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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상식

콩팥

by Healing New 2020. 8. 22.

  나는 조의 다른 기관들이나 마찬가지로 외양은 보잘것이 없다. 색깔은 적갈색이고 모양은 콩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대략 조의 주먹만하다. 나는 조의 오른쪽 콘팥(신장)이다. 나와 똑같이 생긴 나의 짝이 조의 척추를 사이에 두고 나의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조는 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그는 나를 단순히 매력없는 액체 오줌 를 생산하는, 제2의 쓰레기 처리기관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실, 나는 조의 신체에서 으뜸가는 화학자이다. 그리고 조의 주노폐물 처리기관은 그의 창자가 아니라 바로 나다. 피는 끊임없이 나를 지나가는데 나는 그 피를 정화하고 여과해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노폐물을 피에서 제거한다. 또한 나는 적혈구의 생산을 촉진시키고, 조의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칼륨, 염화나트륨(소금), 그리고 기타 물질들을 감시한다. 이러한 물질들은 그 양이 조금이라도 너무 많거나 너무 적으면 조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또 생사에 관계되는 수분의 양도 조절한다. 수분이 너무 많으면 조의 세포들이 물 속에 빠져 죽게 될 것이고, 너무 적으면 조는 바싹 말라 버리고 말 것이다. 나는 또 그의 혈액이 지나치게 산성화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알칼리화하지 않도록 감시한다. 사실, 내가 조를 위해 하는 일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의사들조차 아직 나의 활동을 모두 다 알고 있지는 못하다.
  내 구조를 살펴보기로 하자. 나는 비록 무게는 140g 정도밖에 안되지만 네프론이라는 여과작용을 하는 작은 구성단위를 100만개 이상 가지고 있다. 이들 중의 하나를 고성능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머리가 크고 뒤틀린 꼬리가 달린 벌레처럼 보인다. 이 꼬리를 세뇨관이라고 하는데 나의 세뇨관을 펴서 늘여 놓는다면 그 길이가 물경 110km에 달할 것이다!
  나와 나의 짝은 매시간 조의 몸 속에 있는 혈액을 두 차례씩 걸려낸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이 작업은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다. 나는 적혈구나 혈액 속에 있는 단백질의 큰 입자들이 나의 고운 여과 장치를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통과시킨다면 그것들이 오줌으로 배설되어 금세 조에게 큰 불행이 닥칠 것이다. 나의 세뇨관들 속에서 혈액의 99%가 재흡수된다. 필수 비타민, 아미노산, 포도당 그리고 여러 가지 호르몬 등은 다시 혈류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것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그 초과분은 오줌으로 나가 버린다.
  그래서, 만약 조가 커스터드 파이(우유와 달걀에 설탕, 향미료 등을 넣어서 흐물흐물하게 찌거나 구운 과자 편집자주) 큰 것 두개를 먹었다면 그의 오줌에서, 의사들이 당뇨병으로 착각할 정도의 당분이 검출될 수도 있다. 또 조가 소금에 절인 청어나 그 밖의 몹시 짠 음식을 많이 먹었을 경우, 내가 그 염분을 뽑아 내지 않는다면 조는 정말 위독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염분은 수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만약 이 염분을 혈액 속에 그대로 방치해 두면 피 속에, 그리고 세포와 세포 사이의 공간에 필요 이상의 수분이 축적되기 시작할 것이다. 조의 얼굴, 다리, 배가 부어 오를 것이다.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혈액 속의 과다한 수분을 펌프질하느라고 지쳐 버린 조의 심장은 결국 멎어 버리고 말 것이다.
  칼륨 주로 육류와 과즙에서 흡수됨 역시 나의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너무 적으면 근육, 특히 호흡운동을 맡은 근육이 약해지기 시작한다. 또 조금이라도 과다하면 심장에 브레이크를 걸어 심장을 완전히 멎게 하는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남는 칼륨은 아낌없이 버린다. 반대로 조가 필요한 만큼의 칼륨을 섭취하지 못할 때는, 나는 구두쇠처럼 조의 체내에 있는 칼륨을 잘 보존한다.
