 담낭 속에서 생긴 담석은 총담관담석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노인에게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담즙이 흐르는 경로이면 어디서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 사진 1: 여러 종류의 담석
  * 사진 2: 콜레스테롤계의 돌
  * 사진 3: 빌리루빈계의 돌
- 담석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습니까?
  담즙 속에는 매우 복잡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담석의 성분 역시 복잡하며, 빛깔이나 가짓수, 크기나 생김새도 하나하나가 다르지요. 그러나 대충 분류하면 담석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주로 콜레스테롤이 분리되어 굳어진 흰색돌과 빌리루빈이 굳어진 갈색돌입니다. 빌리루빈이란 것은 담즙이나 대변색의 바탕인 황금빛 물질입니다. 핏속에 빌리루빈이 많아지면 황달이란 증상이 나타납니다. 제 2차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에서는 빌리루빈석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오늘날에는 구미인들과 마찬가지로 콜레스테롤석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원인은 역시 음식물이나 생활양식이 서구화한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증상에서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까지
- 일본 사람들 가운데 담석이 많다고 듣고 있는데요?
  최근의 통계로는 일본인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담석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구미지역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유럽의 어느 지방에서는 4인중 1인이란 수치도 나와 있습니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 가운데에는 10 중 8인이 담석을 보유하고 있는 특수한 실례도 있습니다.
- 어쨌든 담석이 생기면 틀림없이 통증이 일어난다고 보아도 좋습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담석의 경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담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검사를 하지 않으면 일생 동안 모르고 지내는 무증상담석인데 이것도 꽤 많은 편입니다. 이런 담석에는 침묵의 돌(사일런트 스톤)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데 평생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둘째는, 종종 혹은 항상 복통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세째는 황달을 일으키거나 혹은 담관이나 담낭에 세균이 감염되어 발열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담낭이 찢어져 버려 담즙성 복막염을 일으켜 긴급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전혀 증상이 없는 것에서부터 중대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까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사진 4: 정상
  * 사진 5: 담낭담석
  이와 같은 증상의 차는 앞에서 말한 돌의종류에 따라 생기는 것입니다. 콜레스테롤석은 담낭 속에 있는 경우가 많고 아무 증상이 없는 것에서부터 복통발작을 되풀이하여 일으키는 것까지 갖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빌리루빈석은 총담관 등에 많이 나타나서 세균에 감염되기 쉬운 것이 특징입니다. 황달이나 발열을 동반하기 쉽고 긴급처치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잦으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 떼굴떼굴 구를 듯한 통증이 나타났다가 씻은 듯이 가라앉는다고 하는데 가라앉았을 때는 그냥 내버려 두어도 좋은 것입니까?
  내버려 두면 안됩니다. 검사를 해보고 어디에 어떤 종류의 돌이 몇 개 정도 있는지를 조사하여 자신만이라도 그것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두면 다음에 발작을 일으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신장결석이든 십이지장궤양이든 다같이 심한 통증이 옵니다. 이런 것을 구별해 두는 것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 담석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검사합니까?
  담석이 있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먼저 뢴트겐검사를 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이것은 간단한 검사법인데 보통 사람이면 담낭은 계란형이고 크기도 그 정도인 것이 필름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담석이 있으면 그 속에 자국이 비치기 때문에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 큰 돌이든 작은 돌이든 똑같이 알 수 있읍니까?
  모래와 같은 담석은 좀처럼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뢴트겐검사가 만능이 아니므로 여러 가지 개량된 검사법이 나왔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초음파를 사용,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게 담석을 찾아내는 방법이 개발되어 아무리 작은 담석이라도 거의 100%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초음파로 조사하면 어떤 식으로 보이게 됩니까?
  사진 5는 초음파검사로 촬영한 사진인데, 몸안을 향하여 초음파를 발사하면 담낭의 형상이 찍힙니다. 만약 이 속에 담석이 있으면 돌에 초음파가 반사되어 특유의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앞 페이지의 사진 4는 정상적인 담낭을 찍은 것인데 이와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또한 위카메라를 사용하여 담관의 최하류 즉 십이지장으로 흐르는 부분에서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것을 내시경적 역행성담췌조영법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얻어진 정보는 치료나 수술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됩니다.
- 담석을 치료하는 데는 어떤 방법이 있읍니까?
  담석은 담낭을 제거해 버리면 대개의 경우 좋아지는데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방침을 세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석의 종류와 증상, 그리고 그때까지의 경과입니다. 고령자는 담낭염이나 황달이 일어나기 쉽다든지, 당뇨병이 있는 경우 담석은 증세가 갑자기 악화되기 쉽다든지 등 갖가지 조건을 따져서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합니다. 무증상담석처럼 일상생활을 하며 경과를 관찰하기만 하면 되는 것도 있고 담관염처럼 긴급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미 여러 차례 복통 발작을 일으킨 사람, 혹은 뢴트겐을 이용한 담낭검사에서 담낭이 찍히지 않을 정도가 되어 버린 사람 등은 수술로써 들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에는 담낭제거수술이 안전하게 이뤄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담낭을 들어내 버려도 해로울 것은 없습니다. 최근에는 담낭에 있는 콜레스테롤 담석의 일부 등은 내복약으로 녹여 버릴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각각의 경우를 전문의가 판단하여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합니다.
@ff
      47 토혈
    화전 달웅
    동경대학 의학부 교수
    토혈의 원인
- 입에서 피를 토한다 하면 듣기만 해도 놀라 자빠질 것 같은데, 대단한 일이 몸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입 안에서 피가 나오는 것이므로 토혈을 한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놀라서 일종의 공포분위기에 빠져 들게 되겠지요. 의학적으로 토한다는 행위에 피가 섞이면 아무리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토혈입니다. 그런데 출혈이 소량이면 생명과 바로 연관되는 것도 아니고 원인만 밝혀내면 되는 것이므로 그렇게 당황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토혈량이 많아지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그런 경우에 주의할 점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지요.
- 토혈이 있는 경우 그 혈액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여러 곳에서 나오지요. 그러나 십이지장 아랫부분에서 입쪽으로 출혈하는 일은 없습니다. 여러 부분에서의 출혈이 토혈의 원인이 되는데 신체의 윗부분부터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합시다.
  우선 코피부터 시작하죠. 예컨대 코딱지를 후비다 코 속에 상처가 생겨서 출혈하면 이것이 입안으로 흘러들어 입에서 혈액을 토하는 셈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들어마신 코피가 일단 위 속에 모였다가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잇몸이나 혀, 목구멍, 식도, 위, 십이지장, 혹은 간장에서 출혈이 있는 수도 있습니다. 기관지 혹은 폐 쪽에서 나오는 혈액이 기침과 함께 나오는 경우는 토혈이라 하지 않고 객혈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 양자의 구별은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토혈인 경우에는 초콜렛과 같이 거무스레한 피, 객혈인 경우에는 붉은 피가 나온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옛부터 그렇게 알려져 왔지요. 객혈이란 것은 폐나 기관지에서 나온 혈액이 기침과 함께 나오는 것인데, 혈액이란 그 사이에 공기와 접촉하므로 산소의 영향을 받아 빨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토혈의 경우는 대부분이 위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혈액이 위액과 섞여 검게 변색하고 그것이 식도를 통해 입으로 나오는 것이므로 검은 것이 많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예컨대 식도의 출혈이면 위액과 접하지 않기때문에 비교적 산뜻한 빛깔의 혈액이 나오게 됩니다.
- 토혈을 일으키는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읍니까?
  무수히 많은 질환을 들 수 있겠으나 약 60%가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입니다.
즉 궤양 부분에서 출혈이 일어나서 그것이 토출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 15%가 위암에 의한 출혈입니다. 이것은 암이 터져서 위 속으로 피가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또한 10% 정도는 위점막이 진물러서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이를테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위점막이 진무르면 토해낸 것 속에 피가 섞여 있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나머지 15%는 여러가지 질환으로 인한 것입니다. 간장이 굳어져 버린 질환의 합병증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식도정맥류의 파열도 그중 하나이지요. 뱃속의 정맥을 흐르는 피는 간장을 통하여 심장으로 돌아가는데, 간장이 굳어지면 혈액이 통과하기 어려워서 식도의 벽 속에 있는 정맥을 통하여 심장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쪽 정맥이 점차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파열해 버리며 따라서 대량의 출혈이 일어나고 그것을 토해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술을 지나치게 마신 후 토하고 싶어도 그것을 참아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식도와 위 속의 압력이 높아져서, 그 때문에 식도나 위가 파열돼 거기서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최근 들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 밖에 담도출혈이 있지요. 이것은 좀 드문 증상인데 간장 속에서 출혈을 일으켜 십이지장으로 피가 흘러나와 이것을 토하는 경우입니다.
    토혈의 응급조치와 의사에의 보고
- 피를 토했을 때의 응급조치로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머리를 낮추고 발쪽을 높여서 누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베개를 빼고 대략 15도 정도의 경사를 만들어 하반신을 높게 하는 것입니다. 출혈을 일으키면 몸속의 혈액량이 부족하게 되고 심장이 헛돌게 됩니다. 그러므로 하반신의 혈액이 중력에 의하여 가능한 한 심장 쪽으로 돌아가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대량 출혈이 있는 경우의 이른바 출혈쇼크나 혈압강하를 다소나마 막을 수 있는 방법이므로 매우 중요한 응급조치라고 생각됩니다.
  머리를 낮추면 출혈이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할지도 모르겠으나 머리를 낮게 함으로써 위 속에 괴어 있던 혈액이 입으로 나가기가 쉬워집니다.
  또한 토해 낸 혈액에 목이 막혀 질식하는 것도 막습니다. 출혈과 입으로 피를 뱉어내기 쉽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해온 것처럼 얼음주머니를 대고 위 주위를 차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것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피가 멎기 쉬워지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또한 얼음주머니를 대줌으로써 환자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지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를 토했다는 것은 식도라든지 위라든지 소화기관 속에 어딘가 상처가 있다는 뜻이므로 음식을 먹으면 그 상처를 다시 자극하여 또 출혈을 일으키게 하므로 음식을 당분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일찍 의사에게 연락하여 적당한 처치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 물 같은 것은 마셔도 종겠지요?
  소량의 물 정도라면 상관없습니다. 예컨대 얼음조각을 입에 물려주는 정도라면 지장이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혈액을 기관지 쪽으로 빨아들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좀 전에도 말했습니다만 토혈량이 많고, 더우기 환자의 용태가 몹시 나빠졌다든지 몹시 나이가 많은 사람인 경우 토한 것을 기관지 쪽으로 빨아들여서 그 때문에 질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가정에서 어떻게 처치하느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만 어깨를 두드리거나 등을 어루만져 주거나 해서 기침이 나오기 쉽게 해주는 것입니다. 즉 기침과 함께 기관지를 막고 있던 혈액을 토해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동시에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해 두는 것도 의사가 진단할 때 참고가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피를 토했을 때의 상황 혹은 그전의 상황을 자세하게 얘기해 주면 좋습니다. 예컨대 토한 피의 성질과 상태를 알려 주어야지요.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든지, 검은 색을 띠고 있었다든지, 혹은 점액이 섞여 있었다든지, 혹은 담즙과 같은 녹색의 것이 섞여 있었다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이것은 실제로 토한 것을 가지고 와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그리고 토혈량도 확실히 말씀해 주면 좋겠습니다. 세면기로 하나라든지, 반 정도라든지, 공기로 하나 정도라든지, 혹은 몇 번 토했다는 식의 얘기를 해줘야 합니다. 또한 먹은 것과의 관계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 전날 또는 2, 3일 전에 무슨 특별한 것을 먹었다든지, 혹은 술을 많이 마셨다든지 하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 토혈의 대부분은 소화기관 속에서 출혈한 피를 토하는 것인데, 이와 동시에 그 혈액은 장을 통하여 항문 쪽으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이른바 혈변 또는 하혈이라는 증세가 나타납니다. 이 경우 새까만 변이 나오는 수가 많은데, 그런 변의 배설 여부에 따라 몸 속에서 어느 정도 출혈량이 있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도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은 병력이지요. 이전에 위궤양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 암과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확실히 말해 주면 의사가 토혈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 큰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토혈을 계기로 꼭 정밀검사를
- 병원에서는 어떤 처치를 받게 되나요?
  우선 지혈부터 합니다. 이때는 약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위 속에 호스를 넣어서 출혈부위를 차게 하거나 직접 압박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사용하여 전기메스나 레이저광선으로 피를 멎게 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내과적인 수단으로는 도저히 피가 멎지 않는 경우나 암인 경우는 결국 수술을 하게 됩니다. 이와 동시에 출혈한 분량에 따라 적당한 양의 혈액을 수혈합니다. 수혈을 해도 제대로 안 멎는 대량출혈인 경우에는 긴급 수술을 하게 되는데, 보통의 경우는 출혈에 대한 처치가 일단락된 다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원인을 검사합니다. 뢴트겐진단, 혹은 위카메라라든지 내시경 등 정밀검사 수단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피를 토할 당시에는 야단법석을 떨었으나 출혈도 멎고 통증도 가라앉으면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경우가 뜻밖에도 많은 것 같은데요.
  소량의 출혈이면 가족들에게 알려서 걱정을 끼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아니면 환자 스스로도 그 원인을 밝혀내기가 어쩐지 두려워서 그대로 비밀에 붙여두는 경우가 흔히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손을 쓰는 것이 늦어져 버리고 마는 경우가 있습니다.
- 아직도 자기 몸의 병을 아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 많습니까?
  그렇게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평소에 건강한 사람에 한하여, 소량의 출혈이므로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자기 혼자서 처리해 버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토혈의 원인에는 암과 같은 질환도 있으므로 토혈은 질병의 경계경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애써 찾아낸 적신호를 헛되이 해서는 안됩니다. 몸의 상태를 올바르게 파악하여 문제가 있는 부분을 치료하는 계기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ff
      48 설사
    황전 ??
    국립대장병원 원장
    변의 상태를 관찰한다
- 설사는 많든 적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간단히 말해서 어떤 것이라고 보면 좋을까요?
  설사를 한마디로 말하면 수분이 몹시 많은 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흙탕물 같은 것에서부터 완전히 물 같은 것까지 각양각색입니다.
- 설사라는 상태는 어째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설사는 평범한 증상의 하나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일어나는 메카니즘은 파악하기 어려워서 자세한 것은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적으로는 크게 나누어 다음과 같은 상태가 얽혀서 설사가 된다고 우리들은 믿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장관에서의 수분 흡수가 장해를 받는 경우이고, 다음은 그 반대로 장점막에서 장액의 분비가 많아지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변에 수분이 매우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에 덧붙여 장의 운동이 활발해져서 장의 내용물이 굳어질 틈도 없이 일찌김치 밀려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결과 대량의 수분과 함께 몸 속의 전해질도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이다.
- 전해질이란 어떤 것입니까?
  우리들의 몸 속에는 나트륨이라든지, 칼륨 등 생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물질이있는데, 이것을 전해질이라고 합니다. 이 전해질과 수분이 없어지게 되면 우리들의 몸은 녹초가 되어 몹시 위험한 상태에 빠지는 수도 있습니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의 경우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 설사가 났을 때 그것이 염려해야 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는 기준이 있읍니까?
  있지요. 그것은 설사가 났을 때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요. 우서 자기가 무엇을 먹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찬 것을 너무 많이 먹거나 마시지 않았는지, 오래 된 기름을 사용한 튀김류를 먹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짐작이 가는 데가 없고, 설사증상만 나타났으나 반나절쯤 가만히 있었더니 진정되는 듯하면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설사에 수반되는 어떤 증상이 있는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열이 난다든지 배가 심하게 아프다든지, 구토나 구역질이 나는가 등에 유의해야지요. 드물긴 합니다만 발진이 생기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수반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설사로 나온 변을 자기 눈으로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 속에 혈액이나 점액이 섞여 있지 않은가를 잘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것들은 의사가 진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정보로 이용됩니다.
- 특히 짐작할 만한 원인도 없는데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요?
  그것을 설사증이라고 하지요. 그런 타입의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개중에는 신경성인 것도 꽤 많지요. 실제로는 나쁜 것을 먹지 않았는데 신경작용에 의하여 장의 운동이 활발해져 변이 굳어지기도 전에 나와 버립니다. 즉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신경성의 것을 포함하여 설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설사가 어떤 원인으로 일어나는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임상적으로 우리 의사들은 설사를 비감염성 설사와 감염성 설사, 그리고 그 밖의 설사 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비감염성 설사로는 우선 단순성 설사를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쁜 것(섞어 먹는 것이 나쁜 것, 몸에 맞지 않는 것)을 먹거나, 찬 것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맥주를 지나치게 마시거나 한 것이 원인이 됩니다. 물놀이가 지나쳤다든지, 찬데서 잤다든지, 혹은 피로해서 몸이 약해졌다든지 했을 때도 일어납니다. 단순성 설사는 이처럼 단순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이 앞에서 말한 신경성 설사, 이것은 성격적인 요소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정신적 갈등이 있고, 무엇인지 마음을 조리게 하는 일이 있다든지, 시험을 치르기 전이라든지, 대인관계나 사업에 불쾌한 일이 있다든지 여러 가지 원인이 되어, 그것이 장의 운동을 높여서 설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스트레스 요인이 많은 도시인들 가운데 흔한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알레르기성 설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음식물과 체질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은 먹지말아야 합니다. 이상의설사는 동반증상이 적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원래 무슨 질환을 가진 사람이 그 증상의 하나로서 설사를 계속하는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췌장이나 간장, 담낭 등이 나쁠 때, 소화액의 움직임이 나쁘기 때문에 소화불량으로 설사를 하게 됩니다. 또 화학물질에 의한 설사도 있지요. 이것은 여간해서는 없는 일이지만, 유독한 화학물질을 먹어 버렸거나, 독성이 있는 어패류나 버섯류와 접촉했을 때에도 설사를 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독소가 몸 속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설사 이외에 심한 두통, 구역질, 마비, 발열, 복통 등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감염성 설사
- 감염성 설사란 어떤 것입니까?
  여러 가지 세균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 감염성 설사입니다. 이것은 갖가지 증상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집단적으로 발병하는 수도 있으므로 곧잘 신문기사 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살모넬라균이란 것도 이런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의 하나입니다. 이 세균은 고기나 유제품에 많이 기생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장염 비브리오. 아시는 바와 같이 콜레라균은 비브리오균인데, 장염 비브리오균은 그 형제쯤 되는 균으로 재미있는 균입니다. 염분이 없으면 자라지 못하지요. 따라서 해산물에 붙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열을 가하면 곧 죽어버리고 물로 잘 씻으면 떨어져 버립니다. 이것은 여름에 많고 심한 상복부 통증이나 열을 수반합니다. 그 다음은 병원성 대장균. 대장균이라고 하면 보통 뱃속에 한 종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실은 몇 십 종류나 됩니다. 설명이 좀 어렵긴 하지만 입으로 들어가면 장염을 일으키는 것도있다는 점을 알아 두십시오. 이 균은 어린이들에게도 많습니다.
  포도상구균도 설사의 원인이 되는 균입니다. 이것은 어디든지 있습니다. 번식을 할 때에는 독소를 만들어 내는데 그 독소에 접하면 중독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것이 붙어 있는 음식물을 끓여서 균을 죽일 수는 있으나 그래도 독소는 남아 있게 됩니다. 이 밖에 엔테로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감기 바이러스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봅니다. 이들 감염성 설사는 비감염성 설사와 비교해서 두통, 복통, 발열, 구토 등 수반되는 증상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 밖에 세균교대성 설사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귀에 익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항생물질을 복용하면 몸 안에 늘 있던 세균이 죽는 대신 그 항생물질에 대해 저항성이 매우 강한 포도상구균 등이 불어납니다. 이러한 포도상구균 때문에 일어나는 설사가 세균교대성 설사입니다. 이것은 구토 등 몹시 심한 상태에 이르지만 비교적 열은 높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항생물질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좀 귀한 병명이라고 생각되는데, 비특이성장염으로 인한 설사가 있습니다. 비특이성이란 것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말로서 난치병의 하나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궤양성대장염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질환의 하나인데, 제2차세계대전 이전에는 동양에서는 적었기 때문에 서양의 질환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전후에 동양에서 이 병이 왜 불어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음식이 서양의 패턴에 가까와진 것도 이유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은 대장의 점막에 원인불명의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궤양이나 염증이 있으므로 변속에 반드시 혈액이 섞여 나온다는 점이 주된 증상입니다. 다만 초기의 가벼운 증세라면 혈액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치질이 아닌가 하고 내버려 두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변에 혈액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러한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사제를 복용하기 전에
- 설사를 일으켰을 때 어떤 처치를 하느냐 하는 점이 문제인데, 부랴부랴 가정에 상비해 둔 지사제를 쓰거나 아니면 부근의 약국으로 달려가서 약을 사먹고 설사를 멎게 하는 일이 보통이지요. 이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사가 나면 어떻게든 멎게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저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설사를 했을 때는 먼저 식사내용을 냉정하게 돌이켜보거나 변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첫번째 할 일입니다. 우리 몸 쪽에서 본다면, 설사란 것은 나쁜 것을 먹었을 경우 그것을 빨리 배출해 버리려는 작용인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를 한다고 해서 속히 멈추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당황하지 말고 원인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래도 짐작이 가는 것이 없거나 수반증상이 강하지 않거든 조용히 쉬면서 증세를 관망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설사가 계속되어 몹시 위험한 상태란 어떤 경우를 가리킵니까?
  엄밀히 말하면 원인이 되는 질환에 따라 처치가 각각 다르지만 단순히 설사만을 두고 대충 이야기한다면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설사의 양이 많아지면 체내의 수분이나 염분의 양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입이나 피부가 건조해지고 전신의 힘이 빠져서 녹초가 됩니다. 의사 쪽에서 보면 그 분량만큼 정맥점적주사로 보충해 주면 그만이겠지만 가정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옛부터 환자식으로 알려져 있는 죽 등은 수분과 염분이 주종이지요. 처음에 물을 많이 마시면 장을 자극하여 설사를 악화시키므로 시간적 여유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젊은 사람인 경우 반나절이나 하루쯤 상태를 관찰해도 좋겠지만 노인이나 젖먹이, 어린이의 경우는 심장이 약하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저항력을 기른다
-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는 설사를 예방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예컨대 가정에서 식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주의를 하면 좋을까요?
  식중독에 의한 설사는 감염성 설사의 하나라고 생각되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각종 세균이 입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만 항상 부엌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지요.
  다음에는 음식물을 취급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예컨대 살모넬라균은 열에 약하므로 육류에 대해서는 충분히 열을 가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장염 비브리오균은 염분이 없으면 자라지 못하므로 해산물은 물로 씻으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병원성대장균이라든지 포도상구균과 같은 것은 어디든지 있으므로 이런 균이 번식했을 가능성이 있는 오래 된 식품이나 불결하게 취급된 식품을 들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꼭 말씀해 두고 싶은 것은 냉장고를 과신하지 말라는 점입니다. 어느 가정이든 냉장고가 있어서 음식물을 보존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것은 냉장고에 넣어두었으니까 안심이다"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냉장고의 온도가 섭씨 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균은 조금씩 불어나고있습니다. 더군다나 물건을 꺼내거나 집어넣거나 할 때마다 균은 불어나게 마련입니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이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에 대해 주의할 점입니다.
  그 밖에 일상생활에서 유의할 점으로는 몸의 컨디션을 조절한다는 의미에서도 여름에 냉방장치 사용방법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늘해서 기분이 좋다고 생각되어도 인공적인 냉방장치로 말미암아 다리와 허리가 차가와지고 찬데서 자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므로 설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덧붙여 두고 싶은 말은, 아주 평범한 얘기지만, 설사를 해도, 혹은 세균이 체내로 들어와도 이겨낼 수 있도록 평소에 몸에 저항력을 붙여 두라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도 만약 설사를 하게 됐을 때는 식사내용, 수반되는 증상, 변의 상태 등 세 가지를 냉정히 검토해 보고 손을 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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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 변비
    명미 양헌
    삼락병원 명예고문
    여러 가지 타입의 변비
- 한마디로 변비라고 하는데 그것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뜻하는 것입니까?
  대변의 회수와 양이 적은 것이 변비입니다. 따라서 매일 대변이 나와도 아주 조금밖에 나오지 않으면 이것도 변비입니다. 또한 변비인 경우는 대변이 딱딱해지는데 언제나 딱딱한 것은 아니고 부드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설사를 한다면 그것은 변비라고 할 수 없습니다.
- 그렇다면 흔히들 하루에 한번 변을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좋은가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매일 대변이 나오지 않으면 곤란하다, 오늘은 안 나왔으니 큰일이다 하는 식의 이야기를 줄곧 해왔습니다. 그래서 하룻동안 대변이 나오지 않았기 대문에 변비가 되고 말았다고 생각하기 쉽겠지요. 그러나 하루 걸러 한번, 사흘에 한번이라도 충분한 양이 배설되면 상관없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간격이 더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대변을 보고 싶다는 기분, 즉 변의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우리들은 위가 텅빈시간인 아침에 밥을 먹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것이 자극제가 되어 결장이 큰 운동(대연동)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위결장반사입니다. 그러면 장 속에 괴어 있던 내용물이 곧장 직장까지 이동합니다. 그렇게 되면 직장의 자극으로 대변을 보고 싶다는 감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자극이 뇌에 전해져 변의로 나타나면서 화장실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배변반사가 일어나고 항문이괄약근이 열리면서 대변이 나오는 것입니다.
- 지금 아침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침은 위가 비어 있으므로 위결장반사가 가장 일어나기 쉬운 시간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점심식사 후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녁을 먹은 뒤에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밤중에 변의가 일어난다는 것은 이상상태이며 무슨 질환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 그럼, 변비라는 것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 것입니까?
  변비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오래 계속되는 상습변비가 있는가 하면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가벼운 변비도 있습니다.
  이것은 일과성단순성변비라고 부르는 것인데 여행중일 때에도 곧잘 일어나지요. 물을 갈아먹었으니까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데 실제로는 먹는 양이 적어졌거나, 여행하느라고 바빴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변의를 억제한 것입니다. 또 화장실이 평소와는 다르거나, 혹은 불결하기 때문에 들어가면 변의가 사라져 버려서 배변을 할 수 없게 돼버린 것이지요. 이처럼 며칠 동안의 변비라면 치료대상이 못됩니다. 우유를 약간 많이 마시면 배변이 가능하게 됩니다.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오래 계속되는 상습변비이지요. 상습변비에는 단순성인 것과 경련성인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성상습변비입니다. 그중에는 결장성인 것과 직장성인 것이 있습니다.
  결장성변비란 것은 직장보다 위쪽의 결장에 대변이 모이기 쉽고 대연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직장성인 것은 변이 직장까지는 와 있으므로 평상시 같으면 변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데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변의를 억제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일어나기 쉬운 증세입니다. 이 결장성변비와 직장성변비는 겸해서 나타나기도 하며 결장성변비는 젊은 사람에게 비교적 많고, 직장성변비는 나이를 먹은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지요.
  경련성변비는 결장이 경련을 일으키는 바람에 내용물이 앞으로 나가지 않아서 일어나는 변비입니다. 그리고 경련이 좀 진정되면 설사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결장의 운동이 몹시 심해지고 대연동도 활발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결장이 과민한 상태에 있습니다 이것을 과민성결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 화장실에 가기는 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증상은 배가 아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성인 경우는 아프지는 않습니다만 배가 부풀어 오르는 수는 있습니다.
  그 밖에 중후성변비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무슨 질환이 있어서 그 때문에 일어나는 변비입니다. 이를테면 장이 유착되어 있다든지, 암과 같은 병이 생겼다든지, 혹은 전신성 질환이 있어서 일어나는 증상입니다.
- 최근에는 젊은 여성에게 변비가 많다고 하던데요.
  변비를 호소해 오는 환자들 가운데 20대 여성이 가장 많지요. 여자는 변의가 일어나도 곧바로 화장실로 가지 못할 때가 많고 또 아침에 집안일이 바빠서 변의를 억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나이가 든 사람 중에는 병원에 오는 사람이 드문데, 실제로는 하제를 쓰거나 해서 혼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특히 20대들은 변비 때문에 괴로우면 의사를 찾게 되지만 나이를 먹으면 변비에도 익숙해져서 스스로 처리하게 되는 것이지요.
    변의를 억제하지말고 식사에 주의한다
- 변비가 어떤 타입이냐에 따라 치료방법도 다른가요?
  다르기 마련입니다.
  경련성변비는 어느 정도 중후성변비와 비슷하므로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의사의 진찰과 함께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으나 단순성변비는 스스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단순성변비를 치료하려면 우선 아침밥을 충분히 먹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연동을 일으키기 쉽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침밥을 거르고 직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상습화되면 변의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되도록 일찍 일어나 밥을 먹도록 해야 합니다. 밥을 먹자마자 허둥지둥 집을 나섬으로써 전차나 버스에서 변의를 느껴도 참게 되기 때문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변의를 억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변소에 들어가면 변의가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변비증이 있는 사람 가운데에는 변의가 2, 3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럴 때는 왼쪽 아랫배를 문질러 바깥에서 기계적으로 자극을 줌으로써 변의를 일으키도록 합니다. 변의가 전혀 일어나지 않을 때에는 화장실로 가서 용을 써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그만 변의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오늘 아침에 변의를 참아 버리면 내일 아침이 있을 뿐 기회가 없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또 참아버리면 모레가 되고 결국 변비는 더 오래 계속됩니다. 물론 점심식사 후에도 대연동이 일어나는 사람은 있습니다만. 그러므로 어디서 변의가 일어나든 곧바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 음식물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역시 섬유질이 많은 음식물을 많이 먹어야겠지요. 섬유질이 많으면 결장의 내용물이 많아져 장을 자극함으로써 대변의 배출이 쉬워지는 것입니다. 육류나 계란 등 영양가가 높은 음식물이나 소화가 잘 되는 것만 먹으면 결장의 내용물이 적어지기 때문에 자극도 적어지고 맙니다. 특히 이가 나쁜 사람이나 노인네들은 부드러운 것만 먹기 쉬운데, 이래서는 아무래도 변비가 되고 맙니다. 내용물이 충분치 않으니까요.
  다만 경련성인 경우는 이와는 반대로 섬유질이 많은 것을 먹으면 자극이 강해지므로 배가 아파옵니다. 증후성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 우유를 마시면 변비가 없어진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아침에 우유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장내에는 우유 속의 유당을 분해하는  작용을 하는 효소가 있는데, 이것이 적은 사람은 설사를 하기 쉽지요. 우유는 특히 우유를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변비에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시는 양은 어느 정도가 좋으냐 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가 있으므로 조금만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사람도 있고 한 홉이나 두 홉쯤 마셔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밖에 식염수도 위에 자극을 주는데는 좋습니다만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는 해롭습니다.
- 전에는 우유를 마셔서 배변이 잘 되었지만 설사를 심하게 해서 이제 우유라면 지긋지긋하다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효과가 있다는 뜻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가 나는 사람은 양을 줄이면 됩니다.
    하제를 상용하면 안된다
- 변비가 있으면 하제를 사용하는 수도 있는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하제가 매우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것이 습관성으로 굳어지면 문제가 됩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다시피 변비의 원인 가운데 하나의 변의의 감퇴인데 하제를 상용하다 보면 하제를 복용해도 직장을 제대로 자극하지 못해 변의가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하제가 없으면 대연동도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요컨대 장이 게으름뱅이가 되어서 무슨 자극이든 강한 자극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제의 복용을 중단할 수 없게 됩니다. 
  하제를 복용하는 사람, 특히 젊은 사람은 가급적 이것을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하제가 없으면 안될 경우에는 간격을 두고 복용하고 양도 차츰 줄이도록 하십시오. 조금이라도 좋으니 스스로 변의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 하제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평생 하제를 복용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고 맙니다.
  하제는 적당량을 복용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제를 복용하고 설사를 하는 것은 복용량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배변은 하루에 한두 번 하는것이 이상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알만 먹고도 설사를 하는 경우라면 이 약은 부적당한 것입니다. 한 알로는 효과가 없고  두 알을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경우도 안됩니다. 양을 조금씩 조절할 수 있는 하제가 적당합니다. 하제 때문에 설사가 계속되면 습관성이 될 뿐만 아니라 하제성대장증후군이라는 증세가 나타납니다. 하제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복용하고 아침밥을 충분히 먹음으로써 그 대연동을 이용, 정상적으로 변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하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연의 사이클로 배변이 되돌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 그림1 : 하제와 배변의 관계
- 노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나이가 지긋하면서도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까?
  그런 경우에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생깁니다. 노인은 몸과 정신의 양면에서 영향을 받으니까요. 예컨대 병이 들어 자리에 눕기라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영양이 부족할 뿐만아니라 식욕도 떨어지므로 별로 먹지도 못합니다. 먹지 못하면 변비가 생깁니다.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뇌에도 장애가 일어나기 때문에 변의가 일어나도 의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변비가 생겨 안달을 하거나 불안해하게 됩니다. 혹시 노인에게 치질이라도 있으며 변을 본다는 일 자체가 귀찮아지게 되지요. 이것도 악순환이 됩니다. 이와 같이 두 가지 악순환이 겹쳐서 일어나므로 이런 노인에게 하제를 그만 끊으십시오 하고 말하기란 무척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병환이 없어도 이가 나빠진 상태이므로 부드러운 것을 먹습니다. 따라서 변비가 되기 쉽지요. 이러한 모든 문제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률적으로 하제가 좋지 않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하제를 써서 설사를 일으키게 하면 안됩니다.
- 정말 그렇겠군요. 젊은 사람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하제를 중단하도록 노력해야겠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쭈어 보고 싶은데요. 증후성변비는 어떤 것입니까?
  증후성변비인 경우는 앞에서도 말씀드린 대로 경련성변비와 아주 흡사합니다. 배가 아픈 경우가 많고 변이 딱딱하면서 피가 비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하십시오. 검사도 해봐야 합니다.
@ff
      50 혈변
    소금택 자
    교성병원 항문병센터 외과 부장
    혈변의 종류
- 대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고 하면, 우리들은 우선 치질이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선생님을 찾아오는 환자들 가운데도 역시 그런 사람이 많겠지요?
  혈변이라는 것은 육안으로 보아서 대변에 피가 섞여 있다든지, 육안으로는 판별할 수 없지만 현미경으로 검사해 보았더니 출혈이 보였다든지, 어떤 테스트를 했더니 잠혈반응이 양성으로 나타난 경우를 말합니다. 이처럼 혈변이 걱정되어 병원을 찾아온 환자 가운데는 역시 치핵이라든지 항문열창과 같은 양성 환자인 경우가 대부분(80%)입니다. 그러나 그중에는 대장의 염증이나 암과 같이 방치해 둘 수 없는 질병도 있으므로 항문에서 피가 나왔다는 환자가 찾아오면 우리들은 몹시 긴장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혈변이라고 해도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눈으로 보아서 알 수 있는 경우과 잠혈반응을 보고 비로소 양성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육안으로 보아서 피가 섞여 있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경우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어떤 피가 어떤 상태로 변에 섞여 나오는가가 문제인데, 첫째는 신선혈, 즉 새빨간 피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배변 때 종이에 약간 묻는 정도,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것, 또는 쏟아지듯 나오는 것 등 여러 가지입니다.
  다음으로 새까마면서도 윤기가 나며 코를 찌를 듯이 독한 냄새가 나는 혈변이 있습니다. 그 빛깔이 콜타르와 비슷하기 때문에 타르변(흑색변)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콜타르와 똑같은 상태의 것에서부터 갈색에 가까운 것까지 여러 가지입니다.
