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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버릇

면형사고병

by Healing New 2020. 9. 30.

  공시간, 공공간에서는 공무만을 집행하는 외국인에 비해 한국인의 공시간, 
공공간에는 사무가 대거 침투하여 일 보아 가면서 커피를 마시고 기안하다 말고 
다방에 가며...면형인 '하면서 주의'로 업무를 한다. 

  1. 선형사고와 면형사고
  같은 생각에도 사고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사고가 독일말로 
덴켄(denken)이라면 사색은 데젠(desen)이다.
  덴켄은 논리의 선을 따라 차곡차곡 축적하여 결과에 이르는 선형(Lineal) 사고다.
  흔히들 독일 사람들이 덴켄을 한다고들 한다. 독일의 가정 주부들 마저도 마치 
생산 공장의 공정처럼 순서있게 선형으로 가사를 처리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독일 주부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덴켄식 가사운행을 한다는 데 예외가 없다 한다. 
그 아침부터 밤까지의 차례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1. 아이들의 식사 준비
  2. 아이들이 식사하는 동안 아이들 침실의 침구정리
  3. 남편의 아침밥
  4. 부부침실 정리
  5. 아침밥 설거지
  6. 청소
  7. 마당의 잔디 손질(일요일 제외)
  8. 점심 마련
  9. 1시 반에 귀가하는 아이들과 점심
  10. 아이들 공부 점검
  11. 5시까지 자습을 시키고 그동안에 다리미질 등 소리나지 않는 일
  12. 5시부터 공부에서 아이들을 풀어준다.
  13. 6시 저녁 준비, 가족과 함께 식사
  14. 설거지
  15. 남편과 아이들 구두닦이
  16. 뜨개질이나 바느질
  17. 취침
  독일의 주부들이 이처럼 논리적으로 정해진 선을 타고 가사를 운행한다면 우리 
한국의 주부들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면형가사 운영을 한다. 밥을 얹어놓고는 
빨래를 하고 빨래를 하면서 아이를 꾸짖는다. 콩나물 다듬으면서 이웃 아주머니와 
잡담을 하고 뽕따면서 임도 본다.
  이렇게 면형사고가 가사라는 행동에 있어 '하면서 주의'로 나타난다. 
  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 업무를 둔 열중도가 외국인에 비해 약하다. 공시간, 
공공간에서는 공무만을 집행하는 외국인에 비해 한국인의 공시간, 공공간에는 
사무가 대거 침투하여 일보아가면서 커피를 마시고 기안하다 말고 다방에 가며 
계산하다 말고 결혼식에 잠깐 다녀온다. 면형인 '하면서 주의'로 업무를 본다.
  미국 동부 맨체스터의 메이시 백화점에 들렀을 때 점원으로 고용되어 있는 두 
명의 한국 아가씨부터 '미국 사람은 죽어서 모두가 지옥에 갈 사람들'이라는 불평을 
들은 일이 있다.
  손님이 없을 때 다리가 아파 좀 앉아 있다가 적발당하면 일당의 50퍼센트를 
벌금으로 삭감당하고, 역시 손님 없을 때 기둥에 기대어 있기만 해도 30퍼센트를 
삭감당한다고 말하고, 일할 때 일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일하지 않을 때 잠시 
쉬었기로서니 너무 모질게 군다는 것이 공통된 그들의 불평불만이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의 면형사고에서 유발된 하면서 주의가 그들이 인간적으로 모진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손님이 없어도 손님이 있는 것처럼 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단 공사의 혼동뿐 아니라 하면서 주의로 일을 시키고도 있다. 지금 정상적인 
사무를 보고 있는데 바삐 결재낼 일이라면서 정상업무를 중단시키고 다른 일을 
다반사로 시킨다. 지금 어떤 문서의 타이핑을 하고 있는데 빨리 보고할 문서라면서 
종전의 타이핑을 중단시키고 다른 문서의 타이핑을 시킨다. 어떤 일이 밀리면 그 
일을 위해 담당자도 아니면서 동원되기 일쑤이며 일보다가 손님 접대며 사장님의 
공황출영이며 온통 하면서 주의로 일을 하는 것이 생리에 체질화돼 있다. 
칸트철학이 빈틈없는 논리체계로 구성되어 미학, 천문학, 심지어는 색채학에 
이르기까지 '선'을 뻗고 있음도 바로 '덴켄'의 소치요, 비스마르크가 사상 최초로 
법치국가를 완성하여 정밀한 법체계에 의한 행정을 베풀었던 것도 독일 사람에게 
체질화된 덴켄의 산물인 것이다.
  프러시아 이래 나치에 이르기까지 독일 군대가 그렇게 강했던 것도 바로 군대 
조직이나 작전이 덴켄 위에 논리적으로 체계화된 사상 최초의 군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프러시아 군이 최초로 창설한 '참모본부'도 덴켄의 소산이요, 당시 세계 
