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우리 한국인이 치부하는 경우란 예외없이 매점매석에 있었다. 연암
박지원에 의해 소개된 거부 허생도 매점매석에 의해 치부했다.
1833년 봄이었다. 경강의 김재순이란 돈 많은 객주가 그 전해에 홍수로 흉년이
들었던 것을 계산하고 곡식을 매점하였다.
워낙 돈 많은 객주라, 마포로 몰려든 곡식은 모조리 이 김재순의 창고로 들어갔다.
그 결과 장안에는 쌀이 들어가지 않아 단번에 쌀값이 폭등했다. 살기 어려워진 장안
사람들이 일대 소동을 일으켰다. 시중 싸전들이 매점한 줄로 알고 몇몇씩 작당하여
성안 싸전에 불을 놓고 다녔다.
이를 막지 못했다 하여 훈련대장 조만영, 금위대장 이철구, 어영대장 이유수 등은
좌천당하고, 시전의 감독기관인 평시서 제조 박제일이 파면되었으며, 난도의 수괴
7명이 처형당했지만 곡가는 여전히 앙등일로에 있었다.
한 달 후에야 동막 객주 김재순이 매점한 것을 알고 잡아다가 엄벌에 처하여,
겨우 쌀값을 바로 잡았던 것이다.
이것은 객주의 독점매석이 얼마나 큰 힘으로 악용될 수 있는가 하는 실례다.
동태 객주가 셋만 작당하면 동태값 반값을 올릴 수 있고, 다섯이 작당하면 곱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역사적으로 우리 한국인이 치부하는 경우란 예외없이 매점매석에 있었다. 연암
박지원에 의해 소개된 의로운 거부 허생도 매점에 의해 치부했다.
남산 밑 흑적동 게딱지 같은 오막살이에서 굶주려가며 독서만 하고 있던 허생이
도적질이라도 해오라는 아내의 성화에 자극받아 장안 갑부요, 의리 있기로 소문난
변씨를 찾아가 돈 만 금을 빌려 달라고 한다. 허생을 보고 느낀 바 있었는지 면식도
없는 허생에게 만 금을 건네준다. 허생은 그 길로 과실의 집산지인 안성으로 내려가
싯가보다 갑절을 주고 대추, 밤, 배, 감, 귤감 등속을 모조리 매점을 했다. 이 매점을
우리 고유말로 '통좀한다'고 했으며 매점갑부를 통좀부자라 일컬었던 것이다.
이 허생의 통좀으로 각국 각지에서 제사를 지낼 수가 없게 되었고 과실상들은
허생에게 열 갑절을 주고 과실을 도로 사가게끔까지 되었던 것이다.
통좀부자가 된 허생은 다시 제주도로 건너가 망건의 원료인 말총을 모조리
통좀함으로써 망건값이 당장 열 갑절이나 폭등해 버렸다.
이같이 하여 통좀거부가 된 허생은 은 백만 금 중 90만을 빈궁 고독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10만 금을 돈을 빌려 주었던 변씨에게 갚고 빈털터리로 남산 밑 게딱지
같은 오두막으로 다시 기어들어갔던 것이다. 변씨가 그 돈을 받지 않겠다 하고
돌려주자 '내가 만일 부를 원한다면 백만 금을 버리고 10만 금을 가져가겠소.
이로부터 먹고 입을 약간의 생활비만 대주면 고맙겠소.' 하고 받지 않았던 것이다.
변씨가 허생의 뜻을 들어 매월 양식과 포목을 대어주니 허생은 꼭 먹고 입는 것만
받고 나머지는 일승 일척이라도 돌려 보냈다 한다.
변씨가 이완에게 허생의 이인됨을 말했더니 친히 찾아가 계획을 상의했다는
후일담도 있다.
개화기 때 장안 거부로 손꼽혔던 상쾌도 바로 통좀부자였다. 안동 김씨 세도가인
김병국 집에 종으로 있던 상쾌, 상신 형제는 상전의 신임을 확고하게 하고자 꾀를
내었다. 벙어리 통을 사서 한푼 두푼 돈을 저축, 10냥이란 돈을 모았다.
정경부인이 상쾌를 불러 능금 닷돈 어치를 사오라 시키자 모전에 가서 제 돈 두
돈을 얹어 일곱 돈 하는 주상품을 사다 받쳤다.
이렇게 제 돈을 얹어 비싼 물건을 싸게 사다 바치자 상전은 다른 종들을 의심하게
되는 한편 상쾌에의 신임이 두터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 신임으로 창고의 출납뿐
아니라 사동 대감 댁의 재산을 상쾌가 모두 관리하게 되었고, 그 후광을 입어 뚝섬
객주들로 하여금 소금이나 시탄을 매점매석케 하여 값을 급등시켜 팔아먹는 등
통좀을 거듭하여 장안에 소문난 부자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벼락부자가 생겼다면 예외없이 통좀부자였으며 통좀부자가 생겨날
구조적인 어떤 온상이 돼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각 수요자들이 수요물자를 비축해 놓지 않는 개연성에
있다 할 수 있다.
어느 한 집에서 수요로 하는 물자를 1년치만 비축해 놓았던들 매점에 의해
희귀해진다 하여 등귀현상은 당장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요, 따라서 통좀할 생각도
먹지 않게 될 것이다.
비축하질 않거나 비축한다 해도 그 비축량이 적기 때문에 매점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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