  그리고 점액과 혈액이 함께 섞여 있는 변도 있습니다. 점액에 피가 섞여서 조금씩 번지고 있거나, 아니면 변에 점액이 붙어 있으면서 동시에 상당량의 출혈이 있는 경우입니다.
- 점액에 피가 섞여서 나오는 것입니까, 아니면 점액 위에 혈액이 묻어 있는 것입니까?
  여러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변에 혈액이 묻어 있거나, 혈액이 작은 덩어리가되어 점액 위에 떠 있거나 합니다. 혈액의 상태도 여러가지입니다. 혈액 그대로 묻어 있기도 하고 응어리가 져 있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이 보아도 알 수 있습니까?
  물론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 스스로가 걱정이 되어 의사를 찾게 되지요.
- 출혈은 언제 하는 것입니까? 변을 보고 난 뒤입니까, 그전입니까?
  변을 보기에 앞서 하기도 하고 나중에 하기도 하며 배변과 동시에 변의 주위에 붙어서 나오는 등 여러 가지입니다.
    검은 변이 나올 때
- 혈변의 종류에 따라 병이 있는 부위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네. 예외는 있습니다만 대개의 경우는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소장의 윗부분에 출혈이 있으면 변의 빛깔은 검어지게 됩니다. 실례로 식도나 위에 암이 있어서 출혈을 하면 혈액은 위 안에서 위액 속의 염산과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염산헤마틴을 생성함으로써 검은 색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소장까지 내려와 소장의 소화액 속에 있는 세균이나 효소와 잘 혼합되어 거기서 부패, 발효하므로 검게 빛나는 것은 물론 악취를 풍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좀전에 말씀드린 타르변입니다.
- 입에서 소장까지의 사이에 장해가 있으면 타르변이 되는거로군요.
  물론 그것은 대량의 출혈이 있는 경우의 일입니다. 조금씩 출혈을 할 때에는 흑색까지는 되지 않고 갈색 혹은 정상변에 가까운 빛깔을 띨 때도 있습니다.
- 타르변으로 미루어 추정할 수 있는 질병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식도정맥류, 위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식도에 정맥류가 생기면 그것이 파열되어 대량으로 출혈을 하고 위궤양이나 위암의 경우는 위의 점막이 진물러서 피가 나옵니다. 그런데 위궤양이든 위암이든 조금씩 출혈하는 경우와 대량으로 출혈하는 경우가 있으며, 대량으로 출혈할 때는 입에서도 피를 토하고 밑에서도 새까만 변(타르변)이 나옵니다.
    새빨간 피가 변에 섞일 때
- 소장의 아래쪽 부분에 출혈을 일으킬 만한 질병이 있을 때에는 변이 어떤 상태가 되는 것입니까?
  소장 다음은 대장인데, 대장 가운데 맹장, 상행결장, 하행결장, S상결장까지를 결장이라 하고 거기에 직장을 덧붙여서 대장이라고 합니다. 이 대장내의 어디에 질환이 있느냐에 따라 혈변의 상태가 달라집니다. 맹장에서 상향결장, 횡행결장 부근까지에 이상이 있으면 신선한 혈액이 섞인 듯 한 변이 나오고 하행결장 아래서 출혈이 있으면 적은 양이라도 신선한 혈액이 나오게 됩니다.
- 원칙적으로 말하여 소장까지의 부분에서 출혈을 일으키는 병변이 있는 경우에는 검은 혈변이 나오고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혈액에 붉은 기가 많아진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 그림 1: 소화기의 구조
- 대장의 경우는 어떤 질환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우선 대장암, 대장폴리프, 그리고 궤양성대장염 등을 들 수 있겠지요. 이런 경우에는 혈액이 섞인 대량의 설사를 하며 하루에 20차례 이상 화장실 출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의 상부 또는 S상결장 하부의 암인 경우 출혈의 형태도 다양합니다. 조금씩 나오는 수도 있고 대량으로 나오는 수도 있으며, 혹은 그 중간 정도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장에 생기는 폴리프에서도 출혈을 볼 수 있습니다. 대장폴리프란 대장의 점막이 사마귀처럼 튀어나온 것을 말합니다. 이중에는 자루가 있는 경우(유경성폴리프)와 자루가 없는 경우(무경성폴리프)가 있습니다. 폴리프는 혈관에 많이 있기 때문에 출혈을 일으키기 쉬운데, 항문에서 신선한 피가 나오는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폴리프를 방치해 두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그림 2: 치질의 종류
치루: 농이 나온다
열치: 변을 본 후 통증이 계속됨
수치질: 항문에 사마귀가 만져진다
출혈탈항: 종이에 묻는다, 뚝뚝 떨어진다, 흘러나온다
내치질(암치질)
- 폴리프가 있어서 출혈을 하는 경우 이를 치료하는 데에는 어떤 방법이 쓰이고 있습니까?
  폴리프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작아도 발견 즉시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때에는 내시경 같은 것을 이용, 항문으로 와이어를 넣어서 집어내든지, 전기응고방법을 씁니다. 많은 폴리프가 대장내에서만 발생한 경우에는 대장의 그 부분을 잘라내고, 비만성대장폴리포지스라는 병처럼 대장 전체에 수백 개나 되는 폴리프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장 전부를 잘라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직장 아래는 바로 항문이니까 직장에서 출혈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치질로 인한 출혈인 경우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직장과 항문의 경계를 지상선이라고 하는데, 그보다 깊숙한 직장 아랫부분에 생긴 치핵을 내치핵, 바깥쪽에 생긴 것을 외치핵이라 합니다. 내치혁을 내버려 두면 치핵이 점차 커져서 결국은 항문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밖으로 나온 직장점막은 외계의 공기와 접해서 그 자극으로 진무르게 되어 변을 볼 때 출혈이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치질이 있는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딱딱한 변을 볼 경우 심한 출혈을 동반하게 됩니다. 그러나 외치핵에서는 출혈하는 경우가 드물며 있어도 정도가 가볍습니다.
    갖가지 출혈의 형태
- 혈변이 나오는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질환이 있으면 반드시 출혈을 한다는 뜻입니까?
  질환의 종류에 따라 출혈하는 것도 있고 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 병원의 경우 항문에서 출혈하는 질환으로 내치핵(암치질), 치열, 궤양성대장염, 직장암, s상결장암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 내치핵, 치열, 궤양성대장염, 직장암, S상결장암 등의 경우 눈으로 보아서 알 수 있을 정도로 출혈이 많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초진 때 항문경이나 S상결장경으로 출혈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한 다음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특히 암과 같은 악성증상이 없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 출혈의 형태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가장 많은 내치핵의 경우는 빨간 선혈이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처음에는 출혈만이 유일한 증상인데, 변을 볼 때 종이에  묻어나오는 정도의 것부터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출혈까지 여러 가지입니다. 그리고 탈항하는 경우는 출혈의 정도가 심해져 쏟아져내릴 정도가 됩니다. 또한 변비에 따르는 딱딱한 변의 자극이 있을 때나 설사가 날 때 생기는 출혈, 항문점막의 마찰에 의한 출혈, 그리고 대장에 궤양이 있을 경우에 거기서 조금씩 생기는 출혈 등 항문출혈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이상은 모두가 양성질환입니다. 암과 같은 악성질환과는 달리 언제나 출혈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 직장암이나 S상결장암 등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피가 나오는 것입니까?
  암으로 인한 대장의 출혈은 지속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장의 점막이 암세포에 의하여 파괴되고 그 부분의 혈관이 찢어져 피가 나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암이 대장점막을 자극함으로써 점액만 나오지만, 그러다가 점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까지 침범당하면 점액에 섞여서 소량의 피가 비치게 됩니다. 암이 진행됨에 따라 출혈량은 불어나고 변을 볼 때에는 변의가 있어도 대변은 나오지 않으면서  혈액만 뚝뚝 떨어지는 예도 있습니다. 여성 가운데는 월경때와 같이 대량의 응혈이 흘러나와 놀란 나머지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이급후중'이라 하여 배변이 끝난 뒤에도 언제까지나 변의가 남아 있고,  그 변의 때문에 하룻밤에 몇 차례씩 쓸데없이 화장실 출입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대장암의 경우 어느 정도 이상 진행되면 항문에서의 출혈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이에 덧붙여 '이급후중'이라는 증상까지도 따르게 됩니다.
- 좀 전에 말씀하신 위암 등 신체의 윗부분에 질환이 있다면 쏟아지는 듯한 출혈은 없고 변이 검어졌다고 호소해 오겠군요?
  위의 출혈이라면 아무리 대량이라 하더라도 출혈의 상태를 알아 낼 수는 없습니다. 소량의 경우라면 물론 확실한 판단이 불가능하지요. 그러한 초기 위암의 진단에는 조금 전에 말씀드린 잠혈반응검사를 실시하여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조사하거나, 인간도크와 같은 종합검진을 하거나 위뢴트겐검사를 합니다. 또 배에 무슨 증상이 있으면 그때 위뢴트겐검사를 받고, 위궤양(위암은 물론)이라 하더라도 생검, 즉 조직의 일부를 도려내어 조사함으로써 병의 본질을 알아내야 합니다. 암과 같은 악성질환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도록 해야 합니다.
    "치질이므로 출혈은 당연하다"는 생각은 위험
- 혈변이 나왔다고 병원으로 뛰어오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귀찮다고 진찰도 받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최초의 출혈이 있고 난 뒤 어느 정도 지나서 진찰을 받는 사람이 많습니까?
  아는 사람이나 집안 사람 가운데 암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들은 항문에서 출혈만 있어도 암이 아니가 걱정되어 병원을 찾습니다. 그러나 치질로 인한 출혈이라고 자기 멋대로 짐작하고 있는 사람은 좀처럼 의사를 찾지 않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내치핵이 있는 사람은 대개 1년이 지나도 그중 반 정도밖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개중에는 20년간이나 내치핵을 갖고 있었다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어째서 병원에 오지 않았느냐고 물어 보면 "출혈해도 금방 나아 버리니까요" 하고 대답하든지 "아프지 않으니까" 하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주위 사람들로부터 "아니, 나도 그런 증상이 있지만 곧 없어지니까 걱정말라" 는 말을 듣고는 안심하고 방치해 버렸다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치핵에 비해 외치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비교적 일찍 진찰을 받으러 옵니다. 외치핵은 신경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부위에 생기는 것이므로 심한 통증이 있기도 하고, 출혈이 있을 때는 국소가 파괴되어 응혈괴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불안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궤양성대장염이나 위궤양의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위궤양의 경우 입에서 피를 토하거나 새까만 혈변이 대량으로 나오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득달같이 병원으로 달려옵니다. 궤양성대장염의 경우 처음에는 미소한 출혈이 있을 뿐이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항문출혈증상이 나타나면 걱정이 되어서 의사를 찾게 됩니다. 그러나 내과의라 하더라도 직장경으로 진단하는 사람이 적으므로 의심스러운 경우는 직장경이 있는 큰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 예를 들어 내치핵을 가진 사람이 "나는 치질이 있으므로 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S상결장이나 직장에 암 같은 것이 생겼다면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겠군요.
  본인으로서는 대단한 쇼크를 받겠지요. 치핵과 함께 그 깊숙한 쪽에 직장암이 생겼다는 증례도 있습니다.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아주 신중을 요하는 경우입니다.
- 이 정도의 것을 가지고 병원에 갈 필요가 있느냐면서 수진이 늦어지는 경우가 문제겠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손자병법에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충분히 대비하도록 하라" 는 말이 있습니다. 환자쪽에서 적극적으로, 예컨대 사소한 증상이 있더라도 걱정하는 자세로 병원을 찾아오는 것이 나쁜 결과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인간도크'라는 검사시스템도 이와 같은 경우를 많이 경험하고 난 뒤에 생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비록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런 만큼 우리들은 그날그날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 겸허한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여, 누구든 조금만 신경을 쓰면 발견할 수 있는 변의 이상 따위는 발견 즉시 의사와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끝으로 항문에서 출혈을 하는 경우 그것이 암과 같은 악성 질환이 원인인가 아닌가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이 첫째이고, 다음으로 악성질환이 아니라 해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그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ff
      51. 혈뇨
    길리 화
    병송의과대학 학장
    쉽사리 알아볼 수 없는 혈뇨도 있다.
- 평소와는 달리 혈뇨가 나오면 금방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어떻습니까?
  그렇다고 하고 싶습니다만, 오줌 속에 혈액이 어느 정도 섞여 있으면 붉게 보이는가 하는 점이 문제이지요. 혈뇨라고 해도 새빨간 오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섞인 피가 아주 적으면 육안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습니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조사해 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지요. 우리들은 이것 역시 혈뇨라고 부릅니다. 1L의 오줌 가운데 1cc나 2cc의 혈액이 섞여 있으면 붉은 빛을 띠어 풋나기도 알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보다 가벼운 정도의 혈뇨가 훨씬 많습니다. 이 점이 혈뇨를 지나쳐 버리기 쉬운 이유의 하나이겠지요.
  그런데 자신의 오줌이 빛깔을 약간 띠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내과에 가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과로 가야 할까요? 조금이라도 의학의 지식이 있는 사람은 비뇨기과로 가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이 점차 불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의학적 지식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부랴부랴 내과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내과에서 수진해도 비뇨기계의 질병이 있는 것 같으면 비뇨기과를 소개해 줄 것이고 비뇨기과에서도 내과의사의 견해를 들을 필요가 있을테니까요.
- 그렇다면 혈뇨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 수없이 많은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실은 아주 건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세히 조사해 보면 오줌에 적혈구가 섞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세밀하게 조사해봐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오줌은 신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신장에는 대동맥에서 나온 혈관이 들어와 있고 그 혈관이 좁아져 있으므로 운반되어 온 혈액이 여과되어 몸에 불필요하게 된 물질이 포함된 액체가 생깁니다. 이것이 오줌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액체는 요관을 통하여 방광에 모이고 요도를 통하여 밖으로 나갑니다. 그러면 혈뇨 속의 적혈구는 어디서 나오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 신장에서 출구까지의 사이이면 어디서든 나올 수 있습니다. 신장 속의 혈관이 찢어져도 혈뇨가 나오고 신우에 병이 생겨도, 또 방광이나 요도에 병이 있어도 오줌이 붉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신장에도, 신우에도, 방광에도, 요관에도 모두 혈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혈관이 찢어졌기 때문에 피가 오줌 속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 어느 경우에나 똑같은 빛깔의 오줌이 나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역시 다소의 차이는 있습니다. 때로는 오줌의 빛깔을 보고 어디서 피가 나오고 있는지 대강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얼핏 보아도 새빨가서, 혈액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 때는 출구에 가까운 부분, 즉 요도의 아래쪽 부분에서 피가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피빛이 옅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신장처럼 위쪽에 있는 기관에서 나온 피의 경우는 보다 윗부분에서 오줌과 함께 섞인 상태로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밖으로 나올 때는 약간 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온 것은 중간 정도의 빛깔을 띠는 수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오줌의 빛깔은 혈뇨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알아내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혈관이 찢어지면 혈뇨가 나온다.
-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 신장이나 방광 등의 혈관이 찢어집니까?
  찢어지는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외상입니다. 피부를 칼 따위로 자르면 혈관이 찢어져 피가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장이든 요관이든 직접 잘리지 않아도 몸을 무엇에 쾅하고 부딪친다거나 나무 위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치거나 하면 혈관이 찢어져 출혈을 일으키고 그것이 오줌 속에 섞여서 체외로 나오는 것입니다.
  둘째는 염증입니다. 요컨대 이것은 혈관의 벽에 있는 작은 구멍이 커진 상태입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적혈구가 혈관 속에서 밖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염증이 있으면 혈관벽의 구멍이 커져서 밖으로 나와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도 어디에서든 일어납니다. 예컨대 신장에서 일어나면 신장염이라 하고 방광에서 일어나면 방광염, 요도에서 일어나면 요도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결핵도 일종의 염증이므로 결핵에 걸렸을 때도 오줌 속에 적혈구가 섞여 나옵니다.
  세째는 암입니다. 암이 혈관의 벽을 파괴하기 때문에 혈관 속에서 혈액이 나와 오줌 속에 섞어나오는 것입니다. 이것도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주된 원인입니다.
- 혈뇨가 대단한 중병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도 좋겠군요.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고 봅니다. 육안으로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붉은 피가 나온다면, 역시 큰 병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원인으로는 어떤 병이 많습니까?
  어린이들에게는 신장염, 방광염, 그리고 어린이 특유의 신장암이 있습니다. 어른의 신장염에서는 새빨간 혈뇨가 보이는 일은 좀처럼 없으나 어린이가 신장염에 걸린 경우는 종종 오줌이 새빨갛게 되기 때문에 약간 놀라게 됩니다. 이것은 수술을 해야 할 병은 아니지만 그리로 세균이 들어가거나 하면 방광염을 일으킬 위험이 많습니다. 어른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병이 있습니다. 첫째는 결석입니다. 결석은 신장에서도, 요관에서도, 방광에서도 일어나는데 그 돌이 혈관의 벽을 상하게 하여 혈뇨가 나오게 됩니다. 결석이 있을 때에는 통증이 나타나므로, 통증이 있고 혈뇨가 나오는 경우는 우선 결석이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방광염, 신장의 결핵이나 암, 그 밖에 상처가 있으면 혈뇨가 나타납니다. 결핵은 혈뇨의 원인으로서 옛날에는 많았으나 지금은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있는 것은 사실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암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되도록 일찍 발견하여 빨리 수술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신장은 두 개가 있으므로 한쪽에 암이 생겼을 경우 그것을 제거해 버리면 됩니다. 그 밖에 방광이나 전립선의 암도 있습니다. 또 하나 노인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남성 특유의 전립선비대증이란 병입니다. 이것 또한 혈뇨를 곧잘 일으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면 역시 암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게 되며 의사도 물론 암이 아닌가 확인하려고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 무시무시한 애기군요.
  역시 혈뇨는 중대한 증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혈뇨가 나오거든 내버려두지 말고 꼭 정밀한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드립니다.
    갑자기 오줌색이 달라지면
- 혈뇨는 반드시 어떤 질환과 관계가 있는 것이로군요.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렇게 말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습니다. 방금 말했듯이 어떤 병이 있지 않나 하고 조사를 해보아도 그것이 무슨 병인지 알아낼 수 없으면서도 혈뇨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는 특발성신장출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특발성이란 그 원인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즉 그 피가 신장에서 나온다는 것은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으나 신장염도 아니고, 결석도 아니고, 암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것도 최근에는 좋은 치료법이 개발되었으므로 옛날처럼 치료가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역시 성가신 병 중의 하나지요.
- 오줌에 빛깔이 있어도 혈뇨가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까?
  오줌이 붉어지는 것은 적혈구가 섞일 때뿐만은 아닙니다. 다른 원인으로 붉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때로는 이것을 혈뇨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특히 하제등을 복용하면 오줌이 붉어지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복용한 약을 조사해 보면 금방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혈뇨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는 혈색소뇨라는 것이 있습니다. 혈색소란 적혈구 속에 있는 붉은 색소를 가리키는데, 이 색소가 오줌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짜 혈뇨와 비교하면 투명하다고 할 정도로 깨끗한 빛깔입니다. 또한 포르피린뇨라는 매우 희귀한 병도 있습니다. 일종의 선천적인 대사이상이라고 하는데, 체질적인 질환이 원인이 되어 오줌이 특유한 빛깔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추운 계절에 오줌을 눈 다음, 그것을 수세식 변기로 흘려보내지 않고 변기에 받아서 그대로 놓아 두면 잠시 후 밝은 침전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오줌이 따뜻한 동안에는 오줌 속에 녹아 있던 요산이 차가와지면서 붃은 빛을띤 다갈색의 결정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도 오줌이 붉어졌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요색은 건강의 척도
- 육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혈뇨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자신의 요색을 매일 관찰해 두는 것도 질병을 일찌감치 찾아내는 데 중요한 일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매일 같은 빛깔이라면 대개의 경우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때든 평소와는 몹시 다르게 변했다면 이것은 중대한 증상입니다. 그 때문에 평소의 오줌빛깔을 관찰해 두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변기에 담겨 있는 오줌을 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겠군요.옛부터 쓰던 방법으로 컵에 오줌을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약간 빛깔이 이상할때에는 컵을 2, 3개 준비하여 처음 나올 때의 오줌과 잠시 후에 나온 오줌을 나누어서 받아 봅니다. 2개로 나누든 3개로 나누든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해보고 모두가 같은 빛깔이면 신장 등의 훨씬 위쪽에서 피가 나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처음에는 별로 빛깔이 없다가 점점 붉은 빛이 짙어지는 경우는 전립선이나 방광의 출구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렇다면 유리와 같이 무색투명한 그릇에 담아 보고 스스로 빛깔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까요?
  네. 그 방법으로 꽤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으므로 예전부터 무척 많이 써 온 검사법입니다. 매일 이렇게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역시 오줌은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으므로 평소부터 면밀히 관찰하는 습관을 몸에 붙이기 바랍니다.
@ff
      52. 배뇨통
    고정 수도
    황병시립대학 학장
    방광염을 일으키기 쉬운 조건
-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어쩐지 망설여지는 가운데 방광염이 있습니다. 비뇨기과 환자 중에는 방광염에 걸린 사람도 많겠지요?
  숫자로 말하면 대단히 많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도 방광염과 비슷한 증세의 환자를 1년에 500--600건이나 진료하고 있지요. 외래환자 전체의 20%에 가깝습니다. 다만 개중에는 방광염은 아니지만 오줌이 자주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신경질적이 된 사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여성들에게도 흔한 병이라고 듣고 있는데요.
  남성에게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방광염 환자 열 사람 중 아홉 사람은 여성입니다. 여성의 4--6% 정도가 일생 동안에 한번은 방광염에 걸린다고 할 정도입니다. 나이로 보면 위로 올라갈수록 걸리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14--15세 정도에서부터 나이가 10살 많아질 때마다 2--3%씩 발생율이 높아지는데 가장 많이 걸리는 나이는 폐경기 이후라는 의학적 데이타가 나와 있습니다.
-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방광염은 주로 외요도구를 통해 들어온 세균이 요도를 거쳐 방광으로 들어가 몇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번식해서 일어나는 질환인데, 여성이 걸리기 쉬운 이유의 하나는 남녀간의 해부학적 차이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요도의 길이를 비교해 보면 여성은 4--5cm인데 비해 남성은 15--16cm로 매우 긴 편입니다. 더우기 남성의 경우는 요도가 열려있는 부분이 비교적 오염되기 어려운 장소에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요도가 열려 있는 부분이 외음부의 깊숙한 부분에 있기 때문에 생색기나 직장쪽에서 여러 가지 세균이 들어오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즉 여성의 경우는 요도가 짧다는 점과 요도의 입구가 오염되기 쉬운 데 있다는 점이 세균의 침입을 용이하게 하는 조건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로서는 세균이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방광염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세균을 받아들이는 주체인 방광 쪽의 조건이 세균의 번식에 알맞을 때 방광염이 생긴는 것입니다. 세균이 들어와도 보통의 경우에는 방광에 자연의 저항력이 있기 때문에 세균은 죽게 됩니다. 그러나 방광이 몹시 커져 있을 때, 즉 오줌을 참느라고 팽팽해져 있을 때는 골반내에 울혈이 일어납니다. 이럴 때 세균이 들어오면 염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또한 생식기에 염증이 있으면 질에서 나오는 대하가 외요도구 부근에 균을 날라옵니다. 이런 것들도 여성이 방광염을 일으키기 쉬운 이유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 임신이나 출산도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방광염이 많아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이것은 임신,출산과 관계가 있습니다. 임신중에는 방광이 태아에게 짓눌려서 혈행이 나빠지고 출산 때는 태아가 요도를 손상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도에 상처가 생기거나 협착증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요도,방광의 저항력이 약해집니다. 역시 남성에 비해 여성 쪽이 훨씬 방광염에 걸리기 쉬운 숙명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뇨통, 탁뇨, 빈뇨
-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오줌을 눌 때 아프다, 오줌이 탁하다, 배뇨의 회수가 불어나 낮뿐만 아니라 밤중에도 여러 차례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 초기단계라도 "이건 틀림없이 방광염이다"라고 할 만한 증상이 나타납니까?
  급성방광염의 경우에는 경중의 차는 있을지라도 반드시 앞에서 열거한 세 가지 증상이 있으므로 비교적 명백합니다.
- 배뇨통이란 어떤 것입니까?
  오줌을 누기 전후나 도중에 요도와 방광 사이가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또한 오줌을 누지 않을 때에도 오줌이 차 오면 아랫배가 몹시 부푼 듯한 느낌이 들고 통증이 심하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배뇨라면 상쾌한 느낌이 들지만 방광염이 있을 때는 배뇨 후에도 오줌이 남아 있는 듯한 불쾌감이 있습니다.
- 오줌이 탁한 것은 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습니까?
  수세식 화장실 등에서 쏴하고 흘려 버리면 좀처럼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시험관이나 유리컵 등에 받아 보는 것입니다. 정상인 경우는 다소 빛깔이 짙어도 꿰뚫어 볼 수 있지만 방광염 등으로 화농한 백혈구의 덩어리가 섞여 있으면 탁하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급성이면서 증상이 심할 때는 적혈구가 섞여서 붉은 탁뇨가 나오는 수가 있습다.
- 흥분했을 때에도 화장실에 자주 가고 싶어지는 경우가 흔히 있지요. 그것은 평소에 자주 가는 것과는 성질이 다른 것입니까?
  네, 다릅니다. 긴장했다거나 할 때 일어나는 신경성 여의빈삭이란 것은 낮에는 15분이나 30분마다 화장실에 가지만 밤에 잠잘 때는 아침까지 요의가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방광염의 경우는 밤낮없이 배뇨가 잦고 심할 때는 하루종일 15분, 30분 걸러 화장실로 가는데 오줌은 조금씩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회수는 많고 그때마다 통증이 일어나서 몹시 괴롭지요.
  이와 같은 방광염은 세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나므로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 나타나는 경우, 예컨대 오줌이 탁해졌을 뿐이라거나 배뇨의 회수가 잦을 뿐인 경우에는 방광염 이외의 것일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이 밖에 혈뇨뿐인 경우도 다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열도 납니까?
  상당히 중증이라도 증상이 방광염뿐이라면 열은 나지 않습니다.
    수분을 넉넉히, 하반신을 차지 않게
- 방광염은 꽤 괴로운 병인 모양인데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안정을 취하고 물을 마시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곧장 약을 먹는 것이 좋겠지요. 혼자서 마음대로 판단하고 약을 먹으면 어떤 균이 원인인지 어느 정도의 양을 얼마만한 기간 동안 먹어야 하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서 매우 곤란한 문제가 일어나므로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 요검사를 받은 다음 처방을 받아 투약하도록 하십시오. 또한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늘 주의 하는 것이 약 이상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우선 되도록 안정을 취할 것. 누워만 있을 필요는 없으나 급성기의 1주일 정도는 스포츠나 여행은 삼가야 합니다. 그리고 방광염에 걸리면 배뇨 회수가 잦다고 해서 수분을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은 진한 오줌을 누게 하기는커녕 거꾸로 방광을 자극하므로 엽차라든지 주스라든지 알콜이 아니면 무엇이든 상관 없으니 오히려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합니다. 이렇게 농도가 낮은 오줌으로 방광 속을 씻어내리도록 하는 것이 방광염을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또 하나는 방광이나 골반내의 장기에 울혈이 일어나지 않도록 몸을 차지않게, 특히 하반신이 차지 않도록 될 수 있는 대로 따뜻하게 해두는 일입니다.
  이상의 사항은 꼭 지켜야 할 사항이지만 해서는 안될 사항도 있습니다. 첫째 알콜류를 섭취하는 것. 이것은 방광 안에 충혈을 일으키는 몹시 나쁜 작용을 하므로 급성방광염을 앓는 시기에는 엄격히 절제해야 합니다. 둘째 진한 커피라든지 향신료를 함부로 섭취하는 것. 이것도 급성기에는 엄격히 절제해야 할 사항입니다.
- 이와 같은 일상생활의 주의는 만성화한 사람에게도 역시 해당됩니까?
  그렇습니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일어난다고 호소하는 사람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조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부터 신경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를 받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그것이 정말 치료됐는지 어떤지, 특히 방광염이 몇 차례 재발된 경우에는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방광에서 신장 쪽까지 자세히 검사하여 근본 원인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보통의 방광염이라면 어느 정도 치료하면 나을까요?
  약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적당한 섭생을 한다면 대체로 1주일간이면 낫습니다.
    무서운 합병증
- 방광염은 재발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까?
  꽤 많습니다. 균이 들어가기 쉽고, 균이 발육하기 쉽다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경우에는 반복해서 일어납니다.
  일반적으로 만성질환이라 하면 급성질환이 낫지 않고 질질 끌며 만성화한것이 많은데, 방광염의 경우는 급성의 염증을 수없이 되풀이하는 도중 방광의 점막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 만성이 된 것입니다.
  재발을 거듭하고 있는 동안 방광과 신우 사이에 세균이 들어가 신우신염이 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방광염 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만성신우염은 좀처럼 낫기 어려운 병으로 완치율은 20% 이하라고 합니다. 더우기 수년이 지나면 신장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신부전이 되기도하는데 이것은 치명적인 병입니다. 방광염 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병은 아니지만 합병증이 무섭다는 점을 유념해 두셨으면 합니다.
- 방광염에서 신우염으로 발전할 경우 증상이 달라집니까?
  네. 앞에서도 말했듯이 방광염인 경우에는 증세가 상당히 심해도 열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방광염에 걸려서 열이 났다고 한다면 이것은 신우염이 병발했다는 증거입니다.
-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로군요. 한번 걸렸던 사람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합니까?
  재발뿐만이 아니고 방광염의 예방법을 말씀드리지요. 여성의 경우 외요도구가 외음부의 아주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도 오염되기 쉬우므로 우선 그곳부터 청결히 해야 합니다. 이것이 세균의 침입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생식기 쪽에 자궁내막염이나 부속기염 등의 질환이 있으면 거기서부터 세균이 전염되기 쉬우므로 부인과에 가서 그 부분을 잘 치료해 두어야 합니다. 또한 방광이 팽팽해지도록 오줌을 참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것은 세균의 작용을 도와주는 셈이기 때문이지요. 하반신을 차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당뇨병이나 빈혈 등의 전신병이 있는 경우 몸 전체의 저항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미세한 균이 들어와도 염증을 일으키기 쉬워집니다. 따라서 이런 병은 내과적으로 하루빨리 치료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개인차가 있겠지만 한번 걸렸던 사람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는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다소간 걸리기 쉬운 사람도 있고 걸리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충분한 주의를 하기만 하면 막을 수 있는 병입니다.
@ff
      53. 월경통
    우밀 량언
    일본적십자사 의료센터 제1산과 부장
      걱정할 필요 없는 월경통
- 여성이라면 심하든 심하지 않든 월경 때 무겁고 괴로운 느낌이나 통증의 경험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개인차가 큰 모양이지요?
  그렇습니다. 월경통은 누구에게든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조사 통계에 따르면 10%에서 30% 정도의 사람에게 일어난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사람에 따라 통증이 오는 형태가 다르고 그 정도도 각양각색이라고 합니다. 통증이 몹시 심하여 매달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와야 하는 특수한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극히 가벼워서 보통쓰는 진통제로 낫거나 아니면 하루만 쉬면 낫는 사람 등 여러 가지 타입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구급차로 실려와야 하는 사람은 통증이 어느 정도입니까?
  통증 때문에 비지땀을 흘리거나 혈압이떨어지거나 합니다. 드물게는 실신해버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입니다.
- 역시 월경통은 젊은 사람일수록 많겠지요?
  월경통에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타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에게 발생하는 월경통과 출산을 경험하고 잊어버렸다가 35, 6세가 되어 다시 나타나는 중년 이후의 월경통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 원발성이라고 하는데 배후가 되는 질병이 없는 순수한 월경통이라고 할수 있는 것입니다. 중년 이후에 일어나는 것은 속발성이라고 하는데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같은 병이 있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예외도 많이 있습니다.
- 젊은이들에게 많다는 원발성 월경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몸이 아직 완전히 발육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일까요?
  그렇습니다. 아직 출산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와 한번이라도 출산을 경험한 사람을 비교하면, 경산부의 경우는 아기가 지나갔으므로 자궁의 입구가 열려서 느슨해졌기 때문에 월경혈이 수월하게 배설되어 통증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면 미산부는 자궁경관이 좁아서 월경혈이 지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자궁의 내강이 압박을 받아 월경의 첫째날과 둘째날은 아픔을 느낍니다. 서양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출산을 경험하면 월경통은 없어진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는데 진리로 통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젊은이의 월경통은 자궁의 입구가 좁기 때문에 월경혈을 밀어내려고 자궁이 움직이므로 그것을 통증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그렇다면 젊은이, 특히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의 월경통은 출산을 하게 되면 없어질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젊을 때의 어느 한 시기에 국한된 상태이므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고 봅니다.
    월경통을 일으키는 질병
- 중년 이후에 일어나는 월경통의 경우는 원인이 되는 질병이 있는 수가 많겠군요. 어떤 질병이 있습니까?
  대표적인 것으로는 자궁근종이 있습니다. 자궁 속에 혹이 생겨서 그 때문에 근육의 긴장이 커지고 월경 때마다 통증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자궁내막증이라는 병입니다. 자궁내막이란 것은 자궁 안쪽을 싸고 있는 막으로 월경 때마다 그것이 벗겨져 혈액이 되어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원래 자궁 속에 있어야 할 내막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난소 속에 섞여 들어갔거나, 더글라스와라고 불리는 자궁과 직장 사이, 즉 뱃속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흩어져 있던 곳에서도 월경 때마다 출혈을 일으키고 통증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통증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난소 속에 내막이 섞여 있으면 매달 있는 출혈은 나올 곳이 없기 때문에 조금씩 난소 속에 괴어, 1--2년이 지나는 사이에 묵은 혈액이 마치 초콜렛 모양이 되어 난소 속에 쌓이게 됩니다. 이것은 초콜렛 낭종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매달 월경통이 일어나게 됩니다.
-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도 비교적 많은 질병인 모양인데, 통증의 상태나 아픈 기간등 이들 질병을 분별하는 지표 같은 것이 있습니까?
  있습니다.역시 최종적으로는 산부인과 의사의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반적인 지표로서 통증의 종류를 생각해 보면 경관형, 근종형, 내막증형으로 분류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젊은이의 이른바 순수한 월경통이란 것은 월경 첫째날이나 그 전날에만 통증이 있고 혈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가라읹아 버립니다. 이것이 경관형이지요. 그런데 근종이 있으면 월경기간중 통증이 계속된다는 점이 특징이고, 내막증형은 월경이 끝나도 통증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월경이 없을 때도 가벼운 요통이 남아있는 수도 있습니다.
- 근종이 있으면 월경 때 반드시 통증이 일어납니까?