  내가 처리해야 할 가장 큰 노폐물은 단백질이 소화되고 남는 최종산물인 요소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이것 역시 정확한 균형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너무 적으면 바로 내 위쪽에 있는 간에서 피해를 주게 되며 너무 많을 때는, 의사들이 흔히 보게 되는 가장 고약한 병의 하나인 요독증을 일으키게 된다. 요독증은 혈액 속에 요소가 쌓임으로써 생기는 병이다. 그냥 내버려두면 쇼크, 혼수상태를 거쳐 목숨까지도 잃게 된다. 요소가 혈액 속에 쌓이기 시작하면 인체는 이 살인자를 제가하려고 영웅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땀샘들이 이 제거작업에 조력함에 따라 비슷한 모양의 백색 요소 결정들이 피부에 나타나게 되는 수도 있다.
  그렇다고 조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된다. 그 때문에 요소가 과다해진다 해도 내가 처리할테니까.
  나에게 맡겨진 일을 하면서 나는 쉬지 않고 오줌을 만들어 낸다. 나의 짝과 내가 하루에 만들어 내는 오줌의 양은 각각 1ℓ쯤 된다. 노폐물을 잔뜩 담은 이 미세한 액체 방울들은 100만 개나 되는 나의 세뇨관들에서 나와서 나의 중심부에 위치한 조그마한 저장탱크로 들어간다. 이 탱크는 방광과 연결되어 있고, 방광은 또 외부와 연결되어 있다. 10초 내지 30초마다 파도치듯 근육이 움직여 그 액체를 배출관을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나는 밤에는 낮의 약 3분의 1정도밖에 활동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는 한 시간에 한번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도 어떤 상황 아래서는 나의 활동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조가 추위를 느낄 때는 체내의 열을 보존하기 위해 그의 피부에 대한 혈액공급이 줄어든다. 이것은 나를 포함한 체내의 기관들에 대한 혈액의 흐름이 늘어남을 뜻한다. 혈액이 많아지면 내가 만들어 내는 오줌도 자연히 많아진다. 조가 화를 내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그의 혈압이 오르면 내가 처리해야 할 혈액의 공급도 증가된다. 그 결과, 오줌의 양도 많아진다.
  알콜도 똑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다만 그 과정이 좀 복잡할 뿐이다. 나의 직속 상사 중의 하나가 바로 조의 뇌 밑에 자리한 뇌하수체인데, 여기서 이뇨억지호르몬이 분비된다.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둔다면, 나는 오즘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 내서 조에게 위험할 정도의 탈수현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이것을 방지하는 것이 바로 그 호르몬이다. 조가 마시는 맥주나 마티니 속에 들어 있는 알콜은 직접적으로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알콜이 뇌하수체의 이뇨억지호르몬 생산을 방해하기 때문에 나는 오줌을 보다 빨리 만들어 내게 된다. 조가 과음하게 되면, 가벼운 탈수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과음한 다음날 아침에는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커피 속의 카페인도 비슷한 작용을 한다. 그러나 담배 속의 니코틴은 정반대의 효과를 나타낸다. 즉, 니코틴은 이뇨억지호르몬의 생산을 촉진시킨다. 그래서 조가 담배를 많이 피울 때는 소변보러 가는 회수가 훨씬 줄어든다. 
  나의 나이도 조와 마찬가지로 47세이고 보니 차츰 노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질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면, 유주신이라는 병도 있다. 그러나 조는 체중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까 이 병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우리 콩팥들은 지방층에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다. 체중이 줄면 그 지방층의 많은 부분이 사라지게 되고 콩팥을 고정시키고 있는 조직들이 늘어나서 콩팥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런 증세를 유주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조는 신장결석에 관해서도 들어 알고 있다. 신장결석은 오줌이 지나치게 농축되었을 경우 생기는데 칼슘, 염분, 요산이 지나치게 농축된 나머지 결정체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 돌들이 모래알만할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돌들이 점점 커져서 완두콩알만해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 돌이 방광으로 통하는 관인 지극히 민감한 수뇨관을 통과하려 할 때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수가 있다. 극단적인 경우, 이 돌들은 귤만한 크기로 커지는 수도 있는데, 이럴 때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조는 충분한 양의 액체를 꾸준히 흡수함으로써 이러한 신장결석을 막을 수 있다. 하루 9컵에 해당하는 수분을 섭취하면 족하다. (대부분은 음식물로부터 흡수된다.) 고기는 50%가 수분이며, 바나나는 90%, 수박은 93%가 수분이다.