최대의 오스트리아 제국을 구축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모르토케의 
'논리작전'도 바로 덴켄의 산물인 것이다.
  모든 작전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데 가다가 불칙의 상태나 예상치 않았던 
상태까지 최대한으로 예상하여 그 대책을 논리적으로 지엽화시켰던 것이다.
  보불전쟁 때 독일군은 뒤늦게 진격을 시작했지만 논리작전이 서 있었기에 파리를 
비롯 주요 도시의 함락이 차질없이 논리적으로 이루어져 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고급 장교들은 전술이나 전략 또는 지모나 통솔력보다 논리적 소양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던 것이다. 베를린의 육군대학에서 철학이 가장 중요한 필수 
과목이 돼 있었던 것도 바로 논리작전의 소양을 가꾸기 위해서였다.
  논리는 선으로 나가기에 점에서 점으로 옮겨가고 계획치와 실제치와 괴리가 
생기고 차질이 생기면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규명하여 논리의 잘못되었음을 꾸준히 
교정해 나간다. 그리하여 논리의 계획치와 실제치와의 차질을 반감시키고 반감된 
것을 다시 반감시켜 극소화해 나간다.
  서양 사람들이 대체로 덴켄체질인데 비해 동양 사람들은 데젠체질이다.
  인도 수상이었던 네루는 명상하는 포즈로 곧잘 사진을 찍었다. 인도와는 
견원지간인 이웃 파키스탄 대통령이 어느 한 서독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 
기자가, 
  "네루는 덴켄을 잘한다."고 하자 파키스탄 대통령은, "아니야, 그 자는 데젠을 
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한다.
  곧 데젠은 논리적 사고가 아니라 초점이 잡혀지질 않고 불분명하게 확대되어 있는 
면형사고랄 수가 있다.
  우리 말에 멍하다느니 멍하게 하고 있다는 '멍'이 바로 데젠이다. '멍'을 "시경"에 
나오는 망망에서 비롯되었다 하고 또 마음을 잊어버렸다는 회의문자 망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하나 그 뿌리는 어떻든 점--선--점으로 이어지는 논리적 
선형사고가 아니라 면으로 확대된 비논리적 면형사고의 표시가 '멍'이랄 수가 있다.
  선형사고와 면형사고는 시간개념에서도 완연히 나타난다. 서양 사람들은 시간을 
점과 점으로 이어져 가는 선의 흐름으로 이해하는데 우리 한국인은 '시간'이란 말이 
단적으로 말해 주듯 '간', 곧 평면성의 펼쳐짐으로 이해한다. 곧 전자를 
시각개념이라 한다면 후자는 시간개념이랄 수가 있다.
  서양 사람들이 전쟁에서 작전하는 것을 보면 점과 점을 이어가는 선형작전을 
한다. 그 전형적인 것이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을 들 수가 있다. 아무리 적지 
깊숙이라도 점으로 거점을 만들어 나간다.
  임진강 방어가 무너지자 한강 방어선까지 포기하고 한강 방어선이 무너지자 금강 
방어선까지 후퇴하며 다시 그것이 무너졌을 때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했던 면형 
전쟁과는 발상이 전혀 다르다.
  '철의 삼각지'라 하여 세 개의 거점을 두고도 그것을 세 개의 점으로 여기질 않고 
삼각지라 하여 그 세 개의 점이 만드는 면으로 파악했던 것도 적이 한국적이랄 수가 
있다.
  한국인에게 미터감각이 둔한 것도 바로 면형사고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은 
길이(장)라는 선의 척도인 미터를 기준으로 하여 면적을 가늠한다. 곧 길이의  
자승으로 면적인 평방을 미터화한다.
  요즈음 아파트 분양 광고에 면적 표시를 평방 미터로 하고 있는데 그로서 넓이를 
직감적으로 이해하는 한국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미터법에 익숙하지 않기에 
일어나는 과도적 현상이랄 수도 있으나 이 선으로 면을 측정하는 데젠사고 체질과는 
의식구조상 배리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 한국인에게 몇 간 집, 몇 평 집 하는 식으로 면 측정 단위가 친근한 것은 
비단 그 단위를 오래 써와서 뿐만이 아니라 의식구조상의 필연이랄 수가 있다.
  비단 자승의 평방 면적뿐만 아니라 삼승의 입방체적까지도 우리 한국인은 
면적으로 파악하려 든다. 
  체적이 있는 입방체인 나무나 돌을 측정할 때 몇 '사이'라는 간, 곧 면적 단위로 
측정한다. 이 나무는 몇 사이가 나온다느니 한다. 입방감각을 평방감각으로 
처리하는 것도 바로 우리 한국인의 변형사고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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