  그것은 근종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다릅니다. 자궁 바깥쪽에 생기는 근종은 잠자는 근종이라고 하는데 어린 애기의 머리만큼 커져도 전혀 증상이 안 나타나는 수도 있고 자궁내막의 바로 아래나 뒤쪽에 생기면 월경의 혈량은 무척 많아지지만 통증은 별로 없는 등 여러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근종이 생긴 부위나 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 근종이 있으면 월경통도있고 월경의 양도 많아집니까?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중년 이후에 월경통이 있고 월경이 과다해지면 양이 많아서 핏덩이가 나오는 수도 있습니다. 또 안색이 파랗고 빈혈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우선 근종이 아닌가 의심해 보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요법이나 적당한 운동으로 치료
- 월경통의 원인이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인 것이 확실한 경우는 그것을 치료하면 되겠지만 몸 전체에 이상이 없는 월경통의 경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 월경통에 대해서는 정신요법, 적당한 운동, 따뜻하게 하는 방법, 약물요법 등을 씁니다.
  정신요법을 쓰는 것은 월경통의 상당한 부분이 정신적인 요소에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로는 여자고등학교의 어느 반에서 월경통이란 것은 질병이 아니고 저절로 낫는다는 것을 미리 설명하고 나서 앙케트 조사를 했더니 월경통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10% 정도밖에 안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설명 없이 앙케트를 받은 반에서는 30% 정도의 학생들이 월경통을 호소했습니다. 이것을 보아도 정신적인 요소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약물요법을 쓰는 경우에도 진통제 따위 대신에 아무런 약리작용도 없는 전분 같은 것을 외견상으로 약과 똑같은 정제로 만들어 먹여도 30% 정도의 사람이 치유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을 프라세보라고 하는데 원발성 월경통에는 정신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설명요법 혹은 정신요법이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됩디다.
  다음은 적당한 운동입니다. 집안에 처박혀 있지 말고 체조나 줄넘기, 요가 등 운동을 하는 것이 치료에 큰 효과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 월경 때 운동을 해도 좋을까요?
  심한 운동은 안되겠지만 등굽혀펴기 등 가벼운 운동은 좋겠지요. 전기기구 등으로 자궁의 윗부분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격통에는 경구피임약이나 아스피린을
- 통증이 심할 때 진통제를 쓰는 것은 어떻습니까?
  월 1회 시판 진통제를 쓰는 정도라면 약물요법도 결코 해롭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옛부터 한방약도 여성의 월경통(월경곤란증)이라든지 부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고 또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은 저도 이것을 믿지 않았으나 이따금 사용할 기회가 있어서 써 보았더니 효과가 무척 좋아 놀란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당귀작약산이 있습니다.
  또한 월경은 황체 호르몬과 난포 호르몬의 밸런스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므로 호르몬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경구피임약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통의 월경인 경우 매일 기초체온을 측정하여 그래프를 만들어 보면 저온상과 고온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온상으로 이행할 때는 배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월경통이 일어나는 사람은 대체로 배란기에 통증을 느낍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라도 지난달에는 아팠는데 이 달에는 아프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을 자세히 조사해 보면 이 달에는 배란이 없었다. 즉 배란이 없으면 통증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구피임약은 배란을 억제하는 약이므로 이것을 사용하면 월경통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통제 따위로는 치료가 안되는 사람에게 경구피임약을 쓰고 있습니다.
- 구급차로 실려와야 하는 사람에게 그걸 사용하는군요.
  그렇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경구피임약을 사용하면 아주 잘 듣습니다.
  또 하나 최근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궁의 수축이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인 경우도 있는데, 수축이 일어나는 것은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호르몬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스타글라딘에 대한 길항제가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열을 내리는 약으로 알려져 있는 아스피린입니다. 또 하나는 인도메사신이라는 화학물질인데 이것도 프로스타글란딘에 대한 길항작용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약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 길항작용을 한다는 것은 자궁이 강하게 수축하지 않도록 작용한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수축을 부드럽게 한다는 뜻입니다.
    전문가의 판단에 따를 것
- 월경통 증상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만 두통이 심한 사람도 있더군요.
  그렇지요. 월경전 긴장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월경이 시작되기 2, 3일 전부터 붓기도 하고 두통이 나기도 하고, 초조해지기도 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월경시의 고통도 있으므로 예전에는 월경통만을 다루었으나 요즈음에는 모두를 종합하여 월경곤란증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치료하는 데도 경구피임약 등이 아주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 두통이 심한 정도라면 시판 진통제를 복용해도 좋겠지요?
  그것도 좋다고 봅니다. 월 1회 정도라면 습관성이 되는 일도 없겠지요.
- 중년 이후 자궁근종 등이 생겨서 갑자기 월경통이 심해진 경우라도 특별히 서둘러서 수술할 필요가 없으면  진통제를 복용,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좋겠지요?
  수술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전문의가 진단 결과 내린 결론이라면 좋다고 봅니다. 근종의 경우에도 중년 이후에는 악성의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일단 전문적인 진단,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근종이나  내막증은 몇 살 정도부터 조심해야 할까요?
  역시 20대 후반부터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최근에는 자궁내막증도 무척 많아졌고 젊은이에게서도 근종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20대니까 안심하고 있을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내막증에 의한 장해는 월경이 폐지될 즈음이면 저절로 없어지는 것입니까?
  그렇지요. 갱년기 혹은 폐경기가 되면 증상은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젊은이의 경우는 그때까지 아무 일 없다가 갑자기 월경통이 일어났을 때에는 내막증이 우려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겠지요.
- 근종을 수술로 떼어낼지의 여부는 무엇으로 결정하는 것입니까?
  그 크기나 수, 그리고 출산을 하고 싶은가의 여부, 자각증상 등이 기준이 돕니다. 월경통이 어느 정도 심한가 월경의 양이 빈혈을 일으킬 만큼 많은가 이런 것들을 종합 판정하여 수술을 할 것인가, 더 상태를 지켜볼 것인가를 결정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술을 해도 비교적 회복이 빠른 모양인데, 며칠 정도 입원하면 됩니까?
  대체로 2주일 입원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중대한 결심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의사에게 맡겨 두면 되는 것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아기를 여럿 낳았다면 자궁은 비교적 불필요한 장기이므로, 근종이 있어서 수술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나왔다면 수술을 받는 편이 좋겠지요.
@ff
      54. 부정출혈
    령목 충웅
    신라천현립 성인병센터 부인과 부장
    부정출혈을 일으키는 조건
- 월경과는 관계없는 시기에 출혈이 있기라도 하면 무척 걱정되기 마련입니다. 월경 이외의 출혈은 모두 이상에 속하겠지요?
  보통의 월경, 이것은 물론 정상출혈이지만, 월경과 월경의 중간에 있는 배란기에 난포호르몬이 일단 줄어들고 황체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할 때 사람에 따라서는 극히 소량의 출혈이 일어나는 수가 있습니다. 또한 본격적인 월경이 시작되기 이전에 역시 극히 적은 양이지만 출혈을 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 정도까지는 정상출혈의 범주에 든다고 해도 좋겠지요.
- 그것 말고 또 다른 출혈이 있으면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좋겠군요. 단지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월경불순 환자도 비교적 많다고 생각되는데요.
  월경이란 것은 보통 28일 주기로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그 정도의 사람이 비교적 많다, 혹은 여러 사람의 평균치를 내 보면 그 정도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22--23일, 또는 35일이 넘는 주기를 가진 사람도 많으나 그 나름대로 주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또한 양도 적당하고 통증이나 빈혈이 거의 없으며 일상의 행동이 보통과 같다면 정상으로 보아도 좋습니다.
- 양이 적당하지 않은지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좋을까요?
  좀처럼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할 수도 없는 터이므로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상식적으로 말하면 내프킨 2장을 겹쳐서 사용해도 곧 젖어버린다든지, 덩어리가 많이 나오는 경우는 양이 정상보다 많다고 해야 할 것이고 자궁근종 등의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심한 통증이나 설사 등이 동반될 때는 자궁내막증이 아닌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면 문제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월경과 월경의 중간기에 빈혈검사를 받아 보고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정상이라는 것이 더욱 더 확실합니다.
- 부정출혈이 일어나는 것은 몸이 어떤 상태가 되었을 때입니까?
  대체로 출혈이란 것은 점막이나 모세혈관이 찢어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암이라든지 폴리프 등 특별출혈을 일으키기 쉬운 질병이 없어도 점막이 약하든지 어떤 원인으로 심하게 충혈이 되었든지 하면 출혈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출혈하기 쉬운 상태 몇가지를 살펴 보기로 합시다. 우선 월경 개시전이 문제가 되겠습니다. 월경이 시작되기 직전이라는 것은 자궁이 가장 심하게 충혈되어 점막이 부드러워져 있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점막이 얇아져 터지기 쉬운 곳, 예컨대 진무른 곳이라도 있으면 평소에는 출혈하지 않다가도 출혈을 일으키기 쉬운 것입니다. 미란성출혈이 늘 일어날 때는 동결요법이나 고주파응고법등을 써서 통원치료로 고칠수 있습니다.
  다음은 임신 초기. 이 경우는 월경이 시작되기 직전과 비슷한 상태이거나 오히려 그때보다 약간 더 심한 상태가 되어 있으므로 출혈을 일으킬 조건은 갖추어져 있습니다.
  세번째는 골반이 충혈되었을 때. 하루 중 가장 피곤해져 있을 때라든지, 화장실에서 배에 힘을 주거나 할 때, 버스여행 등을 하느라고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바람에 하복부가 충혈되었을 때도 출혈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또한 성교시에도 그 자극으로 점막에 상처를 입어 출혈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 밖에 세균성감염에 의한 염증이 있으면 점막도 약해지고 충혈이 되기도하므로 특히 출혈하기 쉽습니다. 이상이 일반적으로 출혈하기 쉬운 상태입니다.
- 그러나 이처럼 출혈하기 쉬운 상태이더라도 누구든지, 또 언제든지 출혈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 상태가 다른 사람보다 심하다든지, 2개 이상의 조건이 겹쳤다든지, 혹은 그 밖에 병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보통 출혈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출혈이란 것은 어떤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요.
    갱년기 탓으로 돌리지 말고 검사를 받도록
- 병적인 출혈로서는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임신중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시기로 나누어 생각해 봅시다.
  임신중일 때, 특히 임신초기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출혈은 유산입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좀처럼 멈추기 어려운 출혈입니다. 그리고 흔치는 않지만 태아의 이상으로 일어나는 포상기태, 이것은 유산과 같은 출혈이지만 상당히 많은 출혈을 합니다. 그 밖에 보통 상태에서도 일어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미란이나 폴리프가 있으면 임신중에는 더욱더 출혈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임신중에는 대부분의 부인들이 정기검진을 받고 의사의 지시를 받고 있을 터이므로 그렇게 염려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유산과 같은 것은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수가 있습니다. 어제 검사해 보니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오늘은 괜찮겠지 하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곧바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임신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출혈인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호르몬의 이상에 의한 출혈이 있습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의 젊은이들, 혹은 갱년기 전후의 장년층인 경우 난소의 움직임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월경의 변화가 순조롭게 일어나지 않고 주기가 흐트러지거나 출혈이 오래 지속되는 수가 있습니다. 빈혈이라든지, 나른하다든지, 늘 출혈을 하고 있다는 등 건강에 지장이 있을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겠지만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면 너무  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좋겠지요.
  폐경 후의 출혈, 이것도 여러 종류가 있으나 어쨌든 월경이 다 끝난 다음에 출혈을 한다는 것은 분명히 이상증상입니다. 양의 다소를 불문하고 의사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갱년기에 다다른 사람의 경우 어떤 증상이 있든 갱년기 탓으로 돌려 버리고 의사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갱년기 이후의 사람이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 암 등 악성 질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멋대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진찰을 받아 보아야 합니다.
  폐경 후 일어나는 양성출혈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노인성질염이라 하여 점막이 지나치게 쭈그러들어 출혈을 일으키는 병이 있는데 일찍 치료하면 호르몬 주사 한 대만으로 거뜬해집니다.
- 자궁근종도 흔한 병입니까?
  근종은 극히 적은 것까지 얘기한다면, 네 사람에 한 사람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그 가운데 어떤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는 근종을 가진 사람 열 사람에 한 사람, 또는 스무 사람에 한 사람 정도로 아주 적은 편입니다. 그 밖에 대다수는 평생 근종을 가지고 있어도 해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근종은 그것이 생긴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집니다. 자궁의 표면과 가까운 부위에 생긴 근종은 상당히 커질 때까지 자각증상이 별로 없고 출혈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방광이 압박을 받게 됨에 따라 오줌이 조금씩 자주 나온다든지 허리가 아프다는 등 오히려 다른 증상이 나타남으로써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궁 안쪽 부근에 생긴 근종, 이것은 별로 크지 않아도 그 위의 점막이 땅기기 때문에 상처가 나기 쉬울 뿐 아니라 낫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월경의 양이 무척 많아지고 또 출혈이 오래 계속됩니다. 그 때문에 1회의 월경으로 출혈한 양을 다음달 월경 때까지 보충하지 못해 점점 빈혈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건강상 분명히 해로운 것이므로 수술로 치료해야 합니다.
- 이상이 일어난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군요.
  그렇습니다. 근종 이외의 출혈을 보면 자궁의 입구 부분(경부)과 안쪽(체부)의 출혈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입구 부분에서의 출혈은 대개 이 부분의 점막에 어떤 상처가 생겨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폴리프가 있습니다. 이것은 점막에 생기는 혹입니다. 그 혹 자체가 대단한 병은 아닙니다만 수술로 혹을 제거해도 반년이나 1년만 지나면 같은 상태가 다시 되풀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몹시 불안한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무제한 생기는 것은 아니고 몇 차례 제거하면 생기지 않게 되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도려낸 폴리프를 현미경으로 검사를 해보고 다른 병이 없는지 확인해 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미란에 의한 출혈도 있습니다. 미란은 질병의 범주에까지는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경관의 원주상피가 외자궁입구 바깥쪽, 원래대로라면 편평상피가 있는 부분까지 튀어나온 상태를 말합니다. 이와 같이 되어 있으면 세균의 영향을 받거나 성교 등으로 상처를 입기 쉬워서 쉽사리 출혈을 일으킵니다. 또한 이와 같은 미란에 염증이 겹쳐 오래 계속되면 점막이 점점 딱딱해지고 약해져서 출혈을 일으키기 쉬워집니다. 그러나 미란 자체는 원래 대단한 병이 아니므로 출혈이 있었다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미란으로 인한 출혈이냐, 보다 나쁜 질병에 의한 출혈이냐는 진찰을 해보아야 알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찰을 받을 필요는 있겠지요. 자궁 안쪽에서의 출혈은 상처 이외에 임신과 관련된 것, 예컨대 자신도 모르게 유산한 다음 남은 찌꺼기라든지,호르몬의 이상에 의한 내막증식증등이 원인이 되겠지요. 피임링이 몸에 맞지 않아서 출혈을 일으키거나 월경의 양이 불어날 때에는 빼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양과 빛깔이 반드시 병상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 별로 걱정없는 출혈도 많은 것 같습니다만, 긴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는 어떤 때입니까?
  임신과 관련된 유산이나 포상기태는 물론이겠고, 임신 이외의 경우로는 암이 있겠지요. 자궁암에는 입구에 생기는 경부암과 깊숙한 안쪽에 생기는 체암이 있는데, 체암은 특히 폐경 후에 많은 질병입니다. 경부암도 나이를 먹으면 자궁 입구의 바로 안쪽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 젊은이들의 암보다도 알아내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단지 암의 경우 극히 초기에는 출혈이 없으므로 암진단은 출혈과는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출혈량이 많고 적음은 암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습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출혈량이 적어도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요. 출혈의 양이나 빛깔이 질환의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씩 밖에 출혈을 하지 않거나 어느 정도 커져도 전혀 출혈이 없는 암도 있습니다. 그러나 암은 아니라도 출혈을 일으키는 상처가 있으면 일찌감치 검사를 받는 편이 환자 스스로도 안심할 수 있고 병을 치료하기도 쉽지요. 어쨌든 진찰을 받음으로써 자궁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먼저 의사를 찾아가야겠지요. 그리고 출혈시에 통증이나 가려움증이 있거나 냉(대하)이 불어나는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기 전에 어떤 점을 스스로 확인해 두어야 할까요?
  부인과 의사가 가장 알고 싶은 정보는 가장 최근의 월경이 언제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현미경으로 자궁의 내막조직을 검사하는 경우에, 그 조직의 구조가 월경이 시작된 날로부터 10일째에 정상이었다 하더라도 20일째에도 그것과 같은 모양이라면, 이것은 호르몬이상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많은데, 그래 가지고는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밖에 양의 다소, 통증의 유무, 최근 호르몬제를 사용한 적이 있는가의 여부 등도 대단히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증상이 언제쯤부터 일어났는지,어떤 때 출혈하기 쉬운지, 젊은 여성이라면 가장 최근의 임신을 언제 했었는지 등 자궁의 변화에 관한 정보를 분명하게 설명해 주면 진찰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도 쉬워집니다.
  그리고 혈액의 빛깔 문제인데, 빛깔은 출혈의 양이나 출혈하고 나서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시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화합니다. 핑크, 빨강, 갈색 등으로 나오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그 빛깔과 질병이 중하냐 경하냐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빛깔에는 구애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부정출혈이 있었다고 해서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병이 있는 경우는 별로 흔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일만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ff
      55. 대하
    수야 정언
    동경대학 의학부 교수
    대하의 원인이 되는 질병
- 부인과를 찾는 환자 가운데 냉 즉 대하가 있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이것은 어떤 증세입니까?
  한마디로 냉이라고 하지만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양이 불어났다든지 색깔이 비친다는 호소와, 젊은 여성들에게 흔한 것으로는 냄새가 난다는 것이지요. 또한 냉이 많아서 국부가 가렵다는 사람, 혹은 오줌을 눌 때 쓰리거나 아프다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년 이후가 되면 암과 연관시켜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 냉이 많아졌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꼭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것입니까?
  냉이 생리적인 것인가 이상인가를 스스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것 같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겠지요. 물론 개중에는 생리적인 냉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모두가 병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판단은 의사에게 맡겨야겠지요.
  생리적인 대하란 자궁점막, 자궁경관, 질 등에서 분비되는 것인데, 특히 자궁경관이란 부분은 난소호르몬과 반응하여 냉을 많이 분비하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월경과 월경의 중간기인 배란기에는 냉이 상당히 불어나는 것이 예사입니다. 이것은 무색투명하고 비교적 물기가 많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생리적인 것도 많습니다.
- 그럼 병적인 냉의 원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크게 나누어 다섯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습나다. 우선 칸디다, 트리코모나스 등의 병원체에 의한 냉이 있지요. 칸디다라는 것은 곰팡이의 일종인데 이것이 번식하여 질염을 일으키고 그 때문에 냉이 불어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트리코모나스라는 것은 원충류인데, 이것은 편모를 가지고 있어서 혼자서 움직입니다. 이것이 질 속에서 움직여 염증을 일으킵니다.
  다음은 성병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요즈음은 이것이 줄어들었으나 아직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임질균에 의한 질염은 냉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대장균이라든지 포도상구균이란 이른바 잡균에 의한 냉이 있습니다. 이런 균들은 어느 부위에나 흔히 있기 마련인데 평소에는 별탈을 일으키지 않다가도 어떤 경우에는 병을 일으킵니다.
  네번째 원인으로는 피임기구나 피임약제 등 기계적, 화학적 자극에 의한 질염입니다. 또한 월경 때 탐폰 등을 사용하다 그 일부가 질내에 남아서 질염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화학적 기계적 자극에 의하여 질염이 일어나고 그것이 냉의 원인이 됩니다.
  끝으로 자궁암이나 외음부암이란 악성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대하입니다.
  이처럼 냉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설프게 판단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연령층에 따라 갖가지 이상이
- 냉이 생기기 쉬운 연령이 있습니까?
  있지요. 여성의 일생을 난소의 활동에 따라 구별해 보면 우선 소녀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난소가 아직 활동하지 않고 있는 시기이지요. 다음은 난소가 활동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그 다음이 성숙기. 이 시기는 난소가 제대로 활동해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갱년기는 난소의 작용이 점점 없어져 가는 시기이고, 노년기는 난소가 전혀 활동하지 않는 시기. 각각의 시기에 따라 냉의 종류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소녀기는 노년기와는 의미가 다릅니다만, 역시 난소의 활동이 없는 시기이고 질의 저항력(자정작용)이 약해서 약한 병원체에 의해서도 감염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감염의 가능성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는 난소가 활동하기 시작하여 난소호르몬이 생리적으로 불어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호르몬의 자극으로 생리적인 대하도 불어나는데, 그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성숙기에는 출산과 관련하여 질이나 성기가 여러 가지 자극을 받아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더러워지기 쉬운 시기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항하는 저항력도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상당히 강력한 병원체가 아니면 감염을 일으킬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트리코모나스나 칸디다와 같은 것이라든지 임질균 같은 것이 침입해야 감염이 됩니다.
  갱년기나 노년기가 되면 감염의 기회는 별로 없다고 하겠으나 질내의 저항력은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트리코모나스, 칸디다는 물론 그 밖에 전 같으면 병을 일으키지도 못하던 약한 잡균에 의한 질염도 꽤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때문에 이 시기의 냉에 대해서는 노인성질염이라는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암으로 인한 질염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 성숙기가 저항력이 강한 시기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뜻합니까?
  성숙기에는 난소호르몬이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즉 난소호르몬이 질 점막에 작용하여 글리코겐이란 물질을 많이 만들어내고, 이 글리코겐을 이용하여 평소에는 질 속에 숨어 있는 질한균이라는 균이 불어나고, 이 균이 글리코겐을 젖산으로 바꿉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 속은 이 젖산에 의하여 항상 산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병원체는 알칼리성 환경속에서 불어나고 산성의 환경은 싫어합니다. 따라서 산성이 유지되고 있는 한 질의 저항력은 강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소 호르몬이 적으면 산성도가 낮아져서 저항력이 떨어지고 병적인 냉이 불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원인에 맞는 대책을
- 냉의 상태를 보고 병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예컨대 토리코모나스가 원인인 경우 냉이 노랗고 물기가 많이 섞여 있습니다. 또한 양도 많고 쓰리거나 아픈 느낌도 꽤 강합니다. 이에 대해 칸디다로 인한 냉은 양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빛깔은 하얗고 국부에 달라붙는 특징이 있으며 달라붙은 부위가 몹시 가렵습니다. 다만 양쪽에 함께 감염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증상만 가지고는 분명히 구별할 수 없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러나 달리 증상은 없고 단지 냉이 많다는 정도일 때는 맨 처음 이야기한 생리적 냉이 아닌지, 중년이 되어 냉에 희미하게나마 피가 섞여 있다면 암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자신의 느낌으로 어느 정도 원인을 추정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월경 때 탐폰을 쓰는 사춘기 아이들이 냉이 많다고 하는 경우 그것은 탐폰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자극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혹은 그보다 좀더 나이가 어린 아이들의 경우라면 국부를 손으로 만지작거려서 그것이 자극이 되어 일어나는 질염도 있으므로, 아이들의 경우는 이런 버릇에도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원인이 밝혀지면 치료는 간단한 것이겠지요?
  10년 전쯤까지만 해도 트리코모나스나 칸디다는 치료하기가 무척 까다로왔습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양쪽 모두 치료하기가 퍽 쉬워졌습니다. 직접 질 속에 넣는 좌약과 경구약을 사용하면 보통의 경우 1주일쯤이면 병원체가 검출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일정 기간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치료된 듯해도 재발의 예방을 위해 2주일 정도는 약을 쓰는 편이 좋겠지요.
  2주일 이상 사용해도 낫지 않을 때는 다른 원인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냉의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고 복합감염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악성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점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도 있겠지요.
  냉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원인에 맞는 대책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속히 부인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 후 1주일이나 2주일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는 복합감염이나 악성질환도 의심해 보고 원인을 찾아내어 고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치료하기도 쉽지만 재발하기도 쉬우므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ff
      56. 유방의 응어리
    백석신치랑
    일발병원 부원장
    유방의 질환
- 유암을 일찍 발견하려면 평소부터 응어리에 주의하라는 말을 자주 들은 탓인지 유방의 응어리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그렇습니다. 무척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의사한테 오기까지 꽤 오랫동안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전문의라면 잠시만 진찰해도 대부분의 것은 짐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진찰을 해보면 이상이 있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1명쯤이고, 나머지 9명은 거의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입니다. 일반적으로 걱정이 좀 지나친 것 같습니다.
- 유암은 역시 흔한 질병입니까? 여성의 경우, 암 중에서는 유암이 가장 많은가요?
  일본 여성의 경우는 위암, 자궁암에 이어 그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았습니다. 다만 유암은 일찍 발견만 하면 치료효과가 매우 좋은 질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아 보셨으면 합니다.
- 그런데 유방에 왜 응어리가 생기는 것일까요?
  대답하기 전에 유방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설명하지요. 유방에는 유선이라고 해서 젖을 만드는 조직이 있으며 젖은 작은 관을 통하여 운반돼 유두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 주위를 지방이 둘러싸서 유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방은 거의 지방으로 되어 있습니다. 동양인들은 서양 사람에 비해 유방이 비교적 작은데, 유방이 큰 사람은 지방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선 자체의 작용, 즉 젖을 만드는 작용은 유방의 크기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어쨌든 유방의 질환이라면 모두 유선 안의 이상이며 그 밖에는 별다른 질환이 없습니다. 환자에 따라서는 유선에서 떨어진 부분에 응어리가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유선과는 전혀 다른 부분에서 생긴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유선의 병이라면 유선증이 잘 알려져 있지요.
  유선증은 무척 많이 볼 수 있는 질환인데, 특히 만성 유선증(마스토파티)은 현미경으로 보면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경도도 때로는 몹시 딱딱하게 만져지는 경우도 있고, 월경 때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경우도 있으며, 양쪽으로 만져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유암과 관계가 있다고 하여 중요시하고 있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 밖에 선유선종이라 하여 꼭 완두콩만한 아주 부드러운 응어리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응어리를 일찌감치 발견하려면 항상 스스로 만져 보라는 말을 흔히 하던데요.
  목욕을 할때 거울 앞에 서서 자기 눈으로 보거나 위를 보고 누워서 만져 보고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를 관찰해야 합니다. 예컨대 유방의 형태와 유두의 형태가 좌우 양쪽이 서로 다르지 않은지, 유방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지 않은지, 그리고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인데, 응어리가 있는 부분에 움푹 들어간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움푹 들어간 자국은 매우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것이 있으면 유암이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입니다. 유방의 표면 부근에 암이 진행되고 있으면 피부에 달라붙어 그 부분을 잡아당긴 듯한 보조개 모양의 자국이 생깁니다. 또한 암이 좀더 진전되면 응어리의 빛깔이 붉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만 특수한 암인 경우 유두 주위에 치료하기 몹시 힘든 부스럼이 생기는 수도 있습니다.
- 좌우 유방의 차이가 갑자기 생기는 수도 있습니까?
  별로 갑작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때때로 눈여겨보면 발견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응어리가 생기기 쉬운 부분이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유두를 중심으로 수평과 수직의 선을 그어 유방을 네 쪽으로구분하면 유암의 반 정도는 바깥쪽에서, 그것도 위쪽에서 생깁니다. 안쪽이나 유두 아래쪽에는 비교적 적다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 어떤 때는 응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드는가 하면 어느새 없어져 버리기도 하는데, 이건 어쨰서 그럴까요?
  알고 계시리라고 믿습니다만, 여성의 유방은 사춘기가 되면 부풀어 올라서 아기가 생기면 커졌다가 작아졌다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호르몬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임신중인 때나 유선증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월경 전에도 유방이 부풀어 올라서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떄는 응어리를 만져 보아야 별 의미가 없습니다. 월경이 끝나고 보통 상태로 돌아간 다음 다시 한번 자세히 만져 보아야 합니다.
- 만지는 데도 요령이 있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월경이 끝난 다음에 만져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똑바로 누워서 만져 볼 때는 유방 바깥쪽인 경우, 오른쪽이면 오른손을 올리고 왼손으로 만지십시오. 그리고 손바닥으로 만져 봐야 합니다. 손가락으로 집으면 틀림없이 유선 자체도 만져져 응어리처럼 느껴집니다. 손가락으로 유방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밀어 보내듯이 만져 보아야 합니다. 안쪽을 만질 떄는 먼젓번과는 달리 손을 내리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 유선을 편안한 자세로 둔 채 역시 손바닥으로 만져 봐야 합니다.
    유암의 특징
- 스스로 만져 보고 있는 사이에 어느날 응어리가 발견됐다면 결국 그것이 암의 응어리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구별하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도 가능할까요?
  그것은 꽤 어려운 문제이지요. 일반적으로 말해서 암은 역시 고령자에게 많고 암 이외의 응어리는 젊은 여성들에게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암은 폐경전후인 40-50세, 그리고 30대 후반에 많이 나타나지요.
  또한 딱딱한 정도를 보면 암인 경우는 몹시 딱딱하고, 유선증 등의 응어리는 딱딱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부드러운 부분도 있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암인 경우 간혹 아프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프지 않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암 이외의 통증이면 이따금 아픈 경우도 있고 월경 때는 통증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 꽤 오래 진행된 암인 경우에도 통증이 없습니까?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암의 응어리는 극단적으로 진행된 경우는 다르겠지만 꽤 진행되었을 때 만져 보아도 별로 크지 않은 것이 보통입니다. 아주 작을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1개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성유선증과 같은 경우는 응어리가 상당히 큰 것도 있고 양쪽에 있거나 울퉁불퉁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또한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진단에 참고가 됩니다.
- 유두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그것도 여러 유형이 있으며 암의 종류에 따라서는 피가 나오는 수도 있습니다. 만성유선증이라도 피가 나오는 수가 있습니다.
- 체질적으로 암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 있습니까?
암의 원인은 밝혀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유암에 관해서만 말씀드리지요. 역시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 결혼을 했어도 아기를 낳은 적이 없는 사람에게 많고, 다음으로는 아기를 낳는 것이 늦어진 사람 가운데에도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리고 비만증이 있는 사람에게 많은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뚱뚱한 사람은 암만이 아니고 다른 병도 주의해야 합니다. 지방질이 많기 때문에 응어리가 있어도 찾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까요.
    진찰을 받는 방법
- 끝으로 진찰을 받을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유선증이라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반드시 이렇게 말할겁니다. 반년마다 한번씩은 진찰을 받아 보아야 한다고. 분명히 선유선증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는 그렇게 자주 진찰을 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늘 같은 의사에게 진찰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응어리의 일부를 잘라서 현미경으로 조사하는 검사법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되도록 너무 시간을 끌지 말고 조사하여, 만약 그것이 악성인 경우에는 곧바로 수술을 해야 합니다. 진단에서 치료까지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빨리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또한 위암 전문인 외과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유선외과가 있는 병원(이것은 암센터라든지, 대학병원, 성인병센터 등에 있습니다)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현재는 X선촬영이나 초음파에 의한 유암 진단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몹시 뚱뚱한 사람이나 응어리가 잘 만져지지 않는 사람, 혹은 극히 초기인 암의 발견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면 기계를 쓰지 않고 만져 보기만 해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ff
      57. 어깨가 결린다
    교창 일유
    국립신체장애자센터 갱생훈련소 소장
    익숙하지 않은 일은 조심해서 할 것
- 젊은 사람 가운데도 어깨가 결린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은데, 어깨가 결린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까?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깨가 딱딱해진 상태, 혹은 어깨가 나른한 듯하기도 하고, 무거운 듯하기도 하고, 당기는 듯하기도 한 상태를 말하지요. 그중에는 어깨의 피부에서 근육에 걸친 부분이 부푼 듯한 경우도 있지만 눌러도 통증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 때굴때굴 구를 정도로 아픈 경우도 있지요. 그런 어깨통증에 관계되는 근육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어깨에는 많은 근육이 있습니다만, 바깥쪽에서 만져 볼 때 가장 큰 근육은 어깨쭉지에 있는 승모근 밑에 있는 판상근도 매우 결리기 쉬은 근육입니다. 목줄기가 결린다는 것은 이 근육 때문입니다
  그리고 능형근, 견갑거근이라는 견갑골을 들어 올리는 근육, 견갑골의 아래위에 있는 극하근, 극상근 등의 근육이 있는데 그 주위의 혈액순환이 나빠졌을 때 어깨결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 어깨가 결리는 것은 역시 나이와도 관계가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젊은 사람이나 아이들은 어깨가 결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있다 해도 목욕을 하고 하룻밤만 자고 나면 저절로 나아 버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어깨가 결린다고 호소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이며 치료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 하룻밤을 자고 나도 낫지 않는 어깨결림은 어떤 때 일어날까요?
  익숙하지 않은 일을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계속할 때 일어나지요. 편물이나 주산,계산기 등 손끝만을 사용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는 경우에도 흔히 일어납니다. 자기로서는 손끝만 쓸 뿐이지 상반신 근육은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니만 실은 상반신 근육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등을 구부린 나쁜 자세를 취하면 목줄기나 어깨에서 등에 걸친 근육에 무리가 옵니다. 밤을 새우며 글을 쓰거나 했을 때에도 어깨결림이 잘 일어납니다. 글을 쓰고 있으면 새우등과 같은 자세가 되기 쉽습니다. 그렇게 하면 배쪽의 근육도 짓눌리고 어깨도 결립니다.
- 자세는 책상과 의자의 높이와도 관계가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의자에 걸터앉을 때의 자세는 넓적다리, 무릎, 발의 관절을 각각 직각으로 구부려 앉고, 팔꿈치 관절을 직각으로 구부려 그 팔의 아래 높이에 책상이 있으면 좋습니다.
  또한 책상과 눈의 거리는 명시거리(30--40cm)인 것이 이상적입니다.
  자세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차이는 일어섰을 때 나타납니다. 자세가 좋은 사람은 귀의 중심에서 아래로 직선을 그어 보면, 그 직선이 복사뼈까지 내려갑니다. 자세가 나쁜 사람은 턱이 앞으로 나오고 배가 돌출하며 관절이 구부러진 듯한 모습으로 서 있게 됩니다.
    좋은 자세를 유지할 것
- 흔히 말하는 오십어깨란 어떤 상태를 말합니까?
  50세쯤 되면 어깨관절 주위에 있는 관절낭등이 굳어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목뼈 사이에서 나와 있는 신경도 갖가지 형태로 짓눌립니다. 그 때문에 어깨가 결리는 증상이 나타나며 나아가 이것이 통증으로 변해 가는 것입니다. 오십어깨는 통증이 주증세입니다. 그 전단계의 증상이 어깨가 결리는 것입니다.
- 그럼 어깨가 결린다는 것은 피로를 나타내는 증상 중 하나란 뜻입니까? 
  아마 그렇겠지요. 예전에 20-50세의 법원공무원 150명을 상대로 그들이 활동하고 있는 동안의 자세와 신체의 부조에 관하여 어떻게 호소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조사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어깨가 결린다고 호소한 사람이 가장 많아 전체의 77%나 되었습니다. 그밖에 눈이 피로하다, 손목이 피로하다, 등이 아프다 하는 호소가 있는데, 어깨가 결린다는 사람의 약 38%가 20대였다고 합니다.
-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 사람들은 쉴 틈도 없이 바삐 일하는데다 일에 익숙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자세가 나쁜 사람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40대, 50대의 사람들 가운데 어깨결림 등 신체적 부조를 호소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역시 자기 몸을 훌륭히 다루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 편안한 자세로 일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일을 하는 자세가 좋다는 말입니다. 또 자기 페이스에 따르고 무리하거나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거지요. 그 때문에 몹시 피곤한 경우도 적고 일도 순조롭게 진척되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숙련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같은 일을 20년, 30년 계속하면서도 조금도 어깨가 결린다고 호소하지 않는 사람이 비교적 많았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어깨가 결린다는 것은 자세와 관계가 깊은 것이로군요.
