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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상식

방광

by Healing New 2020. 8. 22.

  인체에서 가장 못난 기관을 뽑기로 한다면 내가 쉽사리 그 영광(?)을 차지할 것이다. 나는 또한 조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난처하게 만든다. 나는 단잠을 망치는 심술장이다. 추운 겨울밤 조를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 바로 나다. 중요한 업무회의 석상에서도 내 말은 조위 상사나 고객들의 말보다 더 권위가 있다. 그들이 조에게 아무리 중요한 용건이 있다 해도 조는 그들의 말보다 내 말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나에게 주목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요구한다. 나는 조의 방광이다.
  조는 자신의 창자를 주 폐물 처리 시스템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창자가 1주일, 아니 수주일 동안 '파업'을 한다 해도, 조가 반드시 중대한 위험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의 비뇨기가 2,3일 이상 문을 닫게 되면 조는 그야말로 중대한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 몸 안에 오줌이 가득 차면 나는 펀칭백(권투선수들이 때리며 연습하는 큰 고무공처럼 생긴 주머니 편집자주)과 비슷한 모양이 된다. 방광의 용량은 사람에 따라 달라서 180cc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720cc나 되는 사람도 있다. 나의 용량은 약 470cc로 평균 수준이다. 콩팥(신장)이 조의 혈액에서 걸려낸 폐물인 오줌을 2개의 가느다란 수뇨관을 통해서 나에게 계속 찔끔찔끔 부어 넣는다. 요관이라고도 부르는 수뇨관은 연필심 정도의 굵기에 길이가 약 30cm인 관이다.
  나의 배출구는 연필 굵기의 요도이다. 우리를 방광이 요도를 통해 하루에 내보내는 오줌의 양은0.5ℓ 7.5ℓ로 역시 사람에 따라 다르다. 조의 경우는 약 1.5ℓ로 중간 정도이다. 그러나 매일 똑같은 것은 아니다. 대체로 그 배설량은 땀샘과 폐를 통해 상실되는 수분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조가 땀을 흘리면 내가 배설하는 오줌의 양은 준다. 조에게는 다행한 일이지만 조가 잠잘 때 만들어지는 오줌의 양은 낮의 약 4분의 1로 떨어지는데 그 때문에 조는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오줌을 배설할 때는 내 윗부분에 있는 근육이 먼저 수축하고 그 다음에 밑의 근육들이 가세하여 나를 압박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나는 나 자신을 쥐어짜는 것이다. 배설 회수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근심, 걱정, 두려움은 혈압을 올라가게 하고 그에 따라 콩팥의 활동과 오줌생산은 촉진된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운동경기로 인한 흥분 혹은 분노 등은 나의 근육벽을 압박한다. 따라서 그럴 때는 오줌이 가득 차지 않았어도 오줌이 마려워진다.
  조의 아내 제인이 임신했을 때 제인의 태아는 사실상 제인의 방광 위에 앉아 있었다. 태아의 무게에 의한 압박 때문에 제인의 화장실 출입이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조는 추운 날이면 내가 자주 그를 화장실로 보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다. 추울 때는 체내의 열을 보존하기 위해 조의 혈류가 피부의 혈관을 우회하며 흐른다. 자연히 체내 기관들로 많은 피가 가게 된다. 콩팥이 걸려 내는 피가 많아지고 따라서 오줌도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특히 겨자, 고추, 생강 등 일부 조미료와 심지어 차와 커피까지도 나를 자극한다. 알콜도 마찬가지로 나를 자극하는데 특히 진에 포함된 향료들이 나를 심하게 자극한다. 
  나의 오줌을 검사해 보면 조의 체내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관해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모든 점으로 보아 이 소변검사는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모든 점으로 보아 이 소변검사는 많은 의학상의 검사 중 가장 쓸모있는 검사일 것이다. 만약 조가 자기 오줌이 계속 탁하거나, 악취를 풍기거나, 혹은 색깔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는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줌 빛이 짙은 황갈색이면 그것은 콩팥의 기능이 너무 왕성하거나 혹은 단순히 조가 테니스를 치는 동안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콩팥이 처리할 액체의 양이 충분히 않음을 뜻한다. 오줌이 탁하면, 콩팥에 병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을 수도 있다. 운동을 심하게 한 뒤에는 오줌이 탁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온다면, 이것은 심상치 않은 증세이다. 조가 자기 오줌 속에 피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면 즉각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오늘날의 의사들은 세밀한 소변검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같은 양의 물의 무게와 비교한 오줌의 무게 즉 오줌의 비중이 너무 낮다면 콩팥의 여과기능이 시원치 않음을 뜻하며, 반대로 너무 높다면 환자가 탈수증을 나타내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요산의 농도가 높다면 신장결석이나 통풍이 생길 징후일지도 모른다. 또한 심장병이나 신장'콩팥'병 혹은 마름버짐이나 내분비 이상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모든 신체기관은 노폐물이나 과잉생산물을 오줌으로 배설한다. 각종 선이 특히 그렇다. 예를 들면, 여성의 경우 임신을 하면 여분의 여성호르몬이 오줌으로 배설되는 것이다. 