  정말로 큰 일은 나의 여과조직, 즉 네프론의 손상이다. 감염으로 네프론이 손상되기도 한다. 감염은 보통 내 아래쪽의 비뇨기로부터 시작되어 차츰 위로 진행되어 올라온다. 다행히 이러한 감염은 항생물질을 투여하면 곧 가라앉는다. 조가 중화상을 입었을 경우에도 나의 네프론들이 심한 손상을 입는 수가 있다. 파괴된 조직에서 나오는 노폐물이 내가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쌓이고 또 손상부위에서 혈액 속의 주요 성분들이 내가 그것들을 대체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빨리 유실되어 나가기 때문이다. 또 콩팥 부위를 얻어맞거나 자동차사고 등으로 인해 상해를 입어도 역시 나의 네프론들은 손상된다. 많은 약을 복용하거나 독성분을 섭취해도 마찬가지다.
  대개 이러한 경우 네프론이 입는 손상은 일시적인 것이며, 쉽게 회복될 수 있다. 나는 재생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시 조심해야 할 것은 노화과정의 일부로 나타나는 동맥경화 현상이다. 실체의 다른 부분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의 동맥들도 굳어지고 좁아지며 탄력을 잃게 되므로, 나에게 오는 혈액공급도 줄어든다. 조만간에 조의 심장은 펌프질하는 힘이 약해 질 것이다. 이 역시 나에게 오는 혈액의 양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피를 세척하는 나의 능력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유독성 노폐물이 쌓여도 그대로 방치하게 되고 또 나트륨, 칼륨, 염화물 및 기타 물질들의 정상적인 균형이 깨진다 해도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부분적으로 조에게 일어났다.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나의 네프론이 파괴되었다. 다행히도, 나와 나의 짝은 대단한 예비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네프론의 90%가 기능이 정지된다 해도 우리가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그러한 한계점에 이른다 해도 적절한 약물 및 식이요법으로 네프론의 생명을 몇 년 더 연장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음식물 속에 들어 있는 염분, 칼륨, 그리고 기타 물질들이 체내에서 정확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식사를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수분의 섭취도 호흡, 땀, 오줌 등을 통해서 유실되는 분량과 정확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또 지금은 옛날 같으면 절망시되던 상황에서도 도움이 되는 좋은 약들이 나와 있다.
  의학계에서는 나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검사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본적인 검사는 물론 소변검사이다. 우선 오줌 속에 단백질은 없는가를 살펴야 한다. 극소량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있어서는 안된다. 단백질이 오줌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은 내 여과조직들이 혈액 속의 단백질을 유실시키고 있음을 뜻한다.
  요원주는 없는가도 살펴보아야 한다. 나의 세뇨관들에 염증이 생기면, 고체물질들(세포, 지방, 단백질)이 세뇨관과 똑같은 모양으로 굳어 버리는데 이것을 요원주라고 한다. 이것들은 이따금 오줌에 휩쓸려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혈액도 진찰에 도움이 된다. 요소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 있지 않은가가 문제가 된다. 혈액에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은 조의 체내로부터 단백질 노폐물을 제거하는 나의 작업능력이 저하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또 조의 혈관에 어떤 색소를 주입하는 검사방법도 있다. 내가 이 색소를 통과시켜 오줌으로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나의 병세는 그만큼 악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검사방법이 수십 가지나 있다.
  그러면 조가 나의 짐을 덜어 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체중과 혈압에 신경을 써 주면 된다. 운동도 도움이 되지만 격렬한 운동은 좋지 않다. 근육이 과로하게 되면 유산이 과다해져서 나에게 부담을 준다. 하루 1컵 정도의 물을 더 마시면 그것도 나에게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분을 너무 적게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조의 오줌이 탁해지거나 적갈색을 띠기 시작하면 조는 빨리 의사에게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또 얼굴이 붓거나, 속이 메스껍거나, 시력이 흐려지거나, 피로감이 느껴지면 내가 병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즉시 손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조더러 나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쓰며 조바심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을 지를 때는 즉시 손을 써 달라는 것뿐이다. 사실 나는 조에게 다시없이 중요한 존재이다. 나를 대수럽지 않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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