  그렇지요. 좋은 자세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조사에서는 150명의 대상자들의 섰을 때의 자세를 A형, B형, C형, D형으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이것을 토마스의 분류법이라고 하는데, A형이 9.6%였습니다. 이것이 가장 좋은 자세지요. D형이 제일 나쁜데, 그 중간인 B형과 C형은 각각 27.6%와 54.2%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비율입니다.
  A형의 사람들에게서는 역시 어깨결림 따위의 호소가 적습니다. 악력이나 배근력도 A형의 사람들은 매우 세고, B형, C형으로 자세가 나빠짐에 따라 이런 힘도 일반적으로 약해진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 그럼 선생님께서는 선 자세를 보시면 어깨가 결리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군요.
  예, 대체로 알 수 있습니다.
    내장의 질환도 원인
- 정신적인 원인이 있어도 어깨가 결린다고 하던데요. 스트레스도 영향을 주는걸까요?
  그렇습니다. "저 사람과 얘기하고 있으면 어깨가 결린다"는 말이 있을 수 있지요. 그건 틀림없는 얘깁니다. 심인성으로 어깨가 결리는 것이지요.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진력이 나도록 듣게 되면 듣는 자세도 나빠지고 몸도 마음도 모두 피곤해집니다. 이것도 어깨가 결리는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내장에 질환이 있으면 그 증상의 하나로 어깨가 결리기도 합니다. 예컨대 흉부질환, 폐나 심장(심부전 등)이 나쁜 사람은 비교적 어깨가 결리는 수가 많습니다. 간경변이나 당뇨병,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도 그렇지요. 위하수증이 있는 사람은 배에 힘이 없으므로 대체로 자세가 나빠지는데, 그 결과 어깨가 결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나 코가 나쁜 사람, 눈이 나쁜 사람 중에도 어깨가 결린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지요.
- 그런 경우는 어깨결림을 치료하기 전에 그 원인이 되는 질환을 면저 치료해야겠군요.
  먼저 알고 있는 질환부터 치료한 다음 어깨가 결리는 원인을 검사,진단해야 합니다. 단순한 피로가 원인이면 목욕을 하고 가볍게 마사지라도 한 후 하룻밤 잘 자고 나면 거뜬히 나아 버리지만 전부터 질환이 있어서 일어나는 어깨결림이라면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 단순한 어깨결림에는 어떤 치료법이 있습니까?
  어깨가 결릴 때는 체액의 순환이 나빠져 있고 피로물질이 괴어 있으므로 마사지나 목욕이 하나의 요법이지요.
- 지압은 어떨까요?
  위에 따라서는 이것도 잘 듣는 수가 있습니다. 특히 결리는 부위를 알고 있으면 잘 듣습니다. 침도 좋겠지요. 다만 전문가의 충고를 받으면서 침을 맞아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잘못 맞으면 오히려 나빠지는 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효과가 있는 것은 운동입니다. 손으로 하는 일 등을 계속하는 바람에 피로할 때는 중간에 조금씩 체조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작업체조란 것도 있는데, 그렇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목을 힘껏 옆으로 돌리고 어깨에 머리가 붙을 정도로 구부리거나, 손을 위로 쭉 뻗어서 상체를 뒤로 젖히며 손을 조금씩 흔들어 주면 됩니다.
-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에 손을 올리는 동작이 별로 없지요.
  요즈음은 벽장에 이불을 넣는 일도 적어졌으므로 손이나 팔을 어깨 위로 올리는 운동은 별로 안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팔을 들어올리는 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근력과 복근력을 키우는 운동
- 마사지나 지압처럼 밖에서 힘을 가하는 것보다 혼자서 체조를 하는 것이 더 좋은 모양이지요?
  좋다고 봅니다. 누구든지 간단히 할 수 있는 체조를 조금만 소개하지요. 우선 고양이가 자고 일어나 발을 쭉 뻗듯이 손발에 힘을 꾹 주고 몸을 힘껏 뻗습니다. 10초 정도면 되니까 하루에 몇 차례 해보십시오. 그리고 양손을 위로 올려서 몸을 뒤로 젖힙니다. 팔이 귀 뒤쪽까지 가도록 올리십시오. 다음에는 손을 흔듭니다.
- 꽤 아플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팔이 귀 앞에서 멈춰 버리는 사람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 귀 뒤까지 팔을 뻗으면 등도 저절로 펴지겠군요.
  다음은 목체조입니다. 목을 앞으로 구부리고 뒤로 힘껏 돌립니다. 그리고 좌우 옆으로 떨어뜨립니다. 손으로 저항을 일으키면서 목을 움직입니다. 이어서 고개를 빙빙 돌립니다. 이 운동은 일하는 도중에 틈을 보아 적당히 하면 좋겠지요.
  또한 복식호흡이 있습니다. 이것은 복근을 단련하는 데 가장 좋은 운동입니다. 남자는 저절로 복실호흡을 권합니다. 숨을 들이쉴 때 배가 부풀어 오르고 배가 꺼지면서 숨을 토하는 호흡법인데 가슴으로 숨을 쉬는 심호흡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 밖에 팔꿈치를 세우고 엎드리기를 하면 배근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젊은이라면 마루 위에서 하면 되는데, 나이를 먹은 사람도 높이를 약간 가감하면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높게 할수록 편안해집니다. 발을 뒤로 가져갈수록 강한 운동이 되므로 이렇게 단계를 높여 단련해 가면 배근력이나 복근력도 좋아질 것입니다. 아침 저녁 2회 정도 목욕을 마치고 몸이 부드러워졌을 때 하면 더욱더 효과적입니다.
- 이상과 같은 운동을 계속하면 어깨가 결리는 것을 잊어버릴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자주자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동작이 고작 10초간이므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ff
      58. 오십어깨
    삼호 방달
    성마리안나의과대학 교수
    어깨관절의 균형이 깨지는 노화가 원인
-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마침내 오십어깨가 시작되는가 보다 하는 말을 흔히 하는데, 이것은 역시 노화현상의 하나일까요?
  그렇습니다. 그것은 노인성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병입니다. 그래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50대의 사람에게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오십어깨라는 명칭이 붙어 있습니다.
- 오른쪽과 왼쪽에 차이가 있는걸까요?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마찬가지로 증세가 나타납니까?
  그렇습니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마찬가지로 생기며, 오른손잡이인데도 왼쪽 어깨에 오십어깨가 생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증세가 나타나는 유형은 사람에 따라 처음 1년에서 1년 반쯤은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가 그곳이 나았는가 싶으면 이번에는 왼쪽 어깨의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양쪽 어깨에 한꺼번에 오기보다는 한쪽씩 오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 동양인에게 특히 많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계 각국에 다 있습니다. 미국 같은 곳에서는 이것을 프로즌 숄더라 부르고 있습니다. 차가와져 얼어 붙은 것처럼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속칭이 붙은 것입니다.
- 오십어깨라는 것도 속칭이지요? 전문적으로는 병명이 무엇입니까?
  견관절주위염 혹은 견갑상완관절주위염 등의 병명이 붙어 있습니다. 어깨관절은 견갑골과 상완골로 되어 있는데 그 주위에는 어깨를 움직이기 위한 여러 가지 근육이나 건이 붙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한결같이 나이에 상응하는 변화를 일으킨다면 아프지 않을테지만, 부분적으로 노인성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통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어깨관절은 움직이는 범위가 매우 넓어 그 때문에 주위의 건 등도 아픈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뼈와 뼈가 닿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자칫하면 다치기 쉽고 관절의 탈구도 이 어깨관절이 가장 많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노인성변화도 알으키기 쉽습니다. 또 이 어깨관절에는, 관절에 마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점액포라는 주머니가 있습니다. 이러한 부위나 건 등에 염증이나 변성같은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오십어깨라는 것은 이러한 여러 변화가 겹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 어떠한 증상이 특징입니까?
  증상이 나타나는 유형으로는 아주 격렬한 것, 즉 어느 날 갑자기 어깨가 아파 밤에 자다가 잠을 깨게 되는 경우와, 천천히 증상이 나타나 점점 어깨가 아파 와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경우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아픈 기간은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대체로 1년에서 1년 반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병은 반드시 낫는 병으로서 예후가 아주 좋아 그다지 두려운 병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앞에서 연령에 따른 어깨관절의 변화에 관해서 언급했지만 그 가운데는 특수한 것이 있어서 예를 들면, 활액포에 석회가 침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X레이 사진으로 촬영되는 수도 있습니다.
- 어째서 석회가 침전하게 됩니까?
  그것은 역시 염증이나 변성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긴 것이라고나 할까요? 보통은 이런 경우 석회가 침전할 까닭이 없는데 침전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아무튼 오십어깨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병이 겹친 하나의 증후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체조요법을 중심으로
-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요?
  격하게 통증이 생긴 경우에는 한동안 안정시키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삼각건으로 붙들어맨다든가, 혹은 뜨거운 수건으로 찜질을 한다든가 목욕을 한다든가 하여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는 핫백이나 초단파 등 온열요법을 씁니다. 심하게 아플 때에는 진통제를 복용하여 통증을 완화시키기도 하고, 통각의 신경을 마비시키기위해 신경차단을 하기도 하고, 혹은 관절에 부신피질호르몬 주사를 눟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통증을 없애는 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십어깨가 오면 통증이 있을 뿐만 아니라 관절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합니다. 그것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아프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팔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오십어깨의 치료는 아무래도 체조요법이 주가됩니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움직일 수 있는 데까지 힘껏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똑바로 서서 손을 위로 올릴 때에는 자기 손의 무게를 견디며 치켜 올려야만 합니다. 그 때문에 어깨의 근육이 더 많이 일을 해야 하지요. 또 앞으로 구부린 자세로 손을 움직일 때에는 손의 무게를 관절에 전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이용해서 될 수 있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넓혀 나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 체조는 가정에서도 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일례로 다리미체조가 있습니다. 다리미는 적당한 무게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앞뒤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아프지 않은 쪽의 손으로 책상 같은 곳을 짚고 몸을 좀 앞으로 구부리면 그만큼 아프지 않게 어깨의 관절을 넓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그런 자세로 아픈 쪽의 손을 흔들이처럼 움직이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또 한가지 체조로는 봉체조가 있습니다. 이것은 알맞은 막대기가 있으면 가능한데, 빗자루 같은 것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막대기를 양손으로 쥐고 아프지 않은 쪽의 손을 써서 반대쪽으로 밀어 올리듯이 하면 아픈 쪽의 어깨가 저절로 위로 올라가게 마련입니다. 이와 같이 해서 잘 움직일 수 없는 어깨를 움직여 줍니다. 또 손을 뒤로 돌려서 좋지 않은 쪽의 어깨를 아프지 않은 쪽의 손으로 잡아당김으로써 움직여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또 병원 등에서 흔히 하고 있는 체조로서 도르래와 추를 사용하는 체조가 있습니다. 1Kg안팎이나 500g정도의 추로써 어깨를 움직일 수 있으므로, 이것을 옆을 향해서 실시하면 옆으로 움직일 수가 있고 앞을 향해서 하면 전면에서의 상하운동이 가능하게 됩니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렇군요. 괜찮은 쪽의 손을 빌어 불편한 쪽을 움직이는 것이 요령이군요. 앞에서 두 가지 체조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는데 다리미체조나 봉체조는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체조를 한 다음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지나치게 많이 한겁니다. 반대로 아플까봐 두려운 나머지 흔히 체조를 너무 조금 하기 쉬운데 그러면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체조만 하고 가만히 있어도 안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손을 사용하는 궁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어깨를 부지런히 쓴다
- '아무래도 이건 오십어깨 같은데'하고 스스로 느꼈을 때에는 우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깨가 아픈 병은 오십어깨만이 아닙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병이 있습니다.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사의 진찰을 받아 봐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오십어깨라는 진단이 나오면 곧바로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치료에 있어서는 스스로 관절을 움직이는 일이 중요하므로 체조요법이 중심이 되겠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어깨를 폭넓게 움직이는 노력을 하도록 당부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옛날에 비해서 집안에서도 손을 움직일 기회가 적어진게 사실이지요. 그래서 오십어깨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 오십어깨는 계절과 관계가 없는 것일까요?
  역시 추운 계절에는 몸을 움직이는 일이 적어지고 차가와지면 아프기 쉬운 법입니다. 그러므로 초가을 같은 때에는 특히 조심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어깨를 차게 해서는 안되겠군요.
  오십어깨의 환자는 어깨 주위가 차갑게 느껴집니다. 그것은 역시 피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기 때문이므로 따뜻하게 하는 것은 좋은 치료법입니다.
- 팔이나 어깨를 자주 움직이는 것이 오십어깨의 치료나 예방이 됩니까?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사무직 종사자처럼 손끝을 움직이는 일만 하는 사람이나 가정주부들에게 많이 생긴다는 사실로 미루어 봐도 역시 평소에 어깨를 많이 움직이는 사람 쪽이 오십어깨에는 잘 걸리지 않는 듯합니다. TV체조나 라디오체조 등을 잠시 틈을 내서 해보는 것도 아주 좋다고 생각됩니다. 온몸체조를 하는 동안 자연히 어깨도 크게 움직이게 됩니다.
- 찜질을 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겠군요.
  어딘가 아프면 흔히 주사나 내복약 혹은 찜질 등 아는 사람에게 몸을 내맡기기 쉬운데,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는 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오십어깨의 경우는 스스로 크게 움직이는 것이 치료의 근본이고, 또 빨리 낫게 되는 요령이므로, 반드시 스스로 움직이는 일에 중점을 두어 치료를 하도록 당부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걱정할 병도 아니고 반드시 낫는 병입니다.
@ff
      59. 등의 통증
    재등 호
    사립학교공제조합 하곡병원 원장
    내장의 병이 아닌가 의심해 볼 것
- 소화기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처음에는 등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만...
  그렇습니다. 등의 통증은 등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내장에 생긴 병의 증세로 나타나는 경우도 흔히 있기 때문에 등이 아프다고 호소하면 의사들도 주목하게 됩니다. 또 등의 통증을 환자가 호소함으로써 수술의 계기가 된 예도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등의 통증만을 가지고 "어떻습니까?"하고 물어 보면 그 자리에서 분명히 진단을 내리기가 곤란합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등이 아트다고 해도 아픈 유형이나 정도가 각기 다를 뿐 아니라 원인도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등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부위일까요? 등은 자신의 눈으로 볼 수가 없는 부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봐 달라고 하든가, '등긁이'로 건드려 보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지요.
- 위가 약해서 곧잘 등이 짓눌리는 것처럼 답답해지는데 거기를 눌러 주면 아주 기분이 좋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역시 위가 원인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통증이 내장에서 등으로 전해지는 것입니까?
  등에 어딘가 탈이 생겨서 아픈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 말한 것처럼 위인지 장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장에 어떤 병이 있어서 등에 통증을 느낀다든가 또 위의 뒤를 누르면 속이 편해진다든가 하는 겅우는 비교적 흔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내장의 신경이 척수로 자극을 전하고, 또 척수에서 나와 있는 피부의 지각신경이 등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등이 짓눌리는 듯이 쑤신다 - 늑막염
- 그러면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병 가운데 내장의 병으로는 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늑막염, 간장병, 담석, 심장병, 위궤양, 췌장염이 있습니다. 그밖에 폐암이나 심장병도 등에 통증이 나타나는 수가 있습니다만, 늑막염의 경우는 열이나 기침, 흉통등 여러 증상외에 등이 매우 아프거나 무겁거나 해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불쾌한 기분에 사로 잡히기도 합니다. 다음은 어떤 의사에게서 들은 얘기 입니다. 그 의사는 등이 무겁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아마 무리하게 일을 해서 피로한 탓이려니 생각하고 비타민제와 진통제를 먹기도 하고 주사를 맞기도 했는데, 그래도 좀처럼 낫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있는 동안에 한번은 호흡을 할때 무슨 소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 가슴에 청진기를 대어 봤더니 마찰음이 들리더랍니다. 늑막염이 있으면 그러한 소리가 들리는 법입니다. X레이 사진을 찍어 봤더니 역시 늑막염으로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복부의병으로는 간장병이 있습니다. 간장에는 여러 가지 병이 있는데, 간경변이나 간장암도 이렇다 할 자각증상이 없이 다만 등이 아프거나 무겁거나 한 것이 시작인 경우도 있습니다.
    등을 꿰뚫는 듯한 격통 - 담석증
- 담석증도 통증이 오는 대표적인 병입니다. 환자는 담석증의 발작이 일어나면 등을 꿰뚫는 듯한 격통을 느낀다고 호소합니다. 아픔이 뻗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꿰뚫는다는 말, 이것이 실감나는 표현일 것입니다.
  담석증 환자의 실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육십세 가까운 부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 몇 사람과 차를 마시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오른쪽 가슴에서부터 등까지 통증이 뻗쳐 그만 그 자리에 웅크린 채 주저앉았다고 합니다. 한참 지난 후에 통증이 씻은 듯이 가셨는데, 좌중에 남편이 담석증으로 수술을 받았던 사람이 있어서 "지금 당신이 겪은 발작은 그이가 아플 때하고 아주 비슷해요. 당신도 담석증인지 몰라요"하고 말했답니다. 발작을 일으킨 부인은 "담석증은 아닐거야. 예전에 늑막염을 앓은 적이 있으니 그탓일거야, 아니면 이렇게 아픈 걸 보니 심장병일는지도 몰라"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뭏든 통증의 발작은 그때뿐이었고 별로 몸의 이상도 느끼지 않았으나 친구가 말한 얘기도 있고 하여 걱정이 되어서 저한테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담석증이 아니라는 말을 저한테서 듣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발작이 일어났을 때의 통증의 상태등을 묻고 나서 "전에도 등이 아픈 적이 있었나요?" 하고 질문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실은 삼년 전쯤에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가슴을 죄는 듯한 느낌도 들어 괴로왔던적이 있었지만 간단히 나았지요. 이번 발작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되는군요"하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전화 진단이기는 하지만 일단 담석증으로 진단하고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헸습니다. 역시 그 환자는 꽤 큰 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내장에 생긴 병의 증상이 등이나 가슴 부근의 통증으로 나타난 한 예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위궤양이나 만성위염인 경우에도 여러 증상의 하나로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꽤 심하게 아픈 경우도 있지요. 또 일례로 위궤양이 천공이 되어 급성복막염이 일어났을 때에도 등이 아픕니다. 물론 배도 아픕니다만. 그리고 잊어서는 안될 것이 위암입니다. 이 경우에도 등에 통증이 옵니다.
  그리고 췌장염의 겅우는 비교적 일찍부터 통증이 등으로 옵니다.
- 초기 단계에서 바로 등에 통증이 생기는 것도 있고, 또 그반대인것도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 통증이 등으로 오는 것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빠른 시기에 등으로 통증이 오는 것도 있습니다.
  또 등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통증뿐만 아니라 붓는다든가 무겁다든가 기분이 언짢다든가 하는 여러가지 느낌이 있으므로 그러한 것도 아울러 주의를 해야 합니다.
    등에 원인이 있는 통증
- 등에 어떤 이상을 느꼈을 때에는 여러가지 내장의 병을 생각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 등 자체에 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통증도 많습니까?
그런 경우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흔히 생기는 것이기는 하지만, 등의 피부에 분류가 생겨서 그것때문에 아픈 경우도 있고, 피하에 병이 있거나 근육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늑골의 병이나 척추의 병이 있습니다. 이즈음에는 드물어졌지만, 늑골이나 척추의 카리에스라는 병은 등이 몹시 아픕니다. 돌아누워도 등을 굽혀도 아픈, 까다로은 병이지요. 이처럼 등에 어떤 원인이 있는 경우에는 겉에서 만지거나 누르기만 해도 대개 알 수 있습니다. 또 등의 표면도 내장도 아닌 부위의 병으로서 늑간신경통이 있습니다. 늑골의 뼈와 뼈 사이의 신경이 아픈 것이지요. 이것은 감기에 걸려도 일어나지만, 헤르페스라는 병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체의 위쪽에서 아래쪽에 걸쳐 비스듬히 늑간신경이 지나는 줄기 같은 선을 따라서 피부에 물집 같은 것이 생겨 몹시 아픕니다. 이것도 눈으로 봐서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른바 늑간신경통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에는 척추신경까지 침범한 경우도 있으므로 간단히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 말씀을 듣고보니 등의 통증은 모두 무서운 병과 연결되어 있는 듯합니다. 평소에 가벼운 통증을 느끼고 있던 사람도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되지나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그렇군요. 이런 얘기를 하면 웬지 걱정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그러나 등의 상태가 좋지않을 때에는 국소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장에 여러가지 병이 숨겨져 있는 경우도 꽤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장에 나쁜 곳이 있더라도 검사를 하면 바로 알 수 있고, 오늘날 위암 등은 조기에만 발견하면 90% 이상이 완전히 낫기 때문에 공연히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검사를 해서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것은 국소만의 문제가 되는 셈이지요.
- 등이 아픈 것이 무서운 병으로 말미암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판단해서는 안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앞서 담석증을 설명할때 예로 든 부인과 같은 경우도 있으므로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 진찰을 받을 때에는 어디가 아프다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의 병이나 자각증상 등도 잘 생각해 내서 의사선생님에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군요.
  그것도 몸 전체에 관해서 여러가지 이상이나 마음에 걸리는 점을, 이것은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펀단해 버리지 말고 모두 이야기 해야합니다.
- 그렇다면, 통증을 '위험합니다.'하고 알려 주는 경고라고 생각해도 되는 겁니까?
  맞습니다. 몸에 뭔가 이상이 생겨서 그것이 아픔이라는 형태로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므로 의사의 진단을 바탕으로 적당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ff
      60. 요통
    석전 격
    일본의과대학 교수
    무엇때문에 생기는 통증인가?
- 허리가 아파 괴로와하는 사람이 아주 많은 듯합니다. 어떤 병이 있어서 아프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들 정형외과의사를 찾아오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잘 진찰해 보면 아무래도 하리의 젖혀짐이 심하다든가 배의 근육이 약하다든가 다소 자세가 나쁜 데서 오는 이른바 요통증이란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 밖에 허리가 삐끗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동안 허리나 발의 아픔이 심해지는 추간판 헤르니아나, 나이 많은 층에서는 역시 기름이 빠진 탓으로 아침에 일어날 때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운동을 지나치게 해서 허리의 협부가 끊어지거나 혹은 어긋나서 그 때문에 일어나는 허리의 통증도 있습니다. 여성은 폐경 후 10년, 20년이 지나서 난포 호르몬 등 호르몬의 가감이라든가 뼈에 조그만 구멍이 생기는 경우(의사들은 골조송증이라고 일컫고 있습니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대한 병으로는 암이 있습니다. 암이 등뼈에 전이하여 그때문에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 이른바 요통증이라는 것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역시 오늘날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편리하게 되어 걸어다니는 기회가 적어졌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리크리에이션이나 스포츠를 준비운동도 하지 않고 갑자기 하는 일, 혹은 장거리 드라이브나 노름 등을 하느라고 일정한 자세를 오랜 시간 계속해서 취하는 일, 곧 등의 근육을 사용하지 않거나 특정한 부위에만 부담이 가게 하는 일을 들 수 있겠습니다.
  또 언제나 나쁜 자세로 있다는 것도 요통의 한 원인이 됩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이른바 침팬지-고릴라 스타일이라고 말하는데, 등을 구부리고 턱을 내민 채 걷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젊은이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그 밖에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 전신병이나 내장에 관계된 것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안심하기 위해서라도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자신의 요통은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인지, 어떤 성질의 것인지를 확실히 해두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그렇다면 원래 허리를 약하게 할 만한 상태가 있는데다 조심하지 않고 허리를 사용하는 것이 요통을 일으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허리를 단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허리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가, 또 등뼈에서 비롯되는 허리의 통증은 어째서 생기는가에 관해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등뼈라고 하는 것은 벽돌을 쌓아 놓은 것 같은 형태로 되어있고, 그 사이에 있는 것이 추간판이라는 연골의 판입니다. 이것은 쿠션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뒤쪽에 작은 관절이 있고, 이 관절의 방향에 따라 서 등뼈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등뼈와 관절을 잇는 인대라는 끈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로 등뼈는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등뼈를 사이에 두고 몸의 앞면에 배의 근육, 뒤쪽에는 등의 근육이 있는데, 이 양쪽의 근육이 튼튼히 버티고 있으면 허리는 매우 안정되어 좀처럼 아프지 않다는 것입니다. 씨름선수나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선수들이 의외로 허리의 아픔을 호소하지 않는 것은 평소에 이 근육을 단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추간판헤르니아라는 것은 추간판이 뒤로 밀려났기 때문에 신경을 자극하여 통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곳이 끊어지면 척추분리증이라는 병이 됩니다. 또 노인층의 경우에는 이러한 곳에 가시가 생겨 신경이 나갈 창이 좁아지는 일이 있습니다.
    갑자기 아프면
- 그러면 실제로 허리가 아플 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무엇보다도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있는 것이 좋습니다. 쓸데없는 일을 하려고 들지 말고 우선 누워 자는 게 좋습니다. 그때 일반적으로 새우처럼 몸을 둥글게 구부리면 추간판이 넓어지고 무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아주 편해집니다.
  그리고 나서 아픈 부분을 따뜻하게 하든가, 아니면 반대로 차게 합니다. 정반대의 방법이라서 이상하게 생각할는지 모르나 어느 쪽이건 본인에게 좋은 쪽을 택하면 됩니다. 얼음으로 2--3일쯤 차게 하면 매우 편해지고, 반대로 미지근한 목욕탕에 장시간 들어가 있는 것도 좋겠지요.
  이와 같은 급성의 통증이 가시고 나면 2--3주일쯤 지나서 요통체조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요통의 치료에는 깨어 있는 동안뿐만 아니라 잠자는 시간도 포함해서 24시간 자세를 바로 갖는다든가, 침상의 매트리스를 단단한 것으로 한다든가, 혹은 잠자는 동안의 자세에 조심을 하는 등 일상의 극히 사소한 일에도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요통체조는 누가 하더라도 몸에 좋겠지만, 특히 어떤 사람에게 효과가 있을까요?
  예컨대,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픈 사람, 아침에 일어나기가 아주 괴로운 사람, 혹은 저녁때 피로하면 허리가 아픈 사람, 이와 같이 허리가 아픈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효과가 있습니다.
    통증이 사라지면 요통체조를
- 그러면 요통체조의 방법과 요령에 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요통체조는 여러 가지 자세로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누운 자세에서의 운동을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자세입니다. 이 기본자세의 요령은 반드시 무릎을 세울 것과 마음을 느긋하게 갖는 일입니다. 이 상태로 천천히 복식심호흡을 합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코로, 내쉴 때는 입으로, 그리고 입으로 후하고 숨을 내뱉는 동안에 등의 근육은 천천히 느슨하게 합니다. 이것을 2-3회 되풀이 합니다.
  다음에 복근을 강하게 하는 체조로 들어갑니다. 이것 역시 기본적인 것으로서, 먼저 천정을 보고 반듯이 누워 마음속으로 다섯을 세면서 천천히 몸은 일으킵니다. 하반신은 바닥에 댄 채 움직이지 말고 어깨를 바닥에서 25cm들어 올린 자세로 약 다섯을 셀 동안 멈춥니다. 이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기때문에 노인층은 그러한 시늉만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몸을 제자리로 되돌아가도록 합니다. 되돌아가게 할 때에도 천천히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운동이 되지요.
- 반드시 25cm들어 올리지 않아도 괜찮은가요?
  물론 괜찮습니다. 25cm쯤 들어 올리는 기분이면 됩니다. 요컨대, 배에 힘이 들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기본자세로 되돌아가서 복식심호흡을 합니다.
  이것이 제1단계의 복근강화운동인데, 이를 응용한 것으로 누운채 몸을 비틀면서 왼손으로 오른쪽 무릎을 만지는 운동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좀처럼 간단하게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러한 기분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다음은 세번째 동작입니다. 이것은 무릎껴안기 또는 다리껴안기라고 부르는데, 상체를 조금 반동을 주는 것처럼 움직여서 양무릎을 겨드랑이 아래에 껴안는 운동입니다. 그 목적은 등을 충분히 펴는 것과 굳어진 등뼈를 부드럽게 하는 것입니다. 이 운동을 29회쯤 되풀이하여 지치면 또 기본자세로 되돌아가 복식심호흡을 합니다.
  마지막 네번째 운동은 비교적 어려워 여러분들이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골반회선운동이라고 하기 때문에 골반을 비트는 일이려니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테지만, 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허리가 젖혀진 것을 원상태로 돌이키기 위한 운동이지요.
  우선 바닥에 누워서 배를 될 수 있는 대로 들여보내고 등을 바닥에 찰싹 붙입니다. 그리고 상반신은 그대로 둔채 허리를 들어 올리는겁니다. 제대로 들어 올려졌는지 스스로 알 수 없을 때에는 배꼽을 들여다봐도 상관없습니다.
  이 운동의 목적은 엉덩이의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골반의 경사를 원상태로 돌이키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요통체조 중에서도 기본이 됩니다.
- 그런데 허리만 들어 올리려고 해도 상반신이 함께 올라가 버리기 쉽지요
  그렇습니다. 꽤 까다로운 운동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허리 아래에 손이나 베개를 집어넣고 잠을 자곤 하지요. 그런데 이것은 가장 옳지 못한 자세입니다. 다음에는 이른바 허리비틀기라는 운동으로 옮겨 갑니다. 숨을 내쉬면서 발을 교차시킵니다. 이 경우에는 엉덩이가 뜨더라도 상관없지요. 많이 비틀면 비틀수록 효과가 있습니다. 또 이 운동은 스스로 비틀기 때문에 위험성이 적은 것입니다. 유도 4번이나 카이로프렉틱(척추를 조정하는 민간요법) 선생이 뚝 소리를 내면서 뼈의 교정치료를 하는데,  그것과 같은 동작이지요.
  위에서 설명한 기본자세와, 복근을 튼튼하게 하고, 양무릎을 껴안고 골반을 회선시키고 허리를 비트는 운동이 기본적인 요통체조입니다. 이러한 운동을 전부 순서대로 꼭 해야만 된다기보다는 그중에서 한두 가지라도 마음이 내킬 때 반드시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한 가지 운동을 몇 번 정도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처음에는 3회 내지 5회 정도 하고 몸이 차츰 단련되면 횟수를 늘려 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하루 중 어떤 시간에 이 체조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직장에서는 하기 어려운 운동이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상에서 한다던가, 밤에 자기전에 하는 것이 좋겠지요. 특히 목욕한 뒤에 하는 것은 한층 더 효과적입니다.
  다음에는 직장 같은 곳에서도 의자에 앉아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체조가 몇 가지 있는데 그것을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되도록 크게 기지개를 켭니다. 누구나 같은 자세를 오래 계속해서 피로해지면 무의식적으로 기지개를 켜게 마련이지요. 그것과 같은 동작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이른바 배꼽들여다 보기라고 하는데, 등을 가급적 둥글게 해서 배꼽을 보도록 합니다. 의자에 등받이가 있는 경우는 조금 얕게 걸터앉아 실시하면 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는 다리를 껴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기본적인 요통체조 가운데 양무릎 껴안기를 한쪽 무릎씩 하고서 또 원상태로 돌이킵니다. 머리의 무게를 이용하여 되도록 깊이 절을 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이와 같은 체조의 경우 한 가지 운동을 하고 나서는 반드시 역방향의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등을 둥글게 한 다음에는 젖히는 식으로.
    체조를 해서는 안되는 경우
- 요통이 있어도 이러한 체조를 해서는 안되는 병에는 어떠한 것이 있습니까?
  이것은 의사가 판단해야 합니다만, 예를 들면 암이나 척추카리에스(결핵성척추염)등이 그러한 병입니다. 염증이 있을 때에도 역시 위험합니다.그러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허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은 추간판헤르니아도 포함해서 반드시 체조를 하라고 권장하고 싶습니다.
-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판단해서, 이것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하는 경우란 어떠한 때일까요?
  원래는 의사가 처방을 해야 하는거지만, 체조를 해봐서 무척 아프다든가 움직일 수 없는 경우에는 좀더 가볍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보통의 경우라면 체조를 한 뒤에 기분이 좋은 아픔이라 할까요, 상쾌한 느낌이 들지요. 치료를 계속하는데도 점점 나빠지는 경우, 예를 들어 척수의 마비로 발이 흔들거린다든가,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든가, 곧잘 변비 증상이 나타난다든가 또 통증이 다리 쪽에서 차츰 가슴 쪽으로 올라온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중대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므로 바로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 그러한 경우 말고는,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우선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서 따뜻하게 하든가 차게 하여 통증을 완화시키고, 그 밖에 자세라든가 일상의 생활방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운이면서 2-3주 지난 후부터 요통체조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군요.
  앞에서 소개한 운동은 최대공약수적으로 위험이 없는 동작만을 고른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위험성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역시 요통체조는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적어도 3개월 혹은 반년 정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몸의 상태를 보아 무리가 가지 않게끔 서서히 운동의 회수를 늘려갑니다.
- 허리가 아프진 않더라도 체조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겠지요?
 그렇습니다. 예방적인 의미도 있기 때문에 장거리 드라이브를 할 때 운전석에 앉은 채로 한다든가, 혹은 노인층의 경우 아침에 일어날 때 아주 뻐근하면 침상에서 해본다든가 하면 좋으니까 응용범위는 넓다고 하겠습니다.
@ff
      61. 손발이 저리다
    밀 건궁
    동경후생연금병원 정형외과 부장
    목뼈나 신경에 이상이 있는 경우
- 손이나 발의 저림은 누구나 흔히 경험하는 일입니다. 그럴 때 그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지나 않을까 하여 불안한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의사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도 그러한 불안감이 심한 사람이 많더군요. 특히 뇌출혈 등이 일어나 그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갖는 듯합니다.
- 그렇다면 손이나 발이 저린 가장 큰 원인은 무엇입니까?
  정형외과에서 다루는 것 가운데는 목뼈나 신경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 듯합니다. 그리고 뼈에는 이상이 없고 단지 근육이 굳어져서 손이 저린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 목뼈나 신경에 이상이 있으면 어째거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사람의 몸의 중심에는 등뼈가 지나고 있고 목에는 7개의 뼈가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큰 척추의 뼈 바로 뒤에 있는 작은 구멍이 관으로 되어 있는데, 그 관 속을 척수의 신경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뇌에 연결되어 있지요.
  우리들의 머리는 아주 무거운 것인데, 그것을 가느다란 목으로 지탱하고 있어서 목뼈에 걸리는 부담은 대단한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부위의 뼈보다 연령적인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한 변화에 의해서 연골이나 뼈의 가시등이 척수를 압박하게 되면, 그것은 마치 발전소에서 나온 간선의 전선이 침해당한 것과 같은 격이기 때문에 발까지 저리게 되거아 운동마비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 목에 있는 신경의 뿌리에서 손 쪽으로 신경의 가지가 갈라져 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 갈라져 나간 곳에서 압박을 받으면 마치 간선에서 각 가정으로 가는 전선에 고장이 난 것처럼 어떤 특정한 장소만이 저리거나 마비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 그 압박되는 반식에 따라서 나타나는 증상도 달라지는겁니까?
  맞습니다. 예를 들어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이라는 연골이 헤르니아를 일으켜 뒤로 퉁겨져 나가면, 이것이 척수 자체를 압박하게 되지요.
