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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버릇

성차별병

by Healing New 2020. 9. 30.

  석화로 불리는 굴은 달팽이처럼 암수 양성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데 영양이 
나쁘면 수컷이 되고 영양이 좋으면 암컷이 된다.

  아이들의 지각은 무엇이 무엇에게 이기느냐 지느냐의 대결로부터 싹튼다고 한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느 시기의 아들 딸로부터 귀찮을 정도로 이 대결 
질문을 받게 마련이다. 호랑이가 이기느냐 사자가 이기느냐, 미국이 이기느냐 소련이 
이기느냐, 황금박쥐가 이기느냐 우주 아톰이 이기느냐, 6백만 달러의 사나이가 
이기느냐 두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가 이기느냐.... 이런 정도의 질문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대꾸하기 난처한 짝을 지어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언젠가 잡지에 난 슈퍼 스타 박신자 씨의 사진을 보고 있던 아들놈이, "박신자가 
이겨, 아빠가 이겨?" 하고 진지하게 물었다. 냉큼 대답하기 난처하여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놈은 헤헤하며 약간 조소 섞인 음조로, "박신자가 이기지?" 하고 제 
선입감대로 판결을 해버린다. 아버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부친부재시대인데다 
배만 불쑥 튀어나온 별볼일 없는 몰골이라 콩알만큼 작아져 있는 아빠 이미지, 원래 
키도 큰 데다가 슈퍼 스타라는 인기로 한결 크게 부풀어져 있는 박신자 이미지와의 
대결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고 만 것이다.
  나는 이 설욕을 위해 언제고 박신자 씨를 한강 백사장에 불러내어 아들놈이 보는 
앞에서 정식으로 결투를 청구할까 한다.

  은행은 암나무가 강하고 
  남과 여의 대결에서 몸집이 크다든지 힘이 세다든지 하는 양적, 물리적, 역학적, 
측면에서는 남자가 우세하지만 질적으로나 정신적, 심정적으로는 여성이 우세하다고 
본다. 그래서 실은 오랜 남성 상위의 인류사 때문에 빛을 못 보고 있는 이 여성의 
질적인 우성을 가려보기 위해 첫 라운드에서 박신자 씨에게 지고 들어간 것이다.
  식물에 있어 자성의 질적인 우성을 살펴보자. 인류가 찬미해온 플라토닉 러브란 
말에 해당되는 우리 고유의 표현으로 '은행나무 사랑'이란 게 있다. 은행나무에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있어, 서로 멀리 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열매를 맺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은행의 수나무와 암나무를 가리기란 웬만큼 자랄 때까지는 분간하기가 힘들다 
한다. 한데 옛 어른들의 말을 들어 보면 꽃이 필 무렵, 곧 사춘기에 들면 수나무는 
암나무보다 키가 더 크는 반면에 암나무는 밑동이 살이 찐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식별하는 방법으로는 사춘기의 은행나무 가지를 꺾어 0.05퍼센트로 희석한 염소산 
칼리액에 꽂아두면 한결 빨리 시드는 것이 수나무요, 끈질기게 오래 버티는 것이 
암나무라 한다. 양적으로 키만 컸을 뿐 질적인 생명력은 별볼일 없다. 암나무의 
어떤 요인이 그렇게 강인하게 버티게 하는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바로 이것이 
암컷을 질적으로 우세하게 하는 우성 인자랄 수가 있겠다. 이를 편의상 '여인소'라고 
부르기로 하자.