그래서 임신 여부를 소변검사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방뇨는 수통에서 물을 비우는 일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나는 괄약근이라 불리는 2개의 밸브를 갖고 있다. 하나는 나의 밑부분에 있으며 내가 팽창하면 자동적으로 열린다. 또 하나는 약간 더 아래쪽에 있으며 조가 자기 의사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다. 첫번째 밸브가 열리면 조는 오줌이 마려워진다. 그러나 두번째 밸브가 열려야 비로소 오줌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 두번째 밸브를 열고 닫는 방법은 유년기에 배워야 한다. 그때까지는 이부자리나 옷에 오줌을 싸서 엄마에게 괴로움을 끼칠 수밖에 없다. 또한 죽음이 임박하면 조는 방뇨를 억제하는 이 밸브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어 역시 오줌을 싸게 될 것이다.
  야뇨증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긴다. 나의 용량은 유아때는 매우 적지만 2살에서 4살 사이에 갑절로 늘어난다. 초조감이나 불안감, 그 밖의 갖가지 심리적 비정상 상태는 가장 흔한 야뇨증의 원인이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경우는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에게서 훨씬 흔하게 발견된다. 어떤 아이는 낯선 동네로 이사했을 때 불안감을 느끼게 되어 야뇨증이 재발한다. 그러나 일단 새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 문제는 깨끗이 해결된다. 자기도 모르게 오줌이 나오는 요실금증은 마비성 환자들에게 거의 예외 없이 나타나며 노인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신경장애성(마비성) 방광기능부전증은 또 다른 병이다. 이 병은 일부 선천적 뇌장애 혹은 척수장애에 그 원인이 있다.
  나의 오줌줄기의 세기를 보고 나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어느 정도 측정할 수있다. 나의 배출관은 조의 전립선을 지나간다. 전립선이 부었거나 병들어 있으면 오줌의 흐름이 방해받거나 끊긴다. 성병이나 기타 질병에 기인하는 협착증도 동일한 증세를 일으킨다. 종양으로 인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조는 내가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악성 암에 걸려 나를 송두리째 제거해야 할 경우, 의사는 콩팥에서 뻗어나온 수뇨관을 대장에 연결시켜 버린다. 이렇게 되면 조는 새처럼 될 것이다. 새들은 방광이 없다.
  나는 조의 체내 다른 기관의 질병을 알아내는 열쇠가 되는 한편, 나 자신이 잘 걸리는 질병도 몇 가지 있다. 그 하나는 결석이다. 결석으로 생긴 돌이 나에게로 들어오고 나가는 관들을 막아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격렬한 고통이 따른다. 오줌이 콩팥에 고인 채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요독증에 걸려 생명까지 잃게 된다.
  방광결석은 오줌에서 침전된 광물질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응결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매우 복잡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이 결석은 추운 지방보다 더운 지방에서 훨씬 흔하게 나타난다. 운동 부족도 역시 결석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돌의 크기는 일정치 않다. 어떤 것은 작은 '모래알'만해서 쉽게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무게가 약 6kg에 달하는 초대형도 있다.
  신기한 것은 귤만한 크기의 돌이 몇 해 동안 잠복해 있으면서 아무런 심각한 증세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돌이 모가 나서 나의 조직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 한, 그리고 원활한 오줌의 통과를 막지 않는 한, 나는 이 돌을 내 몸 안에 둔 채 살아갈 수 있다. 이 돌이 말썽을 일으키면,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혹은 특수한 장치를 갖춘 방광경을 나의 요도를 통해 집어넣기도 하는데 이 조그만 기구에는 관찰용 렌즈와 분쇄장치가 부착되어 있어 요도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크기로 돌을 부술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방광염이다. 세균이 들어와 몹시 고통스런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두 번이 이 방광염을 앓아 보지 않은 여성은 거의 없다. 남성보다 여성이 이병에 더 잘 걸리는데 그것은 당연하다. 여성이 요도는 길이가 겨우 2.5∼5cm에 불과하나 음경을 통과하는 남성의 요도는 전체 길이가 20∼30cm나 된다. 따라서 여성의 경우는 세균이 외부로부터 침입하여 나에게 도달하기가 그만큼 쉬운 것이다. 다행히, 방광염은 치명적이라기보다는 성가신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오줌이 자주 마렵고, 후끈거리며, 막연한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항생제나 설퍼제를 투여하면 대개 낫는다.
  내가 조에게 강력하게 주목해 줄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 또 내가 일으킬 수 있는 그 갖가지 문제 등을 감안할 때 나는 조의 기관들 가운데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실상 나는 그리 대단한 존재가 못된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따지고 보면, 나는 규칙적으로 채워졌다가 규칙적으로 비워지는 물탱크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조가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조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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