- 전체가 압박을 받는군요.
  그렇지요. 따라서 다리 쪽까지 증상이 미치게 됩니다. 그런데 더 바깥쪽에서, 신경의 뿌리가 척수에서 갈라져 나가는 부위가 압박받으면 신경의 뿌리만이 압박을 받아 이 경우에는 어깨라든가 손에만 장애가 나타납니다. 다리 쪽에는 이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증상을 보고 원인을 찾는다
- 손발이 저리다고 할 때 그것이 목 뼈 즉 경추의 이상에 의한 것인지, 어깨의 뻐근함이 심한 것인지 전문가가 아닌 사람으로서도 구별이 가능한지요?
  어깨가 뻐근하다는 것은 근육이 굳어진 것이지요. 목의 근육의 양옆(목덜미 있는 곳)인 견갑골의 바로 위, 혹은 견갑골과 등뼈 사이나 견갑골의 옆으로 달리고 있는, 겉에서 만져 보기 쉬운 뼈의 바로 아래에 근육의 응어리가 생깁니다. 거기를 누르거나 잡아당기는 것 같은 운동을 하면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한 어깨의 뻐근함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뻐근한 근육을 잡아당겨 주는 운동을 해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왼쪽 어깨나 왼쪽 팔에 저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몸을 반대쪽 즉 오른쪽으로 향하게 합니다. 혹은 앞으로 잔뜩 굽혀서 근육을 뻗쳐 봅니다. 그렇게 하봐서 아프다면 대체로 어깨가 뻐근한 보통의 경우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역으로 아픈 쪽으로 몸을 굽히거나 목을 돌려 봅니다. 혹은 뒤로 몸을 잔뜩 젖히면서 아픈 쪽으로 목을 기울여 봅니다. 그렇게 해서 손에 저린 증상이 나타나거나 혹은 통증이 아주 심해지는 경우에는 목뼈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 스스로 그렇게 해봐서 어딘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에는 의사선생님을 찾아가 진찰을 받아야 하겠군요.
  역시 환자 자신이 매우 불안할 것이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의사에게 보여서 보통의 경우로 어깨가 뻐근한 것인지, 목 뼈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혹은 신경이나 척수에 장애가 있는 것인지 확실한 진단을 받는 편이 좋습니다.
- 척수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어떤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까?
  척수에 이상이 있으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걷기 힘들다거나 곧잘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한다거나 하는 다리의 증상도 나타납니다.
  흔히 환자들이 말한는 것처럼, 급히 계단을 내려갈 때 무척 힘들어 굴러 떨어지기 쉽다든가 하는 증상도 있습니다. 또 러시아워 때 전철역의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두려워 난간을 붙들지 않고서는 내려갈 수 없다든가, 혹은 컴컴한 곳에서 슬리퍼나 신발을 신은 채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신었는지 안 신었는지 알 수 없다든가, 슬리퍼를 신고 걷고 있는 동안 슬리퍼가 벗겨져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든가 하는 증상도 흔히 나타납니다.
  손의 증상으로는 섬세한 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셔츠의 자그마한 단추를 끼우거나 넥타이를 매거나 성냥불을 켜거나 하는 따위의 일을 잘 해낼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이 맨 처음 느끼는 증상이지요.
- 신경의 뿌리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됩니까?
  척수의 경우에는 그다지 아프지 않으나 신경의 뿌리 즉 신경근에 이상이 있을 때에는 몹시 아픕니다. 목을 움직이면 그 아픔이 한층 심해집니다. 그리고 나서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 앉을 무렵에는 손이나 팔에 힘이 없는 것을 흔히 느끼게 됩니다. 그것이 심해지면 손의 근육이 매우 얇아져서 손등의 뼈가 퉁겨져 나온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근육의 위축이 일어나게 되지요.
    잠을 잘못 자서 아플 때는 우선 안정을 취해야
- 잠을 잘못 자면 심할 경우 저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던데요.
  이것은 아침에 일어날 때 목을 움직일 수가 없고 매우 아파서 알아차리게 되는데, 역시 신경의 뿌리가 압박받을 때와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납니다. 하지만 통증이 사라진 다음에는 근육의 힘이 빠지거나 지각마비가 남거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신경이 장애를 받는 경우와는 구별이 됩니다. 다만 최초에는 구별하기가 어렵지요.
  통증만이라면 대개 2주일쯤이면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2주일이 지나도 아직 힘이 빠져 있거나 만지는 느낌이 둔하거나, 혹은 목을 움직일 때 가끔 아프다든가 하면 이것은 신경의 뿌리가 조금 장애를 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 그런 경우에는 바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겠군요. 잠을 잘못 자서 아플 때 효과적인 요법은 무엇입니까?
  역시 안정이 제일입니다. 다만 보통 안정이라고 하면, 아무 치료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 있게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안정을 취하는 자세가 상당히 문제가 됩니다. 의사들이 말하는 안정이란 근육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가장 무리가 없는 자세를 말하며 이것을 한 가지 치료법으로 삼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누워 있는 자세가 문제가 되겠군요.
  물론 그렇습니다. 목에 이상이 있는 경우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것은 베개입니다. 자그마해서 미끄러져 내리기 쉬운 베개를 베고 자면 흔히 잠을 잘못 자서 아픈 증상이 나타나므로 어떤 베개를 베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튼 목에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는 목이 굵은 중년층에 많은데, 중년을 지나게 되면 등이 약간 둥글게 구부러지므로 보통의 자세로 누워 있으면 목이 뒤쪽으로 쭉 늘어나 더욱 아파집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치료할 때에는 등이 구부러지는 바로 그 윗부분에 얇은 방석을 한 장 깔고, 목의 만곡을 따라 목에서 머리끝까지 꼭 맞는 형태의 베개를 사용합니다. 높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누워 봐서 가장 편한 높이의 것을 고르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아픈 것이 훨씬 덜해지지요.
- 노인층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노인층의 경우에는 허리가 굽어 있기도 하고 등이 더욱 둥글게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똑바로 위를 보고 눕는다는 것은 곤란한 일입니다. 가장 근육을 느슨하게 하는 자세를 취하게 하기 위해서 의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릎을 조금 구부리면서 고관절도 조금 굽히게 하고, 상체를 약간 세우듯이하고, 베개는 다소 높게 하여 목을 조금 굽게함으로써 마치 새우처럼 몸을 둥글게 해서 눕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눕는 여러 자세 중에서 목뿐만 아니라 허리의 통증을 사라지게 하는 데도 가장 좋은 방식이라 생각됩니다.
- 리클라이닝 시트(등받이를 앞뒤로 조절할 수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것같은 자세라는군요.
  그렇습니다. 자동차의 뒷좌석에 얕게 앉아서 발을 조금 앞으로 내밀고, 몸을 약간 눕히면서 머리 뒤에 손을 갖다 대는 자세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해서 1-1.5kg정도의 추를 달아 2시간 정도 끌어당기면 통증은 비교적 쉽게 사라집니다.
    뼈의 노화로 일어나는 저림
- 손발이 저린 원인이 뼈의 이상에 있다고 할 때, 이것은 뼈의 노화와도 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대체로 추간판헤르니아가 발생하거나 뼈의 가시가 생기거나 하는 것은 역시 등뼈의 노화현상의 한 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어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목의 뼈에 원인이 있는 손발의 저림이나 아픔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노인층의 경우는 뼈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무슨 기계적인 자극이 가해지거나 하면 충분히 그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없거나 혹은 연골로 충격을 완화시킬 수가 없어서 비교적 빨리 신경 쪽이 장애를 받게 됩니다.
- 뼈의 노화는 몇 살쯤부터 시작됩니까?
  보통 25-26세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중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상당한 연령이 되더라도 그렇지 않으나, 젊어서부터 중노동을 하거나 럭비, 씨름과 같이 몸으로 심하게 부딪치는 스포츠를 하는 사람은 20대 초반부터도 노화가 시작됩니다.
-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손발이 저린 것과 관계가 있을까요?
  네, 비교적 관계가 있는 편입니다. 목은 척수주위의 자율신경이 매우 발달해 있는 부위로서 이것이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반응합니다. 목의 뼈 쪽에 원인이 있는 환자인데도, 싫증나는 회의에 오래 앉아 있으면 손발이 저리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흔히 있습니다.
    근육을 단련해 둔다
- 일상생활에서 손발의 저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역시 젊어서부터 운동을 해서 근육을 잘 단련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젊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구경하기만 좋아하고 직접 하지 않게 되면 근육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있으면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뼈 자체에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것이 어깨가 뻐근한 증상의 한 가지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근육이 굳어지는데 거기다 뼈의 이상까지 겹쳐 저리거나 아픈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역시 유연체조(신체를 부드럽게 하는 맨손체조)를 잘 해두면 예방이 될 것입니다.
- 약은 없습니까?
  역시 안정이 제일이며 약은 그 보조 역할로 생각해야겠습니다. 약만 가지고 고치려 하면 역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충분히 안정을 취한 다음에 약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근육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목욕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근육이 수축하여 단단하게 되어 있으므로 목욕을 해서 따뜻하게 하면 근육이 부드러워져 편하게 됩니다. 뜨거운 물이든 미지근한 물이든 각자 취향에 따라서 탕 속에 들어가 기분이 좋을 정도로 있으면 좋습니다.
- 의사선생님에게 저리고 아프다고 말하면 바로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요?
  통증만 있을 뿐이라면, 혹은 신경근이 다소 마비되었다 하더라도 통증과 신경근의 장애 정도라면 대부분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낫습니다. 다만 이런 증세가 단기간에 되풀이하여 일어나는 경우라든가, 척수에 이미 마비가 시작되고 있는 경우에는 증상에 따라 어느 시기가 되면 수술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튼 수술은 충분한 치료를 하고 난 후의 일입니다.
- 수술은 최종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두는 편이 좋겠군요.
  그렇습니다. 수술은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저림이나 통증이 나타났을 때, 각각의 상황에 따라서 대응하는 방식도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통증은 올바른 방법으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면 약을 사용하지 않더라고 대체로 2주일 이내에 거의 사라집니다. 저린 증상은 통증이 사라지고 나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남게 됩니다. 2-3개월은 남는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지나도 여전히 저린 증상이 남아 있거나 때때로 통증을 느끼면, 철저히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어떤 시기에 가서 수술을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발이 저리거나 마비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역시 6개월 이내에 수술을 하지 않으면 낫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신경에 장해가 있느냐, 척수에 장해가 있느냐에 따라서 치료의 방법이나 수술의 시기가 결정됩니다.
@ff
      62. 손목이 아프다
    밀 건궁
    동경후생연금병원 정형외과 부장
    여러 가지 원인으로
- 손목이 아픈 것은 어떤 특정한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일종의 직업병과 같은 형태로 일어나는 일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그렇습니다. 손을 아주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서 비교적 많이 볼 수 있습니다.목공이나 해머를 쓰는 일을 하는 사람 등, 항상 손의 굴신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지요. 그리고 최근에는 중년층에서 손목의 통증을 호소해 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이나 중년층에 많은 손목의 병에는 월상골연화증(킨뵉병)이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손의 관절 중앙에 초생달 모양을 한 월상골이라는 뼈가 있습니다. 항상 손의 관절에 충격을 주는, 해머로 무엇을 두들기는 것 같은 운동을 장기간 계속하면 이 월상골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뼈에 작은 상처가 생기기도 합니다. 사람의 몸은 상처를 자연히 낫게 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작은 뼈의 상처는 자연히 낫지만,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되풀이하여 충격이 가해지면 낫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그로 말미암아 월상골이 점점 파괴되어 손의 관절의 움직임도 나빠지고, 움직이면 몹시 아프게 됩니다. 이것은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흔히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그다지 중노동도 하지 않는 가정주부라든가 스님 같은 사람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젊은 어머니들에게 많은 것이 건초염입니다. 아기를 목욕시킬 때에 엄지 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을 잔뜩 벌려 아기의 귀를 뒤에서 눌러 귓속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더군요. 그러한 것이 원인이 되어 엄지손가락을 밖으로 벌리는 근육 속의 단무지신근과 무지외전근에 건초염을 일으킵니다. 이와 같은 환자가 최근 흔히 눈에 뜁니다.
  중년층에게 많은 것은 만성관절 류머티즘에 의한 손목에 통증입니다. 이것은 비교적 여성에게 많습니다. 류머티즘의 초기 증상으로 손목의 관절염을 일으키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감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좀처럼 관절염이 낫지 않는다는 환자들을 수술해 봤더니 결핵성 관절염으로 밝혀진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손목이 아프다고 해도 그 원인이 뼈에 있는 경우와 건에 있는 경우 그리고 관절 전체 이른바 관절낭의 가장 안쪽에 있는 활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 프로야구 선수가 손목의 건초염으로 운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되는 일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한 경우 일반적으로는 건초염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실제로는 관절의 노화현상이 아닌가 싶은 경우가 있는 듯합니다. 이것은 특별한 염증이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비특이적인 염증이라고 의사들은 일컫고 있는데, 예를 들면 결핵이라든가 특별한 화농이 아니라 노화에 수반되는 현상의 하나로서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는 것일겁니다. 특정한 스포츠를 젊어서부터 심하게 계속하는 것이 원인입니다.
- 중년층 가운데 힘을 주어 손을 짚었을 때 통증이 뻗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던데요.
  외상으로 인한 관정의 염좌(뼈마디가 물러앉아 국부가 붓고 아픈 병-편집자주)라든가 타박상이 있으면 그러한 통증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X레이 사진을 찍어도 이상이 없고, 특별한 병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데도, 손을 젖히기가 아주 거북해서 체중을 싣고 손을 가능한 한 젖힌 채로 잔득 힘을 주면 손목이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아프지도 않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는데, 종종 팔씨름 같은 것을 하려면 통증이 되살아납니다.
  이러한 호소는 병원의 외래에서도 의외로 많은 듯합니다. 원인은 아직 잘 알 수 없으며 노화현상이 아닌가 여겨지지만, 젊은 사람 가운데도 이런 환자가 있는 것 보면 아마도 손목을 다소 지나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드는군요. 그와 같이 아직 병인지 아닌가는 분명하지 않으나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아프다는 예도 있습니다.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 손의 사용법을
- 손목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항상 아파서 곤란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정한 동작을 하면 아픈 경우도 있는 등 통증도 여러 가지고 원인도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통증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진찰하십니까?
  우선 X레이로 뼈에 변화가 있는지 어떤지를 검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손을 어떻게 쓸 때에 아픈가 하는 운동의 방식과 통증과의 관계를 조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또한 부어오르지 않았는지, 특히 관절 전체가 부어 올랐는지의 여부도 조사합니다. 만일 부어 올라 있으면 역시 관절염이 생긴 것입니다. 또 특정한 건이 부어 올라 있고, 어떻게 움직일 때 특정한 건이 아픈지 어떤지를 진찰하면 건초염인가 아닌가를 알 수 있습니다.
-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면 대개의 경우 진단을 내릴 수 있는지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는 손의 어떤 특정한 움직임이 있을 때만 아플 뿐이고, 그것을 피하기만 하면 증상은 없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일상생활 속에서 통증을 일으키는 일을 삼가면 됩니다.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 손의 사용법을 익히면 됩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여러 방법을 써 봐도 점처럼 사라지지 않는 통증이기 때문에 치료보다는 아프지 않게끔 스스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조심해서 감싸 주는 것과 적당히 움직이는 것 중에서 어느 편이 좋을까요? 아무래도 손목은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근육에 힘이 없어서 금방 지치고 아픈 경우에는 오히려 근육의 힘을 붙여 주는 운동을 해야겠지만, 어떤 특정한 운동으로 심한 통증이 오게 되면 그 운동만은 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감싸 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감싸 줄 필요가 있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역시 병상에 따라 다르겠지요. 여러 방향의 운동에 두루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손목에 부목을 댄다든가 붕대를 감는다든가, 혹은 장구를 한다든가 해서 막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떤 특정한 극히 일부의 운동에 의해서만 통증이 온다면, 스스로 그 운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한 특별히 감싸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됩니다.
- 통증도 나타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종횡좌우로 움직이면 아프다, 빙빙 돌리면 아프다는 식으로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통증의 종류에 따라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겁니까?
  어느 정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의사들이 진찰해서 과연 병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는 통증인 경우에도, 환자 본인은 오랫동안 그와 같은 증상을 겪어 왔기 때문에 스스로 이렇게 하면 아프지만 이렇게 하면 아프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환자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손을 잘 쓰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손이나 다리가 아플 때에는 가정요법으로 따뜻하게 하거나 혹은 반대로 차게 하는데, 실은 어느 쪽으로 해야 할 지 망설이는 일도 많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단단하게 부어 오르고 만져 보면 약간 열이 있는 경우에는 차게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반대로 단지 부어 있는 상태로서 열도 없고 벌겋게 되지도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따뜻하게 해서 혈액의 순환이 잘 되도록 해주는 편이 좋을테지요. 마찬가지로 부어 오른 것처럼 보이더라도 열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따뜻하게 할건지 차갑게 할건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 이것을 반대로 해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병의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일례로 염좌를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차갑게 하는 날수는 길어도 3--4일입니다. 그 이상 계속해서 차갑게 하면 혈액의 순환이 나빠져 오히려 낫는 것을 더디게 합니다. 그러므로 염증이 있어서 빨갛게 부어 오르고 게다가 심하게 열이 나며 아플 때에는 차갑게 하는 것이 좋지만, 염증이 가라앉아 회복기에 들어 갔을 때까지 계속해서 차갑게하면 이번에는 회복을 더디게 합니다.
  흔히 차갑게 해주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폐해도 많습니다. 심한 경우, 수십 년에 걸쳐서 계속 차갑게 해준 사례까지 있더군요. 차갑게 해주면 해줄수록 오히려 더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잘 관찰해야
-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넘어지는 일이 많아지고, 그 때문에 손목 등이 골절되거나 여기 저기 몸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하는 것 같은데요.
  노인층은 늙어 감에 따라 특히 여성의 경우 골조송증(골다공증)이라는 병도 있습니다만, 생리적으로 뼈가 약해집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손을 짚고 넘어져도 뼈가 잘 부러지지 않지만, 늙어서는 손을 짚다가 자칫하면 바로 손목의 요골 말단이 부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부러진 뼈가 잘게 조각나서 좀처럼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노인의 특징으로서 뼈가 부러져도 안에서 출혈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겉에서 보면 그다지 부어 오르지 않아 단순한 타박이려니 생각하고 내버려 두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인의 경우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는 부상이더라도, 조금이라도 손목이 아프면 빨리 X레이촬영을 해서 올바른 진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올바른 치료를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 손의 움직임이 좋지 못하거나 아무리 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거나 하는 일이 생기게 되니까요.
- 그런 경우, 통증을 느끼지 않는 범위내에서 움직여도 괜찮습니까?
  아니지요. 만일 부러진 것이 분명하다면, 뼈가 굳는 데 1개월 정도 걸리니까 그 동안은 되도록이면 뼈를 원래 형태로 되돌아가게 한 위치에서 깁스를 하거나 부목을 대거나 해서 고정시켜 두는 일이 필요합니다.
- 마사지를 하거나 만지거나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까?
  뼈가 유합할 때까지는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골절로 말미암아 1개월씩이나 고정시켜 두면 특히 노인의 경우 뼈가 굳어 버려 아주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움직여도 괜찮은 단계가 되면 가능한 한 스스로 자꾸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조심해야 할 것은 손가락입니다. 손목이 좋지 못하면 손가락까지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손가락을 쓰지 않고 있으면 손가락의 관절마저 움직이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특히 골절로 부어 오른 것이 가라앉을 때, 손가락의 관절낭이라든가 인대가 반흔조직으로 변해 버려서 움직이지 않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손목의 골절로 비록 깁스를 했더라도 손가락만은 일찍부터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소 아프더라도 참아야지요. 그렇게 하지 않다가는 나중에 손목은 나아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든가 굳어져서 구부릴 수 없다든가 하는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일은 실제로 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손목에서부터 엄지손가락의 뿌리 부분에 걸친 통증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지면 엄지손가락 뿌리 부분의 뼈가 노화현상을 일으켜서 그 앞에 붙어 있는 손가락 끝의 뼈와의 사이에서 탈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부상으로 탈구하는게 아니라 노화현상으로 관절이 차츰 느슨해져서 탈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예를 들어 가위 같은 것을 사용할 때,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에 힘을 주면 엄지손가락의 뿌리 부분에 심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통증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쉬운데 특히 중년층의 여성에게 많은 병입니다.
- 손목 전반에 걸쳐 특히 조심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을까요?
  인간이 두 발로 걷게 되어 손을 걷는 일 이외의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손의 관절은 그 움직임이 매우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손목에는 작은 뼈가 몇 개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일 때에 아픈가 하는 것을 스스로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따라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야지요. 의사의 진찰을 받을 때에도 그냥 '아프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하면 아프다고 설명해 주면 의사들에게는 좋은 참고가 되지요.
- 내장 같은 부위와는 달리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들이라도 스스로 보면서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알기 쉬운 것이로군요.
  네. 손목은 가장 지방이 적은 곳으로서 스스로 만져 보면 어디가 아픈지를 다른 관절에 비해서 알기 쉬운 부위기 때문에 자신이 잘 정리해서 의사에게 "여기가 이럴 때에 아픕니다"하고 분명히 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손목의 통증이 다른 부위의 큰 병과 관계되어 있는 경우는 없습니까?
  비교적 드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몸의 무게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부위이므로 사용방식에 주의만 한다면, 무릎이나 발목처럼 항상 체중이 걸리는 부위와는 달리 그다지 병은 심해지지 않습니다.
@ff
      63. 무릎이 아프다
    전천 굉
    동경여자의과대학 교수
    노화현상으로 생기는 무릎의 통증
- 무릎의 통증이란 어느 연령층의 사람에게도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성인이 되고 나서 생기는 무릎의 병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청장년층에서는 무릎 사이에 끼어 있는 반월이란 연골에 이상이 생겨서 무릎이 아프게 되는 병이 있습니다. 부상을 당하면 물론이거니와 부상을 당하지 않더라도 반월판의 형태의 이상이나 이에 따른 균열 등으로 인해 걷거나 달리거나 하면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또 류머티즘이나 종양 같은 병도 있으나 이것은 무릎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 그렇다면 나이가 든 중노년층에 많은 무릎의 통증은 하나의 노화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관절에 부상을 당한 후라든가 관절염을 앓은 다음에도 변형성관절증이란 병은 생기지만, 대개는 역시 무릎 관절 전체의 노화, 즉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오는 변화로 인하여 생긴다고 하겠습니다.
  무릎을 정면에서 보면, 뼈가 있고 그 표면에 연골이 있습니다. 이 연골끼리는 서로 접해 있으며 그 주위에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관절낭)가 있습니다. 그 속에 관절액이 괴어 있는데, 노화하면 이 연골이 점점 닳게 됩니다. 그리고 표면이 거칠고 엷어지는 동시에, 뼈에 자극이 많이 가해져 뼈끝에 여분의 뼈가 생기게 됩니다. 이것을 뼈의 가시라 해서 골극이라 일컫는데, 그 결과 뼈의 형태가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형태가 변한다 해서 이것을 변형성관절증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아무래도 관절에 큰 부담이 가게 되므로 관절낭에 일종의 염증이 생기기 쉬우면, 그 결과 관절액이 괴어서 부어 오르거나 통증이 오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중심이 되는 자각증상은 관절의 통증인데 아침에 일어날 때 굳어져서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 있다든지, 오래 앉아 있다가 다음 동작으로 옮기려 하거나 운동하거나 오래 걷거나 할 때 아프고 또 점점 관절이 움직이기 힘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린다든지 할 때, 곧잘 괘 심한 통증을 느끼곤 합니다.이처럼 자각증상이 나타난 무릎을 보면, 부어 올라 이른바 물이 괸 상태로 되어 있습니다.
- 역시 일상생활에서 서거나 앉거나 하는 일이 몹시 거북하게 될테지요.
  아주 거북해지고, 원활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기운을 차리기 위해 소리를 내거나 무릎 위에 손을 대어 누르면서 일어나든가 하게 됩니다.
     물이 괴었을 때의 치료
- 물이 괸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물이 괸다고 하지만, 이것은 진짜 물은 아닙니다. 관절에는 관절의 표면을 적시는 관절액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관절액을 내보내는 것이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관절낭)인데, 여기에 가해지는 자극이 약간 강하거나 하면(물리적인 자극뿐만 아니라 염증 따위도 포함됩니다)보통 이상으로 관절액이 나와 버려 괴게 되는 것입니다.
  무릎을 옆에서 보면, 관절이 있고 그 앞에 접시 모양의 뼈(슬개골)가 있습니다. 그 위와 아래에 관절액을 모아 두는 주머니가 있는데, 위에서 아래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 주머니 속에 관절액이 괴어 있을 때, 슬개골보다 윗 부분에 있는 주머니를 한쪽 손으로 쥐어 짜듯이 누르면 관절의 물이 슬개골 아래로 모이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슬개골이 떠오르게 됩니다. 이때 다른 쪽 손으로 슬개골을 피부 위를 갑자기 누르면 슬개골이 대퇴골 쪽에 부딪치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딱딱 하는 소리가 납니다. 그것에 의해서 관절에 관절액이 보통 이상으로 괴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상당히 많이 괴는 경우도 있습니까?
  많은 경우에는 50cc이상 괴는 일도 있으나 보통은 20-30cc정도입니다.
- 괸 관절액은 빼내야 합니까?
  너무 많이 괴게 되면 무릎이 퉁퉁 부어 올라 무릎을 움직이기 어렵게 되고 또 관절낭에 2차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므로 역시 빼내는 편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주 소량인 경우에는 상태가 좋아지면 자연히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에 굳이 빼낼 필요는 없습니다.
- 한번 빼낸 후에 다시 괴는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몇 번이고 빼내어도 괜찮은지요?
  관절액을 빼내는 일 자체는 그다지 염려할 필요가 없겠으나, 보통 관절액을 빼낸 다음에는 그 속에 약을 넣기 때문에 너무 자주 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요.
- 그것은 어떤 약입니까?
  일반적으로 부신피질호르몬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염증을 억제하는 약입니다. 관절액을 빼낸 다음, 원인이 되고 있는 관절의 염증을 억제하려는 것입니다.
- 부작용은 없을까요?
  부신피질호르몬을 대량으로 내복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관절 속에 넣는 경우에는 아주 소량인데다가 전신적인 영향이 적기 때문에 부작용을 염려할 필요는 별로 없습니다.
  다만 너무 자주 넣을 경우, 관절이라는 곳은 세균의 감염을 일으키기 쉬운 부위이기 때문에 염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 관절의 연골에도 그다지 좋은 약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역시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요. 1주 1회라도 몇 개월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몇 년 동안 계속한다면 물론 좋지 않습니다.
    무릎에 힘이 골고루 미치도록 한다
- 다리가 바깥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이른바 O각인 사람이 이런 변형관절증에 걸리기 쉽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서 있을때 어떤 식으로 힘이 가해지는가 하면, 고관절 즉 넓적다리가 붙어 잇는 뿌리 부분의 관절 중심에서 발의 중심을 향해서 힘이 걸리는 하나의 선(하중선)이 상정됩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 선이 무릎의 중앙을 지나므로 무릎에 골고루 하중이 걸리도록 되어 있는데 다소 O각경향이 있으면 하중선이 안쪽으로 치우쳐서 무릎의 안쪽에 주로 하중이 걸리게 되기 쉽습니다.
  그러한 경우에 관절의 각도를 정상적인 각도로 고치는 수술을 하는 수도 있습니다. 보통 무릎관절 바로 아래의 뼈를 옆으로 자르는데, 그때 바깥쪽의 뼈를 많이 잘라 내면 뼈가 바깥쪽으로 굽어서 결과적으로 무릎도 바깥쪽으로 굽게 됩니다.
  정상적인 무릎은 조금 바깥쪽으로 굽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술을 하면 하중이 골고루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술을 싫어 하는 사람도 많아서 최근에는 발꿈치의 바깥쪽에 두께 1Cm정도의 패드를 대어 발꿈치의 바깥쪽 선을 약간 높여 주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무릎에 골고루 하중이 걸리게 됩니다.
- 그러한 치료를 받으면 무릎의 통증은 낫게 됩니까?
  관절의 노화가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완전히 낫는다고는 할 수 없으며 또 재발하기도 쉽지만 낫지 않는 병은 아니지요. 적절한 치료와 함께 평소에 적절한 주의를 하면 증상이 없어지는 예가 많습니다.
- 그러니까 통증을 없애는 방향으로 치료가 행해지는군요.
  그렇습니다. 통증을 없애서 보통의 일상생활을 지장없이 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
- 변형성관절증의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일은 어떤 것입니까?
  우선 무릎에 지나치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물론 여러가지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동시에 환자 자신이 무릎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체중을 가볍게 해야 합니다. 너무 비만하면 서거나 걷거나 할 때 당연히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갑니다. 심장 등에도 역시 부담이 많아지지요. 무릎을 위해서도 지나치게 살이 찌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오래 걷거나 계단을 자주 오르내리는 일도 무릎에는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불필요하게 걷는 사람은 없겠으나 환자 중에는 걸음으로써 다리를 단련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무릎에는 큰 부담이 되므로 오래 걸어야 할 때에는 다른 수단을 강구하든가 해서 무릎을 소중히 다루도록 해야겠습니다.
  어느 정도 증상이 있을 때에는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지팡이를 사용하면 체중의 몇 분의 1은 경감되어 무릎에 가는 부담은 그만큼 가벼워집니다.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에 다소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나 무릎을 위해서는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무릎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무릎의 관절이나 그 주면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해주는 것도 아주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욕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데, 그밖에 온열치료법 등도 있습니다.
  그리고 근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무릎을 튼튼하게 해주는 적극적인 방법은 무릎을 지탱하는 근육을 강하게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무릎에 가는 부담이 상당히 가벼워집니다. 일례로 발끝에 무언가 물체를 달고 의자에 앉아 무릎을 열심히 뻗는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은 무릎을 지탱하는 데 가장 중요한 대퇴부의 근육을 강하게 하는 운동이 됩니다. 발끝에 물체를 매다는 대신, 양쪽 발끝에 고리 모양의 끈을 느슨하게 걸치고 양발을 써서 이것을 앞뒤로 잡아당기는 것도 좋을겁니다.
@ff
      64. 엄지발가락이 아프다
    어좌 청윤
    자치의과대학 교수
    활동적인 남성에게 많은 통풍
- 통풍은 제왕의 병 또는 사치병으로 일컬어져 서양의 캐리커처 등에도 흔히 풍자적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자가 꽤 증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10여 년 전 어떤 배우가 겪었던 일입니다만, 어느 날 갑자기 엄지발가락의 뿌리 부분에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는 심한 통증이 생기면서 발이 부어 올랐습니다. 다음날은 로케이션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냥 아프다고 말해도 다른 사람들이 믿어 주질 않아서 붕대를 칭칭 감고 갔답니다. 아뭏든 촬영을 마치긴 했으나 몹시 아팠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무척 놀랐지요. 실은 미리 조짐이 나타났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던거지요. 오랫동안 이 병을 앓아 오는 동안에 이젠 베테랑이 되어서 통증의 발작을 미리 알 수 있게 됐답니다. 이상하구나 하는 느낌으로 예고가 온답니다. 이젠 발작은 일어나지 않지만.
- 아주 심한 통증이 갑자기 찾아오는 모양이군요.
  네. 첫번째 발작이 있을 때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두번째부터는 발작에 앞서 대부분의 환자가 뭔가 이상하다는 예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맛있는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 음식에 까다로운 사람에게 이 병이 많다고 합니다만, 앞에서 말한 환자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그다지 사치스러운 편은 아니지만, 이병에 나쁘다고 하는 음식은 대개 좋아했었지요. 특히 기름진 것을 좋아해서 돼지고기의 기름이 절반쯤 붙어있는 틀렛(고기를 얇게 썰어 빵가루를 묻혀 튀긴 요리--편집자주)을 먹어 보기도 하고, 쇠고기의 기름만 가지고 전골을 해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비교적 식사는 균형있게 하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이 병에 걸리고 나서부터는 조심을 했지요.
- 통풍이 어째서 제왕의 병 이라고 일컬어지는지요?
  제왕의 병 이라고 일컫는 것은 옳은 일면도 있지만 조금은 오해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에서 예로 든 환자의 경우처럼 음식물에서도 극단적으로 편식을 하면 그렇게 될는지 알 수 없으나, 통풍과 식사의 관계란 그다지 밀접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식도 원인의 일부라는 정도입니다.
  다만 제왕의 병 으로 일컬어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통풍에 걸린 사람은 매우 활동적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정치가라든가 회사의 사장, 대학교수, 운동선수 등 지능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혹은 사회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활동적인 사람에게 많습니다. 옛날에는 그런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면 제왕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제왕의 병이라 일컬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 근래 우리 나라에서도 이 병이 증가하고 있는 듯합니다만, 식생활이 향상된 것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을까요?
  통풍이란 병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혈중의 요산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수준에 거의 다다른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이 식생활이 향상됨으로써 그 수준을 넘어 버려 통풍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래 대사성질환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환자가 늘어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요산치가 8mg을 넘으면 위험하다
- 통풍의 원인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습니까?
  사람의 체내에는 일정량의 요산이 있습니다. 그것은 들어가는 쪽이 있고 나가는 쪽이 있어서 일정량을 유지하게 되지요. 그 들어가는 쪽의 하나가 식사입니다. 또 사람은 수많은 세포로 되어 있는데, 세포의 핵 속에서 푸린체라는 물질이 생겨 요산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나가는 쪽은 장으로 나가는 것과 소변으로 나가는 것 두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동위원소를 사용한 연구결과, 식사는 그다지 관계가 깊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습니다. 아무리 비정상적인 식사를 해도 요산이 이상치까지 증가하지는 않으며, 장에서 배설되는 요산의 양도 거의 일정합니다.
  그렇다면 원인은 푸린체와 요에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는 유전적인 것과 병으로 말미암은 것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신장이 나쁘면 나가는 길이 막혀서 요산이 모이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와 같이 체내에서 일정량을 초과한 요산이 관절 속과 같은 곳에 모여서 결정을 만들고, 거기에 염증이 생기면 통풍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이 병은 여성에게는 아주 드물어 환자 전체의 1%이하이므로 남성의 병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 요산이 일정량을 초과하면 병이 된다는 것은, 비록 통증의 발작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위험한 경우가 있다는 얘기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반 사람의 혈액 중의 요산량은 혈액 1dl당 4--8mg으로 개인차가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서 다소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8mg을 초과하면 조금 위험하지요.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또 심장이나 신장, 뇌의 혈관장해를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어서 10mg이 되면 발작이 일어나 "너는 요산치가 높다"고 경고를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심장, 신장, 뇌에 위험신호가 나타나는 데서 무슨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 8mg이라는 수치가 기준이 되는군요. 이같은 수치는 혈액검사를 하면 나을테지요. 그런데 큰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정기 건강진단으로 그러한 검사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밖의 사람들은 그런 기회가 없는데요.