  수컷 망신시킨 세 동물
  동물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중해 연안의 속담에 '수컷 망신은 사자와 아귀와 
그리고 굴이 시킨다.'는 것이 있다. 석화로 불리는 굴은 달팽이처럼 암수 양성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데 영양이 나쁘면 수컷이 되고 영양이 좋으면 암컷이 된다. 수온이 
낮아져 먹이가 변변찮은 가을 굴은 수컷이 많아 질이 나쁘고 수온이 높아지는 
봄굴은 암컷이라 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곧 수컷은 열성이요, 암컷은 우성이다. 
은행의 암나무에 내포되는 듯한 신비의 우성 인자가 굴의 암컷에도 어떻게든지 
작용하고 있음을 알겠다.
  남성 망신의 2번 타자는 바다 메기로 불리는 아귀란 놈이다. 심해에 사는 입이 
별나게 크고 넓은 바다 고기로 암컷에는 알이 없고 오히려 수컷이 아랫배에 
알주머니를 무겁게 늘어뜨리고 다니는 대단한 공처가인 것이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알주머니에 그 알을 받아 부화시키는데, 이것은 마치 미국 남자들이 아기를 
안고 부인의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과 다를 것이 없는 몰골이다.
  3번 타자인 수사자는 몰골만 요란스러울 뿐 암컷에 얹혀 사는 형편없는 
무위도식자다. 사자 가족의 먹이는 주로 암컷이 잡아 새끼들로부터 먼저 먹인다. 
배고픈 수컷이 다가오면 암컷이 일갈해서 기둥서방 몰아내듯 쫓아 버린다. 새끼들이 
다 먹고 나면, 지켜보고 있다가 암놈 눈치를 힐끗힐끗 봐가며 그 찌꺼기를 먹는다. 
용맹한 인상을 주는 수사자의 목털은 공갈용이 아니라 교미를 할 때 암놈의 바이팅, 
곧 목을 물지 못하도록 하는 보신용이라고 동물학자 데스먼도 모리스는 밝히고 
있다. 암컷의 우성 인자에는 백수의 왕도 못 당한다는 입증이다.

  인내력 여자가 15시간 더 길고
  사람에게 있어 이 여성의 우성 인자, 곧 여인소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외계 현상으로부터 감각을 완전 차단시켰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참아내느냐의 
남녀별 감각 차단 내력 실험을 하면,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15시간을 더 버틴다 
한다.
  온 세계의 여성사를 살펴볼 때 인간의 감각적 욕구와 본능적 욕구 및 사회적인 
욕구를 가장 완벽하게 차단받고 살아온 것이 조선시대의 한국 여성이었다. 그래서 
한국 여성사는 목석화의 역사라 해도 대과가 없다. 모랄에 의해 철저하게 차단받은 
그 무중력공간에 한국 남성들을 그 오랜 역사 동안 넣어두었다면 아마 사망률이 
배가했거나 미친 사람이 배가했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 여성의 여인소랄 이 
상황이나 환경에의 내성이 목석화의 역사에 단련받아 유전질로 체질화, 아마 그 
내성도를 비교 측정한다면 세계 최고로 질긴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네덜란드 학술원 회원인 보이텐디크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이미 태어나기 이전의 
태중 사망률이 여자보다 남자가 무려 25퍼센트나 높다 한다. 그렇게 죽고도 남녀 
출생률은 105대 100으로 남자가 많은 것을 보면, 남자가 양만 많고 질이 낮다는 
단적인 증거가 되겠다. 태어날 때 죽는 율은 남아가 여아보다 54퍼센트나 많고 도 
유아기의 사망률은 남아가 27퍼센트나 높다.
  지난번 경제기획원이 면밀하게 조사 작성한 한국인의 생명표를 보면 모든 
연령층에서 사망률이 남자가 높으며, 특히 40대 이후부터 갑절이나 남자가 많이 
죽고 있다. 태중에서의 골격 형성이 여자가 남자보다 한 달이 빠르다는 것부터 
어딘가 우성 인자가 작용하고 있음은 부인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한국인의 평균 수명도 여자가 69.1세로 남자의 62.7세보다 무려 6.4세를 
더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서 주의를 
하게 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서 주의를 하게 되는 것은 
남녀 수명의 6.4년이란 차이가 5년__5년 반 벌어진 여려 선진국과 비겨 보다 많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한국 여성의 우성 인자가 딴 나라에 비해 보다 양질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벌어진 나라가 미국의 7.6년인데 
미국은 잡동사니 민족이기에 민족 인자로서 따질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태평양 연안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많이 벌어지고 
있고 그 중에서 한국은 최고인 것이다.