  바로 그 점이 문제입니다. 직장에서 건강진단을 받는 경우 요산을 측정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작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이나 예술인들처럼 일반적인 건강진단의 기회가 거의 없는 사람은 좀처럼 검사할 수가 없을겁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역시 병원을 찾아가 1년에 한 번이라도 요산치를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격통의 발작 이상으로 무서운 혈관장해
- 요산치를 측정해서 8mg을 초과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어떠한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고요산이라고 해도 이것은 조절하기가 아주 쉬워서 제대로 약만 복용하면 됩니다. 그밖에 비만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소변의 양을 어느 정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왜 비만과 소변의 양에 신경을 써야 하느냐 하면, 통풍 자체가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통풍을 가지고 죽은 사람들의 통계를 보면 1600명 가운데 124명의 사인이 심부전, 신부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장의 혈관장해가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요산치가 높다는 것은 심장이나 뇌의 혈관장해를 일으키는 원인중의 하나가 되기 때문에 위험인자를 한 가지라도 제거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작도 완전히 없애 버리자는 것이지요.
- 발작의 괴로움보다도 더 무서운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군요.
  통풍이 있으면 아픈 것에만 정신이 팔려서 통증만 나으면 된다고 흔히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요산을 조절하는 일이 건강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 앞에서 말씀하신 환자의 경우는 그러한 장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네. 그 환자는 의사의 말을 고분고분 받아들여서 1년에 두 번씩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를 할 때는 심장에서부터 위까지 모두 조사했습니다. 혹시 관련이 있을까 해서지요. 그리고 약을 정해진 양대로 먹고 있습니다. 그러니 발작은 일어나지 않지요. 지금은 요산치가 5mg선에서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염려할 게 못됩니다. 반면에 의사들이 귀찮을 만큼 충고를 해줘도 제대로 약을 먹지 않아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앞에 예로든 환자처럼 모범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낫기는 어려워도 조절하기는 쉬운 병
- 통풍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의 복용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약으로 어떻게 고치는 것입니까?
  통풍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것은 발작대책, 요산의 억제, 요의 알칼리화 세 가지입니다.
  우선 발작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발작이 일어날 때 콜히친이라는 약을 흔히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사용하고는 있으나 이약은 부작용이 아주 심하기 때문에 소염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문제는 요산의 억제와 요의 알칼리화입니다. 요산은 알칼리성일 때 용해되기 쉽고 산성일 때는 용해되기 어려워 요의 알칼리화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중탄산소다 등을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통풍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산의 억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요산이뇨제와 요산합성억제제가 사용되고 있는데, 어느 쪽이 좋은가 하는 것은 환자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지정된 약을 정확하게 시간에 맞춰 평생토록 복용해야 합니다. 약을 복용하면 요산치가 바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내려갔다고 해서 약의 복용량을 마음대로 줄이거나 복용을 멈추거니 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당뇨병도 그렇지만, 대사성 질환이라고 하는 것은 한평생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것입니다. 의학이 더 발달하면 달라질는지도 모르지만 현시점에서는 그 길밖에 없습니다.
- 그렇다면, 일단 이병에 걸리면 낫지 않는다는 얘기입니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되풀이해서 말씀드리지만, 제어하기는 아주 쉬운 병이지요. 제어가 되면 심장이나 신장, 뇌의 장해를 그만큼 줄일 수 있겠지요.
- 예전에는 식사요법이 통풍 대책의 하나였던 것 같은데,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은 음식물이 있습니까?
  특정한 음식물보다는 역시 비만이 좋지 않습니다. 내장류, 단백질, 지방이 과다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것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언제나 그런 것만을 먹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균형있는 식사를 해서 비만해지지 않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소변은 하루에 2L는 배출하도록 해야 하는데, 일상생활 가운데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요.
    지나친 운동은 삼가한다.
- 이병의 예방책은 고요산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일까요?
  발작은 요산을 제대로 조절하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고요산이 되지 않느냐 하면, 거기엔 좀 문제가 있군요. 왜냐하면 유전적인 인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운동같은 것을 극단적으로 지나치게 해서 요산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젊은 층에 통풍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40--50세의 사람에게 많이 나타났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20--39세의 환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의 하나로 지나친 운동을 들 수 있습니다. 물도 마시지 않고 땀을 많이 흘리며 무리를 하면 요산이나 그 밖의 것이 체내에 모여서 통풍이 되는 일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포츠에 대해서도 다소 생각할 점이 없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조깅도 역시 지나치게 하지 않도록 유의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ff
      65. 햇볕에 의한 피부의 이상
    고뢰 길웅
    신주대학 의학부 교수
    초봄부터 서서히 피부를 단련할 것
- 햇볕에 쬐어서 피부를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도 지나치면 나쁘지 않을까요?
  일광, 특히 자외선은 박테리아를 죽이는 소독효과를 지니고 있어서 자연계의 정화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외선 조사가 피부의 저항력을 상회하면 피부 세포를 파괴해 버립니다. 이것은 본질적 세포독효과라 일컬어지며 그것이 바로 선번(sunburn) 즉 햇볕에 타는것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화상의 형태로 피부에 나타납니다. 피부는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갖추고 있고 또한 회복한 뒤에는 일광에 대한 저항력이 커집니다. 즉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층(이것은 머리카락이나 손톱, 발톱 혹은 거북의 등딱지나 뱀의 비늘과 같은 성분입니다)이 두터워지고 동시에 피부내의 멜라닌 색소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겨울철에는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일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강한 일광을 쬐면 피부에 자외선 화상이 생기게 됩니다.
- 햇볕에 타는 것은 여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봄이 되면 태양은 차츰 머리 위쪽으로 오기 때문에 광선이 통과하는 대기층은 엷어지고 피부에 이르는 자외선의 양도 많아집니다. 그래서 5월이 되면 자외선은 충분한 강도를 지니게 됩니다. 일광은 8월이 가장 강하다고 흔히 생각하기 쉬우나, 이것은 뜨겁게 느끼는 적외선의 강도를 자외선의 강도와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8월에 태양이 머리 위에 있어 자외선이 강한 지방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5월에 자외선의 조사가 가장 강합니다. 이 무렵은 피부가 아직 충분히 저향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을 때입니다. 또 여름에는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들어 일광을 피하지만, 늦은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서는 일광을 쬐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피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연중 최초로 햇볕에 피부가 타는 일은 8월보다도 5월에서 6월초에 걸쳐서 많이 일어납니다.
- 그렇다면 겨울 동안 되도록 저항력이 떨어지지 않게끔 하고, 또 초봄에는 저항력을 재빨리 되찾는 것이 갑자기 햇볕에 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조금씩 일광에 피부를 쬐어서 단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빛깔이 하얗고 피부가 약한 사람은 우선 유리창을 통해 햇볕을 쬐어 피부를 단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때때로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고 가벼운 일광욕을 하면 좋습니다. 4월경에는 햇볕도 그다지 세지 않고 공기 중에 적당히 습기가 있기 때문에 조금씩 직접, 아니면 유리창을 통해서라도 얼굴에 햇볕을 쬐기도 하고 마사지도 하도록 하십시오. 대기에 맨살을 접촉시켜 자외선을 쬐면서 서서히 피부를 단련시키는 것입니다. 햇볕에 약한 사람일수록 햇볕을 쬐어 피부를 단련시켜야 합니다. 그것을 피하다가는 더욱 햇볕에 약해 질 뿐입니다.
- 햇볕에 대해서 강하고 약한 것은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모양이군요.
  항상 바깥에서 일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는 사람은 각층도 두텁고 멜라닌 색소도 많아집니다. 낮 동안 대부분을 집안에서 지내는 사람은 각층이 얇고 멜라닌 색소도 적습니다. 또 남성과 비교하면, 여성은 아무래도 피부가 얇고 빛깔이 하얗습니다. 멜라닌 색소가 적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유전적으로 빛깔이 하얀가 검은가, 또 털이 많은가 성긴가 하는 것도 관계가 됩니다. 그 밖에 거주지도 한가지 조건이 됩니다. 이와 같은 여러 조건에 의해서 사람은 각각 태양의 은혜를 받기도 하고 태양으로부터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환경의 변화나 약의 복용에 의해서
- 태양광선으로부터 피해를 입는 경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예를 들면, 북부지방에 거주하여 비교적 빛깔이 하얗고 그다지 털이 많지도 않으면서 약한 일광과 자연적 균형을 유지해 오던 사람이 전근이나 입학으로 말미암아 광선이 강한 남쪽 지방으로 옮겨가서 옥외 스포츠를 시작했다고 합시다. 그렇게 되면 그때까지의 햇볕에 대한 저항력을 상회하는 강한 햇볕을 받게 됩니다. 그 결과 색소가 골고루 증가하여 건강하게 검어지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주근깨나 기미의 형태로 얼룩점이 생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특수한 경우지만, 어떤 종류의 약제를 복용하면 쉽게 햇볕에 타는 수도 있습니다. 혈압강하제나 항당뇨병제 등에는 일광에너지를 흡수하면 피부가 흥분하는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한 약을 먹고 병이 나으면 바깥으로 나가 운동이나 일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피부 속에 있는 약이 일광에 의해 흥분되어 지나치게 햇볕에 타는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이같은 약으로는 그 밖에도 비타민제, 호르몬제, 항생물질, 진정제, 그리고 정신안정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만, 양쪽이 혼합된 것도 포함해서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한 가지는 보통 햇볕에 타는 것과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 유형인데, 야간의 일광조사로도 햇볕에 타는 경우입니다. 약을 먹기 전에는 2--3시간쯤 밖에 나가 있어야 햇볕에 탔으나 복용 후에는 30분 혹은 그 이하의 조사로도 타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보통 햇볕에 탔을 때에는 볼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보통 햇볕에 탔을 때는 건강하고 윤택이 있는 다갈색의 피부가 되지만, 그러한 화학물질이 작용했을 경우에는 피부가 검게 변하는 동시에 하얗게 색이 바래 버리거나, 혹은 흑과 백의 얼룩처럼 됩니다. 원칙적으로 자외선이 직각에 가깝게 강하게 내리쬔 앞이마, 협골(빰의 뼈), 콧등 등의 탈색이 주된 증상입니다. 그리고 일광이 비스듬히 쬐어 조사에너지가 약한 부위는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색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흑과 백의 얼룩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변화는 체질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얼굴빛이 하얀 사람이 혈압강하제 등을 복용하고 있으면 햇볕에 타서 얼굴이 빨갛게 되기 쉬은 반면, 검게 되거나 얼룩이 지거나 하는 사람은 얼굴빛이 검은 사람 쪽에 많은 듯합니다. 그리고 약제로 인해, 보통과는 다르게 햇볕에 타는 현상은 자외선이 약한 북부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또 입원환자가 같은 정신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어도 햇볕이 잘드는 창가의 환자에게는 일어나는데, 복도 쪽의 환자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성격도 관련이 됩니다. 조그만 상태가 좋아지면 바깥으로 나가려 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날 기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모두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 그렇게 기묘하게 피부가 타도 필요한 약의 복용을 멈출 수는 없겠지요.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두면 무슨 나쁜 병이 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현재까지 색소침착부나 탈색부에 악성종양이 생겼다는 보고는 없으므로 안심하십시오. 이상하게 탄 피부는 볕을 쬐지만 않으면 3개월 정도 지나면 낫습니다. 다만 여기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러한 약제는 대부분이 자연계에 있는 것을 추출했거나 그 화학구조를 알아내어 합성한 것들로서 그 근본요소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방약이나 생약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향수를 피부에 직접 뿌리면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향수라고 하는 것은 최근에 와서 합성향료가 생겨났지만, 본래 식물에서 채취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피부에 묻혀서 햇볕을 쬐면 거기만 이상하게 타서 얼룩점이 생깁니다. 꽃이나 나무, 풀, 곡물류는 빛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이용하지 않으면 생육될 수 없으므로, 일광에 의해 흥분하는 화학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우리 나라처럼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해서, 야채나 과일이 계절에 따라 달라져 같은 것을 일년 내내 먹지 않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 하겠습나다.
- 화장품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테지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세미외의 즙을 얼굴에 바르고 햇볕을 쬐면 역시 이상하게 피부가 탑니다. 또 식물에서 채취한 즙을 증류하여 농축해서 만든 향료가 화장품에 들어 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납니다.
- 화장품에 의한 얼룩점 같은 것은 좀처럼 빼기 어려운 듯합니다만, 얼룩점 이외에도 최근 안면흑피증이라는 병이 화제가 되곤 했지요. 이병은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는 동안에 얼굴이 빨갛게 붓거나 헐거나 또는 검게 되는 병인 것 같은데, 이 경우 원인은 무엇입니까? 화장품에 함유된 성분과 햇볕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안면흑피증은 공업용 유지, 형광염료등에 의해서도 발생하고 화장품 속의 화학물질에 의해서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화학물질 단독으로도 일광과 반응하여 그런 증세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하게 헐어서 얼룩점이 되는 사람과 그다지 헐지 않아도 심한 얼룩점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태어나면서 피부가 검고 일광에 의해 검게 되는 사람이 흑피증이 되기 쉽다는 사실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틀림없이 화장품에 의해 흑피증이 된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화장을 그만둔다고 해서 낫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실은 비누 등에도 향료나 색소는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화장품의 사용을 중지해도 전혀 낫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부암의 가능성도
- 햇볕에 피부가 묘하게 타는 현상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여러 형태로 일어나는 듯한데, 연령적으로는 역시 젊은 사람 쪽이 방어력이 강하지 않을까요?
  젖먹이와 유아는 성인보다도 일광저항력이 약한 듯합니다. 성년에 이르면 저항력이 가장 강하고 고령이 되면 저항력이 감소됩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나이차보다는 멜라닌 색소의 양이 압도적으로 저항력을 좌우합니다. 옥외에서의 적당한 훈련으로 각층이 두터워진 사람은 멜라닌의 양은 같되 각층이 얇은 사람보다 저항력이 강합니다.
  다음에 일광으로 생기는 얼룩점인데, 피부과적으로는 단순히 골칫거리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월경시나 임신중에 생기는 얼룩점이 있지요. 이것은 "자, 월경 준비상태로 들어가세요"라든가 "이제 임신했으니 다음에 배란이 있어서는 안됩니다"라는 명령이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 명령 호르몬 속에 빛깔을 검게 하는 작용이 있는 겁니다. 월경시에는 몸이 민감하게 되고, 임신중에는 모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지요. 일광으로 말미암아 유해물질이 피부에 생기지 않게끔, 비늘이나 털이 밀집해 있지 않은 인간의 얼굴 피부에 색소를 만들어서 지켜 주려는 것입니다. 갱년기에
난소기능이 저하되면 끊임없이 뇌에서 명령이 나오기 때문에 비교적 오래 얼룩점이 얼굴에 나타납니다. 그런데 고령기가 되면 뇌하수체에서의 명령도 나오지 않게 되고, 바깥으로 나갈 기회도 줄어들어 얼룩점도 사라져 갑니다.
- 일광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도 있을까요?
  자외선을 강하게 오래 조사하면 대부분의 실험동물에 피부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간의 피부암의 상당 부분은 일광의 조사부위에 집중해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피부암의 상당 부분은 일광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동양인에게는 피부암이 드문 것 같습니다만...
  살갗의 빛이 하얀 백인, 백인 중에도 특히 색소가 적은 아일랜드인이나 노르웨이인에게는 자외선이 반갑지 않은 존재지요. 이러한 사람들은 멜라닌이 적은데다가 유전적으로 피부암에 걸리기 쉬운 소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 일광을 쬔 부위에 피부암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동양인에게는 그러한 일이 없습니다. 유전적으로 서양인보다 피부암이 적고, 또 이른바 황색인종이라 일컬을 만큼 멜라닌이 피부 속에 적당히있기 때문에 백인과 비교하면 피부암에 대한 안전도가 수백 배, 수천 배 높다고 하겠습니다. 흑인에 비하면 안전도가 수십 분의 1에서 백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피부를 단련하기를 꺼려서 좀더 증가시켜야 할 색소를 늘리지 않고 좀더 두터워져야 할 각층을 두텁게 하지 않은 채, 그 상태로 바다에 가서 한꺼번에 심하게 태우거나 스키장에 가서 물집을 만드는 등 분별없는 짓을 합니다. 저항력이 약한 사람이 장시간에 걸쳐 준비없이 옥외레저를 즐기고 피부 빛깔이 옅은 사람이 일광이 강한 남쪽으로 여행하는 일이 증가하면 동양인의 피부암에 걸리는 비율도 높아질 것입니다.
@ff
      66. 손이 거칠어진다.
    석원 승
    동방대학 의학부 교수
    손가락의 얇은 껍질이 벗겨지는 병
- 거친 손, 메마른 손은 보통 사람이 보기에도 피부의 수분이나 지방분이 모자란 탓으로 느껴지는데요.
  그렇습니다. 피부의 가장 바깥 부분을 각질층이라고 하는데, 정상적인 각질층은 수분을 10--20% 함유하고 있어서그 때문에 피부 표면이 매끈하게 윤기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각질층이 파괴되면 수분이 10%이하로 내려가 피부가 메마르게 됩니다.
  또한 피부의 각질층 위에는 피지막이라는, 지방과 물로된 층이 있어서 각질층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피지막의 지방이 적어지면 각질층의 구조도 파괴되기 쉽게 되고, 그 결과 각질층의 수분을 유지하는 힘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 그러면 얼굴이나 손에 크림을 바르는 것은 피부 표면의 기름성분을 보충해 줌으로써 각질이 파괴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기름기를 보충해 줌으로써 각질층의 수분이 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막고, 또 동시에 각지릉을 보호하려는 것이지요. 자동차에 왁스를 칠함으로써 차의 도장이 상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피부가 건성인 사람은 원래 피부 표면의 기름기가 적기 때문에 아루래도 각질층의 수분을 충분히 유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특히 추운 계절에는 기름기가 많은 크림을 발라서 위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핑요가 있는 것입니다.
- 피부가 거칠어도 목욕탕에 들어가면 피부 표면이 보드랍고 말끔해지는 것은 역시 일시적이나마 각질층의 수분이 충분한 상태가 되기 때문일까요?
  그렇지요. 목요강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목욕탕의 물이 각질층 속에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메말라 있던 피부도 아주 매끄럽게 됩니다. 즉 피부 표면의 매끄러움과 윤기는 각질층의 수분이 충분히 유지되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각질층 자체의 구조가 파괴되어 버린 경우, 목욕탕에서 나오는 대로 곧장 수분은 달아나 버리므로 피부는 다시 거칠어집니다.
- 겨울동안 손이 거칠다가도 따뜻해지면 자연히 보통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사람 가운데는 치료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을까요?
  오랜 세월에 걸쳐서 손가락 복면의 피부가 얇게 벗겨져 애를 먹는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은 손이 어느 정도 거칠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만져 보면 표면이 거칠거칠합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어 다른 손가락으로 번져 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러한 예는 단순히 손이 거칠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병의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성지장각피증 이라는 병입니다. 보통은 오른손잡이면 오른손, 왼손잡이면 왼손의 엄지손가락,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끝의 복면이 건조해서 차츰 얇은 껍질이 벗겨집니다. 더욱 심할 경우, 벗겨진 부분이 빨갛게 되고 그 상태가 손가락 끝에서 손바닥 쪽까지 미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손가락읗ㄹ 구부리기가 어려워지고 또 아파서 보통의 집안일도 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오른손잡이면 오른쪽, 왼손잡이면 왼쪽에서 시작되지만 점점 반대쪽 손가락도 장해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서서히 진행되어 간다는 의미에서 진행성지장각피증이란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이 병명이 붙여지기 전에는 손가락의 균열성급진이라고 진단되어 왔지요. 그리고 최근에는 또 일정의 접촉성피부염 혹은 일종의 습진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 원인은 무엇입니까?
  그것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자들이 잘 걸린다고 해서 여성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 등 호르몬의 이상, 혹은 자율신경의 이상이 원인이 아닌가 하는 내인설이 상당히 유력했습니다.
  그런데 진행성지장각피증이라는 병명이 붙여지고부터 물일을 할 기회가 많은 사람이나 제약회사 등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 가운데 환자가 많은점, 또 오른손잡이는 오른손, 왼손잡이는 왼손부터 병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외인도 고려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1940년경에는 물이 나쁜 것이 원인이 아니가 하는 설, 1949년경에는 비누가 나쁜 것이 원인이 아닌가 하는 설이 나왔습니다. 또한 세제가 보급된 후부터는 그것이 큰 원인이라고 흔히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세제가 사용되지 않았던 시대에도 있었던 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세제만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 이 병은 증가되고 있습니까?
  일본의 경우, 1960년부터 약 10년 동안에 환자가 거의 3배로 늘어났습니다. 이 동안 세제의 사용량도 약 7배로 늘어났지요. 이와 같은 수치를 보더라도, 세제의 보급과 진행성지장각피증이라는 손의 피부염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도 즣을 것 같습니다.
    세제는 표준사용량을 지켜서 쓰자
- 세제가 관계가 있다고 하면 그 사용법이 문제가 되겠는데, 물이나 세제를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세제를 사용할 때는 용기에 표시되어 있는 규정된 농도로 묽게 해아 합니다. 그런데 조사결과를 보면 표준사용량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액을 스폰지에 묻혀서 씻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좋지 않습니다. 이 병은 남성에게서는 흔히 볼 수 없으나 식당에서 일하는 남성 중에서는 환자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원액은 세정력이 뛰어나지만, 동시에 손가락에 대새서는 해를 끼치는 게 분명합니다. 세제뿐만 아니라 표백제 등도 사용할 때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표백제로 손바닥을 싹싹 문지른 결과, 피부의 표면이 건조해져 벗겨져버린 예도 있습니다. 세제의 경우에는 이 병이 손등까지 침범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 기저귀를 빨거나 부분적으로 낀 때를 빼는 데 쓰는 특수한 세제 가운데는 표백제가 함유된 것도 많은 모양인데요.
  그러한 세제를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잘 헹궈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입으면 접촉성피부염을 일으켜 피부가 빨개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표시되어 있는 농도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미지근한 물을 사용한다는 것도 유의해야지요.
  - 세제의 표시 사용량을 지키라고 말씀하셔는데, 표시된 그대로 묽게 했더니 너무 묽어서 때가 잘 빠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듯하더군요.
  만일 그렇다면 기름때 같은 것은 처음에 어느 정도 더운 물로 빨고 나서 규정량의 세제액으로 빠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세제를 사용한 뒤에는 미지근한 물로 충분히 손을 씻어야 합니다. 세제의 성분이 손가락의 관절부분이나 손가락의 복면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손이 거칠어지기 쉬운 체질
- 세제를 사용하여 같은 물일을 해도 손이 거칠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손이 거칠어지는 데에도 체질적인 요소가 관계되는 것인지요?
  그렇습니다. 이런 현상이 어떤 사람에게 생기기 쉬운가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별로 많지는 않지만, 미국 같은 데서는 아토피체질인 사람의 피부가 쉬이 거칠어지는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주 오래도록 계속되는 아토피습진이라든가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 이 4가지가 아토피체질인 사람이 걸리는 대표적인 병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특히 아토피습진인 사람은 일반적으로 피부가 쉽게건조해지기 때문에 손이 거칠어지기 쉽다는 것이지요.
  또 말초의 혈액이 나쁜, 이른바 냉성의 정도가 심한 사람이 아무래도 진행성지장각피증처럼 손이 거칠어지는 증세를 일으키기 쉬운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세제가 겁난다고 해서 비닐이나 고무로 된 장갑을 끼고 물일을 하는 사람이 있지요. 그런데 개중에는 비닐이나 고무로 된 장갑으로 말미암아 접촉성피부염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사자는 세제가 원인이라고 생각해서 장갑을 반드시 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진찰해 보면 손에 발진이 좁쌀처럼 돋아 있거나 빨간 습진 같은 것이 생겼고 몹시 가렵다고 호소합니다. 아무래도 이것은 세제 때문이 아니라 비닐이나 고무로 된 장갑이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설명해서 시험을 해봅니다. 환자가 사용하던 비닐장갑이나 고무장갑의 표면과 이면을 작게 잘라서 등이나 팔에 붙여 두었다가 이틀 뒤에 떼어 냅니다. 비닐이나 고무의 이면을 붙인 장소가 빨갛게되어 습진 비슷한 변화가 생기면, 이것은 비닐장갑이나 고무장갑에 의한 접촉성피부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알레르기성의 접촉성피부염으로서, 몸 쪽에 비닐이나 고무 속에 있는 성분에 대한 항체가 생겨서 일어납니다. 비닐이나 고무로 된 장갑을 끼었다고 바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사용하는 동안에 그러한 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 지냉성지장각피증은 체질적인 조건에 물이나 비누, 세제 등의 자극이 가해져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그렇지요. 되도록 물을 사용하는 시간을 짧게 하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비누나 세제는 화학적인 자극이지만, 물리적인 자극이 관련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먼지떨이나 비를 사용하면 이 병이 악화된다는 사람도 있고 종잇장을 넘기기만 해도 악화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그러한 것에 접촉함으로써 피부 표면의 기름기가 빠지고 나아가 각질이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 손이 거칠어지다 못해 이러한 병으로까지 진행된 경우, 어떤 치료를 하게 됩니까?
  이것은 상당히 성가신 일입니다. 여름에 일단 좋아지더라도 또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다시 도지고 이렇게 몇 차례나 되풀이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예방법을 지키고, 물일을 할 때는 면장박을 낀 위에 비닐장갑이나 고무장갑을 끼고서 하며, 전문의가 처방하는 각각의 피부증상에 알맞는 연고를 바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반에 잘 때 연고를 바른 위에 폴리에틸렌 장갑을 착용토록 하는 밀봉법을 쓰기도 합니다.
  겨울에 악화되는 이유의 하나로 습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난방 등의 영향으로 집안의 습도가 일반적으로 낮아져 있습니다. 이 점에도 유의해서 실내의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ff
      67. 습진
    상막성일랑
    병고의과대학 교수
    나타나는 형태는 여러 가지
- 몸에 빨갛게 도톨도톨 돋아나는 습진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과연 어떤 것이 습진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정말 그렇습니다. 습진이라고 하는 것은 학문적으로도 분명히 구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임상적으로는 피부에 빨갛게 돋아나고 물집, 침윤이나 부종, 얼룩점, 부스럼, 피부의 비후 등 여러 가지 병적 변화가 있어서 그러한 것들이 겹치고, 게다가 아주 심하게 가려운 염증으로서 감염성이 없는 것을 습진이라 일컫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염증의 시초에는 세균이나 곰팡이 또는 바이러스 등이 직접 관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 한가지, 접촉성피부염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접촉성피부염은 외부로부터의 화확적인 자극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피부의 염증인 반면, 습진은 그 원인이 몸의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습진과 접촉성피부염은 전혀 다른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습진이나 접촉성피부염이나 같은 피부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습진도 접촉성피부염도 같은 메카니즘으로 일어나는 피부의 염증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 습진에는 여러 가지 증상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급성인 경우와 만성인 경우는 다른 피부병처럼 보입니다. 급성 습진 또는 접촉성피부염은 피부가 빨개지고 그 위에 작은 수포와 구진, 즉 좁쌀처럼 도톨도톨 돋아난 것이 함께 나타납니다. 그리고 주변과 경계가 뚜렷하고 축축하게 물기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이 만성이 되면 피부의 붉은 기운은 물론, 갈색의 얼룩점도 더욱 짙어지는 반면, 물집이나 도톨도톨 돋아난 것은 적어지고, 주위와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게 되며, 피부는 두터워지고 딱지가 생겨 때로는 까칠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습진을 두어 가지 형태로 나누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습진의 한 가지 형태로 아토피성피부염이 있습니다. 이것은 체질이나 유전성 소인과 관계가 있는 습진으로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의 가족 가운데서 천식이나 고초열,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아토피성의 질환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습진이 있는 사람의 피부는 까칠까칠하고 툭하면 가려우며 세균이나 바이러스, 직사일광이나 기온의 변화, 피부에 닿는 사소한 것 등이 유인이 되어 간단히 염증이 일어나고 맙니다. 염증이 처음 시작될 때는 급성이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빨갛게 도톨도톨 돋아나는데, 체질이 원인이므로 낫기 어렵고 몇 년 염증이 계속되어 만성화합니다. 그렇게 되면 피부는 딱딱해져서 못이 박인 것처럼 되고 갈색 얼룩점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게 됩니다. 이런 피부의 변화가 이마, 오금, 팔오금, 목에 나타나 아주 가렵고 잘 낫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체질에 의한 내인성습진인 아토피성피부염이나, 세제의 접촉에 의한 주부습진 등 외인성 습진이나 장기간 지속되면 만성화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축축한 물기가 없는 만성 습진도 있습니다. 국한성신경피부염이 그렇습니다.
  한편 병의 시초부터 끝까지 축축한 물기가 있는 습진도 있습니다. 아기에게 생기는 습진은 접촉성피부염이든 내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든 같은 증상이 나타나 축축한 상태가 오래 갑니다. 아기의 피부는 물기가 많은데다가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고 땀이 나기 쉽기 때문에,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그다지 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고 항상 축축한 겉모양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아기에게 생기는 습진을 모두 통틀어서 유아습진으로 진단해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습진이 잘 생기는 사람, 잘 생기지 않는 사람
- 그런데 습진은 어째서 생기는 것일까요? 체질적인 요인도 있고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비록 그것이 내인성이든 외인성이든 습진은 대개 알레르기성 반응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습진이 잘 생기느냐 잘 생기지 않느냐는 결국 감작되기 쉬운가 어려운가에 달려 있습니다. 감작된다고 하는 것은 항체(레아긴)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감작원이 되는 것으로는 달걀이나 생선, 야채, 옻, 화장품, 먼지, 꽃가루 등이 있으며 이러한 것을 먹거나 흡입하거나 또는 피부에 접촉시키거나 하면, 몸 속에 있는 항체생산계(단구, 임파구)의 작용에 의해 레아긴이 만들어져 알레르기성 반응이 일어나 습진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토피성피부염이 생기는 과정입니다. 한편 접촉성피부염의 경우에는 피부에 들어간 것이 단구를 통해서 임파구를 직접적으로 감작합니다.그러면 임파구는 항체를 만들지 않고 림포카인을 분비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항체생산계의 기능이 나쁜 사람은 알레르기성 병에 잘 걸리지 않고, 따라서 습진도 잘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에는 앞에서 말씀하신 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어떠한 것이라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알레르겐이라 일컫고 있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알레르겐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전연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 그와 같이 여러 가지 원인이 되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처 피부에 습진이라는 증상을 일으키는 것일까요?
  습진이 피부에 나타나는 과정을 얘기하겠습니다. 우리들의 몸은 피부로 덮여있는데, 가장 표면에 있는 것이 각질층을 지니고 있는 표피라는 부분이고, 그 아래가 진피라는 부분으로 혈관이나 신경 등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접촉성피부염에 관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그 원인이 되는 것(옻--알레르겐이라고도 하고 불완전항원이라고도 한다)이 표피 속으로 들어가 표피의 단백질과 결합되면 완전한 항원이 됩니다. 이 항원(옻과 표피 단백질과의 결합물)을 항원이라고 판정하는 일을 표피내의 랑게르한스세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랑게르스한스세포가 항원이라고 판정하고 이어서 임파구에 항체를 만들어라, 또는 그 항원에 대하여 반응하라고 정보를 전합니다. 그리하여 임파절 안에서 항체가 만들어지든가 혹은 감작된 임파구가 만들어지면 그 사람은 감작되었다, 또는 그 항원에 대하여 알레르기의 상태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감작임파구에 의한 알레르기를 지연형이라고 하며, 접촉성피부염이나 습진은 이렇게 해서 생깁니다.
- 항원이 몸 안에 들어가 항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립니까?
  그것을 감작의 잠복기간이라고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수일간이 될 수도 있고 5년, 10년씩 걸리는 수도 있습니다. 왜 그처럼 차이가 있는가 하면 우선 각질층의 문제가 있습니다. 각질층에는 항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장치 즉 방어작용이 있기 때문에, 방어작용이 강한 사람은 항원(옻)이 피부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어 접촉성피부염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또 표피의 랑게르한스세포가 적은 사람이나 그 세포가 둔감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사일광에 의해 이 세포는 둔감하게 되므로, 일광욕을 해서 피부를 단련하면 접촉성피부염에 걸리지 않게 됩니다.
  또 임파절에서 항체나 감작임파구가 만들어지지 않을 때에는 알레르기성 습진은 생기지 않습니다. 즉 임파절의 작용이 둔감하여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알레르기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임파절이나 랑게르한스세포(단구)의 작용이 민감한가 둔감한가는 태어날 때부터의 체질과 나이, 그리고 그때그때의 상태에 따라 결정됩니다.
    급성기에 치료할 것
- 습진의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근본적 치료법은 우선 지금까지 얘기한 원인이나 유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되도록 빨리 완전히 제거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피부를 깨끗이 건조하게 해두는 것입니다. 습기가 있으면 피부는 하원이 되는 것을 투과시키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내인성 습진도 습기가 있으면 나빠집니다.
  그리고 알레르겐에 의해서 생긴 항체를 되도록 빨리 제거해 주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감감작요법이라는 치료법이 있습니다. 몸 속에 있는 항체를 되도록 적게 해주기 위해서, 일례로 옻에 의한 접촉성피부염이면 옻의 묽은 액을 종종 묻혀서 피부에 작고 가벼운 접촉성피부염을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하면 몸 속의 감작임파구가 점점 소비되어 없어집니다. 또 임파구에는 항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과 항체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후자를 억제형 T 임파구라고 하는데 감감작요법으로 후자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목 속의 항체를 적게 합니다. 이상 말씀드린 것이 원인요법이며, 대중요법으로는 해독작용이 이쓴 약이나 히스타민제 등을 사용합니다. 부신 스테로이드의 외용이나 내복치료도 대중요법의 하나입니다.
-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주의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습진은 만성화하면 무척 낫기 어려운 병입니다. 그러므로 급성기에 되도록 빨리 고치도록 하느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것은 예방이 되기도 합니다만, 우선 피부를 건조시키고 깨끗이함으로써 원인이 되는 것을 멀리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옻이 오르기 쉬운 사람은 되도록 옻나무 곁에 가지 말고 옻칠한 집기류도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크림 속에는 세제에 들어 있는 것과 같은 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니 이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밖에 심신의 안정과 국소의 안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긁거나 문지르거나 해서는 안됩니다.또한 적극적으로 피부를 단련시켜야 합니다. 건포마찰이나 햇볕에 그을리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접촉성피부염을 방지하는 일이 됩니다.
- 목욕할 때에도 국소를 씻거나 문지르거나 해서는 안됩니까?
  목욕할 때 비누로 보통 씻는 것은 괜찮지만 뿌드득뿌드득 문지르거나 속돌로 문지르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리고 칠한 비누는 완전히 씻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B2가 결핍되어도 피부에 도톨도톨 돋아나는 일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와 같이 편식은 습진의 유인이 됩니다. 다음으로 염증을 억제하기 위하여 적절히 외용약을 바르는 것도 필요합니다. 습진 치료를 위한 약은 여러 가지가 시판되고 있지만, 그것을 발라도 낫지 않는다든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오랫동안 같은 약을 계속 사용하지 말고 진찰을 통해 적절한 처방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ff
      68. 대상포진
    선교 준행
    국가공무원공제호문병원 피부과 부장
    통증이나 뻐근함이 발진에 선행한다.
- 생소한 병명입니다만 대상포진이라는 피부병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듯합니다. 이 병은 몸에 띠 모양으로 도톨도톨 돋아나는 병인가요?
  처음부터 오톨도톨 돋아는 경우도 있으나, 오히려 신경증상이라고 할까요, 통증이나 뻐근한 느낌, 또는 가려운 느낌가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그리고 나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다음 피부에 도톨도톨 돋아나는 경우가 많은 것같습니다,.
  그 통증은 때로는 아주 심해서 발진이 나타나기 전에는 내장의 병이 아닌가 하고 당황하여 내과나 외과로 달려가는 환자도 더러 있습니다. 필자 자신도 이 병에 걸린 적이 있는데, 몹시 아파서 외과에 가 진찰을 받아보았더니 아무 병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상히 여기고 있는데 몸에 도톨도톨 돋아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아, 이것이었구나"하고 알아차렸지요.
  또 환자들 중에는 어깨가 뻐근하여 거기에 붙이는 약을 사용했더니 접촉성피부염이 생겼다고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접촉성피부염이 아니고 실은 대상포진의 발진인 경우도 많습니다.
- 통증은 꽤 오래 계속되는지요?
  여러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발작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시름시름 오래 계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통증 등 신경증상이 나타나고 발진이 생기기까지 어느 정도 걸리는지요?
  신경증상이 나타나고부터 2일에서 1주일쯤, 평균 4일째쯤에 발진이 생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 포진은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요?
  먼저 어디에 나타나는가 하는 점인데, 어느 병원에서 뽑은 통계에 의하면 몸통 부분이 약 40%, 어깨에서 팔, 손에 걸쳐서가 약 30%, 얼굴이나 머리가 15% 정도라고 합니다. 즉 상반신이 약 85%를 차지하는 셈이고 따라서 하반신은 15% 정도가 된다는 얘기지요. 또한 몸의 한쪽에 나타나는 것이 하나의 특징입니다. 양쪽에 나타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 그렇다면 아픈 것도 좌우 어느 한쪽만 아픈가요?
  그렇습니다. 아픈 것도 대체로 어느 한쪽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다만 배 같은 곳은 어디가 아픈지 모를 정도로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포진이 나나나는 방식을 구체적인 예로 설명하면, 어떤 환자는 허리 부분에서 옆구리를 지나 배꼽 부근까지 몸을 반바퀴 두르는 띠처럼 나타납니다. 그 주위의 피부가 몹시 붉은 빛을 띠고 작은 물집(수포)이 띠 모양으로 돋아나지요. 사진 1은 젊은이의 경우이지만, 또 다른 노인의 예(사진2)를 보면 왼쪽 가슴 있는 곳에서 겨드랑이 아래에 걸쳐서, 그리고 등의 어깨뼈에서 팔의 뒤쪽에 걸쳐서 마치 띠처럼 나타나 있습니다. 이것은 대상포진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 이 병의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까?
  네. 이것도 어느 한 병원의 통계입니다단, 1958--1965년에는 연간 64건 정도였는데 1976--1978년에는 연간 110건으로 2배 가까이 발생건수가 증가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느 한 병원에서 진찰받은 환자의 숫자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전체 환자수가 많이 늘어났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피부과 수진자 가운데 이 병으로 찾아온 사람이 10년 전에는 약 1.5%였던 것이 최근에는 2% 정도라는 수치도 나와 있으므로 다소 늘어난 것만은 분명합니다.
- 연령적으로 어느 층의 환자가 많은지요?
  이것 또한 어느 병원의 통계입니다만, 역시 50세를 넘은 사람이 많습니다.100명의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7--8명이나 되어 이 병은 노인의 병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젊은 사람은 드물고 어린이에겐 거의 없습니다.
    원인은 바이러스, 예방은 어렵다.
- 그러면 이병의 원인은 무엇인지요?
  대상포진이라는 병은 일종의 바이러스 감염증입니다.그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실은 수두 즉 수포창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와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자면, 이것이 아기에게 침입할 경우 일부 아기는 수포창에 걸려서 대개는 2--3주일이면 낫습니다. 그러나 어떤 아기는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병은 일으키지 않습니다. (잠복감염) 수포창에 걸리든 잠복감염이 되든 그 뒤에는 일종의 보균자의 상태가 됩니다.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 숨어있는가 하면, 등뼈의 양옆에 신경세포가 모여 척수지각신경질을 이루고 있는데 그 속에 숨어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보균자의 상태가 쭉 계속되다가 어느 시기에 어떤 원인으로 바이러스가 갑자기 힘을 얻어 불어나면,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 대상포진이라는 병이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그 계기가 되는지는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의 어떤 부위를 강하게 쳤다든가, 보균상태에서 다시 한번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든가 하는 것도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설명한 것처럼, 신경 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활성화하여 신경을 타고 피부로 와서 병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고 대상포진의 작은 물집 속에는 이 바이러스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아기에게 옮겨지면 수포창의 원인이 됩니다.
-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예방은 아주 곤란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걸리지 않고 지나가는가 하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없습니다. 바이러스가 몸 속에 들어가더라도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언제 누가 걸릴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대상포진에 걸려서 2--3주일 된 사람의 혈액은 아주 귀중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수두포진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가 수두가 되면,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서 혈액 속에 항체라는 저항력을 지닌 성분이 만들어 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때 생긴 항체는 강한 항체는 아니고 1개월쯤 지나면 힘이 빠져 버립니다. 이런 상태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그 항체의 가치가 급격하게 높아집니다. 즉 대상포진의 환자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하여 아주 강한 저항력을 지닌 혈액을 갖는다는 얘기입니다. 이 혈액은 아기가 수포창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소아암이나 네프로제와 같은 병으로 부신피질호르몬을 자만 사용하여 저항력이 떨어진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러한 어린이의 체내에 수포창의 바이러스가 들어가면 그것은 이미 생명과 관계되는 문제가 됩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상포진에 걸려서 2--3주 지난 사람의 혈액을 주사하면 좋다는 얘기입니다. 아주 귀중한 혈액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뜻에서지요. 대상포진에 걸린 사람이 발병 후 2--3주쯤 되었을 때, 혈액센터 등에 혈액을 제공한다면 저항력이 없는 어린이의 목숨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신경통이 남는 경우도
- 예방이 어렵다니 일단 걸리면 불운하다고 단념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만,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
  원인이 바이러스기 때문에 치료할 수 있는 약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환자가 지니고 있는 자연의 저항력으로 자연히 낫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재의 실정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 특히 젊은이라면 문제를 남기지 않고 2주일이나 3주일쯤 지나면 낫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다만 환자로서는 아픈 것을 견디기가 힘들므로, 통증을 멈추게 하는 약을 주거나 주사를 놓지요. 발진에 대해서는 다른 세균이 침입하면 병이 심해지므로, 항생물질이 든 연고를 발라서 그 위에 두텁게 가제를 대고 덮어 두면 될 것입니다. 일상생활 면에서 절대 안정을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너무 과로하지는 말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통증을 달래는 데는 따뜻이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기 떄문에 목욕은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집에서 어린이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물집의 내용물이 직접 닿지만 않으면 전염은 되지 않습니다.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환부에 카바를 씌워도 좋겠지만, 목욕탕에서 옮았다는 확실한 사례는 아직 없으니까 안심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잘 낫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까?
  네. 병의 정도나 나이등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병세도 심하고 오래 갑니다. 1개월 이상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다른 병의 치료 때문에 부신피질호르몬과 같은 약을 사용하는 사람도 오래 갑니다. 그러나 1개월 내지 1개월 반쯤 지나면 발진 자체는 예외 없이 났습니다.
  문제는 신경통이 뒤에 남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사들의 고민거리인데, 연령적으로 60대는 대체로 3분의 1 정도의 사람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신경통이 남습니다. 70대의 경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신경통이 남습니다. 하지만 대개 2, 3개월, 길어도 반년 내지 1년쯤 지나면 신경통도 낫습니다. 그러나 운이 나쁜 사람은 이 신경통이 몇 년 동안 남아서 몹시 고생을 합니다.
  유감스렵게도 이 병에 꼭 들어맞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상태가 더 나빠지지는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아픔이 차츰 덜해 갑니다. 그러니까 통증을 멈추게 하는 약이나 사용하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 통증을 없애기 위하여 신경에 손을 대는 치료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것은 신경블록이라 해서 신경에 마취제를 주사하여 신경을 마비시켜 버리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픈 것을 느끼지 않게 되니까 환자로서는 아주 편한 방법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효과도 일시적이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아픔을 멈추게 하는 주사를 놓으려 하다가는 지각신경을 전부 다치는 수가 있으므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 그대로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낫는 병이라 하더라도 역시 노인의 경우에는 아픔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불안이 크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관절이 굳어져 버려 오히려 관절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상태가 더 나빠지지는 않으니까 희망을 가지고 참을성있게 치료를 게속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ff
      69. 두드러기
    상전 혜일
    경도부립의과대학 조교스
    피부의 부분적인 부종
- 이른봄이 되면 두드러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흔히 있는데, 계절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두드러기는 피부질환 가운데서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로서 사철 내내 볼수 있습니다. 조사해 보면 여름에 약간 많고, 환자에 따라서는 봄에만 발생한다든가 혹은 가을에만 발생한다든가 하는 수도 있습니다.
- 두드러기의 증상의 특징은 가려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그런 증상은 어떤 메카니즘으로 생기는 것입니까?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으로 히스타민이라는 물질때문인데, 간단히 말하면 이 히스타민을 유리시키는 원인물이 작용하여 그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즉 피부의 진피에 있는 혈관의 주위에는 비만세포라는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에 어떤 물질이 작용하면 세포 속에 있는 과립이 밖으로 나옵니다. 그 과립에는 히스타민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이 혈관에 작용하면 혈관의 확장과 투과성이 항진하여 혈관내의 성분이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부종이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두드러기입니다.
- 비만세포라면 뚱뚱해지는 원인이 되는 세포를 말하는 것 입니까?
  명칭에서 뚱뚱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세포 속에는 히스타민을 가진 과립이 가득차 있어서 모양이 둥그스름하기 때문에 비만세포 또는 비만세포(마스트 세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세포는 여러 가지 형태의 과립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아주 큰 팽진이 생기는 수도 있습니다. 팽진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지만 테 모양의 자국이 남는 수도 있습니다.
- 두드러기에도 여러 가지 타입이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이나 팽진이 된다는 점이 공통된 증상입니다.
- 그것은 전신에 생깁니까?
  네. 몸 어디서나 생깁니다. 피부뿐만 아니라 점막에도 생기는 수가 있습니다.
- 두드러기가 생기면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되더군요.
  하나하나의 두드러기는 몇 분, 길어도 몇 시간이면 없어지지만, 새로운 두드러기가 전신에 계속 생기기 때문에 좀처럼 가려움이 멈추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1주일 정도 지나면 낫는 급성 두드러기가 많지만, 개중에는 몇 달 동안 지속되는 만성 두드러기도 있습니다.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 두드러기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입니까? 계란이나 생선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생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음식물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집안의 먼지와 같은 환경인자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피부를 문지른다든가 또는 몸을 뜨겁게 하거나 차갑게 하여도 두드러기가 생기는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신적인 인자, 혹은 가족적인 인자로 인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약제로 말미암아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흔한 것은 역시 식이성 두드러기로서 고등어, 가다랭이, 우유 등이 주원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음식을 먹으면 누구나 두드러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특수한 체질의 사람이 그런 것을 먹었을 때 두드러기가 생기는 수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환경인자로는 주로 집안의 먼지를 들고 있는데, 진드기가 원인일 때도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꽃가루라든가 섬유라든가 개나 고양이의 털등이 원인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 꽃가루로 인해서 두드러기가 나는 것이 아니라 기침이 나는 사람도 있더군요.
  천식이나 코의 알레르기와 같은 것이 피부에 일어나면 두드러기가 되지요.
- 피부를 긁거나 따뜻하게 하기만 해도 두드러기가 납니까?
  그렇습니다. 뜨거운 공기나 더운 물에 피부가 닿아도 나는 수가 있고 찬바람이나 찬물에 닿아도 나는 수가 있습니다. 또 일광의 자외선으로 인해 나는 수도 있고, 혹은 피부를 압박하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우리들 주위에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많이 있다고 하면 누구나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데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고등어를 먹었다고 해서 누구나 다 두드러기가 나는 것이 아니고, 특수한 사람에 한해서 두드러기가 납니다.
- 똑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어떤 사람은 두드러기가 생기고 어떤 사람은 생기지 않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그 원인을 밝히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의사들은 처음에 환자로부터 두드러기가 생길 때의 상황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일반적인 검사로는 전신상태가 어떤가를 알아보는 검사로부터 시작하여 혈액 검사, 간장, 소화기 등의 검사가 있습니다. 이밖에 또 특수한 검사가 있습니다. 문진으로 원인을 밝혀낼 수 없는 경우에는 알레르기반응에 대한 검사로 알레르겐 피내주사법 이라는 검사를 합니다. 이 검사는 알레르겐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조금 주사한 후 일정시간을 기다렸다가 그 상태가 어떻게 되는가를 조사해 보는 것입니다.
- 그러니까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주사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주 적은 양을 주사하면 대체로 15분쯤 뒤에 그 주사한 부위에 홍반과 팽진이 생깁니다. 이것이 일정한 크기가 되면 그 사람은 이 물질에 대하여 민감하기 떄문에 두드러기가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알레르겐을 이용하여 치료를 할 수도 있습니다.
- 긁거나 해서 생기는 두드러기 같은 것은 일반사람들도 테스트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좀 긁어 보아서 그 부위에 일어나는 팽진의 상태로 조사할 수가 있습니다. 한랭으로 일어난 경우에는 찬물을 끼얹어 봄으로써 검사할 수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가 치료약
- 두드러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하나하나 밝히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원인을 알면 치료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두드러기는 히스타민이 유리되어 일어나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는 것이 주된 치료방법입니다. 그러나 항히스타민제를 너무 많이 투여하면 졸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 사람에게 맞는 양을 투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종류만으로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두 종류를 조합하거나 양을 조금씩 가감하여 투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밖에 혈관강화제나 신경안정제등을 조합해서 투여하면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항히스타민제만으로는 좀처럼 치료하기가 어렵습니까?
  항히스타민제를 주제로 하여 그 밖의 여러 가지 약제를 조합해서 투여하는 것이 치료의 포인트가 아닌가 합니다.
  그 밖에 특이적감감작요법이라 해서 알레르겐테스트로 무엇이 알레르겐인지를 분명히 알아낸 후 이 알레르겐을 이용해서 그 두드러기가 생기는 반응을 약화시키는 치료법이 있습니다. 음식물에 의해서 생기는 경우에는 그 음식물을 먹지 않도록 하고, 화학섬유가 원인이면 그것으로 만든 의복을 입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예방법이지만, 감감작요법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역시 알레르기반응이 약해지는 듯합니다. 집안의 먼지 등으로 인해 두드러기가 생기는 경우에도 역시 이 요법을 써서 먼지에 대해 둔감해지게 하고, 알레르기반응을 약화시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몇 개월에 걸쳐 아주 끈기있게 계속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급성 두드러기는 2, 3일에서 1주일 정도면 낫지만 두드러기 중에는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돼도 낮지 않는 만성도 있습니다. 환자와 여러가지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게 되는 수도 있으므로 경과를 관찰해 가면서 그 사람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 의사를 찾는 환자들 중에 원인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까?
  대부분의 경우 원인을 모르고 찾아옵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식으로 검사를 진행해 나갑니다만 그래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는 항히스타민제나 특이적감감작요법을 쓰지 않고 비특이적감감작요법이라는 방법을 적용, 여러 가지 약제를 조합해서 그 사람에게 맞는 치료법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 원인을 확실히 밝혀낸 후 적절한 치료를 하면 100% 낫습니까?
  치료기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3개월 치료하면 50--70% 정도의 사람은 낫습니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완전히 치료를 하는 것이 두드러기의 치료에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ff
      70. 무좀
    고교 구
    제경대학 의학부 교수
    곰팡이가 원인
- 무좀은 계절과 관계가 있는 병입니까?
  무좀은 주로 여름에 발생하는 병입니다. 기온이 15도, 습도가 70% 정도 되는 시기에 갑자기 나빠집니다. 보통 장마가 시작될 무렵에 갑자기 가려워지지요. 그러나 균은 겨울에도 발에 달라붙어 있습니다. 다만 활동하지 않을 뿐이지요.
- 무좀은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껍질이 벗겨지거나 하면 모두 무좀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정확히 말하면 백선균이라는 곰팡이가 피부에 붙어서 생기는 병이 무좀입니다. 사진은 백선균의 균사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것인데, 이것을 배양하면 보통의 곰팡이와 마찬가지로 하얀 균사가 전체에 나 있습니다. 이것을 피부에 문지르면 무좀이 생깁니다. 이와 같이 균을 배양해보지 않으면 진짜무좀인지 아닌지 정확히 진단을 내릴 수 없지요.
- 백선균은 보통 균보다 내성이 강한 균입니까?
  그것은 보통의 세균보다도 내성이 강해서 한 번 달라붙으면 소독약으로는 좀처럼 제거되지 않습니다.
  무좀에는 세 가지 형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것은 발가락의 샅, 보통 네번째 발가락의 샅(손으로 말하면 약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의 사이)이 껍질이 벗겨지거나 심하면 붙어서 하얗게 되고 분비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발가락 사이에 생기는 것을 지간형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가장 많아, 무좀 전체의 약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낫기 어려운 무좀입니다. 어째서 여기에 많으냐 하면 이 부위는 발가락과 발가락이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 진무르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발바닥에 생기는 족척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쌀알 정도의 수포가 도톨도톨하게 발바닥에 움푹 들어간 곳과 발의 가장자리에 많이 생깁니다. 이 형이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또 한 가지는 각화형이라고 해서 이것도 발바닥에 생깁니다. 발바닥의 피부가 거칠어져서 벗겨지며 그 벗겨진 껍질 속에 아주 많은 균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이 걸어다니며 균을 뿌리게 되면 뒤따라 밟고 지나간 사람의 발에도 옮습니다.
- 손에는 잘 생기지 않습니까?
  환부를 만지고 손을 씻지 않으면 이번에는 그 곰팡이가 손에 달라붙어서 손에도 무좀이 생기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손은 하루에도 몇 번씩 씻기 때문에 손의 무좀은 아주 드뭅니다.
    무좀과 비슷한 병
- 손과 발에 물집이 생기거나 껍질이 벗겨진다고 해서 꼭 무좀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실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왜냐하면 무좀약은 백선균을 죽이기 위하여 아주 강한 작용을 하게끔 되어 있으므로 무좀이 아닌데도 무좀약을 바르면 그것이 피부의 세포를 상하게 하여 증세를 악화시키게 됩니다. 몇 가지 유사질환을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혼동하기 쉬운 것은 여성의 손에 생기는 습진으로서, 주부습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여성은 부엌일이나 청소, 세탁 등 물일로 손을 적시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 자극으로 습진이 생기기 쉬운데 이 습진 역시 가렵기는 하나 습진의 경우에는 대개 손가락끝까지 거칠어지고 겨울철에 많다는 점에서 무좀과 구별할 수 있습니다.
- 손가락 끝에 생기는 것은 아니란 말씀이군요.
  무좀이 아닌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지장각피증 이라는, 역시 여성에게 많은 병이 있습니다. 이것은 가렵지는 않고, 손가락끝부터 지문이 차츰 사라져서 반질반질하게 되어 버리며, 그것이 손가락이 붙어 있는 뿌리 부분에까지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거칠어지는 것을 멈추게하는 약을 발라서 치료하는데, 좀처럼 낫지 않습니다.
  또 장척농포증이라고 하는, 손바닥과 발바닥에 불투명한 노란농포가 생기는 병도 무좀과 비슷합니다. 무좀은 소수포라고 해서 쌀알 정도의 투명한 것이기 때문에 잘 살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또 이 장척농포증은 반드시 여름에 악화되는 것이 아니며 그다지 가렵지도 않기 때문에 무좀과는 구별이 됩니다.
  다음으로 한포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좀을 가리켜 한포상백선이라고 할 정도로 무좀과 아주 비슷하지만 한포는 손에 많이 생기며 가렵지 않습니다. 이것은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신경질적인 사람에게 많습니다. 그리고 좀처럼 무좀과 혼동되지는 않지만 다소 비슷한 수족구병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병입니다. 이것도 발바닥에 수포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대개 어린이가 많이 걸리고 그다지 가렵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손발에 수포가 생기는 병은 아주 많기 때문에 세균검사를 통해 무좀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무좀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 전문의가 아닌 사람도 앞에서 말씀하신 병들과 무좀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손발의 병을 많이 보아온 사람이 아니면 구별하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일단 피부과에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거기서 무좀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약으로 치료해도 좋겠지요. 의사에게 보이지 않고 그저 무좀약을 발랐는데 낫지 않을 때에는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좀약으로 인해 접촉성피부염이 생기는 수도 있으니까요.
    목욕한 다음에 약을 바른다.
- 무좀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무좀의 균은 보통 피부의 표면에서 0.2--0.3mm 정도밖에 안되는 아주 얕은 곳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겉에서 약을 발라서 고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먹는 약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역시 바르는 약을 아침 저녁으로 바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얕은 곳에 균이 있는데 어째서 약이 잘 듣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시겠지요. 그것은 피부가 아주 단단해서 약이 잘 스며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목욕을 막 끝내고 피부가 불어 있을 때에 재빨리 약을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한번 바르고, 양말은 매일 갈아신어야 합니다. 이렇게 1개월 내지 2개월 정도 끈기있게 치료를 계속하십시오. 특히 날씨가 더워지기 전인 5월, 6월은 균이 얕은 데 있기 때문에 그 무렵부터 치료를 시작하면 여름이 되어도 심해지지 않습니다.
- 무좀은 약을 발라도 좀처럼 낫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던데요.
  지금은 약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옛나에 흔히 사용했던 희석요틴은 2000배 정도의 용매를 탔습니다만 현재 쓰이는 약들은 100만 배 또는 1000만 배의 용매를 타서 묽게 해도 균을 죽일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력한 것들입니다. 다만 끈기있게 계속 바르느냐 바르다 말다 하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집니다. 요컨대 환자의 끈기가 문제입니다.
- 옛날부터 무좀에는 식초를 바르면 좋다든지, 태양광선에 쬐면 좋다든지 하는 속설이 있습니다만, 이러한 민간요법은 어떤지요?
  현대적인 약에 비하면 그러한 민간요법은 균 자체에 대한 효과가 아주 약해서 그것으로 무좀이 낫는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발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되므로 무좀의 증상을 가볍게는 해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보조약으로서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 약초는 어떻습니까?
  약초는 접촉성피부염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히려 악화되는 일도 있으니까요. 악화될 때에는 즉각 사용을 중지해아 합니다.
- 무좀이 아닌데 무좀약을 발랐을 때에도 접촉성피부염이 생기는 일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 사이에 무좀이 생겨서 약을 발랐더니 손가락 등까지 빨갛게 되었다면 약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고 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약을 너무 많이 발라도 좋지 않습니다. 피부가 빨갛게 되기 때문이지요. 한 번 이렇게 되어 버리면 우선 이 빨갛게 된 것을 다른 치료법으로 고치고 나서 보름 내지 1개월 후 다시 무좀을 치료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무좀의 합병증오로 2차적 세균이 들어가 화농하는 일이 있습니다. 곪으면 붓고 아프며, 샅의 임파선이 붓기도 하고 열이 나기도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도 무좀보다 화농의 치료를 먼저 해야 합니다.
- 무좀이라고 해서 치료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군요.
  물론입니다. 무좀도 고질이 되면 애를 먹이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히 치료를 해야 합니다.
    옮지 않도록 조심
- 일단 무좀이 생기면 매일매일의 일상생활 속에서 조심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 있을 듯합니다만...
  우선 무좀이 생긴 부위를 만진 다음에는 손과 손톱을 잘 씻지 않으면 안됩니다. 무좀균은 손톱이나 발톱 속에 곧잘 들어갑니다. 무좀이 손톱이나 발톱 속에 들어가면 1년쯤 먹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손톱이나 발톱의 경우에는 외용약을 발라도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내복약을 먹어야 됩니다.
- 손톱, 발톱이 가려워집니까?
  가렵지는 않으나 손톱, 발톱이 허옇게 흐려지고 모양이 변하며, 차례차례 다른 손톱, 발톱으로 옮아가 좀처럼 낫기 어렵게 됩니다. 그리고 무좀이 생긴 부위를 닦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 얼굴에도 균이 스며들어 얼굴에 버짐이 생깁니다. 버짐도 무좀과 마찬가지로 백선균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입니다. 무좀에 걸린 발을 닦는 수건만은 따로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체의 다른 부위나 다른 사람에게 옮게 됩니다. 
- 버짐이 생기는 것은 얼굴뿐만이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어디에나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샅에도 흔히 발병합니다. 
  수건 외에 조심해야 할 것은 양말입니다. 무좀에 걸린 사람의 양말 가운데 2--3할은 균이 있다고 합니다. 무좀의 균은 아주 끈질기기 때문에 피부에서 떨어져도 몇 개월 동안은 살아 있습니다. 양말은 매일 갈아신고 잘 빨도록 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신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균은 비누로 잘 빨아서 말리면 대개 없어집니다. 그리고 양말의 올 사이를 통해서 구두에도 균이 새 나갑니다.
- 무좀을 옮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군요.
  그렇습니다. 무좀은 집단생활을 통해 잘 전염이 됩니다. 운동선수의 합숙소라든가 기숙사 등 여러 사람이 맨발로 같은 마루를 걸어 다니거나 함께 샤워를 하거나 하는 곳은 무좀의 발생율이 아주 높습니다. 한 사람에게 무좀이 생기면 곧 다른 사람에게도 옮습니다. 환자는 발을 잘 씻고, 약을 자주 발라서 다른 사람에 옮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 목욕탕에서 나와 흔히 매트에서 발의 물기를 닦지요. 가정에서는 그 매트를 날마다 볕에 말릴 수 있겠으나 집단합숙소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겠는데요.
  목욕탕에서 나와 매트에 발을 닦고 그것으로 깨끗해졌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입니다. 오히려 거기에서 균을 묻히는 셈이지요. 공중목욕탕 같은 데 다녀온 후에는 집에서 발만은 다시 한 번 씻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무튼 무좀의 균이 달라붙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손발을 잘 씻어야 합니다. 백선균의 번식은 비교적 더디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이니 두 번 씻어내면 피부 속으로는 좀처럼 스며들지 못합니다. 또 무좀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매일 치료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ff
      71. 백전풍
    구목전 순
    동경대학 의학부 교수
    피부의 색깔이 없어진다.
- 백전풍을 피부과에서는 어떻게 부르고 있습니까?
  백전풍이라는 병명은 한방의학에서 온 명칭이고, 피부과에서는 심상성백반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 이것은 어떤 병입니까?
  피부의 국소적인 색소탈출반, 즉 피부의 색소가 부분적으로 빠져서 하얗게 되는 후천성 병입니다.
- 후천성이라 유전은 되지 않겠군요.
  유전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몸에 백반이 생기는 병 가운데는 유전성인 것도 있습니다.
- 그러면 이 병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피부의 빛깔이 빠지는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피부에는 색소를 만드는 세포(색소세포)가 있는데, 그 수가 점점 줄어서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백전풍이라는 병입니다.
  그리고 색소를 만드는 효소가 선천적으로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백피증이라고 합니다.색소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눈이 빨갛게되고 머리카락이나 살갗이 하얗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화학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가 색소를 만드는 반응을 억제하거나 몸 속에서 생긴 대사물이 색소 형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피부가 하얗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페닐케톤 요증이라는 병이 생기는데 이 병에 걸리면 머리털이 갈색으로 변하고 피부의 빛깔이 전반적으로 하얗게 됩니다.
  또 약제가 피부에서 흡수되어서 피부가 하얗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공장에서 페놀유도체라는 약을 다루고 있는 한 공원이 피부를 통해 그 약이 흡수되어 피부가 하얗게 된 예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증례를 화학백반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작업을 그만두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점차 낫습니다.
- 백전풍인 경우, 어째서 색소를 만드는 세포가 없어지는지요?
  그것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몇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그 한 가지를 소개하면 색소세포로 만들어지는 색소를 멜라닌이라고 하는데, 멜라닌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인간의 경우든 동물의 경우든 그에 대한 항체가 체내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 항체가 색소세포를 파괴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자가면역설이라고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신경의 말단에서 나오는 어떤 화학물질이 색소세포를 파괴해 버린다는 주장입니다. 또 이 두가지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페놀유도체라는 것이 색소 생산을 방해해서 멈추게 하는 일이 있는데 색소세포 속에서 멜라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이 이 페놀유도체라는 것입니다. 이 페놀유도체가 색소세포를 파괴해 버린다는 이론이 색소세포자가붕괴설입니다. 이들 주장 가운데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모두 가설의 단계이므로 알 수 없습니다.
- 색소를 만드는 세포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하는 겁니까?
  색소세포는 일 제곱밀리미터 속에 평균 1500개 정도 있다고 합니다. 많은 경우에는 2000개 정도 되는 수도 있고, 적은 경우에는 600개 내지 1000개 정도밖에 안됩니다. 백전풍이 발생해서 1년, 2년, 3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세포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그리하여 발병한 후 오랜 시간이 경과된 환자의 피부에는 색소세포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츰 줄어드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백전풍은 몸의 어떤 부분에 주로 생깁니까?
  몸 어디에나 생기는 병입니다. 햇볕에 노출되는 부위, 옷 속에 감춰진 부위를 가리지 않고 생깁니다. 이병은 임상적으로 네 가지 형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범발형이라고 해서 몸 전체에 좌우대칭으로 생기는 형입니다. 두번째는 몸의 한 군데, 즉 허리 부위에 커다란 백반이 하나 생기는 형입니다.이것을 국한형 또는 국소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서는 이것이 점점 전신으로 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퍼지는지 안 퍼지는지는 눈으로 보아서는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3의 병형으로서 몸의 한쪽에만 생기는 형이 있습니다. 우측이든 좌측이든 한쪽 신경의 주행을 따라 생기는데, 이것을 분절형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제4의 병형은 아주 특수하여 백반의 한가운데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한가운데에 점이 있고 그 둘레가 하얗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이것을, 아주 어려운 명칭입니다만 후륜모반 또는 원심성후천성백반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머리의 피부에 백전풍이 생기면 거기에 나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는 느긋하게
- 백전풍이란 병은 얼른 눈에 띄기 때문에 특히 여성에게는 안타까운 병이겠습니다.
  그렇지요. 아주 괴로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병은 일반적으로 남녀간의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만, 여성 쪽은 미용적인 면도 있고 하니까 남성에 비해 의사를 찾는 일이 많을는지 모르겠습니다.
- 이 병에 걸리는 사람의 수는 많은 편입니까?
  일반 병원의 겅우, 1000명의 외래환자 가운데 세 사람 정도 됩니다. 대학병원 같은 곳은 이런 병을 가진 환자가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좀더 많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피부의 빛깔이 하얗게 되는 것 말고도 다른 자각증상이 있습니까?
  일반적으로는 통증이나 가려움증 같은 증상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특수한 증례에서는 백반의 가장자리가 조금 빨갛게 되고 그것이 차츰 번져 가는 일이 있으며, 그러한 경우, 조금 가렵거나 껍질이 벗겨지는 수가 있습니다.
- 이 병은 나을 수 있는지요?
  똑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환자에 따라서 그 효과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 병은 아닙니다.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하면 잘 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어떤 치료를 하게 되는지요?
  현재로서는, 기본치료는 솔라렌 유도체라는 약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매일 내복하거나 백반이 작은 경우에는 백반이 있는 부위에 매일 바릅니다. 그리고 2시간쯤 지나서 태양등 또는 일광을 조사합니다. 또 최근에는 그에 덧붙여 부신피질호르몬 연고를 바릅니다. 병용요법이 잘 듣는 듯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치유율도 향상되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병이 회복되는 방식은 옆쪽에서부터 점점 회복되는 경우와 털구멍 부분부터 낫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털구멍이 없는 부위는 좀 낫기 힘듭니다.
- 치료기간은 어느 정도인지요?
  치료기간이 매우 오래 걸립니다. 회복 여부는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약 2개월이면 분명해진다고 합니다. 그 정도 지나면 효과가 있는 경우, 색소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가 같은 의사에게서 계속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 이 병은 전염되지는 않는지요?
  백전풍은 전염되지 않는 병입니다. 어떤 부위의 백전풍이 몸의 다른 부위에 옮는 일도 없을뿐더러 다른 사람에게도 옮지 않습니다.
- 혈압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 병이 생긴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면, 때때로 광선과민성피부염을 일으켜 그 자국에 백반이 생기는 일이 간혹 있습니다. 이 경우, 얼굴이나 손 등 햇볕에 노출되는 부위에 백반이 생기며, 백반과 동시에 색소침착이 일어납니다. 이것을 백반흑피증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예방법은 직사광선을 쬐지 않는 것입니다.
- 그리고 아기의 흰 반점은 백전풍과 다른 것인지요?
  네. 그것은 선천성 반점입니다. 백전풍은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후천적으로 생기는 것으로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한다면 결코 낫지 않는 병은 아닙니다.
@ff
      72. 화상
    복전 수
    동경대학 의학부 교수
    화상의 9할은 부주의에서
- 자칫 방심했다가 당하는 것이 화상이지요.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상당히 심한 화상이라 하더라도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만 화상이 입는 사람의 숫자는 오히려 차츰 증가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정확한 조사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최근 10년간의 앙케트조사에 의하면 매년 세 사람에 한 사람꼴로 화상을 입는다고 합니다. 아주 가벼운 화상까지 포함된 것이긴 합니다만.
- 원인으로는 주로 어떤 것이 많은지요?
  화상 환자는 역시 어린이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거의 반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화상의 가장 큰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뜨거운 물입니다. 커피포트나 주전자의 뜨거운 물, 뜨거운 국으로 인한 화상이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목욕탕에서 입는 화상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 밖에 난로에 접촉한다든지 전기의 코드를 입에 문다든지 했다가 화상을 입는 예도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에는 20대가 많고, 다음이 노인입니다. 성인의 화상은 화재나 가스폭발로 인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와 같은 화상의 거의 9할은 부주의로 말미암아 발생하고 있으며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것은 1할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충분히 차갑게 한다
- 화상은 생긴 직후의 처치가 아주 중요하다지요?
  그렇습니다. 화상의 흉터가 보기 싫게 남느냐, 깨끗이 낫느냐 하는 것은 그 화상이 얕으냐 깊으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켈로이드가 생기는 것은 그 사람이 켈로이드체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결코 그런 것은 아닙니다. 화상이 얕은 것이라면 그다지 큰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깨끗이 나을 것이고, 화상이 깊으면 훌륭한 치료를 하더라도 켈로이드가 생기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깊은 화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충분히 차갑게 하는 일,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당황하여 옷을 벗긴다든지 하지 말고, 옷을 입은 채 물로 차갑게 하는 것입니다.
  사진1은 목욕탕에서 화상을 입은 사람인데, 바로 몸을 차갑게 했습니다. 화상의 범위는 아주 넓어 중증의 화상입니다마는 1개월쯤 지나자 전연 켈로이드가 생기지 않고 나았습니다. (사진2) 그것은 화상의 범위가 넓은데도 불구하고 얕은 화상으로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하얗게 보이는 부위도 몇 년 지나면 보통 피부 빛깔로 되돌아옵니다. 이에 반해서 사진12는 역시 뜨거운 물에 데어, 가슴에서 배에 걸쳐 입은 화상입니다. 팬티의 고무줄이 있는 부위에 심한 켈로이드가 생겨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뜨거운 물이 팬티의 고무줄이 있는 부위에 머물러서 열이 오랫동안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와 같이 켈로이드가 생기느냐 생기지 않느냐 하는 것은 결국 열이 얼마만큼 오랫동안 거기에 작용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사진 3은 겨울철에 이불 속에 넣고 자는 뜨거운 물통에 의한 화상인데 이러한 예도 꽤 많습니다. 이 경우, 물 자체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으나 아주 장시간 접촉했기 때문에 역시 깊은 화상이 된 것입니다. 처음에 얼핏 봤을 때에는 그다지 깊지 않은 듯이 보였으나 열흘쯤 지나자 피부의 빛깔이 새까맣게 되었습니다. 피부의 깊은 층까지 화상을 입었던 것입니다.