  구박으로 억압된 우성
  이 수명 차이는 남녀 결혼 적령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세조실록 13년 3월조에 
보면 종친의 결혼에 있어 남녀의 나이가 6년 이상이나 또 그 이하로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불문률을 적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 남녀의 수명 차이와 꼭 들어맞는 
연한이다. 곧 누가 먼저 죽고 늦게 죽고 함으로써 생기는 홀아비, 홀어미의 불행을 
극소화시키는 그런 동년해로를 우리 선조들은 체험적으로 터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웨스터마크의 "인류혼인사"에 보면 유럽 여러 나라들의 남녀 결혼 연령 차이는 
프랑스가 4, 3년으로 제일 많이 벌어지고 있고 나머지는 2, 3년 차이다.
  한국 여성의 별나게 양질인 여인소 때문인지 옛날부터 여자 인구 과잉은 종종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모든 사리를 음양오행설에 합리화시키지 않고는 성이 풀리질 않았던 우리 
조상들의 합리주의는 이 여다 남소를 여러 모로 합리화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역의 
뿌리라는 하도에 천수(양)는 25이고 지수(음)는 26이기에 양수보다 음수가 많아 
여자가 많고 남자가 적다는 것이다--"급가주서 직방해". 고려 때의 재상 박유라는 
분은 우리 고려 땅은 동방에 속하고 동방은 오행으로 '목'에 속하며, 목을 수로 
따지면 3이 성수고 8이 실수가 된다(삼팔동방목) 하고 3이라는 홀수(양, 남)보다 
8이라는 짝수(음, 여)가 많으니, 우리 한국에 여자가 많다고 궁색하게 합리화하고 
있다--"고려사".
  박유의 이 여다 합리론이 이것으로 그쳤으면 다행인데, 이 양반 대단한 배짱을 
지녔던지 이 이론을 근거로 하여 일부이처다첩주의를 공식으로 제도화 할 것을 
상소했고 이에 성난 여염의 여인들은 박유의 가마를 보면 몰려들어 '저 늙은 거지'라 
욕을 퍼부었는가 하면, 그 문제의 결정권을 가진 재상 부인들은 동침 거부로 저항을 
했던 것이다. 희랍에서도 소설 속에서나 있었던 섹스 스트라이크를 고려 때 한국 
여인은 실제로 실천했으니 대단한 우먼 파워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세상에서 뛰어난 한국 여성의 우성 인자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여성을 
제도적으로 구박함으로써 남녀간의 질적인 균형을 잡으려 했다는 역설적이고 
반동적인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배비장전"의 정랑, "가루지기 타령"의 옹녀, "옥단춘전"의 옥단춘, "옥낭자전"의 
옥낭자, "김씨열행록"의 김씨, "신유복전"의 일일이, "이진사전"의 경패, 
"정수경전"의 소저 등 우리 고소설의 여주인공들은 놀랄 만하게 활달하고 
능동적이고 실존적으로 나타나, 남주인공을 납작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여성 
우위의 소설이 이토록 많이 쓰여지고 널리 읽혀졌다는 것은 그것을 수용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제도적으로 숨 못 쉬게 억압 받은 여인소가 
소설 속에 투영되어 근근히 명백을 이어왔다고 볼 수가 있겠다.
  농구며 배구며 탁구 등 한국의 여성팀은 세계 제패를 하는데, 같은 종목의 
남성팀은 상위권에도 못 들었다는 것도 바로 이 여인소의 단적인 나타남이 아닌가 
싶다. 모든 분야에서 정상이 가능한 그런 개연성을 지닌 한국 여인소가 스포츠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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