- 피부는 얇은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화상의 깊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피부의 두께는 몸의 부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1mm 이하인 부위로부터 5mm 정도 되는 부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입니다. 그러므로 화상의 깊이는 몇 mm까지 미쳤느냐로 따지지 않고, 피부의 어느 층까지 미쳤느냐로 나타냅니다. 과거에는 화상의 정도를 표피만 입었으면 제 1도, 진피까지 입었으면 제 2도, 그리고 피부의 전층이 화상을 입었을 때는 제 3도라는 식으로 표현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피의 얕은 부위와 깊은 부위는 화상의 상태가 전연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표피의 화상과 진피의 얕은 부위의 화상인 경우에는 2주일 내지 3주일이면 낫고, 자국도 아주 깨끗해지지만, 깊은 진피층의 화상이 되면 낫는데 1개월 내지 2개월, 혹은 그 이상 걸립니다. 또 낫는다 하더라도 켈로이드가 생기거나 피부가 서로 찍어당기게 되거나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얕은 화상인 경우에는 수술을 할 필요가 전혀 없으나 깊은 화상이 경우에는 수술을 하는 편이 좋다 해서 최근에는 화상의 분류도 그에 따라 하게 된것입니다.
- 우리 몸에서 피부가 얕은 것은 어느 부위입니까?
  가장 얇은 부위는 눈꺼풀입니다. 그리고 귀라든가 얼굴, 목의 피부 등이 비교적 얇은 부위에 속합니다. 그리고 서혜부(샅)도 피부가 얇은 부위지요. 그러므로 그런 부위에 열이 오래 작용하면 다른 부위보다도 심한 흉터가 남게 되지만, 실제로는 노출부는 열의 작용 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오히려 얕은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켈로이드나 찍어당기는 흉터가 생겼을 때
- 불행하게도 깊은 화상을 입어 흉터가 남게 될 경우, 어느 정도 나을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는지요? 또 그것은 어떤 방법으로 치료해야 하는지요?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켈로이드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대로 일생동안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진6은 발바닥에 화상을 입은 뒤 2--3개월째의 상태로서, 상당히 심한 켈로이드가 생겨 있으나, 불행중 다행으로 흉터의 찍어당김은 거의 없어서 그대로 상태를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1년 후에는 솟아오른 부위도 꽤 들어가고 (사진7), 2년 뒤에는 전체적으로 빛깔도 좋아졌으며, 높이도 거의 평면에 가까워졌습니다. (사진8) 이와 같이 켈로이드라고 하는 것은 점점 나아 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화상이 나은 다음, 흉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전형적인 경과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상을 입은 부위에 1차적인 치료를 여러 가지로 실시하여, 일단 피부의 표면도 건조해져서 겨우 나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2--2주일 지나 피부가 점점 빨갛게 되고 단단해지면서 상처가 솟아오릅니다. 즉 켈로이드, 의학적으로는 비후성반흔이 되는 것입니다. 이 상태는 반년쯤 계속되다가 그 이후에는 차츰 붉은 기운이 엷어지면서 부드러워지고, 융기도 조금씩 가라앉게 됩니다. 5년, 10년뒤에는 정상적인 피부로 되돌아가지는 못하고 다소 울퉁불퉁하기는 하나 그래도 꽤 말끔한 상태가 됩니다.
  사진7도 발바닥 화상입니다만 이 경우에는 다행히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나, 심한 켈로이드가 되면 대개 흉터가 찍어당기기 때문에 역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집니다.
- 그것은 어떤 수술입니까?
  예를들어, 프로판가스로 피부의 어느 정도 깊은 부위까지 이르는 화상을 손에 입었다고 가정합시다. 피부의 가장 아래 부위는 남아 있어서 그대로 치료를 해도 어떻게 해서든 고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틀림없이 켈로이드가 발생하여 그 뒤 몇 년 동안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우, 지저분한 부분을 서슴없이 잘라내어 식피수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1년쯤 경과하는 동안 피부가 아주 부드러워져, 손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앞에서 말한, 이불 속에 넣는 뜨거운 물통으로 입은 화상의 예에서도 표면이 시커멓게 되어 있어 피부가 완전히 데어 버렸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바로 식피를 했고 그 결과 보통의 상태로 회복하고 있습니다.(사진5)
  흉터에 찍어당김이 있는 경우에는 그 찍어당기는 부분만을 떼내어 식피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것은 화상의 넓이나 부위를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겨드랑이 아래에 켈로이드가 생겨서 그 때문에 손을 올릴 수 없는 경우(사진 9)에는 찍어당기는 부분만을 잘라내고 식피로 보충해 주면 손이 올라가게 됩니다. 또 긴장이 제거됨으로써 뒤에 남은 켈로이드도 아주 빨리 낫습니다. 가려움이나 통증도 빨리 사라집니다.
    식피수술
- 식피라고 하는 것은 자기 몸의 다른 부분의 피부를 떼다가 붙이는 것일테지요?
  그렇습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의 피부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른 사람의 피부를 쓰면 비록 부모나 형제의 피부라 할지라도 2주일 내지 3주일쯤지나면 떨어져 나가고 맙니다. 그러므로 영구적으로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피부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또 다른 부위에 상처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상처가 생기더라도 그 사람의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서 아무래도 식피를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즉 상대적인 필요성의 문제인데, 그러한 점을 잘 생각해서 식피를 할건지 그냥 둘건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기능장해가 있거나 앞으로 기능장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자 어린이로서 가슴에 켈로이드가 생기면 큰 다음에 유방의 발육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에서 잘라낸 좋은 피부를 이식해 두면 유방은 보통의 형태로 발육해 갑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다지 많지는 않으나, 머리 또는 손발에 켈로이드가 생겼을 경우, 20년--30년 혹은 50년쯤 지난 후에 거기에 암이 발생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위험성이 있으면 역시 식피를 합니다. 오래 된 화상의 자국에 궤양이 생겨서 그것이 좀처럼 낫지 않는 때에도 역시 암의 위험성을 생각해서 식피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 여성의 얼굴에 생긴 가벼운 화상으로서, 화장으로 감출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면 수술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여성의 경우, 얼굴에 식피를 하자면 대체로 가슴에서 피부를 떼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거기에 상처가 생기에 됩니다. 그러므로 가슴에 상처가 생겨도 그 사람에게 별지장이 없는지를 잘 생각해 보고 나서 결정합니다.
- 얼굴의 경우에는 꼭 가슴에서 떼내야 합니까?
  피부를 많이 떼낼 경우에는 가슴에서 떼냅니다. 얼굴의 피부는 원래 붉은 빛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허리나 발의 피부를 이식하게 되면, 오히려 더 잘 눈에 뜁니다. 그래서 되도록 얼굴에서 가까운 부위의 피부를 떼내는 것입니다. 상처가 작을 때에는 귀의 앞과 뒤, 혹은 턱밑에서 떼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목 아래 부분에 이식할 경우 그 부분의 피부는 붉은 빛이 없기 때문에 허리나 엉덩이, 혹은 넓적다리에서 떼냅니다.
- 식피를 하면 어느 정도 말끔히 낫습니까?
  식피를 한다고 해서 완전히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점수로 말해서 화상을 입기 전의 상태를 100점이라 할때 90점, 아주 성공적으로 잘 되었다 해도 95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식피를 한 후 1년 정도 되었을 때는 아직 빛깔도 좋지 않고 수술한 자리가 딱딱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사진10) 그러나 사진11 처럼 6년쯤 지나면 빛깔도 보통 피부 빛깔에 아주 가깝게 되어 식피를 하지 않은 부분이 오히려 눈에 띄게 됩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예를 많이 보아 왔으나 역시 나중 일을 생각하면,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부분의 흉터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는 편이 좋지 않나 여겨집니다.
- 식피수술을 어디에 가면 받을 수 있는지요?
  현재로서는 성형외과가 가장 많은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만, 정형외과나 외과 혹은 피부과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우선 처음에 찾아간 병원에서 상담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ff
      73. 탈모증
    호전 쟁
    동경체신병원 피부과 부장
    생리적인 탈모
-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 일이지만, 우리들의 머리카락은 매일 몇 개씩 빠지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이상 빠지게 되면 병으로 다루게 됩니까?
  우리들의 머리카락은 대체로 10만 개 정도 있는데, 하루에 0.4mm쯤 자라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40cm 자라는 데 1000일쯤 걸리는 셈이지요. 그것을 우리는 헤어사이클 혹은 모주기라 일컫고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휴지기와 성장기를 되풀이하고 있어서 10만개 가운데 얼마만큼은 언제나 휴지기에 놓여 있게 됩니다. 하루에 0.4mm 자라고 또 3년간 계속 자라고 있다면 하루 평균 100개쯤 빠져도 수효는 줄지 않는 셈이 됩니다. 그러므로 그 범위를 넘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리적인 현상으로서 병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눈썹 같은 곳의 짧은 털은 더 빨리 빠지고 있습니다. 0.4mm씩 자란다고 치면 15mm가 되는 데는 40일쯤 걸리게 되므로, 그러한 곳의 털은 그 정도의 주기로 빠지거나 나거나 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 노인층에서는 눈썹이 아주 길게 자란 사람을 흔히 보게 되는데, 그것은 주기가 길어졌기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헤어사이클의 기간이 예를 들어 60일이라든가 80일이라는 식으로 되어서 눈썹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머리카락 같은 것은 나이가 많아지면 좀처럼 자라지 않습니다. 젊은 아가씨라면 1m정도 까지 자라는데, 나이가 들면 아무리 기르려 해도 60cm 정도가 고작이지요.
- 임신중의 여성으로서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요.
  임신이란 아주 짧은 기간에 몸 속에 또하나의 다른 개체가 생긴다고 하는, 생리적으로 대단한 변화입니다. 그에 수반되는 호르몬이나 여러 가지 물질대사의 변화의 영항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출산을 하면 다시 원래대로 되기 때문에 그다지 염려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흉터에 생기는 탈모와 원형탈모증
- 그러면 병적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요.
  탈모증은 그 원인에 따라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반흔성탈모라 일컬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상을 입거나 세균에 감염되거나 해서 머리에 상처를 남기는 것 같은 변화가 일어나면 그 부분의 머리카락이 빠집니다.
  사진1은 동물에 붙어 있는 곰팡이가 머리에 달라붙어 병을 일으켜 약으로 일단 치유되었으나, 그 자리에 반흔이 남아 탈모가 일어난 예입니다. 화상의 경우에도 그러하지만 이것은 외과적으로 두 번 성형수술을 해서 말끔히 나았습니다. 이러한 반흔성 탈모증은 외과적이 수술이 아니면 낫지 않습니다.
  그리고 반흔성 탈모의 경우와 달리 흉터는 없는데도 머리카락이 차츰차츰 빠져 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유형으로 가장 흔한 것이 원형탈모증이라고 생각합니다.(사진2) 문자 그대로 둥글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발견하거나 다른 사람이 지적해 주어서 알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 이것은 머리의 어느 한 군데에 생기는 것입니까?
  아니지요. 여러 개 겹쳐서 생기는 경우도 있고, 머리뿐만 아니라 눈썹 속 등 몸의 여러 부위에 생깁니다. 그리하여 작고 둥근 탈모 부분이 많이 겹쳐서 머리 전체로부터 몸에까지 이르는 일도 있는데, 그것을 악성 탈모증이라고 합니다.(사진 3) 그 발생원인은 모두 같다고 하는 견해가 현재 유력합니다.
- 그 원인은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영양장해가 어떤 범위에 걸쳐서 일어나 그 때문에 둥글게 빠진다고 하는 견해도 있고 그 밖에 자가면역설, 알레르기설 등이 있습니다. 또 어떤 원인으로 모주기가 장해를 받아서 전부 한꺼번에 휴지기로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설, 혹은 뇌의 대사장해로 일어난다는 설 등 실로 여러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정설은 아직 없으나 필자는 경험에 비추어 심인성의 요소가 아주 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험을 치르기 전의 학생이나 전근 혹은 전직한 봉급생활자에게 발생해서 2--3개월 지나면 나아 버리는 경우가 있으며, 아주 만감한 사람에게는 몇 번이나 재발하기 때문에 그러한 스트레스가 으뜸가는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 그러면 치료에도 그런 생각으로 임하고 계신지요?
  그렇습니다. 스트레스를 이겨내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하루 일과 속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갖도록 하라고 환자에게 말하고 있지요. 물론 의사의 적절한 지도를 받는 일도 중요합니다. 자기 혼자서 고민하게 되면 그것이 또 탈모를 촉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할테니까요.
-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근심을 해서 그 때문에 오히려 머리카락이 빠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이것을 그냥 우스갯소리로 돌릴 수도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보고 자기도 저렇게 되는게 아닌가 근심했더니 머리카락이 빠지더라는 얘기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 원형탈모증인 경우, 머리카락이 빠지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겁니까?
  아닙니다. 적절한 대응을 하면 반드시 낫는다고 생각합니다.
- 악성원형탈모증의 경우도 그렇습니까?
  이 경우에도 역시 근본은 원형탈모증으로서 그것이 확대된 경우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낫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머리카락은 하루에 0.4mm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2년 내지 3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머리의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한다
- 스스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빠지게 하는 일종의 버릇으로서, 의사들이
트리코틸로마니아라고 부르는 탈모증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스트레스의 한 가지 형태인지도 모릅니다. 일례로 공부를 하다 보면 버릇으로 언제나 같은 장소에 손이 가 있어서 머리카락이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 버릇을 지적해 준다든지, 자포자기가 되어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준다든지 하면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 밖에 기계적 자극에 의한 탈모가 있습니다.
  이것은 예를 들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뒤로 땋아 늘인 조랑말 꼬리 같은
여자머리-편집자주)과 같은 형으로 꽉 잡아당겨 묶는다든지 하면 잡아당겨진 부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입니다. 또 아직 목이 고정되지 않은 아기의 머리카락이 베개로 마찰되어 빠지는 일이 있지요. 이러한  것들은 그 원인을 제거해 주면 낫게 됩니다.
  그리고 고열이 나는 병일 때에도 머리카락은 빠지고, 머리카락의 성장을
억제하는 약을 복용했을 때라든지 여러 가지 내분비질환, 이를테면 갑상선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부신의 기능이 쇠약해져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수가 있습니다. 또 영양장해인 경우에도 탈모현상이 일어납니다.
  특수한 경우로서 예를 들면, 병이 나서 증류수를 주입했을 때에 일어나는 탈모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수도물 속에 충분히 들어 있는 아연 등이 증류수 속에는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연이 결핍되어 일어난다고 설명되고 있는데, 이 경우도 병이 나아서 보통의 식사를 하게 되면 거의 해결됩니다.
- 남성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대머리가 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요?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생기는 대머리는 머리의 형태도 상관이 있지만 역시 남성이라는 사실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머리카락은 여성 호르몬에 지배되고 있으므로 남성은 여성과는 달리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지 않을뿐더러, 어떤 의미에서는 남성적인 사람에게 대머리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남성적이라는 점에 자신을 갖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천성 외배엽의 이상에 의한 탈모증이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서, 태아일 때에 여러 가지 기관이 발달하는 시기, 이를테면 눈이라든지 이라든지 손톱, 발톱이 생겨날 시기에 머리카락이 나야 할 곳에 나지 않는 것입니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러한 선천성 이상은 유감스러우나 고칠 수가 없습니다.
- 탈모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떠한 점에 유의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머리카락이라고 하면 머리카락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머리카락은 잘라도 자꾸만 자라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부 아래의 모근의 건강을 지키는 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머리를 잘 감아서 머리의 피부를 언제나 깨끗하게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너무 자주 머리를 감는 것은 머리카락을 위해서 좋지 않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더러워지면 감아서 가렵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탈모를 예방하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해야 합니다.
@ff
      74. 자반이 나타난다.
    산구 잠
    국가공무원공제호문병원 혈액과 부장
    몸통에 커다란 자반이 생기면 주의하라
- 자반이 생기기 쉬운 체질이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사람들은 어떤 점에 유의하면 좋은지 알고 싶습니다. 흔히 어딘가에 손발이 부딪쳐서 파란 멍이 들거나 하는데, 이것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것이라고 생가합니다만...
  자반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출혈반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은 출혈장소가 피부 속에서도 얕은 곳인가, 깊은 곳인가에 따라서 다소 빛깔이 다릅니다.
  얕은 곳에서 출혈한 경우는 붉다고 해야 할지 적자색이라고 해야 할지 (자반의 자자는 거기서 나온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불그스름한 자색을 띠고 있습니다.
  깊은 곳에서 출혈을 하면 피부 표면과의 사이에 있는 층을 통해서 보게 되므로 푸른 색으로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반과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홍반이 있습니다. 이것은 혈관이 확장되었기 때문에 보이는 현상, 혹은 혈관 속에 적혈구가 모여서 된 것으로 이 경우는 혈관 밖으로 혈액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 홍반과 자반은 유리판 같은 것으로 위에서 눌러 보면, 홍반은 빛깔이 없어지지만 자반의 빛깔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간단히 구별할 수 있습니다.
- 무엇인가에 부딪쳐서 생긴 것이 확실한 경우도 있지만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자반도 있지요. 그중에는 염려해야 할 것도 있지요?
  염려해야 할 것은 비교적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반이 생긴다는 증상이 아주 무거운 병이 시작되는 신호인 경우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자반이 나타나면서 백혈병이 시작된 경우도 있습니다. 역시 자반 가운데는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두어야 겠습니다.
- 자반의 크기나 형태 등으로 염려해야 할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구별할 수 있습니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릎 아래쪽이나 팔꿈치 앞쪽 등 몸의 선단에 생기는 것은 그다지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작은 것이라면 우선 문제가 없을 테지요. 다만 가슴이나 배 등 몸통에 큰 반점이 생겼을 때에는 주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원인에 따라서 자반은 다르게 나타난다.
- 자반의 원인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습니까?
  혈관에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출혈을 멈추게 하는 세포인 혈소판에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을 굳게 하는 인자 즉 응고인자에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혈관에 원인이 있는 경우는, 혈관성 자반병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만, 혈관이 약해져서 출혈하기 쉽게 되는 것입니다. 류머티즘 등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혈소판이 감소되어 있는 경우인데, 혈소판의 수가 정상이면 흔히 작은 자반이 나타나는 반면, 감소되어 있는 경우에는 큰 자반이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1은 혈소판의 수가 정상범위에 속해 그 기능에도 이상이 없는 사람에게서 나타난 자반병으로서 단순성자반병 이라고도 일컬어집니다. 팔이나 다리의 아래쪽에 작은 반점이 무수히 나타나 있습니다. 이것은 류머티즘성 또는 알레르기성의 것으로서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의사가 아닌 우리들이 보기에는 자반이 아니라 발진이라고 생각하기 쉽겠는데요.
  자반도 발진의 하나이긴 하지만,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홍반과 혼동하기 쉽지요. 그리고 노인성 자반인 경우에는 대체로 앞이나 다리의 아래쪽에 크고 넓적한 반점으로 나타납니다. 이것 자체는 거의 염려할 것이 없지만 좀처럼 낫지 않기 때문에 미용상의 문제는 있습니다.
  혈소판이 감소되었을 때에 볼 수 있는 자반은 팔 아래쪽뿐 아니라 배 등 몸체에도 나타납니다. 게다가 상당히 큰 것을 볼 수 있지요. 백혈병으로 말미암아 혈소판이 줄어들 경우 이런 자반이 나타나므로 주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혈액을 검사해서 원인을 찾아낸다.
- 자반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역시 혈액을 검사해야 됩니까?
  그렇습니다. 출혈하기 쉬운 상태의 검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나누어서 출혈시간, 응고시간, 혈소판의 수, 이 세 가지를 검사하게 됩니다.
  출혈시간의 검사에서는 피부를 일부분 베어서 어느 정도 지나면 피가 멈추는가를 조사합니다. 응고시간이란 채취한 혈액을 시험관 속에 넣어 두고서, 그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유동성이 없어지는가 즉 굳어지는가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혈소판의 수를 검사할 때는 혈액을 소량 채취하여 그 속에 혈소판 1mm 당 어느 정도 있는가(정상이라면 20--30만 개 정도)를 조사합니다.
  이상의 세 가지 검사로 자반의 원인을 대충 알 수 있습니다. `대충`이라고 말하는 것을, 출혈하기 쉬운 상태가 되는 원인은 크게 나누어 혈관벽, 혈소판, 응고인자의 세 가지가 있는데, 혈관벽이 나쁜 경우 이 세 가지 검사결과는 거의 정상으로서 별이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혈소판이 적을 때, 또는 그 기능이 나쁜 경우에는 출혈시간이 아주 길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혈관병, 응고인자에 원인이 있는 경우에는 출혈시간이 정상적인 사람과 같기 때문에 출혈시간을 조사하는 것은 중요한 검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혈소판이 감소되어 있거나 혈소판의 작용이 나쁘면, 베인 부분에서 혈액이 굳지 않고 언제까지나 커다란 혈액의 반점이 계속 나타나며 따라서 출혈시간이 연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응고시간을 조사해 보면 응고인자가 가장 감소되는 것은 혈우병인데, 이 경우에는 응고시간이 아주 길어져 시험관에 채취한 혈액이 좀처럼 굳어지지 않습니다.
- 역시 이러한 병 중에서는 혈소판이 적어지는 병이 가장 위험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혈소판이 감소하는 것은 면역의 메카니즘 때문이라고 할까요, 자기 자신의 혈소판에 대하여 항체가 생김으로써 혈소판의 수명이 짧아져 감소 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 골수 속에 여분의 세표 즉 암세표 등이 들어가서 혈소판의 바탕이 되는 세포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혈소판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 혈소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입니까?
  혈액 속에는 적혈구와 백혈구와 혈소판이 있는데, 적혈구는 직경이 7마이크로(1마이크로는 1mm의 1000분의 1)내지 8마이크로 정도인데 비해서 혈소판의 직경이 2마이크로에서 고작 3마이크로 정도입니다. 아주 작은 세포입니다. 혈소판의 역할은 출혈할 때 피가 굳어져 혈전을 만들어 상처를 막음으로써 출혈을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 그 귀중한 혈소판이 감소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혈소판이 적어지는 혈소판감소증은 크게 나누어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혈소판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이고, 또 한 가지는 혈소판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그것이 자꾸만 어디론가 가 버리는, 즉 혈관 속에서의 수명이 짧은 경우입니다.
  골수에는 골수거핵구라고 하는 아주 커다란 세포가 있으며 그 일부분이 찢겨 혈소판이 되는데, 이 골수거핵구의 수가 줄면 혈소판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재생불량성빈혈이나 골수 속에 암이 전이한 경우 이러한 상태가 되어 혈소판이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혈소판감소증이 됩니다.
- 골수거핵구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큰 것 입니까?
  아주 큰 세포입니다. 골수의 조직을 떼어서 표본으로 하여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낮은 배율로도 이것은 잘 보입니다. 이 거핵구의 원형질이 조금씩 벗겨져 혈소판이 만들어집니다. 하나의 거핵구에서 몇 천 개의 혈소판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 거핵구의 수도 줄어들지 않을 뿐더러,혈소판의 생성 또한 보통이거나 혹은 보통 이상으로 오히려 많이 만들어지는데도 혈수판의 수명이 짧다든지 어디론가 가 버린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몸 속에 혈소판에 대한 항체가 생겨 그것이 혈소판에 달라붙고 그렇게 되면 비장등에 받아들여져 파괴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혈소판을 파괴하는 메카니즘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나 여기 얘기한 것이 주된 것입니다.
    혈액전문의의 진찰을 받도록
- 눈에 보이는 곳이 출혈하기 쉽고, 자반이 생기기 쉬운 상태일 때는 몸 속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도 역시 출혈하기 쉽게 되어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자반은 피하출혈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인데, 마찬가지 원인으로 내장에도 출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이 뇌출혈 입니다. 이것은 출혈하는 부위에 따라서 약간의 출혈량으로도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수가 있습니다.
  가장 대량으로 출혈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는 위라든가 장 등 소화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어떤 것은 토혈로, 어떤 것은 혈변으로 나타납니다. 그밖에 호흡기의 출혈로는 혈담이나 코피가 나오고, 비뇨기 혹은 성기출혈이 있는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은 만큼 혈우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혈우병 환자로서 무릎이 변형되거나 붓거나 해서 걷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주 많은 듯합니다.
- 그럴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자반이 많이 나타날 때에는 피부과가 아니라 역시 내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내과를 찾아가 혈소판이 많은지 적은지를 자세히 검사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병이 있다고 하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요?
  혈소판이 적은 병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자반병이라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혈소판이 적은 경우와 정상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병이든 최초에 사용되는 것은 일반적인 지혈제입니다.
  혈소판이 적지 않은 경우, 예를 들어 혈관성 자반병이나 류머티즘성 자반병이라면 일반적인 지혈제로 보통 출혈이 멎습니다. 또 종종 부신피질호르몬이 효과가 있습니다. 부신피질호르몬이 유효한 것은 면역억제작용이나 혈관 강화작용이 있기 때문인데 상당한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신피질호르몬이나 그 밖의 면역억제제를 오래 사용해도 좋아지지 않을 때에는 비장을 잘라 내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적응만 잘된다면 환자의 상당한 비율이 거의 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아집니다.
- 혈소판이 감소하는 자반병은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앞에서 만한 것처럼 혈소판이 감소하지 않는 자반병은 젊은 여성에게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자반이 나타난다고 해도 무턱대고 근심할 필요은 없겠습니다.
  나타더라도 빨리 사라지는 것은 내버려 두어도 대개는 염려없습니다. 특히 팔꿈치나 그 앞쪽 혹은 무릎 아래쪽에 생긴 소형의 것은 걱정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중에는 내버려 두면 위험한 것도 있기 때문에 염려스러울 때에는 내과의사, 되도록 혈액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ff
      75. 정맥류
    삼도 호미
    동경의과치과대학 의학부 교수
    서서 일하는 사람에게 많다
- 우리 사람의 몸 속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혈관에는, 심장에서 보내는 혈액을 전신에 운반하는 동맥과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액을 운반하는 정맥이 있습니다.이 정맥에 장해가 생긴 경우에 일어나는 병의 한 가지인 정맥류에 관해서 알고 싶습니다. 이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병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혈관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데, 필자가 소속한 병원의 경우 연간 약 150건을 보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 찾아오는 환자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병에 관한 지식이 보급된 탓인지 빨리 알아차려 비교적 가벼운 상태에서 진찰을 받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 이 병은 구미와 비교하면 동양에서는 비교적 적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정맥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정맥내에서 혈액의 역류를 막는 작용을 하는 판이 좋지 못해서 일어나는 유형의 것은 동양인에게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맥을 포함한 혈관계나 여러 조직을 지탱하는 결합조직은 중배엽이라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이 일반적으로 구미인은 약하고 동양인은 그다지 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구미인에게는 혈관계의 병으로 정맥류, 그리고 결합조직의 병으로서 헤르니아 즉 탈장이 많습니다. 역시 체질적 원인 때문이지요.
- 체질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면 유전되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에서는 유전적인 관계를 말하는 학자도 있으나, 우리들이 지금까지 보아온 증례를 두고 말한다면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식생활 등 생활양식의 변화가 오랜 세월 동안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이 점에 관해서는 앞으로 경과를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연령적인 특징도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사춘기 때 다리에 지렁이처럼 피부가 길고 붉게 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정맥의 확장증세로 시작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을 방치해 두었다가 30대에서 40대 초반이 되어 상당히 확실한 증상이 나타나고서야 비로소 의사의 진찰을 받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되풀이하는 동안에 점점 그것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수가 있습니다
- 남녀간에 차이가 있습니까?
  환자 가운데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3대 2 정도로서 여성 쪽이 많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 직업의 측면에서 보면 장시간 서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예를 들면 백화점의 점원이나 항상 수술실에서 일하는 간호원과 같은 사람들에게 많습니다.
    네 가지 유형
- 정맥류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만...
  이 병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선천성 정맥확장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으로서 선천적으로 다리뿐만 아니라 종종 손이나 몸의 다른 부분에도 나타납니다.
  두번째가 동정맥류라고 일컬어지는 상태입니다. 이것은 동맥과 정맥 사이에 이상한 통로가 생기는 경우로서 선천성인 것도 있으며, 혹은 동맥과 정맥이 나란이 달리고 있는 곳을 칼에 찔린다든가 할 때에도 일어납니다. 압력이 높은 동맥의 피가 정맥 속으로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정맥이 확장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번째 유형은 심부정맥의 압박이나 폐색에 의한 정맥류입니다. 이것은 주로 임신 등으로 인해 자궁이 커짐으로써 골반의 정맥이 압박을 받거나 혹은 정맥에 병변이 일어나 폐색되어 버리거나 하면, 피가 그 부분을 우회하여 흐리지 않으면 안되고 따라서 다리의 정맥에도 확장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네번째 유형이 정맥판의 부전으로 혈액이 역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정맥류입니다. 이 경우가 가장 흔한 것인데, 어떻게 해서 발생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우리의 다리에는 근육 속을 달리는 심부정맥과 피하조직속을 달리는 피정맥등 두 정맥이 있습니다. 이 두 정맥은 몇 개의 가느다란 가지로 연결되어 있지요, 그리하여 정맥은 혈액을 심장 쪽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인데, 혈액의 역류를 막는 작용을 하는 판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혈액은 항상 일방통행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판에 어떤 장해가 생기면 피정맥 쪽으로 혈액이 역류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피정맥이 사행하거나 확장되거나 합니다. 이것이 더욱 진행되면, 본래는 피정맥에서 심부정맥으로 들어가 심장 쪽으로 흘러가는 혈액이 심부정맥에서 피정맥 쪽으로 역류하는 상태, 즉 두 개의 정맥을 연결하는 가지에도 판부전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것을 내버려 두면 더욱 진행되어 판이 혈액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열려 혈액이 역류해 버리는 상태가 됩니다. 그리하여 피정맥이 확장되는 것이지요.
- 정맥 속의 상태가 일단 그렇게 되어 버리면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것 즉 자연히 낫는 것은 불가능한가요?
  그렇습니다. 약이나 그 밖의 어떤 방법으로 원래의 기능을 가진 피정맥으로 되돌아가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다리의 정맥을 들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만, 이 정맥류는 몸 어디에나 생기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은 나중에 다시 자세히 설명을 하겠지만, 혈액의 무게로 말미암아 혈액이 역류하는 것이 원인이 되기 때문에 심장에서 가장 먼 곳, 즉 다리에 일어나기 쉬운 것입니다. 손 같은 곳에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손 등의 정맥에 그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오히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다른 원인에 의한 정맥류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다리가 무겁거나 나른하다.
- 정맥류가 생기면 외견상으로 분명히 알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정맥류가 불거지고 특히 피부를 통해 투시해 볼 때, 정맥이 사행 하거나 굽어져 있고, 또는 폭이 넓어져 있거나, 정맥의 수가 증가되어 있다든가 해서 한눈에 바로 알 수 있습니다.
- 자각증상으로는 어떤 것이 나타나게 되는지요?
  역시 혈액이 막히는 것이기 때문에 다리가 무겁거나 혹은 나른하고, 또 정맥이 몹시 확장되기 때문에 정맥벽에 있는 신경이 자극되어 다리가 아프다는 등의 호소가 많습니다. 그리고 정맥의 변화가 아직 그다지 진행되지 않은 상태, 즉 병이 가벼운 상태에서 그같은 호소가 많고, 심해지면 비교적 호소가 적어집니다. 어느 정도 참고 견디다 보면 그것에 익숙해져 버리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의사들이 진찰해서 중증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일수록 그같은 호소가 적은 것 같습니다.
- 정맥류가 생기면 그것으로 인해 그 밖에 다른 불편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지요?
  정맥류의 합병증에는 크게 나눠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정맥류의 아래쪽에 색소침착이 일어나 빛깔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랫동안 정맥의 혈액이 막혀 있으면 혈액의 성분이 피하조직으로까지 나와서 그 때문에 빛깔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색소침착은 종아리의 아래 3분의 1, 그것도 전면 안쪽에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것을 방치해 두면 이번에는 그 부분에 궤양이 생겨 아주 낫기 어렵게 됩니다.
  또 한 가지 합병증으로는 혈전성정맥염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정맥내에 울혈이 일어나면 항상 거기에 정맥혈이 머물게 되어 자연히 피가 응고하게 됩니다. 이른바 혈전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일어나는 2차적인 염증이 이 병입니다.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스타킹
- 정맥류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멈추게 할 수가 있습니까?
  이 병의 환자가 많은 구미에서는 옛날부터 여러 가지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메리야스로 짠, 신축성이 큰 팬티스타킹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다리를 꽉 눌러 두면 피정맥의 확장을 막게 됩니다.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두꺼운 반면, 예방용으로는 보다 얇은 것이 사용되고 있지요.
- 이것은 항상 착용하고 있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것인지요?
  그렇습니다. 정맥을 압박해서 정맥류를 눌러 두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제거해 버리면 원래대로 되돌아가고 맙니다. 그러므로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계속 착용하고, 자는 동안만은 벗어 두게 됩니다.
    증상이 심할 때에는 수술을
- 증상이 심할 때에는 수술을 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증상에 따라서 수술을 한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합니다. 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혹이 생겨 있는 정맥을 전부 제거하게 됩니다. 피정맥의 판이 닫혀지지 않아서 본래는 심장 쪽으로 향해야 할 혈액이 역류하게 된다면 이 피정맥은 무용지물이거나 혹은 마이너스의 기능만 하게 되지요. 그러므로 이 정맥을 전부 떼어 버리는 것이 수술의 원칙이 됩니다.
- 제거해 버려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요?
  물론 수술하기 전에 심부정맥의 기능을 잘 조사해서 피정맥이 없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 수술을 하느냐 하면, 일반적으로 우선 무겁거나 나른하고 혹은 아픈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또 앞에서 말한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보기에 좋지 않으니 고쳐 달라고 환자가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이유로 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마는.
  무엇이 문제냐 하면, 부풀어 있는 부분만을 떼내면 바로 제발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정맥 전체를 떼내야 하는데다가, 꼬부라져 있는 정맥을 1회의 수술로 전부 제거한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아 몇 군데를 작게 절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즉 수술을 하더라도 상처가 몇 군데 남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있는 정맥류릐 상태와 수술한 다음의 반흔을 생각해서 어느 쪽이 좋은가를 환자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 이 수술은 외과라면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지요?
  기술적으로는 그다지 어려운 수술은 아니지만 특수한 도구를 정맥 속에 넣어서 빼내야 하므로, 그런 설비가 있고 또 혈관외과가 있는 대학병원 혹은 종합병원에서 하게 됩니다.
-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많다고 하셨는데, 그러한 사람들이 이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점을 유의해야 합니까?
  역시 가장 나쁜 것은 가만히 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근육을 움직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제자리걸음 같은 동작을 해서 움직여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혈액을 제대로 심장 쪽으로 되돌아가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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